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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라운지] 멕시코청소년축구 4강 주역 신연호 호남대 감독

    △생년월일=1964년 5월8일 △고향=전남 여수 △가족관계=부인 신기화씨와 1남1녀 △신체조건=176㎝,70㎏ △출신교=여수서초-여수구봉중-광주금호고-고려대 △경력=82년 대통령배 고교대회 득점왕(5골) 84년 전국체전 서울시 예선 득점왕(3골) 프로(전북) 87∼94년 170경기 12득점 전북코치(95∼2000) 호남대감독(2002∼) 유니버시아드 남자대표팀감독(2005.5∼) 22년전엔 그가 한국축구의 ‘박주영’이었다. 적어도 80년대 초 청소년축구의 ‘세계 4강’ 기적을 지켜봤던 올드팬들은 신연호(41·호남대 감독)를 그렇게 기억한다. 1983년 6월12일 멕시코의 몬테레이스타디움.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이 전대미문의 신화를 써내려갔다.‘미니월드컵’이라 불리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8강까지 올라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우루과이와 4강행을 다투게 된 것. 여기까지 온 것도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대이변’. 하지만 ‘벌떼축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한국 선수들의 투지는 무서웠다. 전반을 득점없이 끝내고 시작된 후반9분. 고려대 1년 선배 노인우의 기막힌 스루패스를 연결받은 신연호가 기분좋은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갔다. 이대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종료를 얼마남기지 않고 동점골을 내주며 연장으로 접어든다. 연장 전반 14분. 마침내 기적의 드라마는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김종부가 오른쪽을 돌파한 뒤 크로스를 넘겨줬고 이를 문전앞에서 기다리던 신연호가 오른발 터닝슛, 골대를 갈랐다.2-1. 한국축구가 사상 최초로 세계 4강에 오르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결승골을 터뜨린 뒤 양팔을 연신 치켜들며 팔짝팔짝 뛰던 이 까무잡잡한 청년을 아직도 많은 축구팬들은 기억한다. 이 한방으로 신연호는 단숨에 한국축구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이런 각별한 인연이 있는 만큼 그는 새달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대회를 앞두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많다. “우리때는 멕시코의 고산지대에 적응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했어요. 눈빛만 봐도 서로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손발도 잘 맞았죠. 이번에도 체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과 팀워크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겁니다.” 요즘 한국축구의 새로운 코드로 떠오른 박주영에 대해 묻자 칭찬이 쏟아진다.“스피드, 개인기, 경기운영능력 등 공격수로서 모든 면을 다 갖춘 드문 선수죠. 부족한 파워만 보강하면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겁니다.”젊은 시절의 그 역시 박주영 못지 않았다고 회상하자 잠시 표정이 어두워진다. 불행히도 성인무대에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시간이 짧아서다. 고질적인 부상 때문이다.“발목, 발가락 관절염으로 거의 매일 병원에 다녔어요. 고대 혜화동병원을 ‘작은집’이라고 부를 정도였죠.”대학을 졸업하고 87년 프로(전북)에 뛰어든 뒤에는 수비형미드필더로 보직을 바꾼다. 하지만 8년간 170경기에 나와 12득점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내고 선수생활을 접는다. 이후 프로에서 잠시 코치로 일하다 3년전부터는 호남대에서 감독을 맡고 있다.“좋은 선수들은 프로구단, 그 다음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선호하죠. 지방대학은 선수층이 얇을 수밖에 없어요.”그나마 호남대는 4년제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축구학과를 신설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식인정한 전용 잔디구장까지 갖고 있을 만큼 축구인프라가 풍부하다. 이런 지원을 토대로 유망주도 많이 발굴했다. 지난해 K-리그 신인왕 문민귀(24·포항)가 대표적인 제자다. 올해 목표는 ‘만년준우승팀’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는 것. 지난해 4번을 포함, 지난 24일 분루를 삼킨 전국대학축구대회 결승전까지 준우승만 5번을 했다. 더 훗날에는 프로에서 지휘봉을 잡아보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그의 부인 역시 스포츠스타였다. 국민은행의 전성기를 이끈 ‘3점슛도사’ 신기화(40)씨다. 신씨는 실력만큼 빼어난 미모로도 유명했다. 대표팀 시절인 85년 태릉선수촌에서 처음 만나 열애끝에 91년 결혼했다. 부인 신씨는 결혼후 줄곧 살림만 하고 있다.“와이프는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고 통 관심도 없는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농구선수까지 했는지…”부부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중1인 딸을 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운동을 하는 아이는 없다. 글 광주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하늘로 간 대마’ 김수영 7단

    “지금 상대방(암)에게 내 대마가 몰린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내 대마는 죽지 않았다.”라며 암 투병 중에도 혼신의 투지로 바둑판을 지켜온 프로기사 김수영 7단이 20일 지병인 췌장암으로 별세했다.61세. 우리나라 바둑계의 대부 격인 조남철 9단의 수제자로, 지난 70년대 TBC 시절부터 최근의 바둑TV에 이르기까지 간명하고 유쾌한 바둑 해설로 명성을 날린 김 7단은 지난 3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이 때 김 7단은 “암도 결국은 나의 일부 아니겠는가. 싫든 좋든 같이 가겠다. 그러다가 정히 미안해 (암이)떠나주면 고마운 일이고….”라며 일체의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LG배 세계기왕전 통합예선 등 7판의 공식 대국에 참가하는 투혼을 보여 바둑팬과 많은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런가 하면 지난 96년에 서초구민회관에 설립한 ‘조남철 경로바둑교실’에도 최근까지 출강해 지역 노인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등 오히려 이전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김 7단은 이런 자신을 걱정하는 주변에 최근에도 “나는 안다. 이 바둑(자신의 인생을 지칭한 듯) 승부를 좌우할 천지대패가 걸린 위기상황(암 투병)이지만 냉정히 대처하면 혹 기적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회생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7단은 지난 62년 입단,65년 제3회 청소년배에서 우승했으며 70년대부터 바둑해설과 아마추어 지도에 주력했었다. 72∼83년에는 ‘바둑 사관학교’로 일컬어지는 충암학원 지도사범을 지냈으며, 이어 83∼89년에는 고려투자금융 바둑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프로기사로 활동하는 와중에도 저서 ‘나의 스승 조남철’과 ‘김수영 비디오 바둑교실’ 등을 남기기도 했다. 김 7단 유족으로는 미망인 현미미씨와 창민(35ㆍ프로골퍼)·유진(33)·명진(20·대학생)씨 등 1남2녀가 있으며, 프로기사 김수장 9단이 실제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영안실 3층 31호(02-3010-2291)이며 발인은 23일 오전 8시.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스포츠라운지] 삼성생명 남자탁구팀 강문수 감독

    [스포츠라운지] 삼성생명 남자탁구팀 강문수 감독

    지난 6일 중국 상하이체육관.‘탁구황제’ 유승민(삼성생명)이 64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하고 ‘마지막 희망’ 오상은(KT&G)이 세계1위 왕리친과 세계탁구선수권 단식 준결승에서 만났다. 오상은은 역부족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관중석 한편에서 6년 동안 공들였던 애제자의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남자탁구의 대부’ 강문수(53) 삼성생명 감독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쉬움이 너무 컸다. ●척박한 땅에 거름 뿌렸다 고교시절 대표로 한·일전에 나서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은 강 감독이지만 77년 어깨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해외 진출과 여자팀 지도자, 고교 체육교사의 세 갈래 길에서 고민하던 강 감독은 80년 김충용 감독의 권유에 따라 제일합섬 남자팀 지도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세계 3강을 유지해 대우가 좋았던 여자쪽엔 유능한 지도자들이 밀집해 있었던 데다 “까짓것 한번 덤벼보자.”는 승부사 기질이 발동한 것. 그때부터 강 감독은 김완·김기택을 조련해 국내무대를 통일,‘제일합섬 전성시대’를 일궜고,86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꿈에 그리던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그의 취임일성은 “앞으로 여자선수들의 훈련상대로 혹사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 요즘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지만, 사상 첫 구기종목 세계 제패를 이룬 73년 ‘사라예보의 기적’ 이후 대표팀 운영도 가능성이 높은 여자 위주였다. 태극마크를 단 남자선수들의 역할은 여자선수들의 ‘훈련도우미(?)’에 불과했다. ‘중국과 일본선수도 사람인데 못 이길 이유가 뭐냐.’며 덤벼드는 그의 열성에 대표선수들도 뼛속 깊이 밴 패배의식을 조금씩 걷어내기 시작했다. 선수들에게 쉴새없이 공을 쳐주는 ‘볼박스 훈련’을 시키다 코치가 목디스크에 걸릴 정도로 ‘단내 나는’ 훈련이 13개월 동안 이어졌다. 주말에 집에 들렀다 나올 때 여섯살짜리 큰딸이 “아빠 또 놀러오세요.”라고 말해 눈시울을 적시는 일도 다반사. 땀은 정직했다.86아시안게임 단체 준결승에서 일본을 32년만에 깨뜨린 데 이어 결승에선 중국을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 부진으로 독기를 품은 ‘막내’ 유남규가 단식을 제패한 것은 아시안게임의 하이라이트. 한번 꽃망울을 터뜨린 ‘강문수식 탁구’는 이후 승승장구했다.88년 단식에서 유남규의 금빛 스매싱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올림픽무대마저 정복했다. 누구도 남자탁구를 여자의 들러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올초 상무보 승진… 탁구계 전체 경사 25년 동안 남자탁구 지도자 외길을 걸어온 그는 올초 삼성생명의 상무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 3월 말엔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아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지원이 탄탄한 삼성의 후광 아니냐는 일부의 시기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평사원 코치로 입사해 제일합섬-삼성증권-삼성생명-삼성카드-삼성생명으로 숱하게 바뀌는 동안에도 한우물만을 판 끝에 ‘회사원의 꽃’인 임원에 올랐다는 점에서 탁구계 전체의 경사로 받아들여졌다. 더 이상 이룰 게 없는 강문수 감독이지만 아직 남은 꿈이 하나 있다. 올림픽보다 몇 배 이상 어렵다는 세계선수권 남자 금메달을 본인의 손으로 일궈내는 것. 역대 최고성적은 지난 2003년 ‘수비의 달인’ 주세혁의 준우승. 유승민이나 주세혁, 오상은 등은 이미 톱클래스이기 때문에 내년 독일 브레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단체 우승도 노려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의 불꽃투혼에 밀려 금메달을 내주고 망연자실했던 중국 지도자들이 이달 초 상하이에서 만났을 땐 ‘한국의 투지가 실종돼 이젠 무섭지 않다.’고 털어놓은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하는 법을 모르는 ‘미다스의 손’ 강문수 감독이 있는 한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다. 내년 4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철인’ 문방구 아저씨

    “똘똘 뭉친 도전 의식으로 철인을 향해 뜁니다.” 충남 아산 온양초등학교 앞에서 마음씨 좋은 문구점 아저씨로 통하는 조병직(사진 왼쪽·53)씨. 조씨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이웃이지만 철인3종경기(수영·사이클·달리기)인 ‘트라이애슬론’ 도전에 나설 때면 눈빛이 달라진다. 조씨는 지난 15일 2005이시카키 월드컵 트라이애슬론 겸 한·일 교류전에 출전,755명 가운데 전체 24위,50대 남자부 깜짝 1위에 올랐다. 조씨의 트라이애슬론 경력은 10년째. 조씨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수영을 꼬박꼬박 하다가 어느덧 트라이애슬론의 매력에 흠뻑 빠져 매년 5∼6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면서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완주 경험이 50회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2003년에는 전국체전 충남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조씨의 다음 목표는 동호인 국내 1인자를 거쳐 하와이·호주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나서는 것. 그는 “국내와는 달리 외국에선 엄청난 선수들이 모여 있어 어느 정도 성적이 날지 가늠하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그런 상황이 더 스릴 있고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며 투지를 보였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4)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中)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4)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中)

    뜻밖에도 ‘정감록’에 경도됐던 사람들 가운데는 부자가 적지 않았다. 영조 때 남원의 부자 김영건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평소 유복해 보였던 김씨 일가가 비결에 쏠리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남원의 벽보 사건을 좀더 밀도 있게 그려보면 그 답이 보일 것 같다. ●남원성에 나붙은 벽보 영조9년 7월 하순. 그믐날이 가까워 달빛조차 희미한 깊은 밤, 김영건의 두 아들은 괴문서를 남원성벽에 붙였다. 장남 원팔이 문서를 내거는 동안 아우 원하가 망을 보았다. 출입이 가장 빈번한 남문 근처에 한 장의 대형 벽보를 붙이는데 실제 소요된 시간은 극히 짧았지만, 그들 형제에게는 견딜 수 없이 긴 시간이었다. 당시 남원은 호남 굴지의 대도회라서 날마다 성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수백 명이 성안을 드나들었다. 그들의 눈에 띈 벽보 내용은 삽시간에 호남 일대로, 그리고 지리산 너머 영남 지방으로도 퍼져나갈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튿날 오전 남원부중은 괴문서 이야기로 들썩였다. 그날따라 몸이 불편해 좀 늦게 출근한 최정도 이방(吏房)은 이미 사령들이 수거해온 벽보를 훑어본 다음 한숨을 길게 내뿜었다. 조정대신을 강도 높게 비난한 구절도 그랬지만 ‘자미진주(紫微眞主)’ 운운한 것이 영락없는 반역자의 소행이었다. 이방이 알기로, 자미성(紫微星)은 자미원(紫微垣)에 속한 큰 별이다. 그것은 북두칠성의 북쪽에 있는데 천제(天帝) 또는 국왕을 상징한다. 그런데 벽보에 ‘진주’라고 했으니 한양성안 구중궁궐에 엄숙하게 앉아계신 상감께선 왕도 아니고, 자미성 정기를 받은 진짜 왕이 곧 나온다는 얘기다. 벽보엔 상감이 무도하다는 둥 동궁(사도세자)이 미쳤다는 둥 흉악한 언사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핀 이방은 새파랗게 질렸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마음을 가다듬은 이방은 도호부사 조호신에게 긴급사태를 보고하는 한편, 많은 정탐꾼을 풀어 성 안팎에 떠도는 온갖 소문을 즉각 수집토록 했다. 평소 성품이 침착하고 판단력이 있는 이방이었다. 그는 엄하기로 이름난 이 형방, 실무경험이 가장 풍부한 박 호장 등과 함께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그들은 시시각각으로 들어오는 소문들을 비교 종합해 믿을 만한 것을 추려내어 계통별로 분류했다. 범인을 바로 잡아들이지 않으면 어떤 변고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라, 수사는 신속히 진행돼야 했다. 최 이방은 진행중인 수사에 관해 남원부의 우두머리인 조 부사에게 여러 차례 보고했다. 그러나 서울 명문대가 출신인 부사는 실무에 워낙 어두워 한숨만 내쉴 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많은 정보를 비교분석해 보니 성안에 거주하는 김영건과 세 아들이 용의선상에 떠올랐다. 이방은 사령들을 급파해 우선 그들을 잡아들이고, 김씨 집안에 소장된 모든 문서(文書)를 철저히 수색했다. 그날 해질 무렵 김씨의 문갑에서 두 장의 수상한 문서가 발견됐다. 큰아들 원팔의 필체가 분명했는데, 놀랍게도 벽보의 초안이었다. 두 장 가운데서도 큰 종이에 적힌 문건은 벽보보다 언사가 훨씬 과격했다. 반역자만이 쓸 수 있는, 대역무도한 ‘불온문서’였다. ●정 노인이 일으킨 해프닝 김영건에 대한 남원 사람들의 평판은 무척 좋았다. 그는 성품이 부드럽고 공손하고 단정한 데다 재산도 많았다. 여느 부자와는 달리 가난한 이웃은 물론, 집 앞을 지나는 거지들에게까지 후했다. 최 이방은 소문으로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섣불리 김영건에게 혐의를 둘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문수사 결과를 무시할 수 없어 망설이다가 사령들을 내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영건의 집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는 바람에 이방은 기가 막혔다. 김영건에게는 김원팔, 김원하, 김원택 등 세 아들이 있었는데 셋 다 글 잘하고 글씨도 잘 쓴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모두 아버지를 닮아 인물도 훤칠했다. 특히 큰아들 원팔은 과거시험에도 여러 차례 응시했을 정도다. 그는 남원은 물론 호남의 수부(首府) 전주를 비롯해 각지의 선비들과 두루 사귀고 있었다. 최 이방은 사실 김영건 일가와 친한 편은 아니었지만, 마음속으론 늘 김영건의 유복함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김영건 일가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다. 수사에 동참한 이 형방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김영건의 ‘근본’ 즉, 신분을 둘러싼 의혹이 있다고 했다. 형방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 이방은 여러 해 전에 있었던 정 노인 사건을 다시금 뇌리에 떠올렸다. 하루는 남원 성 밖에 사는 가난한 양반 정 노인이 읍내에 시장구경을 나왔다가 만취한 상태에서 김영건을 노비의 자손이라고 비방하는 시비가 벌어졌다. 그러나 문제의 정 노인은 평소 행동거지가 단정하지 못해 세인의 평판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인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그 뒤 정 노인은 다시 그런 ‘망령된’ 말을 꺼내지 않아 사건으로 비화되진 않았다. 기억력이 비상한 최 이방조차 이 사건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때 정 노인이 입을 다문 것은 김영건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그런 것이었다. 영건은 노인과 다투지 않고 도리어 그를 살며시 회유했다. 그는 노인을 정중히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가서 약주를 대접했다. 싫은 노릇이었겠지만 그 뒤에도 길가에서 노인을 마주치면 먼저 반색을 했다. 남원 사람들의 눈엔 마치 도량 있는 김영건이 철없는 주정뱅이 노인을 너그러이 용서한 것으로 보였다. 이 사건은 영건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몇 년 뒤에 일어났는데, 적어도 아들인 그만은 진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김영건의 비밀 사실 김영건은 노비나 별 다름 없이 천한 사람이었다. 남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상도 함양에 노씨 성을 가진 한 양반이 살았는데, 그 집에 막산이란 사내종이 있었다. 그 아내는 이름을 분금이라 했다. 본래 가난한 농사꾼의 딸이었다. 그리고 김영건으로 말하면 분금의 아들이 분명했다. 분금은 어릴 적부터 유달리 영리했고 행실도 조심스러웠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그녀의 미색이 너무 뛰어났다는 점이다. 노씨네 행랑것이었던 그녀를 주인양반은 물론 그 집에 드나든 여러 양반들이 다투어 탐을 냈다. 분금은 물론 영건도 이런 집안내력을 꽁꽁 숨기며 살았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영건은 어머니가 세상을 뜨기 직전에야 그 내력을 알게 됐다. 종 막산은 영건이 아직 젖먹이였을 때 돌림병에 걸려 갑자기 죽었다. 그러자 양반들은 아예 마음 놓고 분금에게 집적거렸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대체로 취미삼아 그런 불륜을 저질렀다. 분금은 자신이 노리갯감으로 전락하는 것이 너무 원통했다. 엄밀히 말하면, 분금은 본래 노씨 집안의 여종이 아니었으므로 종살이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공공연히 노씨네 종으로 간주되는 실정이었다. 한탄으로 나날을 보내던 분금은 남편을 묻은 지 1년 만에 젖먹이 영건을 등에 업고 몰래 주인집을 빠져나와 지리산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틀 동안 산길을 헤매던 분금은 지리산의 서쪽 자락에 있는 운봉을 지나 대도시 남원성으로 들어갔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옛말도 있지만, 뼈대 있는 양반집에서 수년 동안 종 아닌 종살이를 한 분금은 양반들의 예의범절에 거의 통달한 편이라 누구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녀는 질병으로 온 가족이 몰살한 어느 한미한 시골선비의 청상과부라고 했다. 영건의 성은 김씨가 됐다. 마침 그 얼마 전 역질이 남원성을 강타했던 탓에 성안엔 주인 없이 텅 빈 집이 여럿이었다. 분금은 그 가운데서도 시장 쪽으로 얌전히 앉은 초가집 하나를 골라 거처로 삼고서 오직 삯바느질에만 매달렸다. 분금은 나이 일흔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원체 부지런해 해마다 조금씩 재산이 늘어났다. 과부 허리춤엔 은이 서 말이란 속담 그대로였다. 영건이 스무 살쯤 됐을 때 어머니 분금은 논을 네댓 마지기나 장만했다. 영건은 어려서 서당을 몇 년 다녀 까막눈은 아니었다. 그는 홀로 고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워 일찌감치 공부를 그만두고 농사일에 전념했다. 잘 모르는 것은 이웃의 경험 많은 노인에게 물었고, 가끔 시장에 들러 쌀, 콩, 면화, 무명 등의 가격을 조사해 비망록에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만일 콩 한 되라도 팔라치면 반드시 시세가 가장 비쌀 때 내놓았다. 이런 식으로 살림을 하다 보니 영건은 곧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됐다. 그런 아들인데도 늙은 어머니는 영건에게 늘 하는 말이 있었다.“누구에게든지 공손해라! 가난한 이웃을 잘 보살펴 주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가 이만큼이나 살게 된 것은 모두 부처님의 크신 원력 덕택이다. 절간에 시주를 게을리 하지 말라!” 영건은 그 가르침을 묵묵히 따랐고, 이웃사람들이 모두 영건을 존경했다. 어머니는 세상을 뜨기 전날 밤, 아들을 머리맡에 불러 앉혀 놓고 나직이 말했다.“지금까지 네 아버님의 기일(忌日)이라 믿어온 것이 실은 함양 양반 노씨네 종 막산의 제삿날이다. 나는 그 아내 분금이다. 네 아버지는 경상도 하동 사는 김 선비인데, 이름도 모르고 아무 것도 더는 모른다. 부디 죄 많은 이 어미를 용서해라. 이제 비밀을 네게 털어놓으니 내 가슴이 후련하구나!” ●김영건과 예언서의 만남 김영건은 아무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말할 수가 없어 혼자 그저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랬는데 정 노인 사건까지 터져 마음을 안정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천도를 핑계 삼아 절간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는 평생 동안 뭐든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던 것인데, 갑자기 하늘이 무너진 것도 같고 인생과 세상에 대한 회의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과연 전생에 무슨 큰 죄가 있어 평생 아버지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는가. 종 아닌 종이 되어 제 근본을 숨기고 가슴을 졸이며 살아야 되는 내 인생은 도대체 얼마나 불쌍한가. 언젠가 이 비밀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자식들의 장래는 또 어찌 될 것인가. 이 놈의 세상이 아주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 나같이 천한 사람도 가슴 펴고 떳떳이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와야 된다. 도무지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구나!” 김영건이 제기한 질문들은 누구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 노인 사건 이후 영건은 사람이 달라졌다. 그의 왕성했던 식욕은 오간데 없어졌고, 일할 마음도 사실은 거의 사라졌다. 세상이 허무하다는 한 생각만이 온종일 영건의 머리에 가득했다. 영건은 그런 자기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해 더욱 고민이었다. 그나마 큰 다행은 그가 가끔은 절간에 들러 스님들과 문답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영건은 태연한 척 여러 가지 사소한 질문을 던졌다. 스님들 가운데는 더러 영건의 깊은 고민을 눈치 채는 경우도 없지 않아 찻잔을 마주한 승방 문답이 해질 때까지 오래 이어지기도 했다. 절간을 오가는 횟수는 점점 많아졌고 영건은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인연설은 물론 장차 미륵부처가 다스릴 용화세계가 지상에 실현된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밖에 승려 태진이 소지했던 것과 같은 ‘남사고비기’라든지 ‘정감록’에 관해서도 말을 많이 들었다. 정말 그 비결의 내용처럼 세상이 뒤집어져 상놈이 양반도 되는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과연 그런 세상이 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당시 조정에선 일체의 ‘위험한’ 비결의 독서, 소장, 유포 및 출판을 엄금했다. 금지가 심할수록 비결은 더욱 유행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알게 됐다. 영건도 절간에서 객승이 소지한 ‘남사고’를 한두 번 구경한 적이 있었다. 영건은 비결을 베껴 곁에 놓고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그는 점차 비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비결을 직접 소장하지 못했고, 비결대로 세상을 바꾸려는 ‘불온한’ 사람들의 무리에 섞이지도 못했다. 그러기엔 영건의 성격이 너무도 소극적이었고 그는 이미 늙었다. 하지만 큰아들 원팔은 달랐다. 영리한 아들은 아버지의 불안과 고민을 대강 눈치 채고 있었다. 아들에겐 최봉희란 약빠른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이미 ‘남사고’를 소장하고 있었다. 아들은 최의 책을 필사해가지고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들은 위험천만한 ‘비결’ 조직에 점차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남원 양반 이유성의 문제제기 김영건 일가에 정체성의 위기가 다시 찾아온 것은 1733년이었다. 이미 칠순에 접어든 정 노인과 다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정확히 말하면 정 노인의 외손녀사위인 이유성과 다툼이 벌어졌다. 어느 날 술 취한 정 노인이 이유성이 듣는 데서 김영건의 비천한 출신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정 노인의 친구 가운데는 젊은 시절 분금을 유독 탐낸 양반이 하나 있었다. 그 양반이 참으로 우연히 남원 읍내 길가에서 이미 노인이 다 된 분금을 마주친 것이 화근이었다. 친구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정 노인은 김영건을 노씨네 종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김영건의 비밀을 들은 이유성은 반드시 그것을 폭로하겠다고 별렀다. 스스로 양반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혈기 방장한 양반 이유성에게는 신분이 뒤섞이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근본을 뒤흔드는 범죄행위였다. 그는 가짜 양반 김영건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유성의 적의를 느낀 김영건 일가는 극도로 긴장했다. 양측의 대립은 갈수록 심각해져 마침내 상대방을 관가에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제출된 양측의 문건을 검토한 이 형방은 그들의 주장에 애매한 점이 많은 데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다른 사건들이 많은 관계로 그에 대한 심리를 뒤로 미뤄놓고 있었다. 김영건의 큰아들이 남원성벽에 붙인 벽보에는 게시자가 이유성의 아버지 이여매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들은 자기들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이유성 집안에 역모 죄를 뒤집어씌울 계산이었던 모양이다. 정말 그런 단순한 계산에서 김원팔 형제는 위험천만한 벽보를 붙였을까. 아니면 혹시 어떤 비밀집단이 그들의 배후에서 벽보사건을 기획했던 것일까. 도승 자명과 변산 승려 태진, 최봉희, 김원팔 등의 관계는 정확히 무엇인가. 다음 호에서 따져볼 것이다.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세월속의 서북간도와 조선인, 나의 생활/이지북스 펴냄

    우리 나라 정형외과학의 태두로 알려진 이선호 박사가 자전적 회고록 ‘세월속의 서북간도와 조선인, 나의 생활’(이지북스 펴냄)을 냈다. 지은이는 어릴 적 서북간도에서 생활하며 동포들의 삶을 직접 경험했고,6·25전쟁때는 군의관으로 참전해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도했다. 조국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며 어린 눈에 비친 동포들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또 피란지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일기, 전쟁터에서 날마다 짤막하게나마 적어나간 일지 등을 통해 혼란과 공포, 그리고 기아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격동과 혼란의 와중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온 지은이와 그 주변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인의 끈기와 삶에 대한 투지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부고]

    ●김종수(태아종합검사 대표·전 SK에너지 임원)종열(사업)종량(대일 대표)씨 모친상 익태(교보미디어 직원)승태(삼성서울병원 의사)씨 조모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10시 (02)3410-6918 ●궁재범(서울봉천초등학교 교장)재영(공주사회복지관 관장)재현(엔티알인터내셔날 이사)씨 부친상 성경학(ACM 서울사무소장)씨 빙부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010-2294 ●천광석(사업)영철(정진학원 강사)씨 모친상 박완연(사업)박재철(조흥은행 차장)류병선(사업)씨 빙모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9시 (02)3410-6911 ●이상현(국민은행 과장)태현(부림건축사사무소 부장)씨 부친상 7일 경희의료원, 발인 9일 오전 1시 (02)958-9554 ●김천택(작곡가·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정회원)씨 별세 은희(사업)승미(가수)승연(사업)씨 부친상 김윤호(가수)유재규(한의사)씨 빙부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10시 (02)3410-6912 ●엄흥섭(전 한양투자금융 대표)씨 모친상 박종수(한주실업 대표)이희성(재미 의사)이응상(전 셋방기업 대표)이원성(전 국회의원)최낙천(전 가봉 대사)하정웅(동도전자 회장)조근구(조치과의원 원장)씨 빙모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10시 (02)3010-2265 ●김종은(전 홍천중 교장)씨 상배 흥수(미국 워싱턴 해군연구소)씨 모친상 김선호(삼양사 팀장)김종현(창원 대산고 교사)최상린(현대엔지니어링 차장)씨 빙모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3010-2291 ●김형주(사업)남주(기아자동차 직원)씨 부친상 윤만수(사업)손용락(기경산업 대표)한문철(서울시 언론담당관)씨 빙부상 7일 공주 백제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9시 (041)858-1899 ●김현수(사업)인수(건국대 건설팀장)종수(사업)연수(포커스 임원)정수(한국자산관리공사 이사)씨 부친상 6일 국립경찰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431-4400 ●조영호(서림양행 대표)씨 별세 재영(조흥은행 자금부 과장)재명(육군교육사전투지휘훈련단 대위)씨 부친상 박은숙(조흥은행 대치동지점 대리)씨 시부상 6일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31)787-1505 ●유동열(우리은행 증권수탁부장)씨 모친상 6일 청주 하나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43)237-5038 ●이범근(자영업)범권(선진 대표)범구(종로세무서 관리팀장)씨 모친상 정용학(서울지하철공사 선릉역장)씨 빙모상 7일 오산 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7시30분 (031)372-2925 ●지형식(전 경남투자금융 전산실장)씨 별세 연옥(KBS 연수팀 선임팀원)씨 아우상 7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590-2560
  • [日 교과서 왜곡 파문] 이라크戰도 美배려 왜곡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식민지 침략을 정당화하고 미화, 왜곡한 역사교과서 검정작업에 일본 정부가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관여할 수 없다.’고 호언했던 일본 정부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교과서 왜곡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막후에서 감독하고,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이 현장을 지휘·감독해, 검정교과서가 아니라 국정교과서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한 후소샤판 공민교과서는 문부과학성의 검정 의견에 따라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본에 ‘한국과 우리나라가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독도)’로 돼 있었으나 문부성이 “영유권이 애매하게 표현됐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특히 문부성은 후소샤가 ‘한국이 점령하고 있는 다케시마’라고 수정안을 내자 ‘불법점거’가 정부 견해라며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검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압박, 극우적인 후소샤마저 곤혹스러워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문부성측은 정부 견해에 맞지 않는다는 검정 의견을 제시했을 뿐 “표현을 어떻게 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라크전 발발이나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 부부 별성제(결혼하면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걸 고치는) 기술 등도 정부측이 압박, 여러 대목이 수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문부성은 일본서적신사의 공민교과서 내용 중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기술한 대목에서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는 표현은 안 된다며 구두로 출판사측에 정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라크전 개전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미국 정부의 조사 결과에서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특히 검정 의견은 문서로 반드시 통보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구두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문부성측은 “수정 과정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만 밝혔다. 문부성은 이라크전 발발에 대해서도 신청본의 ‘유엔결의 없이’라는 부분을 삭제한 뒤에야 검정을 통과시켰다. 그래서 “근린제국조항 대신 미국 배려조항이 적용됐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일본서적신사의 경우 지난해 2월 자위대가 파견된 이라크를 본문에 전지(戰地·전투지역)라고 신청본에 기술했으나 문부성이 ‘비전투지역’으로 바꾸도록 지시, 이를 수정한 뒤에야 통과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비전투지역이라고 주장한 것을 뒷받침한 검정 지침이었다. taein@seoul.co.kr
  • [프로배구 V-리그] ‘철벽’ 현대, 짜릿한 역전승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영원한 맞수답게 원년 우승 고지를 향한 보폭도 나란히 11승1패로 똑같은 상황. 무엇보다 한 차례씩 물리고 물린 터라 이제는 승부를 가려야 할 순서였다.2시간 여에 걸친 풀세트 접전의 결과는 ‘집요한 투지’의 대역전승. 현대캐피탈이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V-리그 5차투어 마지막 경기에서 라이벌 삼성화재에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원년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어섰다. 개막전에서 삼성에 0-2로 뒤지다 대역전승을 거둔 뒤 2차전을 내준 현대는 이날 세번째 대결에서 또 거짓말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12승1패(승점 25)를 기록,11승2패(승점 24)의 삼성을 끌어내리고 당당히 1위에 올라섰다. 현대의 승리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는 분명 장신군단이었다. 이날 현대의 블로킹은 무려 17개. 세 사람이 동시에 떠오르는 ‘마운틴 블로킹’ 앞에 삼성의 불꽃타선은 막판 속절없이 무너졌다. 삼성 신진식과 이형두 신선호에 막혀 첫세트를 내준 현대는 2세트에서도 레프트 듀오 송인석 장영기가 빈타에 허덕이고 세터 권영민이 토스 난조에 빠지며 힘없이 무너져 완패를 걱정했다. 그러나 현대는 송인석 박철우의 좌우공격이 살아나고 윤봉우가 서브득점으로 대세를 뒤집어 3세트를 낚은 뒤 4,5세트에서는 세터 권영민까지 합세한 철벽블로킹으로 ‘때리다 힘이 빠진’ 삼성으로부터 대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천안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2006독일월드컵] 30일 서울·평양서 웃자

    [2006독일월드컵] 30일 서울·평양서 웃자

    ‘오늘은 남북 형제가 함께 웃는 날.’ 남북한 축구대표팀이 30일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을 상대로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 남북한이 2006독일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번 3차전을 반드시 승리로 장식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남북한은 지난 25·26일 벌어진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에서 ‘모래폭풍’에 나란히 희생양이 됐다. 북한은 2연패로 조 꼴찌로 추락했고,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조 선두를 내주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오랜만에 한 날 북쪽과 남쪽에서 잇따라 펼쳐지는 A매치인 만큼 남한도, 북한도 이번만큼은 승전가를 합창한다는 각오다.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둔 29일 저녁 상암구장에서 마지막 전술훈련을 소화한 ‘태극전사’들의 표정에서는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경기 결과와 내용에 따라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거취가 흔들릴 운명이어서 본프레레 감독도 전술 변형을 통한 ‘승부수’를 띄울 복안이다. 사우디전에서 중앙수비수로 부진했던 백전노장 유상철(울산)을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는 김남일(수원)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격 기용하겠다는 것. 유상철이 최근 중원을 맡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본프레레 감독의 ‘베팅’이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가장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유상철-박재홍-박동혁 스리백 수비라인도 유경렬(울산)이 중앙을 맡고 김진규(이와타)가 왼쪽에, 오른쪽에는 박동혁(전북)이 포진하는 변화를 감행한다. 오른쪽 공격수로는 예상대로 컨디션 난조의 이천수(누만시아) 대신 차두리(프랑크푸르트)가 투입된다.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들이 잘 준비돼 있다.”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맞서는 우즈베키스탄의 독일 출신 위르겐 게데 감독의 속도 새까맣게 타기는 마찬가지. 조 꼴찌로 추락한 탓에 이번마저 지면 퇴출될 가능성이 커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한편 강호 이란과 홈에서 격돌하는 B조 꼴찌 북한도 이번에 지면 3연패로 40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접을 수 있어 투지가 남다르다. 이미 10만 홈 관중 앞에서 바레인에 수모를 당한 터라 이번에는 반드시 이란을 잡아 관중에게 기쁨을 선사할 각오다. 북한은 바레인전에서 만회골을 터뜨린 신예 스트라이커 박성관-김영수 투톱과 게임메이커 김영준, 좌우 날개 한성철, 남성철,J리거 안영학(나고야) 등 모든 화력을 쏟아 붓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의 이란이 앞서지만, 북한의 안방인 만큼 화끈한 접전이 예상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씨줄날줄] 검찰인사 청탁/ 우득정 논설위원

    ?:국민의 정부 시절, 검찰 인사를 관장하는 법무부 검찰국장 집무실.A국장의 전화기 옆 메모꽂이에는 휘갈겨 쓴 메모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주로 외부에서 온 인사청탁이란다. 불과 보름 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인사청탁을 하면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한 엄포가 무색할 정도였다. 장관과 총장의 약속대로 메모지에 적힌 당사자들만 불이익을 줘도 인사하기 쉽겠다고 하자 “동냥을 주지는못할 망정 쪽박을 깰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A국장은 청탁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실력자들이라면서 갈수록 인사청탁이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며칠 후 B 부장검사의 방. 연수원 14기(사시 24회)인 그는 13기 때문에 검찰의 물이 흐려졌다고 목청을 높였다. 사시 300명 시대의 첫 주자인 13기가 부장검사 승진을 앞두고 전방위 로비를 펼치는 바람에 당시 검찰 수뇌부가 고심 끝에 한명의 열외없이 모두 승진시켰다는 것이다. 집단적인 로비로 ‘선별 승진’이라는 보루가 무너진 만큼 인사 로비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 인사철만 되면 전국의 검찰청 주변에는 ‘∼카더라’식의 소문에서 익명의 투서에 이르기까지 인사청탁과 관련된 온갖 풍문이 나돈다. 요직에 발탁된 검사 뒤에는 ‘누구의 줄을 잡았다.’는 해석이 그럴듯한 정황 증거와 함께 덧붙여진다. 어떤 검사들은 고위층과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형, 아우 사이’임을 공공연하게 내비친다. 실제 출입기자들을 앞에 두고 고위층에 전화를 걸어 ‘형님, 접니다.’라고 떠벌린 검사도 있었다. 참여정부에서는 달라졌겠거니 싶었는데 아닌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내달 초 퇴임을 앞둔 송광수 총장이 여기저기에 인사청탁을 하고 다니는 검사는 ‘용심’을 부려서라도 옷을 벗기겠다고 경고했겠나.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전례없을 정도로 높아졌는데 2년에 걸친 송 총장의 검찰 바로세우기 노력이 인사청탁 잡음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되지나 않을까 안타깝다. 서울 고검 검사에서 옷을 벗은 한 변호사는 사석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보직을 놓고 다투지 말라.”고 충고했다. 별 볼일 없다는 고검 검사도 변호사 3명 정도의 값어치가 있더란 말과 함께.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삼성하우젠 K-리그 2005] 박주영 첫 어시스트… 서울 첫승

    ‘축구 천재’ 박주영(20·FC서울)이 프로축구 무대에서 첫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상승세를 이어갔다.FC서울은 1무2패의 부진 끝에 4경기 만에 첫승을 거뒀다. FC서울은 20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삼성하우젠컵 부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삼바특급’ 노나또의 연속골과 ‘후반전의 사나이’ 이원식의 쐐기골을 묶어 3-0으로 이겼다. 이장수 감독이 외국인 선수 물색차 유럽으로 떠난 터라 의미가 더욱 컸다. 박주영은 후반 13분 정조국과 교체 투입돼 27분 날카로운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김용대의 선방에 막혀 아쉽게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종료직전 골에어리어 내에서 상대 수비수 2명과 몸싸움을 벌이며 공을 따낸 뒤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원식에게 공을 건네 프로 첫 도움을 기록했다. 이날 부산에는 올시즌 가장 많은 2만 9000여명이 박주영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성황을 이뤘고, 개막전 해트트릭 이후 2경기 침묵을 지키던 노나또는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며 득점 단독 선두(5골)를 달렸다. 서울은 이날 경기 초반 투지를 불사르며 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을 가한 부산에 밀려 주도권을 내줬다. 그러나 전반 28분 김병채의 크로스를 정조국이 상대 문전에서 머리로 떨궈주자 노나또가 골키퍼를 제치며 오른발로 찬 첫 슈팅이 골망을 시원하게 가르며 기선을 제압했다. 노나또는 3분 뒤 역습에서도 최원권이 부산 오른쪽 진영에서 올려준 공이 상대 수비에 맞자, 이를 컨트롤해 추가골을 터뜨리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운재 김남일 김두현 등 핵심 멤버들이 대표팀에 차출된 수원은 홈에서 나드손 김동현 송종국의 릴레이포로 인천을 3-0으로 대파,2승을 올렸다.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복귀한 월드컵 스타 송종국은 팀이 2-0으로 앞선 후반 4분 안효연이 상대 문전 오른쪽 측면으로 빠르게 건네 준 공을 가볍게 밀어넣어 인천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송종국으로선 2002년 7월 부산 소속으로 대전과의 경기에서 골을 낚은 이후 2년8개월 만의 K-리그 득점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05세계쇼트트랙선수권] 안현수, 세계선수권 오노와 격돌

    세계 남자 쇼트트랙에서 불꽃 대결을 펼치고 있는 한국의 간판 안현수(20·한국체대)와 ‘반칙왕’ 아폴로 안톤 오노(23·미국)가 다시 격돌한다. 무대는 11일부터 3일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2005세계쇼트트랙선수권. 이번 대회는 04∼05 시즌을 마감하고 내년 토리노동계올림픽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안현수는 6차례 월드컵 시리즈 가운데 지난해 10월 열린 2차 월드컵에서 전 종목을 휩쓸며 개인 종합 1위를 올랐지만 1·3·5·6차 월드컵에서 오노에게 네 번이나 종합 1위를 내주며 현재 3위로 떨어진 상태. 하지만 세계선수권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각오.2002년 대회 전관왕 김동성(25·은퇴)의 대를 이어 2003년과 2004년 연달아 대회를 제패했던 안현수는 반드시 오노를 꺾고 3연패를 이루겠다는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 여자부 에이스 최은경(21·한국체대)도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특히 2003년 대회 당시 개인 종합 7연패를 노리던 양양A(29·중국)를 제압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던 최은경이 2년 만에 빙판에 복귀한 양양A와 벌이게 될 뜨거운 레이스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프로배구 실업초청팀 한국전력 공정배 감독

    [스포츠 라운지] 프로배구 실업초청팀 한국전력 공정배 감독

    프로배구 V-리그 구미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3일. 코트에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만년 꼴찌이자 유일한 아마팀인 한국전력이 겨울리그 8연패에 빛나는 남자배구 최강 삼성화재를 혼쭐내고 있던 것. 초반 두 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준 한전은 다 진 경기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역전승 일보직전까지 몰고갔다. 결과는 2-3패. 그러나 한전은 창단 10년을 맞는 삼성화재와의 대결에서 사상 처음으로 두 세트를 빼앗는 ‘쾌거’를 일궈냈다. 반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틀 뒤에는 대한항공을 퍼펙트 세트스코어로 완파하며 당당히 ‘프로팀의 천적’으로 떠올랐고, 다른 팀 감독들로 하여금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근심을 자아내게 했다. 서른 줄 노병들의 투혼과 막내들의 오기가 한데 뭉쳐진 결과였다. 그러나 예전 모래알 같던 이들을 한데 끌어모으고 투지를 북돋운 주인공은 털털한 ‘맏형’이나 다름없는 공정배(43) 감독이었다. ●“갈 곳 없는 사람 다 모여라.” 그는 ‘마이너리티’다. 만년 꼴찌에다 초청팀이라는 옹색한 명찰을 달고 프로배구 코트에 뛰어든 국내 유일의 남자 실업팀 감독. 게다가 선수 시절 국가대표 태극마크는커녕 중뿔난 성적 하나 없는 사령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배구팀의 지휘봉을 8년이나 잡고 있다. 스스로를 ‘억세게 복도 많은 촌놈’이라고 깎아내리는 이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흥부네 집’마냥 줄줄이 자신에게 매달려 있는, 친동생과도 같은 14명 선수들 때문이다.“이기는 경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해 달라는 주문에 성실하게 답해주니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지난 1945년 국내 최초의 실업배구팀으로 출발한 한국전력은 공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다른 팀들처럼 ‘돈질’로 선수를 끌어모으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 선수 수급도 ‘이삭줍기’나 다름없다. 팀 해체나 방출 등으로 갈 곳 없는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것이 고작. 하지만 공 감독은 굴러다니던 진주들을 하나씩 모아 보석목걸이를 만들었다. 한 때 둥지를 잃었던 이병희 한대섭(이상 전 고려증권)과 김상기 강성민(이상 전 시청), 올시즌 직전 샐러리캡의 희생양으로 삼성화재를 떠난 정평호와 김철수 차승훈 등 플레잉코치들까지 엮어 일약 ‘도깨비팀’으로 변모시켰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고아원 원장’이다. ●“승리는 예스, 악역은 노” 진주 동명고 2학년 때 본격적으로 배구공을 만지기 시작한 공 감독은 ‘대기만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창원대를 거쳐 1984년 한전 입사 이후에도 그의 포지션은 따로 없었다. 이른바 빈 자리 메우기 전문.‘한전맨’으로서 20년 넘게 한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자존심이 그의 유일한 재산이다. 그러나 팀의 사령탑으로서 승리에 목마르기는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 그의 올시즌 목표는 소박하게도 4강 진입에 꼭 필요한 단 5승이다. 지난 5일 4연패 끝에 꿈 같은 첫 승을 올려 ‘시작이 반’임을 실감한 공 감독이지만 속은 개운치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악역’을 짊어졌기 때문.10일 대한항공 차주현 감독은 최근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전부터 퇴진설이 설왕설래했지만 5일 한전과의 경기 패배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지난해 2월 V-투어 때에도 공 감독은 ‘장신군단’ LG화재를 꺾는 돌풍을 일으키며 당시 노진수(현 베이징시 남자대표팀) 감독 퇴진에 방아쇠 역할을 한 장본인이 돼버렸다. 그는 “승수는 쌓아야 하는데 또 악역을 맡게 될지 걱정”이라면서 “더 이상 한전이 상대팀 성적의 잣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글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걸어온 길 ●1962년 경남 진주 출생 ●고교 2년 때부터 배구 시작 ●186㎝,92㎏, 혈액형 A ●진주 남산초-반성중-동명고-창원대 ●부인 이희경(교사)씨와 1남1녀 ●1984∼92년 한국전력 선수 1993∼96년 〃 주무 1996∼98년 〃 코치 1998∼현재 〃 감독
  • 우즈, 선두 미켈슨 맹추격 새내기 손세희 ‘무명의 힘’

    시즌 상금 1위 필 미켈슨과 ‘황제’ 탈환을 노리는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가 ‘블루 몬스터’에서 피할 수 없는 대혈투를 벌이게 됐다. 최근 2주 연속 우승을 올린 미켈슨은 6일 플로리다주 도랄리조트 블루코스(파72)에서 열린 미프로골프(PGA) 투어 포드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20언더파 196타로 사흘째 선두를 달렸다. 우즈도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쓸어담아 9언더파 63타를 때려 합계 18언더파 198타로 단독2위에 올랐다. 3승을 노리는 미켈슨과 7개월전 비제이 싱(피지)에게 빼앗겼던 세계랭킹 1위 복귀를 꿈꾸는 우즈는 7일 최종라운드에서 매치플레이를 방불케 하는 결투를 벌인다. 특히 초반홀부터 우즈가 미켈슨을 따라잡는다면 지난해 평균 스코어가 4.48타일 만큼 어려운 ‘블루 몬스터’ 18번(파4)홀에서 우승자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가 챔피언조에서 맞붙는 것은 2년만.2003년 2월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우즈는 미켈슨을 6타차로 대파하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미켈슨은 “우즈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며 투지를 불살랐고, 우즈 역시 “오랜만에 재미있는 승부를 벌이게 됐다.”고 응수했다. 한편 이날 2라운드가 끝난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스터카드클래식에서는 ‘루키’ 손세희(20·한양대 1학년 휴학)가 무명의 돌풍을 일으켰다. 손세희는 2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이틀 연속 2타를 줄이며 합계 4언더파 140타로 선두 크리스티 커(미국)에 2타 뒤진 공동2위에 올랐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한 손세희는 지난해 퀄리파잉(Q)스쿨을 공동7위로 통과, 한국 프로 무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LPGA 진출 자격을 얻었다. 첫 날 6언더파 단독 선두에 나섰던 한희원(27·휠라코리아)은 4타를 까먹으며 합계 2언더파 142타 공동5위로 내려 앉았다. 이창구 홍지민기자 window2@seoul.co.kr
  • [KT&G 배구리그] ‘거포’ 이경수에 구멍뚫린 상무

    ‘장신 군단’ LG화재가 ‘거포’ 이경수의 고감도 스파이크로 2연승을 내달렸다. 대한항공은 천금 같은 시즌 첫 승을 올렸다. LG는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V-리그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앞뒤를 가리지 않는 이경수(26점)의 강타에 ‘노장 듀오’ 구준회(16점) 김성채(14점)가 힘을 보태 문석규(17점)가 버틴 상무를 3-1로 제치고 2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지난 23일 대한항공전에서 혼자 36점을 쓸어담은 이경수는 2경기 만에 62득점을 기록,1경기를 더 치른 현대캐피탈의 주포 후인정(51점)을 단숨에 끌어내리고 개인 득점 1위에 올라섰다. 구단의 설득으로 은퇴 2년 만에 코트에 컴백한 노장 구준회는 고비마다 블로킹 5개와 서브에이스 2개로 팀의 상승세를 부채질했고,33세의 최고참 김성채도 알토란 같은 14점을 건져 연승행진을 도왔다. LG는 이경수가 세터 이동엽과의 완벽한 호흡으로 상무의 기를 꺾는 백어택 2개와 오픈공격 3개 등을 모두 성공시켜 쉽게 1세트를 챙긴 뒤 구준회의 속공을 앞세워 2-0으로 달아났다. 삼성화재 출신 레프트 문석규의 오픈 강타를 앞세워 추격한 상무에 3세트를 내준 LG는 그러나 4세트 이경수가 또 폭죽처럼 5개의 백어택을 상대 코트에 내리꽂아 승기를 굳혔다. 대한항공은 장광균(15점)과 김웅진(26점)이 좌우에서 펄펄 날며 한국전력을 3-1로 꺾고 귀중한 첫 승을 신고했다. 대한항공은 한전의 투지에 말려 1,2세트를 모두 듀스 끝에 힘겹게 건진 뒤 마지막 4세트에서 김웅진의 백어택에 윤관열(14점)이 오픈강타와 블로킹으로 힘을 보태 한전의 추격을 따돌렸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프로배구 V리그] 후인정 ‘한전 스파크’ 무력화

    현대가 쾌조의 3연승을 내달렸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현대는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V-리그 1차투어 세번째 경기에서 지난 22일 삼성을 혼쭐낸 한국전력을 3-0으로 완파했다. 개막전에서 라이벌 삼성을 무너뜨린 이후 3연승을 달린 현대는 승점 6으로 선두를 굳게 지키며 1차(대전)대회 전승도 바라보게 됐다. 현대는 27일 삼성과 시즌 두번째 대결을 벌인다. 선봉은 노장 후인정(31). 개막전 21득점으로 승리의 주역이 된 후인정은 이날 더욱 묵직해진 백어택 6개를 비롯, 모두 18점을 터뜨려 득점 부문 1위에 올랐다. 서브포인트 2개와 블로킹 1개도 기록, 첫 ‘트리플 크라운’을 놓고 이경수(LG화재)와의 본격적인 쟁탈전을 예고했다. 현대는 현역 최고참 심연섭(34·10점)이 앞세운 한전과 25-25까지 랠리를 펼치다 장영기의 대각선 공격과 한전 이병희의 실책으로 첫 세트를 어렵게 따냈다.2세트에서 23-17까지 달아나다 또 듀스를 허용했지만 후인정의 서브포인트로 고비를 넘긴 뒤 3세트 5차례의 블로킹 등 철벽수비로 한전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지난 22일 삼성전에서 첫 세트를 먼저 빼앗는 깜짝쇼를 벌인 한전은 이날도 현대를 1,2세트 모두 듀스까지 몰고가며 괴롭히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과 투지를 드러내 ‘요주의 팀’으로 주목 받게 됐다. 여자부의 LG정유는 김민지가 2점짜리 백어택 6개를 포함해 개막 이후 개인 최다 점수인 37점을 쓸어담으며 최광희(31점)가 버틴 시범대회 우승팀 KT&G를 3-2로 2년만에 꺾고 첫 승을 신고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백문일기자의 국제경제 읽기]‘닷컴’기업 인수 발빠른 美 언론매체

    90년대 말 ‘닷컴’ 기업이 몰락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광고가 붙지 않아서다. 인터넷 ‘붐’만 거창하게 일었을 뿐 수입원인 광고는 TV나 신문 등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으로 동영상의 수요가 늘자 인터넷은 정보검색 차원을 넘어 영화와 음악, 게임을 즐기는 차세대 오락매체로 부상했다. 극장에서 TV로 갔다가 DVD에서 다시 인터넷 세상으로 흐름이 바뀌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미래 안방기기의 핵심장치를 놓고 ‘컴퓨터다.’,‘TV다.’하며 다투지만 온라인의 무한한 잠재력에 사활을 거는 것은 똑같다. 재미있는 것은 하루 7∼8시간씩 인터넷에 몰두하는 ‘온라인 마니아’들이 동영상 광고도 즐긴다는 점이다. 미 온라인출판협회가 최근 인터넷 사용자 2만 7000명을 조사한 결과,51%는 한달에 한차례 이상 온라인 동영상 광고를 본다고 답했다.27%는 일주일마다 한차례 이상 클릭하고 34%는 동영상 광고를 낸 기업의 웹사이트를 방문했다.9%는 사이트를 찾은 뒤 물건을 샀다. 이들은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해 명함같은 붙박이 광고에도 눈을 주지 않는다. 온라인 광고가 살아난다 싶으니까 기업들은 ‘닷컴 기업’의 인수에 나섰다. 역시 언론매체들이 빨랐다. 뉴욕타임스는 500여명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가진 검색업체 ‘어바웃 닷컴(about.com)’을 4억달러에 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온라인 금융뉴스업체인 ‘마켓워치’를, 워싱턴포스트는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를 수억달러씩에 인수키로 했다. 인터넷 광고회사인 ‘뷰 포인트’는 펩시와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온라인 동영상 광고가 TV광고에 비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올해 동영상 광고의 시장규모는 10억달러로 추정된다. 마스터카드와 서킷시티는 15∼30초짜리 온라인 광고를 야후에 싣고 있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는 영화광고 등으로 짭짤한 재미를 봐 지난해에 흑자전환했다. 스포츠 전문매체인 ESPN도 시티은행, 아멕스카드,P&G 등 50여 대형업체의 동영상 광고를 사이트에 올렸다. 구글의 주가가 최근 뛴 것도 지난해 광고수익의 증가에 힘입었다. 언론제국인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지난주 언론매체와 동영상 광고를 연계시켜 미래 전략사업으로 키우는 극비 전략회의를 가졌다. 일본에선 인터넷 광고수주가 지난해 53% 증가한 1814억엔으로 라디오를 앞질렀다.‘탕아’ 취급을 받던 인터넷 업체가 기존 광고시장의 판도까지 바꿀지 주목된다. mip@seoul.co.kr
  • [Anycall 프로농구] 누가 존스를 막으랴

    4쿼터 3분이 지날 때 쯤. 동료의 3점슛이 림을 맞고 나오자 수비수보다 두 걸음 뒤에 있던 단테 존스가 튀어 올라 공격리바운드를 걷어냈다. 존스는 지체없이 다시 떠올라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 더블클러치슛을 성공시켰다. 가공할 체공력을 이기지 못한 상대는 내려오다 그의 팔을 쳐 추가자유투까지 헌납했다. 곧이어 주니어 버로의 슬램덩크슛과 김성철의 쐐기 3점포가 작렬했다. 상대팀으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SBS의 돌풍이 그칠 줄을 모른다.‘업그레이드’된 용병 존스(31점 11리바운드)를 정점으로, 코트에 나선 모든 선수들이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낸 SBS가 2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04∼05시즌 경기에서 전자랜드를 100-90으로 눌렀다. SBS는 9연승으로 팀 창단 이후 최다 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김동광 감독도 20년 지도자 인생중 개인 최다 연승의 감격을 누렸다. 수년간 안양체육관을 썰렁하게 비워두었던 팬들은 관중석을 가득 메웠고, 기립박수로 연승을 축하했다. ‘존스 효과’가 여실히 드러났다. 존스의 빼어난 기량을 제쳐 두고서라도 누구 하나 제 몫을 못하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SBS는 강팀으로 변해 있었다. 이정석(11점)은 날카로운 패스를 쉴 새 없이 날렸고, 양희승(20점)과 김성철(12점)의 슛은 던지는 대로 림에 꽂혔다. 은희석과 버로는 투지 넘치는 허슬플레이로 수비를 책임졌다. 초반은 연승 행진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전자랜드에 끌려 갔다. 미국프로농구 ABA리그에서 7시즌을 함께 뛰어 존스의 명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자랜드의 ‘트리플더블러’ 앨버트 화이트(34점)가 선봉에 나서 존스와 맞섰다. 그러나 2쿼터부터 전열을 정비한 SBS는 5분여 동안 전자랜드를 무득점으로 묶으며 이정석의 레이업슛과 은희석의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 양희승의 날카로운 골밑 돌파로 역전에 성공한 뒤 넉넉한 리드를 지켰다. 최명도와 문경은이 3점포를 쏘아대며 맹렬하게 따라 붙은 3쿼터에서는 존스가 그림같은 페이드어웨이슛을 잇따라 림에 꽂아 불을 껐다. 3위 KCC와의 승차를 어느새 반 게임까지 좁힌 SBS가 이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플레이오프 4강 직행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안양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KT&G 프로배구] ‘무적함대’ 삼성 울었다

    마침내 ‘하얀 태양’이 네트 위로 튀어올랐다.20일 프로배구 원년 V-리그 개막전이 벌어진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7000석 가까운 관중석을 꽉 메운 배구팬들은 프로의 옷으로 말끔히 갈아입은 백구의 열기로 올 겨울 마지막 추위를 녹였다. 선수들이 어깨를 휘두를 때마다, 공이 코트에 꽂힐 때마다 환호와 한숨을 뒤섞어가며 향연을 만끽했다. 대전 삼성블루팡스와 천안 현대스카이워커스의 라이벌전으로 벌어진 이날 개막전에서는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현대가 풀세트 혈전 끝에 ‘무적함대’ 삼성을 3-2로 침몰시키고 원년 첫 승리의 감격을 안았다. 실업 시절이던 지난 시즌 11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번 승리에 그친 현대는 프로배구 첫 경기에서 대역전승을 나꿔채 올시즌 프로배구의 지각변동을 예감케 했다. 현대는 초반 두 세트를 내리 빼앗겨 패색이 짙었지만 높이를 바탕으로 한 끈질긴 승부욕을 발휘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반면 김 감독과 ‘40년지기’ 신치용 감독의 삼성은 김세진과 석진욱의 부상으로 전력이 약화된 데다 후반 체력의 열세와 현대의 투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쓴 잔을 들었다. 첫 세트부터 양 팀의 대결은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현대는 한 점 주고 한 점 얻는 랠리가 삼성 장병철의 속사포에 멈추고 세터 권영민의 토스가 덩달아 무뎌지면서 1세트를 내줬다. 2세트 현대는 장영기와 후인정이 왼쪽과 오른쪽에서 분전했지만 최고 득점(25점)을 올린 장병철이 펄펄 난 삼성의 무차별 공격에 발마저 느려져 개막전 승리의 꿈은 날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3세트 들어 높이로 승부를 건 현대는 5개의 블로킹을 앞세워 한 세트를 만회한 뒤 4세트에서도 장영기의 왼쪽 공격과 군에서 돌아온 센터 신경수의 중앙 속공으로 체력에 열세를 보이기 시작한 삼성과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세트까지 예측할 수 없던 승부는 송인석의 손에서 갈렸다. 송인석은 3-3으로 팽팽하던 고비에서 천금 같은 ‘다이렉트 킬’로 대세를 바꾼 뒤 막판에는 대포알 같은 대각선 오픈공격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삼성화재의 노장 센터 김상우는 1세트 후인정의 손을 스치는 번개 같은 속공으로 프로배구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윤봉우(현대)는 신진식의 강력한 오픈공격을 차단하는 첫 블로킹을, 장병철(삼성)은 첫 서브에이스를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여자부 첫 경기에서도 명승부는 이어졌다. 장소연 강혜미가 은퇴, 전력 약화가 예상되던 현대건설은 도로공사에 초반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정대영 윤혜숙을 앞세워 동률을 이룬 뒤 마지막 세트에서 네 차례의 듀스 끝에 귀중한 첫 승을 낚았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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