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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징용 피해자 지원 재단 ‘좌초’ 위기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를 돌아볼 여력은 당사자 사망 등으로 갈수록 희미해진다. 그런데 넋을 달래려는 정부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다섯 달 남짓 다가온 광복 70돌이 무색해진다. 1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출범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대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이승한)는 허가처분과 임원임명 무효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2012년 3월 재단 설립 준비위원회를 발족한 이들은 자체적으로 임원을 뽑고 정부의 사후 승인을 받는 ‘승인제’를 요구해 임명제를 고집하는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준비위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재단 출범에 맞서 곧장 소송을 걸었다. 재단은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끝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고 말았기 때문에 재단에 대한 사업예산 지원을 일단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3년 4월 현재 정부로부터 생존자 위로금을 받는 강제징용 피해자는 2만 4386명이다. 물론 당사자 모두 100세에 가까운 고령이기 때문에 지원체계 정비 자체가 거듭 늦어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 징용이란 전쟁 때 필요한 인적 자원을 보충하기 위해 보상을 지급하고 역할을 분담시키는 것으로, 일제는 이른바 위안부로 불리는 근로정신대를 차출하고 미쓰비시, 신일본제철 등 군수물자 공장, 전투지역 노역장에도 한국인을 동원했으면서 임금지급을 미루는 등 무자비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부는 한때 외교적 마찰 우려를 빌미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대일 청구권 행사를 교묘하게 방해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사커는 추억이다] EPL서 기립박수 받은 ‘중국의 박지성’

    [사커는 추억이다] EPL서 기립박수 받은 ‘중국의 박지성’

    현재 중국의 C리그는 ‘엄청난 투자자본 유치’와 더불어 ‘유명 외국 선수’들의 유입으로 날로 규모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前 수원 삼성 선수였던 리웨이펑(李瑋鋒 ‧ 은퇴)도 작년 11월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예전보다 K리그와 C리그의 격차가 좁혀진 것 같다. 내가 뛰었던 시절처럼 K리그가 중국 슈퍼리그를 압도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래 한국 구단에 투자가 적은 것과 슈퍼리그에 자국의 레전드와 해외 레전드가 은퇴하기 전에 1년이라도 뛰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까닭이 아닌가 싶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자국리그의 발전은 고스란히 국가대표팀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어있습니다. 중국도 언제까지나 ‘공한증’을 겪으며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란 법이 없지요. 이번 아시안 컵 경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그들이 예선에서 거둔 3승은 단순히 운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성과임에 분명합니다. 대표팀의 성과로 이어진 자국리그의 성장도 그 핵심에 해외리그에서 뛰고 돌아온 자국의 레전드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2010년부터 중국 국가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정쯔(Zhèng Zhì)’도 2007년부터 2년 간 잉글랜드의 찰튼 애슬레틱에서 뛴 해외파 출신입니다. 그는 찰튼 시절 55경기 9골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보였지만 찰튼의 강등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 후 슈퍼리그로 복귀했다가 2009년 9월 셀틱으로 이적한 그는 레인저스와의 데뷔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2-1승리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백업으로 활동하면서 16경기만을 출전하는데 그쳤습니다. 2010년부터 다시 자국리그의 광저우 헝다로 복귀하며 전천후 미드필더로서 핵심 맴버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정쯔와 함께 중국 축구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중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EPL에서 기립박수(Standing Ovation)를 받은 ‘순 지하이(Sūn Jìhǎi)’입니다. 1995년 다렌 왕다에서 데뷔한 그는 데뷔 초부터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정교한 크로스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폭넓은 활동량을 가진 그는 1999년 국가대표팀 동료인 판즈이(Fan zhiyi ‧ 現 상하이 둥야 감독)가 있는 EPL의 크리스털 펠리스로 이적하면서 해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선수는 유니폼 팔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기는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결국 그는 중도에 다시 슈퍼리그로 돌아와야만 했고, 자신의 실력을 더 갈고 닦으면서 언젠간 다시 찾아올 기회를 위해 칼을 갈았습니다. 2002년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며 다시 EPL에 복귀한 순지하이는 자신의 실력을 세계에 뽐낼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유니폼 판매를 위한 마케팅 술수”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만의 활동량과 투지를 보이며 묵묵히 연습에만 임했습니다. 그런 그의 성실한 모습을 본 스튜어트 피어스(Stuart Pearce ‧ 現 노팅엄 포레스트 감독)는 그를 “화려한 스킬은 없지만 다부진 수비능력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중용할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02/03 시즌 중반부터 팀의 주전 윙백으로 낙점 받은 순 지하이는 팀을 강등권 싸움에서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그의 헌신 덕에 맨 시티는 17위로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습니다. 13억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맨 시티 팬들의 마음속에 ‘SUN’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킨 시즌이었습니다. 그가 맨 시티의 주전 수비수로 자리매김하면서 맨 시티에는 수많은 중국인 팬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들은 ‘더 차이니즈 시티즌'(The Chinese Citize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지요. 2004년, 끔찍한 부상이 그의 주전 자리를 빼앗아 갔습니다. 그가 재활을 하는 동안 팀은 많은 투자의 효과를 보며 예전의 강등권 팀에서 중위권으로 서서히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수비능력과 근면성실함은 새로 부임한 에릭손(Sven Goran Eriksson ‧ 現 상하이 SIPG FC감독)감독에게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에릭손은 MCTV인터뷰에서 “솔직히 중국 선수는 한 명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한 명은 알아둬야 할 것 같다. 그는 전술에서 활용할 가치가 많다”라고 말하며 순 지하이를 치켜세웠습니다. 에릭손 감독 하에서 순 지하이는 주전과 교체를 넘나들며 자신의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기복 없는 꾸준함으로 EPL을 보는 모든 팬들에게 “SUN”이라는 이름을 각인 시킨 순 지하이. 2008년 탁신 총리가 맨체스터 시티를 이수하기까지 7년간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하며 프리미어리그 130경기 출장이라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구단주의 부임 후, 현재와 같은 강력한 맨 시티를 이루고 싶었던 팀의 입장에서는 그는 다소 부족한 선수가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그는 2009년 자국리그의 청두 블레이즈(Chengdu Blades ‧ 청두 티옌청으로도 불림)로 돌아왔습니다. 2008년 5월 22일 사우스 차이나(China Athletic Association ‧ 홍콩의 1부리그 팀으로 마테야 케즈만과 니키 버트가 이곳에서 뛰고 은퇴했다)와 마지막 친선경기를 가진 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시티의 유니폼을 입고 뛴 경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에릭손은 처음으로 이 노장 충신을 주장으로 임명해 주면서 그의 공로를 치하했습니다. 순 지하이가 슈퍼리그에 돌아오자 중국 팬들은 그가 맨 시티에서 뛸 때보다 더 열광했습니다. EPL의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가 자국리그에서 뛰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 매일 축구장을 찾았습니다. 비교해보자면 기성용 선수가 스완지에서 오랫동안 뛰고 난 후 EPL에서 돌아와 K리그 구단에서 뛰게 된 것입니다.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마울까요? 2012년 1월, 그는 에티하드 스타디움(Etihad Stadium, 옛 명칭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 방문을 초대받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기념행사에 초대된 것입니다. 맨 시티 구단에서는 그의 공헌을 기억하고 있었고, 보답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어준 것입니다. 그는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제가 맨 시티에 있었을 때 이 팀은 제게 최고였습니다. 지금은 EPL에서, 세계에서 최고의 팀이 되었습니다. 정말 기쁩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기억해주는 팬들에게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그의 헌신을 잊지 않았던 맨 시티의 팬들은 그에게 기립박수와 환호성으로 레전드 대우를 해주었구요. ‘기립박수’는 순 지하이가 중국의 레전드를 넘어 세계적인 클래스의 선수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는 2009년 청두 블레이즈 입단식을 가지면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뛰겠습니다. 중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아직까지도 슈퍼리그 흥행의 선두에서 팬들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현재는 구이저우 런허 FC 소속) 단순히 천문학적인 투자로 슈퍼리그가 많은 성장을 거두었다고 생각한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팬들의 마음이 특히 그렇지요. 팬심이 떠난 리그는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자국리그에서 뛰는 것을 맨 시티에서 뛰는 것과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뛰었고, 지금도 뛰고 있는 순 지하이가 그 중심에서 팬들과 소통했기 때문에 슈퍼리그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동영상 보기 http://youtu.be/lk82VmYYub0 김용표 인턴기자 nownews@seoul.co.kr
  • [사커는 추억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을용’

    [사커는 추억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을용’

    개인적으로 2002월드컵에서 진땀을 흘리며 봤던 경기는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전이 아니었다. 위 세 경기는 강팀과의 경기라 애초에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우리나라 선수들이 흐름을 잘 읽어가며 경기를 주도했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조별예선 2차전이었던 미국과의 경기는 달랐다. 햇살이 뜨거웠던, 유일한 오후 3시대의 경기. 선수들은 경기시작 얼마 지나지도 않아 매우 지쳐보였다. 여름철의 무더위와 습도, 햇살로 인한 높은 불쾌지수는 양팀 모두에 해당되었지만 미국 선수들보다 우리나라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았다. 이는 당시 한국대표팀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Guus Hiddink)의 눈에도 똑같이 보였었나보다. 그는 2003년 월드컵1주년 인터뷰에서 “가장 힘든 경기는 미국전 이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았음을 밝혔다. 설상가상 전반전 중반에 황선홍이 볼 제공권 다툼과정에서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자 히딩크는 안정환과의 교체를 준비했다. 그러나 그는 붕대를 감더라도 경기를 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황선홍에게 긴급치료가 이뤄지고 있을 무렵, 미국은 우리 선수 10명이 뛰었던 6분간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클린트 매티스(Clint Mathis‧현재 은퇴)가 선취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황선홍은 경기에 재투입되자마자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마치 자신 때문에 실점을 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그의 투지에 하늘도 감복했는지 전반 종료 무렵 황선홍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히딩크는 평소 정확한 왼발을 자랑했던 이을용에게 킥을 지시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한국을 외면했다. PK선방에 일가견이 있던 브래드 프리델(Brad Friedel‧現 토트넘)의 팔에 이을용의 슛이 걸린 것이다. 이을용은 (경기후 인터뷰서 밝혔듯이) 페널티킥을 얻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뛴 선배에게, 동료들에게, 자신을 믿고 맡겼던 감독에게, 국민들에게 미안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그는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매서운 폭염과 불쾌지수는 모든 한국선수들을 지치게 만들었고 경기는 점점 그렇게 끝나는 듯 보였다. 히딩크는 다음 상대가 우승후보 포르투갈임을 감안하여 그 경기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고, 슈퍼서브 임무를 안정환에게 맡기며 총공세에 나섰다. 후반36분, 한국은 하프라인 20m앞 위치에서 세트피스 찬스를 맞았다. 선수들의 지친 모습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던 이을용은 이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트피스 뿐이라고 판단했고, 자신의 왼발에 모든 감각을 집중시켜 최대한 정교한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을용의 판단과 히딩크의 신의 한수는 기가 막히게 적중했다. 그토록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문제는 이을용의 택배 크로스와 안정환의 스치는 듯한 헤딩에 의해 풀렸고 이을용은 그제서야 두 손을 불끈 쥐며 전반전 PK실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을용의 전매특허인 왼발은 2002년 그 빛을 발했다. 미국전 PK실축이 있었지만 그 난관을 극복, 1골 2어시스트라는 진가를 보여주며 자신의 역할을 200% 해냈다. 특히 3,4위전에서 선보였던 오른쪽 상단으로 빨려 들어가는 프리킥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ABC의 마크로이드 해설위원이“한국에 프리킥을 저렇게 잘 차는 선수가 있었나?”라고 감탄했을 정도. 당시 터키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세뇰 귀네슈(Senol Gunes‧現 부르사스포르 감독)도 이을용의 플레이에 매료되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알바로 레코바보다 왼발을 잘 차는 선수를 기억하고 있다”며, 자신이 트라브존스보르(Trabzonspor)의 감독이 되자 이을용을 이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미 터키에서의 경험이 있었지만 만족하지 못한 시절을 보냈던 이을용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귀네슈 체제하의 트라브존스보르에서 주전으로 출전하며 25경기 6어시스트의 준수한 활약을 보인 그는 팀을 리그2위에 올려놓았고 챔피언스리그 출전티켓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서 이을용에 대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EPL진출에 따른 상대적인 관심의 저하도 이유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겠으나 가장 중요했던 것은 국민들의 인식이었다. 2003년 12월 7일에 있었던 중국과의 경기에서 ‘리이’가 이을용에게 계속 거친 반칙을 범하자 이에 분노한 그는 오른손으로 머리를 가격했고 곧바로 퇴장 당했다. 팬들은 이를 ‘을용타’라고 부르며 신조어로 만들었고, 어느새 그는 대표팀에서까지 제외되었다. 스포츠 내셔널리즘에 흥분한 팬들은 처음엔 열광했지만, 이는 스포츠 제1원칙인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행동이었고 축구협회와 감독, 팬들은 시간이 갈수록 그의 2002년 플레이보다 ‘을용타’만을 기억했다. 그렇기에 박지성, 이영표에 대한 기사는 쏟아졌으나 이을용이 활약하는 하이라이트 장면 하나조차 보도되지 않았던 것이다. 2006년 딕 아드보카드(Dick Advocaat ‧ 現 세르비아 감독)가 감독으로 선임되고 나서야 다시 대표팀에 차출되었지만 2002년의 핵심맴버로 화려한 대접을 받았던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그의 플레이는 평가 절하되었고 그의 왼발 또한 점점 무뎌져갔다. 그 후 FC서울로 복귀한 그는 2009년 새롭게 창단된 강원FC로 이적하여 2011년까지 뛴 후 은퇴하였다. 지금은 강원FC의 코치로 활약 중이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을용하면 ‘을용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화려한 2002년의 업적을 뒤로하고 한 번의 실수로 자신의 성실한 이미지를 잃어버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을용’.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의 왼발이 을용타 사건을 덮을 순 없겠지만 코치와 감독으로써 좋은 경기내용과 성적을 거두어 제2의 축구인생에서는 진정한 영웅대접을 받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김용표 인턴기자 nownews@seoul.co.kr
  • [아시안컵] 손날두 침묵은 끝났다

    [아시안컵] 손날두 침묵은 끝났다

    “손흥민(레버쿠젠)을 선발로 내보내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어 내겠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을 하루 앞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0경기째 A매치 무득점에 허덕이고 있는 손흥민에게 굳은 신뢰를 보냈다. 21일 호주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전 기록을 뜯어보면 우리는 많은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패스 실수도 많았다”며 “8강전에서는 손흥민을 투입해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일 경기는 더 나아질 것을 고민하는 자리가 아니다. 실수하면 곧바로 보따리를 싸야 한다”면서 “(결승전인) 1월 31일까지 호주에 머무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각 팀의 강점과 약점이 모두 드러났다. 지난 나흘 동안 8강전을 잘 준비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손흥민을 옆자리에 앉힌 슈틸리케 감독은 “내일 선발로 나온다”고 재차 강조하며 “그는 지난 며칠 동안 몸이 좋지 않았지만 조금씩 단계별로 회복했다”면서 “내일 90분을 다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전술적인 변화에 대해 “상대가 원톱 혹은 스리톱을 쓰든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포괄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직업 선수들인 만큼 상대 전술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다만 호주전에서와 같은 정신력을 보여 주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만전 후반의 기술적인 면, 특히 뛰어났던 당시의 공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이 호주전에서의 정신력, 투지와 합쳐지면 무한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둘 중 하나만 잘못돼도 좋은 경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팀은 22일 오후 4시 30분 전통적인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 나서는데 아시안컵 역대 첫 무실점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별리그에서 오만, 쿠웨이트, 호주에 모두 1-0으로 무실점 승리를 거둔 한국은 이번 대회 개막 전인 지난 4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2-0승)을 포함해 4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정규 시간 90분 동안 실점하지 않을 경우 11년 만에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게 된다. 한편 미르잘랄 카시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감독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90분 안에 경기를 끝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승부차기 따위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서 “공격수 세르베르 제파로프와 미드필더 티무르 카파제 등 ‘지한파’ 베테랑들을 믿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슈틸리케 “손흥민 선발 투입해 좋은 장면 만들 것”

    슈틸리케 “손흥민 선발 투입해 좋은 장면 만들 것”

    우즈베크전 앞둔 기자회견…"오만전 후반 기술·호주전 투지 함께 보여야"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21일 "손흥민(레버쿠젠)을 선발로 투입해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을 하루 앞두고 이날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전 기록을 자세히 보면 우리는 많은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패스 때도 실수가 많았다"며 "손흥민의 투입으로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4강 출전권을 둘러싼 결전은 한국시간으로 22일 오후 4시 30분 시작된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문답. -- 내일 경기를 앞둔 각오를 말해달라. ▲ 모든 8강전이 재미있을 것이다.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을 고민하는 자리가 될 수 없다. 실수를 해서 지면 보따리를 싸야 한다. 우리는 중도에서 그만두고 싶지 않다. 1월 31일까지 호주에 머무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전진할 것이다. 조별리그가 끝나 각 팀의 강점과 약점, 상대의 강점과 약점이 모두 드러난 시점이다. 모든 팀의 전술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8강전을 4일 동안 잘 준비했다. 이를 통해 경기를 잘했으면 좋겠다. -- 오늘 손흥민이 동석한 것은 내일 선발 출전을 예고하는 것인가. 골이 없는 손흥민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어떤 게 있나. ▲ 손흥민은 내일 선발로 나온다. 손흥민은 지난 며칠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씩 단계별로 회복하고 있다. 내일 90분을 다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우리 호주전 기록을 보면 우리는 기회를 많이 만들지 못했고 패스도 많이 실수했다. 손흥민 투입으로 위협적 장면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전술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인가. ▲ 상대가 전술 변화를 어떻게 주든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상대가 원톱, 스리톱을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고, 직업선수인 만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야 한다. 경기 중의 상황 변화에 따라 매번 선수들에게 감독이 지시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의 대응 능력이 일차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면을 강조하며 많은 훈련을 하고 있다. --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높은데 월드컵 부진 등으로 실망을 안겼다. 그런 게 감독으로서 부담되나. ▲ 시간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한다. 과거와 현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브라질만 봐도 세계 최강으로 꼽혔으나 유럽 국가들에 최강 타이틀을 빼앗겨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지금 대표팀을 보면 지난 월드컵보다 절반 정도 구성원 변화가 있었다.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 국민의 기대가 커 부담이 되기도 한다. 오만전, 쿠웨이트전에서는 선수들이 부담감 때문에 부진한 것 같기도 하다. 호주전에서는 부담을 떨쳤기 때문에 나은 경기를 한 것 같다. 내일도 부담이 변수다. 선수들이 호주전과 같은 정신력을 보여주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 내일 기온이 섭씨 36도로 매우 더울 것 같은데 준비가 됐나. ▲ 우리는 브리즈번에서 경기했다. 거기도 매우 더웠다.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브리즈번에서 경기하지 않은 팀이라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 부임 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새롭게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주안점은. ▲ 오만전 후반의 기술적인 면을 주목한다. 점유율, 패스 성공률이 그때 높았다. 호주전에서 보여준 정신력, 투지도 높이 평가한다. 오만전 후반의 기술, 호주전의 투지를 묶어야 한다. 둘 중의 하나만 잘못되도 좋은 경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합뉴스
  • [프로배구] 복덩이 에커맨 어디 있다 왔니

    [프로배구] 복덩이 에커맨 어디 있다 왔니

    “에커맨,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니?” 지난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도로공사와의 홈 경기에서 GS칼텍스의 이선구 감독은 이 말을 속으로 되뇌었을 법하다. 신입 외국인 선수 헤일리 조던 에커맨(22·미국). 한국 코트를 밟은 지 이제 20일도 되지 않았지만 보란 듯이 ‘교체 용병’의 진가를 발휘했다. 도로공사전에서 혼자 올린 점수만 무려 42점(공격성공률 41.66%). 비록 팀은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분패했지만 이 감독으로서는 전혀 아깝지 않은 경기였다. 9-13으로 뒤지던 5세트 에커맨은 2차례 연속 백어택을 터뜨려 11-13을 만들어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경기를 만들었다. GS칼텍스는 시즌 중반인 지난 2일 쎄라 파반(캐나다)을 내보내고 에커맨을 새로 영입했다. 이 감독은 “192㎝의 에커맨은 키도 키지만 투지가 남다르다”며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욕이 분명하다. 지난 20일 가까이 상승 곡선이 가파르다. 만약 이 곡선이 아래로 꺽인다면 코칭스태프가 잘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에커맨은 데뷔전인 3일 KGC인삼공사전과 두 번째 무대인 6일 IBK기업은행전에서 각각 18득점(공격성공률 33.96%), 19득점(공격성공률 39.13%)으로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5일 현대건설전에서는 41득점(공격성공률 45.23%)으로 살아나더니 19일 한국 무대 최다 점수를 끌어냈다. 한편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는 41점을 폭발한 레오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화재가 LIG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프로농구] ‘악재를 약재로’ 투지의 인삼공사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에는 궂긴 일이 많았다. 지난 17일에는 장민국의 트레이드 방침에 불만을 품은 아버지 장윤창씨가 구단 사무실 화분 두 개를 깨뜨리는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그런 인삼공사가 1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원정 경기에서 단독 선두 SK를 69-58로 꺾었다. 6연승을 달리던 SK 박상오가 부상으로 결장했다지만 8위 인삼공사에는 넘기 힘든 벽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삼공사 선수들은 4쿼터 내내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승리를 쟁취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세근(17득점 9리바운드)과 박찬희(10득점·5리바운드)가 오랜만에 힘을 냈다. 강병현은 SK의 추격이 거세질 때마다 불씨를 꺼뜨리는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무엇보다 리바운드에서 45-23으로 크게 앞섰다. 승리를 향한 인삼공사 선수들의 집념이 묻어나는 기록이다. 문경은 SK 감독은 경기 뒤 “이길 수가 없는 경기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동남 인삼공사 감독대행은 “‘한번 해 보겠다’는 의지로 코트에 나서 투지를 불태운 선수들 덕분”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6위 부산 KT와의 승차는 4경기다.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14득점을 올린 강병현은 “오늘 내 기록을 보면 야투 성공률이 굉장히 낮다”면서 “이 정도 쏘면 누구나 이 정도 넣는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SK는 28승9패를 기록해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모비스(27승9패)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줄였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 [아시안컵] 호주전 일등공신 ‘슈의 두 남자’… “우즈베크 비켜라”

    [아시안컵] 호주전 일등공신 ‘슈의 두 남자’… “우즈베크 비켜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부터는 예전의 볼 점유율을 회복하겠다.” 3전 전승으로 8강에 진출했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번엔 ‘볼 점유율’이다. 그는 18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회복훈련을 앞두고 “어제 호주전은 오만, 쿠웨이트전과는 달리 점유율에서 앞서는 경기가 아니었다”며 “8강전에서는 어떻게든 점유율을 장악하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 맞는 볼 소유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최전방이든 중원이든 위치를 가리지 않고 볼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지배할 것을 선수들에게 요구해 왔다. 비록 1-0 승을 거두긴 했지만 호주전은 1, 2차전 부진을 깨끗이 만회할 만한 후련한 경기는 아니었다. 볼 점유율은 35%로 오만전(67%), 쿠웨이트전(51%)보다 크게 떨어졌다. 점유율이 떨어지다 보니 슈틸리케 감독이 평소에 강조해 온 ‘2-1 이상의’ 공격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면서도 슈틸리케 감독은 “주전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매 경기 라인업이 크게 바뀌는 혼란이 생겼지만 마지막 호주전에서 잘된 것 가운데 하나는 정신력과 투지였다. 이는 우즈베키스탄전 이후에도 우리 선수들이 계속 유지해야 할 대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종 엔트리 23명 가운데 한 번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는 골키퍼 정성룡(수원) 단 한 명만 빼고 22명. 또 미드필더 한국영(카타르SC)까지 제외하면 21명이 한 차례 이상 선발로 나섰다. 1차전(오만) 선발 가운데 2차전(쿠웨이트)에 선발로 나선 선수도 4명에 불과했다. 경기마다 선발이 절반 이상 바뀌는 혼란이 계속됐지만 결과는 좋았다. 중앙수비 조합이 매 경기 바뀌었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철저한 대인방어로 실점을 ‘0’으로 틀어막았다. 3전 전승을 거둔 건 조별리그 방식이 도입된 1996년 대회(아랍에미리트연합) 이후 처음이고, 무실점으로 8강에 오른 건 2004년(중국) 이후 11년 만이었다. 한편 호주전에서 팔꿈치 부상을 입은 구자철(마인츠)이 검사 결과 인대 파열로 밝혀져 이청용(볼턴)에 이어 두 번째로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해 대표팀은 21명으로 줄었다. 한국은 오는 22일 오후 4시 30분 멜버른 렉탱글러 스타디움에서 1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3-1로 제치고 B조 2위를 차지한 우즈베키스탄과 4강 티켓을 다툰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경찰, ‘비정규직 철폐’ 오체투지 행진단 해산

    경찰, ‘비정규직 철폐’ 오체투지 행진단 해산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정리해고-비정규직 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행진단’이 11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하던 중 경찰에 의해 해산되고 있다. 이들은 대한문에서 청와대 인근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할 예정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주최 측이 (교통체증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횡단보도는 걸어서 건너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대보그룹 ‘軍 공사 로비’ 장교 6명 수천만원 수뢰 포착

    ‘군 시설공사 뇌물수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점점 확대돼 전·현직 장교 10여명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특히 영관급 장교 5~6명이 대보그룹 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직접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검찰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최근 구속된 대보건설 민모(62) 부사장과 장모(51) 이사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현역 장교 10여명을 대상으로 1000만~2000만원씩 모두 1억 5000만원 안팎의 뇌물을 건네려 한 단서를 확보했다. 두 사람은 모두 육군 장교 출신으로, 로비대상 장교들은 국방부가 발주하는 각종 공사의 업체 선정에 평가심의위원으로 참여했다. 육·해·공군 장교가 모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이들 가운데 육군 및 공군 장교 5~6명이 “대보건설이 좋은 점수를 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직접 뒷돈을 건네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군 검찰에 통보했다. 예비역 해군 대령 2명과 전직 국방부 군무원이 대보 측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이들에게 금품로비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대보그룹이 ‘육군 이천 관사 및 간부숙소 공사’ 외에도 ‘파주·양주 병영시설 공사’와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하나인 ‘전투지휘훈련센터(BCTC) 및 단기체류 독신숙소 공사’ 등 국방부 등이 발주한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도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도 포착했다. 파주·양주 병영시설 사업비는 645억원, BCTC사업은 537억원 규모다. 500억원 안팎의 이천 관사를 포함해 로비 정황이 드러난 3개 공사의 사업비를 합하면 1700억원에 육박한다. 이들 사업에는 각각 20명 안팎의 현직 군인과 민간인 평가심의위원이 사업자 선정에 참여했다. 검찰은 대보그룹 외 입찰 경쟁사들의 로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화보+3] 정리해고, 비정규직법 철폐 요구하던 행진단...해산돼

    [화보+3] 정리해고, 비정규직법 철폐 요구하던 행진단...해산돼

    정리해고 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행진단이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하다 경찰에 강제해산됐다.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앞에서 2차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한 행진단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며 청운동사무소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투지의 중고신인 vs 겁없는 순수신인…2015 프로야구 신인왕 누구

    투지의 중고신인 vs 겁없는 순수신인…2015 프로야구 신인왕 누구

    이순철, 이정훈, 양준혁, 박재홍, 이병규, 홍성흔, 김태균, 오승환, 류현진, 최형우, 서건창…. 출범 34년째를 맞는 프로야구를 빛낸 이들은 모두 신인왕 출신이다. 올해도 생애 한 번뿐인 영광이자 스타 등용문인 ‘을미년 신인왕’을 목표로 각 팀의 잠룡들이 뛰고 있다. 올 시즌 신인왕으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2년차 좌완 임지섭(LG)이다. 지난해 14와3분의2이닝(4경기) 동안 1승2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한 그는 올해도 신인왕 자격을 갖추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입단 해를 제외한 경력 5년 이내, 투수 30이닝, 타자 60타석 이내면 요건을 부여한다. 지난해 3월 30일 두산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임지섭은 190㎝의 큰 키에 시속 150㎞의 강속구를 던지며 승리를 따냈다. 고졸 투수가 데뷔전 승리투수가 된 것은 1991년 김태형(롯데)과 2002년 김진우(KIA), 2006년 류현진(한화)에 이어 역대 네 번째였다. 4월 말 2군으로 내려간 임지섭은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했으나 특별 훈련을 받으며 투구 폼 등을 가다듬었다. 올 시즌 LG의 선발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있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14년도 2차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29순위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김하성은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이적할 경우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퓨처스(2군) 리그에서 타율 .362를 기록한 그가 1군에 연착륙하면 충분히 신인왕에 도전할 만하다. 주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윤석민을 넘어야 하는데, 수비는 김하성이 낫다는 평가다. 동산고 시절 고교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이건욱(SK)도 팔꿈치 수술과 힘겨운 재활을 마치고 올 시즌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 개성고 시절 초고교급으로 평가받았던 심재민(kt)도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해 올 시즌 마법사 군단의 선발진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올해가 프로 첫해인 순수 신인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지난해 8월 2차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민우는 186㎝의 신장에 140㎞대 후반의 강속구를 갖춰 ‘우완 류현진’으로 주목받았다. 한때 메이저리그 구단이 눈독을 들였던 최원태(넥센)도 스타급 투수로 성장할 될성 부른 떡잎. 덕수고 출신 엄상백과 청주고를 졸업한 주권(이상 kt) 역시 잠재력이 풍부한 투수들이다. 2007년 임태훈(두산) 이후 끊긴 순수 신인의 신인왕 수상 명맥을 이들이 다시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19. Q여사에게 (7)야속한 아내, 얄미운 남편 II. 편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19. Q여사에게 (7)야속한 아내, 얄미운 남편 II. 편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철야로 술을 마시고 전화 연락조차 없습니다. 그렇다고 바가지를 긁어댈 수는 없고. 효과도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저의 양처(良妻)로서 관록을 유지하면서 남편의 나쁜 습관을 고치는 법은 없을까요?” 인생살이에는 고민이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기 한참 전, 활자 매체도 그리 풍부하지 않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대중 미디어를 통해 고민을 상담하곤 했습니다. 과거 선데이서울도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라는 고정 코너를 운영하며 많은 이의 고민을 들어주었습니다. 저마다 아픈 사연들이 하얀 편지지에 적혀 선데이서울 편집국으로 속속 배달됐고, 기자들은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일일이 답을 해주었습니다. 40여년 전 그 시절의 고민들은 주로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코너의 주요 내용을 발췌, 몇회로 나눠 전달합니다. (답변 중에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부적절하게 보여지는 것도 있습니다. 내용 자체보다는 당시의 사회상을 가늠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보시기 바랍니다.) ▒▒▒▒▒▒▒▒▒▒▒▒▒▒▒▒▒▒▒▒▒▒▒▒▒▒▒▒▒▒ 19. Q여사에게 (7)야속한 아내, 얄미운 남편 II. <아내→남편>편 [Q여사에게] 남편과 얘기할 틈 없는데 결혼한 지 6년 된 가정주부입니다. 남편은 술을 좋아하고 직장 성격상 매일 밤 12시가 되어야 집에 돌아옵니다. 남편은 퍽 양순하고 가정에도 관심을 갖는 성격이지만 집안일에 대해 얘기할 겨를이 없습니다. “오늘 저녁엔 자세한 얘기를 해줘야지” 하고 날마다 벼르지만 1주일이 지나도 그 기회가 안옵니다. 도대체 맑은 정신으로 대화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술이 덜 취했을 땐 그 분은 주로 자기 얘기만 합니다. 기분이 좋아서 하는 얘기에 그냥 나도 말려들어 정작 해야 할 얘기는 못하고 맙니다. 그분에게 금주를 시키거나 직장을 옮기게 할 자신은 없습니다. 이제 아이까지 생겼는데 그분의 관심은 가정적인 면에서 점점 멀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서울 성북동에서 길정자> 마음의 고향이란 증거예요 당신의 남편은 서울의 전형적인 월급쟁이인 것 같군요. 말은 하지 않지만 샐러리맨으로서의 좌절감, 압박감을 수시로 느껴야 하는 가여운 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분이 마침 술을 하실 줄 안다는 것은 당신에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밖에서의 여러 불쾌한 일을 술로 풀지 못하면 심하면 성격 파탄자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일이 흔히 있다고 합니다. 술이 덜 취했을 때 그분이 주로 자기 얘기를 한다고요? 그것이 바로 그분이 당신을 ‘마음의 고향’으로 알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남편의 사회적 지위가 안정될 때까지 해야 할 가정적 얘기는 혼자서 삭이세요. 그리고 열심히 그분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만 한다면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Q> -선데이서울 1969년 3월9일자 ▒▒▒▒▒▒▒▒▒▒▒▒▒▒▒▒▒▒▒▒▒▒▒▒▒▒▒▒▒▒ [Q여사에게] 왜 결혼반지를 안 낄까? 결혼 1주년이 며칠 안 지난 25세의 아내입니다. 지금 느낌으로는 제 남편은 저를 무척 사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집 남편들처럼 밤 늦게 들어오는 일도 별로 없고 매사에 저를 기쁘게 하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남편은 제가 해준 결혼반지를 여지껏 한 번도 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끼기 싫을 뿐”이라는 것이 그이의 핑계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서울 정릉동에서 이영신> 결혼의 부담감을 주지 않도록 반지 끼기 강요하지 마셔요 결혼한 남성의 결혼관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는 결혼을 당연하고 즐거운 생활조건으로 받아들여 자신이 기혼자임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타입. 또 한 가지는 결혼을 진지한 부담으로 의식하여 기혼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입니다. 이영신씨, 당신의 남편이 어느 편이기를 바라세요? 아마도 아내의 입장에서는 후자인 편이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분은 이 후자에 속하는 남편인 듯 하군요. 무의식 중이긴 하지만 그분은 결혼이라는 소중하고 힘겨운 부담이 결혼반지로서 어떤 무서운 굴레가 되지 않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충실한 남편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는 통계가 심리학 조사에 나와 있거든요. 반지를 억지로 끼고 나면 사랑스럽던 당신도 가끔 힘든 멍에로 상기되는 수가 있을 거에요. 아내이면서 줄곧 애인이기를 바라거든 반지 끼기를 강요하지 마셔요. 그이에게 당신은 조금도 부담스런 아내가 되지 않겠다는 투지를 지금부터 보여주는 것이 행복의 조건입니다. <Q> -선데이서울 1969년 1월 19일자 ▒▒▒▒▒▒▒▒▒▒▒▒▒▒▒▒▒▒▒▒▒▒▒▒▒▒▒▒▒▒ [Q여사에게] 매일 술 마시는 남편의 연락도 없는 외박 친애하는 Q여사, 이런 말씀 물으면 어리석은 여인이라고 하실까요? 그렇지만 바가지 긁는 여편네가 되기보다 Q여사의 현답을 듣고 싶어 하는 어리석은 여인이 되겠습니다. 저는 세 살, 한 살의 남매를 키우는 30세 주부입니다. 남편은 한 반관반민 업체의 주사입니다. 아마 세간에서 말하는 ‘물 좋은 자리’인 모양인데, 술 산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 반만 응해도 매일 밤 음주가 된다는 거예요. 술 마시는 것까지는 저도 이해해요(물론 건강은 걱정되지만). 그러나 철야로 술을 마시고 게다가 전화 연락조차 없습니다. 걱정이 돼서 못 살겠습니다. 그렇다고 바가지를 긁어댈 수는 없고. 효과도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저의 양처(良妻)로서 관록을 유지하면서 연락도 없이 외박하는 남편의 나쁜 습관을 고치는 법은 없을까요? <서울 제동에서 준이 엄마> 꾀병 공세와 시위를, 애교 있는 보복책도 이제 갓 서른인데 그렇게 현명한 처신을 하시는 것을 보면 준이 아빠가 얼마나 행복한 남편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너무 착하디 착한 아내에게는 가끔 싫증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남편들의 고약한 버릇이랍니다. 아내가 애교 있는 바가지도 긁고 떼도 써서 자신이 가부장적인 권위로 군림할 수 있었으면 하는 심리가 준이 아빠에게 없을까요? 다음 번에 외박을 하시거든 한 번 시위를 해 보세요. 밤새도록 걱정이 되어 잠을 못잤더니 병이 났다고 링거라도 맞는 시늉을 하는 ‘꾀병’ 작전. 외박한 다음다음날쯤 이쪽도 아무 말 없이 친정으로 가버리는 ‘보복’ 작전 등. 그러나 물론 남편이 굴복하고 마는 형식이 되게끔 일을 끌어가지는 말고 단지 “나도 화낼 줄 아는 사람인 줄 아시죠?” 정도의 상냥한 정책이어야 된다는 것은 아시겠죠?<Q>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편집자註>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 “비정규직 설움 없게”…혹한 오체투지

    “비정규직 설움 없게”…혹한 오체투지

    “크리스마스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네요. 눈물 나고 서러울 뿐입니다. 정규직이란 게 이렇게 목숨을 걸고 싸워도 어려운 일인 줄 몰랐습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9번 출구 앞.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유흥희(44·여) 분회장은 까맣게 물든 소복을 입은 채 읖조렸다. 몸도 마음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혹한이 몰아치던 지난 22일 동작구 신대방동 옛 기륭전자 본사에서 출발해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마포를 거쳐 이곳까지 ‘오체투지’(五體投地) 행진을 이어온 탓에 온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오체투지란 불교식 큰절을 가리키는 말로, 땅에 무릎을 꿇은 뒤에 두 팔꿈치를 땅에 댄 다음 마지막으로 이마가 땅에 닿도록 하는 절이다. 소복 안에 무릎보호대 등을 덧댔지만 온몸은 멍투성이가 됐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삼보일배보다 오체투지 동작이 훨씬 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윤 분회장 등 기륭전자 노동자 8명과 지지자 7명 등 15명은 북소리에 맞춰 열 걸음에 한 번씩 절을 하며 천천히 전진했다. 기륭전자 노동자 윤종회(44·여)씨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한을 2년에서 4~5년으로 늘리고 해고 요건을 완화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도 더 바쁜 발걸음이 필요하다”며 “더 이상 노예로 살기 싫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던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 까닭은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서다. 유 분회장은 “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없애지 않으면 제2의 기륭전자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위성라디오를 만드는 기륭전자에서의 분규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견 비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설립되자 회사가 이들을 해고했고 노조는 2010년 11월까지 1895일 동안 복직 투쟁을 벌였다. 20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은 10명으로 줄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5월 조합원 10명이 ‘정규직’으로 복직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들에게 어떤 일도 맡기지 않았고 월급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12월에는 몰래 사무실을 비우고 ‘야반도주’했다. 회사는 지난 2월 상장 폐지했고 3월에는 12억 8851만원의 자본금을 6642만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진행했다. 잠시나마 희망도 비췄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월 조합원 10명이 기륭전자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밀린 임금 1692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회사는 항소했다. 이들은 26일 청와대 옆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행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륭전자 노동자 이인섭(46)씨는 “비정규직 노조 결성도 우리가 시작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공농성과 공장점거 농성도 우리가 처음인 만큼 비정규직의 비루한 현실을 우리가 끝내겠다”며 차가운 바닥에 몸을 내던졌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비정규직 설움 없게”…혹한 오체투지

    “비정규직 설움 없게”…혹한 오체투지

    “크리스마스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네요. 눈물 나고 서러울 뿐입니다. 정규직이란 게 이렇게 목숨을 걸고 싸워도 어려운 일인 줄 몰랐습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9번 출구 앞.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유흥희(44·여) 분회장은 까맣게 물든 소복을 입은 채 읖조렸다. 몸도 마음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혹한이 몰아치던 지난 22일 동작구 신대방동 옛 기륭전자 본사에서 출발해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마포를 거쳐 이곳까지 ‘오체투지’(五體投地) 행진을 이어온 탓에 온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오체투지란 불교식 큰절을 가리키는 말로, 땅에 무릎을 꿇은 뒤에 두 팔꿈치를 땅에 댄 다음 마지막으로 이마가 땅에 닿도록 하는 절이다. 소복 안에 무릎보호대 등을 덧댔지만 온몸은 멍투성이가 됐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삼보일배보다 오체투지 동작이 훨씬 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윤 분회장 등 기륭전자 노동자 8명과 지지자 7명 등 15명은 북소리에 맞춰 열 걸음에 한 번씩 절을 하며 천천히 전진했다. 기륭전자 노동자 윤종회(44·여)씨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한을 2년에서 4~5년으로 늘리고 해고 요건을 완화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도 더 바쁜 발걸음이 필요하다”며 “더 이상 노예로 살기 싫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던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 까닭은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서다. 유 분회장은 “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없애지 않으면 제2의 기륭전자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위성라디오를 만드는 기륭전자에서의 분규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견 비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설립되자 회사가 이들을 해고했고 노조는 2010년 11월까지 1895일 동안 복직 투쟁을 벌였다. 20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은 10명으로 줄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5월 조합원 10명이 ‘정규직’으로 복직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들에게 어떤 일도 맡기지 않았고 월급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12월에는 몰래 사무실을 비우고 ‘야반도주’했다. 회사는 지난 2월 상장 폐지했고 3월에는 12억 8851만원의 자본금을 6642만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진행했다. 잠시나마 희망도 비췄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월 조합원 10명이 기륭전자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밀린 임금 1692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회사는 항소했다. 이들은 26일 청와대 옆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행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륭전자 노동자 이인섭(46)씨는 “비정규직 노조 결성도 우리가 시작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공농성과 공장점거 농성도 우리가 처음인 만큼 비정규직의 비루한 현실을 우리가 끝내겠다”며 차가운 바닥에 몸을 내던졌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그리고 26일 행진단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멈췄다.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로 경찰이 오체투지 행진을 제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진 주최 측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신고를 경찰이 받아주지도 않았다고 맞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체투지 행진, 광화문광장서 막혀…“비정규직은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

    오체투지 행진, 광화문광장서 막혀…“비정규직은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

    ‘오체투지’ 오체투지 행진이 광화문광장에서 멈췄다.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법안 철폐를 촉구하며 청와대 쪽으로 향한 ‘오체투지’(五體投地) 행진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의 제지에 막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는 지난 22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회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향해 26일까지 5일간의 ‘온몸’ 행진을 시작했다. 비정규직 관련 법·제도의 전면 폐기를 촉구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청와대, 정부, 국회에 알리기 위해서다. 오체투지는 머리, 양팔, 다리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이용해 절하는 행위다. 흰 옷을 입은 이들은 북소리에 맞춰 많을 땐 열 걸음, 적을 땐 세 걸음을 떼고 배·가슴, 얼굴을 땅에 묻었다 일어나기를 천천히 반복했다. 한겨울 추위 속에 길 곳곳에 쌓인 눈은 행진단의 팔꿈치와 무릎으로 파고들었다. 이들의 옷은 검게 변했고 머리에는 땀이 맺혔다. 주로 파견·계약직인 이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 2005년부터 1895일 농성 끝에 2010년 사측과 정규직 고용에 합의한 노동자들이다. 2013년 5월 회사에 복귀했지만 일감과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출근만 하던 중 그 해 연말 회사가 사옥을 기습 이전해 빈 사무실에서 농성을 이어왔다. 김소연 전 기륭전자 분회장은 “지난 10년간 고통 속에 싸워왔지만 우리와 900만 비정규직의 현실은 그대로”라며 “이 상황에서 정부가 문제 해결은 커녕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려고 하는 등 비정규직을 늘리는 종합대책을 내놓는다고 해 행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행진단은 오체투지를 하는 10∼15명과 북을 치거나 플래카드를 들고 곁을 좇는 인원을 합해 70여명 규모다. 이들은 둘째 날인 23일 국회에 도착해 비정규직법 관련 질의서를 전달했고, 다음날 마포대교를 지나 성탄절인 25일엔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에 닿았다. 여의도 LGU+와 파이낸스빌딩 앞 씨앤앰(C&M) 등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인 26일엔 오전 9시 30분 광화문광장을 떠나 청운동주민센터로 향한 뒤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한 후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이날 행진을 제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광화문광장∼경복궁역 구간은 신고도 하지 않았고, 신고한 경복궁역∼청운동주민센터 구간은 폭이 좁은 주요도로여서 금지통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진 주최 측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신고를 경찰이 받아주지도 않았다고 맞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5. Q여사에게 (5)사랑하니까 더 걱정스러운 우리 가족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15. Q여사에게 (5)사랑하니까 더 걱정스러운 우리 가족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아무 때나 벌컥 방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것은 물론 제 속옷 갈아입는 것까지 참견을 하십니다. 우리 두 내외를 너무 갓난애 다루듯 하셔요. 매일 화를 낼 수도 없고 가끔 우울하고 불행한 기분에 빠져버립니다.” 인생살이에는 고민이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기 한참 전, 활자 매체도 그리 풍부하지 않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대중 미디어를 통해 고민을 상담하곤 했습니다. 과거 선데이서울도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라는 고정 코너를 운영하며 많은 이의 고민을 들어주었습니다. 저마다 아픈 사연들이 하얀 편지지에 적혀 선데이서울 편집국으로 속속 배달됐고, 기자들은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일일이 답을 해주었습니다. 40여년 전 그 시절의 고민들은 주로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코너의 주요 내용을 발췌, 몇회로 나눠 전달합니다. (답변 중에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부적절하게 보여지는 것도 있습니다. 내용 자체보다는 당시의 사회상을 가늠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보시기 바랍니다.)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5)사랑하니까 더 걱정스러운 우리 가족 [Q여사에게] 지나친 어머니의 간섭 세상의 어머니들은 왜 그리 눈치가 없을까요. 저는 결혼 9개월의 새색시입니다. 저는 무남독녀 외딸이고 남편은 7남매의 넷째. 저의 부모님이 외로우실까봐 저희는 살림을 친정에서 차리기로 했었습니다. 다른 모든 것은 순조롭게 되어 나가고 있습니다만 어머니의 너무 자상한 관심이 요즘은 귀찮은 간섭으로 변해가는 것이 탈이에요. 밤이면 불 끄고 일찍 자라고 성화이시고, 아침에는 사위가 식사를 많이 안 한다고 꾸중이십니다. 아무 때나 벌컥 방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것은 물론 제 속옷 갈아입는 것까지 참견을 하십니다. 우리 두 내외를 너무 갓난애 다루듯 하셔요. 매일 화를 낼 수도 없고 가끔 우울하고 불행한 기분에 빠져버립니다. 무슨 묘안이 없을까요. <서울 성북동에서 이경아> 어서 아기를 낳아드리세요 하루빨리 아기를 낳아 드리세요. 그것이 최선의 해결책이 될 거예요. 부모의 눈에는 육순의 자식도 어린애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따님을 시집 보낸 지 벌써 9개월이 지났지만 어머니께서는 그 따님을 어른으로 인정하기가 싫으신 거예요. 살림을 따로 났더라도 그럴 텐데 같은 집안에 그대로 살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수 밖에요. 아기를 얼른 낳아 드리면 싫더라도 현실을 인정하시게 될 거예요. 그러고 나면 어머니의 관심은 모두 손주에게로만 쏠리게 될 것입니다. 그때 가서는 오히려 따님과 사위에게 무관심한 어머니를 서운하게 생각할 걸요. 당신은 귀염둥이 아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어머니와 다투지 않을 마음의 준비나 해두시죠. <Q> -선데이서울 1969년 3월 2일자 ▒▒▒▒▒▒▒▒▒▒▒▒▒▒▒▒▒▒▒▒▒▒▒▒▒▒▒▒▒▒ [Q여사에게] 누드 보는 고교생 아들, 불량해진 게 아닐까요 저의 외아들은 올해 16세의 고등학생입니다. 지금 같아서는 성격이 쾌활하고 공부는 보통보다 상(上),스포츠도 몇 가지 취미로 하고 있는 데다 어른들에게 사근사근한 모범소년입니다. 누이도 없이 자란 외아들이어서 어떨까 싶어 가끔 교회의 학생회(남녀)를 집에 초대하는 정도로 여학생 교제를 허락하고 있어요.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저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얘가 글쎄 누드가 실린 잡지나 책을 탐독하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그 애가 훔쳐다 보는 명화집을 열어보니 맨 나체화예요. 요즘은 또 아버지가 보시는 어른 잡지(물론 그 중에는 선데이서울도 끼어 있음)를 열심히 보는군요. 아이가 갑자기 불량소년으로 변신한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서울 정릉에서 김> 강압적으로 막지 말고 자꾸 사주는 것이 좋아 애지중지 곱게 키운 외아드님에 대한 그런 걱정은 어머니로서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어느 틈에 여자의 나체사진을 보고 싶어 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어서 아마 퍽 놀라셨겠죠. 그러나 벌써 열 여섯 살이라니 자기 일은 자기가 하고 싶어할 나이입니다. 강압적으로 금서(禁書) 목록을 제시하거나 책을 압수해 버리려 들지는 마셔요. 아드님 같은 모범소년이 반항적인 소위 불량소년으로 변하는 첩경은 바로 어른의 강압적인 명령이니까요. 아무 힌트도 주지 말고 당신이 원하시는 양서를 자꾸 사주시는 길 밖에는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한 가지 김부인, 성범죄나 폭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춘화도 같은 것을 즐기는 계층이 아닙니다. 오히려 외설물을 즐기는 사람들은 건전한 상식인이라고 미국의 심리학자 데오도어 루빈 박사가 말하고 있으니 이 일 한 가지 때문에 아드님의 불량성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가 아닐까요. <Q> -선데이서울 1968년 11월 3일자 ▒▒▒▒▒▒▒▒▒▒▒▒▒▒▒▒▒▒▒▒▒▒▒▒▒▒▒▒▒▒ [Q여사에게] 구식 엄마가 싫어요 18세 밖에 안된 고등학교 3년생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18세란 몸차림을 단정하게 꾸미는 것이 이상할 만큼 어린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어린 것이 모양만 낸다고 늘 꾸중을 하세요. 이제 마흔 밖에 되지 않은 어머니가 왜 그렇게 구식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집에서도 항상 깨끗한 옷을 입고싶고 지저분한 차림으로 밖에 나가는 것은 질색이에요. 며칠 전에는 어머니께서 동생의 생일떡을 돌리라고 심부름을 시키시기에 머리를 빗고 거울을 들여다본 뒤 블라우스로 갈아 입었거든요. 그랬더니 펄펄 뛰시면서 불같이 화를 내시잖아요. 꼭 저희 친할머니를 닮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머니의 시어머님을 말예요. 2, 3년 전까지도 우리는 정말 의좋은 모녀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의가 좋기는커녕 서로 미워하는 사이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슬퍼서 못 견디겠어요. <서울 수유리에서 이현자> 마음이 풀어질 때까지 참으세요 정말 얼마나 슬플까요. 10대 때의 그런 슬픈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랍니다. 나도 어른이기 때문일까요. 일을 감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어머니와 따님이 마찬가지 아닌가 싶군요. 어머니 편에서 보면 따님이 다 커서 심부름 같은 것도 잘 해주지 않고 어쩐지 자기 품에서 떠나 버리는 것 같은 데다가 몸차림에 마음을 쓰는 것도 어른이 되어 버리는 듯 해서 싫다는 느낌이 드셨던 거죠, 아마. 어머니께서 따님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납득하실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를 권하고 싶군요. 지금 새 사실에 당황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자꾸 대항하면 어머니는 아마 현자양이 어머니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 걸로 오해하실까 겁나는군요. <Q> -선데이서울 1968년 10월 6일자 ▒▒▒▒▒▒▒▒▒▒▒▒▒▒▒▒▒▒▒▒▒▒▒▒▒▒▒▒▒▒ [Q여사에게] 자식에 무관심한 부모 저는 국민학교(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엄마 아빠에게는 외딸이면서 맏이입니다. 국민학교 2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는 남자동생 둘이 있어요. 엄마는 학교 선생님, 아빠는 회사원인데 두 분 모두 바쁘게 나돌아 다니기만 합니다. 엄마는 주간과 야간 학교 선생님이기 때문이고 아빠는 일이 끝나면 술을 마시게 되기 때문이래요. 저는 가끔 우리는 ‘사는 것 같지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에게 한번 그렇게 말했더니 깔깔 웃기만 하시잖아요. 일하는 아줌마가 있지만 동생들을 구박하니까 물 떠다 주고 사과주스 갈아주는 것은 제가 해요. 남의 엄마들은 집에서 전병도 부쳐주시고 카레 라이스도 해주지요. 저는 그런 점이 제일 부러워요. 일요일에도 아빠는 회사 나가시고 엄마는 엄마방에서 쿨쿨 주무십니다. 이런 엄마 아빠가 세상에 또 있을까요? <서울 전농동에서 이정연> 불평만 늘어놓기보다 예의를 지키도록 정연양! 착하고 예쁜 정연양의 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동생들에게 물 떠주고 사과주스를 만들어 준다니 정연양의 동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리고 엄마 아빠는 정연양이 동생들을 그렇게 잘 보살펴 주니까 더욱 행복하시겠죠? 정연양은 국민학교 5학년이면서 벌써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군요. 얼마나 흐뭇하고 기쁜 일이에요? 엄마 아빠도 남들처럼 정연양에게 카레 라이스도 해주고 함께 즐기고 싶으시겠죠. 그런데 보통 때는 바쁘시고 일요일이면 피곤해서 주무시겠죠? 어른들, 특히 밖에서 일하는 어른들은 그렇게 피곤하답니다. 그런 엄마를 위해 일요일에 정연양의 손으로 사과주스를 만들어 드려보세요. 얼마나 기뻐하시겠어요?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는 기쁨이 더 클 것입니다. <Q> -선데이서울 1969년 3월 30일자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편집자註>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 [프로배구] 우리카드, 대한항공 잡고 10연패 탈출

    [프로배구] 우리카드, 대한항공 잡고 10연패 탈출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가 10연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우리카드는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1(25-22 17-25 25-16 32-30)로 제압했다. 지난달 5일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지 48일 만에 거둔 승리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12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지난 20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까지 10경기를 내리 지고 있었다. 외국인 공격수인 오스멜 까메호(쿠바)가 발목 부상으로 경기를 쉬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값진 승리다. 우리카드는 ‘토종 트리오’ 최홍석·신으뜸·김정환이 나란히 18점을 올리는 팀 플레이를 펼쳤다. 대한항공은 용병 마이클 산체스(쿠바)가 33득점 활약을 펼쳤지만, 투지로 똘똘 뭉친 우리카드가 만든 이변의 제물이 됐다. 1세트에서 우리카드는 대한항공이 범실 7개를 내는 사이 레프트 최홍석과 신으뜸, 라이트 김정환이 나란히 5점씩 올리면서 먼저 웃었다. 2세트는 대한항공이 가져갔다. 용병 산체스가 초반 3번 연속으로 공격에 성공하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산체스가 9득점으로 활약했고 김철홍이 블로킹 3개를 포함해 5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우리카드는 3세트에서 신으뜸의 맹활약으로 다시 상승궤도에 올랐다. 신으뜸은 블로킹 1회와 후위공격 1회를 포함해 5점을 올리고 리시브와 디그도 각각 7개, 2개 기록하며 코트를 누볐다. 24-16 상황에서 산체스의 블로킹을 피해 마지막 오픈 공격을 때려내며 세트를 끝낸 선수도 신으뜸이다. 4세트는 접전으로 펼쳐졌다. 역전과 재역전, 동점이 거듭되는 흐름 속에서 양팀은 결국 24-24 듀스로 접어들었다. 대한항공의 신영수의 공격이 2번 연속 코트 밖을 나가면서 우리카드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승리를 확정한 우리카드 선수들은 서로 얼싸 안고 승리를 자축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GS칼텍스가 흥국생명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3-0(25-19 25-16 25-17) 압승을 거두며 하위권 탈출의 희망을 살렸다. GS칼텍스는 현대건설·도로공사·IBK기업은행·흥국생명의 선두 각축전에서 밀려나 KGC인삼공사과 함께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상황이었지만, 이날 승리로 후반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GS칼텍스의 용병 쎄라 파반(캐나다)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25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한송이도 블로킹 2개 포함 12득점을 책임지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흥국생명은 서브 리시브 난조로 수비와 공격 모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2연패에 빠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프로배구] 10년간 26연패… LIG ‘천안 악몽’ 깼다

    LIG손해보험이 기나긴 ‘천안 원정 26연패’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LIG는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원정에서 현대캐피탈을 3-2(34-32 21-25 24-26 25-17 16-14)로 꺾었다. LIG가 천안에서 현대캐피탈을 꺾은 건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LIG는 현대캐피탈에 26전 전패, 처절한 수모를 당해왔다. 승점 17이 된 LIG는 여전히 6위에 머물렀지만 천안에서 처음 건진 승리는 승점 2(풀세트 승리일 경우 승점 2)이상으로 짜릿했다. 10년의 굴욕을 끊으려는 LIG의 투지는 1세트부터 폭발했다. 24-23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듀스를 허용했지만 무려 8차례 동점 끝에 정기혁의 속공과 현대캐피탈 케빈의 공격 범실로 기어이 1세트를 따냈다. 그러나 LIG는 현대캐피탈에 2, 3세트를 거푸 내줘 1-2로 끌려갔다. 4세트 LIG는 마지막 세트가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 지배됐다. 10-7로 앞선 상황에 김진만이 오픈공격, 에드가가 후위공격 2개 등을 터뜨리면서 넉넉하게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LIG는 5세트 초반 2-5로 끌려가다 상대 속공 범실로 한 점을 따라잡고 이수황-에드가의 연속 블로킹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5세트 한 점씩을 주고받은 끝에 12-12 상황. 27연패의 수렁에서 LIG를 구한 건 김진만이었다. 케빈의 백어택을 블로킹해 듀스를 만들더니 이어진 공격에서는 최민호를 앞에 두고 오픈공격으로 어드밴티지를 잡아냈다. 김진만의 알토란 두 점에 기운을 얻어 문성민의 백어택을 김요한이 건져 올린 LIG는 노재욱의 토스를 다시 김요한이 후위공격으로 연결, 현대캐피탈의 코트에 연패의 종지부를 깊게 찍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커버스토리] ‘맨땅에 헤딩’… 세계 누비는 상사맨

    [커버스토리] ‘맨땅에 헤딩’… 세계 누비는 상사맨

    프로기사 입단에 실패한 ‘장그래’가 종합무역상사 계약직 사원으로 들어가 겪는 상사맨들의 실상을 그린 케이블 드라마 tvN ‘미생’이 웹툰(인터넷에 연재되는 만화)에 이어 인기몰이를 하면서 1990년 중반까지 세계를 누비며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했던 종합무역상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기 전까지 수출 전사로 해외를 오가며 수출입 계약을 체결하던 상사맨은 1980년대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 1위 직업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종합무역상사는 대규모의 자본력을 가진 무역업자를 뜻한다.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급 시장정보를 상시 확보하고 현지 유력 바이어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출 유망제품을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마케팅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한때 넥타이를 맨 상사맨들의 007가방에는 국가 기밀이 들어 있다는 말들도 공공연히 나돌았다. 지금은 중계무역을 포함한 수출 대행뿐만 아니라 금융 및 위험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해외 자원 개발, 신시장 개척, 플랜트 수출 등 고위험·고수익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업 간 업무 제휴가 필요한 복합 거래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기능들은 각 제조업체가 독자적으로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상사제도는 1970년대 초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업을 전문화, 대형화하려는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정부는 당시 연간 수출실적 5000만 달러 이상, 자본금 10억원, 해외지사 10개, 수출국가 10개인 기업을 자격요건으로 내세워 종합무역상사로 지정했으며 1975년 삼성물산이 1호가 됐다. 지정제도 도입 초기에는 해외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외화 취급 권리를 부여하고 원자재와 시설재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과 해외로 나갈 때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등 각종 지원책을 내걸었다. 종합무역상사는 1978년까지 13개사로 늘어났다. 해외 출입이 통제되던 시절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무대에서 뛰어다니는 직업이 거의 없다 보니 종합무역상사는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직장으로 꼽혔다. 업계에 따르면 그룹 차원에서 신입사원을 일괄해 뽑던 과거에는 성적 1~3위 등 최상위권자들이 모두 종합무역상사로 배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금은 전자든 중공업이든 접수와 전형을 따로 하지만 당시에는 그룹 차원에서 채용해 1~3지망을 받아 성적순으로 입사자들을 보냈다”며 “종합무역상사의 경쟁률이 가장 셌다”고 회고했다. 미생에서 명문대 엘리트 출신들이 대거 인턴사원으로 종합무역상사인 ‘원인터내셔널’에 들어오고 고졸 출신의 장그래가 바둑 프로 입단에 실패한 뒤 낙하산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혹독하게 회사 생활을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회사에 걸려 온 러시아 거래처의 전화를 능수능란한 러시아어로 받아넘기는 장그래의 여자 동기 안영이와 명문대 독어독문학과 출신 장백기의 유창한 독어 실력은 현실을 십분 반영했다. 취업대란을 겪는 지금도 영어는 물론 러시아어, 독일어 등 제2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상사맨들은 종합무역상사에 건재하다. 그룹의 수출 창구 역할을 하며 각 계열사의 영업, 판매 지수 등을 모두 확인해 주던 종합무역상사의 탄생은 그해 최초로 우리나라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시키고 연평균 10%대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업계는 1990년 초반까지를 종합무역상사의 전성기로 꼽는다. 정부는 1978년 연간 수출액 부분의 지정요건을 국내 수출의 2% 이상으로 변경한다. 이때부터 부작용이 싹텄다. 종합무역상사들은 자격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내기 수출을 시도하게 되고 내부 부실을 키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율산실업, 금호실업, 국제상사 등이 줄줄이 도산하거나 지정기준 미달로 탈락하면서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현대종합상사, SK네트웍스, 효성 등으로 줄어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IMF)를 기점으로 종합무역상사는 위기를 맞는다. 기업들의 해외 직접 수출이 늘고 인터넷 발달로 현지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위상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계열사의 이탈 가속으로 영업기반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기도 했다. 미생의 배경인 대우인터내셔널이 1999년 부도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분할된 것도 이듬해 12월이다. 2003년 12월 워크아웃을 끝낸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10월 포스코 계열사로 인수·합병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종합무역상사가 국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 9%에서 1980년대 30%를 넘어 1991년 51%로 정점을 찍었다가 2007년 5.7%, 2009년 4.3%, 올 초에는 2%까지 떨어졌다. 2002년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종합상사의 매출이 줄어든 면도 있다. 상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통관을 위해 이름을 빌려주는 계열사의 단순대행도 모두 우리 수출로 잡아 허수가 많았다”면서 “회계상 거품을 빼고 실제 상사가 돈 주고 대행·판매하는 것만 집계하니 매출액이 크게 줄어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는 등 환경이 변화하고 계열 분리와 제조업의 자체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커지면서 독자 수출이 늘어나다 보니 상사의 매출 규모가 줄어드는 등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종합무역상사에 대한 정부 지원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급기야 정부는 2009년 34년 만에 대외무역법에서 종합무역상사 지정제를 폐지한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중소기업들을 위해 운영하는 전문무역상사제(167개, 올해 제도화)로 대체된다. 이제 공식적으로 종합무역상사는 없다. 그러나 198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이던 상사는 생존 위기 속에 자원 개발, 중계무역 강화 등 분명히 진화하고 있다. 철강, 화학 등 원부자재 트레이딩(무역중개) 사업과 함께 발전, 석유가스 등 해외 자원 개발과 인프라 등 사업 안건을 발굴하는 다양한 프로젝트 오거나이징 사업을 축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찾고 있다. 미생을 본 상사맨들은 다소 과장은 됐으나 현실을 닮았다는 데 공감하면서 변화된 품목과 조직 문화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현실에서는 꼴뚜기, 뽕팬티 등을 실제 다루지 않지만 맨땅에 헤딩하고 개척·도전하는 종합무역상사에 대한 관심과 재평가가 이뤄져 좋다”고 말했다. 실제 미생의 상사 사무실 촬영지인 서울스퀘어는 본래 대우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입주해 있던 대우빌딩으로 상사 시대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상징적 건물이기도 하다. 여성 차별이나 언어폭력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일일이 서류 업무를 해야 하는 여상 출신의 단순 보조 인력이 많았지만 지금은 해외 영업을 직접 뛰는 여직원이 많아져 부당대우를 했다가는 큰일 난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사업 품목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10~15년 전 버전”이라면서도 “사업부별로 사업을 검토하고 거래선과 미팅을 협의하는 등 사업 성사를 위한 상사맨의 열정과 투지를 생생히 그려 내 종합상사의 인지도와 이미지 개선에 기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전 세계를 무대로 뛰어다니는 상사맨들로 구성된 조직이기에 글로벌 매너가 몸에 배어 있는 기업 문화는 드라마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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