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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직 30년 경험 中企에 전수할 것”

    “공직 30년 경험 中企에 전수할 것”

    오강현(57) 아침기술경영연구원장. 그는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농림수산부에서 공무원의 첫발을 디뎠다. 그 후 청와대 경제비서관, 산업자원부 차관보, 특허청장을 거쳐 물러날 때까지 30년간 경제관료를 했다. 공무원 옷을 벗고서도 한국철도차량 대표, 강원랜드 사장,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달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아침기술경영연구원을 열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분석, 인수합병 등 경영지원과 자문을 해주는 전문업체다. 오 원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한 데다 공기업 경영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보고 느낀 점들이 많다.”면서 “대학에 강의를 다니면서 알게 된 교수, 전문 연구원들과 함께 그동안의 경험을 사회에 널리 알려 도움을 주자는 뜻에서 연구소를 차렸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신화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대기업과 기술전문 중소기업들의 능력에 달렸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 원장이 볼 때 경제회생의 지름길은 없다. 꾸준한 기술혁신만이 살 길이다. 그는 “일부 안정된 벤처들도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술경영의 전체적인 로드맵 등을 간과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책은 다양성과 지원범위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깊이나 일관적인 기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이 땀과 노력을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신화가 점차 사라지는 세태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중견기업들이 규제 등이 부담스러워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가스공사 사장 시절 괜찮은 실적을 올려 관료출신 중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기업 사장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해임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주중에 골프를 쳤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실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로 돼 있다. 오 원장은 “책임을 진다는 생각에서 ‘시간을 좀 달라.’고 했지만 결국 해고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관료출신으로서의 명예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법정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서울고법은 ‘오강현 전 사장의 해임은 부당하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임기는 끝났고 아직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중이어서 직장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명예를 회복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소감을 묻자 “개인이 정부와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법정공방을 벌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라.”며 손사래를 쳤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부고]

    ●황영재(남부기업 대표)영인(흥진유화 상무이사)영길(광주요트협회 전무이사)씨 부친상 김종빈(전 검찰총장)씨 빙부상 28일 전남 여수 성심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61)653-1499●장인식(국회행정자치위 수석전문위원)씨 형님상 장현태(선박기술협회)씨 부친상 28일 전남 고흥종합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61)830-3446●정동익(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규상(전 인천제철 부장)씨 부친상 박종수(대전체육고 교사)김평곤(신한은행 평촌역 지점장)씨 빙부상 27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30일 오전 7시 (02)590-2660●정선호(전 국회의원)씨 상배 28일 서울대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2072-2016●최종진(경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전 매일신문 논설주간)세진(자영업)영진(문경시 동로중 교감)호진(농업)성진(대구시 문화산업과)석진(영창산업 대표)씨 부친상 28일 경북대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53)420-6152●송은근(대한투자증권 분당지점 부지점장)인근(한국가스기술공사 팀장)씨 모친상 28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30일 오전 10시 (031)787-1503●안수영(경남 함안경찰서장)씨 모친상 27일 경남 김해노인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55)330-0411●이상엽(ABN암로은행 상무)씨 부친상 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0일 오전 7시30분 (02)3410-6903●배성진(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씨 모친상 김한결(서연중 교사)씨 시모상 27일 경남 진주제일병원, 발인 29일 오후 1시 (055)750-7100●한병선(서울세관 조사과장)씨 모친상 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9일 오전 10시 (02)3410-6916
  • 한수원 이전 놓고 경주 핵분열

    중저준위방사성폐기장(방폐장) 유치 1년을 맞은 경북 경주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유치를 놓고 둘로 갈라졌다. 방폐장이 들어설 경주 양북·양남면, 감포읍(동경주) 주민들은 방폐장의 안전성 입증을 위해, 도심권 주민들은 경주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각기 자신들이 주장하는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 동경주 주민 2000여명은 28일 오후 5시부터 2시간여 동안 감포읍 시가지 일대에서 한수원 본사의 양북 이전을 촉구하며 나흘째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방화로 보이는 산불도 잇따랐다. 이날 28일 오전 2시45분쯤 경주시 양남면 서금리 야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으며, 지난 25∼27일 3일간 3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 불로 모두 임야 3.6㏊가 불에 탔다. ‘방폐장 유치에 따른 지역대책위’ 배칠용(53) 집행위원장은 “백(상승) 시장이 당초 한수원 본사의 양북 이전을 약속하고도 결국은 도심권 이전을 추천해 1만 9000여 주민에 대한 배신을 저질렀다.”며 “한수원 본사가 도심권으로 갈 경우 공공건물 및 원전 관련 시설에 대한 파손 및 방화 등 폭동에 가까운 강경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폐장 백지화 ▲신월성 1·2호기 건설 저지 ▲고준위 폐기물 임시저장고 추가 건설 반대 ▲월성 1·2호기 연장 가동 반대 및 영구 폐쇄 등 ‘4대 투쟁’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25일부터 양북면사무소 유리창 수십여장을 깨고 승용차와 폐타이어를 쌓아 놓고 불을 지르는가 하면 경운기와 차량으로 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시위가 과격양상으로 치닫자 경찰은 지난 24일부터 월성원자력발전소 등 공공시설 곳곳에 30개 중대 병력 3000여명을 배치, 경비를 펴고 있다. 27일엔 양남면 월성원전 사택 앞에서 폐타이어를 불태우며 원전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한 김모(38)씨 등 6명을 연행한 한편 지금까지 극렬 가담자 16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주동자를 엄벌하기로 했다. 반면 경주 도심지역 26만명은 경주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한수원 본사 도심유치를 당연시하고 있다. 도심권 5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도심위기대책범시민연대’ 소속 주민들은 한수원 도심권 이전을 요구하며 동천동 경주시청 앞에서 19일부터 천막농성 중이다. 이들은 10월부터 경주역앞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집회를 열고 10만명 시민서명운동을 벌였다. 도심위기범시민연대 최태랑 공동대표는 “한수원이 동경주로 갈 경우 구성원들이 교육·문화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울산에서 출퇴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주 이전효과가 전혀 없다.”면서 “따라서 경주 전체의 발전과 경제적 파급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내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수원 본사는 10만평 규모의 부지에 지어지며 건설 및 이전 사업비가 1200억원에 이른다. 본사와 유관기관 상근 직원 2000여명에 그 가족까지 다 이주하면 연간 600억∼700억원에 이르는 소비지출로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게다가 협력회사가 2만여 업체에 달해 원자력 유관산업 유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백 시장은 지난해 10월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운동 당시 “(동경주) 찬성률이 경주 전체 평균을 넘으면 한수원 본사를 동경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투표결과 동경주 주민들의 찬성률은 58.2%로 전체 평균치 89.5%에 비해 크게 낮았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증오 말라… 지하드 만세”

    “내 영혼을 신에게 희생물로 바친다. 나는 여러분에게 작별을 고하지만, 우리의 피난처이며 정직한 신도를 실망시키지 않는 자비로운 신과 함께 할 것이다.” 향후 30일내 사형 집행 확정 판결을 받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보낸 옥중 서신이 27일 공개됐다. 영국 BBC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편지는 후세인이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11월5일 작성됐다. 후세인은 서신에서 “증오는 사람들이 공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지 않고, 공정한 생각과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다.”면서 “우리를 공격하고 이라크 정부와 국민을 분열시킨 외국 사람들도 증오하지 말아 달라.”고 용서를 강조했다. 그러나 후세인은 스스로를 희생물(sacrifice)로 규정하고, 적들에 대항해 인내심을 갖고 투쟁할 것을 주문했다.‘대통령 및 이라크 이슬람전사 군대 총사령관’ 명의의 편지 말미에는 ‘지하드와 무자헤딘 만세’‘팔레스타인 만세’ 등의 표현을 사용, 이라크 수니파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한편 후세인의 사형 집행 확정 판결은 국제사회에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인도 정부는 후세인 사형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나브테즈 사르나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판결이 실제로 이행되지 않고 사면이 내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유럽연합(EU), 인권단체 ‘휴먼라이츠 워치’ 등도 후세인 사형선고 확정에 대해 ‘승자의 정의’라고 비판했다.이와 관련, 후세인을 지지하는 바트당은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후세인을 처형할 경우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나라, 내년에도 ‘사학법 올인’

    한나라당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에 ‘올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 일각에선 내년 초에도 사학법 재개정이 무산될 경우, 대선국면에서는 사학계의 반발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2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사학법은 악법중에 악법인데 재개정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끈질긴 투쟁을 통해 다음(2월 임시국회) 회기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에서 재개정안을 제출해 재개정의 필요성을 자인하는 등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청와대와 정부가 현행 사학법을 밀어 붙이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는 사학법이 재개정될 때까지 현재 (이사)임기가 만료되는 사학에 대해 잘못된 현행법을 강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월14일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로 인해 여야가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하면 사학법 재개정도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하루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인 만큼 국회가 열린다는 전제하에 사학법 재개정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있어 시작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누군 새로 태어날 것처럼 마음먹다가 본래의 나로 돌아온다며 리뉴얼이라 했고, 또 누군 ‘의지’와 ‘의욕’이라고 했으며, 누군 한숨과 함께 ‘정리’라고 했다. 그녀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항상 주변부터 정리한다고 했다. 책상도 정리하고, 집 청소도 하고…. 한 해의 마무리를 할 즈음에 저마다의 사연과 고단한 일상 속에서 정리와 새로운 다짐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터. 우리가 겪었을 법한 그 시간을 앞서 산 이들의 이야기를 빌려본다. ‘귓 윌 헌팅’(Good Will Hunting,1997년)에서 윌 헌팅은 MIT 공대의 청소부다. 밤이면 친구들을 만나 놀러 다니는 일이 전부. 술집에 가면 주로 잘난 척하는 대학생들과 시비가 붙는다. 자주 싸움을 벌이고, 폭력전과가 수두룩하다. 혼자 있을 때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모두 기억한다. 좋아하는 것은 수학과 화학. 어느 날 공대의 램보 교수가 학생들에게 풀어보라며 낸 수학문제를 순식간에 풀어낸다. 윌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복도의 칠판에 해답을 써놓는다. 그의 능력을 간파한 램보 교수는 수학연구를 함께 할 것을 제안하고, 윌은 기꺼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램보를 ‘살리에르의 고뇌’에 빠트리게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가하지만, 상담치료는 의도적으로 거부한다. 마음이 다급해진 램보는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던 숀 맥과이어 교수에게 윌을 부탁한다. 윌이 숀과 처음 만나던 날, 윌은 숀의 상처를 들추어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하지만 숀은 이런 윌의 모습을 보고 윌에게 부족한 것이 타인의 사랑이며 그 때문에 정신적 성장에 장애를 겪고 있음을 간파한다. 윌의 유일한 희망은 심리학 교수인 숀 맥과이어. 숀은 윌이 가진 내면의 아픔에 깊은 애정을 갖고 관찰하면서 윌에게 인생과 투쟁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 준다. 엉뚱한 상상과 공상이 가득한 신세계 정신병원. 그리고 둘만 아는 비밀, 그녀는 싸이보그다! 자기도 보통이 아니면서 서로가 더 특별해 보이는 그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년)는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오랜만에 갑론을박의 비평거리를 관객에게 제공했다. 밥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점점 야위어만 가는 영군을 위해 일순은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한다.‘수면 비행법’을 훔쳐 영군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요들송’ 실력을 훔쳐서 우울해하는 영군에게 노래도 불러준다. 그리고 특별히 영군의 ‘동정심’을 훔쳐 그녀의 슬픔을 대신 느낀다. 이 영화의 장점은 다른 것에 있다.‘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 공존하는 열린 공간’에서 보통의 삶과 ‘다름’없이 자유로우며, 화이트 컬러를 주로 사용하면서 파스텔 톤의 독특한 패턴을 조화롭게 배치한 화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사랑의 충전을 경험하며 다시 삶을 시작하게 한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맘때가 되면 끝과 동시에 시작을 경험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것이 맞닿아 있을 또 한 해를 살아가면서 간과하고 만다. 그러므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새로운 계획과 결심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끝이라고 생각지 말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굳건함이겠다. 시나리오 작가
  • [메디컬 라운지] 한의사協 FTA반대 궐기대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새해 1월10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전국 한의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대상에서 한의사를 뺄 것을 요구하는 전국 한의사 비상총회 및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앞서 협회 전국이사회는 최근 긴급 회의를 열어 채택한 성명을 통해 “유사 의료인인 미국의 침술사를 전문 의료인인 한국의 한의사로 인정한다면 한방의료의 질적 저하는 물론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고사시키고 국내 한의학 교육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심각한 사태를 유발할 것”이라며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투쟁하기로 했다.
  • [김종면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運用之妙在一心 운용지묘재일심

    군사력보다는 회유책을 통해 국가를 유지하고자 했던 송나라는 북방 이민족의 침략을 자주 받았다. 특히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와 여진족의 금나라는 위협적인 존재였다.1127년에는 금의 공격으로 수도 변경(지금의 개봉)이 함락되고 황제가 포로가 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때 변경에는 종택이라는 장군이 남아 금의 군사와 싸웠는데, 그 휘하에 바로 악비라는 장수가 있었다. 악비는 뛰어난 무예와 용력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종택이 어느날 악비를 불러 충고의 말을 건넸다. “여보게 자네의 힘과 용기야 누구도 당해낼 수 없지만 전쟁은 들판에서 싸우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닐세. 자 이 진법(陣法)을 보게나.” 그러자 악비는 말문을 막으며 이렇게 말했다.“진을 치고 적과 싸운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중요한 건 그 진을 운용하는 참다운 묘가 한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이지요.” 이에 종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말을 거둬들였다.‘송서-악비전(岳飛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은행이 내년 3월부터 노사합의로 전체 직원의 30%에 이르는 300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그동안 몇몇 기업에서 소규모의 정규직 전환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한꺼번에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맹목적인 선전투쟁에서 벗어나 노와 사,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상생’의 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요컨대 우리은행의 실험이 성공을 거두려면 악비의 말대로 운용지묘재일심(運用之妙在一心), 즉 어떻게 진(陣)을 한 마음 한 뜻으로 잘 운용해나가느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jmkim@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드디어 앙코르와트를 보다

    [이현세 만화경] 드디어 앙코르와트를 보다

    지난 11월24일부터 캄보디아의 시엠 리아프에서는 ‘신들의 도시 앙코르와트’와 ‘신라천년의 도시 경주’가 2006문화 엑스포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때를 맞춰서 ‘고도 경주를 어떻게 보존 복원 발전시킬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는 ‘경주 고도 보존회’는 시엠 리아프를 방문했다. 나 역시 고도 보존회 멤버이고 회장인 이정락씨는 ‘천국의 신화 필화 사건’으로 6년 동안 법정투쟁을 할 때 그 재판을 승리로 이끌어 준 담당 변호사이자 고교 선배이다. 고도 경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선배님이 수장이다 보니 이래저래 앙코르와트 답사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시엠 리아프는 600㎞에 이르는 지역 내에 100개의 사원이 발견된 앙코르 왕국의 근거지로서 9세기에서 13세기에 이르러 인구 150만명이 살았던 그 당시 세계 최대의 도시이다. 그 중에서도 수리야 바르만 2세(1113∼1150)의 시기에 건립된 앙코르와트와 앙코르톰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지칭될 만큼 웅장하고 신비롭다. 내가 앙코르 왕국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40년 전 내 나이 13살 때 소년잡지 ‘새 소년’의 화보에서였다. 거대한 부처님 얼굴 석상을 크고 기괴한 팜나무의 뿌리가 파고들면서 칭칭 감고 있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정글속의 고대도시 앙코르와트’에 대한 기사가 그것이었다. 깊고 어두운 열대의 정글 속에 단 한구의 시체도 남기지 않고 어느 날 지도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고대 왕국의 도시이며 어느 때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자극적인 기사는 어린 내게 무한한 상상과 경이로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때 언젠가는 ‘꼭 한번 가고 싶다’라는 동경이 생겼다. 그 다음호 ‘새 소년’에서는 고우영 선생의 ‘정글 300 리’라는 만화가 실렸는데 재빠르게도 그 만화의 소재는 바로 앙코르와트였다. 세상에…! 앙코르와트를 배경으로 한 만화라니. 나는 쿵쿵거리는 가슴으로 그 만화에 매료되었다. 한국의 고고학 박사 부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앙코르 왕국의 유적을 답사하느라 길도 없는 밀림을 경비행기로 날던 중 기관고장으로 불시착한다. 겨우 혼자 살아난 어린소년이 정글속의 원숭이 소년을 만나 우정을 쌓아가며 모험을 하는 이야기였는데 눈빛이 사나운 새까만 원숭이 소년이 원숭이들과 함께 거대한 나무뿌리에 점령당한 고대 사원을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통속적인 이야기였지만 워낙 선생의 이야기 솜씨가 좋은 데다 내 동경이 워낙 컸던 탓에 오랫동안 내 영혼을 사로잡고 있었다. 나는 40년 만에 기어코 앙코르와트 앞에 서 있었고 내 눈앞에서 새까만 원숭이 소년이 수백의 원숭이 떼와 함께 눈부신 햇살 속의 사원 위로 춤을 추듯이 날아다녔다. 사원의 여러 겹 문 저 깊숙한 어둠속에서 흰 수염을 한 노인의 번쩍이는 지혜로운 눈빛까지…. 그것은 감동적인 만남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인간의 왕이 신의 딸을 배반했던 앙코르 왕국에 신은 세 가지 저주를 주었다. 그 첫 번째 저주는 앞으로 앙코르 왕국은 단 한명의 인간도 살 수 없는 완벽한 멸망을 하게 되리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멸망한 도시는 모든 세상사람들로부터 영원히 잊혀지게 될 것이며, 마지막으로 그 도시를 다시 찾아내는 자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저주다. 실제로 1868년 앙코르와트를 발견한 프랑스의 탐험가 앙리 무오는 이 저주를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그 다음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그 오래된 동경에도 불구하고 신들의 도시 앙코르와트를 답사하는 내내 내 마음은 답답하고 불편했다.‘지자체 문화 이벤트 수출 1호’라는 요란한 홍보와 함께 40억원의 돈을 쓴 이번 행사에서 천년 고도 경주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고, 세계의 기술들이 모여 해체복원을 했다는 앙코르 왕국의 유적들은 가는 곳마다 복원이 잘못되어 사원 천장이 뻥뻥 뚫려있었고 시멘트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마치 일제 시대때 경주의 석굴암이 시멘트로 졸속 복원되어 지금까지 그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듯이 앙코르 왕국의 유적 또한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다. 이 졸속 복원의 에피소드 정점에는 일본의 기술자들이 복원을 끝낸 날 ‘만세정종’을 마시던 순간에 탑이 무너져 내려버린 기가 막힌 일화가 있다. 캄보디아는 16세기 이전에는 동남아시아의 최강국이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서 지금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이고, 가장 위대한 조상에 가장 초라한 후손이 되어있다. 유적지마다 어린 꼬마들이 팔찌나 피리 등을 들고 서서 호객 행위를 하며 졸졸 꽁무니를 따라다닌다. 말리는 사람도 없고 아이들은 버스에 탈 때까지 지치지도 않는다. 새까맣고 큰 눈동자는 마주치면 물건을 사주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맑고 선하다. 나이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은 키와 황토 흙을 뽀얗게 뒤집어쓴 맨발을 보면 괜히 히죽히죽 웃고 다니는 캄보디아의 운전기사에게 분노가 일어난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얼굴.40년도 더 전에 경주의 나와 꼬마들도 반월성의 깨진 기왓장이나 토우들을 들고 일본 관광객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녔다. 단 돈 10원이 절실했던 그때의 우리들…. 애잔한 마음으로 이 아이들에게서 조잡한 물건이 아닌 사진집을 몇 권 샀다. 현대인의 눈으로 앙코르왕국의 유적을 보면 광인의 흔적이다. 수리야 바르만 2세는 평생을 이웃 나라와 전쟁을 해서 영토를 넓혔고 잡아온 노예들의 피와 땀으로 그 땅에 신의 이름으로 끝없이 사원을 만들었다. 사원에 국고를 몽땅 낭비한 왕국은 힘이 약해졌고, 모든 업보가 증명하듯이 끌려온 노예들의 나라에 의해 왕국은 결국 멸망했다. 돌아오는 날 버스는 어느 금빛 사찰 뒷마당에 있는 작고 높은 유리탑 앞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탑 속에는 해골들이 가득 차 있었다. 1975년, 미국이 사주하고 크메르 루주군이 벌인 ‘3차 킬링필드’의 대학살극은 300여만명의 캄보디아인을 학살했다. 크메르 루주군의 지도자 폴 포트는 적어도 캄보디아의 역사를 40년은 뒷걸음치게 해 놓았고, 국민이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하면 그 결과가 어떤지 유리탑의 해골들은 증명하고 있었다. 이 탑은 그 당시 시엠 리아프에서 학살된 사람들의 유골을 모아둔 탑이다. 수리야 바르만 2세는 수많은 노예들의 피로 위대한 앙코르 와트를 남겼고 폴포트는 자국민의 피로 세상에 영원히 남을 해골탑을 남겼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지평선 너머로 붉게 타는 노을이 보였다. 핏빛의 하늘만큼 캄보디아는 내게 전쟁과 피와 가난의 모습으로 남았다. 하지만 나는 유적지에서 본 크고 맑고 선하고 총명해 보였던 그 눈동자들을 더 크게 생각한다.40년 전, 내 어린 꼬마 친구들의 눈동자가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듯이 어차피 캄보디아의 미래는 그 아이들의 것이니까. 만화가
  • [사설] 대기업노조, 말로만 비정규직 위하나

    비정규직 보호를 외치며 걸핏하면 총파업을 일으켰던 대기업 노조가 표리부동한 일면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조직 강화와 비정규직법안 저지 명분으로 지난해 9월부터 산하 조합원당 1만원씩 기금 모금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연말 현재 모금액이 목표인 50억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15억 2000만원에 그쳤다고 한다. 납부율이 겨우 30% 남짓이다. 비정규직 권익투쟁이라면 기를 썼던 현대차·기아차·쌍용차 등 일부 대기업 노조는 기금납부 결의조차 못해 단 한푼도 모으지 못했다고 한다. 노조의 기금 모금이 강제성이 있거나 의무사항인 것은 아니다. 제3자가 끼어들어 왈가왈부할 일도 물론 아니다. 그러나 모금운동에서조차 말만 번지르르하고, 정작 행동은 다른 이중성을 엿보는 듯해 뒷맛이 개운치 않다. 강경투쟁의 선봉장 격인 민주노총 금속연맹과 공공연맹, 전교조의 기금납부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은 무얼 뜻하는가.KTX 여승무원의 정규직화 투쟁에 나선 철도노조가 기금을 아예 내지 않은 것은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전형이라는 인상을 준다. 일부 노조는, 앞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를 외치면서 뒤에서는 정리해고시 비정규직 우선 해고를 밀약한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러고도 비정규직을 위한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대기업 노조들이 지금의 굳건한 지위를 누리고 대우를 받는 이면에는 비정규직의 피와 땀이 뒤엉켜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을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비난하며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을 진정 위한다면 우리은행 노조처럼 정규직의 임금 동결로 비정규직을 가슴에 품기 바란다. 비정규직을 위해 1인당 1만원 갹출에도 인색한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기는 어렵다.
  • [대선주자 24시] (5) 손학규 前 경기지사

    [대선주자 24시] (5) 손학규 前 경기지사

    #장면1 “할아버지, 시원하시죠. 물이 뜨거우면 뜨겁다고 말씀하세요. 아버지를 이렇게 목욕시켜 드리는 게 소원이었는데….”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 안양 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 치매와 뇌졸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목욕시키기 위해서다. 지난 1996년 복지부 장관 재직 때부터 1년에 한두 차례 해온 봉사활동의 일환이다. 그는 노인들을 목욕시킬 때마다 자신이 3세때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을 떠올린다고 한다. 물론 부친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집안에 보관 중인 사진을 통해 아버지의 얼굴을 봤을 뿐이다. 손 지사의 어머니는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7남매를 키웠다. 손 지사는 옆에서 같이 목욕 봉사를 하던 정용대 안양시 만안구 지구당 위원장이 “할아버지, 지금 목욕시키시는 분이 누구신지 아세요.”라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 노인들한테 좋은 일 한답시고 “내가 누구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불경스러운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냥 봉사활동을 하러 왔으면 내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러나 손 지사는 목욕행사를 마친 뒤 이날따라 노인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자꾸 아른거린다고 고백한다. 그는 “대통령을 꿈꾸는 번듯하게 큰 자식의 손으로 아버지의 몸을 꼭 씻겨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오늘따라 무척 간절했다.”며 혼잣말을 던지면서 목욕탕을 나왔다. #장면2 21일 밤 10시 강남역 근처 한 감자탕집. 손 전 지사가 젊은이 30명과 함께 호프 미팅을 가졌다. 이날 밤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강연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연합 회원들과의 자리였다. 그는 맥주와 소주가 두 순배쯤 돌자 영어를 섞어가며 대학생들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던 유학시절 얘기도 들려줬다. 손 전 지사는 “이념·지역·세대의 벽을 뛰어넘어 한나라당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 한다.”며 “청년, 학생 등 다양한 세력을 영입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장면3 22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 사거리에 위치한 동아시아 미래재단을 찾았다. 말이 연구소지 건물 입구에 ‘활어타운’이라고 큼지막하게 씌어진 간판이 새겨진 창고 같은 건물이다.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동안 건물 주변을 헤매다 건물관리 직원의 도움을 받아 왼쪽으로 돌아서니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3층까지 숨가쁘게 걸어 올라갔다. 용을 쓰고 계단을 올라가서인지 손 지사와의 단독 인터뷰는 다소 도전적으로 시작됐다.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에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불쑥 내밀었다. 이중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3.6%인 모 방송국의 조사 결과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그는 의외로 웃음으로 화답했다. 손 전 지사는 “아직은 일러요. 본선 경쟁력에 대한 판단이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후보들의 검증이 본격화되면 ‘손학규의 가치’가 훌쩍 올라갈 겁니다. 정말 본선에 가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되는지를 냉정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반드시 올 겁니다.”라고 짐짓 여유까지 보였다.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재차 물었다. 그는 “민주화 투쟁 때는 온몸을 던져 투쟁했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했다.”며 “이후 경기지사를 하면서 ‘CEO도지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외자 유치 등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경제 건설상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 지역간 갈등을 아우르며 갈 수 있는 지도자는 자신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손 전 지사는 또한 한나라당이 ‘환골탈태’를 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며 특유의 개혁론을 이어갔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실정을 하고, 엉망이라고 하더라도 자동으로 뭘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이 한나라당의 지지로 (일시적으로)왔을 뿐이어서 당이 진정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집권하지 못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이란의 강경 대외정책 변화오나

    이란의 강경 대외정책 변화오나

    이란 국민들이 서방 세계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워온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18개월 강경 정책에 ‘노(No) 펀치’를 날렸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지방 의회와 국가지도자 운영위원회선거 최종 집계 결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 보수파가 대패한 것.2003년 2월 지방선거 이후 이어져온 보수파의 득세 정국을 전격적으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면서 이란의 대내외 정책 기조가 바뀔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5년 6월 대선이후 ‘이스라엘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겠다.’는 발언과, 우라늄 농축 강행으로 유엔의 경제제재 상황에 놓인 이란의 현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이번 선거결과로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침체된 경제를 살려내지 못하고, 자유와 개방, 민주주의를 억압해온 것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11일 테헤란의 명문 아미르 카비르 대학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연설하던 도중 발생한 대학생들의 시위는 수년간 진퇴를 거듭해온 이란의 민주화·개방 운동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서방 언론은 보고 있다. 21일 이란 내무부가 발표한 선거 결과에 따르면 11만 3000명을 뽑는 지방 의회선거에서 강경파는 20%도 얻지 못했다. 특히 ‘정치 1번지’테헤란의 경우 15석 가운데,7석은 온건 보수파가,4석은 개혁파가 차지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측 인물은 3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한명은 2005년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알리 레자 다비르(무소속)가 대중적 인기를 업고 당선됐다. 대통령의 여동생은 겨우 8위로 당선권에 들었다. 원로 성직자 86명으로 구성된 국가지도자 운영위원회 선거에서도 반(反) 아마디네자드 정서는 그대로 투영됐다. 지난해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에 패했던 친서방 개혁파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아마디네자드가 미는 후보를 누르고 위원에 선출된 것. 이란은 지난 1941년 팔레비 국왕의 서구화 정책 도입 이후 개혁파·보수파, 온건 보수파와 강경 보수파간에 극심한 권력 투쟁을 해왔다. 이번 선거에서 지난 3년간 권력 뒤편에 물러섰던 개혁파와 온건 보수파 즉,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인사들이 힘을 다시 얻게 됐다. 물론, 지방 선거의 경우 아마디네자드의 정책과 관련없는 지방 정책에 국한된 것이란 점에서 중앙차원의 정책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국민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큰 부담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도 우라늄 핵개발과 관련한 유엔차원의 제재 움직임과 관련,“어떤 조치도 이란의 계획을 막지 못한다.”고 맞섰다.2008년 총선과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 아마디네자드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이 민심을 어떻게 수용할지 주목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사회플러스] 연가투쟁 징계대상교사 430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연가투쟁과 관련한 징계 대상자가 430여명으로 집계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1일 “지난달 22일 열린 연가투쟁 참가 교사들 가운데 이전 연가투쟁까지 포함, 네 차례 이상 참가해 징계 대상에 오른 교사가 모두 430여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민노총, 탈퇴 도미노?

    민주노총의 강경투쟁 노선에 반발해 코오롱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다. 민주노총 화섬연맹 산하 코오롱 노조(위원장 김홍렬)는 20∼21일 조합원 799명을 상대로 민주노총 탈퇴안을 담은 규약 변경 안건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790명(98.9%)이 참여해 754명(95.4%)이 찬성했다고 21일 밝혔다. 코오롱 노사는 2005년 초 회사측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어 구조조정에 들어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노조는 정리해고자의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해 말부터 경기도 과천 본사와 코오롱 그룹 이웅렬 회장 자택 등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올해 4월 중앙노동위원회가 회사측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정을 내렸고, 최일배 전 노조 위원장이 사원 신분을 박탈당하면서 노조의 시각이 달라졌다. 올해 7월 새로 출범한 노조 집행부는 노사 상생을 강조하고, 급기야 민주노총을 탈퇴하기에 이르렀다. 노조 집행부는 “현장의 여론이 민주노총의 요구와 달랐다.”면서 “회사측과 상생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코오롱 노조는 당분간 다른 연맹에 가입하지 않을 계획이다.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코오롱 노조원들이 자발적으로 민노총을 탈퇴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회사측이 노조 와해 공작을 집요하게 벌인 것 같다.”고 말했다.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책꽂이]

    ●하얀 아오자이(응웬반봉 지음, 배양수 옮김, 동녘 펴냄) 1950∼60년대 베트남 학생들의 민족투쟁 과정을 그린 소설.1986년 ‘사이공의 흰옷’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나온 것을 이번에 저작권자와 정식 계약을 맺고 재출간했다. 공부밖에 모르던 평범한 여학생이 식민지 조국의 현실에 눈뜨고 학생운동에 뛰어들게 된다는 내용이다. 베트남판 ‘건국 서사문학’.1만 2000원. ●헤이케 이야기(오찬욱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문학이자 군기(軍記)문학의 백미로 손꼽히는 고전.13세기경 정형화된 모노가타리(物語·상상에 기초해 인물·사건을 기술한 산문형식의 문학작품)에 속하는 작품으로 일본 고대 말기 중앙 정계의 실력자로 부상한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淸盛)와 그 일문의 흥망성쇠를 그렸다. 작자 미상의 ‘헤이케 이야기(平家物語)’는 일본의 중세 이후 예술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헤이케 이야기’가 널리 유포되기 시작한 14세기경에 등장한 ‘오토기조시(단편소설)’는 현존하는 300여편 가운데 30여편이 이 이야기에서 소재를 따온 것이다. 전 2권,1권 1만 3000원,2권 1만 5000원. ●어린이문학의 재발견(김상욱 지음, 창비 펴냄) ‘어린이문학 또한 문학이며 문학이어야 한다.’‘어린이문학은 어린이문학만의 고유한 내적 특질을 담보해야 한다.’ 이 두 명제는 어린이문학의 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것이다. 이 책은 문학의 보편성과 어린이문학의 특수성을 매개하는 중핵으로 ‘현실성’에 주목한다. 현실성이 충만하게 될 때 어린이문학은 ‘어린이’와 ‘문학’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그 자체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1만 8000원.
  • ‘우토로의 꿈’ 끝내 이루지 못하고…

    일본 속 마지막 조선인 마을이자 일제 강제징용인 집단촌인 ‘우토로마을’의 남성 최고령자인 최중규(90) 옹이 지난 1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21일 재외동포 인권단체인 지구촌동포연대(KIN)에 따르면 최옹은 지난해 7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철거 위기에 놓인 일본 우토로마을을 지켜달라.’는 탄원서를 보내는 등 우토로마을 살리기에 헌신해 왔다.최옹은 최근까지 일본인과 재일교포들이 함께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투쟁을 벌여 왔다. 우토로 마을은 일본 교토 우지시 우토로 51에 위치한 마을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1년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조선인 노동자 1300여명을 강제 징용해 집단 합숙시켰던 마을로 1945년 광복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형편이 어려웠던 200여명은 이곳에 정착했다. 대부분 양철지붕을 얹고 철판들을 이어 붙인 낡은 판자촌을 형성해 살아왔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이 땅이 닛산차체주식회사로부터 전매됐고 토지를 사들인 부동산회사가 주민들의 강제퇴거 작업과 소송을 시작했다. 최옹은 일제가 한창이던 1942년 후쿠오카의 탄광에 강제동원됐다가 1967년 우토로로 이주해 건설 노동자로 일해왔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1일 TV 하이라이트]

    ●해피투게더(KBS2 오후 11시5분) 초등학교 시절 믹키유천이 너무도 좋아했던 여자 친구. 그 행운의 스캔들 상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그리고 믹키유천은 그 첫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시절 오지호를 겁먹게 했던 전교 제일의 빅 덩치를 자랑하던 여걸, 킹콩파. 오지호가 무서워했던 킹콩파의 실체는 과연?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3년 내내 학습지를 하는 동안 한번을 거르는 법 없이 과제를 성실하게 해온 초등학교 5학년 상아. 성적은 반에서 10등 안팎. 하는 것에 비하면 못 미치는 성적에 부모와 학교, 학원 교사들도 의아해할 정도다. 학습 태도와 학습에 대한 열정도 높은데, 그만큼 성적이 따라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있을 때 잘해(MBC 오전 7시50분) 진우를 찾아간 동규는 유미를 이용해 무슨 수작을 부리려 하는 거냐며 진우를 몰아세운다. 진우는 동요 없이 유미에게 순애와의 결혼에 대한 얘기를 꺼낸 당시의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오해를 풀려고 한다. 한편 동규는 순애를 계속해서 뷰티모델로 쓰라는 회사 내 압력을 거절하자 지방으로 발령이 난다.   ●슈퍼아이(SBS 오후 6시50분) 실내 온도가 16도 이상을 기록하는 겨울철에도 충분히 세균들은 우리 주위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모든 주부들이 안심하고 쓰는 주방용품들의 실태는 어떨까? 대중식당보다 더 위험한 가정의 도마. 그리고 위기의식 없는 주부들. 지금도 아무 의심 없이 사용되는 도마. 과연 안심해도 좋은지 살펴본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캐나다는 내년 이민자 정착 예산을 올해보다 80%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정착 지원금은 이민자들의 언어교육과 통·번역 서비스, 정착 상담, 지역정보 제공과 취업 알선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인구 유입만이 캐나다의 고질적인 노동력 부족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문화지대 사랑하고 즐겨라(KBS1 오후 10시) 틀 안에 갇혀 사는 성직자가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시인이 되었다.‘민들레의 영토’ ‘내 영혼에 불을 놓아’ 등 시집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국민 시인으로 자리잡은 이해인 수녀. 그녀가 2년 만에 ‘사랑은 외로운 투쟁이다’와 ‘풀꽃 단상’으로 돌아왔다. 이해인 수녀를 화가 김점선이 만난다.          
  • [사설] 사학법 논란 헌재 결정 기다리자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심히 우려된다. 기독교 단체들이 잇따라 개정 사학법의 핵심인 개방형 이사제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있고, 사학법 재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종단 산하의 사학을 폐교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은 집단 삭발식을 갖기도 했다. 사학법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합리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을 볼모로 잡는다든지, 과격한 행동으로 재개정을 강요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 사회는 사학법 논란으로 크게 홍역을 치렀다. 한나라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올해 예산안은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변칙처리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사학 대표들은 학교 문을 닫겠다고 나서 새학기 학생 배정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1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이 내년 예산안 처리를 사학법 재개정과 연계시키지 않을 뜻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종교단체와 사학재단들도 과격 대응을 자제하고 사학법을 어떻게 고치는 게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일단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개정 사학법을 놓고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다. 개방형 이사제의 위헌성 여부를 중심으로 지난 14일 공개변론 절차가 있었다. 이르면 한두달 안에는 위헌 여부가 가려질 수 있다. 헌재 결정이 나기도 전에 위헌이라면서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당수 사학은 법이 재개정되기를 기다리며 정관개정 등 현행 법규에 따른 후속 절차를 늦추고 있다. 헌재가 정치권의 재개정 논의와 관계없이 빨리 결론을 내려줘야 사회혼란이 줄어든다. 헌재 결정 후 국회에서 법을 고치는 게 옳은 순서이기 때문이다.
  • [이경형칼럼] 짝짓기 잘해 정권 잡는다?

    [이경형칼럼] 짝짓기 잘해 정권 잡는다?

    내년 대통령선거가 363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해는 현행 권력 구조인 ‘87헌법’체제 출범 20년을 맞는 해로, 그동안 시행한 4차례의 대선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대통령 선거 문화를 형성해야 할 시기다. 1987년의 대선은 ‘1노3김’경쟁이었다. 노태우(TK), 김영삼(PK), 김대중(호남), 김종필(충청)의 4자 경쟁은 철저한 인적·지역적 분할 구도였다. 노태우 후보는 3김을 분할하는 전략으로 당선되었다.1992년은 김영삼(YS)의 김대중(DJ)호남 포위 전략이 주효했다. 이른바 3당 합당이라는 야합 짝짓기의 성공이었다. 1997년은 DJ+JP(김종필)연합 소위 호남·충청의 DJP 짝짓기의 결과로 ‘국민의 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반독재 투쟁·진보 노선의 DJ와 개발 독재의 주체·보수 노선의 JP가 권력분점이라는 밀실 협상으로 짝짓기를 하여 정권을 잡았다. 지금의 노무현 정부도 노선·색깔이 서로 다른 노무현과 정몽준이 일단 짝짓기로 연대한 뒤, 여론조사 주사위로 단일화에 성공, 참여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대선 경쟁과 정권 쟁취 과정은 한마디로 정치 공학적 게임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대권 후보들이 내세운 국가 운영 철학이나 지도 이념 등은 선거 벽보용에 그쳤다. 지역 분할 전략 혹은 절묘한 짝짓기 등 정치 술수와 고도의 선거 계략을 구사함으로써 정권을 잡았다. 겉으로는 거창한 국가 비전과 정책 노선과 공약을 내걸고 국민들에게 표를 호소하지만, 막판에 가서는 정강이고 정책이고 관계없이 오로지 표 계산에 따른 짝짓기를 통해 대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야바위 같은 짝짓기를 무슨 ‘정책 연합’으로 포장하여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지만 실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앞으로 각 당마다 무수한 ‘잠룡’들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과거 한나라당의 ‘9룡 경선’을 방불케 하는 이벤트들이 속출할 것이다. 이들 주자들 가운데는 향후 당내 혹은 정권 내 지분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선에 나서거나 대권에 도전하는 이들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기존 정당의 경선자들은 지난 4년간 소속 정당이 뭘 잘못했는지를 솔직히 밝히는 자기 성찰적 고백부터 하고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 신장 개업하는 정당이라면 콘텐츠가 기성 정당과 왜 달라야 하고, 어떻게 다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과연 언제까지 ‘정치9단’들과 그 아류들이 벌이는 도박판 같은 선거 문화를 지속해야 하나. 이벤트성 정치 집회와 바람몰이식 세(勢)과시, 상대방에 대한 네커티브 선전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짓은 그만두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적어도 2010년대 한국의 국가발전 비전과 정책 노선을 제시하고 왜 그렇게 가야 하는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정당당하고 명분 있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유권자들도 각 후보들의 국가운영 철학과 지도자로서 자질을 꼼꼼히 살펴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찍고 나서 손가락을 아무리 원망한들, 대통령 임기 5년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 나라 정권의 수준은 국민의 선거 문화 수준과 높이를 같이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비록 승자가 권력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게임 같은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품격있는 경쟁, 논리가 있는 경쟁으로 이뤄져야 한다. 차기 정권의 향배가 천박한 득표 전술과 명분 없는 합종연횡으로 결정된다면 21세기 한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한번 웃자고 하는 말

    [한승원 토굴살이] 한번 웃자고 하는 말

    ‘한번 웃자고(笑呵) 하는 말이다.’‘하하하(呵呵呵)’ 이 말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이나, 조희룡의 짧은 산문들 속에서 발견되는 말이다. 그 글들은 그분들이 늘그막에 들어서 쓴 것들이다. 그런데, 한번 웃자고 한 말들이라지만 그냥 웃자고 한 소리들만은 아니다. 옥편에서 ‘가(呵)’를 찾아보면,‘꾸짖을 가’이기도 하고,‘깔깔 웃을 가’이기도 하다. 거기에서는 ‘희롱’(戱弄-말이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려댐)이 담겨 있다. 늙은이들의 희롱은 그냥 희롱이 아니다. 상대를 꾸짖는 뜻이 담겨 있고, 거기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희롱하는 뜻이 담겨 있고, 스스로의 삶 즐기기가 담겨 있다. 풋 늙은이인 나도 그분들처럼 이 해 마지막 달력장을 앞에 놓고, 한번 웃자고 하는 말을 하고 나서 망년(忘年)하고자 하니, 혹 망령(妄靈)이 나 있다고 흉허물하지 않기 바란다. 얼마 전,‘우리가 멈추면 세계가 멈춘다!’는 말을 앞세우고, 자기 화물차를 세워놓고 시위를 한 사람들은 그들 일부는 고속도로를 막고 몽둥이를 들고 시위를 했고, 자기들의 뜻에 반하여 움직이는 물류 화물차들에 불을 질렀고 운전자들을 끌어내려 두들겨 팼다. 그 때문에 망가진 화물차의 수가 70대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차들을 훗날 마음 넉넉한 당국이 모두 보상해주었다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반대자들은 ‘미국의 강압에 대한민국이 망가진다.’면서 하필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필사적으로 시내 교통을 마비시키면서 몽둥이를 들고 시위를 했다. 언론은 물류유통의 멈춤으로 인하여 나라경제가 금방 찌그러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댔지만,FTA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때껏 언급하다 하다 지친 것인가. 그 무렵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맞은편 노약자 석을 차지한 ‘무소유의 천사’ 두 사람이 ‘말’을 허공중에 띄우는 희롱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FTA 반대꾼들이 미국으로 시위 원정을 갔다는 뉴스를 듣고 나는 바짝 긴장을 했다고. 우리 시위꾼들은 미국에 가서 과연 시위를 할까. 미국 경찰은 그 시위를 허락할까. 만일 시위를 하지 못하게 한다면 우리 시위꾼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대한민국 땅에서 하듯이 몽둥이를 들고 막는 경찰들을 두들겨 팰까…. 손에 땀을 쥔 채 조마조마하면서 뉴스 시간을 기다렸지. 그런데 막상, 브라운관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평화로웠어. 우리 사랑하는 시위꾼들은 몽둥이를 들지도 않았고, 화염병을 던지지도 않았고, 차도를 점령하지도 않았어. 영문으로 쓴 피켓 한 개씩을 들고 아주 다소곳한 모습으로 시위를 했어. 그런데 그 평화로운 시위를 보는 내 심사는 허망하고, 슬프게 비틀리고 있었어. 우리 시위꾼들은 왜 대한민국 땅에서 하듯이 거친 본성을 드러내지 않고, 그렇게도 평화롭게 시위를 했을까. 아, 미국이 무섭기는 무서운 나라인 모양이다.” “그야 뻔할 뻔자지. 미국에서는, 경찰이 시위를 허락하면서 정해놓은 구획과 선(법) 밖으로 시위꾼들이 만일 한 발짝만 벗어날 경우 사정없이 파김치가 되도록 두들겨 패버린다. 두들겨 맞은 시위꾼들이 항의를 해도 소용없어. 법을 어겼기 때문에 법에서도 나 몰라라 한단 말이여. 미국이란 나라는 법으로만 똘똘 뭉쳐진 나라 아닌가. 미국에서는 함부로 땅에 떨어진 휴지를 못 줍는다. 청소부가 자기들의 사업 영역을 침범했다고 신고를 해 버리면 휴지를 주운 사람이 꼼짝없이 벌금을 물게 되니까.” “에끼 순!” 한쪽 천사가 어처구니없어 하자 다른 천사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법다운 법도 없고, 그어놓은 선도 없어. 대한민국 경찰은 사정을 두고 막는 체할 수밖에 없는데, 그 까닭은 여차하면 나중에 과잉 진압했다고 오히려 처벌을 받기 때문이여. 반대로, 과잉 진압을 하도록 충동질해 가지고 두들겨 맞은 시위꾼은 영웅이 되는 거라. 남보다 앞장서서 투쟁하곤 한 영웅은 자기들의 선거철에 노조 간부로 당선되고, 일단 그렇게 되면 귀족처럼 그랜저 굴리면서 살 수 있고,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시위는 일종의 신분상승 수단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여.” 한 천사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하긴 그 말이 맞네. 대한민국에서의 시위는 과격하면 과격할수록 언론이 보도를 더 크게 하는데, 시위꾼들은 그것을 여론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더라고. 여론화되면 정부쪽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시위꾼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시위는 의사 표시의 차원이 아니고 의사 관철의 차원이다 이거야. 그야말로 법은 없고 주먹하고 몽둥이만 있는 원시지대인 것이지.” “아이고 법이 법답고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사람다워야 따르지.” 천사들이 희롱하는 말 때문에 속으로 슬퍼하면서 웃고 또 웃었다. 아, 송년하지 말고 망년(忘年)하자, 가가가(呵呵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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