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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경찰청장 이성규’ 우여곡절끝 다시 회귀?

    조현오 경찰청장의 서울청장 시절 강연 동영상 유출 파문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경찰 수뇌부 인사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내부 파벌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인사초안이 밖으로 잇따라 새어 나가며 파문을 키웠다. 서울경찰청장직을 놓고 지난 2일에 떠돌던 ‘이성규 내정설’이 3일에는 ‘이강덕 내정설’로 바뀌었다. 경찰이 마련한 여러 가지 수뇌부 인사안들이 실시간으로 바깥으로 전해진 것이다. 여기에 경찰 외부 세력의 파워게임까지 더해져 경찰 수뇌부 인선은 막판까지 혼선을 겪고 있다. 당초 경찰은 1일 서울청장 등을 임명할 방침이었지만, 인사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일정이 미뤄져 3일에도 발표를 하지 못했다. 1일까지는 이성규 경찰청 정보국장을 서울청장, 이강덕 부산청장을 경찰대학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인사안의 골자였다. 하지만 차기 경찰청장 1순위로 꼽히는 이 청장을 서울청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됐고, 결국 ‘이강덕 서울청장 내정설’이 제기된 것이다. 경찰 내부의 권력투쟁과 정보유출은 경찰대와 비경찰대 간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경찰대 출신이 서울청장으로 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간부후보생 출신인 이 국장이 서울청장에 유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대 출신의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대와 비경대 간’의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이 국장안을 검토했지만 이 같은 안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자, 이강덕 부산청장을 서울청장에 앉히는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는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찰청 인사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자 청와대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인사와 관련된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서울청장 임명을 서두를 방침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당초 안대로 이 국장을 서울청장으로, 이 청장을 경기청장이나 경찰대학장에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서울광장] 장상, 장대환, 김태호 그리고…/곽태헌 논설위원

    [서울광장] 장상, 장대환, 김태호 그리고…/곽태헌 논설위원

    장고(長考) 끝의 악수(惡手)였다. 이명박(MB) 대통령이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후 고심 끝에 내놓은 ‘8·8개각’은 참담한 실패로 끝이 났다.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2명이 동시에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개각 당시 40대 국무총리니, 세대교체니 하면서 의미부여를 했지만 스타일만 구긴 셈이 됐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상습적’인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사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기, 부인이 상습적으로 관용차를 이용한 사실, 경남도청 직원을 도우미로 일하게 한 것에 관해 모두 거짓말을 했다. 김 후보자가 솔직하게 인정했더라면 위장전입을 자주 했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쪽방촌에 투자했던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힘겹지만 살았을지도 모른다. 김대중(DJ) 대통령은 2002년 7월 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 후보로 장상 이화여대 총장을 발탁했다. 그러나 장 후보자는 위장전입, 장남의 이중국적, 청문회 발언 번복 등의 문제가 불거져 낙마했다. 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국회에서 찬성 100표, 반대 142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의원은 105명, 민주당과 공동정부를 구성했던 자민련 의원은 9명이 각각 표결에 참가했다. 민주당의 반란표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DJ는 바로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장 후보자의 나이는 당시 50세. 장 후보자도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의혹, 세금 탈루 의혹 등으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반대표는 151표. 표결에 참가한 한나라당 의원보다 13표나 많았다. 인사청문회와 관련, 잣대가 왔다갔다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칼로 무 자르듯 기준을 만들 수는 없다. 위법 횟수, 심한 정도, 고의성 여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냐, 여대야소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가장 좋은 것은 총리, 장관, 대법관 등 고위직 후보자가 자격이 있는지를 스스로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총리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을 하나의 기준으로 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인사청문회가 없던 시절의 작은 위법사항은 봐주고,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의 위장전입을 비롯한 잘못에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가 수십번 위장전입을 했다고 해도, 쪽방촌에 집을 몇 채 갖고 있다고 해도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CEO의 재산이 수백억원 있다고 해도 문제를 삼지도 않는다. 하지만 공직자를 보는 국민의 눈은 다르다. 조선시대의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없어진 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공직자에게는 보다 높은 도덕성을 바라고 있다. 총리, 장관 후보자들은 이 점을 부담스럽게 생각할 게 아니라 고마워해야 한다. CEO에게는 바라지도 않는 것을 기대한다는 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렇게 총리감이 없고, 장관감이 없다고 허탈해하고 낙담할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우리 국민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8년 전 청와대와 여당은 여소야대인데도 결함이 많은 총리 후보자에 대한 표결을 두 차례나 밀어붙였다. 한나라당 권력투쟁의 산물이었는지, MB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만만하게 보여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여대야소인데도 이번에는 표결을 포기했다. 세상은, 역사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발전하는 것이다. CEO는 능력만 있으면 할 수 있지만 총리, 장관은 능력은 기본이고 여기에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것은 소중한 교훈이다. 제대로 된 혹독한 검증을 통해 총리와 장관이 존경받는 세상이 된다면 이것도 좋은 일이다. CEO 출신의 MB는 고위 공직자의 기준은 CEO와는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tiger@seoul.co.kr
  • 전주 법조타운 조성 안갯속

    전주지방법원과 검찰청, 전주교도소 등 법조 관련 기관들의 이전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법원과 검찰청 이전은 법조타운 조성 사업이 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으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 사업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교도소 이전은 주민 반발에 부딪쳐 난항이 예상된다. 전주지법과 지검은 시가 2013년까지 만성동 일대에 137만 5000㎡의 법조타운을 조성하면 2014년 청사를 건립해 2015년 이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LH가 법조타운 조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어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법원은 이전부지 선수공급 계약금 3억원까지 지불하고 법원행정처가 청사 이전 예산을 책정한 상태이지만 공사가 늦어져 현 청사 증축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전주지법은 주차장, 사무실, 법정이 부족해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법관들은 방이 부족해 2명이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고 영장실질심사를 전담하는 법정이 없어 요일별로 빈 법정으로 옮겨가며 업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교도소 이전 사업은 시와 지역 정치권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시작부터 미숙한 일 처리와 주민 반발 등이 얽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시가 주민 반발에 부딪히며 후보지 선정작업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해 이전사업이 상당 기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주교도소는 지난 7월 시가 추천한 6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현지 조사 등을 한 결과 상림동 1곳만이 적합한 것으로 판단, 이 같은 의견을 법무부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내년 예산이 확보되면 곧바로 용역을 통해 이전 부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한 뒤 내년 하반기에는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림동 주민들의 집단 반발에 시가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일이 틀어졌다. 시는 상림동 주민들이 ‘교도소 이전 반대 투쟁위원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히자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시 관계자는 “법무부에 상림동 주민의 반대가 심해지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다시 여러 후보지를 놓고 타당성 조사와 의견 수렴 절차 등을 밟아 후보지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서둘러 6개 후보지를 선정, 추천한 무사안일 행정이 빚은 해프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교도소 관계자는 “시가 후보지까지 추천해 놓고 이제 와서 어렵다고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한국현대미술 뿌리를 찾아서…

    한국현대미술 뿌리를 찾아서…

    신학철의 ‘유월항쟁과 7, 8월 노동자대투쟁’ 작품 옆에 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그림 ‘명부시왕오도전륜대왕도’가 걸려 있다. 민중미술의 대표작가 신학철의 그림은 기득권자들의 탐욕과 눈먼 권력 아래 신음하는 민중의 애환과 희망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명부시왕오도전륜대왕도’는 지옥의 재판을 형상화한 그림. 현세의 업보가 내세를 결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란히 걸린 두 그림을 보노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시공을 초월해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춘추(春秋)’전은 한국현대작가 11명의 작품과 고미술 작품 12점을 짝지워 보여준다. 공자가 편찬한 노나라의 역사서 ‘춘추’에서 빌려온 제목에서 드러나듯 한국현대미술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다. 학고재갤러리 김지연 큐레이터는 “고미술을 통해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찾는 한편 박제된 고미술을 미술현장으로 불러내 현재성을 획득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고미술과 현대작가를 묶는 연결 고리는 작가의 작업 태도나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주제의식 등 형식과 내용 모두에 주목했다. 조각가 정현의 인물 조각은 몽인 정학교(1821~1914)의 ‘죽석도’와 형태상으로 놀랄 만큼 닮았는가 하면, 차고 이지러지는 달빛을 받으며 밤바다 위로 미끄러지듯이 흘러가는 배 모습을 담은 한계륜의 영상 작업에선 조선후기 황산 김유근(1785~1840)이 먼 산을 바라보며 배를 타는 강태공의 모습을 그린 ‘소림단학도’의 정서가 그대로 배어난다. 전통 산수화의 다시점과 전체 시점을 사용해 붉은색 산수화를 그리는 이세현의 그림은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와 묶였고,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고려시대 ‘암굴수월관음보살도’는 이용백의 그림과 쌍을 이뤘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02)720-152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개헌 불씨 살린다

    개헌 불씨 살린다

    올해 정기국회가 개회된 1일 ‘개헌’도 다시 등장했다. 이미 정치권에 등재된 현안이지만, 여야의 움직임과 정치인들의 반응에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여당과 야당의 실세가 약속이나한 듯 같은 날 개헌 문제를 들고나온 점이 주목된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정략적 개헌이 아니라면 논의에 응하겠다.”고 했다. 정세균 전 대표 시절 “내부의 친박근혜계와도 공감대가 없으면서 무슨 개헌 논의냐.”고 일축했던 것과는 큰 차이다. 뒤이어 이재오 특임장관의 관련 발언이 나왔다. 이날 국회를 방문,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조승수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개헌을 하려고 하면 지금이 적기”라고 말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와 이 장관은 이날 ‘묘하게도’ 손발이 잘 맞았다. 박 원내대표는 아침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선 개헌문제가 적극 대두되고 있다.”며 먼저 적극적인 전망과 해석을 내놓았다. 마치 2시간쯤 뒤 이 장관이 “여당이 먼저 무엇을 제안하면 (야당이) 정략적이라고 비판하니까 될 것도 안 된다.”고 말할 것을 미리 인지한 듯 보일 정도다. 이 장관의 발언은 진보신당의 노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을 말씀하셨는데 개헌은 하는 것인가.”라고 물은 데 답한 형식이지만, 이 질문 역시 앞선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반향을 일으킨 데서 비롯됐다. 이런 점에서 국회 일각에서는 여야 간 일정한 물밑 조율이 이뤄진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개헌’을 어떻게 성사시킬 것이냐보다는 개헌 논의의 과정과 필요성을 둘러싸고 여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 전체를 다루는 데 있어 개헌만큼 매력적인 카드가 있겠느냐.”면서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다른 의제 자체가 정치권 내에서 무의미해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중반에 불거진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을 진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개헌 논의가 아쉬운 여권 주류로서는 공론화를 위해서는 야권의 호응이 필수 선결 요건이다. 야당으로서는 ‘호응’을 전제로 ‘정치 협상’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4대강 사업 속도 조절 등 야당의 핵심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다. 지금 야권은 여권 주류에게 개헌 논의는 사활의 문제로까지 보고 있다. 지렛대 효과가 기대치를 넘는다면, 개헌 논의는 예상보다 빠르게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년 중임제나 선거구제 개편 등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서는 야권도 큰 거부감은 없다. 특히 여권 핵심부가 개헌 정국 대신 사정(司正) 정국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야권에게도 탐탁지 않은 일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오 장관은 “(대통령이) 정말로 한번 정치선진화를 이뤄 놓겠다는 생각으로 제안한 것이니 국회에서 어떻게 진행하는지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이 장관은 “수십년간 대통령 하나 갖고 여야가 박터지게 싸우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이 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선거제도를 바꿀 수밖에 없다. 지금은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은 영남에서 안 되지 않느냐.”면서 “이런 구도가 정치권 갈등과 대립의 원천으로, 선거구제 문제를 포함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운·이창구기자 jj@seoul.co.kr
  • “6자회담 즉시 재개 힘들 것…후계구도 정당성 확보한 셈”

    “6자회담 즉시 재개 힘들 것…후계구도 정당성 확보한 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26~30일 비공식 중국 방문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 이양과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경제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이 30일 밝혀 북한의 후계구도와 6자회담 재개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셋째아들 김정은의 후계구도 강화를 위해서는 탄력을 받겠지만,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조건이 사실상 대북제재의 철회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6자회담이 조속한 시일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3대세습 이달 오픈 어려울 것” 김용현 동국대교수는 “후계구도와 관련해 탄력을 받았다.”면서도 “김정은 방중에 대해 중국이 애매한 표현을 한 것처럼 3차 당대회에서 그대로 오픈된다고 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장성택 부장을 중심으로 한 중간 디딤돌, 징검다리를 통해 역할이 부여된 후 공식적으로 지위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김정은의 방중이)확인되지 않았지만 김일성의 항일투쟁 현장 등을 답사한 것은 3대 세습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이번 방중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후계구도와 연결된 것”이라면서 “(후계구도를 위해)대외 협력, 화해무드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6자재개 화두는 이벤트적 성격” 동 전문위원은 “대외적인 국면에서 화해국면을 유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국과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구체적인 유형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순 없다.”면서 “분위기를 역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6자회담이 즉시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내의 중간선거 국면과 보수화되는 분위기, 미 행정부가 중동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측면에서 북측의 언급을 직접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수개월간 이런 국면이 진행될 것이고 김 위원장의 발언과 이를 보도한 내용은 결국 화두를 던졌다는 이벤트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쪽에서는 경제협력을 발표했고, 중국쪽에서 6자회담에 대한 것을 얘기했는데 이 같은 내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 성명이 나온 후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면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 평화협정 등이 조건으로 전제된 포석”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6자회담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향후 6자 회담에 대한 논의가 자주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시기적으로 더 지켜봐야 하며 (대북제재의 주체인) 미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는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北·中경협 큰 틀선 변화 없어” 동 전문위원은 “중국을 통해 경제성장을 얻기 위한 것은 오래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수해를 입어 민심이 흉흉했던 만큼 중국 방문을 통해 대규모 경제지원이 가능해 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위기 타개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교수는 “다급한 상황속에서 방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수해가 겹치자 9월 당대회를 축제로 이끌 수 없는 부분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방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북한 상황을 급박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면서 “후 주석이 김 위원장을 파격적으로 맞은 점으로 볼 때 (북한이) 실리를 추구하고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기아차勞, 유급 전임자 204명→21명… 20년만에 무파업 임단협

    기아자동차 노사가 20년 연속 파업의 고리를 끊고 임금·단체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특히 노동계 최대 쟁점인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 적용을 놓고 개정 노동법을 준수하기로 한 점에서 주목된다. 이로써 완성차업계 5개사는 노조 출범 이후 사상 처음 ‘무(無)파업’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기아차 노사는 31일 경기 광명 소하리공장에서 진행된 18차 본교섭에서 모든 종업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에 노조 전임자는 크게 줄이는 데 합의를 이끌어 냈다. 노사는 타임오프제 시행에 대해 개정된 노사관계법에 따라 유급 노조전임자 수를 204명에서 21명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사측은 유급 전임자 21명에 대해선 급여를 지급하되, 전임수당은 폐지하기로 했다. 무급 전임자는 노사 협의를 통해 따로 결정하기로 했다. 대신 기아차는 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고용보장합의서’를 제시했다. 또 임금부분 합의 내용을 보면 ▲기본급 7만 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일시금 300%+500만원 지급 ▲신차 성공 및 생산·판매 향상을 위한 회사주식 120주 지급 등이다.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지 20일 만에 전격 합의를 이뤄낸 것은 노사 갈등이 최근 ‘잘나가는’ 기아차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특근 및 잔업 거부를 강행해 대내외적인 비판을 샀고, 사측도 노조와의 협상이 원활하지 못해 최고의 사업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여기에 일부 노조원들이 노조 지도부의 강경투쟁 방식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노사 모두가 유연한 자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2일 실시된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 노동법을 준수하기로 한 기아차 노사의 합의는 내년 단체협약 개정을 앞둔 다른 강성 사업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인사청문회 정국…민주당 두 모습] 국정발목 역풍? 조현오 때리기 속도조절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 8·8 개각 후보자들의 줄사퇴가 이어진 가운데 30일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청와대로부터 예정대로 임명장을 받자 야권은 “국민을 무시한 오만하고 독선적인 처사”라며 분개했다. 야당은 계속적인 사퇴 요구와 구속 투쟁을 벌여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대여(對與) 공세에 몰입할 경우 자칫 ‘국정 발목잡기’라는 여론의 역풍과 여당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돼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 수석부대표는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조 후보자와 관련, “패륜적 망언을 일삼으며 최소한의 공직윤리마저 저버린 인물임이 청문회를 통해 밝혀졌다.”면서 “공정한 사회가 아닌 공포의 사회를 만들 장본인인 이런 사람에게 어떻게 ‘국민의 지팡이’의 수장을 맡기느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사퇴청문회’는 아직 진행형으로, 민주당은 4+1원칙을 지킬 것이다. (여권이) 흥정할 생각은 말라.”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박지원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후보자들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때문에 청문회 정국에 대해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미 떠난 버스’에 집착하기보다 정기 국회에서 상임위 회의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청문회 후속타‘들을 잇따라 내놓아 연말 예산안까지 정치 공세를 잇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 신임 경찰청장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에 무게를 실으면서 맞대응할 태세여서 정치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인사청문회 정국…민주당 두 모습] 與누르고 기세등등? 전당대회 샅바싸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거대 여권을 제압한 민주당이 전당대회 국면으로 급속하게 빠져들고 있다. 선거 캠프를 꾸린 당권 주자들은 지역 대의원 표밭을 훑는 동시에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전당대회 룰을 만들기 위한 기싸움은 과열로 치닫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는 30일 부산에서 당권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약점을 날려 버리려는 듯 “이명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부관참시까지 하는 패륜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정부는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어서 민주당은 폭정을 비판하는 데 만족할 수 없다.”면서 “10·3 전당대회를 통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 지도체제를 갖추고, 집권의지를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대표는 텃밭인 광주를 찾았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동안 한 번도 한눈 팔지 않고 외길을 지켜온 내가 정통성을 계승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의 ‘정통세력’ 주장은 손 전 대표와 탈당 이력이 있는 정동영 상임고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손 전 대표와의 연대설과 관련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선 투쟁을 선점해 가고 있는 정동영 고문은 지난 26일 광주에 이어 31일에는 부산에서 ‘담대한 진보와 연합정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정 의원은 “이제 지역연합을 넘어서는 가치연합의 시대를 맞고 있다.”면서 “담대한 진보는 가치연합의 핵심적 방향이자 민주·진보 정부를 가능하게 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당대회의 향배를 좌우할 ‘전대 룰’을 놓고 이들 ‘빅3’의 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당 전대 준비위가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개최한 공개토론회에선 지도체제, 당권·대권 분리, 대표선출 방식을 놓고 평행선만 달렸다. 지역에서 온 당원들은 “당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파 간 나눠먹기식 당 운영이 횡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은 “민주당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면서 죽어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대 룰 합의는커녕 지역위원장 선출을 놓고도 마찰음이 심각해 ‘아름다운 전대’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이창구·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 민주 원내 첫승… 氣 올랐다

    민주당은 29일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자진사퇴를 발표하자 “사필귀정”이라고 반응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조영택 대변인은 “여권의 부실한 인선을 국민이 심판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는 본인들과 청와대의 결심, 여당 내에서의 비판적인 기류 확산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후보자들이 사퇴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여론이 강하게 형성된 데는 민주당이 주도한 청문회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에 처음으로 청와대와 거대 한나라당을 상대로 ‘원내 투쟁 첫 승리’를 일궜다. 지난해 미디어법 사태와 4대강 예산 투쟁 등에서 민주당은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총리 인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한다면 수적 열세를 감당할 수 없었겠지만 주도면밀한 파생공세로 한나라당 내부를 흔들어 놓았다. 특히 김 총리 후보자가 주장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가 거짓이었음을 증명해 여론전에서 완승했다. 민주당은 청문회를 통해 7·28 재·보선 완패로 상실했던 정국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현 정권이 역점 과제로 추진해 온 4대강 사업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더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고전톡톡 다시읽기] (31)셰익스피어 ‘햄릿’

    [고전톡톡 다시읽기] (31)셰익스피어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작은 1564~1616) 비극의 주인공 햄릿의 괴로운 한 마디, “To be, or not to be. That is a question.”(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숙부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후 왕위에 올랐으니 햄릿은 괴롭다. 복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고민스럽다. 우선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는 범죄를 어떻게 확인할지가 고민이고, 간통과 별다를 바 없는 결혼을 한 어머니를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고, 나아가 어떻게 복수할지가 고민이다. 상대는 막강한 힘을 가진 왕이 되었는데, 자신은 왕위를 계승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확실치 않은, 선왕의 왕자일 뿐이다. 그러니 끙끙 앓다시피 괴로운 것은 당연지사. 이 괴로운 햄릿의 모습으로부터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인들은 창백한 지식인의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독일의 괴테는 고귀하고 연약한 귀공자를, 러시아의 투르게네프는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이라는 인간 유형을 만들었다. 행동은 하지 않은 채 고민만 주구장창 하는 사람의 유형은 햄릿형,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행동으로 돌진하는 사람은 돈키호테형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햄릿형 인간은 예민한 감수성과 퇴폐적 세련미를 과시하고, 우울함이나 권태에 몸을 맡기는 데카당스 지식인의 모습으로 발전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그래서 꾀죄죄한 몰골로-하루만 세수하지 않고, 잠을 설치면 가능하다-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To be, or not to be’라고 읊조리는 모습은 지금도 지식인의 전형적인 이미지처럼 여겨지고 있다. 햄릿 따라하기의 장대한 역사인 셈이다. 하지만 400년 동안 계속되는 이미지라니, 이 이상한 마력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창백한 지식인, 햄릿형 인간 ‘햄릿’에는 근친상간, 사랑과 불륜, 음모와 배신, 광기, 결투, 자살, 살인 등 갖가지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그 핵심은 햄릿의 복수다. 하지만 5막으로 이루어진 ‘햄릿’의 구성에서 복수가 시작되는 것은 사실상 마지막 장(5막 2장) 뒷부분에 이르러서다. 그 전까지는 고민만 계속된다. 이를 두고 셰익스피어 연구자들은 ‘복수 지연’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폼나게 말해서 ‘지연’이지, 한 마디로 햄릿에게는 죽으나 사나 계속 고민하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복수 지연’이란 해석은 ‘햄릿’의 결말로부터 전체를 재구성해서 나온 것일 뿐, ‘햄릿’의 중심축은 지속되는 그의 고민인 셈이다. 이처럼 ‘고민’이 계속되는 이유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우선 유령이라는 불확실한 존재. 밤마다 성루를 헤매는 아버지의 유령은 아들 햄릿을 만나 죽음의 전말을 밝히고, 복수해줄 것을 당부한다. 물론 햄릿도 유령을 만나기 전부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지만 유령은 그 의심이 사실임을 밝혀준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는 게 유령이라니, 이보다 더 혼란스러울 수 있을까. 그것이 진짜 아비의 혼령인지, 악마인지, 헛것에 지나지 않는지조차 헷갈리는데 말이다. 이때 유령이라는 모호한 존재는 공포스러운, 기이한 대상이라기보다는 삶의 혼란과 모순이 뒤엉킨 속에서 만들어진 추상적인 이미지의 산물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만들어낸 강박관념, 죄의식, 양심의 가책일 수도 있는 그런 것이다. 혼란스러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삼촌이자 왕이자 새아버지 자리를 차지한 클로디어스, 배신했지만 여전히 어머니인 거트루드, 자신의 친구인데도 왕의 편이 되어버린 로젠크란츠와 길든스턴, 사랑하는 여자이자 왕과 결탁한 자의 딸인 오필리아처럼 햄릿의 주변은 그 어느 하나 적과 아군으로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다. ●고민, 그로부터 이어지는 자기 삶의 투쟁 이 불확실성은 햄릿이 처한 조건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장치다. 햄릿의 세계는, 선과 악이 뚜렷이 구별되는 동화나 정의가 항상 승리하는 영웅의 세계와는 달리 모든 것이 뒤엉킨 인간 세계인 것이다. 모호한 관계가 겹쳐 있어서 분명한 확신을 내리거나 분별하기 힘든 인간의 세계. 그 속에서 햄릿은 “단 한 자루 단검이면 자신을 청산할 수 있을진대. 누가 짐을 지고 지겨운 한 세상을 투덜대며 땀 흘릴까?”라면서 죽는 게 차라리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럴지언정 햄릿은 계속해서 고민한다. 이 고민은 그 자체로 인간 세계의 불확실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이에 비해 고민이 해결되는 방식은 다소 밀도가 떨어진다. 우선 복수하기에 햄릿은 허약하다. 그는 스스로도 ‘허약함’과 ‘우울증’이 있음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광기’를 빌려서야, 즉 미친 척하고서야 겨우 속마음을 내비칠 정도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행해지는 햄릿의 복수는 어이없게도 ‘우연히’ 이루어진다. 레어티즈(연인인 오필리아의 오빠)와 결투를 하는 와중에 ‘우연히’ 왕(숙부)의 흉계를 알게 된 햄릿이 왕에게 칼을 휘두르고, 햄릿의 어머니는 독이 든 술잔을 ‘우연히’ 마시고 죽는다. 그리고 햄릿마저 죽게 된다. 이는 결국 햄릿의 인간적인 한계를 부각시키는 비극적인 결말 처리방식인 것이다. 그 누구도 확신을 던져주지 않고, 자기 스스로 생산할 힘도 없는 상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햄릿의 고뇌는 소중하다. 그는 인간이 처한 세계와 그 한계를 드러내고, 그 앞에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고민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인간이라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읽어낼 수 있다. 고민하는 햄릿이 400년이란 시간 동안 사람들을 매료시킨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일견 무력해 보이지만, 가늘게 계속 이어지는 햄릿의 고민. 그래서 그의 고민은 자기 삶의 투쟁이기도 하다. 끝나지 않는 둥근 원의 투쟁이다. “투쟁은 둥근 원과 같다.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끝나지 않는다.” (멕시코 사파티스타 마르코스 부사령관이 펴낸 동화집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 중에서) 김연숙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세계를 지탱하는 정반대의 생각

    왜 새들은 좌우 날개로 함께 날아야 하는지, 좌파와 진보, 우파와 보수는 어떻게 다른지 쉽고 정확하게 짚어주는 책이 나왔다. ‘좌우파사전’(구갑우 등 14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은 대립하는 양 진영의 목소리를 남북 관계, 한·미동맹, 노동시장 유연화, 영어 공용화론 등 22개 주제별로 차분하게 정리해 놓았다. 인간 승리의 위대한 모범으로 위인전에서 빠지지 않는 헬렌 켈러(1880~1968)가 설리번 선생을 만나 말을 할 수 있게 된 뒤의 이야기는 그가 어렸을 때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성인이 된 헬렌 켈러는 머리맡에 늘 붉은 기를 올려놓는 사회당의 좌파당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헬렌 켈러는 1913년 출간한 ‘암흑의 바깥으로’에서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공장, 빈민굴을 방문한 경험을 “나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공장, 빈민가 등의 비참함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냄새를 맡을 수는 있었다.”고 적었다. 빈민과 노동자, 장애인의 비참함이 그들의 게으름이나 무능력, 운명 따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계급구조가 세상을 좌우한다고 믿었던 헬렌 켈러는 반전운동, 노동운동에 앞장섰다. 미국이 자랑하던 위대한 ‘아메리카 드림’의 모델이 급진 좌파로 커밍아웃하자 당황한 대중매체는 그를 단지 장애인의 인권 신장에 앞장선 인류애의 상징으로만 묘사했다. 연방수사국(FBI)의 후버 국장은 그를 오랫동안 감시했지만 헬렌 켈러의 높은 명성 때문에 공개적으로 공격하지는 못했다. 헬렌 켈러는 ‘나는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었는가?’란 글에서 장애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서는 구조적 차별의 철폐가 가장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미국 서부영화의 단골 주연에서 존경받는 위대한 영화감독이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고전적 보수주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 약자인 여성을 아낌없이 감싸 안고(‘밀리언달러 베이비’), 친아들을 찾기 위해 어머니가 타락한 공권력과 싸우는(‘체인질링’) 등 그의 영화세계는 불평등을 인간의 존재조건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이 불평등한 인간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사회의 진보, 제도적 개혁의 약속 따위를 신뢰하지 않고 ‘황야의 무법자’처럼 홀로 자신과 가족의 생명, 자유 그리고 재산을 지키고자 투쟁한다. 총기와 재산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이것들이 개인의 생명,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필수적 수단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약자를 연민하고 감싸 안는 것이 강한 자가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믿는다. 헬렌 켈러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고전적 좌파와 우파가 세상을 해석하는 세계관과 그 세계관에 근거해 현실을 헤쳐가는 정반대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대립하는 두 세계관은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두 동력이다. 좌파와 우파는 상대를 비판하고 서로에게 자극받으면서 지난 200여년간 세계를 지탱해 왔다. 우리가 좌파와 우파에 대해 알아야 하는 까닭이다. ‘좌우파사전’은 세상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두 정치적 프로그램의 경연을 살피면서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과 예리한 잣대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사회 문제를 생각하는 데에는 좌든 우든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진전이 있는 것이지, 중도 운운하며 중간에 덮으면 발전도 없고 많은 불합리를 덮어버리게 된다.”며 이 책이 치열한 논쟁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박원순 변호사는 “인터넷 정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전문서적의 난해함을 벗겨낸 깔끔함이 있어 일반 생활인에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아주 친절한 안내자’ 노릇을 할 것 같다.”고 추천사를 썼다. 시사평론가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좌우로 대립하는 양 진영의 목소리와 사상적 배경을 차분하게 정리해 놓았는데 토론만큼 생생할 수는 없지만 대신 독자가 고민하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여지를 넓혀 놓았다.”고 평가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좌·우파가 필참해야 할 지도와 나침반”이라고 책의 성격을 규정했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우리 모두에게 한국사회 전체를 되돌아보면서 고민하게 하는 야심만만하고 논쟁적인 책”이라고 평했다. 3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갱도에는 가수도 간호사도 있어요” [동영상]

    “흩어져야 산다.” 칠레 북부 코피아포의 산 호세 광산이 무너져 지하 700m에 갇힌 33명의 광부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생존수칙’이다. 27일 CNN 인터넷판에 따르면 사고 발생 20여일째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매몰 광부들은 철저히 업무분담을 하면서 구출될 순간까지 버티기로 했다. 세계의 이목을 받으며 지하갱도에 갇혀 있는 이들의 임시 대표 역할은 원래 작업조장이었던 이가 맡았다. 구출되기까지 기약 없는 장기전에 들어간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존포인트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 50년 넘게 탄광에서 잔뼈가 굵은 맏형 마리오 고메스(63)가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동료들을 다독이고 있다. 광부들과의 연락을 맡은 칠레 당국의 관계자는 “불안할 때 기도할 수 있는 예배단을 만들기 위해 작은 성물을 지하갱도로 내려보내 달라고 주문해 왔다.”고 전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인 한 광부는 평소의 기질을 살려 노래모임 등 레크리에이션을 책임졌다. 또 간호사로 일한 적이 있는 이는 의료 및 심리 테스트를 전담했다. 지하갱도에서 하루를 1년처럼 버텨야 할 광부들은 다양한 이력을 가진 동료들 덕분에 큰 위안을 얻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개인별 업무분담을 하되 그룹의 안전을 위해 전체를 2개 팀으로 나눈 것도 새로운 생존투쟁 전략이다. 한 팀이 취침에 들어가면 나머지 팀은 생존을 위한 필수업무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불침번’을 서고 있다. 광부들이 분업에 나선 것은 최악의 경우 넉 달여를 땅 속에서 견디려면 무엇보다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실제로 사고 3주째로 접어들면서 광부들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메 마날리츠 칠레 보건장관은 “광부들의 체중이 평균 10㎏씩 빠졌고 탈수증세를 보이는 데다 서너명은 심각한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고 밝혔다. 광부들은 지금 지상으로 연결된 튜브를 통해 물과 산소를 공급받고 있다. 지하로 물과 음식, 의약품 등을 내려보내는 데는 금속 캡슐을 이용하며 칠레 국민들은 캡슐에 ‘비둘기’라는 별명을 붙여 광부들의 생존을 기원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길이 1.6m, 지름 12㎝ 크기의 캡슐은 지난 22일 처음 내려보낼 때에는 무려 1시간이 걸렸으나 그 뒤 캡슐을 개량한 뒤로 지금은 30분으로 단축돼 하루 평균 12차례를 오가며 광부들의 생존을 돕고 있다. 전문가들은 덥고 습기찬 지하탄광에서 버티려면 1인당 하루 평균 4ℓ 안팎의 물을 마셔야 할 것이라고 구조 당국에 조언했다. 칠레 정부는 생존 광부들이 있는 지하 700m 깊이까지 지름 약 66㎝의 수직갱을 파내려 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칠레구리협회가 사용하는 40t 크기의 대형 굴착기를 동원하고 있으며 하루 20m를 굴착할 수 있는 이 기계가 광부들을 구조하기까지는 석 달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매몰 광부들의 가족들이 현장 안전관리에 태만했다는 이유로 정부 당국자와 광산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낸 가운데 26일 코피아포 주 법원은 광산 개발업자의 자산 180만달러를 동결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北 3대세습 본격적인 대책 마련해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그제 전용 특별열차편으로 중국 지린성을 찾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놓고는 전격 중국을 방문한 성동격서(聲東擊西)식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지난 1월 불법으로 북한에 들어가 억류됐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와 함께 어제 평양을 떠났다. 김 위원장이 3개월여 만에 중국을 다시 방문한 주요 목적은 3남 김정은으로의 세습체제 구축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방중 첫 일정으로 김일성 주석이 다녔던 위원 중학교를 둘러봤다. 항일유적지인 베이산 공원도 찾았다. 지린성에는 김일성이 다녔던 학교와 항일유적지들도 있다. 김정은도 중국방문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김정은 부자는 김일성 왕조의 성지순례를 하면서 후계세습에 관한 정통성을 인정받으려고 한 듯하다.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국내용뿐 아니라 ‘세자 책봉’을 추인 받듯이 중국의 지도자에게도 세습체제를 인정받으려는 뜻도 물론 깔려 있다. 다음 달 초에 열릴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은 당의 권력서열 2위인 조직비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김 위원장은 어제 중국 최고 지도자도 만나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현대판 왕조국가다. 김일성·김정일의 부자세습도 모자라 김정은에게까지 3대가 대를 이어 가며 통치한다는 게 가당한 일인가. 먹을 게 없어 아사자가 속출하고,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주민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김일성 왕조는 세습체제 구축에만 혈안이 돼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은 좋지 않다. 김정은으로의 세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혼란과 권력투쟁 양상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정상적인 판단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북한은 내부가 혼란스러울 경우 서해상에서 도발하며 내부단합을 꾀하려 할지도 모른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3대세습 체제 구축과 급변사태 가능성 등에 대한 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해이해진 듯한 군의 기강확립도 이뤄져야 한다.
  • 간총리-오자와 “소장파 잡아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이 다음달 14일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득표 활동에 돌입했다. 양 진영은 곧 선거대책본부를 가동해 자파 그룹의 결속을 다지면서 중립적 성향의 의원과 당원들을 상대로 세력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계파간 지지 성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150여명에 이르는 중·참의원 초선 의원들에 대한 공략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판단, 소장파 의원들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간 총리는 오는 30일이나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간 총리는 27일 “지금은 엔고를 비롯해 경제적으로 심각한 난국에 처해 있는 만큼 경제대책의 기본방침을 결정한 뒤 공식적으로 출마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권력투쟁보다 국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당 안팎의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도 다음주 초 기자회견을 갖고 당 대표 경선에 나서는 자신의 입장과 정책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8·30 중의원 선거 승리 당시 민주당이 제시했던 선거공약으로의 전면회귀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전날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뒤 곧바로 요코미치 다카히로 중의원 의장, 니시오카 다케오 참의원 의장 등 당내 실력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요청했다. 이어 하타 전 총리, 옛 사회당 계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아카마쓰 히로타카 전 농림수산상 등 중립적인 실력자들을 직접 찾기도 했다. 한편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의 이른바 ‘KO(간·오자와 영문 첫자)’ 충돌을 피하기 위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중재가 물거품이 된 것은 오자와 전 간사장이 요구한 반 오자와의 기수인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의 경질을 간 총리가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시론] 日정부에 ‘합방’ 조약 무효 선언 요구한다/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시론] 日정부에 ‘합방’ 조약 무효 선언 요구한다/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올해는 한·일 ‘합방’ 조약이 체결 100년이라 여러 가지 행사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일 양국의 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합방’ 조약 무효가 선언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그 선언에 참가한 한 사람으로서 그것이 민간 지식인들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법적 의미는 물론 역사적 의미도 제대로 가질 수 없다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1910년에 체결된 한·일 ‘합방’ 조약은 그것에 반대하며 투쟁한 전국적 의병투쟁에서 수만 명이 전사한 사실이 증명하듯이 당시 대한제국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능한 통치자들을 협박하여 강제로 체결한 조약이었으며, 최근 여러 측면에서 추진된 학술적 연구 결과에서 드러나듯 불법적으로 체결된 조약이었다. 그 조약으로 감행된 일본제국주의의 한반도 지배는 일반 식민지배와는 크게 다른 것이었다. 유럽 선진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들의 기준으로 봐서 ‘비문명지역’이라고 본 아프리카 지역이나 ‘타 문명지역’으로 간주한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을 지배한 것이 일반적 식민지배였다. 반면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중세문화 수준에서는 오히려 앞섰던, 그리고 근대문화 수준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던 ‘동양 3국’ 동일문화권 안의 다른 민족사회를 지배한 것이다. 따라서 후진 제국주의 국가인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힘에 겨운 것일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여느 식민지배와 다른 가혹한 민족 말살정책이 강행된 ‘강제지배’, 그것이었다. 일본의 한반도 ‘강제지배’를 역사적 안목에서 보면 반드시 지적되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강제적·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합법적 조약으로 간주하면 그 조약을 근거로 강행된 조선총독부의 한반도 통치는 합법적인 것이 되고, 조선총독부의 통치권력에 저항한 우리 민족의 신성한 독립투쟁은 합법적인 권력에 저항한 불법적인 행동이 되고 만다. 반세기에 걸쳐 처절하게 전개된 이웃 민족의 신성한 독립투쟁을 불법적 행위로 간주하고도 앞으로 그 민족사회와의 평화적·우호적 협력관계를 말할 수 있는지 일본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제국주의와 냉전주의로 이어졌던 지난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 세계사는 다행히도 평화주의와 지역공동체주의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세계사적 지향에 앞장설 선진문명국으로 자처하는 일본이 간단없이 계속된 이웃 민족사회의 독립투쟁을 불법적 행위로 간주하고도 그 민족사회와의 평화적 공동번영을 말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이건 국가건 대외적으로 떳떳하게 행세하기 위해서는 제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20세기 전반기까지의 세계사는 제국주의가 횡행했던 시기였고, 그때의 한·일 관계가 지배와 피지배관계로 된 것은 불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불행을 극복하고 21세기의 평화주의에 의한 공동번영의 한·일 관계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민간지식인 차원이 아니라 두 나라 정부의 합의로 ‘합방’ 조약 무효가 반드시 선언되어야 하며, 그 경우 세계의 평화시민사회가 찬양해 마지않을 것이다. 총리 차원의 유감 표시나 사죄보다 국가 차원의 ‘합방’ 조약 무효선언이야말로 앞으로의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특효약일 것이다. 1965년의 한·일 협정 때 이미 ‘합방’ 조약 무효가 선언되었어야 했지만 양국 집권자들의 역사의식 부족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앞으로 조만간 맺어져야 할 조·일 조약 때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일본 정부의 ‘합방’ 조약 무효선언이 절실히 요구되며, 장차 한반도가 통일되어 한·일 조약이 하나로 된 후의 양국 우호관계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한·일 ‘합방’ 조약 100년을 맞아 단행되는 정부 차원의 조약 무효 선언이야말로 앞으로 100년의 우호적 한·일 관계를 위한 중요한 담보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칠레 생존 광부 33인 ‘인내심과의 투쟁’ 이기려면

    칠레 생존 광부 33인 ‘인내심과의 투쟁’ 이기려면

    광산이 붕괴돼 지하 700m에 갇힌 칠레 광부 33명이 인내심과 체중유지를 위한 길고 긴 자신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사고 발생 17일 만인 22일 생존이 확인된 이들을 구출하는 데 무려 4개월쯤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칫 평정심을 잃고 우울증에 빠지거나 지나치게 살이 찔 경우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광부들의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엇보다 우선 구출기간을 절대 광부들에게 알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로드리고 인스페테르 칠레 내무장관은 “누구도 이들에게 암흑 속에서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경솔하게 알리는 짓을 하지 않기 바란다.”고 입단속에 나섰다. 칠레 정부는 또 광부들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구조를 위해서는 지름 66㎝로 단단한 암반을 지하 688m 이상까지 조심스럽게 뚫고 내려갈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광부들이 살이 쪄 허리둘레가 90㎝를 넘으면 구조용 터널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설명했다. 하이메 마날리츠 칠레 보건장관은 “건강과 안정 차원에서 규칙적인 생활과 유머감각을 갖도록 노래와 게임 카드 등을 넣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는 기술에 대해 조언을 구했으며 NASA 측도 이에 응하기로 했다. 2006년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 섬에 서 갱도 속에서 14일 동안 매몰됐던 경험이 있는 토드 러셀은 “유머 감각을 유지하고 서로 의지하라.”고 격려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러셀은 “매몰 5일째 되는 날 구조대원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나서도 구조될 때까지 9일을 더 기다려야 했는데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생존은 순전히 맘 먹기에 달렸다. 4개월은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을사늑약 ‘비운의 역사현장’ 시민 품으로

    을사늑약 ‘비운의 역사현장’ 시민 품으로

    #1. 1905년 11월17일 일본군들이 고종 황제의 집무실인 경운궁(현 덕수궁) 중명전을 에워쌌다. 긴박한 분위기에서 어전회의가 열렸다. 고종이 한국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한다는 일본 정부의 신협약안(新協約案)을 끝내 거부하자 이토 히로부미는 헌병 수십명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가 8명의 대신을 위협, 이중 5명의 찬성을 얻어낸 뒤 일방적으로 조약에 날인했다. 18일 새벽 1시쯤이었다. #2. 1907년 6월 고종은 이준, 이상설, 이위종 3명을 은밀히 중명전으로 불렀다. 고종은 이들에게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가서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국제사회에 알릴 것을 지시하며 친서를 전달했다. 을사늑약과 헤이그 특사 파견 등 구한 말 격동의 역사 현장이었던 덕수궁 중명전이 원형 복원돼 한·일 강제병합 꼭 100년이 되는 29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1897년 건립… 일제땐 서양인 클럽으로 1897년 황실도서관으로 건립된 중명전(당시 수옥헌)은 일제 강점기엔 서양인 클럽으로 사용됐다. 1976년 민간에 매각됐다가 문화재청이 2006년 소유권을 인수해 이듬해 12월부터 복원 공사를 했다. 26일 언론에 공개된 중명전은 러시아 건축가 알렉세이 사바친(1860~1921)이 설계한 원형대로 아치형 문과 1·2층 회랑 공간을 되살렸다. 흰색으로 칠했던 건물 외벽도 붉은 벽돌의 제 모습을 찾았다. 다만 여러 개의 별실로 구성된 지하층은 용도가 불분명해 복원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근대 역사교육·체험 공간으로 꾸며 문화재청은 이곳을 근대 역사 교육과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1층은 중명전의 연혁을 정리한 ‘중명전의 탄생’, 을사늑약의 현장을 보여주는 ‘을사늑약을 증언하는 중명전’, 을사늑약 후 고종과 대한제국의 노력을 담은 ‘주권회복을 위한 대한제국의 투쟁’, 헤이그 특사의 활동을 조명한 ‘헤이그 특사의 도전과 좌절’ 4개 전시실로 구성됐다. 을사늑약 현장이 어느 방인지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정황상 1층 왼쪽 방일 가능성이 높아 이곳에 을사늑약 체결일지, 현장 상상도, 한규설 참정대신·모건 미국 공사 등 을사늑약 목격자의 증언을 담은 자료들을 전시했다. 2층에는 고종의 집무 공간을 재현한 ‘고종과 중명전’ 전시가 마련됐다. 문화재청은 27일 오후 4시 중명전 현판식과 전시 개막행사를 연다. 중명전 관람은 1일 6회, 회당 25명으로 제한했다. 20명은 덕수궁 홈페이지(www.deoksugung.go.kr)를 통해 사전예약으로 받고, 5명은 현장에서 신청받는다. 관람료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 휴관. (02)732-752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여야, 인사청문회 낙마대상자 선정 고심

    여권이 8·8개각 대상자 중 일부를 낙마시키는 수순을 밟고 있지만, 막상 대상자를 선정하기란 여야 모두 쉽지 않다. 야당도 ‘하자 후보는 낙마’를 강조하면서도 현실과 정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예컨대 ‘위장전입’만 해도 쉽사리 휘두를 잣대가 못 된다. 위장전입으로 후보자를 낙마시키려면, 최근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본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신재민-조현오-이현동-박재완 등 4명의 후보자도 이유 불문하고 같은 기준으로 하차시켜야 하는 압박감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대법원장 몫으로 추천된 인사를 정치권이 낙마시키는 데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여권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청문회 이상의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밀계좌 발언 등이 공개된 과정에서 ‘경찰 내부조직’의 심각한 권력 투쟁 양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25일 “조현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후반기 경찰조직을 다잡는 문제와 연결된 것이어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재훈 지경부 장관 후보자는 광주일고 출신으로 사실상 전 정권이 길러낸 호남 인사다. 열린우리당 수석 전문위원을 지내면서 의원들과 두루 좋은 친분관계를 유지했다. 민주당에서는 ‘그럴수록 단호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광주·전남 민심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이 반드시 낙마시킬 명단 ‘김·신·조’(김태호·신재민·조현오)에 이 후보자가 빠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국회 표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적 결함’이 새롭게 드러나지 않는 한 낙마는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은행법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공금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정조준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으름장’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당장 고발조치가 임명동의안 처리를 저지할 명분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은행법 위반에 따른 처벌대상도 돈을 빌려준 은행직원으로 한정돼 고발 효과가 미미하다. 그나마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가시권에 머물러 있지만, 여권 핵심에서는 “정권 전체를 통틀어 대통령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부담없이 직언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등 ‘4대 필수과목’에 논문표절을 더해 ‘4+1’에 해당하는 후보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반대한다.”며 해당 인사들에 대한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 기준에 걸리지 않은 후보자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한 명뿐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합격’ 판정을 내린 상태다. 민주당은 부적격자 선별을 위해 26일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이지운·강주리기자 jj@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샌델식 청문회 합격 통지서/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샌델식 청문회 합격 통지서/안미현 문화부장

    연일 인사 청문회로 시끄럽다. 두 사람의 청문회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다. 이 후보자는 과거의 연(緣) 때문에, 신 후보자는 현재의 연 때문이다. 먼저 이 후보자. 청문회 전부터 터져나온 각종 의혹은 기자 시절 알고 지냈던 그의 이미지와는 사뭇 거리가 있었다. 특히 ‘쪽방촌 투기’는 언론의 자극적 제목 달기를 감안하더라도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의 ‘해명’이. 하지만 쪽방촌보다 더 센 게 있었다. ‘왕차관’이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왕차관을 청문회에 출석시키는 문제로 내내 씨름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었다. 왕차관을 불러 장관을 잘 모실 것인지 물어보잔다. 지경부의 양대 축인 산업정책(1차관)과 에너지(2차관)를 두루 관장한, 한때 잘나가는 엘리트 관료였던 장관 후보자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자신을 향한 ‘허당 장관’ 논란을 면전에서 지켜봐야 했다. 야당도 왕차관을 정말 불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투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옥신각신 과정에서 민간인 사찰이라는 현 정권의 부도덕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장관 후보자를 흠집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 정도의 정치공세밖에 하지 못하는 야당의 무능함에 화가 났고, 돈과 권력·명예를 모두 쥐려는 장관 후보자들의 모습에 낙담했다. 정권 실세로 불리는 신 후보자의 청문회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기자 시절 때나, 공무원-그는 현 정부 출범 뒤 문화부로 들어가 1·2차관을 지냈다-으로 변신한 때나, 신 후보자는 언제나 거침이 없었다. 그런 그도 각종 의혹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딸의) 위장전입 빼고는 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옹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찌 그리 ‘유능한’ 부인을 두었는지…. 독설과 변명의 수위가 조금 더 올라갔을 뿐, 하이라이트를 넘긴 청문회장의 풍경은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기름값 백마진’을 매섭게 몰아붙여 정유사들을 벌벌 떨게 했던 장관 후보자는 이중국적 앞에 눈물 떨구고, 과거 교육부총리를 낙마시켰던 ‘표절 저격수’는 그 표절에 발목잡혀 “죄송하다.”고 고개 숙인다. 야당은 ‘김·신·조’ 운운하며 당장 옷을 벗길 것처럼 큰소리치지만 지금까지의 전례나 웬만해서는 사람을 바꾸지 않는 이명박(MB)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볼 때, 청문회장에 선 상당수 후보자는 취임식을 치를 것이다. MB정부가 정확히 반환점을 돈 날 아침, 샌델이라면 이런 축하 통지서를 보내겠다 싶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샌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다. <귀하의 장관(총리)직 수행이 허가되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귀하는 축하받아 마땅합니다만, 그것은 귀하께서 입각에 필요한 자질을 소유할 당연한 자격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복권 당첨을 축하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귀하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특성을 갖게 된 행운아입니다. …그러나 귀하의 노력을 가능케 한 우월한 성격이 귀하의 당연한 몫이라는 생각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귀하의 성격은 다양한, 훌륭한 주변 환경 덕이고 그러한 환경은 귀하의 공으로 돌릴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자격 또는 당연한 몫이라는 개념이 해당하지 않습니다.> 마이클 조던의 농구 실력이, 빌 게이츠의 사업 수완이 온전히 그의 노력, 그의 자질, 그의 것만은 아님을 지적하기 위해 샌델이 만들어낸 말을 빗댄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취임식장의 장관들이 한번쯤은 되새겨봤으면 하는 대목이다. 취임식을 치를 때쯤엔 청문회 과정에서 들춰진 허물 따윈 통과의례쯤으로 여길지도 모르니. 아니, 이미 망각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샌델의 가상 합격 통지서를 떠올리며 신임 장관들이 오만하지 않기를, 국민 앞에 진정 머리 숙이기를, 그래서 완장 차지 않기를.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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