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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향우 선회 여권잠룡 2인의 ‘이념 전략’

    우향우 선회 여권잠룡 2인의 ‘이념 전략’

    최근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좌로 일보’ 움직이는 추세다. 여당 지도부가 성장보다는 복지와 서민을 이야기하고, 한나라당의 대표적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복지국가’를 내세우며 중도 노선을 걷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전당대회를 통해 기존의 중도개혁 노선에서 진보 쪽으로 한 걸음 옮겨갔다. 하지만 이런 ‘좌클릭’ 열풍 속에서 오른쪽을 향하는 두 정치인이 있다. 바로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민중당 출신인 두 동지의 서로 다른 ‘우향우’ 전략과 그 이유를 조명해 봤다. ■ 이재오 특임장관 점진적 右 “진보가치 소홀히 하면 안돼” 이재오 특임장관은 민주화운동으로 5번의 옥고를 치렀다.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민주 열사의 상징이었던 그가 민중당 깃발을 들고 나와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친 뒤 신한국당에 입당해 여의도에 입성했을 때 변절이라는 비판이 나왔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장관은 자서전 ‘함박웃음’에서 민중당 해체 이후 진보정당이라는 가치를 놓아버린 데 대해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계층의 구분과 생활 수준 정도 같은 단순지표로 국민들을 이해할 수 없으며,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서술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정치를 하면서 일관성을 잃은 일이 없다고 강조한다. 자서전에서도 “민중당이 성공을 거두고 대안야당으로서 순항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정치인으로서 나의 모습은 지금과 변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술회했다. 또 신한국당 입당 뒤에도 ‘야당 안에서의 야당생활’을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민중당 동지였던 김문수 경기지사가 급격히 오른쪽으로 돌아선 것과 달리 이 장관은 여전히 한발은 왼쪽에서 완전히 빼지 않은 채 서서히 보수에 젖어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는 선택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이념의 과잉을 지양하는 동시에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의 양립을 중시한다. 보수를 기반으로 하지만, 서민들을 위해서는 진보적인 가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랫동안 이 장관을 보좌해 온 김해진 특임차관은 “이 장관의 경우 독재에 맞서긴 했지만 투쟁성향은 이념투쟁이 아닌 민주화투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보수를 바탕으로 하되 진보적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자서전에서도 1972년 10월 유신반대 배후 조종 혐의로 투옥됐을 당시를 회상하며 “가만히 감옥에 앉아 생각해 보니 참 억울했다. 내가 친북적 사상에 기울어져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민주화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국가는 민주화운동을 두려워한 나머지 반공법, 국가보안법 아래 죄 없는 사람들을 빨갛게 색칠해 사회와 격리시키는 데 혈안이 됐다.”고 했다. 이 장관은 본인의 대권 행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말을 아낀 채 김 지사를 포함, 한나라당 대권 주자가 나온다면 도울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 ‘잠룡’으로서 본인의 이념 성향을 명확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앞으로 더욱 보폭을 넓힐 수 있다고 의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내가 지난날에 민주화운동을 했던 것은 군사독재가 장기화되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무너지고 전체주의로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면서 “그렇게 본다면 보수에 가치를 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제 기본적인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만 남북 분단 상황에서 진보적 가치를 너무 소외시키거나 극단시하게 되면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좀 장벽이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늘 갖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김문수 경기지사 “사회주의 혁명은 거짓말” 급진적 右 김문수 경기지사의 ‘급진적’ 우향우 전략은 최근 정치권의 화제 가운데 하나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김 지사 스스로 ‘사회주의자’에서 ‘자유민주주의자’로 사상 전향을 한 이유를 설명하기 때문에 더 관심을 끈다. 김 지사는 지난 8일 최고경영자(CEO) 조찬 특강과 지난 11일 세종포럼 특강에서 자신의 ‘변신’ 이유를 소상하게 밝혔다. “나는 혁명을 꿈꾸다 감옥에 갔다. 군사독재·재벌·미제 타도를 외쳤다. 그런데 출소 뒤 소련에 갔다 온 친구들이 ‘청바지 한장이면 예쁜 아가씨들이 하룻밤을 팔 정도로 비참하다’고 전했다. 혁명적인 리더십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거짓말이었다.” 현재 자신의 이념적 좌표도 자세하게 밝혔다. “우리나라의 혼란은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신규공무원 100명 중 대한민국을 누가 건국했냐고 물으면 이승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5명이 안 된다. (공무원조차) 이승만 대통령을 나쁜 영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김 지사를 놓고 정치권은 “대선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김 지사가 본격적인 우향우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6·2 지방선거 직후로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한나라당이 고전한 6·2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는 친 노무현 세력의 핵심이자 야권의 단일후보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대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크게 고전한 상황에서 김 지사의 큰 승리는 더욱 돋보였다. 마침 세종시 원안 수정 논란 등과 관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고집스러운’ 태도에 우려를 나타내던 보수층에서 김 지사 ‘대안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수층으로서는 김 지사의 과거 운동권 전력이나 민중당 경력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아직도 보수층에서 김 지사의 민중당 경력을 문제 삼아 보수주의가 맞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바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김 지사 측으로서는 빠르고, 전면적인 우향우 전략이 필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지사의 ‘전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의 핵심 멤버였고 1985년 구로동맹파업을 함께 주도했던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세상을 바꾸려 했던 옛날의 꿈이 그분의 소중한 자산이 되길 바라지만 그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운동권 시절부터 제도 정치권에서도 뜻을 함께하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국민을 사랑하고, 국가비전을 생각하며, 현장을 중시하는 김 지사의 정신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3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등장한 것은 김 지사 측으로서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최근 “김 지사는 손학규씨가 민주당 대표가 되는 순간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운동권 출신, 경기지사 경력, 친서민 이미지가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은 “김 지사는 한나라당을 지켰고, 손 대표는 한나라당을 떠났다.”면서 “김 지사가 오히려 박근혜 전 대표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의 우향우 전략이 성공해 보수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얘기로 보인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강경한 中외교는 내부 권력투쟁 탓”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위안화 절상에 대한 양보 없는 강수, 자국 민주화 인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격한 반응…. 최근 들어 거칠어진 중국의 국제적인 행보 뒤에는 정권 교체기에 대한 불안정한 상황이 깔려 있다고 영국의 저명한 국제문제 연구기관 채텀하우스의 중국 전문가 케리 브라운이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14일(현지시간)자 인터넷판을 통해 지적했다. 브라운은 15일 중국 공산당 17기 5중전회에 맞춰 쓴 기고를 통해 “중국의 외교정책은 전문관료가 아니라 당 정치국, 특히 9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결정된다.”고 지적하고 “최근의 강경한 외교적 대응들도 정치국 상무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오는 2012년 구성될 중국의 제5세대 집단지도체제는 예전과 달리 막후에서 조정할 유력한 원로가 없는 데다, ‘중국 주식회사’의 등기 이사 격인 9명의 상무위원 가운데 7명이 연령 제한으로 은퇴하기로 돼 있어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권력 암투 등으로 인한 정치 불안정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또 이 같은 불안정성과 일당 지배체제로 인한 공개 경쟁의 배제 속에서 대외 강경 정책은 현 권력자들과 향후 대권 경쟁자들에게 대중성과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좋은 발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운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2012년 권력이양 때까지 중국의 더욱 공격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을 맞닥뜨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靑도 여·야도 “가능성 낮다”… ‘개헌 불씨’ 다시 가물가물

    靑도 여·야도 “가능성 낮다”… ‘개헌 불씨’ 다시 가물가물

    재점화된 듯한 ‘개헌 논의’는 불씨가 채 살아나기도 전에 주춤해진 형국이다. ‘개헌의 주체’들이 서로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15일 청와대도 여권도, 야권도 모두 개헌에 대한 의지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았다. ●靑, 개헌설 진화 적극 나서 진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청와대다. 청와대는 전날 한 핵심 관계자를 통해 “국민에게서 지지받지 못하는 개헌 추진은 어렵다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한 데 이어 이날도 여러 경로로 불끄기에 나섰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해 성공한 전례가 없다. 대통령의 개헌 추진 의사는 오히려 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거들었다. 민주당도 발끈하고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에만 충실해도 권력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며 개헌론에 제동을 걸었다.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도 “여권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며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개헌의 주체들이 한목소리로 개헌 논의를 부정하고 나섰지만 이유는 제각각이다. 청와대로서는 개헌 의제가 이명박 대통령이 집중하고 있는 G20 정상회의 준비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략적 후퇴라는 해석도 있다. 야당은 무엇보다 대여 투쟁의 핵심인 4대강을 내줬다는 오해를 벗을 필요가 있다. 개헌과 4대강 빅딜설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국민에게는 ‘야합’으로 비쳐질 수 있어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들은 ‘판’을 흔드는 개헌 자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등도 마찬가지다. 논의가 재점화되는 과정 역시 순조롭지 못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아무런 사전 정지작업을 거치지 않은 채 불쑥 야당과의 빅딜설이 터져 나왔다. ●“언제든 다시 살아날 것” 전망도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논의 자체가 완전히 사그라들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개헌’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정치적인 힘 때문이다. 현안을 일거에 정리하는 흡입력이나, 권력을 분산하자는 명분이나, 여도 야도 모두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도 많다.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불씨가 지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개헌 시기와 관련, “이번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여야 합의로 국회 개헌특위를 만드는 게 개헌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의 결집을 이끌어 내는 차원에서 당장 개헌론에 부정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번 회기 중 개헌특위를 만들지 못하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기고] 격랑 속의 한반도, 국가안보 이상 없나/박세환 재향군인회 회장

    [기고] 격랑 속의 한반도, 국가안보 이상 없나/박세환 재향군인회 회장

    북한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김정일의 셋째아들 김정은의 권력 세습을 공식화했다. 김정은은 지난 10일 당 창건 기념대회에서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 ‘선군(先軍)영도의 계승’과 군의 충성심을 과시하며 후계체제 굳히기에 한발 더 다가선 모습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국에서는 북한의 독재체제를 비판하며 망명했던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가 타계했다. 황 전 비서는 김일성 생존 시 북한에서 ‘인간 중심의 주체철학’을 창시하고 김정일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쳤다. 그러나 북한의 독재 세습에 항거해 가족의 희생을 감수하고 망명을 결행했다. 그의 주체철학이 민주주의와 부합되지 않지만 북한체제의 반(反)역사적이고 반(反)인간적인 실체를 폭로한 용기는 오래 기려져야 한다. 김정은의 후계자 부상과 황장엽 타계는 한반도 안보 상황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 내부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김정일의 병세가 깊어 유고가 임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경험이 일천한 20대 후반의 김정은이 90만의 군대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통치권을 장악하게 되면 한반도는 새로운 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실패할 경우, 격렬한 권력투쟁과 급변사태로 한반도 전체가 불안한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도 높다. 어떤 시나리오든 한반도가 격랑의 시기에 직면하게 된다. 게다가 중국은 권력세습을 비난하는 국제사회 여론에 역행해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와 부주석 시진핑(習近平) 등이 북한을 지지하고 나섰다. 북한을 ‘완충지대’로 간주해 준(準) 위성국가화하려는 중국의 한반도정책 때문이다. 이런 정책은 한국의 국익과 통일정책에 맞지 않다. 국제사회의 평화추구 정신에도 어긋나며 장기적으로 중국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편 한·미 양국은 지난 8일 제4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 공동인식하고 핵 억제력을 재확인했다. 또 한 단계 발전된 핵 ‘확장억제정책위원회’ 신설에 합의했다. 아울러 2015년 12월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한 새로운 작전계획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마련되는 대비책들은 한반도 안보를 보장하기엔 부족하다. 현 한미연합사 체제야말로 양국군의 단일 지휘체제하에서 한반도 전쟁억제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SCM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2만 8500명 동결의 명문화를 거부한 대신 이들을 해외로 차출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재거론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 양국이 ‘천안함’사건 이후 중국의 동북아 팽창전략에 대처함에 있어 이견을 보여왔기에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미국과 중국 등 열강이 각축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중도(中道) 외교’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중국의 한반도 팽창전략에 공동대처하는 것이 옳은 전략이라고 본다.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정부와 정치권, 국민 모두가 일체가 돼 안보태세 확립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반미 종북좌파의 확산을 막고 대외적으로 북한 후계체제의 무모한 도발 가능성에 대처하며, 동북아 열강 간 세력 재분포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 절망의 막장서 ‘희망캠프’로…지구촌 인간승리에 감동

    절망의 막장서 ‘희망캠프’로…지구촌 인간승리에 감동

    “비바, 칠레.” 지하 700m 갱도에서 광부 플로렌시오 아발로스를 실은 캡슐 ‘피닉스’(불사조)가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광부 가족들을 비롯해 칠레 국민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영상 3~4도의 차가운 사막의 밤은 69일 만에 맞은 뜨거운 만남에 후끈 달아올랐다. 69일간의 가혹한 지하생활을 버텨낸 광부들, 애를 태우며 무사생환을 기원한 가족들, 첨단 기법에 장비까지 동원하면서 최선을 다한 구조팀 등 모두는 서로 감사했다. 축하의 노래를 부르며 기쁨의 춤을 추는 등 광부 가족들이 머문 ‘희망캠프’는 축제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칠레 전역 교회에서는 광부가 구조된 순간 일제히 종소리가 울려퍼진 데다 거리의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환영했다. 나아가 지구촌은 리얼리티 쇼와 같은 ‘인간 승리’, ‘기적의 생환’에 감동했다. ●희망이 실현됐다 아발로스는 33명의 광부 가운데 첫 번째로 구조 캡슐에 올랐다. 지하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희망을 잃지 않는 동료들의 생존투쟁을 담아 지상으로 전달했던 그다. 이른바 ‘갱도 속 카메라맨’이다. 그동안 아발로스가 보여준 침착성과 리더십이 첫 구조자로 선정된 이유다. 아발로스는 캡슐을 타고 구출되는 과정의 정보를 나머지 32명의 동료들에게 알리는 임무를 수행했다. 아발로스는 캡슐에 탄 지 17분 만에 부축 없이 캡슐에서 걸어 나왔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켰다. 그리고 달려든 아내와 아이, 친척들에게 “치, 치, 치, 레, 레, 레(칠레)”라고 소리 지르며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구조대원,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과도 차례로 껴안았다. 피녜라 대통령은 아발로스가 등장하자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칠레는 위대한 일을 해냈다.”고 했다. 두 번째 구출자 마리오 세풀베다가 나오자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마리오, 마리오”를 외쳤다. 세풀베다는 지하 갱도에서 들고 나온 바위 조각을 피녜라 대통령에게 ‘선물’로 건넸다. 세 번째로 생환한 후안 일라네스는 캡슐을 탄 17분간을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네 번째로 나온 유일한 외국인으로 볼리비아 출신인 카를로스 마마니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모두에게 감사한다.”면서 “다시는 광산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빛을 다시 본 광부들은 모두 면도를 말끔하게 하고, 구조팀이 지급한 안전복으로 갈아 입고 나온 까닭에 말쑥하고 건강해 보였다. 구조팀은 몸 상태가 좋은 아발로스 등 4명을 먼저 끌어올린 뒤 고혈압·당뇨·피부질환 등을 앓는 광부들을 구출했다. 맨 마지막엔 작업반장이자 리더인 루이스 우르수아를 구조할 계획이다. 피녜라 대통령은 “희망캠프라는 이름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이름이었다.”면서 “이곳에 담긴 정신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기념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칠레를 넘어 전 세계에 희망과 기적의 메시지를 전하는 곳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희망캠프에서는 지난 8월 5일 갱도붕괴 사고가 발생한 이래 광부 가족들이 눈물을 웃음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면서 매몰된 광부들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광부 아리엘 티코나가 매몰된 사이에 태어난 ‘희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도 엄마의 품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티코나 가족은 무사생환을 기원하며 딸의 이름을 스페인어로 ‘희망’을 뜻하는 ‘에스페란사’로 지었다. ●구조는 과학이었다 아발로스를 태운 캡슐이 지상 가까이 도달했다는 사이렌이 울리자 모두 숨을 죽였다. 아발로스가 나오자 비로소 어둠 속의 사막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구출된 광부들은 헬멧에 눈을 보호하기 위해 검은 선글라스, 긴팔 옷, 혈전 방지를 위한 특수 양말, 지상과 교신하기 위한 통신장비인 헤드폰과 마이크, 심장박동과 호흡·체온 등을 잴 수 있는 생체 모니터 고정 벨트 등을 착용했다. 또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비해 아스피린을 복용했다. 광부들은 700m 지점에 있는 대피장소에서 캡슐에 탑승하는 지하 622m에 있는 구조작업장까지 이동, 한 명씩 차례를 기다렸다. 구조된 광부들은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은 뒤 이틀간의 정밀 진단을 위해 코피아포 시내의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광산구조 전문가 마누엘 곤살레스는 전날 캡슐을 타고 갱도에 내려가 광부들을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구조팀은 유례없는 장기간의 구조작업을 위해 생필품 보급로 확보와 각종 지질조사, 장비점검 등을 마친 뒤 사고 25일 만인 지난 8월 30일부터 굴착작업에 나섰다. 지난달 17일 광부들이 갇힌 지점까지 작은 구멍을 파는 데 성공한 구조팀은 3주 동안 광부들을 끌어올릴 캡슐이 오르내릴 수 있을 만큼 넓은 통로를 뚫었다. 구조작업에는 광산기술자, 구조 전문가, 의료 요원 등 250여명이 동원됐고, 특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세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구조현장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취재진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칠레 국내외 취재진이 무려 2000명을 넘었다. 취재진이 너무 많이 와 기자들에게 나눠줄 배지가 동나는 바람에 즉석에서 아이디를 발급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신화통신과 CCTV, 아랍권 보도 위성채널인 알자지라 방송도 현장에 기자를 파견, 속보를 전했다. 각국 포털과 매체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구조 관련 속보를 쉼 없이 내보냈다. 구조의 모든 상황은 돌발 사태를 우려, 30초 이상의 시차를 두고 칠레 국영TV를 비롯해 미국 CNN, 영국 BBC 등이 생중계했다. 사진기자와 카메라는 90m쯤 떨어진 지정 장소에서 현장을 촬영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전 세계가 영원히 잊지 못할 멋진 밤”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北, 김정은 체제 위협땐 핵실험 가능성”

    북한이 3대 세습 후계체제에 도전을 받을 경우 핵실험과 국지도발 등 강경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13일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에 따르면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최근 국방부와 정부 부처에 제출한 ‘북한 후계이양 과정에 대한 시나리오’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KIDA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후계이양 과정을 ‘시나리오-Ⅰ’(순조로운 후계 이양), ‘시나리오-Ⅱ’(우여곡절 속 후계이양 성공), ‘시나리오-Ⅲ’(후계이양 실패)로 분류했다. KIDA는 시나리오-Ⅰ에 대해 “권력층의 의도대로 이뤄지는 상황이지만 현실화에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면서 “시나리오-Ⅱ·Ⅲ는 권력이양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과 남북 및 북·미관계에서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고 내다봤다. 이어 “후계 이양의 과정에서 도전 요인이 나타날 경우 핵실험과 국지도발 등 강경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KIDA는 “북한의 후계체제는 이제 시작이며 고착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급사 시 내부 권력투쟁 가능성 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후계 수업이 필요한 김정은에게 김 위원장의 급사는 상당한 장애 요소이며, 김정은으로의 세습 실패가 곧바로 체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집단지도 체제 등 대체세력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北급변 대비 3대 시나리오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약 2주일 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유고와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해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구성 국방연구원장은 11일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몇년 내 사망하느냐 여부에 따라 김정은의 통치권 세습에 어떤 변수가 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는 질의에 대해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순탄할 경우, 권력투쟁이 있을 경우, 승계가 실패할 경우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시나리오별 대책을 강구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그러면서 “이는 비밀자료로 약 2주전 쯤 국방부를 포함해 정책부서와 유관기관에 배포했다.”고 덧붙였다. KIDA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해 정부에 보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이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그동안 정부는 급변사태에 대한 준비를 소극적으로 인정해 왔다. 이와 함께 우리 군도 북한 급변사태시 대규모로 발생 가능한 탈북난민에 대한 조직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이 12일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제출받은 ‘향후 북한 급변사태시 대규모 탈북난민 발생에 대한 합참(국방부)의 대책’에 따르면 대규모 탈북난민이 발생하면 정부기관 통제하에 조직적인 대응을 시행한다. 탈북난민 규모는 북측의 적극 억제시 10만명, 통제력 상실시 180만~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는 최소 1만 5000명에서 20만명 가량으로 보고 있다. 합참은 이어 “군은 탈북난민을 임시로 수용 및 보호하고 정부기관으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북한의 급변사태 유형을 세분화해 ‘개념계획 5029’에 반영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민간기업서 노사상생 배운다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벽에는 ‘無信不立(무신불립·믿음이 없으면 설 수도 없다)’이란 플래카드가 항상 나부낀다. 1만 7000여명의 근로자가 4조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면서 설립 이후 24년째 노조 무파업의 대기록을 이어오는 현장이다.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 노조담당자 및 노조 간부들 70여명이 지난 주말 이곳을 찾았다. 노사 간 상호믿음 속에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근로자 감축 없이 고용안정을 이뤄낸 비결을 찾기 위해서다. 공무원 노조가 합법화된 지 5년째가 됐지만 전국공무원노조 등 법외노조와의 갈등은 여전하고 노조·정부 간 대화 채널도 빈약한 실정이다. 이에 행안부는 8월부터 노조업무 담당자·노조 간부가 함께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한 민간기업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서울메트로, 현대중공업 등 3개 기업이 대상이다. 모두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대상을 받았거나 무파업으로 이름이 난 기업들이다. 서울메트로는 2008년 이후 투쟁 위주 노조활동에서 상생으로 돌아선 계기를 소개했다. 이날 방문한 하이닉스 노사의 최대 자랑은 ‘고용보장’. 2008년 경제위기로 200㎜ 반도체부문 공장이 문을 닫아 1900여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했을 때도 대량해고사태를 피해갔다. 이 회사 최석훈 노경복지 담당 상무는 “임원 연봉 삭감, 근로자 무급휴직·각종 수당 반납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회사 가족인 사원을 모두 살리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노조에 재무상태를 모두 공개하는 투명경영으로 전폭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 이윤추구가 목표인 기업도 근로자를 한가족으로 받아들여야 생존한다는 단순한 논리다. 덕분에 하이닉스는 지난해 192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올 2분기 매출은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D램 분야 세계 2위란 지위는 ‘노사신뢰’가 있어 가능했다. 이제 겨우 본격적인 노조활동을 시작한 공무원 노조 관계자들은 열띤 질문을 쏟아냈다. “노사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3중 협의체가 연중 쉴 새 없이 가동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태석 노조위원장은 “현장직원 10명을 담당하는 책임자 1명이 제조 라인에서 수시로 고충, 제안을 듣고 매월, 매분기 별도 노사 협의회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이런 식의 수시교섭만 1년에 90여차례에 달해 근로자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회사에 전달된다. 때문에 1년에 한번 있는 노사 본교섭 테이블엔 이미 노사합의 초안이 만들어져 올라온다고 한다. 전북에서 참가한 한 공무원 노조원은 “해외매각,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사양보로 위기를 극복한 게 징계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공무원 노조원·정부에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다른 노조원은 “공무원은 법적으로 신분보장이 되는 만큼 고용보장이 생명줄인 일반 근로자와는 다르다.”면서도 “우리 정부도 공무원 노조원들을 믿음의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 노조위원장은 “노사문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가스통 같다.”면서 “이해만 밑바탕에 깔린다면 회사이익 극대화, 고용보장을 모두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임근 행안부 윤리복무관은 “정부조직과 민간기업 노사관계가 화합을 이룰 방법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제에서 출발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14일 현대중공업을 방문해 무파업 비결을 벤치마킹한다. 이천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조건부 위탁’ 카드 꺼낸 코레일

    ‘조건부 위탁’ 카드 꺼낸 코레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일부 업무가 내년부터 ‘조건부 위탁’으로 전환된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른 것으로 600여명의 인원 감축 효과가 기대되지만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1일 코레일에 따르면 오는 12월 개통 예정인 경춘선 시설 및 전기 유지보수 업무, 일산선 차장 승무, 차량정비단 화차 중정비, 의왕지구 구내 입환 업무 등을 내년부터 조건부 위탁으로 전환한다. ●내년부터 전환 조건부 위탁은 아웃소싱과 달리 업무와 직원을 함께 분리하는 방식으로 철도에선 처음으로 도입된다. 직원들이 퇴직 후 회사를 설립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분사’ 형태다. 따라서 이들 5개 업무를 조건부 위탁하면 최대 603명의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코레일은 위탁회사로 옮기는 직원에게 명퇴금을 지급하고 정년 보장 및 최대 3년간 근무 연장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임금은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그동안 받던 급여의 60~80%를 받는다. 하지만 근무기간이 늘면서 생애 총소득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5년간 고용도 보장해 위탁사가 재계약에 실패하거나 위탁이 중단되면 새 위탁사로 고용 승계 및 코레일 경력직으로 채용한다. 코레일은 이르면 이달부터 분야별로 위탁 사업자 모집에 나설 계획이지만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철도노조는 조건부 위탁을 ‘분할 민영화’의 신호탄으로 간주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코레일에 위탁한 업무를 민간에 재위탁하려 한다.”면서 “민간 매각이 그대로 진행되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자 절반 줄여야 코레일이 노조의 반발에도 조건부 위탁 카드를 꺼낸 것은 선진화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 5115명을 줄여야 한다. 올해는 영업수지 적자 규모를 2007년 기준(6414억원) 5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전직 대상자를 2012년 이후 정년퇴직자 중 정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으로 제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조건부 위탁은 구조조정이 아닌 직원이 선택할 수 있고, 일상·반복적 업무로 폐지되지 않을 분야”라며 예정대로 전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노벨상 정치화” vs “류샤오보는 희망”

    “노벨상 정치화” vs “류샤오보는 희망”

    중국 안팎에서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55)의 노벨평화상 수상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류샤오보를 즉각 석방하고, 인권상황을 개선하라.”는 국제사회 및 중국 내 민주인사들의 요구에 대해 중국 정부가 “노벨평화상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고 맞서면서 인권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劉霞)는 10일 랴오닝성 진저우(錦州)에서 수감 중인 남편을 면회,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알렸다. 공안 당국이 면담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져 보다 진전된 조치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일단 중국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중국 정부는 수상자 발표 직후 “류샤오보는 죄인”이라며 선을 긋고, 중국 주재 노르웨이 대사를 불러 노벨위원회 결정에 강력 항의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9일 사설을 통해 “노벨평화상이 반중(反中)이라는 목표에 복무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며 노벨위원회를 맹렬하게 비난한 것도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서방세계와 중국 내 민주인사들의 인권개선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나바타템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 등이 성명을 발표해 류샤오보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베이징 톈쩌(天則)경제연구소 마오위스(茅于軾·81) 이사장 등 중국 내 민주인사 7명도 외국에 서버를 둔 웹사이트 보쉰(博訊)에 올린 공동서한을 통해 “류샤오보의 수상이 중국의 평화적 변화를 위한 희망과 지원을 가져다 줬다.”고 평가했다.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중국 내 지식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던져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식인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자괴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인터넷과 언론,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검열·통제하면서 류샤오보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차단하고 있다. 때문에 당국의 눈을 피해 마이크로블로그 등을 통해 소식을 전하는 네티즌들과 당국의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유럽의 지성에 듣는다](5) 안토니오 네그리가 본 사회변화

    [유럽의 지성에 듣는다](5) 안토니오 네그리가 본 사회변화

    “1970~80년대의 민주화나 몇 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은 계급이나 직업, 성별이라는 집단적 구분이 불가능한 ‘다중’이라는 현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 국가입니다.” ‘마르크스의 마지막 후계자’ ‘현존하는 가장 급진적인 학자이자 투사’로 불리는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78)는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과거에 일궈낸 민주화와 현재의 시민운동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2000년대 이후 세계적 화제의 중심에 선 ‘지성인의 지성’으로 꼽히는 네그리가 한국 언론과 직접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몸짓은 정열적이었고, 표현은 거침이 없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당대의 대학자는 자신이 ‘투사’라는 사실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는 듯했다. 순간순간 운동권 대학생을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달 23일 ‘제국’ ‘다중’에 이은 필생의 역작 ‘제국 3부작’의 마지막편 ‘공동체’의 이탈리아어판 출간 행사를 가질 정도로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는 그다. 네그리는 “안경을 쓰고 보는 것보다 안경을 벗고 보는 것이 더 잘 보인다.”고 했다. “세상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만들어서 씌워 놓은 안경을 벗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제국 3부작’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 바로 ‘제국이 만들어낸 안경’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바꾸자는 것이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프랑스 망명시절에 만난 지인들이 많다.”면서 “훌륭히 민주주의를 일궈내고, 제국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미래의 대안인 다중이 싹트고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아직까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그는 “내년 4월 일본 방문 일정이 잡혀 있는데, 가능하다면 한국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어판 서문을 별도로 쓸 정도로 한국 정치상황에 관심이 많은데. -1980~90년대 프랑스 망명 시절에 한국인 제자들이 꽤 있었다. 상당수가 (동백림 사건 등)군사독재 아래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고초를 겪다가 망명한 사람들이라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대중들이 밑으로부터 만들어낸 한국의 민주화는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은 민주주의라는 기반 자체가 서구처럼 수백 년 이상 쌓이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훌륭히 해냈다. →2008년 한국에서 일어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당시 많은 학자들이 당신의 책 ‘다중’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중은 독자적이면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이다. 다중 속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해관계가 합쳐지는 것이다. 대중은 시류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반면 민중은 혁명성을 가진 피지배계급의 의미가 강하지만 지금은 사회 전복과 같은 동일한 목표를 찾기 힘들다. 다중의 구성원 간에는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문화, 인종, 직업 등이 모두 다르다. 심지어 직업의 유무조차도 중요치 않은 만큼 과거처럼 노동자 계급이라는 일관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어떤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중은 함께 모여 행동을 하지만 단일한 집단으로 묶는 전체주의적 환원은 없다. 한국의 촛불시위도 결국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합쳐져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그것이 바로 다중이다. →그렇다면 다중은 대체 언제 일어나는가. -파리에서 1990년대 중반 지하철 승무원들이 대규모 파업을 일으켰다. 그런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파리 안팎에서 동조하는 시위를 일으키고, 연대해서 뜻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처음에는 그들 사이에서 끝날 작은 일이지만 결국에는 다중이 모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여성들의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들의 뜻을 모을 수도 있고 동성애자 운동, 환경생태운동, 독립미디어운동 등이 모두 다중이 일어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당신과 제자인 마이클 하트 교수가 쓴 ‘제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큰 논란을 제공했다. -처음 책을 썼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왜 미국을 나쁘게 보느냐고 물었다. 그러다 2001년 9·11테러가 벌어지면서 사람들이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책에서 테러를 예언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제국주의가 사라진 이후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면서 미국이 군사·경제·문화적 힘을 내세워 시도하기 시작한 ‘제국화’가 세계에 더 많은 불안요소들을 던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어떻게 나타나느냐의 문제일 뿐 구조적으로 이미 그 전에 미국이 시도하던 제국화의 결과가 표출될 시점에 도달해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무기는 월등한 군사력·달러·언어(영어) 등 세 가지였다. 이 셋 모두 과거처럼 절대적이지 않은데, 제국화가 계속 진행될 수 있겠나. 그런데 중국이나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는 여전히 미국을 벤치마킹한 제국화가 시도되고 있다. 제국화가 계속 진행되면 결국 문제가 되는 힘 자체는 변하지 않고 누가 힘을 발휘하느냐 하는 구성요소만 바뀌게 된다. 배타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는 다 마찬가지다. →제국화가 실질적으로 세계인들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자본주의식 민주주의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었다. 현 상황을 보자. 하루에 8시간 일하던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일하고 있다. 당연히 가족 간의 관계나 생활의 질은 더 떨어진다. 경제위기는 점차 주기가 짧아지고, 이 때문에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뭔지 모를 수많은 두려움에 시달린다.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막연한 두려움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만 키워줄 뿐이다. →‘제국’에서 세계적인 현상을 분석했고 ‘다중’을 통해 대안을 찾고자 했다. 세 번째 책이자 시리즈의 마지막인 ‘공동체’는 어떤 의미인가. -이번에 이탈리아어판을 출간하면서 약간 마찰이 있었다. 미국판(2009년 출간)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커뮨웰스’는 ‘공동체의 가치’, 즉 물질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탈리아어판에는 ‘공동체’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개념만 담은 ‘커뮤니’를 사용했다. 공동체는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 컨셉트는 아니다. 공동체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고,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셸 푸코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진정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우리의 일 그 자체와 다르지 않다. 일을 하고,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이런 공동체적 관계는 궁극적으로는 법조차 필요없는 사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나라에서 법으로 정해서 사회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정리를 하고 사회를 일구어 나가는 것이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이다. →당신은 사회구성원들에 대해 ‘하층민’ ‘가난하고 없는 자’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그들의 힘을 사회 변화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는데. -하층민은 분명한 힘이 있다.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하층민의 지혜가 세상을 바꿔왔다. 지혜는 돈이나 배터리처럼 닳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층민은 항상 사회에 반응한다. 마르크스, 무솔리니, 히틀러 등 누군가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뒤집으려 할 때마다 하층민들의 힘이 저항의 원동력이 됐다. 다만,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그 힘에 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하층민이 발휘하는 저항의 힘이 누르는 힘보다 약했다면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왕이 됐을 것이다. →제국 3부작에서는 당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민주주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끊임없이 변한다. 토머스 제퍼슨이 ‘법은 10년마다 바꾸는 것이 좋다.’라는 얘기를 했다.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사회는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궁극적인 민주주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계속 변하는 것이다. →제국 3부작을 제자인 마이클 하트 미국 듀크대 교수와 함께 썼다. 사상을 연구하고 집대성하는 일을 모두 함께 했는데, 동지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하트와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다. 단지 한 사람은 미국에서, 한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감독인 당신의 딸 안나 네그리는 자서전에서 ‘아버지가 유명한 것이 너무 싫었다.’고 썼다. 넬슨 만델라나 당신처럼 투사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힘든 일이었을 텐데. -내가 망명을 하거나 투옥생활을 할 때 가족들은 항상 내 곁에 있었다. 딸 역시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었겠지만 나한테 항상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해 주곤 한다. 나 역시 마음 가장 중요한 곳에서 가족을 언제나 잊지 않았다. 글 사진 베니스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지성인의 지성… 현존 최고의 급진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 공산당처럼 ‘당’으로 대표되는 조직보다 일반 대중의 투쟁이 사회 발전을 주도한다는 자율주의적 마르크스주의의 대표 학자다. 현존하는 가장 급진적인 정치사상가로 꼽힌다. 1933년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후반 자율성, 자주성을 강조한 ‘아우토노미아’ 운동을 창시하고 이탈리아 비의회 좌파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70년대 말 정치범으로 구속됐고, 1983년 급진당 의원으로 당선돼 사면된 뒤 프랑스로 망명했다. 미셸 푸코, 들뢰즈, 가타리 등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교분을 쌓으며 지배 권력에 대항하는 대중의 힘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켜 나갔다. 2000년 발간된 ‘제국’은 국가와 국적, 국경을 초월한 전 지구적 시스템이 과거 제국주의 대신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4년에는 후속작인 ‘다중’을 통해 제국에 대항하는 근원적인 힘을 제시했다. 예술과 다중, 전복적 스피노자, 혁명의 시간, 굿바이 미스터 사회주의 등 5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 노벨평화상 中반체제인사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中반체제인사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선정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중국을 대표하는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55)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중국 안팎의 인권운동가들은 일제히 환호한 반면 수상자 발표 이전부터 대립각을 세웠던 중국 정부는 수상자 발표 직후 “죄인인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은 노벨상 취지에 배치되는 일이며 향후 중국과 노르웨이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위원회는 “류샤오보는 중국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오랫동안 비폭력적인 투쟁을 벌이면서 중국 인권 개선을 위한 광범위한 투쟁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평화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조선시대 바로미터 수라상과 상소문

    조선시대 왕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느 것 하나 사사로운 것이 없었다. 왕의 모든 행위가 정치요 통치행위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왕의 일상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담은 책 2권이 나왔다. 통치자의 절대권력 뒤에 숨은 절대고독의 실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왕의 밥상’(함규진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은 조선 왕들의 밥상에서 정치를 읽어낸다.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은 대부분 각 지방에서 진상한 식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왕들은 식재료의 상태를 보고 지방 백성들의 상황을 미뤄 짐작해야 했다. 먹는 즐거움조차 온전히 개인적인 것일 수 없었다. 나라에 가뭄·홍수 같은 재난이 들면 왕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아예 밥상을 물리는 감선(減膳), 또는 고기반찬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철선(撤膳)을 시행했다. 신하들의 당파 싸움을 다스리기 위해 이른바 단식투쟁인 각선(却膳)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선의 왕들은 절도 있는 식생활로 양생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식(食)이념을 면면히 전승해 왔지만 연산군과 인종만은 예외였다. 연산군은 무절제하고 몰염치한 식욕을 추구했고, 인종은 반대로 고행에 가까운 거친 식사를 고집했다. 조성왕조실록에 나타난 스물일곱 왕들의 식습관과 통치 윤리를 접목한 대목은 흥미롭다. 왕의 밥상에는 어떤 음식들이 올랐을까. 조선 팔도에서 올리는 진상 및 공납으로 식재료를 조달하긴 했지만 뜻밖에도 외국에서 구입해 들여온 진기한 식재료나 민간에서는 먹지 못할 정도로 귀한 음식은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왕의 밥상은 누가 차렸을까. 저자는 수라간의 주역은 남성 숙수들이었고, 궁녀들은 보조 역할을 맡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1만 4000원. 조선의 신하들이 왕에게 문서로 올리는 의견을 상소라 한다. 상소문은 왕을 비롯한 몇몇 신하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됐던 정부의 공식문서였다. ‘왕에게 고하라’(이호선 지음, 평단 펴냄)는 상소문을 통해 조선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책이다. 상소문은 내용에 따라 간쟁, 탄핵, 시무, 사직 등에 관한 것으로 분류된다. 특히 간쟁은 왕의 결정이나 행동에 관해 지적하는 것인 만큼 왕의 노여움을 살 위험이 컸지만 조선의 신하들은 왕의 잘못을 논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왕은 상소문을 읽고 신하들과 논의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물리쳤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자기성찰을 제도화한 것은 동서양 어느 문명국에 견줘도 탁월했다.”고 말했다. 책은 조선왕조실록 중에서 태종과 세종조의 상소문을 중심으로 조선의 생활풍속, 정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을 추렸다. 가령 1430년 9월1일 사헌부에서 올린 상소문은 왕의 의복과 궁궐의 일용품을 담당하는 관리의 감독 소홀로 왕의 허리띠 장식에 쓰이는 금과 옷감이 도난당한 사건과 관련해 관리의 파직을 청하고 있는데 최근의 ‘국새 논란’과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긴다. 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남아공 양심’ 투투주교 영국 국교회 공식은퇴

    ‘남아공 양심’ 투투주교 영국 국교회 공식은퇴

    ‘남아공의 양심’으로 불리는 데스몬드 투투(78) 케이프타운 명예 대주교가 79번째 생일을 맞은 7일(현지시간) 공적인 업무에서 공식 은퇴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투투 주교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여생을 보내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1931년 남아공 트란스발주(州) 클럭스도프 지역에서 태어난 투투 주교는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흑인을 차별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며 교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1960년 성공회 성직자가 된 이후부터 94년 남아공 인종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될 때까지 반대투쟁을 주도했다. 그 공로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86년에는 남아공의 영국 국교회(성공회) 최초로 흑인 대주교가 됐으며 에이즈, 결핵, 빈곤 등을 퇴치하기 위해 꾸준히 국제활동을 펼쳐 왔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을 대표하는 세계적 지도자로 손꼽힌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내년 농사 못 지을판… 영농자금 지원을”

    “내년 농사 못 지을판… 영농자금 지원을”

    “루사는 태풍이고, 곤파스는 소풍(小風)이냐. 똑같이 보상하라.” “내년 농사 못 짓겠다. 영농자금을 지원하라.” 7일 오전 11시30분쯤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 앞 서산A·B지구 간척지. 황금물결이 넘실거려야 할 논에는 말라죽은 벼가 널려 있다. 황금색 대신 하얀 빛이 났다. 지난달 1일 상륙한 태풍 곤파스로 애써 가꾼 벼가 염분이 섞인 바닷바람이 들이치는 바람에 모두 쓰러지고 백수(벼 이삭이 하얗게 말라 영글지 않고 쭉정이로 변하는 현상)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뽀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분노한 농민 300여명은 트랙터 30여대를 끌고 거리행진을 벌인 뒤 추수를 하지 않은 논을 갈아엎고 들판에 불을 질렀다. 천수만 제방에는 ‘태풍에 벼는 말라죽고 농민은 굶어죽습니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꼈고, 논두렁에는 ‘다 죽었슈, 살려주슈’ 등을 적은 만장 수십여개가 꽂혀 있었다. 말라죽은 벼를 손으로 만지자 알갱이가 별로 없었다. 부서지는 것도 있었다. 농민 김일배(44·서산시 장동)씨는 “지난달 1일 새벽 내내 태풍이 몰아쳐 아침에 가 보니 제초제를 맞은 것처럼 벼잎이 돌돌 말려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바닷물이 바람에 들판으로 날리면서 안개처럼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면서 “바다와 가까운 벼는 금방 말라죽었고, 떨어진 곳도 3~4일이 지나니까 전부 하얗게 변했다.”고 말했다. 벼알이 염분 섞인 강한 바람을 맞아 서로 부딪치면서 터져 즙이 빠져나가 말라죽은 것이다. 김씨는 “농사를 20년 지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다른 곳에서 논농사를 하다 8~9년 전 이곳 논 16만㎡를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는 “땅주인에게 낼 연간 임대료 5000만원도 못 낼 판”이라며 한숨을 토했다.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 박갑봉(57)씨는 지난 2월 말 현대건설 서산농장에서 명퇴를 한 뒤 처음 임대농을 하다 변을 당했다. 그는 명퇴 직원 중 43명과 함께 논 66만㎡에 벼를 심었다. 서산농장으로부터 3.3㎡(평)당 임대료 1000원씩 모두 2억원과 항공방제비와 농약값 등으로 2억원 등 4억원을 투입했다. 충남도는 최근 피해농가에 ㏊당 110만원의 대파비(다른 작물 파종비)를 지급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 ㏊당 300만원이 드는 임대료·영농비의 3분의1 수준이다. 박씨는 “이 기준으로 대파비를 지급받으면 2억~2억 5000만원가량 적자를 본다.”면서 “내년 농사는커녕 26년간 회사에 다니면서 평생 번 돈을 모두 날리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충남도에 따르면 백수 피해를 입은 논이 1만 5372㏊에 이르고, 이중 천수만 간척지가 1만㏊를 차지한다. 올해 이 간척지의 쌀 생산량은 평년의 40%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들은 “2002년 태풍 루사 피해 때 정부가 ㏊당 300만원 가까운 보상금을 지급했다.”며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생색 내기 보상금으로 일단락지으려고 하는데 현실적인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해 벼를 전량 수매하고 수매가를 현실화할 것과 일부 벼를 철새먹이로 제공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종선 천수만A·B지구 경작자연합회 회장은 “정부에 현실 보상 진정서를 냈는데 우리 요구가 무산되면 백수피해를 입은 인근 태안지역 농민과 연대해 강력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정세균, 다시 희망이다

    [여의도 블로그] 정세균, 다시 희망이다

    10·3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던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이 6일 광주에서 처음으로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했다. 오전 트위터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당원동지들의 명에 따라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힌 뒤였다. 사퇴를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정 위원은 전보다 수척해 보였다. 최고위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당 대표로 재임했던 시기에 ‘정체성·존재감이 상실됐다.’는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이를 듣고 있던 정 최고위원의 굳어진 표정은 시종 풀릴 줄 몰랐다. 그는 “당심은 정권 교체가 최우선이라는 걸 확인했다.”면서 “저 자신부터 선당후사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며 다짐하듯 말했다. 정 위원에게 이번 전대는 사실상 첫번째 정치적 좌절과 실패나 다름 없었다. 7·28을 제외한 역대 지방선거에서 승승장구했고,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탈당 정동영’ 등 불편하게 따라다니는 이름이나 대과 없이 시·도당과 지역위원장 등 절반가량 탄탄한 조직 기반도 갖췄던 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경선에서 대권 주자로 부각된 손 후보, 선명한 ‘진보’ 노선을 제시한 정동영·천정배 후보, 비호남·전국정당·세대교체 주자를 표방한 이인영 후보 등 세 갈래의 주된 흐름 속에서 정 위원이 설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대표 등 주요 보직을 맡으며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당을 무난히 끌어온 그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친노·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정 최고위원은 친노-비(非)친노, 주류-비주류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가 ‘무기력하다’는 주변의 인식을 떨치고 당내 소통과 갈등을 조정하는 ‘캐스팅 보트’ 역할로 자리매김하느냐 마느냐는 앞으로 그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끝낸 그를 바라봤다.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이란 책을 안고 있었다. 아직 못 읽어 봤다면서 표지에 오래 눈길을 둔다. 다가가 심경을 묻자 “편안하다. 프리(자유)하잖아.”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 “할 일이 너무 많다. 할 일은 꼭 해야 한다.”며 “투쟁할 건 투쟁하고 바꿀 건 바꾸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볕들 날이 오겠지.’란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스스로에 대한 희망과 다짐이기도 한 것 같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문화마당]누가 ‘공정사회’를 두려워 하는가/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누가 ‘공정사회’를 두려워 하는가/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학자가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하는 개념을 만들어 내는 걸 꿈꾼다면, 정치가는 권력투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담론의 생산에 주력한다. 담론이란 현실을 언어적으로 표현하고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정한 사회’란 이 같은 담론에 해당한다. 문제는 현실로서의 ‘공정한 사회’는 없고, 그에 대한 담론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결과가 아닌 기회의 평등이 ‘공정한 사회’의 제1원칙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기회의 평등이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가?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가는 아무리 착하게 살고자 해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가는 노동자를 착취해야만 존립할 수 있는 구조적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적으로 생성된 불평등을 개인의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기에 계급 없는 사회주의사회에서만 평등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전망은 틀렸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는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복지정책을 통해 해소하는 사회국가를 출현시켰다. 대부분의 선진 자본주의국가들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사회국가를 지향한다. 오늘날 국가는 더 이상 특정 계급과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목적으로 합법적인 폭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정의 실현을 존재 이유로 삼는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이 국가가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00년간 한국인의 지상과제는 자주적인 독립국가를 세우는 일이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가 한국 현대사를 지배한 정치담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같은 정치담론이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한민국의 빛나는 업적 뒤에 가려진 우리의 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빛나는 옥일수록 티가 크게 보이므로, 크게 성공한 사람일수록 그의 잘못은 더 큰 지탄을 받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도덕적 결함을 비난하는 것으로 우리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성공한 자에 대한 질투심으로 국가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을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남북한의 체제경쟁은 자유와 평등 사이의 담론투쟁으로 전개됐다고 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유가 평등에 승리했다. 하지만 자유 없는 평등은 절대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북한은 붕괴위기에 처해 있는 반면, 평등을 희생시키는 자유는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남한은 심각한 갈등과 분열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통일이란 자유와 평등 사이 모순의 극복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증법을 성취하는 화두가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인간은 개념처럼 담론을 만들 수 있다. 인간에게 개념은 현실을 인식하는 수단인 반면, 담론은 인간을 가두는 감옥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라는 담론을 만들어내 정치적 주도권을 잡았지만, 이제는 스스로가 그 담론의 포로가 되어 정치를 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역사에서 혁명은 현실이 가장 열악할 때가 아니라 담론과 현실의 불일치를 민중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위기에서 발발했다. 이 대통령에게 위기는 바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두 개의 화두 ‘공정한 사회’와 ‘통일세’를 누가 두려워하는가.
  • 日 오자와 정치생명 ‘흔들’ 검찰심사회 강제기소 결의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도쿄 제5검찰심사회가 4일 일본 정계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68) 전 민주당 간사장의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 강제기소 결정을 내렸다. 오자와 전 간사장으로서는 지난달 민주당 대표 경선 패배에 이어 정치 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오자와 “무죄 반드시 밝혀질것” 도쿄 제5검찰심사회는 회의를 열고 지난 4월에 이어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거듭 기소 결정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변호사를 공판유지 검사로 지명,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한 강제기소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검찰심사회는 결정문에서 “(1차 결의 이후) 검찰의 재수사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오자와의 유·무죄를 재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도쿄지검 특수부는 올해 초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치자금 관리단체인 리쿠잔카이가 지난 2004년 10월 오자와 전 간사장으로부터 4억엔을 빌려 도쿄 시내 택지를 사들이고도 차입금 4억엔을 2004∼2005년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변제금 4억엔을 2007년분 보고서에 각각 기재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후 4억엔 중 일부가 뇌물인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여 전·현직 비서 3명을 기소했으나 오자와 전 간사장은 정치자금 불법 수수 등의 관련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했다. 이에 2004년 보고서 사건을 심사한 도쿄 제5검찰심사회는 지난 4월27일 비서들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는 오자와 전 간사장을 불기소한 것은 잘못이라며 만장일치로 1차 ‘기소 상당’ 결정을 내렸으나 검찰이 이에 불복하며 거듭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그동안 2차 심사를 벌여 왔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또 검찰심사회의 결정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이미 이 사건은 검찰이 두 번이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무죄라는 것을 반드시 밝힐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또 법정투쟁을 하는 동안 민주당에서 탈당하거나 의원직을 사퇴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야당 등 사퇴 요구 빗발쳐 오자와 전 간사장과 대표직을 놓고 겨뤘던 간 나오토 총리 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 중인 간 총리는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않아 현 단계서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센코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오후 기자회견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이 기소되더라도 유무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피고인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받게 된다.”며 발언을 자제했다. 하지만 자민당을 비롯한 야당은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치자금 문제를 쟁점화해 국회 증언대에 세우겠다고 칼을 갈고 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는 “오자와 전 간사장은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오자와 전 간사장의 은퇴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키노 세이슈 국회대책위원장 대리는 “개인적으로 (오자와 전 간사장이) 당연히 당에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가 결정하지 않으면 당이 제명 처분이나 탈당 권고 등의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민주 새대표 손학규

    민주 새대표 손학규

    민주당 새 대표로 손학규 전 대표가 선출됐다. 민주당 안팎에선 새 인물을 통한 ‘변화’를 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뚜렷한 계파가 없지만 민주당 내 잠재적 대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손 대표가 제1야당의 사령탑이 되면서 당내 역학 관계 및 야권의 대선 경쟁구도, 대여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손 신임 대표는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서 대의원 투표(70%)와 당원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1만 1904표(21.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정동영(1만 776표), 정세균(1만 256표), 이인영(6453표), 천정배(5598표), 박주선(5441표) 후보가 뒤를 이어 선출직 최고위원(6인)에 올랐다.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조배숙 의원(1216표)은 8위를 차지했지만, 여성 배려 규정에 따라 임명직 최고위원이 됐다. 이로써 8명의 후보 가운데 7위를 차지한 최재성(4051표) 후보만이 지도부에 진출하지 못했다. 특히 예비경선(컷오프)에서 2위에 올랐던 이인영 후보가 본선에서도 ‘빅3’에 이어 4위를 차지한 것은 이변으로 보여진다. 당내 486 그룹의 단일후보로 추대된 이 후보의 선전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약점을 ‘비호남 대안론’으로 극복하며 명실상부한 야권의 첫번째 대선 주자로 서게 됐다. 손 대표 스스로도 “강한 대선 후보가 돼 잃어버린 600만표를 되찾아 오겠다.”고 약속했다. 손 대표는 진보 노선을 유지하되 중도층까지 껴안는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정통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선명한 대여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창구·구혜영·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 ‘대문호 산실’ 영국의 독특한 독서교육

    ‘대문호 산실’ 영국의 독특한 독서교육

    셰익스피어에서 조앤 롤링까지. 세계적 작가들을 키워내는 영국은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있을까. 5~8일 오후 8시 방영되는 EBS ‘세계의 교육현장’은 영국 교육의 비밀 ‘독서교육’에 접근한다. 홈스쿨링을 다루는 1편은 아이리스 해리슨이란 인물 얘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해리슨은 난독증인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 위해 8년간 법정투쟁 끝에 홈스쿨링 합법화 조치를 이끌어낸 사람.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녀의 교육법을 살펴봤다. 해리슨이 만들었고 이제 4만명의 아이들이 참가하고 있는 홈스쿨링 모임 ‘디 아더와이즈’(The Otherwise)도 탐방한다. 여기 참여한 아이들은 집에서 자유롭게 놀고 즐기면서 공부한다. 아이들이 어울려 지내다 보니 지역 공동체가 더 끈끈해진 것은 덤이다. 2편은 홈스쿨링에 가장 적극적인 부모들이 다름 아닌 선생님들이라는 데 주목했다. 어떤 장점이 있기에 선생님들마저 홈스쿨링을 택할까. “아이들은 주변을 관찰하면서 학습한다.”는 영국의 발달심리학자 앨런 토머스의 연구결과 등을 통해 이유를 추적한다. 3편은 영국의 다양한 독서교육을 다룬다.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마련해 어릴 적부터 아이들이 책과 친근해질 수 있도록 하는 도서관과 독서진흥단체들을 찾았다. 또 갓난 아이부터 4살까지 연령대에 맞는 책을 무료로 제공하는 북 스타트 운동도 살펴본다. 4편은 아빠의 적극적인 노력과 동참을 촉구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7살 때부터 아빠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놀아주게 되면 아이의 학업성취도가 높이 치솟는다. 그래서 영국 도서관은 ‘베이비 부기’ 행사를 연다. 토요일 아침 아이와 아빠는 도서관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책을 읽는다. 어릴 적 언어능력이 여자에 비해 떨어지는 남자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스포츠 스타와 축구를 내세운 독서 프로그램까지 마련되어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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