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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김재철, ‘나는 앞으로도 사장이다’

    MBC 김재철, ‘나는 앞으로도 사장이다’

     지난달 말 사표를 던졌던 김재철(58) MBC 사장이 재신임됐다. MBC 노동조합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반발하며 조만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일 이사회를 열고 찬성 6표, 기권 3표로 김 사장에 대한 재신임 및 선임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곧이어 열린 주주총회에서 통과돼 최종 확정됐다. 이사회에는 이사 9명 모두 참석했으나, 표결은 야당 성향 이사 3명이 퇴장한 가운데 이뤄졌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 겸 대변인은 “김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자신의 핵심공약인 지역 MBC 광역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보류돼 도의적 차원에서 재신임을 묻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표 효력에 대한 분쟁 소지를 없애려고 사표 반려가 아닌 주총 재선임 절차를 밟았다.”면서 “김 사장 임기는 종전 연임 때 임기(2014년 2월)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잠시 출석한 김 사장은 재신임되면 열심히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사장은 방통위가 진주·창원 MBC 통폐합 승인을 보류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지난달 29일 방문진에 사표를 냈다. 이와 관련, 방송계에서는 김 사장의 사표가 방통위 압박용 또는 총선 출마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했다.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던 MBC 노조는 곧바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는 한편,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MBC 노조는 이르면 이번 주말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MBC 노조 관계자는 “김 사장의 사표가 방문진과 짜고 친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이는 시청자와 국민을 우롱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창원·진주 MBC는 방통위에 대해 법인 합병 승인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크레인 시위/주병철 논설위원

    인권 발전은 인류의 세금 투쟁 성과라는 말이 있다. 영국의 대헌장과 권리청원, 명예혁명, 미국의 건국, 프랑스 대혁명 등 역사상 중요한 인권 투쟁 기록은 결국 세금 투쟁의 기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 속 세금’ 얘기를 할 때 11세기 영국 중부지방의 코벤트리(Coventry) 레오프릭 영주의 부인 고디바(Godiva)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남편이자 영국 4개 백작령 중 하나인 머시어의 통수권자인 레오프릭에게 농노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세금을 낮춰 달라고 간청했다. 바이킹계 왕인 커누트의 ‘무리한’ 세금징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레오프릭은 부인의 닦달에 “당신이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런데 고디바 부인이 진짜 알몸시위에 나선 것이다. 당시 농노들은 고디바의 마음에 감동해 그가 영지를 돌 때 집집마다 문과 창을 걸어잠그고 커튼을 내려 부인의 희생에 경의를 표했단다. 이후 남의 이목을 끄는 강렬한 항의의 수단인 알몸시위는 모피 반대 시위, 석유 의존 반대 자전거 시위, 일자리 요구 시위, 낙태 합법화 지지 시위, 반세계화 시위 등 여성이 참가하는 시위에 적잖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섬뜩한 게 골리앗 크레인 시위다. 힘없는 자가 힘있는 자와 싸워서 이겼을 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데서 따왔다. 수치심을 느끼는 알몸시위와 달리 극단의 생명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시위자의 절박함 못지않게 지켜보는 이들의 간담이 서늘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알몸시위보다는 크레인 시위가 많았고 효과도 컸다. 지난 3월 대우조선 비정규직이 송전탑에 올라 88일을 살았고, 2008년에는 기륭전자 유모씨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6m 높이의 서울시청 조명탑에 올랐다. 1990년에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100m 골리앗 크레인에 올랐다. 대부분 시위는 성과를 얻고 끝났다. 지금까지 크레인 시위자는 100명가량 된다고 한다.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 김진숙씨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크레인 시위를 벌인 지 어제로 206일째가 됐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외치고, 지난해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 국제무대에 우뚝 섰다는 우리에게는 참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노사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빨리 문제를 매듭지었으면 한다. 국민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는 크레인 시위도, 해외로 떠난 사측 대표자의 시위 아닌 시위도 보기가 안쓰럽다. 언제쯤이면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김재철 MBC 사장 재신임...노조 강력반발

    김재철 MBC 사장 재신임...노조 강력반발

     지난달 말 사표를 던졌던 김재철(58) MBC 사장이 재신임됐다. MBC 노동조합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반발하며 조만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일 이사회를 열고 찬성 6표, 기권 3표로 김 사장에 대한 재신임 및 선임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곧이어 열린 주주총회에서 통과돼 최종 확정됐다. 이사회에는 이사 9명 모두 참석했으나, 표결은 야당 성향 이사 3명이 퇴장한 가운데 이뤄졌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 겸 대변인은 “김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자신의 핵심공약인 지역 MBC 광역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보류돼 도의적 차원에서 재신임을 묻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표 효력에 대한 분쟁 소지를 없애려고 사표 반려가 아닌 주총 재선임 절차를 밟았다.”면서 “김 사장 임기는 종전 연임 때 임기(2014년 2월)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잠시 출석한 김 사장은 재신임되면 열심히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사장은 방통위가 진주·창원 MBC 통폐합 승인을 보류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지난달 29일 방문진에 사표를 냈다. 이와 관련, 방송계에서는 김 사장의 사표가 방통위 압박용 또는 총선 출마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했다.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던 MBC 노조는 곧바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는 한편,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MBC 노조는 이르면 이번 주말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MBC 노조 관계자는 “김 사장의 사표가 방문진과 짜고 친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이는 시청자와 국민을 우롱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창원·진주 MBC는 방통위에 대해 법인 합병 승인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北지령 지하당(당명 ‘왕재산’) 조직 혐의 무더기 적발”

    “北지령 지하당(당명 ‘왕재산’) 조직 혐의 무더기 적발”

    공안당국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내에 지하당을 조직하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정계와 학계, 노동계 등 각계 인사 40여명을 수사하고 있다. 수사 선상에 야당 소속 현직 구청장 2명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도 수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북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남한에 지하당 ‘왕재산’을 구성하고 간첩으로 활동한 전 민주당 당직자 이모씨, IT업체 J사 대표 김모(48)씨와 동업자 임모·이모씨, 미디어업체 대표 유모씨 등 5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또 현직 구청장 1명을 이미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225국은 노동당 대외연락부의 후신으로 남파 간첩 및 고정간첩 관리, 지하당 구축 등을 주 임무로 하는 대남공작 부서다. 왕재산은 김일성 주석이 19 33년 항일 무장투쟁을 국내로 확대하는 전략을 제시한 ‘왕재산 회의’를 소집한 함경북도 온성에 있는 산이다. 북한에서는 성지로 통한다. 김씨 등이 조직원 간의 통신을 주고받을 때 ‘왕재산 올림’ 등으로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들에게 적용한 법규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조직 혐의로, 지난 1994년 이른바 ‘구국전위’ 사건 이후 17년 만에 다시 꺼냈다. 검찰은 이들이 1994년 4월부터 최근까지 일본 38차례, 중국 18차례 등 모두 59차례에 걸쳐 출국한 뒤 북한 대남 관련 간부와 10여차례 접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씨는 225국 지령에 따라 수년 동안 국내 정세 정보자료를 수집해 건넸으며, 노동신문 사설 등 북한 원전을 입수해 이메일 문서함에 저장하고 북한을 찬양·고무 선전하는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서울지역책, 인천지역책, 내왕연락책, 선전책 등으로 나눠 조직적으로 업무를 분담했으며, IT업체를 설립한 것으로 위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지난 4~6일 이씨 등 9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 13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지난 9일에는 한국대학교육연구소 홍모 기획실장이 반국가단체에 연루된 정황을 잡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충성 맹세문과 대남 선전책자 등을 물증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연구소를 압수수색할 당시 관련 증거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증명을 수사관들로부터 받았다.”면서 연구소 측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검찰은 구속된 이씨 등 5명 외에도 4명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의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한편 검찰은 이와 별개로 국가보안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월간지 ‘민족21’의 안모 편집주간과 정모 편집국장 등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역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은 재일교포 공작원 조모씨에게 포섭돼 지령에 따라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 국장 등은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은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 공산당 90년, 축하와 우려/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 공산당 90년, 축하와 우려/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1921년 7월 23일 오사운동의 여진이 남아 있던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에서 중국 공산당 1차 전국 대표대회가 개최됐다(오늘날 창당 기념일을 7월 1일로 한 것은 창당 20주년이 되던 1941년에 편의적으로 정한 것). 그러나 조계 당국 등의 주목을 받게 돼 체포 위기에 몰리자 참석자들은 상하이를 탈출했고, 회의는 결국 저장성 자싱(嘉興)에 있는 한 호수의 유람선에서 7월 31일 마무리됐다. 전국 50여명의 당원을 대표한 12인으로 출발한 이 작고 어려운 시작이 오늘날 8000만명이 넘는 당원을 거느리고 13억명이 넘는 인구를 지도하는 중국 공산당의 출발이었다. 중국에서는 이 작은 시작을 ‘천지개벽의 대사건’이라고 말한다. 사실 중국 공산당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나의 정당이 1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시종여일하게 지속된 것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곡절이 있기는 했으나, 중국은 공산당 지도하에 반(半)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 통일된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고 G2로 불리는 세계적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러니 창당 기념일을 맞아 붉은 깃발로 중국 전역을 채색하다시피 하는 것을 과도하다고 비판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산당의 자신감은 건당 9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경축대회에서 국가 주석이며 당 총서기인 후진타오가 행한 연설에서도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을 통해 자기 혁신을 시도했던 것이 ‘승리’의 동력이었음을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후진타오의 연설에는 공산당이 직면한 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사실 계층 간, 지역 간 빈부 격차의 심화, 시장경제의 성숙에 수반된 사회적 갈등의 격화, 관료들의 부패, 소수민족의 저항 등 집권당으로서 중국 공산당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도처에 산적해 있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불만을 제도적 절차를 통해서가 아니라 거리에서 직접 힘을 과시하는 형태로 해결하려 하기 시작했고, 지역에 따라서는 격렬한 무장투쟁의 형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사생아적 이념’ 지도나 당원의 윤리적 책무를 강조하는 정책적 대응만으로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후진타오 역시 이러한 상황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해 할애했고, ‘사회주의적 민주정치의 구체적 제도 면에서 아직 완벽하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사실 중국 공산당이 건국 이후 대약진, 문혁과 같은 엄청난 시행착오를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89년 6·4 천안문 사태의 위기상황에서 대담하게 개방 정책을 확대한 것, 2002년 제16차 당 대회에서 당장을 개정해 기업가의 입당을 허용하는 등 당원의 문호를 확대함으로써 ‘계급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 등은 바로 그러한 사례들이다. 하지만 당의 정체성 자체를 혼란에 빠트린 사회주의 시장경제 정책은 사실상 ‘개발독재’ 전략에 불과한 것이 됐다. 그러한 개발독재 전략은 이미 중국 사회에서 서서히 유효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래서 후진타오는 연설에서 ‘안정’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치 개혁과 안정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 있는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양자를 통합해 나가는 것이 공산당의 전략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권력 독점을 포함한 모든 것을 양보할 준비가 돼 있느냐다. 잔인한 시장경제의 현실 앞에서 ‘조화사회 건설’, ‘애국주의’ 등 감성 정치가 설득력을 잃게 된 지금 필요한 것은 ‘계몽’이 아니라 ‘자율’을 정착시켜 나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후진타오의 연설에서는 그러한 희망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창립 90주년을 축하하면서도 중국의 미래에 우려를 갖게 되는 이유다.
  • 첫 ‘학교 성과급’ 풀자마자 반발

    올해 처음 도입된 학교별 성과급이 시도별로 지급되자 교사를 비롯, 교원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반납투쟁에 나서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학교별 성과급제는 학교를 S(30%)·A(40%)·B(30%) 등 3등급으로 평가, 기존 교원 성과급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교원 성과급과 함께 학교별 성과급을 시행, 학교간 경쟁을 통해 교육개선을 추진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일선 교사들은 현실을 무시하고 학교를 낙인찍는 조치라며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27일 초·중·고교 1200여곳 교사 1만 8000여명에게 학교별 성과급을 처음으로 줬다. 교사 한 명이 받는 학교별 성과급은 등급에 따라 20만~4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총은 학교별 성과급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다음 달부터 일선 학교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교사는 물론 교장·교감 등의 의견을 들어 학교급별, 지역별, 학교별 성과급의 차이 등을 분석해 교과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교총 측은 “학교별 성과급은 교과부의 공통지표와 시도교육청의 자율지표로 이뤄지는데 이 지표를 합리적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방과후 학교 참여율이나 체력 발달률 등 학교 성과보다는 지역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평가지표들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 “학교안전사고·학교폭력발생 비율 등도 반영하는데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느냐.”면서 “학교에서는 당연히 은폐, 축소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아예 학교별 성과급을 돌려주기로 했다. 경쟁을 통한 학교 개선이 아닌 학교 황폐화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전날 성과급 8억 8000만원을 반납하겠다며 광주시교육청에 건넸지만 수령을 거부당했다. 전교조는 학교별 성과급 반납액에 전국적으로 10억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다음 달 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수십억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교조는 시도교육청이 성과급 반납을 거부하면 저소득층 장학금 등 사회기금으로 쓸 계획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다. 두 교원단체의 반발에 교과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예정대로 내년에 학교별 성과급 비중을 교원성과급의 30%로 확대할 방침인 터라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방통심의위원의 부적절한 ‘음란물 소동’

    음란 게재물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이 스스로 ‘음란물 소동’의 당사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박경신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이 위원회가 음란물 판정을 내린 남성 성기 사진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해 심의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블로그에 ‘전체 공개’로 올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한 이 사진들은 한 누리꾼의 미니홈피를 캡처한 것으로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음란물 판정을 받고 삭제 조치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 위원의 ‘음란 블로그 행위’는 방송통신 콘텐츠의 내용을 다루는 심의위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박 위원은 “사회질서를 해한다거나 하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한 처벌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논거를 펼친다. 크게 봐서는 맞는 말이다. 표현의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 위원도 언급했듯 사진은 자기표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음란물 위험’에 해당한다고 본다. 방송통신 심의는 법의 잣대에 기초하지만, 어디까지나 사회의 보편적 기준을 벗어나선 안 된다. 요컨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가 유통되는 것은 결코 적합하지 않다. 방송통신의 특성과 파급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당시 전체회의에선 9명의 위원 가운데 박 위원을 빼고 8명이 음란물 판정에 동의했다. 박 위원은 그런 판정에 항의하기 위해 블로그에 음란물을 올렸다고 한다. 방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방통심의위원의 본분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제의 게시물을 자진 삭제하든 안 하든 그건 박 위원의 몫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결코 ‘가치투쟁’의 무대가 아니라는 점만은 명심하기 바란다. 방통심의위원에 걸맞게 책임 있는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 폭풍전야 강정마을… 여야 ‘일촉즉발’

    폭풍전야 강정마을… 여야 ‘일촉즉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여당은 해군기지 건설의 불가피성을, 야당은 총력 저지를 각각 외치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정치 쟁점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27일 “2007년 노무현 정권에서 결정된 아주 중요한 국책사업”이라면서 “주민보상이 끝났고 100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투입됐는데 종북주의자 30여명의 반대 데모 때문에 중단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전 원내내표는 “야당의원들이 공사 중단을 선동하면서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공사 저지 세력들은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사실상 북한 김정일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종북세력들이 대부분”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레임덕을 조장하려는 불순 세력을 확실한 공권력 집행으로 엄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이미 확정된 사안에 대해 야당이 정치쟁점화하려 한다고 해서 우리가 모여서 당론을 모을 사안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민주당은 지도부가 현장을 방문하고, 최고위원회의와 원내대책회의에서 연이어 정부·여당의 해군기지 강행 추진을 맹비난하며 여권을 압박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공사 지역은 해안이 통바위로 돼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지역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데 해군기지를 건설하면서 그 바위를 깨겠다고 한다.”면서 “왜 주민들과 대화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하느냐.”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도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자제하고 주민이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제주 해군기지 사태는 평화를 향한 대한민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면서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참여정부 때 추진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반전(反戰) 평화라는 당 정체성과 전국 정당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회피 논란이 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은 “계엄 상황을 연출하는 파렴치한 행위”라면서 “무력 진압을 중단하고 연행된 사람들을 석방하라.”고 논평했다. 지난 25일 규탄 대회에 이어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 야5당 공동진상조사단은 진상조사 결과를 곧 발표키로 했다. 강주리·허백윤기자 jurik@seoul.co.kr
  • “EU강화·경제위기… 극우주의 30년만에 득세”

    노르웨이 연쇄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이슬람 이민자들의 대량 유입과 유럽의 다문화주의에 맞서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럽의 다문화정책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강화와 세계화에 대한 반발, 경제 위기를 둘러싼 불안 등을 토양 삼아 세를 불려온 유럽 극우주의 세력에 대한 위험성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극우 웹사이트 구독 백인 급증 CNN은 25일 ‘스톰프런트’ 같은 극우 성향의 웹사이트를 구독하는 백인 지상주의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유럽의 극우주의가 30년 만에 득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주창하는 이 인터넷 사이트에는 “스칸디나비아는 다문화주의와 투쟁하고 있다.” “노르웨이여, 깨어나서 비(非)백인들을 추방하라.”는 등 노골적으로 다문화정책을 비판하는 글들로 도배돼 있다. 유럽 극우주의 연구자인 죄르크 포르브리크 독일 마샬펀드 애널리스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더 과격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노르웨이 테러사건이 놀랍지 않다.”면서 “이런 일은 더 많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으며, 그 뒤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으로 각국이 통합된 이후 해외 이민이 급증하고 유럽 내에서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극단주의적인 내셔널리스트들의 활동 기반은 점점 넓어졌다. 이런 극우단체들은 헝가리에서부터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에서 세력을 강화했지만 특히 자유로운 이민자 정책을 취해 온 북유럽에서 번성했다. 덴마크에서 극우 성향의 덴마크인민당은 179석의 의회 의석 가운데 25석을 차지했으며 네덜란드에서도 기어트와일더 자유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15.5%의 지지율을 얻었다. 핀란드 역시 내셔널리스트 정당인 트루 핀스가 지난 4월 선거에서 19%를 얻어 제3의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노르웨이의 우익 정당도 2009년 9월 의회 선거에서 23%를 얻어 제2정당이 됐다. 카리 헬렌 파르타쿠올리 노르웨이 반인종주의센터 소장은 “2~3년 전부터 극우 세력의 등장을 경고해 왔다.”고 말했다. ●佛·獨 정상 등도 反다문화 발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최근 잇달아 다문화주의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내놓는 상황도 극우 세력의 발호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는 대중정당들이 술집이나 인터넷 채팅방에서 행해지던 이민자에 대한 사적인 비판을 주류 정치 이슈로 바꿔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우정당들은 테러 발생 즉시 폭력사태를 비난하는 성명들을 내놓았지만 전문가들은 “정당들이 강연회 등을 통해 폭력적인 개인들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CNN은 “경제 위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유럽의 극우 무장 저항 세력을 양산할 것”이라면서 “백인우월주의자를 비롯한 극우주의자들은 온라인에서 쉽게 접촉하고, 세력을 넓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毒? 藥? 손학규 대표 ‘한진重 시국회의’ 불참… 대권 가늠자 되나

    毒? 藥? 손학규 대표 ‘한진重 시국회의’ 불참… 대권 가늠자 되나

    24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지도부는 몽땅 부산으로 달려갔다. 정리 해고 논란으로 파행이 거듭되고 있는 한진중공업을 찾아 ‘시국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온 종일 서울에 머물렀다. 서울 영등포 당사에도 출근하지 않은 채 지인들을 만나며 하루를 보냈다. ‘희망 시국회의 200’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날 행사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크레인 고공 투쟁을 벌인 지 200일째를 맞아 열렸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김진표 원내대표를 비롯,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야권과 시민사회, 학계, 종교계 279명이 집결했다. 손 대표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에 이름만 올렸을 뿐 현장에 가지 않았다. 수권 정당이 되려면 균형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며 한중 사태에 거리를 둬 온 지론을 굽히지 않았다. 손 대표의 핵심 측근은 “한진중공업 문제는 현장에 가고 안 가고가 아닌 해법을 내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소신’은 야권 내에서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시국회의 불참에 따른 파열음은 다른 때보다 더욱 거세다. 기존 노사 문제,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넘어 야권 통합과 노동정책 연대, 해법 모색을 함축하는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당장 손 대표의 ‘한진 대처법’을 대권 주자로서 자격을 평가하는 가늠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손 대표가 야권 최우선 쟁점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범야권 단일후보 위상에서 보면 독(毒)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재벌 문제에 견줘 노동 문제는 아직 사회적 연대가 미약한 상황에서 제1 야당 대표가 이 문제를 경원시하는 것은 대선 주자로서 득이 될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정체성 논란이 따라붙는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사회적 약자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충고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아직 진보개혁 진영의 확실한 도장을 받지 못한 손 대표가 갈등 해결을 소수자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신뢰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손 대표의 비급진적인 행보가 외연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이런 쪽에서는 (대선) 본선 확장력을 생각하면 중도와 진보를 아우르는 행보가 약(藥)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노총을 방문하고 한진중공업 노사 양쪽을 세 번이나 만나는 등 실질적인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안팎의 논란을 되받아쳤다. 오히려 시국회의 불참 논란을 정치적으로 몰고 간다는 의구심이 섞여 나온다. 또 다른 측근은 “한진중공업 문제에 수수방관하는 여권을 노려야지, 왜 엉뚱하게 손 대표를 겨냥하는지 모르겠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차별화 전략에 빠진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정세균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성과 없는 대통합 말고 가능한 쪽이라도 선도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요즘 외로운 이 남자

    요즘 외로운 이 남자

    이재오(얼굴) 특임장관이 요즘 외로움을 부쩍 많이 탄다고 한다. 그와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 얘기다.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거에서 잇따라 친이(친이명박)계가 무너지면서 입지가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친정인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시점이 다가오는데도 당에서 반기는 분위기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이 장관의 뒤를 따르던 의원들 중 일부는 장관과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22일 친이계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장관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8월 중순쯤 당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장관의 당 복귀 결심은 진작에 굳어졌고, 당에 와서 무엇을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선 친이계의 구심점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우선 지역구 일에 매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 민생투어에 나서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당내 갈등을 조장시킨다는 의심을 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측근 의원들을 불러 모아 세를 과시하는 모습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 19일 대통령을 향해 “정치를 못 한다.”고 비판했을 때 이 장관은 적잖이 화가 났지만, 오해를 살까 봐 지난 21일 당·정·청 회의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꾹 참았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그가 ‘승부사’ 기질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한 측근 의원은 “이 장관이 누구 밑에서 일할 사람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최선을 다한 뒤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최근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등도 방문을 앞장서서 막겠다고 나섰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를 병문안하기도 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를 주도한 ‘6·3세대’로 유신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과거를 끄집어내는 것 자체가 ‘정권 2인자’라는 이미지를 넘어 또 다른 정치적 변신을 시도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사설] 한진重 꾼들은 빠지고 조회장은 나서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사태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라는 시민단체는 오는 30일 ‘3차 희망버스’ 행사를 계획하고 있어 경찰과 재충돌이 우려된다. 이에 부산지역 50여개 단체들이 범시민대책협의회를 발족하고 대규모 반대 집회를 갖기로 해 또 다른 충돌 요인으로 떠올랐다. 전문 시위꾼들은 물론이고 정치꾼들이 합세하기로 하면서 더 살벌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 꾼들은 빠지고 노사의 자율 해결에 맡겨야 한다. 노측은 농성 현장에 있으니 사측은 조남호 회장이 직접 나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외부 세력들이 개입하면서 거대한 사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희망버스 행사는 형식적으로는 자발적이다. 1차 때 참여한 1000명, 2차 때의 7000명 가운데는 순수한 뜻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는 3년 전 촛불정국을 주도하는 등 갈등의 현장마다 끼어든 전문 시위꾼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꾼’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정치권이 장외투쟁 형식으로 편승해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그동안 수없이 목격한 우리사회 갈등 증폭의 전형적 양태다. 민주당 등 야4당은 행사 합류 계획을 포기하고 단식 농성도 멈춰야 한다. 정치권이 할 일이 있다면 국회에서 해야 한다. 2차 행사 때 7000명의 시위대와 경찰 간에 극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3차 행사 때는 범시민대책협의회가 동원하겠다고 밝힌 영도구민만 해도 1만여명이다. 아울러 김진숙씨는 내일이면 크레인 농성 200일째를 맞는다. 자칫 불상사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경찰은 불법 시위에는 공권력을 단호히 행사하되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불상사가 생길 경우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공세를 폈다. 정치권이 혼란을 부추기지 않는 게 먼저다. 사측은 근로자를 집단 해고하면서 170억원의 배당 잔치를 벌였다. 이런 모럴 해저드는 갈등을 악화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조 회장은 그 책임의 중심에 서 있다. 도피성 해외 출장을 접고 즉시 귀국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의 형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더반의 신화’를 일궈냈다. 자신은 ‘영도의 비극’을 만든 주역이라도 되겠다는 건가. 책임 있고 성실한 자세를 거듭 촉구한다.
  • 孫·鄭 2R… 이번엔 한진重 충돌

    孫·鄭 2R… 이번엔 한진重 충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안방 리그’가 달아오르고 있다. 1차전 주자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다. 최근 ‘종북주의’ 논쟁에 이어 이번에는 한진중공업 문제로 충돌했다. 정 최고위원은 21일 “한진중공업 고공 투쟁 200일째인 오는 24일 시민사회, 학계, 4대 종단 대표자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현지에서 여는 시국회의에 참여하자.”면서 당 소속 의원실에 제안서를 돌렸다. 제안서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배우 문성근씨, 함세웅 신부 등 각계 인사들이 서명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불참하기로 했다. 수권 정당의 위상을 세우려면 절제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손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강하지만 절제된 투쟁, 선명하지만 균형감을 잃지 않는 투쟁을 해야 한다.”면서 당내 비주류가 주도하는 선명성 논쟁에 선을 그었다. 비교 우위만 놓고 보면 손 대표는 본선 경쟁력, 정 최고위원은 이슈 주도력이 강하다. 손 대표가 균형을 강조하는 것은 중도 계층을 장악하려는 차원이다. 중원 전략은 본선 경쟁력과 직결된다. 한나라당의 17대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본선 경쟁력(이명박 후보)이 당내 조직세(박근혜 후보)를 앞섰던 학습 효과도 있다. 손 대표가 최근 측근 의원과 학자 등 ‘5인 모임’을 구성한 것도 안정적인 대선 가도를 위한 복안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여기저기 조직이 흩어져 있는 데다 일정이나 메시지 관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모임 결성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정체성 논란을 잠재우려면 대선주자가 아닌 당 대표의 위상이 먼저라는 견해도 있다. 내년 대선의 전략지가 될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시국회의에 가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정 최고위원은 이미 대선 후보를 지냈다. 인지도는 높은 반면 지지율이 낮다. 복지와 노동 문제에 주력하며 선도 높은 행보를 하는 것은 나름의 승부수다. 정체성을 고리로 ‘진보 진영 대표 선수’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지지층의 결집력은 높지만 확장력은 장담할 수 없다. 중도 배제 전략에 대한 반론이다.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재오, “대통령 정치 못한다” 홍준표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이재오, “대통령 정치 못한다” 홍준표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이재오 특임장관이 요즘 외로움을 부쩍 많이 탄다고 한다. 그와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 얘기다.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거에서 잇따라 친이(친이명박)계가 무너지면서 입지가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친정인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시점이 다가오는데도 당에서 반기는 분위기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이 장관의 뒤를 따르던 의원들 중 일부는 장관과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22일 친이계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장관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8월 중순 쯤 당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장관의 당 복귀 결심은 진작에 굳어졌고, 당에 와서 무엇을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선 친이계의 구심점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우선 지역구 일에 매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 민생투어에 나서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당내 갈등을 조장시킨다는 의심을 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측근 의원들을 불러 모아 세를 과시하는 모습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 19일 대통령을 향해 “정치를 못 한다.”고 비판했을 때 이 장관은 적잖이 화가 났지만, 오해를 살까봐 지난 21일 당정청 회의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꾹 참았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그가 ‘승부사’ 기질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한 측근 의원은 “이 장관이 누구 밑에서 일할 사람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최선을 다한 뒤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최근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등도 방문을 앞장 서서 막겠다고 나섰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를 병문안하기도 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를 주도한 ‘6·3세대’로 유신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장 섰던 과거를 끄집어 내는 것 자체가 ‘정권 2인자’라는 이미지를 넘어 또다른 정치적 변신을 시도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문화마당] 시대의 우울/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시대의 우울/주원규 소설가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최근 반값 등록금 시위에 참가한 어느 대학생의 탄식이다. 이 학생은 투쟁이니 집회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광우병 사태로 인한 촛불집회 때에도 영어자격시험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거리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자신을 시위 한복판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대체 그 불안과 공포는 무엇인가. 대학 졸업반인 4학년의 이 학생은 졸업 직전 학기까지 2000여만원 가까이 학자금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소위 비인기 인문계열 학부 출신인 자신은 졸업 후 취업은 막막하지만 대출금 상환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했다. 때문에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전공, 적성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뭐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학생의 아버지는 대기업 조선소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데 벌써 6개월째 임금체불이 되어 노동부와 법원을 오가며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이는 중이었고, 어머니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매일 하루 10시간씩 일하다가 지금은 만성천식이란 병마를 끌어안고 투병 중이라고 했다. 그의 누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정규직 취업은 고사하고 오히려 나이, 학력이 걸림돌이 되어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자신의 가족사를 말하던 중 울먹이던 학생의 얼굴이 지금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학생의 말 한마디에서 필자는 시대의 우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대가 극도의 우울증에 빠져 있음을 나타낸 상징적 방증인 것이다. 시대의 우울은 특정 세대에서만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세대가 삶을 걱정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군가들은 이러한 시대의 우울을 과소평가하거나 장밋빛 이슈, 선심성 정책 몇개 늘어놓는 것으로 대충 봉합하려 한다. 정책을 집행하고, 법안을 추진하고, 경제를 선도하겠다며 그야말로 반세기 넘게 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내려오지 않는 그 누군가들에게 시대의 우울은 나약한 인종들의 자기변명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회복 불가능한 중증의 우울증을 유발시킨 보균자임을 좀처럼 시인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직무유기, 탐욕이란 전염성 병균의 산파임을 인정하지 않는 암묵적 카르텔로부터 발화된 설익은 정책들은 그야말로 공허하다. 시대의 우울에 대한 근본적 자각이 선행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거세한 상태로 시대의 고통을 해결하려 드는 허망한 발작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시대의 우울이 가져오는 고통, 그 고통의 심연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최소한 그것을 공론화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발발하는 자기반성을 긍정할 수 있을 때 정책의 고민, 법안수립의 고민, 제도의 고민이 진정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문은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기만 한다. 자기반성에 대한 고민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표가 되지 않는다며 도외시한다. 그리고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려 하고 있다. 모두가 미치광이가 되어서야 뒤돌아 볼 것인가. 이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오히려 투명해진다. 외치거나 주저앉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주저앉음은 단순한 자포자기가 아니다. 이 사회의 집단적 아픔을 단순한 애국주의나 몇몇 이슈를 통해 물타기하려 드는, 부패한 타성에 젖은 선동적 추진력에 근본적으로 제동을 거는 것이다. 그 주저앉음이 광장이건, 학교건, 파업의 현장이건 상관없으리라.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외침을 쏟아낼 수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진실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소통의 통로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 “화폐는 경제적 교환도구 아니다”

    제프리 잉햄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가 쓰고 홍기빈이 번역한 ‘돈의 본성’(삼천리 펴냄)은 여러모로 곱씹을 만한 논의를 담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화폐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이다. 이런 접근 방식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음모론이 있다. 로스차일드로 대표되는 유럽계 금융가문의 세계 장악 음모라거나 미국의 금융 헤게모니 뒤에는 유대인들이 버티고 있다는 식의 얘기다.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는 데다 인간사 이면을 들춰보는 쾌감까지 준다는 점에서 인기 있는 논리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쑹훙빙의 ‘화폐전쟁’도 한 예다. 이보다 조금 더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는 그리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경제학의 경계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도 “사회과학에서 일종의 노동분업이 일어난 뒤 화폐문제에 대해서는 오직 경제학만 발언”하게 됐고, 이로 인해 “막스 베버를 자본주의 윤리와 프로테스탄티즘으로만 이해하는 심각한 오독”이 일어났으며, “‘화폐론’에서 다소 다른 주장을 펼쳐 보였던 케인즈마저도 주류 경제학으로 되돌아가 버린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화폐에 대한 시장주의적 해석은 화폐를 인간의 교환본능에 충실한 도구로 여기는 것이다. 게오르그 지멜, 막스 베버, 조지프 슘페터 등의 거장들을 다시 불러내는 사회학적 접근은 이와 다르다. 화폐란 정치사회적 투쟁을 거친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주장이다. 화폐는 자연발생적이지 않을 뿐더러 근대 국민국가의 권력에 가장 크게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은 “국가 재정과 금융을 올바로 세우는 것을 자신의 이익으로 삼고 또 그러한 요구를 효과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강력한 국내의 금리 수취자 계급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저자는 ▲재정지출과 조세를 임의대로 통제하려는 국가 주권 ▲이에 저항하는 자본가적 금리 수취자 ▲세금을 내야 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자와 노동자 3계급으로 자본주의가 구성됐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저자가 곧바로 혁명으로 달려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본가와 노동자 간 계급적 대립을 강조한 뒤 이것이 혁명으로 해소되리라던 마르크스와 달리 저자는 이들 계급 간 갈등, 타협, 세력 균형을 얘기한다. 주류 경제학은 물론 마르크스 경제학에도 비판적인 이유다. 결론적으로 정치적 타협으로 성립한 국가 주권이 전제되지 않고는 자본주의적 화폐는 성립할 수 없다. 화폐의 미래상, 혹은 대안적 화폐의 모습으로 칭송받는 유로화나 지역통화운동의 미래는 그런 점에서 어둡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7) 당나라 고문(古文)운동의 리더 한유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7) 당나라 고문(古文)운동의 리더 한유

    세상에 백락이 있은 연후에 천리마가 있으니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준마가 있더라도 노예의 손에 모욕을 당하다 (보통 말과 함께) 마굿간에서 나란히 죽어 끝내 천리마로 일컬어지지 못한다.(중략) 천리마를 채찍질하되 그 도로써 하지 아니하며 이를 먹이되 능히 그 재주를 다하게 하지 못하며, 울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채찍을 들고 말에 임하여 말하되 “천하에 좋은 말이 없노라.”하니 슬프도다. 참으로 말이 없느냐, 참으로 말을 알아보는 자가 없느냐?(‘잡설·雜說 중’) ●천리마, 백락을 찾아 나서다 송대(宋代)의 문장가 소식이 “문장으로써 8대 동안의 쇠미한 풍조를 진작시키고 도의로써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천하를 구제했다.”고 칭송했던, 당대(唐代) ‘고문(古文)운동’의 리더이자 송대 ‘신유학’(新儒學)의 계보를 논할 때 맨 앞자리에 놓이는 사상가 한유(韓愈·768~824). 그러나 한유의 청년 시절은 곤궁하고 암울했다. 당나라 대종 연간에 태어난 한유는 조실부모하고 형님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 의지할 가문도 어른도 없었던, 실질적인 소년가장이었다. 집안을 일으키고 세상에 이름을 남길 방법은 과거(科擧) 합격을 통한 출세밖에 없었다. 그러나 과거를 보려 해도 추천이 있어야 했고 명문가의 자제들은 특채로 임용되었다. 한유는 자존심을 내던지고 재상의 집 근처에 머물며 자신의 추천을 부탁하는 편지를 연거푸 보낸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한순간도 자부심을 버리지 않는다. 스스로 천리마임을 자처하고, 세상에 그 천리마를 알아주는 이가 없음을 탄식한다. 천리마는 여기 있으나 백락은 여기 없구나! 그럴진대 천리마가 스스로 백락을 찾아 나서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유가 살았던 시대는 당나라가 경제, 문화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성당 시절에서 중당으로 넘어가던 때였다. 이 전환의 결정적 계기는 755년에 일어난 안사(安史)의 난이었다. 대규모 용병을 지휘하며 세를 키워가던 군벌의 잦은 반란으로 정치는 불안했고 유랑민이 속출했다. 당 제국은 일시에 혼란에 빠졌지만, 귀족들은 조정의 관직을 세습하면서 도교의 양생술이나 불교의 마음 수행에 빠져 백성들의 고통을 나 몰라라 했다. 도대체 세상을 걱정하고 경영하는 자는 누구인가. 이런 탄식 속에서 한유는, 마음을 다스리고 뜻을 바로 하는 것이 천하 국가를 위한 일이라는 유학의 도(道)를 종주(宗主)로 삼아 스스로를 ‘유학자’로 정립한다. 당시의 사상적 조류는 불교와 도교였으며, 유학의 도는 쇠미해진 옛날의 도[古道]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한유는 이 유학의 도(道)야말로 백성을 구제하고 시대를 쇄신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했다. 이런 신념하에, 어찌할 수 없는 신분의 특권을 인간의 능동적인 배움으로 뛰어넘고자 스승 되기를 자처했다. 그는 “옛날 성인은 보통 사람을 능가하는 데도 스승을 찾아 물으러 다녔고 지금의 사람은 성인보다 한참 부족한데도 스승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사설·師說)라고 말하며 스승과 제자로 이어지는 배움을 강조한다. 벼슬길에 나아가면 성인의 도를 실천하고, 물러나면 성인의 도를 전파하는 것이 유학자였기 때문에 제자를 키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장유(長幼)와 귀천(貴賤)에 상관없이 누구든 배우면 성인의 도에 이를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의 견고한 귀족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한유에게 유학은 고리타분한 ‘옛 학문’(古之學)이 아니라 가장 혁신적인 ‘현재의 학문’(今之學)이었던 것이다. ●뿌리를 길러 열매 맺기를 기다리시오 새로운 사상은 새로운 글쓰기를 낳는 법. 한유가 귀족주의에 대항한 또 다른 방법은 글쓰기를 혁신하는 것이었다. 당대 글쓰기의 조류는 성당 시절의 화려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변려문(?儷文) 형식이었다. 변(?)은 두 마리 말이 나란히 수레를 끈다는 뜻이고, 려(儷)는 한 쌍의 남녀라는 뜻으로, 글을 쓸 때 글자와 성조(聲調)를 고려하여 나란하게 대구를 맞춰 쓰기 때문에 변려문이라 한다. 변려문은 한자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중국 문학의 예술성을 한껏 높이는 글쓰기였다. 그러나 미적인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변려문은 당시의 어지러운 현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귀족들의 자족적인 글쓰기가 되고 말았다. 한유는 변려문의 알맹이 없는 공허함을 비판하면서 성인의 도를 드러낼 수 있는 고문(古文)으로 문풍의 변혁을 꾀한다. 한유의 주장은, 내용은 없고 화려하기만 한 지금의 글(時文)을 배척하고 누구나 읽을 줄만 알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예전의 문장을 쓰자는 것이다. 고문이란 당나라 이전 선진(先秦), 양한(兩漢) 시대의 산문적 글쓰기를 지칭한다. 맹자(孟子) 이후로 단절된 성인의 도를 계승할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자부하던 한유에게 고문은 옛 성인의 도가 담긴 모범적 글쓰기였다. 따라서 그의 ‘고문 운동’은 단순한 문장의 개혁을 넘어서, 귀족주의적 세계관에 대항하는 사상투쟁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한유의 고문 운동은 중소 지주층, 과거 수험생인 젊은 지식인 계층에게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남에게 보여주었을 때 남이 비웃으면 나는 기뻤고, 칭찬하면 근심했다.”라고 할 정도로, 한유는 전력을 다해 당시의 문장과 거리를 둔다. 그 결과 한유의 문장은 전고(典故)도 없고 성운(聲韻)도 없는 기이한 것이 되었다. 한유 문장의 특징을 한 글자로 요약하면 ‘기(奇)’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변려문의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독창적 글쓰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유는 고문의 담백한 문체와 명징한 내용 전달을 본받으면서도, 시를 산문처럼 쓰기도 하고, 글자를 반복해서 리듬감을 살리는가 하면, 참신한 소재를 글쓰기의 주제로 삼는 등 자신만의 파격을 감행한다. 그가 내세웠던 ‘유학의 도’는, 전통과 혁신이 통일된 글쓰기 속에서 효과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존의 문장을 답습하는 것은 사유 자체를 답습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귀족적 질서에 종속되어 살 텐가. 새롭게 생각하고, 새롭게 써라! 한유의 고문 운동은 자기 시대 안에서 자기 시대를 극복하고자 했던 한 지식인의 처절한 ‘반시대적 고찰’의 산물이었다. ●마음이 편치 않으면 운다(不平則鳴) “대개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내게 된다. 초목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바람이 흔들면 소리를 내고, 물은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움직이면 운다. 만물이 뛰어 오르는 것은 무엇인가가 그것을 쳤기 때문이고 그것이 내달리는 것은 무엇인가가 그것을 막았기 때문이고 그것이 끓어오르는 것은 무엇인가가 데웠기 때문이다. 소리를 내지 않는 쇠나 돌을 무엇인가가 치면 소리를 낸다. 말에 있어서 또한 이와 같아서 사람은 부득이한 일이 있은 뒤에야 말을 하게 된다. 노래하는 것은 생각이 있어서이고 우는 것은 가슴에 품은 것이 있어서이다.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마음에 편안하지 못한 것이 있어서일 것이다(不平則鳴).” 한유는 평생 소리를 냈다. 청년 시절의 불우함, 유학자를 자처하며 많은 사람들과 논쟁하는 과정에서 시달렸던 비방, 두 번의 유배 생활, 생계를 위해 써준 묘지명 때문에 무덤에 아첨했다는 불명예까지, 그야말로 “평정을 얻지 못한” 한평생이었다. 56세에는 장안의 행정과 사법을 담당하는 장관인 경조윤의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한유는 평생토록 시대의 부침 속에서 민감하고도 과감하게 “소리를 냈다(鳴)”. 깊은 울림을 주는 그의 문장에 공명(共鳴)한 이들은 새로운 지식인 계층을 형성했고, 그가 내세운 ‘도’(道)는 훗날 후학들이 걸어가는 길이 되었다. 백락이 없음을 한탄하던 천리마의 고성(高聲)은 지금 우리에게까지 전해진다. 우리는 천리마인가, 백락인가. 천리마가 되지 못할 바에야,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세상 모든 소리(鳴)에 귀 기울이면서, 그 안에 담긴 ‘불평심’(不平心)과 공명해야 하지 않을까. 홍숙연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20대, 정치를 묻다] “무관심요? 정치가 해결 못한 취업 걱정하느라…”

    [20대, 정치를 묻다] “무관심요? 정치가 해결 못한 취업 걱정하느라…”

    20대는 변화를 가장 많이 겪는 시기다. 수능을 본 후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지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때는 단연 20대 무렵이다. 이 같은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바쁘다보니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20대가 정치 문제에 관심이 많고 영향력 있음은 지난 2008년 촛불시위, 지난해 6·2 지방선거, 최근 등록금 투쟁까지 이어져 보여주고 있다. 왜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그 이유를 다양한 20대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봤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대학원생 권모(28)씨는 지난달 말 석사 논문을 발표했다. 열심히 해 왔던 공부를 마치고 얻은 성과에 기뻐해야할 때지만 권씨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크다. 권씨는 “박사까지 가는 게 목표지만 그때까지 들어갈 돈이나 미래 등을 생각하면 취업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싶어서 대학원을 생각했지만 대학원 졸업을 앞둔 현재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씨는 “정치인들은 20대가 정치에 관심없어 문제가 있다는 듯이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20대를 그렇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기존 정치인들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현실에 치이고 그렇게 아등바등 사는 동안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이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하고 20대만 비판하는 게 더 나쁘다는 의미다. 권씨는 “현재 반값등록금 시위도 새로울 것은 없다. 그동안 20대의 고민 중 하나였던 등록금 문제가 곪았다가 터진 것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이를 통해 20대의 폭발력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을 위해 뛰는 정치인이 없나요”  “정치 문제 관심많죠. 집을 사려고 해도 집값 등등을 결정하는 게 모두 정치 논의에서 만들어지는 정책에서 이뤄지니까요.”  서울 방화동에 사는 신모(27)씨는 전자기기를 만드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신씨는 현재 계장 직함까지 달고 있다. 하지만 신씨는 앞으로가 불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씨는 “고졸이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승진하기가 어려워 이직을 고려하든지 공부를 더 해야할 것 같다.”면서 “결혼을 생각하면 집도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하려면 이직은 나중 일이라 고민스럽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정치는 이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지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드라마 ‘체인지’를 보면 젊은 총리가 권력 다툼보다는 사소한 문제라도 국민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나온다. 신씨는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공감했다. 저런 대통령이 나올 법도 한데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씁쓸했다.”며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서울 망원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28·여)씨는 지난해 말 취업했다. 늦은 사회생활 진출이어서인지 김씨는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아직도 남성 중심적인 회사 분위기, 결혼 문제, 커리어를 쌓는 문제 등 너무 많은 고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많다고 했다. 물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졌지만 여성으로써 느끼는 한계도 크다고 말했다. 커리어를 쌓으려면 결혼을 미룰 수밖에 없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커리어를 쌓을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는 이러한 여성으로서 겪는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지만 심각한 문제라고만 할뿐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김씨는 “정치에 관심 없다. 이유는 내가 안고 있는 고민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여성을 위해, 20대를 위해 수많은 정책을 내놓아도 피부에 와닿지 않고 그저 말뿐인 정책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불안한 미래, 정치가 책임져야”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못해요. 불안한 미래에 가늘고 길게 갈 수 있는 안정적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외대 법학과 4학년 장모(22·여)씨의 꿈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씨는 공기업 준비를 위해 올해 초부터 휴학했다. 부모님은 장씨에게 여자로써 사회생활 하기에는 공기업이 안정적이라고 강조했고, 장씨는 부모님에게 자신의 꿈 조차 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현재 금융 관련 자격증을 따 뒀고, 꾸준히 토익을 보면서 점수를 올리고 있다. 다음주에는 인도네시아로 10일 동안 해외봉사활동을 나간다. 장씨는 “해외봉사활동은 관심있었던 분야이기도 하고 또 나중에 이력서에 뭔가 한 줄이라도 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무리해서 간다.”고 설명했다.  정치 문제에 관심많은 장씨는 지난해 있었던 지방선거 때도 주변 친구들에게 꼭 투표하길 강조했다. 투표 같은 기본적인 권리도 행사하지 않고 정치가 나쁘다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랬던 장씨도 요즘에는 정치권이 답답하다고 느끼고 있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친구들과 거리에 나서고부터다. 장씨는 “취업을 하기 위해 대학에 갔지만 높은 등록금 때문에 대학 조차 제대로 못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요. 원래 정치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에코붐세대를 말한다] ‘따로 또 같이’ 베이비부머·에코부머 소통하라

    [에코붐세대를 말한다] ‘따로 또 같이’ 베이비부머·에코부머 소통하라

    7월 5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교정, 지루한 장마 가운데 끼인 맑은 날이었다. 등록금 투쟁, 청년실업,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앞둔 정년연장 논쟁 같은 세대 갈등이 그칠 것 같지 않던 날,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echo·메아리)붐 세대는 소통했다. ‘58년 개띠’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와 ‘28세 젊은 논객’ 한윤형씨는 ‘우리와 너희 그리고 함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세대는 모두 공동체를 중시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민족주의로, 에코붐 세대는 공부나 취직 등 필요에 의해서다. 장래 선택은 부모의 결정이 중요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에코붐 세대는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가 고민이고 에코붐 세대는 취업과 은퇴하는 어른들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힘들다. 인구학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이 에코붐 세대다. 그래서 두 세대는 같고도 달랐다. ●서로의 세대에게 -(정과리 교수)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리응원에서 나타났던 역동성은 굉장하다. 난 에코붐 세대를 카르페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기라’는 의미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와 유명해짐), 즉 현재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현재를 즐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현재와 과거·미래를 연결하기 싫거나 두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가 부족하다고 느껴야 미래가 있는데 현재를 부족하다고 느끼기 싫은 것 같다. 힘은 좋지만 비전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노동과 고통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윤형) 잘 짚어 주셨다. 뭔가 없어도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우울한 현실보다 낫긴 한데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리가 없어진다는 느낌이다. 대중문화에서도 매일 여러 작품이 나오니 3~4년전 걸작조차 관심이 떨어진다. 반면 기성세대는 전반적으로 자기 자식에 대해 말하는 것과 사회 젊은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정반대다. 청년 실업이 70만명이라는 데 대해 좌·우파가 공히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고, 좋은 곳으로만 가려 한다고 지적한다. 공무원 시험에 매몰된 학생들을 비판하지만 집에서는 자식에게 반대로 얘기한다. -(정 교수) 사실 우리 세대가 자기모순이 심하긴 하다. 젊은 시절 트로츠키나 마르크스주의자가 자기 자식은 미국에 유학보내면서도 갈등이 없다. 사회적 요구도 강하고 개인적 욕망도 강해 고민하기 힘드니 이 둘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공동체의 향수 -(정 교수) 베이비붐 세대에는 민족주의가 지배했다. 1987년 이전까지 개인은 곧 민족이었다. 지배권력이든 저항세력이든 마찬가지였다. 국민교육헌장에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민족의 에이전트(대리인)였다. 그래서 유학을 가는 것도 꺼림칙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자유로운 개인이 생겨났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공동체의 요구를 떼어내고 자기를 생각하는 세대가 됐다. 2000년대에 절정이었고, 에코붐 세대는 오히려 자신의 요구에 의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세대로 보인다. -(한윤형) 학교에 밥터디가 있다. 한때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취업 공부나 학교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반면 동아리는 황폐화됐고, 취업스터디모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필요에 의해 다시 공동체를 원하는 것이 맞다. ●젊음의 편린 -(정 교수) 장래에 대해 부모님의 요구가 강했고 거부하기 힘들었다. 대학 때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와 살아야 하는 미래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반면 1970년부터 국민총생산(GNP)이 북한을 넘어서고 중동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대림건설, 외환은행 등 좋은 직장도 대학만 나오면 취업했다. 석사학위로 충남대학교 교수직에 취업했다. 제5공화국 시절, 독일 유학파인 이규호 교육부 장관이 졸업정원제를 실시하면서 대학수와 입학생이 대거 늘었다. 서강대 공대에서는 졸업이 안 될까 불만을 품은 학생이 교수를 칼로 찌른 사건도 일어났다. 1987년 민주항쟁에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온 이유도 이때 입학생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모순이 있다. -(한윤형) 2001학번인데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다. 한때 부모에게서 벗어나 독립하는 것이 널리 퍼졌다면 요즘은 다시 부모님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은 한 팀이다. 부모가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먼저 요구를 하고 서로 발맞추어 나간다. 어떤 기성세대는 자식들이 ‘엄마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엄마도 해방된다는데 에코붐 세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부모가 경제적으로 다소 넉넉하고 자식도 공부를 잘하는 경우지만, 그 밖의 대학생은 부모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등록금도 비싸고 취직해 독립하기도 힘들고, 부모가 최후의 도피처 아닌가. ●취업, 은퇴 그리고 재취업 -(정 교수) 최근에 프랑스에서 정년을 연장하려다 고등학생까지 데모하는 것을 봤다. 우리나라도 일각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있는데 후속 세대의 사회 진입을 위해 정년은 지켜야 한다. 단, 퇴직한 이들이 포스트 사회를 이룰 정도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젊은 세대가 주인공이 된 기존 사회와 협력과 갈등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 생물학적으로도 같은 종을 모아놓으면 퇴화하지만 다른 종을 붙여놓으면 환경이 진화한다. -(한윤형) 정년 연장 문제가 민감하지만 이로 인해 청년을 덜 뽑을 수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 한정된 문제는 아닐까 싶다. 청년 인구가 줄고 있으니 노년층을 부양하는 의무가 많아질수록 청년들도 정년 연장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부모가 좋은 자리에 있다면 내 취업 준비 기간은 늘어난다. 아직 에코붐 세대에게 정년 연장은 이슈화되지 않은 것 같다. ●등록금이라는 업보 -(정 교수) 학교가 현상유지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시스템에 들어갔다. 발전 강박에 휩싸인 채 진화를 해야 하니 재원이 필요하고 등록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등 유럽식으로 국가에서 등록금을 해결해 주든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먹고살 수 있도록 해 대학 진학률을 낮춰야 한다. 물론 힘든 문제다. 기여입학제 역시 형평성 논란에 하위권 대학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으니. -(한윤형) 유럽처럼 대학생 수를 줄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공공주택으로 집값을 다소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국립대에서 싼 등록금으로 학생을 빨아들이면 등록금 경쟁의 평형을 깨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리 이경주기자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kdlrudwn@seoul.co.kr 정과리 1958년생, 서울대 불문학과 졸업. 2008년 한국 사회의 변화에서 ‘청년’이 가진 의미를 분석한 평론집 ‘들어라 청년들아’를 출간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한 정치 세력이 ‘청년 문화’를 많이 이용했지만 ‘청년’은 한국인이 자신의 이상적 자아를 투사해 온 중요한 상징체라고 지적했다. 또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주눅들 필요가 없으며 젊은 세대는 신인류가 아니라 진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강조해 왔다. 한윤형 1983년생, 서울대 철학과 재학중. 고 3때 서울대와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한 논술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부하면서 유명해졌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뉴 라이트 사용 후기’, ‘안티 조선 운동사’,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 등 사회 서적을 꾸준히 출간해 오고 있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그을린 사랑’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날,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변호사로부터 유언을 전해 듣는다. 어머니 나왈 마르완은 유언 속에서 남매의 친아버지와 형제가 어딘가 살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을 찾아 두 통의 편지를 직접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잔느와 시몽은 그들을 만나러 낯선 중동으로 향하고, 남매의 여정과 어머니가 과거에 겪은 비극이 교차된다. 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자란 두 사람은 충격적인 진실에 조금씩 접근한다. 나왈은 신화적인 인물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의를 위해 투쟁하다 인간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난을 몸소 받아들였고, 끝내 그것을 초월함으로써 영웅의 지위에 오른다. 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적이고, 그것에 못지않게 영화의 만듦새도 훌륭하다. 영화의 도입부는 ‘그을린 사랑’(원제: Incendies)의 이후 전개방식을 잘 보여준다. 선명한 이미지와 강렬한 연기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영화 바깥으로 벗어나는 걸 완벽하게 차단한다. ‘그을린 사랑’은 보기 드물게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그만큼 감상하기가 피곤하고 갑갑하다. ‘그을린 사랑’은 와이디 무아와드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그리스 비극을 연상시키는 원작은 연극 무대에 썩 어울렸을 것이며, 당연히 많은 나라에서 공연돼 호평을 들었다. 무아와드의 원작은 시공간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음으로써 ‘낯설게 하기’를 의도했고, 기실 연극의 관객이 현실과 무대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건 어렵지 않다. 이와 반대로 영화관은 몰입을 노린 공간이다. 불 꺼진 극장에서 영상과 사운드가 휘몰아치고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로 내달리는 순간, 관객에게 ‘소격 효과’는 딴 세상 소리다. ‘그을린 사랑’처럼 재현성이 뛰어난 작품은 더욱 그러하다. 너무 엄숙하고 완벽해 보이기에 관객은 그것을 현실이자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알레고리가 현실에 침입하고, 그것이 ‘중동 지역과 그곳의 사람에 대한 선입견’ 같은 왜곡된 이미지와 결합하면 곤란하다. 문제는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하는 방식에 있다. 전쟁, 폭력, 분노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는 어느새 특정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슬픈 역사로 변질된다. 눈에 빤히 보이는 문자와 풍경에서 중동 지역이 자연스레 떠오르며, 그곳 사람들의 끔찍한 다툼에서 부당한 선입견이 한 번 더 확인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을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고 생각한다. 이슬람 문화를 다룬 예술영화가 소개될 때, 이러한 위험은 상존한다. 더욱이 ‘그을린 사랑’은 타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영화다. 타자의 현실에 무지하면서도 무턱대고 자기 노선이 옳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더불어 예술영화를 감상하는 관객도 그 의견에 동조하기 마련이다. ‘그을린 사랑’은, 영화란 결국 조작된 현실이라고 말하는 선에서 멈춰야 했다. 이슬람 사회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인간이 해선 안 되는 일만 벌어지는 곳으로 항상 묘사되고, 덩달아 그렇게 믿는 게 더 터무니없다는 말이다. ‘그을린 사랑’은 쉬운 문제를 구태여 어려운 방정식으로 풀면서 잘난 척한다. 감동받기는 분명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21일 개봉.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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