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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운동 사적지 실태 점검해 보니

    독립운동 사적지 실태 점검해 보니

    만해 한용운 선생 등 항일 독립투사들의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후대의 무관심 탓이다. 사적지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가 하면 엉뚱한 곳에 표석이 세워지기도 했다. 표석의 오류를 알면서도 글자 한 자 고치지 않고 있다. 사적지를 관리하는 서울시의 무성의가 후대를 몰역사의 수렁으로 이끌고 있다. ●대부분 4년전 그대로 29일 서울신문이 서울의 독립운동 사적지 90여곳을 2008년에 이어 다시 점검한 결과 4년 전 지적했던 유적지 훼손이나 오류가 대부분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앞서 2008년 중앙대 중앙사학연구소는 독립기념관의 의뢰로 독립운동 사적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서울의 독립운동 사적지 90곳 중 70곳이 도로공사와 재개발 등으로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곳이 한용운 선생이 머무르며 불교 잡지 ‘유심’을 발행했던 유심사 터다. 만해는 이곳에서 3·1운동 직전인 1919년 2월 28일 중앙학림 학생들을 불러 독립선언서 3000장을 전달했다. 3·1운동을 촉발한 뜻깊은 발원지인 셈이다. ●쓰레기 쌓여있고 엉뚱한 곳에 표석 유심사의 원래 위치는 종로구 계동 43번지다. 그러나 표석은 엉뚱하게도 100m 정도 떨어진 계동 58번지 뒷길에 세워졌다. 유심사 터에는 현재 ‘만해당’이라는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서울시도 알지만 4년째 모른 척만 하고 있다. 위치만 틀린 것이 아니다. 표석의 문구 역시 ‘중앙학림’이 ‘중앙학교’로 잘못 적혀 있다. 중앙학림은 1922년 세워진 불교계 고등교육기관으로, 불교계 항일운동의 본산이지만 표석에는 인근 사립 고등학교의 이름을 새겨 넣은 것이다. 심지어 종로구는 표석 뒷면에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안내판까지 덧대 놓았다. 주민 정모(66)씨는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는 주민도 문제지만 독립운동 사적을 알리는 표석에 커다란 안내문을 붙이는 구청 조치가 참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여운형 선생 집터 흔적도 없이 사라져 여운형 선생이 머물렀던 계동 집터는 1989년 도로 확장 공사로 집 앞쪽이 절반 이상 잘려 나갔고 남은 반쪽도 칼국수집으로 바뀌어 있다. 이곳이 선생의 집터였음을 알리는 것은 건물 건너편에 있는 작은 표석이 전부다. 1920년대 후반 좌우 항일 세력이 합작해 결성한 신간회의 창립본부 터는 흔적조차 사라지고 없다. 이봉창 의사의 집터(용산구 효창동 118번지)를 알리는 표석은 황당하게도 원래 집터에서 약 250m나 떨어진 6호선 효창공원앞역 1번 출구에 박혀 있다. 한성 임시정부 수립을 논의했던 독립운동의 아지트(한성오 집터) 역시 표지석은 엉뚱한 곳에 세워져 있다. 4년 전 사적지 실태조사를 담당했던 장규식 중앙대 교수는 “보존·복원 대책은 고사하고 4년이 넘도록 간단한 오류조차 고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사적지 복원이 어렵다고 작은 표석 하나 세우는 것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후손들이 항일 투쟁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3·1운동길’과 같은 답사코스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복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신진호·홍인기·최지숙기자 sayho@seoul.co.kr
  • 4년제大 등록금 4.48%↓… 年 800만원 이상도 24곳

    4년제大 등록금 4.48%↓… 年 800만원 이상도 24곳

    국민적 요구였던 대학 등록금 인하는 예상대로 ‘시늉’에 그쳤다. 올해 4년제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은 지난해보다 4.48% 인하된 670여만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요구를 수용한 결과지만 아직도 연간 등록금이 800만원을 웃도는 대학이 24개 교나 됐고 4개 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등록금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9일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전국 186개 4년제 일반대학의 2012년 등록금 현황 등 6가지 대학정보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대학들의 올해 연간 평균등록금은 670만 6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평균 인하율은 4.48%였다. 국공립대가 415만원으로 6.3%, 사립대가 737만 3000원으로 4.1% 각각 내렸다. 올해 국내에서 연간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교는 한국항공대로 858만 8900원이었다. 이어 연세대(856만 3000원), 을지대(853만 9200원), 이화여대(845만 4300원), 연세대 원주(844만 6400원), 한양대(838만 8300원), 추계예대(838만 6900원) 등의 순이었다. 연간 등록금이 800만원을 넘는 곳은 이들 대학을 포함해 모두 24개 교로, 지난해 50개 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등록금 인하율이 가장 큰 대학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서울시립대로, 인하율이 무려 49.96%에 달했다. 시립대의 등록금은 지난해 477만 5000원에서 올해 237만 9000원으로 크게 내렸다. 이에 따라 시립대는 종교계 대학인 중앙승가대와 영산선학대를 제외하면 국내 4년제 일반대학 가운데 등록금이 가장 낮은 대학이 됐다. 경영부실 대학으로 퇴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선교청대는 등록금을 21.6% 내렸고, 그리스도대·추계예대·협성대·평택대·인천가톨릭대 등도 인하율이 8% 수준으로 비교적 높았다. 인하율이 5% 이상인 대학은 모두 96개 교였으며 3~5%인 대학은 35개 교, 0~3%인 대학은 45개 교였다. 동결한 곳은 6개 교였고 울산과학기술대·한국교원대·대신대·칼빈대 등 4개 교는 오히려 등록금이 올랐다. 울산과기대 측은 “등록금 자체는 동결됐지만 경영계열보다 이공계 학생 정원이 늘어 평균 등록금이 오른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집 정원이 많고 등록금이 비싼 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 등 서울의 대형 사립대들은 대부분 인하율이 3%에도 미치지 못해 ‘생색내기’ 인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새 학기에도 재학생들의 등록금 인하투쟁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열린세상]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한 정치의 역할/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한 정치의 역할/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2012년 벽두부터 국회의장의 매표사건, 민주통합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공약 등 복잡한 문제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임진년은 원래 이렇듯 많은 사연을 부르는 해인가. 지금으로부터 7갑자(420년) 전인 1592년 임진년에는 임진왜란이, 1갑자(60년) 전인 1952년 임진년은 6·25전쟁의 한복판이었다. 2012년 임진년에도 어떤 큰일이 일어날 전조는 아닌지. 그러나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이 반듯한 정의로운 공동체가 돼야 한다. 정의로운 공동체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반듯한 삶의 모습을 고민하며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작동하는 사회다. 정의로운 공동체의 핵심 조건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정치고, 정치인이다. 공동선의 지향은 정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위한 정치는 이념적으로는 의견을 달리하더라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게 그 역할이다. 이것이 바로 공동선의 정치이다.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해서는 공동선과 같은 질문들이 정치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정치는 토론이 아니라 걸핏하면 현장투쟁에 매몰된다. 정치인들은 추문이나 음모를 제기하면서 자극적인 기사 생산의 선봉에 서 있다. 이에 따라 정치는 시민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계가 되었다. 정치인들은 득표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말에만 귀 기울이고 다른 쪽은 외면한다. 결국 정치는 자유, 정의, 인권, 공동선과 같은 공동체의 핵심적 가치에 대해 대답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정치는 도덕성을 잃고 불신을 받고 시민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며 시민과 괴리되었다. 원래 정치인들은 공동체 모든 영역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예컨대 성직자, 교수, 시민단체(NGO) 운동가, 기업인, 법조인 등 특정 직역의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해당 영역의 문제에만 목소리를 낼 것을 약속하고 그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다. 검사는 범죄에 대해서 수사로 말하고, 판사는 법적 분쟁에 대해 판결로써 말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며, 교수는 끊임없는 연구로 후학들에게 장래 희망을 제공해 줌을 임무로 한다. 같은 이치로 성직자는 영혼의 구제에 대해 말할 때 아름답고, 과학자들은 신기술을 선사할 때 국민들이 감동한다. 환경운동가들도 정치가 아니라 환경 개선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할 때 국민들은 고마워한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르다. 정치인은 경제, 군사, 사회, 문화, 종교, 환경, 자유, 정의, 인권 등 그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껏 발언할 권한과 책무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잘못이고, 일면은 맞지만 나머지는 틀렸다거나, 의견은 맞지만 실천 방법은 법치주의의 절차적 정의에 맞지 않다고 질책을 하는 등으로 사회에서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증대된 역할과 함께 NGO의 부정직함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그 경우에 시민단체가 꺼려할 것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틀린 것은 틀리다고 소신을 밝혀야 할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많은 우리의 정치인들은 양심과는 무관하게 정당의 이념에 맞는 쪽으로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분명히 소속정당의 이념에 맞는 사회단체의 경우에도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는 잘못인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건만, 평범한 일반시민들도 분노하고 개탄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아예 귀를 닫아 버린다. 많은 경우에 정치인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모른 채 뒤돌아선다. 그것은 분명 정치인이 공동체주의적 정의 실현을 외면하는 것이고, 그러한 잘못된 행동에 따른 불이익은 결국 일반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반쪽에만 귀 기울이고 나머지 진실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공동체가 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치인들은 건설적인 토론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맞는 것은 맞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분명하게 의견을 개진해 주어야 건전한 공동체로 발전한다. 정치인들이여! 이념과 주의를 초월하여 공동체의 정의를 위해 매사에 올곧은 목소리를 내는 시어머니의 역할을 포기하지 말라.
  • [커버스토리-위기의 탈북자] 북한 끌려가면 ‘지옥’

    [커버스토리-위기의 탈북자] 북한 끌려가면 ‘지옥’

    강제로 북송당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어떻게 처리될까. 모두 반동분자이지만 급이 있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를 3개 부류로 나누고 있다. 중국 친척집에서 머물거나 중국에 거류하는 탈북자는 ‘불법월경자’, 중국에서 장사나 밀수를 하는 장사꾼은 ‘밀수자’, 남한행을 시도하다 걸린 탈북자는 ‘월남도주자’라고 부른다. 월남도주자는 반동족 배신자로 1급 정치범이다. 가장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장세율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는 “중국에서 북송된 사람은 최하의 경우 정치범 수용소로 가고 일부는 주민들 앞에서 공개 총살형을 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처벌이 더 강화됐다. 특히 김정은이 뒤를 이으면서 북한 당국은 지난 1일부터 주민들에게 “탈북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사형까지 하는 엄중처벌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북송은 곧 죽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다음 달 23일까지 애도기간을 갖고 있다. 이때 일어나는 모든 범죄 행위에 대해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보는 상황이다. 탈북자에겐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얘기다. 장 대표는 “북한에서는 가뜩이나 탈북이 큰 범죄인데 심지어 이 기간에 탈북했으니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면서 “북한에서 탈북자를 죽여 놓고도 안 죽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잡힌 탈북자는 무조건 북송을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는 북한인권단체연합회 소속 탈북자 50여명이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중지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북송이 어떤 의미인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강제북송 중단해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한 여성 탈북자는 “석달 전 12살 아들이 북으로 끌려가는 것을 눈앞에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울부짖다가 혼절했다. 박상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9명이 북송됐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투쟁을 계속해 강제 북송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안동환기자 jin@seoul.co.kr
  • 영웅 칭기즈칸 아닌 인간 테무친의 삶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정복왕은 누구일까.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부르주아 혁명을 파급시킨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2차 세계대전의 주역인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이런 인물들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면 당신은 유럽중심의 사관에 크게 경도된 것일지도 모른다. 땅따먹기에서 최고의 권위자는 몽골의 칭기즈칸이라는 것이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떠오른 정설이다. 의심이 든다면 땅따먹기한 땅의 크기를 지도로 그려 가며 비교해 보면 된다.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인 김형수가 펴낸 장편소설 ‘조드’(자음과모음 펴냄)는 12세기 초원에 버려진 ‘자연인’인 테무친이란 한 소년의 파란만장한 생존투쟁을 그려 낸 서사다. 김형수는 수많은 전쟁 영웅을 숭배하는 서사를 거부하고, 어린 시절 테무친이라 불린 칭기즈칸을, 정복전쟁이 아니라 혹독한 자연환경을 극복해 나가는 인물로 형상화해 나갔다. ‘조드’는 몽골 언어로 극심한 겨울 가뭄과 혹독한 겨울 추위를 말한다. 저자는 수백 마리의 양과 말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는 자연 재앙을 뚫고 살아갔던 12세기 몽골인들의 삶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작가는 21세기 인류가 환멸을 느껴 근대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가톨릭과 비(非)가톨릭 정신이, 정착문명과 이동문명이, 유목민과 농경민의 충돌을 일으킨 12~13세기 몽골을 중심으로 한 인간형을 찾아갈 때 부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유럽 중심의 낡은 역사관을 대체한 그림으로서, 광활한 세계 창조에 맞는 인간 칭기즈칸이 나온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조드를 통해 칭기즈칸이 단련되고, 새로운 문명사를 썼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작가는 십수 년 동안 진행된 탈근대, 탈냉전, 탈이데올로기를 찾아가려는 문학 내 움직임을 소설로 표현했고, ‘더 바른 세계사상’을 제시하려는 노력에 자신도 동참한 것이라고 했다. 소설 초기에 등장하는 푸른 늑대 족의 신화를 읽을 때는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몽롱하고 때론 답답한데, 1장을 넘어서면서는 시원시원하고 남성다운 필치들로 12세기 초원을 그려 놓아 읽기가 수월하다. 다만 허영만의 장편만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말무사)의 스토리 전개와 그림이 자주 머릿속에 떠올라서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곤 한다. 작가가 몽골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쓴 소설로 이 소설을 인터넷에 연재하는 10개월 동안 몽골에서 지냈다고 한다. 이번 소설은 테무친이 초원을 평정할 때까지의 시간을 그렸는데, 작가는 이후에 테무친이 대칸에 올라 죽음을 맞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앞으로 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러드 ‘사표 쿠데타’ vs 길라드 ‘신임투표’

    러드 ‘사표 쿠데타’ vs 길라드 ‘신임투표’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케빈 러드 외무장관의 ‘사표 쿠데타’에 신임투표라는 정면승부로 맞섰다. 2006년 총선에서 러드가 이끄는 노동당이 승리하며 첫 여성 부총리이자 교육장관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길라드. 하지만 2010년 길라드가 총리직에 오르자 두 사람은 집권 노동당 대표직을 놓고 암투를 벌여 왔다. 러드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수면 위로 드러난 전·현직 총리의 권력투쟁 드라마에 대해 노동당의 한 의원은 “추하고 지저분한 이혼”이라고 일갈했다. 이번 사태로 내년에 치러질 호주 총선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길라드 총리는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집권 노동당 대표직을 걸고 오는 27일 오전 10시 연방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집권당 대표는 자동적으로 총리직에 오르기 때문에 이번 투표로 총리가 교체될 수도 있다. 길라드 총리는 “이번 투표에서 지면 일선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향후 선거 출마도 포기하겠다. 러드 장관도 마찬가지”라면서 승리를 자신했다. 러드 장관이 미국 출장 도중 “신임 없는 길라드와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사표를 던진 지 수시간 만이다. 그는 워싱턴을 떠나기 직전 기자들에게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들은 내가 내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토니 애봇(야당 대표) 정권으로부터 호주를 구해낼 최상의 후보로 여기고 있다.”며 재집권 뜻을 드러냈다. 두 사람 사이에 앙금이 쌓인 것은 2010년부터다. 러드 당시 총리가 광산업체 개발이익에 대해 40% 자원세 부과를 추진하다 역풍을 맞자 노동당 2인자이자 부총리였던 길라드는 그를 총리와 당 대표에서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길라드 총리가 신임투표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은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노동당 내에서 러드는 국민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길라드 총리는 막강한 당내 지지세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노동당 출신 장관들은 러드의 주도권 싸움을 맹비난하고 있다. 밥 브라운 녹색당 당수도 “길라드 총리가 신임 투표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드 전 장관의 세도 만만치 않다. 이날 마틴 퍼거슨 자원·에너지·관광장관은 내각에서 처음으로 러드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러드 지지세력들은 의원 102명 가운데 이미 40명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승리에 필요한 12표도 추가로 획득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취임 이후 최악의 지지율에 직면한 길라드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승리로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러드에게는 기회다. 길라드 총리가 2010년 러드 당시 총리를 몰아내기 2주전 이미 ‘승리 연설’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지난주 호주 언론을 뒤덮으면서 길라드 총리의 지지율은 36%로 추락했다. 야당 애봇 대표(40%)에게도 뒤처졌다. 러드 부인 테레스 레인의 치맛바람도 거세다. 그녀는 유권자들에게 지역 노동당 의원들과 접촉해 러드를 당 대표로 뽑아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워싱턴DC에 흑인 박물관

    미국 수도 워싱턴DC 한복판 내셔널몰에 ‘미국 흑인 역사·문화 박물관’이 생긴다. 이 박물관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그룹 중 하나로 오는 2015년 11월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대형 석상이 내셔널몰에 건립된 데 이어 흑인 역사 박물관 설립이 시작되는 등 최초의 흑인 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일종의 ‘역사 바로 세우기’가 속속 진행되는 모양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22일(현지시간) 이 박물관 건설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19번째 박물관이 될 흑인역사·문화 박물관은 흑인의 미국 정착 과정과 노예 해방, 인권 운동 등 미국 흑인 역사를 망라해 전시할 예정이다. 박물관 건설에 필요한 5억 달러 중 절반은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며, 나머지는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로 충당된다. 월마트, 보잉과 같은 기업과 빌&멜린다 재단 및 오프라 윈프리, 퀸시 존스 등 개인으로부터 벌써 1억 달러가 모금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박물관이 탄생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면서 “미래 세대가 과거 미국 흑인들의 고통, 진전, 투쟁, 희생의 노래를 듣게 될 때, 이런 것들이 미국 역사와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은 이미 2만여점 이상의 각종 유물이나 전시품을 수집한 상태다. 노예해방 여성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이 사용하던 숄, 흑인과 백인을 분리해 앉혔던 열차, 인종차별주의 단체인 ‘KKK단’의 복장 등도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기공식에서는 첫삽을 뜨는 행사가 진행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자리에 앉아 쳐다보기만 하는 ‘이상한’ 장면이 펼쳐졌다. 백악관은 박물관 측과 협의에 따라 첫삽 행사는 박물관 관계자만 참석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여사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자문위원 자격으로 이 행사에 참석, 첫삽을 직접 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파견법 폐지해야 비정규직 해결”

    대법원이 23일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자동차의 사내하도급업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 있던 기륭전자 분회 김소연(42) 금속노조 분회장은 “당연히 나와야 할 판결이다.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손을 꼭 잡으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기륭전자는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으로 꼽히는 곳이다. 2005년 7월 기륭전자 비정규직인 파견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해고로 맞섰다. 노조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기륭전자 사태는 5년이 지난 2010년 말에야 타결됐다. 해고자 10명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5월 1일 복귀할 예정이다. 김 분회장은 “우리야 문제가 해결됐지만, 비정규직 문제가 계속되는 곳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법원이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하지만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하면서도 2년 이상이 지나야 직접 고용 대상이 된다고 한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비정규직 문제가 비단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내하청 24%… 전환비용 5兆, 산업계 ‘고용 패닉’ 위기감 확산

    현대자동차가 23일 사내 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한 재판에서 패소함으로써 산업계는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줄소송의 공포에 떨고 있다.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각자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현대차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는 대로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현대차에서 일하는 사내 하청 근로자는 8196명(2010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2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 중 41.2%(1939곳)가 사내 하청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의 총인원은 전체 근로자의 24.6%인 32만 5932명. 업종별로 조선(61.3%), 철강(43.7%), 화학(28.8%), 기계·금속(19.7%), 자동차(16.3%) 등 대부분 제조업종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두 자릿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들을 모두 정규직화했을 때 드는 추가 비용은 5조 4169억원에 달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산업계 전체에 고용 패닉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렇게 큰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기업들의 체력이 튼튼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부는 이날 판결과 관련해 “모든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이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표면적으로 도급의 근로 형태를 띠었으나 실제로 파견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2년이 경과되면 고용 의무 관계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경제단체들도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산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서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대차가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하루빨리 직접 고용하고 정규직 전환 투쟁 과정에서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내려진 해고 등 부당 징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FTA발효발표 하루만에 식어버린 공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발표 이후 민주통합당이 대응에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정동영 “즉시 재협상” 강경 외형상으로는 여전히 뜨거워 보인다. 22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민주당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한·미 FTA 발효 중지 및 전면적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발표했다. 결의문을 통해 “정부의 한·미 FTA 발효 선언은 무효”라면서 “발효 선언을 즉각 취소하고 즉각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정동영 전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한 민주당 한·미 FTA 무효화투쟁위원회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를 해체하고 한국형 통상 모델 대안을 제시해 한·미 FTA를 밀어붙이는 세력과 차별화해야 한다.”며 오는 25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야권 연합으로 마련하는 한·미 FTA 무효화 집회에 지도부가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 한명숙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3일 열리는 방송기자클럽 토론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 대표는 FTA와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 대표는 주말 집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이 ‘말 바꾸기’ 공세를 펼치자 맞대응을 자제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듯 보인다. FTA 발효 발표와 관련, 전날 신경민 대변인이 ‘수위 조절’을 한 듯한 브리핑을 한 뒤 당 홈페이지에는 “무력하다.”는 등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한명숙 대표 돌연 침묵 ‘나 홀로’ 투쟁 분위기를 감지한 정 전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잘못은 인정하고, 털 것은 털고 가야 한다. 한·미 FTA 발효는 복지 폐기다.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이미 실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는 “한 대표에게도 (집회 참여) 연락을 할 것이며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정면돌파론으로 가야 정권 심판론에도 불이 붙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서울광장] ‘누가 되나’에서 ‘누굴 뽑을까’로/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누가 되나’에서 ‘누굴 뽑을까’로/임태순 논설위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까이로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10개월 지나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그래서인지 국민의 눈과 귀는 온통 선거, 특히 대선에 쏠려 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끝날 때쯤 되면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될 것 같아.’, ‘누가 되지.’ 하고 묻는다. 또 ‘박근혜는 괜찮아.’, ‘요즘 문재인이 뜬다는데 어느 정도야.’, ‘손학규는 어때.’, ‘안철수는 나와 안 나와.’ 등의 질문도 단골 메뉴다. 국민은 왜 누가 되느냐에 그렇게 관심을 가질까. 다음 5년간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 만큼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말처럼 그 자체로 재미가 있다. 당내 경선, 여론조사의 등락, 후보자 토론회, 선거유세 등 상황에 따라 판세가 요동치고 수시로 변하니 이보다 더 흥미 있는 드라마도 없을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게임을 계속 관전하려면 정보 습득이 필수적이다. 또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궁금증도 작용한다. 직장 동료, 친구 등과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서 자신의 결정에 대한 판단 자료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음증’은 판단의 잣대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대세에 편승해 적당히 따라가겠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여기에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심리도 엿보인다. 누가 되느냐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다시 도입된 이후 줄곧 이어져 왔으니 4반세기가 지났다. 국민의 대선에 대한 열기나 열정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만 결과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새 지도자는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발하지만 끝날 때가 되면 측근·친인척 비리와 실정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다. 여에서 야로, 야에서 여로 정권이 서로 바뀌면 정치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새로 정권을 잡은 여당은 ‘그동안 당한 분풀이를 하겠다.’며 더욱 다양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야당을 못살게 군다. 야당도 ‘집권 시절 우리도 당했으니 너희도 맞 좀 봐라.’ 하며 더욱 진화된 방법으로 발목을 잡는다. 이러니 정치의 생산성이 높을 리 없고, 정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게 된다. 한국 정치가 낙후된 것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유권자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야당의 투쟁을 훨씬 더 선호한다. 타협하고 절충하면 야합했다느니 야성(野性)을 잃었다며 비난한다. 유권자들이 대화와 타협보다 대결과 충돌에 더 박수를 보내니 싸움국회, 막말국회, 의장석 점거 등의 극한행동이 끊이지 않는다. 의원들은 또 국민이 선거 때 잠깐 정신을 차렸다가 선거가 끝나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치매’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위헌소지가 높은 카드수수료법, 저축은행법을 입안할 리 있겠는가. 또 지키지 않을 믿거나 말거나식 공약을 남발하고 후손들을 빈털터리로 만드는 사탕발림 복지정책도 주저 없이 내놓는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이젠 좀 유권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누가 되나’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누굴 뽑을까’로 의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귀찮더라도 공약을 세밀히 분석하고 의원들이 지난 4년간 무엇을 했는지 공부하고 평가해야 한다. 누가 당선이 됐는지 ‘결과’에만 관심을 기울일 게 아니라 당선되고 나서 뭘 했는지 ‘과정’도 따져 봐야 한다. 정치발전은 유권자들의 의식과 궤를 같이한다.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으면 정치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동안 국민은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말에 취해 정치를 손가락질해 왔다. 그러나 그 절반의 책임은 우리들에게 있다. 어리석고 변덕스러운 게 또 대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선거는 유난히 ‘표(票)퓰리즘’이 부산을 떨고 있다. 이럴 때는 국민이라도 똑똑해야 한다. stslim@seoul.co.kr
  • [중국은 권력투쟁중] ‘튀는 좌파 보시라이’ 시진핑 체제 위협 판단… 中지도부 기획?

    [중국은 권력투쟁중] ‘튀는 좌파 보시라이’ 시진핑 체제 위협 판단… 中지도부 기획?

    중국 공산당의 권력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파와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 이끄는 태자당(太子黨)이 대립하는 가운데,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상하이방이 태자당을 측면 지원하는 구도다.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의 미 망명 시도로 불거진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 사건’은 이들 계파가 올가을 중국 최고 지도부 구성을 놓고 벌이는 권력투쟁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베일에 싸인 중국 정치를 해독하기 위해 런민(人民)대 정치학과 장밍(張鳴) 교수 및 타이완 국립정치대 동아시아연구소 커우젠원(寇健文)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의 본질과 배후, 차기 대권주자인 시진핑 부주석과의 관계 등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짚어 본다. ●왕리쥔 사건 배후 →사건의 배후는 누구인가. 보 서기가 시 부주석을 제거하려 했다는 음모설까지 전해졌는데.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선 보 서기의 정적들이 손을 썼을 가능성이다. 보 서기는 후 주석의 치국 이념으로 지속 가능 성장에 방점을 둔 ‘과학발전관’과는 배치되는 좌파식 분배를 중요시하는 ‘홍색GDP론’을 주장하며 각을 세웠고, ‘조폭과의 전쟁’을 전개하면서 전임 충칭 서기이자 라이벌인 공청단의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 및 허궈창(賀國强) 중앙기율검찰위원회 서기의 수족들을 쳐내는 한편, 그들에게 조폭 비호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두 번째 가능성은 퇴임 원로들과 일부 현 지도층이 시 부주석의 집권 이후 정권 안정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다. 보 서기의 강한 개성과 튀는 행동은 화합과 단결을 중시하는 중국 집단지도체제의 위협 요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시 부주석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보 서기의 기를 꺾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셋째, 보 서기가 시 부주석을 겨냥한 대가라는 설도 설득력이 있다. 보 서기는 야심이 크고,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다. ●시진핑과 보시라이의 관계 →시 부주석과 보 서기는 구원이 있다는 설과 친하다는 설도 있는데. -시진핑의 아버지인 시중쉰(習仲勳)은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톈안먼(天安門) 사건의 도화선이 된 후야오방(胡耀邦) 전 당총서기의 은혜를 입고 이를 끝까지 감사하게 여긴 반면, 보 서기의 아버지인 보이보(薄一波)는 후야오방의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같은 파벌이지만 성장기를 함께 보낸 것도 아니고 성향도 같다고 보기도 어렵다. 시 부주석이 보 서기의 ‘홍색 캠페인’ 격려차 충칭을 찾았던 것을 두고 두 사람의 관계가 좋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향은 달라도 포용할 수 있다.’는 지도자로서 포용력을 보여 주기 위한 행보로 읽어야 한다. 사이가 좋지 않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중국은 정권교체기마다 권력투쟁이 있다. 권력은 희소 자본이고, 이를 얻기 위한 경쟁은 민주주의 국가나 사회주의 중국이나 치열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에선 선거전이 없기 때문에 암투를 한다. ●보시라이 향후 거취는 →보시라이의 운명은. -과거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서기나 천시퉁(陳希同) 전 베이징 서기처럼 감옥으로 가기보다 한직으로 밀려난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위원장이나 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정도로 갈 공산이 없지 않다. 상무위원에 입성하더라도 실권이 없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이나 정협 주석이 될 가능성은 아직 배제할 수 없다. 그는 현 실세인 태자당이며, 이들 실세가 감옥에 가거나 총살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무엇보다 그의 불명예는 지도부 전체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파벌로 나뉜 중국 집단지도체제(최고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회)의 단결과 협력에도 손상을 준다. →원로들과 현 지도층이 함께 합의했다면 보 서기의 실각에 합의한 공통 분모는. -기득권 유지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 노선을 걸어오면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부(富)까지 얻으며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다시 ‘좌클릭’할 경우 이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 빈부·지역·도농 격차 등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보 서기가 펼친 ‘홍색 캠페인’과 ‘조폭과의 전쟁’은 좌파들을 결집시켰고 그는 좌파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때문에 이 사건은 궁극적으로 좌파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보시라이의 정치국 상무위원 입성 실패가 상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분배를 강조하되 정치·사회적 통제는 강화하는 ‘충칭모델’의 실패다. 보 서기의 충칭모델은 개혁·개방이나 민주주의보다 정치·사회적 통제를 선호하는, 과거 회귀적인 사람들이 호응했다. 그러나 이 모델은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예산이 많이 들고, 공산당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 정치·사회적 긴장감을 조성하며, 국내·외적으로 문화혁명을 연상케 해 반감을 일으킨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중국은 권력투쟁중] “보시라이 시진핑 제거 노렸다 왕리쥔, X파일 美영사관 넘겨”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서기가 당초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저우융캉(周永康) 중앙정법위 서기와 공모해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등극을 무산시키려 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과 라이벌 관계인 태자당(太子黨)과 상하이방(上海幇) 지도부들도 보 서기 척결에 동조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왕리쥔(王立軍) 충칭 부시장이 지난 6일 미국 총영사관에 망명을 요청하며 건넨 1급 기밀 문서에 시 부주석을 겨냥한 보 서기의 음모 계획이 담겨 있다고 미 관리들이 밝혔다고 중국 반체제 사이트 보쉰닷컴이 미국의 소리(VOA)를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보쉰닷컴에 따르면 왕 부시장은 저우 서기와 함께 시 부주석을 무력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 춘제(春節·설날) 이후 실행에 돌입하기로 했다. 계획의 전모는 이렇다. 우선 해외매체를 상대로 시 부주석에 대한 부정 여론을 퍼뜨려 힘을 뺀 뒤 보 서기가 현재 저우 서기의 자리인 정법위서기에 등극해 전투경찰 등 공안인력을 모두 접수한다. 이어 시 부주석에게 계속 압력을 가해 권좌를 넘기도록 하는 시나리오다. 왕 부시장이 이 같은 극비 계획을 폭로했기 때문에 보 서기는 인민해방군 장갑차와 무장경찰 700여명을 동원해 지난 8일 미 영사관을 포위, 왕 부 시장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무리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인 데이나 로라바커는 미 행정당국이 왕 부시장 사건에 대한 미 정부의 처리 행태를 문제 삼으며, 이 사건에 대한 전격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쉰닷컴은 전했다. 로라바커 의원은 “미국이 중국 지도층의 눈치를 보고 왕 부 시장의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미국 영사관도 책임을 피할 수 없고 사건과 관련된 백악관과 국무원 인사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중국은 권력투쟁중] 권력암투 어제와 오늘

    보시라이 사건은 과거 상하이방의 거물 천량위 전 상하이 서기와 베이징방(北京幇)의 대표주자였던 천시퉁 전 베이징 서기의 몰락을 연상시키면서 권력암투를 주제로 한 ‘역사의 반복’으로 불린다. 천 전 상하이 서기는 상하이사회보장기금 비리 혐의로 2006년 9월 해임된 상하이방의 대표 주자이자 장쩌민 전 주석의 핵심 측근. 기금 불법 유용 혐의 등이 인정돼 면직된 뒤 2008년 18년형이 확정돼 현재 구금 상태다. 당시 천 전 상하이 서기를 비롯한 상하이방의 기세는 정치 기반이 약한 후진타오 주석을 압도했다. 그는 2004년 경기과열 논쟁 때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향해 탁자를 내리치며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 비판하는 하극상의 행동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당 기율위원회가 이례적으로 100여명의 조사 인력을 파견해 사회보장기금 특혜대출 사건을 파헤친 것을 두고 표적 수사라는 평이 따랐다. 앞서 1995년 장 전 주석이 정적 천시퉁 전 서기를 부패혐의로 제거하고 베이징시 간부 40여명을 함께 쫓아내 베이징방을 뿌리뽑아 온전한 권력을 손에 넣은 것도 권력암투의 한 장면으로 꼽힌다. 천 전 서기는 1998년 7월 뇌물수수 등 혐의로 16년형을 받았으며 지금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 이 두 사람은 각각 후 주석과 장 전 주석이 지도자로 등극한 뒤 척결한 데 반해 이번 ‘보시라이 사건’은 정권교체를 목전에 두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이채필 장관-한국노총 ‘노조 정치참여’ 신경전

    노조의 정치 세력화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15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조찬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에 참여해 정치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이 볼 때 정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의 정책 연대를 선언한 한국노총의 자주성, 정체성 문제에 전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연일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장관은 “정권 획득이 목적인 정당과 근로자 이익 단체인 노조는 정책 지향점이 다르다.”며 “정부도 (특정 정당과 연대한 한국노총과) 노사관계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노조로서 자주성과 주체성을 잃어버릴 경우 정부의 대화 상대로서 부적격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법적 문제를 거론하며 “1997년 노조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이 삭제됐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는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한 노조는 노조로 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한국노총 위원장이 특정 정당 최고위원을 겸직하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노동 문제를 주관하는 정부로서 특정 정당과 연계된 노조를 지원하는 문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의 반발 기류도 거세지고 있다. 이 장관이 노·사·정 파트너십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선 데 대해 “판을 깨자는 것이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노사정위에 유일한 노조 대표로 참여 중인 한국노총을 대신해 제3노총을 표방한 국민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노총은 투쟁 중심인 기존 노조와의 차별성을 앞세워 지난해 11월 창립했으며 대화와 타협 위주의 노사 교섭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지난달 6일 노·사·정 신례 하례식 당시 정연수 국민노총 위원장이 노조 대표로 축사한 것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적 흐름인 노조의 정치 세력화 문제를 이 장관이 계속 문제 삼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을 간접적으로 돕겠다는 음모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朴재정 “정치권 선심 입법에 적극 대처”

    朴재정 “정치권 선심 입법에 적극 대처”

    정치권에서 저축은행 특별법, 카드 수수료 인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이 이슈화되고 있는 가운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선심성 공약에 대해 지속 가능성을 검토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15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각종 선심성 입법과 공약이 남발되어 정책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기업투자나 건전한 소비활동을 왜곡하는 무책임한 공약을 철저히 분석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시점까지 제기된 공약에 대해 대차대조표를 따지고 지속 가능성을 검토해 그 결과를 정치권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다행히 정부뿐 아니라 언론계와 학계에서도 무책임한 공약에 대해 건전한 비판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면서 “지금 진행되는 1대99의 논의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변질되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힘을 합쳐 난국을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의 기존 성장전략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더 멀리 보고 신중히 판단해 한·미 FTA가 차질 없이 발효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각별한 협조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민주, 한·미FTA 對與공세 ‘숨 고르기’

    민주, 한·미FTA 對與공세 ‘숨 고르기’

    4·11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민주통합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세에 대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다. 14일 야권에 따르면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과 함께 참석하기로 했던 ‘한·미 FTA 발효 중단 야당·시민사회 연석회의’에 불참을 통보하면서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회의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FTA 발효와 관련, ▲발효 중단 촉구 결의안 공동발의 ▲발효 시 19대 국회에서 재협상 또는 폐기 등을 담은 총선 공동공약과 후보자 공동서약 ▲발효 중단을 위한 전국 순회 및 2·25 범국민대회 개최 등 세 가지 안건을 협의할 예정이었다. ●“양날의 칼… 쟁점화할 필요 있나” 한 대표 측은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참석하지 못한다고 알려 왔지만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당내에서는 대여 투쟁의 노선이나 방식과 관련,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 내부적으로도 한·미 FTA 재협상보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시돼 왔다. 이 대통령 측근 비리를 포함해 박희태 국회의장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 등으로 새누리당이 지지층을 결집시킬 마땅한 묘책이 없는 상황에서 한·미 FTA가 오히려 여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미 FTA는 양날의 칼”이라면서 “굳이 전면에 내세워 쟁점화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도 “새누리당은 지지층을 결집할 구심력이 없는 상태인데 야당이 여론이 좋지 않은 FTA 폐기를 계속 거론할 경우 부동층으로 있던 야당 지지자 중 FTA에 찬성하는 유권자들이 분열, 여당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론이 갈려 스스로의 입지를 좁힐 수 있는 한·미 FTA는 안 꺼내니만 못 하다.”고 말했다. ●김진표 “박근혜, 몰역사적 궤변” 당은 표면적으로는 새누리당을 맹비난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2007년 FTA와 2010년 FTA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면서 “여권 대권주자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무지의 소치이고 몰역사적인 궤변”이라고 맹비난했다. 박주선 전 최고위원은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는 입 한번 뻥긋 않던 박 위원장이 우리나라 국익을 위한 재협상에는 반대하니 어느 나라 의원인지 의심된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며 날치기를 밀어붙인 배경에는 방관자 박 위원장이 있었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는 25일 ‘한·미 FTA 발효저지 범국민대회’에 지도부가 참석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느끼는 그대로 거짓 없이 도전하는 나의 피아노

    느끼는 그대로 거짓 없이 도전하는 나의 피아노

    “연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연주자가 무엇을 느끼고 경험했는지, 그대로 연주에 드러나게 돼 있죠. 그렇기 때문에 늘 깨어 있어야 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13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백혜선(47)씨는 자신의 공연에 대해 이렇게 에둘러 말했다. 그는 새달 27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3년 만에 갖는 독주회다. # 힘 있는 건반, 하지만 절제미를 공연 프로그램을 들춰 보니 프랑스의 향내가 물씬 풍긴다.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영상’으로 시작해 메시앙의 ‘비둘기’와 ‘꾀꼬리’로 이어진다. 2부에서는 쇼팽(폴란드 출생이지만 프랑스에서 활동했다)의 전주곡 24개 전곡을 들려준다. “올해가 드뷔시 탄생 150주년인 터라 기념 공연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프랑스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 그런 이유라면 1부 마지막 프로그램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1번은 다소 이질감이 느껴진다. “보통 베토벤 소나타는 우락부락하거나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이 소나타는 절제미와 서정성이 살아 있죠. 모든 것에서 벗어난 음악이라고 할까요.” 덧붙이자면 이 소나타는 베토벤이 작품활동 후기에 만든 것으로 ‘최후의 3부작’(30~32번) 중 하나다. 베토벤이 이전에는 병마와 투쟁을 하듯 작품을 썼다면, 이 작품들에는 인생을 달관하고 명상하는 느낌을 담아냈다. 어찌 보면 그동안 그가 걸어온 길과 맥이 닿아 있기도 하다. 그는 29살이 된 1994년 한국 국적을 가진 연주자로서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등을 차지했고, 그 해 서울대 음대에 교수로 임용됐다. 10년이면 교수직에 안착했을 법도 한데, 2005년 돌연 학교를 떠났다. 연주 활동에 더 매진하고, 피아니스트로서 인정을 받겠다는 의지였다. 미국 뉴욕으로 터를 옮겨 오로지 실력 하나로 도전을 거듭했다. 왜 뉴욕이었을까. “일단 시간이 자유롭고요(웃음).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은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거든요. 숨어 있는 공연이 많고, 그만큼 다양한 예술가들이 있어 여러 가지 자극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문화적 공기를 들이켜기에 최적의 장소였죠.” 이런 도전은 빠른 속도로 열매를 맺었다. 클리블랜드 국제콩쿠르, 호넨스 국제 피아노콩쿠르 등 유수의 국제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됐고, 하트포드 대학교 음악과 교수, 대구카톨릭대 석좌교수로 초빙됐다. 매년 여름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피아니스트들의 축제인 인터내셔널 키보드 앤드 인스티튜트 페스티벌(IKIF)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올해까지 벌써 5년째이다. 매해 2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음악제에서는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30대 백혜선’은 굉장히 힘 있고 강렬한 연주자였는데, 지금은 어떤가.” 묻자 “그 힘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 자유도 고통도 음악에 담고 싶다 “굳이 달라졌다면,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겪었던 어려움이나 자유로움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하고요. ‘1인 24역’을 해야 하는 쇼팽 전주곡 전곡 연주나, 절제미가 돋보이는 베토벤 소나타에서 그것을 보여 드릴 생각입니다.” 백혜선 리사이틀은 서울 공연에 앞서 21일에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22일은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리고 29일 대구수성아트피아 무대에서도 만날 수 있다. 3만~7만원. 1577-526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카드업계 “수수료 법안 통과땐 헌소 제기”

    포퓰리즘 법안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저축은행 특별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놓고 정치권과 정부가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카드업계도 이례적으로 정치권에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대기업 카드사 가맹해지운동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13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 카드사 및 해당 노동조합은 금융위원회가 카드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여신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한 단계별 투쟁 방안을 마련해 이날부터 실행에 들어갔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여신업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개정안 내용에는 공감하지만 금융위가 우대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인기몰이를 위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법무법인 화우에 법률 검토를 의뢰해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금융위가 일률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 재산권,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상 위임 원칙에 어긋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전했다. 황원섭 전국카드사 노조협의회장은 “15일 국회 법사위원회 통과를 막고자 의원들을 설득할 예정이지만, 만약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위헌심판 청구소송 등 대응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주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현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면 자영업자 경제에 힘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오는 15일부터 대기업 카드사인 삼성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가운데 한 곳의 가맹 해지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0일부터 신한카드 결제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던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도 현 개정안이 통과되면 예정대로 실력행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는 여신업법이 통과되면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1.5%대로 떨어져 수익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신업법 개정 추진 탓에 삼성카드의 주가는 지난 7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하는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은 수수료율이 1.5%대가 되면 카드사의 수익이 1조 5000억~2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해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수익이 8조~10조원대라고 밝혔다. 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금융위원회가 카드사의 논리만 편드는 편향된 사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올해 전기영화 봇물… 삶을 그린다, 닮은 얼굴로

    올해 전기영화 봇물… 삶을 그린다, 닮은 얼굴로

    전기 영화가 몰려온다.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 예술가들의 일생을 다룬 작품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정 인물의 생애를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전기 영화는 미화 논란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실화 영화 붐을 타고 할리우드는 물론 국내에서도 제작 바람을 타고 있다. ●메릴 스트립,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후보로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전기 영화들이 많다. 오는 23일과 29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철의 여인’과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세계 정치계와 문화계를 흔들었던 두 여성 스타들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철의 여인’은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타임지 선정 20세기를 대표하는 20대 정치인에 꼽힌 마거릿 대처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잉글랜드 시골 출신의 식료품집 둘째 딸로 태어나 남성 의원과 유권자들의 냉대에 굴하지 않고 1959년 하원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해 총리가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대처와 외모도 흡사할 뿐만 아니라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메릴 스트립은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사망 50주기를 맞은 세기의 섹시 스타 마릴린 먼로의 비밀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영화 ‘왕자와 무희’에서 조감독으로 만난 콜린 클락과의 은밀한 로맨스를 중심으로 전성기 때 마릴린 먼로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릴린 먼로 역에 캐스팅된 미셸 윌리엄스는 말투, 걸음걸이, 내면 연기 등 먼로의 모든 것을 재현해 ‘마릴린 먼로의 환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더 레이디’도 상반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레옹’ ‘제5원소’ 등 액션 영화로 유명한 뤼크 베송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주부였던 수치 여사의 민주화를 위한 평화적 투쟁 기록과 남편과의 애절한 사랑이 주요 소재로, 실제 인터뷰 등을 토대로 제작됐다. 수치 여사 역은 중화권 스타 양쯔충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수치 여사의 영국식 영어와 미얀마어를 익혀 100만명 군중 앞에서의 연설 장면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前 FBI 국장 에드거 후버 일대기도 영화화 현재 제작 중이거나 논의가 활발한 전기 영화도 많다. 배우 출신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할리우드 톱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J. 에드거’는 48년간 FBI 국장으로 재임했던 존 에드거 후버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밀크’로 각본상을 받은 더스틴 랜스 블랙이 각본을 맡았으며 나오미 와츠와 주디 덴치 등 스타들이 대거 합류했다. 나오미 와츠는 최근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를 다룬 전기 영화 ‘코트 인 플라이트’의 여주인공으로도 발탁됐다. 미국과 영국에서 다이애나비를 소재로 한 TV 드라마가 제작된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영화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IT계의 천재’ 스티브 잡스의 전기 영화도 만들어진다. 제작은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의 청년기를 다룬 ‘소셜 네트워크’를 제작한 소니 픽처스가 맡았다. 현재 잡스 역을 맡을 배우 캐스팅이 한창으로 조지 클루니, 노아 와일, 애슈턴 커처, 크리스천 베일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메가폰은 ‘오션스’ 시리즈의 스티븐 소더버그가 잡을 예정이다. 이 밖에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제작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한국 패션계의 거목 앙드레김의 전기 영화가 제작된다. 주연 배우는 충무로의 블루칩 하정우가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60년대 한국 패션계와 연예계의 에피소드는 물론 한국 최초의 남성 디자이너로서 청년 앙드레김의 고뇌와 도전을 다룰 예정이다. 평소 수차례 개인전을 열 정도로 미술에 조예가 깊은 하정우는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전기 영화가 봇물을 이루는 이유는 실화 영화 붐과 무관치 않다. 때문에 영화 홍보사들은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닌 ‘실화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실화 영화는 잊혀진 사건을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고, 화제성은 물론 공감대를 끌어내기도 쉽다.”면서 “실화 마케팅을 통해 사람과 사건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면 기존의 영화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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