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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비스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비스트’

    이기적인 북쪽 사람들은 남극의 빙하가 녹은 물이 밀려들까 봐 제방을 쌓았다. 제방 바깥의 남쪽 사람들은 ‘욕조 섬’에 모여 무정부적인 가치를 누리며 살아간다. 거대한 폭풍우가 휘몰아친 후 남쪽 땅은 수면 아래에 잠긴다. 흑인 소녀 허쉬파피의 아빠 윙크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모아 욕조 섬 재건에 나선다. 하지만 물에 빠진 생명은 하나씩 죽어 가고 건강이 나빠진 윙크에게 죽음이 성큼 다가온다. 급기야 남극의 얼음에 갇혔던 전설의 맹수 ‘오록스’가 깨어나 허쉬파피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비스트’의 감독 벤 제틀린은 미국 뉴올리언스와 물의 문화에 매료된 뉴요커다. 지인들과 ‘코트 13’이라는 독립 제작사를 꾸린 그는 단편영화 ‘바다의 영광’(2008)에서 태풍 카트리나의 피해를 당한 루이지애나 주를 그린 바 있다. 참상을 비극으로 그리는 대신 림보와 환상의 세계를 불러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친구의 희곡을 각색한 제틀린의 첫 장편 ‘비스트’는 ‘바다의 영광’의 확장 버전에 해당한다. 29살 감독은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2012년 신인 감독에 등극했고 만장일치의 호평을 얻어낸 ‘비스트’는 올해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프레스턴 스터지스(1898~1959)의 ‘설리번의 여행’(1941)은 할리우드가 빈곤층을 다루는 방식의 전형이다. 민중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나 극 중 영광의 몫은 가난한 자들과 우연히 만난 타자에게로 돌아간다. 반면 할리우드와 멀리 떨어진 제틀린의 작업은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이나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같은 그림과 연결된다. 돈을 제공하는 귀족의 허상에서 눈을 돌려 역사의 장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는 민중을 응시한 두 화가처럼 제틀린은 처참하리만큼 가난한 사람들의 삶 속으로 정직하게 진입한다. 남부의 진창을 보는 건 편하지 않다. 달콤한 영화에 길들여진 필자의 육체와 정신이 스크린 앞에서 고통을 느낀 건 당연한 일이다. 세르비아 감독인 에밀 쿠스투리차의 영향을 받았다는 제틀린은 자연스레 극사실적인 이미지와 마법의 이야기를 뒤섞는다. ‘비스트’는 실제로 일어난 자연재해 보고서를 한 편의 신화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미시시피 삼각주는 익명의 남쪽 지방으로 탈바꿈하고 여섯살 소녀는 운명적으로 전설의 괴물과 맞닥뜨린다. 허쉬파피는 야생의 소녀다. 소녀는 자연의 심장 소리를 듣고 죽는 것들을 보면서 존재의 가치를 깨달으며 먼 바다에 있는 망자의 천국까지 오간다. 마침내 괴물과 마주한 소녀는 자연이 투쟁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생존해야 할 터전임을 깨닫는다. ‘비스트’의 도입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 곁에서 힘겹게 버티고 선 집을 비춘다. 그곳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허쉬파피가 영웅으로 거듭 태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며 소녀와 민중이 물결치는 제방을 의연하게 걷는 결말에서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것이 아빠가 평소에 허쉬파피를 ‘두목’이라 부른 이유다. 소수 미국 감독만이 버림받은 자들과 동거하는 지금, 그들의 존엄성을 되살린 제틀린은 선배 하모니 코린에 비견될 만하다. 미국 서부의 건조한 신화로부터 남부의 끈끈한 신화를 창조한 ‘비스트’는 필견의 작품이며 당분간 이 낯선 작가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7일 개봉. 영화평론가
  • [부고] 中 민주화운동 대부 쉬량잉 교수

    중국의 ‘민주화운동 대부’이자 저명한 핵물리학자인 쉬량잉(許良英) 전 중국과학원 교수가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명보 등 홍콩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93세. 쉬 전 교수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학생 지도자였던 왕단(王丹)의 정신적 스승으로,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톈안먼 사태 뒤 과학자와 반체제 인사들의 서명을 받아 톈안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 정치범 석방, 사상의 자유 허용 등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에게 전달했다. 민주화 운동 등과 관련해 당적을 두 차례 박탈당하고, 노동교화형도 여러 번 받았다. 중국의 아인슈타인 연구를 이끌어 2006년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베이징의 아인슈타인’으로 묘사하며 그의 민주화 투쟁 이력을 상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정보마당] 구청소식·공연·전시·영화

    구청소식 ●강남구 강남평생학습관은 다음 달 1일까지 ‘엄마표 인기 간식 비법’ 수강생 20명을 모집한다. 수도공고 내 롱런아카데미에서 다음 달 5일부터 4월 23일까지 12회 열린다. 교육지원과 (02)3423-5286. 도시관리공단은 31일까지 공영주차장·체육시설 모니터요원 각 2명씩을 모집한다.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연 6회 이용시설에 관한 평가표를 제출하면 된다. 도시관리공단 (02)2176-0513. ●강동구 ‘재능나눔 기부데이’에 재능기부 강사로 활동할 봉사자를 수시 모집한다. 공예, 어학 등 각 분야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제출하면 된다. 기부데이는 짝수달 셋째주 목요일이다. 교육지원과 (02)3425-5220. ●강북구 강북구 꿈나무키움 장학재단은 31일 오후 5시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재능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을 진행한다. 교육지원과 (02)901-6293. ●강서구 31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구청 지하 상황실에서 ‘2013년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모금 생방송’ 행사가 열린다. 복지지원과 (02)2600-6783. 구 치매지원센터는 31일 오후 2시 등촌동 치매지원센터에서 최근 중년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중년을 위협하는 초로기 치매’를 주제로 공개 강좌를 개최한다. 치매지원센터 (02)3663-0943. ●관악구 여성발전기금 지원사업을 모집한다. 여성권익·복지 증진, 안전·건강 등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비영리 공익단체나 법인을 선정해 500만원 이내 지원금을 지급한다. 접수는 새달 12일까지다. 가정복지과 (02)880-3479. ●광진구 광진구 시설관리공단에서는 청소년 성교육 뮤지컬 ‘호기심’을 31일과 2월 1일 오후 5시, 2일 오후 2시와 5시에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공연한다. 만 11세 이상 입장가능하다. 나루아트센터 (02)2049-4700~1. ●구로구 디지털·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주민 불편 사항, 행정 우수 사례를 취재해 현장 사진과 함께 제출하는 ‘환경 순찰 디카모니터’를 다음 달 17일까지 모집한다. 구 홈페이지(www.guro.go.kr)에 회원으로 가입한 주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 (http://app.guro.go.kr/online/dica_monitor/main.html)에서 신청 가능하고,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활동한다. 감사실 민원순찰팀 (02)860-2472. ●금천구 3월부터 지역 내 20년 이상 된 공동주택 단지에 대해 재건축, 재개발 절차를 설명하는 ‘구민에게 찾아가는 정비사업 설명회’ 서비스를 실시한다. 설명회 신청 단지별로 맞춤형 리모델링, 정비사업 추진절차 등 궁금한 사항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주택과 (02)2627-1616. ●노원구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한테서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명문대생 자기주도학습 멘토링 무료 특강’을 노원평생교육원 2층 강당에서 2월 5일 오후 2시 진행한다. 교육비전센터팀 (02)2116-4437. ●도봉구 애니매이션 영화 ‘벼랑 위의 포뇨’(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를 감상하며 환경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로 알아보는 환경이야기’를 다음 달 2일 도봉환경교실에서 진행한다. 도봉환경교실 (02)954-1589. ●동작구 여권 업무 주민 편의를 위해 민원여권과 업무시간을 연장한다. 민원여권과 업무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지만 매주 금요일에는 업무시간을 연장해 오후 8시까지 여권 접수 및 교부 서비스를 운영한다. 매달 둘째와 넷째 주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여권 접수를 한다. 민원여권과 (02)820-1301~2. ●마포구 새달 1일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연 만들기 체험행사를 개최한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이면 참가 가능하다. 이메일(chrismo07@sba.seoul.kr)이나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 (02)6406-8152. ●서대문구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다음 달 5일까지 주민활동 지역커뮤니티(소모임)를 공모한다. 공모 분야는 아동·청소년, 여성·노인, 문화, 생태·환경, 소통·정책 등 5개 사업이다. 선정된 커뮤니티에는 활동비와 공공시설 유휴공간을 제공한다. 구청 방문 및 전자우편(diz0084@sdm.go.kr)으로 접수한다. 자치행정과 (02)330-1076. ●서초구 25일 서초구민회관에서 금요문화마당 ‘플라멩코 음악과 무용의 밤’을 개최한다. 주리스페인 무용꼼빠니아 등이 출연해 플랑멩코 공연을 선보인다. 문화행정과 (02)2155-6225. 2월 3일 ‘서초 한가족 걷기대회’를 개최한다. 서울시 교육연수원 앞~성불암계곡~드림코스~대성사~서울시 인재개발원 코스(3㎞)를 걷는다. 우면산 산사태 복구공사 준공 현장도 확인한다. 생활운동과 (02)2155-6750. ●성동구 구 보건소는 다음 달 1일부터 28일까지 대사증후군 검진과 캠페인 행사를 지원할 건강서포터스 25명을 모집한다. 자격은 60세 이하로 자원봉사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다. 보건의료과 (02)2286-7080. 구 보건소는 다음 달 6일까지 노인들의 건강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운영 중인 ‘위풍당당 건강장수’ 사업 관련 ‘2013년 제7기 실버운동지도자’를 모집한다. 건강관리과 (02)2286-7054. ●송파구 새달 15일까지 ‘제4기 문화서포터스’를 모집한다. 미술관 운영 분과, 문화마케팅 문과에서 활동하며 구립미술관 작품관리 및 도슨트, 홍보물 디잔인 및 마케팅 활동 등을 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과 (02)2147-2807. ●양천구 다음 달 1일 오후 7시 30분, 2일 오후 3시와 7시 30분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세종문화회관과 연계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를 공연한다. 관람료는 1만원이다. 문화체육과 (02)2620-3404. ‘3월 아버지 요리교실’ 수강생을 다음 달 22일까지 모집한다. 요리교실은 3월 9일부터 30일까지 매주 토요일 신정7동 신나는 어린이집 3층에서 열린다. 여성보육과 (02)2620-3385. ●영등포구 만 20세 이상 무주택 가구주로 전월세 보증금 1억원 이하인 세입자에게 연 2%로 최대 5600만원(3자녀 이상 최대 6300만원)까지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저소득 가구 전세자금 지원제도’를 연중 운영한다. 15년 상환 조건이며 임대차 계약 후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우리·농협·기업·신한·하나은행 등 대출 가능 은행에서 우선 상담받은 뒤 신청 가능하다. 사회복지과 (02)2670-3402. ●용산구 새달 14일까지 ‘와인스토리’ 1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매주 화·목 2시간 강의를 통해 와인 에티켓, 포도 품종, 와인 구매 및 보관법, 와인과 요리 등 와인 관련 교육을 한다. 수강료 1만원. 교육지원과 (02)2199-6490. ●은평구 설을 맞아 30일과 31일 구청 광장에서 농·수·축산물 직거래 장터를 개장한다. 곡물과 과일, 건어물, 한우, 생선 등을 판매한다. 생활경제과 (02)351-6843. 다음 달 5일까지 ‘창업지도사양성과정 제6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교육은 다음 달 5일부터 3월 19일까지 평생학습관 2층에서 열린다. 생활경제과 (070)8933-9904. ●종로구 주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기 화성시에 건립한 구립납골당 ‘종로구 추모의 집’ 이용자 신청을 받는다. 이용 대상자는 종로구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주민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다. 최초 15년 이용할 수 있고 최장 3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15년 사용료는 10만~40만원이며 관리비는 45만원이다. 효원납골공원 (031)354-2325~6. ●중구 충무아트홀은 다음 달 1~13일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충무아트홀 충무갤러리에서 ‘독거노인 돕기 기금마련 초대전’을 개최한다. 충무아트홀 (02)2230-6601. 다음 달 8일까지 삼익패션타운과 숭례문상가, 서울중앙시장, 신중부, 중부시장, 평화시장 등에서 ‘2013 설 명절 전통시장 이벤트’를 개최한다. 지역경제과 (02)3396-5053. ●중랑구 다음 달 28일까지 아동인지능력향상 서비스(학습지 바우처 사업) 대상자를 모집한다. 지정된 8개 학습지회사 중 1곳에서 도우미가 주 1회 이상 해당 가정을 방문해 아동에게 책 읽어 주기와 독서활동, 부모 대상 독서지도를 돕는 사업이다. 지원 자격은 전국 가구평균 소득 100% 이하(4인 기준 월평균 소득 473만 6000원) 중 만 2~6세 이하 아이를 둔 가구로, 가구당 2명 이상 동시 지원도 가능하다. 희망자는 신분증과 건강보험증을 지참해 주소지 동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교육지원과 (02)2094-1913. ●경기 의정부시 4일부터 만 0~5세 아동에 대한 보육료 및 양육수당 신청을 접수한다. 신청 기한은 3월 12일까지이며 주소지 동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신청하거나 보건복지부(www.bokjiro.go.kr)에서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031)828-2742 ●고양시 학업 성적이 우수한 저소득 가정의 대학생 50명에게 각 100만원씩 장학금을 지원한다. 대상은 고양시내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이며, 추천 기간은 2월 8일까지다.(031)8075-3251 ●파주시 1일부터 수요일에만 야간 민원실을 운영한다. 2010년부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해 왔으나 무인민원 발급기 이용이 널리 확산돼 수요일에만 운영하되 업무 대상 폭은 확대했다.(031)940-4181 공연 ●오페라 ‘백범 김구’ 2월 15, 16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서울오페라앙상블이 백범 김구 선생 서거 64주기를 맞아 치열한 시대정신을 녹여낸 창작오페라를 준비했다.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932년 윤봉길 의사 의거 등 항일투쟁사와 남북 분단까지, 선생의 삶과 민족의 화합을 노래한다. 3만~5만원. (02)3274-8600. ●뮤지컬 ‘호기심’ 2월 14~16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노원문화예술회관. 서울시뮤지컬단이 꾸미는 성교육 뮤지컬. 다른 이성관과 연애관을 가진 고등학생 진우와 은정, 친구들이 여러 가지 사건과 상황을 겪으면서 견해차를 줄여 가는 과정을 담았다. 다양한 K팝과 춤이 어우러져 콘서트 같은 흥겨움도 있다. 1만~1만 5000원. (02)951-3355. ●연극 ‘거기’ 2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이상우 연출과 강신일, 이성민, 정석용, 송선미, 김승욱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만나 잔잔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 간다. 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면서 다양한 할인 혜택을 준비했다. 2월 공연을 이달 31일까지 예매하면 40% 할인받을 수 있다. 관객 2만명 돌파 기념으로 2월 1~15일 공연 관람료는 25% 할인한다. 3만원. (02)762-0010. ●음악극 ‘미루의 소리상자’ 2월 16, 17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 숙명가야금연주단이 만드는 어린이 음악극.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곱 살 미루가 10개월 동안 느끼는 호기심과 질투심, 사랑 등 복잡한 감정을 가야금으로 표현한다. 공연에서 가야금을 연주 도구이자 놀이의 대상으로 삼아 아이들은 악기와 친숙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1만~2만원. (02)6214-9889. ●서울센트럴남성합창단 정기연주회 2월 5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성악가, 음대 교수 등 성악전공자와 합창 경력이 풍부한 합창 애호가가 모여 창단한 서울센트럴남성합창단의 세 번째 정기연주회. 단원 70여명이 중후한 음색을 뽐내며 슈베르트의 예술가곡, 흑인영가, 작곡가 이순교의 창작곡 ‘새야새야 사랑새야’ 등을 들려준다. 3만~7만원. (02)2203-0483. ●브라운아이드소울 콘서트-SOUL PLAY 2월 15,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광주, 대구, 대전, 부산 등 6개 도시에서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친 남성 4인조 보컬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이 전국 투어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공연. 나얼과 정엽이 새 솔로 앨범 수록곡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영준과 성훈도 색다른 무대를 꾸민다. 8만 8000~13만 2000원. 1544-3800. ●스티브 바라캇 콘서트-스위트 밸런타인 2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캐나다 출신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의 밸런타인 콘서트. 바라캇의 음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밴드와 함께 ‘레인보우 브리지’, ‘휘슬러 송’, ‘플라잉’ 등 로맨틱한 분위기의 발라드 명곡을 선사한다. 3만~10만원. (02)318-4301. 전시 ●황규태 ‘꽃들의 외출’전 3월 3일까지 서울 충무로 신세계갤러리 본점. 있는 그대로의 사진적 재현에서 벗어나 이중노출, 포토몽타주 등 실험적인 기법을 선보였던 작가의 작품들이다. 2004~2005년 작가가 아날로그 카메라와 그래픽 프로그램을 써서 합성한 꽃사진 19점을 모았다. (02)310-1924. ●서울시립미술관 ‘2012 신소장작품’전 3월 17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지난해 수집한 신소장 작품 198점 가운데 46점을 전시했다. 장르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공조각, 설치, 미디어 작품 비율을 높였고 작고 작가보다는 살아 있는 작가, 특히 국내외에서 활발히 뛰는 현장 작가들의 비중을 높였다. 덕분에 현대미술 작품들이 많다. (02)2124-8800. ●한진만 ‘산수 45년 한진만 - 까치에서 천산까지’전 2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상수동 홍익대 현대미술관 2층. 산수만 집중적으로 그려온 작가가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그린 산수화만 전시한다. 한국의 산수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의 산수도 다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구 산수’를 내세웠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를 답사하고 사생하면서 자연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그려 넣었다.(02)320-3272. 영화 ●베를린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한석규·류승범·전지현.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 표적이 된 비밀 요원들의 생존을 그린 한국형 첩보 액션 영화. 북한의 권력이 교체되는 시기에 권력장악을 위해 국제적인 음모에 휘말리는 주인공들의 추격전을 탄탄한 스토리와 숨 막히는 액션을 통해 선보인다. 120분. 30일 개봉. ●헨리스 크라임 감독 말콤 벤빌. 출연 키아누 리브스·베라 파미가·제임스 칸. 꿈도 야망도 없이 무기력하게 세상을 살아가던 한 남자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다 나와 인생을 뒤바꿀 은행털이를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야간 매표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헨리 역을 맡은 키아누 리브스가 그간의 카리스마를 벗고 새로운 연기 변신에 도전한다. 108분. 31일 개봉. 15세 관람가. ●문라이즈 킹덤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브루스 윌리스·빌 머리·에드워드 노턴. 리사랑에 빠진 12살 아웃사이더 샘과 수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서 뉴 펜잔스 섬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 소동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영화. 지난해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94분. 31일 개봉. 15세 관람가.
  • [영화 프리뷰] ‘여친남친’

    타이완을 대표하는 청순 여배우 구이룬메이(桂綸?). 청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그녀의 신작 ‘여친남친’은 구이룬메이의 성숙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제목만 보고 그저 그런 청춘 멜로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는 1980~1990년대 타이완을 휩쓸었던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당시를 열정적으로 살아갔던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사랑과 우정 사이의 모호한 경계, 가슴 설레는 연애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는 전통적이고 예상 가능한 삼각관계를 뛰어넘는다. 1985년 타이완 남부 카오슝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메이바오(구이룬메이)와 리암(장샤오취안·張孝全), 아론(봉소악)은 한 마을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하지만 친구 사이로 지내던 이들에게 자라면서 조금씩 미묘한 연애 감정이 생겨난다. 메이바오는 매번 자신을 챙겨 주는 동급생 리암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리암은 메이바오의 접근을 애써 외면한다. 대신 리암의 절친한 친구 아론이 메이바오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셋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1990년 대학생이 된 세 사람의 인연은 이어진다. 메이바오와 아론은 학원 민주화를 외치는 시위 현장에서 사랑을 키워 간다. 하지만 7년의 시간이 흐른 뒤 사회인이 된 이들은 각자의 삶에 정착한다. 자유와 반항을 외치던 투사였던 아론은 부유한 장인에게 쩔쩔매는 사위가 됐고, 메이바오는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된 그를 여전히 사랑한다. 리암 역시 사회적으로 쉽지 않은 사랑에 빠져 있다. 총 4개의 시간대에 걸쳐 전개되는 이 영화는 이들의 지독한 사랑과 인연을 통해 현재의 타이완이 민주화운동 당시의 투쟁과 열정을 통해 이뤄졌다는 메시지를 에둘러 전달한다. 동시에 기존 타이완 청춘 영화의 틀에서 한 발짝 나아간다. 그 속에서 청춘의 사랑과 아픔, 지나간 시절에 대한 추억과 감성을 건드리는 스토리로 보편적 정서를 자극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영화를 두고 타이완판 ‘건축학 개론’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두 영화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감독은 생략과 상징을 통해 세련된 연출을 선보이려 했지만 당시 타이완의 사회상을 잘 모르는 관객들을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고 그다지 감성 코드를 자극하는 면도 많지 않다. 다만 배우들의 열연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구이룬메이는 사랑과 우정 모두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여자 메이바오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 타이완 금마장영화제와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모델 출신의 장샤오취안도 까다로운 내면 연기를 무난히 소화한다. 새달 7일 개봉.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하나 “외환 잔여지분 인수”… 외환노조 “독립 보장 위반” 반발

    하나금융지주는 주식교환 방식으로 4월까지 외환은행의 잔여지분 40%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외환은행 주식 5.28주당 하나금융지주 1주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외환은행 노조가 ‘독립경영 5년 보장’ 합의 위반이라며 전면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이날 이사회에서 지분 확보 계획을 결의했다. 3월 중순 주주총회를 거쳐 4월 초 주식을 교환할 예정이다.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되고, 외환은행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9년 만에 상장이 폐지된다. 주식 교환을 원하지 않는 하나금융이나 외환은행의 주주는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을 하나금융 측에 사 달라고 청구하면 된다. 단, 주식매수청구 규모는 각각 1조원으로 제한했다. 어느 한쪽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면 주식교환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이다. 하나금융 측은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활성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지분을 100% 확보하게 되면 연결납세 대상이 돼 2012년 기준 법인세가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하나금융 측은 “지분을 전액 확보하더라도 외환은행의 독립법인 존속과 독립경영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 측은 지난해 2월 인수 당시의 노사정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당시 노사정 대표는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그후 노사 합의를 통해 통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외환 노조 측은 “이번 지분 인수 결정은 합병으로 가기 위한 수순 밟기”라면서 이날부터 하나금융 건물 앞에서 1인시위에 들어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보통 사람들의 5·18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보통 사람들의 5·18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5·18을 시민과 세계인의 품으로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25일 취임한 오재일(60·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5·18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 5·18의 성공적인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전국화와 시민화는 아직도 멀다”며 “관련자 등 특정인이 아닌 보통 시민들의 5·18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5·18 당시 주도적인 인물들의 삶과 투쟁을 영화 또는 만화로 제작하는 등 교육, 홍보, 5월 정신 공유화 등에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방법으로 5·18의 진실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부족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또 단체 간 불협화음 등이 외부에 부정적으로 비쳐진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5·18이 국민들로부터 멀어진 이유에는 단체 간 갈등도 크게 작용했다”면서 “구속부상자회 등 5·18 3개 단체가 국가보훈처에 공법단체로 등록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도 맡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광주시 등에 대한 지원과 관심도 호소했다. 오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올해 5·18민주화운동기념식 참석은 국민대화합의 진정성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라며 “1990년대 중반 이후 중단된 광주시의 5·18종합계획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 당선인의 올 5·18 기념식 참석 자체가 한국의 지역·세대·이념 갈등을 푸는 상징적 이벤트가 될 수 있다”며 “이 자리에서 모든 세력을 껴안고, 국민 대통합을 선언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18 정신의 세계화·전국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라면서 “재단은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이사장은 “5·18 당시 하나의 공동체로서 진정한 나눔을 실천했던 ‘주먹밥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길”이라며 “기념재단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열린 공간, 즉 ‘시민적 사랑방’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케리 “北 수용소 인권도 美 외교현안”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인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전쟁반대론자이자 대화파의 면모를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케리 내정자는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무인정찰기(드론)나 파병만으로 정의될 수 없다”며 “지원과 식량안보, 질병·가난·억압과의 싸움이자 목소리가 없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 핵문제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차례 외교적 해결책을 선호한다고 밝혔고, 나도 민주적인 노력을 시도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정책은 봉쇄가 아닌 억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경제적 제재와 함께 대화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핵 위협을 해소하려는 이런 노력을 (이란이) 잘못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경고’로 균형을 잡았다. 그는 “비확산을 위해 이란은 핵사찰을 수용하는 등 핵프로그램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구상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경쟁관계이나 적대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인권 문제를 미 외교정책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케리 내정자는 “미국의 외교정책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투쟁 등으로 정의될 수 있다”면서 “북한의 강제수용소 수감자들과 수많은 피란민, 추방자, 인신매매 희생자들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정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동료 의원들의 칭찬 속에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따라서 케리 내정자는 다음 주 상원 인준을 받고 무난하게 국무장관에 공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설] 새정부, 이상득·정두언 사례서 교훈 찾아라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이 그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탄생에 기여하며 일등 공신으로 불린 이들도 역대 정권 실세들이 그러했듯이 정권 말 ‘예정된’ 권력의 길을 가고 있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다가 이내 그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비참한 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한때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까지 불렸으니 그가 행사한 무소불위 권력의 ‘폐해’는 가히 짐작할 만하다. 정 의원 또한 마찬가지다. 한때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조각·공천을 좌우하는 실세”로 불린 인물 아닌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이들은 법정에서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볼썽사나운 주장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1심 재판이 두 사람 모두에게 죄가 있음을 인정한 이상 자성해야 한다.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추악하기 짝이 없는 권력스캔들을 다시 들춰내는 것은 새 정부에서만큼은 똑같은 권력부패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바람에서다. 두 사람의 동반 추락은 이 전 의원에 대해 정 의원이 권력 사유화 논란을 제기하며 촉발됐다. 우리 정치사에서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은 결국 이권 다툼과 부패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가 되다시피 했다. 절대권력만 부패하는 것이 아니다. 한 움큼의 찝찔한 권력이라도 있는 곳엔 으레 다툼과 부패가 싹트게 마련이다. 박근혜 당선인 주변이라고 안전지대가 아닐 것이다. 지난 대통령선거 이전에 이미 친박 핵심 의원들 사이에서는 권력 사유화 논란이 일었다. 측근들의 잘못된 보좌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친박계 내부의 권력 전횡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측근비리가 잦았던 것은 측근들이 대통령의 철학을 공유하며 공적인 책임을 지기보다는 집권을 도운 대가로 사리사욕을 챙기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에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는 실세들일수록 지난 정권 실력자들의 말로를 반면교사로 삼아 스스로 경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권력은 잘못 쓰면 폭력이 됨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이 주변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직언파보다는 충성파를 중용한다는 비판 아닌 비판의 소리도 더 이상 들어선 안 될 것이다.
  • 2인자 정치 배제… 朴 ‘정치철학’이 고스란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공개한 청와대 조직 개편안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청와대 조직이 정부 부처와 업무 중복이 많은 데다 민정수석실 등으로 대표되는 일부 조직의 ‘월권’이 정국에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왔던 만큼 이를 바로잡는 방향으로의 개편이 절실하다는 게 박 당선인의 판단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박 당선인은 15년간 청와대 생활을 하고 5년 이상은 퍼스트레이디 대행을 하면서 청와대 조직과 권력의 속성에 누구보다 밝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런 만큼 이번 청와대 조직 개편은 결국 박 당선인의 ‘단독 작품’이라는 것이 공통된 설명이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도 지난 18일 출입기자와의 환담회에서 청와대 조직 개편 문제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말할 수 없다. 당선인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인수위의 유민봉 국정총괄기획 간사는 박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한 복수의 청와대 직제 개편안을 당선인 비서실에 건넸으며 결국 박 당선인이 이들 시안 중 자신의 청와대 개혁 의지를 담은 최종안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기자실 브리핑에서 “청와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서는 (박 당선인 측이) 인수위와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쳤음을 말씀드린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통령의 권력을 스스로 내놓음으로써 전 정권들의 인사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박 당선인이 이번 청와대 개편을 통해 2인자 정치, 측근 정치를 혐오하는 특유의 ‘권력관’을 드러냈다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실장을 비서실장으로 사실상 격하하면서 2인자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비서실이 절대 권력과 권력 투쟁, 부패의 온상이 되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영화 프리뷰] 안드레스 무시에티 ‘마마’

    [영화 프리뷰] 안드레스 무시에티 ‘마마’

    한 사내가 동업자 두 명과 아내를 총으로 쏴 죽인다. 겁에 질린 남자는 세 살, 한 살짜리 딸들을 데리고 도망친다. 산속을 헤매던 이들은 외딴 오두막에 도착한다. ‘멘붕’에 빠진 남자가 큰딸마저 총으로 쏘려던 찰나 누군가 사내를 덮친다. 5년 뒤. 행방불명된 두 아이가 발견된다. 들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다니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참혹한 모습. 유일한 혈육이자 5년 동안 사람을 고용해 이들을 찾아 헤맨 삼촌 루카스는 여자친구 애너벨과 함께 빅토리아와 릴리 자매를 데리고 집에 온다. 하지만 오두막에서 돌아온 것은 두 아이만이 아니었다. 2008년 유튜브에 ‘마마’란 제목의 짧은 동영상이 업로드됐다. 침대에 누워 있던 빅토리아는 집 밖으로 나가자고 보채는 릴리에 의해 잠에서 깬다. 둘을 기다리는 건 기괴한 얼굴에 목과 허리가 꺾인 채 엉거주춤 걷는 여인. 채 3분도 되지 않는 짧은 영상이지만, 목부터 척추를 따라 찌릿한 소름을 돋게 하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광고감독 출신인 안드레스 무시에티(감독)와 누나 바바라(각본·제작)는 이 영상을 장편으로 확장한 데뷔작 ‘마마’를 만들었다. 고딕호러 ‘크로노스’(1992)로 데뷔한 뒤 ‘미믹’ ‘블레이드2’ ‘헬보이’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등 판타지와 공포 영화에 천착해 온 길예르모 델 토르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 영화 ‘마마’를 꿰뚫는 키워드는 모성애다. “우주에서 가장 타협하지 않는 힘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하지만 그것이 비뚤어지기 시작했을 때 특별하고 강력한 공포의 대상이 된다. 난 소유욕 강한 엄마의 모습이 귀신으로 묘사된 것에 끌렸다”는 델 토로의 설명과 같다.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나온 귀신(마마)의 비뚤어진 소유욕은 물론 아이들을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애너벨의 투쟁심은 모성애의 양면에 해당한다. 귀신 캐릭터에 이만큼 동기 부여를 한 건 보기 드문 설정이다. 물론 귀신 나오는 집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가 새로울 건 없다. 상상할 수 있는 귀신의 몰골도 수십 년간 마르고 닳도록 되풀이됐다. ‘마마’가 차별성을 지니는 또 다른 지점은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하는 대신 판타지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움직임 전문가로 통하는 하비에르 보텟이 귀신을 연기했다는 점이다. 10살밖에 안 됐지만 벌써 4편의 영화에 출연한 메건 카펜티어(빅토리아)의 연기도 두고 볼 만하다. 24일 개봉.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MB, 22일 택시법 거부권 행사할 듯

    택시업계는 21일 정부가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택시법)을 공포할 것을 요구하고 만약 거부권을 행사하면 전국 택시 25만대(종사자 30만여명)를 서울로 집결시켜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단체는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비상 합동 대책회의를 열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택시법 시행을 촉구했다. 택시업계는 거부권 행사 직후 서울에서 집회를 열어 전면 운행 중단에 들어가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집회 날짜와 장소를 검토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재의 요구를 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면서 “내일(22일) 택시법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22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여야는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의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하면 대통령은 즉시 법안을 공포해야 한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김성수 기자 sskim@seoul.co.kr
  • “北, 3~4년 내 정치 변동 가능성… 유동적 상황 대북정책에 활용을”

    출범 1년이 지난 북한 김정은 체제가 ‘권력’은 어느 정도 확보했으나 ‘권위’는 부족하며 체제의 병폐와 취약성을 고려할 때 향후 3~4년 내에 정책이나 정치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일 ‘김정은 정권 출범의 특징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하고 김정은 정권이 안착하려면 정권의 비전 제시와 시장에 대한 적절한 조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력 강화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북한 내부 권력 구조는 김 제1위원장이 유일적 영도를 하고 있다는 북한 주장과 달리 김 제1위원장이 장성택, 김경희 등 후견·지지 세력들과의 협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제한적 단일 지배 체제’라고 평가하고, 최고 지도자와 핵심 엘리트 간 관계가 일방적인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 상호 의존 형태라고 분석했다. 또한 정치 우위의 북한 사회에서 김 제1위원장이 주체사상이나 선군사상 등을 제시한 김일성, 김정일처럼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제시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점에서 사상적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김 제1위원장이 추락한 엘리트들의 반발에 따른 권력 투쟁에 노출될 여지가 있다”면서 “당규와 헌법에 따른 체제 운영이 그의 권위와 권력을 제약하고 숙청 과정 이후 지배 연합 내의 분화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시장 억압과 경제 개혁 조치, 그리고 대남 강경책과 유화 조치를 반복하는 지그재그식 대내외 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 정권의 안정성은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차기 정부는 김정은 정권의 유동성을 적극 활용하는 대북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해 북한 내에 한반도의 평화, 공영, 통일을 원하는 세력이 성장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박근혜·아웅산 수치 29일 만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9일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20일 “박 당선인이 체육행사 때문에 방한하는 수치 여사를 접견하는 일정을 잡았으며, 29일쯤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수치 여사는 ‘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개막식에 초청돼 28일 닷새 일정으로 방한한다. 박 당선인과 수치 여사는 회동에서 세계 평화와 미얀마의 민주화 증진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지도자라는 점, 부친이 국가지도자였다는 점, 비극적 가족사를 딛고 일어섰다는 점 등 공통분모가 적지 않아 이번 회동에서 폭넓은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1988년 미얀마 민주민족동맹(NLD)을 조직하고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수치 여사는 군부 독재 체제에서 수차례 가택연금을 당했으며 2010년 말 석방됐다. 석방과 재구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비폭력 평화 투쟁을 고수했으며,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김일성, 4·19직후 통일 기대…남한문제중앙국 등 만들고 남측 진보단체와도 접촉 시도”

    김일성 북한 주석이 1960년 4·19혁명 직후 북한 주도의 남북통일이 임박했다고 보고 적극적인 대남 전략을 마련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됐다. 미국의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는 17일(현지시간) 옛 소련의 평양 주재 대사였던 알렉산더 푸자노프가 1960년 3월부터 12월까지 작성한 20건의 개인기록을 공개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는 당초 4·19혁명이 노동자, 농민운동의 한계로 진정한 혁명으로 발전하지 못할 것으로 봤으나 학생운동이 그런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판단, 남측 진보단체와의 접촉을 시도하면서 내부적으로도 관련 대책을 수립했다. 푸자노프는 7월 25일 기록에서 “김일성은 ‘남한 문제에 대한 발빠른 정책결정을 위해 남한문제중앙국(CBSKI)을 설립했다’고 말했다”면서 “이 조직은 남한 내 지하조직을 부활시키고 평화통일을 위한 선전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 김일성은 또 푸자노프에게 남한 출신의 인민군 10만명 가운데 일부를 ‘통일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 공산대학을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푸자노프 기록에 따르면 김일성은 4·19혁명 직후 남북통일과 주한 미군 철수가 임박했다고 전망하면서 당시 북한이 정치·경제적으로 남한보다 안정돼 있었기 때문에 북한 주도의 통일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김일성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이기붕 자유당 의장은 인기가 없고, 장면 민주당 대표는 적합하지 않으며 장택상 반공투쟁위원장은 친일 성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59년 사형이 집행된 조봉암 진보당 위원장에 대해서는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우리도 실수한 게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명화 21편에 비친 우리 삶, 그리고 ‘인문학적 투쟁’

    최근 한국은 ‘사상가’ 열풍에 빠졌다. 각종 인문학 콘서트도 인기다. 그런데 대체 이런 것들이 나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나. ‘삶으로부터의 혁명’(정지우·이우정 지음, 이경 펴냄)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이 밝혔듯,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고, 그 대안을 찾기 위한 인문학적 투쟁”이 책의 근간이다. 누구의,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는 적시되지 않았으나, 흐름상 ‘청춘, 그 수많은 군상’ 쯤으로 이해하면 맞지 싶다. 책은 일관되게 삶을 강조하고 있다. 삶의 대척점 또한 자살이 아닌 현실이다. 저자들은 현실만 강조되던 시대는 이미 근대가 됐고, 삶을 중심에 둔 현대로 넘어왔으니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삶,그리고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청춘에 대한 사회적 동정보다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문학적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외친다. 저자들이 책 속으로 끌고 들어온 분석의 틀은 방대하다. 프로이트, 쇼펜하우어 등 전통적인 철학자들을 낡은 책장에서 끄집어 냈다. 마이클 샌델과 슬라보예 지첵, 한병철 등 우리 시대를 뒤흔들고 있는 담론들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사르트르나 카뮈 등 소설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추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에 ‘빅 피시’ 등 21편의 명화들을 인용해 현대 사회의 프레임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년)를 통해 저자들은 주인자아와 노예자아, 그리고 제3의 자아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저널리스트를 꿈꾸던 주인공 앤드리아 삭스는 우연히 최고의 패션 잡지사에 취직을 한다. 그의 역할은 패션 잡지계 최고의 편집장으로 꼽히는 미란다 프리슬리의 비서다. 여기서 그의 주인자아는 패션 잡지사가 자신의 현실이라 받아들였고, 노예자아는 흔들림 없이 온갖 수모를 다 이겨내는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곧 변수가 생긴다. 남자 친구다. 그 탓에 영화는 통속극에서 흔히 보던 설정, 그러니까 바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이 남자친구와 갈등을 겪은 뒤, 현실에서의 성공을 뒤로 한 채 다른 삶으로 돌아선다는, 뻔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 저자들은 이 과정에 개입한 것이 제3의 자아라고 했다. 제3의 자아는 주인자아-노예자아의 관계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과연 그게 옳은지 끊임없이 되묻는 역할을 한다. 현실을 ‘당연히 그러해야 할 어떤 것’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끊임없이 되짚어 봐야 삭스처럼 ‘삶’이 있는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1만 65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한 달만에 25조원 해외 밀반출 명품 시계·마오타이 소비 줄어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의 부패척결 천명 이후 중국에서 전방위적인 당국의 사정(司正) 활동을 피해 해외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검은 돈’이 빼돌려지고 있다는 내부 보고서가 나왔다. 뇌물 수요가 많아 호황을 누렸던 고가 명품들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권력교체가 이뤄진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여간 무려 238억 9000여만달러(약 25조원)가 해외에 밀반출된 것으로 중국 공산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타이완 연합통신망이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앙기율검사위가 ‘반부패 투쟁업무 신동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으며, 이에 공산당 지도부는 각급 단위에 가명 및 차명계좌 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도록 명령했다고 전했다. 또 전국 45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직자들의 부동산 매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중앙기율검사위는 120여명의 고위 공직자에게 부동산 처분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소비는 사정 한파에 한껏 위축됐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지난해 명품 시계 매출이 전년 대비 5% 감소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명품 소비 위축은 네티즌들이 명품을 자랑하던 공직자들의 사진을 올려 이들이 당국의 조사를 거쳐 대거 낙마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지난해 8월 대형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산시(陝西)성 양다차이(楊達才) 안전생산감독관리국장은 롤렉스 등 명품 시계를 계속 바꿔찬 사진이 잇따라 인터넷에 올라와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면직됐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명품 구입을 금지한 공직자 업무 규정이 정식 발효되면서 명품 소비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한편 후룬(胡潤)연구소가 최근 1000만위안(약 17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의 상대로 조사한 결과 최고급 술인 마오타이의 선물 선호도가 지난 해 5위에서 13위로 밀렸다. 앞서 시 총서기는 마오타이 등 고급 술의 주요 소비처인 군에 금주령을 내린 바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민주 ‘사죄의 삼배’하고 또 노선 투쟁

    민주 ‘사죄의 삼배’하고 또 노선 투쟁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현역 의원, 당직자 등 200여명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입구 바닥에서 국민을 상대로 ‘사죄의 삼배’를 올렸다. 당 혁신에 앞서 대선 패배 이후 보여준 민주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참회하는 행보에 나서면서다. 존폐 기로에서도 계파 갈등으로 구태의 단면을 보여줬던 민주당이 ‘백척간두’에 서서야 국민 앞에 엎드린 셈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삼배에 참여한 현역 의원은 127명 중 40여명에 불과했다. 비대위 첫날부터 대선 패배 책임론 공방이 어김없이 재연되고 계파 간 노선 투쟁이 시작되는 등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이용득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오늘 아침 현충원에 갔을 때 많은 의원이 보이지 않았다. ‘너희들끼리 잘하나 봐라’ 하는 식의 마음이면 민주당은 변화하고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에 문 비대위원장이 “우리가 연락을 못 했거나 외국에 있어 참석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개인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좋으나 불쑥 이야기하면 이견으로 비친다”고 말해 첫 회의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대선 패배 책임론에 대한 장외 공방전도 벌어졌다. 비주류인 안민석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길 수 있는 총선, 대선에서 진 본질적인 원인은 당 내부의 계파에 있다. 계파가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며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겨냥했다. 이에 대해 친노 직계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PBC 라디오에서 “친노라는 이름은 정치적 정파로서의 실체적 개념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친노이자 ‘친김대중’”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의 행보는 당 재정비 작업에 손도 대지 못하는 민주당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고 있다. 안 전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미국에 체류 중인 안 전 후보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 “(안 전 후보가 한국에) 오면 준비가 돼서 오는 것”이라고 말해 귀국과 함께 구체화된 계획을 제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상태로는 안 전 후보의 귀국만으로도 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당의 조속한 재정비를 위해 계파 중심의 논쟁 구도를 혁신 방안 중심의 논쟁 구도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당이 원심력을 가져야 새 흐름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했다. 김종욱 동국대 객원교수는 “비대위가 건강한 정책, 노선 논쟁을 할 수 있는 장이 되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야만 전당대회도 건강한 정책 논쟁의 선상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선 투쟁은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당의 노선을 중도 쪽으로 ‘우향우’해야 한다는 주장과 진보적 선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문병호 비대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정책은 새누리당보다 더 진보적이고 유능해야 한다”며 선명성을 강조한 반면 김동철 비대위원은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는 시대의 화두가 틀림없으나 외교 안보적 사안까지 진보, 진보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노선 전환을 요구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수석부대표 회담을 열고 24일 임시국회 개회에 합의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24년 만에 스승 수치 여사 만날 생각에 미얀마인 네 툰 나잉은 요즘 밤잠 설친다

    24년 만에 스승 수치 여사 만날 생각에 미얀마인 네 툰 나잉은 요즘 밤잠 설친다

    19년째 한국에 체류 중인 미얀마인 네 툰 나잉(왼쪽·44)은 24년 만인 스승과의 상봉을 앞두고 요즘 잠 못 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얀마의 명문 양곤대의 학생이었던 그가 스승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89년 고향 에이메에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 때였다. 대학 졸업 뒤인 1994년 군부정권의 탄압을 피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민주주의는 지도자 혼자 이룰 수 없다. 모두가 힘을 합칠 때 선물처럼 다가온다”는 스승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미얀마 제1야당인 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장으로 조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했다. 2010년 그의 스승은 15년간의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지난해 국회의원이 됐다. 바로 미얀마 민주화의 영웅 아웅산 수치(오른쪽·68) 여사다. “수치 여사님은 저에게 민주화 운동을 일깨우고 가르쳐 주신 고마운 스승입니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한시도 잊지 못했던 저의 영웅입니다. 보름 정도 후면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수치 여사는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의 ‘글로벌서밋’ 행사에 초청돼 오는 28일 한국에 온다. 4박 5일 동안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접견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마지막 날인 2월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김대중도서관에서 망명인사, 이주노동자 등 200~300명의 자국민들과 만난다. 미얀마인들은 수치 여사에게 한복을 선물할 예정이다. 만남의 장소로 김대중도서관이 선정된 것은 국내 미얀마인들의 요청 때문이다. 나잉은 “김 전 대통령은 생전 버마(군부통치 전 미얀마의 옛 이름) 민주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던 분”이라면서 “수치 여사님을 이곳에서 만나면 의미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같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수치 여사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 무려 55차례의 가택연금을 당했던 그는 연금됐던 수치 여사를 돕기 위해 1994년 아·태 민주지도자 회의를 창설했고 대통령 재임 때는 미얀마 군부 정권에 수치 여사 등 야당과의 대화를 촉구했다. 퇴임 뒤인 2007년에는 미얀마 민주화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미얀마 방문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2009년 8월 서거하자 집에 갇혀 있던 수치 여사는 조화를 보내 애끓는 마음을 전달했다. 나잉은 “일본의 식민지배, 군부독재 등 한국과 닮은 역사를 가진 버마 민주화 인사들은 한국 민주화를 이끈 김 전 대통령에 대해 특별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내쫓긴 2518명 중 23명 세상 등져… 해고자 “낙오된 느낌, 힘들다”

    “돈을 빌리고 또 빌리며 살아도 쌀독에 쌀이 떨어져 아이들에게 라면 먹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정치권의 (쌍용차) 부실 매각만 없었어도, 정부에서 제대로 지원만 했어도, 해고된 동료들의 투쟁방향만 올바랐어도…” 지난 8일 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 2팀 생산라인에서 목을 맨 류모(49)씨가 현장에 남긴 A4 6장 분량의 유서 중 일부분이다. 류씨는 동료의 발견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상태다. 류씨는 그나마 회사에서 해고되지 않고 생계를 이어가던 근로자였다. 일터에 남은 류씨조차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해고된 사람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지난 3년간 쌍용 자동차 해고자 노동자와 가족 등 23명이 세상을 등졌다. 23명 가운데 유서를 남긴 이는 한 명도 없다. 이들은 원망도, 분노도, 한탄도 남기지 않았다. 대체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10㎡(3평) 남짓한 천막에서 지난해 4월 5일부터 10일 현재 281일째 농성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쌍용차 해고 사망자 23명의 임시 분향소이자 살아남은 자들의 농성장이다. 해고자들은 이곳을 ‘도심 안의 섬’이라고 불렀다. 지난해 10월 서울광장에서는 가수 싸이의 무료 공연이 열렸다. 8만여명의 시민이 몰렸다. 쌍용차 농성촌까지 인파는 밀려들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농성촌은 관심 밖이었다. 최기민(42) 쌍용차 범대위 정책실장은 10일 “싸이 공연 날 ‘우리는 싸우면서 이렇게 죽어나가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가는구나’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한번만 관심 가져주면 쉽게 풀렸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크든 작든 국민이 기쁨을 나눠야 하는 날에 해고자들은 상대적 소외감을 느낀다. 사회에서 이탈된 느낌, 낙오된 느낌이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43) 쌍용차지부 대외협력부장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데다 해고의 고통을 가족들까지 함께 겪는 점이 가장 힘들다”면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해고된 자와 살아남은 자로 갈라져 서로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워졌다는 것도 큰 상처로 남았다”고 전했다. 이들이 살을 에는 추위를 무릅쓰고 농성을 계속하는 것은 부당한 정리해고에 따른 억울함을 풀기위해서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가장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2009년부터 공장 밖으로 내쫓긴 2518명에 대한 부당 해고다.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때에만 실시할 수 있다. 2005년 1월 쌍용차를 5900억원에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긴박한 경영 위기로 인한 부도 상황 등을 명분 삼아 2009년 정리해고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상하이차 측이 쌍용차의 기술을 취한 뒤 고의로 회사 부도를 내고 이를 위해 회계 조작은 물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는 의혹이 해고자들과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뒤 4년간 투자 한 푼 없이 차량 설계도 등 쌍용차 기술 대부분을 빼내갔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빈자의 등불’로 33년…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 신부

    [김문이 만난사람] ‘빈자의 등불’로 33년…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 신부

    희망찬 새해가 밝아도 한파는 계속되고 있다. 거리의 노숙인들은 얼마나 추울까. 쪽방촌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달동네 가족들은 따스한 온기라도 제대로 느끼며 살아갈까. 대체적으로 빈민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킬 수 없으며 사법 체제에 권리를 요구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올바른 사회적 장치와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다. 알다시피 도시 빈민은 경제 성장정책의 희생양으로 양산됐다. 주거권을 비롯해 고용, 의료, 교육 및 환경 등 여러 가지 구조적 모순에서 생겨났다. 가난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경제적 가난, 정신적 가난, 자발적 가난이다. 경제적 가난은 강요된 가난으로서 빈민, 또는 빈곤이라 한다. 정신적 가난은 청빈이라고 하고, 자발적 가난은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기 위한 투신이다. ‘빈민사목’이다. ‘빈민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가톨릭 사회 교리의 핵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천주교의 사회 빈민운동은 1980년대 초 서울 목동 철거민 사태로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72·본명 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는 우리나라에서 33년째 빈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발적 가난자’로서 도시 빈민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권리와 주장을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25살 때 한국에 와 청춘을 바쳤고 세월이 지나 70대의 할아버지가 됐다. 본격적인 빈민운동은 33년째이지만 한국에서의 47년 삶은 오롯이 가난한 자와 함께해 오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있는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사무실에서 안 신부를 만났다. 그는 강북구 삼양동 달동네에 살면서 일주일에 두 차례 이곳에 나와 재정 담당 일을 보고 있다. 그 외에는 삼양동 재개발 지역 주민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통을 같이 나누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의 허락으로 삼양동에 머무르면서 보좌 신부 노릇도 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직함은 ‘삼양 주민연대 대표’이지만 강북구 실업자사업단 주거복지센터 운영위원, 서울대교구 빈목사목위원 등 10여 가지 직함을 가지고 빈민을 위한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빈자의 등불’로 지난 보신각 제야의 타종 행사 때 시민대표 중 한 사람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여 먼저 제야의 타종 행사와 관련된 얘기부터 나왔다. 오랫동안 한국에 살아서인지 한국말은 비교적 능숙한 편이었다. 말쑥한 사제복이 아닌 편안한 평상복 차림이다.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다. “뉴질랜드에는 종이 없습니다. 처음 종을 쳤습니다. 종 치는 행사에 참석해 보니 아주 재미있더군요.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절에 여러 번 가보았습니다. 고요하면서도 깊은 느낌이 있어 좋습니다. 제가 정선에 있을 때 스님들과 많은 대화도 가졌지요. 불교는 좋은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오신날에는 제가 절에 가고 성탄일에는 스님들이 교회에 찾아오곤 하지요.” 틈틈이 시간 날 때 불국사 등 큰 절을 찾는 즐거움 또한 각별하다고 말한다. 이어 빈민운동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가 달동네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1년 서울 목동 성당 주임신부를 맡으면서였다. 목동 신시가지 계획이 발표되고 안양천변에 살던 사람들이 용역 깡패들에게 쫓겨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면서 매우 가슴 아파했다. 그래서 아무런 보상도 없이 쫓겨나는 철거민들을 위한 철거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철거민들에게 본당 건물 사용과 함께 물적·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000만원을 선뜻 기부해 100가구 정도의 목동 철거민들이 시흥시 목화마을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정신적 배경에는 자신의 첫 부임지인 강원도 삼척 사직동 성당에 있을 때 지학순 주교와의 만남이 있다. 그는 1966년 한국에서 뜻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처음 입국했다. 2년 뒤 당시 원주교구장이었던 지 주교는 안 신부를 가난한 탄광지대인 사직동 성당으로 파견했고 안 신부는 1년 동안 빈자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지 주교와 만나 정신적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정선 본당으로 옮겨 11년 동안 주임신부로 지내면서도 자주 만났다. 군사정권 시절 원주 시내의 주교좌 성당인 원동 성당 등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가며 열었던 시국 관련 기도회며, 미사 중 주교회의 선언문 발표 때면 어김없이 지 주교가 옆에 있었다. 정선 본당 시절을 잠시 회고하던 그는 30명이 100원씩 출연한 3000원으로 1973년 정선신협을 설립했고 지금은 4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농협이 있었지만 가난한 농민들이 대출을 받지 못해 치료비, 전기료, 아이들 교육비가 없어 고통받는 것을 보고 정선신협 설립을 결심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1975년 정선 주민들을 위한 성프란치스코 의원을 건립했다. 정선 본당도 그가 세운 성당이다. 초대 춘천교구장 구(具)토마스 주교가 미8군에서 얻어 쓰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헐고 교인 바자회와 교구청, 뉴질랜드 주교들의 도움을 받아 성당을 세웠다. 당시 그는 “교회는 세상 사람과 지역 주민 전체를 위한 도구나 제도, 조직이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그렇게 강원도 산골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그가 본격적으로 빈민운동에 눈을 돌린 것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1981년 안양천변의 목동 철거민 투쟁 때부터였다. 당시 목동 성당 앞은 거의 논밭이었다. 구로공단에서 흘러드는 폐수에 오염된 물로 길러낸 곡식으로 연명하는 철거민이 대다수였다. “철거민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주거권이란 말도, 보상이란 말도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지요. 저로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을 모금하고 종잣돈을 털어 그들이 살 만한 임시 시설이라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흥에 목화마을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5년 동안 목동 성당 주임신부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이후 그는 성신여대 입구 부근의 골롬반 신학원 원장을 6년간 맡는다. 이때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빈민 사목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뜻을 전했고 그의 진심이 받아들여져 곧바로 미아6동 달동네에 전셋방을 얻어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빈민운동은 순조롭지 않았다. 개발 바람이 불어 세 번이나 집에서 쫓겨났다. 미아7동, 정릉4동, 삼양동 등으로 집을 옮겨야 했다. 이때마다 달동네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철거반대 운동, 실직자 대책 마련 등에 앞장섰다. 또한 주거복지센터를 만들어 소액대출 운동을 함께 벌여 나갔다. 2000년에는 독거 노인과 새터민을 위한 봉사단체 ‘강북 자활센터’를 만들었다. “철거할 때면 대부분 용역 깡패들이 등장합니다. 그때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뭐하는 거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등의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집에 없을 때 우리 집에 불을 지른 적도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시 복지대상을 수상했고 10월에는 명예시민권을 얻었다. 내친김에 영주권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빈자의 등불로 한국에서 47년 동안 살아오는 동안 늦게나마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전화 기술자 아버지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3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집으로 배달되는 골롬반 선교지를 보며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에 입회했고 신학교를 졸업한 1966년 한국으로 온 그는 서울에서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다음 정선으로 향했다. 그에게 처음 입국 당시와 지금의 변화상을 물었다. “제가 한국에 처음 올 때에는 나라 전체가 가난했습니다. 서울 인구가 300만명에 불과하고 도시 전체가 전쟁의 후유증을 겪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생활 수준이 올라갔지만 오히려 빈부격차는 심화됐습니다. 재벌은 성장하고 맨 밑바닥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소외됐습니다. 재개발한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그런 일이 아주 많았지요. 세상은 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데 말이죠.” 세월이 지나 10년 전부터는 복지의 중요성이 정책적으로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도 복지시설이 취약하고 특히 노인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교육제도 또한 고쳐야 할 것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41년생 뱀띠”라고 웃으면서 올해는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또한 “빈자들은 나의 친구다. 함께 기쁨을 누리고 더 좋은 생활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왜 안광훈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느냐고 물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서울대 다니는 친구들을 사귀고 지냈는데 술자리에서 그들이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한국에서 활동한 선배가 ‘브레넌’이라는 성을 썼는데 그분이 ‘안’이라는 한국 성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안(安), 이름은 광훈(光薰)이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당시 친구들과 만납니다.(웃음)” 뉴질랜드에는 93살 된 노모가 요양원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며 잠시 고향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새해에는 빈자들을 향한 따스한 손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안광훈 신부는 1941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195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에 들어갔다. 1965년 시드니 신학대를 졸업하고 사제직을 받았다. 1966년 한국에 와 2년 동안 서울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1968년 원주교구 삼척 사직동 주임신부가 됐다. 1969~79년 정선 본당 주임신부로 활동했다. 1981년 서울 목동 성당 주임신부가 되면서 철거민들과 함께 투쟁했다. 1985~91년 골롬반 신학원 원장을 지냈다. 1992년 서울 강북구 미아5동 성당에 부임하면서 달동네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보신각 제야의 타종 행사 때 시민대표로 참석했다. 현재 삼양동 다세대 주택 전셋방에 살면서 도시 빈민을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삼양 주민연대 대표, 강북 주거복지센터 운영위원, 빈민사목위원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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