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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자부, 국가기록물 130만건 목록 공개

    행자부, 국가기록물 130만건 목록 공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투쟁에 대한 미국의 동향을 보고한 전문 등 중요 국가기록물이 공개됐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각 행정기관으로부터 이관받아 서고에 보관해 온 기록물 가운데 130만건을 중앙영구기록관리시스템(CAMS)에 등록했다고 25일 밝혔다. 행자부가 지난해 4월부터 12월 중순까지 23억원을 투입해 국가기록물 정리사업을 실시한 데 따른 것이다. 공공기관의 기록물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면 우선 서고에 보관된다. 보존 가치와 활용도, 생산 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CAMS에 등록된다. 정리사업으로 CAMS에 등록되기 전에는 일반인이 검색, 열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새로 등록된 기록물 가운데는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사건의 기록도 다수 포함됐다. 김 전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 시절인 1983년 단식투쟁을 벌였을 때 주미 대사관에서 국내로 보고한 미국 동향 등 외교 문건과 같은 해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후 한·미 양국의 대응 조처와 피해보상 문제를 담은 문서도 이번에 공개됐다. 이 밖에 국내 최초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탑재 소형위성인 과학기술위성 2호 개발사업 기본계획(2002년), 국보 306호 삼국유사 제3∼5권 문화재 지정관계철(2000년) 등도 공식 등록됐다. 지난해에 등록된 기록물 130만건의 목록은 국가기록원 누리집(www.archive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공개’로 분류된 기록물은 국가기록원 서울·부산·대전 기록관을 방문해 열람할 수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사설] 노동계 양대 지침 투쟁보다 무분별 적용 견제를

    정부가 이른바 ‘양대 지침’을 강행키로 하면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노동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주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한 ‘공정인사 지침’과 사내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한 ‘취업규칙 지침’을 전격 발표했다. 공정인사 지침은 업무 성과가 낮은 노동자 해고를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업규칙 지침은 임금피크제처럼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내규칙 변경 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 현행 규정을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의해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양대 지침을 노동계와 협의 없이 강행한 것이 타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 정부는 ‘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양대 지침에 대해 노동계와 충분히 협의해 확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양대 지침에 대한 정부의 협의 요청을 한국노총이 번번이 거절한데다가, 대내외적인 경제상황 악화와 함께 노동 개혁이 시급한 마당에 정부의 이번 결정을 탓할 수만은 없다. 양대 지침에 대해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엔 정부의 판단에 의해 시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공정인사 지침의 경우 노동계가 우려하는 ‘쉬운 해고’가 되지 않도록 몇 겹의 장치를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극히 예외적으로 업무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게다가 교육 훈련, 배치 전환 등 재도전 기회를 반드시 주고 그 이후에도 개선이 안 되면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양대 지침이 기업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를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불공정한 평가에 의해 직원을 해고하거나 제멋대로 사규를 바꿔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는 고용주가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사례가 없도록 철저한 근로 감독과 함께 꼼꼼한 교육과 홍보를 시행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노동계의 극단적인 반발이다. 당장 민노총이 오늘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고 한국노총도 29일 서울역에서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 및 상근간부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는 어제 민노총의 총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파업에 돌입하면 엄정한 대처에 나서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꼭 담화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급속히 가라앉는 현 시점에서 극단적인 파업은 피해야 한다. 양대 지침은 관련법 하위의 행정지침, 즉 가이드라인이다. 일단 공정하고 합법적으로 적용되는지 지켜본 뒤에 소송이든 파업이든 투쟁 방침을 정해도 늦지 않다.
  • [사설] 전교조, 판결 수용하고 다시 준법화 모색해야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소모적 저항은 끝을 모른다. 전교조는 그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패하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교조는 앞서 2013년 10월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받자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법정 투쟁에 나섰다. 1심에서 패소했지만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서울고법으로부터 받아 내기도 했다. 하지만 2심에서도 패소했다는 것은 노조라는 명칭조차 쓸 수 없는 법외노조 상태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법원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원인을 제거해 합법노조에 복귀하기보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받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애초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에 반발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없지 않다.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것도 해직 교원 9명이 전교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원노조법은 교원만 교원노조에 가입할 자격을 인정한다. 반면 일반 노조법은 산별노조 등 초기업별 노조의 경우 해직자와 실직자의 조합원 자격도 인정한다. 그런데 교원노조는 초기업별 노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서울고법이 교원노조법 관련 조항에 대한 전교조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수용한 것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28일 해당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그것도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8명이 합헌이라고 했다. 전교조는 헌재의 판단을 수용하는 것이 마땅했다. 2심 법원의 판결문에는 전교조가 출범 당시부터 관련 법 규정을 지킬 의지가 과연 있었는지조차 의심케 하는 대목도 보인다. ‘전교조는 1999년 문제의 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허위 규약으로 설립 신고를 했는데, 실제 규약을 제출했다면 고용부가 설립 신고를 반려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전교조는 고용부가 해직자 가입을 알고도 오랫동안 법적 지위를 인정했다고 강변하기도 했지만, 준법정신과는 거리가 먼 자신들의 실상만 드러낸 꼴이다. 출범 초기 전교조는 우리 교육 현장의 모순을 바로잡고 부조리를 타파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갈수록 초심은 간데없이 정치투쟁에 매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법적 판단을 묻고는 막상 판결이 나오면 불신을 표시하는 구시대적 행태도 이제는 버릴 때도 됐다. 지금 전교조가 해야 할 일은 준법노조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뿐이다.
  • [김남경의 예술마을]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

    [김남경의 예술마을]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제주시 한경면 중산간 지역 저지리. 이곳은 나무, 가시덤불, 용암 암석 등 자연의 생명체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며 삶을 향한 각축전을 벌이던 전쟁터였다. 가시덤불과 나무는 암석 위에 뿌리내리기 위해 치열하게 자기와의 싸움을 벌였다. 나무가 없는 곳에서는 덤불이 승리자였지만 나무뿌리가 암석을 움켜쥐고 튼튼히 뿌리내려 쑥쑥 자라면 나무가 승자가 됐다. 숲이 되어 해가 들어오지 않은 곳은 이끼와 고사리 등이 승자였다. 가시덤불은 살기 위해 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 가시덤불에 제 몸을 내어준 나무들은 영양분을 내주고 다시 거름이 되기도 했다. 돌 틈으로 스며든 빗물은 삼다수가 되어 생명체들을 살렸다. 그렇게 자연은 서로에게 내어주고 기대고 하면서 억겹의 세월 동안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 이곳이 바로 곶자왈. 곶은 숲, 자왈은 가시덤불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숲이 만든 수천, 수만년의 역사 속으로 인간이 들어왔다. 숲과 가시덤불, 암석밖에 없는 곳이라 농사도, 집도 지을 수 없었던 땅. 그때만 해도 인간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무로 숯을 만드는 것뿐이었다. 세월이 다시 흘러 이 숲에 길이 놓이고 골프장과 휴양리조트도 생겼다. 자연 훼손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좀더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며 나아갈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예술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때마침 서양화가 김흥수 화백이 제주에 자신의 그림을 기증했다. 미술관이 들어설 자리를 찾으면서 예술과 숲의 조화를 구상하는 작업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러 이제는 30여명의 예술가들이 그 숲에 둥지를 틀면서 마을이 되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제주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약 3만평(9만 9383㎡)에 걸쳐서 30여명의 예술가들이 머물고 있는 마을이다. 화가, 서예가, 음악가, 공예가, 건축가, 조각가, 만화가, 사진가 등 분야도 다양하다. 1000여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도 있고 어린이야외조각전시장도 있다. 각각의 건물 사이에는 숲이 살아갈 공간을 둬 자연과의 상생을 도모했다. 숲은 예술가 각자의 개성을 지켜주는 담벼락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숲과 예술의 공존을 위해 전기시설 등도 모두 땅속으로 묻었다. ●제주현대미술관이 마을 산책의 구심점 마을 산책의 구심점은 제주현대미술관이다. 미술관 본관 입구에 서면 철골로 만든 사람이 손을 내밀고 있다. 이 지역에서 예술의 역할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본관에는 서양화와 한국화를 접목시켜 조형주의를 탄생시킨 김흥수 화백의 특별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아트숍 등이 들어서 있다. 2월 12일까지 20세기 마지막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양철북’의 저자인 귄터 그라스의 삶과 예술을 엿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이 열린다. 여성의 누드를 독특하게 해석해 작품 세계로 삼은 김흥수 화가와 43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한 부인 장수현 화가의 러브 스토리를 알게 되면 미술관에 전시된 그의 작품들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분관에는 박광진 화백의 기증 작품이 특별 전시되어 있다. 부드러운 필치와 빛으로 제주의 풍광을 그린 작품들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분관과 이웃한 진갤러리는 박광진 화백이 소장한 근현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 주변으로는 어린이야외조각공원이 펼쳐져 있는데 상상 속의 동물들을 조형한 작품들이 푸른 잔디, 숲과 잘 어우러져 있다. 부엉이를 작품 모티브로 삼은 안윤모 작가의 특별 공간도 인상적이다. ●민이식·조수호 등 유명 작가 전시실 한눈에 미술관 관람이 끝나면 마을을 둘러볼 차례다. 차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걷기를 추천한다. 약 한 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어 산책하기 좋다. 미술관과 이웃해 문인화의 대가로 꼽히는 민이식 작가의 연고제, 서예가 조수호 작가의 탐묵헌, 서예가 조종숙 작가와 현병찬 작가의 작업실과 전시실 등이 위치해 있다. 조종숙 작가의 전시실 글오름집은 때때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공동으로 전시하는 전시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단색화로 한국의 추상미술을 이끌고 있는 화가 박서보와 독특한 그림으로 유명한 중국인 화가 펑정지에의 작업실도 나란히 위치해 있다. 이층 구조의 한옥이 돋보이는 선장헌은 ‘TV 진품명품’의 감정위원으로 알려진 양의숙씨 집이다. 독특한 건축 구조와 아기자기한 조각들이 놓여있는 정원이 인상적이다. 대부분 작가의 작업실은 밖에서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운이 좋으면 직접 안을 둘러볼 수도 있다. 가끔은 작업실을 개방하기도 한다. 갤러리 노리는 화가이자 큐레이터인 이명복과 아내 김은중 관장이 운영하는 갤러리로 언제나 열려 있다. 다양한 예술 전시가 활발하다. 카페까지 겸하고 있어 잠시 쉬어 가기도 좋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계속 진화 중이다. 올해 김창열도립미술관이 이곳에 문을 연다. 아울러 이 마을의 아쉬움으로 늘 지적되어 왔던 지역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군데서 돌아볼 수 있는 전시실도 갖춰질 예정이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가는 길:제주공항에서 차로 35분 걸린다. 주차장은 제주현대미술관 공용주차장(제주시 한경면 저지14길 35)을 이용한다. 710-7801. 한림읍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지만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다. 미술관 관람은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매주 수요일 휴관. →함께 가볼 곳:마을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웃한 환상숲곶자왈공원(772-2488)을 가보길 권한다. 전문 숲 해설가와 함께 숲을 돌아보며 나무와 가시덤불의 상생과 투쟁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만날 수 있다. 한겨울에 더욱 푸르고 비가 오면 더욱 진한 숲이 펼쳐진다. 마을 입구의 저지오름을 함께 올라도 좋다. 왕복 1시간이면 제주 서쪽 중산간 지역의 시원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저지오름 앞의 저지리문화회관을 중심으로 제주올레길 13, 14코스가 교차한다. 사진 명소로 소문난 성이시돌 목장도 차로 5분 거리다. 푸른 목장과 오름을 배경으로 목동들의 휴식처였던 ‘테시폰’(근현대기에 도입된 건축 양식의 하나)이 이국적으로 펼쳐진다. 겨울과 이른 봄이면 동백이 제철이니 카멜리아힐(792-0088)도 함께 돌아보기 좋다. →맛집:알동네집(772-3337)은 신선한 자투리 돼지고기(200g 1만 1000원)를 연탄불에 구워 강된장과 먹는다. 특히 점심엔 김치가 푹 익도록 끓여내는 김치찌개와 돌솥밥이 인기다.
  • 과학으로 인정받은 정신의학 200년 투쟁사

    과학으로 인정받은 정신의학 200년 투쟁사

    정신의학의 탄생/하지현 지음/해냄출판사/428쪽/1만 9800원 최근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적 증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신과 치료 병력이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치료제가 건강을 해친다는 등의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2014년 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한 글을 모은 이 책은 광기나 미신으로 치부됐던 정신의학이 과학으로 인정받기까지의 200년 투쟁사를 담고 있다. 책은 정신질환, 심리검사, 수면, 성문제 등 현대 정신의학이 포괄하는 영역을 살펴보는 데서 출발해 과학의 발전과 인권 의식의 성장이 정신의학에 미친 공헌을 돌아본다. ‘소통, 생각의 흐름’, ‘도시 심리학’ 등의 전작에서 사회 문제와 정신의학의 접점을 찾아온 저자는 정신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과정에서 제기된 논쟁을 총 6장에 걸쳐 담았다. 식이장애, 사회공포증 등 사회가 급변하면서 부각되는 현상이 치료의 대상인지 변화의 부산물인지, 인간이 타인에 의해 조정당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또 무의식의 발견을 통해 정신치료의 새 장을 연 정신분석학과 전기충격, 약물치료를 통해 뇌의 기능 이상으로 접근한 생물학적 치료와의 대립 등에 대해 살펴본다. 아울러 머리에 쇠 막대기가 꽂히는 사고를 겪은 피해자 게이지 덕분에 전두엽의 기능을 알 수 있었던 사건, 5년 동안 환자들의 뇌 조직 슬라이드를 정리해 치매의 존재를 밝힌 알츠하이머 등 정신의학의 흥미로운 이면을 담았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아시아의 힘(조 스터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프롬북스 펴냄) 폭락하는 중국 증시는 꺼져 가는 버블의 증거일까 아니면 극복 가능한 성장통일까. 중국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때 고속 성장했지만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빈곤해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고 일본, 한국과 같은 성숙 경제로 나아갈 것인가. 이 책은 비즈니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개발 경제학에서 중요한 두 가지 질문, 즉 일본, 한국, 중국 같은 국가는 어떻게 고도성장을 했는가와 왜 다른 나라들은 그런 성장이 드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며 동북아시아 성장의 승패를 좌우한 요인을 파악하고 전략을 제시한다. 504쪽. 2만 3000원. 법륜 스님의 행복(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나무의 마음 펴냄)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행복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쁘게 살아간다. 열심히 살지만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행복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며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오늘 우리가 사는 방식과 가치관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 보자고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금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면서도 타인을 억누르지 않고, 경쟁에서 지면서도 패배감 없이 사는 비결을 소개한다. 280쪽. 1만 4000원. 몸은 기억한다(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분야를 30년 이상 연구한 미국의 의학 박사가 쓴 트라우마 안내서다. 트라우마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그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멈춰 과거의 일을 반복해 경험한다. 트라우마의 후유증은 정신뿐 아니라 몸에까지 비극적 경험의 상흔을 남긴다. 몸이 그 상처를 기억해서 반응하는 것이다. 책은 PTSD라는 진단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치료법의 발달, 트라우마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소개한다. 책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이들을 품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며 마음을 여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660쪽. 2만 2000원. 량치차오 평전(셰시장 지음, 김영문 옮김, 글항아리 펴냄) 중국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 초기 계몽 사상가인 량치차오(梁啓超)에 관한 1000쪽이 넘는 평전이다. 중국어 원문 70만자·한글 번역 130만자에 달하는, 지금까지 출판된 량치차오 전기 중 가장 두껍다. 량치차오는 계몽적 잡지 발행, 신사상 소개 등과 같은 혁신운동과 법을 통해 부국강병을 모색한다는 의미의 ‘변법자강운동’을 주창해 중국 개화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반대로 혁명을 지연시켜 역사의 전진을 반대한 ‘반동 인물’이라는 혹평도 뒤따른다. 저자는 책에서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으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절 지식인으로서 량치차오가 겪은 고뇌와 발자취, 이 과정에서 맺은 대표적 인물들과의 교류를 촘촘하게 엮어냈다. 1304쪽. 5만 4000원. 산척, 조선의 사냥꾼(이희근 지음, 따비 펴냄) 영화 ‘대호’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호랑이 사냥꾼의 활약상을 그린 책. ‘산척’이라 불리던 이들은 뛰어난 무예 솜씨로 백성들의 파수꾼 역할을 도맡았으며 임진왜란 같은 큰 전란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임진년 왜군의 침략에 속수무책 패하기만 할 때 거창 우현전투에서 왜군을 물리친 의병이 바로 이들이 주축이 된 부대였다 .책은 우리 역사와 기억 속에서 사라진 산척의 흔적을 하나씩 찾아나가면서 조선시대 일상과 군사 제도, 임진왜란 등 국가적 환란과 구한말 의병 투쟁의 모습 등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232쪽. 1만 3000원.
  • [정부 양대 지침 발표] 저성과자는 ‘패자부활’ 기회… 성실한 근로자는 고용 안정

    [정부 양대 지침 발표] 저성과자는 ‘패자부활’ 기회… 성실한 근로자는 고용 안정

    고용노동부가 22일 발표한 공정인사·취업규칙 지침은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고용 한파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이루는 데 목적을 뒀다.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신규 채용 여력이 둔화되고, 그 피해가 청년층과 비정규직·중소기업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다. 올해 정년 60세를 시행하면서 장기근속자가 명예퇴직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고용부는 두 지침을 통해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기업들이 직접 정규직을 채용해 비정규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청년 일자리 창출과 대다수 성실한 근로자에 대한 고용 안전 장치 역할 등 1석 4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을 통해 저성과자 해고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했다. 지난달 30일 내놓은 지침 초안과 궤를 같이한다. ▲공정한 평가 ▲재교육 ▲배치 전환 ▲성과 개선이 없을 경우 해고 등 4단계로 이뤄졌다. 평가 기준은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 등이 참여해 마련해야 한다. 고용부는 명확한 해고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연간 1만 3000여건에 이르는 부당 해고 구제 신청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규칙 지침에는 임금피크제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현재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게 돼 있는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변경 효력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은 ▲근로자 불이익 정도 ▲사용자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동조합 협의 여부 ▲국내 일반적 상황 등이다. 취업규칙 변경 승인은 관할 지방노동관서에서 하게 된다. 고용부는 오는 25일 전국 47개 기관장 회의를 열어 이번 지침을 시달한다. 또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임금직무혁신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우수 사례를 발굴해 보급하기로 했다. 지역별로 노사 전문가와 지방관서가 참여하는 서포터스도 구성해 지원한다. 노동계는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23일 서울에서 대규모 총파업 선포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국노총도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2대 지침 폐기와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 단위 노조 대표자 및 상근간부 결의대회’를 여는 등 대정부 투쟁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지침을 현장에 적용할 경우 곧바로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한 법률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법률적 근거도 없이 기업주에게 해고 면허증과 임금·근로조건 개악 자격증을 내준 것”이라면서 “산하 조직에 지침을 거부하도록 해 무력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들을 기억해 주세요] 종로署에 폭탄 던진 김상옥 의사

    [이들을 기억해 주세요] 종로署에 폭탄 던진 김상옥 의사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 기관이었던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김상옥 의사의 의거를 기리는 기념식이 22일 오전 11시 서울 효제초등학교에서 열린다고 국가보훈처가 21일 밝혔다. 효제초등학교는 김 의사의 출신 학교다. 김 의사는 1919년 비밀결사조직인 ‘혁신단’을 조직하고 ‘혁신공보’를 발행해 민족의 독립정신을 고취했다. 1920년 김 의사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시정부 요인들과 교류하며 의열단에 가입해 무력을 사용하는 의혈투쟁을 준비했고, 1923년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져 여러 명을 다치게 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中 주변국 親美벨트… 남은 단추는 베트남?

    中 주변국 親美벨트… 남은 단추는 베트남?

    미국과 중국이 21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베트남 공산당의 제12차 전당대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가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에 오르냐에 따라 베트남이 기존의 친중국 노선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친미국 노선으로 선회하느냐가 갈리기 때문이다. 베트남 공산당은 ‘국부’ 호찌민 사후 지도자들이 권력을 분점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 비교적 안정적인 통치력을 보여왔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공산당 노선 유지를 주장하는 친중 보수파와 자유민주주의 요소를 받아들이려는 친미 개혁파 간 갈등이 깊어졌다. 전당대회 수개월 전에 서기장과 총리 등이 미리 결정되던 관례가 깨진 것만 봐도 권력 투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AFP 통신은 “각종 루머와 문건들이 인터넷에서 난무해 국영 매체가 국민에게 문건은 ‘독약’이라며 읽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력 투쟁의 핵심 인물은 친중 보수파 응우옌푸쫑 현 서기장과 친미 개혁파 응우옌떤중 총리이다. 베트남은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분점하지만, 내정을 책임지는 총리의 권한이 서기장에 버금간다. 쫑 서기장의 연임이 좀더 유력하지만, 중 총리의 막판 뒤집기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둘 중 한 명이 28일 서기장으로 선출되면 자기 파벌 인사를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에 내정하고 오는 5월 열리는 형식적인 총선에서 이들을 추인할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 전당대회에 가장 민감한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양국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특히 중 총리에게 주목하고 있다. 중 총리는 미국과의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이끌 정도로 미국과의 관계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중 총리는 2014년 중국이 남중국해 호앙사 군도에 석유시추선을 설치했을 때 해안경비대를 보내 무력 충돌까지 불사한 대중 강경파이다. 중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개혁의 근본 목적은 미국과 같은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집권하면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을 ‘베트남 민주공화국’으로 바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전당대회 와중에도 베트남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 총리 세력이 여전히 힘을 갖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내심 중 총리를 응원한다. 그가 서기장에 오르면 중국의 핵심 주변국인 미얀마, 대만, 베트남의 최고 권력자가 모두 친미파로 채워져 ‘중국 봉쇄’ 전략이 수월해진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친중 집권당을 몰락시켰고, 대만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은 이달 총통 선거에서 친중 국민당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인재영입·험지차출로 후보 홍보, 균등 기회 보장 선거운동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무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직무유기 상태에서의 선거를 거부한다.” 선거구 획정을 촉구하는 단식투쟁 중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세종시 고진광(59·무소속) 예비후보는 “선거구 미획정으로 신진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인재 영입’ ‘험지 차출’ 등의 정치 이벤트로 특정 후보를 언론에 노출시키는 행태를 선관위는 방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이런 상황이 ‘균등한 기회가 보장된 선거운동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내용의 질의서를 선관위원장에게 보냈다. 고 예비후보는 지난 4일에도 ‘선거구 미획정 상태에서의 선거운동은 분명 불법임에도 예비 선거운동 단속 보류를 결정한 선관위가 진정한 선거 단속 기관이 될 수 있는가’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선거구 부존재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등을 금지하는 것을 공직선거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법에 따른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까지 위법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다시 공개 질의한 것이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로 활동하는 등 40여년을 시민운동에 몸담은 고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 총선 출마를 선언한 뒤 12월 31일 서울 중앙지검에 300명의 국회의원 전원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지난 12일부터는 검찰 수사와 선거구 획정을 촉구하는 단식투쟁을 벌이다 15일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설] 파국 맞은 노사정, 그래도 노동개혁 포기는 안 돼

    지금 우리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진 마당에 중국발(發) 경제 위기마저 목을 죄어 온다. 자칫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국민은 피부로 느낀다. 각 경제주체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도 극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우리 경제의 실상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딴판으로 돌아간다. 주지하다시피 노사정 대타협이 그제 한국노총의 파기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없었던 일이 됐다. 여기에 정부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의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지침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전경련대로 한국노총을 비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중장기적 검토를 표명한 기간제법까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노사정 3자가 뿔뿔이 흩어져 각기 제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꼴이나 다름없다. 노사정 대타협은 지난해 9월 합의 당시 ‘역사적’이라는 수사가 동원될 만큼 위기 국면에 진입한 한국 경제를 조금이나마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럼에도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타협 파기 및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나아가 한국노총은 4월 총선에서 서울과 수도권 여당 후보를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민생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삼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12월 이후 수없이 많은 정부의 협의 요청을 한결같이 거부했다는 것도 도무지 수긍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고용노동부가 한국노총의 파기 선언 당일 기다렸다는 듯 양대 지침의 강행 추진 의사를 밝힌 것도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자칫 대화 포기 의사로 읽힐 경우 앞으로의 노동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 대타협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의결돼 법적 효력이 있는 만큼 한국노총의 일방적 파기 선언이 유효하지 않다는 정부 입장은 존중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행정 지침인 양대 지침은 고용부가 자체적으로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사실도 노동계는 알아야 한다. 노사정위를 박차고 나가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 식의 정치투쟁으로 일관했을 때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으리라는 것은 노동운동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와 경영계도 노사정의 한 축(軸)이라도 지지를 보내지 않는 노동개혁이라면 애초 기대한 성과를 제대로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노동계 설득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노동개혁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두고 타협하는 정부란 없다. ‘청년 고용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는 마당에 대타협 파기 선언이 과연 노동자 전체의 의사에 따라 내린 결론인지 한국노총은 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산업 현장의 일반 근로자를 상대로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촉구에 노사정 모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정부도 조급함을 버리라는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 전경련 “비정규직 열망 한노총이 배신”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불참을 공식 선언한 19일 재계는 당혹감과 우려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 11일 한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사전 경고했지만, 재계는 파국은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놓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한노총의 탈퇴 발표 직후 낸 성명에서 “청년들의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고 뜻을 함께했던 당사자가 합의문 서명 뒤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대타협을 없던 것으로 되돌렸다”며 노사정위 파열의 책임을 한노총 측에 돌렸다. 이어 “경영계는 지금이라도 한노총이 사회적 책무를 바탕으로 대타협 파기 선언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1일 한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시사에 대해 경총이 “사회적 대화를 이익 추구의 도구로 생각하는 구태”라고 맹비난한 데 비해 표현은 누그러졌지만, 경제 5단체가 ‘노동개혁 관련 입법 촉구 1000만명 서명운동’을 주도하며 이미 실력 행사에 돌입한 상태다. 서명운동으로 세를 모으려는 재계 대 장외투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노동계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입장은 한층 강경해졌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복지팀장은 “노동개혁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취업준비생의 열망을 한노총이 배신했다”고 주장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동개혁 5대 법안 중 중장기적 검토를 시사한 근로기준법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근로시간 단축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은 시간을 두고 고용보험법, 파견법, 기간제법, 산재보험법 등 4개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던 대통령 담화를 수용했던 기존 입장에서 5개 법안 일괄 처리 주장으로 선회한 셈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혁신과 규제의 숙명

    [박형주 세상 속 수학] 혁신과 규제의 숙명

    영화 ‘인턴’에서 여주인공 앤 해서웨이가 술을 곁들인 식사를 마치고는 자신의 운전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에게 운전 걱정을 하지 말라며 말한다. “나 오늘 우버할 거예요.”(I am ubering tonight) 회사 이름이 동사로 쓰일 만큼 사회 신드롬이 된 것이다. 문화적 충격과 함께 등장한 신조어들은 사회의 변화와 진전에 대한 단초를 준다. 현대인의 일상어가 된 비트(bit)라는 단어도 유사하다. 미국의 수학자이자 전기공학자인 클로드 섀넌이 1948년 ‘통신의 수학적 이론’이라는 논문을 쓰면서 처음 사용한 단어다. 이 유명한 논문에서 통신의 오류를 자동 교정하는 수학적 이론이 제안됐는데, 여기서 이진법 자릿수(binary digit)의 줄임말로 비트가 등장했다. 이제는 20세기가 디지털 시대로 이전했음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우버의 문화적 영향력이 계속 갈지 아직은 속단하기 힘들다. 콜택시 서비스와 유사한 우버가 뭐가 특별해서 이렇게 거창하게 된 걸까? 장년층에게는 생소하기도 한 이 미국 회사의 기업 가치는 이제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포드자동차나 제너럴모터스(GM)보다 커져 버렸다. 과대 포장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게 쉬웠을 리 없다. 조금 들여다보면 우버의 성장 과정은 줄기차게 죄어 오는 각종 규제와의 투쟁으로 점철돼 있다. 우버택시는 자가용 영업의 불법성으로 인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영업이 금지됐다. 네덜란드에서는 택시 기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우버 기사가 될 수 있다. 아마존이 드론으로 배송한다고 하는데 테러 위협이나 사생활 침해에 민감한 미국에서 온갖 규제가 이를 막으려 했을 것임은 필연이다. 우리나라처럼 안보 리스크까지 있는 경우라면 이건 넘사벽이 된다. 구글은 샌프란스시코 인근에서 무인자동차의 도로 주행시험을 하면서 상당한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다. 도로 주행 신청서를 내자마자 미래에 대한 혜안으로 가득한 시정부가 잘해 보라는 덕담과 함께 즉시 승인해 주었을까? 파괴적 혁신가들은 도처에서 규제와 싸우며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든다. 넷플릭스나 에어 비엔비 같은 회사들은 빅데이터에 기반해 수요자와 직접 연결되는 온디맨드 사업 구조를 가졌으니 중복되는 영역의 기존 사업자들과의 갈등 구조는 태생적이다. 그래서 혁신과 규제의 대립은 숙명적이다. 우리나라에 진출을 시도한 우버는 택시영업 허가 없이 운전기사를 모집해 유사 택시영업 단속 대상이 됐고 거의 공중분해 됐다. 얼마 전엔 중고차 매매업을 규제하는 새 법안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문 닫게 했다고 시끌벅적했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열정과 대안을 갖춘 혁신은 규제와의 투쟁에서 이길 것이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만성적 승차거부 등의 문제가 여전한 우리나라에서 강력한 차량 공유 모델의 등장을 어찌 피할 것인가. 무인자동차는 빅데이터 방식의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터라 산업수학의 영역으로도 여겨진다. 우버가 대규모 투자 중인데, 무인 택시로 아예 규제의 끝을 넘어가려는 모양이다. 오래된 것과 옳은 것을 동일시하거나 그 반대로 새로운 것은 모두 긍정적인 것으로 여기기도 했던 우리는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 걸까.
  • [열린세상]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열린세상]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이솝우화로 널리 알려진 이솝은 BC 6세기 그리스의 노예였다. 어느 날 주인이 목욕을 하려고 그에게 공중 목욕탕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게 했다. 목욕탕으로 간 이솝은 그 앞에 박혀 있는 돌부리에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걸려 넘어질 뻔하는 것을 보게 됐다. 넘어지고 발을 다쳐 욕을 퍼부으면서도 누구 하나 돌부리를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돌부리를 단숨에 뽑아 내고는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솝은 사람 수를 헤아려 보지도 않고 집에 돌아와 주인에게 목욕탕에는 한 사람밖에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목욕하러 간 주인은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이솝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책망했다. 그러나 이솝은 돌부리를 치운 그 한 사람만이 자기 눈에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보였다고 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제헌 헌법 이래 한결같이 지켜 온 ‘민주공화국’은 국가 형태에 관한 우리 헌법의 근본 정신이다. 2005년 헌법재판관으로 부임한 다음 왜 우리 국민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 형태를 채택했을까, 더욱이 영어로는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Republic of Korea)라고 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민주국가에 관해 배우고 익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국가 의사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가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국가라는 평판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화국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부닥치게 된다. 단순히 군주국가가 아니라는 의미에 그치고 마는 것일까. 그런 의미라면 국민주권이 확립된 오늘날 민주국가라고만 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정부 수립 이후 우리 국민은 자유와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국가의 강제와 간섭을 거부한다는 개념으로서만 자유와 권리를 파악하게 됐다. 그 결과 공동체보다는 개인이나 집단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유를 인식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념적으로 진보와 보수, 계층적으로 부자와 빈자 또는 자본가와 노동자, 지역적으로 서울과 지방 그리고 각 지역으로 나뉘어 국가의 공적인 과제뿐만 아니라 사적인 사안을 두고도 대립과 갈등을 빚으면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화국이란 공공의 것이라는 라틴어 레스 퍼블리카(res publica)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개인이 공동체 이전에 존재한다는 자유주의와 달리 공화주의에서는 개인이 공동체와 함께 존재하므로 처음부터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유와 권리는 조화,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이루어 한반도에서 삶을 이루어 가는 목적은 국민 개개인의 삶을 보장하면서도 국민이 만든 공동체의 존속과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 안에서 태어나 삶을 이루어 가는 국민 개개인에게는 공동선을 지향하고 시민적 덕성을 갖추는 게 요청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총선의 해에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국정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실망감 때문에 정치적 무관심 속에 투표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공화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공동체 의식과 공동선은 구성원의 참여와 토론을 통해 발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성원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과 참여가 필요한 까닭이다. 그리고 공동선과 시민적 덕성은 행정부 등 국가기관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도록 제도와 절차를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할 것이다. 9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엊그제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재해예방 대책은 한 가닥 빛이 되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모든 국민이 공동체의 과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민적 덕성을 갖추어 이솝의 눈에 사람다운 사람으로 비춰지는 그 한 사람이 되고, 이 땅에 공화국이 이루어지는 꿈을 꾸어 본다.
  • [기고] 위안부 합의는 ‘절박함’에서 나왔다/김계춘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지도신부

    [기고] 위안부 합의는 ‘절박함’에서 나왔다/김계춘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지도신부

    위안부 할머니들은 어린 나이에 성적 노예로 전락해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당했다. 또한 전쟁 중에 많은 고난을 겪으며 한이 맺혔다. 상실된 사랑은 인간의 사랑으로만 치유된다. 그러므로 가해자들의 사죄와 아울러 우리도 그분들에게 사랑 어린 위로와 도움을 베풀어야 한다. 일본은 과거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가려 했으나 국제적 압력과 한국의 끈질긴 사과 요구에 드디어 지금까지보다 진일보한 국가적인 공개 사과를 했다. ‘아베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와 반성’을 약속함과 동시에 ‘민간기금이 아닌 일본 정부 예산에 의한 상처 치유 노력’ 등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과거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예로부터 어느 한쪽만 100% 만족하는 협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쪽 모두 어느 정도의 불만을 감수하고 최선책 아니면 차선책을 택하는 것이 외교다. 이번 한·일 위안부 회담도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지만 국제적 안보환경과 경제문제, 한국과 일본의 선의의 국민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 생전에 해결해야 할 절박함 때문에 이 정도의 합의를 본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 가야 하겠는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뜰 때까지 논쟁만 벌여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 아직 살아 있는 할머니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부족한 면은 우리가 채워 드리고 위로해 드려야 할 것이다. 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그나마 국익을 위해 상당한 결실을 거두며 합의한 내용에 딴지를 거는 것은 무책임하며 할머니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권 사각지대인 북한 공산정권은 한·일 양국의 합의를 정치적 흥정의 산물이라고 선동하며 분란을 일으키지만 본시 나라 간에는 정치적 흥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대부분 정의구현 사제들로 구성돼 있음)가 정치인들과는 달리 할머니들의 억울함을 치유하며 위로해 드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분란을 일으키고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기 짝이 없다. 정평위의 성명은 반대만 일삼는 정치인의 편에 서서 이번 협상에 억울하지만 찬동한 할머니들을 선동해 반대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정평위가 과연 그동안 할머니들을 얼마나 방문하면서 도움을 드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는가. 교회가 언제부터 정치적인 투쟁에 목을 매고 이성적 토론과 하느님의 자비는 도외시하고 일부 정치 세력의 편향된 의견에 경도돼 하느님을 팔게 됐는가. 세상에서는 완전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세상이 완성될 때까지는 미흡한 것이 있기 마련이므로 저세상에 이르러야 완전한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현세의 정치 문제에서 완전한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미련함의 소치다. 정평위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평화를 가져오기보다 교회와 나라에 분란을 일으키고 서로 미워하도록 만들었다. 세속 정치 문제는 평신도들이 더 잘 알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위원회의 이름이 뜻하듯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 [시론] 올해의 키워드는 ‘스토리두잉’/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시론] 올해의 키워드는 ‘스토리두잉’/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나는 강연 때마다 지금의 학교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앞으로 적어도 5년 이내에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가 셋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물론 이 예측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하곤 했다. 이미 강남 부자들은 다섯 사람이 뭉쳐 고액의 자금으로 아이들에게 ‘플립러닝’을 시킨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현재 학교에서도 도입되고 있는 ‘거꾸로 학습’이라고도 불리는 이 학습법은 아이들이 인터넷 무료 강의나 책을 미리 읽고 와서 토론하는 방식이다. ‘플립러닝’은 사교육 시장에도 진출했다. 수학 교육을 하는 한 업체는 35개의 프랜차이즈를 두고 성업 중이다. 아이들이 ‘강의’를 할 때 칠판에 쓴 글과 강의하는 말을 곧바로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 사적인 경험을 정량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리고 ‘함께 읽기’ 모임을 통해 토론하는 일반인들도 국경을 넘나드는 온라인 독서 토론을 즐기는 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정보기술(IT) 혁명 때문이다. 이제 클릭 하나로 인류가 생산한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2030년이면 3일마다 정보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난다지만 이미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밑줄 쫙’ 하며 암기만 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일에만 몰두하다가는 곧바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제 인간은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마다 그 지식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연결해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시대 출판의 본질이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나는 올해 출판 트렌드로 ‘스토리두잉’(Story Doing)을 선정했다. 지난 몇 년간 스토리텔링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가 정보 송수신의 제왕이 된 다음부터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쌍방향 소통을 지향하는 ‘체험형 콘텐츠’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기업의 마케터들이 자사의 브랜드 스토리에 어떻게 사용자의 참가를 유도하고 체험하게 하는가를 주요 과제로 삼은 것도 꽤 오래됐다. 최근 출판시장에서도 체험형 콘텐츠인 ‘컬러링북’이 인기를 얻고 있다. 나는 ‘Story Doing’의 각 음절에 맞는 10가지 키워드를 다시 선정했다. 나눔과 공유를 추구하는 셰어링(Sharing), 손의 참여를 부르는 테이크파트(Take part), 극한의 감각적 즐거움을 꾀하는 오르가슴(Orgasm),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루트프로블럼(Root-problem), 개인의 투쟁이나 역사의 공방을 뜻하는 옐(Yell), 개인이 자신의 자리를 찾으며 진정한 삶을 발견하고자 하는 디텍트(Detect),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온스테이지(Onstage), 상대의 의도를 꿰뚫고자 하는 인텐션(Intention), 짧게 나누어진 콘텐츠가 유행하는 나노(Nano), 서로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대세가 되는 그리드(Grid) 등이다. 최근 몇 년간 극도로 불안해진 개인은 성석제 장편소설 ‘투명인간’의 주인공 만수나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 등 가족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자식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추억하며 위안받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바닥을 친 인생이 땅굴을 파고 지하로 숨어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이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정보기술은 인간의 가치를 한없이 추락시켰다. 앱(에플리케이션) 하나가 수천만 명, 심지어 수억 명의 일자리를 한순간에 날려 버리는 세상이다. 무인 전기자율자동차나 드론이 상용화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사물들마저 네트워크를 이뤄 인간이 할 일을 대신 해 주다 보니 인간의 진정한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운 세상이다. 하지만 인류 5000년의 역사에서 인간이 기술에 종속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순간 놀랍게 발달한 기술에 넋이 나간 적이 수없이 있었지만 결국 인간은 기술을 이용해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왔다. 그런 면에서 2016년은 기술에 한없이 밀리던 인간이 다시 기지개를 켜며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자 하는 의욕을 분출하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열린세상] 새해의 한국 경제, 어떻게 할 것인가/강태혁 한경대 교수

    [열린세상] 새해의 한국 경제, 어떻게 할 것인가/강태혁 한경대 교수

    지성인 집단이라는 대학교수들은 지난해를 가리켜 혼용무도(昏庸無道)라고 했단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무질서 속에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는 말이다. 실제 한창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할 5월부터 한국 경제는 연타를 맞았다. 예상치 못한 중동호흡기증후군이 범인이었다. 연이어 부패 고리에 연루된 정치권 스캔들이 터지고, 여권 내부 불협화음은 배신의 정치와 진실한 사람 공방으로 한 해를 허송했다. 야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집안싸움은 계속됐고, 발목 잡기나 하면서 해를 보냈다. 문인들과 대학교수까지 가세해 반지성적인 표절 시비로 몸살을 앓았다. 기성세대의 무책임·무절제한 탐욕으로 빚어진 혼돈 속에 사회는 갑과 을로 고착화되고, 기성세대의 갑질에 미래세대의 꿈은 무너져 내렸다. 연이은 정쟁은 내일을 예측할 수 없게 했고,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을 걸고 경제활동에 나설 사람은 없었다. 정부는 해외 경제 여건을 탓하고 여의도를 원망했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계 평균 수준의 성장, 안정된 물가, 아직은 괜찮은 재정수지 등 외형적인 거시지표가 그만하면 됐다고 자족했다. 그런데 정치사회적 난기류 속에 2015년 경제성적표는 빈한했다. 3% 성장은 달성해 보겠다는 의욕으로 추경까지 동원했지만 “혹시?”는“역시!”로 그치고 말았다. 경제성장률 2.7%(예상). 연이은 뒷걸음질로 수출강국의 체면은 구겨진 지 오래고, 수출입 1조 달러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수출액 증가율 -7.9%(잠정). 수출 둔화에 대비해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말은 끝내 구두선에 그치고, 수출도 내수도 안 되니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투적 노조의 일자리 보전 투쟁과 맞물려 제도권 밖의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겉돌고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다. 청년실업률 10%(6월). 여도 야도 언필칭 민생을 외쳤지만, 서민 경제는 시름시름 앓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주택담보대출, 대학생 학비 지원이라는 등록금 융자 등 저금리에 맛들인 빚잔치에 가계부채는 늘어만 갔다. 가계부채 1200조원, 국민소득의 80%. 이제야 알았다는 듯 정부는 대출 규제를 조자룡의 헌 칼처럼 휘두르고 있다. 바야흐로 미국의 금리 인상 파고가 태평양을 건너오면 가계부채는 대규모 금융부실로 이어질 시한폭탄이 됐다. 한반도 반쪽은 2015년을 그렇게 보냈다. 경제가 어렵기는 이웃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본은 세계 열강을 꿈꾸고 있다. 강한 일본, 강한 경제, 풍요로운 국가를 건설한다는 아베노믹스에 안간힘이다. 잃어버린 20년을 회복하기 위한 재생의 10년 계획 달성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 않은가. 대륙 중국의 힘은 더이상 물량 공세나 인해전술만이 아니다. 최첨단 기술제품을 최저 가격으로 우후죽순 출시해 우리 시장을 빼앗고, 13억 시장을 무기로 신생 부호가 속속 국제무대에 깜짝 등장해 지구인을 놀라게 한다. 한때 아시아의 네 호랑이 중 하나였던 한국이 언제부턴가 두 거대 골리앗 사이에 낀 다윗의 형국이다. 두 공룡의 가쁜 숨소리에 동북아는 소용돌이 조류에 휩싸이고 일엽편주 한국호는 지금 항로를 못 찾고 있는 것 아닌가? 잘나가던 고성장의 달콤한 미몽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정치 계절을 앞두고 벌이는 네 탓 공방이나 에멜무지로 던지는 허황한 풍선 공약에 도취해 있을 계제가 아니다. 올해를 또 그렇게 보낼 것인가. 새로운 경제 생태계 조성이 급하다. 저성장 시대의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새 물길을 찾아 경제체질을 강인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 그래야 큰물을 만나도 위축됨 없이 뛰어들 수 있지 않겠나. 가능성에 도전하는 기업에 기회의 문을 활짝 개방하고, 둥지를 갓 털고 나온 스타트업도 힘껏 활갯짓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좋은 시절 벌어 놓은 곳간 알곡 빼먹을 궁리나 하는 기업인이나, 피와 나락을 구분하지 않고 손쉬운 돈벌이만 탐하는 기업은 도태돼야 한다. 경제 생태계가 건강해야 창업도 되고 일자리도 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5년도 한국의 경쟁력이 26위라고 했다. 해마다 뒷걸음질이다. 올해 새로 출범하는 20대 국회에 희망을 품어 본다.
  •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변인에 도종환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변인에 도종환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신임 대변인에 시인이자 비례대표인 도종환 의원을 임명했다.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록 전 수석대변인의 후임으로 도 의원이 임명됐다고 밝혔다.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김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이제 지역구민들께 더 충실하고 민생현장에 매진하고자 한다”며 대변인직을 사퇴한 바 있다.시인으로 잘 알려진 도 의원은 지난해 당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역사교과서 저지 투쟁 선봉에 섰고 2014년 6·4지방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숙청설’ 北 최룡해, 3개원 만에 공개 활동… “‘당 비서’ 복권됐나?”

    ‘숙청설’ 北 최룡해, 3개원 만에 공개 활동… “‘당 비서’ 복권됐나?”

    한동안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숙청설’에 휩싸였던 북한 최룡해가 ‘당 비서’ 직함으로 석 달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창립 70돌 경축행사 대표증 수여’ 행사 소식을 전하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최룡해 동지가 연설하였다”고 15일 보도했다. 통신은 최 당비서가 연설에서 “언제나 청년사업에 깊은 관심을 돌리고 계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경축행사 대표들에게 베풀어 주신 크나큰 은정에 대하여 언급하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가 “경축행사 대표들이 수소탄 시험의 대성공으로 반만년 민족사에 특기할 역사적 사변을 안아온 끝없는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올해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기 위한 투쟁에서 영웅조선청년들의 불굴의 기개와 혁명적 의지를 남김없이 과시할 데 대해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2인자로 군림했던 최룡해 비서는 지난해 10월 전국도대항군중체육대회에 참석하고 노동신문에 기고한 뒤 11월 8일 발표된 리을설 인민군 원수 장의위원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신변이상설’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같은 달 24일 최 비서가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의 토사 붕괴 사고에 책임을 지고 11월 초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 김양건 노동당 비서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다시 포함되면서 복권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김 비서의 장례식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새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에 연이어 불참해 신변에 대한 상황을 놓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政 “노동개혁·양대 지침 일반 근로자 여론조사 실시 검토”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탄’ 선언으로 노정(政)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한노총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탈퇴 선언 시 노총에 속하지 않은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의 ‘대국민 여론조사’를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노총은 지난 11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산별노조 간 격론을 벌인 끝에 정부에 양대 지침 초안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정부 반응을 본 뒤 오는 19일 대타협 파기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노총에 협의 요청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양대 지침 재검토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아 합의 파기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노총이 내주 노사정위를 탈퇴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대타협 파기 선언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사정 대타협은 합의 주체 일방이 임의로 파기 선언을 한다고 해서 무효화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노사정위원회법에 의거해 위원 10명의 서명을 받아 의결한 것으로 파기는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 담화 뒤 기자회견에서 “노사정 대타협은 국민에 대한 엄연한 약속”이라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이행돼야 하고 한쪽이 파기(선언을) 해도 파기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타협 주체인 한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강행할 경우 정부가 이른 시일 안에 독자적으로 양대 지침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또 중간지점, 즉 양대 노총에 가입돼 있지 않은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노동개혁과 양대 지침에 대한 의견을 직접 묻는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상급단체에 속하지 않는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근로자들의 목소리도 담아야 한다”면서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노동계와의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주말을 포함해 내주 초까지 최대한 협의 노력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난 12일 언론 간담회에서 “정부는 양대 지침 등에 대해 한노총, 현장의 노사와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일관된 방침을 갖고 있다”면서 “당장 이번 주에 1박 2일 워크숍이라도 해서 지침이 판례대로 마련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노총은 지침의 일방적 강행을 중단하지 않는 한 합의 파기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총선 정치투쟁과 더불어 양대 지침에 대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강훈중 한노총 대변인은 “지침이 이미 발표된 마당에 이제 와서 주말에 협의를 하자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면서 “근로자 불이익을 호도하는, 정부 입맛에 맞추는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 일방적 지침 강행 방침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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