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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계파정치의 명암/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계파정치의 명암/박홍환 논설위원

    계파정치는 보스와 흥망성쇠를 같이하기 마련이다.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3김 정치가 막을 내리자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그리고 JP계 가신들은 대부분 각자도생의 길을 찾았고, 각 계파는 이제 ‘친목단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보스가 사라진 계파는 궤도를 이탈한 위성처럼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할 수밖에 없다. 옛 야당의 계파는 보스와 가신들이 모두 동고동락하는 동지적 관계였던 만큼 그 돈독한 유대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매일 새벽 계파 수장의 집에 모여 아침밥을 나눠 먹으니 그야말로 ‘한 식구’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계파 입장은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원 보이스’로 통일됐다. 모든 중요한 소식은 아침 밥상에서 나오는 구조였다. 정치적 신념과 집단 이익의 공유를 위해 맹주를 중심으로 뭉쳐 강철대오를 과시했다. 3김식 계파정치의 공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군사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으로서 강력한 투쟁을 이끈 원동력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계파 구성원들 간의 강력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각 계파가 책임정치를 보여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 정당 내에서 특정 계파만의 목소리만 부각됨으로써 당내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나치게 지역주의에 기댐으로써 망국적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는 점은 국내 계파정치의 최대 오점으로 꼽힌다. 아무래도 공보다는 과가 많다는 판단 때문에 3김시대 이래 많은 신진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계파정치 청산을 외쳤지만 여전히 계파정치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야의 정권교체가 한 순배 돈 이후 야당의 전유물이었던 계파정치가 이제는 여당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어찌 보면 계파정치의 진화라고도 할 만하다. 과거 계파정치는 ‘집권’을 향한 맹주와 가신들의 강한 애착을 원동력 삼아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계파 맹주들은 당당하게 가신들을 끌어모았고,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지금 친박계와 친노계·친문계는 있되 맹주들은 한사코 그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친박계와 자신이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문재인 전 대표는 ‘친노 패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계파정치의 목표가 ‘당권’으로 작아진 점도 눈에 띈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진흙탕 싸움으로 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오늘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그런데 정진석, 나경원, 유기준 3명의 후보 모두 탈계파를 부르짖고 있다. 내일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문 세력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 총선 민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참에 아예 계파 청산을 외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당 박찬우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당 박찬우

    충남 천안갑에서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새누리당의 깃발을 꽂은 박찬우 당선자는 “바른 정치를 위해 누군가가 권력투쟁을 한다면 나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역할투쟁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Q. 33년의 공직생활을 접고 왜 정치로 뛰어들었나. A. 공무원과 가장 가까운 일. (안전행정부) 차관까지 했다. 공무원 생활이 너무 좋았다. 직위보다는 일 자체가 좋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명분도 있고 자부심도 컸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정치라 선택했다. Q. 관료 박찬우와 국회의원 박찬우는 무엇이 다른가. A. 주객전도. 공무원은 내 능력으로 됐고, 내 의지대로 임무를 수행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나는 종속 변수일 뿐이다. 나머지는 변함없다.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아내가 처음에는 울었다. 하지만 아내가 “현재의 남편이 좋다. 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조건을 내세웠고, 그러겠다고 했다. Q. 정치의 원동력은. A. 국가관. 적어도 나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있다. 애국심과 국가관이 뼈에 새겨져 있는 사람이다. 당리당략보다 국가와 민생을 최우선시하는 정치, 헌신적으로 일하는 데 방해가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걷어내는 정치, 그게 바로 나의 정치다. Q. 스스로 본 정치적 위상은. A. 경험 많은 초선. 아무런 국정 경험이 없이 들어온 여느 초선과는 다르다. 공직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또 나는 초선이지만 충청권 ‘정치 1번지’인 천안갑 유권자들은 초선이 아니며 초선 취급을 받아서도 안 된다. 주민들이 원하는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겠다. Q. 20대 국회 최대 관심사는. A. 천안 불균형 해소. 천안은 원도심 공동화, 동서 불균형 발전이 심각하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이 생긴 전국 40~50개 지방도시가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가 추진한 균형발전 정책의 부작용으로 역설적으로 불균형 발전 문제가 대두됐다. 정책 실패의 대표 사례다. 도시균형발전특별법을 만들어 이 문제를 풀겠다. 사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인기 없는 일이다. 균형발전에 성공한 지자체장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래서 더욱 할 필요가 있다. Q. 정치적 롤모델은. A. 루스벨트. 총선 결과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국가적으로는 여야 중 누가 집권해도 일할 수 없는 구도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 영국의 처칠 총리와 같은 리더십을 닮고 싶다. 정부 전체 조직의 틀을 짜는 조직실장을 하면서 대통령과 장관의 시각으로 국정 전반을 볼 줄 안다. Q. 언제까지 정치를 할 것인가. A. 초심이 바뀔 때까지. 정치를 더 하기 위해 인생관까지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바른 정치를 하겠다는 신념을 지킬 수 없으면 관둔다. 처음과 끝이 같은 정치를 하겠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프로필 ▲1959년 충남 천안 출생 ▲성균관대 행정학 학사, 박사 ▲제24회 행정고시 합격 ▲안전행정부 제1차관, 대전광역시 행정부시장,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사무국장
  • ‘요트 하나로 세계일주’ 김승진 선장의 도전을 직접 체험한다

    ‘요트 하나로 세계일주’ 김승진 선장의 도전을 직접 체험한다

    요트 하나로 209일 동안 총 4만 1900㎞를 항해한 김승진 선장. 지구 한 바퀴 거리를 요트로 모험한 그의 용기와 도전 정신은 국내외에서 많은 놀라움과 감동을 전해주었다. 요트 세계일주 기록을 인정받기 위해선 적도 2회 통과, 한 방향 항해, 2만 1600해리(4만㎞) 항해, 무기항, 무원조, 단독항해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김승진 선장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세계에서 6번째로 단독 무기항 요트 세계일주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김 선장의 세계항해 일지는 지난해 ‘2015 경기국제보트쇼’에 이어 다음달 개최되는 ‘2016 경기국제보트쇼’에서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보트쇼에서는 ‘김승진의 희망항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극한 모험이자 단독 무기항 요트 세계일주 과정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회에서는 김 선장이 요트 세계일주 기록을 세우기까지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또한 김 선장의 세계일주 루트와 항해 사진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고, 홀로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면서 촬영한 셀프 카메라 영상도 상영된다. 참관객을 대상으로 그의 세계일주를 도왔던 아라파니호에 직접 승선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경기국제보트쇼 관계자는 “보트쇼의 주인공인 요트를 이용해 세계일주를 성공한 김승진 선장의‘희망항해’전시를 통해 이번 행사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다”면서 “외로운 투쟁, 하지만 용기있는 도전을 한 김 선장의 세계일주가 지친 현대인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16 경기국제보트쇼는 5월 19~22일 고양 킨텍스 전시장과 김포 아라마리나에서 열린다. 총 250개사 1527개 부스에서 관련 산업과 관련한 전시가 진행된다. 또‘아시아 해양산업 컨퍼런스’와 해양안전교육 등의 이벤트도 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꿈과 희망 주는 기업 특집] LG하우시스, 독립유공자 주택 개·보수… 독도 가꾸기 활짝

    [꿈과 희망 주는 기업 특집] LG하우시스, 독립유공자 주택 개·보수… 독도 가꾸기 활짝

    LG하우시스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한 의인들을 돕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독립운동 관련 시설과 독립유공자 주택 개·보수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에는 독립운동가 서재필 선생의 유품을 보관하고 있는 ‘서재필 기념관’ 개·보수 작업을 마쳤다. LG하우시스는 이번 공사로 기념관 내부 창을 단열 기능이 탁월한 시스템 창으로 대체해 냉난방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 전시관 바닥을 내구성이 한층 강화된 데코 타일로 교체했다. LG하우시스는 올해 하반기 ‘중경 임시정부 청사 복원’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 사업에 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의 주거 환경 개선 작업에도 열심이다. LG하우시스는 독립유공자와 유족 복지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광복회를 통해 지원 대상을 추천받고 매년 5가구를 선정, 개·보수 공사를 진행한다. 일본 도쿄에서 항일 투쟁을 하다 옥고를 치른 독립유공자 임우철 선생이 첫 번째 대상자로 선정됐다. LG하우시는 최근 서울시 동작구 소재 임우철 선생 자택의 노후된 창호, 바닥재, 벽지를 교체했다. 독도 관련 사회공헌활동도 펼친다. LG하우시스는 친환경 건축 자재를 활용해 독도 주민과 경비대원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그린 독도 공간 가꾸기’와 대학생들이 참여해 독도를 이해하고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알리는 ‘독도 사랑 청년캠프’를 매년 열고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야오밍 ‘위험한 개혁 드리블’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야오밍 ‘위험한 개혁 드리블’

    중국 축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라면 ‘국민 스포츠’인 농구를 좌우하는 인물은 야오밍(姚明)이다.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간판스타였던 야오밍은 지난 5일 샤킬 오닐, 앨런 아이버슨과 함께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요즘 야오밍은 영광을 누리기보다는 농구 개혁 투쟁을 하고 있다. 야오밍이 중국농구협회에 반기를 든 것은 올해 초부터다. 농구협회는 국무원 체육총국 산하 기구로 수천만명의 아마추어 농구 선수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20개 구단으로 이뤄진 중국프로농구(CBA) 리그를 관장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야오밍은 지난 1월 CBA 소속 18개 구단을 규합해 중국프로농구팀연맹(中職聯)을 결성한 뒤 자신이 이사장이 됐다. 이후 야오밍은 농구협회를 상대로 CBA 경영권과 경기 운영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국가기구를 상대로 권력과 돈을 달라는 투쟁에 나선 것이다. 적자에 허덕이던 18개 구단은 야오밍을 적극 지지했고 팬과 언론도 야오밍 편에 섰다. NBA에서 10년을 뛰면서 NBA의 경영과 선수 관리, 경기 운영 등을 몸으로 체득한 야오밍에게 CBA는 부패한 관료 조직일 뿐이었다. 궁지에 몰린 농구협회는 ‘CBA공사’라는 별도의 회사를 세워 경영권과 운영권을 맡기되 농구협회가 지분을 30% 갖고 나머지 70%는 20개 구단이 3.5%씩 갖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양측은 지난 19일 2차 담판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야오밍의 개혁은 설득력이 있으나 정부가 수용하기엔 부담이 따른다. ‘스포츠도 인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사회주의 체육관이 투철한 정부로서는 돈이 좌우하는 NBA 방식이 탐탁지 않다. 국가가 키운 선수와 팀을 야오밍의 ‘야망’에 맡기는 게 옳으냐는 논란도 있다. 투쟁에 나선 이가 영향력이 큰 야오밍이기 때문에 더더욱 위험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中 리커창 총리, 교통사고 당할 뻔… “지프 2대 돌진” 암살 의혹도 나와

    中 리커창 총리, 교통사고 당할 뻔… “지프 2대 돌진” 암살 의혹도 나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탄 버스에 지프 2대가 돌진해 교통사고가 날 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암살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이 25일 보도했다. 보쉰은 쓰촨(四川)성 무장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24일 쓰촨성 야안(雅安)에서 시찰을 마치고 청두(成都)로 돌아오던 리 총리 탑승 중형버스를 향해 맞은 편에서 지프 2대가 돌진해 왔다고 전했다. 버스 기사가 재빨리 지프를 피해 리 총리가 사고를 면했고, 문제의 지프들은 달아났다고 보쉰은 설명했다. 리 총리는 3년 전 루저우(瀘州)에서 발생했던 지진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한 뒤 일대의 경제 상황을 살펴보고 청두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이와 관련 소식통들은 문제의 지프 2대가 거칠고 고의적인 행동을 했던 것으로 미뤄 리 총리 암살 음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았다. 공안 당국은 달아난 지프 2대를 추적하고 사건 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사건은 리 총리가 ‘1인 지배 권력’을 추구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도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발생해 추이가 주목된다. 앞서 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은 존재감이 약했던 리 총리가 최근 시 주석 퇴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이 나온 이후 용기와 저력을 보인다고 22일 보도했다. 명경신문망은 베이징의 지도자 집단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민심 불안을 계기로 권력투쟁이 개시됐다면서 올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늦으면 내년 가을 제19차 당 대회에서그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예측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원희룡 “집 불타는데 살림 건져 뭐하나 당청, 여소야대 민의 수용해야”

    원희룡 “집 불타는데 살림 건져 뭐하나 당청, 여소야대 민의 수용해야”

    “국민이 ‘분노투표’를 한 것입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서민의 삶이 점점 궁핍해지고 특히 청년들의 희망이 사라지는데 아무런 대안을 내지 못하고 내부 투쟁, 정쟁만 벌여 참사가 일어났다”며 “극단적인 충돌로 가지 않도록 복지나 국민통합 등을 병행해야 한다”라고 4·13 총선 결과를 진단했다. 원 지사는 무소속 의원 영입을 통해 제1당을 추구하는 새누리당에 대해 “소탐대실이다. 아예 집이 불타는데 살림살이 하나 더 건진다고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여소야대라는 큰 구도에서 순응해야 반대자들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여소야대에 맞춰 청와대가 (국민·야당과) 소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지지한 더불어민주당에 경제부총리를 임명하거나 그에 준하는 협력관계를 만들자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후보 조기 등판론’에 대해 “자치단체장으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은유적으로 대한해협을 건널 수 없다”며 웃었다. 원 지사는 지난 22일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원인과 앞으로 당·청의 대응방향, 제주의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민심이 새누리당에 호된 심판을 했다. -젊은 층이나 서민을 중심으로 추운 계절이 오고 있다. 희망이 점점 사라진다. 희망을 주거나 성과를 내거나 고통을 함께한다는 진심 어린 자세라도 있어야 했다. 그렇지 못했다. 여당을 심판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국민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은 ‘욕망투표’를 하거나 ‘분노투표’를 하는데, 이번에 분노가 욕망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새누리당은 무엇을 혁신해야 할지 답을 찾아야 한다. →제주도에서는 3개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모두 낙선했다. 인물에서 밀렸다고도 하지만, 도지사 책임론도 있다. -제주도 선거는 정치적 요인보다 선거 자체의 요인이 많았다. 세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새누리당이 당장 혁신해야 할 게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다. 국민은 반도체도 중국한테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들을 진짜 많이 한다. 산업 구조 조정은 기존의 기득권이나 한계를 드러내 정리하고 미래를 위한 부분에 전력해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복지나 국민통합을 도외시하고는 극단의 충돌 상태로 갈 수밖에 없으니 이 부분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법 몇 개 (국회 통과가) 안 된다고 야당 책임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청년 일자리와 주택문제 등 서민의 삶에 진지하게 다가가야 한다. →당도 당이지만 청와대가 국민과 야당과 좀 더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여소야대가 됐기 때문에 여소야대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인데 국민이 정치조건을 만들어 줬으면 거기에 맞추어서 일을 해나가는 것이 집권한 사람들의 책임이다. 권력 구상에 국민이 맞춰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새누리당이 무소속의원을 영입해 제1당이 되려고 한다. -제1당이 무슨 의미가 있나? →국회의장이 걸려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소탐대실이다. 아예 집이 불타는데 세간살이 하나 건진다고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나. 국민이 만들어준 여소야대의 구도에 순응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다시 잡아야 한다.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할 때는 국회의장이 중요하지만, 그게 최우선 과제인가? 최운열 더민주 비례 대표 당선자가 자당 의원들에게 기업 구조조정 강조하는 강의를 하더라. 새누리당 의원 총회인 줄 알았다. 더민주가 그런 노선만 가 준다면 “당신네 우리 경제부총리로 임명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민주에 경제부총리를 임명하거나 그에 준하는 협력관계를 만들자고 해야 한다. 야당에서 여당의 향기가 느껴지고, 막상 여당은 공백상태다. (새누리당은) 아직도 어떤 정치적인 욕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같다. 국민의 입장에서 출발해서 권력의 문제도 남 일 보듯이 봐줘야 여기에서 해법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이 너무 단편적이거나,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발언이 세서 새누리당에서 좋아할 것 같지 않다. -많은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역시 우리 편이 아니야’라고 새누리당에서 생각하지 않을까. -아니, 대통령과 우리 당이 살길을 얘기하는 거다. 대통령도 지금 잠 못 이루고 고민이 많으실 거다. 큰 구도 속에서의 진정한 충언이 필요하다. 조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짜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지는 진짜 충성파나 측근들이 해야 한다. 자기네들이 못하면 그런 것을 해줄 수 있는 분들을 모셔다가 연결이라도 시켜 주어야 한다. 야당도 그간 소수라는 이유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 왔지만 이젠 그 규모에 걸맞게 대안을 제시하는 국정 운영 동반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뜻이다. →새누리당 기존 대선 주자들도 이번 선거에서 거의 낙선했다. 원 지사의 대선 후보 조기 등판론도 나온다. 원 지사는 2007년 한나라당의 대통령 경선에도 출마하면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을 걱정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니, 당에 있는 사람들이 풀어가야 한다. 현 상황을 모면하려고 수를 내는 것은 더 죽을 길로 가는 것이다. 도정에 전념하고 있는 사람 보고 자꾸 와서 대선 레이스 뛰어라 하는 것은, 저에게 너무 쉽게 하는 이야기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에 충실하면 인물은 그다음 문제고 새누리당에도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제주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자치 단체장으로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대한해협을 건널 수 없다. →자치 단체장으로서 성과는 어떤가. -청정한 제주의 자연환경을 지키는 전제 위에 투자도 개발도 있다. 제주 미래 가치 지키는 개발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다. 관광객과 이주민이 늘어나는데 그동안 기본적인 사회 간접 자본 투자는 안 돼 있었다. 공항, 항만, 대중교통 등은 지난 25년 동안 논의만 했지,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었다. 제주도의 20년, 30년을 내다본 사회 간접자본 투자가 이미 진행 중이다. 대형 투자기업은 도민을 우선 고용하게 했다. 난개발을 부르는 외국인 투자 개발사업은 중단했다. 중국인 등 투자영주권도 1000명에서 제가 도지사가 된 뒤로는 300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100명 수준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부동산 특히 집값 폭등으로 제주 서민들의 삶도 더 팍팍해진 거 아닌가. -새로운 서민 주거복지 정책인 제주형 주택공급 정책 추진한다. 2025년까지 10만 가구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임대 주택의 공동 공간을 어린이집이나 비즈니스센터로 만들거나 하는 유럽형 모델을 적용할 것이다. 제주도의 임대주택이 3%인데 12%까지 올릴 예정이다. 전국 평균은 11%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구상권 청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강정마을 주민들을 보호하고자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 강정마을과 관련한 판단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니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술도 안 먹고 문상도 안 가고. -이른바 ‘원희룡이 달라졌어요’라고 할 수 있다. 평생 마실 술을 여의도에서 다 마셨다. 도지사 취임하면서 한순간도 정신 흐트러진 시간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스스로 금주 약속했고 실천하고 있다. 문상은 제주도 공무원의 본인상은 간다. →지난 21일에 정무라인 전체가 사표를 냈던데, 총선 결과와 관련 있나. -오는 7월에 도지사직 반환점이 된다. 상의 없이 두 달 일찍 먼저 사표를 냈다. 도정에 더 전념해 오해가 없도록 팀을 짜겠다. “서울에만 신경 쓴다”는 소문은 오해다. 역대 도지사 중 나만큼 지역현안에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자부한다. 정리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씨줄날줄] 살인狂의 정신 건강/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살인狂의 정신 건강/박홍환 논설위원

    통상 연쇄살인범이나 다중살인범 등 중대 범죄자들은 자살 등 ‘불상사’ 방지 차원에서 수용시설의 독방에 수감돼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다소 과장돼 보이기는 하지만 작가 토머스 해리스가 연쇄살인범의 심리 등을 다룬 작품 ‘양들의 침묵’에서 묘사한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의 수감 모습이 인상 깊다. 그는 사방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철창 독방에 갇혀 있다. 국내에서도 연쇄살인범 유영철이나 ‘희대의 사이코패스’ 강호순을 비롯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강력 범죄자들은 대부분 1평 이내의 독방에 격리돼 있다. 매일 한 시간씩 주어지는 운동 시간을 제외하면 독방을 나올 기회는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종종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유영철은 수감 초기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며 ‘단식투쟁’을 벌였는가 하면 몇 년 전에는 정기 거소(居所)검사 도중 교도관 한 명의 목을 잡고 “내가 사이코패스인 줄 모르느냐”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강호순은 그림 그리기와 조각 등을 하며 비교적 조용히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에는 유영철이 성인화보와 성인소설, 일본만화 등을 배송받아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 주기도 했다. 사형이 확정된 희대의 살인마가 어떻게 반입이 금지된 19금 물품들을 버젓이 챙겨 볼 수 있었는지 교정 당국에 비난이 쏟아졌다. 유영철과 관련해선 검거 당시부터 ‘과잉보호’ 비난도 들끓었다. 유영철이 “24시간 폐쇄회로(CC)TV로 감시당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고, 이에 인권위가 실태조사까지 벌이자 “‘살인광(狂) 인권’도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논쟁이 격렬하게 불붙었다. 노르웨이도 지금 같은 문제로 시끄럽다. 2011년 총기 등을 난사해 어린이를 포함해 77명을 살해한 극우 살인광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인권침해 소송에서 그제 노르웨이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정부가 장기간의 독방 생활로 브레이비크의 정신 건강을 위협했다”며 “비인간적 대우를 금지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 가치”라고 밝혔다. 검거 직후부터 TV, 냉장고, DVD플레이어, 러닝머신 등이 갖춰진 세 칸짜리 ‘호화 독방’에 수감돼 있는 그는 “정부가 나를 서서히 죽이고 있다”며 지난해 소송을 제기해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공분을 야기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 인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높지 않다. 강력 범죄자들은 사회적으로 응징의 대상일 뿐이다. 물론 헌법 10조에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과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가가 살인광의 정신 건강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노르웨이 법원의 판결은 여전히 우리 국민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난감하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동갑내기 두 천재의 감춰진 이야기

    동갑내기 두 천재의 감춰진 이야기

    세계를 향한 의지/스티븐 그린블랫/박소현 옮김/민음사/696쪽/2만 5000원대화/갈릴레오 갈릴레이/이무현 옮김/사이언스북스/688쪽/3만원새로운 두 과학/갈릴레오 갈릴레이/이무현 옮김/사이언스북스/424쪽/2만 5000원 태어난 해가 똑같다. 한 명은 인류를 매료시킨 위대한 작가가 됐고, 또 다른 한명은 현대 과학 문명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가 됐다. 그 두 천재에 대한 책이 동시에 나왔다. 두 사람은 23일로 서거 400주년을 맞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와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다. 먼저 ‘세계를 향한 의지: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민음사)는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스티븐 그린블랫 하버드대 교수가 쓴 셰익스피어 평전이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내면을 다룬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지난 400년 동안 독자들을 사로잡아 온 ‘작가의 대명사’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번듯한 가문 출신이 아니었고, 대학 교육도 받지 않았다. 고향인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의 가톨릭 학교에서 문법 정도를 배운 게 공교육의 전부였던 그는 1580년대 후반 런던으로 상경해 짧은 시간 만에 수십여편의 희곡을 미친 듯이 쓰며 위대한 극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셰익스피어 본인에 대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수많은 셰익스피어 연구자가 ‘그가 남긴 잉크 자국에서 그 자신에 대한 흔적은 거의 찾을 수 없다’고 탄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수세기 동안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테면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인지부터, 그가 정말 서른 편이 넘는 걸작들을 쓴 것인지 등은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됐다. 저자는 베일에 싸인 셰익스피어의 일생을 엘리자베스 시대의 기록들을 재조명하고 셰익스피어의 사회적 관계망과 그가 쓴 작품 속에 드러난 문학사적 암시 등을 이용해 마치 숨은 퍼즐을 맞추듯 확증해 낸다. 셰익스피어는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즐겼고 그가 경험한 모든 삶의 경험이 작품의 소재가 됐다.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몇 안 되는 기록 중의 하나인 1582년 11월 28일자 문서에는 18세의 셰익스피어가 26세의 임신한 스트랫퍼드 처녀 앤 해서웨이와 결혼 허가를 받기 위해 지불한 금액이 당시로는 거액이었던 40파운드라고 나와 있다. 셰익스피어의 이른 결혼은 그의 작품들에서 낭만과 악몽으로 변주된 결혼관으로 나타난다. ‘베로나의 두 신사’와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는 연애의 환희가, 임신으로 등 떠밀려 결혼한 사내의 싸구려 감정은 ‘햄릿’, ‘맥베스’, ‘오셀로’ 등에서 불행한 결혼으로 다뤄진다. 셰익스피어가 그를 둘러싼 삶 속에서 빚어낸 문학작품을 통해 상류계급을 풍자한 가객이었다면, 동갑내기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몰락한 귀족 출신으로 과학혁명을 일으킨 천재이자 가톨릭 교회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과학자였다. 갈릴레이가 직접 쓴 ‘대화’(사이언스북스)와 ‘새로운 두 과학’은 이런 이유로 치열한 지적 투쟁의 산물이다. 400년 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은 정식 가톨릭 교리로 채택되며 불변의 진리가 된다. 하지만 갈릴레이가 천체역학의 수학적 논증 등으로 지동설을 설파한 ‘대화’는 1632년 출간 당시 초판이 매진되면서 1633년 그가 종교재판에 서는 운명의 단초가 됐다. 두 책 모두 살비아티, 사그레도, 심플리치오라는 가상의 세 인물이 나흘간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과학의 지평을 여는 소설 형식이다. 갈릴레이는 책 속에서 이따금 동료 학자로 등장한다. ‘대화’가 천동설에 종지부를 찍는 최후의 결정타였다면, ‘새로운 두 과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에 마침표를 찍고 독창적인 실험과학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와 갈릴레이 두 천재의 작품들을 400년 넘게 인류의 위대한 지적 승리로 칭송하는 이유일 게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권력의 위기마다 문제는 회계였다

    권력의 위기마다 문제는 회계였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제이콥 솔 지음/정해영 옮김/메멘토/456쪽/2만 2000원 회계라 하면 ‘복잡한 장부상의 까다로운 숫자놀음’쯤으로 인식되지만 고대 이래 늘상 삶에 영향을 미쳐왔다.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지도자들은 정치관리의 주요 수단으로 회계를 활용했다. 고대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개인 회계 기록을 바탕으로 ‘업적록’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로마는 각 가정에서 가계부를 작성해 세리들이 감사하게 할 만큼 회계가 번성했다. 특히 이익, 손실을 빈틈없이 계산하는 복식부기 회계는 재무관리의 근간이다. 그래서 1300년 무렵 이탈리아 북부에서 시작된 복식부기 회계의 도래는 근대정치와 자본주의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만 하더라도 “복식부기 없는 자본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고 일갈한 바 있다. 회계가 삶과 사회조직에서 빼놓을 수 없음에도 간과되기 일쑤이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역사·회계학 교수가 통념을 비틀어 회계를 역사의 중심에 놓아 흥미롭다. 르네상스기부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700여년에 걸쳐 회계와 관련된 사건과 인간 군상을 건져 올리는 이야기 풀어내기가 신선하다. ●도시공화정 황금기땐 회계를 교육에 융합 책의 큰 주제는 회계의 가치와 투명성을 중시한 조직과 나라들은 융성, 번창했고 그 반대는 쇠락하거나 몰락했다는 점이다. 그 대비의 사례들이 명쾌하다. 융성했던 경우들을 보자. 피렌체·제노바 같은 이탈리아 도시공화정과 황금기 네덜란드, 18~19세기 영국·미국 등 전성기를 누린 국가들은 모두 회계를 교육과정과 종교·도덕 사상, 예술·철학·정치이론에 통합시켰다. 당대 네덜란드에는 회계 학교가 수두룩했고 조세수입을 복식부기로 기록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17세기 중반 암스테르담은행이 설립되고 네덜란드 공화국은 주식 거래의 본고장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19세기 투명한 회계가 뿌리를 내린 영국은 세계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그래서 18~19세기 영국 철학자들은 회계를 ‘상업적 관리의 도구’일 뿐 아니라 ‘정치적 사유의 도구’로 매김했다. ●프랑스 혁명의 불씨도 부실 회계 탓 그와는 달리 15세기 피렌체 메디치가는 은행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도 부실한 회계기록 탓에 몰락, 피렌체의 재정 안정성까지 뒤흔들었다. 정확한 회계가 제 입지를 좁힌 것으로 여긴 프랑스 루이 14세가 정직한 회계를 기피한 탓에 왕실 재정이 파탄 났고 프랑스혁명의 불씨를 댕겼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1929년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도 부실한 회계가 부른 사회 붕괴의 사례로 꼽힌다. 책에선 회계에 얽힌 부정의 역사도 뿌리 깊고 끈질긴 것으로 드러난다. 로마시대 키케로는 부집정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회계장부를 부실하게 기록하는 방식으로 카이사르에게 훔친 돈을 탕진했다고 주장했다. 상업 공화정이 가장 발달한 시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거의 모든 상인은 저만 볼 수 있는 ‘비밀 장부’와 정부 감사에 맞춰 가짜의 ‘공식 장부’ 등 두 개를 갖고 있었다. 루이 16세의 재무총감 네케르는 5000만 리브르의 군사및 부채관련 지출을 ‘특별 지출’로 간주하고 누락해 예산 흑자를 이룬 것으로 허위보고했다. 축소 보고의 효시이다. ●복잡해진 회계, 2008년 금융위기 부르기도 회계가 복잡해지면 사기와 부패도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다. 세계대전 후 경제 성장으로 ‘회계의 황금기’를 맞은 미국만 해도 회계감사 법인 경쟁이 치열해져 거대 회계 스캔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2008년 금융위기도 날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복잡해지는 회계로 인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재무적 책임성을 정착시키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1340년 제노바 공화정은 중앙정부 관청에 대형 등록부를 설치해 도시국가 제노바 재정을 복식부기로 기록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피렌체는 1427년 법에 따라 피렌체 토지 소유자나 상인은 복식장부를 기록해 ‘카타스토’(catasto)라는 정부 세금 감사를 받아야 했다. 선거제 정부가 등장한 19세기 영국에서도 부패, 무책임이 만연했고 재무 책임성 메커니즘을 설계한 초기 미국도 도금시대 대규모 분식회계며 재정스캔들, 재정위기에 휩싸였다. ●투명한 회계 어렵지만 부정의 유혹은 강해 “투명한 회계를 이루기는 어려운 반면 회계 부정의 유혹은 강하고 끈길기다.” 저자는 이렇게 경고하면서 정치적 안전성의 토대인 책임이 복식부기 회계 제도에 크게 의존함을 역설한다. 복식부기 회계야말로 이익 계산뿐 아니라 행정부를 심판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대차 균형’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복식부기 회계가 처음 시작된 이탈리아에서 ‘대차 균형’은 하느님의 심판과 죄의 증거라는 신성한 측면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통치’를 의미했다”는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회계는 부와 정치적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믿기 힘들 만큼 어렵고 취약하며 아주 위험하기까지 하다. 재무적 책임성을 유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는 투쟁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기고] 지구의 날과 파리협정/조태열 외교부 2차관

    [기고] 지구의 날과 파리협정/조태열 외교부 2차관

    역사는 환경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 이성의 긴 투쟁이다. 근대에 이르러 인간은 이 투쟁을 혁명적으로 확대해 환경뿐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 결과 새로운 차원의 이성과 역사를 개척했다. 영국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근대사의 동력을 이렇게 설파했다. 오늘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지구의 날이자 동시에 카가 말한 인류 지성의 진보를 상징하는 날이다. 지구의 운명이 곧 인간의 운명이라는 깨달음을 토대로 인간 행위의 전면적 변화를 촉구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올해 지구의 날은 그 어느 해보다 의미가 크다.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파리협정 서명식이 오늘 미국 뉴욕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4년이 넘는 협상 끝에 타결된 파리협정은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국제 규범의 탄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속된 탄소기반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겠다는 인류의 도전적 의지를 상징한다. 오늘 서명식은 당분간 21세기 최대의 조약 서명 행사로 기록될 듯하다. 60개국 정상과 우리 환경부 장관을 포함한 50여개국의 장관 등 160여개국의 고위급 대표들이 이미 참석을 확정했다.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투발루, 피지, 몰디브 등 섬나라들은 서명뿐 아니라 비준서 기탁까지 마칠 것이라고 한다. 이제 국제적 관심은 협정 비준과 이행에 쏠리고 있다. 협정은 55개국 이상의 당사국과 전 지구적 온실가스 배출량 55% 이상 배출 당사국의 비준이 있어야 발효하게 돼 있다. 참여국 수뿐만 아니라 실제 온실가스 배출 규모까지 고려한 이중 기준을 협정 발효 요건으로 설정한 것이다. 협정 발효를 위한 국제사회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이미 연내 협정 비준을 위한 국내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고,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 등도 중국과 함께 공동 성명을 통해 국내 절차를 속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선언이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협정 발효 시점도 당초 목표로 했던 2020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류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전례 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렸지만, 이를 뒷받침했던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와 같은 경제 패턴이 결코 지속 가능하지 못함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온실가스 감축만으로 지구온난화와 같은 거대한 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을 성취하려면 허황된 것을 꿈꾸고 시도해야 한다는 세르반테스의 말처럼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는 불가능한 것들을 하나하나씩 지워 나가게 될 것이다. 지구촌의 공공선 증진에 적극 기여해 온 우리나라도 그러한 국제 연대의 주요 행위자가 돼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차원의 인류 이성의 투쟁 역사를 국제사회와 함께 써 나가야 한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국가 안위와 정파의 이익

    민주주의가 만발한 어디서나 권력 쟁취를 둘러싼 정파 간 경쟁은 치열하기 마련이다. 허나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정치가와 대중이 정파적 이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융성과 쇠락이 좌우된다. 플루타르크(46?~120?)의 ‘영웅전’에 나오는 기원전 5세기 초엽 아테네의 한 정황은 이런 예를 잘 보여 준다. 당시 아테네에서 대립하는 정파를 이끈 이는 테미스토클레스(BC 528?~462?)와 아리스티데스(BC 520?~468?)였다. 아리스티데스는 ‘정의로운 사람’으로 존경받았고, 테미스토클레스는 저돌적인 추진력과 군사 전략을 갖춘 정치가였다. 둘은 기원전 490년 제2차 페르시아 전쟁 당시 마라톤 전투에서 활약한 전우이기도 했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아테네에 소중한 자산이었다. 민중들은 사안에 따라 이들을 번갈아 지지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상대를 꺾으려고 갖가지 정치적 술책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로 맞서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테미스토클레스는 마라톤의 승리로 교만한 마음을 갖고 있던 민중들을 현혹해 아리스티데스를 도편 투표로 국외로 추방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뒤인 기원전 480년 아리스티데스는 페르시아가 제3차 전쟁을 일으켜 아테네로 침공하면서 다시 귀국하게 된다. 아테네의 자유가 위협받자 테미스토클레스가 정치적 라이벌인 그를 불러들여 참전시킨 것이다. 아리스티데스 역시 국가의 안전을 위해 과거의 숙적인 테미스토클레스를 흔쾌히 도왔다. 특히 아테네가 전 국토를 페르시아 군에 내주고 살라미스 섬으로 피난한 후 오직 살라미스 해전의 승패에 나라의 운명이 걸렸을 때 결정적인 협력을 했다. 아리스티데스는 이렇게 말했다. “테미스토클레스, 우리가 현명한 사람들이라면 누가 더 잘났는지 다투는 쓸데없는 싸움은 그만둡시다. 이제는 우리가 아테네를 위해 서로 도와야 합니다. 당신은 장군으로서 군대를 지휘하고, 나는 당신을 도와 함께 나라를 구해 내야 합니다.” 그는 페르시아 대군이 아테네 연합 함대를 포위한 정보를 제공하며 선공(先攻)하도록 추동했다. 정치적 앙숙이던 두 사람의 협력은 살라미스 승전의 밑거름이 됐고, 아테네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북한이 연일 핵실험 위협을 하면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정당은 계파의 의석과 권력 투쟁의 셈법에만 몰두하고 안보를 걱정하는 정치인은 없다. 자유통일의 비전은 장기적으로 경제 난국의 해법이기도 하다. 아직도 초당적 협력은 난망한가.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노예 흑인여성, 대통령 밀어내고 美지폐 ‘얼굴’로

    노예 흑인여성, 대통령 밀어내고 美지폐 ‘얼굴’로

    마사 워싱턴 이어 두번째 女모델 ‘인디언 탄압’ 7대 대통령 잭슨 20달러 앞자리서 뒷면 쫓겨나 5·10달러 女 7명·킹 목사 추가 새 지폐 2030년쯤 유통될 듯 ‘터브먼이 잭슨을 쫓아냈다. 해밀턴은 살아남았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지폐 중 하나인 20달러짜리 지폐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앞면에 새겨진 인물 모델이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에서 흑인 노예 출신 여성 인권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2~1913)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사상 첫 흑인이자 두 번째 여성 지폐 모델을 발표하자 뉴욕타임스는 터브먼이 잭슨을 밀어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루 장관은 지난해 6월 10달러 지폐 인물을 여성으로 바꿀 계획이 있다고 발표해 관심이 쏠렸다. 미 지폐에 여성이 없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였다. 재무부가 인물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10달러 지폐 대신 20달러 지폐 인물인 잭슨 전 대통령을 여성으로 바꾸자는 여론이 제기됐다. 잭슨이 미국 원주민(인디언)을 탄압한 전력이 있다는 점 등 부정적 평가가 작용했다. 한 여성단체는 투표를 통해 20달러 지폐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터브먼을 꼽기도 했다. 루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양성 평등에 대한 터브먼의 용기와 헌신은 민주주의 이상이 구체화된 사례”라며 “여성이 너무 오래 지폐에서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터브먼은 미 화폐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흑인이자,1891~1896년 통용된 1달러짜리 은 태환증권 이후 120여년 만에 등장하는 여성이 된다. 1달러짜리 은 태환증권에 새겨진 첫 여성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부인 마사 워싱턴이다. 메릴랜드에서 태어난 노예 출신 터브먼은 존 터브먼과 결혼한 뒤 농장에서 탈출해 필라델피아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다른 노예들의 탈출을 도왔다. 남북전쟁에도 참전한 뒤 여성과 흑인 인권운동을 활발히 펼쳤다. 터브먼에게 밀린 잭슨은 20달러 지폐 뒷면으로 옮겨져 백악관 전경과 함께 들어가게 됐다. 10달러 지폐 앞면 인물인 미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그대로 남게 됐고 뒷면에 여성 참정권 운동가 5명이 추가된다. 또 5달러 지폐 뒷면에 여성 인권운동가 등 2명과 함께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들어간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10달러와 5달러 지폐 뒷면에 새로 등장할 여성들은 소수자 권리를 위해 투쟁했거나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룬 이들이다. 전미여성참정권협회장을 지낸 수전 앤서니(1820∼1906)를 비롯해 1848년 미 최초 여성 인권 집회를 주도한 엘리자베스 스탠턴(1815∼1897)과 루크리셔 모트(1793∼1880), 1916년 전국여성당을 창당한 앨리스 폴(1885∼1977), 노예 출신으로 1851년 여성 관련 연설로 유명해진 소저너 트루스(1797∼1883)가 10달러 지폐 뒷면을 장식한다. 석탄장수의 딸로 태어나 세계적 성악가가 된 메리언 앤더슨(1902∼1993)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인권운동가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는 5달러 지폐 뒷면에서 볼 수 있다. 재무부는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지 10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이들 지폐 3종의 최종 도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루 장관은 새 지폐들을 “최대한 빨리” 유통시키겠다고 밝혔다. CNN머니 등 미 언론은 새 지폐들의 유통 시점으로 2030년을 예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노예 흑인여성, 대통령 밀어내고 美 지폐 ‘얼굴’로

    노예 흑인여성, 대통령 밀어내고 美 지폐 ‘얼굴’로

    ‘터브먼이 잭슨을 쫓아냈다. 해밀턴은 살아남았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지폐 중 하나인 20달러짜리 지폐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앞면에 새겨진 인물 모델이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에서 흑인 노예 출신 여성 인권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2~1913)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사상 첫 흑인이자 두 번째 여성 지폐 모델을 발표하자 뉴욕타임스는 터브먼이 잭슨을 밀어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루 장관은 지난해 6월 10달러 지폐 인물을 여성으로 바꿀 계획이 있다고 발표해 관심이 쏠렸다. 미 지폐에 여성이 없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였다. 재무부가 인물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10달러 지폐 대신 20달러 지폐 인물인 잭슨 전 대통령을 여성으로 바꾸자는 여론이 제기됐다. 잭슨이 미국 원주민(인디언)을 탄압한 전력이 있다는 점 등 부정적 평가가 작용했다. 터브먼은 미 화폐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흑인이자,1891~1896년 통용된 1달러짜리 은 태환증권 이후 120여년 만에 등장하는 여성이 된다. 1달러짜리 은 태환증권에 새겨진 첫 여성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부인 마사 워싱턴이다. 메릴랜드에서 태어난 노예 출신 터브먼은 존 터브먼과 결혼한 뒤 농장에서 탈출해 필라델피아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다른 노예들의 탈출을 도왔다. 남북전쟁에도 참전한 뒤 여성과 흑인 인권운동을 활발히 펼쳤다. 터브먼에게 밀린 잭슨은 20달러 지폐 뒷면으로 옮겨져 백악관 전경과 함께 들어가게 됐다. 10달러 지폐 앞면 인물인 미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그대로 남게 됐고 뒷면에 여성 참정권 운동가 5명이 추가된다. 또 5달러 지폐 뒷면에 여성 인권운동가 등 2명과 함께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들어간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10달러와 5달러 지폐 뒷면에 새로 등장할 여성들은 소수자 권리를 위해 투쟁했거나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룬 이들이다. 전미여성참정권협회장을 지낸 수전 앤서니(1820∼1906)를 비롯해 1848년 미 최초 여성 인권 집회를 주도한 엘리자베스 스탠턴(1815∼1897)과 루크리셔 모트(1793∼1880), 1916년 전국여성당을 창당한 앨리스 폴(1885∼1977), 노예 출신으로 1851년 여성 관련 연설로 유명해진 소저너 트루스(1797∼1883)가 10달러 지폐 뒷면을 장식한다. 석탄장수의 딸로 태어나 세계적 성악가가 된 메리언 앤더슨(1902∼1993)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인권운동가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는 5달러 지폐 뒷면에서 볼 수 있다. 재무부는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지 10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이들 지폐 3종의 최종 도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루 장관은 새 지폐들을 “최대한 빨리” 유통시키겠다고 밝혔다. CNN머니 등 미 언론은 새 지폐들의 유통 시점으로 2030년을 예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월드피플+] 다국적기업을 꺾다, ’환경노벨상’ 받은 농부

    [월드피플+] 다국적기업을 꺾다, ’환경노벨상’ 받은 농부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맞서 지루한 투쟁을 벌인 끝에 삶의 터전을 지켜낸 여성농민이 '환경분야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하며 뒤늦게 중남미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페루 카하마르카에서 감자농사를 짓고 있는 막시카 아쿠냐(47). 아쿠냐는 렝 욱(캄보디아), 데스티니 왓포드(미국), 에드워드 루르(탄자니아), 루이스 호르헤 리베라 에레라(푸에르토리코), 수사나 카푸토바(슬로바키아) 등과 함께 18일(현지시간) 올해의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평범한 농부였던 아쿠냐가 투쟁을 시작한 건 2011년 삶의 터전인 자택과 감자밭 주변에 '콩가 프로젝트'로 명명된 금광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다. 페루의 광산기업 부에나벤투라와 손을 잡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 뉴몬트는 채굴을 사업을 시작한다면서 아쿠냐에게 이사를 요구했다. 이사라고 했지만 작은 땅에 감자를 심고 소와 양을 기르며 사는 아쿠냐에겐 생계를 접으라는 얘기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꼼꼼히 살펴보니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엄청난 환경 훼손을 담보로 한 금 캐기였다. 특히 아쿠냐가 주목한 건 금광 개발을 위해 호수를 없앤다는 내용이다. '콩가 프로젝트'엔 아술호수 등 모두 4개 호수의 물을 퍼내고 1개 호수는 쓰레기매립지로 만든다는 계획이 담겨져 있었다. 아술호수는 5개 분지와 생물학적 다양성으로 유명한 카하마르카 습지에 물을 대는 공급처다. 아쿠냐는 합법적으로 취득한 토지와 자택의 재산권을 지켜달라며 2011년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기업의 로비를 이겨내긴 역부족이었다. 지방법원은 "합법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황당한 판결을 내리고 아쿠냐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000달러(약 220만원)을 선고했다. 2000달러는 가난한 페루 농부에겐 평생 모으기 힘든 거액이다. 아쿠냐는 환경단체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환경단체는 선뜻 아쿠냐의 손을 잡아주며 중앙법원에 항소심을 제기하도록 지원했다. 지루한 법정투쟁이 아쿠냐의 승소로 마감된 건 2014년 12월. 중앙법원은 "합법적으로 취득한 사유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를 기업이 쫓아낼 수는 없다"며 아쿠냐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법원은 지방법원이 내린 징역형과 벌금형에 대해서도 모두 무효를 선언하고 심각한 환경훼손을 전제로 한 '콩가 프로젝트'에는 진행불가 명령을 내렸다. 법적으론 완벽한 아쿠냐의 승리였지만 기업의 횡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뉴몬트와 부에나벤투라는 아쿠냐의 토지 주변에 철조망을 둘러쳤다. 지금도 기업은 아쿠냐의 농지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아쿠냐가 조금이라도 농사를 확대하면 바로 시비를 걸기 위해서다. 현지 언론은 "아쿠냐에 대한 기업의 위협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면서 "환경을 지키려는 아쿠냐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진=바이오디베르시다드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이경형 칼럼] ‘물태우’에게 배우는 참 용기

    [이경형 칼럼] ‘물태우’에게 배우는 참 용기

    1989년 가을, 여소야대의 13대 국회에서 여야 4당의 합의로 ‘한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이 선포됐다. 심야 중계방송을 연장하는 국회 공청회를 비롯, 전국의 대학과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주최했던 통일 논의가 국민의 여망으로 집대성되는 순간이었다. “‘대통령의 아집’을 자제하면서 ‘타협의 정치’로 나간 노태우 대통령의 판단과 인내력의 결과였다.” 당시 국토통일원 장관으로서 이 통일 방안을 입안하고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을 일일이 찾아가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 성사시켰던 이홍구 전 총리의 회고담이다. 13대 국회는 여당인 민주정의당(125석), DJ의 평화민주당(70석), YS의 통일민주당(59석), JP의 신민주공화당(35석)의 여소야대 국회였으나, 5공 비리 청산과 지방자치제 시행, 광주민주화운동 등 민주화 이후 산적한 난제들을 타협으로 풀어 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16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재현된 여소야대 국회를 맞아 향후 국정 운영에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자칫 ‘식물정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참 용기’를 발휘해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 있는 채비를 차려야 한다. ‘참 용기’는 지도자의 단호한 의지에서 나온다. 6공화국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시중에서 대통령을 ‘물태우’라고 부른다”고 질문하자 자신의 신조는 ‘참 용기’라면서 “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참 용기’를 현재의 버전으로 바꿔 보면 “(두 야당이 떼를 써도) 참고, (유승민 같은 ‘배신의 정치’도) 용서하며, (3당이 타협할 때까지) 기다리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민의를 겸허히 받들기” 위해서는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선과 불통의 이미지가 설사 박 대통령의 진심과는 다르다 해도 이를 불식시키려는 행동이 중요하다. 20대 국회가 출범하면 대통령이 국회로 가서 각 당 및 원내 대표들과 회동하고 ‘상생’을 다짐하는 것이 좋다. ‘여·야·정 협의체’를 수시로 가동하고, 대통령이 각 당 대표와 연쇄 회담을 갖는다면 정국 분위기는 ‘타협 모드’로 전환될 것이다.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서 나와 정치적인 행동 반경을 넓혀야 한다.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모두 발언’하는 것으로 국회와 소통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정무장관을 부활하는 것도 정국 해법의 작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의 의중을 정무수석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하는 고식적인 방법으로는 여소야대 정국을 풀어 가기 어렵다. 정무장관실이 제1, 2, 3 야당과 상시 채널을 열어 놓고, 정부의 정책 의도를 설명하고 야당 입장을 경청해 입안 단계에서부터 반영하고 협조를 구하는 업무를 일상화하는 것이다. 대통령만 준비를 갖췄다고 여소야대 국회가 잘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더민주당(123석), 새누리당(122석), 국민의당(38석) 할 것 없이 총선 민의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거기에 상응한 행동을 할 때, 국회가 생산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8년을 파헤치는 청문회를 열자고 제의했다. 총선 민심은 한국의 대의정치를 망친 여야 모두에게 회초리를 들어 상생정치와 민생회복을 독려한 것이다. 야당이 몸집이 커졌다고 해서 근육질의 정치적 투쟁으로 한풀이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민의를 크게 잘못 읽은 것이다. 오늘부터 열리는 19대 마지막 4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20대 국회 운영의 예행연습이다. 각 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협치의 시험무대로 삼아야 한다. 13대 국회가 2년 만에 3당 합당으로 여소야대가 깨진 것처럼 야소야대는 가변성이 많은 정치 구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를 고리로 정계 개편의 폭풍이 불면 지금의 3당 체제가 지속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보다는 임기 종반을 잘 갈무리하는 데 힘쓰는 것이 좋다. 두 야당은 박 대통령이 차기 대권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국정의 건전한 협력자가 될 때, 국민들로부터 수권 정당으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주필
  • 89세 피델 “나는 곧 죽지만… 쿠바 공산주의 영원할 것”

    89세 피델 “나는 곧 죽지만… 쿠바 공산주의 영원할 것”

    “나도 곧 90세가 됩니다.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인간의 천명은) 노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운명에 맡겨야죠. 나도 곧 다른 사람들처럼 (죽음에 이르게) 될 겁니다. 우리 모두에게 차례가 올 테니까요.” 쿠바 혁명의 상징인 피델 카스트로(89)가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며 국민에게 고별 연설을 했다. 카스트로는 19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 공산당 제7차 전당대회 폐회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쿠바에서 카스트로의 죽음이나 건강 상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돼 있다. 그는 동생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겸 공산당 제1서기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번이 내가 전당대회에서 말하는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라며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쿠바 공산당은 5년 정도 주기로 전당대회를 연다. 카스트로는 “하지만 쿠바 공산주의 사상은 인간이 열성과 품위를 가지고 일하면 필요로 하는 물질적, 문화적 재화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는 증거로 지구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를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카스트로는 평소처럼 푸른색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고 대회장에 나타났다.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표단 1000여명은 기립해 “피델”을 연호했고 일부 참석자들은 그가 죽음에 대해 언급할 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카스트로는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간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다 지난 9일 아바나의 한 학교를 방문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 직후에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미국의 선물은 필요 없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카스트로는 1959년 친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뒤 반 세기 가까이 쿠바를 이끌다 건강 문제로 2006년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정권을 넘겼다. 한편 지난 16~19일 열린 제7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라울 카스트로 의장이 임기 5년의 공산당 제1서기직에 연임됐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등으로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임에도 당분간은 현 지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8년 모든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히며 “이번 전당대회는 혁명 1세대가 이끄는 마지막 대회로 혁명과 사회주의의 깃발을 젊은 세대에게 넘겨주겠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수요 에세이] 따사로운 4월, 잔인한 4월/최민호 전 국무총리비서실장

    [수요 에세이] 따사로운 4월, 잔인한 4월/최민호 전 국무총리비서실장

    가녀린 햇살이 꽃잎 위에 조는 날. 봄 향기에 취해서 벤치에 누우렸더니 지나던 송화가루가 제 먼저 와 앉았다. (이기선, ‘어느 봄날’) 4월이다. 살구꽃, 벚꽃에 꿀벌 잉잉대고 봄나비 사뿐히 영산홍 꽃에 앉아 꽃술에 입대는 달콤하고 따사롭기만 한 4월이다. 모진 겨울과 꽃샘추위를 이겨 내고 초록빛 신록이 강산을 물들이는 싱그러운 4월이다. T S 엘리엇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한 것은 지난해 헤어진 애인이 4월이 오니 못 견디게 그리워져 토하듯 뱉은 혼잣말…. 4월은 이토록 생명과 사랑이 움트는 감미로운 계절이다. 무엇들 하는가. 이 아까운 계절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아지랑이 보며 어린아이 손 잡고 들로 산으로 꽃구경하러 가지 않고서…. 언제 다시 이 따사로운 계절로 돌아올 수 있으리, 어서 이 봄을 만끽하지 않고서…. 하지만 우리에게 4월은 잔인하다. 왜 우리의 4월에는 비극이 그렇게도 많은지. 제주 4·3사태, 세월호 참사, 제암리 학살, 4·19…. 예전에는 수없는 학생 데모와 노동계 춘투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4·13 총선의 상처가 많은 사람을 비참하고 잔인하게 만들었다. 모르긴 해도 올 4월은 한겨울보다 더 혹독한 긴장과 매서운 추위가 변화라는 이름으로 불어닥칠지 모른다. 여소야대의 정국과 대선을 앞둔 살벌한 전초전, 거기에 심상찮은 북한의 위험한 동향. 순조롭지 못한 세계경제. 앞으로 공직사회와 경제계, 아니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어떤 물결이 쓰나미가 되어 덮칠지 불안할 지경이다. 일본의 구마모토현, 에콰도르의 대규모 연쇄 지진 발생은 그것이 비록 남의 나랏일이라 해도 왠지 마음속에 드리워지는 불안의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드는 듯만 하다. 진정 올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창밖으로 눈만 돌려도 찬란하게 빛나는 이 아름다운 계절의 쏟아지는 축복을 즐겨 보지도 못하고 우리는 어둠을 응시하며 차갑게 몸을 떨고 있다. 하지만 자연이, 아니 하늘이 4월이라는 축복을 통해 우리에게 베풀어 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갈등, 반복되는 투쟁, 해묵은 상처 헤집기, 그리고 잊혀질 만한 미움을 더 키우라는 것일까. 아니다. 이 계절에 벌 나비가 교접하고, 온갖 꽃이 화사하게 만개하며, 따사로운 햇살이 온 누리를 비치는 것은 바로 온 세상의 생물들이 사랑하고 화합하고 소통함으로써 가을이면 손에 얻을 충실한 열매를 맺게 하는데 하늘의 그 고고한 뜻이 있으렷다. 막 시작되는 파종의 시기에 씨를 뿌리지 않아 잔인한 파국으로 치달을 수는 없다.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 하여도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살 수는 없다. 화합의 시절에 불화하고, 사랑의 계절에 미워하고, 용서의 시기에 저주하고, 소통의 시점에 제 주장만 내세운다면 결실의 계절 가을에 우리는 얻을 것이 없을 것이다. 이른바 정치라는 이름하에 갈등과 투쟁이 합리화될 수 없으며, 민주라는 이름으로 이기적 행동이 미화될 수 없는 것처럼 경제라는 아니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욕심이 용납될 수는 없을 것이다. 공직자들의 자세는 잔인한 세태일수록 더욱 그 빛을 발한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 의연히 버티는 공직자가 얼마나 있느냐는 것은 치열한 전쟁에서 적을 향해 공격하는 군인이 얼마나 있느냐와 같은 것이다. 정확히 그 수에 비례에 그 나라는 지켜질 것이다. 혼란에 우왕좌왕하는 기회주의자가 오롯한 열매를 맺어 내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4월에 자연의 법칙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사랑과 소통의 시기를 놓쳐 버리고 꽃피워 열매 만드는 화합의 기회를 놓쳐 버리면, 보잘것없는 열매로 가을에는 무서운 하늘의 심판이 민심으로 나타나리라. 벌이 먼저인지 꽃이 먼저인지 따질 것 없듯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눈치 볼 것도 없다. 승자가 먼저 손을 내밀고, 가해자가 먼저 포용하며, 가진 자가 우선 팔을 벌려야 한다. 4월을 따사로운 4월로 만들어야 한다. T S 엘리엇은 틀렸다. 4월은 이제 우리의 화합으로 인해 잔인한 달도, 잔인해서도 안 되는 따사로운 달인 것이다.
  • “노트북과 결혼을 허가하라”…美 ‘덕후 변호사’ 황당 소송

    “노트북과 결혼을 허가하라”…美 ‘덕후 변호사’ 황당 소송

    미국의 한 남자가 컴퓨터와의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 직원, 주지사 등을 고소해 화제에 올랐다. 최근 미국 보스턴글로브 등 현지 언론은 변호사 출신인 크리스 세비어(37)가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맥북'과의 정식 결혼을 요구하며 법정 투쟁중이라고 보도했다. 황당한 이 소송의 주인공 세비어는 사실 과거에도 여러차례 언론에 오르내린 바 있다. 2년 전인 2014년에도 그는 컴퓨터와의 혼인을 중재해달라며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기각당한 바 있다. 그의 연인(?)은 2011년산 맥북이다. 당시 그는 음란물로 가득찬 '그녀'에게 중독됐다며 줄기차게 컴퓨터와의 법적 결혼을 요청했으나 법원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사회를 풍자하는 행위로 보인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의 소송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컴퓨터와의 결혼을 동성애자의 결혼과 비유했기 때문이다. '음란 노트북'과의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동성애자와 비유하며 형평성을 언급하는 논리를 폈던 것. 세비어는 “동성애자는 파트너에게 상응하는 성적 부위가 없는데도 결혼할 수 있다”면서 "컴퓨터와의 결혼도 신체가 아닌 성적 선호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비어는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휴스턴 연방법원 외에도 다른 14개 주에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비어는 지난 2011년 까지 테네시주 변호사 활동했으며 몇 차례 황당한 소송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에는 애플 컴퓨터로 페이스북에 접속하려다 오타를 내 포르노사이트에 접속하는 바람에 '야동'에 중독돼, 결혼생활이 파탄났다며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낸 바 있다. 현재는 변호사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사진=자료사진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경제 블로그] 임원은 “나이스 샷” 노조는 “투쟁” 미래에셋대우 같은 날 다른 목소리

    [경제 블로그] 임원은 “나이스 샷” 노조는 “투쟁” 미래에셋대우 같은 날 다른 목소리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를 품은 미래에셋이 ‘하나’가 되기 위한 작업을 한창 진행 중입니다. 미래에셋대우 홈페이지에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가족이 됐습니다’는 문구가 초기화면에 크게 노출돼 있습니다. 미래에셋대우 임원들은 왼쪽 가슴에 달았던 산업은행 파란색 배지를 은색의 미래에셋 배지로 바꿔달았습니다. 하지만 두 조직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미래에셋그룹 임원진 290여명은 17일 강원 홍천 블루마운틴CC에서 골프 회동을 가졌습니다. 박현주 회장이 직접 참석해 미래에셋대우 등 계열사 임원들과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하며 단합 의지를 다졌습니다. 비슷한 시간 미래에셋대우 노동조합원 1200여명은 서울 중구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앞에서 ‘대우증권 전직원 생존권 사수를 위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습니다. 임원진은 “나이스 샷”을 외치는데 노조원은 머리띠를 두른 채 “투쟁”을 외치는 게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자용 노조위원장은 “지난 16일 본부장과 지점장이 나서 노조원들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강요와 협박을 했다”며 “박 회장의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최고경영진 전달사항이라며 본부장과 지점장이 집회 참가자 명단을 파악해 보고하고, 참가자들에게는 회사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노조는 미래에셋 배지 달기 거부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미래에셋대우 소액주주도 미래에셋과 계속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이날 블루마운틴CC 인근에서 집회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이미 다른 집회가 신고돼 있어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소액주주들은 미래에셋의 인수·합병(M&A) 방식이 차입매수(LBO)에 의한 계약이며 이 때문에 보유 중인 미래에셋대우 주식 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합니다. 정종각 소액주주 권리 찾기 모임 대표는 “미래에셋 측에 여러 차례 협상을 요구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받은 답변이 없다”며 “회계장부 열람과 임시 주주총회 개최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맞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와 시너지 효과를 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조와 소액주주들은 박 회장 등 미래에셋이 ‘점령군’이라는 인식을 아직 떨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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