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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2015년에서 온 부고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2015년에서 온 부고

    그땐 아침이 죽음과 함께 왔다. 2015년 6월 1일부터 50여일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보건복지부는 새로 발생한 환자와 유명을 달리한 환자를 발표했다. 매일 날아오는 부고(訃告)에 생경한 죽음은 어느덧 무덤덤한 것이 됐다.기자들은 메마른 보도자료의 행간에서 환자의 이동 경로를 추리해 빠진 퍼즐을 맞추는 데 몰두했다. 그해 여름 하늘은 무거운 공기로 가득했고, 축축하고 숨이 막힐 듯한 날씨가 이어졌다.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일은 익명의 환자에게 숫자를 매기는 것뿐이었다. ‘메르스 최장기 입원 74번째 환자, 2년 투병 끝에 결국 사망’ 지난달 신문에 실린 부고는 희미한 빛깔마저 퇴색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부인을 간호하다 감염된 73세의 남성 환자. 부인은 73번째 환자였고, 같은 병원을 방문했던 그의 딸은 109번째 환자, 사위는 114번째 환자였다. 메르스를 창궐시킨 국가의 구멍 난 시스템에 일가족의 일상이 무너졌다. 그러나 해가 두 번 바뀌며 도시 전체를 무릎 꿇렸던 메르스는 잊혔고, 사회가 공유했던 고통은 비장함을 상실했다. 모두 퇴원했을 것이라 여기고 일상으로 돌아간 사이 환자는 병실에서 2년간 메르스가 남긴 상흔과 외롭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74번째 환자의 가족과 친분이 있어 고인의 장례식장을 찾은 지인은 “아무도 환자의 병력에 대해 얘기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되새기고 싶지 않은 고독한 투쟁이자 헤집고 싶지 않은 상처였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전 정부에서 38명의 사망자가 받지 못한 국가의 예우를 39번째 사망자가 뒤늦게 받았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여전하며, 그런 점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진 부채도 진행형이다. 정치권력은 바뀌었지만, 또 다른 ‘주범’인 행정권력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행정권력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막중한 책임은 현 정치권력에 있다. 언론은 ‘공범’이었다. 복지부 출입기자들은 병원명 공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언론이라도 먼저 명단을 공개해 감염병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민간 병원이 명단 공개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해 메르스 환자 진료를 거부하면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수익 창출에만 공을 들인 탓에 공공의료 시스템은 매우 낙후해 있었다. 당시 나는 후자 쪽에 손을 들었다. 안일한 인식의 대가는 참혹했다. 하루라도 빨리 명단을 공개했다면 구할 수 있었던 아까운 목숨이 스러져 갔다. 사람들은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웃을 믿을 수 없었고, 공동체는 무너졌다. 난 한동안 죄책감에 우울증을 앓았다. 평생 부채로 가져가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곤 망각했다. 생각지도 못한 때에 날아온 부고 앞에서 봉인한 기억의 매듭을 매만진다. 아문 줄 알았던 상처가 스멀스멀 살아난다. 망각에 대한 죄책감이다. 결코 죽지 않는 바이러스는 망각을 경계하라며 언제든 잠복한 부조리를 일제히 깨울 것이다. 그 대가는 불행과 교훈의 반복이다.
  • ‘태양광’ 영광 주민들 돈줄 되자… 풍력발전소 추가 건설 탄력

    ‘태양광’ 영광 주민들 돈줄 되자… 풍력발전소 추가 건설 탄력

    전남 영광군 백수읍 상사리에 세워진 높이 100m의 풍력발전기 20기(총 40㎿)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꼬막을 줍고 밭을 가는 주민들 삶에 녹아들어 신재생 발전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영광백수풍력’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한때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법정 투쟁까지 벌였다. 화해의 실마리는 발전소 법인이 주민들을 위해 제안한 ‘장기 상생 프로젝트’였다. 지원사업으로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태양광발전소를 지었다. 발전소인근지역지원기금으로 마을의 폐교를 사들여 건강복지센터 등을 짓고 기금 일부는 태양광발전사업에 재투자해 주민들의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부터 백수읍 일대에는 80㎿급 ‘영광풍력’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지난 7월 SK증권은 주민과 발전소의 상생·협력 모델에 주목해 영광풍력발전사업에 2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이 산고를 겪으면서도 이렇듯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전체 발전량의 4.8%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15GW인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68GW까지 늘려야 한다. 아직 갈 길은 멀고,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10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 수는 2011년 322개에서 2015년 473개로 4년 만에 46.9% 증가했다. 신재생 관련 매출은 2015년 기준 11조 3077억원, 수출 규모는 45억 달러(약 5조 1600억원)로 성장했다. 2012년 도입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각종 규제와 민원 등으로 지난해 말 기준 총 828건, 3GW 규모(9조 1000억원)의 신재생 사업들이 지연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이 어려운 신재생의 출력 불안정성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보완하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력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에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실시간으로 날씨와 발전량을 예측하고 출력 급변을 제어하는 통합관제시스템을 2020년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출력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신속하게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가변속양수발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설비도 확보할 계획이다.주민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민원을 이유로 신재생 발전의 입지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도로나 민가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에 태양광 설치를 제한하는 등 지자체의 이격거리 지침 제정 건수는 2013년 1건에 불과했지만 지난 4월 현재 69건으로 늘었다. 전자파와 저주파, 소음, 빛반사 등 신재생이 유해 환경을 조성한다는 불신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주주 등으로 참여해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가 만들어진다. 김성수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은 “정보력과 자금력이 있는 외지인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신재생 사업을 벌이다 보니 주민들의 불만이 많고 유해성 논란이 심해졌다”면서 “농가가 자신의 땅을 활용해 신재생 발전을 하면 전기를 팔아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마련하는 등 노후 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염분 농도가 높아 농사를 짓기 힘든 간척지나 유휴농지 등을 신재생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계획입지가 가능한 땅은 전국에 5억㎡ 정도로 여의도 면적의 172배에 이른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14년 12월 기준 국내 태양광과 풍력 잠재량이 각각 102GW, 59GW라고 추산했다. 다만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 부처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야 한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신재생에 대한 기술 투자보다 물량 공급에만 매달려 중국에 기술을 따라잡혔다”며 “소재와 정보통신 등의 기술 개발로 신재생이 에너지 신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게 좀더 정교하게 정책적 설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최연소 노벨평화상’ 말랄라, 옥스퍼드 입학 첫 수업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년 전인 2012년 10월 9일. 학교를 다녀오던 파키스탄의 14세 소녀가 탈레반 병사가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그녀가 끔찍한 테러를 당한 이유는 여성의 동등한 교육권을 주장하는 글을 쓰는 등 탈레반에 반대하는 행동을 했다는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0일.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5년 전 소녀의 교육권을 주장하다 총에 맞았다. 오늘 나는 옥스퍼드에서 첫 수업을 들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말랄라 유사프자이(20)다. 말랄라는 5년 전 총상을 입었으나 영국으로 후송돼 두개골 일부를 들어내는 대수술을 받으며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후 말랄라는 병상을 훌훌 털고 일어나 소녀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며 교육권 쟁취 투쟁에 나섰다. 이같은 그녀의 활동과 헌신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지난 2014년에는 역대 최연소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사건 이후 영국에 정착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말라라는 명문 옥스퍼드대 레이디 마거릿 홀 칼리지에 입학했다.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할 예정인 그녀는 5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옥스퍼드에서의 첫 수업을 들은 감회를 이날 트위터에 남긴 것이다.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는 첫 학기를 함께할 노트북, 교과서, 연필 등이 촬영돼있다.   탈레반의 계속되는 살해 위협에도 어린이 교육과 여성 인권 향상 활동을 펼친 말랄라는 과거 연설에서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속담은 진실이다. 극단주의자들은 책과 펜을 두려워한다"면서 "책 한 권과 펜 한 자루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교육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히며 지구촌에 감동을 안겼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태의 뇌과학] 불안의 뇌과학

    [김태의 뇌과학] 불안의 뇌과학

    우리는 매일 ‘안녕하세요’라고 안부를 묻는 인사를 한다. ‘안녕’이란 말은 ‘특별한 일이 없이 편안하다’라는 뜻으로 사기 등 중국 고서에도 등장하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군가 만날 때 늘 상대방이 편안한지 서로 묻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우리는 안녕의 대척점에 있는 ‘불안’을 늘 생각하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불안은 ‘편안하지 않음’이라는 부정어 형태의 단어인 반면 영어권에서는 ‘anxiety’라는 직접적인 의미의 단어가 있다. 이는 ‘angh’라는 그리스어 어근을 기원으로 하는데, 물리적으로 꽉 조여서 아픈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 불안의 개념이 좀더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것 같다. 그럼 뇌과학은 이런 불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불안은 감지된 위험이 있을 때 울리는 경보시스템으로서 고등동물에 발달돼 있다. 하지만 불안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경보장치가 지나치게 자주 작동하고 안전한 상황에서조차 경보장치를 끌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이런 상태를 일컫는 진단이 ‘불안장애’다. 불안장애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 중 하나는 강한 자율신경계 반응이다. 위험을 감지하면 우리 뇌는 긴장신호를 만들어 내고 비상 상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몸 상태를 준비시킨다. 이런 상태를 소위 ‘투쟁 도주 반응’으로 부르기도 한다. 즉, 맞서 싸우거나 사력을 다해 도망을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빨라지며 식은땀이 나고 침이 마르게 된다. 특히 공황장애 환자는 금방이라도 죽을지 모르겠다고 느끼며 병원 응급실로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불안이 없다면 좀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적절한 불안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다. ‘톡소플라스마’라는 기생충은 고양이를 최종 숙주로 삼고 중간 숙주는 쥐다. 신기하게도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종 숙주인 고양이에게 잡혀 먹히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로버트 새폴스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런 점에 주목해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의 뇌구조를 살펴봤고 편도체에서 많은 수의 톡소플라스마가 발견됐다. 불안을 유발하는 뇌구조를 좀더 살펴보자. 앞서 거론한 편도체와 더불어 전전두엽, 해마 등이 불안과 관련된다. 이들 기관은 현재, 미래, 과거의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위다. 즉각적인 위험을 감지하는 것은 현재의 일이다. 이 정보의 처리는 편도체가 담당한다.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이 나타나면 시상에서는 즉시 위험신호를 편도체로 보낸다. 다만 편도체에는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내측 전전두엽이 그 기능을 한다. 감지된 위험을 인지적으로 해석하고 미래를 예측해 편도체를 진정시키는 기능이다. 과거 기억은 해마에 저장돼 있다. 해마는 편도체와 긴밀하게 신호를 주고받으며 과거 위험을 상기시켜 준다. 위험한 일이 반복될 때 강한 불안 반응을 일으켜 즉각적으로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다. 마크 길버트슨 미국 하버드의대 박사는 해마 크기가 작은 사람이 전투를 경험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불안은 양날의 칼과 같다. 적절하면 생존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약하거나 강하면 오히려 생존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삶이 불안하고 일자리가 없어 불안하다. 추석 연휴 기간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면서 조금이나마 불안을 줄이고, 더 건강한 마음으로 삶의 자리에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사망 50년 지나도… 영원한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쿠바 혁명의 아이콘인 체 게바라가 세상을 떠난 지 9일로 50주년이 됐다. 그의 시신이 묻혀 있는 쿠바 산타클라라에서는 8일(현지시간) 5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에스캄브레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추모식에는 6만~7만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참배객들은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거나 사진 등을 들고 그의 혁명 정신을 기렸다. 게바라의 혁명 동지이자 오랜 친구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참석해 묘지 앞에 흰 장미를 헌화했다. 이날 추모식은 국영 TV로 생중계됐다. 1928년 아르헨티나 부유층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게바라는 의사로서의 안정적 삶을 박차고 사회주의 혁명을 이루겠다는 뜻을 품는다. 첫 번째 부인 일다 가데아의 소개로 쿠바의 망명 정치가인 피델 카스트로를 만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1956년 쿠바로 건너간 게바라는 게릴라전으로 1959년 친미 바티스타 정권을 전복시키고 혁명에 성공했다. 이후 카스트로 정부의 각료로 활동했지만 1965년 돌연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난다. “쿠바 혁명이 내게 준 임무를 완수한 것 같다. 작별을 고한다. 다른 나라들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콩고에서 6개월간의 혁명 노력이 실패한 뒤 볼리비아로 건너간 게바라는 레네 바리엔토스 군부 정권을 무너뜨린 뒤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하려고 47명의 게릴라 부대를 조직해 무장투쟁을 벌였다. 7개월간의 게릴라 활동 끝에 1967년 10월 8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조력을 받은 볼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체포돼 다음날 처형당했다. 비밀 무덤에 묻혔던 그의 시신은 30년이 지난 1997년 전기작가 존 리 앤더슨에 의해 발견돼 쿠바에 다시 안장됐다.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이었던 피델은 게바라를 “혁명의 모범”이라 묘사하며 “지킬 명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고 추모했다. 게바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영국 BBC는 이날 게바라가 민중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영웅이지만, 일각에서는 잔혹하고 피에 목마른 무장투쟁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게바라는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혁명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힘입어 사회주의 운동가에서 저항의 표상으로 진화했다. 이 때문에 게바라는 1968년 프랑스 ‘68혁명’ 이후 진보적 젊은이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이후 게바라의 반항적 이미지는 그의 사진을 복제한 앤디 워홀의 작품 ‘체 게바라’를 시작으로 티셔츠와 시계, 맥주, 남자 향수 등의 마케팅에 널리 이용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사회주의 혁명가가 사후 자본주의의 최첨단에 서게 된 셈이라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실업난에 청년 분신… 독재 뺨치는 군부… 상처뿐인 ‘아랍의 봄’

    [글로벌 인사이트] 실업난에 청년 분신… 독재 뺨치는 군부… 상처뿐인 ‘아랍의 봄’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해피엔딩은 동화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은 처절한 투쟁 끝에 독재자를 축출했지만 정치적·경제적 혼란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악화됐고 삶은 더 피폐해졌다. 아프리카·중동 국가들의 민주화 혁명 이후를 진단해 본다.●튀니지 분신, 혁명 전보다 3배 폭증 튀니지는 2011년 중동을 휩쓴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의 발원지다. 아랍의 봄은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에서 청과물 노점상을 운영하던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로 시작됐다. 그는 무허가 노점이라는 이유로 청과물 수레를 빼앗기고 경찰에 구타당했다. 궁지에 몰린 부아지지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마지막 저항을 했다. 그는 이듬해 1월 4일 숨졌다. 대중은 부아지지의 절망에 공감했다. 분노가 들불처럼 번졌다. 튀니지 전역에서 반(反)독재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다. 정권은 시위대에 폭력을 휘둘렀다. 최소 338명이 사망했다. 시위는 더 격화됐다. 2011년 1월 14일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당시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도주했다. 23년 독재의 종지부였다. 튀니지의 승리는 ‘재스민 혁명’이라고 불렸다. 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國花)다. 혁명은 주변 국가들의 연쇄적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튀니지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혁명 후 민주적으로 정권을 이양하는 데 실패했다. 중동 유일의 민주혁명국 튀니지의 현 상황은 처참하다. 정국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난까지 심화되고 있다. 현재 튀니지의 실업률은 15%가 넘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청년 실업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민주화 이전 실업률은 13%였다. 좌절감과 상실감에 젖은 튀니지 청년들은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분신 횟수는 혁명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혁명을 촉발했던 분신이 이제는 절망을 표현하는 방식이 된 것이다. 지난해 수도 튀니스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해 화상병원으로 이송된 시민은 104명이다. 화상병동의 의사 아멘 알라 메사딘은 “2011년 이후 연평균 80명 이상이 분신을 해 병원에 온다”면서 “분신은 튀니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자살 방식이다. 문제는 분신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집트 시시 ‘철권통치’ 자행 이집트 국민들은 치열한 민주화 시위를 통해 2011년 2월 11일 ‘파라오’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했다. 무바라크는 권좌에서 밀려나기까지 30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무함마드 무르시가 2012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 ‘봄’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3년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압둘팟타흐 시시가 쿠데타를 일으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집권 1년 만에 쫓아냈다. 그는 2014년 형식적인 선거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철권통치가 시작됐다. 시시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시위대에 발포하라고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군부는 약 1300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시시 정권이 반정부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원 2200여명의 목숨을 빼앗았으며 약 4만명의 정치범을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집트가 시위를 거의 금지하고 수많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며 현지의 대표적 반정부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불법조직으로 규정하고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시 정권의 탄압이 무바라크 전 대통령 재임 당시보다 심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BBC는 “무바라크 정권 때 허용됐던 집회·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는 늪에 빠졌다. 지난 8월 이집트의 물가상승률은 31.92%였다. 무바라크 집권 말기 물가상승률은 15%를 넘지 않았다. 이집트의 급격한 물가상승은 지난해 11월 이집트파운드화를 평가절하한 데 따른 것이다. 시시 정권은 차관 120억 달러를 확보하려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 조건을 수용했다.●리비아 대통령선거 추진하는 유엔 리비아는 42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당시 국가원수를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내전이라는 몸살을 앓았다. 2011년 2월 15일 카다피 정권 퇴진 시위가 시작됐다. 카다피는 2월 20일부터 시민군을 무력 진압했다. 시위에 참여한 민간인들이 살해당했다. 국제사회는 카다피의 인권 유린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유엔은 2월 26일 카다피 정권에 대한 제재를 결의했다. 3월 3일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카다피가 재임 기간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3월 19일 미국과 유럽 연합군은 리비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연합군이 참전하면서 리비아 반정부 시위는 시민군 대 정부군의 내전 양상을 띠게 됐다. 연합군의 지원을 등에 업은 시민군은 8월 19일 리비아 영토 대부분을 장악했다. 카다피는 10월 20일 자신의 고향 시르테의 은신처에서 발각됐다. 시민들의 손에 끌려나온 카다피는 비참하게 살해당했다. 독재자는 죽었지만, 내전은 끝나지 않았다. 2012년 선출한 제헌의회 총국민회의까지는 비교적 순조로웠다. 총국민회의 임기가 끝난 2014년 6월 문제가 불거졌다. 곧바로 치러진 총선에서 패배한 이슬람계 무장단체 ‘파즈르 리비아’(리비아의 여명)는 선거를 무효라고 선언하고 트리폴리에 이슬람계 제헌의회(GNC)를 수립했다. 비이슬람계 세력은 동부 투브루크로 피신해 별도의 국민의회(HoR)를 세웠다. 이로써 리비아는 서로 합법 정부를 자처하는 양대 세력으로 양분돼 내전을 이어 갔다. 유엔의 중재로 2016년 3월 트리폴리 정부와 투브루크 정부 사이에 통일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리비아 통합정부(GNA)가 출범했었다. 그러나 국민의회가 합의를 파기했다. 유엔은 양측의 통합정부를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가산 살라메 유엔 리비아 특사가 통합정부를 이끄는 파예즈 사라지 총리와 국민의회를 지지하는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을 만났다. 유엔은 내년 7월쯤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치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예멘 내전·콜레라로 1만여명 사망 34년간 집권했던 알리 압둘라 살레 당시 예멘 대통령은 2012년 민주화 시위로 축출당했다. 이후 민주적 정권 이양 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연료비 인상이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켰다. 2014년 9월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가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예멘 정부를 몰아냈다. 남쪽 국경을 예멘과 맞대고 있는 아랍권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입했다. 사우디는 아랍권 동맹군을 결성해 2015년 3월 26일 참전했다. 예멘 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내전으로 지금까지 민간인 8000여명이 숨졌고 4만 5000명이 부상당했다.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하수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오염된 우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시민이 많아졌다. 그러자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가 창궐했다. 올해 4월 콜레라가 창궐한 이후 3달 동안 54만 2000명이 감염됐고 그 가운데 2000명이 사망했다. 애덤 로버츠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 수석연구원은 “독재자, 부패한 정치인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주의 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면서 “시민들은 단지 독재자를 제거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김정은 “핵·경제 병진 지속”…김여정 정치국 후보위원에

    김정은 “핵·경제 병진 지속”…김여정 정치국 후보위원에

    최룡해 보직 8개… 핵심 실세로 당 부위원장 6명 대대적 ‘물갈이’ 통일부 “국면 전환용 인적 쇄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일 당의 핵·경제 건설 병진노선의 지속 추진과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 극복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여동생인 김여정(작은 사진)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을 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하는 등 대규모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조성된 정세와 오늘의 현실을 통해 우리 당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틀어쥐고 주체의 사회주의 한 길을 따라 힘차게 전진해 온 것이 천만번 옳았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이어 “올해의 투쟁을 통해 적들이 그 어떤 제재를 가해 온다 해도 나라의 경제구조가 자립적으로 완비돼 있다”며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의 극악무도한 제재압살 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화를 복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기본열쇠가 바로 자력갱생이고 과학기술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당 중앙위 전원회의는 지난해 5월 제7차 당 대회 직후 열린 이후 1년 5개월 만에 열렸으며 조직 문제도 논의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특히 김여정은 당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린 지 1년 5개월 만에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핵심보직인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랐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가 만 42세에 당 중앙위원에 오른 뒤 당 경공업부장과 군 대장 등을 거쳐 66세 때인 2012년 정치국 위원에 임명된 것에 비해서도 빠른 속도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자기 여동생을 주요 핵심인사로 부각시킨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생길 수 있는 요소를 막기 위한 중용”이라고 분석했다. 또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에 재선출되고 당 전문부서 부장에 임명돼 당·정·군을 아우르는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이로써 최룡해는 정치국 상무위원, 정무국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을 포함해 모두 8개의 당·정 주요 보직을 맡게 됐다.이와 함께 박광호(직전 직책 미상), 박태성 평안남도 당위원장, 태종수 전 함경남도 당책임비서, 박태덕 황해북도 당위원장, 안정수 당 중앙위 부장, 최휘 함경북도 당 부위원장 등 6명이 과거 당비서 역할을 하는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새로 선출됐다. 통일부는 “김정은이 현 국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 돌파를 위한 인적 개편 측면과 7차 당대회 후속 세대교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북한, 촛불시위 들먹이며 남한 비난... “보수정권의 반역 정책 되풀이” 주장

    북한이 촛불항쟁으로 남한의 정권이 바뀌었지만, 보수정권의 ‘반역 정책’은 되풀이되고 있다며 남한 당국을 향해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촛불투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의 개인필명 정세논설에서 “남조선 인민들이 항거의 촛불을 추켜든 때로부터 1년이 되어오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신문은 “남조선 인민들의 촛불항쟁은 응당한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며 “남조선에서 촛불투쟁 성과들이 파괴되는 속에 보수정권의 반역정책들이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것은 촛불민심을 대변한다고 하면서 등장한 현 남조선 집권세력의 배신적 망동의 필연적 결과”라고 강변한 뒤 우리 정부의 대북·대미정책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배치 등을 거론하면서 원색적으로 힐난했다. 이런 가운데 노동신문은 또 ‘전쟁광들의 파렴치한 도발 타령’이라는 제목의 개인필명 논평에서 이번 연휴 기간 이뤄진 정경두 함참의장의 최전방 부대 시찰과 이어진 해군·공군참모총장의 서북도서 방어태세 점검 등을 거론한 뒤 “북침전쟁 도발의 불집을 터뜨리기 위한 고의적이며 계획적인 책동”이라며 “미국 상전만 믿고 무분별한 도발에 나서다가는 남조선 전역이 쑥대밭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노조도 사회적 비용 분담하라”는 노사정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싸움으로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노동자도 사회적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노동계에 쓴소리를 했다. 고용노동부가 전임 정부의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허용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을 전격 폐기하면서 사회적 대화 복원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새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며 노사정위 복귀를 거부하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그 무게가 남다르다. 문 위원장은 그제 본사 주최 ‘광화문라운지’ 강연에서 노사가 기본급 1%를 출연해 상생기금으로 만든 SK이노베이션을 모범 사례로 거론하며 노동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 노사가 이를 인정하고, 각자가 역할을 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1만원을 줄 수 있는 경제를 만드는 과정에 노조가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문 위원장은 노조 출신 첫 노사정위원장이다. 1990년대 금속노조와 민노총 설립을 주도했고, 민주노동당 대표까지 지냈다. 세 차례 구속 전력도 있다. 노동계 출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문 위원장이 낙점되자 재계는 노동계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노동계에 사회적 역할을 주문한 것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작지 않다. 현 정부 들어 노동계는 성과연봉제 폐지, 최저임금 대폭 인상,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시정 명령 등 숙원들을 일사천리로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노총은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옥상옥 격인 ‘노사정 8자 회의’를 제안하고, 민노총은 “노조할 권리가 먼저”라며 전교조·공무원노조 법정 노조화 등 5대 요구안에 대해 실행계획을 내놓으라고 정부를 윽박지르고 있다. 양대 노총의 강경한 태도는 친노동 정부 임기 초반에 확실하게 얻어 낼 것을 모두 얻어 내자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에서 배제되고, 차별받은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어떻게든 요구를 관철하려는 그들의 조급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그래도 이래선 안 된다. 대통령, 고용노동부 장관, 노사정위원장이 모두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도 대화와 협상의 장을 걷어차는 행태를 곱게 볼 국민은 없다. 문 위원장은 “오랜 노동운동 기간에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실제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양대 노총이 그의 고언을 깊이 새겨듣길 바란다.
  • 80년대 노동운동 역사 다시보기

    80년대 노동운동 역사 다시보기

    민주노조, 노학연대 그리고 변혁/김원 외 지음/한국학중앙연구원/576쪽/3만원올해는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이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6월 항쟁은 직선제 개헌을 약속하는 6·29 선언으로 막을 내렸지만 7월부터 노동자들은 민주노조 건설, 임금 인상, 근로 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전국적인 파업 투쟁을 펼쳤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연대가 급격하게 진행된다. 1987년에만 노조가 2675개에서 4103개로, 1989년에는 7883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1991년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하며 1980년대 노동운동이 지향했던 가치들이 낡은 것으로 치부됐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이 책은 1980년대 노동운동과 그 안에서 젊음을 불태우고, 죽음으로 항거하다 이름 없이 사라진 이들과 그 역사에 대해 재평가하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전 세계 가열되는 국기·국가 논란

    전 세계 가열되는 국기·국가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프로풋볼(NFL) 등 스포츠계의 국가(國歌) 논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국기에 대한 예의 논란은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AP통신은 최근 “이같은 논란은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종교적·인종적으로 분열이 심한 국가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국가 ‘하-티크바’(Ha-Tikva·희망)는 고대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유대인들의 열망을 노래한다. 국가에는 ‘다윗의 별’을 새겼고, 국가의 상징은 예루살램 성전에서 사용하는 촛대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국민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은 공감하지 못하거나, 불쾌함을 표출한다. 아랍계인 하닌 조아비 이스라엘 의원은 국가 제창을 거부하기도 했다. 중국의 국가는 ‘의용군행진곡’이다. 의용군행진곡은 반정부 정서가 강한 홍콩 일부 지역에서 배척당하고 있다. 홍콩의 축구팬들은 홍콩 축구팀이 중국이나 다른 국가의 팀과 경기할 때 의용군행진곡이 나오면 야유하거나 뒤돌아서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이달 국가를 모독하는 행위를 하면 최대 15일까지 구금할 수 있는 새 법안을 통과시켰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은 이 법안이 홍콩의 자유를 옥죄는 데 악용될 것으로 우려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0년 12월 옛 소련의 국가를 가사만 바꿔 러시아 국가로 채택했다. 자유주의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소련 국가의 귀환이 러시아의 개혁과 자유를 역행시키려는 신호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오랜 시간 분리·독립을 위해 투쟁해 온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별도의 깃발 ‘에스탈라다’를 사용한다. 붉은색과 노란색 줄무늬 위에 파란색 삼각형과 흰색 별을 새겼다.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는 일본 황제에게 헌정된 노래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굳어진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금기시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추석 특선영화, 안방 영화관 ‘라라랜드부터 부산행까지..’ [추석에 뭐하지?①]

    추석 특선영화, 안방 영화관 ‘라라랜드부터 부산행까지..’ [추석에 뭐하지?①]

    추석 연휴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번 연휴에는 최근 개봉한 따끈따끈한 영화부터 아깝게 놓쳤던 스크린 명작, 아카데미상을 휩쓴 외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최장 10일까지 예정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한가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2016년 12월 개봉 후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라라랜드’부터 2016년 여름 최고 흥행작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터널’, ‘밀정’ 등 화제작들이 기대를 모은다. ♦따끈따끈한 韓 대표작들 올해 추석특선영화는 관객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흥행작들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KBS 2TV는 첩보 부대의 실화를 그린 영화 ‘인천상륙작전’(5일 오후 8시)을 준비했다. 실제 KBS가 투자했기 때문에 그 인연이 남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MBC는 지난해 유일한 천만 영화였던 공유 주연의 ‘부산행’(6일 오후 8시 30분)을 편성했다. 역대 박스오피스 10위를 차지한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된 가운데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이뤄지는 생존 투쟁을 그린 액션 스릴러. 공유와 마동석, 김의성의 연기가 빛나며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SBS에서는 하정우 주연의 재난 영화 ‘터널’(6일 오후 8시 35분)이 방송된다. ‘터널’은 평범한 가장이 무너진 터널에 갇히면서 시작되는 구조 작전을 그린 영화다. 허술한 구조 과정과 시스템을 고발하면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JTBC는 황옥 경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송강호와 공유 주연의 영화 ‘밀정’(5일 오후 8시 50분)을 방송한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아름다운 미장센과 긴장감 넘치는 독립운동 이야기로 750만 관객을 돌파했다.♦스크린 명작을 안방에서.. 아깝게 놓쳤던 스크린 명작, 아카데미상을 휩쓴 외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국 대표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해외 영화도 방영된다. MBC는 2017 아카데미 시상식 6관왕에 빛나는 로맨틱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7일 오후 10시)를, KBS 1TV는 2016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7일 오후 10시 20분)를 방송한다. 명작 ‘타이타닉’(7일 오후 10시 55분)은 EBS 1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타이타닉’은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고, 현재까지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대서양 한복판에서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젊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풋풋하면서도 열정적인 로맨스가 관전 포인트다. EBS 1TV는 7~8일에 걸쳐 ‘반지의 제왕’ 시리즈 두 편을 방송한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J.R.R. 톨킨의 명작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방대한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묘사해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지금 봐도 놀라운 특수효과로 찬사를 받았다. 마지막 시리즈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11개 부문 모두 수상한 작품이다. 한편 OCN은 3일엔 ‘암살’ ‘광해’ ‘베테랑’을 연속 방영하며, 4일엔 ‘관상’ ‘대결’ ‘검사외전’을 선보인다. 6일엔 ‘밀정’, 7일엔 ‘터널’, 8일엔 ‘마스터’를 방영한다.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킹스맨’ 개봉과 연계해 이달 30일엔 ‘스파이 특집’으로 ‘미션 임파서블5: 로그 네이션’과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도 연속 방송한다. CGV는 다음달 1일 ‘겨울왕국’, 6일 ‘봉이 김선달’, 7일엔 ‘덕혜옹주’ 등을 선보인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기본급 1% 상생기금 만든 SK처럼… 이젠 노동자도 역할해야”

    “기본급 1% 상생기금 만든 SK처럼… 이젠 노동자도 역할해야”

    “이젠 노동자가 역할을 할 때다. 대기업 노조가 양보가 아닌 역할을 해야 한다. 노사정이 3분의1씩 사회적 비용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문성현(65)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신문 주최로 열린 광화문라운지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싸움으로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최저임금 1만원부터 노사정이 역할을 해 앞으로 다가올 구조조정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우리 청년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시급 만원 정도를 받으면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소망”이라며 “어떻게 하면 시급 만원을 줄 수 있는 경제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은 노동이 아닌 경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재정, 공정거래, 근로소득세액공제(EITC) 등 사회적 안전망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노사도 각각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과연 노조가 3분의1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모범적 사례로 SK이노베이션의 임단협 사례를 들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11일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하기로 결정했다. 또 직원들이 기본급의 1%를 내고 회사도 같은 금액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금을 만들어 원·하청 상생과 그룹 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에 쓰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임금 인상분의 상당 부분을, 공공기관 노조가 성과상여금 폐지로 인해 돌려받게 될 금액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쓰기로 했다고 문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최저임금부터 정부가 마중물을 하고 노사가 되는 방향으로 하면 (최저임금 만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최저임금에서 시작해서 경제가 어려울 때 노사가 이를 인정하고 각자가 역할을 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노사 양쪽이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외환위기 당시 정리해고법 도입 등 사회적 대타협 이후 노동자 측에서는 사용자 측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느낀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근로기준법 개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아차 상여금의 통상임금 판정 등 입법·사법·행정이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여건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위원장은 “1997년 사회적 대타협 이후 나타난 시행착오를 종합해서 4.0시대(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새로운 협약이 나와야 한다”며 “이번에는 정부 주도가 아닌 노사가 주체가 돼 풀고 안 되는 걸 정부에 심부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오랜 노동운동 기간 동안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실제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고 노동계 주류도 안 싸우고 풀어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며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대 상대 출신인 문 위원장은 1980년 방위사업체인 동양기계(현 S&T중공업)에 들어가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와 조선업 분야에서 거대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데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노사가 인정해 일부 노동자가 싸우지 않고도 회사를 나갈 수 있어야 하고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구조가 갖춰져야 한다”며 “여기까지 10년 걸릴지, 50년 걸릴지 모르지만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 47주기다. 문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 주도로 열릴 추도식에 갈 예정이다. 가서 “오늘날 이 시대의 전태일은 누구냐”고 물어볼 생각이다. 문 위원장은 “대기업에 정규직이고 노조가 있으면 ‘신의 직장’”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이 100대60,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이 100대50인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어떻게 만원을 할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데서부터 노동자의 사회적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민주당 “안보 회동 이어 국군의 날 행사까지 불참한 홍준표, 유감”

    민주당 “안보 회동 이어 국군의 날 행사까지 불참한 홍준표, 유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 간 ‘안보 회동’에 이어 28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 행사에도 불참했다. 청와대가 제안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참여할 수 없다는 등 자유한국당의 ‘마이웨이’ 행보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유감을 표명했다.민주당의 김현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오늘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오지 않은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어제(27일) 안보를 주제로 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담에도 불참하더니 오늘 국군의 날 행사마저 불참했고, 앞서는 6차 북한 핵실험 당시 국회 의사 일정마저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안보를 중시하는 제1야당 대표가 이래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과연 제1야당 대표 중에 이렇게 초당적 국정운영이 필요한 안보 문제에 노골적으로 태클을 거는 사례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서도 ‘보여주기식 정치쇼’라느니, ‘속빈 강정’이라느니 폄하하기에만 바쁜 자유한국당을 보면서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자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에도 안보 문제만큼은 여야의 구분 없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왔다”면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당시에도 입장 차이는 있었지만 협력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제라도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합의한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에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에 대한 입장이 정반대인데 협의체를 할 필요가 있나”라면서 “협의체는 본부중대와 예하 중대가 같이 하면 될 일이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2·3중대로 나서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정성 있는 협치 의지가 없다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대통령 실정의 책임을 국회와 야당에 전가하는 책임회피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씨줄날줄] 쿠르드 독립국가의 꿈/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쿠르드 독립국가의 꿈/이순녀 논설위원

    1차 세계대전 승리로 오스만제국이 물러난 이라크를 위임통치하게 된 영국은 이라크 국가 형태와 국경 획정에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식민청 장관인 윈스턴 처칠은 고고학자 겸 탐험가이자 아랍인들에게 ‘사막의 여왕’으로 불리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거트루드 벨에게 자문을 했다. 벨은 남부의 시아파, 중부의 수니파, 그리고 북부 산악지대의 쿠르드를 하나로 묶는 국가 건국을 강력히 주장했다. 세 분파가 서로 견제하는 힘의 균형을 꾀하고, 통치를 효율화하려는 의도였으나 결과적으로 비극적 내분의 씨앗을 뿌린 셈이 됐다.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실시한 분리·독립 주민 투표에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나오면서 이라크는 물론 터키, 이란 등 주변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발표된 투표 결과 찬성표는 무려 91.8%에 이르렀다. 마수드 바르자니 자치정부 수반은 곧바로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협상을 총리에게 제안했지만 중앙정부는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라크와 터키군은 KRG 자치 지역과 인접한 국경지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일촉즉발의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약 4000년 전 지금의 이란 고원, 이라크 북부 일대 등 쿠르디스탄(쿠르드족의 땅)에서 터전을 잡은 쿠르드족은 중세 때 아라비아의 통치를 받은 이후 지속적인 이민족의 침략과 지배를 겪은 비운의 민족이다. 3000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 유랑 민족이지만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이라크, 이란, 터키, 시리아 등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독립의 기회가 왔으나 열강 제국의 이해 충돌로 무산됐다. 이후 쿠르드족은 끊임없이 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특히 험난한 삶을 감내해야 했다. 1987~89년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란을 도왔다는 이유로 쿠르드족 거주지인 할아브자 지역에서 화학무기로 인종 청소에 가까운 학살을 자행했다.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자 이들은 KRG를 수립해 자체적으로 대선과 총선을 치르며 독립국가의 꿈을 키워 왔다. 이번 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이 나왔지만 독립국가 탄생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사회는 쿠르드족의 독립 추진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화약고인 중동 지역의 안정을 해칠 우려 때문이다. KRG도 일단은 자치권 강화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투표 결과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나라 없는 설움을 겪은 우리로선 그들의 독립국가 소원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하지만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된다면 그 또한 불행일 것이다.
  • “88올림픽 굴렁쇠처럼…독창적인 평창되길”

    “88올림픽 굴렁쇠처럼…독창적인 평창되길”

    “이번 작품은 제대로 된 인간이 되려면 삶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저는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말했던 ‘죽음은 한 자루의 뼈밖에 남기질 않는다’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생은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인생을 완전하고 풍부하게 산다는 것은 항상 투쟁입니다.”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리스 연출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53)가 연출한 최신작 ‘위대한 조련사’가 오는 28~3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가 공동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 관객을 가장 먼저 찾았다.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언론으로부터 “숨막히는 아름다움”, “아름다움의 빛을 발하는 매우 보기 드문 다이아몬드” 등의 극찬을 받은 화제작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파파이오아누는 공연을 앞두고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감은 인생 그 자체, 인생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으로부터 받는다”며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고,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작품에 녹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그리스 아테네 태생으로 순수 미술을 전공하고 화가, 만화가로서 일찍이 인정받은 그는 공연계에 입문한 뒤로는 연출, 안무, 연기, 무대, 의상, 조명 등 전 분야에서 활약하는 보기 드문 공연 연출가다. 연극도 무용도 아닌 복합장르의 이번 작품에서는 10명의 출연자가 무대에 올라 ‘인간 탐색’이라는 주제를 매혹적으로 표출한다. 나체의 남자 배우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가 남긴 불후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 속 비너스처럼 서 있는가 하면 우주복을 입은 배우가 우주를 유영하듯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다. ‘단순미의 거장’답게 그는 한마디의 대사 없이 오로지 몸짓으로 꿈꾸는 듯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무대 위에 감각적으로 펼쳐 낸다. “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장면도 사실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저에게는 신성한 의무와도 같습니다. 인간은 그간 복잡한 문화를 만들어 왔지만 사실 잘못된 창조물, 생산물들만을 세상에 던져 냈을 뿐입니다. 우리는 조용하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능력과, 여백과 공백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잃고 있죠. 단순한 시대로 돌아가 과거의 시간에 감사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이 지닌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1000명 이상의 출연진이 동원된 아테네올림픽 개·폐막식은 그의 독창적인 창작 세계와 연출 역량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그는 2015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1회 유러피언게임 개막식을 총연출하며 그 명성을 재확인했다. 그간 대형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른 그에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 중인 한국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때 한 어린 소년이 혼자 굴렁쇠를 굴리며 걸어가던 장면이 저에게 인상적이었어요. 그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아테네올림픽 때 어린 소년이 종이배 모양 보트를 타고 홀로 물을 가르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올림픽은 특정한 문화의 창문을 여는 큰 기회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그 나라가 지닌 역사와 철학적인 면을 보여 줘야 합니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행사는 서구, 특히 미국의 규칙에 따르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게 되면 그 나라의 고유함을 잃고 비슷한 문화만 만들 뿐입니다. 한국 문화만의 고유함을 보여 주세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나치망령’ 부활하나

    ‘나치망령’ 부활하나

    ‘노골적 反난민’ 獨극우 정당…2차 대전 후 70년 만에 의회 입성이겼으나, 씁쓸한 승리였다. 독일 연방선거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이 전날 치러진 독일 하원 선거에서 1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민·기사당 연합의 득표율은 33%로 저조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보다 약 6% 포인트 떨어졌으며 2013년 총선 득표율 41.5%보다는 8.5% 포인트 하락했다. 독일 DPA통신 등은 “1949년 총선 이후 기민당이 얻은 최악의 성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집권 4기를 맞은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동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4연임에 성공하면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의 반열에 오르게 된 메르켈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우리는 더 나은 결과를 희망했었다”면서 “유권자들의 걱정에 귀 기울이면서 좋은 정치를 하겠다. 다시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무엇보다 반(反)이슬람, 반난민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제3당(득표율 12.6%)으로 연방의회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 메르켈 총리에게는 큰 부담이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공동총리 후보는 “국가를 변화시키겠다”면서 “메르켈을 쫓아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연방의회에 극우정당이 진출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치러진 1948년 구서독 1대 연방의회 총선에서 독일보수당(DKP)·독일우익당(DRP) 연합이 1.8% 득표율로 5석을 차지한 이후 약 70년 만이다.당이 급부상하면서 여성 지도자 알리체 바이델(38) AfD 공동총리 후보도 주목받는다. 가울란트 공동총리 후보가 76세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바이델 공동총리 후보가 당의 실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명의 자녀를 둔 레즈비언 엄마로 유명하다. 극우정당에서 레즈비언이 총리 후보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난에 대해 그는 “단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AfD가 추구하는 전통적인 가족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AfD는 동성애를 혐오하지 않는다”고 맞서 왔다. 슈피겔은 AfD의 약진에 대해 “과거 독일의 망령이 돌아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AfD는 4년 뒤 의회에 계속 머무르려고 사회 분열을 획책할 것”이라면서 “메르켈 총리는 난민 정책과 안보 이슈와 관련해 AfD의 지속적인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fD는 선거 이튿날부터 내분에 휩싸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페트리 프라우케 AfD 공동 대표는 이날 “연방의회에서 AfD 의석에 앉지 않겠다”면서 “AfD 내에서 방향성에 대한 투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라우케 대표의 발언은 당내 강경 극우파와 온건파 간 권력투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메르켈 총리는 새 연립정권 구성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년간 기민·기사당 연합과 대연정을 했던 사회민주당(SPD)의 마르틴 슐츠 총리 후보는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가리키는 것은 야당을 하라는 것”이라면서 연정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기민·기사당 연합과 자유민주당(FDP)과 녹색당이 참여하는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자메이카 연정은 각 당의 상징색인 검정, 초록, 노랑이 자메이카 국기 색과 같은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경우 과반 의석을 달성할 수는 있다. 다만 난민·조세·에너지 정책 등에서 각 당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 연정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백남기 1주기 추모제… 농민 등 400여명 참석

    백남기 1주기 추모제… 농민 등 400여명 참석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숨진 백남기 농민의 1주기를 하루 앞둔 24일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5·18 묘역)에서 백남기 추모제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우리가 백남기다”라는 구호를 외쳤다.백남기투쟁본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민중의례와 백남기 농민 약력 소개, 추모 공연, 각계 추모사, 유가족 인사, 분향 및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장휘국 광주교육감, 시민단체 활동가, 농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아내 박경숙씨는 “독재라는 거목의 뿌리를 뽑아내지 못하고 기둥만 베어냈다”면서 “촛불로 씨앗을 뿌린 민주주의가 싹을 틔워 무성한 숲을 이루면 독재도 뿌리가 뽑힐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본부 등은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를 백남기 농민 1주기 주간으로 선포하고 광주와 전남 곳곳에서 추모 행사를 이어왔다. 광주시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백남기 농민이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 손때 묻은 꽹과리와 옛 사진, 평소 읽던 책 등을 전시한 기록전시회도 열렸다. 전남에서는 도청 앞 기자회견, 22개 시·군청에서 추모 사진전, 지역별 촛불문화제가 개최됐다. 1947년 전남 보성군 웅치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2015년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1년여간 투병 끝에 지난해 9월 25일 숨졌다. 1968년 중앙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한 고인은 박정희 정권에서 2차례 제적당한 뒤 1980년 ‘서울의 봄’ 때 복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았다. 5·17 비상계엄 확대로 신군부에 의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쌀값 21만원 보장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오늘 2017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백남기 추모대회와 친박집회도

    오늘 2017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백남기 추모대회와 친박집회도

    23일 서울은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와 각종 문화행사가 열려 극심한 차량정체가 예상된다.서울·수원·화성시는 1795년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러 간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행사를 이날 진행한다. 창덕궁을 출발해 사도세자 묘인 화성 융릉까지 이동하는데, 4391명과 말 690마리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렬이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창덕궁, 종로, 숭례문, 노들섬, 동작구청, 보라매역, 시흥행궁 일대가 순차적으로 1개 차로씩 통제돼 교통에 영향을 준다. 또한 이날 오후 종로1가와 광화문광장 일대에 농민·시민단체 모임인 ‘백남기투쟁본부’가 약 5000명 규모로 주최하는 고(故)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가 예정돼 있다. 농민대회는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시작, 오후 4시 종로 르메이에르빌딩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추모행사로 마무리된다. 앞서 오전 중에는 사드 반대를 외치며 19일 분신했다가 숨진 ‘독일 망명객’ 조영삼씨 영결식과 노제가 상암동과 청와대 인근,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이어진다. 친박(박근혜)·보수성향 단체들이 개최하는 ‘태극기집회’도 이날 오후 서울 곳곳에서 열린다. 오후 2시부터 대학로에서 3000명, 중구 대한문에서 500명, 보신각에서 200명, 동화면세점 앞에서 100명가량 규모로 태극기집회가 개최된다. 이들은 각각 삼청동, 을지로, 명동, 청운효자동을 행진해 차량 흐름과 시민 통행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오늘 세종대로·종로서 집회…오후 3~6시 도심 교통통제

    23일 서울 도심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 1주기 추모대회와 친박·보수 단체들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오후 3시 30분부터 6시 30분쯤까지 종로5가에서 종로1가 방향 전 차로와 세종대로 사거리 인근 1~2개 차로를 통제할 계획이어서 도심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농민·시민단체 모임인 ‘백남기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2시쯤 종로1가 르메이에르 빌딩 옆 샛길과 청진공원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한다. 대회 장소는 백 농민이 2015년 11월 14일 물대포를 맞은 곳이다. 단체는 오후 6시쯤 대회를 마치고 종로구청과 광화문 KT빌딩 옆을 지나 광화문광장으로 이동, 오후 7시쯤 공식 추모행사인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를 연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는 오후 2시쯤 대학로에서 태극기집회를 개최하고 오후 4시쯤부터 보신각과 안국역을 지나 삼청동을 행진한다. 같은 시간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도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집회를 열고 보신각과 을지로를 행진한다. 경찰 관계자는 “살수차와 차벽은 배치하지 않고 집회 인근 경찰 배치도 최소화할 예정”이라면서 “농민단체와 친박·보수단체가 직접 마주치는 구간은 없어 충돌 우려는 적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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