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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 카펫 ‘검은 물결’ 어두울수록 빛났다

    레드 카펫 ‘검은 물결’ 어두울수록 빛났다

    “여기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에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여성 덕분에 새로운 날이 마침내 밝았습니다. 많은 여성과 경탄스러운 남성들이 누구도 다시는 ‘미투’(나도 당했다)라고 외칠 필요가 없도록 열심히 싸웠기 때문입니다.”(오프라 윈프리)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에 참여하는 뜻에서 모든 배우와 감독, 작가, 제작자들은 검은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었다. 수십년 동안 침묵을 강요당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항의를 표시하고 강한 연대의식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시상식은 이날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공로상을 받은 윈프리가 9분에 이르는 긴 수상소감을 마무리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 보도로 시작된 ‘미투’로 인해 수많은 미국과 영국의 감독, 제작자, 언론인, 정치인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미투 캠페인을 주도한 여배우들은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를 없애기 위해 ‘타임스업’(Time’s Up)이란 단체를 결성했고, 이 단체를 중심으로 검은 의상 입기 운동이 벌어졌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영화 ‘쓰리 빌보드’가 드라마·영화 부문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 남우조연상(샘 록웰), 각본상(맥도나 감독)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쓰리 빌보드는 성폭행한 뒤 살해된 딸의 억울한 죽음에 복수하고자 3개의 광고판을 내걸고 정부의 무관심에 맞서 싸운 어머니의 투쟁을 그린 영화다. 드라마·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은 조 라이트 감독의 ‘다키스트 아워’에서 원스턴 처칠을 연기한 게리 올드만에게 돌아갔다.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의 ‘아이, 토냐’에서 라보나 골든을 맡은 앨리슨 제니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세어셔 로넌)을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에서 연출과 주연을 겸한 제임스 프랭크가 받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1987’ 文눈물 비난한 김성태…朴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1987’ 文눈물 비난한 김성태…朴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한 데 대해 “언론 플레이의 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영화 관람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 연출하며 이 영화가 자신들의 영화인 것처럼 꼭 포장을 해야 되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문화 ·예술 공연을 관람하는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는 석 달에 한 번씩 영화관을 찾고 있다. 지난해 2월에도 살인 누명을 쓴 사법 피해자의 재심 사건을 다룬 영화 ‘재심’을 보고 “영화를 보며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고 말했다. 영화 ‘1987’을 감상한 지난 7일에는 관람에 앞서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여사, 고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와 이야기를 나눴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1987년 당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변호사로 재직하던 중 2월 7일 전국에서 열린 ‘고 박종철군 범국민추도회’에 참석했다. 이날 추도회로 전국 8개 도시에서 798명이 연행됐고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도 이에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이후 잠깐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가장 울림이 컸던 대사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였다. 6월 항쟁 등 엄혹했던 민주화 투쟁 시기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다. 오늘 이 영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감상평을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지나친 언론플레이’라고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4년 ‘국제시장’을 본 후 여러 차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본격적으로 작성되고 실행된 시기이기도 하다.박 전 대통령은 이후 청와대 회의에서 “영화(국제시장)에도 부부싸움 하다가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 배례를 하더라. 그렇게 해야 이 나라라는 소중한 우리의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애국가에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이런 가사가 있지 않느냐.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 사랑해야 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에 행정자치부가 앞장서 국기 게양률 높이기 운동을 벌였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에는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고 정치권과 언론들은 일제히 “안보 행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밖에도 ‘명량’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넛잡:땅콩 도둑들’ ‘태양아래’ ‘겨울왕국’ 등 재임기간 다양한 영화를 관람했고 ‘겨울왕국’을 봤을 당시 여권은 “조실부모 뒤 외롭게 지내온 박근혜 대통령이 겨울왕국의 여왕 엘사와 닮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눈물 터진 강동원…문재인 대통령 영화 ‘1987’ 관람평 화제

    눈물 터진 강동원…문재인 대통령 영화 ‘1987’ 관람평 화제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관람했다. 관람 뒤 무대에 올라 영화를 본 소감을 말할 땐 함께 한 배우 강동원과 장준환 감독까지 눈물을 흘렸다.문 대통령은 7일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서울 용산 CGV를 예고 없이 찾았다. 전혀 모르고 있던 관객들은 연신 환호성을 질렀다. 문 대통령 부부 양쪽에는 박종철씨의 형 박종부씨와 배우 김윤석이 앉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 문성근씨 등도 함께 관람했다. 영화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은 감독과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영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고 겨우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면서 울림이 컸던 대사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였다”면서 “민주화 투쟁 시기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인데 오늘 이 영화는 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문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을 때, 연희(영화 속 등장인물)도 참가할 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준환 감독의 등을 두드리며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관람 소감을 말하는 중 배우 강동원은 감정이 북받쳤는지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동원은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많은 빚을 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런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심정으로 참여했다. 아직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 열심히,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찍으면서 보답하겠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앞서 이한열기념사업회 측은 “강동원이 2016년 여름 JTBC의 태블릿PC 보도 전, 박근혜의 서슬이 시퍼렇던 때, 배우로서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로 제일 먼저 달려와 배역을 수락해줬다”면서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영화 ‘1987’은 이날 오후 관람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영화 ‘1987’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영화 ‘1987’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일요일인 7일 오전 서울 용산 CGV. 영화 ‘1987’ 상영을 기다리던 극장 안이 한 일행의 등장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깜짝 방문’이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문 대통령 내외 양쪽에는 1987년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고(故) 박종철 열사의 형 종부씨와 주연 배우 김윤석이 앉았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 문성근 등도 동행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두 시간여 동안 영화를 보고 배우들과 함께 인사차 무대에 오른 문 대통령은 영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것처럼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영화를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며 힘겹게 입을 뗐다.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면서 울림이 컸던 대사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였다”라면서 “민주화 투쟁 시기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인데 오늘 이 영화는 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을 때, 연희(영화 속 등장인물)도 참가할 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장준환 감독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셨다”고 격려했다.영화에서 고(故) 이한열 열사를 연기한 배우 강동원은 문 대통령이 영화 관람 소감을 밝히는 동안 옆에서 뒤돌아 많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포착됐다.영화 관람에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한 인사들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박 열사의 형 종부씨 외에도 6·10 민주화운동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재동씨, 최환 전 검사 등도 함께 영화를 봤다. 한씨는 영등포교도소 교도관으로 일하던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돼 있던 이부영 전 의원이 작성한 쪽지를 외부에 전달해 사건의 진상을 알렸고, 최 전 검사는 박종철 열사 시신 화장을 막고 부검을 명령한 인물이다.문 대통령은 이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관람하기 전 상영관 옆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이들과 20분가량 비공개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가 컸을 텐데 6월 항쟁, 박종철 열사와 관련한 영화를 만들고 이에 흔쾌히 참여해 준 배우들을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87년에 박종철 열사의 집을 자주 찾아갔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대화를 이어갔다.박종부씨는 ‘박종철과 우리, 30년의 기억, 그대 촛불로 살아’라는 책을, 간담회에 함께한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는 ‘1987 이한열’이라는 책을 각각 선물했다. 배 여사는 “이 영화는 차마 보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영화는 관람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관람을 마친 문 대통령은 근처 식당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예술인들과 오찬 간담회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제가 듣기로 (블랙리스트 피해가)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심지어 자살을 생각했던 분들도 계셨다고 들었다”고 말하고는 옆에 앉은 배우 김규리(전 김민선)를 보며 “못 견뎌서 예명을 바꿨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 이유는 그만큼 문화의 힘이 크기 때문일 텐데 지난 촛불집회 때도 문화가 결합해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라면서 “앞으로도 문화예술인들이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서동욱의 파피루스] 서유기와 혹성탈출의 정치

    [서동욱의 파피루스] 서유기와 혹성탈출의 정치

    충직한 개들은 인간의 무용담에 출현하지만 영악한 원숭이들은 자신의 무용담을 만든다. 매력적인 원숭이 무용담은 고전에서 현대 작품에 이른다. 오늘날엔 ‘종의 전쟁’으로 일단락된 ‘혹성탈출’ 시리즈가 있고, 과거엔 ‘서유기’가 있다.‘종의 전쟁’에서 원숭이 백성을 삶의 터전으로 이끌고 자신은 죽어 가는 시저에게서 사람들은 가나안으로 백성을 이끈 모세를 목격할 것이다. 나는 시저에게서 손오공의 그림자를 보는 게 더 흥미롭다. 영화 포스터 속에서 눈을 맞고 있는 전사 시저를 보면 이런 생각부터 떠올랐다. 이마에 금테만 두르면 딱 손오공이야. 시저가 인간 가족 속에서 점점 능력을 성장시키듯 손오공도 수보리조사 밑에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 나간다. 시저는 지도자로서 원숭이들의 구원이 목표인데, 손오공 역시 그렇다. 그는 원숭이들의 왕이며, 도술을 배운 뒤 첫 번째 하는 일이 바로 혼세마왕에게 잡혀 간 백성들을 구하는 일이다. 시저는 그를 제압하려는 인간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는데, 사실 전 우주적 대혼란의 충격은 ‘서유기’가 담고 있다. 손오공은 염라대왕과 옥황상제를 쩔쩔매게 해 하늘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생명 가진 것들의 수명을 기록한 생사부(生死簿)까지 까맣게 지워 버리니 자연질서 자체의 파괴자라 할 만하다. 이에 비하면 고작 인간을 혼란에 빠트린 시저는 아주 얌전한 원숭이다. 그런데 혼란을 일으키는 이 두 원숭이의 이야기는 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가지를 뻗는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손오공은 석가여래에게 벌을 받고 삼장을 도와 수행을 마친 뒤 마침내 죄를 씻고 싸움꾼다운 투전승불(鬪戰勝佛)이라는 부처가 된다. 손오공뿐 아니라 삼장, 저팔계, 사오정, 심지어 삼장이 타던 백마까지 삶의 어디선가 꼬여 버린 혼란스러운 매듭을 수행 속에서 풀고 더이상 죄지음도 불만도 없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찾게 된다. 요컨대 모두 다 조화롭게 통일된 하나의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적합한 위치를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서유기’는 당대 중국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불교 교리의 형태 속에서 조화와 통일의 이념을 제시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모든 진여(眞如)가 속세에 떨어졌다가 사상(四相)과 조화를 이루어 다시 몸을 수련하였다”(‘서유기’, 100회) 헤겔 시대라면 이 조화와 통일은 ‘인륜성’이라 불렸을 것이고,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 세속화된 우리 시대에는 자유나 평등 같은 이름을 통해 더 익숙하게 사람들에게 울려 퍼졌으리라. 반대로 ‘종의 전쟁’에는 혼란과 투쟁 속에 들어간 자들을 화해와 조화 속으로 이끌어 주는 통일의 이념은 없다. 화해의 목소리는 실패하고, 죽거나 죽이는 실력 행사, 승리 아니면 패배, 그리고 바이러스 같은 우연적 변수만이 남는다. 그 결과 한 종은 멸망하고 한 종은 발전한다. 이런 점에서 ‘혹성탈출’ 시리즈는 고대인들의 쾌활한 ‘서유기’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어두운 ‘서유기’라 일컬을 만하다. 이 어두운 ‘서유기’가 우리 시대의 것이다. 화해와 조화의 이념에 내기를 거는 정치가 있고, 노골적인 이익 행사를 향해 걸어가는 정치가 있다. 오늘날 주변 국제사회 어디를 돌아보건 누구나 그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 동참하고 싶은 이념을 제시하는 정권은 없는 듯하다. 오로지 힘의 자랑과 토라짐과 위협이 있다. 가령 김정은과 눈높이를 맞춘 ‘내 핵단추가 더 세다’는 최근 미 대통령 발언은 인류가 바라볼 이념이 사라진 대신 동네 아이들식으로 주먹으로 투닥거려 골목을 제패하는 수준의 정치가 인류를 지배하는 현실을 말해 준다. 그야말로 짐승들 사이의 ‘종의 전쟁’이 있을 뿐이지 갈등이 상승된 화해에 가 닿고 이상을 드디어 손으로 만져 보는 ‘서유기’식 전망은 지구 밖으로 나가 떨어진 듯하다. 이런 전망은 관념적이라고? 모든 사람들은 지치도록 고달픈 나날의 싸움으로부터 관념 아닌 현실의 규칙은 이미 질리도록 채득했다. 반대로 정치만이 인간의 꿈에 귀 기울기고 그 꿈을 향해 인간이 오를 수 있는 계단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삶에는 권력가와 그가 만든 임의의 규칙, 규칙의 허점을 노린 축재(蓄財), 위반에 대한 형벌, 그리고 보복으로서 ‘종의 전쟁’만이 있을 뿐이다.
  • 일제강점기 민중들의 삶과 투쟁

    일제강점기 민중들의 삶과 투쟁

    35년/박시백 글·그림/비아북/904쪽/4만 3000원(1~3권 세트)만화로 그린 조선왕조실록으로 유명한 박시백 화백의 신작이 나왔다. ‘35년’은 일본에 강제 합병된 1910년부터 해방된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 우리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조선왕조실록의 집필이 강제로 멈춰버린 시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일본의 폭압적인 통치 아래서 내적 갈등을 거듭하면서도 독립을 향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동시에 근대화된 신분·토지 제도를 경험한 당시의 조선 민중들에게 주목한다. 작가는 그때의 35년을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가까운 원형으로 보고 있다. 인물 중심의 서사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환공포증, 두려움 아니다. 혐오감일 뿐”(연구)

    “환공포증, 두려움 아니다. 혐오감일 뿐”(연구)

    일반적으로 ‘구멍에 대한 두려움’(fear of holes)으로 묘사되는 환공포증(Trypophobia)이 두려움이 아닌 혐오감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복되는 특정 문양에서 혐오감을 나타낸다는 이 증상은 전 세계 16%의 인구가 지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정신질환으로 진단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은 벌집이나 연꽃 씨방 등 반복된 무늬를 봤을 때 혐오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미국 에모리대학의 스텔라 로렌코 심리학과 부교수팀은 사람들이 환공포증을 느끼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로렌코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이런 대상을 보는 걸 너무 신경을 써 자기 주변에 있는 걸 견딜 수 없어 한다”면서 “진화적 근거가 있다고 알려진 이 현상은 더 흔히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환공포증과 같은 반응이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뱀이나 거미와 같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사물에 먼저 공포를 느끼고 피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연구에 주저자로 참여한 블라디슬라브 아이젠버그 연구원은 “우리 인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시각적인 존재”이라면서 “우리는 풀밭에 있는 뱀의 일부나 전체를 보더라도 즉각적으로 추론해 잠재적인 위험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우리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동물의 이미지를 보면 공감 신경계와 관련한 공포 반응이 유발된다고 알려졌다. 심장박동수와 호흡율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대되는 것이다. 잠재적인 위험에 관한 이런 과다 각성을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이라고도 말한다. 연구진은 이런 생리적 반응이 겉보기에 무해한 구멍을 볼 때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하려고 했다. 이들은 안구 추적 기술을 사용해 참가자들이 구멍이나 위협적인 동물, 그리고 중립적인 이미지를 봤을 때 동공 크기 변화를 측정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구멍 이미지를 봤을 때는 뱀이나 거미와 같이 위협적인 동물의 이미지와 달리 동공 수축이 크게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교감 신경계와 관련한 반응이자 혐오감으로 두려움은 아니다. 아이젠버그 연구원은 “표면상으로 위협적인 동물과 구멍의 이미지 모두 혐오 반응을 일으킨다”면서도 “두려움에 따른 투쟁 혹은 도피 반응과 달리 부교감 반응은 심장박동 수와 호흡율을 느리게 하고 동공을 수축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공포증은 둥근 형상을 뜻하는 환(環)과 공포증을 결합한 인터넷 조어다. 영문 이름인 트라이포포비아(Trypophobia)는 그리스어를 조합한 말이다. 구멍을 의미하는 트리파(τρύπα)와 공포란 뜻을 가진 포보스(φόβος)를 결합했다. 2005년 공포증 목록을 수집하는 인터넷 포럼 포비아리스트닷컴이 이 표현을 처음 사용하면서 보편화됐다. 사진=ⓒ kasipat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애국 내세운 출산 장려는 위협일 뿐… 가족의 틀부터 깨야”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애국 내세운 출산 장려는 위협일 뿐… 가족의 틀부터 깨야”

    10년간 126조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곧 ‘인구절벽’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6기 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번 위원회는 정부위원을 기존 17명에서 10명으로 줄이고, 민간위원을 10명에서 17명으로 늘려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처음으로 20대 위원이 위촉된 것이다. 1990년생으로 올해 스물여덟 살인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가 주인공이다.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출범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아 주목받았다. 최연소 위원이 된 사연과 포부가 궁금했다. 요즘의 20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생생한 목소리도 듣고 싶었다. 조 대표는 온라인 영상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를 창업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4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으로 뽑혔다. 그가 대한민국 20대 청춘을 대표하지는 않겠지만 20대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은 될 수 있으리라.→저출산고령사회위가 발족한 게 2005년 9월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저출산 문제 당사자인 20대 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니 아이러니다. -저도 놀랐다. 다른 정부 위원회도 20대는 거의 없다고 하더라. 위원 구성을 다양하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들었다. 재작년에 한국, 일본, 대만, 홍콩의 청년 주거 현실을 취재한 책(‘청년, 난민되다’)을 냈을 때 알게 된 분이 저를 위원회에 추천하셨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해 부모와 한집에서 사는 30~40대들을 만나면서 청년 주거 문제가 일자리, 결혼, 출산, 부모 봉양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힌 복합적인 사회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저출산 문제에 평소 관심이 많았나. -위원회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 관심 밖이었다. 아이를 많이 낳아야 애국자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저출산 정책은 20대에게 위협적인 메시지일 뿐이다. 정부가 공개한 출산지도가 줬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016년 12월 행정자치부는 전국 243개 자치단체의 출산통계를 담은 ‘대한민국 출산지도’에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숫자를 공개해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취급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위원으로 참여한 이유는. -방관하기보다 뭐라도 이야기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위원회 첫 모임에서 “저는 출산할 권리보다 낙태할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결혼, 출산이 더는 당연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 행복해지기 위해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들을 인정하고, 한가지 길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개인의 삶의 질을 고민하는 게 먼저다. 위원회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으나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본다. 위원회가 저를 잘못 데려왔다고 후회하지 않으실지 사실 걱정도 된다.(웃음) →저출산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지금까지는 엄마, 아빠,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의 틀 안에서 출산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제 주변에는 한국에서 결혼을 할 수 없어 이민 간 성소수자 친구들이 있다. 같이 살지만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커플도 적지 않다. 비혼이든, 동성 가정이든 상관없이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혼부부 주거 지원이나 출산·보육료 지원처럼 이미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부모에만 집중돼 있는 정책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20·30대 청년들이 왜 결혼하지 않으려 하고,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해법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은 청와대 간담회에서 “국가 주도의 정책에서 사람 중심 정책으로, 출산과 자녀 양육을 인권으로 존중하고 청년과 여성의 기대를 높일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해오던 대로 하면 저출산고령화 해결에 방법이 없다”면서 기존의 틀을 깨는 획기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현재 미혼인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계획을 물어봐도 되나. -아직 잘 모르겠다. 집도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갖춰야 할 조건이 많지 않나. 무엇보다 제 삶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고민이다. 유능하고 일 잘하던 여자 선배들이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저도 그런 ‘사라진 언니’가 될까 봐 겁이 난다. →그래도 성공한 청년 창업가 아닌가. 닷페이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20대에서 30대 초반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영상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기성세대의 상식이 아닌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상식에 대해 발언하자는 취지로 2016년 3월 시작했다. 성장기에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은 밀레니얼 세대는 누가 깃발을 대신 들어줄 필요가 없는 세대다.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봤듯 각자가 깃발을 든다. 시위할 때도 운동권 투쟁가 대신 소녀시대의 히트곡을 부른다. 거대담론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불합리, 부조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다. 닷페이스는 개개인의 이런 문제의식을 중요하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대변한다. 저는 거창하게 세상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3m 이내의 세상부터 변화시키면 되지 않을까. 닷페이스의 닷(dot)은 그런 의미의 점이다. (※닷페이스는 자체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 구독자는 10만 명이 넘는다.)→어떤 이슈들을 다루나. -인권, 페미니즘, 인종차별 등 20·30대가 관심을 두는 주제를 폭넓게 취재한다. 물론 정치, 사회 이슈도 중요하게 다룬다. 재작년 강남역 살인사건 때 포스트잇 릴레이 추모 현장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하면서 매체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이 퀴어문화축제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은 조회 수 500만을 기록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엔 10대 여성인권센터와 협업해 성매수 남성들을 고발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10대 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취급하는 아동청소년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피해 여성을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지만 20·30대가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우리 목표이자 생존전략이다. →포브스가 아시아 여성 리더로 선정했는데. -제가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기보다 매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정했다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매체를 신선하게 본 것 같다. 국내에서 몇 분이 저를 추천했고, 이메일 인터뷰와 대면 인터뷰를 거쳐 결정됐다. 같이 일하는 동료 10명 모두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조 대표와 인터뷰를 하면서 막연하게 알았던 밀레니얼 세대의 실체가 어느 정도 손에 잡히는 듯했다. 학생인권침해에 항의해 고교를 자퇴한 그는 연세대 심리학과에 입학한 뒤 인터넷매체 미스핏츠를 만들고, 제보 영상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플랫폼 비트니스를 창립하는 등 다양한 통로로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왔다. 녹록지 않은 불확실한 현실에서도 뚜렷한 주관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다른 이름, N포 세대의 희망이 엿보였다. coral@seoul.co.kr
  • “1444일 노숙 끝내지만… 도박 대책 아직 부족”

    “1444일 노숙 끝내지만… 도박 대책 아직 부족”

    “건강한 삶 파괴 정책 용납 안돼…월평동 화상경마장도 폐쇄를”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끌어낸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대책위)가 노숙농성 1444일째인 4일 마침내 해단했다.대책위는 이날 서울 용산구 한국마사회 용산지사(화상경마장) 앞 농성장에서 해단식을 열고 투쟁 종료를 선언했다. 대책위는 “이제 꿈에 그리던 일상으로 돌아간다”면서 “시민의 건강한 삶을 파괴하는 정책을 용납해서는 안 되고 아이들의 미래를 이윤과 바꿀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명제가 학교와 마을의 끈질긴 투쟁을 통해 마침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도박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을 2021년 1분기까지 운영하겠다는 마사회의 계획은 용인돼서는 안 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학교 앞 화상경마장 문제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월평동 화상경마장도 빨리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단식에 이어 5년간의 투쟁 과정을 발자국과 촛불로 형상화한 폐쇄 기념 조형물 제막식이 열렸다. 조형물은 화상경마장 건물 앞 인도에 설치됐다. 앞서 마사회는 서울 용산역 옆에 있던 화상경마장을 학교·주거지역과 가까운 현재 위치로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자 주민과 인근 학교 교사들은 대책위를 꾸려 2013년 5월부터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듬해 1월 22일부터는 화상경마장 앞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마사회는 결국 지난해 8월 연말까지 화상경마장을 폐쇄키로 대책위와 합의했고, 지난달 31일 폐쇄를 실행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제주도 올 고교 전면 무상교육… 공교육에 토론중심 IB 도입”

    “제주도 올 고교 전면 무상교육… 공교육에 토론중심 IB 도입”

    제주 지역은 올해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한다. 전국 최초다. 여기에다 교실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토론 중심 국제바칼로레아(IB)의 공교육 도입을 추진,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인 고교 무상교육을 제주가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이어서 보람도 있지만 큰 책무도 느낀다”면서 “제주의 노력이 국정 과제의 조기 실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주입식 교육을 바꾸지 않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게 된다”며 “ IB 도입으로 제주의 교실을 토론의 장으로 바꾸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전국 최초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했는데. -고교 무상교육은 제주도와 도의회, 도민이 하나 돼 이룬 교육자치의 쾌거다. 이미 읍·면 고교와 특성화고에서는 무상교육을 시작했고 지난해 다자녀 가정 학생에게 고교 학비를 지원하는 등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해 왔다.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벗게 되고, 도세 전출 비율이 3.6%에서 5%로 상향돼 도세 전입금이 추가로 들어와 재원이 안정적으로 마련됐다. 2019학년도까지 자체 예산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국정 과제가 실현되는 2020년 이후부터는 국비를 반영해 정책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제주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와야 안정적으로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다. 다자녀 가정과 저소득층 가정, 특수학급 대상 고등학생 등에게 급식비를 지원, 지역 전체 고등학생(2만 1054명)의 47%인 9851명에게 급식비도 전액 지원한다. 특히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에는 애초 셋째부터 급식비를 지원했지만 올해부터 첫째, 둘째를 포함해 다자녀 가정의 모든 고등학생에게 급식비를 지원한다.▶무상교육에서 제주가 너무 앞서 나간다는 지적도 있는데. -고교 무상교육은 단계적으로 도민 합의를 거쳐 왔다. 2011년부터 특성화고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고, 2016년부터는 읍·면 지역 일반고, 지난해에는 셋째 이상 다자녀 가정 고등학생 학비를 지원하는 등 지원 범위를 넓혀 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나온 정책이 결코 아니다. 도민들과 합의 과정을 거치며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 자치의 정신에도 부합한다.▶우리 공교육에 IB 도입이 가능하겠는가. -IB 교육과정은 스위스 비영리 교육재단이 주관하는 시험 및 교육과정이다. 세계 146개국 3700여 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IB는 정답이냐 오답이냐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강조하고 논리적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교육 과정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학생들의 배움 중심, 과정평가, 학생 맞춤형 지원과 상당히 맞닿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질문의 힘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과정으로 보고 있다. 제주는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와 공교육이 공존한다.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도 공교육의 교육과정 운영 시스템을 국제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고교 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등 새 정부 교육 정책의 안착을 위해서라도 IB 교육과정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IB 과정 자체를 도입하는 방안과 교육과정 운영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모두 고려 중이다. 읍·면 지역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해 보겠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IB 시범학교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지난해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가 큰 이슈가 됐는데.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현장실습 자체를 통제하는 건 가장 쉬운 방식이다. 학생들이 투입된 산업체 노동환경 전반을 바꾸는 어려운 방식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아이에 대한 부분은 교육청이 무한 책임을 지겠지만 실습처에 대해 아무 권한이 없는 교사나 학교, 교육청에 안전 책임을 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 교사들이 현장을 살펴보려 해도 업체에서는 영업기밀이라고 거부하고, 취업지원관도 권한이 없다. 현장 안전은 고용노동부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고용노동부는 안전인증제를 실시해 인증받은 실습처에서 학생이 안전하게 실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학교 실습실을 쾌적하게 만들고 실습실부터 안전인증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 정부에서 진보교육감 사찰 논란 있었는데. -누리과정 문제 때문에 도교육청이 감사원 감사를 받는가 하면 엉뚱하게 검찰 고발을 당한 적도 있다. 그중 진영옥 교사 해임처분 취소 소송의 경우 모 학부모 단체가 대법원 판결 1년여 뒤 당시 제가 검찰 지휘를 따르지 않았다며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들었다. 교육자치가 흔들려선 안 된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을 지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전교조는 교육 주체의 한 축이다. 교육 혁신을 함께 이뤄야 할 교육 가족이다. 추운 거리와 광장에서 법외노조 철회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하는 현실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지금의 갈등과 혼란은 ‘배제의 논리’가 만든 것이다. ‘배제의 논리’로 교사들과 학교 현장을 나누는 건 온당치 않다. ‘배제의 논리’는 지난 역사의 구태로 영원히 작별을 해야 한다. 국제적 상식에 맞게 노조 활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전 정부에서 ‘배제의 논리’에 의해 단행된 ‘전교조 노조 아님 처분’이 문재인 정부에서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재선에 도전하나. -3월까지는 우선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혁신에 ‘올인’하겠다. 시기가 무르익으면 도민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도민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출마 여부를 판단하겠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이경형 칼럼] 안철수 ‘중도’ 험해도 가야 한다

    [이경형 칼럼] 안철수 ‘중도’ 험해도 가야 한다

    다원화한 한국 사회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담는 대의정치의 틀로 양당제는 한계가 있다. 이해관계의 결이 복잡해진 유권자들은 기존의 폐쇄적인 진영 논리에 거부감을 갖는다. 현 20대 국회의 정당 구도는 2강 2약의 4당 체제의 다당제이긴 하지만 더불어민주당(121석)과 자유한국당(116석)이 전체 의석의 80%를 차지함으로써 적대적 공존의 거대 양당 체제의 국회 운영과 별 차이가 없다.올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야권 재편의 시동을 걸고 있다. ‘합리적 진보’의 기치를 내건 국민의당과 ‘개혁 보수’의 바른정당이 통합을 이뤄 이념적 온건성과 합리적 중간지대를 표방하는 ‘중도 개혁 신당’을 정립해 나간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추구하는 이념적 좌·우 노선이 대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도주의 표방은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를 수렴할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국민의당(39석)과 바른정당(11석)이 어제부터 ‘통합추진협의체’를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국민의당은 통합파(21명)와 통합 반대파(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소속 18명)가 갈라서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이런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면 ‘국민의당 통합파와 바른정당이 통합한다 해도 ‘중도 신당’은 32석에 그치고 나머지 국민의당 통합반대잔류파도 원내교섭단체 구성마저 어렵게 된다. ‘중도 신당’과 민주당, 한국당이 정립하는 ‘신3당 체제’가 되든, 아니면 ‘변형 4당 체제’로 바뀌든 현재의 정당 구도보다는 대의정치가 더 진화할 것으로 본다. 폭이 넓어진 국민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반영할 수 있고,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정치 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와 호남계가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을 겨냥해 급조한 정당이다. 안 대표는 호남 정치세력이, 호남계는 ‘안철수 간판’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탄핵을 찬성해 구 여당을 뛰쳐나와 과거 친정인 한국당으로 복귀하지 않은 의원들이다. 야권이 재편되는 것은 올 지방선거와 2년 후 21대 총선을 앞둔 정당들의 민심 수렴 작용이다. 리얼미터가 정초에 발표한 정당별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50.3%, 한국당 16.8%, 국민의당 6.2%, 정의당 5.7%, 바른정당 5.6% 였다. 조사기관에 따라서는 한국당이 10% 선에 머물기도 한다. 한국당의 현 의석은 116석으로 전체 의석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당 지지도와 의석수 간의 괴리가 매우 크다.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 가운데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두 당의 합산 지지율을 넘어서고, 제1야당인 한국당의 지지율을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는 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통합 신당에 대한 국민 기대가 크고 현 야권은 재편돼야 한다는 주장의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사에서 ‘중도 노선’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자기 노선이 없거나 ‘사쿠라’(변절자) 노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 당시 야당인 신민당의 이철승 대표최고위원이 내건 ‘중도통합론’이 ‘중도 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다. 대여 극한투쟁 노선으로는 야당이 설 자리가 없으니 ‘제도권에 참여해 개혁하자’는 실리 추구 노선이었다. 이 대표는 ‘사쿠라’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1978년 제10대 12·12 총선에서 신민당은 여당인 공화당을 총득표 면에서 1.1% 앞서는 승리를 거두었고, 이런 결과는 결국 유신 독재의 종말을 재촉했다. 안철수 대표가 ‘중도 신당’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실천적 중도 개혁 정당’이라고 내세우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진보정책 드라이브에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 밝혀야 한다.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한국당의 보수 노선이 왜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지 ‘중도 정책’ 제시로 설명해야 한다. ‘중도 신당’을 유권자들에게 세일할 분명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한다.
  • “160억원 기금 조성” 성폭력에 맞서는 할리우드 여배우

    “160억원 기금 조성” 성폭력에 맞서는 할리우드 여배우

    리스 위더스푼, 에마 스톤 등 미국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와 작가, 감독, 변호사 300명이 할리우드와 여성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대 ‘타임스 업’을 결성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타임스 업’은 1500만 달러(약 16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청소부, 간호사, 농장·공장·식당·호텔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성폭력 피해로부터 보호하게 된다. 이미 1300만 달러를 모았다.또 지속적인 성폭력이 발생하는 기업 처벌과 할리우드 제작 현장에서 남녀의 동등한 지위 보장에도 나선다. 오는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모두 검정 의상을 입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높일 예정이다. 위더스푼은 “우리는 그동안 담을 쌓고 살았는데 이제 서로 듣고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남성들이 지배하는 일터에 여성들이 비집고 들어가서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투쟁은 끝나야만 한다”며 “앞이 보이지 않는 독점은 끝났다”(타임스 업)란 내용의 한 면 광고를 1일자 뉴욕타임스에 실었다. 타임스 업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보도다.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성추문은 영국을 비롯해 세계로 번졌고 여성들은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는 ‘미투’(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참여했다. 지난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미투’ 캠페인에 참여한 횟수는 무려 600만번에 이른다. 여배우들이 여성 노동자들과 연대하게 된 것은 미국 내 이주 노동자 70만명의 명의로 된 한 장의 공개 편지 때문이다. 이 편지는 “우리는 비록 밝은 조명 아래서 일하진 않지만, 농장과 공장에서 광범위한 성폭력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며 여배우들을 지지했다. 유명 TV시리즈 ‘그레이스 아나토미’의 프로듀서인 숀다 라임스는 “집 청소를 끝내지 않고서는 올바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타임스 업에 참여한 배우들로는 애슐리 저드, 에바 롱고리아, 내털리 포트먼 등이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할리우드 여성들 ‘타임즈 업’ 결성…성폭력·성차별 공동대응

    할리우드 여성들 ‘타임즈 업’ 결성…성폭력·성차별 공동대응

    유명 배우를 비롯해 미국 할리우드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특히 지난해 미국 사회를 흔들었던 성폭력·성차별에 공동으로 맞서기 위해 뭉쳤다.뉴욕타임스(NYT)는 여성 배우 및 작가·감독·프로듀서 등 할리우드 여성들이 할리우드 업계는 물론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 ‘타임즈 업’(Time‘s Up)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성폭력 피해 사례를 스스로 폭로하는 ’미 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 열풍이 이어졌고, 이 열풍이 재발 방지를 위한 여성들의 구체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타임즈 업‘에는 와인스틴의 성추문 사건 피해자인 애슐리 쥬드를 포함해 엠마 스톤, 리스 위더스푼, 나탈리 포트먼, 에바 롱고리아, 아메리카 페레라를 비롯한 여성 배우들과 시나리오 작가인 숀다 라임스 등 300명 이상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NYT에 광고를 내 “남성 중심의 작업장에서 단지 승진하고 듣고 인정받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은 끝나야 한다”면서 ’타임즈 업‘의 출범을 알렸다. ’타임즈 업‘은 우선 피해 여성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위해 1300만 달러(138억여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위더스푼과 라임스, 메릴 스트리프,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펀드에 기부하기로 했다. 성폭력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거나 침묵을 강요하는 회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제정과, 연예업계 주요 직위에 남녀 비율을 대등하게 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한다. 또 오는 7일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울리기 위해 검은색 의상을 착용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생태 돋보기] 우주생태 시대를 대비하자/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생태 돋보기] 우주생태 시대를 대비하자/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영화에서 묘사되는 미래 지구는 인간에 의해 파괴돼 황량하고 암울한 모습이다. 지구에 살아남은 이들은 얼마 남지 않은 깨끗한 땅을 찾아 오지로 나서거나 아예 우주로 떠난다. 우주의 별 가운데 화성은 특히 지구인에게 관심이 높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이라서 그럴 게다. 지구를 떠나 화성에 정착하는 내용은 영화의 단골소재가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화성에서 조난당한 우주인이 극한의 생존 투쟁을 벌인 끝에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는 영화가 화제였다. 그 영화에서 화성에서 식물을 키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상상이 아닌 현실로 점차 다가오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화성에 대한 프로젝트는 55개나 되고 대부분은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까지 인간의 화성 이주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한 민간기업은 2025년부터 화성에 기지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 역시 화성에 관심을 갖고 임무를 수행 중이며 유럽의 민간기업들도 이에 맞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2020년에, 일본은 2024년에 무인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킬 계획을 세웠다. 화성 이주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느냐’라고 할 수 있다. 얼핏 땅에 식물을 심고 비료를 주면 그냥 자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명체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데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하물며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결실을 맺으려니 얼마나 힘이 들까? 네덜란드 연구진은 NASA와 협업해 수년간 노력 끝에 화성과 유사한 환경에서 여러 종류의 채소를 기르고 있다. 지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지렁이가 이곳에 알을 낳는 단계까지 와 있다. 그럼 네덜란드 연구진이 식물을 재배하는 화성의 토양은 어디서 왔을까? 지구에는 화성의 토양과 성분이 유사한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하와이 화산섬 지역이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이곳에서 토양을 가져와 화성 환경에 맞게 실험하고 있다. 또 하나는 바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제주도다. 제주도는 약 200만년 전 화산이 폭발해 생겨난 섬으로 한라산 기슭을 따라 여러 생물들이 살아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우주 발사체를 독자개발한 강국이다. 우리 국민의 70% 이상이 달 탐사계획에 찬성하는 등 열의도 높다. 우주에서 식량을 자급하기 위한 생태 노하우는 우주개발시대의 핵심사업이다. 이를 준비하는 데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가진 땅과 흙은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미래를 밝힐 중요한 자산이다. 이처럼 첨단 우주 시대에도 생태 분야 지식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우리 인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바로 생명과 생태라는 방증이리라.
  • 말기암 신부와 사망 18시간 전 결혼한 남자

    한 암 환자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식을 올려 많은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지역 방송 WFSB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그달 22일, 하트퍼드 세인트 프랜시스 교회에서 열린 헤더 모셔의 결혼식을 소개했다. 턱시도를 입은 남편 데이비드는 긴머리 가발과 흰 면사포를 쓰고, 드레스 차림으로 침대에 누운 신부의 두 손을 맞잡았다. 두사람은 결혼 서약을 읊음으로써 정식 부부가 됐다. 그러나 18시간 후 아름다웠던 신부는 남편 곁에서 그대로 숨을 거뒀다. 23일 헤더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결혼 맹세였다. 남편 데이비드는 “헤더는 강했다. 암이 악화되고 있는 순간에도 그녀는 남다른 전의를 불태우며 결혼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그녀가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헤더는 모두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마치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를 연상시켰다”며 “그녀가 밝게 웃고 있는 사진도 그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예식 당시를 설명했다. 데이비드와 헤더의 러브 스토리는 201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스윙댄스 수업에서 처음 만나 연인 관계로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이듬해 12월 23일, 데이비드가 청혼을 하기로 결심한 날, 그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바로 헤더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데이비드는 “헤더는 내가 그날 밤 프로포즈를 할 줄 몰랐다. 그 소식을 접하고도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그녀 혼자 아픔을 겪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야 했다”며 헤더에게 계획대로 청혼했다고 말했다. 프러포즈 5일 후, 헤더의 유방암은 예후가 좋지 않아 난치병으로 분류되고 있는 삼중음성 유방암(TNBC)임이 밝혀졌다. 두 사람은 암 치료에 함께 매진하며 암과의 사투를 벌였으나 결국 암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지난 9월 뇌까지 암이 전이되면서 헤더는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의사들은 데이비드에게 결혼하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데이비드는 30일이었던 예식을 22일로 앞당겼다. 예정대로였다면 그는 아내 없이 결혼식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그는 “헤더는 내 최고의 사랑이었다. 난 그녀를 떠나보냈지만 영원히 잊지 않을 거다. 헤더는 ‘계속해서 투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그녀 몫까지 끝까지 살아남아 싸울 것이다”라고 전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사설] 다 함께 선진국 문을 열자

    부 불평등, 청년실업 등 난제도 많아 분배 추구해도 성장과 조화도 필요 다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가야 희망에 부푼 가슴으로 황금 개띠해 무술년 새해를 맞는다. 어느 시인은 새해의 의미를 ‘서설처럼 차고 눈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이라고 했다. 우리 앞에는 또 한 해 동안 그림을 그려 갈 하얀 종이 한 장이 놓여 있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우리의 몫이다. 새해는 임시정부 수립 99주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헌법 제정 70주년이 되는 해다. 일제의 지배와 북의 남침, 외환위기 등 숱한 고난을 슬기롭게 헤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경이롭기만 하다. 그동안 국가의 근본 규범인 헌법은 9차례 발전적으로 개정됐고 대한민국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 자유롭고 평화로운 민주공화국으로 발돋움했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의 헌법 정신을 재확인하고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한 2017년은 헌정사에 큰 획을 그은 해다. 돌이켜 보면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주체는 바로 우리 국민이었다. 위정자가 탐욕에 빠지고 국가가 위기 상황에 내몰렸을 때 국민은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구해 냈다. 근면한 국민성과 뜨거운 교육열, 위기 때 더 강해지는 극복의 유전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올해 우리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들어선다. 임정 수립 백수(白壽), 정부 수립 고희(古稀)의 잔칫상이라 해도 좋다. 우리 국민은 열심히 일해 온 만큼 잔칫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소득 3만 달러 이상 국가는 세계에 27개국밖에 없다. 명실공히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특히 6개국밖에 없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의 조건을 갖춘 30-50클럽에 일곱 번째로 가입해 미국, 일본 등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1980년대 ‘아시아의 소룡(小龍)’에서 ‘세계 속의 대룡(大龍)’으로 뛰어오르는 해가 2018년 새해다. 그러나 현실은 달콤한 꿈에 빠져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 국민의 살림살이는 팍팍하기만 하다. 부(富)의 쏠림은 더욱 심해져 양극화가 심한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다. 소득 상위 1%가 국민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2%로 사상 최고다. 상위 10%의 소득 비중도 48.5%에 이른다. 기업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지만 일부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지난해 OECD 최상위권의 성장률을 달성했지만 고용에는 봄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성장과는 무관하게 치솟아 통계 작성 후 28년 만에 최고치(9.2%)로 올랐다. 연애와 결혼마저 포기한 청년 세대의 절망은 저출산이라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부의 불평등과 고용 감소, 저출산, 노인빈곤, 저성장 등 풀어야 할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줘야 할 시기에 들어섰지만 나라 안팎의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문 정부의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정책 방향은 돌파구를 찾을 패러다임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균형감 있는 실행력이다. 분배에 방점을 두더라고 성장을 게을리하다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게 뻔하다. 무분별한 복지 확대와 공무원 증원을 통한 ‘큰 정부’는 국가 부채 증가와 후세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무조건 내칠 것만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로 이어지는지 확인한 다음에 확대해도 늦지 않다. 혁신성장은 중소기업 활성화와 4차 산업혁명 대응으로 설명되지만 핵심은 미래 신수종 산업 개척이다. 반도체가 지난해 성장을 주도했듯이 성장을 선도할 신산업 발굴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인공지능이나 전자상거래 분야 등에서 중국은 한국을 추월한 지 오래다. 강소 기업과 유능한 젊은 기업가들이 마음껏 기술개발과 창업에 매진하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성장이 절대적 가치가 아니듯이 분배도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두 이념이 조화를 이루어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역대 최악의 북한 정권과 마주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새해에도 위태로울 것이다. 핵 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의 체제 유지를 위한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의 위험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공포정치를 앞세워 유일 체제를 재건하려는 김정은이 권력 유지에 실패해 내부에서 심각한 투쟁이 벌어진다면 그 결과 또한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와 중국 시진핑, 두 ‘스트롱맨’은 한반도 평화보다는 자국의 이익과 자신의 지지율 상승에 더 관심이 크다. 결국 한반도 안보의 궁극적 책임은 우리 정부와 국민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한다. 정부나 국민이나 안보 의식을 더욱더 가다듬어야 하며 미국이나 중국에 끌려가지 않는 우리만의 안보관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강과 온 어느 한쪽에만 매달리지 말고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닫지 않는 양면 전략이 요구된다 하겠다. 문 정부 집권 2년차에도 개혁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나 각 분야에서 진행되는 ‘적폐청산’은 서서히 피로감을 부르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여전히 ‘정치 보복’의 시선을 거두고 있지 않으며 이념 프레임으로 얽어매고 있다. 과거의 부정과 불의를 따져 고치는 것은 미래의 발전을 위한 개혁의 일환이며 명분도 충분하다. 하지만 과거 청산에 장기간 함몰되면 미래를 향한 전진에 장애가 된다. 70%에 가까운 지지율에 취해 나만이 정의이며 내 방식이 정답이라는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는 틀림없이 부작용과 역작용을 낳는다. 그런 ‘불통’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전 정권의 실패에서 입증되지 않았는가. 다당제하 한국 정치권의 올해 풍향계는 심하게 흔들릴 것이다. 6월 4일에는 제6회 전국지방동시선거가 치러진다. 지지율 유지와 지난 대선의 판도를 뒤엎기를 바라는 야당들의 공세로 전국이 정치바람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재편과 이합집산은 예고된 것과 마찬가지다. 바람에 휩쓸리지 말고 유능하고 정직한 지역 일꾼을 뽑는 것은 국민, 유권자의 권한이자 의무다. 유권자의 관심과 올바른 선거권 행사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과 지역 발전, 지방 분권의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 앞에 떨어진 가장 화급한 과제는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다. 성공과 실패에 따라 경제에 미칠 영향도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관심이다. 새 정부의 정강과 정책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려면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춘 행정적 추진력과 국회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정부와 기업, 국회가 유기적으로 혼연일체가 돼 움직여야 1년 후 달라진 대한민국을 다 함께 맞을 수 있다. 여소야대, 다당제의 정치 상황에서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야당은 생각이 다르다고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발목만 잡는 야당이 돼서는 국민의 지지보다는 외면을 받기가 더 쉽다. 우리 국민과 정치권이 추구해야 할 모토는 정의와 상식이다. 논어 안연(顔淵) 편에 ‘정자정야(政者正也) 자수이정(子帥以正) 숙감부정(孰敢不正)’이란 말이 있다. “정치는 바른 것이어야 한다. 당신이 솔선하여 스스로 바름을 행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라는 말이다. 바르고 건전한 의식이 국가와 사회 발전의 굳건한 토양이 된다. 당리당략에 빠져 이권만 챙기는 정치권부터 반성하지 않으면 무술년의 연말에 우리는 또 한번 뼈저린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새 정부를 탄생시킨 주체는 노조 세력이 아니라 엄동설한에 삼삼오오 가족이 광장에 나가 국정 농단을 비판했던 평범한 국민들이다. 민노총을 비롯한 노조의 정부에 대한 청구권 행사를 국민은 묵과하지 않는다. 민노총 스스로 외쳤듯이 대한민국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다. 문 정부 또한 기업은 물론이고 노조에도 할 말은 해야 한다. 새해는 선진국으로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주요한 의미를 담은 해다. 국민이 하나가 돼 함께 뛰어야 대한민국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공동체 의식이 없이는 어떤 목표도 쉬 달성할 수 없다. 불행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남의 말을 경시하고 아집에 빠지는 악폐의 뿌리가 깊다. 성향별, 지역별, 연령별로 떼를 짓는 끼리끼리 문화는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괴담이 양산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차별 인신공격을 가하는 습성은 사회의 건강을 해친다. 이념 갈등은 국민 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병폐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관용과 포용의 미덕으로 나부터 마음을 활짝 열고 얼싸안는 사회에 미래가 있다.
  • 국민의당 당원 74.6%, 바른정당 통합 찬성…반대파 “기준미달, 안철수 퇴진” 반발

    국민의당 당원 74.6%, 바른정당 통합 찬성…반대파 “기준미달, 안철수 퇴진” 반발

    국민의당이 31일 전당원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4.6%로 나왔다.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한 자신이 당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로 재신임을 받았다며, 통합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 반대파에서는 투표 참여율이 23.0%였다는 점을 두고 최소한의 기준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통합에 반대하는 당심이 확인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반대파는 통합 추진 중단과 함께 안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집단탈당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한지붕 두가족’ 형국이 된 국민의당 내부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이로 보인다.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회는 31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및 전화투표를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및 안철수 대표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4.6%가 통합 및 재신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통합 및 재신임 반대는 25.4%였다. 27~30일 나흘간 실시된 이번 투표에는 전체 선거인 26만 437명 가운데 5만 9911명이 참여, 최종 투표율은 23.00%로 집계됐다. 이동섭 선관위원장은 이 같은 투표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이로써 통합추진과 관련한 안 대표 재신임 투표에서 재신임이 확정됐음을 선포한다”고 말하며 결과를 확정했다. 전당원투표 결과 압도적 다수가 통합 찬성 입장을 밝힌 만큼 재신임을 등에 업은 안 대표는 새해부터 바른정당과 본격적인 통합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안 대표는 투표결과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서 “국민의당 당원 여러분께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셨다. 약 6만 당원이 투표에 참여해 4만 5000여 분이 통합에 추진하는 저를 재신임해 준 것”이라며 “좌고우면 하지 않고 통합의길로 전진하겠다”며 중도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본격적인 통합 논의에 착수하면 새해 벽두부터 정국은 정계개편의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지도부는 내년 1월 통합 절차를 밟아 2월에 마무리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일정이 더 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당헌당규상 당 대 당 통합을 위해서는 별도의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자투표를 통해 이를 우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한 통합 반대파는 이번 투표율이 전체 당원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 분당 가능성을 포함한 극심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통합 반대파 의원들로 구성된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는 이날 투표결과 발표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당규에 명시된 최소 투표율 ‘3분의 1’ 기준에 못 미친 이번 투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대한 반대이자, 안 대표에 대한 명백한 불신임의 표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안 대표에 반발해 탈당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국민의당을 살리고 지켜내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안 대표를 비롯해 당 분열과 혼란, 보수 야합으로 나가는 세력이 탈당해야 한다”고 답해 탈당보다는 당내에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당장 전당대회 의장이 통합 반대파인 이상돈 의원인 만큼 전대 개최도 쉽지 않으리라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퇴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들이 탈당해 별도로 전당대회를 열고 창당을 추진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해 운동본부 대변인인 최경환 의원은 “(그런 안이 있다고) 보도는 나왔는데, 이는 실무자가 만든 안으로 공식 논의되지 않아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발표 도중 신원 미상의 남성이 당사에 난입해 선관위원장인 이동섭 의원 앞에서 단상을 발로 걷어차는 등 폭력사태도 발생했다. 호남 지역 당원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안철수가 그렇게 돈이 많으냐”라며 욕설을 섞어 고성을 내질렀다. 당직자들이 이 남성을 끌고 나가는 과정에서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도 벌어졌으며, 이 남성은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리학으로 본 한국… 질서 지향의 나라

    성리학으로 본 한국… 질서 지향의 나라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오구라 기조 지음/조성환 옮김/모시는 사람들/272쪽/1만 5000원한국은 유교 국가다. 조선시대의 통치 이념이었던 성리학이 사회 전반에 두텁게 깔려 있다. 성리학은 이(理)와 기(氣)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이’는 도덕과 이념, ‘기’는 욕망과 현실을 뜻한다. 성리학만 놓고 보면 고리타분하고 별 재미도 없다. 한데 이를 현대 한국을 분석하는 잣대로 쓰면 매우 흥미진진해진다. 새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가 시도하는 방식이 바로 그렇다. 사실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종전의 방법들은 대개 서양의 철학이나 사회과학 이론들이었다. 반면 책은 유교를 방법론 삼았다. 다소 뻔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생경하고 이질적인 한국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건 그 때문이다. 저자가 서울대에서 8년을 지낸 일본인이란 점도 관심을 끈다. 외국인이 정작 우리는 시도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해부하는 과정이 퍽 흥미롭다. 저자는 ‘이’와 ‘기’로 한국 사회 곳곳을 들여다본다. 정치판부터 여염의 밥상까지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 자주 한국과 일본의 비교를 곁들인다. 비교 덕에 여태 몰랐던 유교 국가 한국의 또 다른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은 흔히 ‘혼돈의 나라’로 여겨진다. 어지러운 시장, 난폭하게 질주하는 자동차 등에서 무질서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저자의 견해는 다르다. 한국은 강렬한 질서 지향의 나라다. 질서는 곧 ‘이’다. 한국에 혼돈적 요소가 강렬한 것은 한국인의 질서 지향성이 강렬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저자는 성리학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이’를 선호하게 만든 게 아니라 ‘이’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성리학에 열광하게 만든 것이라고 봤다. 조선시대에는 완전무결한 도덕을 쟁취하는 순간, 그러니까 ‘이’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쥐는 순간 권력과 부가 굴러 들어왔다. 반대의 경우는 물을 것도 없다. 한순간에 권력도 부도 잃었다. 심지어 목숨까지 내놔야 했다. 무력이 아닌 이론으로 투쟁한 것이다. 이런 습속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늘 다른 이들에게 소리 높여 표현해야 하고, 자신의 ‘이’의 함유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저자가 한국 사회를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라거나 “한국 사회 전체가 주자학이고 한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자학인 곳”이라고 표현한 건 이 때문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佛 배우 바르도, 동물권익 문제로 마크롱 대통령 비난

    佛 배우 바르도, 동물권익 문제로 마크롱 대통령 비난

    전 프랑스 영화배우인 브리지트 바르도가 동물권익 문제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했다.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로 유명한 바르도(83)는 지난 1월 ‘투쟁의 눈물’이란 책을 출간한다. 바르도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책이“동물을 위한 내 존재와 싸움의 기록이며 혐오감을 깊이 표현한 것으로, 사물, 사회, 정치, 프랑스의 동물 취급방식에 대한 나의 관점을 모두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권익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 부족에“질렸다”라며“이번 정부는 시작부터 아주 안 좋았다. 마크롱은 동물과 자연에 대한 동정심이 없다”라고 비난했다. 또한, 바르도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달 가족과 함께 루아르 계곡의 샹보르 성에서 사냥하면서 휴가를 보낸 사실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대통령은 동물을 앞에 두고 사냥꾼들을 자랑스러워했다”라며 “이는 가증스럽고 아주 부적절한 일”이라고 생트로페에서 전화상으로 언론에 전했다. 현재 바르도는 1956년에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란 영화로 명성을 얻었지만, 20년도 되지 않은 39세인 1973년에 은퇴해 생트로페 외곽의 외딴집에서 머물고 있다. 투우와 사냥 그리고 동물에 가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바르도는 동물보호 운동을 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바르도는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이 최근에 모피 반대 운동을 시작하면서, 27일 르파리지앵 파리 일간지에 공개서한을 내기도 했다. 장관섭 프리랜서 기자 jiu670@naver.com
  • “여기, 사람이 있어요”…사면으로도 회복되지 않을 ‘용산참사’의 비극

    “여기, 사람이 있어요”…사면으로도 회복되지 않을 ‘용산참사’의 비극

    고(故) 이상림·양회성·한대성·이성수·윤용헌씨.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로 희생된 철거민 5명의 이름이다. 당시 참사로 경찰특공대원 고(故) 김남훈씨도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올해로 8년째. 참사 9주기를 맞는 새해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29일 발표한 첫 특별사면 대상자에 용산참사 사건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철거민 26명 중 25명(한 명은 재판 진행 중)이 포함됐다.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일부 공안사범 등 6444명을 특별사면하기로 결정한 정부는 이번 특별사면의 특징 중 하나로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과 같이 구제가 절실한 사안을 엄선하여 배려함으로써 사회적 갈등 치유 및 국민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용산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9년 1월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있는 남일당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재개발에 반대하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발생한 화재로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다친 사람을 포함해 총 23명(철거민 6명, 경찰 17명)이 부상했다. 서울시가 올초에 발간한 ‘용산참사백서’(이하 백서)에 따르면, 남일당 건물이 속한 용산4구역은 2008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입자에 대한 보상 대책은 미흡했다. 법적 기준 이상의 보상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고, 세입자에 대한 무상임대 제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강제 퇴거로 재산상의 손해뿐만 아니라 생계수단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 철거민들은 생존권 투쟁을 위해 2009년 1월 19일 남일당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4층짜리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경찰과 철거용역은 망루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남일당 건물 건너편에서 물대포를 쏘면서 남일단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철거민들은 이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남일당 건물 3층 계단과 4층 계단 사이에 여러 개의 쇠파이프를 용접해 장애물을 만들었다. 그러자 철거용역은 건물 안에 있던 소파, 폐자재, 폐타이어 등 고무재질이나 비닐이 포함된 물건을 계단에 쌓아놓고 태워 유독한 연기를 피웠다. 연기가 크게 나 신고를 받은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했고, 참사 직전인 20일 새벽에도 불이 나 소방차가 출동했다. 경찰과 철거민들 사이의 협상은 19일 하루 동안 몇 차례 시도되었다. 오후 3시쯤에는 서울경찰청 정보관이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의 인태순 당시 연대사업국장을 만나 ‘오후 10시까지 자진철수하면 선처하겠다’는 경찰 측 입장을 전했으나, 철거민들은 ‘경찰병력이 철수된 후 대화를 하겠다’고 알려왔다. 다시 오후 6시 40분쯤 정보관이 용산구, 조합, 시행사 등과의 면담을 주선하였지만 결과적으로 협상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인 20일 진압이 이루어졌다. 현장 활동가들도 망루 농성 개시 25시간 만에 경찰이 전격적으로 진압 작전을 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특공대가 20일 오전 4시 10분쯤 현장에서 도착했고, 경찰은 오전 5시 30분쯤 철거민들에게 농성 자진 해산을 권고하는 방송을 했다.이후 경찰특공대의 진압은 오전 6시 30분에 시작됐다. 지상조와 옥상조로 나뉘어 진압 작전에 투입된 특공대원은 5개 제대 98명이었다. 당시 망루 농성을 하던 철거민은 36명이었다고 한다. 오전 6시 47분쯤 특공대원들이 컨테이너에서 내려 옥상에 진입했고 농성자 6명을 검거했다. 건물 4층과 옥상에 있던 나머지 농성자들은 망루 안으로 들어가 특공대원들의 망루 진입에 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특공대원들이 망루의 2~3층 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때인 7시 20분쯤 망루 안에서 불길이 일었고, 이 불길이 망루 전체로 번지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다. 남일당 건물 아래에서 마음을 졸이며 옥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 다른 철거민들과 가족들은 불이 붙은 망루를 향해 “여기 사람이 있다”면서 울부짖었다고 한다. 이 말은 용산참사의 비극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이후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2009년 3월 12일 기준으로 철거민 24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일반건조물방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정부가 이날 특면사면 대상자를 발표하면서 법적 처벌을 받은 철거민 숫자는 최종적으로 26명이다.용산참사는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세입자들의 망루 농성을 정부가 공권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백서는 “용산참사는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유가족, 구속자, 부상자 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 모두의 참사였다. 용산4구역 개발사업의 주체인 조합원들 역시 사업 지연으로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삶의 기반을 잃기도 했다”면서 “용산참사 관련자들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용산참사의 비극은 영화 ‘두 개의 문’(2012년 6월 개봉)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또 용산참사 9주기를 맞는 내년 1월에는 용산참사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공동정범’이 개봉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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