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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기사 택시에 불 붙인 채 국회 돌진…두달새 세번째 분신 시도

    택시기사 택시에 불 붙인 채 국회 돌진…두달새 세번째 분신 시도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반발해 택시기사가 분신을 시도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최근 두달 동안 벌써 세번째다. 11일 오후 3시 5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택시기사 김모(60)씨가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개인택시 강남조합 소속인 김씨는 자신의 택시에 불을 지른 뒤 국회로 돌진하려다 다른 승용차에 부딪혀 멈춰섰다. 당시 국회 앞에서 다른 집회 관리를 위해 대기 중이던 경찰 병력과 뒤이어 도착한 소방구조대가 택시에 붙은 불을 즉시 끄고 운전자를 구조했다. 구조된 김씨는 얼굴 등에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의 택시 유리창에는 ‘강남 대의원 김○○’ 이름으로 “카카오 앱을 지워야 우리가 살 길입니다”, “택시가 ‘변’해야 산다. 친절·청결·겸손 ‘답’입니다”, “단결만이 살 길이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전단이 붙어 있었다. 택시기사 분신 시도는 최근 두달새 김씨가 벌써 세번째다. 지난해 12월 10일에는 최모(57)씨가 국회 앞에서 분신했고, 지난달 9일에도 임모(64)씨가 분신 시도를 했다. 두 사람 모두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네이버 노조 “노동3권 무시…20일 단체행동으로 투쟁 시작”

    단체교섭 결렬로 쟁의행위에 돌입한 네이버 노동조합이 향후 사측의 협상 태도에 따라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11일 밝혔다.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오세윤 지회장은 이날 분당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지금같이 노동 3권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속하고 대화의 창을 열지 않는다면 결국 노조는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권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여러 쟁의 활동을 펼쳐나갈 텐데 그때도 지금처럼 변화가 없다면 파업은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라 사측이 우리를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노조는 오는 20일 분당 사옥 1층 로비에서 피켓 시위 등 첫 단체행동을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투쟁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해 4월 결성 뒤 사측과 13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엔 2차례에 걸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쟁의 조정 절차를 밟았지만, 사측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노조 측이 쟁의행위에 들어가게 됐다. 사측은 조정안에 협정근로자, 즉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의 범위 지정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 지회장은 이날 “사측이 가져온 안에는 협정근로자가 80% 이상 너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었다”며 “노동 3권에 명시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것이라 우리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 사측은 “협정근로자 지정이 불가하다는 노조의 주장은 이용자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동시에 우리가 스스로 만들고 지켜야 할 네이버 서비스의 본질적인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노조원의 80%가 협정근로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도 노조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협정근로자 조항을 핵심 논의 안건에 포함하는 데 동의해 놓고 뒤돌아서 해당 조항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협정근로자 지정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네이버 노조는 또 개인별 연봉·인센티브 책정 근거 공개 및 재충전 휴가 도입 등 근로 조건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오 지회장은 “네이버의 경영진, 특히 이해진 총수,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이라며 “경영진의 노동 삼권에 대한 인식은 글로벌 수준에서 한참 동떨어져 있는 것이 네이버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사측은 “노조가 단지 협상의 진척을 위해서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교섭이 아니라 출범 당시의 초심을 잃지 말고 새로운 노사문화, IT 노조다운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 진실된 자세로 교섭에 임하기를 기대한다”며 “회사는 쟁의행위 중에도 안정적인 서비스 운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박근혜 석방’ 외치던 홍준표 “탄핵 뒤치다꺼리 정당에 미래 없다”

    ‘박근혜 석방’ 외치던 홍준표 “탄핵 뒤치다꺼리 정당에 미래 없다”

    ‘박근혜 석방’을 외치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11일 오전 페이스북에 “탄핵의 정당성 여부는 이제 역사에 맡기고 새롭게 시작하는 정당이 아니라, 탄핵 뒤치다꺼리 정당으로 계속 머문다면 이 당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면서 “그래서 제가 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신보수주의 정당을 주창한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당원들에게 보내는 입장문을 통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면서 2·27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모든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여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준표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거두기 전인 지난 3일에는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석방 운동을 장외 투쟁으로 전국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에도 “탄핵도 국민들의 뜻이고 용서도 국민들의 뜻이다. 이제 용서해야 할 때라고 본다”면서 “모든 일이 시와 때가 있다. 이제 국민 저항 운동을 시작해도 될 시점이 되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석방’을 내세워 당내 친박 당원들의 표심을 얻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출마 선언을 앞두고 다시 ‘박근혜 극복’을 강조하면서 다시 친박 세력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인니 경찰, 절도 피의자 뱀으로 위협하며 고문 논란

    인니 경찰, 절도 피의자 뱀으로 위협하며 고문 논란

    인도네시아 동부 파푸아 지방 경찰이 절도 피의자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길이가 2m가 넘는 뱀을 동원해 고문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1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푸아 지방경찰청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했다. 이는 소속 경찰관들이 절도 피의자의 목에 살아있는 뱀을 감아놓고 강제로 자백을 받아내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출돼 비난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파푸아주 자야위자야 지역 경찰서에서 지난 4일 촬영된 1분 20초 길이의 이 동영상은 양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몸길이가 2m가 넘는 뱀에 휘감긴 현지인 남성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경찰관들은 뱀의 머리를 남성의 얼굴에 가져다 대며 “몇 차례나 휴대전화를 훔쳤냐”고 물었고, 오토바이를 이용한 날치기 혐의로 검거된 이 남성은 공포에 질린 듯 비명을 질러댔다. 토니 아난다 스와다야 자야위자야 경찰서장은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하고 다른 지역으로 전보 조처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들이 사용한 뱀은 사람에게 길든 것이고 독이 없는 종류였다”라며 “피의자에 대한 직접적인 폭행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지 인권단체는 이번 사건이 파푸아 원주민에 대한 인도네시아 당국의 뿌리 깊은 차별의식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인도네시아는 1969년 파푸아를 자국 영토로 편입한 뒤 원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파푸아 분리주의 단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바섬 등 여타 지역 주민들을 파푸아로 대거 이주시킨 것에 반발해 수십 년째 무장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여기에는 파푸아 원주민에 대한 차별과 낙후한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파푸아 지역 원주민들은 가혹하게 다루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현지 인권운동가 베로니카 코만은 “인니 경찰은 물론 군부도 파푸아 지역 원주민을 다룰 때 뱀을 이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며 “심각한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자치광장]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자치광장]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1919년 3월 1일 함성이 울려 퍼지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한 지 한 세기가 흘렀다. 100년 전 그날 서대문형무소에는 3000여명의 3·1운동 참여자들이 수감돼 옥고를 치르면서도 독립의 열망을 멈추지 않았다. 3·1운동은 유례없는 대규모 평화시위였다. 당시 인구 1750만명 중 200여만명이 전국 각지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했는데, 세계 혁명사에서도 전체인구의 10% 이상이 시위에 참여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당시 검거된 사람들은 조사에서 “내가 만세를 부르면 독립할 수 있다고 해서 불렀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 100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역사를 제대로 평가해야 할 때다. 독립운동가 개개인에 대한 평가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서대문구는 매년 광복절마다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직접 모셔 풋프린팅을 하며 업적을 기록해왔다. 특히 올해는 100주년을 맞이해 3·1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사람 가운데 수형기록카드가 남아 있는 1000여명의 기록을 모아 ‘서대문형무소 3·1운동 수감자 자료집’을 발간한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는데, 이를 지역별로 분류함으로써 지역단위 3·1운동의 학술적 고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아직 국가로부터 공훈을 받지 못한 342명을 추가 발굴해 서훈의 기본자료로 활용한다. 자료집은 그동안 조명되지 않은 북한 3·1운동 수감자 230여명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3·1운동 100주년 남북공동행사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이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기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이후 한 세기가 지난 2019년 한반도는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자유와 평화의 시기를 맞았다. 한마음으로 투쟁한 100년 전 그들처럼 이제 소통과 화합으로 미래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 100년은 바로 100년 전 그날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 美 뉴욕 낫소카운티 ‘3·1운동의 날’ 제정

    미국 뉴욕주 낫소카운티가 내년부터 매년 3월 1일을 ‘3·1운동의 날’로 정하고 대한민국 독립에 앞장섰던 유관순 열사의 인권정신을 기리는 ‘유관순 상’을 지역 청소년에게 주기로 했다. 로라 커랜 낫소카운티장은 8일(현지시간) 낫소카운티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낫소카운티는 전 세계 인권운동 본보기인 유관순 열사의 업적과 삶을 기억하고 전파하기 위해 유관순 상을 제정하기로 했다”면서 “내년부터 낫소카운티 내에서 인권운동에 활발한 활동을 펼친 16~18세 여학생 2~3명에게 ‘유관순 상’을 수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관순 상 수상자는 낫소카운티 인권국이 각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 중 심사를 통해 결정한다. 또 매년 3월 1일에 청사에서 3·1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기념식도 열기로 했다. 뉴욕한인회가 이번 낫소카운티 결정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선 뉴욕한인회장은 “유관순 열사의 인권운동을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계승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이번 유관순 상을 통해 지역 청소년들이 유관순 열사의 항일 독립정신 등을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뉴욕주의회가 유관순의 날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뉴욕한인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해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작업을 지역 카운티와 의회 등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다. 뉴욕한인회는 오는 3월 1일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뉴욕 맨해튼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열 예정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특별기고] 청년 김용균을 보내며/이태호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공동 집행위원장

    [특별기고] 청년 김용균을 보내며/이태호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공동 집행위원장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의 장례식이 9일 엄수된다. 유가족들이 고인의 영결식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부 여당과 발전사가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약속하고 외주 노동자들에게 맡겨져 왔던 운전, 정비 등 안전 관련 업무의 정규직화에 부분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고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출발선이 마련되었다고 봐야 옳다.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약속하고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부족하나마 이런 합의가 도출되기까지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가 있었지만, 비통한 가슴을 부여잡고 거리에 나섰던 유가족의 분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단히 불행하고 슬픈 일이다. 유가족들이 거리로 나서지 않았다면 2017년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똑같은 사고처럼 특별근로감독 같은 요식 절차를 거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을 수도 있다. “사고가 난 다음날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들이 조문을 오셨어요. 그분들이 먼저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님은 참사 이후 절망스러운 시간을 같은 처지의 유가족들을 만나 큰 힘을 얻어서 버텨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제주도 생수업체 현장실습생 고 이민호의 아버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백혈병에 걸려 희생된 고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님. 부지불식간에 지난한 싸움의 최전선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다. 이들은 정부와 사회로부터 위로와 치유를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었지만, 도리어 강퍅한 국가와 회사를 향해 최소한의 해결책을 약속받기 위해 목숨 건 싸움을 해야 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투쟁하는 유가족들의 행렬은 지독하게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다. 사람을 부속품으로 쓰는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는 그동안 멈추지 않았다. 김용균이 참사를 당한 2018년은 15세 노동자 문송면이 취업 3개월 만에 수은중독으로 사망하고, 수백명의 노동자가 이황화탄소에 중독된 원진레이온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되는 해였다. 그 당시에도 연간 2000여명이 산재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제시되었는데 30년이 지난 오늘날도 매년 같은 수의 산재사망이 이어지고 있다. 1988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약 7000달러였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3만달러를 넘는다. 소득수준은 4배나 커졌지만 산재의 규모는 바뀌지 않았다. 다른 사회적 참사도 줄었다고 할 수 없다. 지난 30년간 바뀐 것이 있다면 위험과 죽음이 외주화되어 왔고, 더 교묘히 감추어져 왔다는 점이다. 민영화와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국민 대다수에게 불안정한 잠재적 비정규직 상태가 강요되었고, 문제를 해결할 노동자와 시민의 힘도 교묘히 분산되도록 사회적 시스템이 고안되어 왔던 것이다. 평생을 공장에서 살아온 어머니가 아들의 작업장을 보고 개탄한다. “1970년대에 있을 법한 환경이 21세기에 그대로 있었어요. 동료들이 3년 동안 28번을 요구했대요.” 이 점이 우리가 최근 겪은 사회적 참사에서 가장 고약한 측면이다. 그토록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숱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었는데도 해당 발전소는 무재해 기업으로 세금감면 혜택을 받아왔다. 이 사악한 체제를 계속 용납해야 할까. 이 충격을 겪고도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 “사고 구조적 원인 찾아야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얻어”

    “사고 구조적 원인 찾아야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얻어”

    ‘구의역 사고’ 임선재 은성PSD 지회장 “시간 가면 잊혀져… 진짜 투쟁은 지금부터” 동료들 “개선책 찾아야 또 다른 비극 막아 용균씨 사고 진상규명위 역할 매우 중요” “김용균씨 사망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야 남은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은성PSD 지회장은 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다 끝난 것 같지만, 진짜 투쟁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은성PSD는 용균씨 사망 사고와 닮은꼴인 ‘서울 구의역 사고’ 사망자 김모(당시 19세)군이 속했던 회사다. 김군은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했다. 20개월 간격을 두고 터진 두 사건은 모두 비정규직 청년이 희생됐고, 2인 1조 근무 규정이 지켜지지 못한 점, 유가족의 분투와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남은 동료의 처우와 구조 개선이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PSD는 사고 당시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였지만, 사고 이후 서울교통공사로 편입됐고 직원들도 정규직 전환됐다. 임 지회장과 동료들은 “사고는 시간이 가면 잊혀진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넘어 위험 업무를 외주화한 이유, 원·하청 구조와 사망 사고의 연관성 등을 꼼꼼히 살피고 제도 개선책을 찾아야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여당이 용균씨 사망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찾기 위해 꾸릴 진상규명위원회 역할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김군의 옛 동료들은 “진상규명 직후 권고안이 나오더라도 정부나 회사의 실행 의지가 없다면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자회사에 채용하는 방식의 정규직 전환이라면 임금·복지 수준이 적절히 보장돼야 한다”(유성권 서울교통공사노조 쟁의국장)는 조언도 있었다. 진짜 처우 개선을 위해선 사측과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을 잘 협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정이 내놓은 대책에 따르면 국내 5대 화력발전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가 공동 출자해 새 공공기관(자회사)을 만든 뒤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회사 채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은 이중관리 체계 탓에 안전관리 공백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런 한계를 막기 위한 향후 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단독] “사회는 너무 어두웠다”… 변화 이끈 엄마의 투쟁

    [단독] “사회는 너무 어두웠다”… 변화 이끈 엄마의 투쟁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비정규직 현실 눈떠 ‘위험의 외주화’ 입법 위해 백방으로 뛰어 “억울한 죽음 사라질 때까지 할 일 할 것” “용균이 억울한 죽음을 낳은 사회 바꾸고 싶어 비정규직 정규직화 위해 아직 할 일 너무 많다”김미숙과 김해기. 지난해 12월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다가 사고로 숨진 채 발견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다. 평범했던 부부는 지난 두 달 새 어떤 정치인이나 관료, 노동운동가도 해내지 못했던 ‘위험의 외주화’ 관행에 큰 균열을 냈다. 서울신문 취재팀은 용균씨 장례 절차가 시작된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1평(3.3㎡) 남짓한 가족대기실에서 부부를 만났다. 창백한 낯빛과 튼 입술이 그간의 고통과 피로를 보여줬다.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함을 벗겨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처음 투쟁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사회에 관심 없고 먹고 살기 바빴다는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 이후 “사회가 너무 어둡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는 “사고 뒤 병원에 찾아온 회사 이사가 ‘용균이는 일도 잘했고 착실했지만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사망했으니 보험 들어둔 것을 받으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아들의 동료들을 만나 확인해 보니 상황은 정반대였다”고 털어놨다. 평범한 주부가 투사로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두 달간 어머니는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과 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구성 등의 대책 뒤에는 어머니의 헌신이 있었다. 아들의 장례는 뒤로 미뤘다. 어머니는 사망 58일 만에 아들 장례를 치르게 된 심정을 묻자 “두 달간 아들을 냉동고에 넣어둔 심정은…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워 마음 아플 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눈엔 떨구지 못한 눈물이 차올랐다. 어머니는 이어 “빨리 장례를 치르는 것보다 용균이가 헛된 죽음이 안 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어머니는 지난 설 연휴에 정부·여당과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대책 협의에 나섰다. 완벽해 보이진 않지만 합의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아직도 공공기관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많은 비정규직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로도 많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정부나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 등) 약한 서민들도 똑같은 사람으로 보고 일회용품이나 노예처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명을 공개한 채 투쟁의 선봉에 섰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지 물었다. “이 일이 아니었다면 난 살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어머니는 “처참하게 죽은 우리 아들에게 얼굴 들 면목이 없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야 한다면 용균이가 꿈꿨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루는 일이라도 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산다”고 했다. 이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낳은 사회를 바꾸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을 응징해야 한다”면서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두 달을 버텨낸 원동력으로 옆에 서 있어줬던 많은 사람들을 꼽았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힘을 합쳐 대응했던 시민단체들, 법 개정에 애써준 일부 국회의원, 사건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15일간 단식을 한 시민대표들, 마음으로 지지와 추모를 보내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젊은 청년들은 아들 대신이라며 손편지까지 써준다”며 처음으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나 혼자 아무리 소리쳐도 안 되는 거 안다”며 “마음을 나눈 많은 이들이 함께해 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행보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어머니는 “노동 현장을 들여다보니 용균이 외에도 조선소나 건설업 등 비정규직이 많은 곳엔 위험하게 일하다 소리 없이 죽어나가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균이 동료들을 살리고, 또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장례가 끝나고서라도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균씨는 9일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전태일 열사와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바로 옆자리에 묻힌다. 장지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찾아와 용균씨가 더이상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 마련됐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경제 블로그] SK이노베이션 노사 앞서 울먹인 송철호 울산시장

    [경제 블로그] SK이노베이션 노사 앞서 울먹인 송철호 울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최근 대기업 노사 행사에서 미리 준비된 원고를 제쳐 놓고 즉석 연설을 하다 울먹여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지난달 28일 SK울산CLX에서 열린 ‘2019 SK이노베이션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에서였습니다. 송 시장은 “그간 수많은 행사에 다녔지만 오늘이 가장 기분 좋고 가치 있는 자리 같다”며 이례적인 노사 화합에 대한 감상을 전했습니다. 오랜 인권 변호사 생활 동안 첨예한 갈등 상황에 익숙했던 그는 노사 단합 장면에 감격, 떠밀리듯 노동 사건 변론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깜짝 공개했다고 하네요.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 노사 화합 모습에 울컥 “1980년대 울산 ‘노동자 대투쟁’ 당시 노동자들이 구속될 때 변론할 사람들이 없었다. 변호사인 나도 처음에 하기 싫었다. 돈도 안 되고 힘도 들고, 솔직히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변호할 사람이 없으니 떠밀리다시피 내가 그 일을 하게 됐고, 인권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오랜 세월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하게 됐다. 이후 싸워서 쟁취하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며 합의가 이뤄지는 세상을 꿈꿨다. 그 가능성을 여기서 봤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구성원의 기본급 1% 기부와 회사 일대일 매칭 그랜트를 통해 조성한 ‘1% 행복나눔기금’ 중 23억 6000만원을 울산을 포함해 66개 협력사 구성원과 저소득층에 전달했습니다. 회사의 성과를 협력사 및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노조가 먼저 제안한 겁니다. ●“쟁취가 아닌 이해·합의하는 세상 가능성 봤다” 송 시장은 “그간 노조는 더 많이 받아 내려고, 사측은 조금이라도 덜 주려고 갈등을 계속해 왔다. 간혹 40m 타워에 올라 농성을 하는 노조원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가 더 아찔하고 과거 아픈 기억들만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 SK 노사의 아름다운 화합을 보고 그동안의 감회가 떠올라 울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SK 노사는 임금협상 갈등을 없앤 일로도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소모적인 임금협상 마찰을 피하려고 2017년 9월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시키기로 노사가 합의한 것이지요. 최저임금 및 주휴수당 갈등 등 노사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입니다. ‘비현실적인 우호관계’로 협력사와 불우 이웃까지 챙긴 SK의 노사 문화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입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교장·학부모·정부 갑질 못 참겠다”… 권리 찾기 나선 교사들

    “교장·학부모·정부 갑질 못 참겠다”… 권리 찾기 나선 교사들

    # 연초마다 초등학교에서는 예비소집 불참아동의 소재 파악에 골머리를 앓는다. 교사와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의 동행이 ‘매뉴얼’이지만 실제 교사 혼자 아동의 주소지를 찾아가는 일이 빈번하다는 게 일선 학교의 설명이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지자체 공무원이나 경찰과 달리 교사는 ‘아동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집 안에 들어갈 권한이 없어 소재 파악 중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총은 최근 교육부와의 단체교섭에 앞서 ‘예비소집 불참아동 소재 파악 업무’를 주민센터 등 지자체로 이관해 달라는 교섭안을 제시했다. # 2016년 설립된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올해 ‘교육보호활동팀’을 만들어 교사 권리 침해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 팀은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거나 교육 과정에서 자율성을 제약받는 교사들에게 ‘조력자’ 역할을 한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집행위원장은 “교사들이 소송에 휘말릴 때 학교의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해 직접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 등 교사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단체들 사이에 ‘교사 권리 찾기’ 운동이 활발하다. 과중한 행정업무와 학부모, 학교, 정치권 등의 ‘갑질’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그간 ‘법외노조 판결 취소’ 투쟁에 집중해 왔던 전국교직원노조에 ‘교육권 보호’를 앞세운 집행부가 들어선 것도 상징적인 변화다. 전교조는 올해 전국 17개 지부에 ‘교사 교육권 지원 센터’(가칭)를 만들어 상담과 법률지원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교총도 ‘스쿨 리뉴얼’을 올해 화두로 제시하고 교육부에 ‘휴대전화로 인한 교사 사생활 침해 방지’ 등 현장 밀착형 교섭과제를 제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공교육 붕괴’ 현상과 맞물린 교사 권위 하락과 더불어 과중한 행정 업무로 교사 본연의 업무가 지장을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과 소송에 시달리며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명예퇴직 교사는 2017년 4638명을 저점으로 다시 늘고 있다. 지난해 6143명에 이어 올해는 1학기를 앞두고 6093명이 명퇴를 신청했다. 조 대변인은 “방과후 돌봄, 학교폭력 등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안들이 자꾸 교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실천교육교사모임, 서울교사노동조합 등 젊은 교사들을 주축으로 한 신생 교원단체들이 설립돼 현장에서의 다양한 목소리가 결집, 분출되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지난달 31일 교육부에 국회의원들의 최근 5년간 자료 요청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의원들이 국회법에 규정된 절차를 무시한 채 자료 제출을 독촉하거나 취합하기 힘든 방대한 자료를 요구해 교사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게 정 회장의 지적이다. 서울교사노조는 학교 안에서 교사들이 의결권을 가질 수 있도록 ‘직원평의회’를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우파 독립단체 통합 나선 김구 피격… 만주독립군과 광복군 창설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우파 독립단체 통합 나선 김구 피격… 만주독립군과 광복군 창설

    3부 고난의 행군: 이동 시기 ③ 한국광복군 창설1937년 7월 중·일 전쟁이 터지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여당이던 한국국민당은 항일투쟁에 나서고자 한국독립당·조선혁명당과 우파 연합 전선인 ‘한국광복운동단체연합회’를 결성했다. 같은 해 12월 임정의 야당인 조선민족혁명당도 조선민족해방동맹, 조선혁명자연맹 등과 좌파 연합체인 ‘조선민족전선연맹’을 조직했다. 두 세력은 중국 국민당 정부의 승인하에 정규군을 편성하는데, 바로 한국광복군(임정파)과 조선의용대(조선의용군·반임정파)다.중·일 전쟁이 일어난 지 5개월째인 1937년 12월 중국 국민당 정부의 수도 난징이 일본에 함락됐다. 30만명의 중국인이 처참하게 살해된 ‘난징 대학살’도 일어났다. 국민당 정부는 자신들 혼자서 일본군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중국 공산당과 2차 국공합작(1937~1945)을 체결했다. 국민당 주석 장제스(1887~1975)는 그간의 태도를 바꿔 한인들도 항일 전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시기 임정은 일본을 피해 다시 한 번 피난길에 나섰다. 1937년 11월 말 난징을 출발해 후난성의 성도(省都) 창사에 도착했다. 김구(1876~1949)는 백범일지에 이곳에 온 이유를 “곡식값이 매우 싼 곳이고 장차 홍콩을 통해 해외와 통신을 이어 갈 계획 때문”이라고 적었다. 김구와 친분이 있던 국민당 핵심간부 장즈중(1890~1969)이 후난성 주석으로 온 것도 큰 힘이 됐다. ‘장천’, ‘장전추’ 등의 가명을 쓰던 김구는 이때부터 은둔 생활에서 벗어나 본명으로 활동했다.●임정, 日 패망 확신… “독립전쟁 성공 시기 왔다” 임정은 중·일 전쟁이 한국 독립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그간 항일 투쟁에 미온적이던 국민당 정부가 일본과의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어 일본의 패망이 앞당겨질 것으로 판단해서였다. 당시 임정이 동포들을 대상으로 발표한 여러 문건에 이런 인식이 잘 드러나 있다. “중·일 전쟁의 시작은 우리의 독립 전쟁이 성공할 시기에 도착하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적(일본)은 중국의 저항 능력을 과소평가했고 러시아의 내부 모순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가 간섭하지 않을 것으로 망령되게 단정했기 때문에 중국대륙을 침략한 것이다.”(1937년 12월) 1932년 상하이 윤봉길 의거 직후 서울로 압송된 안창호(1878~1938)도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경성제국대학 부속병원(현 서울대병원)에서 유언처럼 일본의 미래를 예견했다. “일본은 자기 힘에 지나치는 큰 전쟁(중·일 전쟁)을 시작했기에 반드시 이 전쟁으로 패망한다.”●독립운동세력 갈등 극심… 김구 저격 사건 발생 김구는 독립을 준비하기 위해 우파 진영부터 힘을 모았다. 한국광복운동단체연합회에 속했던 한국국민당과 한국독립당, 조선혁명당을 통합하기 위해 나섰다. 이들은 1938년 5월 6일 조선혁명당 당사인 난무팅에 모였다. 만주에서 창당한 조선혁명당에서 이청천(1888~1957)과 유동열(1879~1950), 과거 임정의 여당 역할을 한 한국독립당에서 조소앙(1887~1958)과 홍면희(1877~1946), 한국국민당에서 김구와 이동녕(1869~1940)이 각각 참석했다. 한참 통합 논의를 벌이던 때였다. 조선혁명당 당원 이운한(생몰연대 미상)이 회의장에 뛰어들어 권총을 난사했다. 이것이 김구가 첫 번째 저격을 받은 `난무팅(남목청) 사건’이다.현장에서 조선혁명당 간부 현익철(1890 ~1938)이 숨지고 유동열과 이청천이 총상을 입었다. 김구는 가슴 한가운데 총탄을 맞고 곧바로 샹야의원(현 중난대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옮겨졌다. 중국인 의사는 그가 소생할 가망이 없다고 보고 응급처치를 포기했다. 백범의 장남 김인(1917~1945)에게 사망 통지까지 보냈다. 그런데 총격 발생 4시간이 지나도 숨이 붙어 있자 그때부터 치료를 재개해 기적적으로 살려냈다. 김구는 이 사건으로 수전증이 생겨 마치 흔들리는 곳에서 글씨를 쓴 듯한 필체를 얻게 됐는데, 이를 ‘총알체’라고도 부른다.●이운한, 첫 발 김구 쏴… 일제 밀정 증거는 없어 이운한은 첫 발을 김구에게 쐈다. 애초부터 그를 타깃으로 범행에 나선 것 같다. 중국에 의존하던 한국국민당이 우파 통합을 주도하는 현실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운한은 중국 감옥에 있다가 탈옥한 뒤 종적을 감췄다. 일각에서는 그가 일제의 밀정이 아니었나 의심하지만 이에 대한 증거는 없다. 그가 밀정이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난무팅 사건은 서로 힘을 모아야 할 한인 독립운동세력 간 갈등이 극에 달해 자해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역사의 단면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조선의용대·한국광복군 창설… 中과 항일 전쟁 이 시기 임정 안팎에서는 “2차 국공합작으로 중국 공산당이 팔로군을 갖춘 것처럼 조선 민족도 독립된 부대를 조직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다. 장제스도 1938년 말부터 독립운동계 대표 격인 김구와 김원봉(1898~1958), 유자명(1894~1985)을 따로 불러 단결을 촉구했다. 한인 세력의 분열을 막고 이들을 무장해 중국의 항일 전쟁 체계에 편입하기 위해서다. 사회주의 계열이 먼저 나섰다. 일본인 반제국주의 혁명가 아오야마 가즈오(1907~1997)가 중국 국민당 정부에 조선의용대 편성 아이디어를 냈다. 조선인 독립부대를 창설해 ‘일본, 조선, 대만 반파시스트동맹’이 지도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국민당이 이를 받아들여 1938년 10월 중국의 임시 수도였던 후베이성 한커우에서 조선의용대를 조직했다. 김원봉이 대장을 맡았다.우파 진영도 군대를 조직했다. 1939년 1월 한국독립당이 세운 당군(黨軍)을 모태로 이청천과 이범석(1900~1972) 등 만주 독립군과 연합해 1940년 9월 쓰촨성 충칭에서 한국광복군을 세웠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첫 정규군 부대로 국군의 모태로 평가받는다. 총사령관은 이청천이었다. 해방 직전인 1945년 4월 작성된 임정 문서에는 광복군 인원이 339명으로 기록돼 있다. 광복군 대원 출신인 독립운동가 김득명(1923~2009)은 “이것도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물자를 타내고자 상당히 부풀려진 수”라고 증언했다. 현재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광복군은 600명에 가깝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가짜”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보훈처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올해부터 가짜 독립유공자 색출을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中 남부서 포도 年 4차례 수확… 세계적 산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취재차 찾아간 후난성 창사의 후난농업대학. 넓은 캠퍼스를 걸어 한참을 들어가니 제2, 제3 강의동 사이 잔디밭에 부드러운 인상의 학자 흉상 하나가 있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남북한과 중국 세 나라에서 모두 유공자가 된 유일한 독립운동가 유자명이다. 캠퍼스 안 그의 옛집 터에는 제자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는 전시관을 짓고 있었다. 서울신문 취재에 동행한 이원규(72) 작가는 “유자명은 세계적인 농학자로 중국에서 매우 유명한 인물”이라며 “비유하건대 우리나라에서 우장춘(1898~1959)에 해당하는 국보급 과학자”라고 소개했다.충북 충주 출신인 그는 수원농업학교를 졸업하고 충주간이농업학교(현 충주농업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스물다섯 살이던 1919년 3·1운동에 가담한 뒤 상하이로 망명했다. 어릴 때 이름은 흥갑, 학생 때는 흥식이었지만 한성임시정부 설립자인 홍면희( 1877~1946)가 “독립운동을 하려면 새 이름이 필요하다”며 자명(子明)이라고 지어 주었다. 무장 투쟁에 뜻을 품고 김원봉이 만든 의열단에 가입해 신채호(1880~1936) 등과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노선에서 활동했다. 신흥무관학교 출신 나석주(1892~1926)가 1926년 12월 서울의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하겠다고 하자 톈진까지 찾아가 그에게 직접 돈과 폭탄, 권총을 건넸다. 유자명은 탁월한 어학 능력과 국제 감각으로 좌파 진영을 대표하는 인재로 손꼽혔다. 1930년대에는 조선의용대 지도위원을, 1940년대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학무부(현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 등) 차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해방 뒤 한국전쟁 등으로 귀국 시기를 놓치자 후난농업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는 벼의 기원이 중국 남서부 윈구이 고원 일대라는 것을 밝혀냈다. 세계 농학계도 이를 정설로 인정하는 추세다. 중국 남부는 기후가 습하고 병충해도 많아 포도 재배에 적절하지 않았지만 그가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신품종을 개발했다. 현재 중국 남부는 해마다 포도를 네 차례까지 수확할 수 있는 세계적 산지로 탈바꿈했다. 그가 개량한 포도로 빚은 와인이 지금도 중국에서 생산된다. 난징·창사·전장·구이린·충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이스라엘, 가자지구 국경에 6m 강철 장벽 공사 시작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6m 높이의 새로운 강철 장벽을 건설하는 공사를 시작했다고 AFP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주례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지상 장벽 건설을 시작했다”며 “장벽은 테러리스트들이 가자지구에서 우리 영토로 침투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는 성명서에서 지난주 목요일에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터널을 뚫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 장벽을 건설 중이며, 지상 장벽은 65㎞의 지하 장벽 코스를 따라 건설된다. 장벽에는 터널을 탐지하는 첨단 센서와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된다. 지상 장벽 서쪽 끝은 지중해에 돌출된 해안 방벽과 만난다. 해안 방벽은 팔레스타인이 바다를 이용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건설됐다. 2014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벌어졌을 때 하마스 대원 4명이 해안으로 이스라엘에 침입하려고 시도했다가 이스라엘군에 사살된 바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지상 장벽은 거대한 규모로, 특별히 강하게 건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오는 4월 9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팔레스타인과 적대감이 고조되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침묵이 유지되지 않으면 총선 기간 중이라도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자신들의 땅을 돌려달라고 투쟁 중이다. 지난해 3월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한 246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기간 이스라엘 군인 2명이 숨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슈퍼볼 이틀 앞두고 지워진 캐퍼닉 그래피티 누가 어떤 의도로?

    슈퍼볼 이틀 앞두고 지워진 캐퍼닉 그래피티 누가 어떤 의도로?

    제53회 슈퍼볼을 이틀 앞두고 개최지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건물 외벽에 그려진 콜린 캐퍼닉의 그래피티가 누군가에 의해 지워졌다. 이 그래피티를 그린 파비안 윌리엄스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동영상을 촬영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렸다. 그는 일주일 전 슈퍼볼 개최를 앞둔 현지 분위기를 소개하는 영국 BBC 제작진 앞에서 이 그래피티를 소개했던 터라 더욱 황당했을 터다. ‘이따금 슈퍼스타(Occasional Superstar)’란 예명으로 유명한 윌리엄스는 슈퍼볼 개최 이틀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타이밍에 쩐다”고 밝혔다. 캐퍼닉은 3년 전 인종차별에 항의해 미국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는 시위를 맨처음 했던 샌프란시스코 쿼터백 출신이다. 제47회 슈퍼볼 무대에도 섰던 그의 시위 이후 많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이 그를 따라 했고 지난해 5월 NFL은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으면 벌금을 물리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2017년 3월 구단에서 쫓겨난 뒤 뛸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윌리엄스는 캐퍼닉이 이곳 연고 팀인 애틀랜타 팰컨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래피티를 2017년 버려진 건물 외벽에 그렸다. 공교롭게도 이번 슈퍼볼이 열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이 1마일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건물이다. 또 동영상에도 소개됐지만 인권 투쟁에 앞장선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생가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6개월 전 화재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건물의 담장은 앨범이나 정당, 영화 소개하는 곳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 담에는 윌리엄스가 무하마드 알리를 마블 코믹스의 블랙 팬서에 등장하는 캐릭터 찰라(T‘challa)로 묘사한 것도 포함돼 있다. 원래 애틀랜타는 흑인 민권 운동의 요람과도 같은 곳이었다. 통상 미국 대통령은 슈퍼볼을 앞두고 축하 연설을 해왔다. 평소 캐퍼닉이나 무릎 꿇는 NFL 선수들을 잘라 버리라고 극언을 서슴치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극언을 늘어놓아 애틀랜타 주민들을 격분시킬지 몰라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졌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마룬 5,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하프타임 쇼에 등장하는데 인종차별이 엄존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혐오 발언이 여전한데 잔칫판이냐고 지청구가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서 각각 2000년 이후 사상 두 번째와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겨냥하는 로스앤젤레스 램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자존심 싸움이나 나이 차가 17년 2개월이나 차이 나는 자레드 고프와 톰 브래디의 쿼터백 싸움, 시즌 내내 팀을 지휘할 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조언을 구했다고 털어놓은 숀 맥베이와 빌 벨리칙 감독의 대결 등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외에도 경기 외적인 갈등 폭발 요인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독립운동 관심 없다고?” 독립기념관 관람객 꾸준히 증가

    “독립운동 관심 없다고?” 독립기념관 관람객 꾸준히 증가

    ‘요즘 사람들 나라사랑에 별로 관심이 없다?’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항변하듯 독립기념관 관람객이 갈수록 늘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독립기념관에 따르면 2000년 108만 8563명이던 관람객수가 지난해 163만 1742명으로 늘었다. 18년 간 50% 정도 증가한 것으로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관람객이 크게 늘지 않는 기념관의 일반적 특징과 좀 다른 양상이다. 독립기념관 관람객은 2005년 104만 3639명으로 잠시 줄었으나 2010년 135만 8245명으로 급증한데 이어 2015년 140만 1680명, 2016년 151만 9931명, 2017년 163만 317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기념관 관계자는 “20~30대 젊은이가 어른 세대보다 관심이 떨어지지만 가족 단위로 많이 오다보니 크게 적지는 않다”면서 “군인들도 많은데 여자 친구와 함께 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기념관은 군인이 기념관에서 2시간 교육을 받으면 1일 휴가를 주도록 국방부와 협약해 2~3년 전부터 해마다 12만여명이 찾는다고 밝혔다.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3전시관(나라지키기)이다. 목숨을 건 항일투쟁을 담고 있다. 침략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의 단지 혈서, 1905년 을사늑약에 비분강개해 자결한 민영환의 유서, 일본군이 의병을 ‘폭도’로 몰아 살육한 뒤 올린 보고서 등이 있다. 특히 영국인 베델과 양기탁이 1904년 7월 창간해 항일투쟁 여론의 선봉에 선 대한매일신보(서울신문의 전신)도 전시돼 있다. 기념관 관계자는 “해설사와 동행하며 둘러보는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감동한다. 모르는 내용까지 알려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겨레의 큰마당에서 ‘한말 국권수호운동과 3.1운동’을 주제로 의병 사진 등 60점이 선보이는 야외사진전이 열리고 설 연휴인 2~6일 겨레의 집에서 윷놀이와 제기차기 등을 즐길 수 있는 전통 민속놀이마당도 있다. 조선총독부 건물 부재 전시공원도 볼만하다. 기념관은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세계 최고의 무궁화공원(10만 그루) 조성, 임시정부 특별전, 독립운동 인명사전 발간 등의 사업을 벌인다. 독립기념관은 국민성금을 모아 1987년 8.15 광복절 날 천안시 목천읍 부지 399만 3836㎜에 문을 열었고, 7개 전시관과 입체영상관을 갖추고 있다. 주변에 유관순 열사 및 이동녕 임시정부 초대의장의 생가와 기념관, 조병옥 박사 생가, 워터파크를 갖춘 상록리조트 등 관광지도 적잖다. 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대화냐, 파국이냐’…노정 관계 분수령될 2월

    ‘대화냐, 파국이냐’…노정 관계 분수령될 2월

    민주노총 2월 총파업 선포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 이원화 등 다뤄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계속 참여 의지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가 불발되면서 사회적 대화가 위기에 직면했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등이 논의되는 2월이 사회적 대화를 비롯한 노정관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2월 총파업을 선포하고, 임시국회에서 다룰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투쟁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재벌과 경제 관료, 보수 정당, 보수 언론 등 재벌 특혜 세력이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왜곡 공세를 펼치며 정부 친재벌 정책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경사노위 참여를 포함하지 않는 올해 사업계획을 임시 대의원대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사노위 불참 이후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투쟁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ILO 핵심협약 기준에 못 미치는 노동관계법 개정 등을 저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법 개정을 강행하면 노정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으로 보인다.한편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적 대화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2000만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역사적 필요와 책무가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경사노위의 판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이달 임시국회에서 노동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한국노총도 사회적 대화의 장에서 뛰쳐나갈 가능성이 크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용균씨 이야기는 남의 일 아닌 내 일”…청년들이 부친 편지

    “용균씨 이야기는 남의 일 아닌 내 일”…청년들이 부친 편지

    ‘청년 전태일’ 소속 청년들, 김씨 모친 김미숙씨에 공개 편지“용균이 몫까지 구체적 변화 만들 투쟁할 것”“제 어머니도 저를 김용균씨와 비슷한 일로 잃으신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싶어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들을 잃은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기 위해 청년들이 펜을 들었다. 이들은 용균씨 어머니를 위로하는 마음을 편지에 담아 전달했다. 이제까지 마흔 통의 편지가 용균씨 어머니에게 도착했다. 편지 릴레이는 고 김용균씨 사고에 대한 진상이 규명돼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 24일부터 청년노동단체 ‘청년전태일’은 용균씨 어머니에게 부치는 청년들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 청년들에게 용균씨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에게 닥친 일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서원도씨는 편지에서 “용균씨의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그 역시 회사에서 지급한 ‘나이롱’ 안전고리에 목숨을 걸고 3m짜리 철 파이프 위에서 일한다고 했다. 서씨는 작업 일정을 맞춰야 해 두려움도 참으며 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용균씨가 너무 불쌍하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세상이 그에게서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던 일상을 너무 일찍 빼앗아 갔다”고 했다. 용균씨의 진상규명을 위한 농성장에서의 어머니 김씨를 기억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용균씨의 49재에서 어머니 김씨는 “제사상에 올린 딸기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아들이 딸기를 좋아해 한 접시 가져다 주면 포크로 찍어서 엄마 입에 먼저 넣어줬다”며 눈물을 흘렸었다. 이에 대해 자신을 30대 노동자라고 소개한 또 다른 발신자는 “어미새처럼 용균이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 기쁨을 이제 맛보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미어진다고 눈물 짓는 어머니 모습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편지를 통해 청년들은 용균씨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 이후 비정규직들의 삶이 개선될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김경원씨는 편지를 통해 “나 또한 용균이의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 역시 같은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깨달았다”고 했다. 김씨는 “무엇을 내가 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이지만 이 문제를 나의 문제로 생각하고 해보겠다”며 편지를 끝맺었다. 또 다른 한 청년 노동자 역시 편지에서 “용균이는 우리 마음 속에 언제나 있고, 남은 우리는 현실의 구체적인 변화를 만드는 투쟁으로 용균이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청년들의 편지에 대해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는 “어머니는 용균씨의 일이 단순히 자기 아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열심히 뛰고 계시다”면서 “그런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편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어머니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법무부 “쌍용차 손해배상소송 가압류 해제”

    법무부 “쌍용차 손해배상소송 가압류 해제”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쌍용자동차 복직 노동자들이 첫 급여의 일부를 가압류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법무부가 3일 만에 가압류를 해제했다.법무부는 쌍용차 파업 관련 손해배상소송 피고들 중 최근 복직한 26명의 쌍용차 노동자에 대해 국가가 설정한 임금 및 퇴직금 채권 가압류 해제를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법무부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가압류를 수행한 경찰이 제반 사정을 참작해 가압류 해제 의견을 개진했다”면서 “쌍용차 근로자들이 오랜 분쟁 끝에 복직해 근무하고 있으므로 이전과 달리 복직 근로자들에 대해 가압류를 유지할 필요성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2009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이면서 근로자를 대량 해고했다. 노조는 해고에 저항하며 투쟁을 이어왔고 결국 지난해 약 10년 만에 노조와 사측이 해고 노동자 복직에 합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2009년 쌍용차 노동자 1인당 1000만원의 임금 및 퇴직금 가압류를 해두었고, 복직 노동자 일부가 지난달 29일 복직 후 첫 급여명세서에서 법정 채무금 명목으로 압류 공제된 항목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노조 측은 “손배소는 배상 자력이 있는 노조에만 해도 충분하다”면서 “해고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가압류를 실행한 것은 손해 보전이 아니라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현대차 노조 “광주형 일자치 경차, 내수 및 수출 사업성 없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로 만드는 경차는 내수와 수출 모두 사업성이 없다. 광주형 일자리를 즉각 철회하라”라고 1일 밝혔다. 노조는 이날 긴급성명서를 내고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 산업 몰락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올해 7월부터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연간 7만대 규모 소형차를 생산하며 유럽으로 수출되는 코나 1000㏄ 모델은 언제든 국내 출시가 가능하다”며 “국내 자동차 생산시설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광주에 추가 생산공장을 짓는 것은 망하는 길로 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또 “광주형 일자리 협약의 단체교섭권 5년 봉쇄는 한미자유무역협정 19.2조 위반으로 미국 수출이 제한될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 협정 역시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은 어려운 상태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민주노총 2월 총파업과 연계해 대정부 투쟁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 노조는 설 이후 총력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설 직후 광주형 일자리 관련 특별고용안정위원회 소집을 사측에 요구하고 이 위원회를 통해 정부 정책으로 발생할 피해와 문제를 예측하고 원하청을 아울러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며 “사측이 응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포함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사설] ‘광주형 일자리’ 현대차노조 대승적으로 받아야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 추진에 전격 합의한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이 어제 광주에서 열렸다.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사상생형·사회대통합형 모델이다. 임금은 줄이고 일자리는 늘리는 지방자치단체·노·사의 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의 첫 사례이며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처럼 광주형 일자리가 진통 끝에 출범하게 된 것은 신설 법인 설립 후 5년간 임금 및 단체협상 유예 안을 광주시와 노동계가 수용하고, 대신 보완 조항을 삽입한 데 따른 결과다. 이로써 2021년쯤 광주 빛그린산업단지에 연간 10만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선다. 새로 생기는 직간접 일자리는 1만 2000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자들은 주 44시간 근무에 기존 완성차 업체 급여의 절반 수준인 3500만원을 받는 대신에 중앙정부와 광주시로부터 주거·교육·의료 지원 혜택을 받는다. 광주형 일자리는 사업 모델이 발표된 지 5년 만의 일로 노사상생과 지역 일자리 창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범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공장이 들어서기까지는 현대차노조와 민주노총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협상 타결 소식에 ‘문재인 정부의 정경유착 노동적폐 1호’라며 거세게 비판하며 강력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임금 하향평준화와 기존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지나친 생산 원가와 낮은 생산성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게 우리 자동차산업의 현실이다. 자율차와 전기차, 수소차 등으로 전환 과정인 자동차산업 급변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 체제에 안주하며 고임금만 챙기다간 공멸로 갈 수 있다. 민주노총과 현대차노조도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지역경제 활성화와 노사상생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대신 향후 노사 협상을 통해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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