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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작심 비판한 마윈… 무모한 도전일까 배은망덕일까

    시진핑 작심 비판한 마윈… 무모한 도전일까 배은망덕일까

    세계 최대 쇼핑 행사인 중국 솽스이(11월 11일·광군제)가 우리 돈 80조원 넘는 매출을 거두며 성황리에 마무리된 12일. 축제를 이끈 중국 최대 유통업체 알리바바가 자리잡은 저장성 항저우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웨이신즈푸(위챗페이)를 내밀자 종업원이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쯔푸바오(알리페이)가 아니고 웨이신인가요?” 알리페이의 본산인 항저우에서 왜 다른 결제 수단을 쓰려고 하느냐는 반문이었다. 알리페이 운영사 앤트그룹과 모회사 알리바바를 만든 마윈 전 회장은 스스로를 ‘장강의 악어’라 칭하며 미국 이베이가 장악했던 아시아 온라인 유통시장을 석권했다. 중국을 ‘현금 없는 사회’로도 탈바꿈시켰다. 그의 업적은 ‘신중국(사회주의 중국) 건립 이후 최고의 혁신’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마 전 회장을 재물신으로 섬긴다.●中최고의 혁신가, 인생 최대의 위기 맞다 하지만 ‘슈퍼스타’인 그가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최근 상하이에서 한 발언으로 궁지에 몰렸다. 중국 금융당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됐던 앤트그룹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앤트그룹의 주력 분야가 될 소비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도 내놨다. 알리바바를 겨냥한 듯 거대 플랫폼 사업자 반독점 방지안 초안까지 공개했다. 이 때문에 지난 10∼11일 알리바바와 텐센트, 메이퇀 등 중국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2600억 달러(약 294조원)가량 폭락했다. 마윈과 함께 중국 부호 순위 1~2위를 다투는 마화텅 텐센트 회장도 분위기를 감지한 듯 위챗페이 운영사인 차이푸통 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중국 인터넷 업계가 ‘빙하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통치에 도전하는 행위’로 여겨 크게 분노했다. 중국이 마윈에게 누가 더 위에 있는지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마 전 회장이 후폭풍을 몰랐을 리 없다. 그는 왜 시 주석에게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것일까.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2020 와이탄 금융서밋’. 경제 엘리트가 총출동한 이 행사에서 그는 기조연설자로 나와 문제가 된 발언을 20분간 쏟아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이 전문적 이야기에 입을 다물고 있어서 나라도 한 번 지적해 볼까 한다. 비전문가의 말이니까 ‘아니면 말고’다. 중국 금융에는 (선진국에서 말하는) ‘시스템 위기’가 없다. 시스템 자체가 없는데 무슨 시스템 위기냐. 시중은행은 전당포나 다름없다. 담보가 있어야만 대출을 해준다. (담보가 부족한) 많은 기업가들은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이 크다. 개발도상국에서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고 하면 어떻게 성장을 하느냐. 이제 막 크기 시작한 우리가 ‘바젤3’(국제결제은행이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자 내놓은 은행자본 건전화 방안) 같은 처방을 택하는 것은 아이가 아프다고 노인용 약을 쓰려는 것과 같다.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운영할 수 없듯 과거의 제도로 미래를 헤쳐나갈 수 없다.” 이 자리에는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과 이강 인민은행장 등도 참석했다. 시쳇말로 ‘대놓고 들이받은’ 것이다. 특히 “성공이 반드시 나에게서 올 필요는 없다” 등 시 주석의 평소 발언을 여러 군데 인용했다.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중시하는 중국에서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금융 규제 조치는 당연한 것이다. 현금 유동성이 넘쳐 주택 가격 거품이 상당해서다. 초강력 부동산 억제책에도 ‘베이상광선’(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지역 아파트는 한 채당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조기 극복해 ‘나 홀로 호황’을 맞고 있다. 무역·자본수지 흑자로 매달 500억 달러 넘는 외화가 들어온다. 집값을 잡으려면 반드시 유동성을 제어해야 한다. 앤트그룹이 추진하려는 소비자 대출 사업이 주택 마련을 위한 ‘영끌 대출’로 변질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수 있다. 마윈에게도 ‘원죄’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2011년 알리페이 분야(현 앤트그룹)를 알리바바에서 분리해 사실상 개인회사로 만들고자 했다. ‘결제 시스템 사업을 외국인이 소유하면 국가 주권이 위협받는다’는 논리였다. 당연히 알리바바 최대주주였던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국 야후가 반발했다. 이때 후진타오 주석이 마윈을 엄호해 분쟁을 조정했다. 마 전 회장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공산당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중국 최고지도부 입장에서는 그의 발언이 ‘은혜를 무시하고 국정 운영 기조까지 흔들려는’ 배은망덕한 행동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후폭풍 알면서도 마윈은 왜 목소리 냈나 마 전 회장은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설화를 자초한 것일까. 중화권 매체를 중심으로 크게 세 가지 분석이 대두된다. 우선 대형 인터넷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유독 자신과 앤트그룹에 가혹하게 적용되는 것 같아 억울함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상하이 금융서밋에서 저우자이 중국 재무부 차관은 “핀테크 산업에서 승자 독식 현상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놓고 핀테크 1위 업체 앤트그룹을 겨냥했다. 현 지도부가 마윈을 ‘지난 정권에서 특혜를 받은 기업인’으로 보고 압박을 가하는 것처럼 보이자 서운함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불만을 정제해서 표현했다면 좋았지만 자유분방한 성격이 이를 용납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알리바바 회장 시절 무술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고 랩 가수로도 활동했다. 원하는 일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린다. 상하이 발언 역시 이런 기질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앤트그룹에 투자한 전 세계 자본가들을 위해 총대를 멨다는 추측이다. 지난 2일 공개된 인터넷 소액대출 규제 예고안에 따르면 인터넷 기업의 대출 영업은 본사가 있는 성·직할시에서만 가능하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보도했다. 다른 성에서 활동하려면 정기적으로 중앙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새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앤트그룹은 14억 인구를 놔둔 채 대출 자회사 본사가 있는 충칭(인구 3000만명)에서만 영업해야 할 수도 있다. 중국 전역은 물론 동남아 지역에서도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고 마윈에게 베팅한 미 월가 등 투자세력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분노를 반영해 중국 정부에 대신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중국 공산당 권력투쟁의 단면이라는 관점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미 증시 상장 전인 2012년 홍콩 보위캐피탈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보위캐피탈은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이 등기이사로 있던 곳이다. ‘투자를 받았다’로 쓰고 ‘주식을 상납했다’고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때부터 마윈이 장 전 주석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퍼졌다. 시 주석은 장 전 주석에 매우 비판적이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고위층 부정부패가 크게 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윈이 알리바바 회장직을 내려놓자 ‘최고지도부가 그를 ‘장쩌민계’로 여겨 퇴진을 종용한 것 아니냐’는 설이 돌았다. 이런 현실을 두고 볼 리 없는 시 주석 반대파가 앤트그룹 규제를 앞두고 저항에 나서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는 추정이다. 항저우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김정은 25일 만에 공개활동, 反사회주의 책동 성토, 바이든 당선엔 침묵

    김정은 25일 만에 공개활동, 反사회주의 책동 성토, 바이든 당선엔 침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평양의대에서 반사회주의적 행동이 있었다고 개탄해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11월 15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소집됐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회의를 사회(주재)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중국인민지원군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 소재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참배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보도일 기준으로 26일째 되는 이날 다시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확대회의에서는 평양의대 당 위원회의 범죄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반(反)사회주의적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통신은 “회의에서는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를 감행한 평양의학대학 당위원회와 이에 대한 당적 지도와 신소처리, 법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지 않아 범죄를 비호·묵인·조장시킨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 사법검찰, 안전보위기관들의 무책임성과 극심한 직무태만 행위에 대하여 신랄히 비판됐다”고 전했다. 이어 “각급 당조직을 다시 한 번 각성시켜 반당적, 반인민적, 반사회주의적 행위들을 뿌리빼기 위한 전당적인 투쟁을 강도 높게 벌여야 한다”며 “법 기관에서 법적 투쟁의 도수를 높여 사회·정치·경제·도덕·생활 전반에서 사회주의적 미풍이 철저히 고수되도록 할 데 대한 문제가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양의대 당위원회의 구체적인 범죄행위 내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비리 내용과 관련 “범죄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직 보도가 되지 않고 있어 저희도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이 아직 없다”면서 “이와 유사한 사례로 올해 2월 당 간부 교육기관에서도 비리가 있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월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부정부패를 한 당간부 양성기지의 당위원회를 해산하고 관련 간부들도 해임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당시 ‘당 간부 양성기지’는 김일성고급당학교로 추정됐다. 이날 회의에서도 미국 대선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여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면서 분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회의에서 최근 세계적인 악성 바이러스 전파 상황의 심각성과 국가방역 실태에 대하여 상세히 분석·평가했다”며 “초긴장 상태를 계속 견지하며 완벽한 봉쇄장벽을 구축하고 비상방역전을 보다 강도 높이 벌여나갈 데 대해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후보위원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 간부들과 도당위원장, 사회안전상(우리의 경찰청장에 해당), 중앙검찰소장, 국가비상방역 관계자들이 화상회의로 방청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윤경의 노동을 묻는다] 11월 13일, 1970년과 2020년

    [이윤경의 노동을 묻는다] 11월 13일, 1970년과 2020년

    11월이다. 11월에는 전태일의 죽음과 민주노총 창립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을 쉬게 하라,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를 외치며 분신했다.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50년 전 일이다. 한국의 수많은 지식인들과 노동자들은 전태일의 분신을 목도하며 충격과 분노를 느꼈고, 이후 고 조영래 변호사가 집필한 ‘전태일 평전’(1983년 당시에는 익명으로 출간)을 읽으며 노동운동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노동운동가들의 투쟁과 좌절, 그리고 고난이 쌓여 1995년 11월 1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만들어졌다.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장정을 시작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추서식에서 “오늘 전태일 열사에게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 갖는 실제 무게와 실천은 과연 무엇일까? 왜 정부의 의지가 아니고 정부 의지의 상징인 걸까? 1970년 전태일은 “골방서 하루 16시간 노동”하는 10대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절규했다. 2020년 들어서 택배 노동자가 열 분, 그것도 10월 한 달 동안에만 세 분이 사망했다. 다수가 과로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택배 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고, 한 달 평균 4420건의 물품을 배송하고, 건당 800원의 배송 수수료를 받는다는 이 숫자들로 보아 이들의 죽음이 과로사가 아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사 직원 한 분이 갑자기 사망했다는 기사가 올라온다. 이런 추세로라면 올해도 작업장 사고 또는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의 수가 ‘평균 2000여 명’을 채울 전망이다. 마음이 무거워져 글을 쓰기 힘들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무엇을 하고 있나? 노동계에서 ‘전태일 3법’이라 부르는 노동조합법 개정안(특수고용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결정권 추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근로 조건 개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안(산업 재해 발생 시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에 대해 앞장서도 부족할 더불어민주당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가 택배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도 기업에 대한 강제성은 없고, 무수한 권고와 유도로 채워져 있다. 강제성이 있는 법도 어기는 것이 자본가인데, 권고가 무슨 힘을 가질 거라고 예상하는 것일까? 게다가 노동운동가 개인과 노동조합을 금전적으로 옥죄어 파괴하는 손해배상소송 및 가압류의 남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민단체 ‘손잡고’와 민주노총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 11월 현재, 노동자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은 총 58건이며, 그 액수가 658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중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만 28건이고 그 청구 금액은 68억 7000여 만원에 달한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손해배상 소송 남용은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당은 국회에서 다수 정당이 되면 손해배상 및 가압류법을 고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정치는 “의지의 상징”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과 입법으로 구현된다.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역대 가장 많은 의석을 갖고 있는 집권 여당이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개혁 입법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과 행정부 그리고 입법부의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려는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 전태일 열사의 이름을 아련하게 호명하고 훈장을 추서하는 것은 씁쓸한 추억팔이 또는 정치적 퍼포먼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수세적이고 관례적인 행위만 반복한다면, 중도와 안정이라는 간판 뒤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약속한 정책을 입법하고 집행하지 않는 그 어떤 정치인도 그 어떤 정치 세력도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의 심판을 비켜갈 수 없다.
  • 이재명 “흙수저 전태일에게 좌파, 우파 얘기했다간 손절당해”

    이재명 “흙수저 전태일에게 좌파, 우파 얘기했다간 손절당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네이트 판에 올라온 ‘요즘 흙수저 집안에서 애 낳으면 생기는 일’이란 글을 공유하며 투박한 한마디가 어떤 학술논문보다 통찰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시가 공유한 글은 전날 가난한 집 생존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쓴 글로 “요즘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괴로운 흙수저한테는 괜히 낳아놔서 괴롭게 했으니 미안하다고 인정 좀 해주고 노후대비로 자식 이용하지 말고 집안 문제로 손만 안 벌렸으면 좋겠음”이란 내용이다. 이 지사는 ‘2020년 가난의 결. 낡고 나이브한 청사진으로는 바로 ‘손절’(손해를 보며 매도하는 것) 당한다’면서 흙수저란 네티즌의 글에 공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이 음슴체 글만큼 오늘날 양극화 사회의 풍경을 제대로 드러내는 글이 있을까 싶다”면서 “읽다보면 찢어지게 가난했던 제 얘기 같으면서도, 또 요즘 시대의 가난의 결이란 더 극명하고 촘촘하게 청년들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구나 절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서 공장에 취직했던 ‘소년공’ 이재명이 제철 과일 못먹어 서럽고, 쓰레기 치우러 다니면서 남들 시선에 열등감 느끼고, 공장에서 일하다 팔이 굽어 좌절했다면, 요즘의 가난한 집 청년들은 그에 더해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상처입고, 부동산 격차로 무시당하고, 어릴때 예체능 학원 다녀보지 못해 박탈감 느끼고, 그렇게 부모로부터 경험자본과 문화자본을 물려받지 못해 생기는 간극으로 좌절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격차는 카스트제도처럼 소위 ‘학벌’에서의 격차로 이어진다”면서 “부모의 소득수준이 대학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은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해 고교졸업생 중 약 6%만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 94%는 비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며 압도적 다수의 청년들이 학벌을 계급장 취급하는 사회에서 생존투쟁을 벌이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중소기업에 들어가 투명인간처럼 살아간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이런 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다”라며 “청년 전태일들에게 개인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다그치거나 섣불리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자고 훈계하는 것은 사려깊지 못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매순간 상처입고 하루하루 먹고 사는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청년들에게 좌파니 우파니 하는 소리는 뜬구름 같은 소리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결국 대다수 청년들의 마음을 돌리는 일, 변화의 정치에 함께 하도록 손내미는 일을 아주 사려깊고 끈기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전태일 50주기 맞아 비정규직 대행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전태일 50주기 맞아 비정규직 대행진

    고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오늘의 전태일’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위에서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전태일 열사가 생애 못 다 굴린 덩이를 함께 굴려 나가자”며 행진의 포문을 열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코로나19 경제위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덮쳤다”면서 “전체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마지막 사회안전망인 고용보험조차 들지 못한 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태일, 김용균과 함께 죽음을 멈추고 차별을 없애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함께 나서자”고 촉구했다. 이날 행진에는 이달 파업에 돌입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지회가 발언에 나섰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지부장은 “코레일의 자회사라는 이유로,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똑같은 역무원이지만 평생 최저임금을 강요당하고, 언제 쫓겨나갈까 불안해한다”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던 열사의 외침은 이제 비정규직들의 요구가 돼 있다”고 말했다.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조합원은 회사가 지급한 마스크를 들어보이며 “현장에서 분진을 치우는 과정에 먼지 바람이 많이 일어나는데 회사는 코로나를 핑계 대며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3M 마스크를 주지 않았다”면서 “열악한 작업환경은 마스크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사측이 단가가 낮은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며 얼굴에 까만 분진이 묻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의 모습을 공개했다. 발언 후에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고,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노동존중’이라 적힌 종이를 태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분사하자 참가자가 이를 제지하는 등 고성이 오갔다. 행진을 시작하려는 참가자들과 100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한다는 방역 수칙에 따라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 사이에 충돌이 일기도 했다.행진에 앞서 이날 오전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경기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결의대회을 열었다. 결의대회에는 한극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한국산연지회, 전국대리운전노조,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지회 등의 노동자들을 비롯해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열사의 유족 오은주씨가 목소리를 냈다. 결의대회는 전태일 열사의 동상에 머리띠를 묶으며 마무리됐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해외로 퍼진 ‘전태일 정신’

    해외로 퍼진 ‘전태일 정신’

    “1978년 일본에서 영화 ‘어머니’가 개봉했을 땐 객석에 있었는데 42년 후에 직접 상영회를 열게 됐어요.” 일본 오사카의 노동 운동가 나카무라 다케시(76)는 들뜬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30대 초반의 항만 건설 노동자였던 그는 장시간 노동에 지쳐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노조를 탄압하는 회사로부터 모진 고초를 겪을 때 전태일을 만났다. 전태일 열사와 어머니 이소선씨의 투쟁을 그린 일본 영화 ‘어머니’를 통해서였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의 외침은 블루칼라 노동자인 나카무라의 가슴에 내리꽂혔다. 당시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총평)는 일본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영화의 상영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약 40만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수익금 일부는 이씨에게 전해졌다. 전태일 정신은 한일 노동자 연대로 이어졌다. 1989년 전북의 일본계 회사에서 일하던 한국 노동자들이 폐업에 항의하며 일본으로 원정투쟁을 오자 나카무라는 노동자들의 법적 투쟁을 지원했다. 이 인연을 계기로 이씨도 만났다. 매년 이맘때면 전태일 열사와 이씨가 나란히 묻힌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일본에서 찾은 영화 ‘어머니’를 한국으로 보냈다. 나카무라는 “지난 5월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의 옛 기관지를 보다가 ‘어머니’를 제작했다는 활동을 보고 기록을 찾았다”면서 “도쿄 사무실에서 DVD 형태로 보관 중인 영화를 발견했고 이를 여러 장 복사해 일본 전역에서 상영회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2002년 ‘전태일 평전’이 출판된 중국에서도 노동 운동가들이 전태일 50주기를 기렸다. 2008년부터 문화공동체 ‘베이징 노동자의 집’에서 활동한 뤼투(52) 박사는 동반자 쑨헝과 ‘찬란한 빛- 전태일에게 바치는 노래’를 작사·작곡해 전태일 재단에 보냈다. 정규식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그는 버스비를 아껴 어린 여공들에게 밥을 사주려고 걸어서 출퇴근하고, 근로감독관에게 부조리를 고발했던 전태일의 행적을 가사 한 줄 한 줄에 녹였다. 뤼 박사는 2015년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전태일 동상을 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한국은 선하고 용감한 전태일이 탄생한 곳”이라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 간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노동 운동가는 전태일 정신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뤼 박사는 “중국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카무라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자신의 노동 환경을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전태일(全泰壹). ‘모두가 크게 하나 된다’는 그의 이름처럼, 전태일 정신은 많은 이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해외로 간 ‘전태일’ …영화 상영회와 추모곡으로 기리는 일·중

    해외로 간 ‘전태일’ …영화 상영회와 추모곡으로 기리는 일·중

    “1978년 일본에서 영화 ‘어머니’가 개봉했을 땐 객석에 있었는데 42년 후에 직접 상영회를 열게 됐어요.” 일본 오사카의 노동 운동가 나카무라 다케시(76)는 들뜬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30대 초반의 항만 건설 노동자였던 그는 장시간 노동에 지쳐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노조를 탄압하는 회사로부터 모진 고초를 겪을 때 전태일을 만났다. 전태일 열사와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투쟁을 그린 일본 영화 ‘어머니’를 통해서였다.“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의 외침은 블루칼라 노동자인 나카무라의 가슴에 내리꽂혔다. 당시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총평)은 일본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영화의 상영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약 40만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수익금 일부는 이소선 여사에게 전해졌다. 전태일 정신은 한일 노동자 연대로 이어졌다. 1989년 전북의 일본계 회사에서 일하던 한국 노동자들이 폐업에 항의하며 일본으로 원정투쟁을 오자 나카무라는 노동자들의 법적 투쟁을 지원했다. 이 인연을 계기로 이소선 여사도 만났다. 매년 이맘때면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여사가 나란히 묻힌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일본에서 찾은 영화 ‘어머니’를 한국으로 보냈다. 나카무라는 “지난 5월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의 옛 기관지를 보다가 ‘어머니’를 제작했다는 활동 보고 기록을 찾았다”면서 “도쿄 사무실에서 DVD 형태로 보관 중인 영화를 발견했고 이를 여러 장 복사해 일본 전역에서 상영회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상영회를 개최했다.지난 2002년 ‘전태일 평전’이 출판된 중국에서도 노동 운동가들이 전태일 서거 50주기를 기렸다. 2008년부터 문화공동체 ‘북경 노동자의 집’에서 활동한 뤼투(52) 박사는 동반자 쑨헝과 ‘찬란한 빛-전태일에게 바치는 노래’를 작사·작곡해 전태일 재단에 보냈다. 정규식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최근 여성 돌봄 노동자들과 함께 노래 ‘삶과 마주하고’ 등을 만드는 뤼투 박사에게 노래는 “전태일에 대한 경외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그는 버스비를 아껴 어린 여공들에게 밥을 사주려고 걸어서 출퇴근하고, 근로감독관에게 부조리를 고발했던 전태일의 행적을 가사 한 줄 한 줄에 녹였다. 뤼투 박사는 2015년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전태일 동상을 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한국은 선하고 용감한 전태일이 탄생한 곳”이라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노동 운동가는 전태일 정신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뤼투 박사는 “중국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카무라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자신의 노동 환경을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전태일(全泰壹). ‘모두가 크게 하나 된다’는 그의 이름처럼, 전태일 정신은 많은 이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공무원이라고 정치인 후원도 못하고, 좋아요도 못 누르면 그게 국민입니까”

    “공무원이라고 정치인 후원도 못하고, 좋아요도 못 누르면 그게 국민입니까”

    “정치기본권 10만 입법서명 조기달성 절박함과 간절함의 산물”“공직선거법 너무 포괄적…직무·직위 이용 정치활동만 제한해야”“현장 설명회 열띤 호응…어느 누구도 ‘이거 왜 하냐’ 묻지 않아”“좋아요 하나 얻으려 투쟁한 것 아냐… 의사 표현 자유로워야”“10만 서명은 1차 승리…국회 상대로 본격 입법투쟁 시작할 것”“처음에 걱정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 있었어요. 조금 더 힘쓰고, 노력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기본권 쟁취 10만 입법 투쟁’의 첫 관문인 국민동의청원 10만명 서명을 조기에 마친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연맹(공노총) 위원장에게서는 목표를 이뤄낸 이의 성취감이 묻어났다. 그는 올해 초 공노총 위원장 취임 이후 공생공사닷컴과 인터뷰에서 “올해를 정치기본권 쟁취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기본권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다. 공무원을 ‘정치적 중립’이라는 울타리에 가둔 법들을 개정하기 위한 노력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국민동의청원 형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함께한 것도 최초다. 지난 20대 국회에도 공직선거법 등의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끝내 일몰처리됐다. 이에 따라 시작된 게 국민동의청원이다. 한 달 내 청원자수가 10만명을 넘으면 해당 상임위원회에 관련법 제·개정안이 자동 회부되는 규정이 올 1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국민이다. 내 법은 내가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도 이런 이유다. 청원투쟁을 마치고, 연맹 내 밀린 일 처리에 바쁜 석현정 위원장을 지난 9일 만났다. 한 달 목표로 시작한 서명작업이 23일 만에 끝난 것과 관련, 그는 “간절함과 절실함의 산물이다”고 말했다. “정치기본권 집행부뿐 아니라 공무원 전체가 원한다는 것 현장에서 확인” “저는 정치기본권은 공무원 노동계 집행부만 원하는 줄 알았는데 공무원 전체가 원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한 달 내 10만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공무원 노동계에서도 일부 부정적인 전망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노총·전공노·전교조는 가진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 만에 하나 10만 서명에 실패하면 정치기본권 입법투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주 동안 부위원장과 4개 조로 권역을 나눠서 전국을 돌았습니다. 저는 서울과 수도권을, 나머지는 사무총장과 부위원장들이 맡았습니다.” 석 위원장은 공무원 단체의 행사만 있으면 수도권, 지방을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 정치기본권 쟁취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구호를 외쳤다. 반응은 뜨거웠다. 조기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도 이때 생겼다. “현장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어요. 앉아있던 조합원들이 일어서서 호응하고… 업무로 바쁠 텐데 관심이 참 많았습니다. 어느 한 분도 ‘이거 왜 하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정치활동 통째로 금지돼 일반 국민에게는 관심사가 아니지만, 공무원에게 정치기본권은 숙원과 같은 것이다. 선거 때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좋아요”만 눌러도 처벌받는 게 현행 공직선거법이다. 올 총선을 전후해 정치적 중립을 설명하려 정당인을 불렀다가 구속된 공무원(현재는 보석 상태)도 두 명이나 된다.“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24시간 통째로 모든 게 금지됩니다. ‘좋아요’도 누르면 안 됩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는 아주 심했어요. 문재인 정부 들어 사유서만 받고 경미하게 넘어가지만, 그래도 사유서 쓰다보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좋아하는 정치인 후원도 안 되고, 좋아요도 누를 수 없는 데 이게 국민이냐”고 반문했다. “궁극적으로는 정치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회 돼야” 하지만, 그는 “공무원 노동계가 정치 관계글에 ‘좋아요’ 하나 얻어내려고 이번 투쟁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입법청원에 포함된 5개 법안 가운데 핵심으로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꼽았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로 규정돼 있습니다. 직위나 직무를 통해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우리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포괄적이고, 애매해요.” 직무나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등을 돕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들의 생각 등을 표현하는 데에는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자금법에서도 석 위원장은 목청을 높였다. “정치자금법은 공무원이 기탁금을 내면 원하는 정당이나 의원한테 가는 게 아니고 선거관리위원회로 가서 공동배분을 해요. 공무원에 적극적이고, 우호적 정치인에게조차 후원도, 응원도 할 수 없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거꾸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우리가 자금을 대주는 격이 됩니다. 위헌이 될 수도 있어요. 반드시 고쳐져야 합니다.” 입법청원과 관련, “일각에서는 ‘공무원도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데 맞냐”고 물었다. “정치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기본권을 가지겠다는 것이에요.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지위와 직무와 관련된 정치적 중립은 지켜야 하지만, 그 외에는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궁극적으로는 프랑스처럼 공무원도 정치하다가 다시 현직으로 돌아가고 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1단계 목표는 아니지만, 정치가 공무원이든 아니든 누구한테나 열려 있는, (정당도) 누구든 가입할 수 있고,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만, 이번 목표는 아닙니다.” 석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벽이 있다. 우리 정치가 벽이 높다”고 했다. “법안들이 소관 위원회로 회부가 됐으니 그 안에서 심사하고, 본회의에 상정돼서 의결이 돼야 하는데 좋은 결과만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1차 투쟁 10만이 승리라면 이제 본격적인 입법 투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석 위원장은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과 개별적인 면담과 설명,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전공노·전교조와의 연대도 더욱 강화해서 입법투쟁은 물론 공공부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김성곤 공생공사닷컴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 [서울포토]‘노동 존중 공약 이행하라!’

    [서울포토]‘노동 존중 공약 이행하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하루 알둔 12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노동 존중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20.11.12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8년 전 정화작업 마친 춘천 캠프페이지 이번엔 불법 매립 기름통 무더기 발견

    8년 전 정화작업이 마무리된 강원 춘천시 옛 캠프페이지 터에서 불법 매립된 기름통이 최근 잇따라 발견되면서 부실 정화 파문이 일고 있다. 춘천 캠프페이지 토양오염 배상요구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11일 이와 관련, 국방부가 전수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합의각서 파기와 전국 반환미군기지 대책위원회와 연대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오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전국 미군기지 오염 피해사례 증언대회’에 참여해 전국 네트워크 구성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춘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설된 기름통이 발견된 지점은 토양오염 조사를 했던 환경공단이 오염지역이 아니라고 확정한 지점이기에 더 심각한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캠프페이지 터(64만㎡)는 2005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방부 주도로 정화작업을 했다. 하지만 춘천시가 개발을 위해 문화재 발굴조사를 하면서 지난 5월 일부 구역의 토양오염이 법정 기준치의 6배 이상을 확인했고, 지난달엔 폐유류통 30여개가 발견되며 조사가 중단됐다. 지난 7일엔 옛 미군 조종사 숙소 인근에서 기름에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토양이 나오면서 부실 정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나경원 검찰 비판 “저를 소환하라…언제든 출두”

    나경원 검찰 비판 “저를 소환하라…언제든 출두”

    ‘자녀 입시비리·부정채용’ 의혹 등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소환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이날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소환하는 것이 두렵습니까? 치졸한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법대로 하라. 언제든 출두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검찰이 나 전 의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나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월에도 나 전 의원 수사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고, 이후 재청구한 영장을 발부받아 서울대병원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를 압수수색 했다. 나 전 의원은 “작년 원내대표로서 투쟁한 것에 대한 끝없는 정치 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검찰은 스스로 부정한 권력의 충견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추미애 검찰’을 기각해야 한다”며 “상대편에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자기 편의 죄는 덮으려 하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이 멈출 때까지 싸우겠다”고 적었다. 민생경제연구소 등 단체는 딸의 성신여대 입시비리와 성적 특혜 의혹, 아들의 예일대 부정입학 의혹,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사유화 의혹 등 혐의로 나 전 의원을 검찰과 경찰에 10여차례 고발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씨줄날줄] ‘불멸’ 시리즈/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멸’ 시리즈/황성기 논설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싼 소문은 언제나 무성하다. 며칠이라도 북한 관영 매체에 김 위원장 소식이 나오지 않으면 사망을 포함한 신변 이상설에서부터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의 위임통치 같은 권력 이양설까지 다분히 화자(話者)의 희망사항을 담은 억측들이 분분해진다. 하지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지난달 23일자 보도는 김 위원장의 건재는 물론 그가 갖고 있는 원수나 수령으로서의 최고지도자 지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보도에 따르면 “4·15 문학창작단에서 김정은 동지의 위대성과 불멸의 혁명 업적을 집대성한 총서 ‘불멸의 여정’의 첫 장편소설 ‘부흥’을 내놓았다”고 한다. 북한 문학에서 ‘불멸’이란 말이 들어간 총서는 ‘불멸의 여정’을 포함해 3개뿐이다. 첫번째가 고(故)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을 담은 ‘불멸의 역사’이다. 1972년부터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도로 간행돼 4·15 문학창작단에 의해 총 33권이 나왔다.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항일투쟁 시기부터 광복 이후까지 사실상 북한 역사의 기록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불멸의 역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김정일 위원장 시대를 주로 다룬 ‘불멸의 향도’ 또한 김 위원장 생전부터 나오기 시작해 2011년 사후에도 간간이 4·15 문학창작단에 의해 출간되고 있다. 그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2012년 나온 ‘오성산’과 2018년의 ‘야전열차’이다. ‘오성산’은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한 1998년부터 2007년까지에 일어난 대외 갈등에 대처하는 김정일의 ‘영웅성’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때 처음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존재가 등장한다.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 한 해를 기록한 ‘야전열차’는 이미 후계자 자리를 굳힌 김정은 위원장의 면모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북한이 코로나19와 수해, 대북 제재의 3중고 속에서 김 위원장 총서를 출간한 것은 여러 목적이 있어 보인다. 노동신문은 소설 ‘부흥’이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교육 중시 기풍을 담은 것이라고 해설하고 있지만, 뒤집어 보면 김정은 체제가 안정세에 접어든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처럼 힘든 시기를 젊은 지도자가 어떻게 고뇌하고 헤쳐 나가는지를 내년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를 앞두고 북한 주민들에게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생생히 전달함으로써 김정은의 코드인 ‘애민’(愛民)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를 맞아 북미가 대결·정체 국면에 빠질지, 국교정상화를 이룰지는 김정은에게 달렸다는 점에서 그의 ‘여정’이 주목된다. marry04@seoul.co.kr
  • 특활비 ‘맹탕 검증’… 秋-尹 갈등만 키우는 정치권

    특활비 ‘맹탕 검증’… 秋-尹 갈등만 키우는 정치권

    여야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띄운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검증을 함께 실시했지만 아전인수격 해석만 연일 쏟아내며 공방을 이어갔다.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며 국민적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맹탕 검증’을 한 뒤 오히려 갈등만 더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10일 라디오에서 “아직도 특활비가 특수수사 활동에 정확하게 집행되기보단 부서나 기관 운영에 쓰이는 경우가 있지 않는가 그런 의심이 들고, 이번 예산 심사할 때 그 부분은 정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은 “윤 총장이 쓰는 특활비가 상당 부분 있다는 걸 확인했다. 남용 우려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향해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유례없는 검증이 이뤄졌는데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파악했다”며 “오히려 검증을 통해 법무부의 특활비 집행이 불순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추 장관의 주장은 허위임이 확인된 헛발질”이라고 밝혔다. 특활비 문제는 법무부 특활비 폐지 문제로까지 번지며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 장관은 특활비를 쓴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법무부 특활비는 불필요한 것으로 없애야 하는 건지,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국정조사나 특위를 만들어서라도 정부의 특활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특활비를 쓰지 않았다고 폐지를 한다거나, 법무부가 왜 검찰국을 통해 특활비를 쓰냐는 야당의 문제제기는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추 장관 취임 후 윤 총장과의 볼썽사나운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되레 부채질만 하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보단 추 장관을 앞세워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려는 민주당과 여대야소 정치 구도 속 ‘추·윤 갈등’을 대여투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각자의 이득을 위해 판을 더 키우자 정치권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연일 싸우는 이런 코미디 같은 상황을 왜 국민들이 매일 지켜봐야 하나”라며 “여야 모두 ‘지는 게 이기는 것’이란 생각으로 정치적 해석을 멈춰야 하고, 청와대는 이 사태에 대한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김용성 경기도의원, 청소년수련원 역사문화유적지 탐방 등 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인력 확충 촉구

    김용성 경기도의원, 청소년수련원 역사문화유적지 탐방 등 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인력 확충 촉구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김용성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비례)은 10일 경기도청소년수련원 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행정사무감사에서 경기도청소년수련원의 주요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용성 의원은 현재 경기도청소년수련원의 인력 운영과 관련해 정원 40명의 조직 구성 상 활동운영팀, 활동기획팀의 실무 인력이 10명 내외 로 해당 직원만으로 교육 및 연수활동 등을 전부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역사문화 유적지 탐방, 항일투쟁 역사탐방 등 중요한 사업들이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긴 했으나, 평상시에도 다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 부족으로 무기계약직 18명, 기간제근로자 5명 등 정원외 인력 23명을 불가피하게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편, 홈페이지 개편으로 1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유사 기관인 청소년활동진흥센터의 홈페이지 및 앱 제작 예산이 2천만원 정도인데 5배나 되는 지나친 예산 측정으로 예산 낭비적인 요소가 있지는 않은지 사업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다. 경기도청소년수련원 양금석 원장은 수련원, 야영원, 캠핑장 등의 분산된 홈페이지가 하나로 통합되며, 예약시스템 등이 추가로 마련될 예정으로 청소년과 학부모 등 주요 고객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되 예산 낭비가 없도록 수행하겠다고 답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얼떨결에 탄생한 파라과이 사상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

    얼떨결에 탄생한 파라과이 사상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

    남미 파라과이에서 사상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가 탄생했다. 현지 언론은 "여자로의 삶을 선택한 킴벌리 아얄라(29)가 9일(현지시간) 끈질긴 투쟁 끝에 대법원에서 선서를 마치고 변호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아얄라는 "변호사의 꿈을 이뤘지만 겨우 시작일 뿐"이라면서 "이제 판사가 된다는 두 번째 꿈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사실 이미 진작 이뤘어야 하는 꿈이다. 아얄라는 5년 전 델에스테국립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법학과를 졸업하면 변호사 자격을 자동 취득하는 제도에 따라 그의 대학 동기들은 졸업과 동시에 법조인(변호사) 선서를 마치고 변호사 자격취득 절차를 마쳤다. 하지만 아얄라는 달랐다. 신분증과 졸업장에 표시된 성명과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서가 거부된 탓이다. 생물학적으론 남자로 태어나 '페르난도'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그는 여자의 삶을 선택했지만 주민등록상으론 여전히 남자다. 파라과이의 공용어인 스페인어에선 이름의 남녀 구분이 뚜렷하다. 파라과이 사법부는 이름은 남자인데 겉모습은 여자라는 이유로 아얄라의 변호사 선서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겨운 투쟁은 이래서 시작됐다. 트랜스젠더가 된 이후 킴벌리라는 예명을 사용하고 있는 아얄라는 "남자의 외모로 돌아갈 생각도 없지만 (남자이름인) 본명을 포기하지도 않겠다"면서 법정투쟁을 선언했다. 두 번이나 사법부에 선서를 허용해달라고 청원을 냈지만 연이어 거부당하자 아얄라는 투쟁을 확대했다. 파라과이 행정부 산하 인권위원회, 국제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활발한 언론과의 접촉으로 여론전에 불을 붙였다. 9일 선서는 아얄라에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아얄라는 이날 세 번째 청원을 내기 위해 대법원을 찾았다. 인권위원회와 국제사면위원회는 아얄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동행했다. 아얄라는 세 번째 청원을 내면서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5년간 번번이 매몰차게 면담요청을 거부했던 대법원은 이날따라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국제단체가 투쟁에 동참하고 여론이 아얄라에게 우호적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르티네스 시몬 대법원장이 그를 만난 건 몇 시간 뒤였다. 면담에서 아얄라를 처음으로 직접 만난 대법원장은 즉각 선서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순식간에 절차가 진행되면서 아얄라는 얼떨결에 선서를 마치고 당일로 '진짜 변호사'가 됐다. 아얄라는 "원하는 공부를 하고, 직업을 갖는 데 성별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면서 "대법원이 희망의 메시지를 준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역사가 발전하려면 기득권 넘어선 새로운 미래 선택해야

    역사가 발전하려면 기득권 넘어선 새로운 미래 선택해야

    역사란 무엇인가? 이것은 영국이 낳은 역사학계의 거두 E H 카가 지은 책 이름이지만 또한 역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과연 역사란 무엇일까? 카는 오랫동안 유럽에 뿌리내린 실증주의 역사관을 부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서로에게 필수적이다. 사실을 갖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다. 역사가를 갖지 못한 사실은 죽은 것이며 무의미한 것이다.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그렇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왜 대화가 필요한가?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반드시 과거를 지배하려고 한다. 현재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의 지배자에게 과거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지배자의 시각으로 해석된 과거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과거가 지배자에 의해 오염되지 않도록 과거와 현재는 늘 대화해야 한다. ●기득권 유지 위한 낙관주의가 전쟁 초래 이러한 문제의식은 카가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대를 다룬 또 다른 책 ‘20년의 위기: 1919~1939’에도 반영돼 있다. 그는 20세기 초반에 인류가 겪은 두 대전의 원인을 탐구하면서 지배자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전쟁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기득권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사실 모든 인류역사는 투쟁의 역사다. 정의를 위한 투쟁이든 계급투쟁이든 인민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이든 종류와 무관하게 투쟁의 역사인 것이고, 그 모든 투쟁은 기득권과의 투쟁인 것이다. 즉 모든 역사는 기득권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다. 우리가 식민 지배를 벗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친일파 청산이었다. 식민 지배의 가장 큰 기득권이 친일파였기 때문이다. 그 후 군부가 기득권 집단으로 등장했다. 다시 그 후에는 재벌, 종교, 언론, 사학, 지역토호 등이 신흥 기득권의 범주로 재등장했다. 종교집단의 퇴행, 언론기관의 권력화, 만연된 사학비리에서 시대착오적인 기득권을 발견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는 32년간 군부독재와 치열하게 싸워 군부 기득권을 청산했다. 반면 사학비리와 30년 이상 싸웠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재벌, 종교, 언론의 기득권은 상호 연결돼 몸집을 불리고 있는 데다 드물지 않게 정치적 방어막까지 구축하고 있어 해결이 더욱 어렵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2019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조국 사태의 실체는 무엇일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권력의 힘을 빌려 국정농단을 자행한 사실을 미리 포착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오직 법치만을 생각하는 공직자의 엄정한 자세로 일벌백계의 준엄한 수사권을 행사한 사건일까? 그렇게 믿고 싶다. 만약 조 후보자에 대해서 일백 번의 압수수색을 감행했던 윤 총장이 자신의 장모와 아내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도 일벌백계의 준엄한 수사권을 발동한다면 말이다. 다시 이번 여름에는 의사 파업의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정부가 공공의료 확대를 추진하자 의사협회가 파업에 나섰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가세해 응급실까지 비워 버렸다. 환자의 목숨이 투쟁의 수단이 돼 버린 것이다. 결국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갔는데 의대생들이 의사 국시를 거부하다가 시험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렇게 되자 병원장 등 선배 의사들이 의사 수급 불균형을 강조하면서 시험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의사 증원에 반대하던 의사들이 의사 국시 거부로 인한 일시적인 의사 부족에 목을 매다니, 이것이 의료의 논리인지 돈의 논리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교육과정으로 돌아가 보자.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은 문과와 이과로 나뉜다. 문과에서 공부 잘하면 법대를 지망하고 이과에서 공부 잘하면 의대를 지망한다. 다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그렇다. 그러니 적어도 대한민국 교육에서 법대와 의대는 적성이나 취향과는 무관하게 오직 성적만 좋으면 선택할 수 있는 무적성 비취향의 전공인 셈이다. 의대생은 국시와 전공의 과정을 거쳐 의사 선생님이 되고 법대생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과정을 거쳐 판검사님이 된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5급 공무원 자격을 받는데 2년의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판검사로 임용되면 2급인지 3급인지 4급인지 아리송한 대우로 전격 점프한다. 이 파격적인 대우에 과거 군사독재의 지배 논리가 개입됐다. 그래서 묻고 싶다. 이 과정에 숭고한 법의 정신이나 법정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인용되는 형평성이나 공정성의 철학이 작용하고 있는가? 이 과정에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중에서 어떤 구절이 작용하고 있는가?지금도 여전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벌이는 실랑이가 국정을 압도하고 있다. 이 실랑이가 일견 지루한 것도 사실이지만 한 꺼풀 걷어내면 검찰개혁의 속살이 보인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무소불위의 특권으로 무장한 검찰의 기득권을 제거하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독점권 폐지, 검찰권 남용에 대한 민주적 통제, 검사에게 주어진 각종 특혜의 폐지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으로 직행할 일이고 검찰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으면 될 일인데 왜 이렇게도 시끄러울까. 과문의 소치인지 모르겠지만, 인류역사에서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은 집단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기득권은 속성상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내려놓도록 강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득권 집단의 힘이 강할 때는 기득권의 포기를 상상할 수 없다. 물론 그 집단의 힘이 가장 약한 경우에조차도 마찬가지다. 마르크스가 인류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말했을 때 그 본질은 기득권을 둘러싼 투쟁이며 기득권은 포기될 수 없는 것이기에 불가피하게 투쟁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기본권 신장·富 세습 통제도 진보의 흐름 기득권에는 권력적 기득권과 비권력적 기득권의 두 유형이 있다. 권력적 기득권에서 파생하는 파생적 기득권도 있다. 왕권 승계, 대통령선거, 군부독재 등이 권력적 기득권이라면 이에 기생하는 정보기구의 정보정치, 검찰기구의 무소불위의 권력행사, 권력과 재벌의 정경 유착은 파생적 기득권에 해당한다. 반면 종교와 언론, 검사와 의사의 특권은 비권력적 기득권에 속한다. 역사가 진보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권력적 기득권의 핵심인 세습왕권의 소멸로 확인됐다. 대통령의 권력 행사가 지속적으로 통제되는 것도, 인권을 포함한 모든 기본권이 신장되고 제도화되는 것도, 상속과 증여를 통해서 부의 세습을 통제하는 것도 진보의 흐름이다. 권력적 기득권에 이어 비권력적 기득권 또한 제한되거나 소멸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권력적 기득권인 군부독재가 사라지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권력의 진공상태를 검찰이 파생적 기득권의 기회가 도래한 것으로 오판하지 말기 바란다. 또한 식민지배와 군부독재에서 시민혁명이나 노동혁명의 과정이 없이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청산되지 못한 비정상적인 특권이 판검사나 의사에게 계속 보장될 것으로 오판하면 안 될 것이다. 기득권은 그것이 권력적이든 비권력적이든 시대착오적이고 반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다. 인간은 창과 칼로 승부하던 삼국지 정치를 넘어 민주주의를 발견하고 의회정치를 발명할 정도의 지혜로 무장했다. 또한 인간은 체계적인 교육과 학습, 반성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 발전시켜 온 종족이다. 그러므로 기득권에 집착한 투쟁을 고집할지 아니면 그 역사를 넘어설지 선택해야 한다. 지혜로운 자라면 응당 기득권에 집착한 역사를 버리고 기득권을 넘어선 새로운 미래를 선택할 것이다. 그래야 역사가 발전한다. 상지대 총장
  •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진 ‘노조 활동 방해’ 시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종식’을 선언하고 삼성전자 노사가 단체교섭에 돌입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사측의 노조활동 방해행위를 비판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은 9일 성명을 내고 “노조와 상생하겠다던 공표는 어디 가고 공수표만 남아 있느냐”며 사측을 비판했다. 노조 측은 단체교섭 노력 8개월차에도 노조 간부들의 노조 유니폼 착용에 대해 인사팀에서 업무방해 행위로 징계할 수 있다고 하고 경영진이 노조 사무실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 설치 등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복장 자체가 업무 수행에 중요한 사업은 `리본 등을 근무시간 중 착용하려면 사용자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은 노조활동의 일환으로 허용돼 투쟁조끼의 원천 금지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7개 관계사에 속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범위 확대 필요성도 제기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안심 못하는 주말… 8주 만에 이틀 연속 세 자리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여일 만에 처음으로 주말 이틀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주말에는 진단검사 건수가 평일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데도 확진자 수가 100명대를 유지한 것이다. 방역 당국은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고 보고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강원 원주시는 이날 충남 천안·아산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26명 늘어나 전날(143명)보다 17명 줄었으나 세 자릿수를 이어 갔다. 주말 이틀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9월 두 번째 주말인 12∼13일의 결과가 반영된 13∼14일(121명, 109명) 이후 약 8주 만이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사회 소규모 집단발생과 확진자 접촉을 통한 산발적 발생이 늘고 있다”며 “이런 소규모 유행은 감염원 규명이 어렵고 발생 환자 수 대비 조치 범위가 넓어 유행 차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도 “지난 일주일간 일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가 5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를 막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원주시는 천안·아산에 이어 자체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원주시에 따르면 이날 확진자 10명이 추가로 발생했고 지난 5일 이후 닷새간 확진자는 32명에 이른다. 격상 시점은 강원도 및 방역 당국과 협의를 거쳐 빠르면 10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 순천에서는 은행을 중심으로 지난 7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6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방역 당국이 우려하는 핼러윈데이(10월 31일)와 가을 단풍철 여행으로 인한 집단감염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단장은 “핼러윈으로 인한 집단발생은 보고되지 않았으나 지역사회 발생에 작게라도 영향을 미쳤을 요인이 있어 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10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감염병 환자의 성별과 나이 등 비공개, 방역수칙 3차례 위반 시설 20일간 운영 정지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질병청은 또 지난달 25∼31일 1주간 인플루엔자(독감) 의사환자 발생 비율이 외래환자 1000명당 1.9명으로 독감 유행 기준(5.8명)에는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원의·전공의 등 전 직역이 참여한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는 지난 8일 1차 회의를 열었지만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 등 집단행동 계획을 내놓지 못한 채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이날 주장했다. 서울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무노조 경영 종식 선언에도..삼성 노사관계 ‘파열음’ 지속

    무노조 경영 종식 선언에도..삼성 노사관계 ‘파열음’ 지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종식’ 선언에도 삼성 계열사의 노사관계에 파열음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삼성전자가 단체협약을 위한 첫 교섭에 돌입하면서 삼성의 노사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지펴지는 와중에 일부 계열사에서는 경영진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현재진행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은 “노조와 상생하겠다던 공표는 어디 가고 공수표만 남아 있느냐”며 사측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노조 측은 지난 3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사측에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단체교섭 노력이 8개월차에 이르렀지만 지난달 말부터 노조 간부들이 노조 유니폼을 착용하자 인사팀에서 업무방해 행위로 징계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경영진이 노조 사무실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 등의 설치를 막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노조는 이날 오전 삼성화재 직원 215명이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된 연장근로수당, 통상임금 일부를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지난 6월 회사 측의 임금 체불과 관련해 서울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넣었으나 고용노동부의 늦장 조치가 회사와 노조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류하경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호텔, 백화점 등 복장 자체가 업무수행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사업은 근무복 이외의 명찰, 리본 등을 근무시간 중에 착용하는 것은 사용자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은 정당한 노조활동의 일환으로 허용될 수 있어 투쟁조끼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7개 관계사가 아니라 위원회의 감시가 작동하지 않는 만큼 관계사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이나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모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요구된 것인 만큼 이 부회장이 재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 둘 다 실행 동력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크다”며 “이 부회장이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실천 의지를 다시 강조하고 각 계열사가 비가역적이고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내놔야 진정성에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의료계 “의대생 국시 미응시로 인한 의료대란 대책 마련해야”

    의료계 “의대생 국시 미응시로 인한 의료대란 대책 마련해야”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범투위)는 1차 회의 결과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행동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국시 미응시로 인해 발생할 의료대란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범투위는 전날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첫 회의를 열어 조직구성을 마무리하고 내년 신규 의사배출 관련 문제점을 논의해 이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범투위는 “범의료계 투쟁에 따른 의정 협의체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구성돼야 한다”며 “현 상황의 원인은 정부에 있으므로 협상 환경의 조성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투위는 “의사 국시 (미응시로 인한) 문제는 내년 한 해 2700여 명의 의사 배출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지역의료 취약성, 필수의료 문제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코로나19 사태 대응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명백하게 알리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내년 의료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한재민 대전협 회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하는 안건과 향후 대전협의 행동방향에 관한 안건을 의결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에 관한 질의에 이호종 대전협 전임 공동비대위원장은 “국시 응시는 저희가 논할 이유가 없다. 단체행동 관련 사항은 의결됐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단체행동 방침이나 시기에 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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