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투자 압박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 이란 전쟁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 대선 개입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 고령자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 대입 면접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099
  • [지방시대] 지자체장의 성공을 위한 4대 금기/이상천 경남대 나노공학 교수

    [지방시대] 지자체장의 성공을 위한 4대 금기/이상천 경남대 나노공학 교수

    5기 민선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이 새 임기를 시작한 지 석 달째 접어들었다. 그런데 선거에 의해 뽑힌 지자체 장들의 심상치 않은 행보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지방자치시대의 성공을 바라는 많은 지역민의 기대를 반신반의하게 만드는 여러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의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다시 불거지는 것도 지자체의 성공적인 안착을 방해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 철학으로 강조하고 있는 공정사회의 화두가 무색할 정도로 특혜시비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 인사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다. 성남시의 지불유예 선언으로 모든 시·군에 돌아오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지역의 성공은 많은 부분이 해당 지역 단체장에 의해 만들어진다. 지자체 장들은 공자의 가르침인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마라.’는 말씀을 항상 되새겼으면 한다. 이유야 어떻든 현재 처한 지방의 재정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지방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을 어디 한두 가지로 추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려운 살림을 살아야 하는 지자체가 택한 최선의 선택이 지불유예라는 극약 처방이라면 지방의 운영미숙 때문에 불어나는 중앙정부의 부채가 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원전 도시국가인 그리스의 아테네는 정치, 문화, 경제면에서 모범적으로 성공한 작은 국가였다.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 시민의 합리적 의사 전달과 투명한 운영 및 소통이 있었다. 자립해야 할 도시가 그 기능을 상실할 수 있는 신뢰성을 가벼이 여기거나 그 선택이 리더만의 재량으로 이루어진다면 누가 그 도시를 믿고 투자를 하겠는가. 통합 창원시가 7월1일 새로운 출발을 하였다. 과거에 보여준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기억하는 많은 시민들이 새로운 민선 시장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일구어 놓은 세계적인 환경도시, 국제교육도시, 일하기 좋은 도시 등 많은 성과가 창원·마산·진해 3개 시의 통합으로 탄생한 통합 창원시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다음의 네 가지를 하지 않아 역사에 남을 리더로서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첫째는 사사로움이 없어야 하고, 둘째는 독단적인 단정을 하지 않으며, 셋째는 자신의 고집에 너무 매이지 말며, 마지막으로 이기적인 주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 그 의미는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진다. 근본이 분명한 자기 기준을 갖춘 리더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과거나 현재나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의 성공적인 자립이 국가의 미래이며 이러한 미래를 여는 중심에는 지자체 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익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북한과의 관계 개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정립’, ‘경제대국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성공적인 자립도 중요하다. 그 중심에 민선 5기 지자체장의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국 광역·기초 자치단체 장들은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한다.
  • SO협의회, ‘지상파 재송신 중단 강요 결의문’ 채택

    SO협의회, ‘지상파 재송신 중단 강요 결의문’ 채택

    [서울신문NTN 김수연 기자] SO협의회는 13일 서울 연세빌딩에서 ‘KBS2, MBC, SBS의 동시재전송 중단 압박에 대한 임시 긴급총회’를 열고 ‘동시재전송 중단 강요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했다.이날 결의문은 이화동 SO협의회 의장이 긴급총회에 참석한 93개 회원사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원안대로 채택됐다.주요 결의 내용은 ▲지상파 방송사의 케이블 TV 방송사업자에 대한 동시재전송 중단 강요 강력 규탄 ▲방송영상산업을 송두리째 붕괴시키는 지상파 방송의 유료화 결사 반대 ▲지상파 방송3사의 케이블TV에 대한 동시재전송 중단 강요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지상파 방송 동시재전송 중단 불사 등이다. SO협의회는 결의문에서 “KBS2, MBC, SBS의 동시재전송 중단 강요를 규탄한다.”며 “지상파 방송 동시재전송 중단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지상파 방송 3사에 있음을 천명한다.”고 밝혔다.SO협의회는 이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실시간 재전송 중단 명령에 “이번 판결은 난시청 등의 문제로 인해 케이블TV방송사업자의 수신보조행위를 통하여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국민들의 시청권을 도외시하고 지상파 방송의 무료 보편성을 부정함으로써 지상파 방송 유료화의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다.”고 유감을 표명했다.또 “케이블TV 방송사업자는 지난 50년간 무료 보편적인 지상파 방송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막대한 설비 투자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와 같은 의무 이행에 협조했다.”며 “그럼에도 케이블TV방송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어떠한 경제적 보상도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SO협의회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고 케이블TV방송사업자와의 신의를 저버렸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행위는 시청권을 도외시한 채 스스로의 지위를 또 다른 ‘유료방송콘텐츠 사업자’에 불과한 것으로 재규정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SO협의회는 끝으로 “신의를 일방적으로 단절한 지상파 방송사들과 더 이상의 동반사업자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시청자의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제적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된 지상파 방송사들의 횡포를 개탄한다.”고 주장했다.한편 이날 협의회에서는 18명으로 구성된 ‘KBS2, ,MBC, SBS 동시재전송 중단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으며 HCN, 티브로드, CJ헬로비전, 씨앤앰 등 MSO 4개사와 최용훈 개별SO발전연합회 회장, 이화동 SO협의회 의장으로 소위원회(대변인 이상윤 티브로드 대표)가 구성됐다.향후 SO협의회는 비대위를 통해 지상파 방송 동시재전송 중단 시기, 법위, 방법 등 구체안을 정하고 케이블TV방송사업자의 공동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김수연 기자 newsyouth@seoulntn.com
  • [데스크 시각] 쌀 조기관세화, 신뢰에서 풀어라/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쌀 조기관세화, 신뢰에서 풀어라/오일만 경제부 차장

    1970, 80년대 농정의 화두는 단연 ‘쌀 증산’이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쌀 자급률 100% 달성은 우리의 오랜 숙원이었다. 단군 이래 최초의 일이라는 쌀 자급자족을 위해 정부는 통일벼 개발과 보급, 수세 폐지, 직불금 도입 등 모든 농정의 역량을 집중했다. 다행히 90년대 중반 우리의 간절한 소망인 쌀의 자급자족화는 이뤄졌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쌀 과잉 문제가 이제 우리의 농정을 짓누르는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올 한해만도 143만t 이상의 재고 쌀이 남아돌아 창고에서 묵고 있는 쌀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보관할 창고마저 부족하다고 난리다. 농민은 농민대로 공급이 늘어 쌀값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재정 건전성으로 압박받는 정부 역시 재고쌀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쌀 조기 관세화였다. 정부는 2008년부터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며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2년 넘게 정부의 설득에도 농심(農心)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다.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2015년엔 무조건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2014년까지 시장 개방 대신 최소시장접근(MMA)에 따라 의무수입물량(TRQ)을 매년 2만t씩 늘리는 옵션을 택했다. 1993년 체결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의 성격이 강했고 값싼 국제 쌀가격을 고려하거나 농민·농업 보호 차원에서도 차선의 선택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2004년 조기 관세화를 유예하면서 불필요한 쌀들이 들어오면서 공급 과잉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사실 경제적 이치만 따지자면 쌀 조기 관세는 우리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정부 말대로 내년부터 관세화를 시작하게 되면 8만t의 쌀 수입이 줄고 2520억원 정도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정책대로 절약한 돈으로 농촌의 고령·영세농을 지원하고 도시의 저소득층을 돕는다면 분명 농민과 정부, 국민 모두가 승리자가 되는 윈·윈 게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농민과 농민단체들은 정부나 학자들의 주장을 ‘수긍 반, 의심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농정 책임자들은 ‘아주 간단한 셈법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농민들이 야속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의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여름 휴가 기간 농촌으로 낙향한 친구를 만났다. 농촌생활이 7년째라 어느 정도 농촌에 뿌리를 내린 친구였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쌀 시장 개방 부분에 이르렀다. 그 친구 얘기인 즉, “정부 정책대로 하면 다 망한다. 정부에서 소 기르라고 해서 소에 투자했다가 망한 집이 한둘이 아니고 배추 심으라고 했다가 배추값 폭락해서 손해 본 집이 한둘이 아니다. 어떤 농민들이고 이런 손해의 경험들을 한두 번 갖고 있어 정부 얘기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 농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쌀인데, 덜컥 쌀 시장 개방했다가 무슨 일을 당하려고….” 농민들의 이런 불신과 막연한 불안감은 수긍이 가지만 기우로 끝날 가능성도 크다. 2008년 t당 국제 쌀 가격이 100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가격의 절반 이상이 됐다. 1999년 관세화를 전제로 쌀 시장을 개방한 일본처럼 400%의 관세를 매기면 수입 가격은 국내 가격의 두배가 된다는 논리다. 쌀 자체가 외면받는 상황에서 두배나 높은 수입쌀을 사먹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먹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조기 관세화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하지만 반대로 농민들은 요동치는 국제 쌀 가격이 폭락할 경우를 걱정하고 있다. 졸속 개방보다는 차분한 대응을 우선한다. 일각에서는 실패한 농정 때문에 일어난 쌀 과잉 문제를 관세화 문제로 호도한다는 의구심도 없지 않다. 불신을 걷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다. 유정복 신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취임 일성은 ‘신뢰의 농정’이다. 닫혀 있는 농심을 열어 불신으로 가득 찬 조기 관세화 문제를 풀어가기를 기대한다.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정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oilman@seoul.co.kr
  • [행시개편 논란 이렇게 풀자] (상) 고시낭인과 순혈주의

    [행시개편 논란 이렇게 풀자] (상) 고시낭인과 순혈주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별채용 특혜 사실이 드러나면서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발표한 행정고시 개편안이 의외의 역풍을 만났다. 행시 대신 명칭을 5급 공채로 바꾸고 그중 일부를 민간 전문가를 특채하는 이 개편안은 공직사회에 다양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특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서울신문은 한국인사행정학회(회장 권경득 선문대 교수)와 함께 행시 개편안의 문제점과 보완책을 상중하로 짚어 본다. 김호영(32·가명)씨는 5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졸업반이던 2005년 대기업 공채에 도전했지만 줄줄이 쓴맛을 봤다. 김씨는 고민 끝에 공직에 입문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방 출신이라는 한계와 학벌의 벽을 넘으려면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공부했지만 행정고시는 녹록지 않았다. 2006년 2차에서 아깝게 낙방한 뒤 이듬해 1차 합격자 유예조항을 활용해 다시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김씨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두 해 실패하면서 나이를 먹다 보니 일반 기업에는 지원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이른바 ‘고시낭인’이 됐다. ●고시 비용 등 ‘사회적 낭비’ 막대 사법고시와 로스쿨, 행정·외무고시 등에 도전하는 수험생들은 13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 시험의 한 해 합격자는 모두 합쳐 1500명이 되지 않는다. 단순하게 말하면 13만명이 시험을 봐서 13만명이 떨어진다. ‘고시낭인’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책값, 고시원 비용 등 한 달 평균 86만원으로 모두 합치면 몇조원 시장”이라며 “다른 분야에서 발휘돼야 할 부분이 이 시장에서 사장되고 있으니 엄청난 사회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고시생은 서울 신림동 등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합격에 모든 것을 건다. 합격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시 이외의 취업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학점은 물론 자격증에 어학실력 등 취업에 필요한 스펙은 이들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대다수가 고시촌이나 절에서 공부하다 보니 정상적인 품성 형성, 건강한 지식을 쌓을 기회와 유리돼 있다.”며 “이는 합격자와 불합격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신림동 학원가의 한 강사는 “실패와 도전, 그리고 성공은 아름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랜 기간 고시에 ‘올인’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지적했다. 3년 이상을 고시에만 투자하는 것은 너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명문대 나와야 합격 유리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출신 배경은 다양한데 합격자는 정형화가 가능하다. 지난해 행시 합격자는 307명이다. 이 중 서울대가 108명으로 35.2%를 차지, 세 명 중 한 명은 서울대 출신이다. 그나마 2007년 40.8%, 2008년 40.7%에서 줄어든 것이다. 3년간 평균은 38.9%로 행시 합격자 10명 중 4명에 육박한다. 서울대를 포함해 고려대와 연세대, 이른바 ‘SKY’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74.5%, 2008년 72.6%, 2009년 64.2%다. 3년간 ‘SKY’ 출신이 행시에서 차지한 평균은 70.4%. 행시 합격생 10명 중 7명이 ‘SKY’ 출신이라는 것은 이른바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행시에 합격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최근 3년간 한번이라도 10명 이상의 합격자를 낸 대학은 ‘SKY’를 합쳐서 7개 대학뿐이다. ●능력있는 민간인 공직 진입 차단 특정 대학 집중 현상은 특정 부처의 경우 특정 학과 집중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기획재정부는 서울대 경제학과나 경영학과, 외교통상부는 서울대 외교학과가 해당 부처의 중심축이 된다는 것은 관가의 정설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들이 실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대학과 같은 학과를 나온 사람들이 모여서 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다양한 사회현상을 보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수 있다.”며 순혈주의의 폐해를 지적했다. 출신 학교를 중심으로 한 동질 문화는 행시 기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수 중심의 문화는 인사 담당자에게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사 적체가 심하면 아래 기수를 급속 승진, 위 기수들이 퇴진하도록 압박을 넣을 수 있다. 반면 특정 기수가 다른 기수보다 많아 그 기수에서 주요 보직을 여러 번 차지하게 되면서 아래 기수들의 불만이 쌓일 수 있다. 능력과 평판이 중요한 인사지만 기관장이나 인사 담당자는 주요 보직을 뽑을 때 아래 기수들을 이끌고 갈 수 있는 기수를 선택하게 된다. 이런 문화는 실력 있는 민간인의 공직 사회 진입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함께 시작했거나 심지어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에 들어가 ‘왕따’를 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은 “외교통상부 특채 파문으로 행시 개편 문제가 몰매를 맞고 있지만,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고시제도의 개편은 필수”라고 말했다. 전경하·남상헌기자 lark3@seoul.co.kr 한국인사행정학회·서울신문 공동기획
  • 시공권 5400억 유지…삼성, 실리는 챙겼다

    시공권 5400억 유지…삼성, 실리는 챙겼다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개발㈜(AMC)의 경영권을 포기한 것에 대해 업계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이름값’ 탓에 마땅한 퇴로를 찾지 못하다가 코레일의 사업 정상화 압박이 가해지자 건설주간사 자격을 포기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는 것이다. ●PF 부실로 수익성 하락 불보듯 삼성물산은 AMC의 경영권을 포기하더라도 1조원에 가까운 사업권과 시공권을 그대로 유지한다. 철도시설이전공사와 토양오염정화사업 등 4000억원대 사업권과 17개 건설투자사에 지분별로 배정되는 5400억원의 시공권이다. 이는 9조원의 전체 시공물량 가운데 11%가 넘는 수치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개발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의 지분 6.4%만 유지하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코레일이 주축이 된 PFV 이사회가 8월 말까지 AMC 지분을 전량 양도할 것을 요구하면서 삼성물산의 대외 이미지는 타격을 받고 있었다. 결국 요구를 거부하면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AMC 계약해지를 위한 정관개정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는 피하려 한 것이다. 삼성물산 등 건설투자자들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4조 6000억원가량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급보증 규모가 너무 많은 점 때문에 고민했고, 코레일은 랜드마크 빌딩 매입의 조건으로 삼성물산의 퇴진을 내걸며 압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임시주총이 열리면 코레일의 의지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토지대금 지급보증을 건설사들이 떠맡으라는 코레일의 요구로 빚어진 힘겨루기는 코레일의 판정승으로 끝난 모양새다. 그러나 실익과 명분을 챙긴 삼성물산도 합리적으로 물러선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삼성물산의 AMC 경영권 포기로 신규 건설 투자사 영입이 가능해졌지만, 지급보증을 통해 땅값을 댈 건설사들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압박으로 퇴로 확보 명분도 삼성물산은 애초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2007년 사업자 선정 때 땅값으로만 8조원을 써냈다. 그러나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땅값 마련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코레일은 “충분히 예상했던 당연한 수순으로 사업 정상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PFV 지분에 대해선 “사유재산으로 강제로 포기하라고 말할 권한이 없다.”면서 “(삼성물산의) 철도시설이전공사 시공권 등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원자바오 “中진출 日기업 임금 올려라”

    최근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에 대해 임금인상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일본 기업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9일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과 가진 ‘제3회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에서 “중국 노사분규의 배경은 일부 외국기업의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때문”이라면서 “일본정부가 이 문제를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오카다 일본 외상이 일본의 중국진출 일본기업의 노사분규를 완화시켜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원 총리가 임금인상이 선과제라고 맞받아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카다 외상은 지난 28일 회의에서 올해 중국에서 발생한 일련의 노동 분규가 혼다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 등 막강한 일본 투자자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며 기업들의 사업 환경 개선을 중국 측에 요청한 바 있다. 사토 사토루 일본 외무성 대변인도 당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들은 중국 공장에서의 위협 때문에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운영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년간 임금을 동결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최근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WSJ는 원 총리의 발언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이 현지의 외국계 기업에 임금인상을 촉구함으로서 중국 경제의 핵심 산업인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춰지길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차이나머니의 두 얼굴

    차이나머니의 두 얼굴

    ‘차이나 머니(중국 자본)’가 국내로 밀려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환율하락 압박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이유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중국 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채권이다. 지난달까지 중국의 한국 채권 순투자액은 2조 4813억원으로 룩셈부르크(4조 3184억원), 미국(2조 7577억원)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1조 8726억원이던 중국의 한국 채권 보유액도 올들어 2배 넘게 늘었다. 중국을 따라 다른 외국인 투자자까지 한국 채권 보유 비중을 늘리는 중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4조 6579억원어치의 한국 채권을 순매수했다. 특히 지난주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순매수한 한국 채권은 2조 8827억원어치다. 지난달 말 현재 외국인의 한국 채권보유액은 71조 9120억원이다. 중국이 보유한 액수는 4조 3539억원으로 전체의 6.05%지만 비중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이 지난해 8월 이후 한국 국고채 등을 매월 3000억~5000억원 정도씩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금은 우리 주식도 사들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중국역내적격기관투자자(QDII) 보고서에 따르면 QDII 자금의 한국 투자 비중은 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투자에 신중한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는 현상의 바탕에는 ‘한국채권=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주요 선진국에 더블딥 우려가 불거져 나오는 상황에서 높은 경제 성장률과 양호한 재정상태를 보인 한국에 넉넉한 점수를 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는 다른 이유에는 조만간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도 섞여 있다. 한국 국고채에 투자할 경우, 기본적인 금리 차익 외에 환차익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차이나 머니의 유입을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밀려오는 채권 투자에 우리 원화의 가치가 덩달아 오르고(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중국 투자자들은 원·달러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산 뒤 이 돈으로 한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도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허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중국투자공사 자금을 중심으로 한국 채권에 대해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 채권을 매각하면서 일본이나 한국 채권을 매수하는 경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쪽방촌 투기는 적절치 못해 불우이웃 위해 쓰는것 검토”

    “쪽방촌 투기는 적절치 못해 불우이웃 위해 쓰는것 검토”

    20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신중함이 지나쳐 추진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을 여야 의원들에게 여러차례 받을 만큼 낮은 자세로 일관했다. 이에 지경위 김영환 위원장이 직접 나서 “답변한 내용이 불안하다. 장관으로서의 소신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소신 부족… 자진사퇴 어떠냐”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청문회를 지켜보니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소신발언도 적고 여러모로 부족해 보이는데 자진 사퇴하는 것이 어떠냐.”고까지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의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면서도 “기회를 준다면 마지막 공직봉사 기회로 여기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부적절하게 투기한 창신동 ‘쪽방촌’ 주택을 원주민에게 돌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할 용의가 있느냐.’는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의 질의에는 “질의의 취지를 이해하겠다.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청문회를 앞두고 꾸준히 논란이 됐던 이 후보자 부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때마다 이 후보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서민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어려운 입장에 계신 분들을 크게 헤아리지 못한 점을 확실히 말씀드린다.”면서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신중하지 못했던 행동을 거울 삼아 친(親)서민 정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지난해 4월29일 재·보선 출마 이후 올해 8월까지 재산이 6억원 이상 늘었다.”면서 갑작스러운 재산 증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재산증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소명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즉각 자료 제출을 하지 못해 구두로 재산내역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명이 불충분 하다며 재차 자료 제출을 재촉받기도 했다. ●납품단가 연동제엔 유보적 그러나 이 후보자는 “친서민·중소기업 대책”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강한 어조로 답했다.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가장 역점을 둘 분야에 대한 답변에서다. 지경위 민주당 간사인 김재균 의원은 “첫 단추로 대·중소기업의 고질적 문제인 납품단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납품단가 연동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납품단가 연동제도 일리 있는 대안 중 하나이지만, 기업 간의 거래에 제대로 적용될지의 문제에 대한 현실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관련 대책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법 모두 필요하다.”면서 “소영세상인 보호를 위해서는 사업조정제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이 “SSM 규제 강화가 한·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통상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본질을 살펴보고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또 최근 안전성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LPG 차량과 CNG 차량 관리에 관해서는 “정부의 관리체계상 용기는 지경부, 차량 부착 이후는 국토해양부로 이원화돼 있으나 빨리 일원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인사권” 주문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지경부 산하 6개 공기업의 상임·비상임 이사의 46.5%가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경부 산하기관 인사문제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 의원은 “실세차관 논란도 있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인사권을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라면서 “문제 있는 인사를 바로잡아야 진짜 힘 있는 장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지난 13일 단행된 차관 인사에서 박영준 2차관이 임명되기 전에 이 후보자와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홍성규·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세대공감]수능 석달 앞둔 수험생 풍속도

    [세대공감]수능 석달 앞둔 수험생 풍속도

    오는 11월18일 치러지는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달 남짓 남았다. 여름방학이지만 고3 수험생들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인구직포털 알바몬이 고3 수험생 797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22.3%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잠과 휴식(18.9%), 족집게 예상문제(18.1%), 시간(17.3%)이 뒤따랐다. 시간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자신감’에 있다는 것을 수험생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래를 위해 임시로 이별을 결심한 고3 커플부터 여학생이 따라 준 백일주를 마시려고 백방으로 돌아다녔던 학력고사 세대, 자식의 건강과 무탈함을 기도하는 어머니까지 세대별 수능에 얽힌 풍속도를 들여다 봤다. 글 사진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엄마들 “탈 없이 건강하게” 언제부턴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핑계로 술을 마시는 수험생들이 생겨났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시험일을 앞두고 재충전의 기회를 얻고 수능 시험에 맞서기보다, 음주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잠시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서울 독산동에 사는 여순희(49·여)씨는 “요즘 학생들은 수능시험이 100일 남은 것을 핑계로 죄책감 없이 술을 마시는 것이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3인 딸 은교(가명·18)도 며칠 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밤늦게 집에 들어왔다. 볼이 붉은기로 얼룩덜룩해져 있었고, 혀도 꼬여 있었다. 화가 난 여씨는 혼을 내려 했다.하지만 딸은 오히려 “평생에 한 번인데 이해도 못해주냐.”며 되레 왈칵 성을 냈다. 쾅 하고 방문을 닫아버리는 어린 딸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다음날 저녁 그는 딸의 얘기를 최대한 진지하게 들어 보려 했다. 그러다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었다.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 ‘백일주를 마실 때 더 많이 마실수록, 점수가 더 잘 나온다.’, ‘네 종류의 술을 마셔야, 수능 네 영역을 모두 잘 본다.’, ‘백일주를 쉬지 않고 한 번에 마셔야 한 번에 대학 간다.’는 등 말로 안 되는 소문들이 퍼져 있었던 것이다. 여씨는 “학생들이 그런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시험 당일까지 건강하기를 바라는 엄마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줬으면 한다.”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수능시험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마음을 쏟아 함께 준비하는 시험이다. 특히 어머니들은 공부하느라 수척해진 자식의 얼굴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정성껏 기도를 드리는 것도 자식의 바람이 꼭 이뤄지기를 응원하는 한 방법이다. 서울 면목동에 사는 최미순(48·여)씨는 요즘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다니는 교회에서 ‘수능시험 특별 새벽기도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직장에 다녀 밤늦게 집에 들어오기 일쑤지만, 오전 5시면 어김없이 이 기도회에 참석한다. 고 3인 딸아이의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 이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다. 그는 “경민(가명·18) 이가 고생을 많이 하는데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해서 기도를 시작했다.”며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갔으면 하고 기도를 하기도 했지만, 탈 없이 건강하게 시험을 치르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학력고사 세대 백일주의 추억 학력고사 세대도 ‘백일주’에 대한 추억은 있다. 1989년 대입학력고사를 치렀고 현재 서울에서 정보기술(IT) 관련 회사에 다니는 장경민(40)씨는 선풍기 한 대도 없었던 무더운 교실에서 50여명이 넘는 남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공부했던 고 3 여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학력고사가 정확히 백일 남은 날 아침 담임 선생님이 손수 붓글씨로 ‘학력고사 백일 전’이라고 한자로 써 교실 뒷벽에 붙였다. 장씨는 당시 긴장감을 “시간은 달려들고, 준비한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댈 때처럼 아찔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장씨와 친구들은 백일주를 마실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이성이 따라주는 술을 마셔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면서 “함께 백일주를 마실 여학생들을 모셔오느라 꽤 고생했다.”고 돌이켰다. 장씨는 숫기가 없어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생각 끝에 초등학교 6학년 때 짝을 했던 여학생을 찾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던 친구다. 6년 만에 만난 친구 앞에서 장씨는 늦가을 홍시처럼 얼굴이 빨개져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사정을 설명했다. “안 되는데. 나 공부할 게 많아서.” 하지만 여학생은 무뚝뚝하게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를 등진 채 여학생이 떠나가자 당시 장씨는 ‘내 대학 운도 저렇게 떠나가는구나.’하고 진지하게 걱정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장씨는 여학생 파트너는커녕 “시커먼 친구놈이 따라주는” 소주를 종이컵으로 한 컵 마시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그래도 남들 술병 나서 고생하는 시간에 공부해서, 여학생이 따라주는 술 한 잔 안 마시고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며 껄껄 웃었다. 또 “괜한 고생하지 말고 묵묵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좋은 결과를 맺더라.”고 덧붙였다. ●고3 커플의 눈물 나는 ‘임시이별’ “저희 헤어지기로 했어요.” 서울 구로동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최승민·한서연(각각 가명·18) 학생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다. 고 1 여름방학 때 학원에서 만나 커플이 된 이들은 지난달 30일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조촐하게 ‘사귄 지 2주년’ 기념식도 치렀다. 하지만 수능 시험일이 두 자릿수 앞으로 다가오자, 이들은 “후회 없이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도 가고 서로에게 더 떳떳해지기 위해” 잠시 떨어져 있기로 했다. 부모님들의 설득도 이유였다. 처음에는 교제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던 부모님들이 차선으로 수능시험을 볼 때까지만이라도 떨어져 있으라고 설득했다. 성적도 문제였다. 지난해 서울지역 중위권 학과에 지원 가능했던 한양의 모의고사 성적이, 이제는 서울지역 대학에 지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것이다. 먼저 말을 꺼낸 건 한양이었다. 그는 “말 꺼내는데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어요. 승민이가 이해 못 해주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고요.”라고 말했다. 다행히 최군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전화나 문자도 하지 않기로 한 이들은 커피 한 잔을 끝으로 ‘고난의 시간’을 각자 견디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최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한양은 받지 않았다. 최군이 안쓰러웠다. 무수히 많은 할 말들이 목에 걸렸지만 꾹꾹 눌렀다. “그날 밤 전화만 수십 통이 왔어요. 문자도 오고….” 눈물이 한양의 양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집에 찾아온다기에, ‘약속했잖아 잠시만 참기로 내 맘 변하지 않아.’라고 답문만 보냈어요.” 한양은 눈물을 닦고 “수능시험 잘 봐서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게 승민이한테 용서받는 유일한 길인 거 같아요.”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수능 끝나도 인생의 시험은 계속된다” 인천 주안동에 사는 조민철(32)씨는 교육대학원을 다니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수능시험도 3번 봤던 조씨는 지금은 임용고시만 네 번째 도전하고 있다. 자주 시험을 보면서 조씨는 가족의 기대와 걱정을 한몸에 받고 있다. 모든 시험을 끝까지 함께해 주는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들이 없었다면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고맙고 사랑한다. 올해는 꼭 합격해서 가족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그러면서 “수험생들이 ‘시험 몇 일 전’이라면서 큰 의미를 부여해 잠시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늘 자신을 지켜주는 가족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인생에 시험이 이번 한 번뿐이라는 착각을 하기 쉬운데 수능이 끝나도 인생에 시험은 계속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을 안 보고 대학가서 콤플렉스” 인천 송림동에 사는 고민정(29·여)씨는 남들하고는 조금 다른 대학입시 얘기를 들려줬다. 고씨는 2000학년도에 문학특기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평소 시를 써서 공모전이나 백일장을 찾아다니던 그는 한 전국 글짓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덕에 1학기가 다 지나기도 전에 서울의 모 대학 국문과 입학을 확정지었다. 더운 여름, 다른 친구들은 모두 교실에서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보충수업·자율학습을 할 때, 그는 독서실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시를 썼다. 음악을 들으면서 시상을 떠올리고, 좋아하는 소설을 베껴 써내려갔다. 당연히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11월 수능시험은 “경험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치렀다. 하지만 그에게 수능시험을 보지 않은 것은 일종의 콤플렉스로 남았다. “직장동료들끼리 지리나 과학 상식 얘기를 하다 보면 나만 답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남들처럼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고 말했다. 또 “여고 동창들을 만나면 힘들었던 수험생 시절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잘 끼지 못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이것이 相生이다] (1) 품질향상 윈윈 메디슨-포스콤

    [이것이 相生이다] (1) 품질향상 윈윈 메디슨-포스콤

    글로벌 기업 세계에서 더불어 사는 ‘상생(相生)’이 또 하나의 기업 존속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생을 더 이상 비용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先) 투자’로 인식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정글의 법칙과 경쟁이 ‘마이너스 생존법’이라면 상생은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플러스의 길’이 되는 셈이다. 서울신문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상생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소개하고, 상생이 우리의 기업 문화로 정착할 수 있는 길을 5회에 걸쳐 찾아본다. 포스콤은 의료기기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다. 9일 경기 파주에 있는 포스콤의 작은 공장에 들어서자 2층 작업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벽면에 직원 모두의 사진과 다짐이 가지런히 붙어 있다. ‘내가 놓친 불량이 고객 마음도 놓친다.’ 900㎡ 남짓한 작업장은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생산라인과 선적공간, 부품수납장 등이 깔끔하게 배치돼 있었다. 라인 앞에서 전자부품을 조립하고 있는 직원들의 얼굴은 모두 편안해 보였다. 눈이 마주친 한 직원은 가벼운 눈인사와 함께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원공급장치는 국내 대표적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의 초음파진단기에 장착된다. 메디슨의 지난해 매출은 2070억원, 포스콤은 130억원. 포스콤의 전체 직원은 63명뿐이지만, 그들이 만드는 제품의 품질만큼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포스콤이 품질혁신에 성공하며 ‘강소(强小)기업’이 된 데에는 원청업체인 메디슨의 도움이 컸다. 메디슨은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라는 믿음을 갖고 우수 협력업체를 발굴·육성하고 있다. 메디슨은 연 2회 협력업체 전반을 실사하고 수시로 공장을 방문해 개선점을 조언해 주고 있다. 생산라인 재배치부터 포장박스 하나하나까지 품질과 관련된 모든 것이 관리 대상이다. 포스콤 임직원들은 메디슨의 이런 품질관리가 처음엔 강한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까다로운 품질관리 지원이 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깨달았다. 싱글PPM 운동 이전에 4~5%에 이르던 불량률은 0.1% 이하로 떨어졌다. 불량에 따른 손실비용도 2007년 2820만원에서 지난해 1220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직원 1인당 부가가치생산성도 같은 기간에 2900만원에서 3800만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기업체질 개선 효과는 메디슨에 납품하는 제품 외에서도 나타났고, 또 다른 큰 기업들로부터 물품공급 주문이 쏟아졌다. 품질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자 주문이 쇄도하고 실적이 급신장하는 것은 순식간인 것이다. 메디슨-포스콤의 협력관계가 덩치 큰 기업의 ‘내리사랑’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앞서 2002년 메디슨이 부도를 맞았을 당시 포스콤을 비롯한 메디슨의 협력업체들은 메디슨이 회생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돕기로 했다. 물품을 예전처럼 차질없이 납품하면서도 대금의 일부를 나중에 받기로 한 것이다. 메디슨은 여러 협력업체들의 연구·개발(R&D) 분야도 지원하고 있다. 원청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소업체가 꾸준히 성장하려면 고유기술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메디슨의 논리에 이의를 제기할 협력업체는 아무도 없었다. 메디슨은 협력업체들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개발비를 꼬박꼬박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여러 협력업체들이 개발경쟁을 할 때 채택이 안 된 업체에도 개발비 전액을 지급한다. 박상철 포스콤 이사는 “얼마 전 3개 업체가 신제품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채택이 되지 않은 2개 업체에도 개발비가 모두 지급됐다.”면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포스콤의 경우 1년에 3~4건 정도 메디슨과 함께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건당 400여만원씩 모두 1200만~1500만원의 개발비를 받았다. 최근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 문제와 관련해 박 이사는 “다른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가장 두려워한다.”면서 “막다른 골목에 선 중소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품질이 떨어지는 싼 원자재를 쓰는 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손해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美-中 · 美-브라질’ 이란 제재 ‘삐그덕’

    이란이 미국과 중국, 미국과 브라질 간 갈등의 핵심고리로 부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이란 추가 제재 결의를 근거로 미국이 이란 때리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참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면서 그동안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에 미온적이거나 반대해 왔던 중국, 브라질과의 관계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지난 6월 유엔 안보리가 대이란 추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떠밀려 찬성했던 중국은 미국이 계속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거론하며 대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장위 대변인은 5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중국과 이란과의 에너지 및 경제관계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 데 대해 “어느 나라도 중국과 이란과의 교역관계를 비판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장위 대변인은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실린 논평에서 “중국과 이란과의 경제관계는 정상적인 것으로, 다른 나라들과 국제사회의 이익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서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은 그동안 안보리의 결의들을 준수해 왔다.”고 반박했다. 장위 대변인의 논평이 나온 이날 이란 석유장관은 중국의 에너지 관련 기업인들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 중이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못 이겨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에는 찬성했지만 안보리 결의의 실질적인 이행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유엔 회원국은 모두 안보리 결의를 이행할 의무를 갖고 있으나, 이를 어느 정도로 이행할지 여부는 회원국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미국과 브라질의 대립은 더욱 노골적이다. 로이터통신은 5일 이란 문제를 놓고 올 초부터 대립각을 세워 왔던 두 나라의 마찰이 결국 통상 분야에서의 불협화음으로 치닫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은 터키와 함께 지난 6월 유엔 안보리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에 반대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의회는 그동안 브라질로부터 수입되는 에탄올에 대한 관세를 인하해 주려던 조치를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 간에 진행 중이던 통상투자협정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 무역대표부 대변인은 브라질과의 통상투자협정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미국이 브라질산 일부 제품들에 대해 적용하는 일반특혜관세(GSP)를 철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은 대미 수출의 약 15%인 30억달러가량의 수출품에 대해 일반특혜관세를 적용받는다. 미 의회는 매년 브라질에 대한 일반특혜관세를 갱신하고 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박재범 칼럼] 대통령이 대기업을 질타한 까닭은

    [박재범 칼럼] 대통령이 대기업을 질타한 까닭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왜 대기업을 질타했을까. 여름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이 대통령이 대기업을 비판한 것이 언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6·2지방선거와 7·28 재·보선 결과에 눈길이 모아졌던 터였다. 총리 등 내각 개편이 주된 과제일 것으로 비춰졌다. 천안함 사태에 따른 국제사회의 동향과 한·미 양국의 군사훈련 반향도 뉴스의 초점이었다. 그러던 게 돌연 대기업 쪽으로 선회하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은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 일단 대통령이 대기업을 압박한 배경은 이해된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6%에 이르는 등 제2의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대기업들은 직접적으로 혜택을 입고 막대한 자금을 모았다. 반면 서민에게는 여전히 경제회생의 온기가 전달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소금융, 든든학자금 등 새로 도입한 서민보호 장치는 실적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대기업을 질책하는 것은 국가 전체를 바라보는 최고지도자로서 적절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기대한 효과, 즉 서민생활 향상과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적이 동시에 달성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되고 있다. 하나는 서민의 입장에서 나오는 얘기. 서민경제 활성화를 수차례 언급했음에도 실질적인 결과가 미흡했으므로 이번에도 전시용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단이다. 친서민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이를 대변한다. 또 하나는 기업의 입장. 서민돕기가 과연 기업의 몫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제기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부분은 분명 맞지만, 전세계적으로 지니계수가 불평등 쪽으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민생활 안정은 분명 정부의 몫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관점이라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논리가 대두될 수 있다. 대기업이 은행보다 더 많이 현금을 갖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은행이 여차하면 대출을 회수하려 하는데 기업이 당연히 자금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있다. 게다가 투자를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이즈음, 섣불리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그 손실은 누가 보전해줄 것인가라고 되묻는다. 대기업의 숙명이 세계와의 사활을 건 경쟁인 이때 함부로 나섰다가 낭패 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일각에서는 심지어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시장주의에서 포퓰리즘으로, 틀 자체가 전환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내비치고 있다. 정책선택이란 결국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바에 따라 이뤄질 수밖에 없지만, 이같은 반응을 보면서 두어 가지 포인트를 떠올려 본다. 하나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 방식이다. 지금처럼 각계의 권위가 경시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말씀이 무게를 갖기 위해서는 민주적 의사결정 메카니즘에 좀더 충실해야 하겠다는 점이다. 국회의 법 제·개정을 통해서건, 아니면 행정부의 명령을 통해서건 대통령에게 시의적절하게 권한을 부여해 나가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현행법과 제도로 가능한 일을 먼저 시도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대기업의 하도급업체 쥐어짜기가 문제라면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거래법 등 현행법을 엄정하고 투명하게 적용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대기업 일각에서는 요즘 미 GM의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GM의 파산은 부품업체의 부도에서 초래됐지만, 그 업체의 부도는 GM사의 단가 쥐어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은 GM이 하청업체를 쥐어짜게 된 배경이다. 이익률은 뻔한데 노조가 해마다 높은 임금인상과 복지를 요구하자 하도급업체를 쥐어짜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볼 때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단기적으로는 서민에게 온기를 전하려는 뜻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에 대한 권한 부여 방식과 시장질서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갖게 한다. jaebum@seoul.co.kr
  • 美 이란제재 동참 거듭 요구… 난감한 정부

    美 이란제재 동참 거듭 요구… 난감한 정부

    정부가 북한 제재와 이란 제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북한·이란 제재 조정관이 방한 기간 대(對) 이란 제재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한국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인혼의 주된 방한 목적은 대북 제재가 아니라 이란 제재에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란 제재 협조는 이란과 사업하는 한국 기업과 은행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사안이 간단치 않다. 반면 우리는 대북 제재에서는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한테 유리한 건 협조를 구하면서 불리한 건 외면하기는 힘든 문제다. 특히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이란 제재 협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제재에 대한 협조가 미진할 경우 미국 정부가 한·미 FTA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아인혼은 오전 기획재정부를 찾아 이란 제재에 한국이 적극 동참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재정부 당국자는 “대북 금융제재보다는 지난달 1일 미 의회에서 통과된 이란 제재법안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면서 “미국 측은 우방들의 대응상황을 설명하면서 한국 정부도 필요한 상황이 있으면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이란 제재에 충실히 협조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GS건설이 수주했던 공사를 취소하고 외환은행이 이란 은행과 거래를 끊은 사례 등을 미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측은 특히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이란의 멜라트 은행과의 거래 여부에 논의를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 대부분이 멜라트 은행을 통해 수주 대금을 정산하기 때문에 이 은행과의 거래를 끊으면 한국 기업이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우리 측은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로서는 멜라트 은행이 제재 대상이긴 하지만 일반 상품 거래 송금은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미국 측은 “이란 제재법안에 대한 시행세칙이 나오는 10월쯤 구체적인 대답이 나오겠지만, 조금 더 협조해달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제재법은 지키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우리 기업이 손해보는 구조”라면서 “따라서 사실은 우리가 미국에 부탁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미국이 한국의 협조에 신경을 쓰는 것은 한국과 이란의 교역 규모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 이란 수출은 40억달러에 이른다. 현재 이란과 수출계약을 맺거나 이란에서 각종 투자개발과 건설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 기업은 현대·SK·GS건설·대우인터내셔널 등 20여곳에 이른다. 미국이 특히 신경을 쓰는 분야는 금융거래 봉쇄다. 멜라트 은행 건과 같은 문제를 말한다. 2일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테러·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몇 주간 국제사회와 미국은 이란 핵 개발 능력 차단을 위해 금융 압박에 노력을 기울였다.”며 “국제 금융의 핵심부에 있는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아인혼은 이날 출국 전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방문했다. 박 대표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북·미 간 대화”라고 했다. 이에 아인혼은 “북한이 먼저 진실되게 비핵화로 가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미국도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김상연·이창구·임일영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경제민주화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앞장서야

    이명박 대통령이 열흘 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언급하면서 촉발된 정부와 재계 간 공방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대통령의 발언 직후 경제부처 장관과 여당 의원들이 대기업을 잇따라 질타하고, 검찰과 국세청까지 나서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전경련과 무역협회는 고위 관계자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우려 표명으로 맞섰다. 이에 대통령은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해선 안 된다.”면서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거듭 강조하고, “대기업과 중기(中企) 문제엔 정부의 인위적 개입보다 기업끼리 자발적으로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에 대한 사정(司正) 압박설을 부인하면서 일단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 경위야 어찌됐든 국가경제의 큰 주체인 정부와 대기업이 반목하는 양상은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다.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자칫 포퓰리즘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재계도 정부의 지적에 반발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사실 정부는 삐뚤어진 경제상황에 대해 규제와 조정(헌법 제119조 2항)을 할 수 있다. 시장의 지배와 남용을 막고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는 정부의 주요 역할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기업과 중기의 상생협력은 강제적 자율보다 경제주체 간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부작용이 적다고 본다. 정부의 규제와 조정은 불가피한 경우로 최소화하고,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 물론 대기업들은 지금도 투자와 고용창출, 사회공헌에 힘쓰고 있다. 국가경제의 최대·최고의 역군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정부의 기업친화정책과 수출 호조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현금도 잔뜩 쌓아 놓았다. 중기와의 납품가 계약은 사적(私的) 계약이라며 정부의 간섭을 못마땅해한다. 현금이 있으면서 어음을 발행하거나 납품가를 형편없이 후려치는 대기업이 아직도 적지 않다. 산업생태계를 동물의 세계처럼 약육강식으로 보는 인식도 여전하다. 성장의 열매를 대기업과 중기가 골고루 나누고, 경제회복의 온기가 서민가계까지 두루 미쳐야 진정한 경제 민주화라 할 것이다. 지금은 경제 강자로서 대기업의 역할이 정부 못지않게 중요한 시점이다.
  • ‘성의표시’ 바빠진 재계

    ‘성의표시’ 바빠진 재계

    #1. 최시중 위원장 “5조 이익 삼성 사회와 함께 하고 있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8일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예로 들면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문했다. 그는 “5조원의 최고 이익을 보면서 (삼성전자가) 더불어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매출 12조원의 SK텔레콤은 4500명밖에 고용하지 않는 반면 매출 1조 2000억원의 네이버는 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2. 정병철 부회장 “정부와 정치권이 못해 4대강도 혼선”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제주에서 개막한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천안함 침몰 등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데 정부나 정치권이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세종시 사업이 당리당략에 밀려 엉뚱하게 흘러가고 4대강 사업도 반대 세력의 여론몰이에 혼선을 빚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계가 고민에 빠졌다. 최근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에 이어 실물경제 수장들이 연일 말과 행동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어서다. 대기업 역할론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일회성이 아닌 데다 화답거리도 마땅치 않아 이래저래 속만 태우고 있다. 재계는 정부의 메시지가 의미있는 경고로 보고 ‘성의 표시’할 것을 찾기에 나섰다. 빨라지는 ‘상생 행보’가 그중 하나다. 포스코는 지난 25일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해 온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2~4차 협력업체에도 확대하기로 했다. 1차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조정하면 2~4차 협력업체도 연쇄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고, 협력업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3300억원 규모의 ‘상생보증프로그램’을 조성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27일 협력사 세미나를 열고 2, 3차 협력사로 상생경영을 확산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의 상생경영 주문을 감안해 계획된 협력 세미나는 아니었지만 현대차그룹은 지속적으로 대·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6년간 중소기업 3125곳에 경영 자문을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의 경영애로 해소에 앞장섰다는 보도자료를 발빠르게 내놓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새로운 것을 발표하면 정부의 압박 때문에 급조된 계획을 내놓는 것처럼 비칠까봐 부담스럽다.”면서 “기존 프로그램을 점검해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올해 1만명 인력충원 계획에서 추가로 5000명을 더 뽑기로 했다. 투자도 올해 예정된 15조원보다 더 늘릴 계획이다. 삼성도 상생 경영과 투자,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계획을 꼼꼼히 살피며 확대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문제를 제기한 만큼 삼성도 답을 찾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롯데도 부랴부랴 화답거리를 찾고 있다. 지난 27일 밤 긴급회의를 갖고 일자리 창출 등 적극적인 상생 방안을 논의했다. 롯데 관계자는 “회의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공감대를 이뤄냈다.”고 전했다. 김경두기자·산업부종합 golder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우량기업과 불량기업 사이/박건승 산업부장·부국장급

    [데스크 시각] 우량기업과 불량기업 사이/박건승 산업부장·부국장급

    기업과 은행은 서로 친구가 되기 어렵다. 정(情)보다 계산(돈)이 먼저여서 언제든지 안면을 확 바꿀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 경제계에 반세기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기업과 은행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이 그렇다. 1967년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서로 죽이 맞아 좋아했고, 때로는 계산을 앞세워 약간씩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재계 사람들은 둘 사이의 ‘43년 애증관계’를 두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서로에게 둘은 버팀목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둘러싸고 파경 위기에 몰린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현대그룹은 약정체결 대상에 오른 이후 주채권은행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고,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 측에 신규 대출 중단을 통보한 데 이어 오늘이나 내일쯤 추가로 대출만기 연장 중단을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양쪽 모두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인 것 같다. 겉으로 보면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쪽은 현대그룹일 수 있다. 어쨌든, 현대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5700억여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84%의 부채비율을 기록함으로써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빌미를 준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과 문제점 때문이다. 우선 재무약정제도가 지금의 경제상황에 부합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재무약정제도는 그룹 단위로 재무구조를 평가해 소속 계열사들을 구조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열사 간 상호지급보증이나 내부거래가 엄격히 금지되는 상황에서 그룹 계열사를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어 관리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계열사 입장에서 그룹이 재무약정 대상이 된다는 것은 곧 자사가 자금조달 비용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연대적으로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법에서 금지한 연좌제가 재무약정제도의 근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현대상선의 경우 여신규모 500억원 이상의 개별기업에 이뤄지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의 신용평가에서는 우량기업으로 인정받은 반면, 그룹 계열사를 하나로 묶어 평가하는 재무개선 약정제도에서는 불량기업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하나의 기업이 평가 잣대에 따라 우량기업이 될 수도 있고, 불량기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대단한 모순이다. 재무개선 약정제도가 업종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운용되는 것도 문제다. 해운업이나 항공업은 업종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해운사는 일반적으로 자기자본 20%에 나머지는 장기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이 배들이 인도되는 순간 해당 기업에는 부채로 잡힌다. 필수적 투자가 곧 부채가 되는 셈이다. 과거 실적을 잣대로 불량기업, 우량기업을 재단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한진해운은 올 1분기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2분기에는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난해 하반기 채권단과 맺은 재무개선 약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를 냈던 현대상선은 올 1분기 1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15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올렸지만 채권단은 지난해 실적을 갖고 재무개선 약정을 맺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이 영업실적 추이와 전망 등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비재무적 항목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탓이다. 이번 갈등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현재의 재무개선 약정제도에서는 채권단이나 해당기업, 금융당국 모두가 패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재무개선 약정제도를 하루라도 빨리 수술대에 올려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재무개선 약정제도는 획일화된 기준에 모든 것을 고집스럽게 꿰맞추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존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ksp@seoul.co.kr
  • ‘民 프렌들리’

    “(미소금융은) 재래시장 상인·소상공인 등이 접근하기 쉽게, 이 분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점을 개설하라. 지금까지 1200여명만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아직 서민들이 체감하기에 부족하다.”(20일 청와대 국무회의) “대기업은 몇 천억 이익이 났다고 하는데 없는 사람들은 죽겠다고 하니까 심리적 부담이 되지 않나. 대기업도 (정부가) 하라니까 하는 게 아니고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22일 화곡동 포스코 미소금융지점 방문 때) “대기업은 현금보유량이 많다. 투자를 안 하니까 서민들이 힘들다. 대기업의 투자환경을 점검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23일 캐피털 대출이자율 관련 보고를 받고) 이명박 대통령이 친(親) 서민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외부행사나 청와대 회의 때 ‘서민’이라는 단어를 거의 빠뜨리지 않고 입에 올리고 있다. 그간 펼쳐온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규제완화 등의 혜택을 대기업이 독차지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대기업에 대한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압박 강도도 높이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약자는 자생할 수 있는 독자적인 생존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존 산업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제8차 녹색성장 보고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12일 청와대 참모들과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사전보고 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발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전략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고유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고 대기업에 맞는 투자 영역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 중견기업도 큰 기업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라.”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과거의 성장모델을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니냐.”면서 “부품 소재 분야도 중소기업이 열심히 해놓은 것을 가로채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은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정부가 직접 돕는 것이 아니라 규제 없이 길만 열어주면 된다. 대기업은 국제 시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면서 “하지만 중소기업은 정책을 갖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특정 기업을 공격하고 다른 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기업의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는 전체적으로 시장의 성공을 위한 친서민 정책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실효성 있는 친서민 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지도부가 앞장서서 그동안의 국정기조가 서민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쓴소리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이명박 정부 들어 미소금융제도, 보금자리주택, 학자금 대출 등을 친서민정책으로 강력히 추진했지만 비난만 받았고 어떤 국민도 이 정부를 친서민정부로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민 사랑이 너무 지나쳐 높은 사람들이 너무 자세하고 단호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듯한 일을 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기업에 친화적 정책을 했다고 하더라도 미래 전망은 보지 않고 무조건 투자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미소금융도 그런 식인데, 이러면 시장경제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성수·유지혜기자 sskim@seoul.co.kr
  • MB “캐피털 30%도 고금리… 일제조사 필요”

    “이자율 30%대도 여전히 고금리다.” 이명박 대통령이 캐피털 금융사의 높은 대출이자율에 대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 현장지점을 방문하고 온 다음 날인 지난 23일 아침 일부 수석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당시 이 대통령과 상담을 했던 사람이 착각을 해서 캐피털 금리가 40~50%라고 잘못 말했고 실제로는 30%대였지만, 이 역시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고금리라는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후속조치로 이자 상황에 대한 일제조사가 필요하다고 대통령이 말했고 이미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기업만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대기업을 쥐어짜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하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대기업은 현금 보유량이 많다. 투자를 안 하니 서민이 더 힘들다”면서 “대기업의 투자 환경도 점검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미소금융은 (고기가 아닌) 고기 잡는 그물(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53개인 미소금융 지점을 연말까지 2배로 늘리겠다는 보고를 받고는 “200개 (지점) 이상은 돼야 한다. 장소를 서민 가까이, 재래시장 내로 들어가라고 한 것은 단지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만 편리하게 하라는 의미뿐 아니라 돈을 빌려 준 다음에도 철저히 애프터서비스(AS)를 잘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김정은체제 구축 자금난 직면할 듯

    미국 정부가 2주일 내 북한의 돈줄을 끊어버리는 ‘대북 패키지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향후 북한이 겪을 자금 압박과 경제적 피해 규모 등이 주목된다. 미 정부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북한 관련 은행 계좌 200여개 중 불법 가능성이 높은 계좌 100여개에 대한 정밀 추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北계좌 100개 추적 마쳐 이번 조치는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처럼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 한 곳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금융기관은 물론 지도부의 통치자금의 모집책인 북한의 무역 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기업들에 대한 제재 조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대북 압박 효과는 더욱 강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당시 미 재무부가 BDA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2500만달러를 동결시켜 북한은 ‘피가 마른다.’며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核·미사일개발비도 막혀 김일성종합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소장은 23일 “미국 정부가 해외에서 모집된 불법 자금을 북한으로 송금하는 일명 허브계좌를 다수 확보, 금융 제재를 가할 경우 북한이 힘을 쏟고 있는 해외 진출 분야는 물론 북한의 산업 및 최고위층 통치자금 등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북한은 마약, 위조지폐 등을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제재를 가할 경우 북한 경제와 북한의 통치 체계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2주 내로 미국 정부의 다차원적인 대북 금융제재가 가해질 경우 북한 입장에선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추가 대북 금융 제재 조치가 북한 경제는 물론 후계구축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지난해 5월부터 북한이 김 위원장의 비자금과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8·39호실을 조직개편하고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조선대풍투자그룹과 조선펀드 등을 구축하는 등 김 위원장에게 집중된 자금을 김정은에게 이양하는 시도가 있었다.”면서 “대북 금융 제재가 가해질 경우 김정은 체제를 준비하며 경제 자금 구조를 조정하려던 움직임이 중단되거나 연기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북한 후계 구도 구축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美 대공황 이래 최대 금융개혁 막 올랐다

    美 대공황 이래 최대 금융개혁 막 올랐다

    미국 상원이 15일(현지시간) 1930년대 대공황 이후 80년 만에 가장 획기적인 내용이 담긴 금융규제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다음주중 오바마 서명… 즉시 효력 발휘 미 상원은 이른바 ‘도드프랭크 법안’으로 불리는 금융규제개혁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0, 반대 39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55명, 무소속 2명이 찬성했고, 그동안 반대 입장을 보여온 공화당 의원 가운데 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제 금융규제개혁법안은 다음 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과 동시에 법률로서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법안이 통과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산업 강화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소비자를 보호하고 소비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소비자금융보호 조치들을 담고 있다.”면서 “미국 국민은 월가의 실수에 대한 비용을 내달라는 요청을 다시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 금융규제법 이후 최대의 금융개혁 내용을 담고 있어 월가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법안 통과가 지난해 8000억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법안, 올해 초의 건강보험개혁에 이은 오바마 대통령의 세 번째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법안 통과로 JP모건,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은 직불카드에서부터 파생상품 거래, 헤지펀드 투자에 이르는 금융상품 거래에서 전방위적인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소비자 보호·금융기관 감독 강화 초점 법안은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감독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마불사’의 폐해를 막기 위해 경제에 위협이 되는 부실 대형 금융기관을 퇴출시킬 수 있는 권한도 정부에 부여했다. 신용카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의 불공정 수수료나 고금리 관행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기구도 신설했다. 파생금융상품 등 위험한 투자활동에 대한 감독 권한은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상품선물거래소(CFTC)에 부여했다. 주요 대형은행에 금리 스와프나 외환 스와프 등의 거래는 허용했으나 원자재 관련 장외파생상품,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는 자회사를 통해서만 하도록 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법안 통과와 관련, “이번 개혁이 신중함을 강화하고 경솔함을 억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번 법안이 신용카드 및 은행산업을 압박해 경기회복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