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銀, 은행·카드사 M&A마다 ‘입질’ / 선진기법? 경영과욕?
제일은행의 공격경영,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과욕인가.
지난 1999년말 미국계 투자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이 인수한 제일은행의 일부 수익성 지표가 수년간 꾸준히 악화되고 있다.그런데도 2001년부터 최근까지 은행·카드사 등 금융권의 각종 인수·합병설에 한번도 빠짐없이 등장할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어 금융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일각에서는 뉴브리지측이 은행 경영을 바탕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에 깊숙히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제일은행,M&A 단골손님
제일은행을 앞세운 뉴브리지의 공격적인 투자 움직임은 지난 2001년 하나은행과의 합병설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당시 뉴브리지는 하나은행을 최적의 인수합병(M&A) 파트너로 보고 수개월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가격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지난해 한미·서울은행 등에 대해서도 M&A 의사를 밝혔으며,최근까지 외환·조흥은행에 대해서도 합병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조흥은행 인수전에는 컨소시엄까지 구성,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으나 신한은행이 주축이 된 신한컨소시엄에 기회를 뺏긴 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제일은행 관계자는 “조흥·신한은행 합병이 어떻게 진행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조건만 맞는다면 다른 은행과의 합병은 항상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목표는 신용카드사
제일은행의 최근 관심은 개인고객을 바탕으로 한 카드사업에 쏠려있다.뉴브리지는 한국의 신용카드업이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향후 수익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카드사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최근 가격협상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 A카드에 이어 B카드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드업계가 들썩이고 있다.제일은행 관계자는 “뉴브리지가 들어온 뒤 부실한 기업여신을 대부분 털고 개인대상 금융에 주력하면서 연체율 관리 등 노하우를 쌓았다.”면서 “카드사를 인수할 경우 리스크 관리 등에 강점을 보여 향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관계자는 “코헨 행장도 최근 인수할만한 곳이 있다면 뉴브리지측의 추가투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하는 등 대주주의 자금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시장 안착,성공할까.
뉴브리지의 공격적인 행보를 지켜보는 금융권의 평가는 엇갈린다.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 제일은행은 당기순익이나 ROE(자기자본수익률)·ROA(총자산이익률) 등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덩치를 키우거나 사업을 확장하기 보다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제일은행측은 “지난 3년간 인프라 구축 등 많은 투자를 했으나 대기업 여신을 대폭 줄이고 리스크 관리에 따른 수익경영에 주력,올해부터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러나 작년말 현재 자산 33조원 규모로는 한계가 있어 M&A 등을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펀드의 경영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제일은행 인수 당시 풋백옵션(사후손실보전)으로 정서적인 반감이 컸지만 이후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 금융구조조정에 참여하는 장기적인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뉴브리지가 은행을 통해 매년 수익을 올리고 있어 국내시장에 대한 매력을 계속 느끼는 것 같다.”면서 “우량카드사 인수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돈이 된다면 투자하겠다는 투자펀드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인수의사가 있어도 MOU(양해각서)를 체결해야 증자나 자금유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연구위원은 “뉴브리지의 움직임이 향후 외국계 펀드의 국내 금융사 경영의 판단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선진 금융노하우 전수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노력 뿐 아니라,해외펀드에 의한 경영이 자칫 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 있다면 적극적인 제재조치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김유영기자 chaplin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