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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어이없는 상장사 횡령사고, 소액주주 피해 줄여야

    [사설] 어이없는 상장사 횡령사고, 소액주주 피해 줄여야

    코스닥 상장사로 국내 1위 임플란트 제조사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188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상장사 횡령사고 중 역대 최고액으로, 횡령액이 자본금 2047억원의 91.8%에 이른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연말에서야 횡령 사실을 발견해 자금 관리 직원 이모씨를 고소했다고 그제 공시했다. 소액주주가 2만명에 달하는 이 회사의 주식 거래는 현재 정지된 상태다. 거래소는 횡령액이 자기자본의 5%를 넘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한다. 회사는 이 횡령 사건을 이씨 단독 범행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연매출 8000억원대 규모의 상장사이자 시가총액 2조원대 기업이 동네 구멍가게보다 허술한 자금 관리를 해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증권가에서는 문제의 이씨가 지난 10월부터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인 모 반도체 장비업체 주식을 사들였다가 수차례 매각한 ‘파주 슈퍼개미’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은 단기간에 거액 횡령이 가능했던 점에 비춰 조직적 범행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해야 할 것이다. 횡령 사건으로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 폐지까지 이를지는 속단할 수 없다. 투자자 보호나, 기업의 영속성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래 정지가 풀려도 주가 급락으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손해는 불가피하다. 횡령 자금의 회수나 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이 지분 절반을 담보로 대출받은 상황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현재 외국인 지분이 44%를 넘는다.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경영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지분을 축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내부 감시 시스템 미비 등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최 회장은 소액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 강남 마지막 미개발지 대청마을 “재개발 탈락 넘 아쉽네요”

    강남 마지막 미개발지 대청마을 “재개발 탈락 넘 아쉽네요”

    지난 28일 발표된 ‘오세훈표’ 민간 재개발 사업 ‘신속통합기획’ 적용 대상지 선정에서 제외된 자치구에서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탈락한 대상지에도 투기 방지 대책을 적용했지만, 이들 지역에 투기성 매수가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서울시는 각 자치구별로 1곳 씩은 민간 재개발 대상지로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21곳 가운데 강남구, 중구, 광진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강남에 남은 마지막 미개발지로 대상지 선정에 큰 기대를 가졌던 강남구 일원동 대청마을이 탈락해 구와 주민들의 아쉬움이 크다. 강남구 관계자는 “용도지역이 고층 아파트를 짓지 못하는 1~2종 일반주거지역이라 탈락한 것 같다”며 “당연히 뽑힐 거라고 생각하고 공모에 참여했는데, 탈락해서 주민들이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청마을은 주변 다른 지역과 함께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마을 한 곳만 단독으로 재개발을 할 수 없다. 지구단위계획 상으로도 아파트는 못 짓게 돼 있어 구역 전체에 대한 관리 방향이 재설정된 뒤에야 개별 재개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중구 장충동2가 112번지는 공모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아 사업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제외 사유로 작용했다. 광진구 자양4동 역시 공고일 이후 등기를 받아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현금청산자들의 반대가 심했다. 한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신속통합기획 민간 재개발로 빌라 시장이 뜨거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시는 이번 공모에 탈락한 구역과 앞으로 공모를 신청하는 구역에 대해서도 원주민 보호와 투기 차단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건축허가 제한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에 탈락한 지역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블로거는 “탈락 지역은 내년 1월 말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니 그 전까지 등기를 마쳐야 한다”며 “갭투자자는 실거주가 불가능할 경우 내년 1월 말 전에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상 거래 움직임이 있고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곳은 지정에서 제외되며, 이미 지정된 곳도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李 “코스피 5000” 尹 “증권거래세 폐지”… 1000만 개미 잡아라

    李 “코스피 5000” 尹 “증권거래세 폐지”… 1000만 개미 잡아라

    이재명 “주가조작 단속·처벌 모두 약해”법령 개정 통한 불공정 행위 처벌 방점 윤석열 “투자 손실 이월제도 도입할 것공매도 관련 서킷 브레이커 시행 검토” 개인투자자 보호 초점 맞춰 표심 자극개인 주식투자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경쟁이 전례 없이 가열되고 있다. 10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난 ‘개미투자자’가 이제 무시 못할 거대한 유권자 집단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 후보들이 선거 때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사진을 찍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대선에선 후보들이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으며 구애(求愛)를 펼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기구인 공정시장위원회가 ‘주식시장 개혁방안’을 내놓은 지 하루 뒤인 2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직접 ‘1000만 개미투자자를 살리는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공약 발표에서 “우리 주가가 부양되면 여기에 투자한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며 집권 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개인 투자자가 급증해 국민 5명 중 1명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기업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께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윈윈’하는 선진 주식시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증권거래세 폐지와 캐리오버 시스템(주식투자 손실을 이월하는 제도) 도입 등을 약속했다. 증권거래세 폐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거래했던 주식의 매입 가격과 처분 가격의 차액을 확인해 과세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증권거래세는 이중과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일부 기업에서 핵심 신사업을 분할하는 결정을 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많은 투자자가 허탈해하고 있다”며 기업의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이 분노하는 공매도와 관련해 서킷 브레이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가 “코스피 5000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민주당도 동학개미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주식투자 경험담을 공개하고, “주가 조작 단속률이 매우 낮고 처벌도 약하다”고 말했는데, 정서적으로 개미투자자의 공감을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개인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동소이하다. 전날 민주당 공정시장위원회는 주식시장 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기업이 신사업으로 물적 분할을 할 경우 모회사 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하는 것과 관련한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매도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를 제재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능을 통한 시세조종 행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에 더욱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서민도 보유세 눈덩이… 남영동 주택, 4년 새 108만→349만원

    서민도 보유세 눈덩이… 남영동 주택, 4년 새 108만→349만원

    공시가격이 해마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고가주택뿐 아니라 서민·중산층 주택의 보유세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가 서민·중산층 보호를 위해 재산세 세율 인하와 세부담 상한제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공시가격 증가 속도가 가팔라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서울신문이 23일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2018년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공시가격 4억 9400만원짜리 단독주택 한 채를 가졌던 사람은 당시 보유세가 108만원에서 내년 349만원으로 4년 새 3.5배가량 증가한다. 이 집은 2019년 공시가격이 무려 50% 넘게 급등해 7억 46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9년에는 전국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사상 최대인 9.13%나 오르는 등 특히 상승폭이 컸던 해다. 이러면서 보유세도 141만원으로 30%나 증가했다.이 집은 지난해(9억 3000만원)와 올해(10억 6700만원)도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보유세 역시 각각 192만원과 237만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내년이다. 공시가격이 12억 2500만원으로 또다시 1억원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보유세 부담 완화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내년 보유세는 올해보다 47%나 늘어난 349만원을 내게 된다. 내년 보유세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건 종부세 부과 대상(공시가격 11억원 초과)이 된 데다 세부담 상한 조치 혜택도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부담 상한은 전년도 납부액(종부세는 계산액) 대비 일정 비율 이상 세금이 오르지 못하게 하는 장치인데, 누적이 될수록 상한이 올라가 효과가 상쇄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0만원의 재산세를 낸 사람은 올해 150만원으로 세금이 산출되더라도 세부담 상한 130%(주택가격 6억원 초과로 가정)에 걸려 130만원만 낸다. 하지만 내년에는 올해 낸 130만원의 130%인 169만원으로 세부담 상한이 올라간다. 내년 세금이 올해와 똑같은 150만원으로 계산되더라도 이번엔 세부담 상한 감면 없이 모두 내야 하는 것이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세부담 상한 조정 등을 포함해 보유세 완화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피카소같다” 3100만원에 팔린 그림…작가는 5살 돼지

    “피카소같다” 3100만원에 팔린 그림…작가는 5살 돼지

    최근 ‘야생과 자유(Wild and free)’라는 그림이 독일의 한 투자자에게 우리 돈 3100만 원에 판매됐다. 피카소를 닮은 화풍으로 눈길을 끈 이 그림의 작가는 다름 아닌 5살 암컷 돼지 ‘피그카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고 있는 피그카소는 2016년부터 그림 400여 점을 그려왔다.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린 후 코를 사인으로 찍어내며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2019년 스와치가 피그카소의 작품을 콜라보한 시계를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피그카소의 삶이 처음부터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피그카소는 2016년 비인도적 도축 방식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던 도축장에서 구조돼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던 조앤 레프슨의 보살핌 아래 지내고 있다.레프슨은 어느날 피그카소가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무독성 물감과 입에 물기 쉬운 붓을 구해 작품활동을 도왔고, 동물작가 중 최고가 작품을 보유하는 데 일조했다. 피그카소 이전엔 2005년 침팬지 콩고의 작품이 약 2200만원에 판매된 바 있다. 도살장에 끌려가 죽을 뻔했다가 구조돼 유명 작가로 변신한 피그카소. 대형 컨버스 앞에서 붓을 물고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이번에 팔린 ‘야생과 자유’는 남아공 웨스턴케이프의 바다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작품으로, 파란색 바탕 위에 자유분방한 흰 줄무늬가 특징이다. 72시간 만에 SNS로 판매가 완료됐고, 수익금은 모두 비영리단체 ‘농장보호구역SA(Farm Sanctuary SA)’에 기부돼 동물보호에 사용된다.
  • 中서 바라보는 디디추싱 사태의 본질 [이철의 차이나 핀홀]

    中서 바라보는 디디추싱 사태의 본질 [이철의 차이나 핀홀]

    이달 초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이하 디디)이 미국 뉴욕증시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곳은 디디의 최대 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지분 21.5%)다. 알리바바와 비리비리(중국판 유튜브) 등 중국 개념주(해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들 업체에 투자한 국내 금융 기관과 개인 투자자 역시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디디가 690억 달러(약 82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기업공개(IPO)에 나선 것이 지난 6월이다. 그러나 반 년도 되지 않아 미국을 떠나 홍콩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변동지분실체’(Variable Interest Entity·VIE)를 금지할 것”이라며 “핀둬둬(중국 3위 인터넷 쇼핑몰)처럼 미 증시에 VIE 방식으로 등록한 중국 빅테크들이 홍콩 등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인터넷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해 왔다. 그런데 중국 본토 자본 만으로는 자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월스트리트가 베이징의 묵인 하에 고안한 것이 VIE다. 일종의 편법이다. 현재 디디 등 뉴욕에 상장된 중국 기업 대부분이 VIE를 채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블룸버그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기사의 진위 여부를 떠나 중국 측의 반응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이 “VIE는 불법이다. 앞으로 금지하겠다”고 선언하면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식은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된다. 중국을 대표하는 알리바바 주식이 당장 ‘쓰레기’로 변하면 월가에 금융 패닉이 생겨난다. 베이징을 믿지 못하는 해외 자본이 중국에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이 VIE를 없애고 싶어도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철수라면 모를까 블룸버그 기사처럼 토벌작전을 벌이듯 갑자기 시작하진 못할 것이다.그렇다면 해당 기사는 ‘가짜뉴스’였을까? 30년 가까이 중국에서 미국 등 서구권 유력 매체들의 보도를 지켜본 경험을 말하자면 블룸버그 같은 권위지는 오보가 매우 적었다. 엄격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친 뒤 신중하게 보도한다는 걸 여러 차례 느꼈다. 기자가 아예 없는 이야기를 꾸며냈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적어도 중국의 몇몇 유력 관료들이 VIE의 실체를 부정적으로 여긴다는 점은 사실로 보인다. 앞으로 해외 상장을 원하는 중국 기업들은 보다 강화된 규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도 추론할 수 있다. 디디가 중국 당국의 압박 때문에 ‘원하지 않는 상폐’에 나섰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궁금한 점은 ‘중국 당국이 왜 이리도 디디를 거칠게 압박하고 있는가’이다. 중국 정부가 디디에 조치한 내용들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갈등에 있다. 그간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정한 ‘감사 목적의 회계 정보 제공 의무’를 거부해 왔다. 중국 정부가 자국법에 의거해 “이들 기업의 데이터에 중국의 국가 기밀이 담겨 있어 해외 반출을 금지한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이들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다. 아마도 본토 기업에 만연한 분식회계나 정부 개입 관행 등이 만천하에 드러날 수 있어 이를 우려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SEC는 중국 기업들의 ‘버티기’를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책임론으로 미중 갈등이 더욱 심해지자 지난해 말 SEC는 “정확한 회계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외국 기업은 강제로 상장폐지에 처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더는 중국 기업들을 봐주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다. 그런데 중국은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에 상장한 어떠한 중국 기업도 국가 안보 관련 정보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재차 표명했다. 이렇게 두 나라가 끝까지 버티면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쯤되니 ‘중국 정부가 진짜로 국가 안보 관련 정보 유출 가능성을 진지하게 믿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국가 안보 관련 정보’에 대한 개념과 가치는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서로 달랐다. 디디추싱의 미국 IPO를 두고 교통운수부는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디디가 가진 중국 사용자 및 도로 데이터가 국가 안보 관련 정보라는 이유로 상장을 반대했다. 결국 디디는 둘 중 누구의 말을 들어야할지 고민하다가 정부에 “중국 사용자·도로 데이터를 절대로 미국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서둘러 월가에 입성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상장 독촉을 버티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정부가 100% 동의하지 않은 IPO’는 문제를 일으켰다. 디디추싱의 IPO 소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해졌다. 이 일을 막지 못한 류허 국무원 부총리에게 자아비판까지 시켰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시 주석은 “인터넷 기업 전반에 관리 감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디디추싱에 대한 일련의 조치가 시작됐다.가장 먼저 보안 검열이 개시됐다. 정부가 디디를 잡으려고 작정한 것이어서 조용히 넘어갈 리 없었다. 7월 초 당국은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막았다. 같은달 당국은 디디에 대한 검열 결과를 발표했다. 다수 법규를 위반해 사용자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고 판정했다. 네트워크 안전법 규정에 따라 “문제를 수정하고 사용자 개인정보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라”고도 했다. 그런데 디디추싱은 여기서 매우 비현실적으로 대응을 했다. 국내외 미디어에 “중국 당국이 자사 앱 25개를 앱스토어에서 내리라고 지시해 경영에 악영향을 낳을 것”이라고 떠들고 다닌 것이다. 보안 우려에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자신들의 피해만 부각하려는 디디의 행태가 베이징의 입장에선 여간 괘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당국은 압박 수위를 더 높여서 디디추싱에 대한 현장 실사를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실사는 45일 안에 마무리되지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디디의 앱은 앱스토어에 올라갈 수 없다. 디디의 언론플레이가 자신을 ‘바닥을 알 수 없는 늪’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지금껏 숨죽이고 당국의 조치를 지켜보던 디디의 경쟁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타깃이 업계 전체가 아니라 디디라는 특정 회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에서 쫒겨난 업체들이 너도나도 돌아왔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인 메이투안은 “우리 회사의 차량 호출 앱은 사용자 정보를 안전하게 지킨다”고 자랑했고, 지리자동차 산하의 차량 호출 앱 차오창추싱도 파격 혜택을 내세워 권토중래에 나섰다.그제서야 디디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영원히 앱스토어에 재등록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런 상황에서 7월 말 월스트리트저널은 “디디가 중국 당국을 달래고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상하고자 주식을 공모가인 14달러에 되사들인 뒤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회사는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그런데 아까도 언급했듯 해외 권위지의 보도가 100% 오보일 가능성은 낮다. 최소한 디디 경영진 사이에서 이런 논의가 오고 갔을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디디추싱이 베이징 지도부에 이 정도 성의를 보였으니 중국 당국도 퇴로를 열어 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그런데 정부의 압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차량공유 서비스 사업자가 요금에서 가져가는 수수료의 비율에 상한선을 긋겠다고 밝힌 것이다. 디디가 너무 많은 돈을 떼어간다는 뜻이다. 운전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침도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디디는 눈물을 머금고 시 주석의 ‘공동부유’ 기조에 따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규제 당국의 압박은 갈수록 세졌다. 무면허 운전자 모집 관행을 뿌리뽑고 사용자 정보 보호 강화를 역설하며 디디와 메이투안 등에 “올해 말까지 위법 행위를 스스로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식의 우격다짐이다. 9월이 되자 블룸버그는 디디추싱의 지분이 몇몇 국유기업에 넘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때도 디디추싱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지난달 디디는 “당국이 요구한 모든 사항을 보완한 앱을 만들었다”며 새 앱을 인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돌연 8개 부처가 공동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위한 새 규정을 발표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운전자에게 사회보험 등 혜택을 제공하라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디디는 거대 택시 회사나 리무진 서비스 업체에 가까워진다.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이제 시장에서는 ‘당국이 디디추싱에 겁만 주려는 것이 아니다. 진짜로 죽이려고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앱 다운로드 금지 조치가 5개월 넘게 풀리지 않자 디디는 이달 초 자신들의 마지막 생존 카드인 ‘미국증시 상폐’를 꺼내 들었다. 디디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 등 서구권 미디어의 시각은 ‘공산주의 좌파 성향이 강한 시진핑 지도부가 자본주의 원리를 활용해 큰 돈을 버는 민간 기업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외 매체와 디디 경영진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중국 당국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자국 정보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 국면에서 ‘국가 안보’라는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면 베이징의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중국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글들은 상투적 문구가 많아 진짜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가끔은 그 문구들이 진심을 담고 있을 때도 있다. 디디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간 언론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수 년간 알리바바나 텅쉰(텐센트) 등 빅테크들은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개인정보 보호 준수 요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리며’ 신경쓰지 않았다. 정부 역시 지겹게도 말을 안 듣는 민간 기업들을 괘씸하게 여기던 차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상하이의 한 포럼에서 ‘정부는 기업에 더는 간섭하지 말라’고 대놓고 요구한 것을 계기로 ‘빅테크의 안보 도전에 손을 댈 때가 왔다’고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빅테크 규제를 본격화한 시기에 디디가 제대로 된 합의 없이 미 증시 IPO를 강행했다.디디는 ‘홍콩으로 주식 시장을 옮기면 SEC가 요구하는 회계 정보 제공 의무를 지지 않게 돼 더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5억명이 넘는 중국인의 개인 정보와 동선을 갖고 있어 ‘데이터 창고’나 다름 없는 디디의 최대 주주는 소프트뱅크, 2대 주주는 미국의 우버다. 중국과 가장 크게 부딪히는 미국과 일본의 기업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과 횡포 논란 역시 ‘공동부유’를 기치로 내건 베이징이 눈감아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그간 디디가 보여준 ‘자세’다. 국가의 지도력에 이의를 달고 월가를 지렛대삼아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정부의 요구를 피해 가려고 한 디디의 태도에 중국 공산당은 상당한 ‘위험’을 느낀 듯 하다. 디디 사태가 미 증시 상폐 결정 이후에도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이런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 [보따리]블록체인으로 계약하고 코인으로 보험료 내는 세상 올까

    [보따리]블록체인으로 계약하고 코인으로 보험료 내는 세상 올까

    17회 : 가상자산에 손 뻗는 해외 보험시장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사건을 조작하거나 사고를 과장해 타내려 하는 일이 흔합니다. 때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죠. 한편으로는 약관이나 구조가 너무 복잡해 보험료만 잔뜩 내고는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지난 몇년 동안 국내·외 금융시장을 휩쓴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는 ‘가상자산’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투자자산으로서의 존재감을 주로 드러내온 가상자산은 최근 NFT, 메타버스 등의 신시장과 맞물려 잠재적 활용도가 커지면서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자산을 산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보험산업도 가상자산에 큰 관심을 보이는 분위깁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가상자산과 보험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해외 보험사들은 단순히 투자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보장을 제공하거나 보험금 지급 수단, 스마트계약 수단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美·英, 가상자산 범죄 손실 보장 보험상품 등장 이중 보장제공은 다시 도난 등 범죄나 가상자산 개인 키 분실 등으로 가상자산 자체의 손실을 보장하는 서비스와 가상자산 관련 사업 운영 과정에서 보안문제, 기술 오작동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위험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크게 구분된다는 설명입니다. 미국의 손해보험회사 ‘그레이트 아메리칸 인슈어런스‘는 2014년 보험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비트코인 보유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직원의 가상자산 관련 각종 범죄 행위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런던 로이즈’도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보험 플랫폼인 ‘코인커버’를 통해 온라인지갑에 보관된 가상자산의 해킹에 따른 도난을 보상하는 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그중에서도 주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해 보험료 납부 또는 보험금 지급에 활용하는 보험사도 늘고 있습니다.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한다는 혁신기업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까닭입니다. ‘악사 스위스’는 지난 4월부터 스위스 소재 손해보험 가입자에 대해 비트코인을 통한 보험료 납부를 허용했고, 미국의 자동차보험회사 ‘메트로마일’은 지난 5월 가상자산을 보험료 납부 및 보험금 지급 수단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 계약자는 보험료 납부 방식을 달러나 비트코인 중 선택할 수 있게 됐지요. 스위스 건강보험회사 ‘아투프리 헬스’와 미국의 ‘유니버설 화재보험’도 각각 지난해 8월과 지난 6월 가상자산을 보험료 납부 수단으로 인정했습니다.‘비트코인으로 보험료 납부’ 허용하는 보험사도 이밖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계약을 통한 보험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나타났습니다. 스위스와 독일 기반의 보험 플랫폼 ‘이더리스크’, 영국의 보험 플랫폼 ‘넥서스 뮤추얼’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보험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직접 투자하는 보험회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제도권 편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가상자산 활용을 시도했다가 법적인 리스크만 짊어질 우려가 있다”면서도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등 새로운 사업영역에 대한 발굴 수요가 있는만큼 향후 가상자산을 이에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는 아직… “법률 문제 해소 선결돼야” 황인창 연구위원은 리포트를 통해 “국내 보험산업은 신사업 발굴, 대체 투자처 모색, 사업모형 혁신 등의 측면에서 가상자산 관련 산업의 발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보험산업이 가상자산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의 가격변동성 완화, 보험회사의 위험평가 능력 제고, 스마트계약 관련 법률 문제 해소 등이 선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우리나라도 가상자산 기반 금융서비스 제도화를 논의하고 있어 가상자산 관련 보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보험산업의 가상자산 활용이 실질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의 금융자산화 및 화폐화를 통한 가격변동성 완화, 보험회사의 가상자산 관련 보험사고 데이터 축적, 스마트계약의 소비자보호 관련 법적 근거 마련 등이 선결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희리·홍인기 기자 hitit@seoul.co.kr
  • 카카오페이 경영진 주식 대거 매각에 하락…개미들 뒤통수

    카카오페이 경영진 주식 대거 매각에 하락…개미들 뒤통수

    카카오페이가 지난 10일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류영준 대표이사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보유 지분을 대량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 당시 고 공모가 논란이 있었지만 카카오페이의 성장성을 보고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경영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4일 오후 2시 54분 현재 카카오페이는 전일 대비 5.53%하락한 17만 9500원에 거래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3일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과 9일 각각 3%대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달 30일 8.60% 급락한 데 이어 지난 1일 4.82% 내리면서 하락했다. 이는 카카오페이가 지난 10일 류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의 보유 지분 44만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류 대표는 자신이 갖고 있던 스톡옵션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 총 469억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보인다.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3만5800주),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3만주), 이지홍 브랜드총괄 부사장(3만주),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7만5193주),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3만주), 전현성 경영지원실장(5000주), 이승효 서비스 총괄 부사장(5000주) 등도 같은 날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 상장 한 지 한 달여 지난 시점에 경영진이 스톡옵션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임원들은 스톡옵션에 의무보호예수 1년을 걸어두기 때문에 예상 못했다는 반응이다. 카카오페이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상장 후 5년 내 매각할 수 있게 돼있어 문제가 되진 않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신감을 토로하는 투자자들이 상당하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 측은 “공시된 지분매각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의 일부를 행사한 것”이라면서 “보유중인 주식매수선택권을 전량 행사하여 매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매도는 악재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면서 “경영진이 대거 주식을 팔았다는 사실은 고평가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 [시론] 중국에서 바라보는 디디추싱 사태/이철 컨설턴트·전 삼성SDS 중국법인장

    [시론] 중국에서 바라보는 디디추싱 사태/이철 컨설턴트·전 삼성SDS 중국법인장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이하 디디)이 미국 뉴욕증시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690억 달러(약 82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올해 6월 기업공개(IPO)에 나선 지 반년도 되지 않아 중국 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홍콩으로 떠난다고 선언했다. 가장 궁금한 점은 ‘베이징이 왜 이리도 디디를 거칠게 다루는가’다. 이는 중국 정부의 대응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디디 사태의 근본 원인은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갈등에 있다. 지금껏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정한 ‘감사 목적의 회계 정보 제공 의무’를 거부해 왔다. 중국 정부가 자국법에 의거해 “이들 기업의 데이터에 중국의 국가 기밀이 담겨 있어 해외 반출을 금지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SEC는 중국 기업들의 ‘버티기’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책임론 등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나빠진 지난해 말 “회계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외국 기업은 상장 폐지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더는 중국 기업들을 봐주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다. 그런데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어떠한 중국 기업도 국가 안보 관련 정보를 해외에 제공해선 안 된다”고 재차 응수했다. 이때부터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 관련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믿는 것 같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국가 안보 관련 정보’에 대한 개념과 가치는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서로 달랐다. 올해 초 디디의 IPO 추진을 두고 교통운수부는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금융당국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디디는 누구의 말을 들을지 고민하다가 “중국 사용자와 도로 데이터를 미국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월가 입성을 강행했다. 상장을 재촉하는 투자자들의 원성을 못 이긴 듯하다. ‘정부가 100% 동의하지 않은 IPO’는 문제를 일으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해졌다. 이 일을 막지 못한 류허 국무원 부총리에게 자아비판까지 시켰다는 말이 나온다. 이때부터 디디에 대한 일련의 조치가 진행됐다. 그런데 여기서 회사가 매우 비현실적으로 대응해 화를 키웠다. 국내외 미디어에 “중국 당국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25개를 앱스토어에서 내리라고 지시해 경영에 악영향을 낳을 것”이라고 떠들고 다닌 것이다. 자성하기는커녕 자신들의 피해만 부각하려는 이들의 행태가 베이징 입장에선 여간 괘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앱 다운로드 금지 조치가 5개월 넘게 풀리지 않았고, 시장에서 ‘당국이 디디를 죽이려고 한다’는 말이 나왔다. 이쯤 되자 디디도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지막 생존 카드인 미 증시 상폐를 꺼내 들었다. 디디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 등 서구권 미디어의 시각은 ‘공산주의 좌파 성향이 강한 시진핑 지도부가 자본주의 원리를 활용해 큰돈을 버는 민간 기업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외 매체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중국 당국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자국 정보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 국면에서 ‘국가 안보’라는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면 베이징의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간 언론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수년간 알리바바나 텅쉰(텐센트) 등 빅테크들은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개인정보 보호 준수 요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며’ 신경쓰지 않았다. 지겹게도 말을 안 듣는 민간 기업들을 괘씸하게 여기던 지도부는 지난해 10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상하이의 한 포럼에서 ‘정부는 기업에 더는 간섭하지 말라’고 대놓고 요구한 것을 계기로 ‘빅테크의 안보 도전에 손을 댈 때가 왔다’고 결단한 것 같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디디가 미국 IPO를 강행했다. 디디는 ‘홍콩으로 주식 시장을 옮기면 더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5억명이 넘는 중국인의 동선 정보를 보유한 ‘데이터 창고’ 디디의 최대 주주가 일본 소프트뱅크, 2대 주주가 미국의 우버다.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과 횡포 논란 역시 ‘공동부유’를 기치로 내건 정부가 눈감아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지도력에 이의를 달고 월가를 지렛대 삼아 국가 안보 문제 해결 요구를 피하려고 한 디디의 태도를 가장 위험하게 보는 것 같다. 미 증시 상폐 결정 이후에도 이 사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이런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서다.
  • ‘증권사 믿고 ETN 투자했다가 98% 손실’...금감원 “불완전 판매 주의 필요”

    ‘증권사 믿고 ETN 투자했다가 98% 손실’...금감원 “불완전 판매 주의 필요”

    해외주식이나 상장지수증권(ETN) 투자경험이 전혀 없는 주부 A씨는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해외 레버리지 원유선물지수 ETN 상품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증권사 직원은 자신이 투자 중인 상품이라면서 3배 수익성을 강조하며 모바일메신저와 전화로 투자를 권유했다. A씨는 ‘유가가 0원이 되지 않으니 ETN 가격도 0원이 되기는 어렵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두 달 만에 이 상품이 상장 폐지됐고 A씨는 97.85%의 손실을 떠안았다. 금감원은 이 같은 민원이 제기된 해외 레버리지 ETN 불완전판매 사건에 대해 지난 7일 분쟁조정 소위원회 검토 결과 증권사의 손배해상 책임을 인정했다고 12일 밝혔다. 해당 사례는 투자자와 금융투자회사간 합의로 손해배상이 이뤄졌으나 금감원은 향후 유사 분쟁에 대한 처리 기준을 정립하고자 분쟁조정 소위원회를 열었다. 금감원 분쟁조정소위는 금융회사 직원이 ‘본인이 투자 중인 상품’이라며 특정 금융상품을 투자자에게 모바일메신저와 유선으로 소개한 것은 단순한 상품 소개가 아니라 ‘투자권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해외주식·ETN·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 경험이 없는 적극투자형(2등급) 투자자에게 초고위험(1등급) 일중매매(초단타매매 기법)용 상품을 투자권유했으므로 ‘적합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상품판매업자는 △적합성원칙 △적정성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의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금융상품 등에 관한 광고 △계약서류의 제공의무 등 유형별 영업행위를 준수해야 한다. 이 중 적합성 원칙은 소비자의 정보를 파악하고 부적합한 상품 권유를 금지하고 있다. 직원은 또 ETN이 무엇이냐는 A씨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고수익 위주로 설명했다. 이 상품이 전문적인 투자자를 위한 일중매매용 상품으로 발행사에 의해 조기 청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락했다. 투자자가 ”0원이 될 수도 있느냐“고 질문하자 직원은 “기름값이 0이 될 수는 없으니까 0원이 되긴 어렵다”며 사실과 달리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직원은 상품 설명 후 이를 서명·녹취 등으로 확인해야 하는 법적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해외레버리지ETN은 중장기 투자 상품이 아니므로 투자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기초지수를 2,3배 추종하는 해외레버리지ETN은 기초지수의 변동을 수시로 확인해 거래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며, ‘중장기 투자’ 대상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ETN은 조기청산 조건을 충족하면 상장 폐지될 수 있으므로 투자설명서의 관련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조언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해외주식, ETN,ETF 등 상장증권과 관련한 분쟁 조정 때 불완전판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다.
  • 개인전문투자자 진입장벽 낮췄더니… 2년 만에 약 8배 급증

    개인전문투자자 진입장벽 낮췄더니… 2년 만에 약 8배 급증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보다 자율성과 편의성을 더 누리는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이 지난 2년 동안 8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개인전문투자자의 경우 투자판단에 대해서는 상장법인에 준하는 엄격한 자기책임원칙이 적용돼 투자자보호 기준이 완화되는 만큼, 등록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말 기준 개인전문투자자 등록 건수가 2만 1611건으로, 제도 개편 직후인 2019년 11월 말 2783건 대비 7.8배 증가했다고 10일 밝혔다. 개인전문투자자 등록건수는 2017년 말 1219건에서 2019년 말 3330건, 지난해 말 1만 1626건으로 크게 뛰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은 투자자를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로 구분해 투자권유규제, 발행 규제 등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개인전문투자자는 차액결제계약(CFD) 등 투자 목적의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고, 최저투자금액(3억원) 적용 없이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등 일반 개인투자자보다 더 큰 자율성과 편의성을 누린다는 점 때문에 등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증권회사에서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이 이뤄지게 되면서 일부 증권회사가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을 경쟁적으로 권유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하기 전에 제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전문투자자에게는 투자성 상품에 대한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으며,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발생요건은 개인전문투자자가 입증해야 한다. 일반금융소비자의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과 상반된다. 개인전문투자자가 투자성상품에 대해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판매회사가 소송으로 대응할 수 있어 큰 소송 부담을 질 수도 있다. 일반 금융소비자의 경우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조정 절차가 개시되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판매회사는 소송을 낼 수 없다. CFD나 사모펀드 등 특정 투자성 상품에 투자하려고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하더라도 해당 상품뿐만 아니라 등록한 판매사의 모든 계약에 대해 전문투자자로 인정되고, 완화된 보호규제가 적용된다. 만약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한 후 일반투자자로 전환하려면 등록한 판매회사에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등록 후 2년 동안 전문투자자 지위가 유지된다. 금감원은 “금융투자업자의 개인전문투자자 등록 절차, 투자자 보호 절차 이행, 개인전문투자자 등록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개인전문투자자 보호 방안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바이든, 러에 ‘국제결제망 차단’ 검토… 푸틴은 인도와 군사협력

    바이든, 러에 ‘국제결제망 차단’ 검토… 푸틴은 인도와 군사협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올해 두 번째 정상회담 개최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제결제망 차단 등 각종 대러시아 제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의 ‘쿼드’(미국·호주·일본·인도) 회원국인 인도와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기술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의 미 동맹국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를 대비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글로벌 결제 시스템 접근 차단 등 제재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채 유통시장(2차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러시아 국채 매입 제한, 푸틴의 측근 기업 및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대한 제재도 검토 대상이라고 했다. SWIFT 접근 차단은 공식적인 국제 금융거래에서 퇴출시키는 초강력 경제 제재다. 유럽의회는 지난 4월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할 경우 SWIFT에서 차단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이란과 북한도 같은 제재를 받고 있다. 제재가 시행되면 러시아에서 루블화를 달러나 파운드 등 타국 통화로 교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도 큰 타격을 입는다. 가디언 등도 이날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침공 땐 “러시아 경제를 심대하게 해치겠다”는 공동대응 전략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미국과 서유럽 집단방위 체계에 편입시켜 보호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가 17만 5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내년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 정보 당국의 문건 등이 제재 검토의 배경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러시아에 대응해 “공동 대응 지속을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민스크 평화협정’을 통해 외교적 대화에 복귀하라는 입장이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이듬해 양측은 상호 중화기 철수, 완충지대 조성, 포괄적 대화 등을 담은 휴전협정인 민스크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곧바로 상대가 이를 어겼다며 현재까지 분쟁을 이어 오고 있다. 반면 푸틴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연례 정상회담을 열고 올해부터 10년간 유효한 군사기술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둘의 만남은 2019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날 양측의 합의에 따르면 미래군사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미국의 경고에도 인도는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 지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 이전을 계속한다. 인도는 2018년 10월 54억 3000만 달러(약 6조 4000억원)에 5개 포대를 구입하기로 한 바 있으며 러시아는 이달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또 인도 북부에 러시아의 AK203 돌격소총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워 향후 10년간 약 60만정을 출시한다.
  •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가상자산 포용 방안 연구할 때”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가상자산 포용 방안 연구할 때”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과 자본시장의 유사점을 밝히며 포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손 이사장은 1일 한국증권법학회,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추계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해 “가상자산 시장도 투자자 보호와 거래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자본시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면서 “자본시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로 가상자산을 포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국내 4대 코인 거래소의 이용자가 500만명을 넘었고, 하루 거래대금이 14조원으로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에 육박했다”면서 “가상자산이 메이저 투자 자산이 됐는데 우리 자본시장에서는 그만한 준비가 되지 못해 제도적 틀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손 이사장은 거래소를 비롯한 자본시장이 기후 변화와 ‘글로벌 원 마켓’ 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해외 전통 금융기관도 기후 변화를 금융 리스크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촉진 등에 대해 자본시장과 참가자들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연결 사회로의 진화를 거치면서 한국거래소도 해외 거래소와 직접 경쟁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면서 “시장의 몸집이 커진 만큼 낡은 규제를 정비해 외형에 걸맞은 틀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대회는 ‘자본시장의 제2도약을 위한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 거래소, 불법 리딩방·공매도 포상금 600만원…금소연 “리딩방 이용자 절반 피해”

    거래소, 불법 리딩방·공매도 포상금 600만원…금소연 “리딩방 이용자 절반 피해”

    거래소, 포상금 400→600만원공매도 등 불법행위 신고 장려 유사투자자문 피해 1년새 2배 “이용자 보호 장치 마련해야”주식리딩방 등 유사투자자문서비스 관련 피해가 늘어나면서 한국거래소가 예방 강화에 나섰다. 거래소는 리딩방, 공매도 불법행위 등 불공정거래 신고를 장려하기 위해 소액포상금을 현행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린다고 29일 밝혔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유사투자자문서비스 관련 피해도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은 총 283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06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거래소는 “지난해부터 리딩방 관련 피해 신고가 많아졌다”고 했다. 공매도 관련 불공정행위는 일반 투자자가 발견하기 쉽지 않지만 증권사 내부자 등이 회원사 규정 위반을 신고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이 최근 주식 리딩방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날 발표한 결과 이용자의 77.6%가 피해에 노출돼 있고 50%는 실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 리딩방 결제금액은 한달 평균 약 54만원으로 집계됐다. 리딩방 사기 피해자의 57.6%는 피해를 당한 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소비자원에 신고 접수를 하는 비율은 7.2%에 그쳤다. 전지원 금소연 연구원은 “정부 및 이해 당사자들은 리딩방의 투명한 운영과 이용자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코인 부당이익 1년 이상 징역형…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급물살

    코인 부당이익 1년 이상 징역형…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급물살

    금융당국이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행위로 가상자산 거래에서 부당이득을 얻으면 최고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 발행인은 이용자들에게 백서, 코인평가서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한다.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본방향 및 쟁점 보고서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범위에는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명시된 항목 외에 증권형토큰,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대체불가토큰(NFT) 등이 추가된다. 금융당국이 현행 규정으로도 NFT에 대해 부분 과세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가상자산 범위에도 포함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현행 규정으로도 NFT에 대해 과세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는 자본시장법 수준을 부과하는 안이 제시됐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부당이익이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 5억원 미만이면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부당이익 규모와 관계없이 벌금은 부당이익의 3~5배를 부과할 수 있다. 또 투자자와 사업자의 정보 비대칭 현상 해소를 위해 가상자산 발행인에게 중요 정보 제출·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명시했다. 가상자산 사업 진입 규제는 등록제 또는 인가제로 운영하고, 진입 요건은 현행 특금법에 더해 개인 간 금융(P2P)업의 규율 수준을 제안했다. 예치나 신탁 방식으로 고객의 가상자산을 분리·관리할 의무도 법령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담겼다. 또 이용자 보호와 블록체인산업 진흥 균형, 원칙 중심 규제, 민간 자율규제 부여와 금융당국의 감독권, 불공정행위 자율 상시 감시체계와 불법이익 환수 법 집행 체계 등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금융위는 이 보고서에 대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상자산 관련 여러 입법안과 전문가들 의견을 정리한 것이고, 금융위의 공식 의견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가상자산 업계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입법 작업이 본격화하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 ‘親시장 행보’ 정은보 금감원장, 증권사 CEO 간담회…“과징금 재검토”

    ‘親시장 행보’ 정은보 금감원장, 증권사 CEO 간담회…“과징금 재검토”

    증권사 상시감시 강화 예고증권업계 “과징금 취소 희망”금감원장 “규모 포함 재검토”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시세관여형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로 9개 증권사에 내렸던 480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증권사 CEO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회동에는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교보·IBK투자·코리아에셋·유진투자증권 등 7개사 CEO들이 참석했다. 금감원은 지난 9월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시장조성자로 참여 중인 증권사 9곳에 과징금을 사전 통보했다. 시장조성자의 역할은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에 매도 및 매매 호가를 제시해 원활한 거래를 돕는 것인데 일부 시장조성자의 호가 제시 과정에서 정정이나 취소 비중이 높게 나타나 시세를 교란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들은 적법한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았음에도 시세조종 주문행위로 오인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이날 정 원장은 “과징금 규모를 포함해 재검토하고 있다”며 “한국거래소와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 달래기에 나섰다. 정 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과징금과 관련해 개별 증권사의 부당이익 추정 범위 안에서 재조정하겠다고 시사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과징금 자체를 취소했으면 하는 게 업계의 희망사항”이라고 전했다. 다만 ‘재검토’ 결과 증권사가 과징금을 실질적으로 감면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의 불만이 있으니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겠다는 정도”라며 “과징금은 검토 끝에 늘어날 수도 있는 만큼 깎아주겠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증권사에 대한 현장 밀착형 상시감시 기능 강화 등도 예고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사전·사후 감독의 균형을 추구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적 감독을 강화하는 3원칙도 제시했다. 그는 특히 검사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제재의 예측가능성과 수용성을 확보하고 증권회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개선한 경우에는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 [시론] ‘포스트 코로나‘ K뮤지컬을 위한 고언/ 신춘수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

    [시론] ‘포스트 코로나‘ K뮤지컬을 위한 고언/ 신춘수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일상을 뒤흔들었다. 전쟁 중에도, 어떠한 역경에도 계속되던 공연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같은 뮤지컬 본고장까지 멈춰 세웠다. 전 세계 뮤지컬산업 전체가 붕괴되면서 뮤지컬 종사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다. 우리나라도 역시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매주 바뀌는 방역 지침은 공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준이 일정치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한국 뮤지컬계는 배우, 스태프 등 다양한 종사자들의 협의를 거쳐 공연을 이어 왔고, 다양한 학습 과정을 거치며 현재는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 시기를 맞이해 조금은 숨통이 트인 상태다. 코로나19는 한국 뮤지컬 프로듀서들이 뮤지컬 생태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빠른 속도로 뮤지컬 시장은 커졌지만 합리적인 제작 방식이 부재하고 표준계약서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로 불안전하게 많은 작품이 제작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뮤지컬을 연극 장르에 포함시킨 정부 정책의 한계를 느꼈고 뮤지컬도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인식이 모아졌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을 계기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이후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학습된 관객들이 끊임없이 증가했고, 2018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장르가 됐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장 이면에 잔재하던 불안정성은 어느 누구도 깊게 살펴보지 않았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급속 성장은 동시에 기형적이었다.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으로 검증되지 않은 컴퍼니가 대거 등장하면서 제작 환경의 불안정성은 가중됐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늘 위기감을 느끼게 했고 정부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또한 콘텐츠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가 선행돼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불안정한 투자로 시장이 유지됐다. 제도적 합의 없이 제작이 이루어지면서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은 세 가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첫째, 창작 뮤지컬의 경쟁력을 제고해 해외시장 진출을 활성화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 자체의 경쟁력이다. 완성도 높은 K창작 뮤지컬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이 절실하다. 전문적인 프로듀서들을 필두로 작가, 연출, 무대 스태프 등 제작 인력과 협업 관계를 형성해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질적 발전을 위한 핵심 인력 양성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둘째, 합리적인 제작 방식을 구축하고 한국 뮤지컬 시장을 확대한다. 뮤지컬이 콘텐츠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작품들의 저작권 보호, 배우 및 스태프를 위한 표준계약서 작성 시스템의 구축 등을 통해 종사자 보호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브로드웨이 리그처럼 정부와 장기적인 정책을 논의해 뮤지컬산업을 육성하고 배우, 스태프, 창작진을 아우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셋째, 프로듀서와 투자자 간 신뢰와 비즈니스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뮤지컬과 같이 리스크가 높은 산업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특히 투자자와 제작사, 즉 프로듀서 간의 신뢰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흥행작부터 신작, 창작 작품, 해외 작품 등을 아울러 기획개발 단계에서부터 투자를 할 수 있는 한국형 투자 모델이 현재 뮤지컬 산업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프로듀서는 도전정신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고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불특정 다수가 다가설 수 있고, 다른 문화산업과 차별성 있는 뮤지컬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올해 첫선을 보이는 K뮤지컬 국제마켓(24~26일 예술의전당)은 이러한 당면 과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국 뮤지컬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다. 창작진, 프로듀서, 그리고 투자자 간 건강한 네트워크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마켓을 통해 한국 뮤지컬 시장이 보다 안정적이고 탄탄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뮤지컬산업을 재조명해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춰 해외시장에 포진해야 할 시기다. 아시아 뮤지컬 시장의 중심을 넘어 케이팝, K드라마처럼 세계 문화 콘텐츠의 중심에 K뮤지컬이 우뚝 서는 날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 빗썸도 신고수리… 4대 거래소 모두 제도권으로

    빗썸도 신고수리… 4대 거래소 모두 제도권으로

    국내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2위인 빗썸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한 사업자 신고가 수리됐다. 이로써 국내 4대 주요 거래소(업비트·코빗·코인원·빗썸) 모두 현금 인출이 가능한 사업자가 됐다.금융위원회는 FIU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심사위원회를 열고 빗썸, 플라이빗, 지닥 등 3개 거래소의 사업자 신고를 수리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업계 1위 업비트가 지난 9월 가장 먼저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자 신고를 받았고, 코빗은 지난달 5일, 코인원은 지난 12일 각각 신고 수리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신고 수리가 결정된 사업자는 모두 6곳으로 늘었다. 플라이빗과 지닥은 코인간 거래만 지원되는 코인마켓 거래소다. 신고 수리를 기다리는 사업자는 모두 36개사며, 이중 코인마켓 거래소가 23개로 가장 많다. 빗썸 측은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고객확인제도(KYC)와 준법감시체제 강화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금융당국의 기준에 따라 내년 3월 이전까지 트래블 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투명하고 신뢰받는 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가 될 수 있도록 투자자 보호와 고객 서비스 향상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 IT 스타트업 이끄는 ‘문송’… 네 번째 데스밸리는 넘는다

    IT 스타트업 이끄는 ‘문송’… 네 번째 데스밸리는 넘는다

    스타트업 전성시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불었던 소위 ‘벤처붐’의 지표를 2배 이상 경신한 ‘제2벤처붐’이 최근 도래했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2000년 6만 1456개였던 신설 법인 수는 지난해 12만 3305개로 급증했다. 신설 법인과 개인 창업을 합친 전체 창업기업 수도 지난해 148만 5000개에 달했다. 창업가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공한 창업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2016년 60.2점(세계 46위)에서 2019년 86.0점(세계 7위)으로 훌쩍 뛰었다. 그러나 여전히 5년차 신생기업의 생존율은 31.2%에 불과하다. 새롭게 만들어진 기업 10곳 중 7곳은 5년이 안 돼서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스타트업에 업력 3~7년은 소위 ‘데스밸리’라고 불리는 죽음의 구간이다. ‘태동기’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매출 부진과 자금난 등으로 폐업률이 크게 뛰는 시기인 탓이다. 규제 산업으로 창업 진입 장벽이 높은 금융업의 문을 두드린 대출 중개 서비스 스타트업 ‘핀다’는 2015년 9월에 출범해 이달로 만 6년 2개월을 넘기며 데스밸리를 제법 씩씩하게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핀다는 국내 금융사 48곳과 연계해 사용자의 대출 여력 및 금리 조건을 안내하고 실제 계약까지 연결해 준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대출 승인 금액이 400조원을 넘어섰다. 회원수 80만명, 누적 다운로드 횟수 100만건을 각각 돌파했다. 2019년 금융위원회의 규제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 대출 1호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첫 번째 사업자로 선정돼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3~2024년 무렵에는 상장이 목표다.●창업은 도전보다 선택에 책임지는 자리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이혜민(37) 핀다 공동대표는 작은 체구와 대비되는 강단 있는 목소리로 창업자로서의 행보를 들려줬다. 그는 “예전에는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무조건 도전하라고 조언했지만, 지금은 경고를 먼저 한다”면서 “본인의 의사결정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게 된다. 힘들다고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남이 대신 책임져 줄 수도 없는 굉장히 책임감이 막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핀테크·플랫폼 기업 창업주들이 정보기술(IT) 관련 분야에서 출발한 것과 달리 이 대표는 고려대에서 서어서문학과를 전공했다. 소위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맨땅에 헤딩’해야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오히려 내가 가진 게 많지 않을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제가 개발자였다면 직접 앱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시장 반응을 볼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추가돼요. 그런데 제가 함께할 사람조차 설득할 수 없으면 사실 그 비즈니스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고, 그렇다면 그 사업은 시작하면 안 돼요. 제 주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으면 고객에게는 더더욱 다가갈 수 없다는 의미니까요. 시작 전 단계부터 더 많은 사전조사를 하고 근거를 마련해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이 큰 도움이 됐어요.” 이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던 중 26살의 나이로 처음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창업 아이템은 늘 ‘내가 진정한 사용자가 되는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소신이다. 화장품부터 유아용품과 유기농 식재료 배송 서비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 플랫폼 ‘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데스밸리를 넘기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금이나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여러 번 은행 문을 두드렸다. 매번 발품을 팔고 가슴을 졸이는 대출 상담 과정에서 소비자는 ‘절대 을’이었다. 그는 “눔을 정리한 이후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소득이 잡히지 않다 보니 상담조차 받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문전박대를 당하며 또 한번 창업가 DNA가 가동됐다. 어려운 대출을 쉽게 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는 구상이었다. 그렇게 2015년 핀다를 시작할 때만 해도 모바일뱅킹은 환전이나 간단한 송금 정도의 제한적인 서비스만 가능했다. 특히나 대출상품은 온라인으로 상담도 받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 1개의 금융기관만 중개할 수 있는 1사 전속주의 규제 가이드라인 탓에 다양한 금융사의 대출상품 정보를 제공할 수도 없었다. 이 대표는 “해당 금융기관에서 신용등급별로 실행됐던 금리의 전월 평균치를 보여 주는 등 우회적인 정보를 제공했지만, 결국 나의 한도와 금리가 궁금한 고객에게는 해답이 될 수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트래픽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다음카카오, 토스, 번개장터 등 다양한 플랫폼에 입점해 영역을 넓혔지만, 제한적인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었다. 만 3년차였던 2018년에 핀다는 본격적으로 데스밸리에 진입했다. 2016년에 두 번에 걸쳐 받았던 투자금 15억원가량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였다. 매출도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고 있었다. 회사의 갈림길이었다. 사업을 포기하거나, 당장 수익은 창출하지 못해도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할 시스템을 갖춰 놓거나. 이 대표는 후자를 택했다. 금융기관 20~30곳과 제휴해 수수료를 받지 않을 테니 고객이 바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연결해 달라고 제안했다. 투자자를 찾지 못해 대출을 받아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며 버텼다. 이 대표는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규제가 풀릴 것이라고, 모든 게 디지털화되고 있으니 금융도 언젠가는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2019년 규제샌드박스에 선정되면서 그 믿음이 현실이 됐다. 이후 올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서비스 인가를 받으며 규제 리스크가 해소된 상태다.●스타트업 건강한 엑시트 사례 늘어나야 이 대표는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와 ‘부부 창업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부부가 동업을 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에서 각자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사뭇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에 도전하게 된 것도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 황 대표의 영향이 컸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2학년 때 짝이었어요. 그러다 중3 때 남편은 유학을 갔고, 드문드문 연락을 이어 가다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귀국한 남편과 연인이 됐죠. 당시 저는 직장인이었는데 퇴근하고 남편을 만나러 가면 자연스레 아이디어 회의에도 함께하게 되고 자료 분석도 도와주면서 창업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이 대표가 커리어 관리를 위해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준비할 때도 “네가 공부를 해서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뭐냐. 네가 하고 싶은 사업을 일단 벌려 보라”고 조언해 준 사람이 남편이었다. 지금도 남편은 가장 큰 조력자다. 비슷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힘들 때는 공감해 주고, 정보나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아들을 출산하며 ‘워킹맘´이라는 이름도 획득했다. 주말도 따로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창업자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들의 조력이 필수다. 이 대표는 워킹맘을 희생의 상징으로 미화하기보다 실제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사회 분위기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례로 싱가포르에서는 여성이 출산 후 복직하면 소득세 일부를 나라에서 환급해 준다”면서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는 게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선택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스타트업 열풍이 불면서 초기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엔젤투자’는 활성화됐지만, 여전히 후발 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레이터 스테이지 투자’는 제한적”이라면서 “더 나아가 스타트업에 결승선과 같은 ‘엑시트’ 사례가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엑시트는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의 방법으로 투자자가 기업 가치를 현금화하는 전략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무적 이익을 실현해 다른 신생기업에 투자할 자금과 유인 동기를 얻게 되고, 스타트업은 유니콘기업으로 도약하게 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한 퍼즐이다. “사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한 것은 주로 똑똑한 인재들을 싸게 영입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 왔어요. 기업 자체를 육성할 수 있는 건강한 엑시트 사례가 늘어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스타트업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 [사설] 美 금리 인상 경고음, 가계부채 출구전략 시급해

    [사설] 美 금리 인상 경고음, 가계부채 출구전략 시급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최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착수한 가운데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이 현지시간 그제 온라인 행사에 참석해 빠른 경제 회복과 높은 물가상승률을 근거로 내년 말 이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기 금리 인상에 선을 그었던 연준 최고위층이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들은 한술 더 떠 내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요란한 상황이다. 기축 통화국인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충격파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대외 여건 변화에 취약한 신흥국들이 자금 유출 등으로 타격을 받게 되면 한국으로 위험이 전이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좇으면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이 이미 금융불균형 해소에 중점을 두고 기준금리 인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우리의 기준금리(0.75%)와 미 기준금리(0.00~0.25%)의 격차는 0.5∼0.75% 포인트 수준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0.5%에서 0.75%로 올렸다. 오는 25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최소 1~2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1.25~1.5% 안팎까지 올릴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이지만 통화 당국은 주도면밀하게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하강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국가·기업·개인 등 3대 경제주체들의 천문학적인 부채 뇌관을 건드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부채가 늘어난 서민과 중소기업 등의 부담이 커지면서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걱정도 많다. 금리 인상에 앞서 충격을 최소화하는 출구전략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신속한 시장 안정 대책과 함께 금융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재정·금융 정책 등 보완책 마련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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