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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신 롯데백화점 여직원 평소 실적압박 시달려”

    서울 동대문구 롯데백화점에서 40대 여직원 김모(47)씨가 투신해 숨진 가운데 유족 측이 온라인을 통해 “백화점의 매출 실적 압박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씨의 딸이라고 밝힌 A(22)씨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엄마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너무 억울하고 슬프고 힘들어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엄마가 일하던 백화점에 매니저가 새로 들어오면서부터 엄마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다고 한다”면서 “매출 압박부터 해서…심지어는 가매출을 하라고까지 했다. 그로 인해 엄마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그런데 백화점 측에서는 ‘개인 재정 사정에 의한 자살이다’, ‘백화점 측에서 2억의 합의금을 받았다’, ‘매니저에게 욕설을 보냈다’는 등 허위 사실의 기사가 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합의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1일 오후 10시쯤 근무하던 백화점 3층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투신 직전 동생과 남편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 사랑하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는 또 의류매장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과 관리자 등 32명이 함께 대화하는 카카오톡 그룹 대화창에 “대리님(백화점 관리 직원),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드리고 힘들어서 저 떠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날 김씨의 동생과 동료 직원 등을 불러 조사했으나 진술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동생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매장을 관리했던 대리와 마찰이 있었고 매장 매니저로서 실적 압박에 힘들어했다”면서 “가족이나 다른 직원 카드를 사용해 가매출을 해야 했던 부분에 대해 괴로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 2명은 “압박을 느낄 수준은 아니었고, 대리와 개인적인 감정 문제도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백화점 측은 “경찰 조사에서 그러한 압력이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 공식 사과하겠지만 지금까지 가매출을 시켰다는 등 실적 압박이 심했다는 점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커버스토리-주부 우울증] 파주서 …청주서… 그녀들의 극단선택 아픈 사연

    [커버스토리-주부 우울증] 파주서 …청주서… 그녀들의 극단선택 아픈 사연

    파주 지난 21일 오후 7시 45분. 경기 파주 119센터에 다급한 목소리의 30대 후반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아파트 출입문 번호키를 누르고 현관에 들어서자 아내(32)가 목에 피를 흘리며 왼손에 흉기를 들고 자신과 마주 서 있다”는 신고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애기들 보러 가자”고 말했으나 남편은 두려운 생각에 꼼짝을 할 수 없어 119에 전화를 걸었다. 흉기를 들었다는 말에 전화는 112로 넘어갔고, 5분 만에 강력계 형사들이 아파트에 들이닥쳤다. 아내는 안방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왼손에 든 흉기를 목에 대고 있었다. 형사들은 즉시 흉기를 빼앗아 아내를 제압했다. 그러나 만 1살을 겨우 넘긴 큰아들은 이미 침대에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지난 5일 태어난 작은 아들은 방바닥에 누워 있었으나 한눈에 봐도 위급해 보였다. 두 아들 모두 목 부위에 치명상을 입은 뒤였다. 남편이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가게를 다녀오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은 겨우 15분이었다. 그 짧은 틈에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119구급대가 즉시 큰아들 손목을 잡고 가슴에 귀를 댔으나 맥박이 잡히지 않았다. 가쁜 숨을 쉬는 작은아들은 급히 일산백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같은 날 밤 10시 15분 끝내 숨졌다. 아내는 지난해 1월 큰아들을 임신 중일 때부터 성격이 급변했다. 이름을 불러도 잘 듣지 못하고 웃지도 않았다.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임신 우울증’이라고 했다. 약을 먹고 치료를 받자 금세 좋아졌다. 그러나 이달 초 둘째를 낳은 뒤 재발했다. 친정아버지가 찾아와 딸의 이름을 불러도 다른 곳을 쳐다보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편은 경찰에서 “심각하다. 다시 병원을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사고가 난 것”이라며 좀 더 빨리 병원을 찾지 않은 자신을 원망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좀 더 지내지 못한 것도 후회가 됐다. 병원 정신과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는 아직 아들 둘이 숨진 사실을 모르고 있다. 청주 지난 2월 21일 오전 8시 20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의 한 아파트. 주부 이모(42)씨는 남편이 출근한 이후 갑자기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급습했다. 안방에서 주방으로 나와 싱크대에 보관하던 식칼을 꺼냈다. 자살을 결심한 이씨는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딸(11·초등 4년)을 본 순간 딸의 걱정이 밀려왔다. 자신이 하늘나라로 가면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할 딸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딸도 함께 죽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평소 엄마를 잘 따르고 착했던 딸은 죽어도 천당에 가서 지금보다 행복할 것만 같았다. 결국 이씨는 잠자는 딸의 목을 흉기로 한 차례 찌른 뒤 자신의 목을 수차례 찔러 자해를 시도했다. 방에 있던 아들(15)이 동생의 비명소리를 듣고 나와 이 광경을 목격하고 119에 도움을 청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은 침착하게 엄마와 동생을 지혈했고, 신속하게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해 모녀의 목숨을 구했다. 끔찍한 이날 사건도 이씨의 우울증이 가져온 참극이었다. 이씨에게는 결혼 후 2007년 약간의 우울증 증세가 찾아왔다. 결혼 전 있었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남들보다 뒤떨어진다는 절망감이 누적돼 왔던 게 원인이었다. 이씨는 11차례 병원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되자 치료를 끊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일 뿐,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절망감은 이씨를 계속 괴롭혔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청소일을 하기 위해 나가던 어린이집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일을 빨리빨리 하지 못한다는 핀잔을 듣자 이씨의 절망감은 더욱 심해졌다. 이씨는 자책하면서 사고 발생 2주 전 어린이집을 그만뒀고, 이때부터 우울증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열등감이 하루종일 계속됐고, 이런 정신적 고통은 불면증으로 이어졌다. 2주 동안 잠을 못 잤고, 음식도 먹지 못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에서 혼자 먹지 못하는 술까지 마셨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사고 당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결국 가족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에 대한 절망감과 사회에서 이씨를 바라보는 그릇된 시선이 우울증을 키운 것 같다”면서 “이런 이씨를 돕기 위해 남편이 곁에서 애를 썼지만 참극을 막지는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씨는 처벌보다 치료가 중요하다는 검찰의 판단에 따라 지난 4일 석방됐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이씨가 우울증을 장기간 치료하지 않다가 병세가 악화돼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의 딸도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길 간청했고 남편도 부인을 꼭 치료하겠다며 선처를 당부했다. 영주 지난해 8월 24일 오후 7시쯤. 주부 김모(42)씨는 4살과 2살 난 아들을 데리고 경북 영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대구 동구 신서동 한 아파트로 향했다. 이 아파트는 김씨가 결혼하기 전 살았던 곳. 아파트에 도착한 김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13층으로 올라가 아들 2명을 안고 계단을 통해 투신했다. 투신한 이들 모자가 아파트 앞 화단에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 119구조대 등에 신고했다. 하지만 발견 당시 두 아들은 숨진 상태였으며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투신은 우울증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결혼한 김씨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 남편(47)과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늦은 결혼이었지만 김씨 부부는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잉꼬부부였다. 늘 행복할 것만 같았던 김씨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결혼 3년 만인 2009년이었다. 당시 돌을 지난 첫째 아들이 말을 못하고 이상한 행동을 했다. 처음에는 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하다 아이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2010년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나왔다. 자폐증이라는 것이었다. 김씨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둘째 아들에게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둘째도 첫째와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 설마 하고 병원을 찾았으나 발달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첫째 아들이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지 꼭 1년 뒤다. 이때부터 김씨에게 무서운 병이 찾아왔다. 두 아들이 아픈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자책이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1년 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했지만 큰 차도가 없었다. 김씨는 주변 사람에게 “나의 잘못이다. 사는 것이 힘들다. 죽겠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김씨의 남편은 김씨와 두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가 자살하던 날도 김씨의 남편은 2년과 1년여 동안 치료를 했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 두 아들을 위해 서울의 유명 병원을 찾았다. 아들을 입원시켜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병원 일을 본 뒤 집에 전화를 한 김씨 남편은 부인이 전화를 받지 않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김씨가 평소 “죽겠다”고 한 말이 머리에 스쳤기 때문이다. 처가에도 김씨를 찾아보라고 전화를 했지만 이미 김씨는 두 아들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경찰은 “김씨가 둘째 아이가 발달장애로 판명난 뒤 우울증을 앓았지만 1년 동안 약만 먹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빚 고민? 매출 압박 스트레스? 롯데백화점 여직원 투신 자살

    40대 백화점 여직원이 극심한 채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신의 근무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여직원이 매장에서 실적 압박에 시달린 정황이 나타나 사망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10시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3층 화단에서 이 백화점에서 일하던 김모(4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지난 2월부터 이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해 왔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2년 전 투자한 펜션 사업이 실패하고 최근 집을 가압류당하는 등 채무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가 여러 해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해 왔고 숨지기 직전 남편에게 ‘딸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 등으로 미뤄 백화점 7층 야외 테라스에서 3층으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씨 사망이 백화점의 매출 실적 압박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과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 파문이 일 조짐이다. 김씨가 사망한 이후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김씨가 백화점 측에서 매출 스트레스를 받아 투신했다. 한 매니저가 극심한 매출 스트레스를 받다 모든 직원이 퇴근한 후 근무하던 백화점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죽기 전 파트 리더(관리급 대리)에게 문자로 욕을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실제로 김씨의 휴대전화에도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드리고 저 힘들어서 떠납니다”라고 회사 직원에게 쓴 모바일 메신저 문자가 발견됐다. 백화점 측이 김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도 “실시간 매출을 조회하라”, “오늘은 500이라는 숫자를 가까이 하라”는 등 실적을 채근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씨의 가족은 “매일매일 시달려 도저히 못살겠다고 말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 측은 김씨가 근무하던 매장의 실적이 높은 편이어서 실적 압박을 할 정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대낮 명동 한복판서 30대 계약직 투신자살

    서울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건물 옥상에서 30대 남성이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4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11층 건물 옥상에서 신모(39)씨가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쿵 소리가 나서 봤더니 사람이 떨어져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과 건물 옥상에서 신씨의 가방과 발자국이 발견된 점을 토대로 신씨가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 가방에서 빈 소주병과 현금 50만원, 담배 등이 발견됐으며 유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씨의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계약직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신씨가 평소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목격자와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잠에서 깬 소냐, 꿈·현실 사이 혼란을 겪고…

    잠에서 깬 소냐, 꿈·현실 사이 혼란을 겪고…

    호텔 청소부로 일하는 소냐는 투신자살한 손님을 목격하던 날 클럽에서 귀도라는 전직 형사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어느 날 귀도가 경비원으로 일하는 갑부의 저택에 강도가 든다. 소냐는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깨어나지만 귀도는 목숨을 잃는다. 경찰은 소냐가 강도와 한패가 아니었는지 의심한다. 소냐는 죽은 귀도의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얼마 후 소냐와 같이 일하던 동료가 의문의 자살을 한다. 소냐는 평소 추파를 던지던 직장 상사에게 납치돼 생매장을 당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된다. 귀도는 멀쩡히 살아서 그녀를 간호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이때부터 꿈에서 보았던 환영과 현실 사이의 복잡한 퍼즐 맞히기가 시작된다. EBS가 19일 밤 11시 15분 방송하는 주세페 카포톤티 감독의 ‘더블아워’는 지난 200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리메이크 판권경쟁이 불붙었던 화제작이다. 영화는 고독한 남녀의 쓸쓸한 사랑이야기로 출발하지만 여주인공이 총을 맞은 뒤부터 스릴러와 공포 장르를 오간다. 소냐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며 반전을 겪는다. 이때부터 느와르에서 익숙하게 다뤄온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심리게임이 펼쳐진다.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찍던 신인감독 주세페 카포톤티는 로맨스와 스릴러, 심리 드라마, 누아르가 뒤범벅된 영화를 꽉 짜인 편집과 아슬아슬한 속도감으로 끝까지 몰아간다. 예술영화 스타일의 느린 전개방식 탓에 내용보다는 스타일에 눈이 간다. 감독은 좀처럼 암시나 복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아픔을 가진 도시 남녀의 외로움과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놀라운 반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독의 속임수다. 어느 순간 불쑥 던진 단서를 가지고 관객은 영화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크세니아 라포포트는 근심과 외로움, 연약함 등 복잡미묘한 단면을 지닌 소냐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2009년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볼피컵)을 받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현직 의원 외아들, 18층서 투신

    현직 국회의원의 외아들 김모(15)군이 15일 오후 4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18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졌다. 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김군이 사고 직전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이 녹화돼 있으며 옥상에서는 김군의 운동화가 발견됐다.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김군이 스스로 뛰어내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김군의 부모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DB를 열다] 1962년 한강인도교 자살방지 안내판

    [DB를 열다] 1962년 한강인도교 자살방지 안내판

    우리 사회에서 자살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시골에 사는 젊은 처자가 당산나무에 목을 매 죽었더라도 쉬쉬하면서 넘어갔겠지만, 도시의 특정 장소에서 자살 사건이 지속되고 나서는 언론에도 흔한 기사의 소재가 되었다. 특정 장소란 바로 다리가 놓인 한강과 같은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한강에 인도교와 철로가 놓여 쉽게 물로 뛰어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자살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했다. 생활고, 가정불화, 질병, 치정 관계, 취업난 등 자살의 원인도 지금이나 다를 바 없었다. 먹일 것이 없는데 젖먹이가 배가 고파 보챈다고 엄마가 죽고, 시어머니의 학대를 못 이긴 며느리가 몸을 던지고, 실연한 청년이 배를 타고 놀다가 갑자기 강물에 뛰어들었다. 1923년에는 투신이 계속되자 다리에 전등을 설치하고 난간에는 철망을 치는 한편 망보는 사람도 두기로 했다는 기사가 있다. 1930년에 한강에 투신자살한 사람이 55명이나 되었다. 1950, 60년대에는 전후에 궁박한 삶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의 투신 사건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62년 6월부터 7월 20일까지 짧은 기간에 한강에 투신했거나 하려 한 사람이 113명이 됐다고 하니 엄청난 숫자다. 한강인도교 주변에는 자살방지상담소 직원들이 상주하며 자살 기도자들을 설득하고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활동을 했다. 한편으로 사진과 같이 ‘잠깐만 참으라’고 설득하는 팻말도 세워 놓았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학폭피해자 보상금 年 3억5000만원… 1인당 평균 166만원

    학폭피해자 보상금 年 3억5000만원… 1인당 평균 166만원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학교안전공제중앙회(www.ssif.or.kr)가 전국의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게 지급한 보상금이 3억 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 치료비 집행현황’에 따르면 공제회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올해 4월 3일까지 모두 250건의 학교폭력 피해보상 신청을 받았다. 공제회는 이 가운데 211건에 대해 3억 5085만원을 집행했다. 피해 학생 한 사람이 받은 평균 보상금은 166만원이다.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지난해 4월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피해 학생의 치료비와 요양비, 심리상담 비용 등을 보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피해 사실이 인정되면 피해 학생 가족이 보상을 청구하고 공제회가 가해 학생 부모에게 보상금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해 돈을 회수하는 구조다. 공제회는 원래 학교 안전사고 예방 등을 담당하기 위해 2007년 교육부가 설치한 기구다. 피해 유형별로는 치료 및 요양이 2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심리상담이 45건으로 뒤를 이었다. 치료요양을 받으며 심리상담을 병행한 사례는 14건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보상금 지급 총액은 서울이 67건에 9902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개인별 최대 보상금 사례는 왕따로 고통을 호소하던 여중생이 투신한 뒤 후유 장애를 입어 3400만원을 지급받은 경우다. 동급생에게 폭행을 당한 한 중학생은 750만원을 치료비로 지급받았고, 선배에게 폭행당한 중학생은 680만원을 보상받았다. 공제회는 접수 내역 가운데 쌍방 합의로 치료비 보상이 이뤄진 사례 등은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이번엔 교육행정 공무원이… “업무 과중” 잇단 자살

    올해 들어 3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지난달 2명의 교육 행정직 공무원들이 연달아 목숨을 끊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교육청 본부를 비롯한 학교 행정직 공무원들은 일괄적인 정원 감축과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 추진 이후 학교 행정직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 수준이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충북 진천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던 행정직 9급 공무원 한모(35·여)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씨는 함께 일하던 행정실장이 지난 2월 초 병가를 낸 이후 대체 인력 없이 3월 한 달 동안 25일이나 야근을 하는 등 격무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흘 뒤인 지난달 28일에는 전북 전주의 한 중학교 행정 9급 공무원 김모(3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무지를 옮기기 위해 교육 행정직 시험에 응시한 늦깎이 신입 공무원 김씨는 부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교사들의 고유업무였던 교원 호봉 책정 등 핵심업무를 맡아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해당 중학교에서는 석 달 새 행정직원 3명이 교체되는 등 인수인계와 업무부담 때문에 주말에도 야근을 했다”고 주장했다.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육 행정직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충북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장이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건에 대한 원인을 두고 과중한 업무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학교 행정 공무원들은 과도한 업무와 학교조직 내 비주류로서 겪는 차별 등이 자신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24학급 이상 중·대규모 학교는 3명, 그 이하 소규모 학교의 경우 행정실장 1명이 학교의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상황에서 최근 교원들의 행정업무까지 떠넘겨지는 ‘폭탄 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지역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고 있는 이모(37·여)씨는 “행정실 직원들이 담당하는 업무가 25가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사이트가 24개나 된다”면서 “전문 지식도 없는데 학교 건물 공사의 감독, 준공, 지출 책임까지 맡아야 하는 등 심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상상 초월”이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 행정실 공무원 이모(37·여)씨는 “남들은 서러우면 교사를 하라고 하는데 학교에는 교사만 있는 줄 아는 현실이 더욱 서럽다”고 말했다. 전공노 교육청 본부 측은 교육 행정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 각 교육청과 교육부 측에 학교 행정실의 과중한 업무 개선과 총액 인건비제 폐지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전태영 전공노 교육청본부 사무차장은 “교원 행정업무 경감과 함께 행정실 업무 폭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DB를 열다] 1971년 성탄절 대연각호텔 화재

    [DB를 열다] 1971년 성탄절 대연각호텔 화재

    1971년 12월 25일 성탄절 아침의 고요를 깨뜨리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서울 충무로 22층짜리 대연각 호텔에 큰불이 난 것이다. 불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1층 커피숍에서 프로판가스가 폭발해 일어났고 2m쯤 떨어져 있던 가스레인지로 옮겨 붙으면서 삽시간에 번졌다. 소방차만으로 진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군 헬기와 미8군 헬기, 대통령 전용 헬기도 동원되었지만 건물 주변을 빙빙 돌기만 했을 뿐 구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호텔 안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었고 탈출용 밧줄도 없었다. 고가사다리차가 있었지만 겨우 8층까지밖에 닿지 않았다. 그러니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전체 건물에 옮겨붙은 불은 10시간이 지나서야 꺼졌다. 사망자만 163명에 이르렀다. 대연각 화재는 세계 최대의 호텔 화재 사고로 기록돼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 사고를 모델로 삼아 ‘타워링’이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타워’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가관인 것은 남의 집 불구경하듯 수만 명의 시민들이 호텔 주변에 모여 불이 옮겨붙고 투숙객들이 탈출하는 과정을 재미 삼아 구경한 것이다. 택시를 타고 현장으로 가서 불구경을 한 사람도 있었다. 사진은 질식 직전에 이른 투숙객이 매트리스를 들고 아래로 투신하는 모습을 당시 서울신문 사진부 김동준 기자가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은 제10회 보도사진전에서 특상을 받았다. 화재 사고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았고 호텔은 화재 후 수리해서 ‘고려 대연각타워’로 남아 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서강학파’ 보은인사 ‘4대천왕’ 사퇴할 듯

    4일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내정된 것은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정권 창출에도 기여한 인수위 출신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금융권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서강학파’로 분류되는 홍 내정자는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을 지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이날 사임한 데 이어 금융 당국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향해서도 공개적으로 퇴진 압박을 넣어 ‘4대 천왕’의 줄사퇴가 불가피해 보인다. 홍 내정자는 국제금융 부문에서 이름을 쌓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창립 회원이기도 하다. 대학 동문인 박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인 경제·금융 정책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업무 처리가 꼼꼼하고 분석에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정보·기술(IT) 제품의 얼리어댑터(Early adopter·새로운 제품을 먼저 구입하는 소비자)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금융실무 경험이 전무한 점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인수위원과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겸직했다가 논란이 일자 그만두기도 했다. 인수위 시절 숱한 기행(奇行)으로도 유명했다. ‘뻗치기’(무작정 취재원을 기다리는 것) 중인 기자들에게 귤을 나눠줘 ‘귤 아저씨’로 불렸는가 하면 “팔 잡지 마라. 성감대다”라는 성감대 발언으로 눈총을 샀다. 청명한 날씨에 우산을 펴고 출근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지낸 전성빈 서강대 교수가 부인이다. 산은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 관계자는 “금융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산은이라는 거대 조직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반면 정권의 실세로 꼽히는 만큼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산은금융지주 회장 발표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팔성 회장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잘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자진 사퇴를 주문했다. 우리금융 회장의 적임자를 묻는 말에는 “정부의 민영화 방침과 철학을 같이할 수 있는 분”이라고 답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과 관련해 신 위원장은 “오는 6월까지 민영화 방식을 정할 것”이라며 “일괄매각이든 분할매각이든 전체적으로 다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금융은 무조건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공공 측면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이 특정 인사나 계층의 소유물로 인식돼선 안 된다”면서 “금융권에 투신해 은행장도 하고 지주사 회장도 하는 ‘스타’가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제도에 대해선 “(역할이 너무 약하거나 강한) 극단에 치우쳐 있다”며 사외이사들이 서로 추천해 재선임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효녀 딸에게 미안해” 90대 노부 투신

    90대 노인이 10년 동안 자신을 돌봐준 딸에 대한 미안함을 못 이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30일 낮 12시쯤 김모(95)씨가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아파트 자신의 집 20층 베란다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파트 자물쇠가 안에서 잠겨 있었던 점, 집안에 침입 흔적이 없고 창문 아래 의자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60대 딸이 산에 약수를 뜨러 간 사이 할아버지가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점심에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기로 약속했지만, 딸이 산에서 물을 떠 왔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목숨을 끊은 뒤였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부인과 사별한 10년 전부터 딸과 단둘이 살아왔다. 딸은 동네에서 소문난 효녀였지만 김씨에겐 오히려 그런 착한 딸이 미안함을 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평소 딸에게 “네 앞길을 막고 있으니 내가 빨리 죽어야지”, “내가 아파 누워 있으니 네가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는구나”라는 말을 해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서나 우울증 약은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유관순 열사의 고독한 외침 되새긴다

    유관순 열사의 고독한 외침 되새긴다

    서울 서대문구는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렀던 서대문형무소 여옥사를 원형 그대로 복원해 다음 달 1일 개관식을 갖는다고 27일 밝혔다. 여옥사는 1918년 일제가 서대문형무소에 여성 독립운동가를 별도 수감하기 위해 신축했다. 1979년 서울구치소로 운영할 당시 여옥사는 철거됐고 교도관들 사이에서 여옥사 터에 대한 내용이 구전으로만 전해져 내려왔다. 1990년 정부가 여옥사 터를 발굴해 지하공간을 확인하고 1992년 지하감옥이 복원됐다. 200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종합 보수 정비 과정에 일제 강점기 당시 여옥사 관련 설계도면이 발굴됐다. 구는 2011년 도면에 따라 문화재청과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복원사업을 진행해 왔다. 구는 복원사업과 함께 175명의 무명 여성독립운동가를 새로 발굴하는 성과도 거뒀다. 여성 독립운동이 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훈을 받은 여성은 170여명으로 전체 독립운동가 1만 6000여명 가운데 1.7%에 불과했다. 구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상징하는 유관순 조각상을 설치하고 세브란스 간호사로 재직 중 독립만세운동을 전개한 노순경, 수원지역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 김향화, 버스 차장으로 독립운동으로 투신했다가 모진 고문으로 순국한 고수복 등 여성 독립운동가의 사진자료도 새로 발굴해 전시한다. 구는 개관식에서 여옥사 복원 직무유공 표창, 극단 서라벌의 상황극 ‘재현 1919’, 이정희 명인의 ‘도살풀이춤’ 등 기념공연을 펼친다. 문석진 구청장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 점령한 뒤 항거하는 수많은 애국지사를 투옥시키기 위해 지은 감옥이 서대문형무소”라면서 “여성 독립운동가의 얼을 기리고 독립·자유·평화·민주 정신을 기리는 교육의 현장으로 우뚝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멘토의 추락, 멘티는 절망

    멘토의 추락, 멘티는 절망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사람이 이렇게 이중적이었다는 사실에 충격….” “부도덕한 지식인의 시대다.” 열광과 존경이 실망과 경멸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사회의 멘토이자 지식인의 표상으로까지 불렸던 이들의 잇따른 몰락이 대중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스타강사로 방송과 출판계를 주름잡았던 김미경씨의 석사학위 논문 조작 파문이 채 식기도 전에 국내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이자 국제앰네스티 집행위원인 고은태 중부대 교수가 추문에 휩싸였다. 인권운동가의 가면을 벗긴 것은 입에 담기도 민망할 정도의 추악한 성희롱이었다. 21일 새벽, 트위터에는 ‘지*’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여성이 “고은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20대이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몸담았다고 밝힌 이 여성은 고 교수가 자신에게 변태 성관계를 맺자고 제안하거나 특정 부위 사진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오른쪽 발 세 번째 발가락에 키스하고 싶다고 했다” “다 벗기고 엎드리게 한 후에 엉덩이는 올리게 해서 때리게 하고 싶다던 분”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이 ‘음해’라는 반응을 보이자 이 여성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소문이 확산되자 고 교수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카카오톡 대화가 있었다”면서 사실관계를 인정한 뒤 “죄송합니다”라는 트위트를 남기고 잠적했다. 네티즌들은 성희롱 등을 파렴치 범죄로 규정했던 고 교수의 과거 발언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언론인 고종석씨가 여성의 과거 발언을 들추며 고 교수를 옹호하고 나섰다가 사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현재 트위터에는 고 교수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또 다른 여성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고은태 교수와 관련한 성희롱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한국지부 이사회는 이 사건과 관련된 사항을 확인하고 나서 정관과 규정에 따라 징계 등의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 교수 사건과 김미경씨 사건이 지식인으로 일컬어지는 일부 인사들의 이중성이 나쁜 방향으로 발현된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돈, 권력, 성공 등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대중 앞에서는 그와 반대로 윤리와 올바름을 강조하는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두 사람이 청년층의 멘토로 활동하면서, 기존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인기를 모았다는 점에서 이들의 몰락이 청년층에 더 깊은 절망과 사회에 대한 냉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김미경씨의 경우 스타강사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신뢰감을 주기 위해 학벌이라는 가장 좋은 도구를 이용한 사례”라면서 “청년층에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해 온 그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학벌 지상주의 때문에 조급증을 갖고 스스로 무리한 결과”라고 말했다. 세속적인 모습을 감추기 위해 대중들에 내보이는 모습은 더욱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 교수가 인권운동에 투신하고 활동하는 등 겉으로 보이는 행동들이 오히려 자신을 단속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었을 수도 있다”면서 “특히 고 교수는 세련되지 않은 거침없는 언행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지만, 이마저 기존 사회에 대한 반항으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지식인이나 사회적 멘토들의 이중적인 모습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 당시에는 건축가 이창하씨, 스타강사 정덕희씨 등의 학력 위조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기를 모은 한젬마씨와 방송인 정지영씨는 대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몰락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두가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상황에서 대중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멘토만 보게 마련이지만, 그들이 서 있는 건 사상누각”이라며 “현재와 같은 사회 풍토에서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⑥ 지구촌학교서 희망 배우는 ‘흑진주 삼남매’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⑥ 지구촌학교서 희망 배우는 ‘흑진주 삼남매’

    검은 얼굴에 한국식 교복을 입은 중학생 하나가 국내 첫 다문화가정 대안학교인 서울 구로구 오류동 ‘지구촌학교’ 행정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 학교를 졸업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찾은 ‘흑진주 삼 남매’ 가운데 둘째 황용현(13)군이다. 용현이는 20일 학교 설립자이자 삼 남매를 뒷바라지하고 있는 김해성(52) 목사의 부름을 받고 나온 참이었다. 밝은 얼굴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이제 즐거운 생각만 하려고 해요. 제 꿈은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고요. 영화 ‘맨인블랙’에 나오는 윌 스미스처럼 유명해지고 싶어요. 그래야 하늘에 계신 엄마와 아빠가 기뻐하시죠.” 맑게 반짝이는 눈망울에서 쑥스러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엄마, 아빠라는 말을 해놓고 금세 큰 눈에 그리움이 드리운다. 용현이는 2008년 검은 얼굴의 엄마(36)를 잃었다. 그녀는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한 원양어선의 기관장이던 한국인 남편을 만나 이국 만리까지 시집을 왔건만 7년 만에 삼 남매만 남겨두고 세상을 등졌다. 용현이와 누나 도담(14)양, 남동생 성연(12)군은 아빠와 함께 슬픔을 떨치고 열심히 살려고 했다. 2008년 당시 9살, 8살, 7살이던 흑진주 삼 남매의 사연은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됐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엄마가 죽자 아빠는 어린 삼 남매의 엄마 역할까지 했다. 김치찌개도 끓여 주고 아침마다 삼 남매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빗겨 줬다. 소녀티가 나던 도담이가 자신의 검은 얼굴과 곱슬머리를 싫어하자 “아빠와 엄마가 도담이에게 물려준 선물”이라며 달랬다. TV 방영 후에는 이웃들이 삼 남매를 격려해 주었고 학교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2010년 삼 남매에게 또 청천벽력 같은 일이 터졌다. 아빠(당시 40세)가 돌연 부산 태종대에서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 생활고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탓이었다. 이때 아무도 돌보려고 하지 않는 삼 남매를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 일을 하던 김 목사가 거뒀다. 삼 남매는 먹고사는 걱정을 덜었지만 비극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방황했다. 맏딸 도담이는 중학교 입학 2개월 만에 자신의 손목을 면도칼로 4차례나 긋고 자살을 시도했다. 한국인 학생들의 놀림감과 왕따의 대상이었던 삼 남매는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김 목사가 포스코와 익명의 후원자 등의 도움을 받아 지구촌학교를 세운 게 이 즈음이다. 2011년 11월 정규학교로 등록된 지구촌학교에는 현재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과테말라 등 16개국 출신 99명의 학생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입학한 한국인 학생도 8명 있다. 학생 수는 적어도 교사가 25명이고 수업료 등 모든 비용이 무료다. 그럼에도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한국어와 영어, 출신국 언어 등을 배우고 태권도와 합창, 체험 학습 등의 체계적인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는 늘 시끌시끌하고 학생들의 표정이 무척 밝다. 학교를 옮긴 삼 남매의 태도도 달라졌다. 막내 성연이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인기가 좋은 한국인 학생 후보는 마치 국회의원 선거를 하듯 공약을 발표하고 모여서 구호를 외치며 ‘선거송’도 불렀다. 반면 성연이는 인도나 모로코 친구들조차 아는 척하지 않거나 겸연쩍어하며 피했다. 선거 유세 마지막 날 성연이가 단상에 섰다. “얘들아, 내 얼굴이 까맣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도 까매.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출신이고 나는 엄마가 가나에서 왔기 때문이야. 나도 오바마 대통령처럼 되고 싶어.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우리 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어. 날 도와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한국인 학생들도 따라서 박수를 쳤고 성연이는 압도적인 표 차로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성연이는 혹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면 꼭 지구촌학교에도 들러 달라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그런 내용의 영문 편지도 백악관에 보냈다. 사실 막내 성연이의 꿈은 축구 선수다.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FC 소속 강수일 선수가 성연이의 전부다. 성연이는 강 선수의 검은 얼굴에 친밀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지구촌학교 중등 과정에 다니는 누나 도담이의 꿈은 모델이다. 벌써 키가 168㎝이고 엄마를 닮은 듯 아프리카 소녀의 맵시가 엿보인다. 도담이는 모델 겸 가수인 장윤주를 좋아한다. 방송국을 찾아가 만난 장윤주로부터 “도담이는 매력적인 피부색과 동양적인 멋이 함께 보인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듣고는 가슴에 꼭꼭 담아 두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학교폭력 정말 대책 없나] 재탕·맹탕 정부대책

    [학교폭력 정말 대책 없나] 재탕·맹탕 정부대책

    2011년 12월 대구 중학생 권모(당시 14세)군이 학교 폭력으로 투신 자살한 뒤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2개월여에 걸친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2월 6일 정부 합동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일년에 두번 학교 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법을 바꿨고 배움터지킴이 등 학생 보호 인력도 8955명에서 1만 633명으로 늘렸다. 치열한 찬반 논란으로 이어졌던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와 일진 경보제 등도 당시 종합대책에 포함됐다. 그로부터 1년 1개월여 지난 2013년 3월. 이번에는 경북 경산에서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최모(15)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군이 남긴 유서를 통해 지난해 시작된 학교 폭력 종합대책이 현장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폐쇄회로(CC)TV와 학생 보호 인력 확충, 대대적인 일진 단속 등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 학생들을 보호해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는 사건 발생 나흘 만인 14일 관계 부처 긴급 차관회의를 소집했지만 처방은 1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새로운 대책이 나올지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기존 정책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CCTV 추가·보완과 학생 보호 인력 확충 등 중점적으로 다뤄진 대책은 이미 지난해 11월 교과부가 발표한 학교 안전 강화 방안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왔다. 정부는 이날 김동연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새 학기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부처별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우선 CCTV 설치·운영, 외부인 출입 관리 등을 3월 말까지 집중 점검하고 경찰청을 중심으로 일진 등 폭력 서클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또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학교 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해 하반기에 후속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자살한 최군이 유서에서 언급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CCTV 설치는 2015년까지 40만 화소 이하 CCTV를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100만 화소로 교체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기준 28곳이었던 통합관제센터는 올해 84개, 2014년 110개, 2015년 14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학교보안관, 배움터지킴이 등 학생 보호 인력은 지난해 10월 1만 633명에서 올해 1만 2771명으로 확충하고 2015년에는 1만 7045명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학교보안관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 관내 556개 국공립 초등학교에서 2명씩 활동 중이며 자원봉사 형식으로 운영되는 배움터지킴이는 현재 전국 7451개 학교에 8355명으로 한 학교당 1.12명씩 배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2월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 폭력 종합대책이 일선 현장에 스며들지 못한 상황에서 사건이 터지자 당시 대응책을 다시 가져다 쓰는 ‘재탕 대책’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학교 폭력 대책에 대한 반성 없이 또다시 실패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학교 폭력의 사각지대는 바로 정부”라고 비판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이번 대책은 학교와 가정, 정부정책의 사각지대가 무엇인지 살펴보지 못한 채 CCTV 사각지대만 살피는 기계적이고 대증적인 사고의 결과”라면서 “최군의 호소는 기계적인 감시만으로 학교 폭력이 감지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교실서 강제로 바지 내려 성추행 담임교사는 폭력 알고도 침묵

    “최군의 집에서 한때 함께 지내기도 한 가해학생 김모군이 여럿이 있는 목욕탕에서 최군에게 자위행위를 시켰다.” 지난 11일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북 경산 고교생 최모(15)군에게 또 다른 성적 가해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경북 경산경찰서는 숨진 최군과 같은 중·고등학교를 다닌 동급생 16명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피해 또는 목격 여부’를 설문조사한 결과 위와 같은 증언을 받았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한 동급생이 성적 가해 행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동급생들로부터 최군이 중학교에 다니던 2011년 7월 가해학생의 강요로 같은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강제로 성기를 내보이는 수모를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동급생 16명 가운데 5명이 최군이 학교 폭력을 당하는 것을 봤다고 답했다. 또 5명 가운데 2명은 최군 말고 다른 학생이 가해학생 가운데 1명으로부터 빵셔틀 등 폭행을 당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전학을 갔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2명이 더 확인돼 피해학생은 최군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우선 최군의 유서에 적힌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15일 잇따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최군의 유서에서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중학교 동창생 권모(15)군은 중학교 때 속칭 ‘짱’으로 통하며 7, 8명이 몰려다니면서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거나 폭행했다고 최군의 중학교 동창생이 경찰에서 진술했다. 또 다른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정모·배모·서모·김모군 등 4명도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에 교내에서 최군을 폭행했다고 동창생들은 밝혔다. 최군의 어머니(47)는 “돌이켜 보면 아들이 중학생이 된 후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몇 가지 징후들이 간간이 보였다”면서 “아들이 하늘나라로 떠난 지금 그것을 미처 막지 못한 게 한으로 남는다”고 울먹였다. 최군이 올해 청도 J고교로 진학한 이후인 지난 6일 또는 7일쯤에도 또 다른 친구 박모(15)군이 학교 기숙사에서 발로 최군의 배를 한 차례 폭행했다는 것. 최군은 이 같은 폭행 탓에 기숙사에 들어간 지 일주일도 안 돼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추측된다. 최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금방 나온다고 하니 순간 이상했지만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으며, 그저 집이 편한가 보다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군이 다닌 중학교는 최군이 폭력에 시달린 사실을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최군이 2011년 여름쯤 학교 폭력을 당했고 담임교사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같은 해 학교폭력방지위원회를 네 차례 열었지만 최군에 대한 폭력과는 관련이 없었다. 한편 경찰이 최군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투신하기 전 한 시간가량 아파트에 머물며 망설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최군은 11일 오전 6시 21분쯤 집에서 나와 경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인근 청도역에 내려 학교 앞에 도착한 뒤 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2학년 선배인 전모(16)군과 함께 학교 주변을 배회하다 버스를 타고 다시 청도역에 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군은 오전 10시 43분쯤 경산역에 내려 인근 정평동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1시~3시 30분쯤 공원을 배회한 뒤 전군에게 돈 500원을 빌려 오후 6시 30분까지 집 주변 PC방에 머물렀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최군은 오후 6시 43분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들어선 모습이 포착됐고 한 시간 후 아파트 현관 지붕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사설] 학교폭력 사각지대 단 한 뼘도 없어야

    고교 1년생 최모(15)군이 지난 11일 학교폭력 대책의 부실을 꼬집은 유서를 남기고 경북 경산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지난 2011년 대구의 중학생 권모군이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이후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희생자만 해도 24명이다. 최군은 유서에 2011년부터 중학교 동창 5명으로부터 폭행 및 금품갈취 등 괴롭힘을 당했으며, 학교폭력은 주로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에서 이뤄진다고 적었다. 형편이 어려운 가해학생 중 1명은 최군 부모가 밥도 해주고 옷도 사주는 등 돌봐줬는데도 괴롭혔다고 하니 이런 배은망덕이 없다. 최군의 말처럼 학교 CCTV는 부실하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감사원이 지난해 교내 CCTV를 점검한 결과 화소가 떨어져 학교출입자 등을 식별하기 어려운 것이 많았고, 감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도 적잖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군의 호소처럼 CCTV 확충이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물론 CCTV 설치가 늘어나면 학교폭력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지만 불량 학생들은 CCTV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폭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겉도는 학교폭력 대책을 지적한 ‘경찰 아저씨들,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서는 100% 못 잡아낸다’는 말에서 교훈과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가 머리를 맞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놨다. 복수담임제 도입, 학교폭력실태 전수조사, 117학교폭력신고센터 설치, 상담조정기능 강화, 인성교육 강화 등 여러 가지를 망라했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학생기록부 기재를 두고 시·도 교육청 간 갈등을 벌이는 등 현장에서 겉돌고 있는 정책도 적지 않다. 차제에 종합대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한번 점검해 미비한 점은 보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책의 실효성과 완성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최군은 학기마다 1회 이상 담임교사와 면담을 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아무리 대책이 좋아도 현장에서 외면받으면 무용지물이다. 당국은 학교폭력 예방 시스템이 왜 일선 학교나 학생들에게서 겉돌고 있는지 그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군 사건뿐만 아니라 이전의 다른 사건도 면밀히 살펴 교훈을 찾아야 한다. 실패 사례 분석을 학교폭력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기 바란다.
  • 3D 무장 ‘지.아이.조 2’ 복면 벗은 이병헌 빛났다

    3D 무장 ‘지.아이.조 2’ 복면 벗은 이병헌 빛났다

    영화 ‘지.아이.조’(2009)는 전 세계에서 3억 246만 달러(약 3295억원)를 벌어들였다. 제작비(1억 7500만 달러)보다 1억 달러 남짓 남겼으니 톡톡히 재미를 본 셈. 파라마운트가 속편 제작에 나선 건 당연했다. 1편의 스티븐 소머즈 감독 대신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 데니스 퀘이드, 조지프 고든 레빗과 시에나 밀러가 빠진 대신 드웨인 존슨과 브루스 윌리스가 합류했다. 특히 스톰쉐도 역을 맡은 이병헌의 비중은 주연급으로 커졌다. 1편에선 늘 흰색 복면을 쓰고 나왔지만, 2편에서는 대부분 장면을 맨 얼굴로 소화했다. 그만큼 북미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지.아이.조 2’(28일 개봉)의 얼개는 간단하다. 파키스탄에서 핵무기 이송작전을 수행하던 최강 특수부대 지.아이.조는 정체불명의 적에게 급습을 당한다. 리더 듀크(채닝 테이텀)는 물론 부대원 대부분 목숨을 잃는다. 로드블럭(드웨인 존슨) 등 세 명만 목숨을 건진다. 살아남은 이들은 자신들이 반역자로 몰려 제거됐음을 알게 된다. 배후에 코브라 군단이 있음을 직감한 로드블럭은 대통령의 정체에 의심을 품는다. 스톰쉐도(이병헌)는 지하감옥에 갇혀 있던 코브라 사령관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다. 미 대통령으로 모습을 바꾼 잘탄과 함께 코브라 군단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1964년 미국 완구회사 하스브로에 의해 탄생해 ‘액션 피규어’(30개 이상의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 모형)란 개념을 만들어냈던 ‘지.아이.조’는 마블 코믹스를 통해 만화로 출간된 데 이어 1985년 TV시리즈로도 만들어졌다. 영화로 재탄생한 ‘지.아이.조’ 또한 역동적인 액션과 악역 배우들의 호연이 맞물려 큰 성공을 거뒀다. 2편 역시 전형적인 ‘팝콘무비’다. 존 추 감독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차원(3D)을 통해 히말라야 산맥과 워싱턴 DC의 액션장면들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특히 드웨인 존슨과 이병헌 등의 격투신을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헌도 “강력하고 다양한 액션이 있어 스트레스를 풀기에 부족함이 없는 팝콘무비”라면서 “요즘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80% 안팎일 만큼 최전성기인 것 같다. 한국영화를 당연히 사랑해야겠지만, 내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도 아껴달라”며 웃었다. 하스브로의 완구에서 출발한 ‘트랜스포머’처럼 ‘지.아이.조’ 역시 속편 완성도에 대한 의견은 엇갈릴 듯하다. 고유한 서사를 가진 원작이 없는 태생적 한계인 셈. 액션의 참신함은 떨어지고, 드라마는 느슨해졌다. 히말라야 암벽에서 닌자들이 펼치는 아찔한 액션 등 3D의 공간감과 입체감을 살린 장면들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1편에서 특수무기로 에펠탑을 무너뜨리는 장면 같은 압도적 볼거리는 없다. 지.아이.조 군단과 맞서는 코브라군단의 전투력도 1편에 비해 무기력하다.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쉐도다. 한국배우이기 때문은 아니다. 스톰쉐도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인 캐릭터다. 식스팩을 드러낸 채 물오른 액션은 물론, 코브라 군단의 음모에 휘말려 악인의 길을 걷게 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까지 드러낸다. 이병헌은 “1편에서는 복면 때문에 눈빛과 몸짓만으로 표현해야 했다. 2편에서는 복면을 쓰지 않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감정 표현이 수월했다. 오랜 기간 누명을 쓰고 살아온 스톰쉐도는 겉으론 차갑고 시니컬하지만 내면에는 트라우마가 있는 어두운 인물이다. 2편에서 비밀이 밝혀지면서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대목을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지.아이.조 2’는 애초 지난해 6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9개월여 미뤄졌다. 소문이 무성했다. 존 추 감독은 “재촬영을 하게 되면 스태프나 배우들 모두가 고통스러울 게 뻔했지만, 용단을 내려야 했다. 3D가 최상의 답이라 생각됐고, 개봉날짜를 늦춰가면서까지 재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반면, 할리우드의 한 온라인매체는 개봉이 늦춰진 이유가 채닝 테이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편에서 특수부대의 리더를 맡았던 테이텀은 2편에선 일찌감치 사라진다(?). 하지만 1편이 개봉한 ‘서약’ ‘21 점프 스트리트’ 등이 거푸 대박을 터뜨리면서 흥행배우로 부상했다. 부랴부랴 테이텀이 나오는 장면을 재촬영했다는 후문이다. 파라마운트는 ‘지.아이.조 2’의 전 세계 홍보투어 첫 테이프를 한국에서 끊었다. 급부상한 아시아 영화시장과 이병헌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 때문일 터. ‘지.아이.조 2’의 흥행은 파라마운트에도 중요하다. 2011년 19.2%의 시장점유율로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8.4%에 그친 탓에 7위로 몰락했다. 올해도 ‘잭 리처’ ‘가디언즈’ 등의 부진 탓에 파라마운트의 점유율은 6위(7.7%)에 머물고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오늘의 눈] 어떤 실패/홍희경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어떤 실패/홍희경 경제부 기자

    얼마 전 주식으로 1주일 만에 딱 2배 벌었다는 A를 만났다. 종목은 ‘김종훈 테마주’인 키스톤글로벌. 그와의 만남 1주일 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이후 사흘 동안 키스톤글로벌 주가는 연일 하락하며 반 토막을 향해 치달았다. 이 회사 게시판에서 “하한가에라도 주식을 팔았으니 다행”이라고 자위하는 개미들의 투자 실패담을 보고 있으니 김 전 후보의 입각 실패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정도다. 미래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있기 닷새 전인 지난달 12일 이 회사가 단행한 유상증자 때 증자 물량을 배정받은 대주주가 1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둘 뻔했던 것도 없던 일이 됐다. 후보 사퇴가 나온 바로 그날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재등장했고,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던 31개 종목이 하루 만에 평균 9.15% 급등했다. 정치적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시 커졌지만 바로 그 때문에 테마주 재료로서의 ‘안철수 가치’는 한층 높아졌는지도 모르겠다. 기업경영 대신 이제는 정치에 투신하겠다는 안 전 후보이지만, 그에겐 여전히 안랩 지분(18.6%)이 남아 있다. 지난해 보유 지분의 절반을 기부재단인 안철수재단(동그라미재단)에 쾌척했지만, 주식 가치가 올랐기 때문에 크게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그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기 전인 2000년 1만 5000~2만원대이던 주식이 정치 테마주로 묶이며 한때 16만 8000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안 전 후보는 정치 참여 전보다 10배 뛴 주식의 절반을 기부했으니 당시에 5배는 이익을 보고 있던 셈이다. 이런 측면 때문에 반대 지지자들에게 비판을 받기는 했어도 그의 기부가 사상 최대의 사회 환원이란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선이 끝난 뒤 안랩 주가는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안랩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계좌는 18만 7550개(2640억원)이고, 이 중 90%는 개인 투자자 손실이었다. 이 손실도 안 전 후보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는 개미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부추긴 일이 없다. 자신의 멘토였던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처럼 테마주 재료로 주가가 10배 이상 뛴 시점에 보유지분 전량을 팔아 400억여원의 차익을 실현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의 재등장 방식에 있다. 꼭 기업이 공시를 내듯 측근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원 재보선에 도전한다는 깜짝 발표를 하며 재등장해야 했을까. 안 전 후보의 귀국날인 11일까지 시장이 온갖 억측과 불확실성에 기댄 기대감을 갖는 것을 방관해도 되는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 시장이 불확실한 추측을 할 여지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유력 정치인으로서의 결기를 보여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인가. 임박한 안 전 후보의 재등장을 기대하며 관련 테마주 주가가 연일 요동치는 것을 안 전 후보가 통제할 길은 정말 없었던 것인지, 시장은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쉽다.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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