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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채 손배판결 파장

    서울지방법원이 20일 대우채를 매입한 투신사에 대해 고객의 손실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대우채 매입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당국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 하더라도 투신사는 고객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의 부도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을 막기위해 금융기관들이 부실기업 지원에 나서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이때 지원에 동참하지 않은 금융기관들이 ‘기관 이기주의’라고 매도당해온 것이 우리 금융의현실이었다.그러나 법원은 ‘부실기업을 지원해서는 안된다’라는 판단을 내렸다.고객의 재산은 맡아 관리하는 금융기관은 ‘고객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도 우리의 낙후된 금융정책과 관행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현대사태와 여타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금융기관들이 ‘고객의 의사에 반하는’ 부실기업 지원에 강력 반대할 것이분명하다.당국도 고객의 희생을 담보로 한 정책집행이 더이상 어려워지게 됐다. ◆금융기관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해야= 법원은 한국투신이 대우그룹 채권을 새로 취득할 당시 대우그룹의 자금사정이 이미 악화된 상태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대우그룹 채권을 추가 또는 신규로 취득하여 펀드에 편입시킨 것은 펀드가입 고객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았다. ◆한투는 항소= 한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기로 했다. 관계자는 “대우채 매입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조치였던 만큼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금감원 관계자도 “두달전 삼성투신운용을 상대로 현대정유가 전기공사조합과 같은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면서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향후 소송은 어떻게. 전기공사공제조합처럼 소송을 제기할 일반 투자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 회사채나 기업어음 등이 편입됐던 펀드의 총규모가 110조원이고 여기에 편입된 대우채 규모는 35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투신사에 배상책임을 어디까지 추궁할 수 있는지는 각 투자자들의 케이스별로 따져봐야 한다.즉 대우채매입 시점에서 대우의 자금 사정이 얼마나 악화됐으며,이를 투신사들이 알고 있어는지 여부,투자자들이 펀드 가입시점에서 대우채 펀입규모 등에 관해 고지받았는지 등이 투신사의 책임을 가리는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투신사는 이번 1심판결에 불복할 뜻을 밝히고 있고,1심판결이최종심까지 유지될 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할 경우라도 확정판결까지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대상은 일반 개인 투자자와 일반법인으로 파악된다.금융기관 투자자의 경우,투신사 상품이 실적배당 상품인 것을 알고 있었던 만큼 소송을 제기하지는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일반 고객들의 경우 자기 펀드에 대우채가 얼마나 편입됐는 지가 고지된 상태에서 10여건의 소송이 제기됐었으나 투신권이 모두 다 승소했다”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 최종길교수 中情서 고문 ‘간첩자백’ 사실과 달라

    유신체제의 ‘의문사 1호’로 알려진 고 최종길(崔鍾吉) 서울대 법대 교수가 무고하게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梁承圭)는 20일“‘최 교수가 간첩이라고 시인한 후 자책감을 못이겨 7층화장실에서 투신했다’는 지난 73년의 중앙정보부 발표와는달리 간첩이라고 자백하지 않았음이 공식 확인됐다”면서 “중정의 수사관들이 최 교수를 고문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부터 최 교수 사건을 조사했던 진상규명위는 그동안 중정 조사관 182명을 조사한 결과와 7,000여쪽에 이르는수사기록을 토대로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진상규명위는 “최 교수의 직접 사인이 추락사로 밝혀짐에따라 최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가사 상태에서 수사관들이 건물 밖으로 내던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가혹행위에 따른 타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법의학적 접근 방식 등을 통해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교수는 당시 중정으로부터 50년대 후반 독일 유학시절 공산 치하인 동베를린을 다녀왔고,간첩 용의자인 친구 이모씨(현재 북한 거주)와 안부 서신을 주고 받아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규명위는 조만간 최 교수 의문사와 관련,당시 중앙정보부 실무책임자와 수사관들을 상대로 대질 조사를 벌인 뒤 최교수의 죽음이 민주화와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죽음인지를 결정해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산업銀 지주회사, 2004년으로 미뤄질 듯

    산업은행의 금융지주회사 설립계획이 2004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국계 컨설팅회사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는 궁극적으론 지주회사 설립이 바람직하지만 당장은 무리라는 컨설팅 보고서 중간결과를 최근 산은에 전달했다. PWC는 지주회사 설립을 포함해 산은의 중장기 발전방안에대해 심도있게 컨설팅을 진행해 왔다.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투신운용사 등 자회사 확보가 불투명한 데다 투자은행의 성격도 불충분해 당장 지주회사로 가는것은 실익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산은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지주회사 설립이바람직한 ‘생존방향’이라고 지적한 뒤 기업구조조정회사(CRC) 기능 등을 좀 더 보강해 2004년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추진할 것을 건의했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중간보고서 결과를 보고받았으나 아직 산은의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충분한 내부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PWC는 연말에 최종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안미현기자 hyun@
  • [사설] 대우채 투신사 손배판결 이후

    법원이 투신사의 대우채권 매입손실 책임을 투신사측에 물도록 판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금융감독원도 “외환위기 당시 대우채권을 과다하게 편입해 동일 종목 투자한도(10%)를 어긴 투신사는 투자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유사한 결정을 내려서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는 이번 법원의 판결과 금감원의 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을 표시한다.투신권 신탁자산은 어디까지나 고객의재산인 만큼 투신권이 이를 부실기업 지원을 위해 함부로 써서 안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그런 점에서 법원이 “투신사가 금융당국 등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우 지원에나섰더라도 이는 투신사와 금융당국 사이의 문제일 뿐 투자자에 대한 책임까지 면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은 지극히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당국이라고 해서 대우채권 매입 손실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이다.그동안 금융당국이 부실기업 지원에 투신권의 참여를 종용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그래서 “대우그룹 지원이 정부정책에 따라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라며 “기업어음(CP)매입 등으로 상당한손실을 떠안았는데도 이제와서 위헌이라고 하면 문제가 있다”는 투신권의 항변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 진행될 워크아웃기업 처리 과정에서 투신권이 부실채권 매입을 거부할 경우 금융당국으로서 마땅히 설득할 근거가 없어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금융당국이 더이상 투신권에 기댈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부실기업 처리를 위한 다른 정책대안을 서둘러 찾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이번 판결이 향후 금융 구조조정에 좋지않은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투신권이 앞으로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부담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응책도 시급히 강구하기 바란다.
  • 대우채 매입 투신사 고객손해 배상해야

    외환위기 당시 대우채를 과다편입해 ‘10%룰’을 어긴 투신사들에 대해 고객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주라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19일 동일종목투자한도를 위반해 무보증 대우채를 과다하게 편입해 손해를 냈다며 박모(40)씨가 H투신을 상대로 낸 조정신청을 받아들여 손해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정위원회는 “투신사가 고의로 투자한도를 위반해 투자자가 손해를 봤다면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수조원 규모의 대우채에 투자한 펀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투신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언론사 세무비리 주요 일지

    ◆2001년 2월8일 국세청 23개 언론사 세무조사 착수◆6월29일 국세청,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발표.조선·동아일보 등 6개사 법인과 사주 검찰에 고발◆〃 30일 서울지검 특수1∼3부,수사 착수◆7월1일 언론사 사주 등 피고발인 12명 출국금지◆〃 14일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 부인 안경희씨 투신자살◆〃 27일 김병관 명예회장 사퇴◆8월1일 피고발인 소환 시작◆〃 6일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 소환 불응◆〃 8일 국민일보 조희준 전 회장 등 사주 3명 첫 소환◆〃 10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 소환 조사◆〃 16일 조선일보 방 사장 등 5명 구속영장 청구
  • 저금리시대 ‘+α’ 상품 뜬다

    현재 3,000만원을 정기예금으로 1년간 은행에 넣어두면 평균 연 5.5%의 이자로 1년 뒤 165만원의 이자소득을 올린다. 그러나 이자소득에서 이자소득세(연 16.5%)를 빼면 순수한이자소득은 137만7,750원.여기서 7월 현재 물가상승률(4.3%) 감안분 129만원(3,000만원×0.043)을 빼면 3,000만원을 1년간 맡길 때 연간 실질이자소득은 고작 8만7,750원이다. 은행의 정기예금만 고집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라도 이제는다른 저축수단을 찾아 볼 때다.전문가들은 정기예금 금리보다 ‘+α’를 더 주는 투자형 상품에 눈을 돌리라고 권한다. [투자형 상품] 고객의 돈으로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성과에 따라 이익을 나눠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정기예금과같이 원리금이 보장되진 않지만 이익이 나면 수익률이 정기예금 보다 1∼4%포인트 이상 높다.단 투자결과에 따라 원금손실 위험이 있어 상품의 투자내용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어떤 종류가 있는지 살펴보자. [비과세 고수익고위험펀드] 투기등급채권(BB+이하의 회사채)이나 B+ 이하의 기업어음(CP)을 30%이상 끼워넣는상품이다. 나머지 70%는 펀드 성격에 따라 우량등급의 다른 채권이나주식에 투자한다.각각 연 16.5%인 이자소득세와 배당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공모주 우선청약 자격도 준다. 은행·투신·증권사중 한곳에 1인1계좌로 3,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1년이상 보유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은행권의 경우 조흥의 ‘베스트 비과세 고수익고위험 혼합투자신탁’,한빛의 ‘한빛 비과세 고수익고위험 단위(추가)금전신탁’,국민의 ‘비과세 고수익고위험 신탁(단위채권형)’,한미의 ‘비과세 고수익고위험 신탁1호’ 등이 판매되고 있다. [부동산 투자신탁] 은행이 다수의 고객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관련대출과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 뒤 만기시원금과 이익을 고객에 나눠주는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이다.은행 정기예금보다 2∼4%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있다.발매하기 무섭게 매진되는 사례가 많아 거래은행에 예약해두는 게 좋다.가입기간은 1년 이상이고 중도해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가입금액은 1,000만원 이상이다. [특정금전신탁] 국공채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은행창구에서 판매하는 채권 한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상품.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를 함께 돌려 받는다.가입시 약정금리를 줘 맞춤형 확정금리신탁이라고도 한다. 신탁기간은 3개월 이상이다.예금자가 원하는 기간을 선택할수 있어 단기 여유자금 운용시 좋다.채권금리가 하락중이지만 1년짜리 상품의 경우 정기예금보다 2%포인트 정도 높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단 중도해지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가입액은 3,000만원 이상.한빛·국민·하나·한미·신한등 시중은행에서 판매 중이다. [상호신용금고] 정기예금 굳이 정기예금을 선호한다면 아직도 은행의 정기예금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주는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을 이용하면 된다.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돼 가족명의로 분산 예치하면 된다. 단 은행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지므로 가입기관을 잘 살펴봐야 한다. 주현진기자 jhj@♣도움말 조흥은행 김은정 재테크상담사
  • 해외매각 협상 ‘지지부진’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는 대우자동차,현대투신,서울은행 등 3대 기업들의 해외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다.금융당국은 16일 비상대책을 점검하는 등 대안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해결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대우차 매각 불가능?=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오늘 오전 산업은행 이성근 이사로부터 대우자동차 매각 진행상황에 대한 중간보고를 받았다”면서 “채권단이 열심히 하고 있으나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 빨리 진행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GM과 매각팀간에 매각가격과 매각범위,부대조건 등중요한 이슈별로 이견을 좁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GM측도 인수를 위해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 만큼 조속한 시일내 협상이 타결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대우차 매각은 대외신인도와 시장불안,대우차 경영불안 등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우리로서는 대안 등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대우차 위탁경영?=이위원장은 대우차 매각실패시 강구중인 대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대안으로 현대자동차의 위탁경영,공기업화 등을 점치고 있다.또 부평공장 분리매각 등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로 가는 곳도=이위원장은 “이달말까지 처리방안이 확정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 가운데 법정관리나 청산되는 기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현재는 채권단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정도라 검토작업을 거쳐야 최종 확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울은행은 매각이 원칙=정부는 최근 제기되는 서울은행의 다른 은행과의 추가합병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위원장은 “서울은행은 이미 협상대상자가 있으며 9월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하되 늦어도 연말까지는 협상을하게돼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 합병설은 잘못된 것”이라며“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 등도 새로운 은행통합과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투신 매각도 늦어질듯=이위원장은 “조속한 시일내에결론이 날 것”이라면서 “국내언론이 보도하면 외신에서 이를 받아 처리하고 이를 또다시 국내언론에서 보도하고 있어협상에 애로가 많다”며 보도자제를 요청했다.그는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빠른 시일안에 타결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타결까지에는 아직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정부와 미국 AIG컨소시엄측이 현대상선의 현대증권 지분문제를 놓고 신주 증자방식이 아닌 구주매각방식으로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남한강서 모자익사체 발견

    14일 오전 7시 30분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 신양수대교 46번 교각 아래 남한강변에서 최모씨(35·여·서울시 마포구)와 아들 김모군(2)이 익사체로 발견됐다. 숨진 최씨는 유서를 통해 “”가장 악질적이고 용서할 수 없다. 죽어서라도 물귀신처럼 따라다닐 것””이라며 자신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한 서울 모경찰서 형사에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 경찰조사 결과 최씨는 지난 5월 23일 지체부자유자인 아들 김모군이 유괴된지 14일만에 충북 청주시 모보육원에서 발견된 사건과 관련, 아들을 유기한 피의자로 지목받고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최씨가 아들을 직접 보육원에 맡겼다는 보육원측의 말에 따라 최씨가 지체부자유자인 아들을 보육원에 맡긴 뒤 유괴됐다고 경찰에 허위신고한 것으로 보고 최씨에게 출석요구서를 수차례 보냈다. 경찰은 최씨가 유기사건 피의자로 지목된데 따른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아들을 안고 강에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중이다. 양평 윤상돈기자
  • 新비과세펀드 1조5,000억 ‘불티’

    비과세되는 고수익 고위험 펀드가 판매 첫날인 14일 1조5,000억원 가까이 팔려 히트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판매에 들어간 신종 비과세 펀드는투신권 상위 6개사에서만 △대투 3,200억원 △현투 2,500억원 △한투 2,650억원 △제일투신 1,115억원 △동양투신600억원 △삼성투신 350억원 등 모두 1조415억원어치(예약물량 포함)가 팔렸다. 증권 상위 5개사는 △삼성 353억원 △LG 275억원 △현대60억원 △대우 20억원 △대신 10억원 등 총 718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647억원(모집규모 2,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빛 530억원(1,000억원) △조흥 232억원(400억원) △한미 140억원(1,000억원) △농협 93억원(1,000억원) △하나 82억원(800억원) △산업 43억원(200억원) 등총 1,767억원을 기록했다. 모집기간은 한달이지만 하룻새총 펀드규모의 28%를 판 셈이다. 상품별로는 ‘추가형’(매월 일정액 적립)보다는 ‘단위형’(한꺼번에 목돈 예치)이,‘주식형’보다는 ‘채권형’이 압도적으로 잘 팔렸다. 신한은행은투기채 의무편입 물량확보에 어려움이 있어판매시기를 다음달초로 미뤘다. 한빛은행 신탁팀 관계자는 “가입한도 상한선이 3,000만원으로 묶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이라면서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위험부담이 따르지만 저금리를 대체할 투자상품이 워낙 없는 때문으로 풀이했다. 제일·외환·주택·기업·서울은행은 이날판매계획이 없었다. 안미현 문소영기자 hyun@
  • [사설] 심상치 않은 부동자금

    초저금리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에서 부동자금이 늘고 있어 그 파장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무엇보다 이 부동자금이자칫 부동산과 증권 등 비생산적인 분야의 투기를 부추길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현재 금융기관에는 돈이 넘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수익이높은 곳으로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있다. 5%대의 은행예금금리는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다. 이런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은행에서 빠져나가 증권·투신사로 이동한 부동자금은 이달 들어서만 1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부동산에도 돈이 몰려 집값이 오른다는소식이다. 물론 금융기관 주변에서 맴도는 돈들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투자와 생산자금으로 활용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것이문제다. 은행들은 불량기업에는 대출을 꺼리고 우량기업과개인에게만 돈을 빌려주려고 해 대출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는 실정이다.그러나 우량기업들은 경기둔화를 의식해 투자를 기피하며 돈을 빌리길 꺼리고 있다.그래서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금융의 경직상태인 이른바 ‘유동성 함정’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또 은행들은개인을 대상으로 무리한 대출세일을 벌여 결국 개인 차입자금이 비생산적인 부동산과 증권투자로 흘러들어가는 부작용도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최근의 이같은 금융상황으로 볼 때 금융정책이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다.무엇보다 심각한것은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 수준이 기업투자를 촉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그럴 경우 금리의 경기부양효과가 점점 기대하기 힘들어진다.이런 상황에서 부동자금이 증권투기에 이어 부동산 등 실물 투기로 번져 경제에 거품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이제는 금리를 내려 투자를 촉발하는단계는 지난 듯하다.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금융정책의존을 줄이고 재정투자 비중을 늘려 경기를 살려야 할 시점이다.
  • 비과세 고수익고위험펀드 투자요령

    비과세인 고수익 고위험 펀드가 14일부터 일제히 시판된다. 은행 이자의 곱절인 예상수익률과 세금면제 등 각종혜택이있는 이 상품은 판매개시도 전에 1조원에 가까운 예약물량이 몰리면서 초저금리시대 최고의 재테크 종목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저금리에 지쳐 덥썩 물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당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감추고 싶은 약점이 많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종 비과세 펀드에 숨겨진 함정을 살펴본다. ■외환·제일이 판매하지 않는 이유= 은행권에도 신종 비과세 펀드의 판매가 허용됐지만 외환·제일은행은 판매하지않기로 결정했다.주택·서울·기업은행은 결정을 유보했다. 외환은행 신탁부 서원호과장은 “투기채 등급채권(BB+이하)을 의무적으로 30%이상 편입시켜야 하는데 투기채는 말그대로 부도날 확률이 매우 높다”면서 “편입자산중 하나라도 부도가 나면 원금보장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운좋게부도가 안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지나치게 요행에 의존하는‘폭탄 돌리기’ 게임이라는 주장이다. 대체상품으로 원금보장형 ‘세이프 알파’ 신탁상품을 17일부터 판매 재개한다. ■투기채 물량확보 가능한가= 제일은행 김진호 신탁부장은“이번 상품은 투신·증권뿐 아니라 전은행권에 문호가 개방돼 있는데 과연 30%나 되는 투기채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김부장은 “투기채 등급이라고해도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채권을 골라야하는데 그런 물량은 이미 기존의 하이일드펀드나 후순위채펀드 판매허용때투신권 등에서 선점한 상태”라고 설명했다.비교적 덜 위험한 투기채 물량을 새로 확보하기란 매우 힘들다는 고백이다. ■투기채 평균부도율 3%밖에 안된다는데= 신종 비과세펀드를판매하는 금융기관들은 투기채의 평균부도율이 3%밖에 안된다고 강조한다.외환은행 서과장은 “경제상황이 좋을 때는이 숫자가 미미하지만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코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폭탄 떠넘기기 지적도=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투신권과 국민은행.시중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이들 금융기관이판매취급한 하이일드펀드등의 만기가 속속 돌아와 대체상품이 절실한 상태”라고 풀이했다.34조원이나 되는 하반기만기회사채 물량에 대한 당국의 압박감도 가세했다.은행에서 판매하니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며 ‘폭탄 떠넘기기’ 성격도 없지않다는 지적이다.국민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의 모집규모가 몇백억원대에 불과한 것은 ‘우리도 취급했다’는 생색내기용의 방증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는 이유= 공모주를 우선배정해주고 종합과세대상에서도 제외시켜 준다. 기존 하이일드펀드 등의 평균수익률이 연 8%대를 기록하고 있어 비과세혜택이 추가된 신종상품은 9%대까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내년말까지 판매하지만 이왕이면 1호상품을 선택하는 게 낫다.늘 비교대상에 올라 운용기관들이 1호상품의 수익률은 기를 쓰고 올리기 때문이다.기존 고위험펀드의 운용수익률을 따져본 뒤 운용사를 선택하는 것도 필수다. 1인1통장만 가능하며 최고 3,0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실질 만기는 1년이다. 안미현기자 hyun@
  • 국립발레단 아시아 첫 무대화

    지난 92년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여 국내 무용계에 충격을 준 발레 ‘스파르타쿠스’(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의 감동이 오는 27일부터 9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재연된다.국립발레단이 세계에서 세번째,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 1968년 볼쇼이발레단이 처음 무대화한 발레 ‘스파르타쿠스’는 로마 말기인 기원전 1세기 노예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한 뒤 죽음을 당한 노예 검투사의 이야기다.‘죽음보다 강한 자유에의 의지’가 장대한 스펙터클로 표현된다.지금까지 볼쇼이의 최고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은 이번 무대에서 9년전 볼쇼이가 전했던 감동을 그대로 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스파르타쿠스’를 만든그리가로비치가 직접 내한해 스태프를 지휘하고 있고 볼쇼이 최고의 발레리나 나탈리아 베스스메르트노바도 한국의무용수들에게 기량을 전수하느라 비지땀을 쏟고 있다. 초점은 원작의 장엄미를 그대로 살려낸다는 것.남성 무용수 30명이 추는 힘찬 군무가 압권이다.막이 오르자마자 힘찬행진곡과 함께 등장하는 로마군단,목숨을 건 검투사들의 결투,전장의 치열한 전투신 등 국내 발레에선 좀처럼 보기힘든 장면들이 이어진다. 장면 사이사이에 배치된 주인공들의 2인무와 독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사랑하는 여인을 포로로 빼앗긴 자책,자신과 같은 입장의 포로를 죽여야 하는 비애감,사랑하는 이와해후하는 환희,세계 정복에 불타는 권력자의 야망,권모술수에 능통한 여인의 영악함 등 인간의 모든 감정과 생각이 춤 속에 녹아있다. 영웅적인 노예검투사 스파르타쿠스에는 이원국 김용걸이 더블 캐스팅됐고 스파르타쿠스의 아내 프리기아엔 김지영 배주윤 김애정이,로마 통치자 크랏수스엔 신무섭 장운규가,크랏수스의 애첩 예기나에는 김주원 박신영 김하선이 발탁됐다.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받쳐주는 아르메니아 출신하차투리안(1903∼1978)의 웅장하고도 서정적인 음악이 작품의 비장미를 더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이근영 금감 “서울銀 매각 결렬땐 비상계획 있다”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13일 “서울은행 매각협상이 결렬됐을 때를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위원장은 이날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종찬입니다’에 출연,“서울은행이 해외펀드와 매각협상을 진행중이지만 결렬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6월말에서 9월말로 연장된 서울은행의 매각시한은 필요할 경우 다시 연말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말해 서울은행 매각협상이 순조롭지 못함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 AIG컨소시엄측과 막판협상이 진행중인 현대투신매각과 관련, “가급적 빠른 시일내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서로 유리한 조건으로사고 팔려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2)삼천리사와 최정희

    ‘삼천리’사 김동환에게 찾아갔을 무렵의 최정희는 매우어려운 처지였다.“저쪽에서 인적 사항에 대해서 물어올 때어떻게 대답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리 생활이 어렵더라도 처녀 행세를 하면서까지 직업을 구하고 싶지는 않았다. 법률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미 남의 아내로서 임신까지 하고 있는 사실을,남을 속이기 위해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서영은,‘생의 태풍 속을 무구한 노(櫓)로’)는 표현 그대로의 심경이었다.연보마다 틀리기에 바로잡기가 쉽지 않은최정희의 젊은 시절은 중앙보육학교 졸업 후 경남 함안유치원에 잠시 근무,곧 도일(1929),도쿄에서 유치원(三河)에 근무하면서 유치진·김동원이 주축이었던 ‘학생극예술좌’에참여,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유영과의 사랑과 결혼으로 점철된다. 1907년 선산에서 태어난 김유영은 대구고교(현 경북고)에서 서울 보성고교로 전학,졸업(1925) 후 ‘조선영화예술협회’ 조직에 참여하여 활동 중 영화촬영소와 기술 견학을위해 1929년 도일,귀국하여 최정희와 결혼한 것은 1930년 3월 5일이었다.부부관계와 경제적 여건이 다 나빴던 최정희는 1931년 9월부터 ‘삼천리’사에 근무하면서 한국문단의귀염둥이로 부상했지만 그 운명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당장 아들 익조(益祚,1932.3.5∼1974.9.27)를 낳고자 근무 6개월만에 퇴사,출산 석 달 뒤 재입사,또 퇴사를 거듭하면서카프 제 2차 검거로 전주형무소 투옥(1934),조선일보 출판부를 비롯한 잡지사를 전전하다가 1938년에 ‘삼천리’에재입사했다. 최정희는 이 무렵의 참담했던 생활 속에서도 낙천성으로많은 문인들과 문학지의 기자라는 신분으로 폭넓은 교우관계를 가졌는데,역시 그 중심에는 파인 김동환이 위치한다. 아명이 삼룡(三龍)이었던 김동환은 ‘삼국지’의 패장(覇將) 유비(劉備)가 파촉(巴蜀)에서 대망을 이뤘다는 고사에서“인세(人世)의 고행이란 고행의 맨 밑바닥 길을 순교자와같은 걸음으로 묵묵히 파 들어가 보자”(‘독자 제현에 보내는 편지’)는 취의를 가진 ‘파인’을 아호로 삼았다.그는 고행자처럼 독학으로 자수성가,문화분야 뿐이 아니라 사회부의 명기자로 나도향·김팔봉과함께 이름을 떨치며 언론자유를 위한 철필(鐵筆)구락부,노동운동 현장 취재 등에투신했다.1929년 9월 12일∼10월 31일간 경복궁에서 ‘조선박람회’를 개최할 때 총독부는 공개적으로 기자들에게 2천5백원(당시 쌀 한가마에 13원이었다)이란 촌지(寸志)가 아닌 거지(巨志)를 분배했는데, 여기에다 도쿄 관광에 안 간대신 현금으로 챙긴 돈으로 파인은 ‘삼천리’를 창간했다. 아호 ‘파인’에 걸맞게 고행의 인생행로를 선택했던 그가홀연히 “파촉 정신은 이제는 싫어졌습니다”면서 “내 몸에 정열이 있으니,이 정열이 끄는 대로 자꾸자꾸 먼 곳으로훨훨 날고 싶습니다”(위와 같은 글)는 구실을 달아 ‘취공(鷲公)’으로 호를 바꾼 게 1937년,즉 중일전쟁이 나던 해정초였다. 이어 1939년 11월 10일 총독부령 제19호 민사령(民事令) 개정으로 촉발된 ‘창씨개명’ 때 김동환은 강릉김씨 문중이 결정한 가나에(金江)란 성 대신, 시로야마(白山靑樹, 태백·소백의 푸른나무란 뜻)로 정했는데 그 속내는 이해됨직하다.‘삼천리’는 사세가 어려워져 ‘삼천리문학’(1938년에 2집 발간)은 아예 정간했고,사업 확장을 위해 주식회사로의 전환을 시도(1940)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정진석 ‘언론인 파인 김동환’).그런 와중에도 최정희에게 위로차 휴가를 줬을 테고,그녀는 내키지 않지만 석왕사(釋王寺)로 떠나,여관에서 파인에게 편지를 보낸 건 1939년인 것 같다.“피서라고 하오나 제 마음은 도무지 한가하지 못합니다.…종종 좋은 자연조차 잊어버리고 멍하니 앉아서 비오는 밖을 내다보는 일이 있습니다”는 구절은 최정희의 착잡한 심경이 표상된다.인정 후한 파인은 우선 최정희에게 두둑한 여비도 못 줘서 보내 놓고는 곧 돈을 마련해부치마고 약속했는데,“이렇게 비가 와서는 오래 못 있을것” 같기에 “부쳐 주신다던 것은 조금도 염려 말아 주십시오”,“금강산이랑 부전고원(赴戰高原)이랑 죄다 보기로했는데 틀린 것 같습니다”는 언급이 저간의 사정을 말해준다. 문맥으로 보면 예사롭지 않은 낌새는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둘 사이가 밀착한 것 같지는 않는데,이런 미묘한 감정적인 교류는 1940년 12월 진주에서 파인이 최정희에게 보낸엽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촉석루도 서장대도 논개사(論介祀)도 일순(一巡)하고 부윤(府尹·현 시장)의 안내로 지금 여사(旅舍)에 앉은 자리외다.옛 고적이 어떻게도 많고,또 마음을 흔드는지요”란 구절에 담고 싶었던 속마음은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오른쪽에 남강을 끼고 왼쪽 촉석루가바라보이는 풍경은 비록 대일본제국이 만든 2전짜리 엽서일망정 망국의 한을 품기에 모자람이 없다. 더구나 파인의 발길은 단순한 소일이 아니었다.1939년 10월 29일 오전 10시40분 부민관(府民館·현 서울시의회 청사) 중강당에서 결성된 ‘조선문인협회’는 이듬해 12월 ‘총후(銃後)사상운동을 위한 전선(全鮮)순회강연회’를 열기로 했다.제1반(경부선)은 파인·유진오 등이 참가,부산(12월 8일),마산(9일),진주(10일),대구(11일),청주(12일),공주(13일)를 순회했고,제2반(호남선)은 정인섭·이헌구 등,제3반(경의선)은 백철·최재서 등,제4반(함경선)은 이효석·함대훈 등이 참여했다(임종국 ‘친일문학론’). 김동환의 시국강연은 여러 정황으로 볼때 선동적이기보다는 인정미에 초점을 맞춘 대중위무(慰撫) 형식이었다는 게정평이었지만,‘삼천리’를 ‘대동아(大東亞)’로 개제(1942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하는 등 잡지와 단체의 역할때문에 개인적인 미덕이 평가절하 당했다.이 무렵 파인은안서 김억에게 보낸 편지에서 “서울에 빈 객사가 많으니 1인의 괴테,1인의 소크라테스가 나와서 우리 젊은이 갈길 가르쳐 좋을 때 아니리까.”(‘삼천리’ 1938.10)라는 내면적인 갈등을 담아내고 있는데,문학인의 내면적인 고뇌가 일상성으로부터의 일탈을 유도하는 예는 허다한지라 최정희와의관계도 이런 시대적인 분위기의 점강법을 탄 것으로 보인다.이에 비하면 최정희는 매우 낙관적이다. 그녀는 처음 ‘삼천리’에 입사(1931)했을 때 사무실엔 전화기가 없어서 원고 청탁은 직접 방문이나 편지로 이뤄졌다고 회고하면서 몇몇 재미있는 사건을 기록으로 남겼다(‘조광·삼천리 시절’). 바로 이 말을 뒷받침 주는 글들이 박태원, 이태준의편지이다.둘 다 정동 ‘중앙방송국 최정희 선생’으로 보낸것인데, 1940년 5월부터 그녀는 방송국 제2방송부에서 일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삼천리’원고청탁인가 하고 의아할 것이지만,여전히 파인의 일을 함께 했던 것으로보인다. 회고록에서 최정희는 이태준과의 관계를 맨 먼저꺼낸다. 최정희는 입사(1931) 직후 이태준에게 소설을 청탁(단편‘불우 선생’이 ‘삼천리’ 1932.4월호에 게재)한 이후 여러차례 편지 왕래가 있었음이 드러난다.이태준은 그녀에게 성북동 248번지(지금의 상허문학관.1933년 이곳으로 이사,1943년 철원 안협으로 낙향했다가 8·15후 상경하여 이듬해 여름 월북할 때까지 거주)에서 최정희에게 편지를 썼는데, “언문소설 꾸준히 쓰셔야 합니다”란 끝구절이 인상적이다. 최정희와 이태준의 친밀성을 알려주는 임옥인의 편지를 이대목에서 함께 읽는 게 좋을 듯하다. 그녀가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는 주소가 세 가지로 나뉜다.‘신당동 304의 152’와,삼천리사,그리고 ‘동숭동 5-1’인데,맨 뒤의 것은 1949년 1월 20일∼1957년의 최정희 거주지이기에 해방 후 편지들이다.문제는 앞의 두 주소인데,여러 정황으로 볼 때 최정희가 방송국과 삼천리사 일을 동시에 추진했음을 알 수 있다.또 “언젠가 원산여관(바로 파인에게 편지를 썼던)에서만나 뵈온 후 글이라곤 처음으로 올리게”되었다는 구절로봐서 이 편지가 1940년 4월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임옥인은 함북 길주 출신으로 나라여고사(奈良女高師,여자사범대학) 시절부터 습작을 하면서 ‘문장’지로 등단하고싶다고 보챘는데,최정희는 흔연히 이태준에게 소개해 줄 정도로 가까웠으며,그 효험도 있었던 것으로 편지에 드러난다.물론 이태준은 작품선정이 까다로워 고쳐 쓰게 했는데,특이한 것은 3회나 추천을 거치도록 등단 관문이 까다로웠다는 점이다.박태원과 최정희의 옥상 노래자랑 일화는 너무유명하다.하도 노래 잘 한다고 뽐내기에 내기를 먼저 신청한 쪽은 최정희였다.출근 시간에 맞춰 나타난 박태원과 옥상에 올라가 서로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하기를 몇 시간,드디어 남자 쪽이 패배를 자인하여 다과점에서 푸딩을 샀다는회상기를 연상하면서 그의 편지를 읽으면 더 운치가 있을것이다. 박태원은 교북동에 살다가 바로 1940년 ‘돈암동 487-22’에다 대지를 사 집을 지어 이사했기에 미처 원고를 쓸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6·25때 월북,학창시절의 친구 정인택의 미망인과 재혼(1955),중풍으로 전신불수와 실명 사태(1977)에서 대작 ‘갑오농민전쟁’을 남긴 그는 한국의밀턴이란 칭송을 받을만 하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은행서 돈이 떠난다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콜(금융기관간 초단기 자금거래)금리 인하로 시중자금이 은행권을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투신권에는 벌써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증시로의 유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한은이 추가 콜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다,은행금리의 하락 행진이 계속되고 있어 ‘자금의 대이동’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초저금리가 가져올 경제전반의 파장에 대응하기 위해 종합보고서 작성에 착수했다. ●은행 요구불예금 8일새 1조4,000억원 빠져나가= 12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들어 8일 현재까지 은행 요구불예금은 1조4,514억원 줄었다.지난달(-2조4,100억원)에 이어 계속되는 감소세로 ‘이탈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요구불예금은 금리민감도가 매우 높은 상품.통상 월말에 돈이 빠졌다가 월초에 다시 유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월초의 이같은 이탈세는 향후 시중자금의 은행권 ‘대 탈출’을 예고해준다. ●투신권 MMF 1조6,000억원 증가= 같은 기간 투신권의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에는1조6,804억원이 몰렸다.채권형 상품에도 6,059억원이 더 유입돼 투신권 총수탁고는 2조4,333억원이 늘었다.지난달 13조2,650억원 증가에 이어 시중자금을 계속 빨아들이고 있다. ●주식 고객예탁금도 증가세로 반전= 주식을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고객예탁금이 지난달 1,066억원 감소에서 이달 들어 8일까지 4,023억원 증가로 돌아섰다.아직 규모는크지 않지만 증시 주변에서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금 선순환 이뤄질까= 전철환(全哲煥)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콜금리 연속인하를 발표하면서 추가인하의 여지를 남겨두었다.2분기 경제성장률 2%대 추락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시장금리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시중은행의금리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정태(金正泰) 주택은행장의탄력적인 금리관도 금리하락세를 뒷받침한다.결국 ‘이자가 박하더라도 안전한’ 은행에 돈이 머무는 데는 한계가있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조흥은행 구중화 채권딜러는 “국고채 3년물은 한때 연 4%대까지 금리가 떨어졌지만 5∼10년물은 아직도 6%대로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저금리 기조가 이들 장기채와 회사채 등으로 확산돼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될 경우 증시로의자금유입도 기대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전반에 짙게 깔린 불확실성이 자금이동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불안한 자금이 초단기화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개선에는 별다른 기여를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유발,인플레 자극과 함께 거품경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들린다. 안미현기자 hyun@
  • 시중돈 단기금융상품에 몰린다

    지난 7월 한달동안 투신사 수신이 13조3,000억원 늘었다. 월중 증가액 기준으로 99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한국은행은 9일 “투신사 수신 급증은 시장금리 하락 및은행수신금리 인하 등으로 상대적인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채권투자신탁등에 자금이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은행계정 수신은 지난 6월 7조9,000억원 증가에 비해 4조6,000억원만 늘어 증가 폭이 줄었다.종금사수신은 6,000억원 늘었다. 대출에서는 중소기업 대출 신장세가 뚜렷했다.은행간 대출확대 경쟁으로 전월실적(1조8,000억원)을 웃도는 2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이 기간 회사채는 전월(2조9,000억원)과 비슷한 2조7,000억원이 순발행됐다.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 편입분등을 제외한 공모채 기준으로는 올들어 최대 규모인 2조3,000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다. 한은은 “금리인하후 시중자금이 은행권에서 투신 등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면서 회사채 매입 여력이 커져 자금의선순환이 뚜렷해졌다”면서 “기업의 긴급 자금수요를 나타내는 당좌대출한도 소진율이 14.6%로 다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주현진기자 jhj@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 (1)김동환 가족사

    한 여인이,생신을 보름 남짓 앞둔 91세의 한 여인이 1993년 3월 18일 세상을 떠났다.‘백구 신원혜지묘(白鷗 申元惠之墓)’라는 묘비명만으로는 이 여인의 죽음이 한국 문학사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아리송할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이름위에 있는 ‘파인 김동환(巴人 金東煥)’이란 각자(刻字)를 보노라면 ‘아,파인의 본처가 그때까지 생존했더란 말인가’라는 자못 회고조의 감탄사가 나올 법하다.1903년 원산에서 태어난 신원혜가 서울 정신여고를 졸업,블라디보스토크,간도,원산 등에서 중학교 교사로 있다가,서사시 ‘국경의밤’으로 이미 명성을 얻은 두 살 연상의 시인 김동환과 결혼한 건 1926년 3월 14일이었다. 가난한 시인의 아내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3남 1녀를얻은 그녀는 1942년 작가 최정희(崔貞熙)와 남편의 관계가알려지자 시인의 “우유부단한 처신을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기어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고 그 극심한 어머니의 분노를 이겨내지 못한 아버지는 끝내 여관으로 잠시의 거처를 정하였다”고 셋째 아들 김영식(金英植·68)은 회상한다.“그 후 어머니는 교회 일과 모교인 정신여고 동창회 봉사활동에 전념하면서 아픈 상처를 홀로 달래고” 지냈는데,나중 동네 아낙들에게 “아무리 남편이 속을 썩이더라도 집에서 나가 달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한다(김영식,‘아버지 파인 김동환-그의 생애와 문학’). 조혼이 아닌 어엿한 신여성과 연애를 거쳐 사랑이 그득한결혼을 했던 파인의 예기치 못했던 탈선이 문단에서는 가십이었으나 그의 고향을 비롯한 애독자들로부터는 마침 휘몰아친 친일문학과 함께 따가운 매도의 대상이었다.어쩌면 이 두가지 탈선은 오히려 동시에 수행되면서 인간과 민족의존재론적 본질을 벗어나 원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해준 도피처 역할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파인의 친인척과 고향 사람들로부터 동정과 애정을 받은 것은 정작 남편이 버린 여인 신원혜였다.아니,파인 조차도 그녀를 버릴 수 있었을까. 서울이 인민군에 점령당한 직후인 1950년 7월 초 파인은 홀연히 귀가했다.피신 차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은 비록 짧았으나 단란했는데,이내 최정희의 자수 권유를 받고 나간(7.23) 뒤 그대로 납북,생사도 모르게 분단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앓은 게 이 일가족이었다.가족이랬자 두 아들은 일찍세상을 떠나버려,셋째 영식과 딸 영주(英珠·63)뿐이었다. 영식은 서울 경복고를 거쳐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대통령 비서실,주불 한국대사관 등에서 근무하다 정년을 맞았고,영주는 정신여고와 이화여대 국문과를 나와 시인으로 등단,캐나다 밴쿠버에 살고 있다. 이 한많은 여인이 죽음을 앞두고 마련해 둔 유품 속에는파인의 사진과 애증이 교차하는 몇몇 증빙 서류들,그리고자신이 묻힐 묘소와 묘비명이 포함되어 있었다.살아서 쫓아냈던 지아비를 죽어서야 한 문패 안으로 맞은 것이다.보따리 속에 파인이 보낸 편지도 한 묶음 있었다.파인은 맨몸으로 집을 나갔으니 여러 유품들은 저절로 신원혜가 간직했을 터여서 여간 소중한 자료가 아니리라는 기대에 부푼다.신원혜는 파인에게 보냈던 기라성같은 문인들의 편지를 그 격변의 역사를 헤치면서 고이 간직해 왔었다.신혼초 서울의정동,다동을 거쳐 종로구 돈의동 74번지로 호적을 옮긴 뒤,적선동(1927.5),인사동(1930.7),견지동(1933.12),필운동(1935.10),옥인동(1936.11),통인동(1938.1),효자동(1940.2)을전전하다가 1941년 6월 12일 적선동 183번지의 목조 기와집으로 이사,거기서 해방을 맞았다. 만주로부터 돌아온 피난민의 딱한 사정 때문에 방세도 안받고 그대로 살게 했던 이창규씨가 어느날 정전(停電)이 되자 성냥불을 켜들고 초를 찾다가 넘어져 석유난로에 점화,순식간에 집이 불타 버렸다.바로 1946년 12월 12일 오후 7시쯤,파인의 유품이,그리고 그가 ‘낭자 신원혜’에게 보냈던 달콤한 연애편지가 잿더미로 변해버린 순간이다.일가는창성동 자교(紫橋)교회 목사 사저에서 신세를 지다가 청운동(1948.5∼1953.2)으로 옮겨 6·25와 1·4후퇴를 겪으면서도 행여나 남편이 돌아오려나 싶어 몇 년간 이사도 하지 않았다.이제 파인과 신원혜는 갔고,사랑의 편지도 불타버렸다.그러나 1947년부터 납북당했을 때까지의 격랑을 헤치며 파인이 한 지아비와 육친의 정으로 아내 신원혜와 자녀에게보냈던 32통의 편지는 문단 비사의 차원을 넘어 가난했던글쟁이의 인생론적인 비애를 느끼게 한다. 중학생 아들(영식)과 초등생 딸(영주)을 아내에게 맡긴 빈털터리 시인 김동환은 이 무렵 최정희로부터 지원(1942년생),채원(1946년생) 두 딸을 가진,허리가 휘청거리는 아버지였다.최정희와의 보금자리였던 덕소에서 8·15를 맞은 파인의 심경은 실로 착잡했을 것이다.그의 뇌리에는 선비적 지조의 상징인 매월당 김시습의 18대 후손으로서 민족운동에투신했던 화려한 투쟁 경력들-민요 전설시의 거봉,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중앙위원,침략주의에 항거했던민완 기자,잡지 ‘삼천리(三千里)’의 폭발적인 성공과 민족의식이 강한 각종 출판물 간행,신간회 집행위원 등등이스쳤을 것이다.이런 경력 때문에 오히려 더 부정적으로 보였던 친일행위의 오점들은 그로 하여금 발빠른 자성과 회오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진흙 속에 빼앗긴 두 발 겨우 뽑고/오래 가뒀던 옛 날개 와락 펴 멀리 쳐다보니”(‘돌아온 날개’),“새나라 백성들은 이래서는 안된다/우리는소생하지 않으면 안된다”(‘소생’)는 참회와 함께 “올해엔콩팥을 맘대로 심어/천리객은 몰라도 십리의 벗 맞아들여/소찬에 약주라도 싫도록 대접할꺼나”(‘起耕’)라는 은인자중의 자세를 보여줬다.반민특위 때 그가 자수(1949.2.28)할 수 있었던 심리적인 배경도 여기서 비롯한 것이다. 그가 이승만 정권이나 한민당 추종이 아닌,조선민주당 대변인격으로 정당활동에 몸담았던 것(1946.2)은 나름대로의민족관을 지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혼란 속에서 숙원이었던 잡지 ‘삼천리’ 복간에 온 정력을 쏟았는데,민족 독립노선이나,문인으로 발 빠르게 자아비판한 채만식을 부각시킨 걸로 봐서 다분히 참회적인 자세를 취했다.을지로5가 여관에서 업무를 시작한 파인은 틈틈이 아내와 아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납득시키려고 난필의 쪽지를 보냈다.우편 배달이 아닌 사환이나 인편을 통해 직배시킨 경우가 많았던 시절이라 겉봉에는 ‘영식 모(英植 母)’ 혹은 아예 ‘영식 전(展)’이라 쓰고는 원고지나 적당한 백지에 절박한 용건만적어 보냈다.서른 두 통의 편지중 가장 빈도수가 많은 내용은 잡지 일로 인쇄소에 붙어 있어야 한다든가,당장 돈이없으니 우선 얼마만 보내고 며칠 뒤 더 보내겠다는 등등이다.신원혜의 이성적인 결벽과는 달리 어린 남매들이 아버지에게 귀가와 생활비를 독촉하는 전화를 했던 데 대한 회답으로 보인다. 이 역마살의 시인을 신원혜와 함께 묻고 딸 영주는 “기다리면 다시 올 사람인가/시를 만드시던/파인,내 아버지//하늘 밑을 파고/그를 묻었다.//그가 다니던 길도/함께 넣었다.//눈물도 못 내고/기어 가/나도 묻힌다.//아 아,내 아버지 파인”(‘아름다운 작별’)이라고 마음을 추스렸다.이렇게 담담해질 수 있는 시인으로서의 김영주와는 달리,아버지로부터 버림 받았던 딸로서의 김영주는 무척 신랄했다.“친일행동과 여자 문제로 부끄러운 아버지 책을 써서 알리는 것은 정말 내가 부끄러워요”라며,“아버지는 실패한 인간입니다.자신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이세상에서 천국의 모형을 이루어 살라고 주신 한 가정의 책임을 저버리므로 해서,어머니와 우리 자녀는 가장아픈 불행을 체험했으며,어머니의 고통과 수치와 배반에 대한 증오와 세상이 보내는 그 부끄러운 수근거림을 어떻게 감당하셨는지 놀라울 뿐입니다”(김영식,위와 같은 책)라고 통매했다. 그러나 파인의 애틋한 조각편지들은 실패한 인간의 자료로서가 아니라 역사의 멍에를 헤어날 길 없었던 인정미 넘치는 나약한 한 서정시인이 치러야만 했던 가정과 사랑과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갈기갈기 찢어진 상처일 것이다. “몸 무고히 학교에 잘 다니느냐.마음에 어느 날 잊은 적이 없었다”거나,“추위가 심하니,남대문 야미(暗)시장에 가서,영식이나 영주의 외투 한 벌 사서,한 아이라도 입히오”,“한방의 침술 운운하지만 큰 아이들 때(장남 영사는 16세로 1942년에,차남 영창은 17세로 1947년에 사망)에 보아도도무지 믿을 사람들이 못 되니 더 보이지 말고,내가 정초에 영식이를 데리고 전문 신의(新醫)들에게 보여 충분히 치료할 터이니,아이에게 겁나는 말을 일체 말고,내가 가기를 기다려 주오”라는 등등의 구절에 이르면 이 시인이 얼마나가슴으로 울었던가를 알법도 할 것이다.“내일 산소에 가는 일은 중지하고,5월 단오에나 가기로 하오”란 구절은 바로 두 아들이 묻혔던 미아리 공동묘지로,거길 가면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묘소에 절하라’고 말한 후 묵념을 했고,어머니는 쌍봉 무덤 앞에 엎드려 흐트러진 모습으로” 울부짖었다고 김영식은 회고한다.살뜰한 지아비와 부정(父情)이 넘치는 글이기에 오히려 다른 서간문에 못지 않게 돋보이는 이 글들을 쓴 주인공이 어째서 가정을 버릴 수 있었을까. 임 헌 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워크아웃 기업 月內 정리키로

    35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에 대한 퇴출·매각·회생 등 처리방향이 이달 중 확정된다.현대투신증권 매각을위한 정부와 미국 AIG컨소시엄간의 양해각서(MOU)가 빠르면이번주 중으로 체결될 전망이다. 진념(陳稔)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은 8일 취임 1주년을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감독원이 채권은행단에 워크아웃 35개 기업의 처리에 대한 의견을 오는 14일까지 내도록 했다”면서 “졸업시킬 기업은 졸업시키고 살 길이 없는기업은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 부총리는 “현대투신증권 대우차 등의 해외매각 협상을채권은행단이 이달내 매듭을 짓도록 하고, 안될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해결하겠다”면서 “처리가 어떤 식으로 되든비판이 나오겠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진 부총리는 이어 “재정정책과 금융·통화정책은 박자를 같이 해야 하며 절제된 경제정책을 펴는데에는 중앙은행총재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혀 10일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은 이날 “오는 10일부터상시 기업신용위험 평가시스템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당초 9월말까지 상시 기업신용위험 평가대상에 대한 처리방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되도록 그 시기를 앞당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 금감위원장은 “현대투신 매각문제는 아주 빠른 시일내에 이뤄질 것”이라며 “금융권이 요청한 299건의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갑 김성수기자 eagleduo@
  • 북한 풍향계

    ■북한 내각기관지 민주조선은 최근호(7월17일자)는 90년대이후 북한에서 인기를 끌었던 가요들을 정치적인 노래와 생활가요로 구분,각각 10곡씩 소개했다. 정치적인 노래로는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네▲김정일장군의 노래▲우리는 맹세한다▲높이 들자 붉은기▲승리의 길▲강성대국에서 우리 살리라▲무장으로 받들자우리 최고사령관▲혁명의 수뇌부 결사 옹위하리라▲김정일장군님께 영광드리네▲천리방선 초병들은 아침인사 드리네등이 베스트 10에 꼽혔다. 남한의 대중가요와 비교적 가까운 생활가요에서는 잘 알려진 ▲휘파람을 비롯,▲우등불▲내이름 묻지마세요▲준마처녀▲녀성은 꽃이라네▲우리집은 군인가정▲통일 아리랑▲병사가 거리를 지날때▲처녀시절 꽃시절 등이 선정됐다. ■1907년 을사조약의 불법성을 폭로하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가했다가 자결한 이준 열사의 아들이용씨가 북한에서 도시경영상을 역임하는 등 고위직을 지낸 사실이 밝혀졌다. 북한 통일신보 최근호(7월28일자)는 아버지의 자결 소식에항일운동에 투신한 이씨가 도시경영상 외에도 최고인민회의대의원,사법상 등도 지냈다고 전했다. ■북한 도로망의 출발점인 도로원표(道路元標)는 어디에 있을까. 북한은 이를 ‘나라길 시작점’이라 부르며 평양시 중구역김일성광장 주석단(연단)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표시비는 90년대초 평양 중구역 해방산여관 앞마당에서 평양성 함구문으로 옮겨졌다가 96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현 위치인 김일성광장 주석단 아래로 옮겨졌다. “나라길 시작점을 수령의 혁명활동 역사와 결부시켜 올바로 정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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