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KOREA] 오지마을 관광명소 ‘환골탈태’
자신감이 넘쳤다. 머리는 하얗게 셌지만 눈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전직 공무원으로 민·관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지역자원인 가야부키(억새지붕집)를 이용해 마을을 되살린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관광 카리스마’ 고마 가쓰미(69)이다. 고마는 일본 교토부 나탄시 미야마초 지역만들기의 핵심 인물이다. 미야마초 산업진흥과장이었던 1976년부터 지역만들기에 투신했다.
18년여의 노력 덕분에 산간오지 마을은 도시민들의 귀촌과 더불어 연간 7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과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고마는 “주민 설득에만 10년, 체계를 갖추는 데 3년, 지역자원 상업화에 5년이 각각 걸렸다.”면서 “지역을 살리려면 끈기가 없어선 안되며, 긍정적·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마는 “주민 100명 중 30%는 찬성,30%는 반대, 나머지 40%는 자신의 결정을 미루는 사람들이며, 이 40%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마을리더의 능력”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가야부키촌을 복원·유지하는 게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예산 지원에 소극적인 지방의회와 공무원 동료들과 끊임없이 대립했지만, 결국 설득했다고 한다.
고마는 “정부는 지역에 얼마나 많은 기회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며, 지역에서는 청년단 등 지역문제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리더를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통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리나라를 비롯, 지역만들기 과정에서 애를 먹는 부분이 바로 주민과의 갈등이다.
고마는 “한꺼번에 다 이루려고 해서는 안되며, 무엇이든 다 해 줄 수 있다는 식의 표현도 금물”이라면서 “반박하고 부정하거나 단도직입적으로 ‘안돼’라고 말하지 말고,10~20% 조금씩 높여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골은 보수적이고 빈부격차가 크기 때문에 대의명분에 기초해 노년층과 여성 등 모두를 평등하게 이끌고 가야 기초가 탄탄해질 수 있다.”면서 “긍정적·적극적인 자세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목표의식을 공유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고마의 집은 온통 지역자원인 삼나무로 꾸며져 있었다. 탁자·전등·식기 심지어 집까지 모두 삼나무로 만들었다.
그는 “지역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어야 지속적이고 새로운 발전이 가능하다.”면서 “마을의 역사·문화를 살리려는 주민들의 내부 노력은 물론, 외부와의 연계도 강화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마는 공무원 퇴직 후 마을로 들어왔으며, 여생을 이곳에서 보낼 계획이다. 한국의 지역만들기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국 고유의 색깔과 문화를 지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결코 일본을 흉내내려 해선 안되며, 배우는 것과 흉내내는 것은 분명 다르다.”면서 “한국 나름의 문화와 민족성을 인식해 한발 앞서가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 사진 미야마(일본)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