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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오너리스크’… 문제 뭔가?

    최근 ㈜한화의 상장폐지 논란이 벌어지면서 그룹 총수(오너)의 행위가 기업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오너 리스크’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배경이기 때문이다. 6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화는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공시와 관련해 4만명에 이르는 모든 주주들에게 사과편지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서신을 통해 주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뒤 이번 사안에 대한 진행 경과와 향후 일정을 설명했다. 경영투명성 제고와 공시역량 강화를 위해 내부거래위원회 운영 강화와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 이사회 기능 강화, 공시업무 조직 확대 및 역량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어 오후에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약속한 방안들을 통과시켰다. 한화 관계자는 “전날 거래소에 제시한 경영투명성 개선 방안을 바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주주와 국민들에게 한화가 앞으로 잘하는지 지켜봐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너 리스크는 한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에는 최태원 SK 회장도 계열사 18곳의 투자금 중 일부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 바람에 SK그룹은 투자, 조직개편 등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역시 과거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이 지배구조 개선, 경영감시 시스템 강화 등과 더불어 실적 개선을 통해 이미지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으로서는 인위적인 노력 대신 투자와 고용 확대, 실적 개선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결국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경영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업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국내 대기업들이 오너 경영의 특징인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등 지금까지의 난관을 극복한 만큼 오너 경영의 장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부산시 ‘민원 고객불만 제로’ 도전

    “민원처리 불만 있으면 고객불만제로로 연락하세요.” 부산시가 소비자 불만을 덜어주기 위해 민간기업체 등이 운영하는 고객불만제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6일 밝혔다. 시가 이 시스템 운영에 나선 것은 최근 산하 공사 등에 대한 외부청렴도를 조사한 결과 직원들의 금품수수 등 부패 문제보다는 복잡한 민원처리 절차와 불친절 등으로 인한 행정서비스 불만이 더 문제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는 120 콜센터에서 행정처리 결과에 대해 전화설문 방식으로 1~2개월 후 청렴 진단을 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이렇다 보니 청렴진단이 즉시 이뤄지지 않아 불만 요인이 처리부서에 제때 전달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불만제로 시스템을 운영해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등을 향상시킬 방침이다. 시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이달 중으로 5개 분야(소방시설 점검·보조금 지원·공사관리·비영리단체 등록과 관리·건축 도시계획 심의)에 대한 업무처리 흐름을 조사하고 용역을 준 뒤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시스템 구축 전까지는 120 콜센터에서 4개 분야 업무(소방시설 점검 제외) 처리 결과를 3일 이내에 통보하는 ‘청렴 해피콜’을 실시, 불편사항과 건의사항 등을 수렴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불만제로 시스템을 가동하면 부패 취약 5개 분야에 대한 민원처리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있다.”며 “다른 건의 사례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시민과 함께하는 행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한화 상장폐지 위기 넘겨

    국내 10대 기업집단에 속하는 한화 주식의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화의 경영 투명성 개선방안이 유효성이 있다고 판단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이에 따라 한화 주식은 6일부터 정상적으로 거래된다.”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 3일 저녁 주식 거래가 마감되고 나서 한화 김승연 회장 등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공시했으며, 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며 6일부터 한화 주식 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었다. 거래소가 이례적으로 휴일 긴급회의를 소집, 보통 2주가 걸리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회부 여부를 3일 만에 결정한 것은 한화의 시가총액이 2조 9000억원에 이르고 주주 수도 4만 4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벌그룹 계열사에 대한 특혜 가능성과 코스닥 상장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거래소는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검사에서 제외한 것과 별도로 횡령·배임에 대해 늦게 공시한 데 대한 심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70억 횡령 징역형 이사장, 복귀뒤 또 150억 교비 슬쩍

    재단 이사장이 교비 횡령 등 각종 탈법·비리를 일삼아 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대학 등록금이 일부 학교 운영자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간 것은 교육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결정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3일 ‘대학재정 운용 투명성 점검 결과’를 통해 교육 당국의 부실 관리를 틈탄 대학 운영 주체들의 비리 실태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교비 15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된 충북의 모 학교법인 A이사장은 지난 2002년에도 교비 70억여원을 횡령한 전력이 있었다. 감사원은 “2002년 교비 횡령으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은 A이사장이 2008년 이사장으로 복귀해 횡령을 반복한 것”이라면서 “이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관리감독 소홀이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횡령 사실이 처음 적발된 2002년 A이사장과 배우자(이사)의 임원 취임(2003년)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넘겼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임원 취임 승인이 취소되면 향후 2년간 학교법인 임원이나 학교장으로 임용될 수 없게 돼 있다. A이사장이 교비를 횡령한 대학에 돈을 갚은 적이 없는데도 교과부는 변제한 것으로 인정했고, 덕분에 A이사장은 2008년 버젓이 이사장 자리를 다시 꿰찼다. 이사장에 복귀한 뒤에는 부인, 자녀 등과 함께 2년간 교비 150억여원을 마음대로 또 퍼썼다.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법인 소속 학교들의 교비를 번갈아 빼내 이전의 횡령액을 갚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까지 썼다. 명예총장은 무보수직임에도 파렴치 이사장은 아들이 총장으로 있던 대학의 명예총장을 맡아 10억원의 보수도 부당하게 챙겼다. 교육당국의 엉성한 관리감독 덕분에 B법인 이사장도 교비를 제멋대로 주물렀다. B법인 이사장 일가는 2005~2007년 법인의 기본재산 임대료 수입 2억 9000만원을 횡령했다. 관할 시교육청은 2007년 9월 감사에서 비리사실을 적발하고도 임원 취임 취소나 고발 조치 없이 의원면직 선에서 덮었다. 이사장 일가는 이후 2008년 사재 출연 등 개인부담 없이 100억원 상당의 B법인 재산을 증여해, 설립자의 횡령으로 관선이사가 파견 중이던 C법인을 인수했다. 공익법인 재산 증여만으로는 다른 학교법인 인수가 불가능한데도 교과부가 이를 승인한 것이다. 감사원은 “업무를 부실하게 처리한 당시 교과부 관련 공무원들의 징계 시효가 지나 징계 요구 대신 인사상 책임을 묻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불법·비리 행위로 적발된 104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새누리당 ‘SNS 활동지수’ 공천 반영에 시끌

    새누리당 ‘SNS 활동지수’ 공천 반영에 시끌

    “로그, 시그마 공식까지 동원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지수는 돌아다니는데 정확한 기준은 알 길 없고, 형평성도 떨어지고….”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상대책위 산하 눈높이위원회가 4·11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항목에 SNS 활동지수를 반영키로 했지만 의원들의 지역구 사정과는 동떨어진 ‘딴 세상’ 얘기이기 때문이다. ‘60대를 훌쩍 넘긴 의원님’에게 트위터 활동을 권하기도 어렵지만 전국 고령화 1위를 달리는 지역구 특성상 온라인 소통으로 지역구 민심을 챙기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이 의원의 보좌관은 “의원님께 의견을 물어보고 보좌진이 대신 글을 올리지만 솔직히 지역 경로당을 찾아다니는 게 더 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도 친구 신청을 일정 수준 이상 해서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되면 며칠간 이용이 금지된다.”면서 “지명도가 낮은 정치인들은 열심히 온라인 활동을 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앉아서 친구신청이 들어오길 기다리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비대위가 작업 중인 SNS 소통지수를 놓고 의원들 사이에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트위터 활동 내역을 정량평가하고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정성평가하겠다는 게 요지다. 정치인의 온라인 활동을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트위터 평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눈높이위원인 이준석 비대위원이 “평가기준이 완성돼도 의원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 갈 길이 급한 의원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자칫 밀실평가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련업계는 팔로어 수와 팔로잉 수, 트위트 수, 리트위트 수로 트위터 활동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코웃음치는 분위기다. IT 전문가인 박성기 소셜미디어 에반젤리스트(전도사)는 “예컨대 리트위트(RT)가 100개 넘어가면 ‘100+’로만 표시돼 측정할 수 없다. 메시지를 복사해 인용하는 수동 리트위트는 혐오자가 많아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눈높이위원장인 조현정 비대위원이 “‘벼락치기’와 관계없이 공천심사 전에 한 것이면 국민과 소통한 것으로 간주,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맹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트위트 수는 3200개 또는 두 달이 넘어가면 측정할 수 없고 멘션(언급) 수도 최근 800개까지만 저장된다. 국회입법조사처 조희정 입법조사관은 평가기준 공개와 지역 편차 보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조 조사관은 “중앙정치 중심인 한국 특성상 SNS도 수도권 중심 경향이 극심하다. 대구시만 해도 트위터 활동을 하는 예비후보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계를 전했다. 평가기준도 ‘정보공개의 투명성’ 측면에서 공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2010년 상원의원 100명을 대상으로 일명 ‘디지털 IQ’를 측정, 발표한 적이 있다. 마케팅·경영학 교수진 및 컨설팅 전문가로 구성된 싱크탱크 ‘L2’가 발표한 디지털 IQ는 페이스북(25%), 트위터(25%), 유튜브(25%), 온라인 블로그(12.5%) 등의 활동내역과 사이트 트래픽(12.5%)을 분석해 순위를 매겼다. 당시 74세의 공화당 존 매케인 의원이 의외로 1위를 차지했는데 2010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의 온라인 소통량이 대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벼락치기 SNS 활동’이 입증됐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새누리당의 트위터 평가방식은 ‘소통, 공감’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홍보’를 평가하기 위한 지수”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의원이 참석한 행사 사진이나 발언으로 도배한 트위트와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트위트를 구분해 내려면 지금보다 진일보한 공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 신중히 접근하라

    서울시가 그제 뉴타운·정비사업 구역 해제를 추진키로 한 것은 고육책 성격이 강하다. 2002년 ‘강남 수준의 강북 개발’을 내걸고 출발한 뉴타운은 그동안 선심성 구역 지정 남발과 사업추진 공전으로 애물단지가 돼 온 게 사실이다. 무엇 하나 똑 부러진 구석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구역 해제 여부를 분명히 함으로써 사업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소유자보다는 거주자 중심의 구역정비 쪽으로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도 실거주자의 살 권리를 보장한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서울 뉴타운·정비사업의 절반 가까운 610곳이 대거 수술대에 오름에 따라 예상되는 혼란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지출된 매몰비용 처리 문제다. 엄청난 비용 분담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 조합원 등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박원순 시장은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이미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박 시장은 “앞으로 새롭게 지정되는 뉴타운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일도양단식의 해법은 명쾌할지언정 장기적 안목의 주택정책은 아니라고 본다. 주택공급 물량이 줄면 결국 전세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뉴타운 속도조절론’이 필요한 이유다. 구역 내 거주하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복안 또한 실현가능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거주자나 세입자 권리보장에 방점을 찍은 서울시의 신구상은 주거권이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세계적 추세로 봐서도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주택문제는 다양한 이해가 걸린 복합적 사안인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정책의 균형을 잡아 주기 바란다.
  • [옴부즈맨 칼럼] 민간경력자 채용, 공직 새 바람 되길/박제국 행정안전부 인력개발관

    [옴부즈맨 칼럼] 민간경력자 채용, 공직 새 바람 되길/박제국 행정안전부 인력개발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행정의 구현은 어느 정부에서나 내세우는 가치이다. 그러나 그간 정부의 정책 중에는 행정 현장을 잘 모르고 수립·집행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탁상행정’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이와 같은 행정의 현실성·현장성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학교 졸업 후 공직에서 보낸 세월이 대부분인 공채 출신 공무원들로서는 정책수요자 처지에서 현장에 보다 적합한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93명의 첫 합격자를 발표한 ‘민간경력자 5급 일괄채용’은 공무원 충원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제도이다. 다양한 민간경력을 지닌 인재들을 공직에 유치하여 수요자로서 현장에 맞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려고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기 위한 특별채용시험이 부처별로 운영됐으나, 경력보다 학위나 자격증 등 소위 ‘스펙’ 위주로 채용하는 경향이 있어 풍부한 경험을 갖춘 현장 전문가를 채용하는 사례가 적었다. 그뿐만 아니라 산발적인 시험 실시로 말미암아 선발의 공정성·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도 존재해 왔다. 이에 부처별 특채를 행정안전부가 일괄하여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민간에서의 경력과 성과를 중시하여 선발하는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합격자들의 면면을 보면, 기존 학위·자격증 위주의 특채시험에서 볼 수 없었던 현장 경력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아랍지역 외교관으로는 아랍 건설현장을 누볐던 아랍지역 전문가가, 우주기상 담당 사무관으로는 직접 기상위성을 개발했던 위성전문가가, 농촌지도관으로는 농촌에서 태어나 농업경영 지원에 헌신한 농촌전문가가 합격했다. 1월 31일 자 서울신문의 민간경력자 일괄채용 합격자 인터뷰 중 여성 일등항해사 출신 최은진씨는 해사안전 정책과 관련, “수십만~수백만원 하는 기계를 추가로 탑재하는 것도 녹록지 않은 중소형 선박의 입장에서 정부정책을 수립해 나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항해사나 선박검사원 경력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포부이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민간경력자 선발이 마냥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민간 경력이나 경험을 과소평가하고, 눈에 보이는 학위나 자격증을 선호해 왔던 공직 내부의 문화가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렇게 어렵게 유치한 민간경력자들이 공직에서 본인의 능력을 꽃피우려면, 앞으로 이들의 공직 안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간 특채 출신자들은 공채 위주의 공직사회에서 소수자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느껴야 했다. 특히 특채자들보다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받고 우월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공채자들과 경쟁하기 쉽지는 않았고, 이러한 이유로 공직을 떠나 다시 민간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번 시험 합격자들은 5급 공채 합격자들과 약 10주간 공동교육을 받게 하여 공직 기본소양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한편, 민간경력자 일괄채용 합격자들 및 공채자들과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부처 배치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간담회나 의견조사 등을 통해 건의 및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청취하여 관련 인사제도를 개선·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행정의 대상이었던 민간 출신자들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직에 들어와 보다 현실성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 이는 민관 협치(governance)의 한 모습이며, 대표관료제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60만명의 공무원이 일하는 중앙부처의 관행과 행태를 이번에 들어온 93명이 단번에 바꿀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제도가 정착되고 합격자들이 늘어날수록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번 합격자들이 국민공감행정의 주춧돌을 놓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 민간 93명 첫 ‘5급 일괄공채’… 공직채용 새 실험

    원양 상선 항해사, 중동 건설사 직원, 보험상품 개발자, 홈쇼핑 상품 기획자…. 모두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대거 공직에 들어온다. 새로운 공직 채용 실험이 자리를 잡을지 관심을 끈다. 행정안전부는 30일 ‘민간 경력자 5급 일괄 채용’ 전형 최종 합격자 93명을 확정, 발표했다. 그동안 해당 부처가 민간 경력자를 5급 공무원으로 한두명씩 채용했었으나 대규모 일괄 채용은 처음이다. 채용 과정도 파격적이다. 학력과 자격증보다는 우선 각 부처가 요구한 직책에 적합한 전문가를 뽑았다. 아랍어를 전공하고 중동에 파견된 건설사 직원이 외교통상부 아랍권 지역 외교 공무원으로 들어와 중동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을 돕는 일을 맡는다. 정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던 전문가가 이를 관리 감독하는 부처의 공무원이 되기도 했다. 브랜드 전략 컨설팅사에서 기업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던 전문가는 농식품 산업화 전문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영입돼 행정 서비스의 질 향상도 기대된다. 위성 기상 예측 공무원으로 들어온 공무원은 우리나라 최초 다목적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 개발에 참여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위성 관제 시스템을 운영했던 전문가다. 척추질환 전문 신경외과 의사가 병무청 징병 신체검사 공무원으로 들어와 병무 비리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외교부 장관 딸 특채 파문’ 부작용도 막을 수 있게 됐다. 행안부가 해당 부처의 수요를 받아 엄격한 절차를 거쳐 채용함으로써 특채 투명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력자를 정책 개발 현장에 유치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기존 2명이던 특채 서류 심사위원을 3명으로 늘리고 3명이었던 면접위원은 5명으로 확대했다. 서필언 행안부 1차관은 “기존 5급 특채는 각 부처가 수시로 실시해 국민들이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일괄 채용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채에 대한 불신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민간 전문가의 공직 유입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기존 조직·공무원과 잘 융합하도록 관리하고, 장기적으로는 적재적소에 인력을 충원할 수 있게 부처에 인사권을 돌려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경제위기 유럽선 ‘긴축’ 남미·인도는 ‘정경유착’

    경제위기 유럽선 ‘긴축’ 남미·인도는 ‘정경유착’

    40여 개국에서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세계 각국은 ‘쩐(錢)의 전쟁’을 위해 실탄(선거 자금) 모금에 분주하다. 자금이 넉넉할수록 선거 운동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선거자금 감시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는 민주당과 공화당 등이 올해 11월 대선에 모두 60억 달러(약 6조 7000억원)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돈 선거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CNN은 대륙별 주요국의 선거 자금 규모, 후원 제도 등을 비교하며 “선거 자금의 규모보다 선거 자금의 출처 탓에 글로벌 정치의 도덕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선거 자금의 특징과 트렌드를 키워드로 정리했다. ●영국 국가부채와 경기악화로 씀씀이를 크게 줄인 영국은 선거 비용도 눈에 띄게 긴축했다. 2010년 총선에서 영국의 모든 정당이 사용한 선거비용은 2005년 총선 때보다 26%(4900만 달러)나 줄었다. 그러나 국제투명성기구(TI) 영국지부는 “선거 비용은 줄었지만 영국 정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영국은 개인과 기업 후원금에 액수 제한이 없다. 찬두 크리시난 TI 영국지부 대표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서 3만 1000달러(약 3500만원) 이상을 후원한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TI는 유럽 각국이 노르웨이의 선거 자금 제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권했다. 노르웨이의 정당들은 개인이나 기업 후원보다 정부 보조금에 기대 선거를 치른다. 노르웨이 정당들이 2010년 얻은 수입 중 74%가 정부 지원금이었다. 돈 선거를 막기 위해 TV와 라디오에서 정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브라질 남미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는 브라질도 선거 자금에 관해서는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기업 의존증이 심하다. 2010년 대선에서 당시 지우마 호세프 노동자당 후보는 선거 후원금 중 98%를 대기업으로부터 거뒀다. 주요 야당도 사정이 비슷해 후원금의 95.5%가 기업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선거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노골적인 정치 후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식 후원을 금지하면 비자금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인도 브라질이 반면교사로 삼는 국가가 인도다. TI에 따르면 인도는 정당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없다. 이 때문에 기업 등이 후보들에 몰래 건네는 검은돈의 액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입수한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우타르프라데시 주 선거에서만 20억 달러의 검은돈이 선거판에 흘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최근 3년 평균 수익의 5% 이상을 후원금으로 내놓을 수 없지만 검은돈은 이 같은 법규를 무시한다. 2009년 타밀 나두 주의 선거에서는 약 33.4%의 유권자가 후보자의 지지자들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답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비리직원 위로금 축구협회 구린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933년 생겼다. 대한심판협회로 출발했다. 일반인들에게 존재가 알려진 건 1993년 정몽준 의원이 수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옆의 노랑색 건물에서 직원 13명을 데리고 9년 뒤의 한·일월드컵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서울 신문로의 6층짜리 번듯한 건물을 가지고 있는 축구협회의 올해 예산은 900억여원이다. 조광래 국가대표팀 감독 해임으로 떠들썩했던 협회가 이번엔 특정 간부의 비리직원 감싸기로 내홍을 겪고 있다. 회계담당 직원이 창고에 쌓아둔 축구화를 빼돌리려다가 들통났다. 들추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법인카드 실적이 좋다고 카드회사에서 준 수십 장의 기프트카드도 빼돌렸다. 그게 3년 동안 2500만원 가까이다. 벌을 주려니 한 간부가 말리며 조용히 나가라고 했단다. 켕기는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연간 900억원대를 주무르는 회계 담당자의 치부치곤 졸렬하기 짝이 없거니와, 퇴직금 외에 명예퇴직 보상금 조로 기본급 2년치인 1억 5000만원으로 입막음을 시도한 게 아닌가 의심되는 것도 치졸하다. 그러나 협회의 폐쇄성, 인사의 난맥상이 더 큰 문제다. 한·일월드컵 이후 구멍가게에서 거대기업으로 급성장한 협회는 2005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등 투명성을 갖췄다고 자랑해 왔다. 하지만 인사에 관한 한 여전히 구멍가게 수준이다. 임직원은 100명 정도, 기술위원 등을 빼고 상근직만 80여명이다. 정 전 회장이 주변을 자기 사람들로 채우면서 반목이 시작됐다. 회장파와 비회장파, 내부파와 외부파, K대와 비K대 등으로 감정의 골이 파였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도 전 회장 관련 기업에서 데려왔다. 조중연 현 회장은 임기 초 “한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하지 않도록 보직을 순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결정돼 26일 발표하려다 보류한 10명의 인사안을 보면 당초의 장담과 다르다. 3년간 공석이던 사무총장에 K 국장이 내정됐다. 인턴으로 입사, 정 전 회장의 총애로 7년 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노조에 몸 담고 있는 한 과장은 보복성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 걱정되는 건 코앞으로 다가온 런던올림픽과 월드컵 예선 일정이다. 1년 뒤 회장 선거로 가뜩이나 올해 시끄러울 텐데, 두 중요 이벤트가 제대로 준비될지 염려된다. 정리할 것은 깨끗이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다. 그게 내 사람, 네 사람 따지는 수준을 벗어난 협회의 사람 부리는 모습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이들이 공직자 맞나/류찬희 정책뉴스 부장

    [데스크 시각] 이들이 공직자 맞나/류찬희 정책뉴스 부장

    연일 공직자 비리가 터지고 있다. 비리 연루 공직자는 직위 고하가 따로 없다. 비리 내용도 다양하다. 단순 민원인 청탁을 들어주는 것은 그렇다 치자. 뭉칫돈 뇌물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자 스스로 앞장서서 비리를 만들어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리 수법도 일반 범죄 이상으로 교묘하고 대담해졌다. 카메룬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둘러싼 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사건만 하더라도 공직비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비리 연루자들이 과연 공직자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이들은 국가 에너지 확보 업무를 맡았던 촉망받던 공직자들이었다. 그런 만큼 고급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직무상 얻은 정보를 국가나 공익에 사용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배를 불리는 데 악용했다. 이들이 저지른 비리는 청탁을 들어주거나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비리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시중의 주가조작 사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사실과 다른 정보를 확대 재생산해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고통을 줬고, 나아가 국가 기강을 흔든 범죄라는 점에서 일반 주가조작 사건보다 더 악질이다. 비리가 드러난 이후 이들의 처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난해 터진 비리였지만 해당 공직자들은 믿는 구석이 있었는지, 아니면 혹시나 ‘윗선’이라도 개입돼서였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자체 감사, 감사원 감사를 거치는 동안 해당 공직자들은 변명조차 없었다. 이들은 일이 터졌을 때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고 물러났어야 마땅하다. 참으로 뻔뻔스럽고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공직자들이다.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의 비리 또한 도를 넘었다. 사소한 민원 챙기기부터 인사 비리, 인허가 비리 등 자고 나면 비리가 터진다.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할 정도다. 급기야 지자체장들은 분식회계를 하는 대담함까지 보여줬다. 분식회계는 단순 실수(error)가 아닌 부정(fraud)을 담고 있어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고의적으로 재무제표를 사실과 다르게 표시해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다. 기업은 물론 국가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준다. 분식회계 기업에 무거운 처벌이 따르는 이유다. 어디 그뿐인가. 터지는 비리마다 공직자들이 끼여 있다. 만연된 교육 비리, 지자체 비리 또한 곪을 대로 곪았다. 대학특별전형 비리 명단에도 어김없이 교사·교육청 직원 등 공직자 이름이 올라왔다. 학교는 특별전형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추천서를 써주는 위치에 있고, 교육청은 이를 감독하는 기관이다. 역시 직위를 이용한 정보를 사리사욕에 악용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공직 비리 증가는 공직자 자질이 부족하고 비리를 근절하는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증거다. 비리의 근원은 공직자들의 윤리의식 부족이다. 전문가들은 공직자들이 사명감이 떨어지고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정책 집행의 투명성·타당성 확보 부족을 꼽는다. 다음은 시스템 문제다. 공직 비리 근절은 1차로 해당 기관장의 몫이다. 감사원과 국회가 통제하고 잘못된 점을 꼬집어 개선토록 하고 있지만 우선 기관장이 책임져야 한다. 지자체의 경우, 비리를 감시하는 지방의회가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강제적으로 메스를 가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틀이 없어서가 아니다. 장치는 그런대로 촘촘하지만 운용이 허술하다. 온정주의 폐해도 크다. 처벌 수위를 높이고 양성화된 내부 고발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CNK사건, 교육 비리, 지자체 비리 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이들에게 정년을 보장해 주고 갖가지 특혜를 주는 것에 공분(公憤)하고 있다. 정부는 차제에 효율적인 공직비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CNK사건의 경우 검찰로 넘어갔다. 세간에는 윗선이 따로 있다는 소문도 떠돈다. 국민들은 비록 늦었지만 검찰이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히고 엄하게 처벌해 공분을 달래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chani@seoul.co.kr
  • 민주, 모바일 투표로 돈봉투 의혹 덮나

    민주통합당이 지난 1·15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금품 살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더 이상 자체 진상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관계가 밝혀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에 대한 당 차원의 수사 의뢰 계획도 백지화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의 ‘돈 봉투 살포’ 등 금권선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모바일 투표라며 이를 도입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나서줄 것을 한나라당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냉소가 흐르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해 12·26 예비경선 당일 화장실 등에서 있었던 금품거래 의혹 등과 관련해 이를 보도한 KBS에 사실 관계를 증명해 보이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자체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신경민 대변인은 25일 “KBS 자료는 하도 많이 뭉개져 있어서 사람은 물론 아무것도 특정이 돼 있지 않다.”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 의뢰에 대해서는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검찰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박희태 국회의장 연루 의혹이 제기된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을 언급하며 “의장실과 화장실을 구분해 달라. 사실관계(팩트)를 왜곡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돈 봉투’ 근절을 위한 모바일 투표 도입을 촉구했다. 한명숙 대표는 “한나라당의 중앙당 폐지보다 모바일 투표가 낡은 금권·동원 정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시스템인데 한나라당의 답변이 없다.”며 거듭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박영선 최고위원도 “한나라당 이상돈 비대위원이 당 대표, 최고위원을 없애는 이유가 돈 봉투 때문이라던데 모바일 선거제를 도입하면 깨끗이 해결할 수 있다. 집권여당의 홍보장사를 개탄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의혹은 확실히 털고 가야 더 큰 사고를 막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의 결정은 편의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서 “투명성, 책임성을 강조하며 한나라당을 공격하려면 사건을 덮는 인상보다는 스스로 진상 규명이나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한국사회 행복 첫째 조건? “공정”

    한국사회 행복 첫째 조건? “공정”

    우리나라 사회가 현재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공정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2020년이 돼도 개선될 조짐이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19일 발표한 ‘2020년 한국 사회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미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성은 10점 만점에 3.61점(2011년 기준)이다. 보통 수준인 5점에 한참 못 미친다. 보고서는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등 19명의 연구진이 재정부 의뢰를 받아 작성했다. 연구진은 42명의 전문가 심층 인터뷰, 일반인 인터뷰, 기존 통계 등을 활용해 사회의 질 구성요소를 공정성, 포용성, 안전성, 창의성 등 4가지로 나눴다. 2020년에도 공정성은 4.92점이다. 지도층의 부패가 여전해 국민의 불신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도층의 준법 수준(4.83점), 정부와 재계 관계의 투명성(4.29점), 지도층 인사결정에서의 공정성(4.71점),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의 수준(4.48점) 등이 5점 미만이다. 지도층에 대한 신뢰가 낮다 보니 시민 상호 간의 신뢰도 낮아져 상호신뢰 수준도 4.69점으로 예상됐다. 기회의 공정성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교육기회·승진·취업의 공정성이 각각 5.12점, 5.43점, 5.14점으로 보통 이상으로 개선되지만 학벌의 공정성(4.48점), 계층 간 이동가능성(4.05점) 등은 여전히 낮다. 사교육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가능성이 적고 여전히 학벌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포용성과 창의성이 개선된다는 전망이 그나마 위안이다. 포용성은 2011년 3.98점에서 2020년 5.41점, 창의성은 4.23점에서 5.93점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접촉이 늘고, 글로벌 의식이 확산되며 사회안전망이 강화되는 것이 포용성을 올린 요인이다. 한류 열풍의 지속,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 증가 등으로 창의성이 가장 큰 폭(1.7점)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지자체 여행사업 ‘짜고 치는 고스톱’

    지자체 여행사업 ‘짜고 치는 고스톱’

    자치단체들이 국내외 여행사업을 대부분 일부 업체와 수의계약 형태로 추진하고 있어 비리방지 차원에서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일부 여행업체의 경우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리베이트, 향응, 선물제공 등 전방위 로비를 벌여 공무원과 업체 간 비리 사슬이 끊기지 않고 있다. 전북도와 도의회가 A여행사 등 몇몇 특정 업체에 국내외 여행사업을 독점토록 해 말썽이 되고 있다. 전북도 기획관리실 성과관리과의 경우 지난해 12월 발주한 공무원 60명의 2박 3일간 제주도 여행사업(1인당 50만원)을 2개 업체에만 사업설명회를 하도록 한 뒤 A여행사와 수의계약을 했다. 도내 여행업 관계자들은 A여행사가 전북도의회 여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직 도의회 의장 등 정치권 인사들이 이 업체의 로비를 받고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의혹도 적지 않다. 전북경찰청에서 A여행사 컴퓨터 파일을 분석한 결과 수백명의 공무원들에게 각종 선물과 금품을 제공한 단서가 드러났다. 울산시는 국제교류 출장 등 업무용 해외출장 때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평소 이용하는 지역 여행사 2~5곳 중 업무의 종류에 따라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광역의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충남도 의회의 행정자치위원회와 농수산경제위원회가 동유럽을 다녀오면서 선정한 여행사는 모두 K사로 같았다. 여행사업이 일부 업체에 편중되는 것은 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공개입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여행사업 발주정보를 입수하고 찾아온 여행사들에 수의계약을 해주고 있다. 여행사 간 경합이 붙을 경우 사업설명회를 하도록 한 뒤 선정위원회에서 업체를 선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지적이다. 여행 예산, 목적지, 인원 등 각종 정보는 실·과 간부와 실무자들을 통해 특정 여행업체에 은밀하게 전달된다.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업권을 결정해 준 공무원들은 여행사로부터 금품이나 선물, 향응을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계약의 또 다른 문제는 여행사들의 탈세 가능성이다. 여행사들은 지자체의 단체여행사업을 따낸 다음 직원들과 개인별로 계약을 맺고 있다. 1인당 여행경비가 200만원이고 인원이 30명일 경우 전체 사업비는 6000만원이지만 여행사는 200만원짜리 30건으로 쪼개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이는 여행사가 소액 사업을 수주할 경우 세무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을 악용해 탈세를 하기 위한 수법이다. 또 사업비가 500만원 이상이면 공개입찰을 해야 하지만 그 이하이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지자체에서는 해외여행은 여비 규정에 따라 경비가 개인별로 지급되기 때문에 한건으로 묶어 계약을 하기 힘들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별 여행경비를 하나로 묶어 공개입찰할 경우 여행경비도 절감되고 계약의 투명성도 보장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여행사들의 지적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대학 허위 공시땐 3년간 지원 안한다

    앞으로 대학이 정보공시 지표를 부풀리거나 허위로 작성할 경우, 최대 3년간 정부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대학 간 통폐합 요건이 대폭 완화되는 데다 사립대도 외부 회계 법인에 의한 결산 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7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2012년도 대학구조개혁추진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방향은 지난해와 같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평가를 거쳐 하위 15% 대학은 대학재정지원 제한 대학과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으로 지정, 오는 9월 발표하기로 했다. 감사 등을 거쳐 퇴출 대상이 되는 경영부실대학은 12월 선정할 방침이다. 특히 교과부는 대학평가 지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출이 제출한 평가지표가 허위로 밝혀지면 정부재정지원 참여가능대학에서 빠지고, 심의를 거쳐 3년까지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허위나 과장이 추후에 드러나도 같은 조치가 이뤄진다. 교과부는 또 사립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기관에 의한 결산 감사 대상 대학을 전체 대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입학정원이 1000명 이상인 4년제와 2000명 이상인 전문대만 외부 결산을 받도록 규정한 상태다. 국립대 지배구조 개선과 대학운영 성과목표제 도입, 학장공모제 등을 담은 2단계 국립대 선진화방안은 이달 안에 결정하기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1년 다학기제, 융복합 교육과정 도입,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정 등 다양한 방안을 도입해 구조개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비계열 독립기업에 사업기회 개방

    16일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대·중소기업 공생발전 계획안’을 내놓으면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대그룹 계열사 ‘내부거래委’ 설치 4대 그룹이 발표한 동반성장 방안의 골자는 시스템 통합(SI)·광고·건설·물류 등의 분야에서 비계열 독립 기업에 사업 기회 개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비계열 독립 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 이상)에 속하지 않고 공정거래법상 계열사가 아닌 회사를 말한다. SI 분야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 보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를 제외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독립 기업에 입찰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광고 분야의 경우 개별 기업의 홍보(PR)나 이벤트, 매장 광고 등에서 중소기업의 사업 참여가 늘어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삼성 광고는 그동안 대부분 제일기획이 담당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광고회사도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건설 분야는 공장 및 연구개발 시설, 통신설비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건축사업 발주 때 경쟁입찰의 문호가 넓어진다. 기업들은 우선 이러한 방침을 상장 계열사에 적용한 뒤 점진적으로 비상장 계열사까지 넓혀갈 예정이다. ●30대그룹 “협력사 지원액 12% 증액” 이와 함께 4대 그룹은 계열사 내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신규 설치하거나 확대해 내부 거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한층 높이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유광수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의 악습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라면서 “중소기업들에도 공정한 경쟁 기회가 보장돼야 제품의 질도 올라가고 가격도 정상적으로 형성되는 만큼 산업계 전반으로 이러한 흐름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협력사 지원 실적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올해 협력사에 지원할 금액은 지난해 1조 5356억원보다 12.1% 늘어난 1조 7213억원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판매·구매 지원이 6309억원(36.7%)으로 가장 많고 ▲연구·개발(R&D) 지원 24.3% ▲보증·대출 지원 20.1% 등의 순이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공무원 ‘클린카드’ 스크린골프 못 한다

    공무원이 클린카드를 쓸 수 없는 곳에 스크린골프장, 당구장, 스포츠마사지, 칵테일바 등 13개 업종이 추가됐다. 또 정부가 물품·용역을 구매할 때 고용창출 우수기업이나 물가안정 협조 업체를 우대하기로 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같은 계속사업에서 내년 치를 미리 투자하는 민간기업의 선투자 활동에 대한 이자 지원 범위도 연 4%에서 5%로 확대한다. 기획재정부는 12일 ‘2012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확정, 각 부처에 통보한다고 밝혔다. 김규옥 예산총괄심의관은 “예산집행에서도 물가안정과 고용이 중요시됐다.”면서 “재정 조기집행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에너지 절약과 중소기업 지원 등 민생사업도 실효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해 업무추진비 용도로 쓰는 ‘클린카드’ 사용 제한 업종은 19개에서 32개로 확대된다. 주류판매점, 카바레, 요정, 네일아트, 지압원, 골프연습장, 헬스클럽, PC방, 스키장 등 13개가 추가됐다. 고용 창출 기업과 물가안정 협조 업체는 정부 물품·용역 납품에서 우대받게 된다. 융자사업을 추진할 때도 정부는 고용창출 우수 기업에 자금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거나 대출금리를 인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세부계획을 준비 중이다. 가격을 인하하거나 옥외가격표시제를 실시하는 물가안정 협조 업체 역시 물품·용역 구매 시 우대하고, 가격 하락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 물품을 조달해 물가안정에 이바지하기로 했다. 에너지 절약과 관련, 정부는 올해 말까지 조명기기의 30% 이상을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자가폴 주유소 활용, 승강기 격층 운행 등 생활 속 에너지 절약 습관도 권장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연간 구매총액의 5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구매하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반청소·보안경비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중소기업자 대상으로만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업종도 신설했다. 대기업이 계열사를 통해 관급자재를 조달하지 못하도록 중소기업청장이 지정·고시한 품목 120개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직접 구매해 시공사에 제공하도록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자치단체장 인사전횡 사전 차단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 전횡을 막기 위해 승진 심사의 기준과 절차를 미리 공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자체의 고질적 인사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채용과 승진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행정안전부에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권익위는 2002년과 2006년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지방공무원 인사 제도 개선을 해당 부처에 권고했으나, 인사 비리가 끊이지 않아 이번에 실태 조사를 벌인 뒤 추가 권고했다. 승진 심사의 비리 소지를 없애기 위해 권익위는 승진 심사 대상자 명단과 심사기준 및 절차를 사전에 공개하도록 했다. 상위 승진 후보자가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는 그 사유를 명시하게 하고, 승진심사 대상자 범위를 현행(5명 이내 기준 4배수)보다 축소해 2~3배수로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 특별채용 과정에서도 투명성을 한층 강화하도록 했다. 시험위원에 외부 인사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시험위원이 응시자와 친족이거나 사제(師弟) 관계라면 심사를 못 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승진 후보자 조작, 뇌물제공 등 위법 행위로 승진한 사실이 추후 적발되더라도 원래 직급으로 강등되지 않고 미온적 처벌로 승진 직급이 그대로 유지되는 관행도 막는다. 권익위는 “행안부 장관과 시·도지사가 해당 자치단체에 대해 위법한 인사 행정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지방공무원법에 마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돈봉투 파문 확산] 민주 자체조사 단 하루만에 끝?

    ‘돈 봉투 의혹’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자체 진상조사가 흐지부지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유정 당 대변인은 10일 진상조사단 활동 결과와 관련, “하루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금전 수수설에 대해서는 다들 100% 관여한 바 없고, 들은 바도 없다고 했다.”면서 “좀 더 조사를 거쳐 구체적인 증거나 실명이 나오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간 없어 다른 조사 힘들어”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1·15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부 후보가 영남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에게 돈 봉투를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진상조사단을 파견했다. 부산·경남·대구·경북·울산시당 지역위원장 59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으나, 돈을 받은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당협위원장이 누구인지 밝혀 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전까지 진상조사에 집중하는 한편 금전 수수설을 보도한 언론사에 실명 공개 등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 11일 중앙당에 부정선거 신고센터를 설치키로 했다. 새 지도부에 선출된 뒤 부정선거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인사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철저한 조사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부정 선거의 실체를 밝혀 낼 만한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 당협위원장은 “진상조사단이 와서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됐는지, 목격했는지, 임시 전당대회에는 대절 버스를 타고 갔는지 등을 꼬치꼬치 묻길래 ‘나는 관계없다’고 답했고 조사는 그것으로 끝났다.”고 전했다. 계좌 추적이라도 할 듯한 기세로 내려갔지만 결국 형식적인 질문만 던지다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홍재형 선거관리위원장은 진상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아예 행사 참석을 이유로 지역구인 청주로 내려갔다. ●‘실체 규명’보다 ‘신속 대응’에 초점 당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해 대면 조사나 전화 조사 이외의 조사를 진행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의 돈 봉투 사건 조사는 처음부터 ‘실체 규명’보다는 ‘신속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돈 봉투 의혹이 민주당을 뒤흔들기 전, 의혹 확산을 차단하는 데 무게를 둔 모습이다. 지난 9일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조사의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꾸리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반대 의견에 밀렸다. 회의에서는 ‘신속’, ‘긴급’이란 말이 가장 많이 나왔다. 당 고위관계자는 “무엇이든 결정을 신속히 내려 진상조사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소환 제3의 장소 방문?…檢, 박 의장 조사 고민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돈 봉투 살포의 ‘몸통’으로 지목한 박희태 국회의장 측에 대해 검찰은 ‘단서가 나오면’이라는 조건 아래 직접 소환, 조사 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수사의 변수를 고려,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방문조사 카드도 놓지 않고 있다. 검찰 소환은 박 의장이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에 연루됐다는 실질적인 단서나 물증이 나올 경우다. 현직 입법부 수장인 박 의장을 명확한 물증 없이 검찰로 불러들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환 조사했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때는 “국회, 나아가 국민을 무시한다.”는 정치권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직접 소환을 위해 박 의장이 해외 순방에서 귀국하는 오는 18일 이전까지 관계자 및 자금추적 등을 통해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작정이다. 문제는 검찰이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다. 현직 국회의장 신분을 감안해야 하는 탓에 다른 조사 방식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수사 선상에 오른 만큼 조사 없이 마무리될 수는 없다. 국회의장으로 과거 검찰 조사를 받았던 김수한 의장 사례를 보면 박 의장의 조사 방식도 가늠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97년 4월 김 의장은 한보 정태수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샀다. 검찰은 입법부 수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박상길 중수1과장과 홍만표 검사가 한남동 의장 공관을 찾아가 방문 조사했다. 검찰은 조사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조사 시기, 장소, 주임 검사 모두를 언론에 공개했다. 김 의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임기 끝까지 의장 자리를 지켰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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