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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톤 화물트럭 운전 30대 가장 김현승씨의 하루

    25톤 화물트럭 운전 30대 가장 김현승씨의 하루

    대한민국 가장들은 고달프다. 옆집 김씨, 뒷집 장씨 할 것 없이 고통스럽다.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높은 사교육비 부담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화물트럭을 모는 김현승(36·인천 남촌동)씨는 구제역 피해까지 덤터기를 쓰고 있다. “뼈 빠지게 일해 봐야 빚만 진다.”는 그의 하루 행적을 지난 18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에서 따라가 봤다. 어둠이 깔린 새벽 3시, 대부분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25톤 화물트럭을 운전하는 김현승씨에게는 새로운 하루를 여는 시간이다. 가족들이 깰까 싶어 조심스레 겉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연신 하품이 나온다. 차량 상태를 점검하는데 어제 넣었던 기름은 벌써 바닥이 보인다. 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서 한숨을 내뱉는다. 한달 수입의 절반가량을 기름값으로 지출하는 김 씨로선 너무 가혹한 지출이다. 오늘도 500㎞ 강행군이 예정돼 있다. 경기 오산에 도착하니 새벽 5시. 1시간이면 족한 거리지만 덩치가 큰 탑차여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해 그렇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국내 경제마저 어려웠던 3년 전, 신속히 일을 처리하고자 무거운 쇳덩이를 손으로 운반하다 허리를 다쳤다. 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판정을 받고 7년간 몸담았던 펌프카 제작업체의 제관공 일을 그만뒀다. 강철판을 자르고 구부려 관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홀로 완성차를 만들 정도로 꽤나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로선 퇴직이 믿기지 않았다. 더욱이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병치레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 헤맨 것이 화근이었다. 병원 치료가 미흡해 산업재해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 된 것이다. 결혼 5년차에 한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충격이었다. 더욱이 부인의 배 속에는 곧 세상에 나올 둘째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지독한 불황은 그를 나락에서 올라오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일자리를 위해 문을 두드린 회사마다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찾은 게 화물차 운전이었다. 허리가 좋지 않은데 힘들지 않겠냐는 주위의 걱정보다는 당장 가족들이 먹고살아야 하는데, 제관공보다 힘들겠느냐는 오기가 작용했다. 처음 운전대를 잡은 이후 3년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기름값이든 물가든 모두 뛰어오르는 지금, 그에겐 하루하루가 힘겹다. 오산에 도착하자마자 톱밥을 싣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답답한 마음에 담뱃불을 붙이는 김씨의 넋두리가 이어진다. “물가가 오르기 전 지난해 10월에는 한달에 정부보조금 120만원 포함해 600만원 이상 기름값을 냈는데, 일거리가 줄어 현재는 400만원 정도 내고 있어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달에 70만원 정도 더 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년째 운송료는 그대로라서 너무 힘들어요. 불황이 계속된다면 뼈 빠지게 일해 봐야 빚만 늘겠네요.” 석유공사의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값은 지난해 10월19일 리터당 1477원 하던 것이 지난 19일에는 1774원으로 5개월 만에 17%가량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 금리마저 올랐다. 김씨는 3년 전 1억 5000만원 나가던 트럭을 사기 위해 인천 용현동의 89㎡ 아파트를 전세로 돌리고 4000만원 하던 빌라로 이사했다. 전세 보증금으로는 모자라 은행에서 4000만원 대출을 받아 5년 할부로 트럭을 구입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10월부터 불과 5개월 만에 0.75% 올렸다. 한달에 12만원씩 하던 대출 이자가 늘어 15만원 정도 내던 김씨로선 지난 10일 금리 인상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큰 액수가 아니어서 아직은 별로 걱정하지 않지만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이자가 계속 늘어가니 걱정이에요.” 오전 8시에 충북 증평에 도착했다. 다른 작업부들이 김씨 트럭 적재함에서 톱밥을 내리고 전북 전주로 가는 폐목재를 적재하는 동안 구내식당에서 동료 기사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 뒤 짬을 내 눈을 붙이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큰아들 초등학교 준비물을 사야 하는데 돈이 없어 이웃에게 빌렸다는 부인의 짜증 섞인 통화였다. 김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결혼생활 8년 동안 고생만 시킨 부인에게 미안하고 배움이 부족해 아이들한테만은 많이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경기가 비교적 나았던 지난해 10월 15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평소 낙천적이고 성실한 성격인 데다 수완도 좋아 일거리가 제법 많았다. 그러나 5고(高)가 본격화한 한달 뒤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수입이 넉 달 만에 100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수입은 줄었는데 지출은 되레 늘었다. 기름값 말고도 차량 할부금 160만원과 적금 80만원, 보험료 60만원, 화물차 회사 지입료 40만원, 아이들 학원비 30만원 등을 내고 나면 네 식구 생활비로 100만원이 채 안 된다고 했다. 더욱이 화물 소개비로 건당 5~10% 제공하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여기에 2개월에 한번씩 오일교체 비용 40만원, 반기에 500만원씩 부가가치세를 낸다고 했다. 3년밖에 안 된 차라 아직 수리비가 들지는 않지만 2년에 한번씩 타이어 교체하는 비용 500만원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수입보다 소비가 많아 신용카드로 지불하고 다음 달 수입으로 메워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전주에서 증평 들러 폐목재를 내린 뒤 다시 톱밥을 싣고 인천으로 향한다. 올라오는 도중에 밥값을 조금이나마 아끼려고 싼 음식점을 찾아 헤맨다. 가는 곳마다 500~1000원씩 고쳐 쓴 메뉴판을 보고 혀를 끌끌 찬다. 이날 역시 차 안에서 빵과 우유로 한 끼를 해결한다. 최근 수입이 줄어든 탓에 매월 40만원 정도 지출했던 외식과 문화생활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취미였던 낚시도 접어 창고의 낚싯대에는 먼지만 수북이 쌓였다. 김씨는 “지금은 저축한 돈과 신용카드로 근근이 생활하지만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정말 대책이 없다. 앞으로도 불황이 걷힐 것 같지 않은데 막막하다. 당장 급한 대로 적금 1개를 해약하고, 아이들 학원비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00㎞가 넘는 강행군이지만 그나마 오늘처럼 일거리가 있는 날은 다행이라고 했다. 전국에 확산된 구제역 여파로 우사와 돈사가 폐쇄되자 톱밥을 이용해 퇴비를 만들던 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건설경기 악화로 폐목재를 사용하는 건설현장 일거리도 줄었다. 때문에 요즘은 빈 차로 돌아오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녹초가 돼 밤 10시에 집에 돌아온 김씨. 역시 그를 반겨주는 건 가족이다. 아버지의 고통을 아는지 3살 막내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부인과 함께 김씨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한다. 또한 전보다 좁아진 집이지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소중하다고 했다.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씨.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이루기 어렵다고 말하는 그의 처진 어깨에서 대한민국 30대 가장의 오늘을 본다. 영상콘텐츠부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코오롱 ‘골리앗’ 듀폰 꺾다

    코오롱 ‘골리앗’ 듀폰 꺾다

    코오롱이 세계 슈퍼섬유(초강력 고부가가치 섬유) 시장의 ‘골리앗’으로 불리는 듀폰(미국)과의 독점 금지 소송에서 승리했다. 그동안 듀폰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던 여러 슈퍼섬유 업체들에 대해 소송을 통해 신규 진입을 번번이 차단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승리로 향후 코오롱이 듀폰의 독점 행위에 제동을 걸어 미국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듀폰 독점 제동 걸릴지 주목 20일 코오롱그룹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 제4순회 항소법원은 아라미드 섬유를 생산·판매하는 코오롱 인더스트리가 듀폰을 상대로 제기한 독점금지 소송에서 당초 원심을 깨고 만장일치로 듀폰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 항소법원은 “1심 당시 코오롱이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음에도 판사가 듀폰 측 변호사의 일방적인 발언에만 의존해 소송을 기각시킨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한동안 듀폰은 아라미드 섬유의 유일한 생산업체였고 지금도 미국 아라미드 섬유 시장에서 70%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듀폰이 미국 내 아라미드 섬유 시장의 주도적 사업자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과 듀폰의 법정싸움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오롱이 2006년 듀폰에서 퇴직한 직원과 컨설팅 계약을 맺자 곧바로 듀폰이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에 나섰다. 듀폰은 “코오롱이 자사 아라미드 제품인 ‘케블라’에 대한 기술을 훔쳤다.”며 미국 법원에 제소했고, 코오롱은 “독자기술로 아라미드 섬유를 개발했기 때문에 듀폰의 기술을 훔칠 이유가 없다.”고 대응했다. 코오롱도 ‘맞불’을 놨다. 이듬해 버지니아 지방법원에 “듀폰이 코오롱의 미국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독점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듀폰이 시장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코오롱 제품을 구매하려는 기업들에 대해 코오롱과의 거래를 줄이거나 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는 이유다. 실제 코오롱은 아라미드 섬유에 대한 미국 수출을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항소법원의 결정에 만족하며 듀폰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라미드 시장규모 7조원대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이상 강도가 높고 섭씨 500도의 불에도 타지 않아 고성능 타이어, 광케이블 보강재, 방탄복·방탄헬멧 등 다방면에 쓰이는 차세대 소재다. 일반 섬유보다 값이 10배 이상 비싸 탄소섬유와 함께 대표적인 ‘슈퍼섬유’로 불린다. 현재 세계 아라미드 시장은 1973년 세계 최초로 제품을 상용화한 듀폰(케블라)과 일본의 데이진(트와론)이 90%가 넘는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코오롱은 2005년 아라미드 섬유 개발에 성공해 ‘헤라크론’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외에 판매하고 있다. 올해 세계 아라미드 시장규모는 7조원대로 예상된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악마의 칩에 빠진 新도박족] 흔들리는 ‘死십대’… 붕괴되는 가정

    지난 한해 도박범으로 검거된 3만 8898명 가운데 40대가 36.0%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25.1%로 두 번째였다. 우리 사회의 중심축인 중장년층이 전체 도박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조기 퇴직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과 일상의 권태로 자극과 요행을 찾고, 사회생활에서 누적된 스트레스와 직장·가정 내 갈등 등이 두드러지는 연령층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간 보직의 계약직 확대 등 일자리 확충과 국가 차원의 도박 근절 시스템 지원이 갖춰지지 않으면 이 같은 추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8일 경찰청의 ‘도박범죄 검거 현황’에 따르면 2010년 도박범으로 검거된 3만 8898명 중 40, 50대는 61.1%로 집계됐다. 이어 30대 8452명(21.7%), 20대 3567명(9.2%), 60대 2278명(5.9%) 등의 순이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문제는 가장들이 도박에 빠지면서 가정이 붕괴되고 이것이 청소년 비행, 소년 범죄로 이어져 물결처럼 사회적 문제로 번진다는 것”이라면서 “기업의 경력직 활용 정책과 상담 등을 통해 유혹에 빠지는 중장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최두희기자 white@seoul.co.kr
  • 이름없는 영웅들, 감동의 역사를 쓰다

    재난 때는 항상 영웅이 등장한다. ‘심리적 박탈감’ 때문일 수도 있고, 롤모델을 통해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겠다는 ‘필요성’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동일본 대지진에서도 영웅들은 있었다. 참사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 익명의 영웅들을 모았다.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 대지진 이후 방사선 누출 문제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후쿠시마 원전. 오는 9월 지방원전회사에서 정년퇴직을 앞둔 시마네현의 59세 남성은 16일 위험천만한 냉각작업에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이 소식을 보도한 지지통신은 이 남성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그는 “지금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많은 언론을 통해 이번 원전 사고의 영웅으로 꼽힌 바 있다. ●1호기 당직팀장 후쿠시마 원전 1호기 당직팀장은 지난 12일 격납용기 뚜껑을 개방하는 작업을 했다. 고압으로 부풀어 오른 격납용기 내부 증기를 빼기 위해서다. 그의 노력 덕분에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정작 그는 100m㏜(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불과 10분의 작업 동안 그에게 노출된 방사선량은 일반인이 1년 동안 쬐는 방사선량의 100배에 이른다. 결국 그는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의 소식은 대한해협을 건너 한국에도 훈훈한 감동을 줬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1호기 당직팀장’이란 말이 주요 검색어로 올라왔다. ●부상 자위대원 17일은 후쿠시마 원전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로이터는 후쿠시마 원전 직원 800여명 가운데 복구 지원자가 늘면서 당초 50명이었던 사수대가 324명으로 늘었으며, 이들 가운데에는 14일 3호기 수소폭발 당시 방사선 피폭으로 입원했던 자위대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시 병상을 박차고 나와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일본에서는 그에 대한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또 폭발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철수했던 도호쿠엔터프라이즈사 직원 3명도 원전으로 향했다. 유키데루 도호쿠엔터프라이즈 사장은 “베테랑 직원 3명이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족, 지역,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원전 현장으로 갔다.”고 밝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악마의 칩에 빠진 新도박족] 23년 교직 퇴직금받아 빚갚아… “10주 입원치료후 희망”

    [악마의 칩에 빠진 新도박족] 23년 교직 퇴직금받아 빚갚아… “10주 입원치료후 희망”

    도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Y(51)씨가 번뜩 정신을 차린 것은 며칠 전. 집에서 훔쳐 온 여든 살 노모의 쌈짓돈을 도박판에서 모두 잃고 난 뒤였다. Y씨는 “도박에 눈이 어두워 어머니의 돈까지 탐하는 내 자신의 뻔뻔함에 치가 떨렸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국립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대구 지역의 중·고등학교 과학교사로 23년간 재직해 온 성실한 선생님이자 가장이었다. 그러던 그가 도박에 손을 대게 된 것은 동네 성인 오락실 슬롯머신을 접하면서부터. 1시간 만에 수십만원을 따는 등 도박의 달콤한 맛을 본 그는 점점 판을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1년부터는 아예 강원랜드 카지노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한탕’만 성공하면 그동안 쌓인 빚도 갚고 도박에서 깨끗이 손을 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한달에 15일로 묶여 있는 출입한도를 꼬박 채우면서 카지노를 들락거렸다. 카지노 한구석에 마련된 휴게실에 들러 커피를 마시면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돈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피곤한 줄 몰랐다. 처음엔 동전과 천원짜리 몇개를 들고 시작했던 도박이었지만,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7억원이 넘는 빚뿐이다. 친척과 친지 등에게 돈을 빌려 일부를 갚았으나 아직도 2억원의 도박빚이 그를 옥죈다. 얼마 전 학교에 사직서를 낸 것도 퇴직금을 받아 도박빚 일부를 갚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도박에 미쳐 집을 돌보지 않으면서 아내의 마음도 돌아섰다. Y씨의 아내는 10년 전 그의 곁을 떠났다. 이후 두 자녀까지 아내를 따라 집을 나갔다. Y씨는 대구에서 농사를 짓는 노모의 집으로 이사했다. 도박을 접할 수 없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성실하게 살겠다고 노모 앞에서 다짐했다. 그러나 Y씨의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다시 도박판을 찾았다. 단돈 10만원이라도 손에 쥐는 날에는 머뭇거리지 않고 대구에서 강원랜드까지 달려갔다. 결국 Y씨는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상담실의 문을 두드렸다. 도박판에서 돈을 모두 잃어 집으로 돌아갈 여비조차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았던 중독관리센터에서 Y씨는 도박 중독에 관한 영상을 처음 접했다. 영상 속에 등장한 정신과 의사가 “도박중독은 병이기 때문에 치료 받아야 한다.”고 하는 말이 가슴을 저몄다. 조심스레 상담사와 마주한 Y씨는 도박중독 치료를 위한 첫발을 뗐다. Y씨의 사연을 들으며 치료를 권하는 상담사에게 Y씨는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나이도 많아서 어디 가서 일도 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1차 상담을 마친 Y씨는 “이제껏 도박을 끊는 것은 단순히 내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중독도 병이라니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센터는 Y씨에게 병원에서 10주간의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퇴원 후 대구 집으로 돌아간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단(斷)도박 모임’에 나가 자신과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Y씨는 “도박판에서 손을 씻은 뒤 새로운 목표와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때 도박에 대한 충동적인 욕구를 이기지 못해 ‘한탕’만 노리며 미래를 생각할 수 없었다는 그였다. Y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센터가 마련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도박판을 떠나니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습니다.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납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서울광장] 그들인들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까/박홍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들인들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까/박홍기 논설위원

    일본엔 ‘마음으론 울면서 얼굴로는 웃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되도록이면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내가 울면 나보다 더 큰 불행을 당한 이에게 폐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메이와쿠(迷惑·폐) 방지 문화이다.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 등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공포 속에서 보여준 일본 국민의 침착성과 차분함은 세계인들에게 진한 울림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죽음의 사신 같은 시꺼먼 파도에 사랑하는 자식을, 부모를, 이웃을, 정든 집을 잃은 그들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대재앙에 항상 신경쓰고 경계하고 대비해 왔건만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제대로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 아름답고 평온하던 동북부 해안은 더 이상 아름답지도, 평온하지도 않다. 숲의 도시로 불리던 센다이는 질퍽질퍽한 개흙과 건물 잔해더미에 덮였다. 처참한 광경이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확인된 희생자만 1만명이 넘고 이재민도 40만명 이상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재난이다. 리히터 규모 9라는 수치보다 훨씬 큰 시련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흔들림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인들 가슴이 미어지지 않겠는가. 화가 안 나고, 분노가 일지 않겠는가. 자연 재앙보다 공포스러운 방사능의 위협에 피난을 떠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삶의 터를 지켜줘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정부, 갈팡질팡하는 총리, 원전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도쿄전력에 부아가 치밀지 않겠는가. 방사능 대량 누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말이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원폭’으로 끔찍한 아픔을 겪은 그들이기에 더욱 무섭고 두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매뉴얼대로, 배운 대로 참고 견디며 행동하고 있다. 주먹밥 한개로 세끼를 때우고 종이박스를 깔고 모포 한장을 덮고 자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4㎞가량 줄을 서며 두세 시간씩 기다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눈에 띌 만한 새치기도, 사재기도, 소란도, 약탈도 없었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폐허를 헤매는 노부모, 시신 앞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 남편이 숨져 있을 부서진 집터에서 조용히 합장하는 여인…. 고통과 슬픔에 의연하게, 감정을 절제하는 그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은 내내 무거웠다. 최후까지 마이크를 붙잡고 “빨리 도망치세요.”라며 대피방송을 하다 쓰나미에 스러져간 25세의 말단 동사무소 직원, 언제 폭발할지 모를 원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퇴직 직전의 원전 직원에 대한 사연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 디 이들뿐인가. 일본 방송도, 신문도 유난히 재난에는 흥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냉정하다. 1995년 고베대지진 때도 그랬다. 공영방송이자 재난방송인 NHK의 앵커, 기자와 아나운서들은 초유의 대재앙 앞에서 평소보다 차분한 어조로 피해 상황과 대피 요령, 피난처 정보, 구조활동 등을 상세히 전달했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섣부른 추측을 하지 않고 갈등과 불안을 부채질하거나 자극하지도 않았다. 유족들의 통곡 보도도 자제했다. 불필요한 제2, 제3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절망을 희망으로 함께 바꿔야 하는 재난 극복이 우선인 까닭이다. 문제는 우리다. 그들이 위기 때마다 결집, 연대하는 공동체 및 시민의식에 경탄만 할 게 아니라 ‘우리는 안전한가.’를 다시 묻고 챙겨봐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화(和·조화)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재난대응 시스템의 산물임을 직시해야 한다. 거대한 자연의 힘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가 아닌, “할 수 있는 것은 많다.”라는 교훈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국민의 행동에 대해 ‘인류정신의 진화’라고 평가했지만 그들도 속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고 있다. hkpark@seoul.co.kr
  • 공공기관 정원초과 인력 해소율 60%

    공공기관 초과 현원(정원을 초과하는 현재 인원) 해소율이 60.6%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초과 현원 해소 추진 상황을 점검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127개 공공기관의 초과 현원 1만 4500명 중 60.6%인 약 8800명이 정년·명예퇴직 등을 통해 해소됐다고 17일 밝혔다. 잔여 인원 5700여명은 내년 말까지 해소할 계획이다. 퇴직 유형별로 보면 의원 면직 등 기타가 32.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정년퇴직 30.1%, 명예퇴직 21.3%, 희망퇴직 15.8% 순이었다. 기관별로 보면 127개 기관 중 석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기업은행 등 61곳은 이미 초과 현원을 모두 해소했다. 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등 38곳은 50% 이상 해소했지만 강원랜드, 도로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28곳은 50%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부고]

    ●박봉흠(전 기획예산처 장관)규흠(청수실업 대표이사)씨 모친상 유광규(세원엔테크 대표이사)손태윤(전 세원이엔아이 부사장)정상구(특허법인 태평양 변리사)송영기(종합건축사무소 조언 대표)씨 장모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2)3410-6914 ●이종열(강남구의회 의원)씨 장모상 1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10시 (02)3010-2631 ●박희병(재독 프랑크푸르트 한인회장)승병(부산중 교감)화병(부산지방경찰청 정보과장)씨 모친상 14일 부산 서호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30분 (051)915-6090 ●김정규(광림한의원 원장)승규(전자신문 편집국 전자담당 차장)씨 모친상 15일 대전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42)220-9972 ●정영준(한국선급 경영지원본부장)씨 모친상 15일 수원 아주대병원, 17일 오전 6시 (031)219-4111 ●허태완(IBK투자증권 이사·CIO)씨 모친상 14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6일 오전 7시 (02)2650-2741 ●김영수(한국지엠 국내영업본부 팀장)씨 모친상 14일 동국대 경주병원, 발인 16일 오전 (054)776-9413 ●한중상(세무사)상운(교보생명 퇴직연금법인3본부 팀장)익선(한국타이어)씨 모친상 1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6일 오전 6시 (02)3010-2291 ●임문진(환경시설관리공사 감사)씨 부친상 15일 경북 안동의료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54)850-6448 ●정준희(통일부 정세분석총괄과장)찬희(사업)씨 부친상 1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2258-5940 ●이동용(한화증권 반포지점장)씨 부친상 1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2258-5963 ●백진한(A&G코리아 대표이사)씨 부친상 1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7일 낮 12시 (02)2227-7577 ●김영오(유한기술 본부장)이훈구(길정교회 목사)박건규(미국 거주)강영인(인니 선교사)씨 장인상 1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2227-7566 ●이재현(전 파라다이스 사장)씨 장모상 박성진(삼성자산운용 채권본부장)씨 조모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5시 30분 (02)3010-2252 ●권오창(경기일보 이사)씨 모친상 최동철(예비역 육군 준장)안승용(한국체인스토아 부회장)김승현(동국대 한방병원 교수)씨 장모상 권혁준(경기일보 사회부 기자)혁민(중부일보 경제부 기자)씨 조모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9시 (02)3410-6917 ●반병한(전 공무원)병욱(공무원)병희(동아일보 방송설립추진단 경영기획본부장)씨 모친상 윤석균(사업)씨 장모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410-6903
  • [데스크 시각] 법원 자정 노력을/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법원 자정 노력을/이기철 사회부 차장

    어느 판사의 미국 연수시절 이야기다. 그가 집에서 책을 읽는데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아이방으로 달려가 보니 탁상용 스탠드가 부러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가 중학생 아이에게 “왜 스탠드를 부러뜨렸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데 저절로 뚝 떨어져 부러졌다.”고 답했다. 그는 “갑자기 그럴 리가 없다. 공부하기 싫어서 부러뜨린 게 아니냐.”고 따졌다. 아이가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자, 그는 “이젠 거짓말까지 한다.”며 아이를 다그치며 한참 혼을 냈다. 그때 그의 부인이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 스탠드를 망가뜨리고 거짓말까지 하는데 쇼핑이나 다니느냐.”며 부인을 질책했다. 부인은 쇼핑백에서 전기스탠드를 꺼냈다. 그러곤 “아이방 청소를 하다 스탠드를 밀쳐서 떨어뜨렸다. 임시방편으로 붙여놨으나 새로 사왔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파악한 판사는 그냥 우두커니 서서 먼 산만 바라봤다.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예단(豫斷)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재판을 하면서 사건을 자신의 프레임에 가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단다. 또 다른 일화다. 한 판사에게 시골 농부가 피고로 왔다. 농부는 논을 비옥하게 하고자 객토(客土)를 했다. 하지만 객토업자에게 돈을 주지 않았기에 소송으로 번진 것이다. 판사가 농부에게 물었다. “객토를 했습니까?” 농부는 “예.”라고 답했다. “줄 돈은 있습니까?” “예.” “그런데, 왜 돈을 주지 않았지요?” 법정 분위기에 압도당한 농부는 시멘트 운운하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에 판사는 농부에게 “대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농부는 꾸물꾸물하다 법정을 떠났다. 얼마 뒤, 판사는 다른 자리에서 객토업자들의 농간을 들었다. 일부 업자는 시멘트와 돌이 섞인 건설폐기물 같은 것으로 객토해 논을 못 쓰게 버린다는 것이다. 이후 판사는 어눌한 농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보고 싶었던 것만 보았던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했다는 후일담이 전한다. 지난해 대구지법의 한 부장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몇년간 앓아온 우울증 때문이다. 정신병 환자인 셈이다. 그에게서 재판을 받은 당사자들은 정신병자에게서 재판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터이니, 모골이 송연해졌을 것이다. 법원은 그가 했던 재판과 관련된 변호사들에게 항소하라고 넌지시 부추겼다는 후문이다. 법원이 그의 결정을 한번 더 살펴보고 오류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그 부장판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은 법원이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최근엔 광주지법 파산부의 수석부장이었던 선재성 판사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법정관리기업에 친형과 친구들을 감사와 관리인 등으로 파견했다. 선 판사는 ‘부실기업 회생을 위해 내가 최선을 다했고,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보냈는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를 보였다. 최고 엘리트인 내가 하는 결정은 다 맞다는 독선이 사법부 구성원 사이에 만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울증 판사나 친형을 법정관리기업의 감사로 지정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은 사법부의 자정 노력에 달려 있다. 문제가 있는 법관을 재판에서 걸러내야 한다. 부장판사가 맡는 윤리감사관을 고법부장급으로 상향조정, 독립적인 감찰활동을 강화해야 국민의 신뢰가 선다. 문제를 일으킨 법관은 과감하게 인사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권위주의 시절처럼 재판 간섭으로 받아들여서는 법원이 더 이상 성숙하지 못한다. 며칠 전 부산지법 고종주 부장판사가 63세로 정년퇴직을 했다. 지법 판사가 정년퇴직하기는 사법부 66년 사상 6번째다. 그는 전관예우 논란을 빚는 로펌행이나 변호사 개업에 뜻이 없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이니 36년간의 공직 경험을 활용할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법관이 전혀 없는 시·군이 무척 많다. chuli@seoul.co.kr
  • ‘상하이 스캔들’ 합조단 조사 착수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을 통한 상하이 한국총영사관의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이 13일 오후 상하이에 도착, 본격적으로 현지조사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법무부, 외교통상부 직원 10명으로 구성된 합조단은 무엇보다 정부·여권 인사 200여명의 연락처 등 대외비 정보들이 덩에게 흘러들어간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근무했던 베테랑급 검찰 수사관 강모씨를 현지조사 팀장으로 보냈다는 점에서 특수수사에 준하는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현지 조사는 스캔들의 주인공인 덩의 정체를 밝히는 데도 역량이 집중된다. 특히 J부총영사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영사들의 덩에 대한 정보유출 등 수상한 기미를 포착해 내부조사를 벌인 점을 중시, 덩이 일각의 의혹대로 ‘스파이’ 역할을 했는지, 기존에 알려진 유출 정보 외에 추가로 유출된 정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역점을 둘 전망이다. 김정기 전 총영사와 J부총영사의 갈등설도 확인 대상이다. 총영사관 관계자들의 덩에 대한 편의제공이나 금품수수 등 비위 행위, 김정기 전 총영사와 덩과의 관계, 총영사관 컴퓨터시스템의 ID와 패스워드 유출 여부 등 총영사관 직원들의 복무기강 전반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다. 합조단은 지난 1월 덩과의 스캔들로 법무부를 퇴직한 뒤 다시 중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진 H 전 영사와 덩의 남편인 J씨 등에 대한 접촉을 다각도로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현지조사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조사결과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합조단 관계자는 상하이 도착 직후 “관련된 의혹을 모두 다 조사하겠다.”면서도 “덩에 대해 중국 측에 조사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측의 대응도 주목된다. 아직까지 당국의 공식대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 언론들이 사건 초기부터 우리 측의 스파이 의혹제기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조사를 토대로 발표될 우리 측 최종 조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박홍환특파원·서울 유지혜기자 stinger@seoul.co.kr
  • 20년째 같은 복권 번호만 산 남자 결국…

    20년째 같은 복권 번호만 산 남자 결국…

    같은 복권번호만 20년 넘게 찍으면 어떻게 될까. 복권을 사는 게 거의 유일한 취미인 미국의 40대 사업가가 20년 넘게 한 번호만 고수한 끝에 결국 ‘대박’을 터뜨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디애나 주 매리언에 사는 에릭 셔퍼(43)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파워볼 복권을 보너스번호 한자리만 빼고 나머지 5자리를 모두 맞혀 100만 달러(11억 2500만달러)를 거머쥐었다. 대기업에 기계를 생산해 납품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셔퍼는 “회사에 들어가기 전 습관처럼 편의점에 들러 신문과 복권을 샀다.”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당첨돼 깜짝 놀라 덩실덩실 춤을 췄다.”고 기뻐했다. 셔퍼는 세금을 공제하고 약 70만 달러(7억 8600만원)을 받게 된다. 당첨 비결을 묻는 질문에 셔퍼는 “20년 넘게 한 번호만 고수한 것이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성인이 된 직후부터 그는 매주 평균 38달러(4만 2000원)어치 복권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간혹 이 번호로 당첨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큰 금액에 당첨된 건 처음이었다. 자식 2명을 둔 가장인 셔퍼는 “당첨금에 반은 퇴직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반으로는 집 사고 아이들의 교육비에 쓸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사진=에릭 셔퍼(왼쪽)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사설] 사개특위 ‘법조개혁안’ 국민 눈높이 맞춰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어제 이른바 ‘법조개혁안’을 내놓았다. 17대 국회에서 좌절됐던 작업이 재점화된 지 1년 1개월 만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칼을 대지 못하는 법원과 검찰을 겨냥해 국민의 정서를 버팀목으로 삼아 합의한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다. 개혁안의 핵심은 대법관 수 증원과 검찰 특별수사청 신설을 꼽을 수 있다. 경력법관제, 판·검사 출신의 퇴직 후 1년간 근무지 수임 금지, 양형위원회 설치 등도 간단치 않은 사안인 탓에 의견수렴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0명으로 늘려 대법원의 틀을 바꾸는 방안 만큼 민감한 쟁점은 없다. 민주주의 근간인 삼권분립 원칙, 즉 사법부 독립과 직결되는 까닭에서다. 국회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 업무 부담을 덜어 주고 구성원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법관 업무가 과다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상고사건 수는 이미 3만건을 넘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12명은 연간 1인당 2700여건, 매일 7건 이상을 맡고 있는 꼴이다. 때문에 대법관을 6명 더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당초 10명 증원을 주장했던 터다. 필수가결한 증원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합의 결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대법관 영역보다 1, 2 하급심의 확대와 강화를 통해 무작정 대법원까지 가고 보자는 풍토를 개선해 나가는 게 우선일 듯싶다. 미국 대법관 수는 9명, 영국은 12명, 일본은 15명, 법체계가 다른 독일은 123명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폐지를 대신해 판·검사의 직권남용을 견제하는 독립기관으로 특별수사청을 두는 방안도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눈높이가 판·검사만이 아니라 소위 ‘권력형 비리’를 흔들림 없이 수사해 일벌백계하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검 속의 독립청도 어불성설이다. 개혁에 몰린 법원과 검찰의 반발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의도에서 대법관 증원이, ‘공직자비리수사처’의 대안으로 특별수사청이 논의될 수는 없다. 앞으로 다변화·다양성 사회에 걸맞게 충분히 의견을 모아 최종 개혁안을 확정하길 바란다.
  • 판·검사 범죄 특별수사청 추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판·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직무 관련 범죄를 다루기 위해 ‘특별수사청’을 설치키로 했다. 사개특위는 이와 함께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할 때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기관에서 취급하는 민·형사 및 행정사건 수임을 개업 후 1년간 금지하는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사개특위 소위원회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법조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반발이 심한 데다 특별수사청 설치 등은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여서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사개특위 소위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8명의 대법관을 민사·특허부(1부)와 형사·행정부(2부)로 9명씩 나눈 뒤 각 부 산하에 3명씩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3개 재판부를 둬 총 6개 재판부를 구성키로 했다. 또 법조 일원화를 위해 검사·변호사·법학교수 등 법조 경력 10년 이상의 법조인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경력법관제를 2017년부터 전면 실시키로 했다. 검찰의 ‘특별수사청’은 대검 소속으로 설치하되 인사·예산과 수사활동에서는 독립기구로 운용키로 했다. 한편 사개특위의 안이 발표되자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오전부터 박용석 차장 및 부장급 간부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가졌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공식 성명을 내고 “중수부는 그동안 각종 부정부패의 파수꾼 역할을 했고, 서민을 상대로 수사한 적은 없다.”면서 “중수부 폐지는 대형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파수꾼’을 무장 해제한 것으로, 이로 인한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명확하다.”고 밝혔다. 이지운·강주리기자 jj@seoul.co.kr
  • [씨줄날줄] 브리지 잡/이춘규 논설위원

    “베이비부머들에게 디지털 농촌은 새로운 꿈이자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농촌에서 부모들과 희망을 일궈냈던 베이비부머들에게 디지털 농촌을 목표로 귀환운동을 펼친다면 어떨까.” 자신이 베이비붐 세대이기도 한 이재선(55) 자유선진당 의원이 명사와 나누는 농업이야기 ‘여기 길이 있었네’라는 공동저서에서 기술한 내용의 일부다. 그는 다수의 베이비붐 세대들을 농촌으로 귀환시켜 농촌의 부활을 도모해 보자고 제언했다. 지난해부터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이들의 인생 2막 대책이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웃 일본도 비정규직 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 기업들의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거나 퇴직 후 재고용으로 혜택을 받는 직장인이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일본마저도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무기력해지며 퇴직자들이 팍팍해졌다. 초고령화사회인 미국·유럽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퇴직자들의 인생 제2막 대책 일환으로 20여년 전부터 브리지 잡(Bridge Job)이 부상했다. 새로운 조류다. 브리지 잡이란 직장에서 물러난 뒤 ‘완전히 은퇴’할 때까지 10년 이내에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로 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우리말로 징검다리 직업이라고 하는 새로운 고용형태다. 미국 은퇴자의 3분의2 정도가 브리지 잡을 활용한다. 이들은 회사에 충성도가 높고 노하우를 다음세대에 전수할 수 있어 기업이 선호한다. 미국도 한국처럼 베이비붐 세대들의 퇴직이 한꺼번에 이뤄지며 일시적 노동력 부족에 따른 경제활동 공백이 문제다. 이를 브리지 잡으로 막고 있다. 퇴직자들은 활력 넘치는 인생 2막을 영위하고, 경제계는 노동력의 일시적 부족 현상을 메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미국퇴직자협회 등은 국가고용파트너십 등을 활용해 많은 퇴직자들의 브리지 잡을 알선한다. 아울러 ‘완전히 은퇴하지 않은 상태’라는 새로운 이력 사항도 생겨났다. 우리나라도 브리지 잡 시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할 때다.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72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 이후 생활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사회안전망이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나라에서 퇴직 뒤를 혼자서 준비하면 벅차다. 정부와 기업이 퇴직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10년을 더 일할 수 있는 브리지 잡을 늘리면 개인과 국가의 10년이 밝아질 것이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사설] 실직자 줄 돈으로 고용부 ‘자리’ 만드나

    내년 3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문을 여는 잡월드(종합직업체험관)의 자리를 두고 벌써 하마평이 무성하다. 관련부처 장관이나 지역 연고가 있는 고위층 인사와 연줄이 닿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초대 기관장이나 핵심자리를 자처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전문성이라곤 고용노동부나 그 주변에 밥줄을 걸치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러다 보니 퇴직 공무원들이 대거 몰리면서 ‘낙하산 월드’가 돼 버린 일본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잡월드는 지난 2003년 9월 2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단기대책과는 별도로 청소년 직업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장기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불과 20일 만에 내놓은 대책이 일본의 ‘나의 직업관’이라는 직업체험관을 본뜬 잡월드 건립이다. 하지만 이듬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검토보고서를 보면 비금전적 효용이 건립비용의 절반에 불과하고 산업인력관리공단, 직업능력개발원, 중앙고용정보원 등과 기능이 중복되는 등 타당성에서도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청년실업난 해소를 핑계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강행됐다. 재원과 규모, 각종 시설은 실패로 결론난 일본의 직업체험관을 그대로 베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은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특히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아동기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직업·진로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어린 시절의 직업체험이 청년실업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적지 않다. 따라서 2191억원이나 쏟아붓는 잡월드가 제 구실을 하려면 첫단추를 제대로 꿰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 설립되는 법인의 구성원부터 전문가들로 채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세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가 결국 문을 닫은 일본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민간경영기법의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 유사기관과의 기능 중복문제도 사전 조정돼야 함은 물론이다. 일부 지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일고 있는 잡월드 건립 움직임도 미리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베이비붐세대 4668명 조사

    베이비붐세대 4668명 조사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58년 개띠’ 나은퇴(가상인물)씨는 9년 뒤인 2020년에 은퇴할 생각이다. 은퇴 후 한달 생활비는 200만원(현재가치 환산)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월 소득 386만원의 52% 수준이고 지금 쓰는 생활비 278만원의 72%에 해당한다. 아이들이 대학을 마치고 결혼을 하면 지금보다 씀씀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0만원이면 국민연금연구원이 은퇴 후 적정 생활비(부부 기준)로 제시한 174만원(전국 평균)과 215만원(서울)의 중간쯤으로 다소 빠듯하게 느껴진다. ●노후 대비 저축 월 17만원 불과 은퇴 후 생활비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58만 6000원을, 직장에서 받는 퇴직연금으로 9만 2000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나머지 132만 2000원은 개인 저축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나씨가 노후를 생각해 저축하는 돈은 한달에 17만원에 불과하다. 충분히 노후자금을 모으지 못했는데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권유하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인다. 비단 나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1963년에 태어난 720만명 베이비붐 세대가 가진 평균적인 고민이다. 8일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가 한국갤럽에 의뢰, 지난해 5~9월 전국 15개 시·도의 베이비붐 세대 4668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준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를 위한 개인적인 저축과 투자가 상당히 미흡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30.3%였다. 15.8%는 은퇴 준비를 아직 시작하지 못했고, 계획조차 없다는 사람도 10.6%에 달했다. 반면 은퇴자금 준비를 마친 사람은 8%에 불과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월 평균 17만원을 은퇴 자금을 위해 저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8명이 보험을 연금 상품으로 이용하고 10명 중 7~8명이 국민연금을, 6~7명은 예금과 적금에 투자한다고 답했다. 연구소는 “베이비붐 세대가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으며 은퇴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저축 포트폴리오가 없음을 알려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징검다리 직업 등 활성화 예상 이들이 은퇴 자금 마련에 소홀한 까닭은 자녀를 위한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월 평균 소득은 386만원으로 전체 가계 평균소득의 1.12배에 해당한다. 수입의 대부분은 자녀 교육과 결혼에 들어간다. 대표적으로 대학등록금은 연 소득의 21%인 973만원, 평균 유학비용은 연 소득의 35%인 1621만원으로 조사됐다. 자녀 결혼자금은 연 소득의 74%인 3428만원에 달했다. 은퇴 이후 수입원도 불안정하다. 베이비붐 세대는 본인의 은퇴 시점을 62.3세로, 기대수명을 81.5세로 예상한다. 약 20년간 근로 소득이 없는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에 맞춰 고령자 노동시장에 변화가 일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 20년 전부터 관찰된 징검다리 직업(브리지 잡)과 시간제 근로, 복지서비스 일자리 등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경혜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고령 노동자의 노동 가치에 대해 적절히 평가하고 현존하는 징검다리 직업 시장을 체계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지민·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대한민국 외교 ‘치정’에 뚫렸다

    대한민국 외교 ‘치정’에 뚫렸다

    일명 ‘코코’, 산둥(山東)성 출신 33세(1978년 10월 18일생)의 중국 미녀에게 주(駐)상하이 한국총영사관은 ‘밥’이었다. 상하이시 당서기와 시장 등과 줄이 닿는 것으로 알려진 덩신밍(鄧新明)은 ‘실세’ 이미지로 수년 전부터 상하이 총영사관 직원들에게 접근해 ‘대외보안’ 문건까지 빼내는 등 총영사관의 보안을 초토화시켰다. 문제는 덩이 상하이시 최고위급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 대외비 문건 등이 중국 측에 넘어갔을 가능성도 높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법무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 사이, 이 같은 기밀유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덮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덩은 외교부 직원들만 볼 수 있는 전용사이트에도 접속해 정보를 빼내거나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문건과 정부 부처 등 여러 인사들을 확인 취재한 결과, 덩과 관계를 맺은 이는 상하이 총영사관 전·현직 직원 6명과 경제단체 관계자 1명 등 7명이다. 김정기 전 총영사를 비롯해 H 전 영사(법무부 파견, 퇴직), K 전 영사(지경부 파견, 복귀), P 전 영사(외교부 파견, 복귀), K 전 영사(경찰청 파견, 퇴직 뒤 로펌 재직) 등이다. 민간인 신분인 O(경제단체 고위간부)씨도 덩과 다정한 포즈의 사진을 남겼다. P 전 영사는 “덩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교민들의 고충도 처리해 주고, 중국 고위직과 면담도 주선하는 등 우리는 덩에게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다.”면서 “김정기 전 총영사나 K 전 영사 등도 덩의 도움을 받으며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상하이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덩은 수년 전부터 총영사관 직원들이 서로 소개해 주며 알고 지낸 인물로 한국 내 인맥도 상당하다.”며 “총영사관에 근무했던 전·현직 직원들 중 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덩은 이 같은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총영사관 직원 이름과 사무실(사택), 방 번호,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주 상하이 총영사관 비상연락망’(2010년 9월 24일 현재)을 손에 넣었다. 이 문건 위쪽에는 붉은 잉크로 ‘대외보안’이라고 찍혀 있다. 덩은 이 밖에 이명박 대통령 등 수백명에 달하는 정치인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MB 선대위 및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명단’, K 영사(현재 상하이 총영사관 근무) 및 K 전 영사(지경부 파견) 신상명세서, 2008년 사증 발급 현황, 사증 발급 대리기관(2009년 1월 통계), 사증 개별 접수 여행사 신청 현황 등의 문건도 빼냈다. 상하이 총영사관의 한 인사는 “충격적”이라며 “총영사관 직원 중 한명이 덩에게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려준 것 같다. 외부로 유출돼서는 안 되는 정보가 새 나갔을지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원인과 해법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원인과 해법

    KBS 2TV ‘추적 60분’은 9일 밤 11시5분 ‘긴급진단 저축은행 뱅·크·런 그 후’를 방송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임시회의를 열고 업계 자산순위 1위인 부산저축은행 계열 저축은행 2곳(부산·대전저축은행)에 대해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금융위는 “과도한 예금 인출 사태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금년 상반기 중 영업정지 조치를 추가로 부과할 곳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틀 만인 19일 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 등 저축은행 4곳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저축은행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저축은행 이용자의 대다수가 서민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중에는 퇴직자금을 전부 예금한 뒤 이자로 힘들게 생활하는 노인도 있었고, 의료비나 보험료처럼 급박한 자금을 잠시 넣었다가 인출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사람도 있었다. 정부와 각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 이하의 원리금은 전액 환급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시중 은행보다 높은 금리 하나만 보고 노후 자금 등을 맡겼던 저축은행 이용자들은 불안과 분노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 감독 당국의 규제 완화가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한다. 또 저축은행들이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한 것도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제작진은 금융 당국 관계자 및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사태의 해법을 모색해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명장’ 中천시징 女체조대표팀 지도

    내년 런던올림픽 체조 단체전에서는 ‘태극남매’를 볼 수 있을까.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단체전에 오르지 못한 여자대표팀이 중국 천시징(60) 코치와 손잡고 24년 만의 ‘단체전 출전’을 노크한다. 중국체조의 산파 천 코치가 한국 여자팀을 맡았다. 8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하고 지도를 시작했다. 천 코치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남자 3관왕 리닝(48)을 지도하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리닝은 본인의 이름을 따 ‘중국의 나이키’로 불리는 브랜드 ‘리닝’을 만든 세계적인 체조스타. 숱한 여자선수들도 천 코치의 손을 거쳤다. 리닝체조학교 훈련원장이었던 천 코치는 지난달 정년퇴직한 뒤 한국을 찾았다. 대한체조협회는 지난해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천 코치에게 한국 여자팀을 맡아 달라는 ‘러브콜’을 보냈다. “한국선수를 전혀 모른다.”고 주저하던 천 코치는 지난 1월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을 살폈다. 일주일의 짧은 기간 선수들의 장단점을 예리하게 꼬집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천 코치는 태극소녀들의 가능성을 발견해 1년간 연봉 3500만원으로 코치직을 수락했다. 대표팀 김동화 코치는 “여자팀은 그동안 러시아 코치가 맡아왔는데, 천 코치가 아시아 선수에 맞는 적합한 지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메달을 다투는 남자팀과 달리 여자체조는 걸음마 수준이다. 올림픽 단체전 출전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가 마지막이다. 여홍철·이주형·양태영 등을 필두로 1992바르셀로나대회부터 2008베이징올림픽까지 5회 연속 단체전 본선에 오른 남자팀과 대조적이다. 최미선·박경아·조현주 등이 개인전에 출전하긴 했지만 하위권을 맴돌았다. 남녀팀의 불균형은 체조계의 해묵은 숙제. 하지만 미래는 밝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네덜란드 로테르담) 단체전에서 20위에 올랐다. 1997년 스위스 대회(14위) 이후 13년 만에 거둔 최고 성적. 조현주(19·포항시체육회)는 대회 도마종목 결선(6명)에 오르는 ‘대박’을 터뜨렸다. 여기에 차세대 간판을 노리는 허선미(남녕고)·박경진(서울체고·이상 16)이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서 데뷔한다. 시간은 없다. 단체전 티켓은 당장 오는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려진다. 단체전 8위 내에 들면 올림픽 본선에 자동 출전한다. 중국 체조를 월드클래스로 조련한 천 코치가 한국 여자팀에 ‘르네상스’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세계 10위권 복지국가를 기대한다/박정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세계 10위권 복지국가를 기대한다/박정현 경제부장

    정치권의 복지 논쟁이 뜨겁다. 민주당의 무상급식 공약이 복지 논쟁의 물꼬를 튼 모양새지만, 이제는 여야 정치인 가릴 것 없이 복지 논쟁에 동참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고, 민주당은 복지정책을 ‘3+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 등록금)로 구체화했다. 내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대선주자들과 정당 간 논쟁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논쟁의 초점은 복지정책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우리나라 복지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26위다.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화 사회는 추가로 새로운 복지대책을 요구한다. 정치권의 논쟁이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복지 논쟁은 복지의 질과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복지사회 진입을 위한 출발선에 서 있다. 세계 10위권이라는 우리의 경제 수준에 걸맞은 10위권의 복지 국가를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복지 사회는 유럽식이다. 사회보장번호가 우리의 주민번호에 해당된다. 미국은 복지사회라기보다는 사용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는 곳이다. 돈이 없으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보험이 없으면 치료를 받기 어렵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인은 5000만명이 넘는다.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 GM은 의보의 사각지대에 있는 퇴직자와 그 가족들에게 의료혜택을 보장해 왔다. 전쟁 미망인이나 유가족을 지원하는 비용과 다름없다는 뜻에서 ‘유산비용’으로 불린다. 퇴직자가 얼마 되지 않은 초창기에 GM으로서는 유산비용쯤은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산비용을 부담한 지 50여년이 지난 2005년 GM이 부담한 의료보장 비용은 54억 달러(약 6조원)였다. 이 가운데 퇴직자와 가족에게 지급되는 비용이 3분의2다. 배보다 배꼽이 커진 셈이다. GM은 이렇게 전·현직 사원과 가족 등 110만명의 의료보장을 책임지면서, 미국 의료보장 시장에서 가장 큰 고객이었다. 자동차 한 대 가격에 포함된 의료비용은 1900달러(약 209만원)로 포드의 2배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는 세계 1위의 자동차 생산 기업인 GM이 몰락한 원인을 유산비용에서 찾았다. GM의 교훈은 국가가 맡아야 할 복지를 기업이 맡다가 기업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기업의 과잉복지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복지 논쟁은 정부 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의료영리법인 허가 논란의 본질은 복지다. 의료영리법인 설립을 통해 서비스산업을 일으키려는 재정부는 태국 같은 나라를 지향점으로 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호텔 같은 병원에서 아침에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오후에 관광을 다녀오면 건강검진 결과가 나와 있다고 한다. 선진국 의료비의 절반도 되지 않는 비용으로 치료하고 관광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태국의 이런 가격경쟁력과 상품 경쟁력은 외국인들의 발길을 유인하고 있다. 태국을 방문하는 의료 관광객은 2007년 한해에 154만명. 태국보다 의료기술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우리나라의 외국인 의료 방문객은 1만 5000명으로 100분의1 수준이다. 복지부는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면 병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의료 공백이 예상되고 진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대한다. 복지 논쟁의 시작은 우리 사회의 복지수준을 높이는 계기라고 본다. 하지만 복지 논쟁이 소모적인 공방에 그쳐서도, 이념싸움으로 변질되어서도 곤란하다. 보편적이냐, 선택적이냐에 몰입하면 복지논쟁의 진전을 찾기 어렵다. 감기약 하나 슈퍼마켓에서 사먹는 일, 영리의료법인 허가도 결론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복지 논쟁은 치열하면서도 신속하게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지루한 정쟁을 거치는 시간만큼 국민들은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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