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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가 보내온 장학금

    천사가 보내온 장학금

    “지병으로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떠난 집사람의 유언을 기리며 장학금을 기탁합니다.” 퇴직 공무원이 고인이 된 아내의 뜻을 받들어 4년째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충북 제천시 인재육성재단은 윤종섭(69) 제천문화원장이 지난달 1080만원을 기탁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윤 원장이 승계해서 받고 있는 아내 몫의 공무원연금 1년치다. 남편인 윤 원장과 함께 제천시에서 근무하던 부인 김기숙씨는 명예퇴직 후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60세인 2017년 12월 숨졌다. 이후 매달 김씨 앞으로 나오던 연금 300만원의 30%가 관련 규정에 따라 윤 원장에게 지급되고 있다. 이에 윤 원장은 아내가 곁을 떠나자 2018년 6월 1억원을 기탁한 뒤 2019년부터 해마다 1년치 연금을 모아 재단에 내놓고 있다. 윤 원장은 “‘저축한 1억원과 연금을 인재 양성 등에 써 달라’는 아내의 유언에 따라 장학금을 내고 있다”며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해마다 장학금을 기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천사 같은 삶을 살았다. 자원봉사 1000시간을 달성해 대한적십자사 표창장을 받았고,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알게 된 무연고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와 13년 동안 돌보기도 했다. 지중현 시 인재양성재단 이사장은 “고인의 숭고한 뜻이 기억되도록 인재 양성을 위한 소중한 곳에 쓰겠다”고 밝혔다. 제천 남인우 기자 7263@seoul.co.kr
  • 장제원 “부산 보선 빨간불” 지적... 김종인 “일희일비할 필요 없어”

    장제원 “부산 보선 빨간불” 지적... 김종인 “일희일비할 필요 없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부상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빨간불이 들어왔다”며 우려를 표했다. 21일 장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우세한 결과를 언급하면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하락세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체감적으로도 부산 민심이 최근 들어 조금씩 돌아서고 있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지지율 하락세 원인에 대해 “중앙당이 부산 보궐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손을 놓고 있는 느낌을 준다”며 “신공항 문제를 비롯한 부산 경제 추락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어떠한 정책적 지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보궐선거에 대해서는 부동산 대책 등 전폭적인 정책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반해, 부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전무하다”며 “반면, 민주당은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을 퇴직시켜 거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러니 국민의힘에서 부산은 이미 이건 것으로 간주해 ‘찬밥신세’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 하락세 두 번째 원인에 대해서는 “반 김종인 정서가 심각한 실정”이라며 “독선적이며 짜증섞인 표정들이 방송에 여과없이 노출되면서 ‘도대체 뭐하는 당이냐’ 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장 의원은 “(당 내) 경선이 네거티브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도 지지율 역전 원인으로 꼽았다. 장 의원은 “부산은 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다.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구청장, 시의원을 민주당에서 석권한 곳이다. 이렇게 방치하다간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반면, 이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이틀 동안에 그렇게 변했다고 그러는데, 이틀 동안에 여론이 그렇게 금방 변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론조사상 하루이틀 사이에 몇 퍼센트 변했다고 해서 거기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부산시장 보선을 홀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연히 신경써야 한다”며 “쉬운 데가 어디있나. 선거라는 건 노력해서 이기려고 애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의 부산 방문 계획에 대해서도 “곧 갈 것”이라고 답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당 내 이견에 대해서는 “부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산 경제가 계속 위축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부산의 경제를 앞으로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느냐에 그 중 하나 일환으로 가덕도가 들어가는 것”이라며 “가덕도 하나 한다고 해서 부산 경제가 확 달라지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금투협회장 “코스피 3000 개인 역할 커…장기적 상승에 기관·외국인 참여 필요”

    금투협회장 “코스피 3000 개인 역할 커…장기적 상승에 기관·외국인 참여 필요”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21일 “장기적으로 증시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참여도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 회장은 이날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증시가 안정적으로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나 회장은 “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금이 증시에 유입되어야 한다”며 퇴직연금제도에 디폴트 옵션 등이 도입되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퇴직연금제도가 개선되면 고령화 시대에 맞게 노후소득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장기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장의 안정성과 성장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나 회장은 공모펀드 활성화 방침을 밝혔다. 나 회장은 “장기투자가 가능한 공모펀드가 늘어나야 투자자가 쉽게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며 “기업의 자금 조달도 원활해질 수 있도록 세제혜택과 보수체계, 판매채널 개선 등을 통해 공모펀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증권거래세의 완전한 폐지와 장기투자를 유인하는 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나 회장은 최근 코스피 3000 돌파에 대해 개인투자자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한국 증시가 거둔 빛나는 성과는 개인투자자 여러분 덕분”이라며 “위기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은 증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식투자는 저금리 시대의 자산 증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은다는 의미), 빚투(빚내서 투자)와 같은 성급하고 무리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주식게시판이나 유튜브, 메신저 등에서 난립하는 유사투자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금융교육 통해 올바른 투자 정보를 얻고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결혼 축하해” 축의금 1000원 내고 식권 싹쓸이

    “결혼 축하해” 축의금 1000원 내고 식권 싹쓸이

    전 직장동료가 비위 사실을 고발했다고 생각해 앙심을 품고 1000원짜리 축의금을 내고 132만원어치 식권을 받은 두 여성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항소5부(부장 김성열)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5)씨와 B(30)씨 항소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1심에서 A씨는 벌금 200만원, B씨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A씨 등은 2019년 5월 같은 직장에서 퇴직한 C씨 결혼식장을 찾아 1000원씩 넣은 축의금 봉투 29장을 혼주 측에 전달하고 식권 40장(132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C씨가 직장에 근무할 때 직장 비위 사실을 고발했다고 생각해 앙심을 품고 초대받지 않은 결혼식에 참석해 범행했다. 이들은 각자 벌금액으로 약식기소됐지만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갔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1000원을 축의금으로 내는 것은 사회 통념상 납득하기 어렵다”며 “범행이 현장에서 발각돼 식권을 피해자 측에 반환하고 범행을 자백했지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서울광장] 나만 옳다고 우기면 민심은 외면한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나만 옳다고 우기면 민심은 외면한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작년 말 교수들은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다른 말이다. ‘나만 옳다’는 아집에 빠져 지난 1년 내내 우리 정치,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비생산적인 갈등과 소모적인 다툼이 반복됐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해가 바뀌었지만 이런 반목과 갈등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더 도드라진다. 본질적인 속성상 접점을 찾기 어려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날마다 파열음이 터져 나온다. 통합과 협치는 사라지고 ‘편가르기’만 난무한다. 1년째 지속되는 코로나로 국민들은 지쳤고, 장사를 못 하게 된 자영업자들은 밥줄이 끊겼다며 분노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일에만 집착한다. 소모적인 공방전은 정치인의 ‘입’에서 시작된다. 지난 14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집을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들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행세를 한다.”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이 있는지 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가자 최재형 감사원장을 정조준해 저격했다. 더 나아가 “임기를 보장해 주니 임기를 방패로 정치를 한다. …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전광훈, 윤석열,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지만 ‘전광훈=윤석열=최재형’을 이렇게 동급으로 취급하는 발상은 국민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사람이 감사원장에게 정치적 색깔을 덧씌우면서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도 부적절한 처신이다. 감사원이 본래 업무인 행정부처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게 잘못이라는 건지, 처음부터 감사는 정권이 허용하는 분야에만 국한해서 해야 한다는 건지 당체 모를 일이다. 공직자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이지 정권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다. 감사가 잘못됐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감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만 옳다고 우기면 민심은 외면한다. 미리부터 자기 확신에 빠져 ‘정치감사’로 몰아세우는 건 문파를 비롯한 지지층만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올 만하다. 여권이 임 전 실장의 발언 이후 감사원의 정치감사를 비난하며 일제히 동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권의 이런 움직임에 선을 그었다. “감사원의 감사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다른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여권의 검찰총장·감사원장 때리기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국민의 바람과도 부합한다. 권력기관인 검찰과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점도 대통령이 밝힌 만큼 여권도 더이상 권력비리 등과 관련한 수사와 감사를 방해해서는 안 되는 건 당연하다. 사정기관장들의 정치 성향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일 만큼 사실 문재인 정부의 상황이 한가하지도 않다. 임기 5년차까지 경제정책을 비롯해 남북관계, 외교안보, 방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고용대란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에 폐업이나 해고, 명예퇴직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사상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고용참사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은 반기업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원인을 알지만 바꾸지 않으니 달라지는 게 없다. 코로나만 탓할 일이 아니다. 집값, 전셋값은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치솟았다. 부작용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 나왔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시장을 역행하는 정책을 되풀이한 탓이다.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가 발발하기 이전 수준으로 경제회복을 하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올해가 사실상 임기 마지막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는 코로나를 극복하는 원년이 되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기초를 닦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민생 회복을 비롯한 현안을 해결하려면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작년에 추윤 갈등이 1년 내내 지속됐을 때처럼 뒤에 물러나 관조하는 모습을 또 보인다면 희망이 없다. 취임 때 약속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통합과 소통을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sskim@seoul.co.kr
  • 배구 선수서 스타 성악가 예술고 교장 “여든의 꿈은 순회공연“

    배구 선수서 스타 성악가 예술고 교장 “여든의 꿈은 순회공연“

    1970~80년대 가곡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국민 테너’ 엄정행(79) 울산예술고등학교 교장. 당시 수려한 외모와 중후한 목소리로 국민을 매료시켰던 엄 교장은 TV와 FM 라디오, 무대 공연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지금의 아이돌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성악가다. 그는 2008년 경희대 음대에서 퇴직한 뒤 서울과 고향인 경남 양산을 오가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 갔다. 이후 2019년 3월 울산예술고등학교 교장에 취임해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 배구선수로 활약했던 그가 대학 입시를 앞두고 갑자기 음악을 시작한 사연과 대학교수를 거쳐 고등학교 교장으로 변신한 삶과 음악 얘기를 들어 봤다.-‘국민 테너’라는 애칭을 가진 스타 성악가다. 어릴 때부터 성악에 관심이 많았고,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는지. “양산중학교 음악 선생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음악과 친숙하게 지냈다. 재능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선생님의 권유로 배구선수를 했고, 체육특기생으로 동래고에 진학했다. 그런데 대학 입시를 조금 앞두고 배구가 9인조에서 6인조 경기로 바뀌면서 당시 174㎝의 키로는 선수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권유와 도움을 받아 죽기 살기로 공부해 경희대 음대에 간신히 합격했다.” -체육특기생에서 음악도로 변신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음대 입학 이후 한동안 방황했다. 동급생들은 1~2년 레슨을 받은 데다 칸초네 몇 곡 정도는 기본으로 불렀다. (나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한동안 체대 근처를 맴돌기도 했다. 그러다 테너였던 이상춘 교수로부터 ‘너는 운동을 해서 몸도 좋고 소리에 힘이 있으니 이를 악물고 하면 대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음악 공부에 전념했다.” -처음부터 성공한 성악가였는지. “대학 졸업 후 활동한 예그린악단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대학원을 졸업하던 1968년에는 명동 국립예술극장에서 제1회 독창회를 했다. 그 무렵 아이가 태어나 생계를 위해 악기상, 커피숍 등을 운영하면서 음악을 소홀히 했다. 그러던 중 라디오에서 장일남 선생이 만든 가곡을 듣고 성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 레코드 녹음을 하는 등 음악의 세계로 돌아왔다.” -우리 가곡을 많이 불렀는데, 이유가 있는지. “갑자기 음악을 하게 되면서 외국 유학을 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가곡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 유학 대신에 유명한 작곡가들을 직접 찾아뵙고, 곡이 만들어진 배경부터 의미와 분위기까지 세밀하게 배웠다. 장일남, 이수인, 김동진, 조두남, 김노현 선생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받고 배웠다. 그 과정에서 우리 가곡에 외국곡과 견줄 만한 좋은 곡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레코드들이 히트를 쳤다.” -성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쉽지 않은 일인데. “시대를 잘 만난 성악가로 생각한다. 흑백 TV와 라디오 FM 방송이 잇따라 개국하면서 엄정행이라는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방송국에 음반이 절대 부족해 매일 방송국의 턴테이블에서 제 노래가 신나게 돌아갔다. TV와 라디오를 통해 넓혀진 인지도는 독창회 등 공연 무대로 이어졌다.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독창회를 비롯해 예술의전당 독창회, TV 방송, 라디오 방송, 지방 예술회관 공연, 해외 순회공연 등 끊임없이 공연을 했다. 제대로 쉬는 날이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운동해서 그런지 힘든 줄 몰랐다.”-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1981년 세종문화회관 독창회와 미국 새너제이 독창회 때 몰려드는 관객들 때문에 공연이 40분씩이나 지연되기도 했다. 훌륭한 곡에 좋은 분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요즘 트로트 열풍과 같은 인기를 누렸다. 1년에 평균 90회를 넘는 공연을 해 왔으니 어림잡아 나흘에 한 번꼴로 무대에 선 셈이다. 방송국이나 탄광촌, 어촌 등 전국 구석구석 안 가본 데가 없다.” -가장 아끼는 애창곡을 꼽는다면. “국민 가곡으로 알려진 ‘목련화’를 꼽을 수 있다. 이 곡은 교육자이자 경희학원 설립자인 조영식 박사의 시에 김동진 선생이 곡을 붙인 것이다. 이 악보를 받아 들고 매일같이 김동진 선생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다. 스스로 고쳐 부르기도 무려 60번이나 했다. 이 때문에 제 별명이 한때 ‘60번’이었다. 목련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정년퇴직 후 삶을 미리 준비했는지. “아버지께서 정년퇴직을 앞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봤다. 그때는 정년퇴직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앞두게 되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소속이 없어지고, 아끼던 제자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그러다가 고향에 내려가서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퇴직한 뒤 양산으로 갔다. 양산에 머물면서 서울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귀향해서는 어떤 일들을 했는지. “정년을 1년 정도 남겨 두고 양산에 ‘엄정행 음악연구소’를 설립했다. 활동 기반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엄정행 콩쿠르를 개최하고, 연우 여성합창단과 정기연주회 등도 이어 가고 있다. 양산 심포니오케스트라도 만들어 공연을 함께 했다. 음악을 전공하는 지역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했다.” -공연은 언제까지 했는지. “2019년 9월 젊은 성악가들과 함께 대구에서 마지막 공연을 했다. 가끔 방송국에서 섭외가 오지만 모두 거절한다. 지금은 울산예술고 교장 역할에 충실하고 싶어서다. 지금도 틈만 나면 노래 연습을 한다. 3~4년 뒤쯤에는 무료 순회공연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76세에 예술고 교장으로 변신했다. “2008년 경희대에서 퇴직한 뒤 서울과 양산을 오가며 활동을 하던 중 알고 지내던 황우춘 울산예고 이사장의 요청으로 울산예고에서 2년간 특강을 했는데 재밌고 보람이 있었다. 황 이사장께서 교장직을 제안해 2019년 3월 취임했다. 임기가 2023년까지다.” - 대학과 고교의 다른 점은. “대학교수는 혼자만 잘하면 되지만, 교장은 교육자이면서 조직도 잘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학교의 역량을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초창기 경직된 학교 분위기를 바꾸는 데 공을 들였다. 청소미화원들에게 내복을 선물하고, 30여명의 교직원 생일도 챙겼다.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했지만, 지금은 다들 진심을 알아 준다.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그들의 세계와 마인드를 알고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대화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요즘 느끼는 보람은. “대학이 학문이나 예술을 완성하는 단계라면 고교는 기초를 만드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들은 가르치는 만큼 빨리 배우고 흡수력도 뛰어나 보람이 크다. 손자뻘 학생들과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성장을 도울 수 있어 좋다. 학생들이 예술적 기술과 올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뒷바라지하고 있다.” -청년 같은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배구를 했던 게 지금까지 체력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매일 아침 일어나 체조로 몸을 풀고, 주 2~3회는 집 주변 강변을 3㎞ 정도 걷는다. 해외 공연 때도 멈추지 않았다. 또 소소한 집 안 청소부터 시설물 보수까지 끊임없이 몸을 쓴다. 몸을 움직이는 만큼 활동 에너지가 생긴다.” -앞으로의 삶도 흥미롭다. 어떤 계획이 있는지. “일단 울산 지역 예술 인재가 다른 대도시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울산예고를 키우고 싶다. 예고는 일반고와 달리 1대1 교육인 만큼 우수한 교사를 초빙하고, 좋은 기자재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힘껏 노력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는 교장 임기가 끝나면 양산, 부산, 서울 등을 돌면서 마지막 (무료) 공연을 한 번씩 하고 싶다. 여든이 넘는 나이에 노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체력이 되는 만큼 꼭 한번 하고 싶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권익위 “택배종사자 과로사 중대재해 인정해야”

    권익위 “택배종사자 과로사 중대재해 인정해야”

    택배종사자의 과로사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로 인정하고 하루 적정 배송량의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열악해진 택배종사자의 근무환경과 택배사와 대리점의 불공정·갑질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의 후속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3개 분야 21개 정책 개선 사항을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안했다고 19일 밝혔다. 권익위는 우선 장시간·고강도 작업시간을 줄이는 대책으로 택배기사의 수익 구조를 유지하면서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택배사가 필요한 조치를 어기면 제재하는 한편 안전·보건·근로 감독을 중소택배회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택배종사자의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방안에는 산재·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보험료 납부 부담 완화, 노동·인권 및 안전·보건 교육의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불공정 관행 및 갑질 개선 방안으로는 택배 분류와 배송 종사자를 구분해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대리점 수수료율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불가피한 경우 배송 지연을 허용하고 불합리한 퇴직 절차를 합리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권익위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량은 2014년 한 해 16억 2000만개에서 2019년 27억 9000만개로 72% 늘었지만, 택배기사는 같은 기간 3만 3000여명에서 4만 9000여명으로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택배인력 충원과 업무 개선 없이는 작업시간을 줄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권익위는 “택배종사자 처우 개선과 관련한 352건의 민원과 국민생각함에 접수된 1628명의 의견, 택배종사자 간담회등을 통해 이번 개선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사설] 코로나 경제난에도 시중은행 퇴직 소득이 9억원 넘다니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위기가 가중되고 중소상공인들이 폐업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시중은행이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며 명퇴금 등을 포함해 ‘퇴직소득’으로 9억원 이상을 보상한 것으로 드러나 씁쓸함을 자아낸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한술 더 떠 코로나19로 창업, 전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특별위로금을 더 달라고 요구해 사측이 공고를 하지 못하고 지점장 인사까지 미뤘다니 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거래 활성화 등을 원인으로 명퇴제 등을 실시하는 것이니 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다만 명예퇴직자에 대한 위로 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사회적인 위화감이 조장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위기 속에서 부동산 대출 증가와 중소자영업자의 대출 등이 증가하면서 발생한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으로 큰돈을 벌어서 금융기관들만 배불리게 된 것은 아닌가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위화감이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2019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챙긴 4개 은행 직원 가운데 가장 많은 퇴직소득을 챙긴 18명의 수령액을 평균 냈더니 무려 9억 3200만원이었다. 하나은행이 11억 8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이 8억 6600만원, 신한은행이 8억 5400만원, 우리은행이 7억 9800만원이었다. 최대 36개월치 임금에다 자녀 학자금, 전직·창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여행상품권 등을 챙겼다. 올해도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에서 희망퇴직으로 이미 떠났거나 이달 안에 떠날 인원이 1700명이다. 지난해 K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3조 4591억원, 신한금융지주는 3조 4535억원, 하나금융지주는 2조 5028억원으로 추정돼 1년 전보다 늘었다. 금융권은 대출이자 깎는 데는 인색한 덕분에 낸 최대 실적으로 직원들의 주머니를 채워 주거나 명퇴금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
  • “회계, 얼마나 재미있는데” 40년 공직 끝 ‘덕업일치’

    “회계, 얼마나 재미있는데” 40년 공직 끝 ‘덕업일치’

    “회계 업무는 어렵고 골치 아프다고 얘기하는 후배 공무원들이 있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이쯤 되면 진정한 ‘덕업일치’(취미가 곧 직업)다. 40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지방회계 관련 업무를 했고 공직을 마친 뒤에도 지방회계 관련 연구와 강의로 더 바쁘게 보내는 최두선(63) 공공재정연구원장은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공무원 시절보다 더 젊어졌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즐거워했다. 최 원장은 1978년 고교 졸업 후 충남 금산군 남이면사무소에서 이름조차 낯선 ‘5급을류’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5급을류는 지금으로 치면 9급이다. 면사무소에서 출발해 읍·면·동사무소와 구청·시청·도청, 중앙부처까지 모두 거친 데다 2019년 퇴직까지 공직 대부분을 회계 관련 한 우물만 판 것도 흔치 않은 이력이다. 최 원장은 “정부와 국회에서 아무리 예산 편성을 잘해도 지방자치단체 등 현장에서 집행을 잘못하면 헛수고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이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는 것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시절 회계제도과장으로서 지방회계법 제정에 힘을 보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전시가 지역업체 계약률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해 개선 방안을 전달했다”면서 “최근에는 충남도의회 요청으로 민간보조금 원가산정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日 가장 잔인하고 악명높은 야쿠자 조직 두목 ‘사형’ 구형

    日 가장 잔인하고 악명높은 야쿠자 조직 두목 ‘사형’ 구형

    통상 ‘야쿠자’로 불리는 일본의 ‘지정폭력단’(조직폭력배)은 이름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이지만, 일반시민들을 상대로는 범죄행위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일반인에게는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그들의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폭력과 살인 등 범죄는 보통 적대조직을 대상으로만 이뤄진다. 그러나 예외인 조직이 하나 있었다. 후쿠오카현 기타큐슈를 근거지로 하는 ‘구도회’는 잔인한 범죄로 악명이 자자했다. 자기들 활동을 방해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개인, 기업에 무차별 테러를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 경찰은 구도회에 대해서만큼은 유일하게 ‘특정위험’이라는 표현을 추가, ‘특정위험지정폭력단’으로 별도 관리했다. 말하자면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아마구치구미’보다도 더 위험한 집단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동안 이 조직을 이끌어 온 노무라 사토루(74) 구도회 총재가 지난 14일 후쿠오카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재판에서 사형을 구형받으면서 최종 선고 형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살인 및 조직범죄처벌법 위반(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노무라에 대해 검찰은 “극형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넘버2’ 다노우에 후미오(64) 구도회 회장에 대해서는 무기징역 및 벌금 2000만엔을 구형했다. 마이니치는 “지정폭력단 총수에 사형을 구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들은 기타큐슈시의 항만 공사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수협 조합장 사살(1998년), 구도회 수사를 담당했던 퇴직 경찰관 총격 테러(2012년), 노무라의 탈모 시술 등을 담당한 간호사 흉기 테러(2013년), 수협 조합장의 손자인 치과의사 흉기 테러(2014년) 등 4개의 강력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4개 사건들이 모두 구도회가 노리는 이권이나 노무라 피고인 등의 개인적 불만과 연관돼 있었다”며 “4건의 사망자는 1명뿐이지만, 피해자가 일반시민인 데다 노무라 피고인이 구도회를 오랫동안 이끌며 위험한 범행을 계획적·조직적으로 반복하고 있어 인명 경시의 자세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사회적 성격이 강하고 개전의 정을 일체 찾아볼 수 없으며 갱생의 가능성도 없다”며 노무라에 대한 사형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노무라와 다노우에는 그동안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해 왔다. 노무라는 “나는 은둔하고 있던 몸으로,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3년치 월급+α’ 4개 주요은행 희망퇴직 1700명

    ‘3년치 월급+α’ 4개 주요은행 희망퇴직 1700명

    작년 말과 올해 초 국내 주요 시중은행 4곳에서 희망퇴직이 1700명 이뤄졌거나 예정이다. 주요 은행들이 최대 3년치 임금에 학자금, 전직지원금 등 후한 조건을 제시하자 코로나19 사태 속에 희망퇴직을 선택한 이들이 예년보다 늘었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4개 시중은행은 18일 희망퇴직으로 이미 떠났거나 이달 안에 떠날 인원은 약 1700명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던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작년 12월 말에 각각 511명, 496명이 직장 문을 나섰다.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 직원 285명이 ‘준정년 특별퇴직’ 제도를 통해 회사를 나갔다. 이들에게는 36개월치 평균 임금(관리자급은 27~33개월치)과 함께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000만원),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이 지급됐다. 준정년 특별퇴직금으로 24개월 또는 27개월 평균임금을 줬던 전년보다 조건이 대폭 강화되면서, 특별퇴직 인원도 전년 92명에 비해 5배 넘게 늘었다. 하나은행에서는 1965년생과 1966년생 일반 직원 226명도 특별퇴직했다. 이들은 각각 25개월치, 31개월치 평균임금과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지원금을 받았다. 농협은행도 이번에 특별퇴직 보상과 신청 대상을 대폭 늘리면서 신청자가 전년 356명보다 140명 넘게 늘었다. 농협은행은 만 56세는 28개월치, 만 54·55세는 각각 37개월, 35개월치를 지급하고 3급 이상 직원 중 1967∼1970년생은 39개월치, 1971∼1980년생은 20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줬다. 여기에 전직 지원금도 추가 지급됐다. 전년도에 만 56세 직원에게 월평균 임금 28개월치, 10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직원에게 20개월치를 일괄 지급했던 것보다 보상이 크게 늘었다. 우리은행은 1월 말 468명이 희망퇴직을 한다. 조건은 작년과 같은 수준이었으나, 일반 직원까지 신청 대상이 확대되면서 희망퇴직하는 인원이 전년 326명보다 140여명 늘었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만 54세 이상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1965년생에 24개월치, 1966년생부터는 36개월치의 급여를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800만원), 건강검진권, 재취업지원금, 여행상품권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220여명이 손을 들어 지난해 250명보다는 규모가 약간 줄었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근속연수 15년 이상, 1962년 이후 출생자로, 출생년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임금과 자녀학자금, 건강검진비, 창업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작년과 조건이 같은 수준이었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 조건을 둘러싸고 노사 입장이 맞서면서, 아직 희망퇴직 공고를 띄우지 못했다. 희망퇴직 접수 지연으로 지점장 인사도 미뤄졌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평균임금 지급 기간 등 특별퇴직금 수준을 예년보다 더 늘릴지를 두고 노사 의견이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시중은행 모두 특별퇴직을 정례화하고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1월에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코로나發 고용한파에… ‘비자발적 실직자’ 200만명 처음 넘었다

    코로나發 고용한파에… ‘비자발적 실직자’ 200만명 처음 넘었다

    지난해 사업 부진으로 사업장을 접거나 명예퇴직, 정리해고로 직장을 떠나는 ‘비자발적 실직자’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었다. 특히 직장이 휴업하거나 폐업해 직장을 잃은 실직자는 전년보다 150% 가까이 급증했다. 17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일을 그만둔 지 1년 미만인 비자발적 실직자는 모두 219만 6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달 기준(147만 5000명)보다 48.9% 증가한 것으로, 실업통계 기준이 바뀐 2000년 이후 역대 가장 많았다.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0년(186만명)이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9년(178만 9000명)보다 많았다. 특히 비자발적 실직자의 절반에 가까운 49.4%(108만 5000명)는 한 가구의 가장(가구주)으로 나타났다. 비자발적 실직자는 ‘직장의 휴폐업’, ‘명예·조기퇴직, 정리해고’,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 등 노동시장적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을 의미한다. 이 외에 ‘개인·가족 관련 이유’, ‘육아’, ‘가사’, ‘심신장애’, ‘정년퇴직·연로’, ‘보수 등 작업여건 불만족’ 등과 같은 사유로 그만둔 경우는 비자발적 실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임시적인 일이나 계절적인 일이 끝난 경우를 뜻하는 ‘임시·계절적 일의 완료’가 110만 5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거리 없어서 또는 사업부진’(48만 5000명), ‘명예·조기퇴직, 정리해고’(34만 7000명), ‘직장 휴폐업’(25만 9000명) 순이었다. 다만 전년 대비 증가율로 보면 지난해 ‘직장 휴폐업’과 ‘명예·조기퇴직, 정리해고’가 각각 149.0%, 129.8%를 기록하는 등 2019년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지난해 직장이 사라지거나 휴업을 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례가 급증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정년퇴직 대신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을 선택하거나 아예 정리해고를 당한 직장인도 적지 않게 늘었다. 이 밖에 ‘일거리 없어서 또는 사업부진’과 ‘임시·계절적 일의 완료’는 각각 42.6%, 25.6% 증가했다. 비자발적 실직의 충격은 주로 고용취약계층을 향하고 있었다. 실직하기 전 종사자 지위는 임시근로자가 88만 5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임시근로자는 ‘임시·계절적 일의 완료’로 인한 실직이 74.0%로 가장 컸다. 이어 일용근로자(51만명), 상용근로자(40만명) 순으로 이어졌다. 자영업자 중에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1만명으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4만 1000명)보다 많았다. 또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숙박·음식점업에서 비자발적 실직자가 12.5%였고 가장 비중이 높았다. 임시·일용직과 종업원 없이 홀로 운영하던 소상공인 위주로 비자발적 실직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김지원 아나운서 KBS 퇴사, 한의대 도전 밝혀

    김지원 아나운서 KBS 퇴사, 한의대 도전 밝혀

    김지원 아나운서가 KBS를 퇴사하고 수능시험을 다시 봐서 한의대 진학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김 아나운서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제 저는 KBS 아나운서직을 내려놓고, 한의대 도전이라는 새로운 걸음을 떼려 한다”고 알렸다. 그는 “아역부터 아나운서까지 방송과 함께 평생을 살아오면서 저라는 사람이 단순한 말하기보다는 스스로 고민해서 찾은 인사이트를 전달할 때 희열을 느낀단 걸 깨닫게 됐다”라며 “조금 더 나답게, 원하는 모습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공부가 꼭 필요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동안은 ‘그래서 어떤 전문 영역을 갖고 싶은가?’의 지점에 멈춰 있었는데, 최근 인생 최대 위기였던 번아웃(무기력) 때문에 환자로 시간을 보내다가 너무나도 파고들어 보고 싶은 한의학을 만났다”라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예쁘게 빛나는 것도 좋지만 더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며 “설령 실패로 끝나더라도, 자본주의가 대체할 수 없는 신개념 톱니바퀴가 되기 위한 마지막 도전을 해보려 한다”라며 “제게는 아직 퇴직금이라는 일말의 여유와 뛰어넘고 싶은 롤모델이 있기”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아나운서는 “일단 저의 15수 도전기는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겠다”라며 “당장 3월 모의고사부터 파이팅”이라고 올해 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한편 대일외고와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를 졸업한 김 아나운서는 2012년 KBS 39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2015~2017년까지 KBS 1TV ‘도전 골든벨’을 진행했고, 2018년 ‘KBS 뉴스 9’ 주말 앵커를 맡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선거법위반 정천석 울산동구청장 1심 벌금 500만원...직위상실 위기

    21대 총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천석 울산동구청장이 1심에서 직위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2부(부장 김관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 구청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정 구청장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3차례에 걸쳐 확성기를 사용해 현직 국회의원과 입후보 예정자 지지 발언을 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자치단체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고 동종 처벌 전력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선고대로 벌금형이 확정되면 정 구청장은 당연퇴직으로 직위를 상실한다.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 또는 당연퇴직이 된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돈 때문에’… 이케아, 국내 진출 6년 만에 노사 갈등 몸살

    ‘돈 때문에’… 이케아, 국내 진출 6년 만에 노사 갈등 몸살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국내에서는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케아코리아 노사는 14일 지난해 4월부터 이어 온 단체협약(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지금껏 30여 차례 만났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케아는 2014년 12월 광명점 출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늘리며 업계 3위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2월 결성된 노조와 계속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직원 수는 첫해 700명으로 시작해 현재 2500명까지 늘었다. 노조는 글로벌 기업 이케아가 한국 노동자를 차별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이케아 노동자들은 시급 9200원을 받는다. 평균 시급 1만 7000원을 받는 해외 매장 노동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무상급식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케아 직원식당은 점심, 저녁 한 끼가 5000원으로 회사가 이 비용의 절반(2500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회사는 무상급식 대신 ‘500원 추가 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이를 거부하며 지난달 24~27일 파업을 벌였다. 최근 사측이 ‘자신의 월급을 타인에게 얘기하면 해고할 수 있다’는 취업규칙을 만든 것도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2차 파업,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 고소 등 조치를 준비 중이다. 회사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매출 규모가 다른 해외 법인들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입사 직후 연차 20일(법정 15일), 출산 시 6개월 유급휴가(법정 90일) 등 국내법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성과급도 지난해 120%를 포함해 6년간 총 세 차례 지급했으며, 장기근속과 노후 보장을 위해 매년 수익 일부를 퇴직연금처럼 적립해 주는 제도도 전 직원에게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급 누설 금지 규칙은 징계 사유이지 해고 사유가 아니라고도 했다.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급식업체에 위탁하는 타사와 달리 이케아가 직접 채용한 직원들이 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에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케아코리아는 노사 갈등 장기화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스웨덴 본사에 내는 프랜차이즈 수수료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은 고스란히 재투자하고 있고 앞으로도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것”이라면서 “노조와는 성장통을 겪는 것으로, 대화를 통해 잘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는 어쩌다 ‘노사 전쟁터’가 됐나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는 어쩌다 ‘노사 전쟁터’가 됐나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국내에서는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이케아코리아 노사가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간 이어 온 단체협약(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케아는 2014년 12월 광명점 출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늘리며 업계 3위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2월 결성된 노조와 계속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직원 수는 첫해 700명으로 시작해 현재 2500명까지 늘었다. 갈등의 핵심은 ‘돈’이다. 노조는 글로벌 기업 이케아가 한국 노동자를 차별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이케아 노동자들은 시급 9200원을 받는다. 평균 시급 1만 7000원을 받는 해외 매장 노동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무상급식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케아 직원식당은 점심, 저녁 한 끼가 5000원으로 회사가 이 비용의 절반(2500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회사는 무상급식 대신 ‘500원 추가 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이를 거부하며 지난달 24~27일 파업을 벌였다. 최근 사측이 ‘자신의 월급을 타인에게 얘기하면 해고할 수 있다’는 취업규칙을 만든 것도 과도한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2차 파업,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 고소 등 조치를 준비 중이다. 회사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매출 규모가 다른 해외 법인들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입사 직후 연차 20일(법정 15일), 출산 시 6개월 유급휴가(법정 90일) 등 이미 국내법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성과급도 지난해 120%를 포함해 6년간 총 세 차례 지급했으며, 장기근속과 노후 보장을 위해 매년 수익 일부를 퇴직연금처럼 적립해 주는 제도도 전 직원에게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급 누설 금지 규칙은 징계 사유이지 해고 사유가 아니라고도 했다.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급식업체에 위탁하는 타사와 달리 이케아가 직접 채용한 직원들이 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에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케아코리아는 이번 논란으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케아 관계자는 “스웨덴 본사에 내는 프랜차이즈 수수료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은 고스란히 재투자하고 있고 앞으로도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것”이라면서 “노조와는 성장통을 겪는 것으로, 대화를 통해 잘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부동산세금 많다구요? 아닙니다, 턱없이 적어요”

    “부동산세금 많다구요? 아닙니다, 턱없이 적어요”

    2018년 부동산 불로소득 세후 118조원서울시 전체 예산 35조원보다 3배 많아대폭 환수 통해 공공주택 재원 확보해야을지로 5·6가 넘어가면 밀도 낮고 노후용적률 파격적으로 올려 주택 공급 가능“2018년 부동산 불로소득이 세후 118조원입니다. 지난해 서울시 전체 예산(35조원)보다 3배 이상 많은 겁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으로 환수하고 있지만 불로소득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거죠. 불로소득의 상당 부분을 공공이 환수해야 합니다.” 서울시에서 도시계획·주택정책을 총괄했던 진희선 전 부시장은 13일 ‘부동산 불로소득 대폭 환수론’을 주장했다. 현재 재산세·종부세·양도세로는 부족한 만큼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자의 부동산 처분에 따른 불로소득 환수액을 새로 책정해 공공이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진 전 부시장은 “누군가는 최저임금이나마 벌기 위해 밤낮으로 땀을 흘리는데, 누군가는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번다”며 “환수한 불로소득을 공공주택 공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국민들도 동의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전 부시장은 32년간 서울시 주거 정책을 담당한 도시계획·주택·건축 전문가다. 1987년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해 이듬해 서울시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주거정비과장과 주택건축국장, 도시재생본부장을 거쳐 행정2부시장에 올랐다. 지난해 6월 퇴직 후 모교인 연세대에 특임교수(도시공학과)로 부임했다. 지난해 2학기 첫 강의 땐 ‘도시재생과 정책’을 가르쳤고 올 1학기에는 ‘대도시 이슈와 현안 과제’를 강의한다. 그는 “현장에서 쌓은 경험들을 살려 사회적 현안이 될 만한 것들을 발굴해 가르치고 싶다”며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야 도움도 되고 자극도 된다”고 말했다. 진 전 부시장은 현재 당정이 논의 중인 도심주택 공급과 관련해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는 “서울시에 있을 때 사업성이 안 나오거나 주민 갈등으로 정비 사업에서 해제된 재개발 지역이 여럿 있었다.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지역을 재개발하면 새집 공급에 보탬이 된다. 을지로 5·6가를 넘어가면 밀도도 낮고 노후 불량한 곳이 많은데, 이런 지역도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올려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맞춤형 주거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 전 부시장은 “청년과 사회초년생에겐 역세권 주택을, 신혼부부처럼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저가 분양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중산층은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큰 집을 선호하기 때문에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전 부시장은 요즘 부동산 관련 책을 집필하고 있다.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정부와 다른 기관의 집값 통계는 왜 다른지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부동산 쟁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는 “TV를 보면 전문가가 나와 한마디씩 하는데,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건지 회의가 들었다. 어떤 사람은 집값이 떨어지는 근거만 대고, 어떤 사람은 정반대로 집값이 오르는 정보만 댄다. 객관적인 자료들을 분석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부동산 불로소득 118조…현 재산세·종부세·양도세론 부족, 불로소득 상당 부분 환수해야”

    “부동산 불로소득 118조…현 재산세·종부세·양도세론 부족, 불로소득 상당 부분 환수해야”

    “2018년 부동산 매매로 생긴 양도차액(불로소득)이 세후 118조원입니다. 지난해 서울시 전체 예산(35조원)보다 3배 이상 많습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으로 환수하고 있지만 불로소득 양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불로소득 상당 부분을 공공이 환수해야 합니다.” 서울시에서 도시계획·주택정책을 총괄했던 진희선 전 부시장은 13일 ‘부동산 불로소득 대폭 환수론’을 주장했다. 현 재산세·종부세·양도세로는 부족한 만큼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의 부동산 처분에 따른 불로소득 환수액을 새로 책정해 공공이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진 전 부시장은 “누군가는 최저임금이나마 벌기 위해 밤낮으로 땀 흘리는데, 누군가는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번다”면서 “환수한 불로소득을 공공주택 공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진 전 부시장은 32년간 서울시 주택정책과 도시재생을 담당한 도시계획·주택·건축 전문가다. 1987년 11월 제23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 이듬해 서울시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주거정비과장, 주택건축국장, 도시재생본부장을 거쳐 행정2부시장까지 올랐다. 지난해 6월 30일 퇴직 후 8월 1일 모교인 연세대에 특임교수(도시공학과)로 부임했다. 연세대 건축과를 나와 아이오와주립대대학원에서 도시계획 석사를, 연세대대학원에서 도시공학과 박사를 취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부동산 관련 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도대체 얼마나 올랐는지, 정부와 다른 기관의 집값 상승 통계가 왜 다른지, 일부 사람들의 부동산 처분에 따른 불로소득은 어느 정도 되는지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부동산 쟁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책을 집필하려는 이유는. “퇴직하고 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니까 정말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혼동을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각종 정보들이 난무하더군요. 원인 진단도 해법도 제각각이라 국민들이 헷갈려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TV를 보면 공중파든 종편이든 전문가가 나와 한마디씩 하는데, 국민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건지 회의도 들었습니다. 유튜브를 봐도 어떤 사람은 집값이 떨어지는 근거만 대고, 어떤 사람은 정반대로 집값이 오르는 정보만 댑니다. 이건 아닌 것 같아 나름대로 객관적인 자료들을 분석해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고자 부동산 관련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은. “가장 큰 문제점은 주택시장 불안과 불로소득으로 인한 양극화입니다. 주택시장 불안은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주거대책이 필요합니다. 서민과 저소득층에겐 저렴한 공공임대가 필요하죠. 값싼 공공임대가 없으면 ‘지옥고’(지하·옥탑·고시원)에 살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과 사회초년생에겐 역세권 주택을, 신혼부부처럼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저가 분양 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처럼 ‘모기지 제도’가 없기 때문에 서울시가 제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분양가가 5억원이라면 1억원에 분양 받은 뒤 나머지는 20년간 갚아나가는 식이죠. 중산층은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큰집을 선호하기 때문에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불로소득은 어떤가요. “불로소득은 일을 하지 않고 얻는 소득입니다. 부동산을 소유했다 처분하면서 얻는 소득이 대표적이죠. 2018년 부동산 매매로 생긴 양도차액(불로소득)이 세후 118조원입니다. 지난해 한해 서울시 전체 예산(35조원)보다 3배 이상 많습니다. 누군가는 최저임금이나마 벌기 위해 밤낮으로 땀 흘리는데, 누군가는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버는 거죠.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의 부동산 처분에 따른 불로소득은 적정 범위 내에서 공공이 환수해야 합니다. 이 환수한 돈을 공공주택 공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국민들도 동의할 겁니다.” -주택 보유세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강남의 E아파트가 불과 5~6년 전에는 12억원이었는데, 지금은 22억원이나 됩니다. 10억원이나 뛰었는데, 보유세의 인상 가격은 1000만원에도 못 미칩니다. 종전 400만원 하던 보유세가 2배 이상 올랐다고 아우성인데, 주택 가격 상승과 비교하면 말이 안 되는 금액입니다. 얼마 전 세제 개편으로 좀 더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그나마 다행입니다.” -향후 주택시장은. “주택 공급은 아무리 빨라도 5년에서 7년 걸립니다. 노무현 정부 때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신도시는 얼마 전부터 입주가 시작됐습니다. 3기 신도시가 17만호 정도 되고, 도심 주택 공급이 13만호 정도 됩니다. 둘 다 2024년부터 입주가 가능합니다. 그간 밀려 있던 서울시 재건축·재개발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상당히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1기 신도시는 30년 넘어 재건축 연한에 도달했습니다. 1기 신도시가 40만호쯤 되는데 역세권을 중심으로 중고밀 재건축을 하면 60만호 정도는 새롭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주택이 부족하다고 느끼겠지만 2024년 이후엔 공급이 충분할 겁니다.” -서울에 주택을 더 늘릴 방법이 있나요. “서울시에 있을 때 사업성이 안 나오거나 주민 갈등으로 정비 사업에서 해제된 재개발 지역이 여럿 있었습니다.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사업성이 있을 겁니다. 이들 지역을 재개발하면 새집 공급에 큰 보탬이 될 겁니다. 을지로 5·6가를 넘어가면 밀도도 낮고 노후불량한 곳이 많은데, 이들 지역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올리면 공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서울시장 출마 후보자들이 다들 서울시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하는데. “주택 정책은 4가지입니다. 공급, 세제, 금융, 임대시장 관리입니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건 공급뿐입니다. 나머진 정부 권한입니다. 이제는 신규로 택지 개발을 할 땅도 없습니다. 기성시가지를 재개발해야 하는데, 이 부지들은 대부분 민간 소유라 공급도 쉽지 않고 기간도 많이 걸립니다.” -대학에선 뭘 가르치나요. “지난해 2학기 첫 강의 때는 도시재생과 정책을 가르쳤고, 올 1학기에는 대도시 이슈와 현안 과제를 강의하려 합니다. 이론은 기존 교수들이 많이 가르칩니다. 현장에서 쌓은 도시계획·건축·주택 분야 경험들을 살려 사회적 현안이 될 만한 것들을 발굴해 가르치려 합니다.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야 학생들에게 도움도 되고 자극도 되기 때문입니다.” -교수 생활은 어떤가요. “많이 바쁩니다. 교수는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해야 합니다. 서울시에선 과장 때까진 내 손으로 다했지만 국장이 된 이후 10년 정도는 지시만 했습니다. 지시만 하던 습성도 바꾸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정든 공직을 떠난 소회는. “30여년간 나름 보람 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부시장까지 했으니 직업공무원으로 최고직위까지 승진했고, 인생의 내적 성장도 많이 했습니다. 떠나고 나니 내 인생의 큰 숙제를 끝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직은 고정된 틀에 끼어 있다고 할까요. 말을 조금만 실수해도 문제가 되고…. 큰 짐을 내려놓은 느낌입니다. 대과 없이 공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계획은. “3년 정도 강의한 뒤 교수의 길을 계속 갈지, 다른 일을 할지 고심해 보려 합니다. 무엇을 하든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사회가 좀 더 선한 방향으로, 옳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여기는 중국] 청탁 거절에 앙심 품고 동창생 판사 살해한 40대 여성

    [여기는 중국] 청탁 거절에 앙심 품고 동창생 판사 살해한 40대 여성

    청탁을 거절한 40대 여성 판사가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흉기로 수 십여 차례 피해자의 신체를 찌른 범인은 고인의 중학교 동창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후난성 창사시 텐신공안지국 파출소는 창사시 공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자상을 입고 쓰러져 사망한 채 발견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45세 여성 샹 모씨를 붙잡았다고 12일 밝혔다. 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 주 모 씨(46)는 후난성 인민법원에 재직 중인 여성 법관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가해자 샹 씨와 피해 여성 주 씨는 중학교 동창 관계로, 이후 샹탄 대학교에 함께 진학하는 등 평소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는 사망한 주 씨가 가해 여성의 청탁을 거절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달 초 샹 씨는 자신이 재직 중이었던 창사 시 소재의 회사에서 퇴사 권고 처분을 받았다. 앞서 샹 씨가 자신의 상사에게 둔기를 휘두른 사건으로 살인 미수 혐의로 조사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샹 씨가 받았던 살인 혐의는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 단순 폭행으로 벌금형을 받는데 그쳤다. 이후 샹 씨는 자신을 퇴직 처리한 회사에 앙심을 품고 보복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샹 씨가 떠올린 사람은 평소 자신과 가깝게 지냈던 같은 고향 친구 주 씨다. 주 씨와 샹 씨는 후난성 샹시(湘西) 출신으로, 주 씨는 지난 2019년부터 후난성 창사시 소재 인민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었다. 실제로 올 초 주 씨를 찾아온 샹 씨는 자신을 퇴사 처리한 회사 인사 결정권자에게 벌금형 등을 내려 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해당 회사가 결정했던 샹 씨의 퇴사 처분을 뒤집으려 했던 것. 하지만 피해자 주 씨는 해당 사건 내역을 검토, 샹 씨에 대한 인사 처분이 합당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샹 씨는 주 씨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그는 피해자의 거주지와 출퇴근 시간 등을 알아내기 위해 이달 초 주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청소원으로 취업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결국 지난 12일 오전 7시 30분, 샹 씨는 자신의 중학교 동창생이자, 대학 동기인 주 씨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는 사건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안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후난성 고등법원, 최고인민검찰원 등 사법부는 가해자의 범죄 행위에 대해 강력히 처벌할 뜻을 표시했다. 최고인민법원은 13일 오전 여성 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법치 사회에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사법권에 대한 도발과 폭력이 발생했다’고 규정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후난성 고등법원은 ‘주 판사 사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사회 정의 실현의 중추적 역할을 한 법관의 살인범 행위에 대해 격분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입장을 공개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오심 한 번, 몰락은 순식간”… 팬 무서운 줄 아는 배구 포청천

    “오심 한 번, 몰락은 순식간”… 팬 무서운 줄 아는 배구 포청천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 V리그를 겨울 메이저 종목으로 이끈 이들은 단연 각 팀 감독과 선수들이다. 그러나 심판은 이들 못지않게 15년 넘게 리그를 이끌어 온 사람들이다. 네트 한가운데 자신보다 높은 심판대에서 하는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선수와 감독은 울고 웃는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일까. 납득할 만한 판정은 코트 안에서 끝나지만 치명적인 오심은 리그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아무리 사소한 오심이라도 쌓이면 리그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지난 10일 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의 경기가 열린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김건태(66) 프로배구연맹(KOVO) 경기운영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겨울 실내스포츠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프로농구가 2015년 전후로 불거졌던 승부조작으로 망가졌는데 그즈음 떠들썩했던 ‘오심 대란’도 농구가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 데 한몫했다”면서 “팬들의 눈은 무섭다. 그걸 깨닫는 데 너무 많은 희생이 필요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프로배구는 자유로울까. A급 선수는 거액의 연봉을 받고 남녀 13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프로배구의 외형적인 면은 커졌다. 그렇지만 어딘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초창기 V리그를 이끌던 ‘베테랑’ 심판이 하나둘 은퇴하면서 새 심판의 공급도 달렸다. 2020~21시즌 여자부 경기에서는 판정을 놓고 무려 13분 동안 경기가 중단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불만과 걱정이 교차했다. 판정 논란에 따른 배구팬의 불신은 프로배구 V리그의 이미지에 치명적이라고 판단한 KOVO는 해결사 찾기에 들어갔다. 심판이 갖춰야 할 전문 지식은 물론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필요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갖춘 사람을 찾았다. 지난달 18일 새 경기운영본부장에 임명된 김건태 전 국제심판이 딱 그런 사람이었다. 김 본부장은 “2013년 12월 현역에서 은퇴하고 2016년 연맹 심판위원장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뒤엔 정말 경기장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TV에서 배구 경기도 보지 않았다”면서 “KOVO 측의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심판이 명예를 되찾고 더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 경기운영본부장직을 수락했다”고 털어놨다. 김건태는 ‘포청천’으로 불리며 V리그 출범의 기초를 다졌다. V리그 출범 뒤에는 가혹하리만큼 냉정하고 정확한 판정으로 리그의 중심을 잡았다. 그 자신도 한때 배구 선수였다. 1955년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리라공고 1학년 때 다소 늦게 배구에 입문했다. 당시 190㎝의 큰 키가 다소 구부정한 것만 빼면 지금도 그대로다. “선생님 권유로 시작한 배구가 막상 해 보니 별거 아니더라. 잘했다”고 그는 웃으며 기억했다. 큰 키 덕분에 센터를 맡았지만 예기치 못한 걸림돌이 선수의 길을 가로막았다. 김 본부장은 “충주비료 실업 초년생이던 1974년 한쪽 팔의 혈관이 막히는 이름도 낯선 병이 찾아왔다. 설날 갑자기 오른손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했다. 지금도 손이 차갑고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면서 “운동을 더이상 할 수가 없어 결국 조기에 은퇴했다. 은퇴 후에는 충주비료와 럭키에서 일했다. 아주 열심히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은 김 본부장의 인생을 바꾼 사건이었다. 지원요원으로 뽑혀 기자재와 체육관 관리 등을 맡았던 그를 눈여겨보던 국제심판 김순길씨의 권유로 심판의 길로 들어섰다. 김 본부장은 “1990년에 국제심판이 되면서 세계 최고의 심판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시아대회에서 불러도 세계대회가 아니면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면서 “1998년에 국제배구연맹(FIVB) 심판이 됐다. 8년 만에 FIVB 심판이 된 전례는 없었다. 당시 국제심판이 1100명이었는데 FIVB 심판은 단 11명에 불과했다. 심판을 심판하는 심판이었다”고 설명했다. 총 257회의 국제심판 출전 중 2010년까지 13년 동안 FIVB 심판 자격으로 월드리그와 여자그랑프리,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등 최상급 대회 결승전만 12차례를 치렀다. 그는 특히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03년 연방 해체 직전인 유고슬라비아와 브라질의 남자 국가대항전인 월드리그 결승이었다. 그는 “조그마한 실수라도 나오면 난 죽는다고 중얼대면서 심판대에 올라갔다”고 기억했다. 1만 4000명이 스페인 마드리드 현장에서 관전하고 전 세계가 TV로 지켜본 이 경기는 15점인 5세트 승부가 듀스 끝에 무려 31-29로 브라질의 우승으로 끝났다.국내 프로배구가 출범하면서 김 본부장은 ‘전설’로 남았다. 2013년 현역을 마친 뒤에도 그는 2016년까지 KOVO 심판위원장을 맡으며 배구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역 마지막 경기로 ‘포청천’의 임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그는 눈물을 흘리며 “‘수고했다. 편히 쉬라’는 팬들의 인사가 내 퇴직금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의 V리그 기틀은 그가 직·간접적으로 잡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7년 국내 전 종목 중 처음으로 비디오판독 도입에 앞장선 이도 바로 김건태다. 김 본부장은 “TV 중계기술의 발전 탓(?)에 도입을 안 할 수 없었다. 주위에서 ‘왜 그런 걸 하느냐’고 불만이 터져나오고 후배 심판의 자존심 문제 때문에 주저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이 최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마 용어를 벤치마킹한 ‘트리플 크라운’을 비롯해 후위공격 2점제, 리그 출범 당시 만들어 놓고 2015년부터 시행한 승점제 등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간 경기 규정이다. 김 본부장이 추구하는 심판의 덕목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사생활 관리에 철저할 것, 두 번째 사명감을 가질 것, 세 번째는 인성( 됨됨이) 기르기에 힘쓸 것, 그리고 창의력을 키우는 심판이 될 것 등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튼튼한 체력은 필수이고 쉬지 않고 노력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김 본부장의 학구열은 웬만한 젊은이를 뺨친다.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노트북 컴퓨터에는 파워포인트로 만든 자료가 수두룩하다. 그는 다음 라운드부터는 태블릿PC로 심판의 판정을 경기마다 기록해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30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걷기’를 실천하는 김 본부장은 심판의 ‘운명’을 이렇게 설파했다. “나는 운동을 하루라도 게을리한 적이 없다. 술을 한 잔 마시면 심판이 술 먹는다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경계했고 누가 볼까 옷도 늘 깔끔하게 입고 다녔다. 모범생처럼 사는 것만 허락됐다. 나는 잘 때도 심판, 일할 때도 심판, 쉴 때도 심판이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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