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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욱 월드포커스]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한국이 주도해야

    [정종욱 월드포커스]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한국이 주도해야

    역사에서는 제국의 등장과 몰락에 대한 논쟁이 그치지 않는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중국의 굴기가 논쟁의 초점이 되었고 인도의 부상이 주목받은 지도 제법 오래되었다. 최근에는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부상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일어서고 있다(rise of the rest)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또 얼마 전에는 한국이 내년 G20 회의의 주최국이 되면서 한국의 부상(rise of Korea)을 예언하는 기사가 뉴욕 타임스에 실리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결국 유럽과 미국의 시대가 지났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반박이나 하듯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정상회의는 리스본 조약 가입의 예외 조항을 인정해 달라는 체코의 요구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유럽 27개국을 대표하는 느슨한 형태의 세계 최대의 통일국가가 내년 1월부터 출범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연합(union)과 연방(federation)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400년 가까이 국제사회의 기본 패러다임이었던 국가 중심의 웨스트팔리아 시대가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이제 국경을 초월해서 단일 화폐를 사용하고 사유재산이 인정되는 경제통합과 정치연합이 혼재하는 새로운 시대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도 국가들 간의 짝짓기가 시작된 게 꽤 오래되었다. 유럽에 비하면 10년 이상 늦기는 했지만 동남아 국가들의 연합체인 아세안은 벌써 42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아세안 헌장(ASEAN CHARTER)도 제정했고 앞으로 6년 안에 경제, 안보, 사회문화적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달 23일 태국에서 열렸던 정상회담에서도 이 목표를 다시 확인했다. 그런 동남아에서 일주일 후에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열린다. 무역 장벽을 낮추는 문제가 핵심이지만 아시아는 물론 태평양 지역 국가들까지 함께 국경을 넘어 초국가적 연합체를 만드는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벌써 17년째가 된다. 한국이 속해 있는 동북아는 이런 역사적 추세에 한참 뒤져 있다. 아세안과 비교해도 그렇다. 동아시아 역내 경제력의 70%를 차지하면서도 아세안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한, 중, 일 3국이 모이는 동북아 정상회의가 있지만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하다. 아세안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에 초대 손님으로 불려가서 아세안 국가들의 정상회의가 다 끝난 후에 잠시 만나기 시작하다가 따로 독립된 정상회담을 하기 시작한 게 작년이다. 11년 만에 겨우 셋방살이를 면한 셈이다.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2차 회의에서 3국간에 전략적 협력관계를 모색하기로 했지만 아직은 유럽이나 동남아를 따라가기는 너무 멀다.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거론하지만 중국의 태도는 미지근하다. 밖으로는 환영하고 받아주는 척하지만 내용을 보면 일본이 이를 통해 지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 아닌가 잔뜩 의심하고 있다. 모두 서로 믿지 않는 불신의 뿌리가 너무 깊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은 동북아의 강대국들과 모두 가까운 사이다.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국, 일본, 중국과 불신의 장벽이 가장 낮은 편이다. 아세안 지역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상은 매우 우호적이다. 외교의 3대 핵심인 무력과 재력과 매력, 이른바 3M(Might, Money, Mind) 모두를 한국은 갖고 있다. 한국은 내년에 중요한 국제회의를 둘씩이나 주최한다. G20 정상회의와 함께 동북아 3국 정상회담도 잘 준비해서 한국이 국제경제질서뿐 아니라 동북아 공동체 구축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정종욱 싱가포르 남양대 교환교수
  • [국회 시정연설] ‘市井연설’ 된 국회 시정연설

    [국회 시정연설] ‘市井연설’ 된 국회 시정연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이 끝나자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과 민주당 유선호 의원이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결정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손 의원이 먼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미국의 경우 연방 대법원에서는 국회에서의 의사진행은 결과와 인과관계만 있으면 되고, 형식과 방식은 오로지 국회의원에 따른다. 일본에서도 의결의 효력 등은 사법심사를 할 수 없고 국회 자율에 맡긴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유 의원은 “대결과 파행으로 얼룩지다 못해 헌재로부터 ‘절차도 못 지키는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한 모든 책임을 지고 김 의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운찬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대독을 앞두고 김 의장이 “시정연설 전에 의사진행발언을 한 전례가 없다.”며 의사진행발언 순서를 미루자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와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 등 양당 소속 의원들은 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요구에 정 총리가 시정연설을 강행하자, 자유선진당 의원 전원과 민주당 충남 지역 의원들은 일제히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유가족·범대위 “즉각 항소” 반발

    용산참사 유가족과 범국민대책위원회 측은 28일 피고인 9명에 대해 중형이 선고되자 분노하며 즉각 항소 및 투쟁 의지를 밝혔다. 국회에 특별검사제 도입도 요구하기로 했다. 참사 희생자인 고 이성수씨 아내 권명숙(47)씨는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최종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면서도 “이번 판결은 명백히 무효”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판결이 선고되는 동안 방청객들은 항의의 표시로 줄줄이 퇴정했고 유가족들은 눈물을 쏟았다. 판결 직후 천주교 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은 “재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낭독한 것에 불과했다.”면서 “누가 화염병을 던졌는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망루 4층에 있었기 때문에 유죄라는 재판부의 해괴한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범대위 관계자도 “가장 핵심 혐의인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 부분을 검찰의 기소대로 인정한 것은 재판부가 사법정의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재판을 거치면서 화염병에 의한 발화 및 화재참사라는 기소내용도 구체적 증거가 없었고 짜맞추기 수사였음이 드러났다.”며 국회에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대규모 증인 신청으로 인한 국민참여재판 무산, 수사기록 3000여쪽 미제출로 변호인단 사퇴 등 재판 파행의 책임도 전적으로 검찰에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선고에 대해 “검찰의 구형대로 선고되기를 기대했지만 아직 최종 판결이 아닌 만큼 더 기다려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재연 박성국기자 oscal@seoul.co.kr
  • 수잔 보일, 바지가 또… ‘남대문’ 굴욕

    수잔 보일, 바지가 또… ‘남대문’ 굴욕

    영국의 오디션 스타 수잔 보일(48)이 또 한번 바지 지퍼를 올리는 것을 깜빡해 굴욕을 당했다. 보일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바지 지퍼가 열린지 모르고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UEFA 유로파리그 축구 관람에 나섰다가 망신을 당했다고 대중지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이날 열린 함부르크 대 켄트의 경기에 초대된 보일은 6만 여 관중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색 자켓에 검은색 바지를 매치한 그녀는 바지의 지퍼가 반쯤 내려간지도 모르고 그녀는 밝은 미소로 환대에 화답했고 퇴장할 때까지도 이를 깨닫지 못했다. 그녀가 단정하지 못한 차림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그녀는 바지 지퍼를 올리지 않은 채 외출을 나섰다가 웃음을 준 바 있다. 이 같은 모습을 본 그녀의 팬들은 보일의 실수에 오히려 반색했다. 스타덤에 오른 뒤 점차 수더분한 외모를 잃는 그녀에게서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 실제로 보일은 다음달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몰라보게 아름다워진 얼굴과 세련된 패션 감각을 선보여 순수한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은 바 있다. 한편 보일의 새 앨범은 발매가 한 달여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약주문만으로 아마존 등 주요 음악 사이트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지금 추세라면 발매와 동시에 무난히 발라드차트 정상을 차지할 거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사진설명=지난 22일 축구 관람 당시(왼쪽), 지난 5월 외출할 당시(오른쪽)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강심장 SK, 위기에 빛났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강심장 SK, 위기에 빛났다

    한국시리즈 패권은 마지막 7차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SK는 23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6차전에서 선발 송은범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노장 이호준의 솔로홈런을 앞세워 KIA에 3-2,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전날 한국시리즈 초유의 감독 퇴장 사태를 겪으며 완봉패, 벼랑끝에 몰렸던 SK는 시리즈 전적 3승3패로 균형을 맞추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반면 통산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대기록에 바짝 다가섰던 KIA는 경기 초반 나온 무리한 주루 플레이와 답답할 정도로 침묵한 타선 탓에 경기를 그르쳤다. 우승컵의 주인이 가려질 수도 있는 한판인 만큼 벤치와 선수들의 긴장은 극에 달했다. 4회 초 김상현이 오른쪽 펜스를 넘긴 홈런성 타구가 파울로 처리되자, KIA 조범현 감독이 한국시리즈 사상 첫 비디오 판독을 요구하며 날을 세웠다. 4회에는 2루주자 나지완이 유격수 나주환, 2루수 정근우 등과 사인 훔쳐보기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선취점은 SK의 몫이었다. 2회 1사에서 이호준이 KIA 선발 윤석민의 127㎞짜리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선제 1점포로 기세를 올렸다. 5차전까지 6타수 무안타로 부진, 김성근 감독의 애를 태웠던 이호준이 모처럼 이름값을 한 것. 이어 3회 선두타자 박재상의 2루타와 정근우의 희생번트, 박정권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등을 묶어 두 번째 득점을 올렸다. SK는 4회에도 2사2루에서 조동화가 중전 적시타로 2루 주자 나주환을 홈으로 불러들여 한 점을 보탰다. 3-0. KIA는 경기 초반 나온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자멸했다. 1회 1사에서 좌중간 안타를 치고 나간 이용규가 3루를 훔치려다 아웃됐고, 2회 1사에서 중전안타로 출루한 김상현이 히트 앤드 런 사인 때 2루에서 횡사, 흐름을 끊었다. 상대 내야를 뒤흔들려다 되레 기세만 잔뜩 올려준 셈. 7회에는 1사1루에서 포수 김상훈 대타로 나온 차일목이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KIA는 8회 2사 만루의 천금같은 기회를 잡았고 최희섭의 2타점 적시타로 2-3까지 추격했으나 아쉽게 역전에는 실패했다. 기대했던 김상현은 바뀐 투수 채병용의 연속된 직구에 파울타구를 날리더니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유인구에 꼼짝없이 속아 2루 땅볼에 그쳤다. 7차전은 24일 오후 2시 같은 곳에서 열린다. KIA는 선발 투수로 릭 구톰슨을, SK는 게리 글로버를 예고했다. 손원천 황비웅기자 angler@seoul.co.kr
  • 판정항의 김성근 SK 감독 퇴장

    ‘야신’(野神) 김성근 SK 감독이 포스트시즌 첫 퇴장을 당했다. 22일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KIA가 2-0으로 앞선 6회말 1사 1·2루에서 이종범이 윤길현과 11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루수 앞 땅볼을 때렸다. 2루수 정근우가 유격수 나주환에게 공을 토스했고, 나주환은 2루를 찍은 뒤 1루로 송구하려 했다. 하지만 2루로 슬라이딩하던 주자 김상현이 쭉 뻗은 오른발을 미처 피하지 못한 나주환이 악송구를 뿌렸다. 그 사이 최희섭은 홈을 밟아 3-0.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수비방해라며 강하게 어필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3피트 라인 안에서 벌어진 정상적인 수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화가 난 김 감독은 1분가량 항의하다 선수들을 경기장 밖으로 철수시켰다. 심판진은 선수들이 철수한 지 3분 만에 규칙에 따라 김 감독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의례적으로 열리는 기자회견에도 불참한 채 숙소로 돌아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6월29일 규칙위원회에서 ‘감독이 선수단을 그라운드에서 일부 또는 전부 철수하는 경우, 즉시 퇴장조치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28번의 포스트시즌에서 선수가 퇴장당한 경우는 4차례 있었으나, 감독 퇴장은 처음이다. SK 선수들은 김 감독이 퇴장당한 이후에도 8분여간 항의하다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심판위원회는 “정상적인 주루 플레이였다. (김상현의) 발이 위를 향해 있지 않았고, 그런 경우라도 수비수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국정감사] 임인배사장(전기안전공사) 강제퇴장 망신살

    한국전기안전공사 임인배 사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 국정감사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퇴장당하는 망신을 자초했다. 지경위 소속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이날 공사 쪽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정기 점검 이후 발생한 감전사고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공사 쪽이 2007년 이후 최근 사례를 비롯해 자료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사장은 “저는 자세한 것은 잘 몰라요. 담당한테 물어보라고요. 나는 모른다니까요.”라며 주 의원의 말을 가로막았다. 임 사장은 이어 “나중에 사장을 해보십시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힘듭니다.”라고 말했다. 항의가 잇따르자 정장선 위원장은 15분간 감사를 중단하고 중재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질의 과정에서 생긴 임 사장의 도를 넘는 태도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전기안전공사에 대한 감사를 중단하고, 임 사장을 비롯해 공사 임직원의 퇴장을 명했다. 지경위는 22일로 국감 일정을 다시 잡았다. 정 위원장은 “사장에 대한 조치는 별도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지단 30일 한국 온다 다논 네이션스컵 홍보대사로

    20세기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꼽히는 왕년의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36·프랑스)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세계적인 건강식품 판매 기업인 다논 코리아는 다논 네이션스컵 국제축구대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지단이 오는 30일 방한한다고 14일 밝혔다.지단은 방문 기간 중 서울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어린이 축구 꿈나무와 만나는 시간을 갖고 10~12세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다논 네이션스컵 대회도 관람한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과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0) 때 프랑스의 우승에 앞장섰던 미드필더 지단은 현란한 발 재간과 창의적인 스루패스, 강력한 슈팅력을 두루 갖춰 최고의 중원 사령관으로 통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1996~2001년)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2001~2006년)에서 뛰며 1998·2000·2003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와의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35·인테르 밀란)에게 희대의 ‘박치기 사건’을 일으켜 퇴장당한 뒤 “이유야 어쨌든 아이들에게 비교육적 태도를 보여 죄송하다.”며 은퇴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마라도나 “팔레르모가 결승골을…” 깊은 포옹

    마라도나 “팔레르모가 결승골을…” 깊은 포옹

    아르헨티나가 수중전 끝에 페루를 잡고 월드컵 예선탈락 위기에서 탈출했다. 아르헨티나는 14일 오후 7시(이하 현지시간) 남미예선 마지막 경기인 18차전에서 우루과이와 맞붙는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은 “2010 남아공월드컵으로 가는 극적인 여행이 계속되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페루 언론은 “주심의 편파 판정으로 게임을 도둑맞았다.”고 격분했다. 10일 저녁 7시 아르헨티나 모누멘탈 경기장에서 열린 예선 17차전은 예선탈락 궁지에 몰린 아르헨티나에게는 숨막히는 사투였다. 전반엔 양팀 모두 득점이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초반부터 파상공세를 폈지만 촘촘한 수비망을 친 페루는 좀처럼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을 마치고 휴식을 위해 퇴장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향해 경기장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그리고 시작된 후반 1분 30초 페루가 때린 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갔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식은땀을 흘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후반 2분 마라도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파블로 아이마르가 곤살로 이과인에게 깊은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이구아인은 대포 같은 슈팅으로 페루의 골망을 흔들었다. 1대0. 후방에 깊숙히 빠져 있던 페루가 전진 공격으로 전략을 바꿨다. 경기흐름이 빨라졌다. 경기종료를 앞두고 경기장에는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수중전. 골키퍼에게 절대 불리했다. 웬만한 유효슈팅만 날린다면 골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다. 후반 45분 페루 렌기피오가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1대1. 경기는 무승부로 끝나는 듯했다. 꺼져가던 희망의 촛불을 되살린 건 이날의 히어로 마르틴 팔레르모. 후반 47분 45초 마지막 공격에서 수비수의 발을 맞고 튕겨나온 골을 팔레르모가 살짝 밀어 넣으면서 아르헨티나는 본선 직행의 꿈을 극적으로 되살렸다. 마라도나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로 달려가 비를 맞으며 팔레르모와 깊은 포옹을 나눴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승리로 승점 25점을 기록, 남미 예선 4위로 올라섰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은 “페루전을 극적인 승리로 장식하면서 마지막 경기인 우루과이전의 결과에 따라 아르헨티나가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티켓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마라도나 감독이 베론 등 선수를 일부 교체하고 전술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페루 언론은 “볼리비아 주심 레네 오르투베가 아르헨티나에 편파적이었다.”면서 “최소한 무승부로 끝날 수 있었던 경기를 도둑맞았다.”고 전했다. 페루 최대 일간지 트로메는 “팔레르모의 마지막 골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들어간 것인데 주심이 눈을 감아주었다.”면서 “아르헨티나가 분명한 수비수 반칙으로 페루에 패널티킥을 줬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부 페루 언론은 “레네 주심의 편파판정으로 페루가 이날 경기에서 2개의 페널티킥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17경기를 소화한 2010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 순위. 1위 브라질 (승점 33점-본선진출 확정), 2위 파라과이 (33점-본선진출 확정), 3위 칠레 (30점-본선진출 확정), 4위 아르헨티나(25점), 5위 우루과이(24점), 6위 에콰도르(23점), 7위 베네수엘라(21점), 8위 콜롬비아(20점), 9위 볼리비아(12점), 10위 페루(10점). 사진=클라린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OW포토] 성유리, ‘아름다운 자태’ 뽐내

    [NOW포토] 성유리, ‘아름다운 자태’ 뽐내

    12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진행된 ‘토끼와 리저드’(감독 주지홍, 제작 JM PICTURES)시사회에서 배우 성유리가 행사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서울신문NTN 현성준 기자 gu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정윤수의 종횡무진] 홍, 그는 오래전부터 감독이었다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오래전부터 ‘감독’이었다.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감독은 아니었지만, 그가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빌 때에도 그랬고 핌 베어벡이나 박성화 감독을 보좌하면서 코치로 뛸 때도 그랬다. 그의 말에는 언제나 무게가 실려 있었고 그의 행동에는 그 무게의 백 배쯤 되는 의미까지 실려 있었다.단적인 사례가 2007년 아시안컵축구 3~4위전이다. 일본과 맞붙은 이 대결에서 한국은 후반 11분 무려 4명이나 퇴장을 당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수비수 강민수가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퇴장을 당하자 코치진이 테크니컬 지역을 벗어나면서 격렬하게 항의를 하였고 이 때문에 베어벡 감독과 골키퍼 담당 코사 코치, 그리고 홍명보 코치까지 줄줄이 ‘벤치 아웃’을 선언당했다.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 다음 장면이다. 한·일 양국의 숙명적인 라이벌전은 연장전으로까지 이어졌는데, 퇴장 명령을 받은 홍명보 코치가 성큼성큼 그라운드로 들어와 선수들을 격려한 것이다. 경기 감독관과 심판이 엄중하게 주의 조치를 내릴 때까지 홍 코치는 긴박한 순간의 소대장 노릇을 하였다.‘게임의 규칙’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홍 코치의 행동을 무조건 두둔할 수는 없다. 축구라는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관계자들은 규칙 앞에서 엄정해야 한다. 그렇기는 해도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가. 세 명의 코치가 퇴장당한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압신 고트비 코치만이 후반전과 연장전, 그리고 승부차기까지 치러야 했다. 고트비는 분명 유능한 코치이지만 선수들에게는 통역의 도움 없이 분명하고도 결연하게 지시를 내리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게다가 홍명보 코치가 잔디를 밟았던 순간은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이 아니라 연장전을 준비하던 순간이었다.지금 우리는 게임의 규칙을 어긴 사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위기의 상황에 빠진 조직을 위하여 희생을 감내하고 뛰어든 사람을 이야기하는 중이다. ‘고독한 산책자’ 베어벡이나 ‘유능한 신사’ 고트비를 대신하여 홍 코치는 심판의 제지에도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그로 인하여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대회와 컨페더레이션스컵 8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홍 감독은 동시대의 간판 스타였던 황선홍, 서정원, 김도훈 등과 함께 1990년 이후 축구 세대를 대표한다. 이 세대는 출범 초기의 프로축구가 어엿하게 성장하는 때 선수가 되었고 7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황금기에 해외로 진출하여 전성기를 보냈으며 한국 축구 발전의 시금석이 된 1998년과 2002년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세대다. 무엇보다 국내외의 수많은 감독들로부터 다양한 지도 방법을 온몸으로 배운 세대다. 결연한 자기 희생과 세련된 기술 축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겪은 이 세대의 간판 주자가 홍 감독이다. 그가 무명의 어린 선수들을 윽박지르지 않고 섬세하게 가르치고 다독여 가면서 8강까지 진출한 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감독’의 카리스마를 보여온 홍명보 개인의 자질과 한국 축구 중흥기의 역사가 빚어낸 결실인 것이다.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문화마당] 인생은 연극이다/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인생은 연극이다/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인생이란 무엇인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밤으로의 긴 여로’는 인생이란 여행이면서 연극임을 보여준다. 한 집에 사는 부모형제 간에 오랫동안 누적되어 잠재해 있던 갈등과 불화가 화산처럼 폭발하면서 전개되는 긴 하루 동안의 가족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가족이란 한 지붕 밑 같은 식탁에서 먹고사는 인연 공동체다. 타이런이라는 남자와 메어리라는 여자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다는 인(因)으로 제이미와 에드먼드라는 두 아들이 태어나는 연(緣)이 생겨났다. 이 인연은 우연이지만 운명이고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모순의 관계를 형성했다. 메어리는 수녀나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가졌다. 하지만 타이런과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다. 그녀는 한 남자를 선택함과 동시에 꿈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것들을 선택하지 않은 것의 결과는 잠깐의 행복과 불행의 연속이다. 현재의 불행이 크면 클수록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집착과 회한은 커진다. 그 간극을 맨 정신으로 견디지 못하는 그녀는 마약중독자가 되어 유령처럼 집안을 떠돈다. 아버지 타이런은 가난을 딛고 각고의 노력으로 연극배우로 출세했다. 하지만 어느 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자 돈에 눈이 어두워 전국을 순회공연하면서 그 역만을 편하게 몇 년간 하다가 결국 재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역시 잃어버린 과거의 포로가 되어 노년의 가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돈과 땅에 집착하는 구두쇠로 전락했다. 부모의 불행은 자식에게도 유전된다. 아버지의 끼를 전수받은 제이미는 연극배우가 되고, 어머니의 감수성을 이어받은 에드먼드는 시인이 되지만, 이들 역시 불행하다. 피를 나눈 가장 친한 친구지만 태어남과 동시에 가장 먼저 만나는 적인 형제란 카인과 아벨일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동생의 탄생은 형에게는 불행이고, 형제의 성공은 축하보다는 질투의 대상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또한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명명한 것처럼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해야 할 운명이다. 이처럼 부모형제 사이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의 집합이 가족이다. 가족은 비극의 씨앗이다. 아버지 타이런은 토로한다. “돈 귀한 걸 배운 것도 집에서고, 늙어서 양로원 들어가는 걸 겁내게 만든 것도 집”이라고. 하지만 병 주고 약주는 곳이 바로 가족이다. 가족은 사회의 은신처며 세상에 혼자가 된 내가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다. 비극의 씨앗인 가족이 희망의 보루일 수 있는 이유는 제이미가 동생에게 했던 말처럼, 가족 간에는 미워하는 마음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유진 오닐은 이 작품에서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로 ‘내 묵은 슬픔을 눈물과 피로 쓴 극’이라고 썼다. 그는 이 작품을 자신이 죽은 후 25년 동안은 발표하지 말고 그 이후에도 절대 무대에 올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왜 그는 공연되지도 말아야 할 희곡을 썼을까? 그는 먼저 인생이라는 연극을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하고 난 다음 그 대본을 작품으로 씀으로써 불행했던 삶을 구원받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연극은 인생의 거울이다. 나에게 연극은 일상을 떠나는 여행이면서 현실을 초월하게 해주는 종교다. 연극을 보면서 나는 인생이란 한바탕 꿈이라는 걸 깨달으며, 내가 주연인 인생의 연극을 보는 관객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셰익스피어가 썼듯이 “온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여자와 남자는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어떤 이는 일생 동안 7 막에 걸쳐 여러 역을 연기한다.” 나는 어떤 배역을 하다가 몇 막에서 퇴장할까? 깊어가는 가을, 연극을 보면서 내 인생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생각한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 [NOW포토] 존 쿠삭, 드라마틱한 조명 받으며 멋지게 퇴장

    [NOW포토] 존 쿠삭, 드라마틱한 조명 받으며 멋지게 퇴장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2012’(감독 롤랜드 에머리히)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존 쿠삭이 간담회를 마치고 걸어나오고 있다. 서울신문NTN 현성준 기자 gu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AFC 챔피언스리그] 파리아스 “초반 총공세로 역전승”

    “불리한 게 사실이지만 초반부터 밀어붙이겠다.”(파리아스) “원정이긴 하지만 화끈하게 4강에 갈 수 있는 경기를 펼치겠다.”(스콜라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하루 앞둔 29일 세르히우 파리아스(42) 포항 감독과 우즈베키스탄 부뇨드코르 루이스 스콜라리(61) 감독이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필승 의지를 다졌다. 포항은 1차전 때 석연찮은 판정으로 퇴장당한 ‘수비의 핵’ 김형일(25)이 빠지는 데다, 지난 26일 K-리그 부산전에서 데닐손(33)이 부상당한 약점 속에 상대를 무득점으로 묶고 2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만 4강에 진출할 수 있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1골을 내주면 3골을 넣어야 연장전이라도 바라볼 수 있다. 파리아스 감독은 “부뇨드코르는 좋은 감독과 선수들이 뛰는 팀이라 다시 한번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내일은 우리가 좋은 경기를 선보여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차전은 선제골을 넣고도 무릎을 꿇었기 때문에 2차전은 무조건 공격적인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포항의 골키퍼 신화용(26)은 “우리가 2골을 뒤지고 있어 많은 골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부뇨드코르에 우리의 홈이 어떤 곳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포항은 K-리그와 피스컵코리아, FA컵을 합쳐 18경기 연속 무패(10승8무)를 달리고 있다. 스틸야드에 낯선 해외 리그엔 더욱 강한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스콜라리 감독도 “1차전을 통해 포항이 잘 준비된 팀이라는 것을 느꼈다.”면서 “우리나 포항이나 모두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고 운을 뗐다. 부뇨드코르는 무승부, 또는 0-1로 지더라도 4강에 오르는 유리한 상황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1차전에서는 포항의 모든 선수들이 요주의 대상이었다. 내일 경기는 양 팀에게 모두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차전 전술에 대해서는 “포항의 출전 명단이 확정된 뒤 대비하겠다.”면서 “포항에 부상자가 있던데 누군지 알려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K-리그는 6개 이상의 팀이 (챔스리그) 우승을 다툴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카타르 움살랄과 맞붙는 FC서울은 2골 차 이상, 1-0 또는 2-1로 이기면 4강에 오른다. 3-2 승리 땐 전·후반 15분씩 연장전을 벌여야 한다. 서울이 4-3으로 이기면 4강 티켓은 움살랄에게 내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박철수 감독 “할리우드 세번째 작품은 신작”(인터뷰)

    박철수 감독 “할리우드 세번째 작품은 신작”(인터뷰)

    ‘이순’(耳順)을 넘긴 박철수 감독이 20대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자칫하면 젊은 감독들도 한 두 편의 작품으로 조용히 퇴장 당하는 시대에 엄청난 정력이다.그것도 미국 할리우드다. 박철수 감독은 영화 ‘301, 302’의 리메이크작 ‘10A,10B’를 연출하는 데 이어 자신의 또 다른 작품 ‘녹색의자’(green chair)까지 연달아 리메이크 한다.“한국에서는 노장(老將)이지만 미국에서는 청년 감독입니다.(웃음)”1979년 ‘밤이면 내리는 비’ 이후 ‘접시꽃당신’, ‘오세암’, ‘물위를 걷는 여자’ 등 매년 꾸준한 작품을 선보이며 20여 년간 엄청난 필모그래피를 소유한 박철수 감독. 투자사이자 제작사인 옥시모론 엔터테인먼트가 150억여 원의 제작비를 선뜻 내놓을 만큼 해외에서 인정받는 그가, 미국 무대에 도전한 이유는 사실 서글프다.“아쉽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제 영화에 투자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녹색의자’의 경우 한국에서는 포르노 취급을 받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예술영화였습니다. 문화를 소비하는 시각차가 큰 거죠.”해외에서 박철수 감독을 보는 눈은 달랐다. 이미 ‘학생부군신위’, ‘301, 302’로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그는 신선한 감각이 돋보이는 한국의 유망 감독일 뿐이었다.“15년이 지난 제 영화를 지금도 미국 스태프들이 빠짐없이 연구하고, 관련 논문도 수십 편이 나올 정도에요.(웃음) 외국 사람들이 제 영화를 더 좋아해주니까 좋죠.”왠지 모르게 씁쓸한 웃음을 머금은 박철수 감독은 우리나라의 수직적 투자·배급 시스템도 문제지만 문화의 다양성이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가 아니면 제작 자체가 힘든 현실이라는 것이다.“덕분에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갖게 됐죠. 감독이란 직업이 그래요. ‘이야기를 꾸미는 작업’은 곧 ‘어떻게 더 재밌게 거짓말을 할까’하고 똑같거든요. 그 거짓말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됐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즉, 틀에 박힌 영화 이론보다 삶에 대한 성찰이 깃든 창작 주체자의 의식이 먼저라는 깨달음을 통해 그는 거짓 없는 솔직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301, 302’다. 302호에 살며 거식증에 시달리는 윤희(황신혜 분)에게 301호 송희(방은진 분)가 억지로 음식을 먹이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세계에 통했다.“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문제만큼 솔직한 게 있나요?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공통분모입니다. 우리 영화로 만들어진 ‘301, 302’가 세계를 무대로 리메이크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웃음)”박철수 감독의 도전은 계속된다. ‘10A, 10B’와 ‘녹색의자’ 이후 세 번째 작품은 리메이크가 아닌 신작이 될 전망이다.일본 음식인 초밥을 흑인 주방장이 만들고 백인이 먹는 상황의 아이러니함을 담은 영화 ‘스시바, 동방미인’(sushi bar, asian beauty)이 그 야심작으로 이미 각본 작업을 완료 했다.후배들을 위해 미국 진출 노하우를 전하는 컨설팅 사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농을 친 박철수 감독은 “말만 앞서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조용히 지내다 결과물로 말하겠다.”며 의미 있는 미소를 남겼다.공자 왈,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종심·從心)고 했던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선 ‘종심’ 박철수 감독의 흐뭇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젊은 기자의 노망(老妄)이 될까? 서울신문NTN 조우영 기자 gilmong@seoulntn.com / 사진 = 강정화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177명 투표 164명 찬성… 野 한때 투표함 봉쇄 시도

    177명 투표 164명 찬성… 野 한때 투표함 봉쇄 시도

    이변은 없었다. 28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야당의 반발이 있긴 했지만 격한 충돌 없이 처리됐다. ●장관들도 ‘정운찬 구하기’ 총출동 한나라당은 이날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내부 반란표를 단속했다. 한나라당은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마지막 표 점검을 하느라 본회의장에 늦게 입장했다.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전재희 장관, 임태희·최경환·주호영 후보자 등도 ‘정운찬 구하기’를 위해 본회의장에 총출동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본회의 직전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정 후보자 자진 사퇴 결의대회를 갖고 마지막까지 의지를 다졌다. 여야는 임명동의안 상정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또 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정 후보자 자신의 도덕적 불감증”이라면서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무책임 자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 하에 후보자 흠집내기가 극에 달해 인격 파괴로 치닫고 있다.”고 맞받았다. 의사진행 발언을 끝내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표결 절차를 밟으려 하자,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으로 나가 거세게 항의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소속 충청권 출신을 비롯해 야당 의원 15명은 의장석 앞에서 ‘인준 반대=양심적 의원, 인준 찬성=불량한 의원’, ‘한나라당 의원 여러분,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마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의석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 계속해야 한다.”고 고함쳤고, 자유선진당 변웅전 의원은 의장석으로 달려가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려와.”, “예의를 지키라.”며 고성을 질렀다.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의장이 표결을 위해 검표 위원을 지명하자, 항의는 더욱 거세졌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투표함 위에 아예 앉아 버렸다. 일부 야당 의원은 한때 투표구를 손으로 막아 투표를 방해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 최대 7표 이탈한 듯” 표결이 시작되자 민주당은 항의의 표시로 집단 퇴장했다. 자유선진당은 표결이 진행되는 도중 본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잠시 자리를 비운 탓에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한나라당 전체 의원 167명 가운데 구속 중인 임두성 의원만 빼고 166명이 출석했다. 때문에 한나라당 165명, 친박연대 4명, 진보신당 1명, 무소속 의원 7명 등 모두 17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한나라당 의원 165명이 투표한 가운데 찬성표가 164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한 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 친박연대 의원 4명과 여당 성향의 무소속 최연희·송훈석 의원 등이 찬성표를 던졌을 경우 한나라당 내 이탈표는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한나라당의 원내 관계자는 “최대 7표의 이탈표가 나왔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靑 “국정현안 큰 역할 기대” 청와대는 “진통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신임 총리가 나라의 국격을 높이고 민생을 살피는 등 국정 현안을 푸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김지훈 허백윤기자 kjh@seoul.co.kr
  • 가을 드라마 최강자는?

    가을 드라마 대전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한 주에 각각 드라마 6개를 방영하고 있는 KBS, MBC, SBS 등이 9~10월 사이 상당 부분 간판을 바꿔 달았거나, 달 예정이다. 특히 SBS는 드라마 편성이 모두 달라진다. 월화 드라마 최강자 자리는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MBC ‘선덕여왕’이 계속 틀어쥘 것으로 보인다. SBS는 ‘선덕여왕’과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아내의 유혹’으로 대박을 터뜨렸던 김순옥 작가가 대본을 맡은 ‘천사의 유혹’ 편성을 한 시간 앞당겨 10월12일 첫 방송할 정도다. 아직까지 빅히트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수목 드라마 대결이 가장 흥미롭다. 제작비 200억원의 블록버스터인 KBS 2TV ‘아이리스’가 10월14일 출격한다. 안방 극장에서는 흔하지 않은 첩보 액션물에다가 이병헌, 정준호, 김승우, 김태희, 김소연, 빅뱅의 탑 등 호화 캐스팅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에 맞설 카드로는 SBS ‘미남이시네요’ 정도가 꼽힌다. 아이들 그룹의 성장기를 다루며 장근석, 박신혜, 애프터스쿨의 유이, FT아일랜드의 이홍기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등 내용과 캐스팅면에서 철저하게 젊은층을 공략하는 작품이다. ‘아이리스’에 한 주 앞서 시작한다. 주말 드라마에서는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KBS 2TV ‘솔약국집 아들들’이 10월11일 막을 내림에 따라 그 자리를 놓고 쟁탈전이 벌어질 예정이다. 주말 드라마에서 오랫동안 강세를 보였던 KBS 2TV가 문영남 작가의 ‘수상한 삼형제’로 수성에 나선다. 8월 말 시작한 SBS의 ‘천만번 사랑해’와 10월10일 시작하는 MBC ‘인연만들기’가 각축을 벌이게 된다. KBS 2TV ‘천추태후’가 퇴장한 주말 기획드라마에서는 임성한 작가의 ‘보석비빔밥’, SBS ‘그대 웃어요’와 10월10일 시작하는 KBS 2TV ‘열혈장사꾼’이 경쟁을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열혈장사꾼’은 ‘쩐의 전쟁’의 원작자인 박인권 작가의 만화를 드라마로 옮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꼬이는 인사청문회 보고서… 긴장하는 후보자들… 뜨거워지는 政爭

    ■ 언제나… 여, 단독 청문심사보고서 채택… 야 회의장 퇴장 야 “위증 고발해야”… 표결까지 부적격성 추궁 국회 정운찬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청문심사 보고서를 채택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정 후보자가 명백한 위증을 했으므로 고발해야 한다.”며 회의장을 퇴장, 여당 단독으로 이뤄졌다. 여야는 막후에서 국회의장에게 제출할 경과보고서에 야당의 주장을 포함시키기로 합의, 물리적 충돌은 피했다. 야당은 28일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 때까지 정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추궁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여야간 긴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정 후보자가 자신의 2006~2008년 ‘총수지 증가액’과 관련, ‘사업소득 필요경비’를 200만원이라고 주장했으나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에는 1억 7465만원임이 확인됐다.”면서 “이는 명백한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타소득 필요경비’도 지난 22일 1차 소명자료에는 700만원이었지만 이날 제출한 2차 소명자료에는 3500만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이 항목 등의 경비는 ‘실제 지출한 경비가 아니라 세법상 의제된 경비’라고 주장했으나 2차 자료에서는 실제 집행한 경비임을 인정, 그간 허위로 보고했음을 자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간 정 후보자는 수차례의 질문에도 해외자문 수입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정 후보자 스스로 제출한 ‘2009년 해외소득’ 최종 자료에는 해외자문료를 명기했다.”면서 “이 역시 명백한 위증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총수지 증가액’이 1차 자료에서 4억 5900만원이었던 것이 2차 자료에서는 1억 9000만원이 적은 3억 5000만원으로 기재된 것에 대해서도 소명·증빙자료 없이는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가 밝힌 해외소득 85 00만원도 구체 증빙이 없고 2009년 소득 2억 7500만원도 이 가운데 해외소득 3800만원, 기타사업소득 7800만원 등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1차 자료는 청문위원들이 몰아붙여 비전문가들과 서둘러 작업해 착오가 생겼고 2차 자료는 회계사의 조력을 받아서 차분하게 작성한 것 같다.”면서 “2차 자료가 신빙성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변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위증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거부했다. 여야간 논쟁은 이날 자정까지 이어졌다. 오전과 오후 회의가 한 차례씩 개회했다가 밤 9시 무렵 속개된 회의였다. 인사청문회법은 청문회를 마친 뒤 3일 이내에 심사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심사보고서 제출 시한은 이날 자정이었다. 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 어쩌나… “지역구출신 이귀남 왜 안돕나” 유선호 법사위원장 항의 곤혹 “고향에서 법무부장관이 배출되는 경사를 맞았는데 지역구 의원이 도와주진 못할망정 가로막아서야 되느냐.” 요즘 국회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유선호 의원실 보좌진은 부쩍 한숨이 늘었다.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걸려오는 항의 전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다고 지역 주민에게 짜증을 낼 수도 없다. 장흥은 강진·영암과 함께 유 의원의 지역구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결과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청문경과보고서 채택도 거부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기류도 거세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법질서 수호의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위장전입, 탈세, 다운계약서, 부동산투기,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반했다.”면서 “이런 사람이 어떻게 법을 어긴 사람을 처벌할 수 있나. 어불성설이다.”며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유 의원이 법사위원장이긴 하지만 당론을 어기고 보고서 채택에 나설 수는 없다. 민주당이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불발에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은 자칫 ‘김빼기’가 될 수 있다. 호남 출신 후보자를 봐줬다는 ‘이중 잣대’ 비난도 예상할 수 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청문회 이후 18일과 21, 22일 잇따라 보고서 채택이 안건으로 올라갔지만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명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문구를 보고서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론과 지역민심 사이에서 유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서울광장] 사면초가에 몰린 정운찬/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면초가에 몰린 정운찬/오일만 논설위원

    2006년 겨울로 시곗바늘을 돌려 보자. 당시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대선 가도에서 ‘이명박 대항마’로 주목을 받던 시기다. 그즈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제치고 독주를 시작했다. 당황한 범여권의 러브콜이 본격화된다. 충청권 출신 ‘정운찬’의 몸값이 치솟았다. ‘호남+충청’의 연합구도와 경제학자로서 서울대 총장을 지낸 참신한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기존 정치권을 혐오했다. 스승인 조순 전 서울시장의 교훈이 컸다. 그래서 그는 독자 세력화를 염두에 둔다. 전국을 도는 ‘강연정치’가 수순이다. 그러나 2007년 4월 “정치 세력화를 추진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선 출마의 꿈을 접었다. 이전투구의 정치판은 상아탑 학자에게 감당하기 힘겨운 진흙탕이다. 2년 반이 지나 그는 총리 후보자의 이름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는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정치판의 생리를 다시 확인했다. ‘중도강화·친서민 정책’의 이념적 동지로 변신한 것이다. 충청권 프리미엄을 업은 그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껄끄러운 박근혜 전 대표의 ‘견제마’로서 가치가 컸다. 그로서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직감했을 것이다. 화려한 데뷔를 꿈꾸며 던진 승부수가 고립무원의 악수가 되는 조짐이다. 당초 많은 국민들은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서의 명성과 서울대 총장 시절 그가 보인 뚝심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였다. 이틀간의 인사 청문회로 상황은 급변했다. 강점인 청렴성과 도덕성에 너무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병역면제 의혹이나 위장전입, 탈루 ‘용돈 1000만원’, 3억 6200만원의 ‘근거 없는 소득’ 등의 공세는 그가 평생 쌓아 올린 정치적 자산의 많은 부분을 소진시켰다. 혼탁한 한국 사회에서 홀로 독야청청하기는 쉽지 않다. 그에게 쏟아진 도덕적 비난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총리직 무게의 엄중함 때문에 국민들의 실망도 커졌다. 정후보자를 둘러싼 정치판은 살기가 감돌고 있다. 향후 대선구도의 역학구도 때문이다. 그래서 여야 모두에 협공을 당하는 양곤마(兩困馬)의 신세다. 흑돌인 야당은 그를 살려두기가 어렵다. 자기 진영의 대선 카드를 빼앗겼다는 울분과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겹쳐 있다. 투석(자진사퇴)을 요구하는 전방위 압박이 너무도 거세다. 탈세와 국가공무원법, 공직자 윤리법, 주민등록법 등 실정법 위반자로 낙인찍었다. 개혁성향 이미지에 호의적이었던 일부 시민단체들도 그를 ‘총리자격 미달자’로 몰아붙이고 있다. 우군으로 믿었던 백돌(한나라당)도 양패로 갈렸다. 특히 친박 계열은 청문회에서 드러난 그의 도덕적 결함을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이 정도라면 1년 정도 쓸 수 있는 불쏘시개’라는 비아냥도 있다. 일종의 사석 작전이다. ‘정운찬 해법’은 현재로선 고난도의 사활 문제다. 한나라당 다수의 힘으로 간신히 두 집을 내고 사는 길(총리인준 통과)과 야당의 물리적 저지로 ‘총리 서리’의 불명예를 짊어지거나 인준거부로 정치권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하는 상황이 놓여 있다. 어떤 길이 됐든 현재 그에게 필요한 것은 출사표를 던질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조이구승자다패(燥而求勝者多敗·조급하게 이기려고 욕심을 부리면 패한다)와 사소취대(捨小就大·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가라)의 바둑의 교훈은 사면초가에 몰린 그에게도 적용될 듯하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인사청문회 거센 후폭풍

    청문회 이후 정국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민주당은 23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을 당론으로 반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이 총리지명을 철회하거나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결론냈다. 24일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특위에서의 경과보고서 채택부터 거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오는 28~29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임명동의 표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방안, 항의 표시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퇴장하거나 실력 저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 후보자를 고발하는 문제는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시간을 갖고 결정하기로 했다. 정세균 대표는 “별(의혹) 8개짜리 후보”라면서 “병역기피, 탈세, 정책적인 자질 부족문제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흠결이 많은 후보자를 어떻게 청문회에 내놓을 수 있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 후보자는 문제의 종합선물세트이자 종합병원”이라고 힐난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비리·불법투성이 후보자들을 임명한다면 ‘이명박 내각의 범죄규명 진상조사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문위원이었던 최재성 의원은 의총에서 “정 후보자는 100m 미인이자, 성형미인”이라면서 “가까이서 살펴보니 공직자로서의 직책을 도저히 맡길 수 없는 분이었다.”고 보고했다. 민주당은 남은 기간에도 검증을 계속하기로 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청문회는 끝났어도 의혹 검증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면서 “계속 국민의 제보를 받고, 나오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세의 초점은 일단 정 후보자와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에 맞춰져 있다. 우 대변인은 “백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뿐 아니라 여성정책에 무능과 무소신을 보여줬다.”며 압박했다. 민주당은 자유선진당을 비롯해 야4당과의 공조를 추진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다 보면 한나라당에서도 ‘반란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정 후보자가 아들에게 국적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렸다는데, 큰 정치를 구상해온 사람이었는지 의심스럽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대표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기대했다. 한나라당은 인준 찬성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여론의 추이에 따라 “희생양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국민이 적지 않게 화가 나 있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할 수는 없다.”면서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앞으로 청문회 기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일단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으로 최종 결정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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