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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준 정치비평]‘역발상의 리더십’만이 실패를 막는다

    [김형준 정치비평]‘역발상의 리더십’만이 실패를 막는다

    이명박(MB) 정부가 반환점을 돌아 곧 집권 후반기를 맞이한다. 집권 전반기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볼 때 몇 가지 독특한 특성이 있었다. 첫째, 대선에서 531만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지만 MB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통령의 권위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고소영·강부자 내각’으로 희화화됐던 인사 실패, 공천 파동에 따른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 심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촛불 집회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둘째, 지역(영남)과 이념(보수)의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는 여당 내 비주류의 존재로 대통령의 핵심 국정 어젠다가 번번이 좌초되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폐기 처분된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셋째, 대통령 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했다가 반등하는 롤러코스트의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집권 초기 20%대까지 급락했던 MB 지지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정운영기조를 ‘친서민 중도 실용’으로 전환하고, 예고 없이 엄습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함으로써 지지도 반등에 성공했다. 더구나, 50%대의 안정적인 대통령 지지도에 힘입어 중간 평가 성격의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의 승리를 노렸지만 결과는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 이후 국정운영 기조를 변화와 쇄신, 통합으로 바꾸면서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도를 다시 한번 끌어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리서치 앤 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거치며 야당에 힘을 실었던 30대와 40대에서 MB 지지도가 각각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전반기에 보여주었던 MB 국정운영 리더십의 부침 현상은 모두 대통령의 지지도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특성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집권 후반기를 맞이했던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몇 가지 유혹에 빠졌다. 차기 대선 과정을 주도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정권을 이어가도록 하고, 남은 기간 동안 불멸의 업적을 남겨 역사적인 평가를 받으며,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은 유혹들이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유혹들은 오히려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독이 됐다. DJ는 YS가 집권 말기 정치적 뇌사 상태에 빠지는 것을 보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DJ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DJ와 노 전 대통령 모두 “자신은 결코 전임 대통령처럼 되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하고, “나는 예외이다.”라고 굳게 믿었지만 실패한 대통령의 길을 피할 수 없었다. ‘5년 단임제’라는 통치구조가 잉태한 피할 수 없는 실패의 굴레였는지 모른다. MB가 이러한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역발상의 리더십’을 통해 집권 후반기의 취약한 통치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MB 정부 집권 후반기 통치 환경은 강점과 기회 요인보다는 약점과 위협 요인이 더 강하다. 더구나, 역대 대통령들이 빠졌던 것보다 실패를 잉태할 수 있는 훨씬 강력한 유혹들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MB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보다는 어떻게 되면 확실히 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한, 개헌과 같은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기보다는 무엇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매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은 취임사를 다시 꺼내 국민에게 무엇을 약속했고 어떤 희망을 주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전반기에는 대통령이 하나에서 끝까지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만기친람의 리더십’을 펼쳤다면, 후반기에는 당과 총리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줘서 정부 여당에 활력이 넘치도록 해야 한다. 집권 후반기가 되면 어김없이 도래하는 레임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권의 제2인자로 불리는 특임장관에게 막강한 힘을 실어주어 레임덕을 막고, 그를 통해 대통령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유혹에 불을 댕기려 한다면 실패의 길로 빠르게 접어들 수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 ‘악마를 보았다’로 5년만에 상업영화 복귀한 최민식

    ‘악마를 보았다’로 5년만에 상업영화 복귀한 최민식

    요즘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다. 연쇄살인범 경철에게 약혼녀를 잃은 수현(이병헌)의 복수극을 다뤘다. 노골적이고 잔인한 장면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연쇄살인범 역의 최민식(48)에게 가장 먼저 눈이 간다. 섬뜩한 연기력은 차치하더라도 5년만에 상업영화로 컴백한 반가움이 앞선다. 16일 서울 태평로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낫이라도 들고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다.”고 농을 건네자 “아까 치워놨다.”고 받아친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노련함이 관록의 배우답다. 스크린에서는 지독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그이지만, 현실에서는 스타의 권위의식 따윈 찾아보기 어렵다. 그와의 대화를 주요 키워드로 풀어본다. ●5년간의 공백과 군대 우선 안부가 궁금했다. 지난 5년간 어지간히 마음 고생을 했을 터이니 말이다. 최민식은 2006년 정부의 스크린쿼터(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 방침에 항의하며 옥관문화훈장을 반납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그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많지 않았다. 자의반 타의반 연극무대와 저예산 영화를 찍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지난 5년간) 정말 배운 게 많다. 후배들이 군대 갈 때 마치 배우인생 끝난 것처럼 낙담들을 많이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배우는 평생 직업이다. 이 각박한 세상에 정년퇴임도 없고 얼마나 좋은가(웃음). 난 뭐든 해 보라고 조언한다. 미친 듯 사랑도 하고, 술 먹고 싸움질도 해 보고…. 치열한 경험은 배우에게 큰 자산이다. 나 역시 5년간 그런 경험을 한 거고.” 좀 더 구체적으로 ‘경험’의 실체를 물고 늘어졌다. “반성과 동시에 자부심의 시간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여행도 하고 연극도 매일 보러 다녔단다. 오대산 월정사나 상원사에서 조용히 책을 읽기도 했다. 바쁘게 계속 연기를 했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수많은 사람들과 술판을 벌이며 소중한 연도 맺었다. “배터리 충전 확실히 했다. 이제 달릴 차례다.” ●유영철과 장경철 아뿔싸. 과거사로 시간을 너무 끌었다. 영화 얘기를 아직 꺼내지도 못 했으니 말이다. ‘악마를 보았다’라는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서둘러 물었다. 박훈정 작가의 시나리오 ‘아열대의 밤’을 보고 필이 꽂혀 버린 최민식. 갑자기 김지운 감독이 떠올라 연락을 했다. “그럼 배우가 감독을 캐스팅한 건가.”라는 추임새에 “아유, 캐스팅은 무슨…. 제안이다.”라며 웃는다. 처음엔 이병헌이 맡았던 수현 역을 탐냈다고 한다. 악마성이 전염되는 과정에 매력을 느껴서였다고. 그런데 김 감독이 가로막고 나섰다. “수현은 멋있는 캐릭터잖아. 그냥 최 선배가 연쇄살인범하지?”라면서. 최민식은 수소문 끝에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조사한 형사를 직접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 캐릭터를 좀 더 실감나게 살리려는 욕심에서였는데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잔인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의 잔인함은 현실로 옮겨오면 ‘새발의 피’일 뿐이라는 최민식. ●잔인함과 현실 그도 영화가 이고 가는 ‘잔인성 논란’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눈치였다. “논란이 인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얘기다. 그 논란이 사회에 세련되게 흡수되고 있으니까. 다만 성인들이 보는 영화인 만큼 너무 과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째 좀 싱겁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단순히 잔인해서 욕 먹는 건 아닌 것 같다. 악마성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헤치기보다는 그냥 원색적인 표현에만 매달렸다는 비판이 있다.” 틀린 분석은 아니라며 일단 수긍하는 최민식. “영화에는 결국 두 주인공이 펼치는 행위만 남는다. 극단적인 폭력이 유희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수현의 복수 의미는 없어진다. 폭력성이 전염돼 버리는, 일종의 상징이 되는 거다. 우리 사회의 명분 없는 수많은 폭력과 그 폭력에 중독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과연 인간이 얼마만큼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공공의 적과 새가슴 현실 속의 최민식은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DVD를 보다가 역겨워 그냥 꺼 버리는 남자다. 그런데도 영화 속의 그는 늘 ‘센’ 배역을 맡는다. “오랜만의 복귀작이라 (세간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적 포석 아니냐.”고 슬쩍 공격해 봤다. “여성관객들에게 공공의 적이 돼 얼마나 욕먹고 있는데 전략이라고 보긴 좀 그렇지 않나.”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가족들도 걱정이다. 특히 장모님이 보시면 실망하실 텐데….” 영화 촬영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도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장애까진 아니지만, 배우들 입장에서 이런 영화는 무척 힘들다. 아무리 인형(인체 대용)이라지만 요즘엔 너무들 잘 만들어 깜짝깜짝 놀란다. 빨간색도 싫어진다. 소품으로 쓰는 피가 식용 색소인데 약간 단맛이 난다. 나중엔 정말 피비린내 난다. 촬영기간 동안은 고기도 안 먹히더라.” ●펜션과 가위질 영화는 애초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상영 불가 위기에 몰렸다가 ‘18세 이상 관람가’로 최종 결론났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펜션 신이 대거 잘려 나간 게 무척 아쉽다고 최민식은 말했다. 펜션은 경철이 수현의 추적을 피해 다른 사이코패스 친구와 머무르던 장소다. “펜션 장면이 생뚱맞다는 지적도 있지만 영화에서 무척 중요한 장치다. 악마들이 소통하는 공간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 악마로 서서히 전염돼 가고 있는 수현이 들어왔을 때 그 심리묘사가 핵심요소였는데 잘려 나가 아쉽다.” 다음 작품은 이번처럼 지독한 역할은 아니라고 한다. “준비단계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좀 바보 같은 역할이다. 또 살 떨리는 영화 찍어서 공공의 적으로 완전히 찍히고 싶진 않다. 하하.”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터키원전 정부간 협약 11월 성사될 것”

    김영학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16일 터키가 흑해연안 시놉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전사업과 관련해 11월 정부 간 협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출입기자들과 퇴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이외에 터키 등 다른 곳에서 한 건만 더 수주계약이 성사된다면 우리나라의 원전산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 간 협약은 우리나라가 터키 원전에 대해 우선권을 갖고 수주 협상을 해나간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원전사업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 UAE에서 수주한 원전 4기(400억달러 규모) 사업의 절반 규모다. 김 차관은 “터키가 개헌하고 총선을 치른 뒤 상황이 안정되면 오는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양측이 (정부 간 협약에)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주말화제] 금융CEO 자사주 매입 ‘꿩먹고 알먹고’

    [주말화제] 금융CEO 자사주 매입 ‘꿩먹고 알먹고’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주가가 떨어질 때 자기 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인다. 자사주 매입은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갖고 온다. 먼저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CEO가 주식을 샀으니 주주들도 믿고 주식을 사라는 것이다. 다음 이유는 고수익 투자로서의 매력이다. 주가가 바닥에 근접한 시기에 주식을 매입해 오래 보유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한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다. 금융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는 CEO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우리금융은 13일 이 회장이 자사 주식 2000주를 주당 1만 3800원에 취득했다고 밝혔다. 올 들어 네 번째이고 2008년 9월30일 처음 자사주를 사들인 이후부터 따지면 열 번째다. 이 회장은 총 3만 5000주를 3억 9900만원에 사들였다. 13일 종가를 기준으로 얻은 평균 수익률은 22%. 자세히 뜯어보면 주식 고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절묘한 타이밍에 자사주를 사들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주가도 급락한 직후인 9월30일 주식 2000주를 처음 샀다. 그때 주당 가격은 1만 1900원이었다. 다음달인 10월29일엔 5000주를 주당 7350원에, 10월30일엔 3000주를 주당 7210원에 매입했다. 이어 11월21일에는 5000주를 주당 4751원에 샀다. 그동안의 최고 수익률은 193%다. 우리금융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던 시기에 추가 폭락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2년이 지나 주가가 1만원대를 웃도는 지금 쏠쏠한 차익을 덤으로 얻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이 회장과 함께 2008년 10월30일 우리금융 주식 2000주를 매입했다. 주당 매입단가는 7370원으로 수익률은 13일 현재 89%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 자사주를 매입했다. 2008년 11월18일 신한금융 주식 2만 5000주를 주당 3만 1962원에 샀다. 지난해 3월에는 주가가 2만원대로 급락하자 유상증자를 하면서 스스로 4억 3700만원을 투자, 2만 6052주를 매입했다. 유상증자 이후 회사 주가는 계속 상승세를 탔다. 13일 현재 신한금융 주가는 4만 7050원으로, 평균 수익률 94%다.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지난해 3월 유상증자 때 각각 1만 6912주와 2710주를 사들여 수익률 180%를 기록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금융위기 전까지 자사주 16만 40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2008년 10~11월 6차례에 걸쳐 각각 1000주씩 자사주 60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주당 평균 매입가격은 1만 9960원. 13일 종가 기준으로 평균 수익률이 65%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2008년 각각 5000주와 4000주를 사들였는데 수익률은 11%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아직 자사주를 매입한 적이 없다. 황영기 전 회장이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4892주를 보유했지만 퇴임과 함께 처분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지만 최근 3년간 경영성과로 받은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61만주를 갖고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김태호 운명’ 청문회에 달렸다

    ‘김태호 운명’ 청문회에 달렸다

    “김태호 국무총리의 성패는 청문회가 결정한다.” 정운찬 전 총리는 지난 9일 ‘조기퇴임’을 결정한 뒤 간부들에게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충분히 보좌해 지난번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사 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정 전 총리가 언급한 ‘지난번’은 바로 본인의 인사청문회를 이르는 말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9월3일 총리로 지명됐지만, 같은달 29일 취임할 때까지 인사청문회 준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해 왔다. 총리실에서 한승수 전 총리 보좌도 함께하느라 제한된 인원만 청문회 준비에 참여했고, 그러다 보니 곳곳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다. ●정운찬 전 총리 준비 만전 당부 준비가 허술하다 보니 서면 답변과 청문회 현장에서의 답변이 어긋나기도 했고, 실체가 없는 의혹조차 말끔하게 해명하지 못해 오점이 남았다. 또 영안모자 회장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데 대해 “용돈을 가끔 받았다.”고 답하는 등 말실수까지 이어지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대권 ‘잠룡’으로까지 거론되던 정 전 총리의 학자로서의 명예와 총리로서의 위신은 만신창이가 됐고, 임기 10개월 내내 ‘말실수 총리’, ‘아바타 총리’ 등의 비아냥이 따라다녔다. 김 후보자의 운명 역시 24~25일 진행되는 인사청문회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기와 행정능력을 갖춘 차세대 지도자로 인정받느냐, 세대교체 바람을 틈타 운좋게 총리로 지명된 ‘풋내기’로 낙인찍히느냐는 바로 청문회에 달려 있다. 김 후보자가 정 전 총리의 청문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청문회 준비단, 총리실지원팀과 첫 회의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12일 총리실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0층에 마련한 인사청문회 준비 실무 사무실에서 총리실 지원팀과 첫 회의를 열었다. 김 후보자 쪽은 도덕성이나 개인 신상과 관련해서는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보고 있다. 선출직인 군수, 도지사 등을 지내며 선거 과정과 감사 등을 통해 수차례 검증을 받았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 오히려 준비단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공세다. 야권은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박영준 국무차장의 거취를 비롯해 이른바 ‘영포라인’에 대한 입장, 공직복무관리관실(옛 공직윤리지원관실) 운영방안 등에 대한 질문도 쏟아낼 계획이다. 김 후보자 쪽은 이런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지금은 총리 인준을 받기 위한 자리이고, 인사 등은 총리가 된 이후에 결정할 일”이라는 원칙만 강조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운영능력 입증에 중점 청문회에 임하는 답변 태도 역시 김 후보자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김 후보자의 강점은 친화력이라고 하지만, 날선 질문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방어하기에 급급한 청문회에서는 이런 강점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김 후보자는 4대강과 공무원노조, 대북 관계 등과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바 있기 때문에 보다 ‘세련된 태도’로 답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전 총리가 내정 직후 세종시 문제를 언급해 ‘세종시 총리’라는 오명을 얻은 것처럼, 김 후보자에게도 자칫 ‘4대강 총리’라는 꼬리표가 붙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준비단장을 맡고 있는 안상근 전 경남 정무부지사는 “전반적으로 본인의 소신과 맞는 부분에 대해서는 강하게 입장을 피력하되 유연하게 대처할 부분은 부드럽게 가자고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환·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8·8 개각 이후] “2기 내각은 어려운 시기 함께한 동지”

    [8·8 개각 이후] “2기 내각은 어려운 시기 함께한 동지”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떠나는 국무위원들을 위해 제2기 내각과 ‘고별 만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동지’로 칭하면서 “그만큼 여러분들에 대해 특별한 마음을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훌륭한 총리 만나 행복했다” 이 대통령은 정 총리에 대해 “들어올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하셨다. 정 총리는 시작은 어렵게 했어도 국민들에게 ‘총리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을 주고 떠나시게 됐다.”고 말했다. 또 “(총리와) 1년을 함께 지내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총리와는 어떤 것도 함께 대화를 하는데 이런 것은 공적인 관계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훌륭한 총리를 만났다는 것을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정 총리를 높이 평가했다. 이어 물러가는 장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격려한 뒤 “나는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나는 인간관계를 평생 갖고 간다.”면서 “함께 일했던 총리와 장관들 모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사례했다. 이 대통령은 “나가더라도 가끔 만날 기회를 가질 것이다. 주말 같은 때 연락하면 바쁘다고 거절하지 말라.”고 해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10개월여간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여기 모든 분들 덕분”이라면서 “보람도 있고 미진한 점도 있었으나 떠나면서 생각하니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주호영 “공무원연금 만기채워” 장관들도 각자 의미심장한 소감들을 밝혔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판사 퇴임 때 2개월이 모자라 공무원연금 만기 수급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이번에 장관을 하면서 연금을 채우게 됐다.”고 말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다소 짧았던 장관 재직기간을 염두에 둔 듯 “속성과를 나온 느낌이다. 학점이 좋아 일찍 졸업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꽃이 필 때도 아름답지만 장작불이 탈 때도 아름답다. 장작불이 타듯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만찬에서 정 총리는 막걸리병을 들고 다니며 국무위원들에게 일일이 따라줬고, 단체로 몇차례 건배를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홍 수석은 전했다. 만찬에는 정 총리와 부처 장관 14명,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등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프로축구] 새 선장 온 경남, 돌풍 이을까

    ‘경남 유치원’을 이끌던 조광래(56) 감독은 더이상 없다. 프로축구 경남FC의 지휘봉을 잡은 지 2년7개월 만에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떠났다. 지난달 31일 인천과의 리그 15라운드가 마지막 경기였다. 최종전 뒤 그라운드로 내려온 조 감독은 퇴임사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떠나지만 내 마음과 경력에는 영원히 경남FC 감독이 깊게 새겨져 있다.”면서 “이제 김귀화 코치가 아닌 김귀화 감독으로 불러달라.”며 후임 사령탑에게 힘을 실었다. 이제 김귀화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는다. 조 감독이 “선수시절부터 대우-안양-서울-경남까지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 왔다. 형제나 마찬가지”라고 했을 정도로 마음이 잘 통한다. 김 감독대행도 “앞으로 조광래 감독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다. 3년간 쌓은 틀을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로 전반기 K-리그에 돌풍을 일으켰던 경남FC의 상승세가 후반기까지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새 사령탑의 데뷔 무대는 8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 7위 부산(승점22)과의 대결이다. 경남(승점28·골득실 +9)은 선두 FC서울(승점30)과 승점은 2점차에 불과하지만 골득실에서 전북(+13), 제주(+12)에 뒤져 4위에 올라있다. 서울과 전북이 비기고 경남이 승점 3을 챙기면 1위를 탈환할 수 있다. 하지만 삐끗한다면 순식간에 중위권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경남으로선 선두권과 중위권을 가를 심판대나 다름없다. 첫 태극마크를 단 윤빛가람(20)이 진가를 선보일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데뷔 시즌인 올해 벌써 4골 4도움. 지난 15라운드 인천전에선 프리킥 골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특급 골잡이’ 루시오(12골 5도움)의 득점력이 불을 뿜는 것도 윤빛가람의 지능적인 패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둘의 찰떡호흡과 어린 선수들의 세밀한 패스워크가 경남의 돌풍의 원동력이다. 다만 선수층이 얇아 체력이 떨어진 것이 흠이다. 전반기 대결에선 부산이 1-0으로 이겼다. 역대 전적에서는 경남이 8승1무6패로 우위. 감독을 바꾼 경남이 전반기의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까. 부산아시아드경기장으로 눈길이 쏠린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비판과 찬사… ‘시대의 거인’ 조명

    비판과 찬사… ‘시대의 거인’ 조명

    역사의 복판에서 굵직하게 획을 그은 이들이 있다. 한 시대의 지도자였거나 어느 분야에서 혁명적인 진보를 이뤄낸 이들이다. 꼭 이들이 아니라도 별빛 하나 없이 칠흑처럼 어두운 밤길을 갈 때면 앞서 떠났던 이들의 발자국을 더듬거리게 마련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치열했던 이들의 삶을 더듬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영원한 혁명가를 자처했던 체 게바라,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통하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룬 평전이 잇따라 쏟아졌다. 긍정과 교훈으로 점철된 위인전류와는 차별된다. 평전은 이들 삶의 어두웠던 면까지 드러내며 객관적인 평가를 담았다. ■ 20~30대 글 발굴 ‘통념 너머의 DJ’ 조망 【김대중 평전】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펴냄 너무 익숙한 것은 소중하지도 않을뿐더러 영 성에 차지도 않는다. 지난 50년 남짓 동안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김대중’(1924~2009)은 늘 비판과 찬사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비판하는 이에게도, 옹호하는 이에게도 굳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기존에 알고 있던 만큼, 주장을 펼치면 그만이었다. 이는 그가 대통령을 지낼 때도, 퇴임한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서거 1주기를 맞아 출간된 ‘김대중 평전’(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펴냄)은 앞서 나온 자서전(‘김대중 자서전’)과 더불어 숨가쁜 현대사의 영마루를 오르내리며 ‘통념 너머의 김대중’을 조망한다. ‘김대중은’이라는 주어로 반복되는 평전은 언론인 김삼웅이 40년에 걸쳐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한 결과물로, 그 꼼꼼함과 성실함 속에서 김 전 대통령의 삶이 더욱 입체적으로 두드러진다. ‘인물계’ ‘신사조’ ‘사상계’ 등에 실렸지만 자칫 묻혀질 뻔한 20, 30대 청년 김대중의 글을 발굴해 실었다. 발굴된 자료들은 김 전 대통령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좌경용공 공세라는 것이 아무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반공주의자이자 민주주의자’임을 반증한다. 평전은 또 평생에 걸쳐 김 전 대통령에게 덧씌워졌던 색깔론의 굴레,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 공세, 현실과 절묘히 결합한 이상주의의 실천 사례들을 수많은 신문 기사와 인터뷰 등 각종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김 전 대통령은 ‘혁명가 김대중’이 아니라 ‘정치인 김대중’이었다. 그래서 늘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했고, 현실과 소통하고 타협하는 원칙을 중심에 놓았다. 그가 자서전에서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백범 김구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한부 신탁통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했고, 단정 반대 등이 여의치 않았다 하더라도 총선을 치러야 했다는 게 김 전 대통령의 판단이다. 평생에 걸쳐 견지해온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이 투영된 결론이다. ‘사쿠라’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일 협정에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던 것이나, 노태우 정부의 중간평가를 반대한 일 역시 연장선상의 산물이다. 이러한 소신은 자서전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평전과 자서전은 ‘시대의 거인’ 김대중을 더욱 풍성하게 읽을 수 있는 상호보완 텍스트다. 극단적 평가의 한복판에 있던 그는 떠났고, 책은 남았다. 이제는 우리가 바뀔 차례다. ‘김대중 평전’ 1·2권 4만원, ‘김대중 자서전’ 1·2권 5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불꽃처럼 산 혁명가 총체적 해부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 존 리 앤더슨 지음 플래닛 펴냄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 이 복잡한 이름의 사내는 1928년에 태어나 1967년 숨졌다. 아르헨티나에서 나고 자랐지만 쿠바·콩고에서 주로 활동했고, 볼리비아 시골의 한 학교에서 살해됐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책 읽기를 즐겼고 시를, 특히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좋아했다. 두 살 때 이후 평생 동안 천식 발작으로 고생했다. 의대를 나왔지만 청진기가 아닌 총을 들고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를 돌며 무장 혁명 봉기를 부르짖었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 사내를 가리켜 ‘우리 시대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불꽃처럼 살다간 그를, 가까운 이들은 ‘체 게바라’ 또는 그냥 ‘체’라고 불렀다. 체 게바라는 살아서는 제3세계 혁명의 실천자였고, 죽어서는 영원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헝클어진 머리와 다듬지 않은 수염에 검은 베레모를 쓰고서 먼 곳을 응시하는 얼굴 자체로 저항과 혁명을 얘기하고 있다. 이익의 흐름에 첨예한 자본은 그러한 이미지조차 상품화하여 소비하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티셔츠, 스노보드, 맥주, 시계, 비키니, 유아복 등에 찍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존 리 앤더슨 지음, 허진·안성열 옮김, 플래닛 펴냄)은 이렇듯 영원한 혁명을 꿈꾸던 게바라의 삶과 그가 겪었던 당대의 세상을 총체적으로 복원해냈다. 그가 죽고난 뒤 서구에서는 그의 삶을 신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책, 또는 그의 잔인하고 냉정한 면모를 부각시키며 폄하하는 상반된 책이 횡행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저자는 5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다양한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게바라에 관한 감상적인 대목은 걷어내고 삶의 실체에 접근한다. 때로는 현미경을 들이대듯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게바라의 모습을 해부하는가 하면, 때로는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듯 지구사적 변화의 흐름 속에 있는 게바라를 조망한다. 연대기적으로 삶의 행적을 좇는 것이 아니라 삶의 미묘하지만 섬세한 결을 좇는 것이다. 게바라가 지내왔던 시기시기마다 당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설명이 펼쳐진다. 게바라 인물 자체에 대한 직접적 궁금증을 풀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약간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2차 세계대전 무렵 정치적 격변을 겪던 아르헨티나는 정치 투쟁과 학생 시위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10대의 게바라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고 고집이 세며 그저 충동적인 반항을 일삼았을 뿐이었다. 훗날 활동의 예후를 굳이 찾는다면 모험을 동경하고 즐겼다는 사실 정도다. 대학에 가서 ‘공산당 선언’, ‘자본’ 등 마르크스와 레닌의 저작을 읽고, 잭 런던을 찾아 읽으며 새로운 사상을 서서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게바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라틴 아메리카를 두루 둘러보며 원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똑똑히 목도한다. 모험을 즐기는 타고난 성격에 독서로 쌓은 마르크스 철학 체계가 더해지고, 민중에 대한 구체적 애정까지 보태지며 그는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실천하는 혁명가로 거듭나게 된다. 무려 117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10년 전 국내에 소개된 ‘게바라 전문가’ 장 코르미에가 쓴 ‘체 게바라 평전’이 게바라 입문서 정도라면, 이 책은 ‘게바라 대해부서’라 할 수 있겠다. 4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로버트 오펜하이머 영광과 몰락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카이 버드·마틴 셔원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겉보기에는 단 한 명의 과학자가 파문 당한 사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들은 앞으로 국가 정책에 도전하면 어떤 심각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리라는 점을 알아채게 되었다.”(본문 중에서) 서너 명이 뉴욕으로 폭탄을 몰래 가지고 들어와 도시 전체를 폭파시킬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날카롭게 “물론 가능합니다. 그들은 뉴욕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깜짝 놀란 상원의원들이 “도시 어딘가에 숨겨진 원자폭탄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구를 사용하지요.”라고 묻자 오펜하이머는 “드라이버”(모든 상자와 서류 가방을 열어 보기 위한 도구)라고 짧게 대답했다. 과학과 권력이 불화를 빚을 때 과학자는 어떤 운명을 감수해야 할까. 핵 원조국 미국의 테러 위협은 낮아졌나. 1945년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이래 우리 사회에는 이 두 가지 질문이 따라다녔다. 천안함 침몰처럼 과학자와 정부가 충돌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북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핵 없는 세상’을 추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상을 방해하는 형국이다. 이 해묵은 질문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과 몰락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최형섭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오펜하이머는 37살 젊은 나이에 일약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비밀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 수장으로 발탁됐다.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 조국 미국에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원자폭탄을 선사했다. 대중적 인기와 명예를 누린 것도 잠시, 원자력이 인류 절멸의 위기로 이어질 것을 절감하고 핵무기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군부·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한순간에 요주의 인물로 전락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집요한 도청과 추적이 늘 뒤따랐다. 인간에게 불을 선사한 대가로 신에게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와 비견되지만 사실 오펜하이머는 ‘선물’을 준 조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점에서 프로메테우스보다 훨씬 비극적인 존재다. 그처럼 철저한 감시를 받은 공인도 드물었다. 그는 불행했지만 그의 궤적을 쫓은 책의 저자들(카이 버드·마틴 셔원)과 결과물을 손에 든 독자들에게는 다행일지 모른다. 수천 건의 자료들을 수집하느라 저자들은 무려 25년의 세월을 들였고, 덕분에 독자들은 FBI가 녹취한 그의 육성까지 생생하게 ‘듣는’ 기회를 갖게 됐다. 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가족사와 어린 시절, 2부는 인생을 바꾼 결혼과 만남, 3부에선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활약상을 다루며, 4부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계기로 달라진 그의 심경과 입장이 집중 조명된다. 5부에서는 매카시즘에 희생된 그의 말년을 이야기한다. 일생 순간순간에 현미경을 들이댔으니 오펜하이머 평전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연애사는 물론 평탄치 않았던 결혼, 가족 관계도 상세히 전해준다. 그가 문학을 사랑한 청년이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교수에게 독이 발린 사과를 선물한 대목에서는 천재의 엉뚱한 학업 스트레스 해소법에 실소가 나온다. 본문만 1000쪽에 이르는 분량과 다큐멘터리식의 굴곡 없는 전개는 집중과 인내를 요한다. 위대한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이 정도 노력은 당연할 듯. 2005년 전미 도서비평가협회 전기 부문을, 2006년 퓰리처상 전기·자서전 부문을 수상했다. 4만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공교육 바꿔? 버려?

    공교육 바꿔? 버려?

    교육감의 행보가 어지간한 정치인의 그것보다 주목 받는 요즘, 한국의 공교육 문제를 다룬 두 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우리 학교가 달라졌어요’와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다. 두 책은 ‘아이들을 바르게 길러 내자.’는 목적은 같지만, 이를 수행하는 방법에서는 다른 길을 걷는다. 전자는 학교를 변화시키자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현실적이고 체제 순응적이다. 반면, 후자는 학교를 버리라는 입장이다. 다분히 체제 비판적이고 이상적이다. 정답은 뭘까. 분명한 것은 우리 공교육은 현실에서건 이상에서건 변화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즈히로 교장의 학교개선 분투기 기업체 경영 일선에 있던 인사들이 교육 현장에 투신하는 경우가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교직 경력이 전혀 없는 르노삼성자동차회사 부사장이 지난해 부산 자동차고 교장에 취임해 화제가 됐고, 올 초에도 풍산금속 기술고문이 울산 정보통신고, LG전자 상무가 구미 전자공고 교장으로 각각 영입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2001년부터 일찌감치 교장직을 개방한 일본에서는 이른바 ‘CEO(최고경영자)형 교장’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교육 개혁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우리학교가 달라졌어요’(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전선영 옮김, 부키 펴냄)는 2003년 일본 도쿄도(東京都) 스기나미 구립 와다중학교에 도쿄도 최초의 기업인 출신 교장으로 취임, 화제를 모았던 후지하라 가즈히로(藤原和博) 교장의 ‘좋은 학교 만들기 분투기’다. 교장 재임 시절 아사히 신문 등에 연재했던 글을 정리했다. 취업정보회사인 리크루트에서 25년간 일한 기업인 출신의 후지하라 교장은 취임 후 5년만에 와다중학교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학생 수가 모자라 폐쇄 직전에 이른 학교가 전국 67개 지역 초·중등학교 가운데 입학 희망 개선도 2위에 오르는 인기 학교가 됐고, 학생들의 학력 또한 지역 1위에 올랐다. 그가 학교에 내린 처방은 어떤 것이었을까. 입시학원과 연계한 ‘방과 후 수업’, 수준별 맞춤 수업인 ‘토요 글방’,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세상 수업’, ‘농사체험 수학여행’ 등이다. 우리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4학기제’를 운영해 한 학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학생에게 만회 기회를 준다거나, 교장문고를 운영해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 등이 다소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다. 해답은 프로그램 실행의 진정성에 있다는 얘기다. 2008년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현재 오사카부 교육 특별고문으로 활동 중인 그는 “그릇(학교)은 관계없다.”며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풍요로운 세계관과 인생관을 배울 수 있느냐 없느냐다.”라고 강조한다. 1만 2000원. ●‘학벌없는 사회’ 학벌타파 투쟁기 이 나라에 살고 있는 학부모인 이상, 자신의 자녀를 정규 학교가 아닌 대안 학교에 보내는 것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다만 그로 인해 인생의 중대한 변곡점을 지나게 될 자녀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나 ‘담보’가 없고, 그 탓에 실행할 ‘용기’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터다.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김상봉 외 7명 지음, 메이데이 펴냄)는 이런 고민을 안고 사는 학부모들에게, 그리고 학생들에게 ‘결단’하고, ‘저항’하며, ‘연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학벌 타파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가 단체의 이름을 내걸고 벌인 시리즈 중 첫 번째인 책은 더 이상 이 땅에 학교는, 공교육은 없다고 단언한다. 학교는 교육이 아니라 반교육을 하는 곳이고, 지금 학교를 망치고 있는 주범은 교육에 침투한 시장경쟁의 논리라는 것이 그 이유다. 책 전반부에 저자들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한국의 학교처럼 나쁜 공간도 없다. 야수적 경쟁과 폭력의 전시장이 오늘날 한국의 학교”이니 “가능하면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학교를 나온 뒤에는 “대안학교에 가는 것이 좋은데, 그럴 수 없을 경우에는 (학교보다) 차라리 학원을 찾으라.”고 권한다. 책은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현상과 원인은 물론 대책도 분석적으로 논한다. 체제의 요구 일체를 거부하는 ‘내부로의 망명’ 떠나기, 학교밖 청소년에 주목해 다양한 학교 밖 배움터 만들어내기, 국립대 서열 없애기, 입사원서에 학력란을 없애는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같은 제도적 개선책과 학벌체제를 거부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자세 등을 새로운 탈출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공교육의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 책은 우리에게 결단을 강권한다. 자, 결단의 시점은 어느 때라야 옳을까. 우리 아이들 세대? 아니면 그 다음 세대?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강희락 경찰청장 사퇴 왜

    강희락 경찰청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경찰 내부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정쇄신을 위한 개각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면서 경찰청장도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이 와중에도 강 청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를 채우고 싶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지난해 1월 용산참사로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가 낙마하면서 경찰청장에 오른 만큼 조직안정 차원에서라도 법적 임기를 다 채운 뒤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다고 전했다. 또 당초 개각 대상으로 함께 거론되던 ‘빅4’인 검찰총장과 국정원장 등이 대상에서 빠지면서 강 청장도 개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추측이 나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7·28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차제에 국정기조를 전면적으로 쇄신해 집권 하반기를 효율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부각되면서 강 청장도 개각 대상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강 청장도 사퇴 의사를 밝히며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쇄신을 위한 새 진용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라고 이유를 밝혔다. 강 청장은 이달 초 청와대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고향을 방문하는 등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경찰의 피의자에 대한 가혹행위와 경찰관 비리 문제, 잇단 아동성폭력 문제 등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본인의 의지도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같은 정황을 감안하더라도 2년으로 정해진 경찰청장의 임기를 또다시 채우지 못해 경찰청장 임기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은 물론 경찰 조직 안정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최기문 전 청장 때 임기제를 도입했지만 최 전 청장부터 강 청장까지 5명 중에서 임기를 끝까지 채운 청장은 이택순 전 청장밖에 없다. 강 청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후임 경찰청장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경찰청장(치안총감)은 치안정감 4명 중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다. 치안정감은 모강인 경찰청 차장과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 윤재옥 경기지방경찰청장 그리고 김정식 경찰대학장 등이다. 이 가운데 조 서울청장은 후보군 중에서 상위권을 달려온 데다 지난해 쌍용차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순수 경호통’인 조 청장에게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청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성과주의에 대해 일선 서장이 사상 처음 항명하는 등 내부 반발이 적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경찰대학교 1기로, 수석입학과 수석졸업을 해 각광을 받은 윤재옥 경기청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경감에서부터 치안감까지 계속 경찰대 1호를 맡을 정도로 깔끔한 일처리와 승진에서 한번도 밀린 적이 없을 정도로 실력도 쟁쟁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찰대 출신 청장을 임명할 경우 비경찰대 출신이 동요할 수도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역안배를 고려한다면 호남 출신인 모강인 경찰청 차장과 충청 출신인 김정식 경찰대학장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조현오 서울청장과 윤재옥 경기청장은 각각 부산과 경남 합천 출신이다. 경찰 지휘부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치안정감 4명 가운데 2~3명은 교체가 불가피한 데다 치안감도 치안정감 승진자와 은퇴자 등 7~8명이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대구시, 노태우 생가 복원방침…시민단체 “혈세투입 납득 못해”

    대구시가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를 관리 및 복원할 방침을 세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신용동 팔공산 자락 용진마을 노 전 대통령 생가는 매일 20여명이 찾고 있지만 주차장이 없는 데다 관리 부실로 흙담과 지붕이 훼손돼 복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시는 노 전 대통령 생가를 기부채납한 뒤 복원 및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예산은 연간 2000만~3000만원가량 예상하고 있다. 시가 돈을 마련하고 동구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노 전 대통령 일가와는 이미 생가 기부채납을 약속받았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재임 중 비리로 구속 수감된 전직 대통령 생가를 혈세로 보존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전 대통령 생가는 재임기간에는 문중과 동사무소가 관리해오다 퇴임 후에는 거의 방치돼 왔다. 현재는 노 전 대통령 7촌 조카가 관리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고위법관 10명 등 34명 인사

    대법원은 30일 서울동부지법원장에 이성보 청주지법원장, 서울북부지법원장에 박삼봉(이상 53·사법연수원 11기) 전주지법원장을 임명하는 등 고위법관 10명을 포함한 34명의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인복(54·11기) 춘천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과 맞물려 길기봉 서울동부지법원장과 김경종 서울북부지법원장의 용퇴로 폭이 커지면서 지법원장 5명이 교체됐다. 춘천지법원장에는 사법연수원 11기 고참 고법부장인 윤재윤(57) 서울고법 부장판사, 청주지법원장에는 서기석(57)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전주지법원장에는 고영한(55)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각각 임명됐다. 8월24일 퇴임하는 김영란 대법관 후임으로 낙점된 이인복 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때까지 대법원에서 대기하게 된다. 고법부장 이상 고위법관 인사는 8월11일자로, 나머지 지법부장 이하는 8월21일과 22일자로 각각 단행됐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새달 퇴임 여성 첫 대법관 김영란

    새달 퇴임 여성 첫 대법관 김영란

    지난 26일 오후 4시, 인터뷰가 1시간쯤 이어졌을 때 김영란(54) 대법관이 물었다. “덥지 않나요.” 서울 서초동 대법원 8층 그의 집무실은 법정온도(26도 이상)를 유지하는 듯했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더니 옆방에서 선풍기를 들고 나왔다. 바람이 잘 가도록 맞춰주며 그는 다시 물었다. “괜찮나요.” 김 대법관은 우리 어머니처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그는 ‘여성적 감수성’이라고 표현했다. 남성적 감수성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를 이해하는 데 이 감수성이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2004년 8월25일 서열·기수 관행을 뛰어넘어 그가 대한민국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8월24일 퇴임하면서 또 한번 관행을 뛰어넘는다.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기로 한 것. 판사 출신 전임 대법관 가운데 조무제(69) 전 대법관이 유일하게 퇴임 후 동아대 석좌교수로 옮겼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안철수(카이스트 교수)씨거든요. 과감하게 버리고 또 새로운 투자를 하더라고요. 나는 그동안 그렇게 못했어요. 그 분을 보니까 용기가 나더라고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참 감사하다 싶고요. 지금 변호사를 안 하는 것은 순전히 그런 개인적인 선택이에요.” →대법관 퇴임 후 어떤 변화를 예상하나. 자기검열 등으로 발산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서서히 나오겠죠. 자유롭게 살다보면 개성이 드러나고요, 어떻게 살 거냐를 결정하는 순간이 많이 오겠죠. 한 10년 지나면 다른 모습으로 살 거예요. 일단 나가면 머리부터 염색하고. 까맣게, 누구는 금발로 하라고 하던데 (웃음). 요새 너무 흰머리가 느니까, 정말 몇 년 위인 사람들하고 다녀도 저를 제일 위로 봐요. (2004년 취임할 때 그는 ‘30대 소녀’ 같았다. 다른 대법관보다 나이도 열 살 이상 어렸고, 표정도 30대처럼 밝았다. 집무실에 갇혀 6년간 사건기록과 싸우더니 그의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퇴임 후 삶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거예요. 변호사 안 할 거라고 오래 전부터 얘기해 왔고, 그래서 평소의 생각을 얘기한 것뿐이에요. 도덕적으로 우월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요. 성격상 (변호사와) 맞지도 않고, 더 솔직히 말하면 사건기록 보면서 티격태격하는 게 이제 지겨워요. 하지만 이 반응들이 무슨 의미인지는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판사들은 나름대로 잘하려고 애를 쓰는데 판사가 느끼는 것과, 세상이 판사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게 확인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대법관이 퇴임해서 변호사로 일한다고 다 전관예우받으면서 부당하게 행동하는 게 아닌데도 왜 일반인은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런 것을 역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들었어요. →초임 단독판사로 오늘, 법대에 다시 앉는다면. 제가 임신 9개월쯤 됐는데 아이가 이상해서 재판을 연기하고,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았어요. 재판 연기된 것을 원고는 알았는데, 피고는 몰랐어요. 그러자 피고가 상대방에게만 정보 알려줬다고 오해를 하더라고요. 이런 사소한 것에도 당사자는 ‘상대방이 이 판사를 좀 아나 보다.’ 이렇게 생각해요. 소송에 져도 그래서 졌다고 믿고요. 그래서 양쪽 모두에게 정말 공평하게 재판한다는 인상을 주도록 노력할 거예요. 판사들이 열심히 하고 뛰어난 인재인데도 인정 못 받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대법원 선고일 전날, ‘내 결론이 맞나’ 잠 못 이룬 적 있나. 많이 있죠. 민사보다 형사가 훨씬 고민이 되더라고요.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수십장씩 써내고, 그걸 다 읽어보면 그럴싸해 보이거든요. 증거를 다 찾아보고 맞춰 보죠. 피고인의 말만 믿으면 무죄인데, 기록 전체적으로 보면 유죄인 거예요. 특히 살인 사건 같은 경우, 저 혼자 보다가, 혹시나 하고 재판연구원에게 다시 보게 시키고, 선고하는 아침까지 보는 판결도 있어요. 사형 판결도 대법원에 와서 3개 정도 했어요. 어쨌든 전 기본적으로 사형제도에 반대하지만, 다른 대법관도 다하고, 저만 안 할 수 없는 거니까요. 개인적 신념과 상관 없이 해야 되니까 마음이 무거웠어요. →아쉬움이 남는 판결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사건을 전원합의체(대법관 13명 구성)에서 제대로 못 해 보고 떠난 게 그래요.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까 해서 재판연구원실에 본격적인 검토까지 시켰는데, 결국은 제가 문제제기를 못 했어요. 소극적으로 임한 거죠.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는데…. 징역형(2년6월)을 감수하는 걸 보면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보이고, 병역회피의 수단이 아니라는 게 뚜렷한데 젊은이들을 계속 벼랑에 내몰아야 되는지…. 헌법재판소가 계속 합헌이라고 결정해서 혼자 무죄라고 할 수도 없고…. →‘유일한, 첫 번째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평생 따라다녔다. 원동력이 무엇인가. 학교 다닐 때부터 ‘나 자신의 삶을 살자’ ‘내가 주체로서 독자적인 내 인생을 살자’라고 생각했고, 그럼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승부를 봐야 한다고 결론내렸어요. 사회과학대에 입학했는데 1년 반 후에 법학과를 선택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여학생들은 법대에 와요. 몇 십년 흘러도 여성들이 다른 직업에 가서 개척하기 힘들다는 얘기죠. 우수한 인재가 (법조계에) 많이 오는 것도 좋지만 다른 쪽으로 가서 개척하라고, 여대 같은 데 가면 얘기해요. →후배 여성들이 닮지 않았으면 하는 점은. 나는 교집합 속에서, 소극적으로 살았어요. 소수의 여성으로서 남성이 많은 사회에 적응해야 하니까, 남녀가 겹치는 부분에서만 양쪽에서 욕을 먹지 않도록 행동을 제한하면서 말이죠. 자기검열이 강하고, 정말로 내가 발언해야 할 때 제대로 못 하고요. 첫 여성이란 타이틀을 가진 외국인들도 다 느끼는 모습이더라고요. 후배들은 그러지 말기를 바라요. 자기 개성도 살리고,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 원하는 바도 얻는 그런 길을 달성해 나가면 좋을 거 같아요. 정은주·임주형기자 eju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김경종·길기봉 지법원장 사표

    대법원은 김경종(56·사법시험 19회) 서울북부지법원장과 길기봉(57·사시 20회) 서울동부지법원장이 사표를 냈다고 29일 밝혔다. 사시 21회인 이인복(54) 춘천지법원장이 내달 퇴임하는 김영란(54·사시 20회) 대법관의 후임으로 낙점되면서 이들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려고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위법관 인사의 폭이 다소 커질 전망이다. 길 지법원장과 김 지법원장의 퇴임으로 공석이 되는 지법원장 자리는 3개로 늘어났다. 후임 지법원장으로는 사시 21회 고위법관 중 서기석(57), 윤재윤(57), 고영한(55) 등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거론된다. 서 수석부장판사는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법원 연구관, 서울행정법원 수석 부장판사 등으로 일했다. 윤 부장판사는 건설 소송 권위자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고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건설국장과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을 거쳤다. 대법원은 8월9일자로 고위법관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후속 고법부장 인사는 승진 없이 전보만 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BP 헤이워드 CEO 해임…후임에 美출신 더들리 이사

    지난 4월20일 발생한 멕시코만 원유 유출로 위기를 맞은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사태수습의 일환으로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하고 로버트 더들리 관리담당 이사를 선임할 것이라고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BP 측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더들리를 새 CEO로 확정할 계획이다. 새 CEO의 임기는 다음달 1일부터다. 헤이워드는 현재 BP 측과 퇴임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P에서 28년간 근무해 온 헤이워드는 원유유출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가족들과 요트경기에 참가하고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폭발한 석유채굴시설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자세 탓에 미국 여론의 포화를 받아왔다. BP 측은 개최될 이사회에서 헤이워드 퇴임 및 후임자 선임을 논의하는 한편 2분기 실적도 발표할 예정이다. 더들리는 현재 사고 유정의 복구작업 책임을 맡고 있다. 1998년 아모코(옛 스탠더드오일)가 BP에 합병되기 전까지는 아모코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데다 2007년에는 헤이워드와 CEO 자리를 놓고 경합하기도 했다. 더들리가 헤이워드의 후임으로 결정되면 BP 최초의 미국인 CEO가 된다. 그러나 BP 측은 여전히 CEO 경질에 대해서는 입단속을 하고 있다. 마크 솔트 BP 대변인은 “헤이워드 CEO는 아직까지 이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며, 우리는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모닝 브리핑] 새 대법관에 이인복 춘천지법원장 제청

    이용훈 대법원장은 22일 이인복(54·사법연수원11기) 춘천지법원장을 8월24일 퇴임하는 김영란 대법관의 후임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이 후보자는 대전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시 21회로 법조계에 입문, 서울민사지법판사·진주지원장·사법연수원 교수·대전고법 부장판사·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고 올해 법원장으로 승진했다. 이 법원장은 재판 능력이 출중하고, 합리적이고 소탈한 성격에 법조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한명숙 前총리 불구속기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20일 건설업자에게서 9억 7000여만원을 불법으로 받은 한명숙(66) 전 국무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부터 8월까지 건설업체 H사의 전 대표 한모(49·구속수감중)씨로부터 3회에 걸쳐 현금 4억 8000만원, 미화 32만 7500달러(약 3억 9460여만원),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1장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한 전 총리가 민주당의 고양일산갑 지구당 사무실을 운영할 때 깊숙이 관여한 최측근 김모(여)씨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한 전 대표에게서 현금 9500만원을 받고 그로부터 건네 받은 법인카드로 2900여만을 썼으며 승용차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퇴임한 2007년 3월쯤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지구당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지구당 관리와 사무실 운영비, 대통령후보 경선자금 등으로 사용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혐의는 상당히 무겁지만 총리 출신 정치인으로 도주 우려가 없고, 이미 증거도 상당 부분 명확해진 것으로 판단해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반총장, 개탄스럽고 비난 받아야”

    지난 16일 퇴임한 잉가 브리트 알레니우스 유엔 내부감찰실(OIOS) 실장이 내부 보고서를 통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맹비난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알레니우스 실장이 지난 14일 반 총장에게 제출한 50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반 총장에 대해 “당신의 행동은 개탄스럽고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알레니우스 실장은 “투명성·책임성·관리감독·개혁 관리라는 4가지 측면에서 볼 때, 유엔이 제 길을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아니오(No)’다.”라고 밝혔다. 그는 “유엔 사무국은 썩어가고 있다.”면서 “전략적 지도와 지도력의 부재는 조직의 변화·개혁 실패로 나타났다.”고 반 총장의 리더십을 문제삼았다. 이어 “사무차장급을 지지하고 강화하기는 커녕 총장의 보좌진과 총장은 오히려 그들의 기반을 약화시켰다.”며 인사 문제도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의 비서실장인 비자이 남비아르는 “많은 사실들이 간과되고 와전됐다.”며 알레니우스의 비판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1994년 설립 결의안에는 OIOS의 ‘운영상 독립’이 보장돼 있다. 하지만 이를 유엔사무국 산하에 두면서 독립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여기에 최근 반 총장이 유엔 내부에 또다른 조사 기구를 만들려고 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졌다. 새 기구에 대해 남비아르는 “유엔 내 부패와 싸우기 위한 의도”였다고 설명했지만 알레니우스는 이를 OIOS의 독립성을 해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스웨덴 회계 감사관 출신인 알레니우스는 2005년 석유식량 프로그램 비리 의혹 조사 과정에서 부정 행위로 사직한 딜립 나이르 전 감사실장의 뒤를 이은 인물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신임 대법관 후보4명 추천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는 다음달 24일 퇴임하는 김영란 대법관의 후임으로 이상훈(53·연수원 10기) 법원행정처 차장, 이성보(53·11기) 청주지법원장, 이인복(53·11기) 춘천지법원장, 이재홍(54·10기) 서울행정법원장 등 4명을 선정해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이들 가운데 1명을 선정해 수일 내 이명박 대통령에게 신임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유재성 변호사는 “김영란 대법관은 개혁적인 여성법관으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임명됐다.”면서 “시대적 요구에 역행해 서열에 따라 대법관을 제청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감사원 ‘깜짝 인사’ 앞두고 술렁

    감사원이 때 아닌 대규모 인사로 술렁이고 있다. 통상 감사원은 12월 말 정기인사에 이어 다음 해 6월 말 소폭의 인사를 단행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사의 폭이나 시기에 있어서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단연 관심사는 이번 인사배경 가운데 하나가 된 천안함 사건을 감사했던 책임자급 고위 감사관 둘이 나란히 옷을 벗고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를 두고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거나 ‘국방부 감사와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까지, 해석이 분분하다. 물론 감사원은 펄쩍 뛴다. 이들의 퇴임은 연초부터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국방부 감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두 사람의 퇴임 가능성은 이미 천안함 사건 전부터 거론돼 왔다.”면서 “국방부 감사와는 1%의 관련성도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천안함 감사 결과를 놓고 국방부와 감사원이 갈등을 빚은 적이 있어 당시 감사 책임자의 전직은 이래저래 관심사가 되고 있다. 19일 감사원에 따르면 오는 26일쯤 단행 예정인 감사원 인사규모는 모두 3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천안함 사건을 감사했던 책임자급 고위감사관 2명이 외부기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공공기관 감사에 관한 법률(공감법) 시행으로 빈자리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현재 실장급 자리인 감사교육원장 자리가 3개월 넘게 비어 있다. 또 천안함 사건 이후 국방부 감사를 총괄 지휘했던 박수원 감사원 제2차장이 최근 금융감독원 감사로 자리를 옮겨 실장급 자리 2곳이 비어 있다. 역시 국방부 감사를 현장 지휘했던 박시종 행정안보감사국장과 성기택 자치행정감사국장도 최근 금융기관 감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국장급 2명이 외부조직에 응모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최근 1~2개월 사이 감사원의 국·실장급 고위감사관 10여명이 자리를 비우게 됐다. 이에 따른 인사규모는 1급 승진자 2명을 포함해 국·과장급 승진자만 15명선에 이른다. 여기에 공감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로 국장급 1명과 과장급 2명이 필요한 공공감사운영단이 신설돼 자리이동에 있어 과장급 이상 고위감사관이 3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제2차장에는 김용우 감사연구원장이, 3개월 넘게 공석인 감사교육원장 후임에는 윤영일 재정경제감사국장이, 신임 공보관에는 김상윤 전략과제감사단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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