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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블로그] 낙하산 논란에 수장 대행까지… 금융공기업 국감 초긴장

    [경제 블로그] 낙하산 논란에 수장 대행까지… 금융공기업 국감 초긴장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국감은 모든 정부 부처, 공기업이 매년 거쳐야 할 숙제이지만 금융 공기업들은 올해 유독 긴장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상당수 공기업의 수장이 물러나는 등 부침을 겪었기 때문이죠. 최고경영자가 아직 공석인 곳도 있고, 최근에 취임한 곳도 있어 어느 때보다 정신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일 취임한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난주까지 대외 상견례를 마치고 국감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밤 11시까지 야근하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쉬는 날이 유독 많았던 이달 초에는 공휴일에 출근해서 업무 자료를 훑어보기도 했다는군요. 앞서 신보 노조는 서 이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집회를 열었지만 하루 만에 접었습니다. 코앞에 국감이 있다는 이유가 컸습니다. 서 이사장으로서는 ‘낙하산’ 논란을 딛고 취임한 만큼 국감 준비에 누구보다 열심이라는 후문입니다. 수장이 공석인 정책금융공사에서는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이곳은 진영욱 사장이 퇴임하고 나서 이동춘 부사장이 사장 대행을 하고 있습니다. 국감에도 이 부사장이 출석합니다. 공사 관계자는 “내년 7월에 산업은행과 합쳐지기 때문에 사장 자리는 그때까지 공석으로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업무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보의 서 이사장보다 하루 먼저 취임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업무 파악에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김정국 이사장이 지난 8월 말 사표를 낸 기술보증기금은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김 이사장이 업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는 24일 국감에도 김 이사장이 나섭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공공 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내기로 하면서 기보 직원들은 걱정이 생겼습니다. 국감 전에 신임 이사장이 취임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기보 관계자는 “24일까지 뭔 일이 생기겠나 싶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괜히 조마조마하다”고 했습니다. 김경동 사장과 우주하 사장이 각각 사의를 밝힌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증권전산)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가 공석이거나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곳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국감이 다른 때보다 허술하게 진행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카터家도 美 정치 명문가로… 손자 제이슨, 주지사 출마설

    카터家도 美 정치 명문가로… 손자 제이슨, 주지사 출마설

    부시, 클린턴에 이어 카터 가문까지 미국의 대표적 정치 명문가에서 대물림 정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38·민주) 상원의원이 내년 조지아주 주지사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표밭인 조지아주에서 공화당 후보와 맞설 대항마를 찾던 민주당 지도부가 카터 손자에게 눈길을 돌리면서 향후 제이슨이 할아버지처럼 대권까지 도전할지 주목된다. 제이슨은 카터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집안에서 유일하게 공직 선거에서 당선된 인물로 명석한 두뇌에 준수한 외모를 겸비해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왔다. 듀크대와 조지아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제이슨은 변호사로 활동했고, 아프리카에서는 미국 평화봉사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국제적 감각도 쌓았다. 특히 제이슨은 한국과 미국 보수층 일부에서 ‘친북 인사’라는 비난을 받는 할아버지와 달리 북한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던지는 등 소신과 강단을 갖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2010년 5월 조지아주 상원의원이 된 제이슨 자신은 주지사 선거 출마 여부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제이슨이 할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이 미국에서 한가족이 정치에 나서는 것은 흔한 일이다. 최근에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양대 정치 명가로 꼽히는 부시와 클린턴 가문의 정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부시 가문은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에 이어 아들인 조지 W 부시가 각각 대통령을 지내는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조지 W 부시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외동딸인 첼시 역시 정계에 입문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차기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젭 부시가 대결할 경우 1992년 대선에서 조지 H W 부시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결한 이후 24년 만에 두 가문이 재격돌하게 되는 셈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국감 현장] 與 “사초실종은 국기문란” 野 “특정정당 선거 악용”

    “이지원 사본과 원본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습니까.”(민주당 김현 의원) “그것은 제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박경국 국가기록원장)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안전행정부 국정감사에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경위와 책임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민주당 김현 의원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국가기록원이 결론을 단정 짓듯 답변하고 있다”면서 “2008년 검찰의 기록물 유출 수사에서 (대통령기록관과 봉하마을이 반납한 기록물의 차이에 대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문희상 의원도 “2008년 수사 당시 검찰에서 유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2개월 넘게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이 검찰과 함께 비교 조사해 유출이 없는 것으로 마무리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선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회의록을 공개 낭독했다는 ‘사전 유출’ 의혹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같은 당 박남춘 의원은 “어떻게 ‘사초’가 특정 정당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에게 전달돼 유세에 쓰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는 대통령기록물 제도를 송두리째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이번 사건을 국기문란으로 묘사했다.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은 “기술적으로 회의록 문서가 폐기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야권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황영철 의원은 “다시는 퇴임 대통령이 청와대 재임 시 기록물을 밖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면서 “중요한 기록물이 봉하마을에서 어떤 식으로 출력됐는지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檢 “기록물 미이관 처벌 규정 없어 문제는 수정본 삭제 법적근거 여부”

    檢 “기록물 미이관 처벌 규정 없어 문제는 수정본 삭제 법적근거 여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14일 참여정부의 이창우 전 청와대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이날 오후 2시 이 전 행정관을 불러 2007년 10월 회담 직후부터 2008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전까지의 회의록 관리 실태 등을 캐물었다. 이 전 행정관은 대통령기록물을 1차 분류해 보고하는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 전 행정관은 변호인과 출두해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역사를 기록함에 있어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다”며 “집권 세력이 이런 식으로 전직 대통령 기록물을 악용한다면 어느 대통령이 후대에 역사적 기록물을 남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정책비서관실에서 (회의록을) 삭제했다면 모를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렇다. 하지만 이지원 시스템상 삭제 기능이 없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 전 행정관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부속실에서 1차 기록물 분류를 하고 문서 생산자에게 돌려보내면 생산자가 결과를 확인한다. 마지막 절차는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이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가벌성(可罰性)이 있는 부분은 복구본(수정본)을 임의 폐기했는지 여부”라고 밝혀 ‘삭제 행위의 법적 근거’가 수사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한 기록물 미이관은 국민적, 역사적 평가의 문제이지, 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면서 “처벌 여부는 복구본 폐기에 법적 근거가 있는지에 달렸다. 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측은 이에 대해 “완성본을 만들면 초안이나 수정본을 폐기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가벌성이 인정될지 주목된다. 아직까지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 뚜렷한 해답을 내놓은 사람들이 없는 가운데 검찰은 이지원 구축 작업에 관여한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도 연이어 조사할 예정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사립 신규교원 85% 기간제 불법 임용

    전국의 사립 초·중·고교가 올해 결원보충 사유로 임용한 신규교원 가운데 84.8%를 정규교원이 아닌 기간제 교원으로 불법 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5년 동안 사학에서 퇴임한 정규교원은 1만 1883명이지만, 정규교원으로 신규 채용된 인원은 8255명으로 3628명이 모자랐다. 정규교원 감소는 교권 추락과 교육의 질 악화로 이어지지만, 정부가 사학의 불법행위를 방조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13일 교육부 자료를 공개하며 “사학들이 결원보충 사유로 임용한 전체 교원 대비 기간제 교원은 2008학년도 6407명 중 4951명(77.3%)에서 2013학년도 8314명 중 7054명(84.8%)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어 “학생 수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해도 학급 당 학생 수 지표의 국제비교를 봤을 때 정규교원이 아직 더 필요한 수준”이라면서 “관할 교육청들이 정규교원이 퇴직한 자리를 불법 기간제 임용교원으로 채우는 관행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학이 결원보충 사유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게 불법인 이유는 사립학교법에서 퇴임, 명예퇴임, 의원면직, 전보·파견 등으로 교원 결원이 생겼을 때 정규교원을 임용하는 게 원칙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간제 교원을 임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정 의원은 설명했다. 관련 법에는 ▲기존 교원이 휴직하거나 ▲교원이 파견·연수·정직·직위해제·휴가 등으로 한 달 이상 교직을 비우거나 ▲파면·해임 처분을 받은 교원이 교원소청심사 과정 중이어서 후임자 보충 발령을 받지 못하거나 ▲특정한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사립학교가 기간제 교원을 임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시·도별로 전북과 세종 교육청 소속 사립학교에선 올해 기간제 교원 불법임용 비율이 100%로 집계됐다. 전북에서는 공립학교와 공동으로 교원임용 시험을 볼 것을 요구한 도교육청 지침에 반발해 도내 사립학교 96곳이 신규 정규교원을 일절 임용하지 않았다. 세종시엔 사립학교가 1곳뿐이어서 통계적인 착시 현상이 생겼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검찰 “봉하 이지원 삭제자료 모두 복구·분석”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회의록 외에도 ‘봉하 이지원’에서 다른 삭제 파일도 모두 복구해 분석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회의록 외에 참여정부에서 관리한 인사파일 등 100여개의 기록물들이 삭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이 봉하 이지원에 다른 파일이 삭제됐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현재 참여정부 인사들 소환조사와 함께 봉하 이지원에 대해 막바지 분석 작업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전체적인 수사결과가 완벽히 나올 수 있도록 회의록 외의 다른 삭제 파일들도 원칙적으로 복구한다”면서 “대통령기록관에 (이지원에 있던) 파일이 확실히 없는지 밝히기 위해 하나하나 제목을 다 보고, 의심 가는 부분은 내용까지 보고 간다”고 말했다. 검찰은 봉하 이지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전 청와대 이지원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라고 밝혀 검찰 수사로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삭제된 다른 주요 기록물이 나올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검찰은 당초 참여정부 인사 30여명을 소환할 계획이었으나 반드시 부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주요 관계자 10~15명만 조사키로 했다. 다음 주에는 이번 사건의 ‘키맨’ 중 한 명인 김만복(67) 전 국정원장이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다. 민주당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에서 문제를 비화시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전문을 공개하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필사적으로 반대했다”며 “당시 그대로 공개할 경우 다소 불리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전 원장의 조사에서 회의록의 수정 내용과 미이관 경위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오는 14~15일 기록물을 1차 분류한 이창우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과 봉하 이지원 구축작업에 관여한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도 각각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책꽂이]

    세계일주의 역사(조이스 채플린 지음, 이경남 옮김, 레디셋고 펴냄) 500년 동안 진행된 인류의 세계일주 도전사를 집대성했다. 최초의 세계일주 항해자로 기록된 마젤란을 둘러싼 진실부터 보물선을 따라 세계를 돈 영국 해적, 세계일주를 넘어 우주로 눈돌린 디지털 예술작가 송호준 등 흥미로운 인물들이 소개된다. 776쪽. 3만 9000원. 인생수업(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휴 펴냄) 결혼을 앞둔 남녀를 위한 ‘스님의 주례사’, 자녀 양육서 ‘엄마수업’ 등으로 많은 독자를 감동시킨 법륜 스님의 인생 지침서. 불필요하게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닥쳐올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내 삶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조언한다. 276쪽. 1만 3000원. 한반도는 아프다(한완상 지음, 한울 펴냄) 통일부 총리, 적십자 총재 등을 지낸 저자가 공직생활 15년간 꼼꼼히 기록해 온 비망록을 책으로 펴냈다. 남과 북의 집권세력이 서로 적대하면서도 분단상황을 이용해 공생하고 있는 역설적 현실을 지적하면서 남한의 극우와 북한의 극좌 양 극단을 비판한다. 524쪽. 3만원. 르 코르뷔지에의 사유(르 코르뷔지에 지음, 정진국 옮김, 열화당 펴냄) 20세기 근대 건축의 개척자이자 새로운 건축 유형의 창조자인 르 코르뷔지에가 남긴 회고록. 수영을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한 달 전인 1965년 7월에 쓴 마지막 글은 건축을 통해 인간과 현실을 연구하고자 했던 사유의 근원을 보여준다. 84쪽. 1만원. 자유로서의 발전(아마티아 센 지음, 김원기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불평등과 빈곤, 기아 연구에 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도 출신 하버드대 교수의 대표작. 개인의 자유는 양보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임을 역설한다. 200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12년 만에 재출간됐다. 508쪽. 2만 3000원. 한국여성사 깊이 읽기(주진오 외 지음, 푸른역사 펴냄) ‘한국 여성사’ 관련 강의를 해 온 저자들이 선사시대 여신에서부터 조선시대 열녀, 근대의 현모양처론, 현재의 호주제까지 열두 개의 주제로 나눠 역사 속에 나타났던 여성들의 억압된 삶을 복원하는 한편 억압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짚는다. 358쪽. 1만 5000원. 고향이 어디십니까?(위진록 지음, 모노폴리 펴냄) 1947년 만 19세에 서울중앙방송국(KBS 전신) 최연소 아나운서로 합격해 북한의 남침 1보 방송 등 역사적인 순간을 전달했던 재미 원로 아나운서의 자서전. 1950년 도쿄 유엔군 총사령부방송에 한 달 예정으로 파견됐다가 22년을 일본에 머물고, 마흔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야 했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기록했다. 482쪽. 1만 8000원. 강치(백시종 지음, 문예바다 펴냄) 신문사를 정년 퇴임하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나에게 독도 의용군의 활약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직 경찰이 찾아온다. 독도에 얽힌 배신, 조작으로 일관된 부적절한 애국의 집단 심리라는 심도 깊은 주제가 빠른 템포와 탄탄한 문체로 전개된다. 303쪽. 1만 2000원. 아들의 아버지(김원일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한국전쟁과 분단의 현실을 통해 굴곡진 현대사를 그려 온 작가가 아버지의 생애를 마주하는 자전소설이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좌익 사상에 눈을 떠 월북한 아버지의 삶을 진지하게 추적한다. 작가의 대표작인 ‘마당 깊은 집’의 전사(前史) 성격을 띠고 있다. 386쪽. 1만 3000원. 조각 맞추기(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피니스 아프리카에 펴냄) 스티븐 킹이 “끝내주는 작가”라고 극찬한 미국 추리 소설의 거장 에드 맥베인의 작품이다. ‘킹의 몸값’, ‘살의의 쐐기’ 등과 함께 ‘87분서 수사반’ 시리즈를 이룬다. 평범한 살인 사건으로 보였던 범죄 현장에서 퍼즐 조각의 형태로 잘린 사진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미궁에 빠진다. 248쪽. 1만 1000원.
  • ‘회의록 이관 지휘’ 비서관 조사… 문재인 “나를 소환하라”

    ‘회의록 이관 지휘’ 비서관 조사… 문재인 “나를 소환하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회의록 삭제, 수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전 청와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는 회의록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봉하 이지원’에서 삭제, 수정됐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며 정권 교체 직전 참여정부에서 있었던 일임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회의록 초본의 삭제와 수정본 탑재에 대해 “모두 노 전 대통령 퇴임 전에 ‘청와대 이지원’에서 이뤄졌다”면서 “청와대 이지원은 이관 작업을 위해 ‘셧다운’(시스템 폐쇄 조치)했고, 봉하 이지원은 그 상태에서 청와대 이지원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날 전문가를 동원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이날 참여정부 마지막 기록관리비서관인 김정호 영농법인 봉하마을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기록물이 이관되지 않은 경위와 삭제 지시 여부 등을 조사했다. 5시간가량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 전 비서관은 “청와대 기록물관리시스템(RMS)으로 넘어간 것은 100% 이관했다”면서 “다만 생산 부서가 그 전 단계 이관 절차에서 실수하거나 누락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쯤 검찰에 출두한 그는 조사에 앞서 “더 이상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지 말라”며 “사실상 문재인 의원과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잡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동안 이번 수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검찰은 짜맞추기식 수사의 들러리로 죄 없는 실무자들을 소환해 괴롭히지 말고 나를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검찰은 정치를 하지 말고 수사를 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문서 보고 후 대통령의 수정, 보완 지시가 있으면 그것은 결재가 안 된 문서이고 이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당연하다”며 “시스템 관리 실무자 1명만 대동해 초본과 최종본의 처리 상황을 확인하게 하면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다시 보고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 국민의 의문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달 말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 측의 초본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검찰 관계자는 “기록물의 성격을 검토 중이라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자질 충분” “많이 배워”… 부러운 美 이·취임 덕담

    [World 특파원 블로그] “자질 충분” “많이 배워”… 부러운 美 이·취임 덕담

    후임자가 공식 지명됐을 때 곧 자리를 내줘야 하는 고위 관료의 심경은 어떻까. 내년 1월 말 자리에서 물러나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9일(현지시간) 연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새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부의장을 축하했다. 버냉키는 “나의 동료 재닛을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은 탁월했다”면서 “재닛은 연준 의장직에 걸맞은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바로 직전 옐런도 연준 홈피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 6년간 경제가 더 강해지고 금융 시스템이 더 건전해진 것은 상당 부분 버냉키 의장의 탁월한 리더십 덕택”이라면서 “그로부터 배웠다는 사실은 내게 영광”이라고 버냉키를 칭송했다. 이처럼 떠나는 각료와 새로 취임하는 각료가 낯간지러울 만큼 덕담을 서로 주고받는 모습은 미국 공직문화의 뚜렷한 특징이다. 취임할 때는 화려해도 퇴임 때는 죄인처럼 슬그머니 사라지는 모습을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각료 이·취임식에는 반드시 대통령이 참석해 떠나는 각료의 공적을 치하하고 취임하는 각료의 면면을 설명한다. 관료들의 들고 남이 분명한 데는 관행화된 임기를 보장받는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때 임명된 각료들은 사실상 전부가 오바마 정부 1기 4년을 채우고 퇴임했다. 게리 로크 전 상무장관처럼 중간에 첫 중국계 주중 미국 대사로 ‘영전’된 경우 등만 예외였다. 각료가 느닷없이 자리를 내던지는 일도 보기 힘들다. 조지 W 부시 정부 1기 때인 2003년 1월 국토안보부 초대 장관에 취임했던 톰 리지는 2005년 2월 부시 정부 2기 출범과 함께 사직했다. 당시엔 자연스러운 교체로 보였다. 하지만 리지는 몇 년 뒤 회고록에서 “2004년 11월 대선 직전 백악관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테러경보등급을 상향함으로써 안보위기를 조장한 사실을 알고 그해 11월 말 양심상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이지원 삭제파일에 참여정부 인사자료 포함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뒤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간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 이지원(e-知園)에서 삭제된 문건 100여건 가운데는 참여정부에서 관리한 인사자료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10일 복수의 야권 관계자들이 말했다. 이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신문에 이같이 밝히고 “참여정부 인사들에게도 확인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국가기록원 압수수색 결과 봉하 이지원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삭제된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복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의록 외에도 국내 정치와 관련된 문건 등 100여건이 삭제된 흔적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추가로 사라진 자료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삭제된 자료와 관련, 민주당의 한 주요인사는 “노 전 대통령은 장관 한 명을 뽑을 때도 100여명을 검증할 정도로 신중했고 후보자는 물론 친인척들까지 광범위하게 조사했었다”면서 “후보 당사자들은 문제될 게 없겠지만, 친인척 자료들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워낙 광범위한 조사였으므로 새누리당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주장하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론도 있다. 공직 후보자와 주변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인사자료가 있다고 해도 ‘누구누구는 어떻다’라는 자료거나 국가정보원의 존안자료 아니겠느냐”면서 “확인도 되지 않았고 설령 사실로 확인됐다고 해도 새누리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존안 자료는 청와대·국정원·검찰·경찰·기무사 등의 인사 관련 비밀 자료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주당 지도부와의 저녁 자리에서 “청와대에 와 보니 존안자료가 없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확대하면 복잡해진다. 알지 못한다. 원하는 답은 듣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을 피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美 첫 여성 경제대통령은 ‘날카로운 비둘기’

    “비둘기의 예측력이 매보다 훨씬 정확하다.” 미국의 첫 여성 ‘경제대통령’ 재닛 옐런(67)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평가다. 1946년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인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옐런은 어려서부터 자타가 공인한 똑똑한 학생이었다. 포트해밀턴 고등학교에 재학시절 영문학 최우수상, 수학 최우수상, 과학 최우수상 등 상이란 상은 모두 싹쓸이했다. 1971년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조교수를 지낸 옐런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던 1977년 같은 연준에서 일하던 지금의 남편 조지 애커로프를 만나 결혼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교수인 남편 애커로프는 ‘정보비대칭이론’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아들 로버트 애커로프도 영국 워릭대에서 경제학 조교수로 재직 중인 ‘경제학 가족’이다. 옐런이 벤 버냉키 의장의 후임으로 최종 임명되면 연준 최초의 여성 의장이 탄생하게 되는 것과 동시에 부의장에서 의장으로 ‘승진’하는 첫 사례가 된다. 미국 연방정부 일시 폐쇄(셧다운)와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로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옐런의 등장은 ‘낭보’로 받아들여졌다. 디폴트 위기로 급락하던 뉴욕 증시는 9일(현지시간) 반등하며 출발했다. 향후 금융정책의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현재 미 경제는 셧다운과 부채 한도 증액 협상 결렬 우려 뿐 아니라 내년 초로 예상되고 있는 연준의 양적완화(채권 매입 프로그램) 축소라는 불확실성에도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점진적 이행’을 주문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는 후임자가 낙점됐다는 것 자체로도 시장참여자들의 불안거리를 덜어줬다는 평가다. 특히 옐런의 예측력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WSJ는 지난 7월 자체 분석을 토대로 옐런이 연준의 정책 결정자 가운데 가장 정확하게 경제 동향을 예측했다고 평가했다. 2007년 12월 연준 회의록을 보면 대다수 이사는 경기후퇴(리세션)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옐런은 “신용경색 심화와 경기후퇴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비관론을 내놨고 다음 해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를 맞았다. 투자운용사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코톡은 “옐런은 (특출한 예측력을 바탕으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정책을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WSJ는 버냉키 의장이 내년 1월 퇴임하기 전에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더라도 옐런이 2월 취임한 뒤 속도를 다시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옐런의 과거 발언 등을 감안하면 출구전략을 아주 신중하게 구사할 것이란 설명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공직자 부패 방지 위해 확대를” “연봉 적어 우수인력 안 오려해”

    “공직자 부패 방지 위해 확대를” “연봉 적어 우수인력 안 오려해”

    “공직자가 재취업 후 로비 창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방형 직위제를 확대하자.” “현재도 민간보다 임금이 낮아우수 인력이 들어오지 않는다. 외부 인력 확대는 힘들다.” 개방형 직위에 민간 전문가와 타 부처 공무원 임용이 줄자 개선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한국개발연구원은 9일 ‘공직부패 축소를 위한 공직임용제도의 개방성 확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직 임용 개방성 지수(개방성 정도를 0~1로 수치화한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개방적)는 0.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48보다 현저히 낮다. 또 공무원 임용제도가 개방적일수록 공직 부패가 낮았다. 따라서 개방형 임용제도를 확대하고 민간 전문가 채용을 늘리면 전·후임 공직자 간 유대관계를 약화시켜 퇴임 공직자를 로비 창구로 활용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처에서는 민간 전문가 중에서 개방직 적격자를 찾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공무에 적합한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과 계약직 지위에 오려고 하지 않아서 현재도 충원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핵심 보직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오히려 나중에 중요한 정보가 새나갈 우려가 높지 않으냐”면서 “업무나 내부 조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자리를 맡기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개방형 직위를 맡은 민간 전문가 일부는 소위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한 공무원은 “아무래도 업무에 정통하고 오래 일한 상관보다는 업무 지시 능력이 떨어지니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조직 인사에 직접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이 개방직의 부하 장악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정원이 초과되면 외부 공모 과정 없이 내부 직원을 임명할 수 있는 ‘개방직 공모 예외규정’도 민간 임용을 막고 있다. 공무원 수가 정원을 초과하는 부처가 안행부, 기획재정부, 총리실 등 소위 힘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핵심 중 핵심 보직을 부처 내 공무원으로 채우는 관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승호 안행부 인사실장은 “향후 개방형 직위에 공석이 발생하면 해당 직급의 결원 여부와 상관없이 바로 충원하도록 하는 개방형 및 공모직위 운영규정이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면서 “부처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과장급 공모 직위도 올해부터 안행부가 지정·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서울광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이임식을 보고/안미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이임식을 보고/안미현 논설위원

    진영욱 정책금융공사(정금공) 사장이 그제 중도 퇴임했다. 지난 8월 말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과 정금공 통합을 핵심으로 한 정책금융 체계 개편안을 발표하자 “정책금융이 뭔지도 모르고 일을 저질렀다”며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던 그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그가 다시 떠들어대면 여간 불편하지 않을 테니 금융위로서는 국감 전에 끌어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진 사장은 이임식에서 “앞으로는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 생각을 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며 기어코 한 방을 더 날렸다. 졸지에 생각 없는 관료로 전락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경제관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원래 그런 양반’이라며 쿨하게 넘겼을까. 아니면 ‘아는 사람-진 전 사장은 행시 16회다-이 더 한다’며 서운해했을까. 단언컨대 대범하게 넘길 일도, 뒷전에서 비판할 일도 아니다. 이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자업자득이요, 처절하게 각성할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은은 ‘공고’(정책금융)와 ‘상고’(상업금융)로 나눠야 한다는 논쟁에 휩싸였다. 2008년 이명박(MB) 정권은 상고를 선택했다. 그런데 당시 금융당국이 더 힘을 뒀던 사안은 금산분리 완화였다. 금산분리법이 국회 문턱에 걸려 좌초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산은 민영화는 수월하게 통과됐다. 세계무역기구(WTO) 면전에 노골적으로 정책금융을 한다고 광고하는 무신경의 작명(作名)도 정책금융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국회 불안을 무마하려는 산물이었다. 그렇게 산은과 정금공은 쪼개졌다. 정책금융은 신설 공사로 넘기고 산은은 대형 투자은행으로 키운다는 MB 정권의 야심은 곧 이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표류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다시 붙이겠다고 나섰다. 떼는 데 들어간 단순비용만 2500억원이다. 사람은 700명 넘게 늘었다. 잔뜩 채용해 놓은 고졸 행원이며 불려놓은 지점 등 앞으로 다시 붙이는 데 들어갈 유무형의 비용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비판이 거세지자 경제관료들은 “애초 잘못 꿴 단추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민영화를 주도했던 이창용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과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뒤에 숨고 있다. 하지만 묻고 싶다. 그들이 잘못된 단추를 꿰는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물론 경제관료들이 산은 민영화를 반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훗날 산은지주 회장으로 간 강만수 MB 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장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점령군의 기세가 워낙 센 정권 초기였던지라 우리가 계속 목소리를 높일 처지가 아니었다”는 게 관료들의 변명이다.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찬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산은이라는 덩치 큰 은행을 인수할 후보가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정금공과 계속 병존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정부 주장은 일리가 있다. 다만 언제까지 산은을 정책금융으로 가져갈 것인지, 영구히 가져간다면 그 역할과 방법은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등 긴 안목과 진지한 성찰 끝에 내린 결정인지가 못 미더울 따름이다. ‘MB 흔적 지우기’라는 새 정권의 코드에 맞춰 영혼 없이 또 동조하고 본 것은 아닌지 불안할 따름이다. 민영화는 포기해도 기업공개(IPO)는 하겠다는데 정금공의 부실자산을 떠안은 채 그게 가능한 것인지, 산은의 건전성 악화로 추가 재정 투입 우려가 커지는데 괜찮다고만 하는 정부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인지, 5년 뒤에 또 떼겠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오지랖 넓은 걱정이 한 소쿠리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공무원에게 영혼을 기대하는 것은 국정철학을 충실히 받들라는 공무원법을 위반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농반진반했지만 영혼 없는 공무원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어떻게든 국감에서 난타당하지 않을 궁리만 하지 말고 이번 ‘도로 산은’을 계기로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로서의 자부심과 자세를 어떻게 지켜 나갈지 되돌아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까. hyun@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과 손주/최광숙 논설위원

    역대 대통령들은 막중한 국정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족과의 만남에서 풀곤 했다. 특히 어린 손주들과 놀 땐 평범한 할아버지로 돌아간 모양이다. 참여정부 시절 김우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낙’(樂)은 손녀와 노는 것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아들 건호씨의 딸과 지낼 때 매우 즐거워한다. 그 손녀가 재롱을 잘 떨어 대통령을 아주 즐겁게 한다. 그래서 비서들이 평일에도 퇴근 시간 후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빨리 관저로 가서 손녀랑 노시라’고 등을 떠밀기도 한다.” 딸 부자 이명박 대통령도 외손녀들을 예뻐해 딸 셋이서 번갈아 청와대를 드나들었다고 한다. 해외 순방 시 딸 주연씨와 함께 외손녀를 동반했다가 야당의 정치 공세를 받기도 했다. 사실 청와대는 직원들이 퇴근하면 적막강산의 절간 같다고 한다. 그러니 대통령들이 구중궁궐의 외로움을 어린 손주들과 노는 일과 같은 소소한 일상으로 달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퇴임 후에도 여느 보통 사람들처럼 살 수는 없기에 손주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몇년 전 맏손주가 국위선양자 전형으로 모 대학에 입학하자 대학 입학식에 직접 참석했다. 그 대학 총장을 초청해 만찬도 함께했다고 전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주 사랑도 각별해 ‘마지막’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2009년 5월 30일, 손자 종대에게 나의 일생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이웃 사랑이 믿음과 인생살이의 핵심인 것을 강조했다.” 맏손자(김홍업 전 의원의 아들)를 향한 애틋한 심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다음 대선 출마여부는 손주의 출생에 달려 있다는 외신 기사가 최근 보도됐다. 이 외신은 “만약 힐러리가 내년에 할머니가 된다면 아마도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며 힐러리의 측근의 말을 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한 방송에 출연해 “아내는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할머니가 되기를 더 바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클린턴 부부의 딸 첼시는 “엄마는 나와 남편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손주를 재촉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때 ‘권력의 화신’으로 불리며 대통령을 꿈꾸던 힐러리가 대통령보다 할머니가 되는 것에 목을 맨다는 사실이 다소 믿기지 않는다. 65세의 힐러리로서는 이제 국사(國事)를 돌보는 것보다 손주의 재롱을 보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자식에겐 엄해도 손주에게는 마냥 자애로운 것이 할아버지, 할머니 아닌가. 그래도 굳이 뭐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하나. 할머니도 되고, 대통령도 출마하면 되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이지원 복구본·봉하 유출본·국정원 보관본’ 어떤 차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4일 당초 삭제됐다가 복구된 ‘이지원 복구본’(청와대 이지원에 탑재됐다가 삭제된 것을 검찰이 복구한 회의록)이 ‘완성본’에 가장 가깝다고 밝히면서 이 복구본과 봉하 유출본, 국정원 보관본 등 3개 회의록의 차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지난 2일 국가기록원 압수수색 결과 봉하 이지원에서 회의록이 삭제된 흔적을 발견, 이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봉하 이지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로 유출한 것으로 참여정부의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을 그대로 복사한 사본이다. 봉하 이지원에도 당시 정부에서 생산한 자료의 수정, 복사, 삭제 기록까지 모두 남아 있다. 검찰은 이 복구본이 청와대 이지원에 탑재됐다가 노 전 대통령 퇴임 전 삭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봉하 유출본은 봉하 이지원에 남아 있는 회의록으로 국정원 보관본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3개의 회의록은 모두 내용과 분량상 차이가 없는 최종본이자 완성본이다. 그러나 검찰은 ‘초안’으로 알려진 이지원 복구본이 완성본에 더 가깝다며 유출본과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내용은 큰 차이가 없는데 의미상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측은 ‘완성본을 만들면 초안을 삭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삭제된 회의록이 초안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발표는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앞서 작성됐던 회의록을 수정할 필요가 있어 의도적으로 1차 완성본을 폐기하고 내용을 수정해 또 다른 완성본을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내용이 있어 이지원에 등재된 회의록을 삭제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지원 복구본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저는’, ‘제가’라고 했던 것을 ‘나는’, ‘내가’로 바꾸는 등 저자세 표현을 수정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일부 삭제된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봉하 이지원 조사 과정에서 회의록 외에도 국내 정치와 관련된 문건 등 100여건이 삭제된 흔적을 포착했으며 추가로 사라진 자료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지원 개발에 관여했던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이지원 시스템에 2008년 1월 초기화 기능이 더해졌다”면서 “이명박 정부에 인계할 때 국가기록원으로 넘겨야 할 기록 외의 다른 불필요한 자료들이 초기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원은 자료 삭제 기능이 없는 대신 문서를 생산해 계속 수정, 관리할 수 있도록 이 기능을 더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檢 “회의록 복구본은 초안 아닌 완성본”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 삭제됐다가 검찰에 의해 복구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지원 복구본)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07년 10월에서 2008년 2월 사이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지원 복구본은 처음 만들어진 ‘초안’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완성본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4일 “회의록 삭제나 봉하 이지원 복제·유출, 국정원 이관 등은 시기가 좀 다를 뿐 모두 노 전 대통령 퇴임 전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지원 복구본, 봉하 유출본, 국정원본 등 회의록 3건은 모두 완성본이자 최종본이고, 복구본이 오히려 완성본에 더 가깝다”면서 “복구본이 초본이어서 삭제해도 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되고, 수정본(봉하 유출본)이 최종본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처음 푼 녹취록(이지원 복구본)은 실무적으로 참고하기 위해 만든 초안이라 기록의 가치가 없다”는 참여정부 인사 측의 삭제 해명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삭제 경위와 배경도 파악했고, 다 알고 있다”고 밝혀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검찰 조사는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누가, 왜 회의록 문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는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고의 삭제’ 무게… 지시·실행자 사법처리 가능

    ‘고의 삭제’ 무게… 지시·실행자 사법처리 가능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작성돼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탑재됐던 정상회담 회의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전에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삭제 주체, 이유 등을 파악하는 게 검찰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청와대 이지원에 탑재됐다가 삭제돼 자신들이 복구한 ‘이지원 복구본’이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유출한 ‘봉하 유출본’보다 먼저 작성된 점에 비춰 실수가 아닌 ‘고의 삭제’에 무게를 두고 삭제 지시자와 실행자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사건을 총괄·지휘하는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4일 “삭제 경위와 배경도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서 “삭제 이유는 처벌 여부나 수위와 관련이 있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차장검사는 “참여정부 관련자들은 완전한 결론을 위해 얘기를 들어 볼 필요가 있어 소환하는 것이고 (삭제 경위는)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할 부분”이라며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과학적 입증 근거를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때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삭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는 이미 파악이 다 됐다. 검찰은 오는 7일부터 참여정부 관련자 소환 조사를 통해 삭제 경위를 보완하는 한편 삭제 주체를 밝히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회의록은 2007년 10월 3일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 노 전 대통령 단독회담을 기록한 것이다. 조명균 전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조정비서관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당시 회담에 배석해 휴대용 디지털녹음기로 회담 내용을 녹음했다. 조 전 비서관은 서울로 돌아온 직후 녹취 파일을 국가정보원으로 보내 문서 형태의 녹취록을 받았고, 김 전 원장과 자신이 메모한 내용, 녹취 원본 등을 참고해 회의록을 만들었다. 이후 회의록은 청와대 이지원에 등록됐다가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 퇴임 전 삭제됐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회의록을 이지원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도 지난 2월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이지원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차장검사는 “지시를 수행한 이들도 공범”이라고 밝혔다. 삭제 지시자뿐 아니라 수행자들도 사법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 기록물 관리를 담당했던 임상경 전 비서관, 이창우 전 행정관 등 참여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삭제에 관여한 이들을 파악하기로 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을 파기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참여정부는 회의록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해 다시 이지원에 등록, 노 전 대통령 퇴임 전 ‘봉하 이지원’으로 옮겼다. 검찰은 “이지원 복구본이 봉하 유출본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면서 “이지원 복구본이 완성본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청와대 이지원에서 국가기록원으로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은 데 대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데이터 소멸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차장검사는 “데이터를 훼손하려면 대통령기록관에 가서 해야 하는데 로그기록, 폐쇄회로(CC)TV 등을 다 확인했지만 훼손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차장검사는 “입장에 따라 유불리가 있겠지만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사한 뒤 최종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盧 기록물 봉하유출 반대했지만 靑서 강행”

    “盧 기록물 봉하유출 반대했지만 靑서 강행”

    노무현 정부 시절 마지막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박명재(66)씨는 3일 “대통령기록물의 봉하마을 유출을 반대했지만 당시 청와대 측이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 ‘이지원’과 관련, “대통령기록물은 생산 부서가 임기 종료 전까지 직접 국가기록원장에게 넘기도록 돼 있다”면서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이걸 넘기지 않고 봉하 마을에 갖고 갔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가기록원에 넣고 방(대통령기록관)을 하나 만들어 줄 테니 와서 열람하라고 했다”면서 “그랬는데도 (보도를 보니) 노 전 대통령의 퇴임 6일 전에 청와대 측에서 가져가 유출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가져간 뒤 나중에는 ‘대통령 통치행위’라고도 얘기했던 것 같다”면서 “결국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정진철 당시 국가기록원장이 찾아가 설득했지만 반환하지 않다가 검찰이 수사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에서야 내놓았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는 (이명박 정부에) 정식으로 이관해 준 게 아니고, 불법유출된 걸 회수해 온 것”이라면서 “대통령기록물은 소위 ‘사초’이며, 이게 편집되면 ‘실록’인데 이게 멸실, 훼손, 수정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이지원 개발과 관련, “2007년 11월쯤 당시 김남석 행자부 전자정부본부장과 최양식(현 경주시장) 차관으로부터 청와대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대통령기록물을 관리·개발하기 위한 전자시스템을 개발해 달라’면서 기술개발 및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2억~3억원을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10억원까지 이르렀다”면서 “나는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안 된다고는 하지 말고 계속 검토 중이라고 버티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참여정부가 기록물을 (봉하로) 가져가서 대통령기록관에 넘기기 전까지 그 문서를 수정했을 가능성·개연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그런 부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봉하本은 대통령기록물, 국정원本은 공공기록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봉하 이지원’(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을 복제한 것)에서 확보한 회의록 두 건의 성격과 관련,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해야 할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국가정보원이 보관하다 지난 6월 공개한 회의록은 공공기록물로 규정했다. 회의록의 성격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지는 만큼 향후 검찰 수사와 관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3일 “국정원 보관 회의록은 봉하 이지원 회의록과 성격이 다르다”면서 “내용이 같더라도 법률적 성격이 다른 별개의 문건”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 회의록은 국정원이 녹취본을 토대로 만들고 국정원장 결재를 받아 생산, 접수, 관리했다. 공공기관인 국정원이 생산, 접수, 관리한 문건이기 때문에 공공기록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하지만 봉하 이지원 회의록은 청와대에서 생산해 이지원에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뒤 김해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간 ‘봉하 이지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이지원에서 삭제된 초안을 복구했고, 초안을 수정한 또 하나의 회의록을 발견했다.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지난 2일 “회의록은 반드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야 한다”면서 “이관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삭제가 됐다면 (문제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안 복구본과 수정 발견본은 국정원에서 보관하는 회의록 내용과 일치한다”면서도 “내용은 아니지만 차이가 있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오는 7일부터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30여명을 순차적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 대상자들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7일부터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이지원서 ‘NLL 회의록 삭제’ 파문] 포렌식·수색팀 나눠 한달반 열람… 755만건 훑었지만 못 찾아

    [이지원서 ‘NLL 회의록 삭제’ 파문] 포렌식·수색팀 나눠 한달반 열람… 755만건 훑었지만 못 찾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한 달 반 동안 경기 성남시에 있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참여정부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한 755만여건의 문서를 샅샅이 훑었지만 끝내 이곳으로 정식 이관된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 검찰은 회의록 자체가 처음부터 이관 대상 목록에 분류되지 않아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2일 결론지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회의록 실종과 관련해 지난 8월 17일부터 성남시에 있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전자기록물을 분석하는 ‘포렌식(과학적 증거수집 및 분석기법)팀’과 비전자기록물을 살펴보는 ‘수색팀’으로 수사팀을 나눠 첫날부터 열람 작업에 착수했다. 수색팀은 15만여건 2000박스 분량의 기록물이 보관된 대통령기록관 지정 서고를 확인했고, 포렌식팀은 각종 전자기록물을 이미징(복사)했다. 여기에는 참여정부의 문서 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의 백업용 사본인 나스(NAS), 암호화된 18만여건의 기록물이 담긴 97개 외장하드, 대통령기록물 관리 시스템인 팜스(PAMS), 그리고 ‘봉하 사본’(봉하 이지원)이 포함됐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기록물은 ‘이지원 시스템→기록물 관리 시스템(RMS)→이관용 외장하드→팜스’ 과정을 거쳐 저장됐다. 이 가운데 이지원의 소스코드 및 데이터 저장매체인 나스는 대통령기록관 서고로 이관됐다. 검찰은 파일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4억원 상당의 디지털 자료 분석용 특수차량까지 동원해 복사 작업을 했다. 수사 결과 대통령기록관에 정식 이관된 회의록은 찾지 못했지만,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져가려 했던 봉하 사본에서 회의록의 삭제 흔적을 발견해 복구할 수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이지원에 탑재된 것 중 이관에 필요한 것만 뽑아 외장하드에 넣어서 팜스로 옮기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봉하 사본은 통째로 (이지원을) 복사한 것이기 때문에 나스나 외장하드에서 발견할 수 없던 회의록의 삭제 흔적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퇴임 이후 봉하마을 사저로 이지원 사본을 가져가려 했다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문제가 제기되자 반납해 국가기록원에서 보관해 왔다. 여기에는 참여정부의 생산 자료뿐 아니라 복사·삭제·수정 기록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내용이 모두 들어 있는 ‘완결된 회의록’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삭제된 것과 다른 버전의 회의록 한 개도 발견했다. 둘 다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고 봉하 이지원에만 탑재돼 있었다. 이것은 삭제된 회의록이 수정된 형태로 국가정보원이 보관하는 회의록과 유사한 것이다. 사실상 최종본인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회의록의 성격 및 정상 이관물에 회의록이 없었던 이유 등에 대해 보강 조사 후 최종 수사 결과 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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