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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정훈의 간 맞추기] “9명?” 아니 “14명!”

    [유정훈의 간 맞추기] “9명?” 아니 “14명!”

    미국의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는 연방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몇 명 있으면 만족하겠냐는 질문을 받으면 주저하지 않고 “9명”이라고 대답한다. 오랜 기간 연방대법관 9명 전원이 남성일 때는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 9명 전원이 여성이라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일침이다.한국은 어떤가. 대법관 14석 중 3명, 헌법재판관 9명 중 2명이 여성이다. ‘전원’은 고사하고 ‘절반’까지 가는 것도 힘겨워 보인다. 여성 법관 비율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크게 늘었다가 2013년부터 증가 폭이 한풀 꺾였다. 사법연수원 성적으로 법관을 임용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일정 기간 경력을 거친 법조인을 임용하는 ‘법조 일원화’가 본격화된 시점과 공교롭게 일치한다. 지금 여성 법관 비율은 30%를 약간 밑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근 20년이 지났는데, 이 비율이 50% 언저리가 아니라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이지 싶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 뉴스를 접할 때 많은 여성이 분노한다. 기록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은 법조인의 직업병 아니 직업의식이고,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떤 근거로 ‘위계’가 부정되었을지, 어떤 이유로 강간이 아니라 화간으로 판단했을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때로는 나도 그런 내가 싫다. 오랜 세월 남성 법조인과 법학자가 독점하던 법리를 법대 1학년부터 자연스럽게 수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절반에 불과한 남성이 볼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이다. 법 해석과 적용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 그것은 과거의 편협함과 오류에 대한 교정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법조 직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시중은행에서 조직적으로 여성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사태가 버젓이 일어나는 곳이 한국이다. 직장에서 여성이 당사자인 문제가 일어나면 “여자라서”라는 말부터 나오는 것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남자만 채용했을 때는 사고치는 사람도 없고 사내정치도 없고 늘 완벽한 팀워크로 탁월한 성과를 냈는지 되묻고 싶다. 한국의 두 번째 여성 대법관 전수안은 퇴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끝으로 여성 법관들에게 당부합니다. 언젠가 여러분이 전체 법관의 다수가 되고 남성 법관이 소수가 되더라도, 여성 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헌법기관은 그 구성에서도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돼야 한다는 예리한 통찰에도 불구하고, 전수안 대법관의 당부가 한국 사회에 의미를 가지려면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는 긴스버그 대법관의 외침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몇 명 있으면 적절하겠냐고 누군가 질문한다면, 나의 대답은 “14명”이다.
  • ‘묘한’ 3金 브로맨스

    ‘묘한’ 3金 브로맨스

    김 부총리 “예산안 시일 내 부탁한다” 교체 언급 김성태 팔쓰다듬으며 만류 김관영 “부총리님 보면 마음이 짠해”퇴임을 앞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국회를 찾아 야당 원내대표들을 만났다. 김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면담을 청했다고 밝혔지만, 보수정치권 영입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의 행보여서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 부총리는 이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예산안을 적정한 시일 내 처리하길 부탁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저희 당에서 장관님 교체 성명은 냈지만, 좀 오래하시길 바랐는데 사실은 이런 식의 교체는 정말 아니다”라며 “부총리님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부총리는 “김 대표님도 공직생활 하셨는데 공직자가 다 그렇다”며 “자기 있는 자리에서 책임지는 게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장관님에게 부탁드리는 게 장하성 전 실장이 김수현 실장에게 빨간주머니 파란주머니 만들어서 줬다는데 장관님도 후임자에게 주머니 하나 주시라”고 하자 웃으며 “나는 노란색까지”라고 화답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김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내년도 나라 살림을 던져놓고 막상(경제수장을 교체하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어떻게 예산을 처리해 줘야 하는지 야당도 난감하다”고 위로성 발언을 했다. 이에 김 부총리는 “제가 제출한 예산을 법정기한 내 처리해 주시고, 제가 있는 한 (예산)마무리 짓겠다”며 “다른 어느 해보다 잘 설명하고 지적을 잘 수용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간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김 부총리의 경질을 요구하던 보수 야당 대표들이 정작 경질 이후에는 정반대로 동정과 친근감을 표시하는 등 과거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기재위원장과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만나 예산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김 부총리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전화번호를 물어봤다는 얘기도 들린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윤문균 현대삼호중 전 사장 퇴임하며 사비 1억원 기부

    윤문균 현대삼호중 전 사장 퇴임하며 사비 1억원 기부

    윤문균 현대삼호중공업 전 사장이 퇴임하며 사비로 1억원을 기부하기로 해 미담이 되고 있다. 윤 사장은 지난 8일 손형림 노동조합 지회장을 만나 회사 임직원들의 복지기금으로 사용해 달라며 4000만원을 전달했다. 오는 14일에는 목포시와 영암군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각각 3000만원을 기탁할 예정이다. 윤 사장은 “임직원들의 노력과 지역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회사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갈 수 있었다”며 “회사를 떠나며 저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11월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으로 부임했다. 재임기간 중 위기에 처한 회사의 공정을 안정시키고 노사화합과 임직원들이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윤 전 사장은 임기 내내 늘 현장을 순회하며 직원들의 안전을 살피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던분이다”며 “회사를 떠나며 보인 아름다운 모습에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영암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퇴학·0점 처리 없인 자퇴 안 된다”는 숙명여고 학부모들…쌍둥이 어떻게 되나

    “퇴학·0점 처리 없인 자퇴 안 된다”는 숙명여고 학부모들…쌍둥이 어떻게 되나

    “자퇴 처리 땐 전교 1등 성적 수시 활용 가능성”말 아끼는 학교 측, 확정 판결 전까지 퇴학 처리 어려울 듯내신 시험지 유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서울 숙명여고의 쌍둥이 자매가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부모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퇴하면 1·2학년 때 성적을 인정받아 수시 때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학교에서는 자퇴서 승인 여부를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쌍둥이 자매는 지난주 초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학교 측은 서울교육청에 자퇴서를 수리해도 될지 문의하는 등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육청 측은 “수사결과에 따라 쌍둥이를 징계해야 할 가능성을 고려해 자퇴서 처리에 신중을 기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실제 숙명여고가 쌍둥이 자매를 자퇴 처리할 가능성은 낮다는 예측이 많다. 아직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자퇴를 인정하면 사회적 비난 여론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자퇴가 인정되면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를 떠나 다른 학교로 전학할 수 있다. 부정행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의심받는 1학년2학기와 2학년1학기 성적도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정받기 때문에 내년 응시할 수시 등 대입에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재판 결과 쌍둥이 자매가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면 해당 시험 성적은 0점 처리되고 퇴학당한다. 다른 학교로 전학도 어려워져 고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재판 결과 전까지는 퇴학 처분이 어렵다. 교육계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고 해도 재판 때 뒤집힐 가능성이 있기에 학교가 섣불리 쌍둥이 자매를 퇴학 시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숙명여고 관계자는 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쌍둥이 자매 자퇴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 A(53)씨는 지난 6일 구속됐지만,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험지 유출 의혹 규명은 재판이 끝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대법원까지 이어진다면 쌍둥이 자매는 그동안 성적을 모두 인정받고 고교를 졸업할 가능성도 있다. 쌍둥이 자매는 2학년 1학기 문·이과에서 각각 전교 1등을 했지만 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진 뒤 처음 치러진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성적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여고 학부모와 졸업생으로 구성된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쌍둥이 엄마는 ‘스트레스로 인해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어 자퇴한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국민과 학부모들은 이번 중간고사 성적이 떨어져 좋은 학교에 지원할 수 없게 됐기에 자퇴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숙명여고 측은 지난달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할 수 없다”고 학부모들에게 전달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8월 이번 사안으로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 당시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 A씨에게 정직 처분을 요구했지만 학교측은 이들에게 직위해제 조치만 한 뒤 징계하지 않았다. 그 사이 교장은 정년퇴임했다. 현행법상 교육청은 감사 결과에 따라 사립학교에 징계 요구를 할 수 있지만 사립학교는 징계 권한이 재단에 있기에 학교 측에서 이를 받아들으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헌법재판관 서훈 수여식 참석한 文대통령

    헌법재판관 서훈 수여식 참석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퇴임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서훈 수여식에 앞서 강일원 전 재판관과 악수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메르켈 “사민당과의 대연정 유지”…‘분란 기폭제’ 獨정보기관 수장 경질

    메르켈 “사민당과의 대연정 유지”…‘분란 기폭제’ 獨정보기관 수장 경질

    독일 극우 세력을 두둔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대연정의 분란 기폭제가 된 정보기관 수장이 두 달간의 논란 끝에 경질됐다. 지난달 지방선거 패배 후 각자도생하고 있는 대연정 주축인 기독민주당, 기독사회당, 사회민주당의 악화된 관계가 봉합될지 주목된다.●대연정 주축 정당들 악화된 관계 봉합될까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연방 내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헌법 수호청(BfV)의 한스 게오르그 마센 청장을 경질한다”면서 “마센 청장이 당초 내무무 특임고문으로 자리를 이동하기로 한 계획도 취소됐다”고 말했다고 DPA통신 등이 전했다. 마센 청장은 지난 9월 켐니츠에서 발생한 극우세력의 폭력 시위에 대해 “시위대가 외국인을 공격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고, 시위대의 폭행 동영상도 누군가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도부와 접촉해 내부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도 불거지면서 대연정내 중도 좌파인 사민당이 그의 경질을 강력 요구했다.하지만 대연정 내에서 난민에 부정적인 기사당 대표를 맡고 있는 제호퍼 장관은 마센 청장을 헌법수호청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대신 내무 차관으로 승진 발령을 내려고 했고, 사민당의 반발이 거세자 다시 마센 청장을 내무부 특임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조정했다. ●극우 두둔 마센 청장 ‘음모론’ 등 논란 키워 이 과정에서 마센 청장이 사전에 작성해 둔 퇴임사에 “사민당 내 극좌 세력의 정치적 음모로 자신이 희생양이 됐다”고 서술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또 논란을 몰고 왔다. 이 때문에 제호퍼 장관도 더이상 마센 청장을 두둔하지 못하고 경질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민당 대표인 메르켈 총리가 차기 총리 불출마를 선언한 뒤 사민당 내부에서 대연정을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마센 청장을 둘러싼 연정세력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걸 방증한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민당과의 대연정은 유지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하이쿠에 뒤처질 것 없는 시조…왜 본고장서 ‘옛것’ 취급하나”

    [색다른 인터뷰] “하이쿠에 뒤처질 것 없는 시조…왜 본고장서 ‘옛것’ 취급하나”

    “시조가 하이쿠(俳句·일본 정형시)보다 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 인터넷 검색 창에 하이쿠(haiku)를 치면 수백개의 웹사이트가 뜹니다. 영어로 하이쿠를 창작하는 활동이 미국에서 그만큼 대중적이라는 얘깁니다. 그러나 시조는 아직 많이들 모릅니다. 한국학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아주 샘이 납니다. 그런데 정작 본고장 한국에서도 시조를 ‘옛것’으로 치부해 안타깝습니다.”미국에서 손꼽히는 ‘벽안의 한국학자’ 마크 피터슨(72·한국명 배도선) 미국 브리검영대(BYU) 명예교수는 지난 7월 퇴임한 이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브리검영대는 모르몬교에서 운영하는 사립 종합대다. 모르몬교 지도자 브리검 영(1801~1877)의 이름을 땄다. 피터슨 교수는 선교를 위해 BYU 학생 시절인 1965년 처음 한국에 왔다. 6·25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때였다. 피터슨 교수는 당시 한국과 맺은 깊은 인연으로 지난 53년 동안 140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30년간 강단에서 한국 역사·문학을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해온 피터슨 교수는 지난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어떤 일로 방한했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25~26일 경북 청도군에서 국제시조협회가 주관한 ‘2018 청도국제시조대회’ 평가위원으로 왔다. 지난해에만 한국에 6번 왔다. 올해는 4번째인데 다음 달 한국학중앙연구원 초청으로 한 번 더 오게 될 것 같다. 주로 학술회나 연구발표회에 참석하거나 강연을 하러 온다. 이번에도 ‘미국에서의 시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무엇이 한국학 연구로 이끌었나. -선교 활동을 하러 처음 왔다. 2년 6개월쯤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향수병이 생길 정도로 한국이 그리웠다. 한국을 더 알고 싶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는 한국에 관한 제대로 된 책이 거의 없었다. 원래 변호사나 외교관에 관심이 있었지만 교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운 좋게 하버드대 석·박사 과정에 입학해 ‘한국학 1세대’ 학자로 꼽히는 에드워드 와그너(2001년 별세) 교수(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초대 소장) 지도를 받게 됐다. 은사님은 족보 전문가셨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1968년부터다. →한국학 전공자로서 한국 역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선시대 족보를 보면 시기별로 작성 방식이 다르다. 조선 전기에는 입양이 거의 없었다. 적자(嫡子)가 없으면 족보에 무후(無後)라고 적었다. 대(代)를 이어갈 자손이 없어도 됐다는 뜻이다. 후기에는 꼭 입양을 했다. 무엇을 기점으로 달라졌는지 궁금해 분재기(分財記·재산 상속·분배에 관한 문서) 같은 여러 고문서를 찾아 분석했다. 조선 전기에는 상속 역시 남녀 균등하게 이뤄졌다. 제사도 윤행(輪行)이라고 해서 남녀가 차례대로 지냈다. 그러다가 17세기 후반 분재기가 아예 사라졌다. 장남이 모든 재산을 소유하는 것으로 상속 방식이 바뀐 것이다. 한국이 장자(長子) 중심 사회가 된 것은 조선 후기의 일이고 그 전까지 남녀는 평등한 관계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남존여비 사상은 중국에서 수입된 유교를 조선 후기 더 강력하게 받아들이면서 뿌리내린 것인데, 마치 한국의 오랜 전통처럼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 또 유교 때문에 조선 왕조가 망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선 후기에 중국식 유교를 지나치게 흡수한 측면은 있지만 유교 사상 때문에 망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 →‘한국 전도사’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일본의 하이쿠는 미국 모든 학생들이 배운다.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창의성을 위해 하이쿠 창작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지 않나. 하이쿠가 잘되니 한국학 교수들도 그런 심정이었다. 한국학자들 사이에서 ‘시조 짓기’를 전파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해마다 한 번씩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미 전역 중학교 교사들이 모인다. 학생들에게 ‘시조 짓기’를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시카고에 사는 전문직 한인들이 주축이 돼 2006년 비영리 문화단체인 세종문화회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해마다 세종작문경연대회를 연다. 벌써 올해로 13회째다. 내가 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 청소년과 청년이 모여 한국의 문학 작품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시조를 짓는다. 창의성을 기르는 데 시조 창작만한 것이 없다. 겪어본 바로 한국인은 똑똑한데 여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못하는 이유는 창의성이 무시되는 교육 방식과 시험 제도에 있다고 본다. 미국은 늘 학계에서 새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그것을 교육 과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이뤄진다. 또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선호한다. 객관식 단답형 문제로 대학 입학생을 뽑는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를 때 한 학생이 쓴 에세이를 전혀 다른 지역의 학교 교사 3명이 평가한다. 이렇게 하면 한국에서 빈번하게 불거지는 대입 과정에서의 공정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남북, 북·미 관계 진전을 어떻게 보나.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라는 말이 있다. 북한을 협상 무대로 이끌어낸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마음 속으로 통일이 되기를 염원해 왔다.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보다 햇빛을 통해 최대한 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나는 요즘 탈북자 출신 유학생 부부와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다. 원래 둘째 딸 부부와 함께 살던 아파트가 있다. 같은 건물이지만 살림은 구분된 형태다. 딸 부부가 분가하면서 집이 비어 학교에서 우연히 알게 된 탈북자 부부에게 들어와 살라고 제안했다. 아주 명랑하고 재미있는 분들이다. 이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접하는 북한의 실상은 더 참혹하고 안됐더라. 하루빨리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평생 학자로 살면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고 책도 많이 썼다. 앞으로는 학자로서 연구만 하기보다 다른 걸 해보고 싶다. ‘정외와(井外蛙)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정외와는 한자 그대로 ‘우물 밖 개구리’라는 뜻이다. 한국사를 침략으로 점철된 역사라고 보는 일부 한국인들의 인식과 유교 사상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고 싶다. ‘역사적으로 늘 외세의 침략만 당하고 살았다’는 한국인의 피해의식은 일제가 심은 식민사관에 불과하다. 외세 침략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두 번이었다고 본다. 나머지는 침략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또 시조와 같이 훌륭한 전통을 ‘옛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것 역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마크 피터슨 명예교수는 누구 1973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동양학·한국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같은 대학원에서 조선 중기 입양제와 상속제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1993년 15년 동안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았으며, 국제한국어교육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1984년부터 브리검영대 아시아학부에서 한국 역사와 문학을 가르쳤다. 1996년 ‘유교사회의 창출, 조선 중기 입양제와 상속제의 변화’ 논문으로 해외 한국학자에게 주어지는 ‘연암상’을 받기도 했다. 1999~2002년 미 아시아학회 한국학위원회 회장을 역임했다.
  • 후임없이 떠나는 김소영 대법관…대법원 공백 사태

    후임없이 떠나는 김소영 대법관…대법원 공백 사태

    김소영 대법관이 임기만료로 퇴임하면서 대법관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김상환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가 후임자로 지명됐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인사청문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1일 김 대법관은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대법원은 당분간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대법관 11인 체제로 운영된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뒤 처음 발생한 대법관 공백이다. 김 대법관 역시 퇴임식에서 “후임이 아직 임명되지 않아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다”며 “막중한 대법원 재판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조속히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려했다. 대법관의 공백은 여야 이견으로 후임자인 김상환 부장판사의 임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김 대법원장은 김 부장판사를 새 대법관 후보로 제청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김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특별위원을 인선하지 않아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구성조차 못됐다.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정식 임명된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일부 사건을 심리하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건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에서 심리한다. 새 대법관 인선이 끝날 때까지 소부 선고사건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마지막 법원행정처장을 거쳐 2012년 11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그가 퇴임 전 마지막으로 주심을 맡은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의 재판거래 대상이 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이었다. 김 대법관의 퇴임 하루 전인 지난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선고 내렸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3대 혁신으로 ‘완전히 새로운 경남’… 일에 파묻혀 지냅니다“

    “3대 혁신으로 ‘완전히 새로운 경남’… 일에 파묻혀 지냅니다“

    “경남도지사 자리는 정말로 일 ‘구디’(구덩이의 경상도 방언) 그 자체입니다.” 김경수(51) 지사는 31일 서울신문 인터뷰 초입에 “지난 7월 취임한 뒤 날마다 일에 파묻혀 지낸다”며 살짝 웃었다. 그는 “짧은 기간이지만 도정을 들여다 보고 챙기는 동안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도 특히 경남지사 자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할 일이 많은 자리인지 알게 돼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특정한 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일을 간섭받지 않고 알아서 할 수 있는 국회의원에 견줘 이젠 도내에서 일어나는 일 대부분에 관계돼 마음이 쓰이고 뉴스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늘 긴장되는 자리다. 그렇지만 사람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자기 뜻과 어긋나지만 꼭 해야 하는 일도 있다. 지사 출마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굳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청 공무원들은 ‘도지사 김경수’에 대해 “직원들을 부드럽게 대하고, 일을 꼼꼼하게 챙기며, 결정을 신중하게 하는 스타일로 보인다”고 귀띔한다. 대담:송한수 부국장·사회2부장→김경수 도정 방향과 비전은. -민간 주도로 소통하는 지속적인 3대 혁신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도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 단순히 새로운 것이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새로운 게 된다. 그러나 ‘완전히 새롭다’는 것은 토대부터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혁신은 스마트 공장 확대를 중심으로 제조업 혁신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제조업을 혁신하지 않으면 경남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 스마트 공장은 제조업 생산현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의사결정을 하는 지능형 생산공장을 가리킨다. 2022년까지 이러한 공장 2000개를 만들고 스마트 산업단지와 스마트 시티도 확대하겠다. 스마트 산단 개수를 떠나 그것을 통해 경남 중소 제조업이 혁신되고 경쟁력 강화로 경남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목표다. 스마트 공장이 늘어나면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다. 사회혁신은 사회문제 해결과정에 공익과 사회통합 등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가운데 도민이 직접 참여하고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공감대 확산과 시범사업 발굴 등 의견수렴을 한 뒤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도정혁신은 경제·사회혁신이 제대로 안착하고 실행될 수 있도록 도청의 조직, 인사 시스템, 일하는 시스템 등 도정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국책사업으로 결정된 김해신공항 건설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해신공항을 동남권 관문 공항 기능을 수행하도록 건설하겠다는 게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다. 그러나 민선 7기 출범 전후로 지역 주민과 지자체, 정치권 등에서 안전성과 소음, 확장성에 문제가 있음을 꾸준히 제기했다. 경남·부산·울산이 신공항 민간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검토한 결과 안전성과 소음 대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토교통부에 지적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부·울이 ‘동남권 신공항 검증단’을 구성해 국토부와 함께 신공항 주요 쟁점을 점검하고 문제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검증단과 국토부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무총리실에 중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점검과 논의를 거쳐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게 도지사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도지사로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보람을 느낀 일이라면. -(웃으면서) 좀 고민해야겠는데. 얼마 전 통영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가 정부에서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로 건설하겠다고 처음으로 약속했다. 낙후한 서부경남 균형발전을 위해 하루빨리 착공해야 할 사업이다. 도지사로서 행정 성과를 내는 게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서부경남 KTX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결정해야지 경제성만 따져서는 추진력을 얻지 못한다. 연내 정부재정사업으로 결정되면 철도 길목인 진주, 고성, 통영, 거제 등은 새로운 투자여건 마련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속도를 붙일 것이다. KTX 건설과 연계해 주변 지역 발전 비전을 마련해 추진하는 일도 중요하다. 도와 해당 시·군이 서둘러 논의하도록 재촉하고 있다. 통영·거제는 많은 관광자원을 적극 활용해 관광산업 비중을 높이면 조선업 불황에 맞닥뜨려도 영향을 덜 받게 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도지사 4년 임기 한 번에 이룰 수 있을까. -우리나라 대통령 임기도 5년 단임은 짧다고 본다. 많은 나라에서 중임제를 선택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첫 임기에 열심히 해 옳은 방향이면 국민들이 한 번 더 선택해 마무리까지 하도록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굵직한 국정과제를 해내기엔 5년은 짧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은 중단되기 일쑤여서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4년 열심히 해서 평가를 받고 선택 여부에 따라 두 번까지 8년 정도 하면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3선 12년은 너무 길다. 꼭 도지사를 한 번 더 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으로선 드루킹 댓글 조작 연루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데 도정에 어떠한 차질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 정리 사진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인간 김경수의 행보 노 전 대통령과 ‘운명’…요직 맡아 국정 경험…어려운 사람 곁 ‘진국’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고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을 비서관으로 끝까지 보좌했다. 서울대 인류학과 재학 때 학생운동으로 세 차례 옥고를 치른 그는 신계륜 의원 정책비서를 지내다 2002년 7월 제16대 대통령선거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전략기획팀 부국장으로 합류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해 12월 당선인 비서실 기획팀을 거쳐 노 전 대통령과 나란히 청와대로 들어가 국정상황실 행정관, 연설기획비서관, 공보담당비서관 등 요직을 두루 맡으며 국정을 경험했다. 2008년 퇴임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한 노 전 대통령을 따라 내려갔던 그는 노 전 대통령 별세에 따른 충격으로 자다가 깨는 때도 잦았다고 한다. 김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았다면 정치의 길로 떠밀지 않았을 테고 문재인 대통령도 정치를 하지 않고 양산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2012년과 2017년 18대·19대 대통령선거 땐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수행팀장과 대변인을 지낸 문 대통령 최측근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늘 어려운 이들을 생각하는 진국’이란 말을 듣는다고 한다. 김 지사는 2012년 김해시 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남지사를 지낸 당시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에게, 2014년 도지사 선거에선 역시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와 맞붙어 패배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이어 올해 6·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요청으로 국회의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출마해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를 꺾어 뜻을 이뤘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사임 앞둔 세션스 지지자들, 백악관에 ‘명예로운 퇴진’ 촉구

    사임 앞둔 세션스 지지자들, 백악관에 ‘명예로운 퇴진’ 촉구

    제프 세션스(72) 미국 법무장관의 재임기간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그의 측근과 지지자들이 백악관에 “그 동안 세션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사면서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왔다”며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했다고 AP통신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보수 진영 내부에서 소신있는 세션스 장관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그가 대선 주자급 거물 정치인으로 급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 신시내티 시장 켄 블랙웰은 오는 6일 중간선거 직후 세션스를 파면하는 대신에 그를 내년 1월까지 재임하게 한 뒤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을 취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이는 세션스 장관의 상원의원 및 대법관 경력을 인정해 파면 등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이 아니라 최소한의 예우를 갖춘 순조로운 이임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블랙웰은 “백악관 비서실장 존 켈리, 대통령의 사위인 저레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도 모두 기본적으로 그(세션스)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세션스를 위한 구명운동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칭 ‘세션스에 대한 오랜 숭배자’라는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으로서 세션스 지지자들과 백악관 사이의 중재 역할을 기꺼이 맡겠다고 말하고 있다. 깅리치 전 의장은 “세션스는 명예로운 퇴진을 할 자격이 있다. 그의 경력은 멋지고 인상적인 퇴임을 할 만한 자격을 갖췄다. 강력한 보수주의자로서 법무부 일을 누구보다 잘 해왔다”고 말했다. 세션스의 지지자 몇 명은 세션스가 이민 정책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기 때문에 백악관으로부터 예우를 받아 마땅하다고 행정부에 제기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11월 6일 중간선거 이후로 예측되는 세션스의 사임을 유보시킬 만큼 백악관의 동정을 사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법무장관이 러시아스캔들 수사를 맡는 것을 기피하고 자기를 보호하는 일에 나서지 않았다며 여전히 한결같은 분노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션스 장관은 그동안 대통령의 혐오 대상으로 공인되다시피 하면서도 꾸준히 보수파로서 자기 임무를 다 해왔고 정기적인 기자회견이나 발표도 맡아왔다. 26일에는 플로리다주의 폭탄 소포 용의자의 체포사실을 발표하는 법무부 기자회견도 맡아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세션스를 해고하겠다는 발언을 자주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중간선거만 끝나면 법무부를 완전히 쇄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1세대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별세

    1세대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별세

    국문학 연구 대가이자 1세대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25일 별세했다. 82세.평생 한국문학 역사를 연구한 고인은 ‘한국문학의 산증인’으로 불릴 정도로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근대문학에서 시작해 한국문학 연구의 현대적인 기틀을 닦았으며 독보적인 학문적 성과를 이룩했다. 그가 쓴 학술서, 비평서, 산문집, 번역서 등 저서는 200여권에 달한다. 1936년 경남 김해군 진영읍 사산리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사범대 국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로 2001년까지 30여년간 후학을 양성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발 빠르고 폭넓고 깊이 있게 읽어내고 비평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문학평론가로 기록된다. 수십년간 쉬지 않고 문예지에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 작품을 읽고 월평을 썼다. 2000년까지 100권을 내 이듬해 교수 정년퇴임 때 ‘김윤식 서문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2001)과 은관문화훈장(2016)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미국 첫 여성 대법관 오코너 “치매 초기이지만 내 삶에 감사합니다”

    미국 첫 여성 대법관 오코너 “치매 초기이지만 내 삶에 감사합니다”

    미국의 첫 여성 연방대법관을 역임했던 ‘알츠하이머병 치유 전도사’ 샌드라 데이 오코너(88) 전 대법관이 자신도 치매 유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 초기단계로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오코너 전 대법관은 법원에 보낸 서한 형식 성명을 통해 “나는 여전히 친지들과 더불어 살겠지만 치매가 있는 삶의 마지막 단계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축복받은 내 삶에 대한 감사와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에 의해 미 최초 여성 연방대법관에 임명됐고,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힘겨루기 속에서 ‘중도의 여왕’으로 균형추 역할을 했다. 종신직인 대법관에서 2006년 퇴임한 이유도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남편 존 오코너를 보살피고자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었다. 평생 부부로 서로 사랑했던 남편이 치매로 인해 아내 오코너를 완전히 잊고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졌지만 이를 이해하고 그 외도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순애보로 미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알츠하이머병 치유를 위한 전도사를 자처했고, 시민윤리를 강의하는 웹사이트 ‘아이시빅스’(iCivics)를 출범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 나섰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오코너 전 대법관은 거탑과 같은 인물이자 여성은 물론 법 앞에 평등한 모든 이의 모범이었다”며 “그 어떤 병세도 그녀가 많은 이들을 위해 제공했던 영감과 열정을 앗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북·미 2차 정상회담 내년 초로 밀려도 김정은, 예정대로 연내 서울 답방하나

    북·미 2차 정상회담 내년 초로 밀려도 김정은, 예정대로 연내 서울 답방하나

    대화모드로 북·미 협상 동력 유지 원해 한 번 연기한 북·러 정상회담도 곧 개최 교황, 내년 5월쯤 北·日·中 순방 가능성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북·러, 북·중 정상회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등 동북아 빅이벤트들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네바다주 엘코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현장에서 “그것(북한 문제)은 잘될 것이다. 서두르지 말라”면서 “미사일 발사도 없고 인질들도 돌아왔다”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날 로이터통신 등 일부 기자들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내년 1월 1일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말해 올해를 넘겨 내년 초에 열릴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남북 정상이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를 연내로 못박은 만큼 이를 연기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21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남북이 다시 한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특히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함으로써 북·미 관계를 최악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한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러 정상회담도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상관없이 연내에 개최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러는 이미 지난 6월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김 위원장의 남북, 북·미, 북·중 정상회담 스케줄로 인해 정상회담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회담을 내년으로 미루기엔 북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북한 입장에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통적 우방의 지지를 확보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통해 대북 제재 완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북·중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열리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양국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열린다면 중국이 북한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이는 중국도 북한도 바라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교황의 방북은 기본적으로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에 직결되는 사안은 아니기에 북한과 교황청의 협의 결과에 따라 날씨가 풀리는 내년 봄쯤 이뤄질 전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년에 일본에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내년 4월 아키히토 일왕이 퇴임하고 새로운 왕이 즉위한 이후 5월쯤 북한과 일본, 중국을 순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러시아를 방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나사르 수사 관련 증거 빼돌린 美체조협회장 체포

    나사르 수사 관련 증거 빼돌린 美체조협회장 체포

    미국체조협회(USAG) 회장들이 잇따라 낙마하는 가운데 지난해 초 퇴임했던 스티브 페니 전 회장이 래리 나사르 추문에 관한 증거들을 빼돌린 혐의로 체포됐다. 페니는 여러 법원으로부터 200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나사르에 관한 수사가 한창일 때 나사르가 대표팀 주치의로 일하던 훈련센터의 문서를 빼돌린 혐의로 텍사스주 대배심에 기소됐는데 헌츠빌에 있는 워커 카운티 검찰청은 17일(현지시간) 그를 체포하라고 명령해 테네시주 개틀린버그에서 체포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페니는 워커 카운티의 카롤이 랜치에서 나사르가 벌인 행태들에 관한 문서들을 “파괴하거나 숨길 의도를 갖고 진행 중인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이들 문서는 인디애나폴리스의 USAG 본부에 있는 페니에게 전달됐다가 그 뒤 지금까지 당국은 이 문서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ESPN은 전했다. 테네시주에서 체포된 페니는 사건 관할인 텍사스주로 이감될 예정이며 그곳에서 유죄 판결이 이뤄지면 2~10년의 징역형과 함께 최고 1만달러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영국 BBC가 전했다. 한편 앞서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나사르 파문에 초토화된 협회를 재건할 회장 대행 겸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던 매리 보노(56)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시몬 바일스(21)와 앨리 라이스먼(24)의 잇단 문제 제기에 나흘 만인 16일 물러났다. 보노의 전임자인 케리 페리 역시 취임 9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사임했는데 나사르 추문의 후유증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견디지 못했다. 페리의 전임자가 바로 페니였다. 나사르는 지난해 12월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60년형을 선고받고 지난 1월 성추행 혐의로 175년형을 언도받았으며 다음달에는 어린 체조선수들을 농락한 혐의로 40~1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로부터 농락 당했다고 주장한 미국 체조 대표팀 선수들과 미시간주립대 재학생 등은 300명이 넘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새 진용 꾸린 헌재, 산적한 난제 처리 서둘러야

    국회가 어제 본회의에서 김기영·이종석·이영진 등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선출안을 마침내 가결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달 2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다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문제 등에 대한 여야의 이견으로 표결을 미뤄 왔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관련된 분쟁을 담당하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국회에서 만든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심사하거나 대통령 등의 탄핵을 최종 결정한다. 국무총리·국회의장·대법원장 등과 더불어 헌법재판소장이 4부 요인으로 불리는 것도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헌재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그러나 헌재는 최근 한 달간 ‘개점휴업’ 상태였다. 국회 몫으로 선출된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전 재판관이 지난달 19일 퇴임했는데도 국회가 후임 선출 투표를 미룬 탓에 전체 9명 중 3명이 공석인 재판관 6인 체제가 계속됐다. 현행 헌재법에 따르면 사건을 심리하려면 최소한 7명의 재판관이 출석해야 한다. 6인 체제에서는 위헌 여부의 결론을 내리기는커녕 심리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중요 사안을 의결하는 헌법재판관회의 구성도 불가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회의 책무 소홀로 헌법기관의 공백 사태를 초래하고 국민의 헌법적 권리까지 침해하는 상황을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대법원 추천 몫이자 정치적 편향성 등의 문제가 있는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했다고 비판하며 국회 인준 표결 참여를 거부했다. 헌법기관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식물헌재’를 만든 책임에서 한국당의 처신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 늑장 표결 등에 따른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는 과거에도 고질병처럼 반복됐다.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국회는 입법으로 공석인 재판관을 대체할 수 있는 ‘예비재판관’ 제도나 후임이 선출될 때까지 전임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 헌재의 안정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헌재의 기능이 멈춰서는 안 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국회의 책임이다. 재판관 공석 사태로 방치됐던 난제들을 서둘러 처리하는 건 새 진용을 갖춘 헌재의 몫이다. 낙태죄 처벌이나 최저임금제의 위헌 여부 사건이 대표적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된 행정조치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결론을 내려 이 사안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불신 해소에 나서야 한다.
  • 헌재 한달 만에 재판관 9명 ‘완전체’ 됐다

    헌재 한달 만에 재판관 9명 ‘완전체’ 됐다

    野, 與추천 김기영 반대 불구 부결 못시켜 文대통령, 이탈리아 현지서 임명안 재가국회가 17일 본회의를 열고 김기영(50·사시 32회), 이종석(57·사시 25회), 이영진(57·사시 32회)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선출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국회 추천 몫으로 선출된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전 재판관 퇴임 이후 한 달여 동안 공백 상태였던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을 모두 갖춘 ‘완전체’가 됐다. 교섭단체인 여야 3개 정당이 각각 추천한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이종석(자유한국당), 이영진(바른미래당) 후보자의 선출안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른 무기명 자유투표 결과 모두 가결됐다. 김 후보자는 총 238표 가운데 찬성 125표, 반대 111표, 기권 2표를 받았다. 이종석 후보자는 찬성 201표, 반대 33표, 기권 4표를, 이영진 후보자는 찬성 210표, 반대 23표, 기권 5표를 각각 얻었다. 민주당이 추천한 김 후보자에 대해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반대 투표에 나섰으나 선출안을 부결시키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1996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관 생활을 시작한 김 후보자는 지식재산권 관련 재판을 오랫동안 맡아 특허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판사로 평가받는다. 2015년 법원 내 진보적 성향 판사 모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법원 내 학술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를 지내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법원장도 이 단체의 회장을 지낸 바 있다. 2009년 광주지법 부장판사 시절엔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인 신영철 전 대법관의 이른바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폭로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같은 이력이 알려지면서 한국당 등 야당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된다며 재판관 임명을 반대해 왔다. 이들은 이르면 18일 오전 헌재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헌재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하는 재판관회의를 열지 못해 하지 못했던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에 대한 지정재판부 편성도 이뤄져 헌재의 기능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3일 일하고 월급 1090만원”…퇴직직원에 월급 퍼준 교육부 산하기관

    “3일 일하고 월급 1090만원”…퇴직직원에 월급 퍼준 교육부 산하기관

    교육부 산하·유관기관이 기획재정부의 예산집행 지침을 어기고 3일만 일해도 월급 1090만원을 전액 지급하는 등 퇴직직원들에게 월급을 퍼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곽상도(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장학재단·교직원공제회·연구재단·교육학술정보원·사학진흥재단 등 교육부 산하·유관 공공기관들이 근속연수나 근무일수와 관계없이 퇴직하는 달 월급 전액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재부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 지침에 따르면 퇴직 시월급을 전액 받으려면 15일 이상 근무해야 한다. 사학연금은 2년 이상 근속하고 퇴임하는 경우에는 월급 전액을 지급하는 규정을 두고2016~2018년 15일 이상 근무하지 않고 퇴직한 임직원 11명에게 총 6930만원의 월급을 지급했다. 3일 근무한 전 이사장에게 월급 1090만원을 지급하는가 하면 3일 근무한 상임감사에게는 872만원, 2일 근무한 상임이사에게 869만원을 줬다. 장학재단은 근무연수에 상관없이 퇴직월 하루만 근무해도 월급 전액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 3년간 15일 이상 근무하지 않고 퇴직한 임직원 13명에게 총 5136만원의 월급을 지급했다. 교직원공제회는 3일 근무한 전 이사장에게 1308만원, 이틀 근무한 이사에게는 884만원을 지급했다. 이밖에 사학진흥재단은 이틀 일한 직원에게 640만원을,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15일 미만 근무한 직원들 3명과 5명에게 각각 809만원, 1385만원을 지급했다. 곽 의원은 “공공기관들이 퇴직자들에게 마지막 달 월급을 보너스처럼 지급하고 있다”면서 “퇴직월 보수 내부 규정을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맞게 개정하고, 관련 지침 준수 여부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평가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미투도 못 막았다…캐버노 ‘50대48’ 박빙 인준

    미투도 못 막았다…캐버노 ‘50대48’ 박빙 인준

    진보 4명·보수 5명… 대법원 ‘우클릭’ 강화 공화당선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만 기권표 트럼프 “역사적 승리이자 미국민의 승리”고교 시절 성폭행 의혹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브렛 캐버노(53)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미 의회 인준안이 6일(현지시간) 가까스로 상원의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캐버노 후보자는 미 역사상 114번째 연방대법관에 취임하게 됐다. ‘젊은 보수’ 캐버노 후보자의 취임으로 보수·진보 대법관이 4대4의 팽팽한 균형을 이뤄온 미 연방대법원이 보수 쪽으로 ‘우클릭’할 전망이다.이날 오후 열린 상원에서 캐버노 후보자의 인준안은 찬성 50 대 반대 48로 최종 통과됐다. 이는 상원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원 수인 51명, 49명(무소속 포함)과 거의 비슷하다. 이번 표결은 24대23으로 통과된 1881년 스탠리 매튜스 연방대법관 인준 표결 이후 가장 박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표결은 의원 이름이 불리면 일어나 찬반을 말하는 호명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캐버노 후보자에 관해 입장을 유보했던 공화당 의원 중 수전 콜린스 메인주 의원이 찬성을 표명했고, 민주당에서도 조 맨친 웨스트버지니아주 의원이 혼자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결에 힘을 보탰다.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인준 반대 의사를 밝혔던 리사 머카우스키 알래스카주 의원은 막판에 기권표를 던졌다. 인준안이 통과되고 몇 시간 뒤 워싱턴DC 연방대법원에서 캐버노 후보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지난 7월 은퇴한 앤서니 케네디 전 대법관 앞에서 선서식을 했다. 그는 케네디 전 대법관 뒤를 잇게 된다. 그가 취임하면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 5명, 진보 성향 대법관 4명으로 보수로 무게 중심을 옮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닐 고서치(50) 대법관에 이어 50대의 젊은 보수 대법관을 잇달아 임명함으로써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미 연방대법관은 스스로 퇴임하지 않은 한 종신직이다. CNN은 “이날 표결로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가 한 세기 동안 지속하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1·6 중간선거 지지연설에서 “캐버노의 대법관 임명장에 서명했다. 역사적 승리이자 미국과 미국민의 승리”라고 밝혔다. 캐버노 후보자의 취임식은 8일 오후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캐버노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고교 시절 술에 취한 그가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계기로 불거진 뒤 이후 추가 폭로가 잇따르면서 확산했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다가 미 연방수사국(FBI)이 재조사를 결정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 때문에 그의 인준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날 의사당 일부를 점거하면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표결이 진행된 의회 내부 방청석에서도 고성이 터져 나와 몇 차례 표결이 중단되기도 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성폭행 미수’ 캐버노 美 연방대법관 인준안 통과

    ‘성폭행 미수’ 캐버노 美 연방대법관 인준안 통과

    고교 시절 여학생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브렛 캐버노(53)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6일(현지시간) 상원 의회를 통과했다. 미 상원은 이날 오후 의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캐버노 대법관 후보자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가결 처리했다. 표결은 호명 투표, 즉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기립해 찬성 또는 반대를 외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방청석 곳곳에서 캐버노 대법관 인준에 반대하는 고성이 쏟아졌으며, 사회를 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여러 차례 질서 유지를 당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준안 가결 직후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이날 늦게 캐버노 후보자를 공식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서명하는 대로 취임식을 열겠다고 발표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캐버노는 훌륭한 대법관이 될 것”이라며 “그는 특출한 사람이며,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버노 후보자는 지난 7월말 은퇴한 앤서니 케네디 전 대법관의 자리를 잇게 된다. 그가 취임하면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 5명, 진보 성향 대법관 4명으로 무게추가 ‘보수 성향’으로 기울게 된다. 1988년 지명된 케네디 전 대법관은 ‘중도 보수’ 성향이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렸던 주요 사안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대법원의 균형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캐버노 후보자는 성 소수자, 낙태, 총기 문제 등에 한결 보수적인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고서치(50) 대법관에 이어 50대의 ‘젊은 보수’ 대법관을 잇달아 임명함으로써,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미 대법관은 스스로 퇴임하지 않은 한 종신직이다. 미 CNN방송은 “이날 표결로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가 한 세기 동안 지속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캐버노 파문은 고교 시절 술에 취한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피해여성 크리스틴 포드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를 계기로 불거졌으며, 지난달 27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포드와 캐버노 지명자가 시차를 두고 증인으로 등장해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연방수사국(FBI)이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인준 절차가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하토야마 전 일본총리, 합천 원폭 피해자에 무릎 꿇고…첫 위령각 참배

    하토야마 전 일본총리, 합천 원폭 피해자에 무릎 꿇고…첫 위령각 참배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3일 경남 합천을 찾아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사과를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원폭피해자 입주시설인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있는 위령각을 참배한 뒤 복지회관 2층에 있는 피해자 30여명을 직접 만났다. 합천에는 국내에 있는 원폭 피해 생존자 2000여명 가운데 가장 많은 6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현직은 아니지만 총리를 지낸 일본 고위 인사가 국내 원폭 피해자 위령각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하토야마 전 총리는 원폭피해자들에게 “안녕하세요. 하토야마 유키오라고 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한 뒤 일본어로 “식민지와 미국 원폭 투하에 따른 이중 피해자인 여러분들께 사과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일본 정부가 제대로 배상이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 상당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2·3세 분들도 피해를 많이 봤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여러분들 고민을 들으며 여러분이 더 행복해질 수 있게 지원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하토야마 전 총리는 의자에 앉아 있는 고령인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은 채 일일이 위로를 전했다. 그는 복지회관 방명록에 ‘우애의 마음으로 원폭 피해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방문 기록을 남겼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합천 원폭 자료관을 방문한 뒤 원폭 피해 2세 환우 쉼터인 합천 평화의집도 찾았다. 그는 합천 평화의집에서 “일본에서 피폭자 후손 문제에 대해 질의했지만 법 정비가 안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현직에 있지 않아 제약이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취재진 인터뷰에서 “총리 재임 시절 한국 원폭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구상이 있었지만 재임 기간이 짧아 실현되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퇴임 이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인정·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앞서 하토야마 전 총리는 2일 부산에서 유엔평화공원에 이어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 묘역을 참배했다. 합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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