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역시 우리 만수”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30일 한국과 미국이 중앙은행간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swap·상호교환)를 체결한 것에 대해 “한·미공조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 스와프가 체결된 멕시코, 호주, 싱가포르, 한국을 보면 전략적으로 미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거점 국가다.”면서 “쇠고기 추가 협상, 독도 리앙쿠르 바위섬 표기 수정,G20 대상 포함 결정에 이어 미국이 한국에 준 네번째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제8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앞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에 가서 재무장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얘기를 잘한 것 같다.”면서 강 장관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양측의 협조가 잘된 것 같다. 이제 우리 환율만 안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첫 접촉… 11일부터 본격협상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기까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약 한 달 전부터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투 트랙’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미국이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과 통화스와프를 추가로 체결하던 지난달 24일 미국과 첫 접촉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 FRB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이광주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직접 이달 초부터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부총재와 미 FRB의 도널드 콘 부의장, 로리 재무부 차관보 등을 잇달아 만나며 설득에 나섰지만 벽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실무협상이 시작된 것이 11일부터다. 이 부총재보는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면에서 세계 13위 국가인데, 금융부문에서는 거기에 걸맞은 국제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한국은 개방화 진전이 가장 빨리 된 만큼 국제금융 시장에서 기여할 수 있는 점이 크다는 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한국 흔들리면 美금융 악영향” 설득
강만수 장관은 지난 10~16일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참석했을 때 워싱턴 관료들에게 원화·달러의 스와프 필요성을 강력하게 설득했다.‘리버스 스필오버(Reverse spill-over)’ 즉, 한국 같은 신흥국들의 외환상황이 악화되면 미국 국채를 팔 수밖에 없고 그러면 미국의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 논리는 강 장관이 직접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 스와프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미국 실무진도 이때부터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이같은 사실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기재부와 한국은행도 스와프 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으로부터 긍정적인 사인을 받은 것은 지난 14일 강 장관이 가이즈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만났을 때.
강 장관은 가이즈너 총재로부터 “10~12일 안에 결정을 내려 통보를 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도중 강 장관은 미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이광주 한은 부총재보가 곧바로 중국으로 날아와 실무적인 마무리 작업을 마쳤다.
미국과의 협의 내용은 강 장관과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단 두명만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정도로 철통 보안이 유지됐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