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 범여권 대통합 ‘물꼬’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3일 ‘소(小)통합’ 협상을 타결지음에 따라,17대 대선을 겨냥한 범여권 통합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양당이 실무협의 절차를 거쳐 오는 15일쯤 최종적으로 한 몸이 된다면, 지리멸렬한 범여권에서 처음으로 통합의 물꼬를 트는 모양새로 비치게 된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범여권 각 정파를 자극하면서 대통합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얘기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 이들의 소통합이 말 그대로 소승(小乘)적 이기주의에 매몰되면서 대통합을 오히려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양당의 협상 타결이 전해진 직후 열린우리당쪽에서 즉각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은 그런 우려를 깔고 있다.
●열린우리 “불임합당” 부정적 반응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양당 통합 선언에 이면합의가 있는지, 또 지독하게 소통합에 집착하는 이유를 두 당 대표는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또 “양당이 공동대표 체제에, 최고위원을 6명씩, 중앙위원 숫자를 총 150명으로 하기로 했다는데, 이것은 역대 최고로 기득권 부풀리기 통합”이라고 비판했다. 민병두 의원도 “두 당의 합당은 한마디로 ‘불임합당’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특정인사 배제론´ 한발 양보
실제 이날 양측은 그동안 협상의 발목을 잡아온 ‘현 정권 책임인사 배제론’이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꺼렸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민주당이 ‘기술적으로’ 양보한 듯한 인상이다. 민주당은 당초 합당 선언문에 ‘국정 실패의 경험을 교훈삼아’라는 문구를 삽입해 간접적으로 배제론을 암시하려 했던 입장에서 한발 더 양보해 이 표현을 아예 삭제키로 했다고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이 이날 밝힌 것이다. 대신 ‘약간의 견해차가 있는 문구에 대해서는 향후 정치 상황과 민심의 변화에 따라 유연해질 수 있다.’는 식으로 표현을 완화키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완전철회´ 안밝혀 갈등재연 소지
하지만 “배제론을 완전히 철회한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유 대변인은 직답을 회피한 채 “합당 선언문 곳곳에 ‘노무현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아니다.’라는 식의 표현이 분산돼 있다.”고 말해, 실질적으로는 배제론을 고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향후 실무협상 과정에서 ‘특정인사 배제론’을 놓고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4일 합당 선언과 함께 양당은 각 6명씩으로 구성되는 실무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통합 협상에 나서게 된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견이 불거지면서 합당 선언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이 통합을 희구하는 지지자들의 압력에 밀려 제스처 차원에서 합당 선언을 하기로 합의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아직 진정성을 확인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