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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71회] “부적절하긴 했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지켜본 前간부의 해명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71회] “부적절하긴 했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지켜본 前간부의 해명

    “부적절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제가 뭐라고 할 수 있진 않았다”, “부적절할 수 있지만 꼭 금지됐던 건 아니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뒤 재판에도 넘겨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해명은 비슷한 맥락이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인사모)를 타깃으로 한 행정처의 조치와 특정 사건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행정처의 관여 과정에서 이 전 실장은 당시에도 일부 부정적 인식을 가졌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죄가 될 만한 상황이라는 문제의식까진 없었고, 실제로도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70회 재판에는 지난 22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전 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은 검찰의 주신문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의 반대신문을 통해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 와해를 위한 중복가입 해소조치,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에 대한 재판 개입 의혹 등이 다뤄졌다. ●전문분야 연구회 개편 방안… “특정 연구회 타깃인 느낌들어 부적절”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들은 상고법원 추진 등 주요 사법행정에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판사들이 우리법연구회의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에 여럿 속해있는 것을 두고 이들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는 게 의혹의 배경이다. 판사들이 가입하는 전문분야연구회에 대한 일제 ‘재정비’를 계획해 목적에 맞지 않는 연구회에 대한 지원금을 삭감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관련 커뮤니티에 중복해서 가입하지 않도록 전산상 조치를 한 것이 모두 인사모 등의 활동을 제재하기 위한 것이라고 검찰은 지적했다. 이 전 실장은 우선 전문분야 연구회에 대한 제재 방안에 대해 실장회의에서 논의한 적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제가 기억한 것은 저 무렵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전문분야 연구회 관련 정비를 이야기해서 검토한다는 것을 김민수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에게 들었고, 그 당시 인권법연구회가 계기가 된 것은 맞다”고 답했다. 2016년 3~4월 기획조정실에서는 ‘전문분야 연구회 구조개편 방안’ 등의 보고서가 작성됐다. 이 전 실장은 그러면서 “다른 쏠림 현상이 있고, 갑자기 인원수가 늘었는데 일부 회원들이 인위적으로 인권법연구회의 회원을 늘린 게 아닌가 하는 가능성을 이야기하셔서 자연스럽게 연구회가 많고 적은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인위적으로 모집하고 회원을 불렸다는 이야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언급이 있었고) 젊은 법관들이 많이 가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젊은 법관들의 수요가 있는 연구회구나 생각했다. 어떻게 하고 그런건 기억 없고 전문분야 연구회 이야기 했던 것은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젊은 법관들의 수요에 맞는 연구회를 새로 만드는 방안 등도 거론됐고, 엔터테인먼트법연구회가 그 중 하나로 꼽혔다. 다만 지원금 삭감이나 인사 조치 등의 구체적인 제재 방안에 대해서는 “임 전 차장의 수첩에 적은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방안들에 대해) 논의한 기억은 없다”며 거리를 뒀다. 임 전 차장이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문분야 연구회 관련 방안들을 보고했는지는 “기억하기로는 보고서를 작성해서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것 아닌가, 언뜻 들었다. 그랬으면 처장에게도 보고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보고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고 추측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통진당 의원직 행정소송 재판 개입 의혹도… “부적절했지만 금지된 건 아냐” 전문분야 연구회의 구조개편을 위한 방안들 가운데는 커뮤니티 가입을 중복으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복가입 해소조치‘ 방안이 포함됐다. 가장 처음 가입한 연구회 커뮤니티만 남겨두고 중복 가입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면 최근 가입자가 급증한 인권법연구회 회원들이 가장 많이 커뮤니티에서 탈퇴하게 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보고서에는 이러한 방안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객관적인 명분을 인권법연구회에 한정되지 않는 연구회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보일 수 있도록 외관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도 더해졌다. 검찰이 이에 대해 이 전 실장도 당시 이런 인식을 가졌는지 묻자 이 전 실장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보고서를 읽은 뒤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소리도 안 했다”면서 “임 전 차장의 보고서라는 게 임 차장의 생각이 들어있는 것이지, 저와 생각이 같거나 하지 않았다. 중간 중간 부적절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제가 뭐라고 할 수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부적절한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라고 다시 묻자 이 전 실장은 “특정 연구회를 타깃으로 한다고, 그렇게 느낀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의원들이 낸 지위확인소송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이 전 실장은 부적절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통진당 의원들의 소송에 대해 행정처가 “의원직 상실에 대한 결정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취지를 강조하며 소송을 각하해선 안 된다는 뜻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재판부에 건네려 했다는 게 공소사실 중 하나다. 당시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서울행정법원 조한창 수석부장판사에게 문건을 건넸고, 조 수석부장판사는 구두로 해당 사건의 재판장에게 행정처의 취지를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재판부가 결국 소송을 각하하는 판결을 하자 당시 양 전 대법원장 등이 크게 화를 낸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당시 대법원장이 격노했다는 사실을 직접 듣거나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전 실장은 “없다”고 답했다. 이 사건의 재판을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챙겼다는 검찰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 전 실장은 “관심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며 변호인 측 주장을 거드는 듯 했다. 이 전 실장은 행정처의 입장이 결과적으로 재판부에 전달된 데 대해 “한 번 읽어나 보시라는 취지로 담당 재판부에 드렸는데 그 당시에는 꼭 금지된 일이 아니었다. 허용된 행위라기보다 금지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다만 지금 돌이켜 보면 적절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 전 실장은 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 와해를 위한 각종 방안들을 담은 보고서를 심의관들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법관의 품위를 손상했다며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같은 의혹과 통진당 재판 개입 의혹 등으로 이 전 상임위원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8회] “재판 개입 목적의 보고서”라던 前행정처 간부… “지금은 다를 수도”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8회] “재판 개입 목적의 보고서”라던 前행정처 간부… “지금은 다를 수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통합진보당 의원직 지위 확인 관련 행정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법원행정처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예상 판결을 검토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인 일선 법원 재판에 개입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전직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의 진술이 13일 공개됐다. 다만 이 간부는 법정에서는 “추측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13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67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2015년 1월 7일자 법원행정처의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 문건에 대해 “재판 개입의 의도가 있는 보고서로 인식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강 전 법원장은 지난 2014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관련 공소사실에 관여된 핵심 인물로 꼽힌다. 지난 8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증인으로 나왔다. 이날 오후 박 전 대법관 측의 반대신문에서 2014년 12월 법원행정처에 꾸려진 통진당 행정소송 대응TF와 재판 개입 의혹이 화두로 올랐다. 2014년 헌재가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결정과 의원직 상실 결정을 하자 소속 국회의원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의원직 지위 확인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예상 주문 및 판결 이유 설시한 행정처 보고서… “내용 봐선 재판 개입 목적”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박 전 대법관이 이진만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을 부정하고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검토를 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이후 행정처에는 통진당 행정소송 대응TF가 구성됐다. 2015년 1월 7일자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보고’ 문건은 일종의 TF의 중간 결과보고서로 작성됐는데 여기에는 법원이 소송을 기각 또는 각하하거나 인용할 경우, 일부 인용할 경우 등으로 세부적으로 나눠 각각의 예상 주문과 판결이유, 근거 등이 설명됐다. “현 상황이 법원에 미칠 영향은 유·불리가 공존하므로 이 소송을 전략적으로 활요할 필요가 있고 헌법재판소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법률상 권한 없는 결정이므로 현행 헌법과 법률 해석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더 크다”는 지적과 함께 법원에서 소송을 각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담겼다. 강 전 법원장은 지난 8일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 “헌재가 국회의원 지위 상실까지 결정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저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면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검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각각의 근거에 대해 제 자신 걸로 소화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도 강 전 법원장은 이 보고서를 보고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박 전 대법관 측은 강 전 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 문건에 대해 “사법정책적 연구용 보고서라고 인식했는가, 아니면 재판에 개입할 의도가 있는 보고서라고 인식했는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후자라고 생각했다”고 답한 부분을 언급했다. 또 ‘각하→부적절’ 등 보고서에 예상 판결의 이유는 물론 특정 결론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쓰인 것과 관련해 TF 구성과 활동도 일선 재판에 개입할 것을 전제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TF의 활동과 보고서에 대해 재판부에 전달해 재판에 개입할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최종 TF 보고서를 보고 인식했다. 재판부에 전달할 목적이 아니라면 저렇게 논거까지 상세히 썼을 것 같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이와 같이 진술한 것이 맞냐”는 박 전 대법관 질문에 “맞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강 전 법원장의 검찰 진술조서를 거듭 확인했다. “증인은 2015년 1월 7일자 보고서에 일선 법원에서 판결할 때 유의할 사항과 예상 질문, 논거와 예시가 상세하게 적힌 것을 보고 그 TF가 재판 개입의 목적으로 구성됐고 법원에 전달될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했다는 건가요?” (변호인) “네.” (강 전 법원장) “이 보고서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가요?” (변호인) “네.” (강 전 법원장) “결국 증인이 이 TF 목적이나 보고서의 의도가 재판에 개입할 의도가 있었다고 본 것은 문건 자체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데, 그(문건) 외에도 달리 생각할 만한 근거가 있었습니까?” (변호인) “특별히 없습니다.” (강 전 법원장)또 문건을 보고받은 뒤 실장회의나 차장 주재 회의 등에서 보고서에 적힌 방안들이 논의가 됐는지, 실제 보고서와 관련한 후속작업이 행정처에서 이뤄졌는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강 전 법원장은 “명확한 근거는 없다”면서도 보고서의 내용이 실제 실행되는 작업들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실장회의에서 논의가 됐을 수도 있다”는 추측에 대해서도 “문건의 중요성, 내용을 비춰보면 그랬을 것 같다는 것”이라며 실제 경험이 아닌 문건을 통해 추론한 짐작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 ”보고서 문건만으로 추측한 것“ 반박… ”실제 활용됐는지는 몰라“ 강 전 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TF의 검토 결과를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에 대해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나 실장들의 생각도 있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다른 분들 생각은 모르지만 다 비슷했을 것”이라고도 진술했다. 또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의 수뇌부에서는 통진당 행정소송 대응 TF를 만들어 사법부에 가장 유리한 결론이 도출되도록 한 것 아닌가”라는 검찰 물음에도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앞서 주신문에서 검찰도 “윗분들의 뜻도 문건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에는 행정처 내지 대법원의 인식은 문건을 판결에 반영해 줬으면 하는 것”이라던 강 전 법원장의 진술조서를 강조했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런 진술조서를 언급하며 강 전 법원장에게 박 전 대법관 등 윗선의 지시나 관여에 대해 아는지 물었다. “당시 이진만 (양형위) 상임위원으로부터 이 문건이 재판부에 전달됐는지 물어본 적 있습니까?” (변호인) “물어본 적 없습니다.” (강 전 법원장) “박병대 피고인에게도 TF의 보고서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 들은 바 없죠?” (변호인) “네.” (강 전 법원장) “결국 이 문건이 재판부에 전달할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한 건 문건만 보고 증인이 추측한 거죠?” (변호인) “네.” 강 전 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통진당 행정소송 TF에서 활동한 심의관들도 법리 검토 등이 담긴 보고서가 재판부에 전달될 것을 알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당시 심의관으로 일했던 법관들의 검찰 신문조서를 다시 제시하며 이를 반박했다. “이 전 상임위원에게 검찰이 증인의 진술조서를 제시하자 ‘차장님이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모르지만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했는데, 증인은 TF 구성이나 목적에 대해 이진만보다 잘 알지 못했죠?”라고 물었고, 강 전 법원장은 “네”라고 답했다. 검찰 조서에서의 내용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당시 강 전 법원장이 TF의 목적과 보고서의 의도에 대해 집요하게 묻자 강 전 법원장은 “검찰 조사 당시 세밀하게 떠올려서 그 같은 진술을 한 것은 아니다”, “보고서를 그렇게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다”, “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기억하고 진술한 것은 아니었다”는 등으로 거리를 뒀다. “그렇게 세세하게 물어보시면 제가 기억할 수가 없다”고 변호인에게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행정처에서 있던 일은 제가 행정처를 떠나고 중앙지법 법원장으로 오면서 제 기억에서 사라졌다”며 기억이 명확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다시 이렇게 물었다. “TF 팀원들의 진술은 ‘여러 방향을 열어두고 가정해 각각의 이유와 설시를 써본 검토 보고서’라며 ‘재판부에 전달할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고 이 전 상임위원도 ‘각하가 부적절하다는 내용도 재판부에 전달할 의도가 아니었다. 재판부가 이런 걸 받으면 화가 나서 거꾸로 하지 않겠느냐’고 따졌는데 증인은 팀원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이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재판 개입의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합니까?” 그러자 강 전 법원장은 머뭇거리다 답했다. “지금은 달리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7회] 행정처의 ‘국정원 대선개입’ 판결 시나리오… “오해 소지 있지만 불가능”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7회] 행정처의 ‘국정원 대선개입’ 판결 시나리오… “오해 소지 있지만 불가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각종 재판과 관련된 ‘시나리오’와 같은 대응방식을 적은 법원행정처의 문건은 여러 아이디어를 모은 것일 뿐 행정처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전직 고위 법관이 거듭 강조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66회 재판에는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던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2014년 8월부터 다음해 8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강 전 법원장은 임종헌 전 차장의 전임자로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일 때 함께 일하며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 개입 및 물의야기 법관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의혹을 받았다. 당시 임 전 차장은 기획조정실장이었다. 임 전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과 함께 전직 행정처 고위 법관 가운데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강 전 법원장은 이날 증인신문을 시작으로 모두 세 차례 법정에 나와 증인신문을 하게 됐다. 검찰은 이날 강 전 법원장에게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개입 사건과 관련된 판결에 행정처가 개입한 의혹에 대해 먼저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임 전 차장은 2015년 2월 9일 선고가 예정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항소심을 앞두고 행정처가 선고 결과 및 판결에 따른 파장 등을 예상하며 대응책을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정다주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에게 시나리오가 담긴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심의관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도록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 시 정치권 반응 및 대응 시나리오 “상당한 파장” 정 전 심의관이 작성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2015년 2월 8일자)’ 문건에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증세 논란 등으로 국정 난맥상 계속’, ‘신임 원내대표 선출→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레임덕 우려’ 등 당시 청와대와 여권의 정세 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1심 판결 선고 당시 ‘환영·안도’했다는 반응까지 자세히 적혔다. ‘BH(청와대)→비공식적으로 사법부에게 감사 의사를 전달하였다는 후문/ 새누리당→큰 짐을 덜었다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 야당에 역공’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일부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에 대해 여권이 사법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는 것이다. 반면 당시 야권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 개입은 맞는데 선거 개입이 아니라는 궤변으로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국민을 모욕했다…수치스러운 판결’이라고 1심 판결을 비판했다는 내용도 함께 적혔다. 이후 항소심 판결 결과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는 대법원 특별조사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확인됐을 때부터 많은 법원 안팎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2018년 대법원 특별진상조사단은 국정원 댓글개입 사건 관련 행정처 문건 4건을 공개하면서도 “재판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If 항소기각 판결(1심 결론 유지) → 파장 최소화’ ‘If 파기·공직선거법 유죄 판결91심 결론 번복) → 상당한 파장’ 특히 1심 판단이 뒤집힐 경우에 대해 ‘정권의 정당성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됨’, ‘국면 전환 조치의 방향이 사법부를 향하게 될 가능성이 큼 - 시나리오① 직접적·적극적 조치: 전면적 사법개혁 시도/ 시나리오② 간접적·소극적 조치: 중점 추진 사법정책 반대, 사법부 예산 편성 비협조’ 등의 복잡한 전망이 나열됐다. 특히 1심 판단이 뒤집힐 경우 청와대가 사법부에 보복을 하게 되면 당시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상고법원의 입법 추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강 전 법원장은 상당 부분의 질문에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세밀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등의 답변으로 즉답을 피했다. “정 전 심의관이 이 문건을 누구의 지시로 작성했느냐”는 질문부터 “정 판사가 저한테 얘기 안 했던 것 같다”면서 “기억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처장 주재 회의에서 언급됐으니 지시도…”라고 검찰이 묻자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가정적인 질문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박 전 대법관이 지시했는가“ 검찰이 다시 묻자 강 전 법원장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고 답했다. “문건에 있는 내용 가운데 ‘1심 선고 관련 청와대와 여당이 안도하는 분위기였고 비공식적으로 감사인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는 질문에 강 전 법원장은 “아마 저 문건을 보고 알았던 것 아닌가” 추측했다. “처장이나 차장 주재 회의에서 언급됐던 사실이 없었나”라는 질문에도 “언급됐을 가능성은 있는데 지금으로선 기억이 분명치 않다”고 했다. 검찰이 “정다주는 ‘임종헌이 작성을 지시하면서 구체적인 내용과 청와대 관련 내용을 불러줬다’고 진술했는데 증인은 이 보고서를 보고 비로소 알게 됐다는 것인가“ 재차 물었지만 “알았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기억이 선명치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알았다면 어떤 경로로 알았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실장회의에서 이야기가 됐을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1심 파기 시 ”전교조 사건·댓글사건 상고심 등 신속처리“ 방안 거론 문건 속 ‘대응방향’도 판결 결과에 따라 구분됐다. 1심 결론이 유지되는 항소기각 판결이 나온다면 정치권을 향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법부 내부에서 불만이나 갈등이 표출되지 않도록 내부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우선 거론됐다.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 게시판에 비판글이 게시되는지를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해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법원 정기인사도 최대한 빨리 해야한다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정기인사가 나면 판사들이 새로운 임지로 떠날 준비를 하느라 판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반면 1심 판결이 깨지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판단될 경우에는 청와대와 여권에 대한 대응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문건은 강조했다. 상고법원 입법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여권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도록 다양한 방안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선 나왔다. 가장 논란이 됐던 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 관심 사법 현안 신속 처리’ 문구였다.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자 청와대가 크게 불만을 표시했다는 후문이 있고, 지금까지도 사법 관련 최대 현안으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만일 대법원의 결론이 재항고 인용 결정이라면 최대한 조속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함 → 사법부에 대한 불만 완화 효과 + 원세훈 사건도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정될 것이라는 암시 제공 효과’. 또 국정원 댓글사건도 대법원에서 빠른 시일에 선고를 해야한다고 기재됐다. 검찰은 이러한 문구들을 언급하며 “행정처에서 ‘상고심 신속처리’ 등을 대응방안으로 하는 건 행정처가 대법원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닌가” 물었다. 강 전 법원장은 “구체적으로 (행정처가 재판부를) 통제할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따. “이 문구 자체는…”이라고 검찰이 다시 물으려 하자 강 전 법원장은 “그러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는 덧붙였다. “이 문건을 보고받을 당시 행정처가 문건에 기재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수정이나 보완 요구를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얘기 안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재판에)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방금 진술한 것이 맞나” 거듭 확인했다. 그리고 강 전 법원장도 “원론적으로 그거는 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이어진 검찰의 질문에 이번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했다. “처장과 대법원장까지 보고되는 행정처 문건에 증인 말씀대로라면 심의관들이 현실적으로 실현 어려운 대응방안을…(왜 적었느냐)” (검찰) “이의 있습니다. 문건의 성격에 대해 사실로 확정적으로 인정된 것도 아닌데 마치 그것이 대법원장에게 보고가 예정돼 있고 보고된 것처럼 전제로 신문하다는 것은 곤란합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바꿔서 질문하겠습니다. 처·차장이나 대법원장까지 보고되는 문건에 실무자들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방안을 기재할 수 있습니까? 증인 말씀대로라면 실현 불가능한데, 그런 부분이 행정처 문건에 기재가 가능한 건지….” (검찰) “여러가지… 아이디어 차원, 립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강 전 법원장) “중요 사건의 판결 선고 전후로 그 같은 내용을 검토해 보고서를 쓰는 건 통상적인 업무관행이었습니까?” (검찰) “통상적이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저 문건 보면 그런 오해의 소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 (강 전 법원장) “문건이 더 있을 거라는 말씀입니까?” (검찰)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강 전 법원장) ●“대법원장에 보고됐는지는 말할 수 없어”…선고 후 각계 동향 보고 문건도 검찰은 이 문건이 어디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강 전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내용을 토대로 어느 선까지 보고될 만한 내용인지 다시 묻자 “중요도로 보면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장까지 보고될 성격의 문건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는 “그 부분은 제가 직접적으로 보고 안 드렸기 때문에 제 의견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해 2월 9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상환)는 국정원 댓글사건 2심 선고에서 국가정보원법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고 원 전 원장은 법정 구속됐다. 그리고 다음날 정 전 심의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을 작성해 보고했다. 청와대와 여권의 반응에는 ‘특히 우병우 민정수석 →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와 같은 내용을 실장회의 등에서 논의한 적 있느냐고 검찰이 물었지만 강 전 법원장은 “가능성은 있는데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비단 상고법원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청와대 관련 사항은 중요하고 민감한 내용이어서 임종헌(당시 기조실장)이 증인에게 보고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라고 다시 확인을 요구하자 강 전 법원장은 “원론적으로는 그렇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련 보고의 진위나 이를 확인하게 된 경위도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 문건에는 향후 대응방안으로 항소심 판결과 1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해 신속처리를 추진하도록 돼있고, 기록 접수 전이라도 법률상 오류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쓰여있는데 관련 내용을 증인이 지시한 사실이 있습니까?” (검찰) “그런 기억 없습니다.” (강 전 법원장) “행정처에서 계속 중인 사건이라도, 기록이 접수되기 전이라도 법률상 오류를 면밀히 검토하라는 것은 세부적 절차를 행정처가 관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강 전 법원장) “증인 스스로 처장 또는 대법원장까지 보고될 수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이런 문건에 담아도 되는 건가요?” (검찰) “글쎄. 제가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강 전 법원장) “증인이 차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구체적 사건 처리 시기 등을 검토한 사례가 또 있었습니까?” (검찰) “기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강 전 법원장) 선고 이후 문건의 대응방안에는 ‘계속 수세적 입장을 취하는 방안 vs 수세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국면 전환을 꾀하는 방향’, ‘상고심 판단이 남아있고 BH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면 → 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음’, ‘상고심 처리를 앞두고 있는 기간 동안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 검토 가능 → 다만 역풍 가능성이 극히 우려되므로 모든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 있음’의 방안들이 나열됐다. 이런 내용들이 문건에 적혀있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검찰이 물었다. 그는 “원론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이나 보완을 지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는 “특별히 제가 수정이나 보완을 지시할 필요성을 그 때는 못 느꼈던 게 아닌가. 정확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문건의 대응방안이 실제로 실현됐는지도 알지 못했고, 후속 조치가 논의됐는지는 가능성은 있지만 상세한 기억이 없다고도 거듭 거리를 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국회의원 1명 다시 뽑는 데 10억… 79건 중 45건 의원 불법 탓

    국회의원 1명 다시 뽑는 데 10억… 79건 중 45건 의원 불법 탓

    지난 17대부터 20대까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경비집행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진행된 재보궐선거 79건 중 절반 이상인 45건은 당선무효, 피선거권 박탈 등 국회의원이 불법을 저지르면서 발생했다. 선거 기간에 일어난 불법행위, 이후에 발생한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국회의원이 범법자가 되면서 결국 혈세를 다시 쏟아부어 선거를 치른 것이다. 20대 국회에선 총 15명의 국회의원을 다시 뽑았다. 재보궐선거가 실시된 지역구 중 9곳은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죄 등으로 형이 선고돼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였다.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직을 박탈당한 경북 고령·성주·칠곡 등 지역구 5곳은 아예 공석으로 남았다. 19대 국회가 구성된 지 2년도 안 된 2014년 상반기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김진표 의원,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서병수·남경필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그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또 10명의 의원이 당선무효 및 피선거권 박탈, 이상규·오병윤·김미희 의원 등 3명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재보궐선거를 치렀다. 국회의원을 잘못 뽑았을 때 그 피해는 유권자들에게 되돌아온다. 의원직 상실 시 선거 비용 보전금은 선관위에 반납해야 하지만, 재선거 비용은 오롯이 세금에서 나간다. 의원 1명을 다시 뽑는 데 평균 10억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16년간 잘못된 선택의 대가로 최소 450억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단일 재보궐선거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들었던 경우는 20대 국회에서 처음 당선무효가 확정된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김종태 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김 전 의원의 경우 배우자가 경선을 앞두고 돈을 건넨 혐의로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2017년 당선 1년 만에 다시 치른 1건의 선거 비용은 23억 7000여만원에 달했다. 선관위 측은 “다른 선거 없이 단독으로 치렀고 4개 시군이 통합돼 있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받은 최명길(서울 송파을) 전 국민의당 의원부터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뇌물죄로 징역 5년이 선고된 배덕광(부산 해운대을)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의원까지 7명이 배지를 반납해야만 했다. 특히 이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피선거권 박탈로 지난해 경남 통영·고성에서 치러진 재선거는 유권자와 지역사회의 감시와 견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이 전 의원은 총선 당시 4선에 도전하면서 다른 후보자가 없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투표 당선됐다. 수십년째 같은 정당에서 의원을 배출하다 보니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들은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들도 투표의 효능감을 잃게 된 것이다. 이번 21대 총선에 투입되는 비용은 총 4102억원이다. 유권자 수는 4399만 4247명으로, 1명당 투표 가치를 계산하면 9300원인 셈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투표율이 58%(20대 총선 기준)일 때 버려지는 세금은 1723억원에 이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안경 벗은 반백의 이정희…6년 만에 민중당 지지연설

    안경 벗은 반백의 이정희…6년 만에 민중당 지지연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정치를 떠난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정희 전 대표는 8일 민중당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아마도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일들을 기억해주실 듯 하다”며 민중당 지지연설을 했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TV토론회에서 “박근혜를 떨어뜨리려고 대선에 나왔다”는 등의 당찬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이 전 대표는 “저를 믿으시고 민중당을 선택해달라는 것이 못 된다. 어느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내놓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싶을만큼 흠도 많다”며 고백했다. 이정희 전 대표는 당 대표시절과 달리 안경을 벗고 머리가 센 ‘반백’ 스타일로 등장해 한결 부드러워진 화법으로 연설을 이어갔다. 이 전 대표는 “한국 정치가 새로워지려면 진보정당이 그동안 안 해본 것을 내놓는 게 정말 필요하다”며 “민중당의 새로운 생각이 실현되도록 돕고 싶다. 함께 도와 달라”고 4·15 총선에서 민중당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하나라도 바꿔보겠다고 마음먹을 때 얼마나 외롭고 무서운지 아는 사람들’이 민중당 당원들이라며 “여러분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하지만 뭔가 바꾸고 싶을 때, 민중당 당원이 여러분 근처 어딘가에서 힘을 보태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민중당이 이번 총선에서 내건 공약 중 하나인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거론하며 “코로나19 위기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제가 버팀목이 됐듯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실업과 수입 상실로부터 국민들을 지켜줄 수 있는 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8회] “헌재가 불쾌했던 대법원장, 비상대처 방안 지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8회] “헌재가 불쾌했던 대법원장, 비상대처 방안 지시”

    “그래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격노했다’는 말을 들었습니까?”, “격노까진 아니고 불쾌하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쾌함’을 느낀 뒤 법관들을 통해 헌재에 대한 ‘비상대처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고 당시 사법부 핵심 고위관계자가 증언했다. 다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여러 방안들을 정리하도록 했을 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선을 그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57회 재판에는 이 재판의 핵심 증인 가운데 한 명인 이규진(58·사법연수원 18기)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나왔다. 공소사실에 연관된 내용이 워낙 많아 강형주·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여러 날에 걸쳐 증인신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재판부가 예고한 바 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부터 앞으로 네 차례 이상 더 재판에 나올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 가운데 헌재에 대한 위상 강화를 위해 법원행정처가 헌재 내부 정보를 빼내거나 관련 재판에 개입하려 한 의혹들이 주로 언급됐다. 통합진보당 의원들 및 서기호 전 의원의 행정소송에 개입하려 한 혐의,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원의 대응 과정에서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도 거론됐다. 2015년 7월, 이 전 상임위원은 문성호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심의관에게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 방안 검토’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0월 16일 36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문 판사는 “(대법)원장님 지시사항이라는 말과 함께 여러 방안을 불러주셨다”고 말했다. ▶[핫뉴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7회]노골적인 헌재 견제·무력화 검토···문건 쓴 판사 “크게 후회” 이 전 상임위원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일정 파일에 기재된 것을 보고 추정한 것이 대법원장께서 2015년 7월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비상적 상황에 대비해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전 상임위원의 그해 7월 13일자 업무일지에는 ‘大(대법원장). 헌재의 적극적 시기 도래. 우리도 적극적 대처 필요. 합리적 대처수단 아닌 비상적 극단적 대처 방안. 시간 얼마 안 남았음’이라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이 전 상임위원은 문 판사와 함께 석 달 가까이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뒤 그해 10월 1일 대외비 문건을 완성해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헌재 역량을 약화시키고 노골적 비하전략을 세워 헌재의 위상을 하락시키면 헌재의 결정에 대한 권위가 하락될 것으로 예상’, ‘좋지 않은 소문 활용’, ‘통진당 행정소송 재판 적절히 활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비상적 대처 방안’ 아이디어 차원에서 짜낸 것…실현 의도 없었다” 이와 관련 이 전 상임위원은 “저 보고서 작성은 기본적으로는 저하고 문 심의관하고 둘이서 여러 이야기를 해왔던 것인데 거의 대부분은 행정처 사법정책실에서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라면서 “제가 첨언하고 싶은 것은 저것은 대법원장께서 비상적 상황으로 가정해서 검토해 보라는 것이라 실행 가능한 방안이 없고 그저 아이디어 차원에서 비상적 방안을 검토하라고 해서 짜낸 것이지, 저걸 무슨 정책적으로 실현 의도를 갖고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양 전 대법원장이 ‘비상적 대처’를 주문한 결정적인 계기는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조 업무방해 사건으로 꼽힌다. 현대차 전주공장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2010년 3월 정리해고를 이유로 정식 쟁의절차 없이 잔업과 휴일특근을 거부해 사업장에 약 3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2012년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자 노조 간부들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한다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하는 판단이 되고, 대버?의 위상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우려를 했다는 것이다. 한정위헌은 법률 자체의 효력이 아닌 법의 해석에 대한 위헌을 판단하는 것으로 헌재가 이 사건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하면 대법원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2015년 4월 헌재에 파견된 법관 등을 통해 이 전 상임위원이 다수의 헌재 재판관들이 한정위헌 의견을 갖고 있다는 평의 결과를 보고하자 양 전 대법원장이 ‘격노’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 전 상임위원은 또 “5~6월쯤 교대역에 헌법재판소 광고판이 설치됐다는 사실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며 “당시 행정처 회의에서도 안국역에 헌재에 대한 비난 광고를 게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며 당시 고위 간부들의 헌재에 대한 반감을 전하기도 했다. ●“통진당 행정소송 문건, 재판부엔 전달하지 말라고 했다” 헌재에서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뒤 통진당 의원들이 낸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서 이 전 상임위원은 앞선 증인들과는 다른 증언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6일 42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한창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015년 5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전 상임위원과 점심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전 상임위원에게 서류봉투를 하나 받았다고 했다.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문건으로, 해당 재판부가 헌재의 결정과 연관된 이 사건을 각하 판결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조 부장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이 이 문건을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에도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걸 어떻게 재판부에 주느냐”고 반발하자 “그럼 잘 읽어본 뒤 법리를 전달해 주면 어떻겠느냐”고 이 전 상임위원이 말했다고도 했다. ▶[핫뉴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3회] “재판부에 법리 전달 좀…” 동기법관의 ‘찜찜한 요청’ 거절못한 이유는 그런데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저는 문건을 주면서 ‘이걸로 공부를 좀 해주고, 재판부에 이러한 법리도 있다는 걸 간단하게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 그런데 문건은 전달하지 말라는 게 기획조정실장(임 전 차장)의 지시’라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조 부장판사의 법정 증언을 확인한 뒤 다시 조 부장판사와 통화하며 “문건은 주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도 한다. 임 전 차장이 문건을 재판부에 전달하진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그 이유를 묻자 “왜냐고 묻진 않았지만 문건을 주는 게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명확히 기억했기 때문에 재판부에 문건을 전달하지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행정처가 수립한 판단의 방향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에 대해선 “조금 무리는 되지만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그런 생각을 미처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법리가 있다는 정도는 알려줘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부장판사는 당시 재판장이었던 반정우 부장판사에게 행정처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감지했고 이 역시 행정처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상임위원은 “(전해들은 반 부장판사의 반응을) 대법원장께는 보고하지 않았고 법원행정처 차장과 기조실장에겐 했다. 처장께는 보고했는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고, 양 전 대법원장이 누구를 통해서든 전달을 받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양승태 사법부에서의 블랙리스트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뒤 총선에 출마한 이수진 전 부장판사도 거명됐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행정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을 접촉할 당시 2015년 4월 이수진 전 부장판사(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서 전 의원과의 “다리를 놔달라”고 해 함께 만났다는 게 이 전 상임위원의 설명이다.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상고법원에 반대 입장인) 서기호·서영교 의원을 접촉하라는 말씀이 있으셨던 것 같고, 제가 서기호 의원을 만난 적은 없지만 인권법연구회와 관련돼 있어 제일 말하기 편하다고 해서 제가 만난 것”이라면서 “이수진 연구관에게 ‘서기호 판사를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상고법원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데 다리를 좀 놔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전 상임위원은 서 전 의원과의 대담 내용을 담은 파일을 작성해 이 전 부장판사에게 보내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메일 내용에 따르면 서 전 의원은 이 전 상임위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법원의 노력과 입장을 이해하지만 상고법원이 최선의 방안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 전 부장판사 측은 28일 “상고법원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인권법위원회 초기 활동을 같이 한 선배가 만남을 조율해 달라는 것까지는 거절할 수 없어 서기호 전 의원에게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면담 신청 목적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민주당 입맛대로… 군소정당 버리고 親조국 정당과 비례당

    민주당 입맛대로… 군소정당 버리고 親조국 정당과 비례당

    녹색·민중당에 비례 앞 순번 약속한 민주 돌연 “성소수자 논쟁 생길 당과 연합 불가” 시민단체 정치개혁연합에 주도권 뺏길라 친문 대거 포진 ‘시민을 위하여’와 손잡아 최강욱 前비서관·주진형 前한화증권 대표 열린민주당 비례 추천 후보 명단에 올라더불어민주당이 진보 군소정당인 민중당, 녹색당, 미래당을 제외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원외 정당으로만 구성된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었다. 사실상 ‘비례민주당’이다. 소수정당에 우선순위를 양보해 원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는 “성소수자 문제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17일 4·15총선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의 플랫폼을 ‘시민을 위하여’로 정하고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 4개 정당과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연합정당을 먼저 제안했던 시민사회단체인 정치개혁연합 대신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시민을 위하여를 택한 것이다. 시민을 위하여는 조국 전 법무장관 수호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두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통합을 요청하고 설득해 왔다”면서 “그러나 끝내 통합이 불발되면서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정이 촉박해 부득이하게 ‘시민을 위하여’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연합정당 참여에 적극적이었던 녹색당과 미래당, 민중당을 배제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념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등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될 수 있는 정당과는 (같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옛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민중당과는 색깔 논쟁이, 성소수자 후보가 있는 녹색당과는 젠더 이슈가 불거질 수 있어 배제했음을 밝힌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연합정당의 후보자를 선출하는 데 있어 민주당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다른 정당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앞 번호를 내주겠다고는 했지만, 원내 정당인 정의당과 민생당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앞 번호를 원외 소수 정당에서 낸 후보자들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최소한의 후보자 검증 기준을 공유하겠다며 후보 선출에 관여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당 정체성이 뚜렷한 녹색당은 설득이 쉽지 않고, 정치개혁연합 역시 시민사회 목소리가 강해 민주당이 주도권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오던 터였다. 배제된 녹색당은 미래당과 공동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성소수자 문제’를 제기하는 정당,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는 연합할 수 없다니, 소수정당이 대변하는 다양한 가치에 의석을 보장해 주기 위해 비례연합당을 택했다는 명분은 어디로 갔나”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주축이 된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은 이날 비례대표 후보 추천 신청을 마감했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도 다수의 추천을 받아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유튜브 ‘알릴레오’에 나와 “열린민주당이 (정당득표율) 3%는 분명히 넘을 것 같다”며 비례연합정당과 합쳐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군소정당 버리고…조국수호당과 손잡은 비례민주당

    민주 “소수정당 후보 그대로 배치 곤란” 녹색·미래당 “후보 소수정당 우선” 회견 주진형 前한화증권 대표 열린민주당 참여 민주, 당플랫폼으로 ‘시민을 위하여’ 선정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군소정당인 민중당, 녹색당, 미래당을 제외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원외 정당으로만 구성된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었다. 사실상 ‘비례민주당’이다. 소수정당에 우선순위를 양보해 원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는 “성소수자 문제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17일 4·15총선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의 플랫폼을 ‘시민을 위하여’로 정하고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 4개 정당과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연합정당을 먼저 제안했던 시민사회단체인 정치개혁연합 대신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시민을 위하여를 택한 것이다. 시민을 위하여는 조국 전 법무장관 수호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두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통합을 요청하고 설득해 왔다”면서 “그러나 끝내 통합이 불발되면서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정이 촉박해 부득이하게 참여 정당과 함께 ‘시민을 위하여’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연합정당 참여 의사를 밝힌 녹색당과 미래당은 구성원에서 빠졌다. 원내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민중당도 배제했다. 이와 관련,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념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등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될 수 있는 정당과는 (같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옛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민중당과는 색깔 논쟁이, 성소수자 후보가 있는 녹색당과는 젠더 이슈가 불거질 수 있어 배제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연합정당의 후보자를 선출하는 데 있어 민주당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다른 정당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앞 번호를 내주겠다고는 했지만, 정의당이나 민생당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앞 번호를 소수 정당에서 낸 후보자들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구나 정당 득표율이 3%를 넘어야 비례대표 의석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선거법이 연합정당 체제에서 무력화되면서 그동안 3%의 벽을 넘지 못하던 소수정당들이 공짜로 의석을 손에 쥐게 된다. 이에 민주당은 최소한의 후보자 검증 기준을 공유하겠다며 후보 선출에 관여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당 정체성이 뚜렷한 녹색당은 설득이 쉽지 않고, 정치개혁연합 역시 시민사회 목소리가 강해 민주당이 주도권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나왔다. 윤 사무총장은 “정치개혁연합은 아무래도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갖는 플랫폼 정당이다 보니 다른 정당에 대해 시민사회 주도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성소수자 문제’를 제기하는 정당,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는 연합할 수 없다니, 소수정당이 대변하는 다양한 가치에 의석을 보장해 주기 위해 비례연합당을 택했다는 명분은 어디로 갔나”라고 비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비례연합 합류 민주, 정의·민생당에 손 내밀고 민중당엔 선긋기

    비례연합 합류 민주, 정의·민생당에 손 내밀고 민중당엔 선긋기

    소수정당에 순번 양보… 후보 검증 공유 정당 기호 감안 일부의원 이동 가능성 민생당 바른미래계外 찬성… 참여 무게 불참 입장 정의당 막판 합류 배제 못해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확정하면서 진보진영 비례정당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민생당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한편 민중당은 배제하려는 모양새다. 또 일부 현역 의원들의 비례정당 이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요일(18일)에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정당이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민생당에는 민주당이 나서 참여를 요청한 상황이며, 원외 정당인 녹색당, 미래당, 기본소득당, 가정환경당, 소상공인당의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주축이 된 열린민주당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참여를 권한 상태다. 옛 통합진보당의 후신 격인 민중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민중당도 연합정당 참여를 논의하는데 특정 정당과 같이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윤 사무총장은 “그렇다”면서 “4년간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합의할 수 있는 정당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표 분산을 막고 비례정당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의당과 민생당 모두 들어오길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민생당만 참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생당은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공식 테이블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바른미래당계를 제외하고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는 “당내 확고한 이견이 있는 만큼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불참 입장을 수차례 밝혔으나, 최근 지지율 하락과 비례대표 후보 검증 문제로 시달리고 있어 진보 진영의 압박이 강해지면 막판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에 현역 의원을 보내 정당 기호를 앞당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현재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의원 수가 6명이기 때문에 앞선 번호를 받으려면 의원 7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윤 사무총장은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는 의원 중 비례연합정당을 선택하겠다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연합정당 요청이 있다면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후보 순번을 소수 정당에 양보하겠다는 기존 방침은 유지하면서도 원외 정당 후보들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제안했던 정치개혁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기획대로 선거연합정당이 추진될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연합정치를 성사시키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비례연합 창당 나선 민주당 “특정 정당과는 못 한다”

    비례연합 창당 나선 민주당 “특정 정당과는 못 한다”

    18일 비례연합 참여 정당 확정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확정하면서 진보진영 비례정당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민생당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한편 민중당은 배제하려는 모양새다. 또 비례정당으로 일부 현역 의원들의 이동 가능성도 시사했다.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요일(18일)에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정당이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민생당에는 민주당이 나서 참여를 요청한 상황이며, 원외 정당인 녹색당, 미래당, 기본소득당, 가정환경당, 소상공인당의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주축이 된 열린민주당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참여를 권한 상태다. 정의당·민생당엔 참여 요청, 민중당과는 선 그어 옛 통합진보당의 후신 격인 민중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민중당도 연합정당 참여를 논의하고 있는데 특정 정당과 같이 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윤 사무총장은 “그렇다”면서 “4년간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합의할 수 있는 정당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표 분산을 막고 비례정당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의당과 민생당 모두 들어오길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민생당만 참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생당은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공식 테이블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바른미래당계를 제외하고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는 “당내 확고한 이견이 있는 만큼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불참 입장을 수차례 밝혔으나, 최근 지지율 하락과 비례대표 후보 검증 문제로 시달리고 있어 진보 진영의 압박이 강해지면 막판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불출마 현역 의원 비례연합정당 갈 수도”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에 현역 의원을 보내 정당 기호를 앞당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현재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의원 수가 6명이기 때문에 앞선 번호를 받으려면 의원 7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윤 사무총장은 “지역구에서 출마하지 않는 의원 중 비례연합정당을 선택하겠다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런 분들에 대해서 연합정당의 요청이 있다면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후보 순번을 소수정당에 양보하겠다는 기존 방침은 유지하면서도 원외정당 후보들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사무총장은 “후보자 검증 문제는 비례연합정당 전체 후보자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기준에 맞춰 검증 과정을 공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합정당의 명칭은 참여하는 모든 정당명을 나열할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역대 가장 긴 정당명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윤 사무총장은 “그렇게 해야 군소정당들이 투표용지에서 자기 당 이름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7회] 행정처와 정반대 결정한 재판부 부정 평가… “행정처 요구는 없었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7회] 행정처와 정반대 결정한 재판부 부정 평가… “행정처 요구는 없었다”

    ‘일부 사건의 결론을 도출하면서 여러 객관적인 사정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채 주관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보이는 경우가 있음’ / ‘일부 사건에서 이유 설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었음’ / ‘일부 사건에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논리적 표현 과정에 적절치 못한 부분이 있음’ 2015년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의 재판장과 배석판사들의 평정에 기록된 이 내용들을 두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재판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관심을 갖고 있던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행정처의 입장과 다른 판단을 한 재판부에 대해 불리한 평정이 주어졌다는 검찰의 지적에 따라 당시 법원장이 직접 법정에 나와 입장을 밝혔다. 평가 내용에 대해 행정처의 지시나 요청은 없었다는 것이다.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56회 재판에는 김문석 사법연수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원장은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서울행정법원장을 지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지난해 11월 조한창 서울고법 부장판사(당시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조 부장판사가 반 부장판사 등에 대해 자신은 이 같은 평정 내용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검찰이 당시 법원장이었던 김 원장을 불러 법정에서 확인해야 한다며 증인으로 신청했다. ●“(부정적) 평정 직접 쓴 것 맞아…행정처 요구는 없었다” 약 넉 달 만에 법정에 나온 김 원장은 “여기 있는 모든 내용은 사실상 제가 직접 작성했다고 봐도 된다”며 2015년 법관 평정에 기록된 내용들을 자신이 쓴 게 맞다고 확인했다. 다만 통진당 행정소송과 같은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쓴 것도 아니었고, 특정 사건의 결론에 대한 평가도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원장은 “판결 작성 부분에 대해서는 판결이 논리적인지, 이유에 모순이 있는지, 설득력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법원장이) 판결문을 많이 읽어보고, 상급심에 올라가서의 평가 등 그밖의 여러가지 근거를 갖고 하는 것이지 특정 사건만 갖고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원장은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통진당 행정소송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처음 “그 소송에 대해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묻는 검찰의 질문에는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까지는 제가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했다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행정처의 누군가가 또는 전체가, 그건 알 수 없으나 그 사건에 대해 관심갖고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는 제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은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다.김 원장은 2015년 3월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강 전 차장으로부터 통진당 행정소송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정확히 기억나는 말은 “거꾸로 됐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이전에는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심리를 했는데 통진당 사건은 헌재의 해산결정에 대해 법원이 의원직 지위확인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꾸로 됐다’고 강 전 차장이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원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사건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당시에 저는 그런(거꾸로 됐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기에 뚜렷하게 기억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후 이 사건의 진행상황을 직접 챙기거나 신경쓰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통진당 소송 관련 행정처 관심 알았지만 직접 관여 안 해“ 이어 2015년 5월 조 부장판사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만나 통진당 의원들의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각하 판결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법원행정처 검토보고서를 받게 됐다. 재판부에 법리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었다. 조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전 상임위원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고, 평판 등이 신경쓰여 한참 뒤에 반 부장판사에게 구두로 행정처 보고서의 취지를 전달했다고 이 법정에 나와 밝혔다.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김 원장은 “어느 날 조 수석부장이 ‘행정처에서 만나자고 해서 행정처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보고를 들었고, 나중에 문건을 하나 가져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다만 당시에는 조 부장판사로부터 관련 보고를 듣긴 했지만 재판부에 어떻게 전달을 했는지 등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뒤늦게 “문건을 재판부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조 부장판사의 설명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해 1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이 소송을 각하하는 결정을 했다. 행정처의 검토 보고서와는 정반대의 결론이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당시 행정처가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김 원장은 말했지만, 어떤 경위로 행정처의 입장을 알게 됐는지, 또는 그 당시에 알았는지 이후에 사건 관련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게 됐는지도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그해 연말 회식에서 이 사건의 주심이었던 서모 판사에게 “왜 그랬나, 반 부장이 시킨 것인가” 물었다는 진술도 있었다고 검찰이 거듭 물었지만 김 원장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서 판사가 말을 지어냈을리도 없고, 그렇게 진술을 했다면 아마 맞을 것”이라고만 했다. 공교롭게도 2015년 평정에서 행정13부의 반 부장판사와 배석 판사들은 모두 ‘보통’ 등급을 받았고, 앞서 제시된 부정적인 평가가 더해졌다. 검찰은 “세 명의 판사의 평정에 공히 ‘일부 사건에서’라는 표현이 있다”며 ‘일부 사건’이 통진당 행정소송 사건을 가리킨 것이냐고 재차 확인을 요구했지만 김 원장은 여러 사건을 합쳐 표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원장은 그러면서 “법원행정처 관계자로부터 통진당 소송 결론이 부적절했다는 기재를 제시받거나 평정에 이를 반영하라고 요청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거듭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해 이 사건의 주심이었던 서 판사의 경우 ‘우수’ 등급의 평정과 함께 ‘논리 전개 과정이 탄탄하고 완결성에 있어 수준이 매우 높다’는 취지의 평가가 기록됐는데 김 원장은 “우수 등급을 줄 때는 최대한 긍정적이고 좋은 평가를 써주고 보통 등급을 매길 때는 약간의 흠을 부각시키는 등 평정을 기록하는 방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정이 해마다 바뀌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6일과 8일, 13일 사흘에 걸쳐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강형주 전 원장을 불러 증인신문을 할 계획이다.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보석 청구를 허가하는 결정을 했다. 임 전 차장이 지난 2018년 10월 28일 구속된 지 503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한 사유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한 때로부터 약 10개월이 경과했다”면서 “그동안 피고인은 격리돼 있어 참고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일부 참고인들은 퇴직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당시와 비교하면 피고인이 참고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은 다소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참고인들은 피고인의 공범이 별도로 기소된 관련 사건에서 이미 증언을 마쳤고 피고인에게 형사소송법 98조에 따라 조건을 부가함으로써 죄증 인멸의 염려를 방지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해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에게 법원이 지정하는 날짜와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보증금 3억원을 내도록 했고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주거를 제한하며 재판과 관련된 인물을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는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후 석방됐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둘 뿐이었다. 지난해 양 전 대법원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데 이어 임 전 차장이 이날 석방되면서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별도로 재판을 받은 5명의 전·현직 법관들은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삼성, 임직원 시민단체 후원 무단열람 사과

    삼성, 임직원 시민단체 후원 무단열람 사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17개 삼성 계열사들이 옛 미래전략실이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 내역을 무단 열람한 데 대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명백한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삼성 계열사들은 28일 사과문을 내고 “2013년 5월 삼성 미래전략실이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임직원 기부 내역을 열람한 것에 임직원 여러분, 해당 시민단체,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재판 과정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이 20여개 계열사 임직원 386명의 진보 성향 시민단체 후원 내역을 연말정산 제출 자료를 통해 무단으로 파악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은 환경운동연합, 민족문제연구소, 한국여성민우회, 통합진보당 등 11곳의 시민단체와 정당을 ‘불온단체’로 분류하고 이들 단체에 후원한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문건으로 만들어 특별관리 대상에 올렸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영진부터 책임지고 앞장서서 대책을 수립, 이를 철저하고 성실하게 이행해 내부 체질과 문화를 확실히 바꾸겠다”며 “그간 우리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해 오해와 불신이 쌓였던 것도 이번 일을 빚게 한 큰 원인이 되었다는 점 또한 뼈저리게 느끼며 깊이 반성한다”고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시민단체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를 확대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과문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형 줄이기를 위한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과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재판부와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원회를 명분 삼아 정경유착 범죄를 ‘법경유착’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며 “삼성이 지난 범죄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성찰할 의지가 있다면 준법감시위원회를 스스로 해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사과문과 함께 삼성 측이 낸 자료에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 13일 2차 회의에서 임직원 기부금 후원내역 무단 열람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삼성의 이번 사과는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이후 첫 조치인 셈이다. 사과문에 함께 이름을 올린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의료원 등 17곳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법농단’ 잇단 무죄… 양승태에게 물을 죄가 사라졌다?

    ‘사법농단’ 잇단 무죄… 양승태에게 물을 죄가 사라졌다?

    최대 쟁점 직권남용죄 성립조차 안 돼 양 전 대법원장 공소사실 상당수 흔들려 21일 양승태 재판 두 달 만에 재개 ‘촉각’양승태(72·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5명이 잇따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이들의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 등 전직 사법부 수뇌부 재판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 내려진 판결에서는 전체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줄기인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재판 개입의 인과관계에 대한 검찰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이 상당수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사가 위헌적 행위를 했음에도 벌할 수 없다’는 논리에 따라 사법부가 스스로 사법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도 높아질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심리로 오는 21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3·12기)·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재판이 두 달 남짓 만에 재개된다. 지난해 5월부터 53차례 열렸던 재판은 양 전 대법원장이 폐암 수술을 받으며 중단됐다. 47개에 달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가운데 핵심은 청와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다.그런데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는 재판 개입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56·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를 했지만 직권남용으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된 재판을 침해할 권한이 애초에 사법행정권자에게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임 부장판사의 개입 행위에도 불구하고 일선 재판장들은 독립적인 판단을 했다며 재판 개입과 실제 재판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도 없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죄의 또 다른 축인 ‘의무 없는 일’도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논리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서도 이어진다면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권한이 직무권한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 법원행정처의 관여를 받은 일선 법원 재판 결과와의 인과관계도 입증이 안 돼 재판 개입 관련 혐의들이 대부분 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재판 개입을 위한 직무권한이 존재하지 않아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면 상급자의 어떠한 재판 관여도 처벌할 수 없고,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인 국가기능의 공정성은 사법의 영역에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러한 판결이 확정되면 앞으로 어떠한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법관 탄핵이나 대법원 징계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관 탄핵은 국회의 소추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아야 하고, 징계는 시효가 3년으로 짧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핵과 징계 모두 현직 법관에게만 적용될 수 있고, 징계 수위도 최대 정직 1년이어서 재판 개입의 중대성에 크게 못 미친다. 재판 개입을 막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는 데다 강제징용 사건 당사자 등 잘못된 재판 개입의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도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미국·프랑스 등에서 규정한 ‘사법방해죄’를 법관들에게도 범위를 넓히는 취지의 입법을 하거나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재판 관여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장 실현되긴 어려워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포토] 노동문제 토론회 발제하는 이정희

    [포토] 노동문제 토론회 발제하는 이정희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 주최로 열린 ‘진보정치가 놓치고 있었던 노동문제들’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 VIK 피해자연합 “이정희.. 이철 VIK 대표 변호인단 중 한 명”

    VIK 피해자연합 “이정희.. 이철 VIK 대표 변호인단 중 한 명”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진보정치가 놓치고 있었던 노동문제들’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중당은 노동환경 변화를 반영한 새 노동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토론회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사기는 살인”이란 구호를 외치며 열린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피해자연합 집회에서도 ‘이정희’란 이름이 나왔다. 변호사로서의 이정희 전 대표였다. 대법원 사건조회 결과 이 전 대표는 투자자 3만여명으로부터 투자금 7000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은 이철 VIK 대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확인됐다. 변호인단에는 이 전 대표와 같은 로펌 소속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장인 심재환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등 보혁 진영을 막론한 유력 변호사들이 많이 포함됐다.이철 대표는 2015년 10월쯤 투자자 3만여명으로부터 투자금 7000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1심재판 구속기간인 6개월이 지난 뒤인 이듬해 4월 보석으로석방됐다. 같은해 9월 검찰은 이철 대표가 재판·보석 기간에도 2000억원대 불법 투자를 유치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이 기각됐다. 이 대표에 대한 선고는 기소된 지 3년여가 지난 지난해 12월 내려졌다. 국민참여당과 노사모에서 활동한 이철 대표는 정계 친분있는 인사와 교류를 이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민 작가가 2014년 8월 VIK 모집책 상대 강연을 했고, 이듬해 6월 유 작가 지지모임인 시민광장 주최로 글쓰기 강연이 있었다고 VIK 피해자연합은 설명했다. 이밖에 도종환 의원, 변양균 전 장관, 김수현 전 청와대 수석도 VIK에서 강연했다. VIK 피해자연합은 “수천억원대 사기 주범 이철 대표에게 검찰은 고작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고작 징역 8년의 형만 선고했다”면서 “다른 공범들에게는 징역 1년 6개월~3년을 선고한 법원의 형은 미미했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되었지만 민생 관련 적폐들은 아직도 청산이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철 대표 변호인단을 향해 “적폐청산 정의사회를 외치면서도 적폐를 변호했다”면서 “수임료의 출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18·19대 청년 정치인 16명 중 현역 2명뿐… 비례로 시작, 재선은 ‘벽’

    18·19대 청년 정치인 16명 중 현역 2명뿐… 비례로 시작, 재선은 ‘벽’

    18대 국회 7명·19대 9명… 주류서 밀려나 20대 총선서 대부분 고배… 21대 재기 ‘꿈’ 정치 경험 살려 국정 동참… 시민운동도4·15 총선을 겨냥해 여야가 ‘2030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 정치인을 앞세우는 가운데 18·19대 총선에서 청년의 이름으로 당선된 의원 중 현역으로 남은 사람은 단 2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청년 비례대표로 의정 활동을 시작하지만 재선의 벽을 넘지 못해 대부분이 주류 정치의 외곽으로 밀려난 것이다. 총선에서 당선된 2030 정치인은 18대에 7명, 19대에 9명이었다. 18대에 한나라당에서는 김동성·홍정욱·강용석 의원이 각각 지역구에서 당선됐고, 무소속으로 김세연, 통합민주당에서 김유정, 민주노동당에서 이정희, 친박연대에서 양정례 전 의원이 배지를 달았다. 이 중 현재까지 의원 신분으로 남은 건 3선의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뿐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최근 “한국당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9대에서는 직전보다 많은 9명의 청년 정치인이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이 중 남은 의원은 전진당 이언주 의원뿐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최근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을 창당하면서 19대 국회에서 보여 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정치색을 보이고 있다. 국회를 떠났지만 청년 정치인의 경험을 살려 국정에 동참하거나 시민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19대 민주통합당 청년비례 출신인 김광진 전 의원은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청와대 정무비서관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20대 총선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장하나 전 의원은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로 변신해 ‘유치원3법’ 등을 통과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18·19대 출신 청년 정치인들은 대부분 지난 20대 총선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또 적지 않은 수는 21대 총선에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이자스민 의원은 정의당으로, 통합진보당 소속이었던 김재연 의원은 민중당으로 적을 옮겨 출마한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김해영, 한국당 신보라,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도 모두 21대 총선에 나간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선거비용 사기’ 무죄 받은 이석기, 형사보상금 받는다

    ‘선거비용 사기’ 무죄 받은 이석기, 형사보상금 받는다

    법원이 내란 선동 사건 등으로 9년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선거비용 사기 등 일부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이균용 부장판사)는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형사보상금 860여만원을 지급하기로 지난 13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보상이란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형사재판 당사자가 쓴 재판비용을 국가가 보상해주는 제도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과 함께 재판을 받은 3명에 대해서도 770만~900여만원의 형사보상을 공시했다. 이런 결정은 이 전 의원의 사기·정치자금법 위반·횡령 혐의 중 일부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된 데 따른 것이다.이 전 의원은 ‘CNP전략그룹’이란 선거홍보 회사의 대표를 맡아 2010년∼2011년 지방의원 선거,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 등에서 컨설팅 등 각종 업무를 수행하며 물품 공급 가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선거보전비용 4억 440여만원을 타낸 혐의(사기·정치자금법 위반)로 2012년 기소됐다. 또 CNP의 법인자금 1억 9000여만원을 유용해 개인 명의로 여의도 빌딩을 사들인 뒤 임대 수익을 올리고, 이와 별도로 CNP 명의의 4000만원을 빼돌려 쓴 혐의(횡령)도 받았다. 1심은 “사기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6800만원만 유죄로, 횡령 혐의는 상당 부분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징역 10개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선거비용 보전 청구 시 제출된 CNP전략그룹과 후보들 사이의 계약서와 견적서 등을 보면 대금을 부풀렸다거나 허위로 작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기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모두 무죄로 인정하고 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민주노총, 진보정당과 ‘연결고리’ 구축 행보

    민주노총, 진보정당과 ‘연결고리’ 구축 행보

    ‘제1노총’으로 등극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발걸음이 4·15 총선을 앞두고 바빠지고 있다. 독자적 창당 계획을 접은 이후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접촉하며 ‘연결고리’ 구축 작업을 이어 가는 모양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만나 총선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진보정당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장들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면서 “반통일 반평화 세력들을 심판하고 진보 정치를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민주노총이 총선에 임하는 자세”라고 밝혔다. 이에 심 대표는 “어떤 당이라도 참정권을 적극 행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되셨으면 좋겠다”면서 “그중에 당연히 정의당 당원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정의당은 민주노총이 제안한 ‘전태일법’도 21대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전태일법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특수고용근로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날 회동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온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간 연쇄 간담회 일정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민중당, 지난 3일 녹색당, 8일 노동당, 10일 사회변혁노동자당을 찾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진보정당과 어떤 연대를 이룰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마련한 자리”라면서 “과거처럼 배타적 지지를 선언하는 등의 결과물 대신 다른 전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이후 탄생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2012년 철회한 이후 10년 가까이 총선·대선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대신 진보정당에 다수 출마자를 내는 방향으로 총선을 치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오는 17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선을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민주노총당’ 창당 방안 등에 대한 의향도 물어 관심을 끌었으나 독자적인 정당 창당은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소수의견도 활발해야 건강한 사회… 사법의 정치화 경계해야”

    “소수의견도 활발해야 건강한 사회… 사법의 정치화 경계해야”

    “소수의견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 주는 척도다.”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위대한 반대자’였던 김이수(67)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달 26일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단독 신년 인터뷰에서 소수의견과 민주주의 사회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관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등 당시 뒷얘기를 비롯해 최근 정치적 양극화 현상에 대한 의견을 가감 없이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적 의견이 갈수록 양극화한다. 극단화 해소를 위한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합리적 보수·진보가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느낌이 든다. 배제와 혐오, 차별이 넘쳐난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부정적 유산이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나도 뚜렷한 방책은 없지만, ‘상대방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생각해 보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무조건 반대쪽 사람의 말은 근거도 없다고 하지 말고 들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배제와 혐오, 차별을 내면화하게 된다. 남북 분단과 전쟁, 최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과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등을 거치면서 상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축적되지 않았나 싶다.” -정치적 극단화 와중에 정치의 사법화, 또 그 반대로서 사법의 정치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 정책은 정치적 공론장을 통해야 한다. 타협이 힘들다는 이유로 혹은 부담스럽다는 핑계로 사법부에 떠넘기는 게 정치의 사법화다. 낙태죄나 간통죄, 호주제, 양심적 병역거부 모두 그런 식이었다. 이견을 조율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는 역할을 정치가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고소·고발부터 하고 보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헌법재판소나 법원으로서는 정치 쟁점을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고, 어느 순간부터 법원이 정치 현안을 판단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됐다. 그런 과정이 심해지면 사법의 정치화가 이뤄진다. 통진당 사건은 정치의 사법화인 동시에 사법의 정치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헌법재판소나 법원도 그렇고 검찰과 경찰 등 법을 다루는 기관은 권력 행사를 절제해야 한다. 그걸 헌법학에서는 ‘과잉금지의 원칙’ 혹은 ‘비례의 원칙’으로 표현한다. 이를 위반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 된다.” -많은 이들이 김이수 헌법재판관 하면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을 떠올린다. “헌법재판관 시절 혼자서 낸 소수의견만 8건이었다. 그래도 사적으로는 다른 재판관들과 잘 지냈지만 2014년 12월에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정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는 많이 외로웠다. 8대1로 혼자만 의견이 다르니 상의할 사람이 없었다. 결정문 초안에 ‘쓸모 있는 바보들’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구절을 봤는데 반대 의견을 쓰는 나를 가리킨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 표현을 바꿔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집필자는 끝내 그 표현을 포기하지 않았다.” -소수 발언을 하기 어려운 사회에서는 창의적인 생각도 쓴소리도 힘들 것 같다. “2017년 6월 헌법재판소장 청문회 당시 자유한국당 등에서 ‘통진당 해산을 반대한 재판관은 헌재소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나를 비난했다. 그 정도 토론조차 허용할 수 없나 자괴감이 들었다. 다양한 생각을 보장하고 소수의 생각이 주눅 들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민주사회다. 소수의견이 활발하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뜻이다. 다수의견만 강요하는 사회는 독재로 빠진다.” -법원행정처에서 통진당 지방의원직 박탈 소송 판결 방향을 지시하는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사법농단’ 와중에 드러나기도 했다. “‘사법농단’ 사건은 법원 내부에서, 그것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조직을 중심으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사건이어서 충격을 더한다. 핵심 의혹은 대체로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재판 거래,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 판사 사찰 등이다. 대체로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이나 판사 사찰은 사실인 듯하다. 재판 거래 역시 시도 자체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국민의 신뢰는 손상될 수밖에 없다. 재판은 결론에 이르는 과정도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개방성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용기와 절제가 모두 필요하다. 좋은 재판을 위해서는 재판에 대한 평가, 특히 시민사회의 평가가 활발해져야 한다. 법관들 역시 허심탄회하게 재판에 대한 평가를 들을 필요가 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만장일치가 나왔다. “몇 차례 고비가 있었다. 촛불집회도 그렇고,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되는 등 국민 여론이 확연히 드러난 게 중요했다. 탄핵 심판은 초기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분위기였다. 중간에 ‘최순실이 국정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문화·체육 등 일부 분야에 국한됐다면 탄핵까지 갈 건 아니지 않느냐는 논의도 있었다. 막판에는 대리인단이 법정을 모욕하는 변론 태도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는 확실히 불리하게 작용했다.” -광화문에서 ‘탄핵은 사기’라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집회에서 나오는 말을 보면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도 거리낄 게 없다. 표현의 자유는 확실하게 누리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표현이 도를 넘을 땐 오히려 스스로 설득력이 없어진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얼마나 제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느냐, 그리고 사회가 그걸 얼마나 보장하느냐 하는 점이다. 소수의견에 더 귀를 열어 주고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책임을 느끼는 사회가 다원적인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최근 논란이 된 한기총 집회를 어떻게 보나. “1972년부터 교회를 다녔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증진에 기독교가 큰 역할을 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언행을 보면 과연 기독교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교회를 정치집단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매우 걱정스럽다.” -헌법재판관에서 물러난 뒤로 어떻게 지내나. “퇴임하자마자 보름 넘게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했다. 업무상 해외에 간 걸 빼면 부부가 함께 여행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재작년부터 길고양이도 거둬서 키우는데 몸은 까맣고 발만 하얀색이라 이름을 ‘흰발이’로 지었다. 판소리를 1년 넘게 배우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맡으면서 접었는데 다시 배울 생각이다.”-격무 속에서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2002년부터 집 근처 호수공원에 나가 뛰기 시작했다. 2003년 봄에는 호수마라톤대회 하프마라톤에 출전했다. 2013년에 처음 완주를 했는데 당시 기록이 5시간 5분이었다. 지금까지 19번 완주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네댓 번 호수공원에 가서 6~7㎞를 뛴다. 마라톤은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사실 나이가 들면 그 재미를 더 잘 알게 된다. 내 목표는 75세까지 꾸준히 7㎞를 뛰는 거다. 무리하지만 않으면 상당히 오래 할 수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폐암 의심 진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폐 수술 이유로 재판 연기

    “폐암 의심 진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폐 수술 이유로 재판 연기

    양 전 원장 측 “수술 후 4주간 안정해야”폐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관련 재판 일정이 다음달 21일로 연기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의 다음 공판을 다음달 21일 열기로 했다. 양 전 원장의 공판은 당초 이달 8일 재개돼 주 1∼2회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양 전 원장이 ‘폐암으로 의심되는 악성 신생물’ 진단을 받아 이달 14일 폐 수술을 받게 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양 전 원장 측은 앞서 공판기일을 바꿔 지정하고 주거지 제한과 관련한 보석 조건을 변경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양 전 원장 측은 또 회복기간인 내년 2월 둘째 주까지는 재판에 출석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며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양 전 원장 측은 의료진이 수술 후 약 1주일간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4주간 안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수술을 위한 보석 조건 변경에는 동의하면서도 수술 이후 추가기일을 열어 다음 공판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조사한 범죄 사실은 40여개에 달한다.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재판, 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법관 뒷조사 등 사찰 및 인사 불이익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해 청와대 통한 헌법재판소 압박, 법원 공보관실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의 혐의도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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