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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정의 독사만평] 한일 ‘역사 대화’ 반세기/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정재정의 독사만평] 한일 ‘역사 대화’ 반세기/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이달 초 도쿄 학습원대학에서 역사 교과서 비교 한일 합동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대학 우메노 마사노부 교수와 필자 등이 2019년부터 시작한 공동연구 모임이다. 20여명이 일본의 한국 침략·지배에 관한 양국 교과서 기술을 자세히 분석하고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역사 자료를 검토했다. 논의한 주요 주제는 식민지화 과정, 한국 병합과 무단통치, 3·1독립운동, 식민지 수탈, 동화·황민화 및 관동대진재, ‘위안부’, 전후 보상 등이다. 각 주제는 대여섯 가지 세부 소재로 나뉜다. 담당자는 키워드를 설정해 각 교과서 기술을 비교하고 주제와 관련된 핵심 자료를 제시했다. 대상 교과서는 2000년 이후 출판된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역사적 분야 교과서, 고등학교 일본사 교과서, 한국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다. 2000년 이전 역사 교과서는 우리가 이미 검토했으므로 이번은 그 후속 작업에 해당한다. 한일 역사 교과서 비교연구는 자국사 교과서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 소개한다. 곧 일본의 한국 침략·지배와 관련된 역사에 대해 양국 정부가 인정한 언설을 바탕으로 역사 인식의 공유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일본 역사 교과서의 한국사 관련 기술이 정치·외교 문제로 부상한 것은 1982년부터다. 그런데 이원순(1926∼2018)·가토 아키라(1931∼2016) 교수 등은 한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해 1976년 서울에서 이미 ‘민족과 역사·역사교육’이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교과서를 둘러싼 우리의 역사 대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1990년대 이후 역사 문제가 연례행사처럼 양국 정치·외교 현안으로 부상하자 여러 그룹이 역사 교과서 비교연구에 손을 댔다. 그렇지만 두 교수의 가르침을 받은 연구자·교육자가 꾸준히 맥을 이어 온 우리 모임이 가장 오래 지속되며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연구에는 우메노 교수와 필자의 제자까지 참여했다. 3세대에 걸쳐 50년 가까이 역사 대화를 계속한 셈이다. 내력으로 보면 독일·프랑스·폴란드의 역사 교과서 공동연구에 버금간다. 우리가 생산한 15권의 학술서와 2권의 교재는 양국의 한일 관계사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내용 중 일부는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1998)과 교과서 등에 반영됐다. 특히 일본 역사 교과서의 한국사 관련 기술은 여러 부족한 점이 있지만, 50년 전보다는 양과 질 면에서 상당히 좋아졌다. 그리하여 역사 교과서 공동연구는 한일 역사 대화에서 가성비 높은 장르로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우리의 공동연구가 한국과 일본의 주류사회에 강하게 뿌리내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에서는 역사 인식의 한일 수렴에 대한 반동으로 수정주의가 득세했다. 이에 따라 저간 10년 동안 한국과 일본은 식민지 지배의 인식과 처리를 둘러싸고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를 지켜보며 우리는 자성과 함께 한일의 역사 화해에는 정치의 주도적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절감했다. 우리는 한국과 일본이 근린 국가로서 평화와 공영을 함께 누리기 위해서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분열된 역사 인식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긴다. 식민지 지배는 불법·합법을 막론하고 타국의 존엄을 짓밟은 점에서 부당하다. 따라서 양국이 교과서의 식민지 지배 기술을 바탕으로 역사 인식의 공유를 논의하는 작업은 매우 소중하다. ‘계속하면 힘이 된다’는 속담이 있다. 올바른 바람을 가지고 무엇이든 꾸준히 하다 보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뜻일 게다. 한일의 역사 대화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도 이와 같다. 모처럼 관계 개선에 진입한 한국과 일본이 활발한 역사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심화함으로써 믿을 만한 이웃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수해에도 막말·정쟁… 국민 피해 안중에 없는 여야

    수해에도 막말·정쟁… 국민 피해 안중에 없는 여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점을 고려해 여야 모두 갈등의 불씨가 될 만한 국회 공식 일정을 취소·연기하고 수해 현장을 찾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막말 공방 등 정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포스트(post)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체계적으로 계속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지우기’ 정책이 이번 수해 피해로 연결됐다는 주장이다. 김가람 최고위원도 문 정부가 적극 추진한 ‘태양광 사업’에 화살을 돌리며 “수해가 컸던 경북, 충북에 많은 태양광 설비가 있다. 폭우로 인해 배수로에 토사가 쌓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의 재난 대응 시스템 부실이 화를 불렀다며 비난 공세에 나섰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기계, 장비, 사람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작동하게 할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며 “전 정부 탓을 하고 싶겠지만 자기 허물은 감추고 남의 잘못은 철저히 파헤치는 윤석열식 통치 철학 때문은 아닌지 반성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전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날 “대통령 비난에 참사를 이용한다”고 강도 높게 반발했고, 김 의원은 결국 사과의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 부대변인을 지낸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정쟁을 하면서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다”며 “정치권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결국 민생이 도탄에 빠지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여당은 최소한의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야당은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있다”며 “현재 양당의 모습은 전혀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 수해에도 막말·정쟁 벌이는 여야…“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수해에도 막말·정쟁 벌이는 여야…“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점을 고려해 여야 모두 갈등의 불씨가 될 만한 국회 공식 일정을 취소·연기하고 수해 현장을 찾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막말 공방 등 정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포스트(post)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정비사업을 체계적으로 계속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재인 전 정부의 ‘4대강 지우기’ 정책이 이번 수해 피해로 연결됐다는 주장이다. 김가람 최고위원도 문 정부가 적극 추진한 ‘태양광 사업’에 화살을 돌리며 “수해가 컸던 경북, 충북에 많은 태양광 설비가 있다. 폭우로 인해 배수로에 토사가 쌓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의 재난 대응 시스템 부실이 화를 불렀다며 비난 공세에 나섰다.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기계, 장비, 사람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작동하게 할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며 “전 정부 탓을 하고 싶겠지만 자기 허물은 감추고 남의 잘못은 철저히 파헤치는 윤석열식 통치 철학 때문은 아닌지 반성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전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날 “대통령 비난에 참사를 이용한다”고 강도 높게 반발했고, 김 의원은 결국 사과의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 부대변인을 지낸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정쟁을 하면서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다”며 “정치권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결국 민생이 도탄에 빠지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여당은 최소한의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야당도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있다”며 “현재 양당의 모습은 전혀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 [데스크 시각] 푸틴의 ‘방사능 홍차’가 식지 않는 이유/윤창수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푸틴의 ‘방사능 홍차’가 식지 않는 이유/윤창수 국제부장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던 러시아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지난달 24일 갑자기 총부리를 조국으로 돌리자 전 세계가 흥분했다. 러시아 공습으로 대피가 일상이 돼 버린 우크라이나 국민은 이제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3년 철권통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장갑차를 트레일러에 싣고 하룻밤 사이 1000㎞를 내달려 모스크바 앞 200㎞까지 진격한 용병들의 반란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러시아판 위화도 회군’을 기대했지만, 반란은 갑신정변 삼일천하보다 짧은 일일 쿠데타로 막을 내렸다. 푸틴 대통령에게 대항하다 조선시대 사약보다 독한 ‘방사능 홍차’로 암살당했던 이전 반역자들과 달리 바그너그룹을 이끈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아직 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란 닷새 후인 지난달 29일 프리고진은 크렘린에서 소집한 회의에 참석했는데, 여기서 일종의 충성 맹세를 한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의 반란이 푸틴의 권좌를 얼마나 흔들어 놓았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단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숙청을 요구했던 국방장관과 총참모장에 대한 신임이 여전함을 확인했다. 그가 푸틴의 요리사에서 신흥재벌로 클 수 있었던 바탕인 요식업체를 비롯해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은 정부에 몰수될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론전을 이끌던 프리고진의 미디어그룹도 푸틴 대통령의 여자친구에게 넘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그룹은 푸틴이 스스로 키운 용병이다. 옛소련 시절 스탈린이 1930년대 스페인 내전에 개입한 것처럼 러시아 독재자들이 세계 곳곳의 갈등을 조장해 힘을 키우는 것은 오랜 전통이다. 푸틴 역시 권력 초기에 군부를 통제하기 위해 바그너 용병을 키웠고, 핫도그를 만들던 전직 죄수 프리고진을 용병그룹 수장으로 끌어올렸다. 옛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미국도 파악했던 프리고진의 반란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는 믿기 힘들다. 독재자의 집권 기간이 늘어날수록 절대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은 힘들어진다. 1980~90년대 남미의 군부 독재는 냉전 종식과 함께 무너졌고, 중동 지역에는 ‘아랍의 봄’이 찾아왔으며, 옛소련 국가에는 색깔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2010년대 초반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예멘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번진 반정부 운동이 오래된 독재자 4명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권위주의 정권의 권력 유지 기술도 진화했다. 쿠데타 방지에만 집중하지 않고 인터넷과 SNS 통제,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을 사용해 반정부 움직임을 차단하고 있다. 벨라루스, 중국, 베네수엘라처럼 서방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끼리 외교적 협력을 강화하고, 발달한 감시 기술로 반정부 인사들을 추적한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 이전의 중국과 같은 정당 독재보다는 개인 독재가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사례가 훨씬 드물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스탈린에 버금가는 개인 독재를 확립했고, 시 주석과는 현재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러시아 반란이 일어났을 때 나왔던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섣부른 것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중국처럼 핵을 보유한 독재 권력이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조차 3대를 이어 권력을 세습하며 70년 이상 독재 정권을 유지한 북한을 부러워할 수 있다. 러시아 반란 사태로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내부 균열에 따른 독재 권력의 붕괴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 태국 철권통치 쁘라윳 “정계은퇴”라지만…

    태국 철권통치 쁘라윳 “정계은퇴”라지만…

    쿠데타로 집권해 9년간 자리를 지켜온 쁘라윳 짠오차(69) 태국 총리가 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로이터통신과 타이PBS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치를 그만두고 소속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RTSC)에서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총리 자리에 있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총리로서 9년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국가의 안정과 평화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국내외의 많은 장애물을 극복했다”고 자화자찬에 망설이지 않았다.쁘라윳 총리는 육군 참모총장이던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직에 올랐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약 5년 만인 2019년 3월에야 민정 이양을 위한다면서 총선을 실시했지만, 이번에도 쁘라윳이 팔랑쁘라차랏당(PPRP) 후보로 직접 나서서 총리를 꿰찼다. 군부는 총선에 앞서 2017년 개헌으로 자신들이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도 총리 선출에 참여하도록 했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해 임기 논란으로 총리직을 잃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야권이 쁘라윳 총리의 임기가 헌법상 최장인 8년을 넘겼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판결 전까지 총리 직무를 정지했다. 그러나 헌재가 2017년 새 헌법이 공포된 시점부터 8년 임기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쁘라윳 총리는 자리를 지켰다. 쁘라윳 총리는 올해 1월 PPRP를 떠나 RTSC에 입당하면서 다시 한번 총리직 연장에 도전했다. 이날 정계은퇴 성명에서 그는 “국가, 종교, 군주제를 사랑하고 미래에 국가의 기둥이 될 수 있는 이념이 확고한 우수한 정당을 원했기 때문에 RTSC에 입당했다”고 여전히 자신감을 드러냈다. 헌재 판결에 따르면 그는 다시 총리로 선출돼도 2년간만 더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5월 총선에서 RTSC는 3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쁘라윳 총리는 총선 전 “선거에서 패하면 정치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 쉬겠다”고 말했지만, 총선 후 RTSC 측은 “당을 떠나지 않고 수석전략가로 남아 계속 당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총선에서는 군주제 개혁과 징병제 폐지 등을 내건 진보정당인 전진당(MFP)이 151석을 얻어 제1당에 올랐다. 태국은 오는 13일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총리를 선출한다. 그러나 야권 8개 정당 연합은 하원에서 312석을 확보하고도 집권 전망은 불투명하다. 상원과 하원 전체의 과반(376석)을 확보해 총리에 오르려면 상원의원 64명의 지지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태국은 1932년 이래 입헌군주 독립국 유지를 외치면서도 무려 19차례 쿠데타 중 성공한 12차례 쿠데타에 의해 기존 민정이 무너졌다. 1991년까지 59년 동안엔 평균 3년 5개월에 한 번씩 ‘밥 먹듯’ 쿠데타가 터졌고 48개 내각중 절반인 무려 24개 내각이 군부정권으로 구성됐다. 쿠데타는 태국의 사회, 지배구조를 일거에 바꾸는 정치 행위였다. 최근 17년 사이에 일어난 18·19번째 쿠데타 군인들에겐 뚜렷한 ‘족보’가 있다. 2006년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손티 분야랏글린(76) 등 모두 여왕 근위대인 ‘부라파약’ 계열이란 점이다. 억만장자이면서도 빈곤층과 왕실 반대파를 끌어모아 포퓰리스트 정당을 세운 뒤 총리에 올랐던 탁신 친나왓(74)이 2006년 9월 재임 5년 만에 쫓겨나 망명자 신세를 맞았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이던 2021년 정부의 방역정책 등을 잇따라 비판하며 태국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러자 태국 반부패위원회는 탁신 재임시절 타이항공의 항공기 구입에 부정개입 의혹을 들어 20년 전 사건을 캐기도 했다. 2011년 총선에선 막내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56)이 푸아타이당으로 승리했으나 3년 뒤 쁘라윳에게 쿠데타를 당해 오빠처럼 망명해야만 했다.
  • ‘암살 드론’에 제거된 IS 수장…테러리스트 잡는 美 MQ-9 리퍼의 활약

    ‘암살 드론’에 제거된 IS 수장…테러리스트 잡는 美 MQ-9 리퍼의 활약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지도자가 미군의 공습에 사살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7일 시리아 알 밥 지역을 공습한 미군은 시리아 동부지역 IS 지도자인 우사마 알 무하지르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미군의 이번 공습에는 MQ-9 리퍼 무인항공기(드론)이 동원됐다. 세계 최고 군용 무인기로 꼽히는 MQ-9 리퍼는 무장을 갖춘 무인전투기(UCAV)로, 정보수집과 정찰·감시 및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공격 기능을 갖췄다.  MQ-9 리퍼의 무게는 4.7t, 최대 상승고도는 15㎞이며, 다양한 폭탄과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미군은 이번 공습에서 총 3대의 MQ-9 리퍼를 동원했다. 공습 직전까지 MQ-9 리퍼를 비무장한 상태로 운용했으나, 공습이 있던 7일에는 무기를 장착한 상태였다.  공습 과정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간인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보고에 대해 파악 중이다.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은 “IS는 이 지역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위협”이라면서 “IS를 격퇴하기 위한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습이 성공하면서 IS의 테러 능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미군은 이카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파트너와 함께 IS 격퇴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날 공습에 앞서 러시아 군용기로부터 2시간가량 작전 방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 중부사령부 측은 공식 성명에서 “러시아 군용기가 MQ-9과의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뉴얼을 시행했다”면서 “러시아군의 Su(수호이)-34 한 대와 Su-35 한 대가 근접 비행했으며, 이들은 MQ-9에 조명탄을 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러시아군과 시리아군이 6일간의 합동훈련을 시작했으며, 러시아군은 시리아 국영언론을 통해 “시리아 북부 상공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무장 드론을 운용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에서 IS 소탕 작전 이어가는 미국 IS는 2014년 당시 시리아와 이라크의 상당지역을 장악하고,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 지도자인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국가로, 유사 국가체제를 의미)를 선포한 바 있다.  이후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로 장악 지역을 가혹하게 통치하고, 납치한 외국인 인질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2018년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한 대대적인 격퇴전으로 세력이 위축돼 본거지에서 격퇴했다. IS는 2019년 시리아에서 마지막 영토를 잃은 뒤,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반군의 통제 하에 있는 지역을 피난처로 삼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시리아 내에서 IS 소속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급습과 공습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암살드론 MQ-9 리퍼, 활약 이어져 이번 공습에 이용된 MQ-9 리퍼는 일명 ‘암살 드론’으로도 불린다. 공격능력 뿐만 아니라 정보수집 능력도 강해 주로 시리아와 이라크 등 분쟁지에서 펼쳐지는 대테러 작전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체 조종사, 센서·무기 작동 기술자가 2인 1조로 원격 조종하는 MQ-9 리퍼는 2018년 IS 수장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 2020년 1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소속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에 사용되기도 했다.  MQ-9 리퍼의 대당 평균 가격은 2800만 달러, 한화로 약 365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뿐만 아니라 영국도 이라크와 시라크 등지에서 대테러작전을 위해 MQ-9 리퍼를 구입해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 일본, 네덜란드 등도 해당 무기를 보유·운용 중이다.
  • ‘푸틴 치명상’ 프리고진 반란, 北 김정은도 뜨끔? “악몽”

    ‘푸틴 치명상’ 프리고진 반란, 北 김정은도 뜨끔? “악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3년 철권통치를 위협한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군사반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악몽같은 소식이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제를 다뤄온 60여년 경력의 미국 프리랜서 기자 도널드 커크는 6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러시아 반란이 어떻게 북한 전복 영감을 줄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관련 분석을 전했다. 커크는 김 위원장의 은밀한 적, 즉 북한 지배 엘리트 계급 일부가 프리고진의 전략을 들여올 때가 됐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점이 김 위원장의 가장 큰 두려움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지배 엘리트 계급이 푸틴 대통령 통치력에 치명상을 입힌 프리고진의 군사반란에서 영감을 얻지는 않을까 김 위원장이 두려워한다는 분석이다. 커크는 특히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반란 관련 보도에 주목했다. 프리고진의 군사반란이 ‘36시간 천하’로 끝난 지난달 25일 북한 임천일 외무성 부상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를 만나 러시아 지도부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관련 소식을 전하며 바그너 그룹이나 프리고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반란의 본질도 설명하지 않았다. 커크는 북한의 공식 논평의 모든 목적이 푸틴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확립된 통치 체제에 대항하는 모든 위협에 대한 영원히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은 그만큼 ‘소중한 동맹’이라고 커크는 강조했다. 실제로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북러 관계의 폭을 급속히 넓혀 왔고, 북한은 이를 통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이익을 봤다고 커크는 진단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 군사반란으로 몰락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재앙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새로운 러시아 통치자와 양국 관계를 기존처럼 복원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석유와 식량 등 정권 유지에 필요한 러시아의 지원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커크의 설명이다. 커크는 또 “반란 세력이 중요한 우방이자 이웃국가의 중앙통치시스템을 거의 전복할 뻔 했다는 소식이 북한에 흘러드는 일은 (김 위원장 입장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일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프리고진의 반란 실패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커크는 북한이 옛 소련의 몰락, 동유럽 등 옛 소련 위성국가들에서 공산주의 지도자 및 통치자들의 몰락을 초래한 혁명과 격변은 물론 10여년 전 아랍의 봄 당시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봉기에 대해 주민들에게 숨겨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것은 김씨 왕조에 있어 필연적으로 두려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일종의 정치적 대격변”이라고 강조했다. 커크는 “바그너 그룹은 물러났지만, 반란은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다른 단체가 일으킬 수도 있다”며 “김정은 정권은 그 위험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커크는 “김정은과 그의 왕조에 최악의 두려움은 저항 세력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결심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저항 세력은 바그너 그룹의 사례에서 일종의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푸틴이 프리고진 놔두는 이유 WSJ “재정적, 군사적으로 얽혀 있어서”

    푸틴이 프리고진 놔두는 이유 WSJ “재정적, 군사적으로 얽혀 있어서”

    무장 반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철권 통치에 커다란 흠집을 낸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최근 러시아 곳곳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 언론이 매일같이 프리고진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내보내고, 보안 당국이 프리고진의 사업체를 몰수하고 나선 것을 보면 푸틴 대통령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데도 연방보안국(FSB)이 무장 반란 당일 압수한 프리고진의 자금을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더 큰 권력”이 돌려주도록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푸틴이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점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장 반란이 실패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프리고진이 여전히 건재한 이유, 다시 말해 푸틴 대통령이 그의 자유로운 행보를 그냥 놔두는 이유를 7일(현지시간) 분석해 눈길을 끈다. 우선 바그너 용병 2만 5000명은 여전히 프리고진을 추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재한 합의에 따라 바그너 용병들은 벨라루스로 가거나 러시아 정규군에 합류하거나 귀가하는 등의 선택지가 주어졌지만, 이들 다수가 프리고진을 따르는 데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바그너 병력 상당수가 러시아 남부 기지에 아직 남아 있으며 일부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바그너 용병들이 필요한 푸틴 대통령이 이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프리고진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 그 동안 사실상 러시아의 주력부대로 활용돼 온 바그너 용병들의 ‘민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러시아·동유럽 담당 국장을 지낸 맷 딤믹은 “프리고진은 바그너 부대가 귀를 기울이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바그너 그룹의 도움을 얻으려면 프리고진이 바그너 그룹에 직접 명령을 내려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그동안 바그너 그룹을 아프리카, 중동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해왔다는 점도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건드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프리고진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정부에 군사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과 항구 이용권 등 각종 이권을 챙겼다. 해외 용병 사업으로 바그너 그룹이 벌어들인 수입은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며, 이 돈이 푸틴의 자금줄이지 않나 추측된다. 러시아 정부로서는 용병 활동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인권 침해 논란이 있을 때마다 바그너 그룹과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이 같은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러시아·유럽·아시아 연구센터의 테리사 팰런 소장은 “푸틴은 그(프리고진)를 그냥 처분할 수 없으며 이는 지도자로서의 약점을 드러낸다”면서 “그를 당장 제거하기에는 재정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너무 얽혀 있다”고 평가했다. 또 프리고진을 처리(?)하지 않는다고 해서 푸틴 대통령이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봐선 안된다는 분석도 있다.
  • [책으로 정책읽기] 지리는 힘이 세다, 러시아 옭죄는 ‘지정학의 멍에’

    [책으로 정책읽기] 지리는 힘이 세다, 러시아 옭죄는 ‘지정학의 멍에’

    왜 신라였을까. 왜 고구려나 백제가 아니라 신라가 삼국통일의 주인공이 됐을까. 어떤 이들은 고구려가 됐어야 한다며 아쉬워하고 또 어떤 이들은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덕분에 민족의 운명이 삐끗하기라도 한 것처럼 불만스러워한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라만이 가진 너무나 명확한 장점이 눈에 들어온다. 신라에겐 백두대간이라는 막강한 자연 방어벽이 있었다. 반면 백제는 애초에 상당한 지정학적 취약성에 노출돼 있었다. 신라의 최전방요새였던 삼년산성(충북 보은군)에서 백제 도읍인 웅진(충남 공주시)은 80㎞밖에 안된다. 백제는 삼년산성을 함락시킨 적도 없을 뿐더러, 삼년산성에서 경주를 공격하려면 200㎞나 되는 산악지대를 뚫고 나가야 했다. 이런 요소를 염두에 둔다면 삼국통일의 분수령은 660년 백제 멸망이 아니었나 싶다. 백제가 멸망하면서 고구려는 서쪽과 남쪽에서 동시에 공격받게 됐다. 요동에서 당나라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남쪽에서도 대규모 공격을 받게 됐으니 버틸 재간이 없다. 지리정치학, 줄여서 지정학은 지리적 요인들을 통해 국제적 현안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지정학이 단순히 산과 강, 사막과 바다만 따지는 건 아니다. 지정학은 기후와 인구통계는 물론 문화지역이나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군대 작전개념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미국 미시간주립대 하름 데 블레이 지리학과 교수가 <왜 지금 지리학인가>에서 “지리적 문맹은 국가 안보에 크나큰 위협(5쪽)”이라고 한 건 결코 허투루 들을 수 없다. 이 책에 따르면 2009년 당시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고 돌아와 CBS에 출연한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이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곳에는 이라크 같은 민족적 분열은 없다”라고 말했는데, 아프가니스탄 인구집단이 파슈툰족(42%), 타지크족(27%), 하자라족(9%), 우즈베크족(8%) 등으로 나뉜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미 그 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은 실패할 운명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배경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외교안보정책에서 지정학이 갖는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실 지정학적 관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최근 우크라이나의 반격 등 전쟁 주요 양상에 상당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권할 만한 책으로 팀 마샬이 쓴 <지리의 힘>을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나온 책이긴 하지만 1권에서 러시아 사례를 상세히 언급한 부분을 읽다보면 그 뒤 사태전개를 미리 예언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영국 출신으로 파이낸셜 타임스와 BBC 등에서 30년 넘게 국제문제를 다룬 저자가 ‘지리의 힘’을 알리기 위해 첫번째로 꼽는 게 공교롭게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례였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매일 밤 잠들기 전, 신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우크라이나에 산맥을 펼쳐두지 않으셨나이까?’(8쪽).” ‘신이시여, 어찌하여 우크라이나에 산맥을 펼쳐두지 않으셨나이까?’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에 의해 형성돼 왔다... 결국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적 요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래도 남는다(1권 10쪽).” 그는 2권 서문에서도 ”지리는 인간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것을 제한하는 주요한 요소”라면서 “어느 나라든 그들의 이야기는 이웃 나라들, 바닷길, 천연자연 등과 관련된 그 <위치>에서 시작된다(2권 14쪽)”고 단정짓는다. 그렇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지정학이라는 프리즘으로 살피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저자가 “지리에게 ‘복수의 일격’을 당했다(15쪽)”고 표현한 러시아에서 주목하는 지정학적 요소는 북유럽평원과 부동항이다. 프랑스부터 우랄산맥까지 1600km나 뻗어있는 북유럽평원은 러시아 통치자들에게 항상 침략위협을 상기시킨다. 1812년 프랑스가, 1914년과 1941년 독일이 북유럽평원을 따라 러시아를 침공했다. 1812년 나폴레옹은 잠시나마 모스크바를 점령했고 1941년 나치 육군은 모스크바 바로 앞까지 진격하며 소련을 거의 붕괴 직전까지 내몰았다. 두 사례엔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우크라이나와 연관된다. 나폴레옹은 모스크바에서 남하해 우크라이나까지 진격하는 방안을 잠시나마 검토했고, 히틀러 군대는 우크라이나 거의 전부를 점령한 뒤 아제르바이잔까지 점령해 식량(우크라이나)과 석유(아제르바이잔)을 확보하려 했다. 지도를 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별다른 천연 장애물 하나 없이 평원으로 이어져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략적 중추지대로 간주해왔다. 러시아가 보기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그건 곧 러시아 코앞에 잠재적 ‘주적’이 주둔한다는 의미가 된다. 저자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일종의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로 본다… 친서방파와 파시스트파가 주축을 이루는 반러시아 파벌들이 우크라이나 정권을 장악했다.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나 다름없었다(137~138쪽)”고 표현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언한 것이나 다름없게 느껴진다.(물론 그런 지정학적 고민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해 주는 건 결코 아니다.)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서막이 됐던 크림반도는 러시아에게 늘 아킬레스건이었던 부동항 문제와 직결된다. 크림반도에는 러시아에게 유일한 진정한 부동항인 세바스토폴이 있다. 세바스토폴에는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가 있다. 크림반도는 사실 소련 시절 후르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1954년 우크라이나에 양도하기 전까진 200년 동안 러시아가 지배했던 땅이었다. 우크라이나가 독립한데다 러시아에 갈수록 적대적으로 바뀌면서 러시아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장악한 걸 냉정하게 평가한다. “푸틴의 크림 반도 합병은 서구가 우크라이나를 근대 유럽과 서구 영향권으로 끌어넣은 행위의 대가로 봐야 한다(141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을 들여다보면 한반도에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분단 이후 휴전선이 동북아시아 지정학적 단층선이 되면서 남북한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의 최전선이 돼 버렸다. 자칫 한반도가 동북아시아의 우크라이나가 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외교안보정책에서 지정학적 판단력, 더 나아가 지정학적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 3·15 의거 시위에 마산상고 학생 등 52명 참여 규명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마산상고 학생 43명과 마산여고·마산여중·성지여중 학생 9명의 ‘3·15 의거 시위 참여 확인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했다고 6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모씨 등 43명과 정모씨 등 9명은 3·15 의거 당시 경남 마산지역 중고생들로, 마산 8개 고등학교 학생의 대규모 시위 등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3·15 의거는 1960년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와 권위주의적 통치에 반발해 마산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이다. 마산상고는 3·15 의거와 4·19 혁명의 불씨가 된 김주열 열사가 입학시험을 치렀던 학교다. 그는 1960년 3월 15일 실종돼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신청인들은 시위 참여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했고, 참고인 진술에서도 신청인들의 시위 참여 사실을 확인했다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진실규명 결정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국가보훈부,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3·15 의거 참여자의 명예를 선양하고, 3·15 의거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후대에 알리기 위한 기념사업 및 교육사업, 유적지 복원 등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그동안 3·15 의거와 관련, ‘3·15 의거 고문 등 피해사건’을 비롯한 46건(47명)에 대해 진실을 밝혔다. 이번 사건 43건과 여중생들의 ‘3·15 의거 시위 참여 확인 사건’ 9건을 포함해 진실규명 결정 사건은 총 98건(99명)으로 늘어났다.
  • “프리고진? 지금 러시아에 있다…푸틴이 죽이진 않을 것” 벨라루스 대통령 공식 확인

    “프리고진? 지금 러시아에 있다…푸틴이 죽이진 않을 것” 벨라루스 대통령 공식 확인

    군사반란 후 벨라루스로 간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현재 러시아에 있다고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공식 확인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프리고진의 행방과 관련한 질문에 “프리고진은 벨라루스 영토에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아침에는 모스크바에 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프리고진과 그의 개인 제트기가 벨라루스와 모스크바를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맞춤형 권총 등 무기를 수집하기 위해 러시아로 돌아간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리고진, 러시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해”“푸틴이 프리고진 ‘모치티’하지 않을 것”“푸틴 리더십 약화? 기대도 말라”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 “5일 점심식사 후 프리고진과 전화통화로 바그너 그룹의 추후 행보에 대해 논의했다. 프리고진은 내게 ‘우리는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것이다. 끝까지 우리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제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악의적으로 앙심을 품고 프리고진을 ‘모치티’한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모치티(мочить)’는 직역하면 ‘적시다’지만, 관습적으로 피에 적신다는 의미에서 ‘죽여 없애버리다’란 뜻으로 쓰인다.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제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프리고진의 러시아행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프리고진에 대해서는 본인보다 푸틴 대통령이 훨씬 더 잘 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바그너 그룹의 군사반란으로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을 약화시켰느냐는 질문에는 “기대도 하지말라”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답했다. 그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며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은 굳건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그를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조만간 푸틴 대통령과 만나 바그너 그룹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했다. “바그너그룹 용병단 기존 캠프에 있다”“바그너 벨라루스 주둔 결정난 것 아냐” 바그너 그룹 용병단 위치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한 오늘 아침 기준 바그너 그룹 용병단은 그들의 캠프에 주둔 중”이라며 “전력 재정비를 위해 전선에서 철수한 후 머물렀던 기존 캠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에 배치될 경우 예상되는 위험은 없으며, 오히려 국가 방어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바그너 그룹의 벨라루스 주둔 문제는 결정된 사항이 아니며, 러시아와 바그너 그룹 결정에 달려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최근 벨라루스에 마련 중이라는 바그너 그룹 캠프에 관련해서는 “우리는 캠프를 짓는 게 아니다. 예전에 사용됐던 군사 캠프 몇 개를 임시로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바그너 그룹 군사반란 사태로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우호적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프리고진 행방 및 생사에 쏠린 시선군사반란은 기만, 암살명령 등 추측 난무 프리고진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의 생사만이 이번 군사반란의 성격과 진위를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바그너 그룹의 군사반란이 36시간 만에 회군으로 마무리된 후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을 조건으로 군사반란 형사사건 수사를 종결시켰다. 23년 철권통치에 흠집을 낸 반란 주동자를 공개 숙청해도 이상할 게 없었으나 푸틴 대통령은 채찍 대신 당근을 택했다.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반란 수습 행보를 두고 러시아 밖에선 ‘정권 유지를 위한 회유다’, ‘전통적 기만전술이다’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일단 바그너 그룹에 흘러간 정부 지원금 용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으나 프리고진의 신변안전 보장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에 대한 암살명령이 내려졌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프리고진은 반란 후 일주일 만에 음성 메시지를 내며 ‘생존 신고’도 했다. “젤렌스키와 전쟁 지도부 간 갈등 표출”“전제조건 없이 협상테이블에서 전쟁 끝내야” 루카셴코 대통령은 아울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침내 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젤렌스키는 그가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반격은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뿐 종전을 안겨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해했다”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상당한 전략적 예비군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쟁 지도부 간에 심각한 갈등이 불거졌다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제 조건 없이 협상 테이블에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진실화해위, 3·15의거 시위 참여 마산상고 학생들 ‘진실규명 결정

    진실화해위, 3·15의거 시위 참여 마산상고 학생들 ‘진실규명 결정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마산상고 학생 43명과 마산여고·마산여중·성지여중 학생 9명의 ‘3·15 의거 시위 참여 확인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을 했다고 6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모씨 등 43명와 정모씨 등 9명은 3·15 의거 당시 경남 마산지역 중고생들로, 마산 지역 8개 고등학교 학생의 대규모 시위 등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3·15 의거는 1960년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와 권위주의적 통치에 반발해 마산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이다. 마산상고는 3·15 의거와 4·19 혁명의 불씨가 된 김주열 열사가 입학시험을 치렀던 학교다. 그는 1960년 3월 15일 실종돼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신청인들은 시위 참여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했고, 참고인 진술에서도 신청인들의 시위 참여 사실을 확인했다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진실규명 결정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국가보훈부,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3·15 의거 참여자의 명예를 선양하고, 3·15 의거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후대에 알리기 위한 기념사업 및 교육사업, 유적지 복원 등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그동안 3·15 의거 사건과 관련해 ‘3·15 의거 고문 등 피해사건’ 등 46건(47명)에 대해 진실을 밝혔다. 이번 사건 43건과 여중생들의 ‘3·15 의거 시위참여 확인 사건’ 9건을 포함해 진실규명 결정 사건은 총 98건(99명)으로 늘어났다.
  • 스트롱맨에서 인자한 군주로? 푸틴, 아빠미소로 돈 뿌리기 [월드뷰]

    스트롱맨에서 인자한 군주로? 푸틴, 아빠미소로 돈 뿌리기 [월드뷰]

    바그너 용병 군사반란 후 잇단 대중 스킨십소탈·인자 이미지 설정…건재·대중 지지 과시다게스탄 8세 소녀 크렘린궁 초대, 713억원 약속 36시간 반란이 23년 철권통치 ‘스트롱맨’(독재자)을 바꿔놓았다.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군사반란 이후 리더십 타격을 의식한듯,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중(大衆) 스킨십이 부쩍 늘었다. 4일(현지시간) 러시아투데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 8세 소녀 라이사트 아키포바와 그의 부모를 초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반란 나흘 뒤인 지난달 28일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데르벤트를 방문했을 때 소녀가 그를 만나지 못해 눈물 흘린 것을 뒤늦게 접하고 소녀를 직접 궁에 초대했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소녀와 그의 어머니에게 미소를 지으며 꽃다발을 선물하고 차를 대접했다. 이어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라이사트에게 바꿔주는가 하면, 소녀의 고향 다게스탄에 대한 추가 예산 지원도 요청했다.애초 실루아노프 장관은 소녀의 전화를 받고 당황한 듯 인사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톤 안들립니까? 왜 대답을 안 해요? 교양인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부름에 즉각 응답했고, 자초지종을 들은 뒤 다게스탄에 대한 예산 지원에 동의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앞으로 몇 년 간 50억 루블(약 713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은 “좋다. 고맙다”며 “이제 다게스탄을 위해 50억 루블을 받았다”고 흡족해했다. 이때 푸틴 대통령은 실루아노프 장관과 통화 도중 웃음을 터트리는가 하면, 소녀에게 감사 인사를 하라고 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에게도 비슷한 통화를 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 모든 장면은 푸틴이 배려심이 많고 사려가 깊으며, 통제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바그너 그룹의 군사반란 이후 통치력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를 받은 푸틴 대통령이 적극적인 선전전을 통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36시간 반란에 23년 철권통치 ‘흔들’채찍 대신 ‘당근’ 숙청 대신 ‘보상’ 선택“돈으로 충성심 사는 푸틴 대통령” ‘영원한 스트롱맨’으로 불리던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일으킨 36시간 군사반란으로 23년 철권통치에 치명상을 입었다. 반란군이 모스크바 턱밑까지 진출하며 본토 방어력의 허술함을 노출시켰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군사반란 수사를 종결시키고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을 허락했다.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에서 부사령관으로 강등된 세르게이 수로비킨 항공우주사령관 등 군부의 반란 묵인 내지는 가담설이 꾸준히 대두됐음에도 노골적 숙청은 지양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프리고진이 반란의 원인으로 지목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 대한 신임을 드러내고, 빅토르 졸로토프 국가근위대 대장에 지원을 약속했다. 반란 사흘 만인 27일에는 크렘린궁 대성당 광장 ‘결의와 용기’ 의식에 국방부와 국가근위대, 내무부, 연방보안국, 연방경비국을 모두 불러모아 반란 저지를 위한 대테러작전에 공을 세운 군인과 사법당국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지난달 30일에는 이들의 급여인상 건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며 지지세력 결집을 시도했다. 같은달 28일에는 수도 모스크바를 떠나 경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데르벤트를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곳에서 환호하는 군중에 손을 흔들고, 악수하고, 사진을 찍고, 어린이를 끌어안는 등 스스럼없이 스킨십했다. 바그너 그룹 군사반란 후에도 여전히 대중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29일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술 박람회에 참석해 화이트보드에 직접 유명 만화 캐릭터를 그리며 색다른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했다.이처럼 채찍 대신 당근, 숙청 대신 보상을 선택한 푸틴 대통령의 반란 수습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히려 권력 불안정성이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정치학자 예카테리나 슐만은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푸틴 대통령은 개인적, 정치적 생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정부가 반란 며칠 만에 군경 급여 인상을 공식화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슐만은 또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탄압을 벌이기에는 체제 자체가 너무 취약하다”고도 분석했다. 군사반란에 상응하는 숙청 또는 탄압시 체제 불안정성만 가속화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그리고리 골로소프도 “푸틴 대통령은 단기적으로는 승리를 거뒀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 ‘얼마면 돼’ 채찍 대신 당근, 돈으로 충성심 사는 푸틴? [월드뷰]

    ‘얼마면 돼’ 채찍 대신 당근, 돈으로 충성심 사는 푸틴? [월드뷰]

    36시간 반란에 23년 철권통치 ‘흔들’채찍 대신 ‘당근’ 숙청 대신 ‘보상’ 선택‘반란 주동자’ 프리고진 벨라루스행 허용반란 직후 군장병 급여 10.5% 인상 공식화 36시간의 군사 반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3년 철권통치에 균열이 발생했다. 지도자 위상에 흠집을 낸 반란 주동자를 공개 숙청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푸틴 대통령은 채찍 대신 당근을 택했다. 군사반란 수사를 종결시키고, 반란 주동자인 민간용병기업(PMC)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을 허락했다. 군부의 반란 가담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어수선해진 군심(軍心)은 급여 인상으로 다독였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충성심과 효율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며, 전쟁 성과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의 반란 수습 행보가 역설적으로 권력 불안정성을 드러냈으며, 연쇄 봉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군인과 경찰, 보안 기관 직원 급여 10.5% 인상을 공식 발표했다. 바그너 그룹 군사반란이 있은 지 6일 만이었다. 러시아 정치학자 예카테리나 슐만은 당국이 반란 며칠 만에 급여 인상을 공식화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10월 1일부터 인상된 급여를 지급하는 건은 이미 예전에 결정된 사항이나, 푸틴 대통령이 반란 수습을 위해 서둘러 공식화한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슐만은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군사반란 수습책으로 채찍 대신 당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매우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개인적, 정치적 생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슐만은 또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탄압을 벌이기에는 체제 자체가 너무 취약하다”고도 평가했다. 군사반란에 상응하는 숙청 또는 탄압시 체제 불안정성만 가속화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정권 안정 위해 지배 엘리트 및 군심 달래기현금 퍼부어 주요 지지기반인 군·경 충성 유도 NYT는 푸틴 대통령이 체제를 유지하고 잠재적 음모에 대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가 ‘현금 뿌리기’로 주요 지지기반인 군경에 충성을 강요하는 것과 동시에, 지배 엘리트 계급에 대한 보상과 회유로 환심을 사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전문가들 평가를 종합해 ▲군사반란 주동자인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서 안전한 피난처를 찾을 수 있도록 신변안전을 보장한 것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 ▲빅토르 졸로토프 국가근위대 대장에 지원을 약속한 것 ▲반란 사흘 만인 지난달 27일 크렘린궁 대성당 광장 ‘결의와 용기’ 의식에서 “군인과 사법 당국이 내전을 막아냈다”고 치켜세운 것 ▲그 다음날 다게스탄자치공화국을 방문해 군중에 다가가 악수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으며 심지어 가볍게 키스도 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노출한 것 모두, 고도로 냉정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부의 반란 가담설 및 체포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표면적으로는 대규모 숙청을 지양한 것 역시 정권 유지에 미칠 파장을 계산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과 수십년간 알고 지내온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 바그너 군사반란 연루설 및 체포설이 불거진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통합 부사령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설사 체포됐더라도 곧 석방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익명의 관계자는 “장군 체포는 군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물밑 수습’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지금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푸틴 대통령의 보상 및 회유 전략은 그 자체로 위험을 수반한다고 전문가는 진단했다. “권력 불안정성 지속, 연쇄 봉기 가능성”“충성과 효율 딜레마…전과 타격 불가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그리고리 골로소프는 “푸틴 대통령은 단기적으로는 승리를 거뒀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골로소프 교수는 “프리고진의 군사반란을 목격한 다른 파벌에서 봉기를 일으키려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찍 대신 당근을 집어든 푸틴 대통령의 선택이 오히려 추가 위협 가능성을 키울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의 선택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했다. 러시아가 효율성 떨어지는 취약한 체제로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프리고진 반란으로 바그너 그룹마저 두동강나면서 균형 유지라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객원 연구원 니콜라이 페트로프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체제는 이제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관측했다. 전쟁에는 효율과 충성 모두 필요한데, 반란 여파로 푸틴 대통령이 효율성 대신 충성심을 재차 강조한 터라 전선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페트로프 연구원은 “효과보다 충성의 원칙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반란과 관련된 위험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체제가 효율적으로 기능할 거라는 희망도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시칠리아의 역사를 품은 주먹밥, 아란치니/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시칠리아의 역사를 품은 주먹밥, 아란치니/셰프 겸 칼럼니스트

    어떤 음식이 한 지역을 대표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누군가 강요하거나 법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지역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전승돼 온 음식이 있다니 얼마나 자랑스럽고 기특한 일인지.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인 아란치니도 그런 음식 중 하나다. 사프란으로 노랗게 물들인 쌀밥에 속 재료를 채워 넣고 바삭하게 튀겨 만드는 일종의 주먹밥이다. 피자나 파스타처럼 밀가루로 만든 음식도 아닌데 어째서 국가대표급 위상을 갖게 됐을까.우리나라의 평양냉면이 슬픈 분단의 역사를 품고 있듯, 아란치니는 애환의 시칠리아 역사 일부를 품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다사다난했던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시칠리아다.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자 이탈리아반도와 북아프리카 사이에 놓이며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고, 거기다 농사짓기에 좋은 비옥한 땅이 넓었던 탓에 고대부터 숱한 침략을 받아 왔다. 이미 청동기 시대에 선주민이 있었지만 그리스인들이 들어와 포도와 올리브, 밀을 심어 척박한 그리스에 물자를 수출하는 식민지로 활용했다. 이후 포에니전쟁 이후 로마인들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 게르만족, 아랍, 노르만족,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이탈리아 왕국에 병합된 역사를 갖고 있다. 많은 지배자들 중 오늘날 시칠리아의 문화에 가장 많은 흔적을 남긴 건 약 200년간 시칠리아를 통치했던 아랍인들이었다. 예술과 종교, 건축 등 문화 분야에서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식문화도 그중 하나였다. 밀이 주식인 유럽인들과 달리 아랍인들은 쌀이 주식이었기에 벼농사가 일부 도입됐고 자연히 쌀을 이용한 요리도 전파됐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음식을 먹음직스러운 황금빛으로 물들여 주는 사프란과 달콤한 사탕수수, 오렌지 같은 감귤류 등이 이때 시칠리아로 들어왔다.아란치니에 대한 기록이 아랍 지배 당시부터 있는 건 아니지만 아랍인들의 식문화를 토대로 추정하건대 시칠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아란치니는 지금 모습과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사프란으로 쌀을 물들여 익힌 후 허브와 각종 향신료를 버무려 구운 고기를 함께 뭉쳐 만든 단순한 주먹밥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요리라기보다는 쌀에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만든 일종의 디저트였다고도 본다. 지금처럼 빵가루를 묻혀 바삭하게 튀겨 먹는 방식은 아랍의 지배로부터 100년이 지난 13세기 신성로마제국이 시칠리아를 지배했을 당시 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음식의 겉에 빵가루를 묻힌 후 기름에 튀기는 건 맛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당시엔 음식의 부패를 늦추는, 일종의 보존처리법으로 더 유용했다. 아란치니는 ‘작은 오렌지’라는 뜻인데 빵가루를 입히기 전 사프란으로 물들인 쌀 때문인지, 빵가루를 묻혀 튀겨 놓은 모습과 색이 오렌지를 닮아서인지는 분명치 않다. 아란치니는 일본이나 한국의 주먹밥처럼 시칠리아의 농민들이 밭일하러 갈 때 챙겨 가는 새참 역할을 했는데 팔레르모와 같은 큰 도시에서는 도시민들이 빠르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도 인기가 높았다.전통적인 아란치니엔 속 재료로 라구나 리코타 치즈를 사용한다. 치즈를 한번 만들고 남은 유청을 다시 끓여 만든 리코타 치즈는 저렴하면서 포만감을 주는 서민들의 식재료였고, 고기를 잘게 다져 오랫동안 익혀 만든 라구 소스는 적은 고기로 많은 양을 만들 수 있는 서민 친화적인 소스다.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창의적인 요리사들이 아란치니를 변주하기 시작했는데 오늘날 시칠리아의 거리에 가면 라구나 치즈뿐만 아니라 해산물, 베샤멜소스, 가지, 견과류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아란치니를 만나 볼 수 있다. 아란치니는 시칠리아를 대표하지만 비슷한 음식이 다른 지역에도 있다. 로마 지역의 식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플리’는 모양만 다를 뿐 영락없는 아란치니다. 아란치니보다 작고 둥글게 네모난 크로켓과 같은 형태로 빚는데 쌀과 토마토 소스, 모차렐라 치즈로 만든다. 나폴리의 ‘팔레 디 리조’는 아예 작은 아란치니 그 자체다. 아란치니 맛의 핵심은 라구 같은 속 재료 소스가 아니라 쌀에 있다. 유럽에서 쌀은 아시아권에서 생각하는 쌀 조리 방식과는 다르다. 아시아에서는 쌀은 큰 조미 없이 익힌 후 맛이 강한 다른 반찬과 곁들이는 역할이지만 유럽에서는 적극적으로 맛을 더해 요리한다. 현대적인 아란치니라면 크리미한 질감의 완벽한 리조토를 만들어 식힌 다음 속 재료를 넣고 튀긴다. 이렇게 해야만 제대로 된 아란치니라고 부를 수 있다. 의외로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단순히 튀긴 주먹밥과는 다른 풍미를 선사해 주니 기꺼이 수고를 무릅쓸 만하다.
  • 푸틴 “서방 제재·도발에 맞설 것”… 시진핑 “지역 평화 지키겠다”

    푸틴 “서방 제재·도발에 맞설 것”… 시진핑 “지역 평화 지키겠다”

    ‘영원한 스트롱맨(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와 도발에 맞서겠다”고 선언했고, 시 주석도 “지역 평화를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인도 매체 더힌두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재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과 화상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를 위기로 내몬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 이후 첫 국제무대여서 세계의 시선이 푸틴 대통령에게 쏠렸다. 그는 “러시아는 외부의 압력과 제재, 도발에 자신 있게 저항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맞서 싸울 것”이라며 “지역 갈등이 심화하고 세계 경제 위기의 위험이 커질수록 SCO 회원국 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 당시 SCO 회원국들이 보여 준 지지에 감사한다고도 했다.시 주석도 기조연설을 통해 “지역 평화를 지키고 공동 안보를 보장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SCO 회원국들이 올바른 방향을 따르고 연대와 상호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을 겨냥해 “보호주의와 일방 제재, 국가 안보 개념의 확장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롱맨의 협의체’로 불리는 SCO는 1990년대 구소련 붕괴로 국경선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논의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됐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을 정회원으로 2001년 출범했다. SCO 주요 회원국인 구소련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자국의 통치모델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맞물려 반미 연대체 성격이 강해졌다. 올해 SCO 의장국인 인도는 뉴델리에서 정상회의를 열고자 했다. 그러나 앙숙인 중국과 파키스탄이 초청에 응하지 않았고 러시아도 난색을 보여 화상 회의 방식으로 변경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무제한 협력’을 선언했다가 최근 들어 달라진 기류를 보이는 중국을 돌려세우는 데 힘을 쏟았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 연구원은 CNN 방송에 “시진핑은 러시아 때문에 유럽과의 관계가 파탄 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중국을 표적으로 삼길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트롱맨 중의 스트롱맨’인 푸틴 대통령도 이를 잘 알기에 반란에 흔들리지 않고 러시아를 확고하게 통치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데 전력을 다했다. 현재 서구세계는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이 위기에 빠졌다고 기뻐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망할 때까지 무난히 집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쿠데타를 사전에 발각하는 것이 쉬워졌고, 20년 이상 집권한 독재자는 종신 집권하는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최근 “우리는 놀라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라는 국가는 차르를 보호하고자 300~400년에 걸쳐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포린어페어스도 “냉전 이후 독재정권의 89%는 독재자가 사망해도 곧바로 후계자가 나타나 체제를 이어 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이 사망해도 머지않아 ‘제2의 푸틴’이 나타나 권위주의 통치를 이어 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매체는 디지털 독재 모델을 수출하는 대표적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아프리카의 여러 독재 국가들이 중국의 디지털 감시 기법을 배우고자 공무원을 파견한다고 꼬집었다.
  • 프리고진 반란 이후 첫 국제무대 푸틴 “서방 제재·도발 맞서자”(종합)

    프리고진 반란 이후 첫 국제무대 푸틴 “서방 제재·도발 맞서자”(종합)

    ‘영원한 스트롱맨(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와 도발에 맞서겠다”고 선언했고, 시 주석도 “지역 평화를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인도매체 더힌두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재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과 화상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를 위기로 내몬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 이후 첫 국제무대여서 세계의 시선이 푸틴 대통령에게 쏠렸다. 그는 “러시아는 외부의 압력과 제재, 도발에 자신 있게 저항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맞서 싸울 것”이라며 “지역 갈등이 심화하고 세계 경제 위기의 위험이 커질수록 SCO 회원국 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 당시 SCO 회원국들이 보여준 지지에 감사하다고도 했다. 시 주석도 기조연설을 통해 “지역 평화를 지키고 공동 안보를 보장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SCO 회원국들이 올바른 방향을 따르고 연대와 상호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을 겨낭해 “보호주의와 일방 제재, 국가 안보 개념의 확장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롱맨의 협의체’로 불리는 SCO는 1990년대 구소련 붕괴로 국경선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논의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됐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을 정회원으로 2001년 출범했다. SCO 주요 회원국인 구소련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자국의 통치모델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맞물려 반미 연대체 성격이 강해졌다. 올해 SCO 의장국인 인도는 뉴델리에서 정상회의를 열고자 했다. 그러나 앙숙인 중국과 파키스탄이 초청에 응하지 않았고 러시아도 난색을 보여 화상 회의 방식으로 변경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무제한 협력’을 선언했다가 최근 들어 달라진 기류를 보이는 중국을 돌려세우는 데 힘을 쏟았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 연구원은 CNN방송에 “시진핑은 러시아 때문에 유럽과의 관계가 파탄 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중국을 표적으로 삼길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토롱맨 중의 스트롱맨’인 푸틴 대통령도 이를 잘 알기에 반란에 흔들리지 않고 러시아를 확고하게 통치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데 전력을 다했다. 현재 서구세계는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이 위기에 빠졌다고 기뻐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망할 때까지 무난히 집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쿠데타를 사전에 발각하는 것이 쉬워졌고, 20년 이상 집권한 독재자는 종신 집권하는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최근 “우리는 놀라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라는 국가는 차르를 보호하고자 300~400년에 걸쳐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포린어페어스도 “냉전 이후 독재정권의 89%는 독재자가 사망해도 곧바로 후계자가 나타나 체제를 이어 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이 사망해도 머지않아 ‘제2의 푸틴’이 나타나 권위주의 통치를 이어 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매체는 디지털 독재 모델을 수출하는 대표적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아프리카의 여러 독재 국가들이 중국의 디지털 감시 기법을 배우고자 공무원을 파견한다고 꼬집었다.
  • “사우디, 네옴시티 비판 트윗 올린 여성에 30년형” 인권단체

    “사우디, 네옴시티 비판 트윗 올린 여성에 30년형” 인권단체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세계 최대 스마트시티인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를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는 이유로 사우디 현지 여성이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에 따르면, 사우디 인권단체 ALQST는 사우디 법원이 최근 알아사 지방 출신의 20대 여성 파티마 알샤와르비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 사우디 사법 제도는 그야말로 베일에 싸여 있다. 따라서 일부 사건들에 대한 정보가 ALQST와 같은 인권단체를 통해 공개될 뿐이다. ALQST는 지난 2014년 8월 사우디 공군 장교 출신 야히야 아시리가 사우디 인권 문제를 문서화해 보고서로 발행할 목적으로 영국 수도 런던에서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이 단체는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로 신원이 확실한 현지 소식통들과의 연락을 통해 이같은 정보를 받고 있으며, 정보원들의 신원은 보복 우려에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인사이더는 런던 주대 사우디 대사관 측에 알샤와르비의 징역형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ALQST는 알샤와르비가 네옴시티 건설 부지의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도 해주지 않고 강제로 퇴거시킨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트윗을 익명으로 올렸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그는 지난 2020년에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ALQST에 따르면 알샤와르비는 또 사우디의 여성 인권 침해 문제를 비판하고, 현재의 절대 군주 통치 체제가 아닌 입헌 군주제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하는 트윗까지 익명으로 올렸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지난 2020년 발행한 보고서에서 사우디에 수감된 반체제 여성들은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면회마저 거부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ALQST의 리나 알하틀룰 조사연구원은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알샤와르비는 최근 몇 명의 다른 여성 수감자들과 함께 단식 투쟁을 벌였다”면서 “현재 그의 상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투쟁을 벌인 여성 중에는 트위터에 사우디 정부를 비판한 혐의로 2020년 체포된 영국 리즈대 박사과정 학생인 살마 알셰하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하틀룰 연구원은 또 사우디 당국이 알샤와르비가 비판적인 트윗을 익명으로 썼는데도 어떻게 그를 확인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알샤와르비가 만일 자신이 소셜미디어에서 오랜 기간 침묵 상태에 있다면 자신의 사례를 세상에 공개해 경종을 울려달라고 친구들에게 부탁했다고 덧붙였다.네옴시티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북서부 타북 지방에 약 2만 6500㎢ 면적의 네옴시티 건설을 바라고 있다. 유엔(UN)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사우디 정부가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현지 토착민들의 인권을 짓밟고 있다며 후와이타트 부족 등 수백만 명이 강제로 거주지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보안군은 2020년 강제 퇴거에 저항하던 후와이타트 부족민 압둘라힘 알후와이티를 사살했으며, 퇴거에 저항하던 다른 부족민 3명은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다. 이에 대해 알하틀룰 연구원은 사우디 당국은 또 후와이타트 부족에 대한 보상과 알후와이티의 살해를 비판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박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오랫동안 인권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 나라는 고문과 자의적 체포, 구금, 언론 및 집회 자유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 푸틴, 프리고진 반란 이후 첫 국제무대 등장…정권 붕괴 우려 불식

    푸틴, 프리고진 반란 이후 첫 국제무대 등장…정권 붕괴 우려 불식

    ‘영원한 스트롱맨(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 23년간 집권한 자신의 철권통치 기반은 굳건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중국의 지지를 촉구했다. 4일 인도매체 더힌두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재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과 화상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를 위기로 내몬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 이후 첫 국제무대여서 세계의 시선이 푸틴 대통령에게 쏠렸다. ‘스트롱맨의 협의체’로 불리는 SCO는 1990년대 구소련 붕괴로 국경선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논의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됐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을 정회원으로 한 체제가 2001년 출범했다. SCO 주요 회원국인 구소련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자국의 통치모델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맞물려 반미 연대체 성격이 강해졌다. 올해 SCO 의장국인 인도는 뉴델리에서 정상회의를 열고자 했다. 그러나 앙숙인 중국과 파키스탄이 초청에 응하지 않았고 러시아도 난색을 보여 화상 회의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번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 등에 바그너그룹 무장 반란을 둘러싼 정권 붕괴 우려를 잠재우고자 애썼다. 특히 전쟁 직전 러시아에 ‘무제한 협력’을 선언했다가 전쟁 장기화로 미묘하게 달라진 기류를 보이는 중국을 돌려세우는 데 힘을 쏟았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푸틴 대통령은 통치력이 흔들리고 퇴출 위기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 연구원은 CNN방송에 “시진핑은 러시아 때문에 유럽과의 관계가 파탄 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중국을 표적으로 삼길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토롱맨 중의 스트롱맨’인 푸틴 대통령도 이를 잘 알기에 반란에 흔들리지 않고 러시아를 확고하게 통치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데 전력을 다했다. 현재 서구세계는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이 위기에 빠졌다고 기뻐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망할 때까지 무난히 집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쿠데타를 사전에 발각하는 것이 쉬워졌고, 20년 이상 집권한 독재자는 종신집권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지난주 “우리는 놀라지 말아야 한다”며 “러시아 국가는 차르를 보호하기 위해 300~400년에 걸쳐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포린어페어스는 “독재자가 권력을 오래 유지할수록 정권 내부에서 전복이 일어나거나 사망하기 전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냉전 이후 독재정권의 89%는 독재자가 사망해도 곧바로 후계자가 나타나 체제를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은 디지털 독재 모델을 수출하는 대표적 국가로 꼽혔는데, 아프리카의 여러 독재 국가들이 중국의 디지털 통제 기법을 배우고자 공무원을 파견한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중국의 해외 인터넷 차단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차용해 러시아 국민들의 해외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이 사망해도 머지않아 ‘제2의 푸틴’이 나타나 권위주의 통치를 이어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 스트롱맨은 죽지 않는다 : 프리고진에 일격당한 푸틴, 종신 집권할까

    스트롱맨은 죽지 않는다 : 프리고진에 일격당한 푸틴, 종신 집권할까

    서방국이 최근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고니 프리고진에게 일격을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집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푸틴의 실각 가능성은 높지 않고 그가 사망할 때까지 종신 집권하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쿠데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손쉬워졌고, 이미 20년 이상을 집권한 독재자들은 종신 때까지 집권한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냉전 종식 이후 독재자의 권력은 놀라울 정도로 오래 유지되며 민주 정부로 교체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주 “우리는 놀라지 말아야 한다”며 “러시아 국가는 차르를 보호하기 위해 300~400년에 걸쳐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아 켄달 테일러 전 미 국가정보국(NI) 러시아 담당 부국장과 에리카 프란츠 미시간주립대 정치학 교수가 포린 어페어스에 공동기고한 글에서 냉전 종식 이후 권위주의 정권의 역사를 분석해보면 독재자가 권력을 오래 유지할수록 정권 내부에서 전복되거나 사망하기 전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냉전 종식 이후 20년간 한 국가를 통치한 65세 이상의 독재자는 평균 30년간 통치했고, 개인을 숭배하는 독재 체제를 갖춘 독재자들은 최대 36년까지 하기도 했다. 또 냉전 이후 독재 정권 89%는 재임 중이던 독재자가 사망하더라도 후계자가 나타나거나 개인 숭배 체제를 통해 계속 지속되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특히, 독재자 개인을 권력의 중심에 둔 독재 국가는 전체 시스템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뿌리 뽑기가 훨씬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런던 왕립 국제문제 연구소의 조나단 에얄은 “권력을 오래 유지할수록 그들이 구축한 후원 네트워크가 커지고, 그 후원 네트워크를 뒤흔들기가 더 어려워진다”며 “이를 재정비하려면 상당히 큰 충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벨라루스에서 중국, 베네수엘라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권은 서방의 외교적 압박을 견디고 경제 제재를 우회하며 반체제 인사들을 추적하기 위해 점점 더 정교한 감시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게다가 독재자가 전쟁 중 권력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들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1차 걸프전에서 패한 후 짧은 내전에서 살아남아 2003년 미국의 침공 전까지 10년간 통치를 이어갔다. 반면 포클랜드 전쟁으로 아르헨티나의 군부는 축출됐고, 그리스의 군부는 1974년 튀르키예 침공으로 이어진 키프로스 쿠데타를 지원한 뒤 권좌에서 물러나야 했다. 후세인과 푸틴은 마찬가지로 정당, 군대를 중심으로 국가 통치 권력을 구성하지 않고 자기자신을 중심으로 구축된 개인 독재 체제를 이끌어 축출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개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독재 체제는 결과적으로 협상된 전환이나 민주주의로 나아갈 가능성도 낮다고 정치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하에서 제도적 독재에서 보다 개인화된 독재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포린어페어스 기고한 ‘디지털 독재자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냉전 이후 자유 민주주의의 명백한 승리 이후 경찰 국가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동독이 인구 40명당 1명의 비밀경찰을 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손쉽게 반대파를 숙청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디지털 독재 모델을 수출하고 있는 국가로 꼽았다. 이들은 미 씽크탱크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공산당은 세금 신고서, 은행 명세서, 구매 내역, 범죄 및 의료 기록 등 개인과 기업에 대한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며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사회적 신용 점수’를 작성하고, 만약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개인이나 기업은 보증금 없는 아파트 임대와 같은 국가 지원 혜택에서 제외되거나 항공 및 철도 여행이 금지된다”고 썼다.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이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의 독재 국가 소속 공무원들은 중국의 디지털 통제 방법을 배우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벨라루스, 카메룬, 쿠바, 홍콩, 이란, 태국,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당국은 모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광범위한 대중 시위 운동을 진압하는 데 성공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중국의 ‘만리방화벽’의 요소를 벤치마킹해 크렘린궁이 자국의 인터넷을 전 세계와 차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국민의 온라인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사망하더라도 제2, 제3의 푸틴이 나타나서 통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스티븐 홀 배스대 정치학 교수는 “푸틴 이후에도 푸틴은 있을 것이며, 어떤 종류의 푸틴이냐 달라질 뿐”이라고 말했다. 올해 나이 70세인 푸틴 대통령은 23년을 집권했고, 현행 러시아 헌법에 따라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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