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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공사 추천 9월에 가볼만한 5곳/높아진 하늘 아래 들꽃 하늘하늘 가을향기 흠뻑 느껴볼까

    9월은 가을의 문턱이자 결실을 준비하는 달.초록색 들판은 서서히 황금빛 옷으로 갈아 입고,가을 들꽃이 하나씩 얼굴을 내민다.유독 빠르게 다가온 한가위는 일찌감치 가을 분위기를 돋우고,지방에선 앞다투어 축제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번 달엔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만한 테마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한국관광공사가 선별한 9월의 가볼만한 곳 5선을 소개한다. ●수확의 땅 김제 김제에서 가을은 지평선 너머로 온다.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김제.오곡이 무르익는 9월을 맞아 풍성한 수확의 묘미를 느껴볼 수 있는 곡창지대 김제를 찾아보자. 김제엔 망해사를 비롯하여,식도락가들이 몰려드는 심포항,고찰 금산사,도작문화를 꽃피웠던 벽골제 등이 있어 초가을 나들이로 제격이다. 신라 문무왕때 세웠으나 땅이 무너져 바다에 잠긴 것을 조선 선조때 새로 지었다는 망해사는 나무와 갯벌 바다와 어우러져 자연미짙게 풍기는 사찰.사찰 뒤 망해대에 오르면 심포항과 멀리 군산이 보이고,해질녘 석양도 장관이다.심포항엔 생선회와 자연산 조개를 즐기려는식도락가들이 많이 찾아든다. 백제 비류왕때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벽골제엔 수리민속유물전시관,단야루 및 단야각 등이 조성돼 있어 옛 선조들의 도작 문화를 엿볼 수 있다.10월 2∼5일엔 메뚜기 잡기 및 허수아비 만들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과 전통 문화행사를 묶은 지평선축제가 펼쳐지므로,좀더 다양한 즐길거리를 원한다면 이 때 김제를 찾는게 좋다.김제시청 문화관광과(063-540-3221). ●전통문화의 보고,경북 안동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마을로 자리잡은 하회마을과 조선조 선비들이 학문을 닦던 서원,수백년 연륜의 종택들이 찾아볼 만하다.특히 부용대에서 바라보는 하회마을 전경,영화 ‘취화선’의 촬영지인 병산서원,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이 있고,영화 ‘동승’을 찍은 봉정사 등은 초가을의 운치를 맛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낙동강변의 주공연장을 중심으로 안동시 일원에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펼쳐지므로 이때 안동을 찾으면 문화예술의 향기에 취할 수 있다.안동시청 문화관광과(054-8511-6393). ●봉평 문학기행 강원도 평창군 봉평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태어난 곳.9월 초 효석문화마을 일대에 가면 소설의 구절처럼 소금을 뿌린 듯 흐드러지게 메밀꽃이 피어 있다. 알알이 익어가는 옥수수밭과 콩밭,시원하게 흘러내리는 흥정천 계곡물과 전나무,소나무 우거진 계곡 등에서 소설속 주인공들의 흔적을 느껴볼 수 있다.또 곳곳에 100여종의 허브가 농장을 가득 메운 ‘허브나라 농원’,봉평을 배경으로 한 회화작품과 조각품을 전시한 ‘평창무이예술관’,‘덕거연극인촌’에 들르면 가을 향기와 함께 예술에 나타난 봉평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평창군청 문화관광과(033-330-2752). ●진천 장터기행 충북 진천은 아직도 수십년전의 넉넉한 시골장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진천읍내의 백곡천 고수부지 및 여기에 맞닿은 공터에 5일장이 서면 인근 주민들과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몰려 장터 이곳 저곳을 누빈다. 장터국밥에 막걸리 한 잔이라도 걸치고,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장터의 물건 구경을 하다보면 두서너시간은 훌쩍 지나가게 마련이다.신발가게에선 손바닥 반 만한 흰 고무신이 앙증맞아 발을 멈추게 되고,팔려나가길 기다리는 강아지와 고양이,병아리 등이 귀엽고 불쌍해서 쓰다듬다 보면 한 쪽에선 약장수가 ‘신퉁방퉁 만병통치약’을 선전하느라 열을 올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석 다리인 ‘농다리’와 42.7m 높이의 ‘통일대탑’이 있는 사찰 보탑사도 가볼 만 하다.진천군청 문화체육과(043-539-3725). ●용인 야생화 탐방 높아진 하늘 아래 하늘거리는 야생화를 보고 싶으면 경기도 용인시 동남쪽 끝에 자리잡은 한택식물원을 찾아보자.30만여평의 식물원엔 자생식물과 외래종에서부터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식물까지 6000여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 희귀식물로는 꽃 모양의 주머니 같다고 하여 이름이 붙은 ‘복주머니’ 또는 ‘개불알꽃’,다년초인 삿갓나물,근천남성,한라산에 자생하는 한라개승마,진한 자주색을 띤 털부처꽃 등이 볼 만하다.자생 붓꽃과 꽃창포를 전시한 아이리스원,식물원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돌·꽃·식물이 어우러진 암석원도 식물원이 자랑하는 코스다. 한택식물원 말고도 용인에선 어릴적 장승이나 벅수 얼굴을 보고 놀라 도망치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종옛돌박물관,거대한 불두와 와불이 유명한 와우정사도 들러볼 만 하다.용인시청 문화관광과(031-329-2067) 임창용기자 sdargon@
  • 장쩌민 군사위주석 사의 후진타오 국가주석 만류

    |홍콩 연합|중국을 실권 통치하고 있는 장쩌민(江澤民·77)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이 최근 당 중앙위원회에 군사위원회 주석직 사임 의사가 담긴 서한을 보냈으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이 이를 만류하는 등 사직 파동이 있었다고 대만의 연합보(聯合報)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장 군사위 주석이 이 편지에서 “나이도 이미 많이 먹었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은 만큼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물러날 수 있도록 동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 대구 유니버시아드 / 양궁 ‘종합2위’ 조준

    골든박스 ‘싹쓸이’로 2위 굳힌다. 한국 궁사들이 본격적으로 금빛 과녁을 조준한다.27일부터 열리는 컴파운드(석궁) 개인전 결승을 시작으로 양궁의 금메달 행진이 기대된다.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은 컴파운드는 생소한 종목.선수층이 얇아 애초 금메달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선전해 리커브에 앞서 일을 낼 가능성이 높다. 남자부 조영준(22·상무)과 여자부 박진영(20·강남대) 최미연(22·광주여대) 등 3명이 8강에 올라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4개의 금메달을 모두 노리는 리커브 결승전은 28일부터 열린다.특히 여자 개인전은 한국 선수들간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어서 흥미가 배가된다. 한국 양궁의 간판 윤미진(20·경희대)과 이현정(20·경희대) 박성현(20·전북도청)이 모두 여유있게 8강에 올랐다.예선에서는 박성현 이현정 윤미진 순으로 1∼3위를 차지했다. 시드니올림픽 2관왕,세계선수권 2관왕,아테네 프레올림픽 2관왕 등 국제대회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윤미진이 또다시 정상에 설지가 최대 관심사.윤미진은 올림픽 결승에서도 손에 땀 한방울 나지 않을 정도의 강심장을 자랑한다.국내 무대에서는 1위를 도맡아 하다가도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윤미진에게 우승을 내준 박성현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윤미진과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함께 운동을 해온 이현정도 이번 대회 우승으로 10년지기 친구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남자부에서는 이창환(21·한체대)과 방제환(20·계양구청)이 8강에 올랐다.남녀 단체전 금메달은 떼어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러시아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일 한국으로서는 양궁을 석권해야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육상과 다이빙을 휩쓸고 있는 중국의 종합 1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2위로 예상된 미국이 신통치 않은 대신 러시아가 체조에서 메달을 쓸어담으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태권도와 펜싱에서 기대 이상의 금메달을 캐낸 한국이 양궁에서 4∼5개를 추가하고,테니스와 유도에서 선전한다면 유니버시아드대회 사상 첫 2위 등극은 충분히 가능하다. 대구 이창구기자 window2@
  • 盧대통령 6개월 진단 / 노사대타협 경제동력 살려야

    ■경제·노동분야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 경제가 심각한 불황국면에 처해 있다.소비심리는 실종되고 기업투자는 마비상태와 다름없다.여기에 청년실업은 늘고 가계부채는 쌓여 국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는 3가지 경제과제를 부여받았다. 우선 정부는 시장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비리구조를 청산하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또 신산업을 개발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무엇보다도 정부는 노사대타협을 이루어내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적 힘을 모아야 한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내놓았다.그러나 현실적 대안의 부족으로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오히려 추경편성과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정책을 펴 투기만 확산시키고 위기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첫째,정부는 재벌개혁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천명하고 증권집단소송제,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총액출자제한강화 등의 개혁정책을 제시했다.효율적인 시장제도를정착시키기 위한 핵심적 시장 개혁정책이다.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불황이 날로 악화되자 기업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논리에 밀려 후퇴하고 있다. 둘째,정부는 동북아중심경제건설을 목표로 물류,금융,첨단산업의 발전 계획을 제시했다.이 계획은 미래 우리 경제의 생존수단을 찾는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이다.그러나 문제는 논의만 많을 뿐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오랜 산고 끝에 인천의 송도,영종,청라 지구를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그러나 규제,노사,조세 등에 있어서 기업하기 힘든 나라인 우리나라에 외국인 투자가 얼마나 들어올지 미지수이다. 한편 정부는 2008년까지 국민소득 2만달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기술혁신,시장개혁,문화혁신,동북아 중심,지방화 등 5대 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그러나 이 역시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셋째,정부는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여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 정책은 갈등의 연속이다.두산중공업 사태에서 무노동 무임금원칙이 무너졌다.철도청의 민영화는 노조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또 화물연대의 (1차)파업사태도 정부의 양보로 타결되었다.이렇게 되자 재계는 투자를 못하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극한적 반발에 나섰다.현대자동차의 노사 협상이 노조의 주장을 대폭 수용하는 선에서 이루어지자 재계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주5일 근무제의 정부안을 수용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이 가운데 화물연대는 다시 파업에 돌입하여 곳곳에서 물류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현재 우리 경제는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이 극심한 상태이다.여기서 정부가 중심을 잡고 노사대타협을 이루어낸 후 개혁과 동력 회복이라는 양면작전을 효과적으로 펴야 우리 경제는 새로운 희망과 질서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투자의 활력을 되찾고 경제영토인 시장 확대를 위해 세계무대로 나선다.그러나 정부가 기본 기조를 잃고 우왕좌왕할 경우 우리 경제는 난파선위에서 편을갈라 싸움을 벌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그리하여 경제를 구조불능의 침몰상태로 몰고간다. 출범 6개월을 맞은 참여정부에 경제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정책을 펴는 강력한 의지와 소신을 촉구한다. ■언론정책분야 김민환 한국언론학회 회장(고려대 교수) 일부신문 여론 과점 집중견제 갈등 공영방송 소유구조등 재정비 시급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언론은 최소한 몇 달 동안 정부를 흔들지 않는 것이 선진국의 관행이다.우리나라에서도 이 관행이 점차 뿌리를 내리는가 싶었는데,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와 신문은 정권출범 초기부터 적대의식을 숨기지 않은 채 대립하고 있다. 우리 신문은 대체로 가족소유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그런데다 몇 개의 신문이 여론형성과정을 지배하고 있다.이들 신문은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을 바탕으로 개혁세력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주요 신문이 이런 정파성을 지양하지 않는다면,그리고 정부가 언론의 소유구조나 시장구조를 바꾸어 언론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놔야 한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정부와 언론의 갈등은 앞으로 더 심화될 개연성이 있다. 노무현 정부의 언론 관련 행적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첫째,이른바 조·중·동이 여론형성 과정을 과점하는 시장구조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대통령이 동아일보나 조선일보가 아니라 한겨레신문을 방문한 것이나,첫 인터뷰를 인터넷 신문과 한 것에서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청와대의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제를 도입한 데에도 주류 신문을 견제하려는 전술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오보를 내는 신문에 대한 제소도 주류 신문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들어 노무현 정부는 일부 신문의 과점 상태를 시정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그 하나가 공동배달제의 검토이다.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마이너신문이 판매망의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공동배달제 시행에 관한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다른 하나는 신문고시의 개정이다.정부는 이 고시를 개정해 거대신문이 자전거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독자를 유인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정부기구가 직접 단속할 수 있게 했다. 둘째,신문의 소유구조 개혁에 관하여는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이 문제는 법 개정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접어둘 가능성이 크다. 셋째,방송에 관한 개혁정책 역시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공영방송의 소유구조나 방송 3사의 과점 문제도 쟁점이 되기에 충분하다.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관한 정책을 재정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넷째,언론에 관한 담론이나 정책이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가 배제된 채 주로 대통령이나 청와대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에 국제문제나 경제문제 등 큰 문제에 집착하고 작은 일은 내각에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언론에 관한 한 주무부서가 제자리를 찾게 해야 한다. 다섯째,언론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발언이 표현 방식이나 용어 등에 있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빈번히 일고 있다.최근에 청와대는 일부 신문이 정부에 대해 막말 수준의 비판을 하고 있다고 불평한 바 있지만 언론계에서는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부적절한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언론은 “건전한 긴장관계”를 벗어난 지 오래다.이런 갈등으로 언론도 신뢰도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정부 역시 얻은 게 없다.정부는 언론개혁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여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부개혁분야 오석홍 서울대 명예교수(행정학) 정부개혁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방향 설정과 기초 작업은 건강해 보인다.개혁의 기조는 현시대의 세계화된 개혁원리에 충실한 것이다.개혁의 청사진은 행정개혁학 원론처럼 평이하고 친근하다. 노무현 정부 출범기의 정부개혁 또는 그 계획을 긍적적으로 평가하게 하는 여러 징상(徵狀)들이 있다.참여와 대화의 강조는 소비자시대·국민중심주의 시대의 요청에 부응한다.탈권위주의적 변화는 이미 체감되는 성과이다. 공직자들을 개혁세력화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지방화의 결의도 주목할 만하다.인사행정의 투명화,그리고 지역주의 타파에도 희망이 보인다.공직임용에서의 여성차별·이공계 차별을 없애려는 정책 역점도 한층 강해 보인다.공직에 비혜택 집단을 대표시키려는 의지가 분명하다. 반부패시책의 효력도 앞으로 현저히 커질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어둠 속에서의 ‘짜고 해먹기’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하지 않은 것들의 가치를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집권 초기에 으레 해오던 공무원 숙청과 기구 개편을 하지 않았다. 민심을 얻고 개혁하는 것 같이 보일 수 있는 아주 뚜렷한 호재를 버린 용기는 대단한 것이다.장관을 자주 바꾸지 않기로 한 방침도 같은 줄거리의 이야기이다. 민심수습·국면전환·희생양 지목·감투배분 등을 위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장관경질은 통치지도자에게 너무 큰 유혹이다.이를 뿌리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정책을 뒷받침해 줄 중요한 자산들을 가지고 있다.기성제도들의 피로 또는 파탄,신세대·비혜택계층의 조직화,세계화된 개혁물결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정치적 흠결이 적은 사람들이 정부를 주도하는 것도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이 수월한 것은 물론 아니다.신질서의 추진은 다수에 대한 소수의 싸움이다.거대한 저항이 기다리고 있다. 논리가 아니라 감정 때문에 저항하는 감정적 저항자들과의 화해는 아주 어려울 것이다.말과 생각이 다른 문화지체자들과의 논쟁도 힘들 것이다.변동이 몰고 올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떠는 많은 인구를 달래는 것도 난제이다. 개혁추진세력은 개혁을 향한 강한 신념과 의지 그리고 탁월한 창의력을 가지고 의표를 찌르는 모험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무릇 모든 인간사에서 처럼 개혁에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다.졸속이나 건너뛰기는 금물이다.개혁을 하려면 기성 질서를 해체하는 혼돈의 단계를 피할 수 없다. 혼돈이 없으면 개혁은 기회를 얻지 못한다.개혁의 전주(前奏)인 혼돈은 완전한 무질서가 아니라 질서 있는 무질서이다.무질서의 측면밖에 못 보는 많은 사람들의 불평에 대응하는 방책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도대체 예전 같지가 않다,총체적 위기다 등등의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위무하는 방책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숙성기간을 거쳐 급진적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개혁추진자들은 상당기간 ‘관리된 혼돈’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그에 이어 개혁실현 그리고 개혁정착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거기까지 가면 대체로 임기 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 국제 플러스 / 美 “이라크치안 다국적軍에”

    |뉴욕 연합|미국이 21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유엔본부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 치안 강화를 위한 다국적군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파월 장관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치안 강화를 위한 병력 증대 필요성을 지적하고 “새 결의안이 유엔 회원국들에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그러나 미국은 현재의 체계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동맹이 이라크 파견 군대의 지휘권과 이라크 통치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논란이 예상된다. 아난 총장은 “현단계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의 파견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라크 치안은 새로 구성될 다국적군이 담당하고 유엔은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주력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日열도 만화 동인지 열풍

    만화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이지만 만화와 만화영화는 침체,불황에 허덕이고 있다.그러나 만화 동인지만은 불황을 모른 채 유일하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만화 동인지에 빠져드는 수많은 일본인들은 10년 불황의 일본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면모다. 지난 15일 오후 도쿄 오다이바에 자리잡은 대형 전시장 ‘도쿄 빅 사이트’.이른 아침부터 내린 폭우에도 아랑곳없이 우산 쓴 인파로 일대가 대혼잡이다.주최측이 동원한 300명의 경비원으로는 턱없이 모자라 경찰관까지 나와 행렬을 유도하고 있다. 정문은 육중한 고래가 물고기 떼를 삼키고 내뱉듯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가고 나오기를 되풀이한다.동인지 판매행사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코믹 마켓(코미케)’의 첫날 풍경이다.주최측 집계로 사흘간의 행사에 전국의 동인지 애호가 46만명이 참가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유사법제 반대 집회(6월6일 일본 국회 앞·5500명),이라크 반전 시위(3월20∼21일 도쿄 히비야 공원·1만 1000명) 같은 정치성 집회가 일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오래 전 일.인기절정의 남성 5인조 보컬그룹 ‘스마프’가 관중 동원 기록을 경신했다는 콘서트(7월28일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5만 5000명)의 8배가 넘는 인파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수만명의 인체가 한꺼번에 내는 체열이 뜨거운 바람으로 변해 고스란히 전달된다.도대체 안에 무엇이 있길래. ●나만의 세계를 즐기는 동인지 매력에 빠져 “기다리고 기다린 축제이니까요….”아침 9시부터 개장을 기다렸다는 유카(17·여·고3·도쿄 거주)는 선뜻 ‘축제’라고 정의한다.그녀는 북적거리는 행사장 안에서 점심을 먹어가며 마음에 드는 동인지를 사기에 여념이 없다.구입한 동인지는 9권에 총 8000엔어치.11살 때 친구가 사 온 동인지를 보고 ‘매력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고,상업만화에서는 볼 수 없는 표현이 있어 재밌다.”는 유카는 한 해 두 차례(여름·겨울) 열리는 코미케 행사를 기다리는 게 낙이다.함께 온 친구는 1박스 분량을 구입해 택배 서비스로 보냈다고 귀띔한다. 축구장 3∼4개 넓이의 행사장.자신이 그린 동인지를 책상 위에 내놓고 팔거나,마음에 드는 동인지를 고르는 팬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주최측으로부터 공간과 책상,의자를 빌려 이날 하루 판매자로 참가한 동인 서클은 무려 1만 5000개. 휴가를 내 요코하마에서 왔다는 에리(22·여)는 동인지를 팔러 왔다.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6종류의 동인지를 출품한 그녀의 매상은 신통치 않다.1종류에 50권씩 인쇄한 동인지의 40% 정도를 팔았을 뿐이다.오후 4시 폐장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주섬주섬 짐을 꾸린다. “전문대학을 다니던 4년 전부터 동인지 활동을 시작했다.”는 그녀의 본업은 간호사.참가비,인쇄비,교통비를 합치면 단단히 적자를 봤지만 “좋아하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만화를 그리고 그 만화를 사주는 팬들이 있어 적자 같은 건 신경 안쓴다.”고 했다. 온종일 전시장을 둘러보느라 지쳤다는 여성 일행 3명이 바닥에 주저앉아 구입한 동인지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군마현에서 왔다는 미치코(19·대학2년)에게 몇 권 샀냐고 물었더니 가방에서 한 뭉치의 동인지를 꺼내 세어 보고 “24권”이라고 대답한다.“만화‘데니스 왕자님’의 캐릭터를 좋아해 나도 모르게 많이 사버렸다.”고 덧붙인다.친구인 후키에(19·무직)도 13권을 샀다고 거든다. ●열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그리는 게 좋아서,좋아하는 동인지가 있어서,다양한 캐릭터·스토리를 만날 수 있어서,소품종·소량생산의 희소가치 매력 때문에. 동인지 세계에 푹빠진 사람들의 찬사다.상당수가 취미로,대량생산되는 상업만화와는 다른 아마추어로서,익명이지만 작가와 구매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특수한 판매구조 때문에 일본의 동인지 애호가들은 증가일로이다. 효고현에서 부인(32),딸(3)과 함께 자신이 그린 동인지를 팔러 온 모리시타(36)는 취미로 시작한 동인지가 본업이 됐다.‘가나메미오’라는 서클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15년 전부터 빠짐없이 코미케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그가 다루는 캐릭터는 ‘도라에몬’.“아직은 저작권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좋아하는 상업만화 캐릭터를 이용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거나 캐릭터를 변형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 그의 예찬론이다.부인 미오를 동인지 이벤트에서 만난 그는 취미로서의 동인지 활동을 고집하지만 ‘팔리지 않는 만화가’ 입장에서 “유명 출판사의 눈에 띄고 싶은 욕심도 없지는 않다.”고 말한다. ●갈수록 커지는 동인지의 경제효과 동인지 시장의 경제 효과는 막대하다.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코믹 마켓의 3일간 여름 이벤트만 대략 계산해 보면 40억엔 전후이다.참가하는 동인 서클(4만 5000개)의 참가비가 7500엔,팬들(50만명)의 입장료에 해당되는 팸플릿이 1800엔.1개 서클에 200권(권당 300∼500엔)을 판다고 할 때의 계산이 그렇다.뿐만 아니다. 오사카에서 온 에쓰코(21·여)는 교통·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간사이 코믹 버스투어’라는 초저가 상품을 이용했다.메테쓰 관광이 개발한 이 상품은 오사카,나고야 등에서 참가하는 지방 애호가를 겨냥한 것이다.밤에 오사카 등지를 출발하는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에 도쿄에 도착,행사에 사흘간 참가한 뒤 돌아가는 호텔 숙박이 딸린 2만 2300엔짜리 초저가이다. 택배 서비스도 한몫 톡톡이 잡았다.폐장 시간을 전후해 행사장 밖에는 팔다 남았거나구입한 동인지를 부치려고 임시로 마련된 택배 서비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100m가 넘게 장사진을 쳤다.50만명의 교통비,숙박비,식대에 동인지를 인쇄하는 수요까지 넣으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난다. 비영리 원칙인 코믹 마켓뿐 아니라 기업적으로 운영되는 크고작은 동인지 판매 이벤트가 일본에서 1주일이 멀다하고 열리는 점을 감안할 때 동인지로 파생되는 수백억∼1000억엔(추산)의 경제효과는 불황의 일본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몇 안되는 ‘효자’다. ●10년 만에 50배,폭발적인 시장 증가 만화 동인지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이를 전문판매하는 회사도 생겨났다.상설 동인지 판매회사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도라노 아나’가 그것.이 회사는 동인지 작가의 위탁판매는 물론 유망한 동인지 작가를 발굴해 애호가들을 연결하고 있다. 코믹 마켓의 팬이었던 요시다 히로다카 사장이 1994년 창업할 당시 1억 5000만엔이었던 매상은 2003년 6월 결산 때에는 53배를 넘는 80억엔으로 껑충 뛰어올랐다.도쿄 5곳을 비롯해 오사카,나고야,히로시마,후쿠오카 등 11곳에 점포를 두고 있다. 비약적인 성장의 비결은 역시 만화 동인지 인구의 증가이다. 도쿄의 전자상가 아키하바라에 있는 본사를 겸한 1호점은 7층 건물.1층부터 5층까지 동인지는 물론 CD,DVD,완구 등 관련 상품이 즐비하다.도라노 아나와 거래하는 동인 서클만 해도 8000개,판매되고 있는 동인지는 5만 종류에 달한다. marry01@ ■‘코믹 마켓' 기획자 요네자와 요시히로 |도쿄 황성기특파원|“상업 세계에 들어가지 않고,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그리는 자유,더욱이 작가를 눈앞에서 만나고 자신의 작품을 눈앞에서 사가는 그런 생생한 만남의 매력이 있다.” 만화평론가인 요네자와 요시히로(사진·50)는 동인지(만화) 판매이벤트 ‘코믹 마켓’에 46만명의 동호인이 몰려드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한번 동인지의 세계에 발을 디뎌 좋아하는 동인지를 사러 오면 1∼2년 뒤에는 절반쯤이 자신이 그린 만화를 팔러 온다.”고 말했다. 한 해 두 차례 100만 가까운 동인지 애호가를 끌어모으는 ‘코믹 마켓’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는 일본 동인지 세계에서는 카리스마적인 존재.1975년 ‘안티 상업만화’를 내걸고 30개의 동인지 서클이 참가한 제1회 판매 이벤트로 시작해 지금은 일본 최고의 이벤트로 키워냈다. 사흘간의 여름 이벤트에 든 5억엔(약 50억원)의 경비는 참가비,카탈로그 판매로 충당했을 뿐 이윤은 남기지 않았다. 충분히 장사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 법도 한데 “표현의 자유를 유지하고,만화의 표현을 넓혀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이념”이라고 강조한다.그래서 “동인지 작가와 구매자를 잇는 공간을 제공하는” 자원봉사 정신을 30년 가까이 고수하고 있다. 행사의 덩치가 갈수록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사원 10명의 회사로 발전했다.그러나 이 회사는 어디까지나 한 해 두 차례의 행사를 준비하는 데 전념할 뿐 이익 추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일본인들이 동인지 이벤트에 몰리는 이유 중 하나를 “가정,학교,직장 같은 생활과는 달리 이곳에 오면 이해관계가 없는 전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특히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업만화가 읽는 사람을 머리 속에 넣고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달리 동인지는 팔기 위한 만화가 아닌,자기를 위한 만화라는 점,낯선 사람끼리 직접 만나 사고파는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특수성이 사람을 끌어모으는 요인도 된다고 덧붙인다.
  • 참여정부 6개월 자평 / 문희상 “천지개벽 같은 변화”

    문희상(사진) 청와대 비서실장은 22일 “현 정부 출범후 천지개벽(같은) 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참여정부 6개월을 평가해달라.’는 기자질문에 “어떻게 한 마디로 평가할 수 있느냐.”면서 “콘텐츠,내용,질(質)의 변화가 이뤄져 이전 정부의 흐름과는 전혀 다르다.”고 자평했다.그는 “알짜 내용이 변하고 있으며 1인 보스와 통치체제가 있었던 것과는 컨셉트가 다르다.“고 과거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문 실장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면서 “너무 큰 변화라 (사실)우리도 불안하지만 생존의 문제라 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변화와 당정분리,대통령의 탈권위 등 현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것을 염두에 둔 듯하다.문 실장은 “21세기에 들어 전부 변하는데 우리만 변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옛날 코드를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실장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사이에 절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대북,통일문제”라면서 “정세현 통일부장관과 (김보현)국가정보원 3차장은 햇볕정책을 이어간 사람들로 첫 조각때 이들을 유임시킨 것은 대북정책 근간이 바뀌지 않았다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문 실장은 ‘박지원 전 비서실장 등 김 전 대통령 측근들이 구속되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검찰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 없게 된 게 아니냐.”며 “그것을 햇볕정책과 연결시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문 실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금이 선정(善政)을 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임금을 추방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것이 노 대통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빨강 안경을 쓰고 보면 모두 빨갛게 보이는 것”이라면서 “김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수없이 했고 내가 들은 것만 해도 10번 이상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6)조동일 - 한국의 학문, 탈 식민지화를 위해

    저 옛날 원효는 중국으로 가려다 중도에 돌아왔으되 당대 불교철학의 첨단에 서 있었다.오늘날에도 해외에 유학하지 않고 세계적인 학문을 이룩하는 사람이 있다.그가 바로 국문학자 조동일 선생이다.“유럽 문명권의 독주 때문에 빚어진 불행한 역사를 청산하고 다음 시대를 열기 위해서 일제히 노력하는데 동아시아도 다른 여러 문명권과 함께 적극 기여하는 것이 마땅하고,한국에서도 할 일을 해야 한다.나는 내 나름대로 그 임무의 일단을 수행하면서,주위의 다른 사람,이웃나라 학자,다른 문명권 학계의 분발을 촉구한다.”(조동일 ‘세계문학사의 전개’(2002) 중에서) 말복을 앞두고 부채질을 해야 할 만큼 뜨겁던 날,선생의 연구실 바깥에서는 매미 소리가 따갑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선생은 역시 변함이 없었다.뭔가 혼자만의 담대한 구상에 빠져 있다 불청객을 맞은 듯했지만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지 손수 녹차를 타주시는 배려를 보이기까지 했다. 비록 내 자신이 도둑맞은 건 아니었지만,선생과의 인터뷰 테이프를 도둑맞은 나는 뭐라 변명 드릴말씀이 없었다.빨리 본론을 시작하는 수밖에. “다시 선생님의 근황을 여쭈어 보아야겠어요.” “‘지방문학사 연구의 방향과 과제’라는 책을 썼어요.이제 교정을 다 봐서 책이 곧 나올 단계입니다.그리고 ‘국문학통사’도 한 번 더 고쳐서 제4판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이 작업은 오래 걸려서 2005년 초에나 나올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한국문학사를 연구해 오셨는데요.우리의 문학은 중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의 문학과 어떤 점에서 구별될 수 있을까요?” “한국문학사가 세계문학사에서 차지하는 특별한 점이 뭐가 있느냐.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어요. 첫째,구비서사시의 전통입니다.우리 문학을 보면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사시가 면면히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어느 한 시대에 구비서사시의 풍부한 유산을 가진 나라는 여럿 있지만 이렇게 시대에서 시대로 이어지면서 면면히 새롭게 창조되는 구비서사시를 볼 수 있는 것은 한국문학이 특별한 경우입니다.시대에 따른 역동성이 있다는 것이죠. 둘째,한국은 동아시아 문명권의 중간에 위치해있습니다.중국이 중심부이고 일본이 주변부라면 한국은 중간부인데 중간부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느냐.중심부가 발전시킨 공동 문어문학과 주변부에서 일찍부터 발전시킨 자국어 민족문학이 비슷한 비중으로 발전하면서 그 양자가 밀접한 관련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한국문학의 이런 특징은 다른 문명권의 중간부에서도 발견됩니다.산스크리스트어 문명권의 타밀,아랍 문명권의 페르시아,유럽 문명권의 프랑스나 독일 등이 그렇지요. 셋째,한국은 식민지 통치를 받으면서 근대문학을 일으켰는데 식민지 경험을 가진 다른 어느 나라의 문학보다 훌륭한 근대민족 문학을 이룩했습니다.그리고 그것은 앞 시대의 축적의 대가입니다.일본 식민지 통치는 언론과 정치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했고 이것이 문학에서는 고도의 암시와 상징,비유를 가능케 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 근대문학은 문학적 창조의 방법을 보이면서도 민족이 요망한 것을 깊이 집약하는 양면성을 갖추었습니다.이것은 우리 문학이 가진 한 특성이면서 제3세계 근대문학이 가진 보편적 특징을 잘집약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고대,중세,근대에 걸쳐 한국문학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전통과 가치를 구비하고 있는 셈이군요.문명권을 중심부,중간부,주변부로 보는 관점이 흥미롭습니다.” “동아시아 문명권의 경우 중국은 공동 문어문학,즉 한문학의 중심부이고 그 규범을 보인 성과가 높은 반면에 중국의 백화문학은 근대에 들어서야 성립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반면에 일본은 공동 문어문학을 많이 하지 않았고 그 수준도 별로 높지 못한 데 반해 자국어문학은 일찍 성립된 편입니다.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굉장한 것인 양 자랑하고 있는데 이것은 문명권의 주변부가 가지는 일반적 특성일 뿐 민족성 우위를 주장하는 것은 전혀 적합하지 못합니다.일찍 자국어문학을 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본보다 유럽 문명권에서 주변부 중의 주변부인 아이슬란드보다 못합니다.중세에는 공동 문어문학을 잘한 중간부,즉 한국이 아주 위세가 높았고,근대에 와서는 주변부였던 탓에 자국어 문학이 일찍 개화한 일본이 조금 나은 형편에 놓여 있는 거지요.그러나 근대를 넘어서서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대와 중세의 유산을 함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공동 문어문학에 함유된 가치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중간부인 한국의 중요성이 커집니다.유럽처럼 동아시아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중세적 보편성과 일본이 가지고 있는 개별성을 함께 구비하고 있는 한국이 두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구실을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한국문학 연구를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주체적,독자적인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문제를 깊이 고민해 오신 것 같은데요.” “학문하는 데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두 가지 조류가 있어요.하나는 서양 학문을 가져와서 우리 것을 만들고 또 그것을 토착화하자는 수입학이죠.그런데 이 수입학은 아무리 잘해도 원산지보다 잘 할 수는 없어요.원산지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죠.또 수입학으로 대안을 만들 수는 없는 거죠. 다른 하나는 국학,우리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이것을 자립학이라고 했어요.수입학이 범람하는 와중에 자립을 하자는 것도 좋지만 우리 것에 매달리면서 그것의 의의를 많은 경우 감정적으로 설정하고,우리 것이 가지는 보편적 의의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편성이 결여돼 일반이론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자립학입니다.이러한 자립학으로도 우리 학문은 학문이 크게 나갈 수는 없어요. 수입학의 폐단과 자립학의 폐쇄성을 함께 넘어가는 바람직한 학문의 방법이 필요한데,나는 이것을 창조학이라고 명명했습니다.창조학이란 뭐냐면,우리 것,우리 민족,우리 유산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의의를 발견하고 그것을 한편으로는 동아시아로 확대하고 제3세계로,세계로 확대하는 것이죠.동아시아로 확대한다는 것은 중세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고 제3세계로 확대한다는 것은 근대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져요.그렇게 해서 얻어진 결과를 가지고 유럽문명권 사람들이 무엇을 잘못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거죠.그렇게 해서 근대를 합리화하는 그들의 한계에서 벗어나,유럽 문명권 중심주의를 세계 전체로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그것의 근본적 결함을 비판하고 대안이 되는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학문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입니다.” “중요한 말씀 같습니다.그런데 학문을 함에 있어 언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예컨대 영어를 잘 알아야 한다든가,말입니다.” “국제비교문학회 같은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보면,말할 수 있는 사람은 할 말이 없고 할 말이 있는 사람은 말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겪게 됩니다.우리나라뿐 아니라 제3세계가 다 마찬가집니다.말할 수 있으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은 영문학,혹은 국문학 전공자들이 해외에 나가서 영어는 빠지지 않게 하지만 내용이 없다는 것이죠.할 말도 있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도 있고 그것을 외국어로 표현할 줄도 아는,그러니까 양쪽을 갖춘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영문학자나 국문학자가 그렇게 하기는 매우 어려워요.국문학을 깊이 공부하는 사람이 비교연구의 관점도 다 갖추고 세상에 통용되는 말로 글을 쓰고 발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현실이고 제3세계 국가들도 모두 비슷합니다.그런 공통적인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입니다.” “그런가 하면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경쟁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견해는 만만치 않은데요.복거일씨가 그런 분 가운데 한 사람이었죠?” “영어는 일종의 교통어입니다.모국어가 다른 사람끼리 통용하기 위한 말인데,교통어로서의 영어가 갖는 효용성을 부정할 수는 없겠죠.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말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할 말은 점점 더 없어져요.할 말이 있고 말을 못하면 다른 사람이 번역을 해서라도 내놓을 수 있는데 말을 할 수 있고 말할 내용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대목에서 선생은 어조가 한결 높아진다. “지난번에 그런 주장이 횡행하길래 3개월 만에 급한 대로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이라는 책을 썼습니다.관심이 있어 자료는 모으고 있었지만 내 분야가 아니었기에 바로 쓸 계획은 없었어요.그러나 문제가 시급하다는 생각,몇 달 만에 책을 썼고 원고 넘기고 한 달여 만에 책이 나왔어요.그 책의핵심 중 하나는,영어 공용어 국가는 영국과 미국의 식민지였거나,자기 나라 사람끼리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뿐이라는 것이에요.우리나라 사람끼리 말이 통하지 않게 하는 것,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어 한국어를 못 쓰게하는 것은 어떤 정치권력이나 법으로도 불가능해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소리를 떠드는 것은 사람의 의식을 혼미하게 하는 거예요.영어를 공용화한 나라가 얼마나 많은 불행과 고통을 겪고 있는지 조사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하고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까지 부응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그것은 경쟁력도 못키우고 학문을 발전시키지도 못합니다.” 선생은 외국어를 가장 잘하는 국문학자 가운데 한 분이고 학문을 하려면 5개국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영어 공용어론에 대해서는 여간 강경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마 평생 학문을 학문답게 해온 사람의 지혜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닐는지. 나는 선생께,선생님도 생활이라는 개념이 있느냐고 여쭈었더니,그렇단다.매년 8월 아무 날에는 제자들과 속리산에함께 오르신단다.이 글을 정리하느라 선생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매주 일요일 오후 1시5분쯤이면 도봉산역에 도착해 등산을 하신단다.참으로 놀라운 생활이 아니냐.그 규칙성,그 성실함이라니. ■방교수가 본 국문학자 조동일 옛날에 신림 4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어떤 큼직한 가방을 멘 사람이 혼자 쑥 들어오더니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 호프 500cc를 한 잔 시켜 마시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그가 바로 조동일 선생이었다.그 무렵 나는 그가 늘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마냥 큼직한 커리어백을 끌고 다니는 것을 목격하곤 했다.그는 다른 생각 없이 공부만 하고 땅만 보고 다니는 사람 같았다.생각은 하늘에 두고. ●도전과 의지의 삶… 저서 50여권 이번에 조동일 선생과 인터뷰를 치르는 동안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녹취 테이프 푸는 일을 맡은 작가 김신우씨 집에 도둑님이 들어 테이프를 잃어버린 것.생각다 못해 선생에게 다시 인터뷰를 하자고 어렵게 말씀 드렸더니 쾌히 그러자신다.천재지변 같은 일을 어떻게하겠느냐고. 나는 선생 연구실의 낮은 문턱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높고 낮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었다. 1939년 경상북도 영양 사람으로 예천 출생이다.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한 뒤 국문과에 다시 입학,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학문을 익히는 도전과 의지의 삶을 살아왔다.1982년에 간행되기 시작하여 모두 다섯 권으로 낸 ‘한국문학통사’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쓴 저서가 모두 50여권. 그의 관심은 한국문학에서 출발하여 한국문학으로 끝나되 그 단일 주제는 끊임없이 확장,심화되어 왔다. ●평생 한국학의 세계성 탐구 ‘우리 학문의 길’(1993) 등이 보여주듯,그는 한국 지식사회가 주체성과 독자성을 확보하는 길을 고민해 왔으며 나아가 그러면서도 정저지와(井底之蛙)에 머무르지 않는 학문의 창조성을 고창해 왔다.최근 ‘세계문학사의 전개’(2002)처럼 그동안의 학문적 성과를 갈무리하는 저서를 내는 한편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민족문화가 경쟁력이다’(2001) 같은 저서로 사회 일각의 천박한 서양 동화주의를 비판하면서 우리언어와 학문의 가치 옹호에 앞장서기도 했다.
  • 盧 ‘인공기’ 유감표명 / 盧-참모-정부 ‘손발 따로’

    북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정부 시스템을 통한 합의라기보다는 노 대통령 스스로의 정치적 결정에 가까운 것 같다.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북한이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석하기로 결정,당분간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노 대통령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유감 표명을 결정하게 된 정부의 정책결정 시스템과 과정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청와대측은 정부 관계부처들이 18일 아침 남한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이 나온 이후 세차례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당일 오전과 오후 그리고 19일 아침이다. 첫 회의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은 “정부차원의 유감을 표명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그러나 정부는 유감 대신 ‘유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결정,북한에 전통문을 보냈다.그랬다가 이날 저녁 북한 평양방송과 중앙방송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노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30분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유감을 표현하라고 다시 한번 지시했다.노 대통령과 정부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 오전 조평통 성명 직후 “시위에 대해 정부가 유감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가 바로 다음날 노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멋쩍은 처지가 됐다. 노 대통령은 “18일 유감표명을 하라고 지시했으나 정부 참모들은 국민 정서를 고려,좀 머뭇거린 것 같다.”고 해명했으나 통일외교안보팀의 매끄럽지 못한 대응이 다시 한번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이도운기자
  • 책 /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

    류재화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로마는 흔히 신분질서가 확고한 경직된 사회로 간주되지만 사실은 신분 혹은 계급간의 이동이 활발했던 사회다.심지어는 황제의 자리도 특정 도시나 특정 가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이민족과의 결혼도 빈번했고,신분제도도 완화돼 노예의 삶의 질이 평민의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노예가 어느날 제국의 2인자가 되는 일도 가능했다. 로마의 신분제는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고 대대로 지속되는 것도 아니었다.신들을 모시는 제례의식에서도 노예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누구 못지않게 컸다.노예가 엘리트 계층으로 편입된 경우도 있었다.클라우디스 황제 때부터 트라야누스 황제 때까지는 이례적으로 해방노예들이 내각 구성원으로 선발됐다.그로 인해 제국시절의 원로원 의원들은 이 노예 출신들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나르키수스 같은 노예는 권력의 2인자로 등극해 신하들의 승진과 재산,목숨까지 좌지우지할 정도였다. 프랑스의 제롬 카르코피노가 쓴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류재화 옮김,우물이 있는집 펴냄)은 ‘세계제국’ 로마의 일상생활사를 2000년의 시간 장벽을 넘어 생생하게 전해준다.역사학자이자 지리학자,비문(碑文)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역사에 대해 섣불리 평가하기보다는 생활상 그 자체를 실증적으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1939년에 첫 출간된 이 책은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 등 수많은 로마연구자들의 필수 참고문헌이 돼왔지만 국내에서는 이제야 비로소 완역본을 얻었다. 그동안의 로마역사서들은 로마 건국에서 멸망까지 정치와 황제를 중심으로 기술된 것들이 대부분이다.그러나 이 책은 정치나 전쟁,황제의 무훈과 치적 등을 크게 다루지 않는다.그 대신 먹고 마시고 단장하고 일하고 즐기고 사랑하고 질투하는 인간 삶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추적한다. 서기 1세기경 로마 주민은 이미 100만명에 이르렀다.이중 15만명이 실업자로,그들 대부분은 국가가 지원하는 연금으로 생활했다.인구팽창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주택난.제국의 수도에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6층(약 18m)의 주택,즉 ‘인술라(insula, 공동주택)’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그것은 당시로서는 현기증이 날 만큼 높은 것으로 수도와 화장실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물은 우물에서 길어와야 했으며 화장실은 돈을 내고 사용하는 공공시설물이었다.요즘은 이런 고층주택의 주인은 보통 맨 위층에 거주하지만 로마시대에는 1층은 건물 주인이나 그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1차 임대자가 차지했다.꼭대기로 올라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다.주인은 세입자가 세를 제때에 내지 않으면 위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치워 버려 외부와의 통행을 차단하기도 했다. 고대 로마시대 공공화장실은 무척이나 특이한 장소였다.화려한 대리석으로 꾸며졌으며 분수대가 설치되기도 했다.겨울에는 난로를 피워 안을 따뜻하게 했다.고대 로마인들에게 공공화장실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일종의 사교장이었다. 공중목욕탕 또한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고대 로마에서 처음으로 공중목욕탕이 설립된 것은 기원전 2세기 무렵.공중목욕탕은 대중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책임지고 해준다는 제국 통치이념의 상징이었다.여러 황제를 거치면서 로마의 목욕탕은 수천 개가 넘었다.요컨대 고대 로마의 목욕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장소가 아니라 최고의 복지공간이었다.로마 시민들에게 목욕은 최고의 레저였으며,공중목욕탕은 황제도 자주 이용했다. 로마제국의 사치와 방탕을 이야기할 때 흔히 드는 일화가 귀족들이 산해진미가 가득한 연회에서 구토를 해 가며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과장된 면이 많다.책에 소개된 로마인들의 연회 혹은 식생활 문화를 보면 아침식사는 대부분 물 한 잔 정도로 건너뛰었고 점심은 간식 수준으로 가볍게 먹었음을 알 수 있다.하지만 저녁은 성찬이었다.부자들이 베푸는 연회의 경우 7번에 걸친 요리가 나왔다.그러나 일부 부자나 미식가들과는 달리 대부분 로마인들의 저녁식사는 소박했다. 고대 로마에도 페미니즘이란 것이 있었을까.로마 사회에서 가장의 권한은 2세기 들어 여권이 신장됨에 따라 급속히 약화됐다.가장이 자식과 부인에 대해 모든 권한을 가진다는 법률도 사라졌다.처녀 때 누리던 편안한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을 등한시하거나 금기시되던 일에 도전하는 여성들도 생겨났다.이혼이 만연했으며 재산을 노리고 결혼하는 일도 흔했다.고대 로마에도 ‘페미니즘 현상’이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편 저자는 고대 로마의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편협한 이기심의 결과라는 견해를 펴 눈길을 끈다.여성들은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됐던 문화와 예술,스포츠를 즐겼지만 직업활동에는 관심이 없었다.그들은 직업을 천하게 여겼다.로마 여인들은 어느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남자들을 흉내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현대 역사학에서 생활사 혹은 일상사는 갈수록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거대담론보다는 소소한 일상생활이 인간을 지배하는 하나의 코드로 인식되면서 역사분야에서도 수많은 무명씨들의 삶이 각광받고 있다. 찬란하고 오만했던 세계의 중심 로마.이 책은 그 영원의 도시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 고대 로마인들의 감정과 의식,고민과 희망을 엿보게 한다.그들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정신세계까지 만날 수 있다는 데 또 다른 미덕이 있다.이 책에는 고대 로마연구의 제1텍스트,미시사의 고전이라는 평가가 따른다.2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오피니언 중계석/서울대 이영훈교수 논문 요약

    흔히 ‘민족주의’라는 전제 아래,국사(國史)는 한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특히 이 이데올로기에 편승한 통치이념은 한 나라의 모든 가치를 좌우하기도 한다.그러나 한국에서 큰 이데올로기의 하나로 자리잡은 국사는 신화로 구축된 허상의 성격이 강하고,따라서 미래의 발전을 위해선 ‘국사 해체’와 ‘국사로부터의 해방’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오는 21일 ‘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이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여는 ‘국사의 해체를 위하여’포럼에서 발표될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의 ‘국사로부터의 해방을 위하여’논문을 요약한다. 근대과학으로서 역사학은 고대로부터 물려받은 신화를 제거하고 사실의 객관적인 인과(因果)로써 그 자리를 채움을 기본 임무로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사는 점점 더 짙어가는 안개 속만 같다.이는 비단 국사의 위기만이 아니라 한국의 지성과 학문의 위기이며 나아가 오늘날 한국사회가 빠져버린,쉽게 빠져 나올 것 같지 않은 깊고 큰 함정의 역사적 근원이기도 한것이다. 주지하듯이 대한민국이 국사에 보인 애정과 그에 들인 투자는 각별한 바가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사는 그의 후원자를 비난하고 부정한다.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해왔던 우리 조상들의 전통 문명관이 부정된 것은 결코 자연발생적이지 않다.그것은 20세기에 걸쳐 전개된 제국주의에 의한 폭력적 지배와 강압적 교육의 결과였다.처음에는 동아의 소제국(小帝國) 일본으로부터,나중에는 세계의 대제국(大帝國) 미국으로부터의 지배와 교육이었다.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상이한 두 문명이 교배하고 융합하는 과정이었다.그렇게 혼혈이라 하여 출생의 비밀을 부끄러워하거나 애써 감출 필요는 없다.필자는 모든 문명은 그렇게 혼혈종으로 발전한다고 믿고 있다. 신구를 막론하고 민족주의역사학의 기본 전제는 ‘한국인’ 또는 ‘우리 조상’은 유사 이래 혈연·지역·문화·운명·역사의 공동체로서,곧 단일의 민족으로서 살아 왔다는 것이다.그런데 엄밀히 말해 한국인이 유사 이래 단일의 역사공동체로서 단일의 민족이었다는 명제 그 자체는 아무래도 증명될 수 없는 신화에 속한다.20세기 전반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자신의 대립물로서 그러한 신화의 성립을 유도하였다.광복 후의 국민국가는 그 신화를 자신의 국사로서 수용하고 발전시켰다.그러한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상,신구를 막론하고 민족주의 역사학에서 종교적이라고까지 해도 좋을 강력한 도덕주의적 성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휘감고 있는 일대 혼란은 무언가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이 고안되지 않고서는 선진사회로의 진입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안기고 있다.그 새로운 시스템의 기본 원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제도와 규범을 요구하고 있는가?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가,소득 1만달러 전후의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경과했던 함정들보다 더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 누구도 쉽게 통제하기 힘든 집단적 열정으로서 민족주의가 함정의 폭과 깊이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민족주의가 조장하는 공동체적 평균주의는 정치적 포퓰리즘의 원천일 뿐 아니라 분배를 둘러싼 계급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킨다. 이웃 나라를 ‘강포한 도둑’이나 ‘악의 화신’으로 불러도 별다른 지적이나 저항이 야기되지 않는 문화라면,선의의 국제협력이나 시장통합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과학으로서 문명사와 비교사는 국사에 존재하지 않는다.그러한 지성의 공백이 신화성의 민족 담론으로 채워지고 있음이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근원이다.그러기에 국사는 해체되어야 하며 ‘한국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정리 김성호기자 kimus@
  • 朴“민족 눈높이로” 檢“국민동의 필요”

    “남북관계를 위한 노력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논란이 예상되더라도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거쳐 투명하고 적법하게 추진됐어야 합니다.” ‘대북송금 의혹’사건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18일 대북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2000년 6월 정상회담 직전 북에 5억달러를 불법송금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또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위원장·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에게 각각 징역 3년을,임동원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에게는 징역 1년6월이,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게는 징역 1년이 구형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金庠均)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특검팀은 논고를 통해 “이번 특검수사는 남북 정상회담 자체나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니라 과정상의 위법행위를 문제삼은 것”이라면서 “대북정책을 통치행위로 본다 해도 불법대출이나 송금까지 통치행위 범주에 들어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이어 “투명하고 신중한 과정을 거쳤다면 지금처럼 국론이 분열되고 정치·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피고인들이 통치행위론이나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아전인수식으로 원용,면죄를 주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전 장관은 “남북교류·평화협력 시대를 열었던 정몽헌 회장이 타계해 한없는 슬픔을 느낀다.”면서 “고인의 유지대로 평화협력에 이어 남북 통일시대가 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어 “남북문제는 어느 한쪽의 눈높이가 아니라 민족의 눈높이로 바라봐야 해결된다.”면서 “과정상 절차를 어긴 모든 책임은 당시 모든 협상을 진행했던 나에게 지워달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그림자처럼 모셨던 정 회장이 사망한 것은 모두 내가 사업을 하면서 실정법을 위반하는 등 너무 앞서간 탓”이라고 울먹였다.임 전 원장도 “한반도 긴장완화에 큰 보탬이 됐던 정 회장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면서 “햇볕정책 추진과정이 사법심사대상이 된 것은 가슴아프지만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을 생각할 때머리숙여 사죄한다.”고 했다.이 전 수석은 “제2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구조조정과 정상회담 성공개최를 위한 지원이라는 모순된 정책 사이에서 고심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일어난 책임은 달게 받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공판은 민주당의 한화갑 전 대표와 김근태·김옥두 의원을 비롯, 민주당 관계자 등 방청객 14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선고공판은 다음달 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홍지민기자 icarus@
  • 우간다 최악의 독재자 이디 아민 前대통령 사망

    |제다(사우디아라비아) 연합|지난 71년부터 79년까지 아프리카 현대사에서 가장 잔인한 통치를 했던 아프리카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사진)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80세를 일기로 숨졌다고 그가 입원,치료를 받았던 파이잘왕 특별병원 관계자가 말했다.인권단체들은 그가 1971∼79년 8년 간의 집권기간에 30만∼50만명의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우간다 경제를 피폐시킨 최악의 독재자로 기록하고 있다. 그는 지난 71년 1월 오보테 당시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하던 때를 틈타 유혈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에 올랐다. 이후 철권정치를 펼치다 79년 1월 우간다 망명세력과 탄자니아군의 합동 공격이 시작되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5명의 부인과 50명에 가까운 자식들과 함께 망명길에 올랐다.수년간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도시 제다에서 망명생활을 해 온 그는 지난달 18일 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민은 입원 당시 고혈압으로 의식불명 상태였고 신장기능이 마비됐었다.한때 헤비급 권투 챔피언이기도 했던 아민은 권좌에서 축출된 뒤 리비아,이라크를거친 뒤 정치를 재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사우디에 정착했다.
  • 駐日대사 지낸 최사용교수에 들어본 韓·日관계 / “21세기 8·15는 미래지향적 관점서”

    ‘8·15’는 오늘날 한반도 모습을 만들었던 ‘살아있는 역사’이다.일제 해방 58돌.‘한·일관계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며,한반도의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평화학자로서,주일 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교수로부터 들어봤다.최 교수는 “21세기의 8·15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이니셔티브(주도권)의 극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과거사 문제와 관련,“역사는 모래위에 쓰는 글이 아니며 없어지지 않지만,이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접어둘 수는 없다.”고 했다. ■최상용 교수 약력 ▲42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일본 동경대 정치학 석·박사 ▲미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객원교수 및 일본 연구소 연구원 ▲고려대 평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한국 정치학회 회장 ▲한국 평화학회 회장 ▲한일문화교류위원회 부위원장▲주 일본 대사(2000.2∼2002.2)▲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한국현대사에서 8·15의 의미는. -58년 전 8·15는 일제 35년 통치에서해방되었다는 점에서 환희의 날이었지만,민족·국토 분단의 시작이었기에 비통한 날이었다.되씹어 보면 식민통치나 분단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 힘으로 결정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제는 우리에게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등 막강한 힘이 있다.국내 정치에서 통합력을 발휘하고 국제 정치에서 외교력을 구사해 한반도에 평화의 뿌리를 내리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관련 망언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본은 그들의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력과 군사력을 갖고자 할 것이며 유사법제,자위대의 해외파병,천황기념관 건립 등 일련의 움직임은 강한 일본을 바라는 다수 일본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한·일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사문제이다.그러나 역사문제에 매달려선 앞으로 나갈 수 없다.지난 1998년 한·일 파트너십의 기본내용은 ‘통절한 반성과 사죄’다.원래 무라야마 전 총리가 주장한 것이다.사회당위원장 출신인 그는 역사인식에 대해선 우리 국민과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이다. 해결 방법은 없는가. -많은 한국인들이 왜 일본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처럼 하지 못하냐고 말한다.브란트 총리는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 봉기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독일의 과거를 사죄했다.그러나 일본에서 ‘브란트 모델’을 기대하긴 어렵다.일본은 천황제도를 갖고 있고,명치유신 이래 140년간 보수 노선을 걸어왔다.일본에서 ‘브란트 모델’을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무라야마 모델’을 토대로 해야 한다.한·일 관계는 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98년 한·일 파트너십선언으로 크게 달라지고 있다.노무현 대통령도 이를 확인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던 것이다.문제가 있을때 이것을 민족주의의 대결로 몰아붙이지 말고 자국의 국가이익의 입장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는 인내심과 사려가 필요하다.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과거사 문제에 단호하게 반응하지만,한편에선 매우 유연한 자세로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보수화가 계속되지 않겠는가. -지난 6월 유사법제를 일본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일본 국민들이 군사적으로 더 강한 쪽을 지향하고 있고,그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그러나 일본의 사회체제가 군국주의 부활로 이어지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일본인의 60∼70%가 보수를 지향한다.그러나 일본의 중도보수주의자 가운데서도 극우파나 일부 신보수주의자들의 질주를 경계하는 소리가 있다.일본 사회를 이분법적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책임없는 정치인들의 망언은 계속될 가능성도 있지만,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그러나 각료들이 그 같은 망언을 한다면 결코 용납해선 안된다. 한반도 평화구축에서 일본의 위상과 역할은 -일본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가하고 있고 6자회담 당사국으로 참가한다.‘납치문제’로 벽에 부딪혀 있지만,궁극적으로는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이룰 것이다.대사 시절 일본 기업들에게 남한과 함께 대북 경제협력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라고 주문하곤 했다.대북 국교정상화와 과감한 대북 경협은 일본의 경제력을 정치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북·일간 경제협력은 한반도 전쟁위협을 줄이고 평화구축을 뒷받침하는 일이다.일본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공헌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에게 느껴질 때 한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것으로 본다. 동아시아 지역에 평화는 가능한가. -한반도는 아시아 냉전의 초점이었고 지금도 마지막 냉전 지역으로 남아 있다.한반도에 평화가 뿌리 내려야 세계사의 냉전이 종식된다.우리는 한반도의 냉전극복과 평화정착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통일에 앞서 먼저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타당한 것이다. 다가올 6자회담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한국은 핵확산과 전쟁을 동시에 막아야 하는 입장에 서있다.이는 원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론 대단히 고통스러운 딜레마를 내포한다.그러나 기적은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다.인내심을 갖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이룩해야 한다.전세계 GDP의 20%를 차지하는 한·중·일 3국간 평화협력체,나아가 동북아 평화체제의 초석이 될 것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막다른 골목에 몰린 권씨측 ‘DJ 방패’작전?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측근인 이훈평 의원이 12일 “권 전 고문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현대측의 비자금 제의를 보고했으나,김 전 대통령이 반대했다.”고 한 발언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DJ측에서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고,이 의원은 “알고 보니 김 전 대통령이 사전에 합법적인 자금운용을 당부했고,이에 권 전 고문이 나중에 현대측의 비자금 제의가 왔을 때 거절한 것이 맞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권 전 고문의 변호인인 이석형 변호사는 13일 “당시 김 전 대통령이 권 전 고문에게 말한 것은 지시라기보다는 빌려서 쓰더라도 부정한 돈을 받지 말라는 일반적인 지침이었다.”고 해명성이긴 하지만 다시 DJ를 거론했다. 정치권에서는 DJ의 ‘지침’이 사전에 있었는지,사후에 내려진 것인지의 진상을 떠나 권 전 고문측이 민감한 시기에 굳이 DJ를 사건에 끌어들인 것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평소 DJ에 대한 충성심이 유별난 동교동계는 ‘나쁜 일’에 DJ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앞장서 막아 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권 전 고문의결백을 강조하려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려다 보니 DJ를 거론했을 것이란 관측이 쉽게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무심코 실언을 한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오지만,이것도 납득하긴 어렵다.발언 당시 이 의원은 자발적으로 “할 말이 있다.”고 발언대에 섰으며,사전에 준비한 메모지를 읽어 내려갔다. 이같은 정황을 들어,정치권에서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권 전 고문측에서 의도적으로 DJ를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사건에 DJ가 연관돼 있다는 점을 은근히 검찰과 청와대,여론에 상기시켜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2000년 총선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침을 받았다는 사실이 부각되면 비자금을 받았더라도 ‘통치자금’으로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
  • 저금리 적응 못해 순익 1년새 반토막 외국銀 KO패

    국내 진출 외국계 은행들의 지난해 순이익이 3210억원에 그쳤다.전년(6116억원)의 반토막이다.씨티은행·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일부 은행을 빼고 대부분 전년 대비,마이너스를 기록했다.다음달 말에는 아랍계 최대은행 중 하나인 아랍은행이 한국에서 철수한다.지난 3월 터진 SK글로벌 사태로 외국계 은행의 국내 신용위험 분석 담당자들이 무더기로 해고됐다. 국내 진출 외국계 은행들의 사정이 예전 같지 않다.나무 밑에 누워 입만 벌리고 있으면 열매가 저절로 떨어지던 시절은 지나간 듯하다. ●수익성 국내은행보다 떨어져 13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0개 외국은행 국내지점(62개 점포)의 순이익이 전년보다 47.5%나 급감했다.같은 기간 국내은행의 순이익(3조 3532억원)이 전년보다 6.1% 줄어든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이에따라 외국은행 지점들의 총자산이익률(ROA)은 2001년 1.05%에서 지난해 0.50%로 추락,국내은행(0.51%)에 추월당했다.게다가 외국은행 지점들이 SK글로벌에 빌려준 돈이 2046억원에 달하는 등 올해 경영성적표 역시 신통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계(씨티은행·JP모건체이스·BOA 등)나 유럽계(HSBC·도이체방크·스탠다드차타드 등)보다는 예대마진에 따른 이자수익에 치중해온 일본계(도쿄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코퍼레이트 등)의 수익감소가 확대되고 있다. ●SK글로벌 사태의 충격파 한 미국계 은행 국내지점은 최근 SK글로벌의 신용위험을 잘못 분석해 대출을 하게 만든 책임을 물어 담당직원들을 해고했다.이 은행 관계자는 “SK글로벌 사태로 거액의 손실을 보게 된 상당수 외국은행 지점에서 문책인사가 잇따랐다.”고 전했다.최근에는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외국금융기관이 ‘퇴출’당하기도 했다.SK글로벌 국내 채권단은 지난달 말 UBS증권에 국내·외 채권단간 협상성공 수수료를 지급할 수 없으며 기본 수수료를 대폭 깎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사실상의 계약파기다.UBS는 SK글로벌 사태가 터진 뒤 재정자문사로 해외 채권단과 협상을 중재했으나 국내 채권단은 UBS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국제협상에서 일이 다 끝나기도 전에 자문기관에서 탈락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세계적인 금융그룹 UBS로서는 한국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경쟁격화와 예대마진 축소 초(超)저금리 등 으로 금융시장의 영업여건은 악화되는 데 반해 외국은행 지점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뱅크오브아메리카(BOA)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국은행들이 투자은행,상업은행 등 각각의 업무영역을 따로 정해놓고 있어 경쟁이 약했지만 최근에는 은행들이 다양한 영역에 두루 손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국은행들의 국내실적 악화는 주가지수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에 손을 댔다가 환율 하락과 금리 하락 등으로 손해를 본 게 가장 큰 이유”라면서 “과거처럼 환차익과 국내의 고금리를 이용해 떼돈을 벌었던 시절은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은행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도 영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랍은행의 국내 철수도 표면적인 이유는 SK글로벌 사태로 100억원대의 손실을 보게 된 것이지만 대기업 상대 도매금융의 부진과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 등이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한은 관계자는 “씨티은행과 HSBC 등 안정적인 소매금융에 치중해온 은행들조차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씨티은행의 경우 국내영업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자수익(1679억원)이 전년(1896억원)보다 떨어졌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 당장악 안되고 국정 꼬이고…청와대 ‘盧心초사’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국정을 이끌어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했다.당정분리가 된 것도 주요한 이유겠지만,취임 후 주요 갈등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데다 경제 문제가 심각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과거 지지층의 이탈도 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재외홍보관들과 간담회를 갖고,“지금 국내에는 리더십의 위기,리더십의 변환기에 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은)이른바 공천권을 갖고 완전히 (여당을)장악하고 통치해 왔다.”면서 “(그러나 나는)지금 당 총재도 아니고,당 공천권도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 기반이 국민 계층간 이해의 토대위에 있기보다는 정서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정부로서는 그 어느 쪽 정책을 갖고 타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정책보다는 지역 등 ‘감정적인’ 것에 기반을 둔 한국의 정당과 국민들의 지지성향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그는 “대통령이 국정전반을 해 나가야 하지만,총리에게 좀더 맡기는 것이 좋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아직은 어디까지 넘기고 어떤 것을 할지에 대해서는 정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당정분리와 관련된 말을 했다.정부가 제안한 법안의 국회 처리와 관련,“(내가)당정분리를 실천해 대통령이 과거처럼 (여)당을 좌우할 수 없는 만큼 장관들의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국무위원들을 위로했다.그러면서 “당정분리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하는 만큼 장관들이 직접 나서서 국회와 관련된 문제들을 챙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장원석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장 등에게 임명장을 준 뒤,환담하는 자리에서도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국회의원 시절에는 노동·환경·농업단체 등 사회적 약자를 전적으로 대변하려고 했었다.”면서 “대통령이 되고 보니까 대통령은 균형도 잡아야 하므로 (과거의)말과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또 “(나를 지지했던)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섭섭하다.’거나 심하게 말하면 ‘배신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돈독한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노 대통령은 무척 외롭고,힘든 것 같다. 곽태헌기자 tiger@
  • 초비상 걸린 정치권 / 정계개편 회오리 ‘신호탄’

    검찰이 현대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11일 저녁 긴급체포함에 따라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난 모르겠다.내용을 알아봐야 얘기하지.확인한 뒤에 얘기하자.”고 말을 아꼈다.김태랑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도 “난 모른다.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이상수 사무총장은 “내일 나가봐야 알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이강래 의원은 “민주당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줄 것 같다.”고 파장을 우려했다.권 전 고문의 직계인 조재환 의원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권 전 고문이 DJ정권의 핵심실세였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전 정권의 수뇌부 전반에 대한 사정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현대의 돈이 다른 실세들에게도 건네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김근태 고문은 과거 권 전 고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양심고백을 한 적이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찰이 권 전 고문을 체포한 시점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한 당직자는 “가혹행위 여부가 불거진 정몽헌 회장 자살 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한 검찰의 물타기”라고 주장했다. 야당도 검찰의 칼날이 정치권 전반으로 겨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이날 저녁 임태희 비서실장으로부터 권 전 고문의 긴급체포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사덕 총무는 “유동성 위기로 ‘서 있지도 못하는 소’와 같은 현대에게서 우유를 짜낸 것처럼 염치없는 방식으로 정치를 하고 통치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 돈으로 총선을 치러 놓고도 마치 개혁에 대해 전매특허라도 낸 것처럼 개혁 얘기를 혼자 독점했다니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의 발표가 있기 전인 오후 5시10분쯤 문재인 민정수석 등 일부 참모진이 배석한 가운데 강금실 법무장관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한다.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묵묵히 듣기만 하고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고 문 수석이 전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참여정부 출범 후 청와대가 검찰수사에 개입해 오지 않은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사건이 몰고올 파문을 의식,각종 정보채널을 가동하며 검찰 발표내용과 시점,이 발표에 따른 정치권의 반응 등 전반적인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세웠다. 김상연기자 carlos@
  • 이라크 아직도 ‘화약냄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한 지 지난 8일로 100일을 맞았다.이라크인들로 과도통치위원회가 구성되고 이라크 경찰들이 치안유지에 가담했지만 연합군에 대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지지세력의 공격은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다.더군다나 바그다드 주재 요르단대사관 차량폭발사고에 이어 알카에다 등 테러분자들이 이라크로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력사태가 새 양상으로 번져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통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어려운 과제,치안 유지 이라크 내 치안 상황은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7일 요르단대사관 폭탄테러에 이은 바그다드 도심 총격전,8일 북부 키르쿠크와 바그다드에서의 기습공격으로 미군 피해가 속출했다. 남부 바스라에서는 10일 섭씨 50도를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1000여명의 이라크인들이 석유값 폭등과 전력난에 항의하며 이틀째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성난 바스라 주민들은 나무에 불을 지르고 영국군에 벽돌 등을 집어던져 그동안의 불만을 표출했다.시위 진압과정에서 주민 1명이 사망하는 등 최소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10일에도 바그다드 대학의 캠퍼스 내에서 연합군을 목표로 한 수류탄 공격으로 10명의 이라크인과 2명의 미군이 부상당하는 등 유혈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슬람단체,테러 계획” 이런 가운데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 행정관은 10일자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이라크전쟁 중 이란으로 도망갔던 이슬람 과격단체인 안사르 알 이슬람 조직원 수백명이 다시 이라크로 잠입해 대규모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고 밝혔다.브레머는 요르단대사관 테러공격과 이슬람 과격단체 조직원들의 이라크 잠입으로 이라크 치안 상황이 새 위협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안사르 알 이슬람은 부시 행정부가 알카에다와 관련있다고 주장해온 과격단체이다.브레머는 확증은 없지만 알카에다가 이라크에 잠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더타임스도 10일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이 인접 아랍국가들로부터 무기와 자금을 갖고 이라크로 침투,게릴라전을 주도하는 등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잔존세력들과 미군을 상대로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100일론 후세인 유산 지우기 부족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9일 주례 라디오 주례연설을 통해 종전선언 100일을 평가하고 향후 이라크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부시 대통령은 “100일은 후세인의 끔찍한 유산을 지우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인내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어렵고 위험한 일들이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부시 대통령은 미·영 연합군과 이라크 국민들은 짧은 시간에 이라크인 경찰 배치,은행 개점,새 화폐 발행,석유생산 재개 등 부서진 사회를 재건하기 위한 놀랄 만한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김균미기자 kmkim@
  • [열린세상] 멕시코 실패가 주는 교훈

    코카콜라 사장을 지낸 폭스 멕시코 대통령의 심기는 날이 갈수록 심란하다.선거공약으로 연간 7%의 성장률을 약속했고,국민들에게도 매년 추가로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다짐했건만 지난 2년 6개월의 실적은 참담하다.2001∼2002년의 실질 성장률은 0.3%,올해는 겨우 2.4% 정도에 그치리라 한다.미국경기의 침체 때문에 생긴 경기 동조화 현상 때문이라고 해도 선거공약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가까운 시일 내에 경제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해외직접투자액이 줄어들고 있고,마킬라도라(보세가공공단)의 공장 500여개가 지난 2년간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로 빠져나가서,가뜩이나 심각한 고용불안이 더욱 악화되었다.민간투자도 지난 2년 동안 연평균 2.3%나 줄어들었다.여소야대의 국정상황은 여당의 개혁입법을 모두 무산시켜 버렸다.폭스 대통령은 한때 유능한 기업인이었는지는 모르지만,이제는 말만 많은 무능한 대통령의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 외부의 시선도 영 곱지 않다.‘세계 경쟁력 연보’는 1998년 34위를 했던 멕시코가 2002년에 41위로 떨어졌다고 보고했다.경쟁력 하락의 이유는 주로 인프라와 투입요소의 경쟁력이 떨어진 데 기인한다.세계경제포럼도 멕시코의 성장경쟁력지수 순위가 42위(2000년)에서 45위(2002년)로 떨어졌다고 보고했다.파이낸셜 타임스도 지난 7월1일자 분석기사에 멕시코의 자유무역협정 10년간을 ‘실패작’으로 규정했다.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살리나스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은 ‘제1세계’로의 티켓인 것처럼 보였다.분명히 이 협정 덕분에 멕시코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 10년간 2.5배가량 증가했고,또 공산품 위주로 수출구조를 혁신하는 성과도 있었다.하지만 부가가치가 적은,저임금에 기초한 수출모델은 경쟁력 제고에 곧 한계를 노정했다.미국 시장에 붙어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멕시코 위정자들에게 자유무역협정은 하나의 만병통치약이었다.자유무역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자동조절 메커니즘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경쟁력은 생산비에 영향을 주는 정부의 행동이나 미시경제 주체의 능력에 달린 것이다.멕시코는 기초 인프라 대부분을 민영화했지만,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텔레커뮤니케이션 산업의 민영화는 민간독과점을 초래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식기반 경제의 기초로서 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도 너무 소홀했다.고등교육 체제와 공교육 부문이 크게 후퇴했고,따라서 기술개발이나 양질의 노동력을 민간부문에 공급하는 데 실패했다.오늘날 멕시코의 청년실업은 유래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지난 2년간 미고용 경제인구가 200만명에 도달했다.이중 35만명 정도가 매년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는다.그 덕분에 멕시코 성인 노동력의 25%인 400만∼500만명이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다. 고질적인 치안 불안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최근에 국경지대 마킬라도라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잇달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외국 기업들이 철수하는 경우도 생겼다.외국 경영인들에 대한 납치 사건도 간간이 일어난다. 지난 2년간 경쟁력이 집중적으로 악화된 이유 가운데 뺄 수 없는 것은 정치적인 분열이다.집권당은 하원의석의 3분의1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있다.여소야대 국면에서 입법부와 행정부는 사사건건 싸우고 있다.세제개혁이나 인프라 투자 관련 입법이나 모두 토론 후에 휴지조각으로 둔갑한다.나프타 10년을 맞이한 멕시코.길을 찾지 못한 젊은이들의 자살만 늘어가고 있다.15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 1330명이 2001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성 형 세종연구소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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