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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똑바로 서는 타다아사나(산 자세)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똑바로 서는 타다아사나(산 자세)

    이 자세에서 우리는 산처럼 확고하고 똑바로 서는 것을 배운다.‘tada’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산’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다리로 완전히 균형을 잡지 못하는데, 이 때문에 피할 수도 있는 질병을 앓게 된다. 타다아사나는 올바로 서는 방법을 가르쳐 주며 자신의 몸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자각하게 한다. 이 아사나는 다른 아사나에 대한 주춧돌이다. 이 아사나의 수련으로 확고함, 힘, 평온 그리고 안정의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만일,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거나 척추의 디스크에 이상이 있다면 벽을 마주보고 두 손바닥을 벽 위에 대고 서는 것이 도움이 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척추 측만이 있는 사람은 두 개의 벽이 만나는 돌출된 모서리에 척추를 기대고 서야 한다. 1. 평평한 맨 마루바닥 위에 발을 모으고 선다. 반드시 두 엄지발가락과 발 뒤꿈치끼리 맞닿게 하여 두 발이 서로 일직선에 놓이게 한다. 두 발을 모으는 것이 힘들면 2∼3인치정도 떨어지게 한다. 체중을 두 발의 오목한 부분 가운데에 실어야지 발 뒤꿈치나 발가락에 실어서는 안된다. 발가락을 살짝 펴고 이완된 상태를 유지한다. 2. 두 발을 마루바닥 쪽으로 단단히 누르고 두 다리를 위로 편다. 발목은 서로 일직선에 놓이게 한다. 다리는 마루와 수직을 이루어야 하며 서로 일렬로 정렬되어야 한다. 종지뼈와 대퇴사두근(quadriceps)을 단단히 죄면서 위로 당겨 올린다. 둔부를 안으로 끓어 당기면서 꽉 조이고 엉덩이를 단단하게 만든다. 3. 팔은 몸의 양측면을 따라 뻗고 손바닥은 넓적다리와 마주보게, 손가락은 아래를 가리키도록 한다. 머리와 척추는 일직선에 있어야 한다. 근육을 긴장시키지 않으면서 목을 신장시킨다. 하복부를 안으로, 그리고 위를 향해 당긴다. 흉골을 들어 올리고 가슴을 넓힌다. 이 아사나의 모든 단계에서 정상 호흡을 한다.((1)) 4. 발 뒤꿈치나 발가락에 체중을 싣지 말고, 양쪽 발에 고르게 체중을 싣는다.((1)) 5. 두 손을 가슴 앞에 합장한다. 어깨는 수평을 유지한다.((2)) 6. 숨을 들이 마시며 합장한 손을 위로 쭉 뻗는다. 흉골과 몸통을 더 뻗으면서 30초∼1분간 유지한다.((3)) 숨을 내쉬며 양팔을 내린다.((1)) 7. 손가락을 단단히 깍지 낀다. 손가락의 사이에 아무런 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 깍지 낀 손을 가슴 쪽으로 가져간다. 이 때, 손바닥은 가슴을 향한다. 8. 손목을 돌려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하고, 숨을 들이쉬며 두 팔을 겨드랑이에서부터 들어 올린다. 이 때, 두 팔이 바닥과 수직이 되는 지점까지 쭉 끌어 올리고 팔꿈치를 고정시키고 팔을 쭉 뻗는다. 고르게 호흡하면서 이 자세를 1분 동안 지속한다.((4)) 반대로 깍지 껴서 한번 더 실시한다.4번 자세로 돌아간다. 자료제공:대구수성구 만촌동 아헹가 요가선원 053)753-1737 www.iyengar.co.kr 효과 척추를 곧게 펴 나쁜 자세를 교정한다. 무력감이나 우울증을 치료한다. 몸의 조정을 개선한다. 노화로부터 오는 척추, 다리, 발에 미치는 퇴행적 영향력을 예방한다. 엉덩이 근육을 조절한다. 요가교실 우리나라의 요가는 불교가 들어오면서 전래되어, 신라, 고려시대에 번성했으며, 요가수행을 위주로 한 종파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억불정책과 일제통치기간을 지나면서 요가는 물론 불교의 좋은 수행법이 많이 사장됐다.
  • [길섶에서] 지팡이/한종태 논설위원

    엊그제 생신을 맞은 장모님을 찾아뵈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전에는 없던 지팡이를 짚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리는 더욱 구부정해졌고, 걸음걸이도 영 신통치 않았다. 평지에서도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몹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올해 여든인 장모님은 그래도 당신의 불편한 몸보다는 손자들이 건강하고 공부 잘하는지, 사위는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지, 딸은 엄마와 아내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가 더 걱정인 모양이다. 헤어질 때는 별의 별 밑반찬거리 챙겨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불현듯 4년전 미국에서 한달 가까이 장모님과 지낸 때가 떠올랐다. 세살짜리 막둥이 손자가 눈에 아른거려 안 되겠다면서 홀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그때의 한달이 장모님과 우리 가족에겐 가장 즐거운 추억이다. 어머니를 여의어선지 장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더욱 짙어진다. 잘해주지 못하는 사위의 탄식은 늘어만 간다.‘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눈을 감고 기도를 해본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 [국제플러스] 잠롱 前시장 “탁신총리 사임해야”

    태국의 ‘청백리’로 불리는 잠롱 스리무엉(71) 전 방콕 시장과 탁신 치나왓 총리가 한판 붙는다. 잠롱 전 시장이 탁신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서 26일로 예정된 반(反)탁신 집회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잠롱 전 시장은 “탁신 총리는 주식 매각과 관련한 탈세 의혹에 휩싸여 통치의 정당성을 잃었다.”며 사임을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잠롱 전 시장은 26일 방콕 왕궁사원 옆 공원에서 열리는 반정부 집회에 자신의 불교운동 단체를 이끌고 참석하기로 했다. 잠롱은 1992년 당시 수친다 크랍프라윤 장군의 군사정부를 무너뜨린 인물이다.
  • [기고] 苛政猛於虎/우홍제 언론인

    증세 논의가 물밑으로 얼굴을 가렸다. 거센 증세 반발이 지자체선거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듯 정부는 관련공청회를 5월 이후로 미뤘다. 그동안 증세 바람은 부동산 폭탄세례에서 각종 소득공제 축소와 여성 생리용품이나 아파트 관리비 부가세 논란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불어닥쳤다. 물론 정부로서는 하루빨리 부동산투기를 잡고 양극화 해소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만큼 손쉬운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책목표든 세금만 많이 걷는다고 이뤄낼 수 있는 것은 없다. 오히려 조급한 증세는 많은 부작용을 부른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우선 부동산의 경우를 보자. 세금폭탄 이후 거래가 얼어붙어 내 집 마련이 힘들고 특정지역 아파트는 희소가치를 업고 값이 오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고용창출과 경기파급효과가 큰 건설경기가 실종돼 걱정이라는 금융통화위원들의 지적도 나왔다. 결론적으로 아파트값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 뛰는 것이므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시중의 과잉 통화량을 환수하거나 금리인상 등의 다각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양극화 재원도 봉급생활자를 비롯한 서민 주머니를 짜내 만드는 것은 문제해결과 거리가 멀다. 맞벌이세, 해외근로 소득 비과세 축소, 주택대출상환액공제 축소 등 갖가지 증세조치로 서민생계에 깊은 주름살이 가게 한 뒤 이들을 지원한다고 나서는 것은 병주고 약주기일 뿐이다. 장례비, 학원비 등 생활필수 서비스까지 부가세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그대로 물가인상으로 이어져 서민생활을 어렵게 한다. 부가세 같은 간접세는 가난한 자, 부유한 자 똑같이 부담하기 때문에 빈부격차 해소에 역행한다. 그뿐인가. 부가세가 늘어나면 탈세를 노린 무자료거래도 성행,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경제가 오랜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증세를 함으로써 국민소득이 줄어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기업이 투자를 꺼려 경제가 더 나빠지는 것이다. 증세는 경기가 호황일 때 하고, 경기가 좋지 않으면 세금을 줄여 소득이 늘게 하고 근로의욕과 기업투자심리도 북돋아주어 경기를 호전시키는 게 순리다. 그럼에도 정책은 반대로 가기 때문에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고 불안한 것이다. 경기가 빠른 시일 안에 회복되어 일자리가 늘어나고 영세자영업자는 장사가 잘 되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세금 신설이나 공제 축소보다는 음성불로소득 등 이른바 지하경제 탈세를 적발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지하경제는 국내 총생산(GDP)의 20%인 150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대기업 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빈민구제프로그램 등에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조세에 관한 정의 가운데 ‘즉각적인 반대급부 없이 정부에 내는 재화’라는 풀이가 있다. 그만큼 세금은 예민하며 특히 서민들에겐 큰 짐이다. 중국의 공자가 제자들을 이끌고 천하를 돌아다니던 시절, 깊은 산골짜기를 지날 때 한 여인이 서럽게 울고 있어 까닭을 물은 즉, 호랑이가 남편을 물고 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산 속에 사느냐고 묻자 세금을 너무 많이 뜯어가기 때문에 마을로 내려가 살 수 없다고 했다. 이를 본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라며 탄식했다는 것이다. 증세를 만병통치로 잘못 아는 정부관계자가 새겨들을 말이다. 우홍제 언론인
  • [책꽂이]

    ●그는 지도 밖에 산다(제임스 캠벨 지음, 김유경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1959년 미국의 49번째 주가 된 알래스카. 면적(153만 694㎢)은 미국에서 최대이고 인구(62만여명)는 아이오밍 주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특히 알래스카의 북동부 내륙지역은 산맥과 툰드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기후 변화가 심하고 추위가 혹독한 곳이다. 우리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척박한 땅에도 사람은 산다.‘알래스카 최후의 변방인’으로 불리는 하이모 코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그의 ‘선택받은’ 삶의 기록이다.1만 2800원. ●신선전(갈홍 지음, 임동석 옮김, 고즈윈 펴냄) 동진시대 갈홍이 ‘포박자’ 내편을 완성한 뒤 신선들에 대한 기록을 모아 편찬한 10권의 지괴(志怪)소설이자 신마(神魔)소설. 도교문학을 대표하는 이 책에 실린 신선 중 유향의 ‘열선전’과 중복되는 인물은 용성공과 팽조 두 사람뿐. 나머지는 갈홍이 직접 수록해 선보이는 신선들이다. 책에는 실존인물도 등장한다. 도가가 한나라 때는 ‘임금된 자의 통치술’로 일컬어졌고 당대(唐代)에 이르러서는 종교로서도 자리잡아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를 이해할 만도 하다.1만 8000원. ●우리 민족의 놀이문화(조완묵 지음, 정신세계사 펴냄) 줄다리기·횃불싸움·놋다리밟기 등 마을 전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공동체적 놀이, 줄타기·농주(弄珠)같은 개인기예, 태껸·활쏘기·검술 등 전쟁기술에서 발전돼 나온 전통무예 등을 다뤘다. 신라 29대 임금인 태종무열왕 김춘추와 김유신이 함께 뛰는 모습을 통해 오늘날 축구와 같이 발로 공을 차는 놀이인 축국(蹴鞠)을 설명하는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곁들였다. 민족유희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국내 첫 전통스포츠사.1만 5000원. ●루 살로메(프랑수아즈 지루 지음, 함유선 옮김, 해냄 펴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태생의 작가 루 살로메의 이지적인 용모에서 풍겨나오는 오묘한 매력은 늘 주위에 정신적·육체적 동반자들을 불러모았다.21세 때 니체를 만나 그의 절망적인 사랑을 한몸에 받았고,36세 때는 연하의 릴케를 통해 진정한 낭만을 향유했으며,50세 때부터는 프로이트와 애정어린 우정을 지속했다. 프랑스 최초의 여성 장관이자 언론인이었던 저자는 마력의 뮤즈이자 팜므파탈인 루 살로메의 삶의 동력을 자유를 향한 영혼의 고투라는 시각에서 재현해낸다.1만 2000원. ●혁명과 문학의 경계에 선 아나키스트 바진(박난영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巴金)의 문학과 사상을 조명. 중국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루쉰에 비견될 만한 탁월한 작가라는 시각이 있지만, 그의 허무주의적이고 아나키즘 성향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수원대 동양어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중국에서의 바진에 대한 평가는 모순점이 있다.”며 “탁월한 작가로서 바진을 긍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측면과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따라 바진의 아나키즘을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중국 연구가들의 당위적 측면이 그것”이라고 지적한다.1만 7000원. ●발해고(유득공 지음, 정진헌 옮김, 서해문집 펴냄)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발해사를 체계화시킨 조선후기 실학자 영재 유득공의 저작을 완역. 유득공은 고려가 발해까지 우리역사에 넣어 남북국사를 쓰지 않았던 점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발해영토를 되찾으려 해도 근거가 없어져버렸다며 통탄한다. 유득공은 우리나라의 통일은 신라에서도 고려에서도 조선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신라와 발해가 양립한 남북국시대 이후 발해의 영토는 대부분 여진에 넘어갔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통일이 아니라는 것이다.8500원.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웅진씽크빅 펴냄)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앉아 책을 읽는 여인을 그린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여인’, 책을 읽으며 루이 15세를 기다리는 퐁파두르 후작 부인을 그린 프랑수아 부셰의 초상화, 반 고흐의 ‘아를의 여인(지누 부인)’,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 방’ 등 책읽는 여자들의 그림을 통해본 독서의 역사.1만 3800원.
  • [시론] 아프리카는 미래의 선택이다/박정경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연구 교수

    [시론] 아프리카는 미래의 선택이다/박정경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연구 교수

    올들어 정부 고위 인사들의 아프리카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가나(1월28∼30일)와 콩고민주공화국(2월2∼3일)을 다녀온 데 이어, 이해찬 총리도 세네갈(2월8∼10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10∼13일)을 순방했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 국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이 3월에 방한했고,10월에는 르완다 외교장관 찰스 무리간데가 한국을 찾았다. 1990년대 초 미국과 소련간의 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 등한시되었던 한국의 대 아프리카 외교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최근에 와서야 대 아프리카 외교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반해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의 주변국들은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필자는 2000년대 초 4년간 동부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수학하면서 중국과 일본 정부 차원의 대 아프리카 지원 활동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은 케냐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주요 도로 공사를 도맡아 했고, 일본은 자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케냐 최대의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은 국영 및 민영 기업의 아프리카 현지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말까지 700여개의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본격화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과거 식민 통치의 경험을 기반으로 아프리카에서의 기득권을 주장해온 유럽의 서방 국가들이 견제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처럼 중국이 아프리카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중국이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곳곳에는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막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 석유를 비롯한 지하자원이 오랜 기간 동안의 내전을 거치면서 제대로 개발되지 못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은 미래의 자원 확보를 염두에 두고 아프리카와의 관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9억명에 가까운 인구를 보유한 아프리카는 앞으로 거대한 소비 시장이 될 것이 틀림없다. 전자제품을 구매하지 못할 정도의 빈곤층이 아프리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현재는 국제 무역에서 아프리카 시장이 외면당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이 지금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가까운 미래에 아프리카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될 것이다. 중국의 대 아프리카 투자 확대는 미래를 내다본 아프리카 시장 선점 노력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현재 시장규모나 경제 발전 정도로 볼 때 한국이 아프리카와의 교역을 통해 당장 큰 이익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아프리카를 소홀히 대한다면 미래의 자원 수급과 시장 확보에 있어 경쟁국들에 뒤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뒤늦게나마 한국 정부가 대 아프리카 외교에 눈길을 돌린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자원 수급과 시장 확보만을 목표로 아프리카에 접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는 과거 유럽 제국들이 식민 통치를 통해 아프리카를 피폐하게 만든 범죄를 되풀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리카는 저개발과 빈곤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나 세계무대에서 다른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위치에까지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지금 한국의 입장에서 적절한 아프리카 접근법은 적극적인 현지 투자와 함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박정경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연구 교수
  • 언론인 저술지원 대상자 7명 선정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이사장 남중구)은 15일 2006년도 상반기 언론인 저술지원 대상자 7명을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고 밝혔다.▲이용원(서울신문 논설위원·한서 지리지 초역 및 완역)▲채승우(조선일보 사진부 기자·현장의 신문 사진 이야기)▲김영욱(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경제학으로 본 세상 이야기)▲조현재(매일경제 부국장 겸 산업부장·CO3/8전쟁)▲강인섭(전 동아일보 논설위원·문단 데뷔 50년 기념 작품집)▲최규철(전 동아일보 논설주간·격변기의 한국언론-1970년에서 2000년까지 체험적 성찰)▲정일성(전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일제 조선통치 ‘훈수꾼’ 야나기 무네요시)
  • “교황 한국 방문·새추기경 임명 긍정적”

    “교황 한국 방문·새추기경 임명 긍정적”

    지난해 요한 바오로2세 서거후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에 취임한 지 10개월여가 지났지만 로마교황청은 눈에 띌 만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례적으로 행정체제와 교시 등에 있어서 전 교황때의 것을 그대로 유지한 채 추기경을 비롯한 요직 인사도 미루고 있어 세계 천주교계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교황을 비롯한 교황청의 고위 인사들은 한국의 천주교를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으며 세계, 특히 아시아권에서 한국 천주교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성염(64) 주(駐)로마교황청 대사를 만나 바티칸 분위기와 한국천주교에 대한 로마교황청의 입장을 들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체제의 교황청 분위기와 한국 천주교에 대한 입장변화가 있다면. -예전 같으면 벌써 새 교황의 통치철학이나 기조정책 발표가 나왔어야 한다. 교황이 지난달 25일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제목으로 가톨릭의 일반적인 원칙을 담은 첫 회칙을 낸 게 전부일 만큼 전 교황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교황이 성탄절 메시지에 “한반도에 대화의 분위기가 지속되길 바란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은 한국과 한국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큼을 보여준 것이다. ▶교황청이 이처럼 한국에 대해 갖는 각별한 관심과 기대는 무엇 때문인가. -우선 신자 수를 볼 때 다종교국가인 한국에서 천주교의 위상은 바티칸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각계각층에서 신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 인권 등 사회발전 측면에서 한국천주교가 해온 역할에 특히 주목한다. ▶교황의 한국 방문과 한국에서의 새 추기경 임명이 자주 거론되는데. -세계 30여개국에서 새 교황을 초청해놓고 있지만 금년 상반기 핀란드와 올해말 터키 방문 정도만 확정되었다. 지난해 11월 바티칸에서 열린 각국 주교 대표들의 모임인 주교 시노드 폐막때 노무현 대통령이 친서를 전달, 교황의 한국 방문 요청과 새 추기경 임명에 대한 희망의 뜻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다. 하지만 고위 인사들의 우호적인 발언과 관심으로 미루어 볼 때 양쪽 모두 낙관적이다. ▶바티칸에서 대사로 재임하면서 바라본 한국 천주교는 어떤 모습인가. -전통적으로 한국 천주교와 바티칸의 관계는 아주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지난 30∼40년간 한국 천주교가 우리 사회에서 앞장서온 진보적 노력을 바티칸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어 흐뭇하다. 천주교 신자가 전체 인구의 9∼10%를 차지하는 한편 불교·개신교세가 만만치 않게 강한 다종교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종교분쟁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한마디로 신기한 나라다. ▶황우석 교수 파문에 대한 교황청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공식 논평은 없었지만 지난해말 수요알현 때 교황이 광장에 모인 신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면서 “배아가 생명으로 발전한다.”고 언급한 것은 바로 황 교수 사태에 대한 윤리적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바티칸은 “과학의 문제는 과학의 영역에서 풀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고 한국의 과학자들이 자체검증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독교 퇴조는 일반적인 흐름으로 한국에서도 냉담자가 증가하는 등 크게 다르지 않은데. -국내외 모두 ‘신앙의 사사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성당이나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신앙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과, 평소 정치·경제논리에 지배받지만 신앙은 나름대로 유지하는 이원화의 문제랄 수 있다. 현대의 바쁜 삶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신앙은 사사로운 것이 아니라 공동사회의 것이라는 전통의 공동체적 신앙생활을 무시할 수 없다. 바티칸에서도 신앙생활이 삶의 원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앙과 삶의 통합 사목을 강조하고 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후세인 단식 투쟁

    인권유린 및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재판부의 강제출석 요구에 항의해 단식투쟁에 들어갔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후세인은 이날 자신이 3일째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통치시절 각료를 역임했던 세명의 피고인들도 함께 단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조관들도 이들이 식사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라우프 라시드 압델 라흐만 주심판사가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교체를 요구하며 피고인들이 출정을 거부하자 13일 속개된 재판부터 강제 출석시키고 있다. 단식투쟁은 후세인을 지지하는 수니파 저항세력들 사이에서 이들에 대한 동정론을 확산시켜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이라크의 혼란을 부채질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원수급 예우… 국제갈등 중재역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으며 도덕적 권위면에서도 교황의 권위에 비유되곤 한다.” 14일 대표적인 유엔통으로 꼽히는 박수길 전 유엔대표부 대사의 언급이다. 하지만 영어 표현인 ‘SG’(Secretary of General)가 ‘속죄양’(scapegoat)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지구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무’라는 비유도 소개했다. 유엔의 재상(宰相)으로 불리는 사무총장은 유엔의 실질적 수장이다. 지명도는 미국 대통령에 버금간다. 다만 ‘권력행사’보다는 ‘심판’,‘중재’ 역할을 맡는 자리다. 평화유지활동, 군비축소활동, 국제협력 증진 등 유엔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유엔헌장에 따르면 사무총장의 신분은 유엔 사무국의 수석 행정관이다. 어떤 정부나 기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지시를 구하거나 받지 않는 국제 공무원이다.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분쟁을 조정하고 중재하며 사무국 직원을 임명한다. 유엔 총회,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 자격으로 활동한다. 이들 기관으로부터 위임받은 임무도 수행한다. 연봉은 1997년 이래 22만 7253달러(약 2억 2214만원)로 책정돼 있다. 판공비, 관사, 경호 등도 제공받는다. 미국 뉴욕의 총장 관저를 1년에 1달러만 내고 사용한다. 이 관저는 미국 유엔협회가 지어 상징적인 임대료만 받고 사실상 무료로 살게 해주는 셈이다. 세계 각국에서 받는 의전은 당사국 행정부 수반의 수준에 맞춰진다. 하지만 차기 사무총장에게는 다급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콩고 주둔 평화유지군의 성추문,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 아들이 연루된 이라크 석유-식량계획을 둘러싼 비리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다. 유엔 사무국 개혁방안 역시 과제로 대기 중이다. 지난 1945년 유엔 출범 이후 역대 사무총장은 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임기는 5년이며 제6대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폭발적 스타트로 14년만에 메달을

    ‘0.01초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14년 묵은 ‘한’을 풀기 위해 13일 밤 토리노 오발링고토에서 주종목인 남자 500m에 출격한다. 신예 이강석(21), 백전노장 이규혁(27), 최재봉(26)과 권순천(23)이 모두 나선다. 한국 빙속은 92알베르빌대회 1000m에서 김윤만이 은메달을 딴 이후 메달 사냥은 불발의 연속이었다. 또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20개의 메달 가운데 김윤만의 메달을 제외하곤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기 때문에 스피드스케이팅에서의 메달은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지난 11일 남자 5000m에 출전했던 여상엽(22)이 28위에 머물러 팀 분위기가 다소 침체됐지만 13일 밤 경기에서 대반전을 노린다. 대표팀 김관규 감독은 “뛰어난 선수들이 워낙 많아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지만 이강석의 컨디션은 최상”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사실 이강석은 빙속의 희망이다. 이강석이 폭발적인 순발력을 자랑하지만 스타트가 메달 색깔을 좌우하는 만큼 현지 도착 이후 용수철 같은 스타트를 끊는 데 몰두해 왔다. 김 감독은 “무조건 두번째 부정출발자가 실격당하는 만큼 집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경기 당일의 컨디션도 중요하다. 세계기록(34초30) 보유자 가토 조지(일본)와 ‘빙속황제’ 제레미 워더스푼(캐나다) 등 34초대 선수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찰나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은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을 삼간 채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다. 이강석은 지난해 동계유니버시아드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이영하-배기태-김윤만-이규혁으로 이어지는 한국 남자 빙속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해 11월 34초55의 한국신기록을 수립, 단숨에 간판 스타로 우뚝 섰다. 가토의 세계기록과는 고작 0.25초차. 가토를 넘으면 금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 상승세의 이규혁은 마지막 올림픽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지난 3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 유망주로 지목됐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주종목은 1000m지만 500m도 가능성은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임영숙칼럼] 칼람, 인도, 미래전략…

    [임영숙칼럼] 칼람, 인도, 미래전략…

    인도의 압둘 칼람 대통령이 3박4일간의 국빈방문을 마치고 엊그제 떠났다. 내각책임제 국가인 인도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수반일 뿐이라지만 너무 조용히 그를 보낸 듯싶다. 그는 인도를 통치하지는 않지만 인도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이다. 인도가 어떤 나라인가. 머지않아 세계경제 중심축의 하나가 될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나라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른바 ‘브릭스 보고서’에서 앞으로 30년 안에 인도가 미국 중국 다음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현대경영학의 아버지’라는 피터 드러커는 “인도의 발전이 중국보다 더 인상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인도는 교육수준이 높고 1억 5000만명 이상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고등교육 인력과 기업가 배출에 힘입어 ‘파워하우스’로 빠르게 부상할 것이다.”라고 인도의 미래를 중국보다 더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선진국의 인구고령화 추세속에 인도가 상대적으로 젊은 나라인 것도 주목된다.20∼30년 지나면 인구로도 중국을 추월하게 된다. 중국을 대체, 또는 보완할 시장으로서의 인도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시장 투자, 또는 안보전략 이용의 복잡한 구도에 대한 일부 경계의 목소리도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떠오르는 인도의 진정한 힘, 그 내면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압둘 칼람 대통령은 바로 그 길잡이가 될 만하다. 올해 일흔다섯 살의 칼람 대통령은 정치인이라기보다 과학자로 더 유명하고 과학자라기보다 시인이자 사상가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인도 최초의 위성발사 로켓 개발과 토종 인도 미사일 개발 책임자, 그리고 2차 핵실험을 주도해 인도를 과학강대국 대열에 합류시킨 주역이지만 미혼으로 단칸방에 책상 하나가 그가 가진 재산의 전부이다. 해외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로 인도 공교육에 대한 신뢰의 표지판이 되고 있다. 힌두교도가 아닌 이슬람교도로서 인도사회의 비주류이지만 90%이상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선출됐다. 국내에도 번역된 그의 자서전 ‘불의 날개’를 읽어 보면 그 정신의 맑음과 깊이에 압도당하게 된다. 그는 과학기술과 경제력을 하나로 연결하지만 가치있는 미래에 대한 도덕적 비전을 강조한다. 바로 그가 작성한 ‘새천년의 비전, 인도 2020’에 나는 주목한다. 대통령이 되기 직전 정보기술예측·평가위원회 의장으로서 500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비전 2020은 부단한 기술개발을 통해 인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모시킨다는 청사진이다. 이 도약의 주역은 청소년이라며 그는 말한다.“인도의 새로운 세대가 인도를 노래하게 하라. 젊은이들이 저마다의 가슴에 깃들인 불꽃에 날개를 달게 하라.”고. 칼람 대통령은 취임직후 인도 전역을 돌며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10만명의 초·중·고 학생들을 만났다. 타고르의 시가 자주 인용되는 그의 비전 2020은 그렇게 구체적인 현장을 토대로 다듬어졌다. 한·인 정상회담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칼람 대통령으로부터 미래 전략의 지혜를 배웠다면 얼마나 좋을까. 뛰어난 학습능력을 지녔다는 노 대통령이 ‘비전 한국 2020’을 수립하고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준다면 비록 지금 인기는 바닥권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황우석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전략으로서의 미래 비전은 통합적이고 도덕적인 것이어야 한다. 논설 고문 ysi@seoul.co.kr
  • CEO 칭기즈칸처럼 경영하라/쓰마안 지음

    CEO 칭기즈칸처럼 경영하라/쓰마안 지음

    경영은 일종의 전쟁이다. 그래서일까. 오늘날 경영인들은 군사 고전 ‘손자병법’으로부터 커다란 지혜를 얻는다.‘손자병법’은 요즘으로 말하면 신세대 지식인인 손무가 쿠데타로 막 정권을 잡은 오나라 왕 합려에게 내놓은 군사전략보고서다.6000여개의 한자로 이뤄진 이 전쟁에 관한 짧은 보고서는 지금도 국경을 초월해 널리 읽힌다.‘손자병법’에는 단순한 전쟁의 기술을 넘어선 철학과 휴머니즘이 있고, 현대를 살아갈 치열한 생존전략이 담겨 있다. 경영자들이 ‘손자’를 즐겨 찾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칭기즈칸이다.‘손자병법’이 선인들의 전쟁 경험을 토대로 한 병법서라면, 칭기즈칸의 전략 사상은 오로지 스스로의 실전 경험을 통해 쌓아올린 것이다. 그런 만큼 더욱 생생한 데가 있다.‘CEO 칭기즈칸처럼 경영하라’(쓰마안 지음, 김보경 옮김, 일빛 펴냄)는 최근 부쩍 주목받고 있는 칭기즈칸의 리더십을 다룬 책이다. ‘CEO 칭기즈칸’이란 말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그만큼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 왔다는 얘기다. 칭기즈칸에게는 아시아의 비옥한 들판을 황무지로 만들어버린 침략자,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아시아를 피로 물들인 야만인 등 혹독한 비난이 따른다.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는 자신의 희곡 ‘중국의 고아’에서 칭기즈칸을 “오만하게 왕들의 목을 짓밟은 파괴적인 압제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000년간 인류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칭기즈칸을 선정했으며, 세계적인 CEO 잭 웰치는 “21세기는 새로운 유목사회이며, 나는 칭기즈칸을 닮겠다.”고 했다. 이 천년의 영웅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중국 베이징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저자는 짐작한 대로 노마드, 즉 유목민의 정신을 강조한다. 인류가 1만년의 정착생활을 끝내고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채 세계를 떠도는 신(新)노마드 시대, 유목민의 상징인 칭기즈칸의 리더십을 배우자는 것이다. 아시아 내륙의 초원을 떠돌던 몽골족을 통합하고 10만명의 기마병으로 태평양에서 지중해까지 동서 8000㎞의 대제국을 지배한 칭기즈칸. 그에게는 남다른 통치철학과 글로벌 경영전략이 있었다. 비록 유목민의 흉포함과 잔인함으로 몽골제국을 건설했지만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 잘 짜여진 조직체제와 효율적인 정보망, 기술자를 죽이지 않는 기술우대 정책, 능력 위주의 인재 등용,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개방적 리더십 등은 오늘날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반드시 주목하고 실천해야 할 덕목들이다. 책은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한 43가지의 칭기즈칸 관리잠언을 통해 진정한 ‘노마드 경영’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칭기즈칸의 대표적인 전법 가운데 하나가 대우회(大迂廻) 전략과 번개전술이다. 대우회 전략은 몽골인의 사냥 습관에서 비롯됐다. 특징은 속도와 흉포함. 일단 광활한 전투 공간을 확보한 뒤 집중 공격, 분할 포위, 신속 돌격, 원거리 기습, 위장 퇴각, 이동 중 공격 등의 방법을 두루 사용한다. 칭기즈칸은 송나라와 금나라의 원한관계를 이용, 송나라의 길을 빌려 전략적 대우회를 했고 송의 군대와 연합해 금나라를 섬멸했다. 중국의 ‘가전왕국’ 갈란츠가 에어컨 시장을 공략할 때 구사했던 방법이 바로 이같은 대우회 전략이다. 스피드 경영의 중요성은 “계속 이동하면 살고, 성을 쌓으면 패배한다.”는 말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백락(伯樂)이 나고 천리마가 났다.’는 옛말이 있다. 백락은 춘추시대 천리마 감정의 명인. 천리마가 있어도 그것을 알아보는 백락이 없으면 천리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른바 인재경영, 인재제일주의를 강조하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칭기즈칸의 기술자관(觀) 역시 이와 통한다. 몽골군은 항복하면 살려주지만 저항하면 모든 사람을 다 죽일 만큼 잔인했다. 하지만 기술자만은 예외였다. 어느 나라 어느 성을 함락하든 기술자는 학살 대상에서 제외해 몽골제국의 무기 제조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문화발전에 기여하도록 했다. 이같은 기술우선주의는 신기술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오늘의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칭기즈칸의 잠언들이 모두 금과옥조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사상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름의 정신적 각성을 얻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칭기즈칸 경영학’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셈이다.1만 2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시론] 마호메트 만평사태에서 배워야/ 김능우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시론] 마호메트 만평사태에서 배워야/ 김능우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요즘도 하루가 멀다하고 중동 소식이 신문과 뉴스의 단골메뉴가 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이 지역이 많은 문제로 시름하고 있음을 재차 실감한다. 최근 들어 전세계 이슬람권의 민중이 분노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덴마크의 한 신문사가 이슬람의 사도 마호메트의 얼굴 그림으로 이슬람을 비하했고 이에 대해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다시 프랑스·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신문들이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며 이슬람권에 정면 대응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사도의 그림에 대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이슬람은 유일신 알라(하느님) 외에 그 어떤 대상에 대한 숭배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느님만이 세상의 창조주이며 주관자이기 때문이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존재인 하느님을 그림으로 형상화한다는 것은 이슬람 신자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성모독죄이다. 더구나 인물 그림은 우상숭배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이슬람은 보고 있다. 이슬람에서 마호메트는 하느님이 보낸 최후의 사도로서 경전 ‘코란’을 통해 평등과 선행 실천의 가르침을 설파한 위대한 인물이다. 이슬람은 무슬림들의 존경과 찬미의 대상인 마호메트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하며, 다른 예언자나 성인들의 형상을 그리는 것도 일체 불허한다. 곧 이슬람은 우상타파와 성상(聖像) 불용의 원칙 수호에 철저한 종교이다.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가보면 인물을 그린 그림이 단 한 점도 걸려있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기독교에서 예수, 성모 마리아, 성인 등의 여러 가지 성상(聖像)을 통해 신자들의 믿음을 환기하거나 강화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면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이슬람 사회 구조의 특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호메트 생존시 이슬람 율법에 근거해 통치되는 정교일치의 공동체를 실현했으며, 이는 그의 사후 이슬람 제국의 통치자들에 의해 이어져 왔다. 이슬람에서 통치는 교리와 율법에 근거해 이루어지며 따라서 사회는 종교적 금기 사항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언론의 자유도 곧 종교의 통제 하에 놓이는 것이 이슬람 사회 존립의 원칙이다. 서구에서 언론이 정책비평을 하듯 종교문제를 다룰 수 있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이슬람, 기독교 양 문화권 사회구조의 근본적 차이는 이번 갈등 사태의 보이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필자는 아랍 현지의 신문을 보면서 이번 만평사태로 인해 이슬람권의 의견이 양분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성전(聖戰)을 통해 이슬람을 모독한 자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 그 하나고, 현 상황의 책임은 그동안 이슬람을 세계에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이슬람 지도부에 있다고 보는 자성론자들의 입장이 다른 하나이다. 양분된 상황에서 폭력은 항상 강경파에 의해 자행된다. 우리가 우려하는 바가 바로 이 점이다.2001년 9·11 테러의 공포가 새삼 떠오른다. 이번 유럽 언론의 만평 게재는 한국을 포함한 비(非)이슬람권 국가들에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고 있다. 상대방 문화를 자신의 눈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며 타문화와 그 관습을 자체로 인정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무슬림들과 함께 있을 때 오른손으로 그들과 악수를 나눌 것,‘코란’을 함부로 만지거나 그 위에 다른 물건을 두지 말 것, 의자에 앉을 때 발바닥이 상대방에게 보이는 일이 없도록 할 것 등 그들의 기본예절을 익혀야 할 것이다. 간단하지만 이슬람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갈 수 있다.
  • 피로 얼룩진 선거

    카리브해의 소국 아이티 대선 투표가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치는 유혈 사태 속에 7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투표소에선 유권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2명이 깔려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북부 그로스 모르네 지역에서는 한 유권자가 경찰관과 시비를 벌이다 총에 맞아 사망하자 군중들이 이 경찰관을 폭행, 숨지게 했다. 유권자들끼리 난투극을 벌여 수십명이 다치기도 했다. 군부 쿠데타로 반미 성향의 장 메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축출된 지 2년 만에 실시된 이날 선거는 유엔 평화유지군 9400명과 경찰 6000명의 삼엄한 경계 속에 치러졌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남아공에 망명해 있는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추종세력의 재기 여부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킨 르네 프레발(63) 전 대통령은 아리스티드의 충실한 계승자를 자부하고 있다. 군부세력을 결집, 아리스티드 축출 쿠데타를 주도했던 귀 필립(37)이 얼마나 프레발을 추격할지가 관심거리다. 무려 33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는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음달 19일 결선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확정한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 반발해 대규모 소요가 벌어질 개연성은 여전하다.8일 치러진 네팔 지방선거도 결국 피로 얼룩졌다. 정부군과 공산반군의 충돌 속에 투표율마저 저조해 정정은 끝모를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반군은 선거사무소 등 12곳의 관공서에 폭탄 공격을 가했으며, 정부도 30여명의 시위 정치인을 체포했다. 사흘 동안 여당 후보 2명 등 모두 9명이 반군에 살해됐다. 로이터 통신은 반군의 공격을 두려워한 후보자들의 출마 기피로 4000여개 의석 가운데 2200개 이상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나머지 선거구도 삼엄한 경계 속에 투표가 진행됐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유권자를 찾기는 힘들었다.7개 야당연합과 마오이즘을 추종하는 반군은 이번 선거가 지난해 2월 친위쿠데타로 집권한 기아넨드라 국왕의 철권 통치를 강화할 것이라며 투표 불참과 총파업을 선언했다. 또 투표하는 유권자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해 왔다. 심지어 여당 소속 후보조차 선거운동 기간에 출마를 포기했으며, 남은 후보들도 군부가 제공한 안전가옥에서 생활하고 있다.이세영 박정경기자 sylee@seoul.co.kr
  • [열린세상] 부시 연설에 담긴 對北 신축성/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 대사

    지난달 31일 부시 미국 대통령의 2006년 국정연설이 있었다. 미국 헌법 제2조 3항은 대통령이 국정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고 필요한 조치를 건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서 1790년 조지 워싱턴 때부터 대통령은 매년 의회에 국정보고를 해왔다. 서면보고로 대체한 경우도 있긴 했지만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대개 대통령이 직접 의회에 출석하여 국내외 정세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이 연례행사는 그해 세계정세와 미국의 대응을 파악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왔다. 특히 냉전체제 붕괴 후 미국이 유일 패권국가가 되면서는 이 국정연설에서 제시되는 비전과 전략들이 국제사회의 큰 흐름을 결정짓는 최대변수로 인식되어 전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부시의 2006년 국정연설에서 묘사된 미국의 자화상은 1970년대 중반 월남 패망 이래 최악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외교정책에 관한 세계적 석학인 스탠리 호프먼 교수가 월남전의 수렁에 빠져 허덕이던 1960년대의 미국을 ‘상처 받은 독수리’(wounded eagle) 또는 ‘절름발이 거인’(crippled giant)이라 부른 적이 있지만 그가 살아 있다면 2006년의 미국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부시의 국정연설에는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비전과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과거 5번이나 했던 국정연설에서 느껴졌던 신념과 열정도 찾아 보기는 힘들다. 물론 민주주의와 자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이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낯익은 약속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정치인의 수사학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재선에 성공한 후 첫 국정연설이었던 작년에 비교하면 올해의 연설은 공허하다는 인상마저 지울 수 없다. 정말 미국은 회복 불능의 상처 받은 초강대국일까? 부시의 고민은 이해할 만하다. 국내외 어느 곳을 보아도 낙관적인 구석이 별로 없다. 재정적자는 그의 감세정책 때문에 이미 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퇴임할 때까지 적자규모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별로 없다. 작년 국정연설에서 야심찬 사회보장제도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의회에 올리지도 못했다. 작년 여름 남부 지역을 폐허로 만든 태풍 카트리나에 분노한 민심은 부시 행정부의 핵심인물들이 연계된 도청사건으로 더욱 등을 돌리게 됐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시간이 갈수록 철군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의 반응은 역시 신통치 않다. 그래서 5년 전 9·11 참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에는 90%가 넘었던 그에 대한 지지도가 작년 말에는 30% 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래서 이런 추세로 가면 금년 11월의 중간선거에서 참패가 불가피하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공화당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 사태를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그의 국정연설은 도덕적·이상주의적 가치를 강조했던 미국의 대외 정책을 오히려 현실적 바탕 위에 재정립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한반도 정책이 그러하다.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 규정하고 대량무기비확산전략(PSI)을 통해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겨냥해 온 부시의 대북정책이 보다 세련되고 현실적인 궤도로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위조달러 같은 문제는 예외가 되겠지만 부시의 대북정책은 선택된 방법과 수단이 그것이 추구하는 목표를 정당화하지 못하는 비대칭적 측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6자 회담 속개를 고대하는 우리로서는 금년에 미국이 전략적 신축성을 발휘하고 북한 역시 이 호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 대사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8) 일본의 茶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8) 일본의 茶室

    차를 마시는 공간인 ‘차실(茶室)’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든 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차와 선(禪)에 관심있는 많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일본의 차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가 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차실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문화적 가치로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그 가치가 깊고도 넓다. 요즘 들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차인들간의 국제교류다. 한국내 차인 교류가 아니라 중국·일본 차인들과의 교류가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차인들의 최근 관심사는 각 나라의 차의 역사성과 교류, 그리고 그 원류가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가에 있다. 2001년 일본내 한국문화원들의 주선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초의차문화연구원을 초청한 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차인회들이 결집해 있는 교토, 도쿄, 고베 등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이었다. 한국문화원들은 한국-일본차 교류를 통한 문화적 교류를 시도하려는 의도로 차인들간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고베문화원에서의 일이다. 차회에 참석한 차인들은 일본의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초의차문화연구원에서는 초의 스님의 선차를 선보였다. 담백하고 간결한 느낌을 주는 초의 스님의 선차법은 일본의 차인들이 선호하는 말차의 행다와 많이 흡사하다. 그들은 초의차문화연구원의 행다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차인들이 보였다. 행다시연이 끝난 뒤 그중 한 명과 대화를 했다. “참으로 감탄스럽습니다. 맑고 담백한 행다가 참으로 격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의 스님의 행다와 우리 일본차의 행다에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차인은 조심스럽게 초의 스님 행다에 얽힌 의문을 놓고 대화를 시도했다. “초의 스님의 행다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우리 고유의 행다 중 하나입니다. 일본의 행다와 초의 스님 행다가 비슷한 것은 차 문화 역사가 흘러온 역사성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본 차 유파들의 행다와 우리의 행다는 크게 다를 수 없다고 봅니다. 여러 역사적 사료에서 밝혀지듯 일본문화의 많은 부분은 백제와 고구려 등 삼국의 것을 받아들인 것들입니다. 그것에 대해 일정 정도 동의한다면 우리가 오늘 여기에서 보여준 행다의 역사와 원형에 대해 동의하리라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만약 여러분들이 백제시대 고구려시대의 차 문화 원형을 유지 보존해 왔다면 당연하게 유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우리도 옛 행다법을 복원, 그 전통 맥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일본차회 인사들은 필자의 답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필자의 역사성과 발언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읽혔다. 그들의 당혹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문화는 몰라도 초암과 말차로 대표되는 일본 차문화만큼은 충분히 독자성을 갖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행다뿐만 아니라 일본 차문화의 대표격일 수 있는 초암다실도 마찬가지였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일본차인들이 일지암을 방문했다. 다음해인 2002년 한국문화의 달을 맞아 일본의 한국문화원들과 연결, 일지암을 방문한 것이다. 그들의 검증과 철저함에 필자는 무서운 느낌마저 들었다.2차세계대전의 실패를 딛고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그들의 저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2002년 5월 일본차회를 대표하는 인사 40여명이 일지암을 찾았다. 일지암 초당을 본 그들은 경악할 만큼 당혹스러워했다. 졸졸 흐르는 유천, 그리고 작고 아담한 봉창을 가진 일지암의 초당, 자우홍련사의 작은 연못과 툇마루를 본 그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지암 차실과 행다는 우리 전통 차문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초의 스님의 선차와 차실은 여러분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행다와 맥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행다와 일본의 행다는 뿌리가 같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일본의 한국문화원에서 만났던 초의차문화연구원의 초의스님 행다가 결코 낯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그들은 묵묵히 말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초암차실에 대해서도 그 역사성을 그들에게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 아직도 시골 산간에 남아있는 우리 전통 초가집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일본차인들에게 전해진 충격은 너무도 놀라운 것이었다. 눈앞에 자연스럽게 펼쳐진 초가집들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일상화된 삶으로서 자리매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 차문화의 자존심인 초암다실의 원형이 어디에 있었는지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차문화와 차실이 아름다움의 미학 차원에서 준비되고 이루어졌다면 우리의 차와 차실은 바로 삶이었다는 것이 매우 다른 점입니다. 우리의 초가집은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차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삶의 전부로 그 기능성을 갖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초가집은 바로 궁핍한 삶속에서도 넉넉한 여유를 담을 수 있었던 우리 민중의 삶을 그대로 닮은 것입니다. 일본의 차실과 우리의 초가집이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일본의 차실은 자연에 조금 더 다가가 차를 마시려는 염원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자연과 일체화를 이루기 위해 작고 아담한 차실을 가꾸고, 차실을 감싸고 있는 봉창(덧문)도 작게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초가집의 덧문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탄생했다. 제대로 된 건축설계도 없이 어림 눈대중으로 겨우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우리의 초가집인 것이다. 일본차의 핵심은 권력으로부터 회귀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황금차실과 이른바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는 임진왜란은 이같은 사실을 잘 입증하고 있다.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지방의 토호들인 지방막부들을 동원해 일궈낸 통일의 성과로 돌려주고 분배할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도요토미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황금차실이다. 도요토미는 황금차실을 만들어놓고 지방막부들이 참여한 대규모 차회를 열었다. 당시 지방의 막부들은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중앙문화에 굶주려 있는 지방막부들의 관심을 사치스러운 엘리트 차문화로 돌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문화적 갈증해소를 통해 지방막부들의 불만을 해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황금차실은 아마도 최초의 차 문화상품일 것으로 보여진다. 도요토미는 지방막부들에게 행다를 하기 위해 필요한 값비싼 도자기 문화를 조성했다. 그러나 송나라의 찻그릇은 너무도 고가여서 지방의 몇몇 막부들을 제외한 사람들의 빈약한 재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도요토미는 이들을 위해 값싼 조선의 도자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임진왜란은 일본내의 정치적 목적이 교묘하게 배합된 도자기 전쟁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의 다성’으로 불리는 센노리큐와 도요토미와의 관계도 일본 차실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당시 센노리큐는 일본차문화의 정신적 지주였을 뿐만 아니라 청나라 도자기를 판매, 이윤을 남기는 찻그릇 상인이기도 했다. 센노리큐는 청나라 도자기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센노리큐의 이윤은 상대적으로 국가로 귀속될 재정에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권력과의 다툼을 피할 수 없었다. 센노리큐는 제자들이 목상을 만들어 추앙하고 경배할 정도로 거대한 정신적 지주역할을 했다. 이같은 현상은 당시 최고통치자였던 도요토미에게 큰 부담이었다. 죽음으로 일본차의 세계를 연 센노리큐가 탄생할 수 있는 주·객관적인 조건이 갖추어진 셈이었다. 차실은 한발짝 더 나아가서 통치이데올로기를 형성할 수 있는 담론의 장 역할도 했다. 막부시대로 대별되는 일본의 무사시대는 통치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할 수 없는 파괴적인 권위를 담보하고 있었다. 그런 통치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메워준 곳이 바로 차실이다. 일본의 차실은 평화와 담론의 공간이었다. 무사들도 차실에 들어갈 때는 칼뿐만 아니라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까지 빼놓아야 했다. 차실에서 그들은 자유롭게 정치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었다. 차실은 그런 점에서 문화아카데미 역할을 한 것이다 일본초암의 완성자라고 불리는 센노리큐는 권력자들이 정치적 야망을 비판하고 좌절시키기 위해 황금차실과 비교되는 차실을 창조해낸 것이다. 일본초암차실의 원형은 결국 정치와 자연, 그리고 차와의 절묘한 배합에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끌어들여 교묘하게 정치와 접목시켜 당대의 정신문화를 창조해낸 것이 바로 일본 초암차실의 미학인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차실은 그러면 얼마나 많을까. 그 숫자가 통계학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많은 유파가 존재하듯 수백개가 될 듯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교토의 금일암, 무마모토의 차실, 나고야의 차실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100∼200년의 역사를 갖는 일본의 차실은 매우 많다. 일본통계에 따르면 현재 교토의 사찰 수는 약 2000곳에 달한다. 각 사찰들은 그 사찰의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곳에 차실을 만들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교토에만 일본의 차실은 2000곳 정도가 존재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역사성을 갖지 않은 일본의 차실은 수만개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자연을 축소지향적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차의 문화를 구현해냈다. 자연 그 자체를 삶속에 끌어들여 정서적인 보편성을 확보했던 우리의 차실과는 너무도 다른 측면이기도 하다. 일지암 암주 ■ 日 상국사 차실 이야기 차 교류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많은 일화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명원문화재단의 자문역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바로 상국사(相國寺) 차회. 상국사는 태평양전쟁 후 가장 눈길을 끈 지식인 유키오의 작품무대가 됐던 금국사의 원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상국사를 방문한 명원문화재단은 우리 차의례 중 가장 아름답고 고아한 행다미를 주는 육법공양을 시연했다. 육법공양의 전통행다례를 본 상국사와 일본차인들의 눈길은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상국사에서는 두 가지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우리 전통다례 중 하나인 육법공양 시연이었고 또 하나는 온양의 민속박물관에 있는 문화재들을 전시한 것이다. 상국사는 정원부터 독특했다. 정원이 사찰의 앞에 있지 않고 사찰의 뒷쪽에 있었다. 그 정원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수천년을 견뎌온 듯한 노송들이 숲처럼 우거졌고, 세월속에서 이끼가 끼고 끼어 마치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바위틈을 타고 흐르는 작은 샘물은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아름다웠다. 상국사의 차실은 그 사찰의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방장실이었다. 방장실 자체가 바로 차실인 것이다. 상국사의 방장은 그곳에서 찾아온 손님을 차로서 접대할 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 법(法)도 논하고 있었다. 상국사의 방장 스님은 찾아온 손님들이나 제자들에게 직접 말차를 우려내 권한다. 찻물은 뒤편 정원에서 천년 넘게 바위 틈에 흐르는 물을 사용했다. 자연과 차에 대한 그들의 미학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완 역시 매우 진귀했다. 아름답고 품격이 있어보이는 녹유다완을 준비한 방장 스님은 우리에게 물었다.“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한국땅의 작은 연못은 매우 아름답기 짝이 없습니다. 그 작은 연못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바로 연못에 피는 수련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 수련의 문양 같은 아름다운 말차를 마실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그 방장 스님은 검푸른 하늘을 아름답게 밝히고 있는 은하수가 두둥실 떠있는 것처럼, 또한 별이 아름답게 떠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별빛 같은 말차를 우리에게 선보였다. 참으로 쉽게 맛볼 수 없는 진귀한 것이었다. 일본 차실이 갖는 정신적인 권위와 풍부함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차실은 매우 아담하고 담백했다. 전형적인 다다미방이었으며, 차의 비조로 불리는 백장선사의 초상화와 백제향로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상국사의 방장 스님이 직접 주관한 차회는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었다. 저 멀리 임진왜란이라는 처절한 민족적 상처 속에서 탄생한 찻그릇으로 보여준 저들의 차 정신 속에 우리의 거친 삶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친 삶 속에 유연하고 부드러운 삶이 싹트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조선 찻사발들은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깊이를 담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가보면 그곳에는 우리의 잃어버린 피와 땀, 그리고 도공들의 쓸쓸한 영혼이 아직도 우리곁을 떠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탄생한 조선 찻사발들로 일본의 차인들은 차문화의 품격과 역사성을 높이고 있다. 그 같은 역사의 아이러니 탓에 한 사람의 차인으로서 한 사람의 민중으로서, 차회 내내 영혼을 속절없이 태우고 있었다.
  • [토요영화]

    [토요영화]

    ●롱 라이더스(EBS 오후 11시30분)미국 서부 역사를 남북전쟁 후유증에 따른 계급 갈등으로 해석한 수정주의 서부극의 걸작이다. 존 포드 감독의 정통 서부극에 나오는 공동체의 따뜻함 같은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가족 등의 해체가 적나라하게 다뤄진다. 정신적으로 기댈 곳이 없는 서부 사나이들이 의지하는 것은 바로 폭력. 이 작품을 연출한 월터 힐 감독은 1972년 샘 페킨파 감독이 만든 ‘겟어웨이’의 시나리오를 쓰며 두각을 나타냈다.‘롱 라이더스’는 그의 출세작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샘 페킨파 감독 폭력 미학 노선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형제 캐릭터들이 실제로도 모두 형제인 점이 특이하다.‘48시간’(1982),‘스트리트 오브 파이어’(1984)로 상승세를 이어갔던 월터 힐 감독은 80년대 후반 이후 ‘라스트맨 스탠딩’(1996)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남북전쟁 직후 법질서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미국 서부 미주리 주는 무법천지이다. 이때 미국 서부개척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무법자 제시 제임스(제임스 키치)가 등장한다. 제시 제임스는 동생 프랭크(스테이시 키치) 등과 함께 북부 양키가 지배하는 사회 질서에 총으로 반항한다. 목돈을 마련하면 땅을 일구며 살아가고 싶어하는 제시 제임스 일당은 은행을 털고, 열차 습격을 일삼는다. 이들에게는 당연히 수많은 현상금이 붙는다. 피해를 입은 마을 주민들은 추적대를 조직해 뒤를 쫓지만, 제시 제임스 일당은 번번이 추적을 따돌리는데….1980년작.94분. ●메달리온(SBS 밤 12시5분)명절 때마다 안방극장을 두드리던 성룡이 지상파에는 일주일 늦게 찾아왔다.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 펼쳐 보이는 아크로바틱 액션 연기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 반갑다. 할리우드 진출 이후 특수효과에 짓눌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작품이 특히 그렇다. 그래서인지 미국 개봉 당시 혹평에다 흥행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그래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국제 밀수조직 두목 가물치(줄리언 샌즈)는 신비한 메달을 차지하기 위해 홍콩에 온다. 하늘에 의해 선택된 아이가 두 개로 나눠진 메달을 하나로 합치면, 그 아이가 죽음에서 구해낸 사람은 영원한 삶과 초인적인 힘을 얻는다는 메달이다. 선택된 아이가 가물치 일당에게 납치되어 아일랜드로 끌려가자 사건을 수사하던 홍콩 경찰 에디 양(성룡)이 그곳까지 쫓아간다.2003년작.87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구청장 현장인터뷰] 박홍섭 마포구청장

    [구청장 현장인터뷰] 박홍섭 마포구청장

    입춘을 사흘 앞둔 1일. 봄을 시샘하듯 수은주가 영하로 뚝 떨어져 쌀쌀한 바람이 몰아친 이날 오후 박홍섭(64) 마포구청장은 경의선 지하화 사업이 한창인 옛 서강역을 찾았다. 용산선 옛 서강역 부지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일제식민통치와 한국전쟁, 근대화의 100년 동안 묵묵히 사람과 화물을 날랐던 철로를 거두어낸 자리는 온통 진흙 바닥이 됐다. ‘경의선 용산-문산간 복선 전철 제 1-2B 공구 신설공사’라는 표지가 붙은 공사 본부에서 공사 진행 사항을 보고 받은 뒤 박 구청장은 철로를 거둬낸 자리를 직접 돌아보기 시작했다. 발이 흙 속으로 푹푹 빠진다. 반들거리던 구두는 온통 흙투성이가 됐다. 박 구청장이 내뱉은 첫 마디는 “감회가 새롭습니다.”였다. 2002년 구청장 취임과 동시에 마포구의 현안 사업인 용산선 지하화를 추진했던 일들이 스쳐갔다. 당초 용산선 철로 위에 높이 10m 교각을 세워 경의선을 건설하겠다는 철도청의 계획은 마포구를 영원히 남과 북으로 갈라놓겠다는 선고와도 같았다. 온 구민의 염원을 담아 관계 기관장들을 만나 설득하고 담판을 벌였던 과정은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흐른다. 그러나 박 구청장이 진흙 바닥 위에서도 옛 용산선을 따라 계속 발걸음을 멈추지 못한 이유는 여기에 그의 유년시절과 마포의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라. 어른 검지손가락만한 대못을 철로 위에 올려두는 거야. 열차가 지나가고 나면 못이 납작해져. 또 철로 주변에 자갈이 많잖아. 친구들하고 돌팔매질하다가 동네 장독 깨뜨리고 혼나고 다치고 도망가고…. 허허허.”그의 감회어린 이야기는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마무리됐다. 평생을 마포에서만 살아온 박 구청장에게 서강에서 공덕으로 이어지는 용산선 구간은 그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가난하게 살았던 유년 시절에도 용산선 철로에 얽힌 수많은 추억은 아름답게만 기억된다.1970년 전태일의 분신 자살로 노동법에 관심을 갖게 됐던 대학시절에는 함께 야학을 했던 제자들과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하며 세상을 비판할 수 있던 유일한 공간이기도 했다. “철로 곳곳에 추억이 없는 곳이 없어.”라며 미소 짓는 박 구청장에게 용산선 지하화는 한 시대를 매듭짓고 마포의 또 다른 시대를 열어간다는 역사적인 의미를 담은 곳이기도 하다. 요즘 박 구청장의 최대 관심사는 철로를 거두어낸 유휴부지 약 7만평에 어떤 공원을 만드느냐이다. 구는 현재 한양대 도시공학연구소에 유휴부지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준 상태다. 박 구청장은 서강역이 그에게 유년시절의 향기를 간직한 장소이듯 손자 세대들에게는 서쪽으로는 인천국제공항, 북쪽으로는 평양을 거쳐 시베리아 벌판까지 이어지는 흥분과 감동의 장소로 기억되길 소망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출생 1942년 서울 마포 ▲학력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약력 한국노총 조직부 차장·기획부장·조직부장·중앙교육원 교무부장·홍보실장, 근로복지공단 사장·이사장,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감사 ▲가족 차경애씨와 2남 ▲종교 기독교 ▲기호음식 김치찌개 ▲주량 소주 반병 ▲좌우명 사생취의(捨生取義:비록 목숨을 잃을지라도 바른 일을 해야 함을 이르는 말) ▲취미 독서 그림
  • [실전논술] 학교의 역할과 오늘날의 대학

    ●다음은 황종희의 ‘명이대방록(明夷待訪錄)의 일부이다. 글쓴이가 주장하는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러한 역할이 오늘의 대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학교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다. 그러나 옛날 성왕들의 의도는 단지 거기에 머물지만은 않았다. 반드시 천하를 다스리는 모든 수단이 학교에서 나올 수 있도록 갖추어 놓은 뒤에야 비로소 학교를 설립하는 의의가 갖추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조정에서 서열을 정하고 법령을 제정하는 정치 활동, 노인을 봉양하고 고아를 보살피는 후생 복지 사업, 신속한 법 절차, 전쟁 상황에서의 통신 체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장병의 징집, 커다란 소송 사건에 연루된 관리와 일반 백성들에 대한 소환 조사, 큰 제사를 지낼 때 반드시 조상에게 흠향하는 일 등이 모두 옛날 국립 대학인 벽옹이 설립되었을 당시부터 비롯된 제도인데, 그렇다고 물론 이러한 일들만을 모든 구비 조건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교육이란 조정에 있는 군주로부터 방방곡곡의 여염집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성인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관대한 기풍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없게끔 하려는 것이다. 군주가 옳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만도 아니요, 군주가 그르다고 해서 반드시 다 그른 것만도 아니다. 군주라도 함부로 자신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반드시 옳고 그름을 학교의 공론에 맡겨야 한다. 그러므로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일부일 뿐, 학교는 오로지 인재만을 길러 내기 위하여 설립되었던 것은 아니다. 옛날 삼대 이후로 천하의 옳고 그름은 한결같이 조정에서 결정하여 왔다. 그래서 천자가 칭찬하는 일이라면 모든 신하들이 무조건 따라서 옳다고 말하였고, 천자가 욕하는 일이라면 모든 신하들이 무조건 따라서 그르다고 하였다. 문서 정리, 회계, 조세, 군사, 소송 등의 실무적인 일들은 하급 관리들에게 위임시키고 다만 세속의 풍습이나 대중적 유행을 벗어난 몇몇 사람들은 학교 안에서 마땅히 세속적 거래나 술수가 없어야 좋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말하는 학교란 과거 시험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 그리고 부귀 영화의 꿈을 불태우는 곳이 되었고, 마침내 조정 내에서 일어나는 세력과의 이해 관계에 따라 그 본령이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선비들 가운데 재주와 덕있는 학자들은 더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덕을 닦고 학교와는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학교는 그나마 인재를 길러내는 마지막 남겨진 기능마저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학교의 설립 취지는 서원 형태로 변하였다. 그러므로 자연히 조정의 생각과 노선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만약 서원에서 그르다고 말하면 조정에서는 반대로 반드시 그것을 옳다고 주장하고, 서원에서 옳다고 말하면 조정에서는 반대로 반드시 그것을 그르다고 비난하였다. 서원에서 주장하는 일이라면 그 진실이 어찌되었든 무조건 거짓된 학문이라 하여 배우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리거나 서원을 철폐하거나 탄압하였고, 어떻게 해서라도 조정의 권력을 동원하여 이기려고 들었다. 그래서 벼슬하지 않은 자에게는 형벌을 가하면서,“이 자는 천하의 사대부들을 선동하여 조정을 배반하는 자이다.”라고 하였다. 당초에 학교는 조정과 각별한 관계는 없었으나, 후대로 갈수록 조정과 학교는 대립하면서 마침내 인재를 길러내는 일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 인재들을 해치며 탄압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학교라는 이름만 남겨 놓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동한(東漢) 시대 태학(太學)의 3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은 권력자들에 대해 조금도 거리낌없이 통렬하게 비판하자 공·경·대·부 등 고위 관리들은 그들의 비판을 피하기에 급급하였다. 또한 송나라 시대에는 많은 학생들이 대궐문 앞에 모여 북을 두드리면서 이강(李綱)의 복직을 강력히 청하기도 하였다. 하·은·주 삼대가 남긴 유풍 중에서 오직 이러한 사실만이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조정 중신들에게 학생들의 옳고 그르다는 기준에 따라 그들의 옳고 그름의 잣대로 삼게 하여 장차 도적의 무리들과 간신배들이 학생들의 올곧고 준엄한 기상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군주도 편안하고 나라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자들은 그것을 보고 세상의 일이 쇠퇴하여 간다고 생각했다. 나라가 망해가던 원인은 당인을 잡아들이고 진동(陳東)과 구양철(歐陽澈)을 유배 보냈기 때문이며, 게다가 학교를 파괴함으로 인하여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학교의 사람들만 탓하고 있다. 아! 하늘이 이 백성을 낳아 군주에게 맡겨서 가르치고 양육하게 하였으나 밭을 주던 법은 사라져 백성들은 밭을 사서 스스로 먹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세금을 부과하여 그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학교를 폐지시켜 백성들은 바보처럼 교육받을 기회도 잃게 되었는데 오히려 권익과 이익만으로 그들을 유혹하니, 이는 매우 어질지 못한데도 공허한 이름으로 칭송해 높여 군부(君父)라 부르니, 누구를 속일 수 있겠는가? ●지문의 분석 교육의 역할에 대한 글쓴이의 견해가 담겨 있는 이 책의 제목은 퇴조하는 명나라를 재건하기 위한 정치 체계 내지는 원리를 세워 어진 군주를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쓴이는 이 책에서 당시 정치·경제·사회의 문제들을 주로 맹자의 민본 사상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하·은·주 삼대의 정치를 이상으로 국가 체계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는 무엇보다 천하의 정치는 한 성(姓)의 흥망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백성들의 고통과 행복의 문제임을 밝히고, 정치의 기본적인 모습을 여러 사람이 큰 나무를 옮겨 가는 모양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제시문은 그 중 학교 역할의 변질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부분이다. 글쓴이는 학교는 인재 양성 기관이라는 점을 전제로 천하를 다스리는 모든 수단이 학교에서 나올 수 있도록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즉, 학교 설립의 목적과 의의에 대해 말하면서 학교는 단순히 인재만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모든 조건이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교육의 목적이 성인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관대한 기풍을 가지도록 하는 데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모든 시비 판단을 학교의 공론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역사적으로 학교가 인재를 길러내는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과, 대학을 파괴하면서부터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학교의 역할, 학생들의 직언, 대중 운동의 정당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출제 의도와 생각하기 이 문제는 제시된 글을 읽고 논점을 파악하여 분석한 후에 이를 다시 우리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제시문에 나타난 학교 교육의 역할에 관한 필자의 견해를 파악하고 분석해야 한다. 제시문에 의하면, 학교는 우선 천하를 다스리는 수단을 제공하고 성인의 감회를 가르쳐 임금에서 백성에 이르기까지 관대한 기풍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세상의 모든 시비를 판단하며 인재를 양성하고 권력을 비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학교의 본래적인 역할이 변질됨으로써 과거 시험을 위한 경쟁, 세속적 욕망의 추구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인재 양성의 기능마저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학교 교육은 통치 원리의 제공, 국민 인성의 함양, 시비의 판단, 인재 양성, 권력 비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용 분석이 이루어지면 다음에는 이러한 학교 교육의 역할을 오늘의 대학에서도 똑같이 담당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수험생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제시문에 나타난 역할을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관점이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고, 과거의 역할을 전적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이는 가치관의 문제이므로 어느 관점이 옳고 그르다 할 수 없지만, 어떤 주장이든지 논거가 분명해야 한다. ●어떻게 쓸까 논제에서 제시문을 토대로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것을 오늘날 대학과 연관지어 논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내용을 제시문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논술문의 주제로는 ‘전문적 능력을 지닌 인재의 양성’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오늘의 대학은 전문성을 지닌 인재 양성의 책무에 전념하고 인성 교육을 통해 전문적 능력을 통합해야 한다는 내용을 주제문으로 글을 이어나가면 자연스러운 논술문을 작성할 수 있다. 먼저 서론 부분에서는 사회 변화에 따른 역할 분담에 대하여 언급하고 학교의 역할 변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으로 본론을 이어가면 자연스럽다. 물론 여기에서 오늘날 학교의 현실을 언급하면서 논의를 도입하면 논의의 구체성을 지닐 수 있다. 본론의 첫 단락에서는 주어진 논제대로 제시문을 분석하여 글쓴이가 주장한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석해야 한다. 제시문에 나타난 인재 양성과 권력 비판 등과 관련지어 학교의 역할에 대하여 언급하면 된다. 이어서 사회와 학교의 관련성에 대하여 논지를 이어가면 글쓴이가 주장한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교육 현안과 관련지어 언급을 하면 그만큼 논의가 구체성을 지닐 수 있다. 이 단락에서는 제시문의 내용 핵심을 얼마나 정확히 파악해 논점을 이끌어내고 있는지가 채점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본론의 두 번째 단락에서는 앞서 언급한 글쓴이가 주장한 학교의 역할이 오늘날의 대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논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학이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고, 우리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또한 오늘날 대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와 한계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이때 유의해야 할 것은 대학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무엇인지, 그에 따른 대학의 위상 변화와 그 역할에 대해 언급하면 논의가 심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론 부분에서는 앞부분에서 논의한 학교의 역할과 그 역할이 대학에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핵심적 주장을 요약해 강조하면서, 인성 교육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 고양과 교육의 사회적 통합 기능을 강조하며 마무리지으면 좋은 답안이 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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