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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사일 사거리만큼 멀고 먼 南과 北

    미사일사태 해결과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우리측에 맞서 북한은 ‘성동격서식’ 정치공세로 맞섰다. 우리측이 이번 회담 의제를 미사일·6자회담으로 정해 놨는데도 북측은 오히려 쌀 50만t을 달라고 요구했다.●기조발언을 뜯어 보면… 12일 오전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우리측은 남한을 사정거리로 하는 스커드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 것은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무색케 하는 행동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얼토당토 않은 선군(先軍)사상으로 맞섰다. 북측 권호웅 단장은 선군이 남측에 안전도 도모해 주고 남측의 광범위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군사상은 군이 우위에 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 이념이다. 북한은 지난 2002년 핵 위기 때 선군사상을 편 적이 있으나 미사일 사태와 연결짓기는 처음이고, 앞으로 북측은 선군논리를 계속 펼 것 같다. 이에 대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누가 남쪽에서 귀측에게 우리 안전을 지켜 달라 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선군정치나 미사일이나 핵이 우리측 안전을 도와 주고 있다는 주장은 맞지도 않고, 받아들일 수 없으니 앞으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못박았다.이 장관은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미사일 사정거리만큼 남북간의 거리도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선수가 위험한 플레이를 하고도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 선수나 심판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위험한 것”이라고 북측의 일방적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 이 장관은 북 미사일의 남한 위협은 지적했으나 일본을 겨냥하는 중거리 노동 미사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외부 재앙은 일본발? 북측 권 단장은 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이 장관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일제시대에 부산이 관부연락선의 출발지라는 점을 들면서 “100년 전에 조상들이 화승총이 없어 망국조약을 강요당해 우리 왕국에 왜군이 와서 난도질을 하는 비극이 재연됐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공감을 표시하면서 회담 진행을 위해 기자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청하자 권 단장은 “기자들 나가기 전에…”라면서 “재앙이 우리 민족 내에 발붙일 자리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이어 일제 당시에 친러·친청파로 갈린 점이 민족 단합을 저해했다고 지적하고 “이 장관은 역사학자니까 잘 알 것”이라고 아리송한 발언을 했다.양측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가 끝난 뒤 오후에 수석대표접촉을 가졌다.부산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北 “先軍이 南안정 도모” 궤변

    北 “先軍이 南안정 도모” 궤변

    남북 장관급회담 이틀째인 12일 우리측은 북측에 6자회담 복귀와 미사일 사태 해결을 강력하게 촉구했으나 북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측은 대신 내년부터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지,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요구하는 ‘엉뚱한’ 정치공세를 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날 누리마루 아태경제협력체(APEC) 하우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북측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대응은 더욱 엄중해질 것”이라면서 지체없는 6자회담 복귀를 강하게 촉구했다고 남측 대변인인 이관세 통일부 정책홍보실장이 전했다. 이 장관은 “현재의 상황이 추가로 악화돼서는 안 된다.”고 추가 미사일 발사 자제를 촉구했다. 북측은 이에 대해 미사일 발사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훈련이라고 주장했던 외무성 대변인 담화대로 이해해 달라면서 6자회담 복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는 “정세 변화의 영향을 받지 말고 6·15 공동선언의 이행을 통해 정세를 위협하는 제반 요인을 제거하자.”면서 공동선언 7돌이 되는 내년부터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완전히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선군(先軍)이 남측의 안정도 도모해 준다.”는 엉뚱한 논리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 이념인 이른바 선군정치를 들고 나와 파문을 예고했다. 부산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한국축구 거품붕괴? FIFA랭킹 56위로 추락

    ‘FIFA랭킹의 거품(?)이 빠졌다.’ 한국 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6위로 무려 27계단이나 추락했다. 한국의 랭킹이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2000년 1월(52위) 이후 6년여 만이다. FIFA는 12일 독일월드컵 성적과 새로운 산정방식을 반영한 7월 랭킹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랭킹포인트가 무려 120점이나 깎여 29위에서 56위로 곤두박질쳤다. 랭킹이 요동친 것은 산정기준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 종전까지 8년 간의 A매치를 반영한 것과 달리 7월부터는 4년 동안의 A매치 만을 반영했다. 또한 대회 비중에 따라 월드컵 본선은 4.0, 대륙별 선수권 및 컨페더레이션스컵은 3.0, 월드컵 지역예선은 2.5, 친선경기는 1.0 등 가중치를 두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1년 간의 경기 결과를 100%, 그 이전 해 결과를 50% 반영해 랭킹이 매겨졌다. 가중치가 높은 최근 1년 동안 A매치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반영한 셈. 아시아에선 독일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일본과 이란이 49위와 47위, 사우디아라비아는 81위까지 밀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가운데는 ‘사커루’ 호주가 9계단 오른 33위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한국이 독일월드컵에서 3전 전패한 토고(48위)보다 8계단이나 낮고 본선 진출에 실패한 AFC산하 우즈베키스탄(50위)보다도 순위가 낮은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 브라질이 4강 탈락에도 불구하고 1630포인트로 여전히 1위를 지켰고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는 11계단 뛰어올라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아르헨티나, 프랑스, 잉글랜드,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이 3∼8위에 올랐고 독일은 10계단 뛰어오른 9위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石頭 김일(金一), 박치기 1만번 돌파!

    石頭 김일(金一), 박치기 1만번 돌파!

    서울에서 「프로·레슬링」의 「아시아·타이틀」 방어전을 가질 김일(金一)이 1천5백경기 돌파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안고 돌아왔다고 「프로·레슬링」계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그의 특기인 박치기를 한 경기에 7회씩 했다면 1만회를 돌파한 셈. 「프로」나 「아마추어」를 가릴 것 없이 또 단체경기나 개인경기를 따질 것 없이 1천5백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얼마전 「프로·복싱」의 김현(金炫)이 1백경기를 치렀다고 「프로·복싱」계의 화제를 휩쓸었던 일을 생각하면 김일(金一)의 1천5백경기 돌파는 15배나 비중이 무거운 화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프로·복싱」과 「쇼」적 색채가 짙은 「프로·레슬링」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김일(金一)이 역도산(力道山)을 찾아 일본으로 건너가 「프로·레슬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1959년. 따라서 김일(金一)의 「프로·레슬러」경력은 올해로 만 10년을 넘는다. 만 10년 동안에 1천5백경기라면 평균 1년에 1백50경기를 치른 꼴이며 한달에 12번 내지 13번을 「매트」위에 올라간 셈이다. 『있는 힘을 다해서 싸우는 진지한 결기라면 어떻게 일주일에 서너 차례나 경기를 가질 수 있는가?』 라고 잦은 경기 회수를 들어 「프로·레슬링」이 「쇼」적 색채를 지니고 있음을 밝히려는 주장도 있다. 또 「프로·레슬링」에 공식기록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복서」만해도 그가 활약하는 실적에 따라 은퇴할 때까지는 O승 O패 O무승부라는 기록이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4천명을 넘는 「레슬러」들이 그 넓은 지역을 돌면서 일주일에도 몇차례 경기를 치르는데다 통할 단체만해도 여러개가 존재하고있는 실정이라 공식기록이란 있을 수도 없고 또 설사 그런 기록이 있다해도 「쇼」적 요소를 지닌 「프로·레슬링」의 본질을 이해하고 즐기는 미국의 「팬」들은 그런 기록보다는 하나 하나의 「게임」내용에 보다 흥미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를 구태여 쳐든다면 그래도 실력 위주의 정통파(正統派) 「레슬러」의 마지막 기수(旗手)로 꼽혔던 철인(鐵人) 「루·테즈」가 49년 11월부터 55년 5월까지 NWA(미국 「레슬링」협회) 「챔피언」으로 군림하면서 세운 9백 36전 연속무패의 기록이 의심받지 않고 받아들여질 정도다. 이 기록도 「루·테즈」가 하도 뛰어난 「레슬러」였던 데다가 「챔피언」의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한번도 지지않은 놀라운 기록이 뻗어났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공식기록이 없고 잦은 경기 회수를 치러 「쇼」적 요소를 지녔다해도 거의 한시간동안 무거운 「레슬러」를 상대로 「다이내믹」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결코 피땀나는 「트레이닝」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런 움직임을 일주일에 서너차례, 많을 경우에는네댓차례씩 되풀이 한다는 것은 역시 그 「레슬러」의 체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감당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일(金一)의 1천5백 경기 돌파가 사실이라면 그 기록자체보다도 오히려 10년동안 그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만큼 체력이 뛰어난 국제적인 「레슬러」였다는 점에서 그 뜻을 찾아야 될 것이다. 11월 9일 장충체육관에서 김일(金一)이 일곱 번째로 방어한다는 「아시아·타이틀」은 14년 전 역도산(力道山)이 제정한 것으로 63년 역도산(力道山)이 사망한 뒤 비어 있었으나 김일(金一)의 간청으로 일본 「프로·레슬링」협회도 부활에 동의, 작년 11월 서울에서 「타이틀」 부활전을 치러 김일(金一)이 미국의 「오스틴」을 물리치고 「타이틀」을 차지한 뒤 오늘에 이른 것. 이번 김일(金一)의 「타이틀」에 도전하는 「레슬러」는 미국의 「미스터·아토믹」이라는 복면 「레슬러」로 10년 전 역도산(力道山)과는 마주친 일이 있는 「베테랑」. 「멕시코」가 원산지라는 복면「레슬러」는 제각기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복면을 쓰고있다. 그 이유란 대략 크게 나누어 4가지. 첫째 나이든 「레슬러」가 자기 나이를 감추기 위해서 쓴다. 육체의 노쇠는 적당한 운동으로 어느정도 감출 수있으나 벗겨지는 이마, 얼굴의 깊은 주름살 등은 어쩔 도리가 없어 복면을 쓰게되는 것이다. 둘째 과거에 신통치 않았던 「레슬러」가 새출발을 할 경우 지난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도 쓴다. 그대로 「매트」위에 올라갔다가는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고, 생명이라고도 할 인기가 떨어질까봐 두려워서 복면을 쓴다는 것. 셋째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만들기위해서도 쓴다. 몸은 좋으나 얼굴자체가 우습게 생겼거나 너무 순해보일 때 이를 감추기 위해서 쓴다. 네째 정체가 탄로나면 곤란할 경우에도 쓴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미국의 대학생 「아마추어·레슬러」가 돈을 벌기위해 복면을 쓰고 「프로·레슬러」로 활약했다가 정체가 탄로되어 「아마추어」 자격을 박탈당한 사건이 있다. 다른 사람 아닌 복면 「레슬러」의 우상적 존재였던 「제브라·키드」의 젊었을 시절 이야기다. 따라서 복면 「레슬러」들은 복면이 벗겨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몇해 전 우리나라에 찾아왔던 「타잔·조로」라는 복면「레슬러」의 「마스크」를 김일(金一)이 벗겨버린 일이 있다. 막상 「마스크」를 벗기고 보니 나타난 얼굴은 이마가 많이벗겨진 독일계 「레슬러」인 「한스·모티어」였다. 이 「한스·모티어」는 「프랑스」영화배우 「브리지도·바르도」의 경호원 노릇도 했으며 그 여자의 구애를 물리쳤다고 선전하면서 다니는 사나이다. 그러나 이번 김일(金一)과 마주칠 「한스·모티어」의 정체는 이미 미국에서는 밝혀져 있다. 본명은 「프라이드·스티븐스」로 금속회사의 기사로 있으면서 부업삼아 「프로·레슬러」로 활약하기로 결심했단다. 장영철(張永哲)과의 불화가 해소되지 않아 국내흥행을 가질 「무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이 김일(金一)이 이번 「타이틀」방어전을 서울에서 갖는 까닭은 적어도 1년에 한 두 차례의 국제경기를 치르면서 또다시 지난날의 황금시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두현(高斗炫)기자 [선데이서울 69년 11/9 제2권 45호 통권 제 59호]
  • 경제학자 170명 ‘反FTA’ 성명

    오는 10일 시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을 앞두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6일에는 경제학자들이 잇따라 반대성명을 냈다. 특히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바탕을 마련했던 이정우(경북대 교수)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등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까지 가세했다. 이병천(강원대 교수) 참여사회연구소장 등 경제학자 170명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한·미 FTA를 정당한 절차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성명에는 이 전 위원장 외에 김유선 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 박태주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참여했다. 또 변형윤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 김수행 서울대 교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도 서명했다. 이들은 “정부가 한·미 FTA를 경제 성장과 양극화 극복을 이룰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FTA는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또 “정부가 미국과의 FTA 협상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협정문 내용과 협상 과정은 비밀로 한 채 개방 만능론으로 협상을 강행하고 있다.”며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병천 교수는 “성명서에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170명이 참여하는 등 학계가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미 FTA의 문제점을 학술적으로 짚어 나가는 활동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과 윤석원 중앙대 교수, 권영근 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등 농업경제학자 45명도 “한·미 FTA는 한국 농업의 뿌리를 뒤흔들고 농촌지역사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이들은 “정부는 한·미 FTA가 한국 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연구해야 하며 지금까지의 협상 진행 상황과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와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10개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종교환경회의도 이날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이들은 “한·미 FTA는 농업을 파괴하고 국부 유출과 일자리 감소, 환경 파괴 등의 부작용을 초래해 빈곤과 양극화의 고통을 심화시킬 것”이라면서 “정부는 힘없고 약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미 FTA 여성대책위원회와 한·미 FTA 소비자대책위원회도 세종로 정부청사와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코드맨 전진배치 정책 레임덕 차단

    코드맨 전진배치 정책 레임덕 차단

    노무현(얼굴) 대통령이 3일 오후 단행한 개각은 지난 주말부터 예상한 대로였다. 열린우리당 내의 일부 반발이 있긴 했지만 미진에 그쳤다. 노 대통령은 인사에 있어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한 마음을 바꾼 적이 없다. 이번 개각은 ‘갈길은 간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경제부총리에는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육부총리에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정했다. 또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을, 기획예산처 장관에는 장병완 기획예산처 차관을 기용했다. 또 국세청장에는 전군표 국세청 차장이 승진했다. 이번 ‘7·3 개각’은 규모는 작지만 그 함의는 만만찮다. 참여정부가 임기 후반기에 역점을 두고자하는 민생부문의 핵심포스트인 경제·교육의 수장을 바꿨다는 점에서다. 특히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을 꿰뚫고 있는 전·현직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진배치, 집권 후반기의 ‘정책집행 친정체제’를 한층 강화시켰다. 이는 국정과제의 마무리와 함께 레임덕(권력누수)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군 주요지휘관과의 대화에서 밝힌 “정치와 역사에 관해서는 원칙주의를 견지해 나가고 적당하게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개각으로 구체화한 셈이다. 때문에 5·3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국정 쇄신 차원의 개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노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구상한 인사라는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김우식 과기부총리에 이어 경제와 교육부총리까지 핵심 참모들을 중용함에 따라 국정기강을 다시 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무위원 19명 중 대통령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청와대 참모 출신은 행자·통일 등 무려 8명으로 늘었다. 당출신 7명까지 포함하면 15명이나 된다. 이른바 ‘직할통치 체제’와 다름없다. 관료 출신을 대거 등용하던 역대 정권의 집권 후반기 내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박 인사수석은 인사 배경과 관련,“(경제·교육부총리) 자리는 굉장히 중요한 정무직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나 정책방향에 정통하지 않으면 수행하기 어렵다. 내각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과제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위한 발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인재 기용의 폭에서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제쳐 두더라도 ‘편협한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 같다. 권 내정자는 OECD 대사에서 지난 4월 중순 청와대 경제수석,5월말 정책실장을 거쳤다. 불과 3개월도 채 안돼 3차례나 자리를 옮긴 형국이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권 지명자에게 OECD대사 부임 때부터 사회·경제정책을 원활히 아우를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는 게 청와대측의 전언이다. 일찌감치 경제부총리감으로 낙점했다는 말이다. 김 내정자는 노 대통령의 ‘정책 코드의 상징’으로 불린다. 특히 5·31 지방선거의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부동산정책을 주도했었다. 그런 탓에 김 내정자에 대한 여당의 반대는 한때 거셌다. 박 인사수석은 이에 “부동산 정책은 좀 더 기간을 두고 서서히 (성패를)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김 전 실장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7·3개각’은 원활한 국정의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단행됐지만 여당 일각의 반대 의견이 제기된 만큼 참여정부로선 당·청 갈등의 ‘불씨’를 제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인류 조상은 2000~5000년전 한 사람”

    지구촌 65억 인류의 조상은 지금으로부터 2000∼5000년 전에 살았던 한 사람일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가 옳다면 우리 모두는 피부색이나 종교에 관계없이 한 핏줄이 된다. 팔레스타인 자폭 테러범들은 유대인이 조상이며 이라크의 수니파 무슬림들은 시아파 조상을, 극단적인 인종 혐오주의 집단인 KKK 단원들은 아프리카에 먼 조상의 뿌리를 두게 된다. 현생 인류가 1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던 한 여인에게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현재 살고 있는 65억명의 조상이 불과 2000∼5000년 전의 한 사람으로 좁혀진다는 주장은 놀랍기만 하다.●어디까지나 수학적 계산일 뿐 2002년 ‘인류사 지도 그리기’라는 책을 냈던 미국 저술가 스티브 올슨이 통계학자와 컴퓨터 공학도,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얻어 수학적으로 계산한 결과, 고대 이집트의 투탕카멘 왕이 피라미드를 건설하던 때 살았던 한 사람이 인류 공동의 조상이라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때는 고대 그리스의 황금시대였으며 예수가 살던 시기와도 겹쳐진다. 올슨 등은 모든 이에게 2명의 부모, 친가와 외가 2명씩 모두 4명의 조부모,8명의 증조부모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세대가 올라갈수록 16명,32명,64명,128명으로 늘어나 수천명의 조상이 나오는 데 수백년이면 충분하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15세기엔 100만명의 조상,13세기엔 10억명의 조상, 겨우 40세대 떨어진 9세기엔 1조명이 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죽은 사람 숫자, 태어나는 자손의 수는 매번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따라서 연구자마다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예일대학 통계학과의 조지프 창은 32세대, 약 900년이면 현 인류의 조상을 찾을 수 있다고 계산했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더글러스 로드 교수는 7000∼2만년 전이라고 주장했다. 올슨은 두 교수와 이메일 등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사망자 숫자, 알렉산더 대왕 이래의 정복으로 인한 이주 인구, 집시 같은 유랑민 등을 뺀 복잡한 연산을 거듭,2000∼5000년 전이나 조금 더 늘려 잡을 경우 5000∼7000년 전의 한 인물로 좁힐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브룩 실즈는 워싱턴 전 대통령과 한 핏줄 통신은 이같은 연산이 난해하게 여겨지는 독자들을 감안, 미국 여배우 브룩 실즈의 가계도로 보충설명하고 있다. 실즈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 출신의 러시아 여제(女帝) 캐서린, 정복왕 윌리엄,5명의 교황 등 유럽의 현존하는 모든 왕족의 피를 이어받고 있다. 그녀는 또 ‘군주론’의 니콜로 마키아벨리, 영국 시인 바이런 경(卿), 스페인의 남미 정복자 헤르난도 코르테스를 모두 조상으로 두고 있다.또 조지 워싱턴 초대 미국 대통령 등과 함께 14세기 영국을 통치했던 에드워드 3세의 후손이기도 하다. 더블린 시립대학의 마크 험프리 교수는 “수백만명이 중세 유럽 왕조의 후손”이라며 “당장 증명할 수 없는 후손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실즈에게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의 피가 흐른다는 점이다. 마호메트의 증손녀쯤 되는 자이다가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이름도 이사벨로 바꿨는데, 그녀의 8대 손녀가 콜럼버스의 신대륙 항해를 지원했던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이며 여왕의 딸이 합스부르크 왕가와 혼인함으로써 이후 메디치와 부르봉, 이탈리아의 숱한 유럽 왕족에 마호메트의 피가 흐르게 됐다. 이 혈통은 마침내 43대 손녀인 이탈리아 공주 마리나 토를로니아에게까지 이르게 된다. 그녀의 증손녀가 바로 실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모처럼 활기 띤 ‘우리’

    “이제 반성보다 할 일 하자.” 30일 본회의를 끝내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가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일성이다. 모처럼 활기찬 표정이었다. 하루 전 ‘성공적인’ 당·청 회동의 여진이 작용한 듯했다. 김동철 의원은 “29일 당청 회동에서 부동산 문제를 합의한 것은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근태 의장은 “기득권에 취해 오만해진 우리 스스로의 속죄의 시간이자 무능에 대한 각성의 시간”이라며 지난 한 달을 돌아봤다. 이어 “워크숍 이후 서민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비상대책위원인 이호웅 의원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이념적 지향에 대한 문제 제기라기보다는 통치 스타일에 대한 반발”이라고 지적했다. 이미경 의원은 당 내부 갈등이 지지도 하락의 요인이라고 지적한 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부동산·조세 정책과 대북·한미공조 정책,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정책과제에 대한 기조를 제시했다. 대체적으로 개혁성을 유지하되 실용성을 가미한 보완적 성격이 짙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부동산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인식하는 풍조는 바로잡되 투기 목적없이 주택을 장기 보유하고 있는 서민을 위해 세제 경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달 동안 지도부와 모임별로 간담회를 벌이며 자성의 시간을 가졌던 탓인지 토론의 중심은 “무엇을 할 것인가.”로 쏠렸다.“좌파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안영근 의원),“정계개편처럼 꾀내서 돌파하려는 것은 안 된다.”(이종걸 의원),“국민의 요구가 변하는 지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자.”(김현미 의원),“개혁을 밀고나가되 실사구시적으로 해결하자.”(장경수 의원),“이슈를 선점해 선도하는 여당 되자.”(전병헌 의원).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빈자리가 늘어났고, 졸고 있는 의원들도 많았다. 애초 ‘당정청 관계’ 등 예민한 주제도 있었지만 토론은 ‘민심과 당 진로’에 국한됐다. 불협화음이 새나오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우리당은 7∼8월 상임위별로 민생투어를 가질 예정이다. 정기국회 이전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바닥민심 다지기’부터 하겠다는 취지다.구혜영 황장석기자 koohy@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28) 梅花不賣香(매화불매향)

    儒林 (623)에는 ‘梅花不賣香’(매화 매/꽃 화/아니 불/팔 매/향기 향)이 나온다.朝鮮(조선) 中期(중기)의 학자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野言(야언)’에는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라는 글이 있다.‘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늙어가면서 항상 거문고의 가락을 간직하고,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安樂(안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梅’는 意符에 해당하는 ‘木’(나무 목)과 音符 구실을 하는 ‘每’(매양 매)를 결합하여 ‘매화나무’의 뜻을 나타냈다.‘每’는 원래 ‘잘 차려입은 여자’를 나타낸 글자이다. 아랫부분은 성숙한 여인을 나타내는 ‘母’(어미 모)이며, 위쪽은 ‘머리 장식’을 표현한 것이다. ‘花’는 본래 ‘華(화)’의 俗字(속자)였다.‘花’자는 풀의 상형인 ‘艸’와 ‘ (인:바로선 사람을 뜻함)’과 ‘匕(비:거꾸로 서있는 사람)’가 어우러진 글자이다.‘不’은 나무나 풀의 ‘뿌리’를 본뜬 象形字(상형자)이다. 공교롭게도 뜻만 있고 글자가 없던 ‘아니다’라는 뜻의 부정사와 發音(발음)이 같았기 때문에 결국은 ‘아니다’라는 뜻으로 굳어졌다. ‘賣’는 ‘물건을 팔러 나간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出’(날 출)과 ‘買’(살 매)를 결합한 會意字(회의자).‘香’은 ‘벼’의 상형인 ‘禾’(화)와 ‘발 없는 솥’이 변한 형상인 ‘曰’이 결합한 會意字이다. 추위에 굴하지 않는 매화는 淸貧(청빈) 속에서 살아가는 깐깐한 선비의 氣槪(기개)이고 눈 속에서도 몰래 풍기는 매화의 향기는 君子(군자)의 덕이다. 청빈한 선비는 결코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올곧은 선비는 志操(지조)를 자신의 생명처럼 소중히 여겼다.“지조를 지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자기의 신념에 어긋날 때면 목숨을 걸고 항거하여 타협하지 않고,不正(부정)과 不義(불의)한 권력 앞에는 最低(최저)의 생활,最惡(최악)의 곤욕을 무릅쓸 각오가 없으면 섣불리 지조를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 조지훈이 ‘志操論’(지조론)에서 한 말이다.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은 망명 생활 중 추운 겨울에 세수를 하는데 꼿꼿이 선 채로 세수를 하기 때문에 찬물이 모두 소매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한다. 어떤 이가 그 까닭을 묻자,‘내 동서남북 어느 곳에도 머리 숙일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逸話(일화)가 전한다.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은 晩年(만년)을 서울 성북동 소재의 尋牛莊(심우장)에서 보냈다. 나라 잃은 울분을 토하며 셋방을 전전하는 처지를 딱하게 여긴 知人(지인)들이 뜻을 모아 집 한 칸을 마련해 주기로 하였다. 남향의 좋은 터를 권했지만 일제 총독부와 마주 보기 싫다 하여 故意(고의)로 北向(북향)을 택할 만큼 옹골찬 선비였다.‘이 땅의 마지막 선비’로 일컬어지는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 선생은 獨立運動(독립운동)을 하다가 혹독한 拷問(고문)의 후유증으로 두 다리가 마비되는 장애를 얻었다. 일본의 植民統治(식민통치)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법을 무시했고,抗訴(항소)도 辯護士(변호사)도 거부했다. 죽을지언정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信念(신념)이었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일요영화]

    [일요영화]

    ●중앙역(MBC무비스 오전 7시) 아버지에 대한 깊은 상처를 간직한 노처녀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 소년이 나누는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브라질 종단 로드 무비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선댄스재단 등의 지원으로 제작됐다.1998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다. 1960∼70년대 제3세계 영화운동인 시네마누보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에는 경제고에 시달리는 브라질 민초의 황폐하지만, 인간미를 잃지 않는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브라질 출신 다큐멘터리 작가였던 월터 살레스 감독은 이후에도 혁명가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을 모태로 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2004)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일본 공포영화 ‘검은 물 속에서’(2002)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작품 ‘다크 워터’(2005)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매사에 자기중심적인 노처녀 도라(페르난다 몬테네그로)는 한때 선생님이었지만, 지금은 글을 모르는 사람 대신 편지를 써주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중앙역 한구석에 책상을 놓고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편지에 옮기는 그녀는 그러나, 편지들을 우체통 대신 쓰레기통에 버리곤 한다. 남편을 기다리던 아나(소이아 리라)의 편지도 그렇게 쓰레기통에 들어가게 된다. 아나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고아가 된 아나의 아들 조슈에(비니시우스 드 올리베이라)는 중앙역 주변을 맴돈다. 도라는 조슈에를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기고 TV를 장만하지만, 죄책감을 느끼고는 조슈에를 구해낸 뒤 아버지를 찾아주겠다는 결심을 하는데….1998년작.115분. ●살아가는 나날들(EBS 오후 1시50분)디스토피아 액션물 ‘매드맥스’(1979),‘매드맥스2’(1981)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호주 출신 배우 멜 깁슨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멜 깁슨은 이후 대니 글로버와 함께한 버디 액션물 ‘리쎌 웨폰’(1987)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다. 이 작품에선 멜 깁슨보다 시시 스페이섹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더 조명을 받았다. 톰(멜 깁슨)과 메이(시시 스페이섹)는 강가에서 옥수수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농부 부부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댐 건설을 하는 건축업자가 수로를 만들기 위해 땅을 팔라고 하지만 톰은 부모가 묻힌 땅을 팔 수 없다고 거절한다.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자, 톰은 농사일은 아내에게 맡긴 채 제철 공장에 취직을 하는데….1984년작.124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실익 없다” 美와 핵협상 거부선언

    이란이 미국과의 핵(核)협상 거부를 선언, 서방과 ‘최후까지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공식 언급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대화는 없다.”는 최후 통첩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7일 미국과의 회담 거부를 선언했다고 이란 국영TV가 보도했다.AP 통신 등 외신들은 하메네이가 이란의 국가적 중대사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행사한다고 전했다. 이슬람 혁명을 이끈 호메이니의 승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1989년 호메니이 사망 이후 17년동안 이란을 통치하고 있는 성직자이다. 헌법상 최고지도자이자 초강경 보수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메네이는 이날 압둘라예 와데 세네갈 대통령을 접견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우리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핵기술을 획득하고 이용하는데 어느 누구와도 협상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하메네이는 서방이 이란의 핵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은 하메네이의 발언을 이란의 최종 답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토니 스노 대변인은 이날 “이란의 핵협상 수석대표인 알리 라리자니가 유럽연합(EU)의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정책 대표에게 전달하는 것만을 공식적인 답변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핵문제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지난 6일 일괄 타결을 위한 ‘포괄적인 인센티브안’을 제시하면서 대화 모드로 전환했다. 미국도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압박해왔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시장개척 ‘경고음’… 경영개혁 미미

    지난 3월26일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현대차 사태가 26일로 만 3개월을 맞았다. 정몽구 회장이 구속된 지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회사가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대차 내외부에서는 경영 시스템 개혁, 리스크 관리능력 강화 등 많은 주문이 있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혁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 반면 ‘상처’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개월간 현대차는 ‘악몽’의 연속이었다. 이미 연초부터 급격한 환율하락과 고유가로 ‘비상경영’을 선포한 터였지만 비상경영을 지휘할 ‘선장(정 회장)’이 자리를 비운데다 ‘간부 선원(경영진)’들도 줄줄이 검찰에 불려 다니며 정상적인 업무는 올스톱됐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라는 변수가 작용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한 위기”라는 현대차측의 주장대로 국내외 판매 실적이 신통치 않다.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3월 49.5%로 처음으로 50%대 밑으로 하락한 뒤 4월 47.6%,5월 47.2%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5월 내수판매는 4만 5000대로 지난해 대비 1.8% 감소(전월비 2.2% 증가)했다. 최대 승부처인 북미시장에서도 환율압박과 도요타 등 경쟁사의 견제로 고전하고 있다.현대차의 5월 미국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2.7% 증가한 4만 2514대로 5월 실적 중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도요타는 코롤라, 야리스 등 소형차의 판매 호조세로 17.0%나 증가했고 혼다도 16.1% 증가했다.혼다 역시 피트, 시빅 등 소형차 판매 증가 덕을 봤는데 이는 현대차가 환율 하락폭을 줄이기 위해 베르나 가격을 인상한 것과 무관치 않다. 잘 나가던 브릭스 시장에서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그동안 1위를 고수해 온 러시아 수입차시장에서 지난 5월 7740대를 팔아 4월 7940대보다 2.5% 감소, 두달 연속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중국과 인도시장에서 각각 5위와 3위로 떨어졌다. 체코공장,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등 해외공장 착공 지연과 월드컵 CEO마케팅 차질, 일관제철소용 원료 구매 계약 지연 등도 현대차그룹의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 와중에 노조마저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조만간 산별노조 전환을 결정할 예정이어서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노조가 요구한 월급제 전환 등은 정 회장의 결단 없이는 수용하기 어려운 주문이어서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안팎의 ‘도전’이 드세지는 가운데 내부 개혁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검찰 수사를 계기로 ‘윤리위원회’ 구성, 이사회·감사위원회 기능 강화, 계열사별 독립경영 강화,1조원 사회헌납, 협력업체 상생 협력 강화 등을 발표했지만 실제 진행된 사업은 그룹의 조정 기능 상실로 어쩔 수 없이 나타난 계열사별 독립 경영뿐이라는 지적이다.현대차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아니었더라도 시스템 경영 등은 장기적으로 도입이 불가피했다.”면서 “오너의 경영공백 등 비상상황에서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의 미래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선전화국민회의 서경석 사무총장은 “검찰수사와 정 회장 구속 등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면서 “현대차 노사의 뼈를 깎는 개혁·반성과 더불어 정 회장이 자리로 돌아와 새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World cup] 핌 베어벡, 당신의 색깔을 보여주세요

    ‘차기 월드컵까지 내다 본 장기적인 포석.’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핌 베어벡 신임 감독은 올해 도하아시안게임과 내년 아시안컵 본선은 물론,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성적을 감안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26일 “계약 기간은 2년이지만 차기 월드컵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물론 아시안컵 성적이 신통치 않고, 그에 따른 여론이 나쁠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4년 뒤의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또 “아시안게임보다는 내년 7월 아시안컵 본선 성적이 잔여 임기와 이후 연장까지 좌우할 것”이라고 밝혀 적어도 향후 1년간은 임기를 보장할 것임을 시사했다. 4년전 실패한 ‘포스트 히딩크’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대표팀은 차기 사령탑을 놓고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코엘류 전 감독을 영입했고, 앞서 거론되던 박항서(현 경남FC 감독)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아시안게임 성적 부진으로 중도하차하는 등 ‘박항서 파동’까지 겪었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는 지난 4월26일 일찌감치 ‘포스트 아드보카트’ 논의에 들어간 뒤, 독일 현지에서 세 차례 회의 만에 베어벡 수석코치의 선임을 결정했다. 코치로서는 제 역할에 충실했으면서도 일천한 감독 경력이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긴 하다. 감독과 코치는 엄연히 임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감독이 들어선 뒤 선수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시간과 노력 등을 감안하면 베어벡 코치가 적격일 수 있다. 보다 관심을 끄는 건 베어벡 감독이 정립할 향후 ‘대표팀의 컬러’. 구체적인 전술이나 대표팀 운영 등은 히딩크, 아드보카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지만 세대교체 만큼은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신임 감독에게 23세 이하인 아시안게임은 물론,(베이징)올림픽대표팀 지휘까지 맡길 생각”이라고 말해 베어벡 감독은 결국 차기 월드컵에 나설 ‘젊은 피’를 발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베어벡 신임 감독은 28일쯤 취임 기자회견을 가진 뒤 휴가차 네덜란드로 출국한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핌 베어벡 프로필 ●출생 1956년 3월12일생 ●국적 네덜란드 ●선수 경력 네덜란드 스파르타 로테르담(1974∼1980년) ●지도자 경력 네덜란드 스파르타 로테르담 코치 및 감독 대행(1981∼1984년),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감독 대행(1989∼1991년),FC그로닝겐 감독(1992∼1993년), 일본 J2리그 NTT 오미야 감독(1998∼2000년),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2000∼2002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2군 감독(2002∼2003년), 일본 J2리그 교토 퍼플상가 감독(2003년), 네덜란드령 안틸레스대표팀 감독(2004년), 독일 보루시아 MG 수석코치(2004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대표팀 수석코치(2005년),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2005년 9월∼현재)
  • 월드컵 홍수속 조용한 6·25 조명

    월드컵 홍수속 조용한 6·25 조명

    월드컵으로 떠들썩한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또 지난 25일은 6·25전쟁이 일어난 지 56년이 된 날이다. 그러나 지상파·케이블 할 것 없이 월드컵 방송에 치우친 나머지, 예년에 비해 6·25 관련 프로그램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에서 6·25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케이블·위성 다큐멘터리채널인 히스토리채널과 Q채널은 24∼25일 각각 6·25 56주년 기념 특집 프로그램인 ‘비무장지대 반세기’ 등 3편과 ‘북한은 변하는가’를 방송했다. 먼저 히스토리채널에서 24일 오전 9시부터 2회에 걸쳐 방송한 ‘비무장지대 반세기:155마일의 중무장지대’는 1953년 휴전 이후 남과 북을 갈라놓고 있는 비무장지대의 의미를 다뤘다. 당시 임시 휴전선이었으나 반세기가 흘러도 긴장이 팽팽한 뇌관성 국경으로 남은 곳,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냉전의 유산으로 해마다 10만명의 외국관광객이 찾는 장소가 됐다. 프로그램은 잠정적인 휴전선으로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가 그어진 뒤 지금까지 북한의 군사도발과 침공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다뤘다. 25일 방송된 ‘정적의 땅, 북한’에서는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과 인구 감소, 대규모 난민 등 실상을 들여다봤다. 북한은 김일성 부자의 대를 이은 철권통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벼랑끝 핵무기 외교로 맞서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나라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과 인권실태를 생생하게 담았다. 같은 날 이어 방영된 ‘사라진 종군기자’는 1970년 친 베트남 정권을 축출하려는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캄보디아에서 취재하다가 사망한 종군기자들을 회고한 다큐멘터리다. 생존자 중 한명인 CBS 카메라맨 커트 보커트의 증언을 통해 종군기자들의 숨은 애환을 전했다. Q채널은 25일 방영한 ‘북한은 변하는가’에서 북한의 달라지는 모습을 심층 조명했다. 반짝이는 나이트클럽과 남북 사업가들이 만나 나누는 이야기 등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걸친 변화를 살펴보고 과연 이러한 변화가 절실한 필요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속임수에 의한 것인지 파헤쳤다. 한편 1930∼50년대 해방 전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KBS 대하드라마 ‘서울 1945’는 25일 방송된 49회에서 한국전쟁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1950년 6월25일 새벽, 전쟁 발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美 9월부터 이라크 철군

    美 9월부터 이라크 철군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이 오는 9월 2개 전투여단 철수를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현재 전투 병력의 3분의 2를 대폭 감축하는 초안을 펜타곤 비밀 브리핑에서 보고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조지 케이시 사령관이 지난 주 펜타곤 브리핑에서 현재 14개인 미군 전투여단 숫자를 내년 여름 7∼8개로 감축한 다음 같은 해 말 5∼6개로 줄이는 계획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9월에는 순환근무가 끝나는 2개 전투여단이 새 병력으로 대체되지 않고 이라크를 그대로 빠져 나간다. 이에 따라 미군 기지 역시 현재 69곳에서 올해 안에 57곳, 내년 6월 30곳, 내년 말 11곳으로 크게 줄어든다. 보통 1개 여단은 3500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투여단은 전체 12만 7000명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미군은 전투여단 외에 병참, 정보, 훈련, 공습 등 지원 여단들을 거느리고 있다. 관리들은 이라크 보안군의 치안 능력 강화, 수니파를 중심으로 한 저항운동 강도, 중부 6개지역 밖으로 저항이 확산되느냐에 따라 이같은 초안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초안은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규모이며 시기도 앞당겨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리핑에서 케이시 사령관은 이라크에서의 장래 미국의 역할을 3단계로 나눠 앞으로 1년은 안정화 시기, 내년 여름부터 1년은 새 정부의 통치력 복원, 그뒤 1년은 이라크 정부의 자립을 단계적으로 증강하는 시기로 보았다. 한 관리는 내년 말 이라크에 머무르고 있는 미군의 숫자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8개 전투여단을 빼낼 경우 그 숫자는 2만 8000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시 사령관은 럼즈펠드 장관과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을 만난 데 이어 23일에는 백악관에서 럼즈펠드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 한 백악관 관리는 케이시 사령관이 이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는 않았으나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총리를 비롯한 이라크 정부와 의견을 교환한 뒤 미군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고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22일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미군 전투여단의 감축은 단순한 머리 숫자를 뛰어넘는 중요성을 갖는다. 지난 20일 이라크 남부 무산나주의 치안·행정권이 영국군에서 새 정부로 넘겨진 것을 시작으로 9월까지 이라크 보안군 5개 사단에 이어 연말에는 9개 사단이 치안을 떠맡게 된다. 또 내년 봄에는 저항세력의 준동이 극심한 안바르주를 담당할 이라크의 10번째 작전사단이 출범하게 돼 저항세력과의 전투는 물론, 국경 통제까지 이라크인의 손에 맡겨지게 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인디아 리포트] (8) 국가경쟁력 원천 ‘영어’

    [인디아 리포트] (8) 국가경쟁력 원천 ‘영어’

    |뭄바이 이상일특파원|‘사티야 브라제스 쿠마르’는 델리의 명문대인 네루대학 한국어과출신으로 올초 서울시립대 대학원을 마쳤다. 쿠마르는 네루대학 1,2학년때 영어를 사용하는 교수로부터 한국말을 배우고 3학년이 되서야 비로소 한국말 강의를 들었다. 대학입학시험은 영어로 치렀다. 꾸마르는 “인도의 경우 대개 고등학교때부터 영어로 전 과목을 수업하며 명문대의 경우 입학시험은 전 과목을 영어로 치른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만난 30대 초반의 라시마 미즈라(여)는 인도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서비스업체인 ‘사탐 컴퓨터 서비스사’남아공 지사의 인사담당 이사. 그녀는 인도 동북부의 오릿사주 수도인 부바네스와르에서 학교를 다녔다.“사립중학교 입학때부터 모든 수업을 영어로 들었다.”는 그녀는 서구인같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미즈라 이사는 “영어는 인도에서 도시 엘리트들이 모두 배우기 때문에 ‘도시의 언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학교의 교사들은 모두 인도 현지인이며 오랫동안 영어를 배운 사람들이어서 영어로 역사나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제야 비로소 일부 고교와 대학에서 영어 강의가 시도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도시의 언어,IT산업의 언어 인도의 경쟁력 원천의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영어다.IT산업뿐 아니라 무역에서도 능통한 영어로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수입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출세하고 성공하려면 영어는 기본조건이다. ‘고아’나 ‘폰디체리’등 과거 식민지 통치를 받던 지역에서는 프랑스어와 포르투갈어도 일부 쓰이지만 대도시에서는 영어가 일상생활에서 주로 쓰인다. 즉 인도의 언어권은 ‘지방은 현지어, 대도시는 영어’로 2분화되어 있는 셈이다. 또 초등학교때는 영어와 힌디어나 다른 지방언어 등 2∼3개 언어를 익히다 5학년(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운다. 사립중고등학교나 대학은 대부분 영어를 사용, 교육단계별·기관별로 언어사용이 이중화되어 있다. 그래서 “영어는 농민의 언어는 아니지만 농과대학의 언어이며 시장의 언어는 아니지만 경영대학·IT산업의 언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즈니스맨들은 거의 모두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또다른 영연방에 들어선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가하면 택시 기사와 허드렛일하는 노동자도 영어로 간단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델리에서 빈민구제 NGO단체를 이끌고 있는 60대의 카롤은 “영국 식민지 하에서 영어를 배울 때는 저항감도 있었지만 요즘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강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서구 IT기술을 언어 통·번역없이 바로 수입할 수 있어서다. 인도인들이 미국 IT업계에 대거 취직하고 미국 회사들의 전화교환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영어덕분이다. 한국의 IT가 강하면서도 한국인력의 외국 진출이 쉽지 않은 것은 영어의 벽 탓이다. ●빠르게 변하는 IT기술 통·번역 필요없이 수입 인도의 영어 사용인구를 총 인구의 10%라고 쳐도 1억 65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영국(5900만명)보다 더 많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영어를 사용, 능통하다. 인도 영어교육에서 특이한 점은 영어교사가 거의 전부 인도인 교사란 점이다. 미국인이나 영국인 교사가 거의 없는 것은 보수격차를 보전해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도인 교사들의 층이 두껍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인도인의 영어에는 특별한 악센트 등으로 미국이나 영국 영어와 다른 점이 있으나 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늘 파란눈과 노란머리의 영어강사만 선호하다 자격 미달 서구인을 마구잡이로 수입하는 한국과 다른 점이다. bruce@seoul.co.kr ■ “소프트웨어 업계 취업땐 영어가 필수” 인도의 대표적인 컴퓨터 교육훈련 회사 중 하나인 ‘앱텍’은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한다. 더욱이 영어가 달리는 한국인 유학생 등에게 3∼6개월간 영어연수를 시킨 다음 컴퓨터교육에 들어간다. 인도 뭄바이에서 만난 앱텍사의 크리쉬난 부사장은 영어 강의의 배경을 “영어는 정보통신기술(IT)소프트웨어의 국제 언어인데다 수강생들은 교육후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일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에서 초등 교육은 지방언어로 가르치지만 고등 교육은 영어로 강의한다.”면서 “컴퓨터 교육은 고등교육에 속하기 때문에 영어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쉬난 부사장은 “우리가 가르치는 영어는 수강생들이 고객과 대화를 하며 고객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앱텍의 수강생은 대부분 18∼25세로 학교 졸업후 일자리를 구하거나 경력을 쌓길 원하는 사람들이다. 크리쉬난 부사장은 “인도에는 영어 전문 학원이 많지 않아 앱텍안에서 영어 교육도 시킨다.”며 “토플 등 자격증 취득은 별도 기관에 위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IT콜센터 등 서비스업종에서는 미국식이나 영국식 영어 악센트가 필요할 경우가 있지만 일반 컴퓨터 서비스업에서는 기술용어만 알면 족하다.”고 말했다. 앱텍은 1986년 인도에서 설립돼 현재 세계 52개국에 3200여개 지소를 둔 세계적인 IT교육기관으로 한국에도 출장 강의를 하거나 한국인 유학생을 받아 교육도 한다. ■ ‘Hinglish’ 세계 통용 가능성 힝글리시(Hinglish:힌디어+영어). 영어에 가끔 힌디어 등을 사용하는 인도식 영어를 말한다. 영문 서적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인도에서 가장 많이 출간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인도에는 모두 힌디어를 비롯해 1652개의 지방 언어가 있다. 영어는 힌디어와 함께 준공용어다. 화폐도 18개 언어로 표기된다. 일반적으로 260개 언어가 사용된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국회에서 의원들이 상대방 의원 발언의 통역을 듣기 위해 헤드폰을 끼고 있다. 영어는 영국이 가르친 식민지언어였다. 그러나 영국 지배계급은 1800년대 인도인 교육을 놓고 갈팡질팡했다. 그들 내부에서 ‘영어파’와 ‘동양어파’가 대립했다. 전자는 인도인의 지적 향상을 위해 영어로 교육하고 영어를 고등교육기관의 필수과목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후자는 영어를 필수 교육과목으로 하는 데는 반대하면서 원주민에게 보다 친숙한 산스크리트어나 아랍어 등 동양어를 보급시킬 것을 주장했다. 10여년에 걸친 이런 논쟁은 1835년 영어파의 승리로 굳어졌다. 벤팅크 총독이 콜카타 의과대학을 설립하면서 영어 강의를 강제했기 때문이다. 영어파는 영국인 관리를 본국에서 불러오는 대신 인도인에게 영어를 가르쳐 값싸게 고용하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인도는 1947년 영국으로부터 해방된 후 인도 헌법에 영어를 공식언어로 사용하는 기간을 잠정적으로 1965년 1월25일까지로 명기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전국적인 의사소통과 남·북간의 언어갈등 때문에 영어를 버릴 수는 없었다. 요즘은 세계화를 타고 오히려 영어 사용이 인도 경쟁력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델리 등 수도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영어 신문이 수십개씩 발행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한 영자신문인 ‘비즈니스 스탠더드’에 출자했다. 지분율은 26%. 외국자본으로는 첫 인도 신문 투자다. 인도의 영어는 이미 영문학계에서 ‘인디안 잉글리시’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영국과 미국식 영어보다 인도 영어가 세계적으로 통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연세대 이옥순 교수는 지적했다. 실제 영문학에서 인도 출신들이 주옥같은 작품을 생산한다. 머지않아 힝글리시를 우리도 배워야 할지 모른다.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2) 목가적 항구도시 튀니지의 튀니스

    [이슬람 문명과 도시] (12) 목가적 항구도시 튀니지의 튀니스

    지중해에 접하고 있는 튀니지는 프랑스 시인 앙드레 말로가 하늘과 바다, 들이 푸르다 하여 3창(蒼)이라 불렀던, 아름다운 나라다. 그러나 한국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학위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한국기업에 근무하던 한 분이 튀니지를 미국의 테네시로 이해하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연 600만명의 외국인들이 찾을 정도로 튀니지는 관광대국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외국인에 대한 친절함, 잘 다져진 관광 인프라까지 갖췄으니 유럽 관광객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금요일 저녁에 와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가는 패키지 코스는 싸고 질 좋은 관광으로 인기가 높다. ●기원전 3세기 지중해권 문화요지로 번성 수도 튀니스 부근은 기원전 3세기쯤 페니키아인들이 이주해오면서 지중해권 문화의 요지로 번성했다. 로마시대에는 도시국가 카르타고가 형성돼 지중해 상권을 두고 로마와 격돌하기도 했다. 한니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카르타고는 결국 로마제국에 편입됐고, 로마는 증오의 표시로 도시 전체를 파괴했다. 로마의 지배를 받던 튀니지는 7세기 이슬람 세력의 진출과 함께 이슬람화했다. 이집트의 정복자 아므르 빈 알 아스가 주도한 튀니지 원정에 따라 670년 우크바 빈 나피이가 이 지역을 비잔틴 로마로부터 빼앗았다. 아랍인들은 이 지역에 마그립 원정 기지로서 ‘카이라완’을 세웠고 ‘카이라완’은 그 뒤 30년간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이슬람을 전파하는 전초 기지가 됐다. 이 때, 그러니까 비잔틴 로마인을 축출하고 라데스항에 대한 비잔틴 로마인의 반격을 막기 위해 697년 건설된 것이 바로 튀니스다. 이전 이름은 타르시스. 카르타고의 석재들이 튀니스 건설에 동원됐다. 이후 튀니스는 16세기 오스만튀르크와 합스부르크의 전쟁으로 1574년 오스만 통치하에 들어가면서 1800년대 중반까지 오스만 제국의 일부로 남았다가 1864년 프랑스 보호령으로 들어갔고,1957년 독립하면서 튀니지의 수도가 되었다. ●유럽풍 정취·넉넉한 인심 80만명 규모의 도시인 튀니스는 라데스항을 끼고 있는 아름답고 목가적인 항구도시다. 전철을 타면 시내 중심에서 지중해 해변을 돌면서 카르타고 유적을 볼 수 있는 40분짜리 여행코스도 있다. 이 때 내려다 보는 지중해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언덕에는 하얀 집과 아랍차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태양에 빛난다. 시내 중심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에 들어서면 파리의 샹젤리에 거리 같다. 프랑스의 영향 때문에 거리 풍경은 영락없는 유럽풍이다. 시내에는 튀니스 전통요리인 쿠스쿠시와 케밥을 파는 식당과 시사라는 아랍 전통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찻집들이 있다. 찻집에는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60대 웨이터들이 이방인을 친절하게 맞이한다. 찻집에 앉아 있노라면 오른쪽 귀에 야스민을 꽂은 어린 슈샤인 보이들이 구두를 닦으라고 애교 있게 사정한다. 구두를 건네주면 재스민 한 송이를 주며 잔돈도 깎아 주는 상술도 발휘한다. 사람들의 인심은 넉넉해 이방인들에게 무척 친절하다. 포도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튀니스의 20년산 ‘마공’(포도주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일조량이 많아 튀니스 포도는 프랑스 포도 못지않은 향과 맛을 품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름의 맛을 자랑하는 튀니스 와인은 상대적으로 비싼 프랑스산에 비해 사랑받고 있다. 모든 관광식당에는 프랑스산과 튀니스산 포도주가 있는데, 포도주의 족보를 잘 확인하고 그 해 일조량과 숙성 연수를 잘 확인해야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저녁에 튀니스 전통 춤을 감상하며 몰(도미)요리와 함께 흰 마공 한잔을 곁들이는 게 바로 튀니스의 정취이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메디나´ 오밀조밀하고 쉽게 돌아다닐 수 있는 수도 튀니스에서 가볼 곳은 구도시인 메디나(도심을 뜻하는 아랍어)다.1981년 유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문화적 중심지로 전통을 듬뿍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7세기에 세워진 메디나는 프랑스 식민기간 동안 세워진 신시가에 밀려 지금은 중심지가 아니지만 과거의 흔적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성곽도시였던 메디나는 성곽길이만 10㎞에 이르렀고, 그 외곽에는 도랑이 있었다고 문헌이 전한다. 그러나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다만 성문 5개는 아직 남아 있다. 미로 같은 길을 헤치고 나가다 보면 각종 민속공예품을 파는 수크(재래시장)에 도달하게 된다. 눈에 띄는 건 동판을 파는 가게들인데, 여기서는 쇠나 도색된 구리를 새겨 넣기 위해 동판을 두드리는 소리에 귀가 멍해진다. 볼거리도 많고 주인들과 흥정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가장 오래된 주거지역 ‘다르 엘 하다드’도 들러볼 만하다. 파란색 정문에다 정원을 갖춘 전통 가옥들은 단철 난간이나 미늘살 창문을 갖고 있다. 정원은 대개 정방형이고 더러 분수도 있다. 대가족제라서 단층보다 2층이 많다. 7세기에 세워져 8세기에 재건된 자이툰사원은 반드시 들러야 한다. 메디나 중심부에 라데스 항구를 내려다보면서 솟아 있는 자이툰 사원은 가장 화려하고 탁월한 건축물이다. 사원 중앙부에는 카르타고 유적에서 가져온 200개의 기둥이 세워져 있고, 예배할 수 있는 회랑 숫자만도 10곳에 이르는 큼직한 사원이다. 사원 한가운데에는 넓은 광장이 있고 주위에는 벽 높이만큼의 나무기둥들이 쇠줄에 연결되어 둘러서 있다. 햇살이 따가운 여름철에는 나무기둥에 아마포를 둘러 씌워 둥근 지붕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사원 근처에는 ‘알 아타린’ 향수시장이 있고, 여기서는 손님의 주문에 따라 갖가지 향수를 만들어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카르타고 제국 튀니스를 벗어나 차로 30분을 달리면 카르타고 유적이 나온다. 우리에게는 한니발로 친숙한 카르타고 제국은 방문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큰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크게 마련이다. 로마가 워낙 철저하게 파괴해서 돌기둥과 발굴된 일부 유적만으로는 그 실망감을 보상하기 어렵다.‘비루사’언덕 위에 세워진 카르타고는 지중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화려했던 제국의 영광은 비록 흙 속에 묻혀 있지만 로마장군 스키피오와 마지막 일전을 벌였던 한니발의 포효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언덕 위 카르타고 박물관에는 페니키아인들의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다. 특히 어린이용 석관이 눈길을 끄는데, 이는 페니키아인들이 그들의 신인 ‘바알’과 ‘타니트’를 위해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린아이의 제사 풍습은 토페트 구역에서 잘 나타난다.1921년에 발굴되었던 이 구역은 카르타고 귀족이 어린아이를 죽이고 매장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튀니지 문화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함맘(목욕탕) 문화다. 이슬람 초기 시대에 무슬림들의 종교적 세정을 위해 시작된 함맘은 점차 도시의 필수적인 문화시설이 됐고, 모스크의 부속건물 가운데 하나로 변모했다. 그래서 함맘은 대개 모스크 근처에 있다. 자이툰 사원근처에만 15개가 넘는 함맘이 있었고 튀니스 인근에는 온천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함맘이 있다. 튀니스에서 약 20㎞ 떨어진 코르보스 노천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도 풀고 튀니스 전통의 함맘 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기억이 된다. 카르타고의 옛 영광을 간직한 나라, 지중해의 진주 튀니스. 그곳에서 우리는 이방인을 반기는 주인의 후덕함과 여러 문화가 어우러진 모자이크식 문화를 볼 수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그들은 아프리카에 살면서 이슬람을 믿고 유럽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카르타고의 후예들이다. 최진영 한국외대 교수
  • [임영숙칼럼] 월드컵, 타인의 고통

    [임영숙칼럼] 월드컵, 타인의 고통

    솔직히 축구 팬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지난 13일 한국과 토고의 경기 모습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월드컵 도전 반세기만에 원정경기에서의 첫 승리, 그것도 짜릿한 역전승이라는 감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토고 선수들이 잊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은 돈 때문에 월드컵 개막직전 훈련을 거부하고 감독이 사퇴했다가 복귀하는 ‘콩가루’ 집단으로 세계언론에 비쳐졌던 것과는 다른 인상을 주었습니다. 자신들의 국가가 울려퍼지지 않고 한국의 애국가가 두번 반복되는 동안 그들의 표정을 눈여겨 보셨는지요?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고 별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퇴장하던 토고팀의 주장, 경기가 끝난 후 우리 선수들과 옷을 바꾸어 입기 위해 마냥 기다리던 모습들도 생각납니다. 저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한 모임에서 누군가 말했습니다.“경기 직전 토고 선수 한명이 땅에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와 닿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한국팀만 응원하기 어려웠다. 물론 우리가 이겨서 기쁘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안하다. 아프리카는 아프니까.”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이 12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는 토고의 월드컵 첫 출전이, 스위스 월드컵에 첫 출전했던 50여년전 우리 모습과 겹쳐 보여서였을까요? 한국전쟁 직후 모든 것이 부족하던 당시 우리 대표팀은 미군 수송기를 빌려 타고 60시간이 넘는 여정 끝에 본선 첫 경기 하루 전 스위스에 도착했답니다. 시차적응도 제대로 못한 채 헝가리, 터키와 맞붙어 0-9,0-7로 참패해 골키퍼가 공격수보다 더 바쁜 경기를 치렀다지요. 그에 비하면 토고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 주최국 독일에 가장 먼저 도착해 몸을 풀었고 우리 팀을 상대로 선제골까지 뽑아냈습니다. 또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며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토고팀의 내분에 언론은 차가운 시선을 보냈고 프랑크푸르트의 한 신문은 토고팀을 ‘코미디 클럽’으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토고팀을 비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선수들이 축구협회에 요구한 돈은 이 협회가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받을 돈보다 많지 않으며 축구협회장은 쿠데타 이후 38년간 토고를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의 아들이랍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의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정부·협회와 선수간의 불신이 일반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던 보이콧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인터넷 공간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토고를 친구로 여기는 분위기가 퍼져가고 있습니다. 토고의 다음 경기에서 한국이 토고를 응원해 함께 16강에 올라가자는 주장들도 나옵니다. 토고가 프랑스나 스위스를 이기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생각도 깔려 있겠지만 꼭 그런 이해관계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긴자의 아량, 가진자의 여유와 연민이라고 냉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연민만을 느끼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들의 고통이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나의 책임일 수도 있음을 자각하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냉소하는 이들도 동참하기 바랍니다. 토고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아픔에 우리가 손을 내민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16강 진출과 상관없이 가장 빛나는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유니세프를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오랜 가뭄에 시달리는 중부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거나 분쟁지역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축구공을 보내는 활동 등을 펴고 있습니다. 논설고문 ysi@seoul.co.kr
  • 자국주의 배제된 중국사

    우리는 흔히 역사를 ‘반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로 간주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론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굳이 동북공정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중국인이 쓰는 중국사는 한족 혹은 중국을 중심에 놓고 역사 전반을 이해하는 태도를 드러내기 쉽다. 최근 출간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중국사 강의’(저우스펀 지음, 김영수 옮김, 돌베개 펴냄)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계의 영향권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아마추어 역사학자이자 문학작가, 화가다. 그래서인지 자민족 또는 자국중심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 예로 저자는 유가 학술에 의해 지배돼온 전통 중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소수민족과 그 정권의 역할에 대해서도 ‘엄정한’ 눈길을 보낸다.“만주족 군주가 중국 전통을 준수하는 정도는 전 왕조의 토박이 황제를 뛰어넘을 정도였다.…청 왕조는 역대 어떤 한족 통치자들보다 더 한족 문화의 가르침을 지키면서 농업과 누에치기를 장려하고 황무지 개간을 장려했다.” 최근의 고고학 연구와 유적 발굴 성과를 적극 반영, 신화 속 허구로만 치부돼온 하(夏)·상(商)·주(周) 3대를 비롯한 그 이전 시대를 현실 역사로 끌어낸 점도 눈에 띈다. 저자는 삼황오제의 고대 신화시대부터 1912년 신해혁명으로 청 왕조가 숨을 거둘 때까지 중국의 역사를 11개 시대로 나눠 서술한다. 단순히 왕조에 따라 구분한 게 아니라 역사발전 과정과 시대적 특색을 고려한 점이 돋보인다. 다양한 사진과 그림, 지도, 도표 등을 활용해 현장감 있고 비주얼한 역사책으로 꾸몄다.3만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보다 위대한 사랑/길자연 목사 왕성교회 당회장

    누구나 일인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일인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정상에 서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정상에 서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인생의 정상은 단 한자리뿐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인생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일인자가 되어 인생의 정상에 섰을 때 영광과 기쁨을 맛보게 되지만 그 정상에서 밀려나게 될 때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자괴감과 절망감을 맛보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인자가 되려 하고 생의 정상에 서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모든 인간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행복과 성공을 삶의 정상에만 두시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계신 곳에는 어디에나 행복이 있고 성공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일인자가 맛볼 수 있는 행복을 이인자도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성취감과 행복은 다릅니다. 일인자가 되고 정상에 서는 것은 성취감에 해당하는 것이지 그것이 행복은 아닙니다. 일인자가 되고 삶의 정상에 섰어도 불행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서 행복과 성공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주어진 삶에 충실한 것이야말로 최상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정상에 서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지만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고 성공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입니다. 일인자에게는 일인자의 삶이 있고 이인자에게는 이인자의 삶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은 그 차지하는 자리보다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일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역사의 표면에 선 영웅도 위대하지만 무대 뒤에서 그를 돕는 숨은 영웅 역시 그에 못지않게 위대합니다. 다윗과 요나단의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 다윗은 난세에 태어나 무너져 가던 이스라엘을 다시 일으켜 세워 강대국을 만들었던 불세출의 영웅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요나단이 있었기에 다윗이 이스라엘 왕이 될 수 있었으므로 다윗 없는 요나단은 생각할 수 있어도 요나단 없는 다윗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다윗은 백도 없고 돈도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이스라엘 나라의 한 작은 시골 마을 베들레헴에서 이새의 여덟 번째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양을 치던 목동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비해 요나단은 당대 이스라엘을 통치하고 있던 사울왕의 맏아들로서 왕위승계 일순위였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용기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다윗에게 넘겨주고 홀연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위대성입니다. 용맹있는 사람은 위대합니다. 만난을 극복하고 생의 정상에 선 사람도 위대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위대한 것은 모든 것을 이루고서도 또 모든 것을 가지고서도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위대합니다. 요나단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요나단이 어떻게 그런 자기희생적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그가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뜻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울을 버리고 다윗으로 이스라엘 왕 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알았고 그런 하나님의 뜻은 결코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다윗으로 자신을 대신 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겟세마네 동산에서 보여주신 예수의 정신입니다.“내 아버지여,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이 예수의 정신이 인류를 구원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다윗같은 영웅이 아닙니다. 모든 일을 자기의 지도력 하에 두고 자기 입맛대로 이끌려는 사람이 아닙니다. 요나단처럼 양보와 희생의 정신으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려는 사람입니다. 우리 시대에 이런 요나단 정신이 더욱 요구되는 것은 양보와 희생의 정신이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길자연 목사 왕성교회 당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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