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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부 수단 국민투표 시작… 새 독립국가 탄생 임박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수단 남부 지역 주민들이 9일(현지시간)부터 수단에서 독립할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작했다. 독립이 성사되면 전체 인구 4394만명 가운데 850만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독립국가가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막대한 원유 수입을 놓고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8일에도 남부 곳곳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졌다. 국민투표는 오는 15일까지 1주일 동안 계속되며 등록한 유권자 393만명 가운데 6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 이상이 독립에 찬성하면 6개월 뒤 독립국을 수립할 수 있다. 이후 유엔에 가입할 경우 193번째 회원국이 된다. 아랍어로 ‘흑인’이란 뜻을 가진 수단은 현재 세계에서 10번째로 넓은 영토를 자랑한다. 국민투표는 200만명 이상을 희생시킨 22년 내전의 산물이다. 기독교와 토속종교를 믿는 흑인이 다수인 남부의 수단인민해방운동(SPLM)과 이슬람계인 중앙정부는 2005년 1월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6년간 자치를 한 뒤 2011년 1월 국민투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북부로부터 탄압받을 걱정이 없어지긴 하겠지만 남부 수단의 미래가 장밋빛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독립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가 된다. 오랜 내전 때문에 기반시설이 극도로 열악하다. 포장도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문맹률이 85%나 되기 때문에 그림으로 된 투표용지를 사용해야만 한다. 60억 배럴에 이르는 매장 원유 가운데 70%가 남부 지역에 있다는 점은 고무적일 수도 있지만 수출을 위해서는 북부에 있는 송유관을 이용해야 한다. 재정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매장지 상당 부분을 잃을 수밖에 없는 북부도 머리가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수단을 22년째 통치 중인 오마르 하산 알바시르 대통령이 향후 헌법 개정을 통해 이슬람 율법을 강화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은 결국 독재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서부 다르푸르에서 7년 넘게 이어진 내전도 골칫거리다. 알바시르 대통령이 “새로운 국가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가 며칠 만에 “남부는 국가를 세울 능력이 없다.”고 발언한 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0)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0)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은 국내에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곱사등이 종지기 카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의 러브 스토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원작에서 이는 주제를 떠받치는 다양한 소재 중의 하나일 뿐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자유와 낭만을 외치던 스물아홉의 위고는 15세기로 거슬러 가 복잡하게 얽힌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곳에는 아름답고 정교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고, 성당의 닫힌 문을 두드리는 이교도들이 있으며,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교수대와 지하 감옥이 있다. 인간들은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죽고, 미친다. 위고는 15세기 노트르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을 조감하듯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세기의 진통을 고찰하고자 했던 것이다. 작품 첫 장은 1482년의 ‘광인절’ 묘사에 할애된다. 그레브 광장에서는 광인들의 교황을 선출하는 일이 한창이고, 파리 재판소에서는 한 판 풍자극이 벌어진다. 이런 날이면 학생들과 장사꾼, 거지들이 한마음이 되어 귀족과 성직자들을 조롱하기에 여념이 없다. “타도하라, 앙드리 나리를, 교회지기들과 서기들을, 신학자들을, 의사와 교회법 박사들을, 소송대리인들을, 선거인들과 총장을!” 이 소리에 불쾌해진 대학 서적상이 말한다. “이 시대의 빌어먹을 발명품들이 모든 걸 망쳐놓고 있다 이겁니다. 대포며 세르팡틴 포며, 구포, 그리고 특히 저 독일에서 온 또 하나의 가증스러운 발명품인 인쇄술 같은 것 말이지요. 이젠 수사본도 없어지고 서적도 없어졌소! 인쇄술이 서점을 죽이고 있어요. 말세가 왔어요, 말세가.” ●‘마녀사냥’ 유행한 15세기 프랑스 배경 1450년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세상에 내놓은 이래 이렇게 ‘말세’가 왔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이렇게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혁명이 왔다, 해방이 왔다! 위고는 거리의 시인 그랭구아르, 곱사등이 카지모도, 거지들의 왕초 클로팽 등을 통해 노트르담 뒤편에서 꿈틀거리는 이 기운을 포착해낸다. 신에게 바치는 숭배의 표현이었던 노트르담 대성당은, 실은 신에게 보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등 뒤에 가리고 있었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 끝에 ‘기적궁’이라는, 이름과 맞지 않는 거지들의 아지트도 수많은 은폐물 중 하나다. 도시에 더럽게 얹혀 사는 이들이야말로 광인절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들이며, 아름다운 도시와 성당을 의도치 않게 위협하는 세력이었을 것이다. 15세기에 사람들은 이들을 광인, 이교도라 불렀다. 프랑스 대혁명과 7월 혁명을 거친 뒤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을 이루게 되는 것 역시 그들이다. 그곳은 예외지대로, 국가의 통치권은 결코 거기까지 닿지 못한다. 헝가리,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인간들은 프랑스 국민도, 파리의 시민도, 성당의 신도도 아니다. 영토 안에 있지만 사실상 외부에 존재하는 그들은 모두 집시이고, 일종의 디아스포라(Diaspora, 離散)이며,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불법체류자들이다. 그런데 작품 초반 비럭질과 사기를 일삼는 존재들에 불과했던 이들의 양상이 후반부에 이르러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에스메랄다를 구출하고 동시에 못마땅했던 성당을 노략질하기 위해 기적궁을 나선다. 그리고 진입 시도 중 나이 어린 학생 하나가 무참히 살해당하자, 그 분노에 힘입어 미친 듯 전진하기 시작한다. 광인절에 광장 위를 시궁창처럼 흐르던 이들이 바야흐로 거센 급류가 된 것이다. 이것이 ‘파리의 노트르담’의 시작이고 어쩌면 모든 것이다. 위고는 어떤 문이 아주 잠깐 열리려는 바로 그 순간을 그려냈다. ●개인의 욕망이 모두의 혁명으로 이어진다 잠재되어 있던 것들이 어떤 촉발에 의해 느닷없이 발현될 때가 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때 혁명계수는 최대치가 된다. 아름다운 여성을 욕망하면서 이루어진 카지모도의 변신을 보자. 그는 눈물과 슬픔을 알게 되고,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인간임을 느낀다. 그런데 이때의 변신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변화시킨다. 희희낙락 교수형을 구경하던 군중들은, 교수형에 처해지기 직전 에스메랄다를 구출한 뒤 노트르담을 오르는 카지모도에게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 순간 카지모도는 왕과 사법에 저항하는 민중 영웅이 되고, 구경꾼들은 그에게 동조함으로써 평범했던 어느 날을 광인절로 되돌려버린다. 귀족과 성직자를 흉내내며 한껏 비웃는 불경한 날로. 이렇듯 혁명은 다른 삶과 다른 나를 욕망하기 시작한 누군가가 다른 이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어나게 하는 순간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혁명의 지속성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혁명이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안락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도 허상이다. 잠시 왕을 위협하는 세력이었던 거지들은 이내 흩어지고, 카지모도는 무지 속에서 아군인 기적궁 거지들을 죽인다. 잠시 일어났던 소요로 성당이 무너지거나 파리가 함락될 턱이 없다. 위고가 보여주는 건 여기까지다. 작품은 교수형 당한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껴안은 채 아사한 카지모도의 백골을 보여주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어쩌면 작품 전체는 서문에서 언급된 ‘숙명’(ANAΓKH)이라는 단어에 대한 긴 주석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고는 숙명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헛된 시도와 미망을 보여주기 위해 펜을 들었던 게 아니다. 기적궁 거지들과 카지모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명이 본능적으로 만드는 혁명의 기운 그 자체다. ●존재의 생사·존재의 변신 모두 숙명 존재의 생사가 숙명이라면, 존재들의 변신 또한 숙명 아니겠는가. 사랑이 본능인 한 혁명은 언제까지고 그와 함께한다. 마구잡이식으로 마녀사냥을 하던 15세기, 혁명과 반혁명이 이어지는 어지러운 19세기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싸웠다.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 박애사상의 대두, 그러나 곧바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1830년 7월 혁명과 영광의 3일, 다시금 왕의 부활…. 구체제와 혁명의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관계, 그 한복판에서 위고는 무지하고 추한 인간들을 대거 등장시킨 이 작품을 집필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쓰는 행위가 곧 싸움이고 숙명이었던 셈이다. 오늘도 시궁창은 도시를 가로지르고 호텔과 백화점들 뒤에는 기적궁이 엎드려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사랑이 있고, 하루하루 만들어지는 삶이 존재한다. 21세기에도 화려한 빌딩숲 뒤에 사는 수많은 존재들이 언제 어디서 더 나은 생을 위해 성문을 부수려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순간이 오면, 사랑과 혁명의 에너지가 폭발하듯 솟구칠 것임은 물론이다. 안명희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 · 수유+너머 공동기획
  • [서울광장] 햇볕론 vs 난방론/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햇볕론 vs 난방론/박대출 논설위원

    태양은 에너지다. 수력·풍력도 태양에서 유래한다. 나무·석유·석탄은 태양열로 생산된다. 태양열은 빛으로 전달된다. 그 빛은 1억 4960㎞ 떨어진 지구를 밝게 한다. 따뜻하게도 해준다. 태양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공짜다. 혜택은 무한하고, 반대급부도 없다. ‘햇볕’을 붙이려면 이런 조건이 필요하다. 대북 햇볕정책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한쪽에선 폐기를 외친다. 일방적 퍼주기라는 시각이다. 다른 쪽에선 존속으로 맞선다. 평화 비용, 통일 비용이란 개념이다. 양측엔 공통 분모가 있다.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퍼주기든, 비용이든 돈이 든다. 이 때는 햇볕을 붙이면 곤란하다. 돈이 들면 햇볕이 아니다. 그건 난방이다. 햇볕이라고 하면 기만이다. 공짜인 것처럼 포장하는 속임수다.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조다. 1998년 영국 런던대 연설에서 처음 사용했다.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 외투를 벗게 한다고 했다. 바람은 강경책을, 햇볕은 유화책을 상징했다. 햇볕정책은 노무현 정부도 계승했다. 두 정권은 금과옥조로 삼았다. 그런데 통일부와 수출입은행 등의 통계를 보자. 현금 29억 222만 달러, 현물 40억 달러에 이른다. 10년간 북한에 쬐어 준 건 공짜 햇볕이 아니었다. 값비싼 지원이었다. 햇볕정책은 온당치 않다. 난방정책이 맞다. 북한에 준 돈은 어디에 쓰였나. 따져보자. 돈을 받아 왼 주머니에 넣었다. 오른 주머니에도 원래 돈이 있다. 어느 돈을 꺼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돈을 꺼내 핵폭탄을 만들고, 해안포를 사서 연평도에 퍼부었다. 준 돈은 핵 폭탄, 해안포와 관계가 있는가, 없는가. 결과로 판단하면 된다. 엉뚱한 짓을 할 여윳돈이 생긴 게 결과다. 북한은 가뜩이나 쪼들리는 형편이다. 준 돈의 가치는 더 커진다. 이명박 정부는 퍼주기를 중단했다. 북한은 2차 핵실험으로 협박했다. 지난해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저질렀다. 10년간 북한에 퍼주었지만, 돌아온 건 북한의 도발이다. 돈 주고 뺨 맞은 꼴이 됐다. 대북 강경은 당연한 수순이다. 도발하지 말라고 또 퍼줄 수는 없는 일이다. 평화 비용, 통일 비용이라고 해도 지금 주기는 곤란하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반복해서 주어서는 안 된다. 일방적 퍼주기는 더 이상 없음을 각인시켜야 한다. 햇볕정책 존폐 논란이 한창이다. 여야 내부도 뒤섞였다. 한나라당에선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성과도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종북주의라고 발끈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맞선다. 자기 반성과 상대 인정이 더 와 닿는다. 햇볕론 고수는 자가당착이다. 종북주의라는 반박은 대결주의 발상이다. 대립·갈등보다는 화해·평화가 낫다. 북 도발은 햇볕정책을 강요하는 몽니다. 더 부릴 공산이 크다. 갑자기 끊으면 금단현상이 생긴다. 북 도발도, 한반도 긴장도 금단현상에서 비롯됐다. 오래 가면 안 좋다. 북한을 따뜻하게 해줄 필요는 있다. 평화 비용을 감수하는 게 현명한 길이다. 장기적으론 통일 비용이 된다. 지금껏 돈을 들여 북한을 덥혀줬다. 굳이 식힐 필요는 없다. 든 돈이 아깝다. 물론 햇볕정책의 허상은 드러났다. 하지만 유효성마저 상실된 건 아니다. 올해 1조 달러 무역시대를 맞는다. 세계 9위로 도약하는 기회다.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긴장은 걸림돌이다. 오래 가면 안 좋다. 북한에 줄 만한 여건이 되면 줘야 한다. 그 여건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찾을 일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 하면 응할리가 없다. 긴장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을 변화시키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오려면 유연함이 필요하다. 남북 경제력이 37대1이다. 우리가 좀 더 주는 게 낫다. 멀리 보면 이익이다. 햇볕정책은 폐기돼야 한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햇볕의 기만을 버리고, 정신을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모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때다. dcpark@seoul.co.kr
  • 작은 것부터 수정해야 공공계획 성공

    소련 정부는 1930년부터 1934년까지 강력한 집단 농장화를 추진했다. 농촌소비에트 당원들에게 식량 징발, 저항자 체포, 집단화에 대한 전권을 주고 2만 5000명의 도시 공산주의자와 노동자를 농촌에 급파했다. 그러나 농업집단화는 사회주의자들이 기대했던 능률적이고 혁신적인 농장을 실현하지 못했다. 60년간 지속된 집단 농업은 경기 침체, 낭비, 사기 저하, 생태적 실패 같은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 탄자니아는 1973년부터 1976년까지 우자마아 촌락 캠페인을 펼쳤다. 인구의 대부분을 우자마아라는 마을에 영구 정착시키려는 시도로 정부 관료들이 공간 구획과 주거 설계, 지역경제를 계획했다. 소련의 집단 농장화 과정과 달리 탄자니아의 국가 원수 줄리어스 니에레레는 어떤 누구도 자기 의지에 반해 새로운 마을로 떠밀려 가서는 안 된다며 행정적 또는 군사적 강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자마아 캠페인은 성공하지 못했다. 20세기 역사에서 국가가 주도한 공공계획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국가처럼 보기’(제임스 스콧 지음, 전상인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는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선의로 시작한 국가 주도형 공공계획이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결정적인 패착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강압적 권력을 사용하는 권위주의적 국가다. 저자가 ‘하이 모더니즘’이라고 규정한 20세기 과학적·기술적 진보에 대한 국가의 신념은 권위주의와 맞물리면서 인간의 창의성을 억압하고, 지역적 다양성을 간과하며,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전통적 지식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국가계획에 저항할 능력을 상실한 허약한 시민사회다. 전쟁이나 혁명, 경제적 파탄은 시민사회를 극단적으로 약화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통치제도를 한결 쉽게 수용하게 만든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공공계획은 애초에 불필요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가능한 것은 하이 모더니즘의 역할을 축소하고 궤도를 수정함으로써 근대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시적 발상을 자제하고, 점진주의적인 접근을 취하는 한편 다양성과 자율성을 증진시키고 의사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종시 건설, 4대강 사업 등으로 갈등을 겪은 우리나라 정부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3만 5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방역당국 ‘돼지 구제역 백신’ 딜레마

    돼지에도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려던 방역 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양돈협회를 중심으로 한 축산농가들은 발생 지역 등을 중심으로 돼지 20만여 마리에 대해 접종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백신 여유분이 15~18만 마리분이기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백신을 접종한 뒤 자칫 농가에서 방역을 소홀히 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방역 당국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5일 “돼지에 대해 접종을 할지는 하루쯤 더 지켜보기로 했다.”면서 “돼지에 백신을 놓으면 농가에서는 (방역에) 손을 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접종을 하더라도 사람과 접촉 빈도가 높은, 전체 돼지의 10% 정도인 어미 돼지와 씨돼지만 하게 될 것”이라면서 “같은 농장에서 키우는 새끼 돼지들은 구제역에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백신을) 만병통치약처럼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접종이 확정된 한우에 배당된 물량을 제외하면 남은 백신은 15~18만 마리 분량이다. 당국은 14일 반입 예정인 125만 마리 분량을 앞당겨 들여오기 위해 영국 제약업체와 협의 중이다. 다음 달 초 반입 예정인 400만 마리 분량도 이달 말까지 도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단 국내 모든 한우들에 2회씩 접종할 물량을 확보해 놓을 계획이다. 구제역 확산은 계속됐다. 강원 양양군 손양면(2900마리), 횡성군 안흥면(3만 3900마리), 충북 진천군 문백면(8500마리), 경기 용인시 백암면(2000마리)의 돼지농장과 춘천시 남면(35마리)의 한우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발생 지역은 6개 시·도 41개 시·군으로 확대됐다. 매몰 규모는 2875개 농장 82만 6456마리로 확대됐다. 전남 영암군 육용 오리 농장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증상이 나타나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단 지자체에서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전남도는 의심 신고가 들어온 농장의 오리 1만 4000마리와 반경 500m 이내 오리농가의 7만마리 등 모두 8만 4000마리를 도살 처분 하기로 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구제역 관련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한다. 회의에는 농식품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의 관계 장관이 참석해 방역 추진 현황을 보고하고, 백신 확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아시안컵] 공격축구 준비는 끝났다

    [아시안컵] 공격축구 준비는 끝났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7월 취임 뒤 모두 5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매 경기 자신의 목표인 ‘유기적이고 빠른 패스로 점유율을 높이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공격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거듭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중간평가 격인 아시안컵 개막을 사흘 앞둔 5일 “준비는 거의 끝났다.”고 밝혔다. 결과물인 ‘베스트 11’의 윤곽도 나왔다. 지난 6개월 동안 그는 무엇을 준비해 온 걸까. [수비] 포백으로의 귀환-조 감독은 취임 뒤 첫 경기였던 나이지리아전과 이어진 이란, 일본전에서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베테랑’ 이정수(알 사드), 곽태휘(교토상가)와 함께 신예 김영권(오미야)을 수비라인에 배치했다. 수비진 세대교체의 시작이었다. 이란전에서도 신인 홍정호(제주)가 등장했다.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조 감독은 이란전 패배 뒤 일본전에서 조용형(알 라이안)을 통해 ‘포어리베로’라는 다소 생경한 지역전술을 실험했다. 그러나 유기적인 움직임과 패스워크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대표팀은 시리아전에서 ‘포백’으로 되돌아갔다. 중동 축구의 강점인 역습을 효율적으로 막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 또 젊은 수비수들 대신 차두리(셀틱)-이정수-곽태휘-이영표(알 힐랄)로 이어지는 경험 많은 수비라인을 중용했다. 수비진의 세대교체 작업은 아시안컵을 들어 올린 이후로 잠시 미루겠다는 뜻이다. [중원] 시프트의 주인은-‘패싱게임’과 ‘공격축구’를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포지션은 미드필더다. 조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패스를 잘하는 윤빛가람(경남)과 돌파가 좋은 최효진(상무)을 발탁했다. 효과는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이란, 일본전을 거치면서 한계도 드러났다. 공세적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몰리는 상황에서 수비가 좋은 선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찾아낸 대안은 이용래(수원). 조 감독은 이용래를 시리아전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프로팀 알 자지라전과의 평가전까지 2경기 연속 기성용(셀틱)의 파트너로 기용했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원에서 또 하나의 실험은 ‘박지성 시프트’였다. 하지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이미 상대의 집중견제를 받는 월드스타다. 실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조 감독은 알 자지라전에서 그 대신 구자철(제주)을 투입했다. 만족스러웠다. 실전에서도 그대로 가기로 했다. [공격] 박주영 대체자 찾았다-조 감독도 허정무 전 감독과 마찬가지로 공격라인에서 박주영(AS모나코)의 파트너를 찾는 데 집중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조영철(니가타), 이란전에서는 석현준(아약스), 일본전에서는 최성국(성남)이 테스트를 받았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박주영이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불가능해졌고, 탐색 대상은 파트너가 아니라 대체자가 됐다. 시리아전에서는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을 최전방에 배치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교체 투입된 지동원(전남)이 조 감독의 근심을 덜어줬다.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베스트 11은 이렇게 완성됐다. 이제 대표팀이 얼마나 무서운 팀이 됐는지 확인할 일만 남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씨줄날줄] 민귀군경(民貴君輕)/김성호 논설위원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천도교 교리쯤으로 알려졌지만, 이 땅에서 오랫동안 혁혁했던 사람 존중의 보편 정신이다. 민간은 물론 ‘하늘 아래 1인자’라는 통치인도 무시할 수 없었던 사상. 인간은 평등하기 때문에 인간 사이에는 귀하고 천함의 차이가 없다는 논리다.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는 하늘처럼 여겨야 한다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은 천도교에선 실천요강으로까지 숭앙된다. 인내천과 사인여천이 정치와 통치의 영역으로 편입될 때 ‘민본’이란 주의로 되살아난다. 양의 동서와 시대의 고금을 막론하고 민본의 중시는 피할 수 없는 통치의 방향이었다. 고래로 많은 나라에서 백성은 물론 통치자를 배에 비유한 것도 민본 가치의 보편적 공유일 것이다. 물론 그 비유에는 전복의 뉘앙스가 스며 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민본을 거스르는 통치의 비극적 결말 말이다. 성선설의 대가 맹자는 민본에 천착해 살았던 주유천하의 철학자다. 가는 곳마다 민본의 통치를 되뇌었던 유학자. 덕으로 어짊(仁)을 행하라는 왕도정치의 바탕도 민본이다. 유교의 으뜸 덕목인 인(仁)에 의(義)의 개념을 붙인 ‘인의’를 정치에 접목한 게 바로 왕도정치란다. ‘인은 사람이 거해야 할 편안한 집이요, 의는 사람이 걸어야 할 바른 길’이다. 그가 남긴 그 민본의 정신은 맹자 ‘진심’편 민귀군경(民貴君輕)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교수신문이 새해 신묘년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민귀군경’을 뽑았다.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고 임금은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절대 권력의 군주제 시대에서도 백성이 중함을 대놓고 부르짖은 왕도론의 요체. ‘두려워할 만한 것은 백성이 아닌가.’라고 한 전설적 성군(聖君) 순(舜)임금을 떠올리게 한다. 전국 대학교수 212명 중 39%가 택했다는 게 하필 민귀군경일까. 새해벽두의 희망 섞인 성어보다는 통치권을 향한 무거운 주문쯤으로 다가온다. 어진 마음으로 민생고를 해결하는 왕도정치론, 백성을 두려워하라는 순임금의 고언이 먼 고대에만 통한 걸까. “관권이 민권 위에 군림하고 힘센 자가 힘없는 자를 핍박하는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는 교수신문의 ‘민귀군경’ 선정 이유. ‘한마음을 가지면 큰 의미의 대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보합대화(保合大和)가 2위의 사자성어로 꼽혔다는데. 보합대화의 희망도 백성을 두려워하는 민본이 먼저 서야 하지 않을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 장기전 채비?

    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 장기전 채비?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결국 해를 넘겼다. 법원은 현대그룹이 제출한 양해각서(MOU) 효력 인정 가처분 신청에 대해 늦어도 4일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현대상선 지분을 45%선까지 확보, 채권단의 ‘중재안’을 휴지로 만들며 장기전 채비를 갖췄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그룹으로부터 대출 추가 확인서를 제출 받는 등 최종 결론을 내리기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채권단과 현대그룹은 지난 22일과 24일 두 차례 심리를 거치면서 법정대리인을 통해 인수자금과 관련한 모든 입장을 밝힌 상태다.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소송전이 해를 넘기면서 재계에선 어떤 식으로든 법정에서 현대건설의 주인이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그룹 몸통인 현대상선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채권단의 현대상선 지분 8.3% 중재안은 물 건너 가게 됐다.”면서 “현대그룹이 끝까지 법정 다툼을 이어가거나 더 많은 요구조건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우호지분까지 포함, 현대상선 지분을 45%선까지 늘렸다.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NH투자증권·대신증권과 파생상품 계약을 하고 현대상선 주식 600만주(3.92%)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한 것이다. 현대그룹과 우호세력의 현대상선 지분은 증자 후 기준으로 44.8%에 이른다. 반면 범현대가의 지분은 증자 불참에 따라 27.8%로 줄어든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도 증자 후 8.3%에서 7.7%로 줄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현대상선과의 경영권 다툼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우호지분 확대를 “결전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현대그룹도 이런 분석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29일 직원들에게 보낸 연하장에서 “내년에도 지금처럼 저와 함께 걸어가자.”면서 이런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면 현대건설 매각은 장기 소송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되찾지만 채권단이 이의신청 등으로 재협상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면 현대그룹은 본안 소송으로 맞대응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추가 소송 여부에 관계없이 곧바로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시작한다는 복안이다. 현대그룹은 현재 법원의 결정에 따른 다양한 추가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채권단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물밑 협상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이 다양한 협상카드를 내놓고 있지만, 현대그룹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상도·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광고·콘텐츠 확보 경쟁… ‘승자의 저주’ 현실화되나

    광고·콘텐츠 확보 경쟁… ‘승자의 저주’ 현실화되나

    31일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와 보도채널 1개가 선정됨에 따라 미디어시장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치열한 ‘생존투쟁의 시대’로 접어들어 ‘승자의 저주’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교차한다. 신생 매체가 5개나 쏟아지는데, 이를 뒷받침해 줄 광고시장은 신통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때문에 2~3개 정도의 신규매체만 소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무려 4개의 종편채널이 선정된 데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비해 보도채널은 1개만 선정돼 공정성 논란을 키운다. 당장 ‘짜여진 각본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선정결과 발표 이전부터 종편은 최대한 많이, 보도채널은 아예 선정하지 않거나 1개만 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연합뉴스는 공교롭게도 예비사업자에 대한 청문심사일인 26일 직전에 전 일간지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광고를 냈다. 한 탈락 사업자 측은 “보도채널의 경우 애초에 글로벌 경쟁력 항목은 배점에서 6%에 불과했는데, 청문심사 직전 방송통신위원회가 보낸 공문에는 주요 평가지표로 적혀 있었다.”면서 “특정 사업자를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힘 있는 종편은 절대평가, 만만한 보도채널은 상대평가’라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여론 쏠림 우려도 크다. 야당 몫 방통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진 ‘반쪽 의결’에서 알 수 있듯, 심각한 분열 후유증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중립성 훼손과 원칙 부재’를 들어 선정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신규 사업자들 또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난관은 ‘먹거리’(광고)다. 광고시장이 크게 늘지 않는 한 파이를 더 잘게 잘라 먹을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지상파 방송은 물론 기존 프로그램 공급자(PP)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당장 KBS의 수신료 인상안이 ‘소폭 올리되 광고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잡힌 것도 KBS의 ‘강력한 견제구’라는 말이 나온다. 중간광고 허용 등 ‘무더기 종편’ 안착을 위한 특혜조치들이 이어질 경우 반발 강도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종편만 방송이고 우리는 방송도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신생 매체들이 좋은 번호대와 의무 재전송까지 요구할 경우 기존 케이블방송사업자(SO)들은 “채널편성권을 침해당한다.”며 반발할 게 뻔하다. 양질의 콘텐츠 확보도 넘어야 할 과제다. 경험이나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몇몇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양산될 우려가 높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간판 스타급 연예인은 자신의 몸값을 3배 이상 부르고 있다.”며 “종편은 비싼 외주제작 비용 때문에 자사 채널방송분 말고 2차, 3차 판권은 외주제작사에 내주게 돼 초기에는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방송업계에서는 종편 스카우트 대상이 거론되고,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각서까지 받아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그렇게 하더라도 자체 생산 콘텐츠로 방송시간을 채울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기존 지상파들조차 24시간 방송을 노리고 방송시간을 야금야금 늘리고 있지만, 대개는 재방송이나 편집방송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처럼 극우 상업방송 폭스뉴스가 등장하고, 일본의 저가 프로그램 수입이 허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동시에 신규 사업자 간 인수·합병(M&A)이나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파다하다. 조태성·안동환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두발·복장 자율화 사회공감대 필요하다

    이르면 새해 1학기부터 서울시의 중·고등학교에서 두발 및 복장 지도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어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체벌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강압적인 두발·복장 지도에 대해서는 마냥 기다리지 않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전이라도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의 언급은 내년에 만들 학생인권조례 전이라도 두발·복장을 자율화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서울시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체벌금지 조치가 전면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복장 자율화가 아닌 복장 규제에 대해 일정부분 자율성을 준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두발이나 복장 지도 관행이 사라질 경우에도 부작용은 충분히 예상된다. 명분으로만 보면 자율화나 규제 폐지만큼 좋고 바람직한 것도 없다. 그러나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자율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한 정책의 실패를 그동안 우리는 여러 차례 목격해왔다. 두발·복장 자율화든, 지도 관행 철폐든 부작용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통제하기 힘든 중·고등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발 및 복장이 사실상 자율화된다면 이들의 탈선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체벌금지 조치로 교사들이 학생들을 통제하는 게 힘들어지고 있다. 체벌을 할 수 없으니 교사에게 대드는 학생들도 종전보다 늘어났다고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어제 발표한 서울지역 교사 508명을 상대로 체벌금지 조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는 ‘체벌금지 이후 학생들이 지도에 잘 따르지 않거나 거부하는 경향이 심해졌다’고 답변했다. 또 ‘체벌금지 시행, 학생인권조례 추진으로 학습권 침해, 교실 붕괴, 교권 추락 현상이 나타난다는 우려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9%가 동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안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체벌금지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지 않아도 체벌금지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두발·복장 지도에 손을 놓는다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자율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 법원 “이해승 친일행위 했지만 재산 환수못해”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은 조선 왕족 이해승(李海昇·1890~1957)이 친일행위를 한 점은 인정되지만, 그가 취득한 토지는 ‘친일 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 이광범)는 이해승의 손자 이모(71)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재산확인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해승이 한일합병 직후 취득했다 2006년 SH공사로 소유권이 이전된 서울 은평구 일대 12필지(공시지가 200억여원)에 대한 친일재산 확인 결정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시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해승이 합병 이후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식민통치에 협력한 점에 대해서는 역사적·도덕적 비난이 가능하지만, 작위를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친일행위로 규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서울광장] 다른 종교의 포용에 관한 대통령령/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다른 종교의 포용에 관한 대통령령/함혜리 논설위원

    기원전 3세기 경 인도 마우리아 제국에 아소카(Asoka)라는 왕이 있었다. 용맹스러웠던 그는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영토를 넓혀 인도 최초로 통일 국가를 이뤘다. 왕위에 오른 지 8년째 되던 해 칼링가국 정복에 나선 아소카 왕은 피비린내 나는 정복전을 치르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깊이 느끼고 무력에 의한 정복을 그만두었다. 대신 불교를 믿으며 모든 인간이 지켜야 할 윤리와 법에 의한 통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불교를 융성하게 하는 데도 힘을 쏟았지만 동시에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항상 강조했다. 종교로 인한 갈등이 얼마나 큰 불행을 초래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돌기둥에 새겨진 아소카 왕의 칙령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누구나 자신의 종교만을 숭앙하고 다른 종교를 저주해서는 안 된다. 다른 종교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종교에 무덤을 파는 것이며 다른 종교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해하는 것이 좋다. 경청하라. 다른 종교의 가르침이나 교의에도 귀를 기울이라.” 23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 우리나라에 이런 내용의 칙령을 선포하면 어떨까. 군주나 황제가 없으니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그 주체가 된 ‘다른 종교의 포용에 관한 대통령령’이라면 적당할 듯하다. 템플스테이 예산문제로 확대된 불교차별 논란, ‘봉은사 땅밟기’와 같은 일부 개신교도들의 불교 비방과 폄훼 등 우리 사회에서 점점 심화되는 종교 갈등을 보면서 해 본 생각이다. 불가능하겠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아소카왕이 그랬던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모든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해 선포한다면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듯이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이 법령을 공표한다면 대통령 자신과 현 정부의 종교를 둘러싼 여러 소모적 논란이나 오해들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법령의 목적은 종교인들이 배타성과 오만에서 벗어나 한층 더 성숙해지도록 독려하고 종교가 사랑과 평화, 자비의 실천이라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가 많은 종교가 상호간 차이로 인한 테러나 폭력, 차별 없이 공존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종교적 갈등과 분쟁은 위험 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현 정부 들어 종교갈등이 유난히 심각해졌으며 이는 개신교 신자인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 집권초기 소망교회 인맥을 요직에 등용해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고 청와대에 목사를 초빙해 예배를 드린다는 얘기도 간혹 흘러나온다. 공무원들이 기독교 신자인 대통령과 기독교 신자인 기관장을 의식해 정책을 집행한다는 오해를 받기 일쑤다. 어떤 이유에서든 대통령이 종교 편향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대통령은 종교 갈등과 관련해 좀 더 분명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대통령령 같은 것을 제정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 정치와 종교의 분리 원칙을 재천명하고 다른 종교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당부해야 한다. 공직자들에게는 국민 통합을 저해할 수 있는 어떠한 편향된 정책도 불허하며, 만약 그럴 경우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대통령에게도 신앙의 자유는 있다. 자유롭게 종교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여러가지 종교를 화합하도록 하는 것 또한 다종교 사회를 안정되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 대통령의 중요한 의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치우침 없는 중도의 시각으로 종교를 화합하게 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은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의 큰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종교가 서로 관용하고 화합해야 나라와 국민이 평안한 법이다. lotus@seoul.co.kr
  • 테러공포… 폭설·한파… ‘덜덜’ 떠는 크리스마스

    테러공포… 폭설·한파… ‘덜덜’ 떠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맞아 세계 곳곳에 또다시 테러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선 폭설과 한파로 여행객들의 발이 묶이는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 ●美 “항공사들 보온병 등 음료수 용기 주의” 미국 국토안보부는 24일(현지시간) 항공사들에 대해 보온병 같은 단열 처리된 음료수 용기를 이용한 테러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미 연방 교통안전청(TSA) 스털링 페인 대변인은 “테러범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잠재적 수법 중에는 단열 처리된 음료수 용기 내에 폭발물을 숨겨서 반입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면서 “이번 연휴기간에 보온병과 같은 음료수 용기에 대한 추가적인 보안검색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이탈리아 로마에 주재한 스위스와 칠레 대사관에서 소포 폭탄이 터지면서 이를 개봉하던 대사관 직원 2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이탈리아 검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반정부 단체인 무정부주의연맹(IAF)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나서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고 현장 주변에서 발견된 IAF의 성명에는 “우리의 주장을 앞으로 말과 행동으로 전달하려 한다. (이탈리아 정부의) 통치 시스템을 파괴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IAF “로마 소포테러 우리 소행”… 뭄바이 테러징후 로베르토 마로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IAF는 대단히 폭력적인 조직이며, 스페인과 그리스에도 이들과 관계가 깊은 무정부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무부도 잇단 소포 폭탄 테러를 “개탄스러운 폭력 행위”라고 비난하는 내용의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에서도 테러 징후가 감지돼 경찰 당국이 추적에 나섰다. 뭄바이 경찰은 파키스탄 무장단체 라슈카르 에 토이바(LeT) 요원 4명이 연말연시 휴가를 노린 테러를 계획하고 뭄바이에 잠입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LeT는 지난 2008년 11월 한꺼번에 188명을 숨지게 한 뭄바이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무장 테러단체다. ●佛 샤를드골공항 붕괴 우려 2000여명 대피 유럽 곳곳에선 폭설과 한파로 주요 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태가 잇따랐다. 프랑스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선 눈이 너무 많이 쌓이자 건물붕괴에 대비해 2000여명을 긴급 대피시키는 소동이 일어났다.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은 폭설로 65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은 이틀째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영국 잉글랜드 버밍엄공항과 스코틀랜드 애버딘·에든버러 공항에서도 지연과 취소가 이어졌다. 벨기에에선 제설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폭설이 내려 차량 통행이 한때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황수정·강국진기자 sjh@seoul.co.kr
  • “北 핵무기 능력 강화 바탕 천안함·연평도 잇단 도발”

    정부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잇단 군사 도발이 지난해 2차 핵실험 이후 핵능력 강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차원의 대남 압박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23일 통일부 당국자가 밝혔다. 정부가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간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관측돼 주목된다. 이에 따라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한 대응도 북한의 핵억지력을 고려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자는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주한미군의 핵우산·핵확장 등 핵억지력에 따른 위협을 느껴 지난해 2차 핵실험 이후 미사일 등 군사력과 핵능력을 강화했고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재래식 무기를 통한 도발로 이어졌다.”며 “북한이 핵능력 강화를 토대로 한 군사적 도발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대남 압박, 도발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북소식통은 또 북한의 대남 도발이 후계자 김정은의 치적 쌓기 및 내부결속 강화,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및 평화체제·6자회담 재개 긴박성 부각, 한·미 대북정책 전환 압박, 남한 내 국론 분열 조장 등의 의도도 있으며, 도발을 통해 남한 내 안보 불안감 조성, 중국의 대북 지지 확보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내년에도 군사적 도발 등 긴장 고조를 통해 우리 측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남남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소식통은 “북한이 ‘전쟁세력 vs 평화세력’ 대결 구도를 부각, 남한 내 반미·반보수 대연합 형성을 통해 한나라당의 2012년 총선 및 대선 패배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북소식통은 또 북한이 내년에 권력기구 개편 등 3대 세습 안정화·공고화에 주력하겠지만 대내외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엘리트 내부 갈등, 식량난·경제난으로 주민 불만 가중, 군부 강경노선에 따른 국제적 고립 심화 등이 불안정성의 요인”이라며 “김정일의 건강 악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현지지도 등을 볼 때 통치에 지장은 없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북한의 대중 비료 및 유연탄 수입이 급증했고 수풍발전소를 100% 이용해 전력 사정도 나쁘지 않다.”며 식량난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최악의 경제난은 아님을 시사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정일 비자금 관리책 EU, 자산동결 등 제재

    김정일 비자금 관리책 EU, 자산동결 등 제재

    유럽연합(EU)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관리책인 전일춘(69) 노동당 중앙위원회 39호 실장에 대해 비자발급 금지 및 자산동결 제재 조치를 취했다. 23일 EU 관보에 따르면 EU는 전날 이사회 의결을 통해 핵개발, 탄도미사일 및 여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등 정책에 관여한 북한 권부 고위층 인사 제재 대상 명단에 전 실장을 추가, 개정했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따른 대 북한 제재 대상자는 19명이 됐다. 이들은 EU 회원국 역내로 들어올 수 없도록 비자발급이 금지되며 자산을 동결된다. 39호실은 북한 ‘통치 자금’ 관리처로 지목되는 기구로 마약 거래 등 불법 행위의 산실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사치품 수입의 창구 역할도 하는 곳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특파원 칼럼] 12·5 규획과 지니계수 0.5/박홍환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12·5 규획과 지니계수 0.5/박홍환 베이징 특파원

    중국은 내년부터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시작한다. 1956년부터 시작한 국가경제 및 사회발전 5개년 계획의 12번째 차례인 ‘12·5 규획’의 시작을 앞두고 지금 중국에서는 12·5 규획의 철학과 방향, 희망을 학습하는 대대적인 물결이 일고 있다. 중국 공산당원들은 중앙부터 하층까지 모두 빨간 표지로 인쇄된 12·5 규획 해설서를 들고 다니며 자구 하나하나 꼼꼼히 외워 나가고 있다. ‘민부’(民富), ‘포용적 성장’ 등 12·5 규획의 핵심철학은 그 자체가 구호가 됐다. 중국에서 ‘×·5 규획’은 단순한 경제발전 계획이 아니다. 그 속에는 국가의 총체적인 전략이 담긴다. 12·5 규획도 마찬가지다. 수출 위주에서 내수 중심으로 경제체질을 바꾸고, 산업구조를 신흥 전략산업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내수 증진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주머니를 채워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다시 말해 ‘민부’를 실현해야만 사회가 안정된다는 긴박한 인식이 담겨 있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12·5 규획은 중국의 향후 30년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이전의 5개년 계획과는 다른,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마오쩌둥 전 주석이 국가건설에 매진했던 30년, 덩샤오핑이 설계하고 독려한 개혁·개방 30년, 그리고 이제 새로운 30년이 시작된다. 그 문을 12·5 규획이 열어젖히는 것이다. 최근 만난 중국의 한 소장 정치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의 미래는 사실 매우 불안하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은 잘했건, 못했건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국민들을 이끌어 나갔지만 현재 지도자들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혼란 속에서 지도자들의 ‘입’을 주시하고 있지만 그들은 뚜렷한 답을 못 내놓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의 현 최고지도부는 2002년 가을 출범 때부터 ‘허셰(和諧·조화)사회’라는 통치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균형 발전, 공동 부유를 이루는 게 중국 공산당의 지향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개혁·개방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경제발전은 이뤄 나가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최대 병폐인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개혁·개방의 부메랑이 되고 있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후 주석 체제가 들어선 지 이제 8년, 중국은 과연 ‘조화사회’로 가고 있는가. 최근 관영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이 발간한 ‘2011 사회청서’는 심각한 경고음을 들려줬다. 청서는 사회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가 이미 0.5 수준에 도달, 사회안정에 ‘빨간등’이 켜졌다고 경고했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4년 0.26에 불과했던 지니계수가 20여년 만에 배로 확대됐다. 빈부격차가 폭발 직전까지 왔다는 얘기다. 문제는 ‘조화사회’를 내세운 후 주석 집권 이후에도 사회불평등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평생을 일해도 집을 살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은 폭등하고, 한달 2000위안(약 34만원)도 못 받는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일용직 노동자)들이 2억명이 넘지만 1만 위안을 호가하는 호텔의 크리스마스 파티 예약권이 동나고 있는 게 지금의 중국 사회다. 중국 지도부가 12·5 규획에 지역·도농·계층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담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임계점에 도달한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중국 사회가 폭발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담겨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10년 만에 ‘톈안먼 사태’라는 큰 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인들은 민주화 요구뿐 아니라 치솟는 물가로 인해 대거 거리로 뛰쳐나왔다. 개혁·개방의 성과를 일부 특정 계층만 향유한다는 불만이 축적돼 있었다. 지금 중국은 분배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후 주석 등 현 지도부의 역할은 2년 뒤까지만이다. 나머지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으로 대표되는 5세대 지도자들의 몫이다. 12·5 규획의 첫해를 지니계수 0.5 상황에서 맞게 되는 중국의 현재·미래 지도자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stinger@seoul.co.kr
  • [서울광장] 대북정책 강온 포트 폴리오 다시 짜야/구본영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대북정책 강온 포트 폴리오 다시 짜야/구본영 수석논설위원

    며칠 전 외신을 타고 온 한 장의 야경(夜景) 사진에 ‘필’이 꽂혔다. 미국 해군연구소가 지난 10월 말 촬영한 한반도 위성 사진이다. 중국과 일본의 환한 밤풍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남쪽 전역도 휘황한 불빛에 휩싸여 있었다. 이에 비해 북녘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다. 아스라이 먼 은하계의 별빛처럼 평양에서만 희미한 빛이 보일 뿐이었다. 분단 65년간 남북의 궤적을 극명하게 보여준 단면도였다. 하기야 불야성(不夜城)을 이루는 남쪽 도시엔들 어디 부조리와 문젯거리가 없으랴. 하지만 대한민국 밤의 조도는 세계 11∼14위권의 국내총생산에 필적한다. 반면 낮엔 강성대국의 깃발로 뒤덮이지만, 밤엔 전등 하나 켤 여력도 없어 암흑 천지로 변하는 게 조선인민공화국의 남루한 초상화다. 사실 북한식 주체경제는 이미 파산상태다. 주민들에 대한 식량배급을 포기한 마당에 더 이상 사회주의 체제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에너지와 식량 등 중국이 놓아주는 수액주사와 남한과의 경협으로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를 아예 모르진 않을 게다. 오히려 그런 절망적 상황 때문에 핵개발에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시찰했던 미국의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는 최근 “북한이 당장에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북을 상대로 통일을 추구해야 하는 게 남의 비극이다. 부시행정부 때 북한을 다뤘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 사람들이 이상하긴 해도 미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북 수뇌부의 입장에선 핵위협이나 대남 무력 도발도 세습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사력을 다한 곡예일 뿐이란 얘기다. 우리의 수병 46명을 수장시킨 북의 천안함 폭침이 그런 엄연한 현실을 일깨웠다. 생때같은 젊은 해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희생된 연평도 사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대북 접근법과 통일 전략을 전면 재점검하라는 경보음이란 점에서다. 그런 맥락에서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언급을 주목한다. 얼떨결이었는지, 작심한 건지는 모르나 필자는 사안의 정곡을 찔렀다고 본다. 당내 지지기반을 잃을까봐 그의 측근들은 “햇볕론의 포기가 아니다.”라고 곧 물타기에 나섰지만…. 햇볕정책은 본래 이솝우화를 빗댄 수사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찬바람이 아닌 따스한 햇볕”이란 함의는 남북관계 개선에 ‘일정 부분’ 주효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수조원을 들여 햇볕을 쪼였지만, 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진 못했다. 북이 개혁·개방을 택해 옷을 벗긴커녕 핵·미사일 개발로 겹겹이 갑옷을 껴입고 있는 형국 아닌가. 한 북한 전문가의 지적처럼, ‘선샤인(Sunshine) 정책’이 북을 무장해제하는 게 아니라 김정일의 구두 광을 내는 ‘슈샤인(Shoeshine) 정책’이 돼선 곤란한 일이다. 이쯤에서 서독이 주도한 독일 통일의 교훈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동서독 교류를 강조한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만을 통독의 견인차로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동방정책 이상으로, 시장경제 강화와 서방과의 결속을 통한 경제·군사력의 대 동독 우위를 추구한 아데나워 총리의 서방정책이 통일의 밑거름이었는데도 말이다. 까닭에 새로이 정립해야 할 대북 정책 패러다임도 단선적이어선 안 된다. ‘햇볕’(교류·협력)과 ‘찬바람’(힘의 우위·도발 억제), 즉 강온을 적절히 배합한 정책 포트폴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개인의 자산관리 때도 분산 투자하면서 민족공동체의 명운이 걸린 남북관계를 다루면서 외골수 정책으로 위험을 자초할 이유는 없다. 전쟁이 아니라면, 가용한 모든 정책을 입체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대북 지원을 하되 북한정권보다는 주민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북한체제를 변화시켜 나가는 데 주력할 때다. kby7@seoul.co.kr
  • “긴급조치 1호 유신헌법에도 위배”

    “긴급조치 1호 유신헌법에도 위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만장일치로 대통령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은 사법부가 긴급조치를 부정한 첫 심판이다. 대법원은 1975년 긴급조치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35년 만에 이를 바꾼 것이다. 유신헌법 아래에서 이를 합헌이라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들을 폐기했다는 점에서 사법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재판부는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가급적 존중돼야 하지만, 통치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이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면서 “긴급조치 1호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 밝혔다. 이어 “긴급조치 1호는 현행 헌법은 물론 발효 근거를 뒀던 유신헌법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특이하게도 긴급조치 1호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아닌 대법원이 심사했다. 헌재의 위헌심사 대상이 되는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긴급조치는 국회의 입법권 행사가 없었던 만큼,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권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에 속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대법원의 이번 위헌 판결은 해당사건에만 제한된다. 반면 헌재의 위헌 결정은 해당 법률의 효력을 정지시켜 파급력이 더 크다. 전원합의체의 이번 판결은 재심을 할 때 범죄사실에 적용할 법령이 이미 폐지된 경우 면소를 선고하는 그동안의 사법부 원칙을 바꿨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재판부는 “형벌에 관한 법령이 폐지됐더라도 애초부터 헌법에 위반돼 효력이 없는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무죄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를 대법원이 처음으로 밝힌 것도 의의를 지닌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 제53조를 근거로 1974년 1월 8일 오후 5시 발동됐으며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하는 행위를 일절 금한다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한 행위를 일절 금한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년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된 589건의 사건을 모두 조사했는데, 282건(48%)이 술을 마시거나 수업을 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및 유신 체제를 비판한 것이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리처드슨 美주지사 방북

    리처드슨 美주지사 방북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16일 오후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 고려항공 편을 이용해 평양으로 들어갔다.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초청에 따라 개인 자격으로 방북한 리처드슨 주지사는 비행기 탑승 전 기자들과 만나 “미 정부의 메시지를 갖고 가지는 않는다.”면서도 “방북 기간에 북한의 통치자들로부터 한반도 긴장을 낮추겠다는 메시지를 받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지금 대전청사에선…] 또 청렴도평가 하위권… 특허청 한숨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와 관련, 특허청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산림청의 ‘나도 한마디’ 코너가 직원들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패소지는 없는데 결과는 꼴찌 외부 및 종합 청렴도는 ‘매우 미흡’, 내부 청렴도는 ‘보통’. 2010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성적표를 받아든 특허청 담당 부서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해마다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부패 개연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면서도 종합 청렴도는 낮게 나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허청은 부패·투명성 등 평가항목 중 부패지수는 매년 최고 점수를 받는다. 부패 소지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관성이 가미되는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는 결과가 전혀 다르다. 특허행정은 심사와 심판으로 대표되는데 결과가 등록 또는 거절, 인용 또는 기각으로 명확하다. 그러면서 절차는 복잡하다. 조사 대상 출원인이나 변리사 중 거절 및 기각 경험이 있는 민원인은 심사·심판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불만도 크다. 연간 출원건수가 30만건에 달해 타 부처와 비교해 표본도 광범위하다. 한 관계자는 “획일적인 조사방식의 개선을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다 보니 청렴하지 않은 기관으로 낙인 찍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산림공무원들 연말 훈훈한 나눔 산림청 인트라넷(내부 정보통신망)의 ‘나도 한마디’ 코너가 소통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직원들의 애경사 및 신변잡기성 글들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산림인력개발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사연이 주목받았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올린 글에는 위암 수술을 받고 복귀했는데 이번엔 아내가 쓰러져 간 이식을 받고 투병 중이라는 것. 사연을 접한 어느 직원의 긴급 제안에 800여만원을 모금해 전달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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