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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새 법무 인선기준은 공정선거·검찰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변경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한 김준규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이 임박한 가운데 새 법무장관에 누가 기용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관리를 책임지는 자리에는 국민의 눈에 공정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인물이 기용돼야 한다.”며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기용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비슷한 여론이 감지된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인사의 기용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에서조차 법무장관에 민정수석을 앉히지 않았던 것은 ‘법 집행의 중립성’이라는 대의를 거스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최측근인 문재인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앉히려다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접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은 그때 ‘코드 인사’ ‘오기 인사’라며 맹비난하지 않았던가. 청와대는 검찰 경험이 전혀 없는 문 전 수석과 대검 차장 출신인 권 수석은 ‘경력’ 면에서 다르다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그럼 판사 출신의 역대 법무장관에 대해서는 뭐라 할 것인가. 올 초 감사원장 후보에 지명됐다가 13일 만에 스스로 물러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전관예우 외에 ‘감사원 중립’이라는 벽에 좌초된 것으로 봐야 한다. 각료 기용은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인사권도 상식과 정도를 벗어나선 안 된다. 대통령이 신임하는 참모 출신이어야 통치철학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다는 믿음부터 버려야 한다고 본다. 법무장관은 엄정한 법 집행을 관리·감독하는 자리다. 더구나 김준규 총장의 사퇴 파동을 거치면서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 사이에서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새 법무장관의 인선 기준은 내년 양대 선거의 공정한 관리와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찰 권력을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시야를 조금만 넓힌다면 이러한 과제들을 강단 있게 해낼 인물은 얼마든지 있다.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와 같은 냉소적인 평가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 디지털 세상, 망각의 자유 許하라

    아날로그 세계에선 ‘시간’과 ‘망각’이 만병통치약으로 군림했다. 제아무리 고통스러운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치유됐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만병통치약도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영화 해리 포터 ‘혼혈왕자’ 편에서 덤블도어 교장이 머릿속 기억의 편린을 마법 지팡이로 끄집어 내던, 그 징그러운 장면을 기억하는가. 철없던 시절의 범죄 기록이 인터넷 속 예전 신문기사에는 고스란히 남아있고, 다른 이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옛 애인과의 사진은 지우려야 지울 수 없다. 덤블도어의 지팡이처럼 언제 어디서든 불편한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조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연습생 시절 ‘마이스페이스’에서 친구와 주고받은 한국 비하 발언이 뒤늦게 불거져 2PM에서 탈퇴한 박재범의 사례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디지털 기술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빅토르 마이어 쇤베르거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교수가 2009년 쓴 ‘잊혀질 권리’(구본권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는 디지털 환경에서 지워지지 않는 기록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원제는 ‘Delete’다. ‘잊혀질 권리’는 소셜네트워크가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시대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잊혀질 권리’의 핵심은 개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과 사진 등 정보들에 대한 통제권을 개인에게 귀속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사 이래로 인류에게는 망각이 일반적이었고, 기억하는 것이 예외였다.”며 “하지만 디지털 기술과 전 지구적 네트워크 때문에 균형이 역전돼 망각은 예외로, 기억은 일반적인 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울러 인류 역사 속에서 기억과 망각이 갖는 의미의 변화를 살펴본 뒤 ‘완벽한 기억’이 왜 위험한지 설명한다. 디지털 세상의 완벽한 기억은 첫째, 총체적인 ‘감시사회’로 이끌어 “감시당하는 사람에게서 감시하는 사람에게로 권력을 이전”시킨다. 둘째, 인간의 의사결정에서 망각이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을 무력화한다. 망각은 인간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수용하며 사회가 구성원을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줘 사회가 변화에 열린 채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데, 디지털 기억이 이런 기능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안으로 디지털 정보 만료일을 주장한다. 사용자들이 디지털 정보를 입력할 때마다 망각일을 설정해 컴퓨터가 만료일에 도달한 파일을 삭제하게 함으로써 ‘지속되는 기억’에서 인간이 ‘통제하는 망각’으로 기본 값을 되돌리자는 것이다.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황금 여신상· 다이아 주머니… 印 사원 23조원 보물 ‘화수분’

    황금 여신상· 다이아 주머니… 印 사원 23조원 보물 ‘화수분’

    16세기에 지어진 인도 남부의 한 힌두교 사원에서 수 세기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황금과 다이아몬드, 보석으로 장식된 황금 동상 등 220억 달러(약 23조 6000억원) 상당의 보물들이 무더기로 발견돼 인도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사원과 인도 주정부 관계자들은 케랄라주의 주도인 트리반드룸에 있는 스리 파드마납하스와미 힌두 사원 지하 저장고에서 다이아몬드 1000개가 박힌 황금동상, 루비가 박힌 높이 1m의 황금 힌두 여신상, 10만여개의 황금 동전(무게 약 1t), 다이아몬드가 가득 든 주머니, 루비와 에메랄드 등 온갖 진귀한 보물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황금 의자 400개, 길이 5.5m에 무게가 34㎏이나 나가는 거대한 황금 목걸이, 황금실로 짠 밧줄, 황금 항아리 450개 등 발견된 보물 목록은 끝이 없다. 현재까지 인도 사원들에서 발견된 보물 규모로는 최대다. 사원 관계자들은 “보물들은 대부분 열성 신도들이 헌납한 것이거나 옛 트라반코어주 통치자가 사원에 쌓아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힌두 사원은 옛 트라반코어주 왕족들을 위한 사원으로 지하에 모두 7개의 저장고가 있다. 이 가운데 5개는 1950년대에 폐쇄됐고, 나머지 2개는 1872년 이후 세상과 단절됐다. 이번에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어마어마한 보물들이 발견된 곳은 바로 1872년에 폐쇄된 뒤 139년 만에 열린 ‘보물창고’다. 힌두 사원의 지하 보물창고 개방은 이 지역 변호사가 사원을 상대로 보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 이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며 소송을 낸 것이 계기가 됐다. 인도 대법원은 7인 발굴위원회를 구성토록 해, 인도 사상 최대의 보물발굴작업을 진두지휘토록 했다. 현재 발굴이 진행 중이어서 발견된 보물들의 정확한 규모와 문화재적 가치를 파악하려면 수 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며 보물의 가치는 현재 추정치인 24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현지 문화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사원 중 하나인 이 사원은 과거 트라반코어 왕국을 다스리던 왕에 의해 지어졌다. 스리 파드마납하스와미 사원은 주 정부가 관리하는 다른 케랄라주 사원들과 달리 지난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옛 트라반코어주 왕족들이 관리하고 있어 발견된 보물 처리 문제 역시 사원 내부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발견된 보물 규모가 워낙 어마어마하다 보니 이의 관리와 용처를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주 정부 대변인은 “신도들이 사원에 헌납한 것으로 보물은 사원 소유”라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는 보물이 발견된 이후 사원 주변에 100여명의 경찰을 배치해 경계를 강화했으며 폐쇄회로 카메라 등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설치해 보물들을 지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차베스 암투병 남미 정치지형에 변화 불러올까

    차베스 암투병 남미 정치지형에 변화 불러올까

     암 치료 중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병세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조기 퇴진 가능성마저 조심스레 점쳐지면서 중남미의 정치지형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99년 ‘볼리바르 혁명’으로 집권한 뒤 12년간 베네수엘라를 통치하며 중남미의 반미·좌파 동맹의 선봉에 섰던 그가 물러난다면 이 지역 급진 좌파 노선은 급속히 쇠퇴할 수밖에 없다.  차베스 대통령은 현재 암 수술을 받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한 병원에서 전화로 각료들을 원격통치하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민생 현장을 누비고 각료들에 국정 과제를 끊임없이 던지던 예전 모습과 판이하다. 또 외신들은 지난달 30일 TV 연설 때 등장한 차베스 대통령의 모습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말랐고 말에 힘이 없었다며 병세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카리스마로 국정 전반을 휘어잡던 차베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로 미뤄볼 때 그가 자리를 오래 비울수록 지도력도 크게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또 강력한 후계자가 없는 탓에 차베스 추종세력 내의 강·온 분파와 군부, 야권이 격돌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중남미 좌파 정권의 구심축 역할을 해온 차베스 대통령이 물러난다면 남미의 정치 지형도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역에서는 여전히 ‘좌파 바람’이 거세지만 차베스식 반미·급진 좌파는 날로 힘을 잃는 대신 브라질식 중도좌파가 세를 모으고 있다. 최근 페루 대선에서는 ‘차베스주의자’를 자처하다 ‘브라질식 모델’로 노선을 갈아탄 오얀타 우말라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미국의 외교관계 전문가 조엘 허스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차베스가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지형이 구조적 이동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네수엘라와 함께 남미 좌파의 양대축 역할을 해온 브라질도 차베스 대통령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최근 차베스 정권과 관계를 강화한 뒤 베네수엘라 교역을 통해 30억 달러(약 3조 2000억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만큼 경제적으로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孫·鄭의 설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1일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당 정체성과 공천 등을 둘러싸고 당내 계파 갈등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달 28일 손 대표가 간 나오토 일본 총리를 만나 “북한의 인권·핵·미사일 개발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말한 데 대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워딩(2007년 2월 미국 하버드대 강연)”이라면서 “기존의 당 노선과 상치되는 부분으로 민주정부 10년의 햇볕정책에 수정을 가한다는 변형된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이 ‘원칙 없는 포용정책’ 아니냐는 오해를 부른다는 점에서 당원들에게 설명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또 KBS 수신료 인상안,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당내 혼선을 거론하며 “당 정체성에 심대한 위해를 주는 결정으로 당의 노선·정책 변화에 필요한 의견 수렴절차가 빠져 유감”이라고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손 대표는 반격했다. 그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북한)개방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종북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북의 세습이나 핵개발을 찬성·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는 손 대표의 발언까지 들춰내며 “외국 정상과 얘기한 거라 지적했는데 종북진보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표현이며 취소해 달라.”고 항의했다. 손 대표는 “다음에 하자.”며 잘랐다. 작심한 듯한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내년 총선, 대선 공천방식 결정을 앞두고 손 대표를 견제하면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시도로 당내 계파 갈등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당내 소통 등과 관련해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모나코 예비 왕비 ‘세기의 결혼식’ 앞두고 도망 시도

    모나코를 통치하는 알베르(53) 국왕의 약혼녀 샤를렌 위트스톡(33·남아공)이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고향으로 도망치려다 붙잡혔다는 주장이 나와 모나코 왕실이 한바탕 소란에 휩싸였다. 모나코는 ‘세기의 결혼’으로 불리는 이번 혼례 준비에 5000만 파운드(약 860억원)를 쏟아부으며 심혈을 기울여 왔다. 위트스톡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편도 항공권을 들고 프랑스 니스 공항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몰래 출국하려다 모나코 왕실 경찰에게 제지 당했다고 프랑스 주간지인 렉스프레스 인터넷판이 28일 보도했다. 그는 남편이 될 국왕의 복잡한 사생활에 대한 새로운 ‘비밀’을 듣고 깊은 좌절감에 빠져 도망가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선수 출신인 위트스톡은 알베르 국왕의 어머니인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와 비교될 만큼 빼어난 외모로 주목 받아 왔다. 그는 경찰 등의 만류로 마지못해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으나 결혼 뒤에도 왕비로서 공식적인 역할은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렉스프레스는 전했다. 모나코 왕실은 국왕의 결혼식을 불과 이틀 앞두고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면서도 왕실 측 변호인은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국왕이 단단히 화가 났다.”며 “이 주간지에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진위 여부를 떠나 이번 보도로 잔치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질까 봐 우려하는 눈치다. 알베르 국왕과 위트스톡의 결혼식은 30일 록그룹 이글스의 콘서트를 시작으로 사흘 동안 거행될 예정이다. 결혼식에는 유럽 각국의 왕족들을 비롯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모델 나오미 캠벨, 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 데스먼드 투투 대주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우리나라의 피겨 스타 김연아와 조양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 등도 알베르 국왕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임을 감안해 결혼식에 참석한다. 보도의 사실 여부를 떠나 보도의 파장이 워낙 커 결혼식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영국의 메일 인터넷판이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中 공산당 90주년] ‘中공산당 현재·미래’ 문답

    “중국 공산당도 승자의 함정에 빠졌나.” 두 자릿수 경제 성장으로 일당 독재의 명분과 정당성을 쥐어 왔던 중국 공산당이 번영의 성취에 따른 국민들의 욕구 분출이라는 부메랑을 맞으면서 갈등하고 있다. 문답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중국에서 공산당의 위상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중국은 공산당이 창당한 뒤 30년 가까이 지나서야 국가(중화인민공화국)가 세워졌다. 흔히 ‘말 위에서 총으로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때문에 공산당의 주인의식은 강렬하다. 초기 지도자들은 당원이자 정부 고위 관료이며, 군인인 ‘3위일체형’ 지도자들로서 나라를 지배해 왔다. 지금도 군과 정부, 기업과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당원이고, 공산당은 주요 조직마다 별도 조직을 갖고 영향을 끼친다. ●공산주의를 포기한 것 아닌가 1978년 덩샤오핑이 극좌파들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한 뒤 개혁개방 정책을 펼쳤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해 왔다. 외국 투자 유치, 수출주도형 경제, 농촌 희생과 저임금에 기반을 둔 산업화 등 박정희 시대의 개발독재를 닮은 경제정책을 펴 왔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정치 시스템이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할 뿐이다. 자본주의로 길을 바꿨지만 표지판은 여전히 공산주의를 표시하고 있는 ‘간판만 공산주의’란 주장도 비아냥만은 아니다. ●‘간판’ 공산주의 유지가 되나 원칙적으로는 사회주의 이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회·경제상황으로 인해 사회주의 실현을 미뤄 놓은 ‘사회주의 초급단계’로 합리화했다. 최근 들어 ‘중화민족’이라는 개념을 내세운 편협한 민족주의에 기대는 경향이 커졌다. 장쩌민의 ‘3개 대표론’ 발표 이후 자본가와 기업인들에게도 공산당의 문호를 열었다. 젊은 세대 충원과 정권 교체도 순조로워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당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오쩌둥 초상화는 언제까지? 대장정과 국공내전 속에서 지도력을 확립한 마오쩌둥은 신중국을 세운 핵심 인물이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실시했지만 “마오의 공은 칠, 과오는 삼”이라면서 그의 위상을 훼손시키지 않았다. 벌어지는 빈부격차 속에 공산당이 엘리트정당이 되고, 고위지도자들이 그들만의 서클을 만들어 통치하는 현대판 귀족정치 상황 속에서 오히려 마오에 대한 향수는 강해지고 있다. ●언제까지 생명력을 유지할까 타이완의 국민당이 지난 199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당 내부가 몇몇의 주요 인물을 따라 분열돼 다당제로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차기 당서기 겸 국가주석으로 내정된 시진핑 부주석과 ‘중국주식회사의 이사회’ 격인 차기 정치국의 상무위원 9인의 집단지도체제 실험에 미래가 달려 있다. 이들이 오는 2022년 시진핑 이후의 세대 교체와 권력 승계를 원만히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가 중국 공산당 및 중국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글로벌 시대] 미국과 탈레반의 동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미국과 탈레반의 동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 3만 3000여명의 미군을 내년 여름까지 철수시키는 것을 비롯해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군 규모와 향후 일정 등을 발표했다. 앞서 19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아프간 탈레반 반군과 예비회담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에서 점진적으로 발을 빼면서 탈레반과의 공존 의지를 밝힌 것이다. 2009년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는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벌여 놓은 아프간 전쟁을 계승했다. 아프간전 상황이 미국의 안전에 직결되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지만 오바마는 전임자와는 다른 정책의 변화를 시도했다. ‘전지구적인 테러와의 전쟁’ 및 ‘이슬람 과격주의’라는 타깃에서 ‘극단적인 폭력주의’ 분쇄로 목표를 옮겼다. 타깃의 범위를 줄이면서 보다 확실하게 처리하겠다는 뜻이었다. 과격 사상에 빠진 일부 무슬림들이 현실 세계에 테러리스트로 등장하는 것을 막아 보자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를 총과 칼을 넘어선 이데올로기와 의식의 전쟁을 통해 달성해 보자는 시도도 담았다. 2009년 6월 카이로대학에서 행한 오바마의 연설에 이 같은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오바마는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극단적인 폭력주의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대다수 이슬람국가와 무슬림들에 대해선 편견의 굴레속에 넣어서 대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슬람국가들과의 관계발전도 강조했다. ‘아프간인에 의한 아프간 정책’도 진전됐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정부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시도한 것도 그 같은 노력 가운데 하나다. 미국 역시 끝이 없는 전쟁을 계속할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아프간에서 수렁에 빠져 버린 옛 소련의 전철을 뒤따르지 않으려고 경계해 왔다. 아프간에서의 철군 결정이 부시 전 대통령이 세운 목표들(테러활동 근거지를 없애고, 탈레반 무장세력을 축출한다는)을 달성했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빠져나갔을 때 아프간은 다시 탈레반의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다시 테러 근거지로 활용될 우려도 크다. 미국이 심어 놓은 카르자이 정권은 겨우 수도인 카불 주위에서만 통치권을 행사하는 최약체 정부이다. 국토의 80%가량이 탈레반이나 탈레반에 우호적인 지방군벌들에 의해 장악돼 있다. ‘농촌이 도시를 포위한 상황’이 전략 구도다. 카르자이는 대통령이 아니라 카불 시장이라는 조롱이 단순한 우스개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카르자이 정부의 능력뿐 아니라 도덕성과 내부 갈등 및 혼란도 외국군의 철수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인다. 정치 부패, 부족 간 갈등과 알력 등은 탈레반의 귀환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10년간 심혈을 기울인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급 결과도 미미하다. 탈레반의 이슬람교법은 아프간 대부분의 지역에서 통용되고 있다. 테러의 토양이 되는 사회경제적 조건도 달라지지 않았다. 빈곤과 낙후, 불평등과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국제사회는 테러와의 전쟁의 성과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관건은 탈레반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탈레반의 미래와 지위를 인정해 주는 데 있다. 지난 17일 미국과 국제 사회는 이와 관련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디뎠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한 제재 조치를 분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제연합은 이날 이와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탈레반이 알카에다와 관계를 정리하고 발을 끊을 때 국제사회로의 복귀 등 미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알카에다의 주요 목표는 전 세계에서 서방세력과의 성전을 전개해 이슬람국가, 종교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반면 탈레반의 목표는 자기 나라 안에 맞춰져 있다. 이미 미국과 카르자이 정권은 탈레반과 협상을 시작했다. 미흡하지만 그래도 실마리를 찾아가는 아프간 문제의 새 발걸음에 기대를 걸어 본다.
  • 마야제국 비밀 풀리나?…초소형 카메라로 유적 발굴

    1500년 이상 된 것으로 보이는 마야문명의 한 유적지가 12년 만에 발굴 작업에 들어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에 있는 팔렌케 유적지에서 고고학자들이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탐사한 내부 모습이 최초로 공개됐다. 멕시코 국립인류역사연구소(INAH)에 따르면 이 유적은 지난 1999년 처음 발견된 왕가의 무덤으로, 통로가 워낙 좁아 유적의 훼손을 우려해 지난 12년간 보호됐다. 무인 카메라가 유적 아래로 5m​ 가량 내려갔을 때 연구팀은 모니터를 통해 붉은 바탕에 검은색 물감으로 그려진 벽화를 볼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벽화가 마야 문명을 재조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성냥갑 크기만 한 원격제어 카메라를 좁은 수직 통로 아래로 내리는 방법으로 무덤 발굴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 카메라는 내부에서 장례식 복장 일부로 생각되는 비취와 조개껍데기 조각과 함께 선홍빛 벽에 그려진 아홉 점의 검은 벽화를 공개했다. 하지만 인근 지역의 다른 무덤들과는 달리 석관은 발견되지 않았다. INAH 측은 “조각난 유골을 보면 시체를 바닥의 돌 위에 직접 눕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이 무덤은 AD 431~550년 사이의 것으로 보이며 팔렝케의 첫 번째 통치자였던 K’uk Bahlam I(431~435)의 것으로 의심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또 다른 이론은 이 무덤도 팔렝케의 초기 여성 지배자인 Yohl Ik‘nal(583~604)의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고학자 마사 쿠에바스 “다른 매장지에서 근접한 이 무덤은 왕실 공동묘지의 일부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팔렌케유적은 마야 문명 중 가장 번성한 도시 국가인 팔렝케의 대규모 유적지로 7~8세기까지 번영하다가 몰락해 잊혀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반핵’ 앞장 선 폴링의 주체적 삶 오롯이

    노벨상 수여는 1901년부터 시작됐으니 110년의 역사을 갖고 있다.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영광조차 간절한가 하면 두 번씩 받은 이도 있다. 이제껏 딱 네 명뿐이다. 퀴리 부인으로 잘 알려진 마리 퀴리, 존 바딘, 프레드릭 생어, 그리고 라이너스 폴링이다. 모두 물리학자 또는 화학자로 해당 분야에서 쌓은 각기 다른 업적을 인정받은 결과다. 단 한 명의 예외가 있다. 라이너스 폴링(1901~1994)이다. 그는 20세기 화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저서 중 하나로 꼽히는 ‘화학 결합의 본질, 분자와 결정 구조’로 1954년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냉전의 복판을 살며 ‘공산주의자’라는 매카시즘적 비난을 무릅쓰고 원폭 반대, 핵실험 반대 운동을 펼친 공로로 196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라이너스 폴링 평전’(테드 고어츨·벤 고어츨 지음, 박경서 옮김, 실천문학 펴냄)은 결코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은 화학자이면서 적극적인 사회적 행동을 펼친 폴링의 삶을 꼼꼼하고도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순수과학은 직접 의도하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고 이바지한다. 그러나 치열한 현실과 대면하며 실천적 지성의 형태를 띠기란 쉽지 않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운영한 731부대의 잔혹한 생체실험을 진행한 의학자, 생물학자들이나, 이 연구 결과를 그대로 가져가 생화학무기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 미국의 과학자들에게는 ‘순수한 연구 열정’만이 가득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 원자폭탄 제조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아인슈타인 등 역시 과학이 현실 정치와 불화했던 또 다른 대표적 사례다. 폴링의 삶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을 끝맺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보며 과학자로서의 양심과 사회적 책임을 절실히 느껴 반전 운동을 결심한다. 아인슈타인이 의장으로 있던 핵과학자 비상위원회에 가입해 핵무기 사용을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고, 전 세계 과학자 1만 1000명에게 편지를 보내 핵실험 금지 서명을 받아냈으며, 핵실험에 의한 방사능 낙진 위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여권 발급이 거부됐고, 공산주의자 색출 명목으로 미 상원에 소환되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미국에서 매카시즘 광풍의 희생양이 됐을 뿐 아니라 소련에서도 비난을 받아야 했다. 소련의 핵실험 또한 거세게 비판한 탓이었다. 냉전의 기운이 걷히고 미·소 핵협정이 이뤄지자 폴링의 반핵운동은 비로소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소련의 최고훈장인 레닌상까지 받게 됐다. 사실 그는 ‘비타민C의 아버지’로 더 유명하다. 그는 ‘비타민C가 암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전역에 비타민C 신드롬을 일으켰다. 과학자로서의 삶과 연구 내용을 비로소 대중적이면서도 공공적인 부분에 직접적으로 접목시킨 것이다. 평전은 고어츨 가문에서 3대에 걸쳐 30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취재하며 쓴 ‘폴링 평전의 정본’으로 통한다. 2만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호통치려고 대기업 총수 청문회에 부르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대·중소기업 상생 공청회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출석시키기로 했다. 허 회장이 정치권의 감세 철회 및 반값 등록금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경위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환경노동위는 한진중공업 노사분규와 관련해 조남호 회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사안의 성격상 파문이 큰 만큼 국회가 개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식이 문제다. 대기업 총수를 잇따라 불러들이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호통치고 망신 주는 쪽으로 간다면 곤란하다. 두 사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수주 실적 전무(全無)라는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노동자 170명을 정리해고하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사측은 정리해고 다음 날 수백억원의 배당잔치를 벌이고, 임원 연봉도 올리는 등 부도덕성 논란을 자초했다. 노조가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6개월째 파업으로 이어지면서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는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만큼 국회가 나설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허 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그 내용이 옳으냐, 그르냐는 별개의 문제다. 포퓰리즘 공방은 정치권이나 정부, 언론만의 몫이 아니다. 재계도 얼마든지 주장을 펼 수 있다. 이를 놓고 경위를 따져 묻는다는 것은 국회의 횡포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외면하고, 친기업 정책의 단물만을 빼먹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회가 반기업적인 정서에 편승해 대기업 총수를 심판대에 앉히려는 듯한 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권은 툭하면 대기업 총수를 국회로 불러들이려는 권위적 발상을 거둬야 한다. 환노위는 어제 조 회장이 출석을 거부한 가운데 진행됐다. 조 회장이 일본 출장을 핑계로 댄 건 떳떳한 자세가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청문회 철회를 요구하며 방패막이로 나섰지만 사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허 회장의 경우 지식경제위가 허 회장에게 청문회에 출석해 견해를 밝힐 의향이 있는지를 먼저 묻는 게 온당하다. 대기업 정책과 관련해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맞장토론을 제의했다. 정치권과 재계 간에 치열한 토론은 필요하다. 단, 청문회가 아니라 서로 동등한 위치여야 한다.
  • [문화마당] 귀농인과 귀예인/공선옥 소설가

    [문화마당] 귀농인과 귀예인/공선옥 소설가

    어린 시절 동네에 들어온 곡마단이 잊히지 않는다. 서커스단, 혹은 쇼단이라고도 했다. 이수일과 심순애 같은 음악극도 하고, 마술·줄타기·차력 같은 서커스도 하는 종합예술가들이 이따금 마을 공터에 나타나곤 하였다. 그들은 종이 메가폰으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주민 여러분 오늘밤…”을 외치며 조무래기들을 뒤에 달고 골목을 누볐다. 물론 그들은 문화와 예술뿐 아니라 약도 팔았다. 정말 약인지 어쩐지는 알지 못해도 사람들은 그들이 들려준 노래, 그들이 보여준 굿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만병통치약’을 하나씩 사게 마련이었다. 사람들은 명절 뒤끝이나 국경일을 즈음하여 ‘콩쿠르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나뭇가지와 꽃 같은 것으로 무대를 그럴싸하게 꾸미고 마을에 있는 악기란 악기는 총동원하여 팡파르를 울리고 사람들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재담이면 재담 같은 것으로 각자 가지고 있는 끼를 발산하였고 부상으로 나누어 주는 플라스틱 바가지, 양은솥 따위를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린 채 받아 가곤 하였다. 아무리 작은 고을이어도 읍내에는 극장이 두어 개는 있게 마련이었다. 시골사람들은 장에 간 길에 극장에도 들러 당대의 영상문화를 즐겼다. 까막눈 우리 엄마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마부’를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추억했다. 그것을 보던 날의 행복을 반추했다. 그 모든 풍경은, 그 모든 추억은 농촌이 ‘잘살기’ 이전 시절의 풍경이고 추억이다.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농촌에 소위 ‘소득증대사업’의 일환으로 비닐하우스가 생기고 축사가 생기고 공장이 지어지는 동안, 그래서 농촌에 돈이 많아지고 텔레비전을 사고 차를 사는 동안 ‘문화와 예술과 약’을 팔던 그 종합예술가들은 더 이상 시골에 오지 않게 되었다. 잘살아야 하니까 소득증대 사업을 벌였고, 그 덕분에 텔레비전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는 더 이상 마을에서 콩쿠르대회는 열리지 않았다. 어쩌다 연다 해도 예전처럼 재미나지가 않게 되었다. 콩쿠르대회에 나온 사람들이 예전처럼 자신만의 재주를 자신만의 기량으로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도 모르게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 흉내를 내기 때문이었다. 읍내의 극장들도 사라졌다. 잘살아 보자고 지붕 개량도 하고, 마을길도 넓히고, 신작로도 아스팔트로 바꾸고, 새집도 짓고, 농기구가 아닌 농기계를 들여서 일이 편해졌는데도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은 잘살아 보려고 하면 할수록 빚이 늘어났다. 이름하여 ‘농가부채’는 이제, 그 자체로 고유명사가 되었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는 그 기묘한 조화 속에 사람들의 가슴이 짓눌리는데, 혹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주민 여러분’을 누가 외친다 한들 문화와 예술을 제대로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빚을 갚으려면 일을 해야 하니 시간은 없고 몸은 피곤해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오락’을 ‘유일한 문화’로 여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군 단위에 문화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문화원들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농촌사람들이 언제까지나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일방적 영상을 바라보는 것을 유일한 오락거리, 유일한 문화생활로 여기며 살아야 하는가. 이제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귀농인’뿐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이야말로 ‘귀예인’이 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각 지역의 문화원에서 그 ‘귀예인’들을 적극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길 바란다. 그래서 그 예술을, 그 예술인을 만나고 싶으면 도시 사람들이 예술인이 살고 있거나 그 예술이 펼쳐지고 있는 시골로 찾아가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문화와 예술 한번 즐기려면 도시로 가야 하는 이런 ‘문화’, 이젠 정말 신물이 난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이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단체장이 나서서 문화와 예술로 ‘소득증대사업’ 한번 해보기를 권한다.
  • 국가직 7급 D-30 영역별 마무리 전략

    국가직 7급 D-30 영역별 마무리 전략

    올해 국가 및 지방직 9급 공채 필기시험은 모두 끝난 반면 국가직 7급 공채 수험생들은 30일 앞으로 다가온 필기시험(7월 23일 시행)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모두 461명을 최종 선발하는 올해 7급 공채 시험에는 5만 6561명이 지원해 평균 123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승부를 예고했다. 서울신문은 공무원 시험 전문 에듀스파와 함께 남은 기간 눈여겨봐야 할 분야를 알아봤다. ●새로운 내용 암기보다 매일 1회씩 모의고사 수험 전문가들은 시험이 한 달가량 남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내용을 암기하기보다는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모의고사를 통해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부터는 모의고사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면서 실수를 줄여나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두선 남부행정고시학원 국어 강사는 “독해는 감각을 잃지 않도록 하루에 4~5개의 지문을 꾸준히 읽고, 풀어봐야 한다.”면서 “이때 문제에서 요구하는 부분만 빨리 찾아보며 시간을 줄이는 요령을 몸에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법은 띄어쓰기와 표준발음, 어법, 표준어·맞춤법, 시제, 사동·피동을 중심으로 정리할 것을 권했다. 또 “국문학사는 크게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한문은 기본서에 나와 있는 격언이나 속담과 관계 있는 문장을 반복적으로 보며 눈에 익혀두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영어 “다독과 속독이 관건” 영어는 2007년 국가직 시험 문제가 공개된 이후부터 출제 방식과 분야별 출제 비중 등에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2~3년간의 출제 경향과 수준을 미리 눈여겨봐 둔다면 올해 7급 시험의 출제 경향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7급 시험은 어휘 관련 2문제, 숙어 1문제, 문법 4문제, 영작 3문제, 생활영어 2문제, 독해 8문제로 구성됐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유형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이 가운데 독해 문제의 비중이 다소 커질 수도 있다. 심상대 영어 강사는 “최근 출제 경향을 보면 어휘와 숙어는 중급 수준으로, 문법은 평범한 수준으로 나오고 있어 평소 단순 암기가 아닌 이해를 토대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무난하게 답을 찾을 수 있다.”면서 “영작문제는 사실상 문법적인 내용을 묻는 문제가 중심이고, 약간의 숙어나 표현을 동반한 내용으로 구성되고 있어 문법과 숙어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에 나올 수 있는 시사 내용은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 지진과 쓰나미 등 환경 및 자연재해와 관련된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사 “근현대사 집중 공략” 한국사는 국가직과 지방직, 서울시 등 3번의 9급 공채 필기시험을 통해 7급 필기시험 문제를 예상할 수 있다. 한국사는 전통적으로 방대한 학습 분량으로 수험생을 괴롭혀 왔지만, 올해는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기본 개념에 충실한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7급 시험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우빈 한국사 강사는 “5000년 역사 중 150여년을 차지하는 근현대사는 20문제 중 통상 7~8문제로 출제 비중이 높은 만큼 이 시대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면서 “시대와 사건을 연계해 유기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 “독도가 역사적으로 왜 우리 땅인지 그 사료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에서도 독도와 울릉도를 조선의 땅으로 인정한 태정관 지령(총리훈령에 해당)을 비롯해 최근 고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실의궤, 유네스코 기록문으로 등재된 일성록과 5·18 관련 기록물 등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경제학 “체감 난도 높아질 듯” 경제학은 지난해 문제가 너무 쉽게 출제되면서 변별력 논란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올해는 다소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가장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과목이 경제학이다. 경제학은 지문의 길이가 길어지고 박스형 보기 문제가 많아지면서 시간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또 계산문제의 난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계산문제만 집중적으로 풀어보는 것이 좋다. 박지훈 경제학 강사는 “미시경제학에서는 완전대체재와 완전보완재의 효용 극대화와 계산문제를 정리하고 거시경제학에서는 이자율과 관련된 통화시장과 채권시장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학은 최근 판례와 헌법 조문을 중심으로 정리해야 한다. 황남기 행정학 강사는 “헌법 조문은 출제자가 함정을 만들기 가장 좋은 유형”이라면서 “특히 통치구조 관련 헌법조문은 최소한 10번 이상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도움말 에듀스파
  • “北 김정은 리더십 손상”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화폐 개혁 실패와 주택 건설 차질 등으로 리더십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 측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북한 동향을 설명했다고 정보위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이 전했다. 황 의원은 “김정은이 화폐 개혁에 실패했고, 주택 10만호를 건설하기로 했는데 500호밖에 짓지 못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이두아 의원도 “북한 당국이 주민 집단 반발에 대비한 특별기동대를 신설했고, 탈북자·행불자 가족 오지 격리 등 강압 통치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은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 공격을 지속적으로 자행하면서 농협 사태와 같이 특정 전산망을 파괴하는 본격적인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TV 3국 아침프로 MC들의 이얘기 저얘기

    TV 3국 아침프로 MC들의 이얘기 저얘기

     3개 TV의 프로 경쟁은 이른 아침의 모닝쇼에서 시작된다. 생방송으로 장장 1시간, 화제의 주인공들을 등장시키면서 얘기를 이끄는 게 고정 MC들인데 아차 실수하면 TV의 하루를 여는 아침 프로에 먹칠을 하게 된다. 이제는 스타 못지 않게 안방 식구에 낯익은 이들 모닝쇼 MC들, 그들이 털어 놓는 눈물 나고 땀 나고 소름 끼치는 얘기들.<대화 정리의 편의상 경어 생략> <말씀해 주신 분> 민창기(閔昌基·38·KBS 보도방송위원) 김준철(金準喆·39·MBC-TV 보도제작부장) 주수광(朱秀日+光) 유훈근(柳勳根·34·MBC-TV 보도국 제작국) 천명옥(千明玉·25·KBS 아나운서)  주수(朱秀)=더운데 시원한 얘기부터···.  민창(閔昌)=콜라 얘길 하지. 우량아 콘테스트에 뽑힌 두살짜리 꼬마손님한테 뭘 잘 먹었느냐고 물었더니 대뜸 『xx콜라』라고 대답하자나. 역으로 치면『xx콜라』먹어서 우량아 됐다는 얘기가 되는데 콜라 회사로 보면 몇백만원짜리 광고 선전을 해 준 거야. 저녁때 집에 들어가 보니까 콜라 회사에서 콜라 몇상자 듬뿍 갖다 놨더군.  김준(金準)=만병통치약 산삼에 얽힌 얘기도 방송가에 자자하던데.  민창(閔昌)=불로장생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랄까. 4백년 묵었다는 산삼을 캐온 강원도 한의사, 산신령과의 특별스런 교감(交感)에 의해 산삼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긴데-. 산삼을 캐낸 경위와 그 약효 얘기가 끝나자 방송 중인데도 전화가 빗발치는 거야. 말할 것도 없이 산삼을 사겠다는 청탁이었지. 놀랍게도 산삼 구매 희망자들 모두가 국내 유수의 재벌들이더군. 결국 치열한 경쟁 끝에 예상가의 몇배인 3백만원에 팔렸지.  유훈(柳勳)=그러고 보면 그 친구만 횡재한 셈이군.  민창(閔昌)=남 좋은 일 시킨 게 어디 그뿐인가. 미국서 온 지압술 의사였어. 이 친구 손놀림으로 웬만한 것은 모두 고친다는 거야.  마침 간밤에 잘못 잔 탓인지 목이 뻣뻣하다니까 손으로 몇번 누르면서 좀 어떠냐는 거야. 그래 좀 시원하길래 아, 좋다고 했지. 그런데 방송이 끝날 무렵 역시 전화가 불꽃 튀는 거야. 이번엔 환자들이 치료를 부탁한다는 간곡한 애원들이었지. 이통에 그날 떠나야 할 그 친구 4일이나 출국을 연장, 꼬박 동분서주 치료를 맡게 됐지. 나중에 들은 얘긴데 덕분에 그 친구 4백70만원이나 벌었다더군.  천명(千明)=전 병아리 보조MC라서 별 애를 먹지 않지만 진땀 흘리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은데요.  김준(金準)=뭐니 뭐니 해도 대담자가『그렇습니다』『아닙니다』식으로 대답을 잘라 먹는 때가 가장 진땀나지. 출연자들을 유형별로 나눠 보면「브리핑 형」「예·아니오 형」「꿍꿍이 형」「피아르맨 형」 등이지. 「예·아니요 형」은 3개의 질문으로 충분히 얘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데 이 친구는 어찌나 간단히 해버리는지 10개의 질문이 모자라는 거야. 그래 머리를 쥐어 짜 30개 가량의 질문을 퍼부었지.그런데도 시간이 남는 거야. 정말 환장하겠더군.  주수(朱秀)=비슷한 경우인데 난「꿍꿍이 형」때문에 진땀 뺀 일이 있지. 이 친구는 질문을 하면 대답 전에 꼭 「에···」를 습관처럼 사용하는 거야. 주어진 시간이 근 10분이었는데 거의「에···」로 시작해서 「에···」로 끝나 버린 알맹이 없는 대답이었지. 열이 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참을 수밖에.  민창(閔昌)=열통 나는 거 한가지 더 소개하지. 철두철미 아첨형이라고 할까. 어느 정도 사회적인 지위를 얻은 사람인데 꽤나 인사성이 밝았던 거 같아. ㅇㅇ에 계신 ㅇㅇ님, 그리고 ㅇㅇㅇ 의원님, 그리고 ㅇㅇㅇ 서장님 덕분에···운운··· 어찌나 많은 사람의 이름을 내세워가며 인사를 닦는지 정말 얼굴이 닳도록 민망하더군.  김준(金準)=대담 중 제일 무서운 호랑이는 철부지 어린 아기지. 다방서 결혼한 이색 부서가 갓난 아기를 데리고 나온 일이 있어. 그런데 이 아기가 어찌나 큰 소리로 울어 제치는지 식은 땀이 날 정도야.  방송 도중이라 밖으로 내보낼 수도 없고 좌불안석인데 보다 못한 부인이 용단을 내린 거야. 풍만한 젖가슴을 용감히 풀어 헤치고 젖으로 아기를 달래는 거야.  아찔하더군. 다행히 TV 스크린에 비치진 않았지만-.  주수(朱秀)=격조 높은 아침 프로가 전위프로로 둔갑, 망친 일도 있어. 전위 연극인과 전위 미술인이었는데 복장과 용모도 전위스타일이고 대답 역시 전위식이어서 꽤나 엉뚱한 비약들이지 뭐야. 전위가 그런 것(?)인지 미처 알았어야지. 동문서답 격인 대답을 통 알아들을 수 있어야지.  김준(金準)=눈치없는 얼떨결 질문 때문에 출연자를 무안 주는 수도 있지. 서너살짜리 꼬마를 데리고 온 신혼부인들한테 언제 결혼했느냐니까 부인 대답이 작년이라는 거야. 작년에 결혼한 여성이 서너살짜리 아이가 있다는 것은「속도위반」이 아닌가 말이야. 꼬마도 스크린에 줄곧 비쳤으니까 웬만한 시청자들은 알고도 남았을 게 아니냐 말야. 면목이 없더군.  민창(閔昌)=콧등 시큰한 얘기도 많지. 너무나도 유명한 강원도의 공피증 어린이가 나오던 날이야 마침 창경원엘 갔다 왔다기에 뭐가 제일 재미있었느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시원스레 노는 물개놀이라는 거야. 당시 두 다리를 잃은 그 소녀의 처지를 한번 생각해 보라구.『나에게 자유를 달라』는 처절한 절규처럼 가슴 저며오지 않는가를···.  김준(金準)=「고기」소리에 눈물을 뿌릴 뻔한 얘기라면 좀 우스울까? 서울구경 온 사치분교 어린이들, 그동안 서울서 무엇을 제일 맛있게 먹었느냐니까 거의 합창하다시피「불고기」라는 거야.  얼핏 아무 것도 아닌 듯 싶지만 그들의 그 가난과 연결시켜 볼 때 그저 넘겨 버리기엔 너무나 따갑게 들리더군.  민창(閔昌)=눈물 나던 얘기 또하나 할까. 현충일 프로에 등장한 중 3년짜리 남학생이었어. 전사한 어느 장성의 아들이었는데 상당히 똘똘하게 생겼어.『아버지의 죽음은 명예로운 전사』라고 설명하는 폼이 어찌나 당당하고 늠름하던지 거의 드라머틱한 분위기였는데 아버지를 잃고도 그렇게 밝기만 한 소년의 표정이 오히려 눈시울을 붉게 만들더군. 카메라 맨도 조명기사도 온통 모두가 그 소년의 당당한 표정에 감동되어 울컥 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지.  <정리 김정열(金正悅)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7월15일 제6권 28호 통권 제248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23년 철권’ 벤 알리 35년형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를 23년간 통치하며 철권을 휘둘렀던 엘아비디네 벤 알리(74) 전 대통령이 공금 유용 등의 혐의로 자신의 집권 기간보다 긴 35년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초 튀니지를 시작으로 북아프리카·중동 권역에 ‘재스민 혁명’이 불붙은 이후 최고권력자에게 내려진 첫 판결이다. 향후 이집트 등 다른 아랍권 국가 지도자의 처벌 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튀니지 형사법원은 20일(현지시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벤 알리 전 대통령에게 징역 35년과 벌금 5000만 튀니지디나르(약 388억원)를 선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또 사치벽으로 악명 높은 그의 부인 레일나 트라벨시 역시 징역 35년과 4100만 튀니지디나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열린세상] 6·25전쟁 이후의 남한과 북한/서재진 통일연구원장

    [열린세상] 6·25전쟁 이후의 남한과 북한/서재진 통일연구원장

    북한과 남한의 역사 발전의 차이는 6·25전쟁에 의하여 규정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향이 너무 크고 구조적이다. 북한에 6·25전쟁은 폐쇄체제와 군사주의적 특성을 재생산하고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핵 개발과 선군정치로 계승되고 있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6·25전쟁의 원인이자 동시에 6·25전쟁 이후에도 북한에 미친 가장 큰 변수의 하나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신화이다. 스칼라피노 교수에 따르면, 소련이 당시 소련 극동군 88정찰여단 지대장이었던 김일성 대위를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지명한 이유는 김일성이 소련에서 4년간 소련군의 지도와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하고 소련의 통제에 쉽게 따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련 군정이 해방 후 북한 내 여러 정파의 정치지도자들 가운데서 조만식과 박헌영 등을 배제하고 김일성을 선택한 것은 일본군에 대항해서 싸운 사람이 해방된 조선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이후부터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을 자신의 신화로 발전시켰고, 그 신화를 자기 권력의 명분과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불행히도,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신화가 6·25전쟁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북한 정권 초기에 북한에 들어와서 북한 건국에 참여하였다가 1957년 김일성에 의하여 다시 소련으로 추방된 정상진을 비롯한 소련파들의 증언에 의하여 밝혀진 사실이다. 김일성은 자신은 일제강점기 동안 항일무장투쟁을 한 사람인데 남한의 이승만 정권은 친일세력이라고 규정하고 남한을 친일세력에서 해방시킨다는 명분으로 6·25전쟁을 도발하였다고 한다. 김일성이 자신이 도발한 6·25전쟁을 ‘민족해방전쟁’이라고 일컫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25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해지자 주민들의 불만과 김일성 지도력에 대한 회의가 증대하고, 정파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김일성의 권력이 도전에 직면하자 항일무장투쟁 신화가 다시 김일성의 반격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을 한 사람이니 비판하거나 저항해서는 안 된다는 명분으로 6·25전쟁 이후 숱하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강제수용소로 보냈다. 김일성을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옹립하게 하고 6·25전쟁을 도발한 명분이 되었던 항일무장투쟁의 논리는 북한의 역사에서 지금까지도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통치 이데올로기로 활용하기 위하여 북한은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지속적으로 동원하였다. 항일무장투쟁의 국가이데올로기는 일본과의 적대정책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한 나머지 식민지배가 끝나고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가까운 지금에도 일본과의 적대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남한은 6·25전쟁 이후에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혼란이 4·19혁명, 5·16 군사쿠데타로 이어졌고 역사가 진보적으로 발전되었다. 북한과는 달리 6·25전쟁의 비극을 역사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였다. 6·25전쟁 이전의 국시는 항일이었지만 6·25전쟁을 계기로 항일에서 반공으로 바뀌어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6·25전쟁을 계기로 우리는 미국과도 긴밀한 동맹관계가 형성되었다. 우리가 일본과 수교하여 일본으로부터 기계·원자재를 도입하고, 우리의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으로 임가공하여 미국에 수출하는 수출주도형 국제분업 구도를 형성하여 고도경제성장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6·25전쟁 이후 대외관계의 변화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이후 한국은 10대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데 비해 아직도 항일 및 반미주의로 정권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고립을 감수하는 북한은 세계 10대 빈국으로 전락하였다. 우리 국민들은 6·25를 종결된 전쟁으로 생각하고 잊어 가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전쟁의 추억 속에서 살고 있다. 남한에 대한 도발과 그로 인해 군사모험주의라는 국제사회의 낙인을 더 강화하고 더 고립봉쇄당하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체제가 갖는 항일무장투쟁과 6·25전쟁의 관성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25전쟁 61주년을 계기로 남북을 비교해 보고 미래지향적 개혁·개방을 시도하기를 기대해본다.
  • 무바라크 위암 투병중

    지난 2월 시민혁명으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83) 전 이집트 대통령이 위암에 걸렸다고 그의 변호사가 20일(현지시간) 밝혔다. 파리드 엘 딥 변호사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위암으로 투병 중”이라며 “종양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했던 무바라크는 지난 2월 11일 권좌에서 물러난 뒤 시나이 반도의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칩거해 오다가 지난 4월부터 부정축재와 시위대 유혈 진압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무바라크는 조사 중 심장 발작을 일으켜 현재 병원에 연금된 상태이며, 오는 8월 3일에 그의 아들 알라, 가말과 함께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무바라크는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3월 독일에서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美, 알카에다는 죄고 탈레반은 살린다

    미국의 대테러 전략이 투트랙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중동 전역에 포진한 테러 집단 알카에다는 궤멸시키되 아프가니스탄의 전 정권인 탈레반 세력은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와 관련,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다른 나라의 협조를 받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회담을 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미국은 아프간을 통치하고 있던 탈레반 정권을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 침공해 권력에서 내쫓았다. 그런 탈레반과 협상을 도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프간 국민 상당수의 지지를 받는 탈레반을 궤멸시키기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탈레반을 아프간 정치의 제도권으로 유인하거나 적어도 휴전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할 경우 미국은 아프간 철군 일정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한편 탈레반을 극렬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와 분리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미 국무부가 탈레반 측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하지만 이 접촉은 아직은 사전 준비 단계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가 탈레반과 연결을 시도했고, 접촉이 시작된 지는 몇 주 정도 됐다고 밝혔다. 게이츠 장관의 이 발언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전날 미국이 아프간전의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려고 탈레반과 회담 중이라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게이츠 장관은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방이 탈레반의 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대표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탈레반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진지하게 평화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번 겨울까지는 진정한 화해의 협상이 별 진전을 볼 것 같지는 않다.”는 말로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미국은 지난해 탈레반 지도부를 자처하는 인물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 인물이 가짜로 드러나 해프닝에 그쳤고 아프간 정부가 접촉한 탈레반 조직원 역시 진위 여부가 불분명해 번번이 수포로 끝났다. 게이츠 장관은 또 최근 아프간 전황도 좋은 상태여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철군 계획을 짜는 데도 운신의 폭이 커졌다고 했다. 게이츠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상당수 병력이 아프간에 남게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게이츠 장관은 알카에다가 오사마 빈라덴 사망 후 전력이 현저하게 약화됐기 때문에 여러 개의 지역 테러 그룹으로 쪼개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최근 살해된 알카에다의 핵심 인물이 빈라덴만은 아니다.”라고 말해, 알카에다 지도부 상당수가 제거됐음을 시사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6형제 소금밭’ 그후가 궁금하셨죠?

    ‘6형제 소금밭’ 그후가 궁금하셨죠?

    20일부터 24일까지 오전 7시 50분 KBS1 TV 인간극장은 ‘6형제 소금밭, 소금꽃 폈네 그 후’를 방영한다. ‘그 후’라는 제목에서 짐작하듯 2009년 한 차례 방영된 아이템이다. 천일염의 본고장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소금을 만들고 있는 6형제집을 찾았다. 6형제가 한데 모이기까지는 사연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아버지와 형제들이 뜻모아 시작했던 중장비 사업이 망했고, 빚쟁이로 몰리게 된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다. 얼마 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게 계기가 돼 6형제가 다시 뭉치긴 했는데 전망은 어두웠다. 소금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빚은 늘 그대로였다. 이때 2009년 프로그램 방영은 큰 힘이 됐다. 방송 이후 창고 가득 쌓아 놨던 소금은 다 팔렸다. 여기다 많은 사람들이 형제들 사는 모양이 궁금하다며 외딴섬까지 찾아들었고 넷째 강원석씨는 책까지 낼 정도가 됐다. 소금과 책 판 돈으로 그간 쌓였던 빚까지 툴툴 털어낼 수 있었던 형제들. 영업을 위해 개설한 홈페이지에는 가입 회원만 1만명에다 잠재 고객 수는 2만명을 자랑한다. 안정적인 택배 통로까지 확보한 덕에 외발수레 대신 대차를 설치하고 친환경 타일을 염전에 깔아 나름 첨단 염전도 확보했다. 이제 이웃들 소금 가운데서도 좋은 소금을 널리 소개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그러나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소금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진두지휘해온 넷째 원석씨는 못 다한 신학공부를 위해 섬을 떠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 원석씨는 목회 공부를 접어둔 채, 아내와 아들까지 서울에 남겨 두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원석씨는 모든 일을 인수인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동생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특히 막내 주일씨는 더하다. 염전 일만 하다 보니 서른 총각이 되어 버렸는데 마땅한 혼처가 없다. 여기다 진로 문제도 겹쳐 있다. 대학에서 하던 경찰행정 공부를 포기하고 섬으로 들어와서인지 자꾸 시선은 뭍으로 향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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