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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 기록물 봉하유출 반대했지만 靑서 강행”

    “盧 기록물 봉하유출 반대했지만 靑서 강행”

    노무현 정부 시절 마지막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박명재(66)씨는 3일 “대통령기록물의 봉하마을 유출을 반대했지만 당시 청와대 측이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 ‘이지원’과 관련, “대통령기록물은 생산 부서가 임기 종료 전까지 직접 국가기록원장에게 넘기도록 돼 있다”면서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이걸 넘기지 않고 봉하 마을에 갖고 갔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가기록원에 넣고 방(대통령기록관)을 하나 만들어 줄 테니 와서 열람하라고 했다”면서 “그랬는데도 (보도를 보니) 노 전 대통령의 퇴임 6일 전에 청와대 측에서 가져가 유출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가져간 뒤 나중에는 ‘대통령 통치행위’라고도 얘기했던 것 같다”면서 “결국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정진철 당시 국가기록원장이 찾아가 설득했지만 반환하지 않다가 검찰이 수사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에서야 내놓았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는 (이명박 정부에) 정식으로 이관해 준 게 아니고, 불법유출된 걸 회수해 온 것”이라면서 “대통령기록물은 소위 ‘사초’이며, 이게 편집되면 ‘실록’인데 이게 멸실, 훼손, 수정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이지원 개발과 관련, “2007년 11월쯤 당시 김남석 행자부 전자정부본부장과 최양식(현 경주시장) 차관으로부터 청와대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대통령기록물을 관리·개발하기 위한 전자시스템을 개발해 달라’면서 기술개발 및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2억~3억원을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10억원까지 이르렀다”면서 “나는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안 된다고는 하지 말고 계속 검토 중이라고 버티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참여정부가 기록물을 (봉하로) 가져가서 대통령기록관에 넘기기 전까지 그 문서를 수정했을 가능성·개연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그런 부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도난품 논란 ‘고종 투구’ 도쿄박물관 전시

    도난품 논란 ‘고종 투구’ 도쿄박물관 전시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고종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투구를 비롯한 조선 왕실 물품 다수를 공개했다. 도쿄국립박물관은 1일 ‘조선시대의 미술’이라는 기획 전시에서 ‘용 봉황무늬 두정 갑옷과 투구’라는 이름으로 조선시대 왕의 갑옷과 투구를 선보였다. 박물관 측은 이 유물에 대해 19세기 조선 물품이며 ‘오구라 컬렉션’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소개했다. 오구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에 남선합동전기회사를 운영한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1870~1964)가 1910~1950년대 한반도에서 수집한 1000여점의 문화재로 구성돼 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이날 도쿄국립박물관을 방문해 “박물관으로부터 왕실 물품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았고 시기 등으로 미뤄 볼 때 고종이 사용하던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혜문 스님은 투구의 이마 가리개 부분이 백옥으로 돼 있고 발톱이 5개 달린 용이 새겨진 점, 투구 양쪽에 날개가 달린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투구 맨 위에 최고 지위를 나타내는 백옥 장식이 있는 점도 통치권자인 왕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자객이 당시 방에서 들고 나온 ‘풍혈반’(風穴盤)이라는 이름의 소반도 전시됐다. 이 소반은 나무로 제작해 옻칠을 한 것으로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 기재됐다. 한편 이날 전시된 조선시대 유물이 도난품이라는 일부 주장과 관련해 혜문 스님은 “왕실 물품은 (왕족을 관리하는 부처인) 궁내청이 관리하던 것이고 개인이 소장할 수 없는 것인데 도쿄국립박물관이 오구라 컬렉션으로부터 기증받았다면 도난품이라는 정황을 알면서도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美·印·파키스탄 3각 정상회담

    [위클리 포커스] 美·印·파키스탄 3각 정상회담

    미국과 인도, 파키스탄이 이른바 ‘3각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와 파키스탄 간 해묵은 카슈미르 분쟁의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CNN 등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29일 보도했다. 미국과 파키스탄은 최근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알카에다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파키스탄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하고 있어서다. 미군은 2011년에도 파키스탄에 알리지 않고 이 지역에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수행했다. 두 정상은 또 지난 26일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가 인도령 카슈미르의 경찰서와 군 기지를 공격해 10명이 숨진 사건을 거론할 전망이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나 카슈미르 지역 분쟁에 대해 논의했다. 싱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파키스탄이 여전히 ‘테러의 진원’으로 남아 있어 인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29일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정상이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만나 2010년 이후 3년 만에 두 나라 간 평화협정 재개 여부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카슈미르 분쟁은 1947년 인도가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면서 시작됐다. 종교 차이로 인도(힌두교)와 파키스탄(이슬람)이 분리 독립하기로 정해진 뒤 양국 접경 지역인 카슈미르는 파키스탄에 편입되기를 원했다. 주민 대다수가 이슬람교 교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카슈미르를 통치하던 지도자가 자신의 종교를 내세워 인도에 복속시켰다. 이후 양국은 영유권을 주장하며 두 차례 큰 전쟁을 치르는 등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유엔은 1949년 카슈미르를 쪼개 북부를 파키스탄에, 남부를 인도에 넘겼다. 하지만 양국은 카슈미르 전체가 자국 영토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틈을 타 중국이 1962년 인도령 일부를 점령해 카슈미르는 인도령, 파키스탄령, 중국령으로 갈라졌다. 전문가들은 3각 정상회담으로 당장 ‘평화협상 재개’와 같은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은 2008년 166명이 숨진 파키스탄 테러단체의 뭄바이 연쇄 폭탄 테러 사건 이후 평화적 해결에 미온적이다. 내년 5월 인도 총선을 앞두고 싱 총리가 파키스탄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책꽂이]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펴냄) 신문기자와 청와대 연설문 작성자로 일한 저자가 일목요연하게 대화의 32가지 기술을 전한다. “사람에게는 인품이 있고 말에는 언품이 있다”, “100명의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1명의 적을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진정성 있게 말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256쪽. 1만 2800원.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조나 버거 지음, 정윤미 옮김, 문학동네 펴냄) 와튼스쿨 마케팅학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가 전하는 소셜 마케팅 전략. 단돈 50달러로 만든 유튜브 동영상 덕분에 700% 성장을 이룬 믹서 회사 ‘블렌드텍’, 뉴욕타임스의 악평으로 매출이 45%나 늘어난 서적 ‘사나운 사람들’, 메일 속 글귀로 3억 5000만명의 가입자를 잡은 ‘핫메일’ 등의 사례가 담겼다. 368쪽. 1만 6000원.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필립 브라운·휴 로더·데이비드 애슈턴 지음, 이혜진·정유진 옮김, 개마고원 펴냄) 왜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폭락했을까. 영국의 노동시장과 교육 전문가인 저자들이 지식경제의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는다. 고등교육의 대중화 이후 어느 순간 불쑥 등장한 ‘대졸 실업자’와 ‘고학력 저임금’ 현상의 배경을 분석한다. 296쪽. 1만 6000원.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박평종 지음, 달콤한책 펴냄) ‘사진미학’ 분야에서 독보적 시선을 드러내 온 저자가 펴낸 두 번째 사진평론집. 다양한 예술 분야와 폭넓게 접속하면서 대중문화 속에 뿌리내린 우리 시대의 사진들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오늘날 한국의 사진문화가 어디로 가고, 우리에게 사진가란 무엇인지 되묻는다. 335쪽. 1만 8000원. 반나절 주말여행(꼰띠고 지음, 꿈의지도 펴냄)꼭 멀리 떠나야 여행은 아니다. 가까운 곳에도 좋은 여행지는 많다. 책은 수도권에서 반나절이면 갔다 올 수 있는 여행지 200곳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이다. 추천 일정표와 계절·테마별 인덱스, 거리와 소요시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마일포스트 등을 수록했다. 또 400여곳의 맛집과 QR코드를 통해 맛집 선택에 실패가 없도록 돕는다. 416쪽. 1만 7000원. 절벽사회(고재학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언론인인 저자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폐해들을 분석했다. ‘불안사회’, ‘위험사회’라는 표현에 ‘절벽사회’라는 조어를 덧붙였다. 이른바 교육 절벽, 일자리 절벽, 인구 절벽 등을 열거한다. 저자는 그 해법으로 따뜻한 자본주의를 주장한다. 낭떠러지 끝에 든든한 안전망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280쪽. 1만 5000원. 미학 에세이(진중권 지음, 씨네21북스 펴냄) 대표적 진보학자인 저자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까지 미학적 사유의 장을 펼친다. 삶과 죽음, 성, 기술, 정치,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과 주제를 넘나든다. 정치 논객이기 이전에 미학자로서 그간 던져온 쉼 없는 고찰을 만날 수 있다. 324쪽. 1만 7000원. 여왕의 시대(바이하이진 지음, 김문주 옮김, 미래의창 펴냄)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하던 시대에 세계는 무엇이 달라졌고, 어떻게 진보를 이뤘는지 서술한다. 요부의 대명사인 클레오파트라, 권력의 화신인 측천무후와 예카테리나, 용기와 지혜의 대명사인 엘리자베스 1세와 이사벨 1세까지 다양한 통치자들을 만난다. 560쪽. 1만 9800원.
  • [데스크 시각] ‘박근혜표’ 원칙주의의 함정/오일만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박근혜표’ 원칙주의의 함정/오일만 정치부 차장

    ‘신뢰와 원칙’의 프레임은 박근혜 대통령의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다. 1998년 박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 말 바꾸기를 밥먹듯 했던 여의도 정치판에서 그가 돋보이고 주목받게 된 배경일 것이다. 2005년 여당의 사립학교법 강행 처리에 맞서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일 당시 그는 당당히 소신과 원칙의 정치인으로 각인됐다. 2010년 세종시 논란에서도 여야 합의라는 원칙을 앞세워 행정도시 이전을 관철시켰다. 신뢰의 정치인이란 브랜드가 업그레이드됐고, 충청권의 확고한 지지를 다지며 대권의 길을 열었다. 사학법 파동 당시로 돌아가 보자. 박 대통령의 기나긴 장외투쟁에 대해 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타협 없는 강경한 태도에 초기 여론도 등을 돌렸지만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훼손되고 근간이 무너진다”는 논리로 맞받아쳤다. 출발 당시 좋지 못했던 여론은 반전됐고 결국 사학법 재개정의 발판을 만들었다. 정면돌파는 연약한 여성정치인의 이미지를 극복하면서 대권을 향한 초석을 깔게 된다. 보수 프레임 역시 박 대통령의 강력한 무기다. 2004년 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에 대해 “헌법 정신과 국가 기강을 무너뜨리는 좌파 포퓰리즘을 끝내야 한다”는 말로 보수세력을 결집시켰다. 최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태에서도 빛을 발한 종북세력 척결 의지는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았다. 이런 ‘박근혜표’ 원칙주의는 분명 도전과 투쟁의 시기엔 힘을 발휘하는 리더십이지만 집권 후 복잡한 현안이 얽혀 있는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는 구조적 취약함이 내재해 있다. 원칙이 강조되면 상대방을 끌어안는 데 유연한 공간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대통령으로서 갈등 해결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지난 16일 3자회담의 결렬이 대표적 사례다. 원칙의 프레임에 갇힐 경우 퇴로가 좁아져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기초연금 후퇴 논란에서 보듯 야당의 공세에 방어망을 치기도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확산되고 대선 공약인 국민 대통합이 더욱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최근 기민당을 이끌며 3선에 성공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보자. 독일 사람들 사이에서 ‘메르켈은 무엇이든 다 먹는다’(Merkel ist Alles)는 말이 널리 회자된다고 한다. 메르켈 총리는 정치 라이벌인 사민당의 이슈와 심지어 녹색당의 정책까지 포용할 정도로 대통합 정치로 갈등을 풀어 나갔다. 모성애적인 소통 방식으로 상대방을 포용한다고 해서 ‘엄마(무티) 리더십’으로 불린다. “말을 타고 천하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말을 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한나라 고조 유방(劉邦)에게 신하 육가(陸賈)가 충고한 말이다. 창업과 수성의 방식이 달라야 국가통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전쟁터를 누비며 천하를 얻었던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도 이 말을 깊이 새겨 중국이 자랑하는 ‘정관의 치’(이세민의 치세)를 이루지 않았던가. 박 대통령이 신뢰와 원칙, 그리고 보수의 프레임에 갇힐 경우 퇴임 후 ‘소신을 지켰던 대통령’ 정도의 평가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역사에 남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면 창의적인 시각과 새로운 틀에서 반대파까지 담을 수 있는 ‘큰 정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oilman@seoul.co.kr
  • [손성진 칼럼] 검사의 사표, 그리고 채동욱

    [손성진 칼럼] 검사의 사표, 그리고 채동욱

    어렵게 살던 시절엔 법조계에도 사표(師表)로 추앙할 어른이 있었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은 청렴과 강직의 표상이었다. 영하의 기온에도 난방을 하지 않아 잉크병이 얼어붙는 방에서 지냈던 가인은 “정의를 위해 굶어 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배 명예롭다”고 말했다. 늘 흰 고무신을 신고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며 처가에서 보내준 쌀조차 되돌려 보낼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던 김홍섭 판사도 법관의 사표로 존경을 받는다. 올곧고 청렴한 인물은 검찰에도 있었다. 2대 검찰총장 김익진은 기소하지 말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도 이 대통령 측근들의 비밀을 파헤쳐 기소해 서울고검장으로 강등되는 전무후무한 인사를 당했다. 자유당 시절 임영신 상공부장관의 뇌물 비리를 수사하던 최대교 검사장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통해 이승만의 수사중단 압력을 받고도 기소해 버렸다. 생활이 어려워 부인과 가족들은 봉투를 만들어 내다 팔고 자신은 누룽지 도시락을 싸다니면서도 부정을 멀리한 청렴 강직한 검사로 이름을 남겼다. 불행하게도 제3공화국 이후에는 사표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적어도 검찰에는 없는 듯하다. 왜 그런가. 정권이 검찰 권력을 통치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은 11대 신직수 검찰총장 때부터 시작됐다. 중앙정보부 차장을 거쳐 36세에 검찰총장에 오른 신직수는 나중에 중앙정보부장이 되어 인혁당 사건 조작을 주도했다. 이후 검찰은 정권의 주구로 변해갔고 5공화국과 그 뒤까지도 정치 검찰의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검사의 인사권을 갖고 흔드니 총장 임기와 같은 수단은 허울만 좋을 뿐이고 검찰 독립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39대 채동욱 검찰총장 또한 혼외 자녀 논란으로 임기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사표를 말하면서 채동욱을 거론하는 이유는 그가 그런 인물이라고 하거나, 칭찬하자는 뜻은 아니다. 20여년 전 특수부 평검사로 있던 채동욱 검사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채동욱은 술이나 여자와는 거리가 멀고 그저 일이나 열심히 하는 우직한 검사였다. 그가 검찰총장이 됐을 때 일만 열심히 해도 총장이 될 수 있는 변화가 조금 놀라웠고 한편으로 눈치 보지 않는 소신이 어디까지 허용될지 궁금했다. 채 총장이 지휘한 국정원 댓글 수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서 곧은 검찰의 작은 싹을 볼 수 있었다. 그 싹이 자란다면 존경받을 검사의 사표들도 언젠가 만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지만, 혼외 자녀 논란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사실이라면 그도 결국은 술과 여자를 탐닉하는 부정에 빠진 검사 중 한 명일 뿐이다. 정치 바람을 타거나, 사건관계자들을 안하무인으로 대하거나, 사생활에서는 주지육림에 빠져 사는 검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청렴강직형 검사가 있겠지만 지난 수십년간 검찰은 비대해진 권력에 취하고 일각에서는 방탕한 분위기에 젖어있었다. 우리 시대에 과연 최대교 같은 검사가 있을까. 청문회에서 목도했듯이 청렴은커녕 온갖 부정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법조인들을 보면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엊그제 낸 소장에서도 되풀이한 ‘명백한 오보’라는 채 총장의 일관된 주장이 맞았으면 좋겠다. 심증만으로 판결하듯 기사를 쓴 언론의 행태도 쇄신될 것이고, 본인의 명예와 더불어 소신 있는 검찰권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주장을 입증할 책임은 당연히 채 총장에게 있다. 아이가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는 게 확실하다면 어머니와 아이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재판에서도 같은 주장만 반복한다면 믿어줄 사람은 없다. 자식이 맞는다면 지금이라도 깨끗이 털어놓아야 한다. 행위는 욕해도 수습은 대범하게 잘했다고 할 사람도 있지 싶다. sonsj@seoul.co.kr
  • 무슬림형제단 활동 금지 판결 親무르시 세력 총선 참여 불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기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해산될 위기에 처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집트 카이로 법원은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최종 판결 전까지 이들의 재산에 대해 몰수 명령을 내렸다고 현지 일간 알아흐람이 보도했다. 이로써 무슬림형제단은 보유해오던 건물, 자산, 현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됐으며, 내년 초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에도 직접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집트 군경이 지난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강제 축출 이후 그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을 겨냥해 온 대대적인 단속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무슬림형제단이 종교(이슬람)를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이용했고, 전술로 폭력을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앞서 세속주의 성향의 이집트 정당인 타가무당은 테러리스트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이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악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무슬림형제단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법원의 판결은 과도한 것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무슬림형제단이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군부의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며 “(이번 판결은) 이집트를 또다시 독재와 폭압 속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928년 영국의 이집트 식민통치 시기에 조직된 무슬림형제단은 무슬림형제단 본부를 비롯해 2011년 시민혁명 ‘아랍의 봄’ 이후 창당된 자유정의당, 지난 3월 설립한 비정부기구(NGO) 등 크게 세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아랍의 봄 때 물러나 지난달까지 수감생활을 해온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사적으로 대화를 나눈 한 의사가 몰래 보관해오던 대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미국이 2005년부터 자신을 몰아낼 의도가 있었고, 군부지도자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이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줄로 알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후 (군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을 강제로 몰아낸 것을 보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박근혜정부 갈수록 ‘보수본색’

    박근혜정부 갈수록 ‘보수본색’

    출범 7개월을 넘어선 박근혜 정부의 보수 색채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MB)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경제민주화와 복지 어젠다 등 진보 진영 주장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면서 ‘건강한 보수’를 표방했지만 집권 이후 ‘우향우’ 기조가 눈에 띄게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보수색채 강화는 고정 지지층을 결집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담보하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진보나 보수에 속하지 않는, 중도층의 공감대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집권 초 북한의 강경 도발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국정원과 청와대 내 매파(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지고, 온건 보수의 목소리가 힘이 빠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24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민주적 절차보다는 통치 편의, 국민통합보다는 기득권층의 이익이 강조되면서 사회 전반의 보수화가 공고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 회귀의 대표적 사례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핵심인 ‘한국형 복지’의 후퇴라는 지적이다. 한국형 복지의 핵심이었던 노인들에 대한 일괄적인 기초연금 지급과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지원 공약은 일단 후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기초연금 최종안 발표를 통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대선 공약을 뒤집고 차등지급하는 수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보장 공약은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 단계에서 선택진료비·간병비·상급병실료를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반값 등록금’과 ‘고교 무상교육’ 등 교육 분야 복지 공약도 재원 마련이 어려워 사실상 연기되는 분위기다. 지난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핵심 복지공약의 뼈대가 흔들리면서 ‘박근혜표 복지’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 진영의 논리였던 선별적 복지로 돌아갔다는 질책도 나온다. 이념의 보수화 측면에서는 역사 재정립을 이유로 일제강점기와 군사정부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한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고, 23일에는 ‘이승만 찬양’으로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유영익 한동대 교수를 국사편찬위원장에 내정했다.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규약을 개정하고, 간부로 활동하는 해직 교원 9명을 탈퇴시키지 않을 경우 ‘법외 노조’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질서를 바꾸기 위한 경제민주화 공약도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일찌감치 후퇴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데스크 시각] 2002년의 추억과 2013년의 기억/이기철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2002년의 추억과 2013년의 기억/이기철 체육부장

    부산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2002년 10월 1일, 부경대 체육관에서 처음으로 북한 국기가 게양되고, 북한 국가가 연주됐던 기억이 새롭다. 북한 역도의 간판 리성희(당시 24)가 여자 53㎏급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북한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북한은 남측 관중에게 아홉 번 국가를 들려줬다. 대회 직전 정부는 인공기를 들고 응원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터여서 기자는 북한 국기와 국가의 공식 등장이 당혹스러웠고, 새삼스러웠다. 시상식장의 미녀 응원단이 눈물을 글썽거렸던 모습이 아직 선연하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9월, 이번에는 태극기와 애국가가 북한에서 게양되고 울려퍼졌다. 12일,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태극기와 정식국호 대한민국이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이다. 지난 18일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끝난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대회 입장식에서다. 14일 대회 남자 주니어 85㎏급에 출전한 19세의 김우식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애국가가 연주됐다.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회가 아니었지만 북한을 방문했던 대통령도, 정치인도, 기업인도 하지 못한 일을 스포츠가 해낸 것이다. 대회에서 모두 여섯 번 애국가가 울렸다. 평양 역도대회를 이끈 전창범 선수단장은 “애국가가 연주될 때마다 우리 선수들 모두 큰소리로 따라 불렀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북한은 애국가와 태극기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2008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남북한 간의 평양 경기를 두고 북한은 제3국인 중국 상하이에서 경기를 치렀다. 홈 경기의 이점을 포기할 정도로 태극기와 애국가에 대한 거부 반응이 극심했다. 이런 북한이 이번 대회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전 단장은 “장내 아나운서가 ‘남조선’으로 잘못 부른 것에 대해 대한민국으로 불러달라고 시정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여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 전역을 커버하는 조선중앙TV는 15일 오전 11시쯤부터 15분간 김우식 등의 경기와 시상식 장면을 북한 주민들에게 방송했다. 화면에서 태극기는 클로즈업되지 않았지만,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까지는 희미하게나마 7초 남짓 흘러나왔다. 북한의 이런 전향적인 움직임은 변화를 위한 나비의 날갯짓으로 읽힌다. 스위스 유학 시절 농구에 빠졌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미 프로농구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해 자신의 딸을 안아보게 하는 등의 환대를 베풀었다. 최근엔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남한의 IOC 위원 도전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스포츠가 체제 선전과 통치 코드인 북한에서 이런 행보는 1990년대의 국제 대회에서 남북한 단일팀 구성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서독의 꾸준한 스포츠 교류가 통일의 물꼬를 튼 것이나 미국과 중국의 수교를 이끌어낸 핑퐁외교에서 보듯 스포츠는 정치나 이념의 장벽을 뚫을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북한에서 다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가 금지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북한의 변화만 기다리며 손을 놓고 지낼 수는 없다. 김우식이 북한에서의 사상 첫 애국가 연주 기회가 올 줄 모르고 땀을 흘렸듯, 우리도 남북 관계에서 기회가 왔을 때 꽉 잡을 수 있도록 마중물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할 때다. 정치와 행정이 열아홉 살짜리 역도 선수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chuli@seoul.co.kr
  • [사설] 복지재원 조달 위한 증세 국민여론 수렴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그저께 여야 대표들과의 3자 회담에서 처음으로 증세(增稅)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증세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새해 예산안 편성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점으로 미루어볼 때 복지 예산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내년 복지 예산이 사상 최고치인 100조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정부 측에 주문하고 있다. 야당은 줄곧 증세론을 주장해 온 만큼 여야는 증세 방식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도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 야당의 법인세율 인상 요구에 선을 그었다. 정부는 그동안 직접 증세 가능성은 일축해 왔다. 소득공제를 대폭 줄이는 등 비과세·감면 폐지 또는 축소라는 간접 증세를 통세 세(稅)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물론 내년의 세입 여건마저 신통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비과세 감면과 지하경제 양성화로 재원 조달이 불가능하다면 그때 증세해야 한다”고 밝혀 증세 불씨를 이어 갔다. 물론 박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 표현으로, 조세정책의 기조 변화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불필요한 국론 낭비를 줄이는 일이라 판단된다. 재원이 모자란 만큼 국민들의 지갑을 더 털지 말고 복지정책을 축소할 것인지, 아니면 증세 또는 재정 적자 확대를 감내하면서라도 복지공약 사업을 이행할지 선택해야 한다. 증세를 한다고 가정해도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인 해법에서 여야 간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야당은 ‘부자 감세’를 지적하면서 법인세 및 고소득자의 소득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가가치세 인상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 1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치 18.7%에 비해 낮은 점을 이유로 든다. 문제의 핵심은 복지를 더 늘리기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타당하다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느냐 여부다.
  • 노무현정부땐 ‘대연정’ 거절·MB정부땐 FTA 이견… 정국 더욱 꼬여

    노무현정부땐 ‘대연정’ 거절·MB정부땐 FTA 이견… 정국 더욱 꼬여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영수회담은 교착 상태에 빠진 정국을 정상화하고 각종 분열을 봉합하는 ‘최후의 카드’로 인식돼 왔다. 과거 퇴로가 없는 극한의 대치 상황에서도 영수회담 한 번으로 뻥 뚫리곤 했다. 그러나 회담이 늘 만병통치약이 된 것만은 아니었다.노무현 정부 이후 영수회담 성적표는 비교적 저조했다. 2005년 9월 7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회담에서 “권력을 내놓겠다”며 정치권 ‘대연정’을 제의했지만 박 대통령은 당시 “대연정은 1당 독재와 다를 바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이후 정국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손학규·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의 영수회담도 씁쓸한 결과만 남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미디어법 처리를 비롯해 민생 현안 등의 안건을 놓고 논의했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고, 여야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전의 영수회담은 최근보다는 비교적 성과가 좋았다. 2000년 6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의약분업과 남북 정상회담 등을 의제로 두 차례 영수회담을 했다. 그 결과 의료계 갈등을 해소하는 데 물꼬를 텄고 이는 그해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데도 적지 않은 원동력이 됐다. 과거 영수회담은 지금과 달리 ‘밀실 회동’ ‘뒷거래’ ‘이면 합의’ 등의 형태로 이뤄진 까닭에 비판도 없지 않았다. 199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였던 DJ와의 영수회담에서 20억원의 정치 자금을 건네기도 했다. 영수회담은 갈수록 성과가 없을 뿐 아니라 개최 횟수도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때에는 10차례, DJ 때는 8차례였지만 노 전 대통령 때는 2차례, 이 전 대통령 때는 3차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정치권에 ‘당청 분리’ 기조가 흐르면서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줄어든 탓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놀고 싶지도, 먹고 싶지도 않아… 도대체 난 누구일까

    나는 누구예요?/콘스탄케 외르백 닐센 지음/아킨 두자킨 그림/정철우 옮김/분홍고래 펴냄/40쪽/1만 2000원 윌리엄은 놀고 싶지도, 밥을 먹고 싶지도 않다. 생각할 게 너무나 많아서다. 할머니가 불러도 나무 위 집에 동그마니 앉아 내려올 생각이 없다. 몇 번이나 부르는 할머니에게 윌리엄은 그제야 대답한다. “답을 찾을 때까지 안 내려갈 거예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요.” 나는 누구일까. 윌리엄은 답을 구하러 나선다. 엄마는 말한다. “엄마의 꿈이 이뤄진 게 너”라고. 하지만 윌리엄은 꿈이 아이가 됐다는 엄마의 답이 영 신통치가 않다. 아빠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다. 고작 한다는 말이 “너는 너지. 아빠는 아빠고. 다 그런 거란다.” 할아버지는 윌리엄의 손을 윌리엄의 가슴에 얹어주곤 말씀하신다. “느껴 보거라. 이게 바로 너란다.” 콩, 콩, 콩, 뛰는 심장이 나일까. 증조할아버지의 답은 가슴을 더 답답하게 한다. “글쎄, 네가 누구냐?”고 되물으시다니. 아무리 물어보아도 마음에 쏙 드는 답은 하나도 없다. 궁금증만 깊어진다. 겁도 덜컥 난다. 멍청이라고 놀리는 동네 형들의 말이 진짜일까 싶어서다. 혼란스럽기도 하다. 세상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천지인데, 다 같은 사람인가 싶어서다. 윌리엄은 결국 알게 될까. 내가 누구인지는 누군가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아이의 성에 차지는 않지만 아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어른들의 사랑과 아이가 바라보는 파스텔톤의 여리고 잔잔한 세상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그림책이다. 노르웨이에서 사랑받는 원로 작가와 터키 이민자 출신 삽화가가 아이들이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건강한 흔들림’을 지지하고 따뜻이 보듬어 준다. 초등 저학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대치정국 지속땐 국정 부담 ‘급선회’… 추석 전 해법마련 고육책

    대치정국 지속땐 국정 부담 ‘급선회’… 추석 전 해법마련 고육책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전격 제안한 것은 정국 교착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후반기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정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민주당에 민생 관련 5자 회담을 제안한 뒤 한달 가까이 같은 방침을 고수해 왔다. 결국 이날 전격 제안은 추석 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파행이 장기화되고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고육지책으로 양보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하루빨리 국회 교착 상태를 해소하고 자신은 국정 책임자로서 경제 현안과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다뤄야 할 민생 법안도 많고 내년도 예산심의도 신중히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되기를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회동 배경을 언급했다. 회담 형식은 먼저 국회의장, 부의장 2명, 여야 당 대표 및 원내대표와 박 대통령이 만나 이야기를 한 뒤 나머지 인사들은 빠지고 여야 대표와 박 대통령 3인이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의제도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 등을 포함해 다양한 현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어떤 현안들에 특정하지 않고 국정 운영, 국회 운영, 정부 운영 등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 해결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청와대가 아닌 국회에서 야당과 ‘정국 관련 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직접 ‘민의의 전당’을 찾아 야당을 설득함으로써 정국 타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 담겨 있다. 이 수석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회를 존중하고 정국 교착에 대한 적극적 해결 의지를 보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측은 ‘뒷거래 없는 투명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수석은 “취임 후 현재까지 대통령의 통치 철학이자 신념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밝히고 뒷거래나 부정부패와 관련된 어떠한 것에도 타협하지 않고 청렴과 소신을 갖고 임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3자 회동이 이뤄질 경우 대화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3자 회담 수용 자체를 일단 유보한 데다 국정원 사태를 주요 의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정국이 완전히 정상화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민주당이 요구하는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 및 사과,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 등에 대해 3자 회담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는지가 향후 정국 흐름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글로벌 금융위기 5년 (하)] “고용 늘릴 창조경제 모델 만들고 성장 이끌 정부주도 정책 긴요”

    [글로벌 금융위기 5년 (하)] “고용 늘릴 창조경제 모델 만들고 성장 이끌 정부주도 정책 긴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됐던 글로벌 금융 위기. 유례가 없을 만큼 무겁고 광범위한 공포의 장막을 전 세계에 드리웠던 5년 전의 위기는 사회주의가 사라지고 자본주의로 합일화된 21세기 지구촌에 엄중한 질문을 던졌다. 과연 자본주의는 이 상태로 지속 가능할 것인가,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과 정승일 복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이 만났다. 대담은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의 강 의원 방에서 진행됐다. [위기의 원인] 강석훈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됐을 때, 1930년대 대공황의 충격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죠. 결과적으로 그런 충격은 없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은 것이지요. 그러나 내재된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리먼 사태 이전부터 자본주의 경제의 두 개 축인 ‘성장’과 ‘분배’는 모두 도전을 받고 있었습니다. 금융 중심의 성장 구도는 금융 버블(거품)을 만들었고, 거품이 꺼지면서 어떻게 성장을 모색해야 하나 방황하는 중이었죠. 미국의 일부 소득지표는 192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재 세계경제는 새로운 성장의 해법도, 악화되는 소득분배를 완화할 방법도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정승일 현재 세계경제는 말 그대로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성장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성장이 정체됐습니다. 누구도 미래에 대한 명확한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른바 ‘자본주의 4.0’을 만들자는 건데 시장 만능주의가 중시되던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를 벗어나 과거 케인스주의(자본주의 2.0)의 장점을 덧붙이자는 겁니다. 결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자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강 저는 자본주의 4.0을 시장과 정부가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현재 전 세계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룰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없으며 경제 거품을 만들게 된다는 겁니다. 정부가 아무리 지출을 늘려도 시장의 뒷받침 없이는 성장의 한계를 만나게 됩니다. 정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보여 주었던 시장 만능주의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금융 부문은 규제를 늘리고 보완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 모두가 안 되는 불안한 상황이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습니다. 성장의 축은 기업 투자입니다. 케인스주의가 탄생한 1930년대에도 기업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안 했습니다. 그래서 기업 투자를 잡는 불확실성을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 케인스의 주장입니다. 또 저성장 국면에서는 소비가 줄기 때문에 정부의 지출이 늘어야 합니다. [자본주의와 분배정의] 강 글로벌 금융 위기는 사실 따지고 보면 정부의 재정적자와 저금리 기조에서 촉발됐습니다.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 증대보다는 민간의 투자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해 과잉 생산에 나서면서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 분야가 줄고 있습니다. 또 세계화의 진행으로 임금을 주고 물건을 생산하는 제조업보다는 자본을 투입하는 게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적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와 일반 국민경제의 관련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투자 프레임보다는 창조경제와 같이 무형자산 투자나 혁신 프레임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은 복지에서도 크게 나타났습니다. 선별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훨씬 힘을 받게 된 거죠. 강 소득분배의 악화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 커다란 이슈가 됐습니다. 소득분배 구조가 열악해진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인구구조의 고령화입니다. 기술의 진보로 고학력·고숙련자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저학력·저숙련자의 필요성은 낮아졌습니다. 세계화에 대한 적응 정도에 따라 계층이 나뉘었고 금융이나 의료 등 서비스업이 발전하면서 임금 격차가 더욱 커졌습니다. 한마디로 고용을 통해 경제 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전달돼야 하는데 이 효과가 약해진 겁니다. 정 리먼 사태 때 저는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로 이어졌던 1997년 외환위기가 떠올랐습니다. 5년 전 미국을 보면서 “너희도 터지는구나” 하는 쾌감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IMF나 미국은 정경유착, 국가주도 경제 등 우리나라의 내재된 문제들을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한국이라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와 금융시장이 가진 문제도 컸던 셈입니다. 외환위기 당시 IMF는 우리나라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시장에 자율회복 기능이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5년 전 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개입을 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까지 파산할 위기였으니까요. 이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됐습니다. 강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은 저금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는 방식으로는 경제 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또 2010년 유럽발 금융 위기는 재정이 약한 나라부터 위기가 현실화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죠. 재정이 튼튼해야 하며, 저금리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학습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가 움츠릴 때 밖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또 경제와 사회가 떨어질 수 없다는 것도 배웠죠. 대기업들도 사회와 공존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만 챙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더욱 명심했으면 합니다. 정 저금리 정책이 금융 버블을 만들었지만 저금리 정책의 이유도 잘 따져 봐야 합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저금리 정책을 편 것은 연준의 임무가 물가 상승 방지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자 ‘고용 없는 성장’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기업 투자가 줄고 고용도 감소합니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종업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주주들의 환심을 사 주가를 높였습니다. 물건 값은 싸지만 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이른바 ‘월마트 자본주의’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장기 투자가 사라졌습니다. ‘정부의 손’이 필요해진 겁니다. [고용없는 성장의 해법] 강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문제는 구조조정이나 가격조정 등 고통을 감내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을 푸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 돈을 언제 거두느냐가 문제가 됐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핵심 이슈는 고용이 성장과 분배의 고리로서 역할을 해 주느냐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성장이 곧 고용 증가였습니다.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가져다 주는 투자를 합니다. 투자 지표는 올라가는데 고용은 늘지 않습니다. 단순 투자가 아니라 고용을 유발하는 투자를 장려해야 합니다. 정 고용 없는 성장으로 성장의 열매를 모두가 나누지 못하는 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지난 200년간 유지된 것은 부자의 탐욕이 투자로 연결되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어서였죠. 사람들이 ‘고용 창출’ 때문에 자본주의를 용인했는데 이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이유 중 하나는 ‘주주자본주의’입니다. 제조업을 경시하고 서비스업을 중시하면 고소득 서비스업이 조성될 것 같았지만 경제 버블만 일어나고 질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습니다. 경제가 주저앉은 아일랜드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대표적입니다. 결국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금융을 중심으로 성장을 하자는 환상을 버리게 했습니다. 금융은 중개 기능만 하면 된다는 거죠. 강 고용 없는 성장은 사실 주로 선진국의 고민입니다. 베트남만 가도 아직 봉제공장투성이니까 말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경제 상황은 신흥국에 가까운데 고용 없는 성장은 선진국과 같다는 점입니다. 정 가장 좋은 창조경제는 제조업이라고 봅니다. 제조업은 연구개발(R&D) 집약형 사업입니다. 제조업에서 10조원을 투자하면 통상 5조원은 설비투자고, 5조원은 R&D 투자입니다. R&D 인력이 늘어나니 ‘고용 있는 성장’입니다. 창조경제를 얘기할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추격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주항공, 제약산업, 생명공학 등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포스트 캐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 R&D 인력을 늘렸고, 우주항공과 제약 산업을 키웠습니다. 이런 사업은 투자 10년 후에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 기업 스스로 하기는 힘듭니다. 강 하지만 우주항공 등의 분야는 선진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강하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시도는 해야 하지만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시대 ‘한강의 기적’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미식 경제구조를 실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유럽식 복지 제도를 실험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방식에 가까울 겁니다. 반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의 시스템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미 많이 따라했습니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선별적 복지도, 보편적 복지도 한쪽만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어떻게 조정해 한국형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정 글로벌 금융 위기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이 사라졌죠. 선진국이 전부라는 생각이 사라진 겁니다. 이 글로벌 금융 위기는 2011년 금융기업의 탐욕을 꾸짖는 반월가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에 공정한 룰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 강 반월가 시위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았죠. 하지만 경제민주화 논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그간 재벌들은 새 시장을 개척하고 고용 창출을 많이 했습니다. 반면 2000년대 후반부터 안전한 투자에 집중해 왔습니다. 결국 동네 상권까지 진출하니까 경제민주화 얘기가 나온 겁니다. 대기업은 자본뿐 아니라 인재도 집중됩니다. 해마다 유능한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몰려갑니다. 돈과 사람이 있으니 그 힘은 막강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사회와 어우러지는 대기업을 만드느냐는 것입니다. 정 재벌 가족과 재벌 기업은 따로 떼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이익을 내서 신규 사업에 진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내부거래 규제를 다소 풀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기업들이 우주항공 등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진출할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1년 내에 이익이 안 나는 부서는 바로 정리합니다. 강 경제민주화 원칙은 대기업의 투자는 보장하되 대기업 사주의 사익편취 행위는 막겠다는 겁니다. 향후 몇 년간은 고령화, 중국경제 대응, 남북 통일 등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한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인구구조는 고령화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겁니다. [성장동력의 해법] 정 저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새로운 플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장 위주의 철학을 과감히 되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시장 얘기를 많이 하죠. 현재 많은 사회적 논쟁은 향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일정표가 없어서 생기는 것들입니다. 복지 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세수가 부족해 못 한다면 언제 복지정책을 어떻게 진행할지 알려 주면 됩니다. 기업들도 투자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강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가 정말 시장에 의존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정부가 개입했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부 역할의 강화가 있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금융 분야는 분명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졌지만 정부가 산업계획까지 이끌 능력과 정책 수단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1년 단위의 계획도 경제의 변화로 잘 맞지 않습니다. 또 5년 이후의 장기 플랜은 다음 정권이 할 일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기 힘듭니다. 정 분명히 성장을 다시 살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정도이고, 미국은 4만 달러입니다. 산술적으로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6~7% 성장을 해도 30년이 걸립니다. 더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정부의 지출을 늘려야 합니다. 둘째, 분배 위주의 복지국가로 가야 합니다. 셋째, 투자 주도의 성장을 해야 합니다. 기업이 사내에 잔뜩 쌓아 놓고 있는 유보금을 쓰도록 하는 방향의 규제가 필요합니다. 규제를 완화하느냐, 강화하느냐가 아니라 규제의 방향이 중요한 것이죠. 수출 쪽은 기업 규제를 풀고 내부 서비스 진출은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진행 김태균 경제부장 정리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석훈 의원은 ▲1964년 경북 봉화군 출생 ▲서라벌고-서울대 경제학과-미 위스콘신매디슨대 경제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패널팀장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1997년~) ▲한국재정학회 이사(2003~2006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2009년) ▲제19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구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정승일 연구위원은 ▲1961년 서울 출생 ▲장충고-서울대 물리학과(중퇴)-베를린 자유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국민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교수(2004년 9월~2006년 8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2004년 9월~2011년 1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2011년 2월~) ▲‘쾌도난마 한국경제’ 공저(2005년)
  • [열린세상] 민·관 협치는 인식의 전환과 참여가 관건이다/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민·관 협치는 인식의 전환과 참여가 관건이다/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광우병 사태로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 불거진 촛불시위는 미국산 수입 소고기에 대한 불안보다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후에도 굵직굵직한 정책결정 과정에 일반 국민과 시민사회의 의견 개진 기회가 줄어들어 ‘불통정부’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분업과 전문화를 요체로 하는 관료제는 조직특성상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현대의 정부는 정책과정에 이해 당사자는 물론 일반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참여와 과정의 가치를 중시한다. 그래서 행정의 패러다임이 통치(government)에서 협치(governance)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을 핵심가치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정부 3.0’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하였다. 정부 3.0의 10대 중점 추진과제 중에서 민·관 협치 강화를 세 번째로 선정할 정도로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민·관 협치가 제도적으로 정착됐다. 지방자치와 주민참여의 전통이 강한 영국에서는 시민협의제도가 특히 잘 발달했다. 국가적 이슈나 지역 현안에 대해 시민들이 통합정부 사이트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면 중앙부처나 지자체에서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서면협의 방식(CPWC)은 2000년부터 영국 내각부의 시행규칙으로 제도화되어 있다. 공공참여(PI)도 전통적인 방식인 공청회나 주민투표는 물론 심층 집단면접, 시민위원회, 시민 패널, 직접적인 권한 위임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이해당사자의 권익을 보장하고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고자 계획확정 절차나 이익형량 원칙과 같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자체의 도시계획 수립과정에는 2단계에 걸친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강제 규정으로 도입하는 등 주민참여 제도가 그물망처럼 촘촘히 짜여 있다. 미국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규제행정 분야에 이해 당사자들이 정부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해 정책을 결정하는 ‘협상에 의한 규칙제정법’을 1996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도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고자 2002년 ‘풀뿌리 민주주의 관련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광범위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공토론을 통해 정부사업의 시행 여부를 논의하는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의 활동이 독보적이다. 박근혜 정부도 정책의 수립·집행·평가 등 전 과정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소통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이나 주요 국정과제에서 국민신문고(epeople.go.kr)의 온라인 정책토론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온라인 정책토론은 각 부처에서 토론과제 선정 및 토론 절차를 주관하는 방식과 국민권익위원회 또는 국무총리실에서 주관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거나 찬반 대립이 첨예한 이슈는 소관부처에서 정책토론을 주관하면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부처마다 고객집단이 명확하기 때문에 일반국민의 의견보다는 특정 이익집단의 요구가 과다 대표될 수 있고, 정보 소외계층의 의견수렴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한 관심 이슈에 대해서는 프랑스의 CNDP와 같은 독립적인 기구의 설립이 제안되고 있다. 어떠한 형태의 토론방식이 진행되든 민·관 협치의 관행이 정착되려면 정책결정자들의 인식 전환과 일반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국민 의견수렴을 통한 정책결정과 참여 및 과정의 가치가 현대 행정에서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행정기관과 이해당사자 그리고 일반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대결지향적 논쟁과 이분법적 사고체계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존 롤스가 제시한 공적 이성(public reason)에 기초한 합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가치와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규범과 토론문화가 전제되어야 민·관 협치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 北, 노농적위군 열병으로 체제안정 과시

    北, 노농적위군 열병으로 체제안정 과시

    북한이 9일 정권수립일(9·9절) 6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비병력인 ‘노농적위군’의 대규모 열병식을 갖고 체제 안정성을 과시했다. 신형 무기를 대규모로 과시한 행진은 없었지만, 노동자·농민·제대 군인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노농적위군 열병식을 통해 각계의 충성심을 독려하고 군 간부 대신 북한 내 ‘경제통’으로 알려진 박봉주 내각 총리를 경축보고자로 내세우는 등 경제 발전을 통한 강성대국 건설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뒀다. 내치(內治)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북한이 비정상적인 병영국가에서 정상국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정권수립 60주년인 2008년 9월과 63주년인 2011년 9월에도 노농적위군 열병식을 진행했고, 당시는 김영춘이 총참모장(2008년)과 인민무력부장(2011년) 자격으로 모두 축하연설을 했다. 그만큼 박 총리가 연설자로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 총리는 경축보고를 통해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위한 오늘의 총공격전에서 대혁신, 대비약의 포성을 계속 높이 올려나가야 하겠다”며 경제발전을 강조했다. 이른바 ‘외세의 무력도발’에 대한 대비 태세도 강조했지만 핵 무력 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을 통해 정권을 안정화하고 정통성을 선전해 가겠다는 의도”라며 “청사진을 보여 줘 주민들의 의지를 모으려는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날 행사를 통해 김 제1위원장의 친정체제에 기반을 둔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김 제1위원장은 최근 당·정·군 세대교체를 마무리하고 노동당 중심의 지도 시스템을 공고히 하며 자신만의 통치 방식을 구축해 가고 있다. 당 중심 영도로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해 정권을 안정화하겠다는 집권 2기의 구상을 9·9절 행사를 통해 집약적으로 보여 줬다는 평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아침마당(KBS1 오전 8시 25분) 1972년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의 막내딸로 태어난 모니카 마시아스. 그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최초로 스페인 식민통치를 벗어나면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강경한 탈식민주의 정치를 펼친다. 하지만 사촌이자 국방장관의 쿠데타로 모니카의 형제들은 아버지와 친분이 있던 김일성 주석의 도움을 받게 된다. ■초한지(KBS2 밤 12시 40분) 초군의 공격에 도주하던 유방과 그의 수하들은 초군 장수 정공 부대의 공격을 받아 위험에 빠지게 된다. 죽음의 위기까지 놓인 유방은 가까스로 탈출해 패잔병들을 끌고 패현으로 도주한다. 한편 팽성을 향해 가던 여치와 그 일행은 팽성이 초군에 함락되자 패주하는 한군의 무리 속에 휩싸여 아들, 딸과 헤어진 채 패현으로 몸을 피한다.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달콤한 신혼생활에 빠진 인도네시아댁 라하증 빨루삐 웨닝티야스. 우연히 한국 노래를 듣게 된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고,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그리고 3년 전, 처음 취직한 회사에서 남편 신용섭씨를 만났다. 라한증은 작은 것 하나도 빼놓지 않고 챙겨주는 용섭씨의 다정한 모습에 반해 결혼을 결심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구급차가 병원 응급센터 앞으로 들어선다.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다급히 병원을 찾은 아이는 다행히 소아전용 응급실에서 빠른 응급 처치를 받은 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처럼 호흡곤란 아이부터 물건을 삼켜 병원에 실려 오는 아이까지 소아전용 응급실은 24시간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세계의 눈(EBS 밤 11시 15분) 후투티는 새 중에서는 별종에 속한다. 취한 것처럼 휘청휘청 날고, 자신의 둥지에 냄새가 고약한 배설물을 싸놓는다 해서 ‘악취 나는 새’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하지만 사실 후투티는 그 작은 몸으로 알프스를 넘어 아프리카의 겨울 서식지와 중부 유럽의 번식지를 오가는 당찬 새다. 그런데 최근 후투티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가족(OBS 밤 11시 5분) 강원도 양구 작은 마을에 장수부부로 소문난 연상연하 커플 손순복·윤해운씨가 산다. 11살, 13살에 만나 어려운 지난 세월을 살아가다 보니 함께 산 지가 벌써 80여년이나 흘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주는 큰누나 같은 자상한 아내는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고 서로 찾으며 깨소금이 쏟아진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얘들아, 대학가자-입시전문가 어드바이스] 대학별 사회계열 논술 대비

    [얘들아, 대학가자-입시전문가 어드바이스] 대학별 사회계열 논술 대비

    Q 정치와 법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계고 여학생 A입니다. 3학년 1학기까지의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성적은 3.5등급입니다. 정시를 목표로 학기 초부터 학생부보다는 수능 성적 향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목표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수능 성적을 더 올려야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수시 1차에 이미 지원한 대학은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경희대이고 숙명여대는 지원할 계획입니다. 모두 논술 전형입니다. 그리고 정시에는 갈 수 없는 정도의 상향 지원이기도 합니다.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남은 기간 논술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지원 대학별 논술 시험의 특징, 제 내신이 대학별로 얼마나 불리한지 등입니다. 남은 기간 수능 공부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만 목표로 하고 논술에 올인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6월 모의평가 이후로 1주일에 5시간 정도 논술 공부를 해 오고 있는데 논술 실력이 향상됐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수시에 지원한 대학을 중심으로 추석 연휴에 개설되는 논술 특강을 수강해야 할지도 궁금합니다. A 수시 모집 대학의 논술 전형 지원 경쟁률은 학과별로 20대1 미만부터 100대1을 넘기까지, 다른 수시 전형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논술 전형의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수능과 학생부 성적이 신통치 않아 수시에 지원할 전형이 마땅치 않은 차에 수능최저기준만 달성하면 단기간 논술 준비로 합격할 수 있다고 믿고 지원하는 수험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 학생의 경험대로 논술 실력은 단기간에 향상되지 않습니다. 수시 대학별 논술 공부의 기초는 지난 기출문제와 올해 시행된 모의평가를 푸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해마다 대학별로 논술 경향이 크게 변하지는 않으므로 기출문제를 통해 논술 출제의 난이도와 범위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모의평가 문제는 올해 새로 변화된 논술 시험 내용에 대한 예고편이기 때문에 반드시 풀어 보고 참고해야 합니다. A 학생이 수시에 지원한 대학의 사회계열 논술 출제 내용과 대비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건국대는 지문 제시형으로 2문항(시험 시간 120분)이 출제되며 이해력과 분석력, 논증력, 창의성, 표현력 등을 평가합니다. 따라서 도표 자료를 포함한 인문, 사회, 문학 분야의 다양한 지문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사고를 측정하는 통합교과형 논술을 실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대학과 달리 사고의 최종적 결과물 외에?사고 과정까지 평가할 수 있도록제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건국대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문제가 요구한 답안 내용에 집중해야 합니다. 주어진 지문을 충분히 인식해야 하고 지문 간 연계성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주입된 지식(남이 가르쳐 준 지식)으로부터 수험생 자신의 지식을 도출해 내는 능력을 재고자 하는 것입니다. 홈페이지에서 지난해 기출문제를 해설한 동영상(약 15분)을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국대는 통합교과형 논술을 통해 특정 교과 영역의 단순 암기 위주식 지식이 아닌 다양한 사상이나 주장, 사회현상 등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합니다. 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설명하거나 비판적인 입장에서 수험생의 견해를 논리적, 창의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자 합니다. 홍익대는 독해·분석 종합 능력, 응용력, 논증력 창의력 및 표현력 등을 평가하며 시험 시간 150분, 2000자 내외 답안 분량으로 실시됩니다. 인문·사회 분야 통합교과형 지문을 출제하며 하나의 논쟁적 이슈나 현상에 대한 2~4개의 제시문으로 구성됩니다. 문제의 형태는 제시문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들을 요약하는 문제, 제시문에서 제시되고 있는 다양한 시각들을 비교 분석하는 문제, 논쟁적 이슈나 현상에 대한 자기 나름의 분석과 견해를 기술하는 문제입니다. 경희대는 시험 시간 120분에 3개의 논제가 출제되며 논술 답안 분량은 1500~1800자 내외입니다. 정치외교가 포함된 사회계열 논술에서는 현대사회의 문제 상황과 관련된 제시문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 특정 기준에 따른 분류 및 논리적 서술 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논제들이 2문항 출제되고, 수리적 사고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논제가 1문항 출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지원 대학과 달리 수리적 사고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또한 영어 제시문이 하나 출제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종합해 보면 A 학생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사회계열 논술 문제는 수험생의 통합적이고 다면적인 사고 과정을 측정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지식을 통합해 창의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또한 이러한 교과 통합형 논술은 결과보다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논리적 사고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논술 준비를 해 나가야 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논술 학습 시간을 어느 정도 배분해야 하는지는 A 학생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서 정하되 주말을 이용해 1주일에 2편 이상 지원 대학에 맞춰 글을 써 보는 훈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추석논술특강’도 고려할 수 있지만 비용에 비해 실속이 없을 수 있으므로 선택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 봐야 합니다. 수시에 지원한 대학 가운데 경희대 우선선발을 제외하면 수능최저기준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쉬운 수능과 A, B형 수준별 응시에 따라 자칫 목표 등급을 채우지 못할 수 있으므로 수능 영역별 학습 비중 계획을 세우고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수능최저등급 달성만을 목표로 공부하기보다는 정시 지원에 대비한 수능 공부를 병행해야 합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
  • [이집트·시리아는 어디로] “시리아 급격 붕괴 땐 대혼란… 인접국에도 파장”

    [이집트·시리아는 어디로] “시리아 급격 붕괴 땐 대혼란… 인접국에도 파장”

    2011년 3월 반정부 시위에서 시작된 시리아 내전 사태는 국제사회의 개입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의 군사행동으로 시리아 정권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면 중동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종택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6일 ‘시리아 사태 추이와 중동 국제관계의 변화’라는 발표에서 “시리아의 급격한 붕괴는 오히려 국가를 소말리아와 같은 대혼란으로 빠뜨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중동 인접국에까지 정치적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결국 제한적이고 조건적인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어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도 별다른 타격이 되지 못한다”며 “군사행동 없이도 서방이 시리아의 이웃 수니파 국가들과 협력해 장기적으로 시리아 온건 반군 세력에 재정과 무기 지원,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통해 내전을 종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 내전 갈등의 원인이 ▲알아사드 가문의 43년 철권통치에 대한 시민의 반란 ▲과거 시리아 보수 왕정 정권과 아랍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군사 정권의 대립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카타르, 터키로 이어지는 중동의 수니파와 이란, 헤즈볼라, 이라크, 시리아로 이어지는 시아파의 종파 간 대결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반군 내부의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하는 온건 이슬람세력과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강경 이슬람세력 간 영역 다툼 등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더라도 테러로 인한 중동의 혼란은 한동안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시리아 난민 200만명의 인접국 유입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터키 등에 경제적 어려움을 주며 이를 틈타 이슬람 과격주의 세력이 내부에 침투할 경우 중동 전체의 정치적 혼란까지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동의 민주화 운동은 시작에 불과하며 민중의 새로운 각성으로 계층, 정치 세력, 종파, 종족 간 이익 갈등이 심화되면 이로 인한 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이집트·시리아는 어디로] “군부의 정국 주도 국면 장기화될 것”

    [이집트·시리아는 어디로] “군부의 정국 주도 국면 장기화될 것”

    시민혁명 이후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을 축출한 국민들이 자유민주선거로 선출한 첫 지도자를 외면한 상황에서 타도의 대상이었던 군부가 권력의 핵심으로 복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는 대통령 면책권 등을 포함한 일명 ‘파라오(전제 군주)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배타적이고 독단적인 통치를 한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그 이유로 꼽았다. 서 교수는 또 “국민들이 위기 상황에 닥치자 지난 60년간의 통치 경험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군부를 지지하게 된데다 이집트 국내총생산(GDP)의 약 30~40%를 장악하고 있는 군부 세력이 침체된 이집트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역사적으로 중동 지역에서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이 권력을 유지해 왔다”며 “현재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군부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크지 않아 이집트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군부와 자유주의 진영(야권+사법부)의 인사들로 이뤄진 지배연합 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력한 차기 지도자 후보로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과 야권 정치인 함딘 사바히, 아랍연맹 사무총장인 아무르 무사 등을 거론했다. 서 교수는 이집트와 다르게 집권 세력이 군부를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 시리아 내전 역시 단기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 이유로 “시리아는 물리력을 지닌 주체, 즉 정부와 군부가 완전히 결속하고 있으며 반군이나 시민세력이 정부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돼 있고 특히 서방 국가들이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유엔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에 난색을 표해 사태 해결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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