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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軍 사법개혁 핵심은 기득권 포기다

    군 사법체계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반 장교의 군사재판 참여를 금지하고 부대 지휘관의 감경 권한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군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도 어제 ‘병영문화 혁신 고위급 간담회’를 열어 군 사법제도의 현황과 쟁점을 살폈다. 육군 28사단 윤 일병 집단폭행 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뒤늦은 느낌도 든다. 그동안 군 사법체계의 문제점은 군내 가혹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흐지부지돼 버리고마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윤 일병 사건은 폭력에 찌든 병영문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적 인식을 확고히 한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이번만큼은 병영폭력의 근원인 불합리한 군 사법체계를 뜯어 고쳐 고질적인 병폭(兵暴)문화를 뿌리 뽑아야 한다. 우리는 윤 일병 사건을 통해 군 사법제도의 허점을 똑똑히 봤다. 군 사법당국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구조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일반 장교가 재판장으로 참석하는 심판관 파견제도가 문제다. 1심 보통군사법원의 경우 심판관(중령·대령)이 군판사(대위·소위)보다 계급이 높다. 그러니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관할관 확인조치권도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선고된 형량을 재량으로 감경해주는 제도는 군내 ‘부적절한’ 온정주의 문화를 고착시키는 대표적인 구태로 지적받아온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군사법원을 일반법원에 통합해 사법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방안도 제시한다. 우리는 헌법 제110조에 따라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한 특별법원으로 군사법원을 두고 있다. ‘세계의 경찰’ 역을 자임하는 미국이 복잡한 재판관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법원을 따로 운영하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처럼 군사법원을 별도로 운영하는 나라는 드물다. 새누리당도 국방부도 군 사법개혁의 칼을 빼든 이상 이번에는 반드시 보다 완결된 형태의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군 지휘관의 기소 결재권과 감경권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군 사법개혁을 추진했지만 군 내부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군 구성원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군 사법개혁은 실현되기 어렵다. 국방부도 자체적으로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여론의 눈치만 살피는 ‘셀프 자구책’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개혁안을 내놓기 바란다. 정치권 또한 마찬가지다. 국방부 장관을 불러다 호통치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다. 국회는 군 사법체계를 가다듬는 데 실질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 ‘명량’의 이면을 보자/ 조구호(문학박사, 남명학연구원 사무국장)

    영화 ‘명량’의 인기가 대단하다. 한국 영화 처음으로 관람자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거의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본 셈이다.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명량’에 열광하는 것은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잇달아 터진 사건과 사고에 눈과 귀가 피로하다 못해 지쳐 염증이 난 탓이 아닌가 싶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참사와 인면수심의 만행에 이제 눈과 귀를 닫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명량’의 이순신 장군과 같은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상상 속에 있고,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현실은 누군가가 타개해 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타개하고 개척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순신 장군 같은 영웅에 목을 매지 말고 영화의 이면을 보아야 한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부모형제가 죽어가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참혹한 모습에서 읽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놈들이 사격 연습으로 어린이들을 향해 총질을 하는 것을 비롯해 인간으로 차마 할 수 없는 만행은 임진왜란의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임진왜란 의병장의 한 분인 고대 정경운(1556 -?)이 쓴 ‘고대일록’에서 왜군의 만행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무계진에 이르렀을 때, 적에게 해를 당하여 시신이 강물에 던져졌다. 연약한 아내와 어린 아이가 집에 가득히 통곡하니 인간의 비참한 것이 이때보다 극심함이 없었다. 지난해에 妻弟가 靑松에서 굶어 죽고, 형제가 또 도적의 손에 죽었다. 장인의 자식 중에 나의 아내만 남았으니 참혹하고 참혹하도다. (1594년 1월 16일조) 조카가 산에 이르러 貞兒의 시신을 찾았다. 머리가 반쯤 잘린 채 돌 사이에 엎어져 있었는데, 차고 있던 칼로 휘두르려고 하는 것이 마치 살아 있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아아! 내 딸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1597년 8월 21일조)   전쟁의 참상은 멀리 임진왜란까지 갈 것도 없이 일제 식민지통치나 6.25 전쟁에서도 겪은 바이다. 위정자들의 잘못으로 무고한 백성들이 외적에 처참하게 살해되고, 참혹하게 굶어죽고, 부녀자들은 노리개처럼 유린당했다. 그래서 ‘명량’의 이순신 장군에 열광하기보다는 전쟁 없는 시대에 사는 것을 감사해야 하고,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지금도 가자 지구와 이라크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떠돌고 있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위정자들의 잭임이 커겠지만, 국민들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위정자와 국민은 운명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사건을 비롯한 잇달아 터진 사건과 사고로 민심이 흩어지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국가를 개조해 볼 모처럼의 기회도 무산되는 것 같다. 임진왜란을 비롯한 일제식민지통치, 6.25전쟁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국론의 분열과 민심의 이산이 자초한 결과이다. 전쟁 없는 시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더 큰 대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론을 호도하고, 민심을 현혹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도록 애국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대학교수를 비롯한 지식인들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솔선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자기의 이익보다는 사회와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전쟁은 예고가 없다. 전쟁이 없는 시대는 우리 세대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우리 후손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무고한 백성들이 왜적의 총칼에 참혹하게 죽어가는 ‘명량’의 이면을 기억하자. 조구호(문학박사, 남명학연구원 사무국장)
  • 지친 마음 달래줄 쉼표 넷

    지친 마음 달래줄 쉼표 넷

    계절은 어김없다. 몸을 스치는 바람에서 여름의 열기는 벌써 지워졌다.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드니 발이 먼저 반응한다. 훌쩍 떠나고 싶다. 그런데 어디로? 여름도 가을도 아닌 어정쩡한 계절엔 축제장을 찾으시라. 최소한 본전은 뽑는다. 초가을에 가 볼만한 축제를 모았다. 꽃과 음악이 곁들여진 축제들이다. ●메밀꽃 향기에 푹~… 먹거리·체험 풍성 오는 9월 5~14일 강원 평창의 봉평면 일대에서 이효석문학선양회(www.hyoseok.com) 주관으로 열린다. 주무대는 효석문화마을 일대다. ‘킬러 콘텐츠’인 메밀꽃밭의 면적이 예년에 견줘 대폭 확장됐다. 주최 측은 300만㎡(약 91만평)가 넘는 메밀꽃밭이 효석문화마을 등에 조성됐다고 전했다. 축제장은 2개의 큰 마당(이효석 마당, 봉평장 마당)으로 나뉜다. 이 마당은 다시 6개의 존(메밀꽃 문화존, 이효석 문학존, 메밀꽃 소설존, 메밀꽃 포토존, 봉평장 소설존, 충주집 소설존)으로 나뉘어 축제공간을 이룬다. 굳이 구분하자면 이효석 마당은 문화와 문학 체험, 봉평장 마당은 먹거리와 장터 체험 등에 초점을 맞췄다. 색다른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우선 메밀꽃 결혼식 등 연인들을 위한 이벤트를 다양하게 준비했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비치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고, 결혼식 참가자에게는 기념품도 준다. 메밀꽃 문화존에서는 풍등에 사랑을 담아 날리는 체험행사가 매일 밤 열린다.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모았던 메밀음식 시식회는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1000명 이상의 인원을 예상해 식단을 꾸릴 예정이다. 메밀로 만든 약 40가지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코믹한 강원도 사투리를 통해 지역 특유의 서정성을 만끽할 수 있는 ‘마카 오서요’(모두 오세요) 행사도 열린다. 만담 프로그램인 ‘알코 드레요’(알려 드려요), 어린이 뮤지컬 ‘며느리 방귀에 메밀꽃 피었네’ 등의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033)335-2323~4.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는 매주 금~일요일과 추석연휴 기간에 봉평 효석문화제와 허브나라 등을 돌아보는 당일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서울시청에서 오전 6시 30분 출발한다. 3만 5900원. (02)733-0882. ●인삼 캐기 체험 인기… 가족과 함께 오세요 오는 9월 19~28일 충남 금산인삼관 광장과 인삼약초거리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추석연휴 뒤에 개최돼 어느 해보다 한결 여유 있게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대표 프로그램은 인삼 캐기 체험이다. 축제 기간 동안 인삼밭에 직접 들어가 마음껏 인삼을 캐볼 수 있다. 아울러 방금 캔 싱싱한 인삼을 곧바로 살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해마다 인기를 모았던 건강체험관은 올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인도의 아유르베다, 몽골의 지압법 등 세계전통치유법을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새롭게 마련됐다. 종전의 홍삼족욕, 홍삼팩마사지 등 프로그램은 올해도 이어진다. 여성들이 특히 좋아할 코너도 준비했다. ‘절세미인관’이다. 한방증기체험, 천연화장품만들기, 얼굴·손마사지, 네일아트, 마법의 거울 등 각종 미용 콘텐츠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가족 중심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인삼버블체험이 눈길을 끈다. 인삼에센스가 첨가된 거품이 쏟아지는 인삼버블탕과 매직버블 쇼, 비눗방울체험 등이 재미를 더한다. 인삼씨앗 고르기 등 인삼민속촌에서 열리는 체험 프로그램도 알차다. 홈페이지(www.insamfestival.co.kr) 참조. ●포크·재즈·팝 등 다양한 장르 뮤지션 한자리 오는 9월 20일 강원 홍천 대명리조트 비발디파크 내 천연잔디광장에서 열린다. 오후 2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무려 8시간 가까이 펼쳐진다. 올해 겨우 3회째를 맞은 새내기 음악축제지만 화려한 라인업으로 이름값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올해도 포크, 인디뮤직, 재즈, R&B, 팝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무대에 오른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장필순과 재즈계의 디바 웅산, 뮤직 페스티벌의 아이돌로 불리는 정준일, 여성 포크 듀오인 랄라스윗, R&B와 솔의 진수를 선사할 범키, 모던록 밴드 디어클라우드 등이 관객과 만난다. 또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 등의 클래식 아티스트와 클래식 4중주단 구성으로 록음악을 연주하는 이탈리아 퓨전 밴드 누 콰르텟 등 일반적인 음악축제에서는 접하긴 힘든 다양한 무대를 만날 수 있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FALLinACOUTIC) 참조. ●도자기 신작전·페인팅… 상품 최대 반값 할인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도자축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행사다. 올해 28회째로 오는 29일부터 9월 21일까지 경기 이천 설봉공원에서 개최된다. 지난 4월 25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참사로 연기됐다. 이로 인해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들이 전면 재조정됐다. 우선 입장료와 주차료 등을 폐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이 추진하는 관광주간(9월 25일~10월 5일)과 발맞추기 위해서다. 관람객 투표로 선정하는 ‘이천도자기 신작전’, ‘기네스도전 큰항아리 만만’, 관람객과 함께하는 ‘도자기 액션 페인팅’ 등 새로운 기획도 선보인다. 추석을 앞두고 할인행사도 벌인다. 주요 도자상품들이 품목에 따라 10∼50% 할인된다. 홈페이지(www.ceramic.or.kr) 참조.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서울광장] 교황 방한 이후, 사람의 가치와 세월호/박찬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황 방한 이후, 사람의 가치와 세월호/박찬구 논설위원

    교황이 돌아갔다. 기댈 곳 없는 세월호의 영혼에 위안과 안식을 건넨 시간이었다. 교황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4개월이 넘도록 죽음의 바다에 머물고 있는 학생, 교사, 어린이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자필 서명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아픈 감동이다. 참어른의 부재로 얼마나 목이 말라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교황의 방한은 자본과 권력 앞에 매몰된 사람의 가치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사람이 중심인 사회, 국민을 가치의 중심에 두는 국가. 민주주의의 상식이 퇴색되고 고사돼 교과서 속의 이상향이 돼 버린 것이 우리의 군색한 현실 아니던가. 교황은 가고 세월호는 남았다. 국가로부터, 위정자로부터 세월호 피해자와 갑남을녀의 시민들은 이미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쥐락펴락하는 사법체계라는 것이 무고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사람의 가치를 살리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인지 따지고 싶다. 무소불위의 권력이 통치수단으로 이용하며 이현령비현령으로 농락하고 좌지우지해 온 게 이 땅의 알량한 사법체계 아니던가. 세월호 특별법이 정파의 이해관계에 끌려다니는 사이 신뢰와 소통에는 금이 갈 대로 가버렸다. 참사 당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왜 불통됐고 청와대는 무슨 역할을 했는지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교황의 방한으로 눈물의 농도는 일시 옅어졌지만 명치 끝에 똬리를 튼 묵직한 돌덩이는 여전히 온몸의 신경을 짓누르고 있다. 도무지 상식과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피해자가, 희생자의 가족이 단식하고 고행의 길을 걸으며 마치 구걸하고 빚 독촉을 하듯이 진상 규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선량한 시민들이 무슨 이유로 떼죽음을 당해야 했는지, 자초지종의 경위를 밝히는 건 국가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국가와 정부가 먼저 나서서 죽음의 이유와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할 테니 피해자들은 거리낌없이 슬퍼하고 마를 때까지 눈물을 흘리라고, 영혼을 치유할 시간을 가지라고, 그렇게 다독여야 정상 아닌가. 그것이 제대로 된 국가요, 정부라 할 수 있다. 꼬박꼬박 국가가 요구하는 세금을 다 내고 정부가 규정한 커리큘럼에 따라 학교에 다니고 수학여행을 가고, 그러던 시민이고 학생들이다. 왜 그들의 주검 앞에서 ‘제3자’로 뒷짐을 쥐고 있는지,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다. 교황의 가르침이 우리 안의 가치로 온전히 내면화될 수 있을까. 사람의 가치가 부재한 이 땅의 현실에서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참사 이후 국가와 정치권의 행태를 돌아보면 진정한 변화란 헛된 희망이 아닐까도 싶다. 세월호 피해자들은 교황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족들이 죽어간 이유를 알고 싶다’는 ‘단순’한 요구조차 묵살당하고 ‘거짓말과 기만으로 일관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권력과 싸우려고’ 하니 ‘이 모든 부정부패와 냉담한 현실 속에서 싸워나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간청했다. 세월호 참사는 결코 이들만의 비극이 아니다. 참사는 반복되고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국가의 부작위는 계속될 것이다. 더 이상 시민의 권리를 교과서와 법 조항의 그럴싸한 레토릭에 가둬둘 수 없는 노릇이다. 기본적인 생존권과 재난 피해자의 당연한 요구조차 외면 당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권력과 자본의 탐욕과 이기심에 경종을 울리고 진정성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결국 깨어 있는 시민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표현대로 이는 ‘국민 모두의 싸움’이라 할 만하다. 김장훈, 송강호, 김혜수…. 모두 같은 마음일 테다. 국가와 정부에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하고 사람의 가치를 살리는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오롯이 시민들의 몫이다. 비폭력 저항운동이든 공동체 개혁운동이든 선거 혁명이든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로 변혁을 일궈나가야 한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손을 잡을 때 비로소 세월호는 살아날 수 있다. ckpark@seoul.co.kr
  • [씨줄날줄] 세종시 & 화상회의/정기홍 논설위원

    우리나라에 이동통신 서비스가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84년이다.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차량 전화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SK텔레콤은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 휴대용전화 서비스를, KT가 2009년 아이폰으로 영상시대를 열었다. 스마트폰 가입자 4000만 시대는 목전에 와 있다. 화상통화가 일상화된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화상을 통한 의사소통 기술이 나온 것은 제법 오래됐다. 1964년 뉴욕박람회에서 미국의 통신회사인 AT&T가 ‘화상 전화’란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뒤 1980년대 초반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당시에 이를 ‘안방의 지구’를 만드는 요술상자로 불렀다. 국내에는 1985년 세종로 정부청사와 과천청사 간에 화상 시스템이 처음 설치됐다. 하지만 만나서 회의를 해야 한다는 문화적인 인식으로 사용을 못하고 철거됐었다. 10년 후인 1995년에 와서야 총리실과 정부청사 간에 화상정보 시스템이 다시 구축됐다. 한국통신(지금의 KT)도 1985년 광화문전화국에 화상회의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1992년에 보다 먼 거리인 서울 신사전화국과 부산전화국을 화상시스템으로 연결했다. 근래 들어 화상회의가 크게 주목받은 것은 1991년 걸프전 때와 2011년 아일랜드 화산 폭발 때다. 항공기 테러 우려와 유럽을 뒤덮은 화산재로 이동이 쉽지 않아 이용이 급증했었다. 지금은 임장감(臨場感)을 높이는 화상의 질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상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그제 보고차 떼 지어 국회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 화상회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한 달여간 행정부에서 일해 보니 세종시 공무원들이 길바닥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이러한 언급이 여러 번 있었지만 구두선에 불과해 국회와 행정부를 경험한 그의 말에 신뢰가 간다. 강기윤 의원(새누리당)도 세종시 13곳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서울·과천청사와 국회 출장에 지출한 비용이 75억 6926만원에 달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들의 지적이 아니라도 세종시 이전 이후 행정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은 많았다. KTX 이용객의 절반이 국회에 업무 설명차 몸을 싣는 공무원이라는 자료도 있다. 국회 주변을 서성거리는 공무원은 노숙자에, KTX는 ‘잠자는 공간’에 비유된다. 공공기관에서는 ‘을과 병’의 관계라며 한탄한다. 세종시의 공무원이 국회를 찾는 시간에 공공기관 직원이 공무원을 찾아 나선다는 뜻이다. 올 연말이면 세종청사 공무원의 수는 1만여명으로 늘어난다. 화상회의 확충을 늦출 일이 아니다. 국회는 면전에 불러 호통치는 관행을 내려놓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스마트 정치’를 실행할 때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北김정은 “TV에서 날 봤다고? 재미없었겠구나”

    北김정은 “TV에서 날 봤다고? 재미없었겠구나”

    ”재미없었겠구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TV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는 어린이에게 해준 답변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2일자는 ‘원아들의 웃음소리’라는 제목으로 실은 ‘정론’에서 평안남도 평성시의 고아 양육시설에 사는 5살 난 원아인 리명복 군이 지난 5월 평양 대성산종합병원에서 김정은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김정은이 “(방금) 뭘 하댔느냐(뭘 하고 있었느냐)”라고 묻자 리 군은 “텔레비전을 보댔습니다(봤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텔레비전에서 무엇을 보댔는가”라고 재차 묻자 리 군은 “아버지 원수님(김정은)을 뵈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재미없었겠구나”였다는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모든 행동을 숭상하는 북한 체제에서 이런 언급을 하기도 어렵거니와 매체에 이를 공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북한에 납치된 신상옥 감독과 함께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자리에서 “인민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저건 다 가짜다”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두 사람의 사적인 대화로 북한 사회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김정은의 발언은 북한 주민들의 속내를 콕 집은 것으로 신선해 보인다. 김정은과 리명복 군의 대화는 최고지도자 우상화 교육을 받았을 어린이의 교과서식 답변에 김정은이 상당히 진솔한 반응을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은둔의 지도자’로 통하는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대조적으로 일반 주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소탈하고 친근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해왔다. 그가 5살 난 어린이에게 꽤 솔직히 답변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은 간부에게 엄격하면서도 대중에게는 따뜻한 모습을 보이는 방식으로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통치 스타일이 김정일 위원장보다는 김일성 주석에 가깝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가만히 있으라” vs “잊지 않겠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가만히 있으라” vs “잊지 않겠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 광화문에는 앙상하게 뼈와 가죽만 남은 김영오씨가 광복절인 8·15까지 33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를 타고 학교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살아 돌아오지 못한 유민 학생의 아빠다. 그의 가슴에는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 제정 단식 33일’이, 등에는 ‘대통령님! 힘없는 아빠 쓰러져 죽거든 사랑하는 유민이 곁에 묻어주세요’라는 글귀가 달렸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이 되는 “8월 16일까지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관을 짜놓고 여기서 쓰러져 죽을 때까지 단식하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소식에 미국 학자 놈 촘스키는 지난 14일 그에게 편지를 보내 “당신의 고귀한 행동이 당연히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수사권·기소권을 가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그가 목숨 걸고 단식하지만, 주요 뉴스로 다뤄지지 않는다. 왜일까. 여야 간 이견도 있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여당 의원들이 7·30 재·보선 이후 민심 반영에 관심이 없는 탓으로 본다. 광화문에서 농성과 단식을 하는 유가족에게 “노숙자 같다”거나 “제대로 단식했으면 벌써 탈이 났을 것”이라며 모욕을 줬다. 유족들에게 “당신들 가만히 있으라”고 호통치고,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규정하며 “국가유공자보다 더 많이 보상받으려 한다”는 말도 퍼뜨렸다. 유가족의 단식농성에 박근혜 대통령도 무심해 보였다. “유병언을 잡으라”고 3차례나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압박했던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지난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언급한 이후 침묵했다. 3개월 지난 11일에서야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이냐”고 호통쳤지만, 유가족의 반발로 여야 간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무산돼 질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난도 받는 한국 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유병언 수사 헛발질과 윤 일병 폭행살인치사와 관련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호통친 지 7시간 만에 경찰청장과 육참총장이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나 말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유가족이 환호할 만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신호를 여당에 보냈더라면, 입법권이 국회의 일이지만 여당은 결코 그 신호를 무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후 지난 4월 말 방한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그의 관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검은색 양복을 입어 세월호 참사를 위로한다는 인상을 한국인에게 주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화사한 하늘색 상의를 입어 대조를 이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방한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희생자를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고, 15일 대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는 왼쪽 가슴에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배지를 달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광화문 천막 농성장 강제철거가 거론됐을 때 강우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은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사랑의 시복식을 열 수 없다”고 옹호했고, 농성장 고수를 외치던 강경한 세월호 가족은 2개동을 제외하고 나머지 천막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화답했다. 권력 있는 자가 고통받는 자를 관용하면 그 관용은 소통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알리는 화답이었다. 어제는 69회째 광복절이었다. 일제 때 고통받았던 한국인 위안부와 강제징용자들은 69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사과와 배상은 끝났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한국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줬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인 우리는 그 태도가 몰염치하고 뻔뻔하다고 느낀다. 때문에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도 아베 정부와의 정상회담도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역시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측면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정부를 돌아보면, 피해자가 충분히 납득하고 용서할 때까지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화답’이 가능하다. 유가족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지를 게 아니라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가 교통사고라고 치더라도, 사고 이후 정부가 잘못 대처해 304명의 대형 인명피해로 키운 데 대한 속죄가 될 것이다. symun@seoul.co.kr
  • [오늘 69주년 광복절] 김진명·이내구·안내성 항일 의병장… 독립유공자 후손 찾습니다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항일 의병장들의 유족을 찾지 못해 건국훈장을 수여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광복 69주년을 맞아 전북 지역에서 활동한 김진명, 이내구, 안내성 등 3명의 항일 의병장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한다고 14일 밝혔다. 지리산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항일 의병장 3명은 정재상 경남 하동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장이 지난 2월 항일 의병장과 무명 항일투사 학살 관련 문건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정 위원장이 찾은 문건은 을사늑약(1905년) 이후 1907~1909년 국내에서 50~400여명의 의병대를 조직해 무장투쟁을 벌이다 체포된 항일투사 218명이 일제에 체포돼 처형된 기록을 담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 문건을 토대로 전북 출신 항일 의병장에 대해 서훈을 신청했다. 그러나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의병장들의 훈장을 수여받을 후손을 찾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초부터 이들 의병장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면서 유족을 수소문했지만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 의병대를 조직해 활동했던 이들 의병장은 일제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됐다. 김진명(金辰明·1863~1907·진안군) 의병장은 진안 경찰서와 우체국 등 일제의 통치조직을 습격해 공을 세웠지만 체포돼 고문을 받은 뒤 순국했다. 이내구(李內逑·출생미상~1908·전주시) 의병장은 1908년 체포 직후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내성(安乃成·출생미상~1909·남원시 추정) 의병장은 1907년부터 남원 지리산을 중심으로 의병 100여명을 조직해 지휘하며 일본군에 결사항전을 벌이다 1909년 순국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오늘 69주년 광복절] “한·일 정상회담 개최 필요… 과거사-외교문제 분리 대응을”

    [오늘 69주년 광복절] “한·일 정상회담 개최 필요… 과거사-외교문제 분리 대응을”

    한반도는 2015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내년은 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벼락같이 왔던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 해방과 한반도 분단의 비극이 시작된 지 70주년이 되는 역사적 시점이다.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 정상화로 관계 복원의 반세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양국 간 과거사 문제와 이를 둘러싼 갈등은 청산되지 않고 있다. 70년 전만 해도 세계의 전략적 중심선에서 비켜나 있던 한반도는 이제 글로벌 경제의 주요 축이자 동북아 각국의 이해가 교차하는 전략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신문은 14일 광복 69주년을 앞두고 서희외교포럼(대표 장철균 전 스위스 대사)과 공동으로 ‘한반도 해방과 분단 그리고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주제의 좌담을 마련했다. 장 대표, 신복룡 건국대 석좌교수, 여인곤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최동주 숙명여대 교수 등 참석자들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과 시정 조치는 최근까지도 전 세계에서 확인되고 있는 ‘인류의 시대정신’의 발로로 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추구하는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는 결코 시대정신이 될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일 양국 관계에 대해서는 과거사와 외교 문제의 분리 대응을 주문했고,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이 컸다. 좌담에서는 한반도 분단의 일차적 책임은 김일성 주석에게 있으며, 향후 그에게 6·25 전쟁 피해뿐 아니라 통일을 지체시킨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정권 교체 때마다 좌우로 흔들리는 우리의 ‘시계추 대북 정책’이 안정적인 남북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도 제기됐다. →아베 정부 출범 후 한·일관계의 악화 문제는 무엇인가. -도시환 위원(도 위원):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 현재 진행형의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불법적인 강점에 의한 식민주의 범죄로 반인도적 범죄 행위다. 국제사회의 철학이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고, 2001년 서구 노예제도와 식민지 지배의 반인도적 범죄를 인정한 더반선언에 이어 아주 최근인 지난해 6월과 9월에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각각 식민통치를 사죄하고 배상을 하는 등 역사적 과오에 대한 시정 조치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이 됐다. -최동주 교수(최 교수): 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노동기구(ILO)의 의제로 제시됐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위안부를 강제 노동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일본은 1932년 11월 강제노동협약을 비준했고, 1944년 11월까지 효력이 유지됐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ILO에서 의제로 논의해야 하지만 일본 정부의 강력한 로비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ILO에서 위안부 문제를 의제화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우리 스스로가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아베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되고 있다. -도 위원: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을 통해 독도를 자국 영토로 침탈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카이로 선언(1943년)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을 통해 독도는 일본의 행정적 지배 범위에서 제외됐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건 한반도에 대한 점령지 권리 즉,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한국의 독립을 부인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신복룡 교수(신 교수): 독도는 일본 국익에 치명적이지 않다. 절박하지도 않으면서 ‘정치적 제스처’만 하고 있다. 한 일본 학자는 “한국은 독도가 한국 영토를 입증하는 일본 측 자료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도 일본 영토임을 입증하는 한국 측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말이 사실이라는 데 있다. 독도 문제는 한·일 양국 학계 간의 전쟁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과 한반도 분단에 대한 우리 안의 인식 차이도 커 우려된다. -도 위원: 식민지근대화론의 핵심은 일제강점기의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했고, 해방 이후 산업화의 토대가 됐다는 주장이다. 매우 자의적 해석으로 조선 후기의 위기도 과장했을 뿐 아니라 식민 체제에서 우리 경제는 대단히 불평등했다. 생산수단은 소수 일본인이 장악했고, 조선인의 인적 자본 형상은 제한적이었다. -여인곤 위원(여 위원): 한반도의 학교 설립과 신문 창간, 전기·전차·철도 개통, 항만 건설 등 한국의 근대화는 일제의 식민 지배 이전인 19세기 말부터 서양의 투자나 자생적으로 시작됐다. 일제가 경인선,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 등 철도를 부설하고 항만 등을 건설한 건 한국의 근대화가 아니라 식량과 자원 수탈, 그리고 만주와 중국 침략의 교두보 확보 차원이었다. -신 교수: 한국사학사의 기본적인 함정은 망국에 대한 자기 성찰과 회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망국의 일차적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만 식민지근대화론의 경우 그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 친일 사학이 아닌 바에야 식민지 시대가 한국을 근대화시켰다고 말하는 학자는 없다. 다만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한국의 산업화가 진행되었다고 말할 뿐이다. -여 위원: 해방 후 한반도의 38선 분할은 일본군 무장해제를 목적으로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제안하고, 소련 스탈린이 동의해 획정된 미·소 양국의 합작품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분단의 책임은 김일성 주석과 소련에 있다. -최 교수: 38선은 미국 입장에서 소련의 일본 군정 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 본토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소련군 진격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 결국 38선이 한반도를 지리적, 이념적으로 둘로 나누고 전쟁의 불씨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 -신 교수: 김일성 주석은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다고 오판하고 개전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오판으로 300만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통일은 70년이 지나도록 미뤄지는 어리석은 결과마저 초래됐다. 나는 김 주석에게 6·25전쟁의 일차적 책임뿐 아니라 분단과 통일을 지체시킨 책임도 크게 물어야 한다고 본다. →남북관계와 북핵, 한·일 갈등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여 위원: 북핵 위기가 20년이 됐지만 해결 전망이 매우 어둡다. 박근혜 정부가 북핵 폐기를 목표로 하되 우선 차선책으로 북핵 개발부터 동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과 및 핵 동결과 우리의 5·24 대북 조치 해제를 패키지로 다뤄야 한다. -장철균 대표: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권 교체 때마다 대북 정책이 좌우로 흔들리는 ‘시계추 현상’과 이로 인한 ‘안보 공회전’이 반복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대북 정책은 정권에 상관없이 일관적이어야 한다. -도 위원: 아베 총리가 지난해 ‘침략의 정의’를 부정한 데 이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건 2차 세계대전 이전의 군국주의 부활의 궤적으로 봐야 한다. 아베 총리의 의도를 경계하며 주시해야 한다. -신 교수: 일본의 우경화는 시대정신이 아니다.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오히려 오랜 경제 침체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우경화가 발현되는 측면으로 이해하고, 지혜롭게 대일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최 교수: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대일 외교를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정상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 위원: 현재와 같은 과거사와 외교 문제를 연계하는 방식으로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갈 수가 없다. 두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서는 자위대의 개입 조건과 범위를 반드시 우리 정부가 미국과도 미리 협의해야 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장롱 속에 고이 잠든 권한/이기철 사회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장롱 속에 고이 잠든 권한/이기철 사회부 전문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기 위한 사상 유례없는 체포작전이 그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허망하게 끝났다. 지난 6월 12일 전남 순천의 한 농부의 신고에 의해 그의 주검이 발견되기 전까지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군까지 대대적으로 동원됐다. 그는 지난 5월 2일 검찰 소환에 나오지 않으면서 도피생활을 시작했다. 1992년 사기 범죄로 수감돼 4년간 철창에 갇힌 그는 그때의 ‘트라우마’로 검찰 소환조사와 같은 사법 절차를 거부하게 됐을 것이다. 그의 도피는 검경 차원을 넘어 결국 국민을 비웃는 격이 됐다. 국민이 합의해 만든 사법적 절차를 무시한 까닭이다. 국회의원들 역시 그동안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형사 절차를 깔아뭉갰던 사례가 너무 많다. 이러고 보면 검찰이나 법원이 부르면 부르는 대로 나가 조사에 응하고 재판을 받았던 많은 이들이 오히려 어수록해 보인다. 도피하지 않고 국민이 동의한 사법 절차에 순순히 응했지만 결과는 수년간의 감옥행이었다. 이런 이들 가운데 기업인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동안의 경제적 기여나 기업의 경영 관행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통보나 기업인에 대한 선고에서 법원이나 검찰이 과연 여론에서 자유로웠는지 의문스러운 경우가 왕왕 있다.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인민재판이나 국민감정에 편승한 수사와 다를 바 없다. 대다수는 수감 생활을 성실하게 한다. 하지만 어떤 수감자는 자신이 수감 생활을 하는지, 병원에 있는지, 아니면 자택에 있는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고 한다. 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수술을 기다리는 이도 있다. 수감 생활보다 병동생활 기간이 훨씬 더 길다. 이런 이들에게 파렴치한 범죄가 아닌 다음에야 계속 형벌을 가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도 든다. 이런 판결과 법의 효력을 보정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게 사면, 특히 통치자의 결단이 필요한 특별사면이다. 확정된 형을 끝까지 복역하게 하는 것도 법치주의이지만 대통령의 사면도 최고 법률인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사면은 국민이 헌법을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국민이나 언론이 그동안 대통령들이 단행한 사면을 문제 삼았던 것은 기준과 원칙 없이 측근을 풀어주는 ‘셀프 특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말 측근인 최도술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3년 1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을 사면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생계형 범죄인에 대한 사면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광복절 특사’는 이번에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대로 기업인과 정치인에 대해서는 그동안 한 번도 사면을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취임 이후 국정을 발목잡았던 현안에서 벗어나 치유와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시간이 3년 반 남은 시점에서 이제는 제주 강정마을 농성시민 같은 이들을 포함하는 사면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 헌법이 사면을 규정한 것은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두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면을 남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사면이 없는 법은 불법’이라는 법언도 곱씹어볼 때가 됐다. chuli@seoul.co.kr
  • ‘닭 쫓던 개 신세’ 3선 연임 노리던 이라크 알말리키 총리, 최후의 선택은?

    3선 연임을 노리던 이라크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말 그대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푸아드 마숨 대통령이 하이데르 알아바디 제1국회부의장을 차기 총리로 지명하고 새 정부 구성을 요청함에 따라 연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알말리키 총리는 대통령의 차기 총리 지명이 최대 정파의 대표에게 정부 구성을 요청하도록 한 헌법 규정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알아바디 총리 지명자가 새 정부를 구성하는 향후 30일 동안에도 알말리키 총리는 현직 총리로 남아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의 앞에 놓인 선택지는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우선 비상사태나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통령의 차기 총리 지명 자체를 무효화해 집권을 연장하는 방안이 있다. 군부를 동원한 사실상의 쿠데타인 셈이다. 시아파 정치 연합체 ‘국민연대’가 알아바디 부의장을 차기 총리로 추대하기로 합의한 것은 대통령의 지명 하루 전인 10일 늦은 오후로 알려졌다. 알말리키 총리가 같은 날 자정 긴급 TV 연설을 통해 차기 총리 지명을 늦추는 마숨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알말리키 총리는 그와 동시에 수도 곳곳에 충성하는 특수부대와 시아파 민병대 병력을 바그다드 곳곳에 배치했다. 알아바디 부의장을 차기 총리로 추대할 경우 법적 대응은 물론 쿠데타와 같은 군사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로 읽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알말리키 총리는 지난 8년의 집권 기간 권력을 독점하고 수니파·쿠드르 차별 정책으로 이슬람 수니파 반군의 봉기를 야기했다는 비판과 함께 국내외에서 거센 퇴진 압력을 받아 왔다. 알아바디 총리 지명자는 지난 10일 국민연대 내부 투표에서 최다인 127표를 얻어 차기 총리로 추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50표가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연합에서 나온 표라고 미국 비정부기구(NGO) ‘ISW’(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이라크팀은 12일 전했다. 수니파와 쿠르드족은 물론 시아파, 특히 알말리키 총리 소속 정파에서도 상당수가 이미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미국 역시 알아바디 총리 지명자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알말리키 총리에게 섣부른 대응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주이라크 유엔 특사도 “특수부대가 민주적인 정권 이양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일 만한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의 여러 시아파 민병대 가운데서도 알말리키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말리키 총리가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 쿠데타를 감행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마숨 대통령이 알아바디 부의장을 차기 총리로 지명한 데 대해 알말리키 측은 위헌적 행위라고 비난하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성명만 발표했을 뿐 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알말리키 총리가 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공언한 대로 법적으로 대응하는 게 있다. 마숨 대통령의 차기 총리 지명이 위헌적 조치로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내는 방법이다. 알말리키 총리는 자신이 지난 4월 30일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법치연합의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승인 없이 같은 당 소속인 알아바디 부의장을 차기 총리로 지명한 것은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사법부가 알말리키 총리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일부 외신들은 전날 이라크 연방최고법원이 알말리키 총리의 법치연합이 의회의 원내 최대 정파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법원의 결정을 왜곡한 이라크 국영방송의 보도를 인용한 결과로 연방최고법원이 실제로는 상당히 중립적인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즉 이라크 헌법이 규정한 최대 정파는 ‘총선에서 승리한 정파’ 또는 ‘총선 이후 정파 간 연합을 통해 최다 의석을 차지한 정파’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체 328석 가운데 92석을 차지한 법치연합이 최대 정파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시아파의 ‘국민연대’를 최대 정파로 해석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국내 주요 세력과 미국마저 알말리키 총리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 사법부가 그의 손을 들어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집권 기간 자신의 실정에 대한 면책을 보장받고 스스로 물러나는 방법이 남아 있다. 알말리키 총리가 현재까지는 3선 연임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쿠데타나 법적 대응의 효과가 신통치 않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명예로운’ 퇴진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8년의 집권 기간 그가 다져 놓은 국내 지지 기반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그가 쉽게 물러설지는 불확실하다. 바그다드 현지의 한 소식통은 “알말리키가 쿠데타를 시도한다면 개인적으로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얻겠지만, 국가 전체로서는 처참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하루 이틀은 더 지켜봐야 향후 정국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자지구 라파 국경 열리나

    가자지구 라파 국경 열리나

    72시간 재휴전과 함께 협상에 들어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점을 찾고 있다. 쟁점은 ‘국경’이다. 오랫동안 고립됐던 하마스는 국경 개방에 필사적이며, 이스라엘은 국경을 열고 싶다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는 11일(현지시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라파 국경 통제에 대해 동의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고위 지도자 이자트 알리스크는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의 경비 병력이 라파 국경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국경을 넘겨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협상 중재자인 이집트도 팔레스타인 경찰 1000여명이 국경에 배치되는 데 합의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라파 국경은 합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스라엘은 에레즈, 카르니 검문소 개방을 거부하고 기존에 열려 있던 케렘샬롬 검문소만 유지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의 공항과 항구를 개방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이번 협상은 하마스 대신 팔레스타인 당국이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서 양국 사이의 라파 국경 출입구를 재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팔레스타인 일간 알쿠드는 이스라엘이 일부 수감자 석방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측 요구 대부분을 거부하고 있으며 협상이 실패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바레인 일간 알아얌의 칼럼니스트 탈랄 아칼은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번 협상을 위해 큰 대가를 치렀다. 반드시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이어 “하마스가 결국 공항과 항구 개방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도 하마스의 비무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텔아비브대학 자피전략문제연구소의 정치 전문가 요시 알페르도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부정부패·망언도 못 막은 ‘터키 푸틴’ 집권연장의 꿈

    부정부패·망언도 못 막은 ‘터키 푸틴’ 집권연장의 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첫 직선 대통령 선거에서 손쉽게 승리했다. 독재와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터키의 푸틴’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다. 11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터키 대선의 개표가 거의 끝난 가운데 에르도안 총리가 52%의 표를 얻어 2차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야당인 공화인민당과 민족주의행동당의 단일후보 에크멜레딘 이흐산오울루 후보는 38.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에르도안이 장기집권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슬람주의 강화’와 ‘경제 성장’이다. 그는 2003년 이슬람주의를 강조하며 세속주의자와 군부 엘리트들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며 처음 총리가 됐다. 터키 국민의 90%가 무슬림이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과 서방 국가는 에르도안에게 ‘현대판 술탄’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터키가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도 이슬람주의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에르도안은 지난 3월 거액의 현금을 숨길 것을 아들에게 지시하는 통화 내용이 공개되며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지난 5월엔 301명이 숨진 소마 탄광 사고에 대해 “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나곤 하는 것”이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지난 3월 도청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수백명을 잡아들이는 등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그는 2002년 정의개발당을 창당한 이후 선거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다. 그가 확신하는 대로 다음 대선에서도 승리하게 되면 그의 집권 기간은 총 21년이 된다. 내친김에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기 위해 조기 총선을 계획하고 있다. 그가 닮아가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3연임이 불가능해지자 2번의 임기를 마친 뒤 4년 동안 총리직에 있다가 2012년 3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그도 다음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대통령직만 20년을 유지하게 된다. 에르도안이 푸틴에 필적하는 이유는 또 있다. 터키 국민은 에르도안이 터키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유럽 국가처럼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을 선택한 이유와 같다.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을 19차례나 지원받았던 터키는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세계 17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에르도안은 1994~1998년 이스탄불 시장으로 재직할 때도 물부족, 교통대란, 대기오염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北 리수용 “핵 억제력 보유, 美 적대시 정책 따른 결단”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10일 “우리가 핵억제력을 보유한 것은 미국의 끊임없는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압력, 핵위협 공갈에 시달리다 못해 부득불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의 결단이었다”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미얀마 네피도의 국제컨벤션센터(MICC)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핵보유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다. 우리의 핵은 말 그대로 전쟁을 막기 위한 억제수단”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수행중인 최명남 북한 외무성 부국장이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전했다.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핵 문제와 관련, 이런 기존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리 외무상은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 군대의 로켓 발사 훈련이 조선반도의 정세 를 긴장시킨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조선 반도에서 어느 측의 군사훈련이 압도적으로 규모가 더 크고 위협적이고 더 횟수가 잦은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조선반도서 벌이는 합동군사 연습은 그 도발적 성격과 전쟁 발발 위험성에서 도를 넘고 있다”면서 “최근 합동 군사연습은 평양 점령을 목표로 상륙 작전과 공중타격, 특공대 작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그는 “일방의 위협은 타방의 대응을 초래하기 마련”이라면서 “그런 호상 작용 과정에 전쟁이 터진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반도 정세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올해 들어와서만도 여러 차례 쌍방이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할 것을 제안하고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유감스럽게도 미국측의 화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그는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전쟁의 위험을 들어내고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은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하는 것”이라면서 “연방 국가 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국가를 그대로 두는 방식이기 때문에 통일 과정에서 충돌할 일이 없다”고 기존 북한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연방제 통일방안이 실현되지 못한 이유로 “우리나라를 분열시킨 장본인인 미국이 아직도 남조선의 군 통치권을 틀어쥐고 있다”고 강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쟁 주저하던 오바마 “아르빌 위험” 한마디에 공습

    전쟁 주저하던 오바마 “아르빌 위험” 한마디에 공습

    “아르빌에는 우리 영사관이 있다. 우리는 이곳이 위협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르빌 인근에서 벌어진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의 침략행위가 공습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종전 이후 2년 7개월 만에 다시 이라크 공습을 개시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물론 공습의 직접적인 이유는 ‘제노사이드’(대량학살범죄)이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수도 아르빌이다. IS가 지난 6월 이라크 제2도시인 모술을 점령했을 때도, 시리아와 이라크를 잇는 영토에 ‘칼리프’(이슬람 통치자) 중심국가를 세웠을 때도, 이라크 정부가 지원을 요청했을 때도 ‘침묵’했던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은 “아르빌이 위험하다”는 소식에 즉각 반응했다. 이에 대해 NYT는 “리비아 ‘벵가지 사태’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오바마를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벵가지 사태란 2012년 9월 11일 무장단체 ‘안사르 알샤리아’가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 스티븐스 대사를 비롯해 미국인 4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공화당은 이를 두고 ‘CIA의 테러 경고를 무시한 무능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자국민이 죽었다’며 공격했다. 가뜩이나 지지율 바닥인 오바마 행정부가 뼈아픈 대외 정책 실패 사례를 되풀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아르빌은 이라크 최대 유전지대가 있는 곳이다. 세계 2위의 산유국인 이라크 석유의 40%가 이라크 내 쿠르드자치정부에 있고 이 중 상당량이 아르빌에 매장돼 있다. 미국의 교역이 많고 외국의 정부·기업·시설도 집중돼 있다. 시리아, 이란, 터키를 잇는 중심지인 만큼 미국도 터키도 호락호락하게 넘겨줄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결국 아르빌 함락은 이라크만의 문제가 아닌 중동 정세와 연관돼 있다. 그렇다면 반군을 격퇴시킬 수 있을까. 우선 IS의 기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평지가 많은 이라크 북부에서 지상군뿐인 IS에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춘 미국의 공습은 위협적이다. 그러나 공중 폭격만으로 IS 세력을 절멸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대다수 관측이다. NYT는 “미국이 제한적 공습으로 IS의 위협을 깨부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봉인’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거기다 IS는 오합지졸의 테러리스트들이 아니다. 매년 작전 현황이 담긴 연례 성과보고서를 발간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홍보까지 하는 데다 종교적 신념에 목숨 바치려는 전사들이 즐비한 기업형 무장조직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친 다국적 테러집단이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라크 정부의 무능이다. 수니파를 박해해 이번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퇴진 압력에 맞선 채 ‘종파를 통합한 새 정부를 구성하라’는 안팎의 요구도 모두 일축했다. 아직 새 내각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군사 능력도 떨어진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장기화 가능성을 예고한 것도 이런 상황에서 ‘IS 박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이라크 반군 상대 공습 개시로 수니파 반군 기세 한풀 꺾이겠지만…이라크 정상화는 요원

    ‘이라크 공습’ 이라크 공습에 미국이 나서면서 최근 이라크 북부에서 파죽지세로 세를 확장하던 수니파 반군의 기세도 일단 한풀 꺾일 전망이다. 반군을 주도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 6월 초 이라크 제2의 도시 북부 모술을 장악한 이래 전투기의 공습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라크 정부군도 이미 수차례에 걸쳐 모술과 티크리트, 사마라 등지에서 반군을 겨냥한 공습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군의 공습은 일부 민간인 희생자를 초래하거나 반군에 이렇다 할 타격을 주지 못하는 등 정밀도나 위력에 있어 세계 최강의 공군력을 자랑하는 미군의 공습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미군은 이날 오후 1시 45분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 수도 아르빌 인근에서 F/A-18 전투기 2대로 IS 야포 부대를 폭격했다. 걸프 해역에 머무는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에서 발진한 미군 전투기는 500파운드(225㎏)의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했다고 미국 국방부는 설명했다. IS의 피해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아르빌을 방어하는 KRG 군 조직 페쉬메르가를 공격하려던 반군의 이동식 야포와 야포를 운반하는 트럭이 대부분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의 공습이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최근 모술을 거점으로 서북부 신자르 산악지대와 동부 쿠르드 지역으로 진격하던 IS의 공세를 주춤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이라크군 합참의장인 바바커 제바리 중장은 AFP 통신에 “미국의 공습은 지상에서의 거대한 변화를 의미한다”면서 “수 시간 안에” 이라크 정부군과 페쉬메르가의 대대적인 반격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 국가’ 수립까지 선포한 IS를 완전히 뿌리 뽑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먼저 미국이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거듭 부인하며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백악관 대변인이 시한 설정을 거부한 이번 공습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공언한 대로 제한적 공습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전투기나 무인기를 동원해 IS의 진로를 차단하고 운신의 폭을 제한시키는 형태의 공습이 주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이날 오후 5시와 6시쯤 전투기와 무인기를 동원한 미군의 추가 공습 역시 IS의 박격포 기지와 차량을 겨냥했다고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제한적 공습만으로는 이라크 사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시리아 내전에서 다진 IS의 전투력이 만만치 않다. 특히 IS는 봉기 초기 이라크 정부군이 버리고 간 최신 무기를 다수 확보한데다 효율적인 선전전과 기민한 전술 등으로 수적 열위를 극복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분석했다. 또 IS가 올해 초부터 장악하고 있는 팔루자의 예에서 보이듯이 모술과 같은 거점 도시에서 수니파 주민들과 함께 머물며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최근 반군의 북부 공세 강화 이전과 같이 이라크 곳곳에서 장기 대치 전선이 형성될 공산이 크다.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로 공습이 쉽지 않은 상황에 이라크 정부군이나 페쉬메르가의 지상군만으로 IS를 제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역시 이라크 사태는 궁극적으로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는 물론 소수 종파와 민족을 아우르는 통합 정부를 구성해 이라크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라크 정치권은 헌법상 시한인 이날까지도 차기 총리를 지명하지 못하는 등 차기 총리와 정부 구성을 두고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이라크 반군 상대 공습 개시 소식에 네티즌들은 “이라크 반군 상대 공습 개시, 또 전쟁인가”, “이라크 반군 상대 공습 개시, 미국 공군의 힘이 어느 정도일까”, “이라크 반군 상대 공습 개시, 어떻게 될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S, 이라크 기독교마을 5곳 장악… 10만명 피란

    이라크 수니파 반군이 이라크 최대 규모 댐과 최대 기독교 거주지를 장악했다. 서부와 북부를 장악한 채 정부군과 대치 국면을 이어 가던 ‘이슬람국가’(IS)의 공세가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7일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인 IS가 쿠르드자치정부(KRG)의 군조직인 페시메르가를 몰아내고 모술 댐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IS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모든 방향으로 영역 확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칼리프가 통치하는 위대한 이슬람국가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티그리스강 상류의 모술 댐을 장악하면서 IS는 물과 전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댐을 방류할 경우 바그다드를 비롯한 도시 일부를 수몰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KRG 관리들은 페시메르가가 아직 모술 댐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IS는 5만명에 이르는 주민 모두가 기독교도인 카라코시와 다른 기독교 밀집 지역인 탈카이프, 바르텔라, 카람레슈 등 5곳을 장악했다. 이에 따라 기독교 주민을 비롯한 약 10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카라코시는 IS가 장악한 제2의 도시 모술과 쿠르드자치지역의 주도 아르빌 사이에 위치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라크 기독교 신자들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교황은 “국제사회는 비극을 멈추기 위해 나서 달라”며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피란길에 내몰린 이들이 가장 바라는 원조를 제공해 달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IS의 기독교 지역 장악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열린세상] 군 폭력, 드러난 내용이 아닌 본질에 주목해야/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군 폭력, 드러난 내용이 아닌 본질에 주목해야/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언론에 투영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대응, 그리고 여론의 변화를 관찰했다. 특징이 드러났다. 먼저, 정치권은 분노했다. 상징적인 사례가 집권여당 대표의 반응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방장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다 책상을 세 차례나 내리쳤다고 한다. 사건의 성격을 살인사건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월요일 아침 이 기사를 읽으면서 김 대표에 대한 유권자의 호감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를 끝내고 가진 5일 국무회의에서 윤 일병 사건과 유병언 일가에 대한 부실 수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한 조간신문의 머리기사 제목처럼 대통령의 ‘서릿발’에 놀란 육군참모총장과 경찰청장은 그로부터 7시간 만에 사표를 던졌다. 당장 5일 저녁 TV 메인뉴스와 6일 아침 조간신문들은 대통령의 문책성 경질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지난 6일 청와대 대변인은 참모총장과 경찰청장 자리는 1초도 비워둘 수 없는 중요한 자리이므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대통령은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입장까지 발표했다. 이제 언론은 후임자 인선과정이나 주요 후보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뉴스를 접하는 순간 왜 육참총장과 경찰청장만 사의를 표명했을까 의아했다. 전 국방장관이나 법무장관, 검찰총장도 다 책임질 위치에 있다는 게 보편적 인식 아닌가. 이들 국가적 사건 앞에서 그 원인이나 해결책을 다루는 뉴스가 부족해지고, 대신 고위직 책임 묻기에 관한 기사들이 넘치게 되면 대통령의 조치는 강력한 리더십 행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만큼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전략적으로 뉴스를 관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당한 만큼의 잔혹한 폭력을 대물림하는 못된 관행, 허술한 장병 관리 실태, ‘마음의 편지’나 지휘관 상담 같은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구조, 폐쇄적이고 불합리한 군문화 등이 군 폭행사망사고와 총기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반시민과 전문가들은 군이 민간의 참여를 수용해야만 구조적 문제점들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군사법제도를 개편해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고, 군사범죄를 제외한 구타 및 가혹행위는 일반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하며, 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군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시민사회는 주장한다. 하지만 군은 군내 폭력 및 총기 사고 예방을 위한 주요 대책으로 현역 복무 부적합 병사의 전역절차 간소화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의 구조적 원인 해결보다는 효율적 병사 관리에 더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군내 폭행과 총기난사 사고는 특정 정부하에서만 발생하지 않았고, 사고발생 때마다 다양한 해결책이 제안됐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가령, 2005년 28사단 GP 총기난사 사건 뒤 국방부는 병사들의 기본권 보호 장치인 군사 옴부즈맨을 국회에 둬 외부의 감시를 받겠다고 스스로 제안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2011년 김포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이후에는 군인권법 제정 등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방부와 군은 인권을 개선하고 국민의 감시를 받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어겼고, 그런 국방부와 군을 국회는 제어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윤 일병 폭행사망 사고의 책임은 정치권에도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뉴스의 핵심 가치는 무엇일까. 시민들은 군 문화의 어떤 요소가 정상적인 젊은이들을 폭력적인 괴물로 변하게 하는지 알고 싶다. 상관과 지휘관이 폭력 유발 요인들을 통제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힘에 부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지 묻고 싶다. 발본색원보다는 축소은폐에 집착하는 군 수뇌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정치인들은 정파적 이익을 초월해 군 내의 권력 남용 및 오용을 통제할 의도나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언론은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말이나 행동에 반응하는 대신 시민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뉴스는 드러난 내용이 아닌 사안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 아프리카에 손 내민 美, 중국 발 묶을까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는 교통이 통제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해야 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아프리카 관련 행사인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이날 개막해 6일까지 열리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프리카 정상급 50명을 초청해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공들이는 미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첫 행사로 열린 미·아프리카 정상회의 시민사회포럼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연사로 나서 미·아프리카 관계 강화에 대해 역설했다. 이어 아프리카 여성과 평화·번영 및 아프리카 미래와 건강에 대한 투자, 기후변화에서의 복원력과 식량안보, 야생동물 매매 방지 등 현안에 대한 회의가 이어졌다. 특히 에볼라 바이러스가 최근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실비아 매슈스 버웰 미 보건장관이 라이베리아 등 관련 3개국 대표들과 별도 회의를 열어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지원 방안 등에 대한 심도 깊은 협의를 가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일 오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연설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기념 만찬을 개최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에는 아프리카 지역 안정, 차세대를 위한 통치 방식 등에 대한 회의를 개최한 뒤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미셸 여사는 6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인인 로라 여사 등과 함께 아프리카 정상 부인 30여명 등과 만나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경제 개발과 보건, 교육에 대한 투자의 영향 및 여성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들을 순방한 이후에야 뒤늦게 아프리카를 상대로 본격적인 구애 작전에 나섰다. 아프리카가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고 판단하고 무역 등 경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아프리카 정상들을 초청해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아프리카에 오랫동안 공들여 온 중국에 비해 미국의 아프리카 공략이 미약하다는 평가도 반영됐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노력이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소식통은 “실탄이 별로 없는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중국을 넘어서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시론] 수학강국 대한민국을 기다리며/최영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시론] 수학강국 대한민국을 기다리며/최영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옛 서독의 수도 본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수리과학연구소를 처음 방문한 것이 1990년도 초였다. 내가 평생 몸담을 학문에서 최고로 꼽히는 연구소로부터 초청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갓 학위를 받은 난 너무나 설렜다. ‘기라성’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수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열정과 기를 한 공간에서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연구소에 들어선 순간, 동양인을 그린 커다란 초상화가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은 일본인 수학자 다카기 데이지(1875~1960)였다. 20세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수학 후진국이었던 일본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메달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다카기 같은 선배 수학자들의 공이다. 다카기는 당대 수학 최강국인 독일 괴팅겐에서 유학을 마친 뒤 귀국해 정수론 분야의 근간이 되는 이론을 완성했다. 또 활발한 저술활동과 교육으로 일본에 본격적인 현대 수학을 전파하게 된다. 그는 은퇴할 무렵(1936년) 세계수학자연맹 부회장이 돼 제1회 필즈메달 수상자를 선정하는 수상위원회에 참여했다. 일본인 필즈메달 수상자가 나온 것은 이로부터도 약 20년이 지난 1954년이었다. 결국 교육을 통해 뚜렷한 열매가 맺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수학과가 생긴 것은 해방 이후다. 한국 최초의 현대수학자는 이임학(1922~2005) 교수를 들 수 있다. 경성제국대학에 입학한 그는 서울대 수학과 교수로 선출된다. 1947년 어느 날 남대문 시장 부근에서 미군이 버린 쓰레기 더미 속에서 미국 수학회지를 줍게 되었고 그 안에 제시된 미해결 문제를 해결해 저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는 당시 논문을 어떻게 투고해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지속적으로 외국 수학자와 교류했고,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의 초청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Ree군’이라 불리는 군(群·수학 분류의 한 종류)이 존재할 정도로 이 교수는 핵심 수학이론을 발전시켰지만, 캐나다에서 교수로 영구 재직하게 된다. 주변인들과 이 교수가 다카기처럼 귀국해 국내 후학 양성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오늘날 한국 수학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지금이야 대다수 국내 대학이 연구와 교육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포스텍이 1987년 개교할 때만 해도 국내 최초 연구중심대학이란 모토를 내걸었을 정도로 국내 연구 환경은 척박했다. 늦은 출발을 했던 한국 수학계는 이제 전 세계 수학자들을 초청해 함께 즐기는 세계수학자대회(ICM)를 13일부터 9일 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열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국제수학연맹이 개최하며 전 세계 수학자 5000여명이 참가하는 기초과학 분야 최대의 국제학술대회이자 축제다. 개회식이 열리는 첫날에는 개최국의 최고 통치자가 직접 수여하는 필즈메달 시상식이 열린다. 필즈메달은 뛰어난 수학 업적을 이룬 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상이다. ICM은 189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첫 대회가 시작된 이후 1, 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고는 4년마다 개최됐다. 유럽에서 19회, 북미에서 4회가 열렸다. 특히 제2회 1900년 파리에서 개최된 ICM에서는 당대 최고 수학자인 힐베르트가 100년을 이끌 23개의 힐베르트 문제를 제시해 현대 수학의 물줄기를 바꿨다. 최근 들어 세계수학계에서 아시아 수학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학강국 일본(1990)을 시작으로, 중국(2002), 인도(2010)가 세계수학자대회를 개최했고 한국은 아시아에서 4번째로 개최지가 됐다. 서울 ICM은 과학강국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하는 축제이며, 한국 수학계가 한 단계 전진하는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 20년 전 내가 독일을 찾은 것처럼 빠른 시일 내에 세계 최고 수학자와 젊은 학자들이 한국의 수학 연구소를 찾아 감탄하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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