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통치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 장중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 수조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 개소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 타수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651
  • [씨줄날줄]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오일만 논설위원

    세컨더리 보이콧의 역사는 짧지 않다.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을 일괄 제재하는 의미에서 ‘제3자 제재’라고 불린다. 이 방식은 1973년 2차 중동전쟁 직후 아랍 국가들이 적국인 이스라엘에 적용했다. 이른바 ‘알제리 선언’이다.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나라에 대한 석유 수출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중동 석유에 목줄을 매고 있던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이 동참했다가 1978년 양국 관계가 단절된 적도 있다.마카오 소재 중국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제재도 마찬가지다. 미국 재무부는 2005년 북한의 불법 자금세탁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과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지자 BDA는 김정일 통치자금으로 알려진 2500만 달러를 동결했다. BDA 제재 이후 중국 24개 은행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은 북한은 2007년 2월 단계적 비핵화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제재에서 벗어났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된 사례는 이란에서다. 강경 보수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노골적으로 핵 개발에 착수하자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4차례 제재 결의안을 주도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기관의 미국 내 거래를 금지하는 국방수권법(NDAA) 등을 발효시켰다. 이란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2012년부터 2년간 실업률은 20%로 치솟고 인플레이션은 40%대에 이르렀다. 석유 수출 금지로 인한 손실은 1600억 달러(182조원)나 됐고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이 1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란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에 서명했다. 북한 경제에 타격은 크지만 이란의 경제 구조와 다른 점이 변수다. 석유 수출에 국가 경제를 의존하는 이란과 달리 북한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이다. “원유 수출 자금이 경제를 지탱하는 구조인 이란과 달리 북한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조치는 북한의 대외 거래에서 90%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 타깃이다. 북한과 거래할 때 국제 무역은 물론 미국이 장악한 글로벌 금융망에서 퇴출한다는 최후통첩의 의미가 있다. ‘미국이냐, 북한이냐’ 양자택일을 강요한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북한과의 신규 거래 중단을 결정하면서 일단 고개를 숙였지만 중국 은행들이 본격적인 제재를 당할 경우 미·중 간 충돌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 기념물 세운 자, ‘기억의 정치’ 승리자

    기념물 세운 자, ‘기억의 정치’ 승리자

    도시는 기억이다/도시사학회 기획/주경철·민유기 외 11명 지음/서해문집/544쪽/2만 3000원깡총한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소녀. 앳된 얼굴엔 어울리지 않는 슬픔이 서려 있다. 굳게 다문 입매와 말아 쥔 주먹, 한곳을 응시하는 시선에선 꺾이지 않는 의지가 읽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단적인 상징이 된 ‘평화의 소녀상’이다. 2011년 12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처음 등장한 소녀상은 일부 극우 단체나 시민들의 훼손, 일본 정부의 끈질긴 ‘철거 압박’에도 전국 각지와 해외로 퍼져 나가고 있다. 소녀상 설립에 힘을 보태는 시민들의 역사의식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국내외 갈등으로 소녀상은 그 자체로 ‘기억하고 바로잡아야 할 역사’가 되고 있다. 도시가 그곳을 거쳐 간 모든 인간의 삶의 흔적으로 짜인 ‘기억의 총합’이라면, 소녀상을 둘러싼 갖가지 갑론을박은 무심코 스쳐 지나는 도시의 공공기념물들이 얼마나 강력한 ‘기억의 매개체’인지 보여 준다. 도시 안에 즐비한 공공기념물(기념비나 기념탑, 전몰자 추념이나 과거사 관련 시설물, 영웅이나 위인의 동상, 공적 기념 혹은 추념을 위한 박물관이나 건축물 등)은 도시가 기억하고 싶어 하는, 기억해야 하는 과거를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들은 켜켜이 쌓여 한 도시의 정체성을 이룬다. 국내 도시사학자들이 세계 주요 도시의 공공기념물에 대해 설립 배경과 주체, 설립 과정에서의 갈등, 공공기념물이 기억하려는 역사, 대중의 반응, 공공기념물이 나타내는 상징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본 이유다.“공공기념물은 건립의 주체가 정치권력이든, 시민단체이든 역사와 기억에 대한 치열한 해석과 의미 부여의 결과다. 도시가 다양한 공공기념물을 통해 무엇을 기억하고자 하는지는 시민의 집단적 역사인식 수준을 보여 준다”는 민유기 경희대 교수의 말은 우리나라 곳곳에 서 있는 평화의 소녀상부터 세계 문화의 수도 파리의 즐비한 인물 동상까지 시대와 국경의 경계를 넘어 적용된다. 프랑스의 문화예술인 동상을 연구한 민 교수는 ‘동상은 죽은 이를 산 자의 기억 속에 영속화시키는 매개물로 항상 기억의 정치와 연관된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옛 소련과 동유럽 각지에서 공산당 지도자 동상을 파괴하고 프랑스대혁명 당시 파리의 혁명적 시민들이 왕의 동상들을 쓰러트린 것은 과거와의 단절을 바라는 새로운 주체의 요구 때문이었다.고대나 중세 도시에서 동상의 주인공은 대부분 통치자나 전쟁 영웅, 순교자와 성인들이었다. 권력이 원하는 ‘기억의 정치’를 이어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근대 도시들은 다양한 기획으로 도시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1880~1914년 파리 전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문화예술인 동상이 대표적인 예다. 파리에 있는 인물 동상은 모두 347개인데, 이 가운데 153개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세워졌다. 프랑스 제3공화국이 등장하기 전에는 프랑스에서 예술가, 과학자들의 동상을 공공장소에 건립해 숭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1879년 ‘공화파의 공화국’이 시작되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공장소에 위인 동상을 세우는 것이 허락됐다. 시민들이 기억하고 숭배하고 싶어 하는 위인들의 동상을 가질 수 있다는 건 ‘강요된 숭배’ 대신 ‘숭배의 민주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동상이 유행이다. 모든 곳에 동상이 세워진다. 위인이 없다면 새로운 위인을 만들어 낸다”는 일간지의 비판이 나올 정도로 20세기 초 파리의 동상 세우기 열풍은 과열 양상을 빚었다. 이는 전쟁에선 패배를 거듭했던 프랑스인들이 예술에서 강한 위로를 발견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도시를 가득 메운 문화예술인 동상들은 파리를 제국의 수도나 혁명의 도시가 아닌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와 정체성을 만들어 가려 했던 정부나 시민들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진 것이다.파리의 문화예술인 동상 세우기 열풍이 ‘숭배의 민주화’라면 히틀러가 꿈꾼 세계 제국의 수도 ‘게르마니아’는 반대의 극단에 있는 예다. “국가는 국민에게 가능한 한 거대하게 보여야 한다”고 했던 히틀러는 독일 도시에 기념비적 건물은 없고 영리 목적의 백화점, 호텔만 들어차 있다고 비판하며 나치 제국의 힘을 선전할 도시를 구축하려 했다. ‘히틀러의 건축가’로 유명한 알베르트 슈페어가 설계한 게르마니아를 보면 기이할 정도로 규모가 거대하다. 베를린에 폭 120m, 길이 7㎞의 중심 도로를 깔고, 높이 117m, 폭 170m의 개선문을 세운다는 식이다. 히틀러의 과대망상과 자아도취, 명성을 떨치고 싶었던 애송이 건축가의 치기와 상상력으로 뭉쳐진 게르마니아는 정복전쟁의 승리를 전제로 한 만큼 ‘허상의 도시’로 끝났다. 하지만 당시 그 일환으로 세워진 템펠호프 비행장이 지금은 베를린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듯 잔혹한 역사의 흔적은 다른 역사적 의미와 쓸모로 도시에 여전히 새겨져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단독] [커버스토리] 美·日·加, 개별 납세…獨, 원천징수

    일반인과 동일… 특별 과세제 없어 獨, 공무원 간주… 국가서 월급 지급 선진국 클럽으로 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해 35개국이다. 이 가운데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는 나라는 몇 개국일까. 정답은 ‘1’이다. 오로지 한국만이 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종교인은 일반인과 똑같은 소득세 납세의무자로서 연방세, 주세는 물론 사회보장세와 의료보험세 등을 부담한다. 미국에 선교사로 파견된 한국인 목회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소득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국세청에 고발당해 낭패를 보기도 한다. 독일에선 종교인을 공무원과 유사하게 간주한다. 국가에서 종교인들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종교인들은 원천징수 방식으로 소득세를 납부한다. 재원은 신도들이 종교단체에 내는 교회세로 충당한다. 독일에서는 종교단체 신도들이 소득세의 약 8~10%를 별도로 납부하는 교회세 제도가 있다. 교회세는 교회 유지비나 사업비·건축비 등 교회와 관련한 여러 비용을 충당하는 재원이 된다. 교회세는 십일조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한 세금이다. 교회세는 신도 수에 따라 종교단체에 배분한다. 원칙적으로 교회세를 내지 않는 사람은 교회에서 제명당할 수 있다. 캐나다에는 종교인에 대한 특별한 과세제도는 없다. 대신 개별 납세자로서 일반인과 동일한 납세 의무를 진다. 종교인은 종교단체에서 받는 보수나 사례 등을 수입금액으로 신고, 소득세를 낸다. 소득이 없더라도 보조금 수령 등을 위해 신고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일본도 종교인에 대한 별도의 과세 규정 없이 개인과세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종단에 속한 사원이나 성직자에게 완전한 면세 혜택은 물론이고 병역의무까지 면제해 준 사례가 하나 있기는 했다. 칭기즈칸과 그 후예들이 다스린 몽골제국이다. 몽골은 체제에 반대하지 않는 한 불교, 도교, 기독교, 이슬람 등 모든 종교에 포교의 자유를 보장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국정자문역으로 우대받았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기 이전에 종교를 제국 통치의 하위 동반자로 대우한 예외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전술핵 재배치, 필요할까?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전술핵 재배치, 필요할까?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연이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전술핵 재배치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지만, 일부 야당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적 핵무장론까지 제기하는 등 논란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전술핵 재배치 찬성 측의 주장과 복잡하게 꼬인 안보 위기 상황을 전술핵 재배치가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대 측 주장,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 실전용 핵무기의 공포 전술핵(Tactical nuclear weapon)은 명칭 그대로 전투에서 사용하기 위한 핵무기다. 전략핵(Strategic nuclear weapon)과 비교할 수 있는 명확한 분류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력이 너무 강력해 실제 사용 목적보다는 정치적 협상 카드로 인식되는 것이 전략핵이라면 실제 전쟁에서 사용될 수 있는 수준의 핵무기를 통상 전술핵무기라고 부른다. 이러한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말이었다. 핵무기 만능주의가 판을 치던 이 시기에 미군은 이른바 ‘펜토믹 사단(Pentomic Division)’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당시 한국에 배치됐던 제7보병사단이 펜토믹 사단으로 개편되면서 대량의 핵무기가 반입됐다. 7사단에는 최대 4만t 위력의 핵탄두를 탑재한 어네스트 존(Honest John) 지대지 로켓과 1만5000t급 위력의 포탄을 날려 보낼 수 있는 M65 280㎜ 원자포를 보유한 포병부대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B61 핵폭탄부터 핵지뢰, 핵배낭, 심지어 무반동총처럼 보병이 들고 다니면서 발사할 수 있는 소형 전술핵무기 ‘데이비드 크로켓(David crockett)’까지 약 950기에 달하는 각종 핵무기가 한반도 곳곳에 배치됐다. 한반도 전역을 여러 번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양의 핵무기는 북한을 상대로 강력한 억지력을 발휘했다. 당시 북한은 지금처럼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유사시 대피할 대규모 지하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또한 핵무기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 현대 국제사회의 기류와 달리, 당시에는 전쟁이 발발하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던 시기였으므로 김일성은 여차하면 핵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이처럼 대량으로 운용되던 주한미군 전술핵무기는 냉전 붕괴와 함께 사라졌다. 소련과 구공산권이 붕괴되며 대규모 전면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고, 최첨단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적을 제압할 수 있다는 걸프전의 교훈에 따라 주한미군이 더 이상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더해 1991년 발표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주한미군에 더 이상 핵무기가 존재할 수 없도록 쐐기를 박았다. 이에 따라 1991년 11월 말까지 모든 전술핵무기가 철수되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7년, 북한이 6자 핵실험에 성공하자 철수했던 전술핵무기를 다시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득보다 실이 큰 전술핵 재배치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성공하고 연달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성공시키면서 우리나라도 자위적 차원에서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군사적·정치적·외교적 측면에서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군사적 측면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로는 ‘공포의 균형’ 달성이 어렵다는 점, 둘째는 전략무기를 전방에 배치하는 것은 용병술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전술핵 재배치론의 핵심 키워드는 ‘핵에는 핵으로’다. 북핵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한국형 3축 체제(킬 체인·KAMD·KMPR)가 구상되고 있지만, 재래식 전력으로는 핵무기에 맞설 수 없으니 전술핵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같은 논리는 냉전 시기 상호확증파괴(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상호확증파괴란 속된 말로 “너 죽고 나 죽자”이다. 적이 핵무기를 사용해 나를 공격하면 나도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며, 이로 인한 공멸(共滅)에 대한 공포가 ‘공포의 균형’을 달성해 물리적 충돌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해볼 때 주한미군 전술핵무기가 북한 지도부를 대상으로 ‘공포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종교적 병영국가인 북한에서 인민은 ‘생물학적 생명체’이기에 앞서 ‘사회적 생명체’이며, 수령의 통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로 인식된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 수백만 명의 인민이 아사할 때 김정일은 눈 하나 깜짝 않고 흑해산 캐비어와 보르도산 와인으로 최고급 만찬을 즐기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북한 지도부에게 있어 인민은 그저 수령 결사옹위를 위해 존재하는 총폭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생명’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한국과 다르다. 북한이 천만 인구 서울에 1발의 핵무기를 떨어뜨려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한국 지도부가 받는 정치적 피해 수준, 그리고 한국이 250만 인구 평양에 1발의 핵무기를 사용해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북한 지도부가 받는 정치적 피해 수준은 다르다는 것이다. 즉, 핵무기가 사용되었을 때 남북한 양측이 입게 되는 정치적 피해 정도가 같지 않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 카드가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공포의 균형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용병술 측면에서 고려했을 때도 전술핵 재배치는 적절하지 않다. 장기를 둘 때 차(車)와 포(包)를 졸(卒)의 자리에 두고 시작할 수 없는 것처럼 장거리 핵 투발 자산이 넘쳐나는 미군이 굳이 최전방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없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핵무기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선을 그은 것이 이 때문이다. 오산과 군산기지에 핵무기가 재배치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북한의 집중적인 공격을 불러오게 된다.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막기 위해 이들 기지에 대량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핵공격을 할 수도 있다.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정치·외교적 측면에서의 후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되면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폐기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북한이 1970년대부터 핵개발에 나섰던 것은 당시 주한미군에 대량으로 배치된 핵무기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더 큰 반발과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 측면에서의 후폭풍은 더 크며, 이는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반발 때문이다. 한국은 방어무기인 사드(THAAD) 배치 과정에서 중국의 극심한 반발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전략적 성격의 공격무기가 배치된다면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군산기지에 배치된 F-16C/D 전투기들은 2020년대 초반부터 스텔스 전투기인 F-35A로 대체될 예정인데, 비슷한 시기 미 공군의 전술핵무기는 최신형 B61-12로 교체된다. 기존의 B61은 F-35A 전투기 내부 무장창에서 운용이 불가능하지만, 신형 B61-12는 F-35A의 내부 무장창에 탑재가 가능하다. 군산기지에서 베이징까지의 거리는 약 980㎞이고 F-35A 전투기의 전투행동반경은 약 1100㎞ 수준이다. 미국이 별도의 군사력 재배치 없이 언제든 베이징 상공에 은밀히 침투해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방어무기인 사드조차 레이더 탐지거리를 문제 삼아 한국에 전방위 보복을 가했던 중국이다. 공격무기, 그것도 핵무기의 전진 배치는 한·중 관계 파탄을 넘어 자칫 세계대전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한·미 연합군은 북한을 재기 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굳이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지 않더라도 한·미 양국 정상의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김정은 정권은 오늘 밤에라도 제거될 수 있다. 즉, 북한 레짐 체인지는 한·미 양국 의지의 문제이지 능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능력 보강을 위해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일찍이 손자는 상병벌모(上兵伐謀) 즉, 적의 의지를 꺾는 것이 최상의 용병술이라 강조했다. 이것을 현재의 북핵 위기에 대입해 보면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해진다. 김정은에게 “핵과 미사일은 체제생존·적화통일 달성의 수단이 될 수 없는 자살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든 대북전략의 초점은 김정은에게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한·미 연합군은 김정은의 ‘의지’를 파괴할 수 있는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굳이 심각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씨줄날줄] 노후 헬기, 퇴역 초계기/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노후 헬기, 퇴역 초계기/오일만 논설위원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래 지난해 10월까지 한국이 도입한 미국산 무기는 총 36조 360억원어치로 미제 무기 구입 1위국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연감을 보면 2014년 78억달러(약 9조1300억원)어치 무기를 계약했고 이 가운데 90%가 미국산이다.한국이 국제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큰손임에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정황이 많다. 심지어 ‘호갱’이란 굴욕적인 말도 듣는다. 총사업비 17조원에 이르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사업이 대표적이다. 2013년 9월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비교 우위 평가를 받던 보잉사의 F15SE 기종에서 록히드마틴사의 F35A 기종으로 갑자기 변경했다. 우리 군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4개 핵심 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도 구매를 결정했다. 기종 변경에 대해 당시 김 장관은 ‘정무적 판단’이라는 아리송한 해명을 했지만 아직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연계설이 아직도 돌고 있는 이유다. 최근엔 노후 헬기와 퇴역 초계기가 구설에 올랐다. 35년 사용하던 시누크헬기(CH47D) 14대를 2014년 당시 김 장관의 구두 지시 이틀 만에 도입이 결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의원은 “노후 헬기 처분 1년 만에 해당 기종의 수리 부속 판매가 중단됐고 심지어 우리 군이 성능 개량 사업 자체를 중단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국방부나 방사청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계약을 했고 앞으로 15년 정도 더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은 많다. 더욱 가관인 것은 초계기 S3B 도입 건이다. 40년 가까이 미군이 쓰다가 애리조나 사막에 폐기 처분한 기종이다. 2012년 10월, 당시 ‘잠수함 도발 대비 TF’가 2009년 전량 퇴역 후 사막에 보관 중인 이 기종을 콕 찍어서 도입을 건의했다.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의 지시로 일사천리로 구매가 추진되다 노후한 점이 말썽이 되자 12대로 축소됐다가 지난해 10월에야 최종 포기했다고 한다. 구매가 불발돼 다행이지만 무기 구입을 둘러싼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확한 정보가 아쉬운 대목이다. 내년 국방 예산은 43조 1177억원이다. 올해 예산(40조 3000억원)에 비해 6.9% 증가했고 전력 유지와 방위력 개선 사업은 전체의 20조원이 훌쩍 넘는 57.3%를 쓴다. 경제 활성화와 복지 예산에 쓰일 우리의 혈세다. ‘그 많은 국방비 어디에 썼느냐’고 질타한 군 최고 통치자의 심정이 국민의 마음이다.
  • 中 당대회 앞두고 막판 사상 투쟁… ‘시진핑 사상’ 빠지나

    中 당대회 앞두고 막판 사상 투쟁… ‘시진핑 사상’ 빠지나

    다음달 18일 개막하는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내 권력 투쟁이 불을 뿜고 있다.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등 지도부 재편을 둘러싼 ‘인적 투쟁’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사상 투쟁’의 연기는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지도부는 지난 18일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19차 당대회에서 당장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치국은 “18대 이래 당 중앙이 제기한 치국이정(治國理政)의 신개념·신사상·신전략이 충분히 드러나도록 당장을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치국이정’은 ‘4개 전면’(샤오캉사회 건설, 개혁심화, 의법치국, 종엄치당)과 ‘5위 일체’(경제, 정치, 문화, 사회, 생태문명 건설)가 근간이 된 시 주석의 통치 이념이다. 문제는 정치국 회의에서 ‘치국이정’을 ‘시진핑 사상’으로 확실하게 명명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당장 개정에 ‘시진핑 사상’이란 문구가 삽입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치국이정’ 앞에 ‘시진핑’ 대신 ‘당 중앙’이란 문구가 들어간 점으로 미뤄 시진핑 1인 체제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가을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핵심’ 칭호를 얻은 시진핑이 줄곧 본인의 이름이 명시된 당장 개정을 추진했으나, 막판에 밀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시진핑 사상’이 명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더 많다. 이번 정치국 회의에선 비록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다음달 11일 열리는 7중전회에서 다시 격론을 펼친 뒤 당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26일 성장·성서기·부장(장관급) 이상의 간부들을 모아 놓고 한 연설(7·26 강화)에서 “19차 당대회에서는 국가 발전에서 대면할 중대 전략문제를 파악하고 새로운 이론으로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며 자신의 통치 이념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홍콩 명보는 19일 “치국이정의 신이념·신사상·신전략이 당장에 삽입될 때에는 ‘시진핑 사상’으로 줄여서 기록될 것이며, 당 전체의 행동 지침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시 주석의 정치 이념이 중국 공산당의 지도사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진핑’이란 이름 석 자가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헌법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당장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행 당장 첫머리에는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과학발전관을 나침반으로 삼는다”고 돼 있다. 여기에 ‘시진핑 사상’이 추가되면 시진핑은 마오쩌둥 또는 덩샤오핑의 반열에 오른다. 이름이 빠진 채 ‘치국이정’만 기록된다면 3개 대표를 제기한 장쩌민이나 과학발전관을 제기한 후진타오급으로 주저앉게 된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마오쩌둥 사상은 중국의 혁명이 어떻게 성공했느냐를 정리한 것이고, 덩샤오핑 이론은 중국의 발전을 정리한 것”이라면서 “시 주석은 시진핑 사상을 통해 당의 현대화와 중국 굴기를 정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당의 현대화와 중화민족 부흥이란 역사적 성과를 독점하려는 시 주석과 이를 저지하려는 반대파의 싸움이 ‘시진핑 사상’ 투쟁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퍼블릭뷰] 자신에겐 곰같이, 현실감각은 여우같이…새 시대 ‘공직 호시절’을 위해

    [퍼블릭뷰] 자신에겐 곰같이, 현실감각은 여우같이…새 시대 ‘공직 호시절’을 위해

    공직의 선배와 동료들이 ‘좋은 시절’이라 부르는 때가 있었다. 내가 처음 공직을 시작한 1970년대와 1980년대를 말하는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가난에서 벗어나야 했고, 이를 위해 산업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공무원은 이 국가적 프로젝트를 맨 앞에서 이끌어 가는 견인차이자 기수였다. 나고 자란 동네에서는 존중을 받았고 친구나 친척들에게는 부러움을 받았다.공직이 동네북이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공직이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민간부문이 공공부문을 압도하고, 시민사회와 언론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위 ‘좋은 시절’을 경험한 공직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미디어의 등장과 정치권력의 변화는 낯선 경험이었다. 뉴미디어는 정부와 공직자를 구석구석 감시하고 쓴소리를 해댔다. 정치가 공직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조직과 사업을 통폐합하겠다고 호통치는 인수팀 앞에서 공무원들은 잔뜩 주눅 든 모습으로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 얼마 전까지 열심히 하던 일을 역주행해야 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정부에서 인정받았다는 이유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있다. # 자존감을 가져라… 그래야 휘둘리지 않는다 큰 사건과 사고 후에 늘 나타나는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동료 공직자의 모습도 공직을 어렵게 만든다. 아직 혐의에 불과한데도 이를 잘 모르는 많은 이웃들이 나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며 질책하는 것 같다. 심리적으로 잔뜩 위축된 상태에서 일을 하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럼에도 공공조직은 우리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잘 작동되어야 한다. 공동 목초지를 관리하는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뿐이다. 공직자 스스로가 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좋은 시절’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공직자 개개인이 진정한 자존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의 자존감은 공직의 가치와 자기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알고 믿는 것이다. 진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성공, 지위 등에 자신의 자존감을 두지 않으므로 지극히 겸손하다. 진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을 닦달하지도 않는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스스로 폄하하지 않는다. 어려운 시기에 처하더라도 외부 상황에 절대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이 가진 개성과 능력, 가치를 믿는다. 본인이 자신의 가장 큰 지지자요 후원자가 된다. # 현실감각 키워라… 공직 통찰력이 보인다 철저한 현실적 안목도 이 어려운 시기에 공직자들에게 필요한 중요한 자질이라고 본다. 자신의 업무는 물론 전체 공동체의 백년대계를 위한 최신의 자료를 최대한 다양하게 수집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자료가 없거든 선배나 전문가를 찾아서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현실감각 없는 자존감은 진정한 자존감이 아닐뿐더러 과대망상에 불과하다. 통찰력 있는 현실감각은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배의 방향타가 되어 줄 것이다. # 최선이 능사는 아니다… 방향 맞는 게 중하다 우리 세대는 “최선을 다하자”라는 얘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그런데 살아 보니 그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나아가는 방향이 제대로 맞을 때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안 좋은 형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공직의 의미와 가치, 자신의 잠재력과 노력의 최고치를 굳게 믿으며 현실감각이란 방향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쉼 없이 나아가 보자. 공공의 선을 위해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이를 맡아 해내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곰같이 우직하게 믿고 나아가되 현실감각은 여우같이 민첩한 공직자를 기대한다. 공직의 ‘새로운 좋은 시절’을 만들어 보자.
  • [서울플러스 특별기고] 3초당 1명 국제난민 발생…인권 외면·정치적 회피·인도적 위기/최충웅 (재)UN유엔인권난민협회 이사장

    [서울플러스 특별기고] 3초당 1명 국제난민 발생…인권 외면·정치적 회피·인도적 위기/최충웅 (재)UN유엔인권난민협회 이사장

    지구촌은 매 3초당 1명이 실향민이 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연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쟁, 폭력, 박해로 세계 실향 난민이 6560만 명으로 사상 최고였다. 전해 대비 30만명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수의 난민과 실향민이 보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난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말까지 대한민국에서 난민과 인도적 체류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은 1807명이며 난민신청 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6861명이다. 이는 2015년 말까지 누적된 1463명의 난민 및 인도적 체류자, 5442명의 대기자에서 다시금 증가한 것이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중국인 망명 신청이 5년 새 5배로 늘어난 사실이다. 2015년도 해외 망명을 신청한 중국인은 모두 5만 7705명으로 5년 전(1만 617명)의 5.4배로 늘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UNHCR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SCMP는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권을 잡은 이후 중국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마다 수천 명 수준으로 증가하다 2014년 한 해 1만 5669명이 늘어났다. SCMP는 “2014년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한 외국인 순위에서 중국인이 시리아·이집트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했다.미국서 난민 지위획득 외국인, 중국 1위 캐나다 난민위원회는 지난해 중국 출신 난민 신청자가 1738명에 달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391명이 망명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신청 사유로는 중국 당국의 종교탄압 경우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호주 이민부도 지난해 중국 국적자 146명에게 호주에 거주할 수 있는 보호 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8월 12일 홍콩의 반중(反中) 정당 활동가 민주당의 간부인 람쯔킨(林子建)은 중국 국가 안전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에 납치된 후 폭력과 고문을 당해 홍콩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공공방송 RTHK,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람쯔킨은 “그들은 나에게 ‘기독교인이냐’고 묻더니 ‘국가와 종교를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면서 십자가 모양으로 스테이플러를 찍었다”면서 기자 회견장에서 자신의 허벅지에 박힌 끔직한 스테이플러 자국을 공개했다. 그는 “고문을 받고 정신을 잃었다가 11일 새벽 깨어나 보니 교외 해안가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감금한 사람이 4~5명으로 현지 광둥어가 아니라 표준어(푸퉁화·普通話)로 얘기했다면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람쯔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허용한 ‘1국 2체제’에 반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이 사건에서 유심히 주목되는 부분이 “기독교인이냐?”를 따졌다는 점에서 종교박해 의도를 지울 수 없어 보인다. 윌리엄 니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중국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중국 당국의 SNS 검열과 언론통제 강화, 인권 변호사와 반체제 인사 단속과 같은 움직임이 더욱 심해졌다”며 “인권 보호와 법치 강화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정부 방침에 중국 출신 난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SCMP는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체제 전복 등의 혐의로 인권 변호사 248명을 한꺼번에 연행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DC의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중국 정부의 영적 투쟁’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2012년 중국의 새 지도부 확립 이후 종교별 박해 상황에 대한 분석을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하의 종교적 부흥과 억압, 저항’이란 부제를 단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개신교에 대한 탄압은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신장 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의 회족 무슬림(이슬람교도)과 비슷한 추세로 악화됐다면서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종교탄압에서 보다 강화됐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정부의 종교 탄압이 강화되면서 특히 개신교에 대한 탄압의 수위가 두드러지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초부터 기독교 교세 확장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지방정부부터 종교적 박해 수위를 높여온 것이다. 저장성의 경우 2000여 곳의 교회당 십자가를 철거한 상태이다. 개신교 신자의 소송을 담당한 인권 변호사들의 활동이 제한되는가 하면 성탄절을 비롯한 교계 연례행사들도 금지됐다. 2016년 봄 시진핑 주석의 연설에서 “종교를 통한 외세의 침투에 결연하게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현 중국의 종교탄압 배경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1999년 중국 정부는 파룬궁(法輪功)을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사이비 종교로 지정하고 불법적인 사조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 정부와 공산당 내부에 파룬궁 수련자가 증가되면서 파룬궁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우려에 대한 배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수만명의 파룬궁 수련자들이 노동 수용소나 감옥에 감금됐으며, 많은 수련자가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룬궁은 중국의 종교 탄압 실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중국 내 이슬람교 역시 탄압을 받고 있다. 중국 서북 지방에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이 그 대상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 민족의 독립을 막기 위해 이슬람교를 탄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위구르족과 중국 당국과의 충돌이 그동안 세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티베트 불교도 정치적으로 박해를 받고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이미 오래전에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티베트의 자치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이 독립을 추진 할까 봐 노심초사 긴장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를 막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종교 지도자들을 감금하고 그 자리에 대신 공산당 당원을 앉히는 등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출신 난민신청 증가는 ‘종교 탄압’ 원인 국제사회는 중국이 이처럼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를 탄압하는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등 11개 나라를 종교 자유와 관련한 특별 우려 대상국으로 지목한바 있다. 최근 중국의 전능하신 하나님교회(전능신교, 全能神?會) 신도들의 국내 난민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1992년 이후 중국당국의 전능신교 종교 탄압으로 핍박을 피해 국내로 망명해 오고 있다. 본격적인 탄압이 이뤄진 2014년 이후 2년 동안 중국 당국에 체포된 인원이 38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전능신교 난민 신청자에게 아직도 난민으로 인증하지 않고 있다. 한국 내 난민과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3일 ‘국경 없는 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윌리 포트레(Willy Fautre) 대표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했다. 국경 없는 인권(HRWF)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국제비영리단체로 민주주의 옹호, 법치주의, 사회 정의, 인권, 종교 신앙 자유를 내세우는 세계적인 인권 단체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한 윌리 포트레 대표는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원의 불합리한 난민 지위 인정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인도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윌리 포트레 대표는 중국에서 종교적 탄압과 박해로 난민 지위 요청이 거절당한 난민들에 대해 난민 지위 신청이 기각되고 이후 행정심판마저 기각돼 중국으로 강제 출국될 처지에 놓이게 된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경 없는 인권, 한국정부에 긴급공개서한 보내기도 이어서 이번 8월 3일에는 한국 정부에 긴급 공개서한을 보내왔다. 7월 27일까지 강제 출국 명령을 내린 중국 난민 26명에 대해 출국 명령을 긴급히 폐지할 것과 이들에게 정치적인 망명 허락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이다. 국경 없는 인권은 현재 전 세계 20 여개국에 진출한 전능신교와 함께 중국 내에서의 박해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국제 사회와 단체에 국제법에 근거한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난민들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전능신교의 포교 등 종교 실행의 자유뿐만 아니라 개종을 강요받고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교인들을 체포하여 고문 등의 물리적 폭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인들은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탄압은 전 교인에게 광범위하게 행하여지고 있으며 교인들은 체포를 피해 중국 각지로 피신을 하지만 중국 전역에서도 탄압과 체포가 전개되어 더 이상 피신할 곳이 없자, 한국에는 난민 제도가 인정되고, 난민법도 공포된 것이 전해져 종교적 박해에 의한 난민신청으로 입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토록 기대했던 한국에서는 제도적으로 난민이 인정되고 있고 난민법까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법무부는 중국과의 외교 문제와 중국의 집중적 난민유입문제를 고려하여 위축되고 경직된 입장에서 법 집행을 하는 것이라고 관련 법조인들의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법원의 경우 교인들 개개인에 대한 난민인정 여부를 숙고하지 않고 일반적인 대법원판례 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법원의 경우 일반적인 난민 인정 기준으로서 중국에서 체포, 구금 등 박해 증거의 충족요건의 부족한 점과 또 여권을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사유를 들어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의 하나로 보고 있다. 중국의 여권법 등을 고려했을 때 여권 발급받은 사실을 난민 인정 제외 사유의 하나로 고려하는 것은 역시 난민 인정 요건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사유는 일반적인 난민 인정 기준과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불균형적인 요소들로 보인다. 그동안 파룬궁 수련생은 한국법무부의 불인정처분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그 이후 상당수의 파룬궁 수련생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전능신교 신도들이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상당수가 난민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동안 난민 신도들의 진술에 따르면 교인들이 한국에서 정당한 법적 평가를 받지 못하여 중국으로 송환된다면 곧바로 체포되어 또다시 개종을 강요당하고, 핍박에 직면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종교는 보편적 기본권, 박해 안 돼 현실적으로 종교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국가통치와 관련하여 정치체제가 지니는 기본 속성과 성격에 의해 다양한 시각 차이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진 자로 자신의 출신국 밖에 있으며, 박해의 공포로 인하여 출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기를 원하지 않거나, 또는 출신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이들을 지칭한다. 유엔난민기구는 출신국 밖에 있으면서 심각하고 무차별적인 생명의 위협, 일반화된 폭력으로 인한 자유와 신체적 위협 혹은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건들의 이유로 출신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이들도 보호 대상자로 삼고 있다. 인권은 사람이 사람이기에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인종·국적·성별·종교·정치적 견해·신분이나 지위 등 그 어떤 것에도 관계되거나 차별됨 없이 모든 인간은 존엄성과 권리에서 자유롭고 평등하다. 그 누구도 사람의 인권을 박탈할 수 없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 워치’(Human right Watch)의 소피아 리처드슨(Sophia Richardson) 아시아 지역 담당관은 중국 정부는 모든 종교 활동을 제한하고 탄압하고 있지만, 중국 내 종교 활동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종교인들이 늘어나는 것은 중국의 인권 개선 차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종교의 자유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지 국가가 마음대로 부여하고 또는 빼앗는 그런 권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Richardson 담당관은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협약과 또 중국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진정한 종교의 자유를 허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었다. 유엔이 인도적 위기 해결에 힘쓰는 활동가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선포한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다. 인도주의란 절망에 빠진 일면식도 없는 이웃을 위해 그들이 다시 인간다운 복리를 누릴 수 있도록 아무 조건 없이 돕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전 세계 국가 및 시민들에게 인도적 활동가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해 참여하고 지원할 것을 독려하는 날이다. 지금도 재난과 전쟁, 종교적 박해에 시달리는 지구촌 이웃들을 기억하며 정부와 시민들이 난민에 대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인권 외면과 정치적인 회피로 인한 인도주의의 위기를 뛰어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 김현종 “중국 WTO 제소는 옵션…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

    김현종 “중국 WTO 제소는 옵션…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

    “정책은 내 성깔대로 할 수 없다 대륙 세력과의 관계도 긴밀해야 상하이 등 도시 간 FTA도 추진”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에 대해 “옵션으로 갖고 있다”면서 “카드는 일단 쓰면 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전략과 관련해서는 “10년 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는데 한번 쓴 전략을 또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WTO 중국 제소 여부는 어떤 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지 아주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승소한 다음 단계까지 다 분석해야지, 정책은 내 성깔대로 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한·중 FTA가 중국의 사드 보복을 제어하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이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힘도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얘기를 꺼냈다. 김 본부장은 “일본 기업들이 당시 중국의 통관법 및 규정을 100% 맞출 수 있는 노하우를 얻어 강해졌다”면서 “중국에 대한 전문성이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하면서 협상력이 프로급으로 올라왔다”며 “게임 플랜을 다시 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한반도는 해양 세력도 중요하지만 대륙 세력과의 관계도 긴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FTA 개방률이 낮은데 한국의 인천과 중국의 상하이 등 자유무역구가 있는 도시 대 도시의 FTA를 추진하고 중국의 서비스 시장을 개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성과 공동분석에 대한 미국 측 답변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개정 협상의 유불리를 묻는 질문에 “국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로 답변을 피해 갔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馬聯 압둘 할림 전 국왕 별세

    馬聯 압둘 할림 전 국왕 별세

    압둘 할림 전 말레이시아 국왕이 11일 별세했다. 89세. 프리 말레이시아 투데이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집권 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압둘 할림 전 국왕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인과 사망 장소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압둘 할림 전 국왕은 영국 옥스퍼드대 워덤칼리지를 졸업하고 1958년 말레이시아 케다주의 최고 통치자인 술탄이 된 뒤 1970∼1975년과 2011∼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국왕을 역임했다. 연방제 입헌군주국인 말레이시아에선 9개 주 최고 통치자들이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직을 맡는다. 1957년 독립 이후 말레이시아 국왕을 두 번 역임한 사례는 압둘 할림 전 국왕이 유일하다. 현 국왕은 켈란탄주의 술탄 무하마드 5세가 맡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훈 센 32년 철권통치 연장 행보에… 웃음꽃 핀 中

    훈 센 32년 철권통치 연장 행보에… 웃음꽃 핀 中

    캄보디아의 훈 센(65) 총리. 1985년부터 지금까지 32년째 단독·공동총리를 오가며 ‘철권’을 휘두른,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훈 센 총리는 집권 연장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며 “10년은 더 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의 독재 행보를 지켜보며 웃음 짓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그동안 훈 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얻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훈 센 총리는 지난 3일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 지도자 켐 소카를 미국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꾀한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재판에 넘겨진 소카 대표는 반역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유죄가 인정되면 최장 3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캄보디아 정부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영자지 캄보디아데일리에 지난 10년치 체납 세금 630만 달러(약 71억원)를 내라고 갑자기 통보, 캄보디아데일리는 지난 4일 결국 폐간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또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 방송 송출을 차단하고 미 비영리단체 민주주의연구소(NDI) 활동도 금지했다. 11일 일간 크메르타임스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훈 센 총리는 전날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의류업계 근로자들과 만나 캄보디아구국당이 반역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해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1야당 지도자 구속에 이어 당 해체까지 이뤄지면 내년 7월 총선은 사실상 여당의 독무대가 된다. 훈 센 총리는 지난 6일 “이전에는 언제 공직을 사임할지 매우 주저했지만 최근 야당 지도자의 반역 행위를 목격하고서 10년은 내 일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며 “세계에서 최장수 총리가 되는 나를 질시하지 말 것을 외국인들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훈 센 총리가 이렇게 독재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낼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밀월 관계도 한몫하고 있다. 훈 센 총리는 그동안 캄보디아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온 중국을 등에 업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중국은 훈 센 총리와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남중국해 등에서 이익을 보겠다는 계산을 각각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지난 7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헹 삼린 캄보디아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캄보디아가 정치적 혼란의 와중에 주권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노력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캄보디아를 돕겠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시사평론가 라오몽헤이는 “중국의 캄보디아 정부 지지는 예상된 것이었다”며 “중국은 캄보디아와의 우호적 관계에서 이익을 보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 직후 캄보디아에 36억 위안(약 6243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캄보디아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을 지지한 것이 경제 지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훈 센 총리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중국에서 막대한 원조와 차관을 지원받았고, 이런 경제적 성공을 정권의 정당성으로 이용하고 있다. 원래 친(親)베트남 노선을 꾸준히 걸어온 훈 센 총리는 1997년 노로돔 라나리드 왕자를 몰아내고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국제사회의 고립에 직면했다. 훈 센 총리는 캄보디아에 제재를 가하려던 서방 세계를 피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선택을 한다. 훈 센 총리는 1999년 처음 중국을 방문해 무이자 차관 2억 달러와 1830만 달러 원조 약속을 선물로 안고 왔다. 이후로 중국은 캄보디아에 막대한 지원을 이어 나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중국은 대(對)캄보디아 투자국 1위로, 캄보디아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나머지 나라를 합친 것보다도 큰 수준이었다.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한 뒤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015년 중국은 캄보디아가 진 빚 8700만 달러를 탕감해 줬다. 중국은 이어 지난해 7월 캄보디아의 인프라, 교육, 건강 분야의 개선을 위해 6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5월에는 훈 센 총리가 중국을 찾아가 2억 4000만 달러의 원조 약속을 받아 왔다.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훈 센 총리는 판 소라삭 상무장관과 함께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광시(廣西)성에서 열리는 중국·아세안 엑스포에 참석한다고 크메르타임스는 전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부패 칼잡이’ 잔류하나… ‘이론 교사’ 포스트 시진핑 되나

    [글로벌 인사이트] ‘부패 칼잡이’ 잔류하나… ‘이론 교사’ 포스트 시진핑 되나

    10월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를 이루는 7명의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5명이 교체되는 권력재편기가 도래한 탓이다. 중국 안팎에서 주목하는 인물은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천민얼(陳敏爾·57) 충칭시 서기다. 왕 서기가 7상8하(67세는 연임 가능, 68세는 퇴직)의 불문율을 깨고 상무위원회에 잔류하느냐와 천 서기가 상무위원회에 진입해 시 주석의 후계자로 등극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왕치산은 퇴직하고 천민얼은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시진핑 외에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시진핑이 왕치산과 천민얼을 그토록 감싸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게 버금가는 권력을 누리는 정치적 기반을 두 인물이 닦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시 주석을 떠받친 두 개의 축은 부정부패 척결과 이데올로기 강화였다. 부정부패 척결은 인민의 지지 확대와 반대파 견제의 ‘보검’(寶劍)이었다. 왕치산이 휘두른 칼끝에서 시진핑의 권력은 무한대로 확장됐다. 이데올로기 강화는 시진핑의 권위를 한껏 높였다. 천민얼은 ‘시진핑 사상’의 밑그림을 그렸다. 왕치산과 시진핑의 인연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6세이던 시진핑은 ‘지식청년’이 돼 산시성 옌촨현으로 하방된다. 지식청년이란 문화혁명기 마오쩌둥의 “농촌으로 가 배우라”는 지시에 따라 생산현장에서 생활했던 젊은이를 말한다. 시진핑은 옌촨현 량자허촌으로 가던 길에 먼저 산시성 옌안현 펑좡에서 지식청년 생활을 하던 왕치산을 찾아갔다. 둘은 펑좡의 판잣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잤다. 중국의 앞날을 토론하느라 날이 밝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왕치산은 1971년 농촌생활에서 벗어나 산시성박물관에서 일하다가 1973년에 뒤늦게 시베이(西北)대학 역사학과에 들어갔다. 이 시절 왕치산은 부총리를 지낸 야오이린(姚依林)의 딸 야오밍산과 결혼했다. 혁명원로의 사위가 되면서 왕치산도 시진핑처럼 ‘태자당’(太子黨) 반열에 올랐다.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이 왕치산에게 중앙기율위를 맡긴 것은 단순히 지식청년 시절의 인연과 태자당으로서의 정치적 유대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왕치산은 위기에 빠진 중국을 수차례 구해낸 ‘특급 소방수’였다. 왕 서기는 1982년 중앙 서기처 농촌정책연구실에 근무한 이후 줄곧 ‘금융통’으로 성장했다. 건설은행장, 인민은행 부행장을 거쳐 1997년에는 광둥성 부성장이 됐다. 아시아를 휩쓸던 외환위기의 파고가 홍콩을 거쳐 광둥성으로 상륙하던 시점이었다. 왕치산은 투자금융사인 광신공사를 시작으로 가차 없는 구조조정을 실시해 위기가 중국 전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가 베이징에서 창궐한 2003년에는 베이징 시장으로 긴급 투입됐다. 전임자들과 달리 왕치산은 모든 정보를 공개했고, 시민 수만명을 격리했다. 중앙기율위 서기가 된 왕치산은 공산당 최고 지도부였던 상무위원 출신의 저우융캉을 잡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200명이 넘는 그의 가족과 측근들에 대한 비리 조사를 벌일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중앙순시조라는 이름의 암행감찰반 운영에서도 왕치산의 솜씨가 돋보였다. 왕 서기 체제의 중앙순시조는 과거와 달리 조장과 부조장이 누구인지 밝혔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했다. 성과를 거두면 중용하겠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책임을 지우겠다는 실명제 감사를 도입한 것이다. 왕 서기가 상무위원에 연임하면 총리를 맡거나 중앙기율위와 검찰, 공안을 모두 아우르는 신설 국가감찰위원회 수장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이 ‘7상8하’ 원칙을 깨고 왕 서기를 연임시킨다면 본인의 집권 연장을 위한 선례 구축이란 측면도 있지만, 왕 서기의 능력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천민얼은 공산주의 이론가이자 선전 전문가다. 1978년 저장성의 전문대학인 샤오싱사범전문학교를 나와 2015년 귀주성 서기가 되기까지 37년 동안 저장성을 떠나지 않았다. 중앙 정치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적도 없다. 이런 그가 차기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탄탄한 이론과 문장력 때문이다. 천민얼은 대학을 졸업하고 저장성 당교의 이론교사 자격반에서 공부한 다음 공산주의 이론 강사가 됐다. 홍콩 아주주간은 “이 시절부터 명쾌하고 조리 있는 말솜씨에 관점과 시야가 날카로웠다”고 평가했다. 저장성 사오싱현의 지방공무원으로 맴돌던 그가 시 주석과 인연을 맺은 건 2001년 저장성 선전부장을 맡으면서다. 천민얼이 선전부장으로 부임한 지 5개월 만에 저장성 서기로 온 시진핑은 여론선전 업무를 중시했다. 저장성 기관지인 저장일보 사장 시절 ‘기자 천민얼’ 명의로 칼럼을 썼던 천 서기는 현지에 기반이 없던 시 주석을 위해 저장일보에 ‘즈장신위’(之江新語)란 고정 칼럼 연재를 구상했다. 시 주석은 2003년 2월부터 4년여 동안 저장혁신(浙江革新)을 의미하는 ‘저신’(哲欣)이란 필명으로 매주 한 편씩 칼럼을 연재했다. 초고는 천민얼에 의해 만들어졌다. 심화(深), 실용(實), 세밀(細), 정확(準), 효율(效)을 주제로 당에 의한 통치와 반부패를 강조한 내용들이었다. 칼럼 232편을 묶은 단행본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재출판돼 당 간부들의 필독서가 됐다. 당시 시 주석과 저장성에서 일했던 차이치 베이징시 서기, 황쿤밍 중앙선전부 부부장, 샤바오룽 저장성 서기, 리창 장쑤성 서기, 바인차오루 지린성 서기, 러우양성 산시성장, 잉융 상하이시장 등이 즈장신위를 읽으며 시진핑의 통치 철학을 습득했다. 이들이 바로 즈장신쥔(浙江新軍)으로 불리는 시진핑 직계 정치세력이다.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서기를 지내는 동안 천 서기도 2001년 1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선전부장을 꼬박 맡았다. 2022년 20차 당대회까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시진핑 옆을 지키며 ‘시진핑 사상’을 완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 데 있어 천민얼이 적임자인 셈이다. 천 서기는 2012년 1월 구이저우성 부서기로 옮겨가 대리성장, 성장, 서기까지 5년여를 보냈다. 중국 최빈곤 지역 중 하나인 구이저우를 맡아 지도력을 발휘하며 차기 지도자 후보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천 서기 시절의 구이저우성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5분기 연속으로 전국 31개 지방 중 3위 안에 들었다. 시 주석은 2015년 6월 구이저우성 시찰에 나섰다. 시 주석이 이때부터 천 서기의 성과를 직접 확인한 다음 후계자로 내정하고 그를 위한 인사 포석을 구상해 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천 서기는 구이저우에 빅데이터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퀄컴, 아마존, 바이두, 애플이 구이저우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시진핑은 “업무처리가 훌륭하다”며 천 서기를 칭찬했다. 시 주석이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를 내친 것은 천민얼을 후계자로 발탁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위원인 천 서기가 정치국 위원을 건너뛰고 상무위원으로 2단계 상승하기 위해선 직할시인 충칭시 서기 자리가 필요했다. 시진핑 자신도 10년 전 17차 당대회 때 상하이 서기에서 곧바로 상무위원에 올랐다. 천민얼이 상무위원에 오른다면 후춘화(胡春華·54) 광둥성 서기보다 서열이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50대 상무위원 가운데 서열이 앞선 이가 차기 국가주석을 맡을 확률이 높다. 만일 시 주석이 2022년에 연임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길을 닦을 인물이 천민얼이고,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더라도 시진핑을 보호할 인물이 천민얼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공시 정보] 한국사·영어 난이도에 멘붕… 두 과목 앞선 자 경찰 공채 ‘골인’

    [공시 정보] 한국사·영어 난이도에 멘붕… 두 과목 앞선 자 경찰 공채 ‘골인’

    올 하반기 경찰공무원 시험의 첫 번째 관문인 필기시험이 지난 2일 치러졌다. 당초 1437명에서 1152명 늘어난 2589명을 뽑는 이번 시험에는 6만 8973명이 응시해 평균 경쟁률 26.6대1을 기록했다. 이번 시험은 공통과목인 한국사와 영어가 이전 에 비해 어렵게 출제돼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법,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 수사 등 선택과목은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됐지만, 행정법은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출제됐다. 서울신문은 10일 경찰공무원시험 전문학원인 경단기의 도움을 받아 이번 시험을 분석하고, 향후 시험에 대한 대비법을 알아봤다.# 비중 낮았던 문법 늘어 당황, 시간에 쫓겨 당황 이번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은 한국사, 영어 등 공통과목이 이전 시험에 비해 어렵게 출제되면서 두 과목의 점수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의 경우 기존에 비중이 낮았던 문법 파트가 5문항이나 출제됐다. 20문항 가운데 5문항(25%)이 지엽적인 문법 포인트를 묻는 문제로 출제되면서 짧은 시험 시간(과목당 20분)에 쫓겨 실수를 한 수험생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 독해 파트도 선택지가 한글이 아닌 영어로 표기되면서 정답률이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make up one’s mind’ (결심하다) 등을 포함해 어휘나 숙어들은 기출문제에서 재활용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난도는 높았다. 안미정 강사는 “특히 까다롭게 출제된 한국사 과목으로 인해 위축된 상태로 영어시험에 임했다면 더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법 비중이 늘어나긴 했지만 문제 자체는 늘 출제되던 문법 포인트였다”며 “문법과 어휘, 숙어는 기출표현의 반복과 다양한 문제 풀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료제시형 2배 출제… 80점 넘어야 합격선 한국사는 이번 시험의 합격자 커트라인이 80점으로 예상될 만큼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사료제시형 문제가 전체 20문항 가운데 12문항을 차지하면서 수험생들이 사료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한길 강사는 “보통 6문항 정도 출제됐던 기존 시험과 비교하면 2배 정도 늘어난 것”이라면서 “시간 조절도 힘들었겠지만, 내용 자체도 단순 이해를 넘어 자세한 개념까지 묻는 경우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사의 경우 1~2문항 정도를 틀려 90점 이상을 받는다면 고득점군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강사는 “경찰공무원의 한국사 시험도 일반행정직 9급 시험처럼 역사적인 개념과 단순 반복, 암기를 넘어서 시대별 사료에 대해 이해하는 학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기출문제 넘어선 난이도… 법조문 꼼꼼히 봐야 이번 시험에서 선택과목 가운데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과목은 행정법이다. 개별법의 조문을 묻는 문제 가운데 기존에 나오지 않았던 조문이나 중요성이 떨어지는 조문이 일부 출제됐다. 또한 전체적으로 지문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문제를 푸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우진 강사는 “통치 행위와 행정법의 일반원칙, 헌법상 기본권리인 사회적 기본권 등 매번 출제됐던 파트에서 문제가 나왔지만, 개인정보보호법·행정심판법 등 평소 행정법에서 출제되지 않았던 파트에서도 문제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 강사는 “이전 시험에서는 기출문제만 적당히 풀면 고득점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고득점을 위해서는 좀더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쟁송파트에 대한 추가적인 이해와 함께 각 법조문들도 꼼꼼하게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형법·형사소송법 등 이전과 비슷한 수준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이전 시험과 비슷한 경향으로 출제됐다. 형법은 총론 10문항, 각론 10문항이 출제됐으며, 매년 최신 판례가 출제되는 패턴도 그대로였다. 김중근 강사는 “형법의 고득점 포인트는 최신 판례”라며 “각종 기본서에 소개되지 않았던 최신 판례가 지문으로 다수 등장했다. 이를 학습한 수험생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의 점수 차이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형사소송법도 그동안의 패턴이 유지됐다. 또 형법과 달리 형사소송법은 최신 판례의 출제가 없었다. 김 강사는 “평이한 수준의 난이도였으며, 이해 위주로 학습한 수험생이라면 고득점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형사소송법은 보통 형법과 동시에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형법적 지식 없이 형사소송법만 학습할 경우 암기 위주의 공부로 인해 고득점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 강사는 “앞으로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시험 유형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형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형사소송법에 접근해 두 과목 모두 고득점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찰학개론과 수사도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수사는 기출문제 중심으로 출제돼 기본서와 문제 풀이를 충실하게 했다면 90점 이상의 고득점이 예상된다. 이론문제는 1문항에 불과했고, 법령문제가 19문항이나 됐다. 총론과 각론으로 구분하면 총론이 12문항, 각론이 8문항이었다. 법령을 묻는 문항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법령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꼼꼼한 정리가 필요하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 수사와 관련한 심야조사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분야에서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김현조 강사는 “경찰간부 승진시험에 출제된 문제는 필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최근에는 형사소송법과 중복되는 내용이나 법의학, 과학수사 등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은 출제 빈도가 줄고 있으니 법령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학개론은 총론 10문항, 각론 10문항으로 출제됐으며, 법령문제가 14문항, 이론문제가 6문항이었다. 기존에 출제되지 않았던 새로운 법령이나 이론은 나오지 않았다. 황영구 강사는 “주요 법령에 대한 학습만으로도 70점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김정은 정조준한 안보리 제재, 中·러 동참해야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미사일 개발 폭주를 하는 북한을 응징하기 위해 미국 주도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추진되고 있다. 오는 11일 표결 처리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감지된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결의안 초안은 기존의 결의안과 차원이 다른 고강도 제재가 특징이다. 북한의 원유 수입 및 섬유제품 수출과 해외 노동자 파견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고위인사 5명을 제재 명단에 넣었다. 북한 밀수선박 단속 시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이번 제재안에 넣은 원유 금수는 북한 경제를 마비시킬 만큼 강력하다. 섬유 수출 금지는 돈줄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의지다. 유엔 제재 대상에 북한 최고 통치자인 김정은의 이름을 올린 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완전 고립시키겠다는 의미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는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이후 모두 8차례 있었다. 6차 핵실험에 따른 이번 제재안이 통과되면 9번째다. 매번 대북 제재의 강도 수위는 높아졌고 최근 대북 제재인 2371호의 경우 북한의 주력 상품인 광물·수산물의 수출까지 전면 금지했지만 결국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을 막지 못했다. 이번 대북 결의안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북한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수준으로 제재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초강력 대북 제재안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과 러시아의 소극적 태도가 걸림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에서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 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대북 강경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11일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소극적 태도가 가장 큰 문제다. 과거의 전례에 비춰 대북 제재의 강도가 현격하게 낮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면서 북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이중적 태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중국이 북핵 공조에 미온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북핵 문제는 궁극적으로 군사옵션이 아니라 외교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지금은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의 야욕을 꺾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면 원유 금수를 포함한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감싸려 드는 중·러의 태도가 작금의 북핵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정부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한·미·일 공조 체제를 가동해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관철해야 한다.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북핵 vs AI…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은?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북핵 vs AI…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번 실험은 지난 5차 핵실험 때보다 훨씬 강력한 규모일 뿐만 아니라 수소탄을 이용한 초강력 전자기파(EMP)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 세계가 핵폭탄과 EMP, 그리고 북한에 대해 우려할 때 인류가 북핵보다 인공지능(AI)으로 인해 더 큰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예언’이 나왔다. 예언의 출처는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 및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였다.머스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중국, 러시아 등 강력한 컴퓨터 과학기술을 가진 나라는 곧 AI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가적인 수준에서 경쟁할 것이다. 이것이 3차대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많다”면서 “북한은 문명의 존재를 위협하는 목록의 아랫부분에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제3차 세계대전은 북핵이 아닌 AI로 인해 발발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북한은 세계 안보에서 AI보다는 조금 덜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게 머스크의 예측이다. AI가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일자리를 빼앗는 등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측은 파다했지만, 머스크의 ‘AI 3차대전’ 시나리오는 기존의 예측과 방향이 다소 다르다. 머스크는 SNS를 통해 “정부는 일반적인 법률을 따를 필요가 없다. 만약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정부는 기업이 개발한 AI를 강제로 빼앗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 강좌에서 “AI 영역의 지도자가 세계의 통치자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지 불과 1시간 후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AI 기술 경쟁은 또 하나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열하다. 현재 AI 개발의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AI 기술의 최강자로 꼽히는 만큼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G2로 불리는 중국이 AI 종주국과 다름없는 미국을 앞지르는 기술을 보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AI 기술이 중국 정부의 어젠다 중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추가적으로 국가 및 지역 정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머스크는 ‘AI 영역의 지도자’가 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이 새로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국가 간 경쟁이 아니더라도 전쟁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머스크는 역시 SNS를 통해 “AI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선제공격이라는 결론을 내리면, 곧바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된 AI가 대화나 협상이 아닌 선제공격이라는 보기를 선택하는 순간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머스크의 이러한 우려는 또 다른 우려와 반발을 낳았다. 현존하는 AI 기술이 스스로 ‘선제공격’ 등의 보기를 택할 만큼 진화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AI에 대한 머스크의 경계심은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AI에 대한 격한 경계론이 머스크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 역시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전 세계 최초로 상업위성을 발사했으며,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그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자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능가하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팔로어가 1200만명에 이르는 유력 인사인 머스크의 발언은 AI 정책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9월 4일자 보도에서 “1200만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를 보유한 머스크의 이런 발언은 자칫 AI 정책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정말 규제로 이어진다면 AI가 우리의 삶을 향상시켜 주는 긍정적인 잠재력을 감안했을 때 매우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핵과 AI 중 무엇이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높이고 인류를 더 많이 위협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AI의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머스크의 경계론과 위기감은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류가 AI 기술을 보다 바르게 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동시에 유비무환의 자세로 새로운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huimin0217@seoul.co.kr
  • “北 김정은 해외 은닉자산 최대 5조 6300억원”

    “北 김정은 해외 은닉자산 최대 5조 6300억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등이 사용하는 ‘혁명자금’이라 불리는 돈이 외국 금융기관의 가명계좌에 총 30억~50억달러(약 3조 3825억~5조 6375억원) 가량 숨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일본 아사히신문은 8일 IBK기업은행 조봉현 연구위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자금은 스위스와 홍콩, 중동 각국 등의 금융기관에 은닉돼 있다. 혁명자금은 역대 북한의 지도자 등 ‘로열패밀리’가 통치자금으로 사용해 왔다. 김 위원장의 경우 성과를 낸 간부 등에 주는 고급시계나 전자제품, 로열패밀리가 소비하는 사치품 등을 사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6착북핵 실험을 한 김정은의 해외 자산에 대해 국제사회가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지 부시 전 정권이 동결했던 방코 델타 아시아(BDA)의 2500만달러(약 282억원)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개인 자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노동당에는 지도자의 자금을 마련하고 관리하는 38호실과 39호실이 있다. 38호실은 국내, 39호실은 국외 담당이다. 동남아시아에서 보험회사를 운영했던 전직 38호실 요원은 아사히신문에 “각 부서가 연간 목표를 정한다. 달성하면 상장과 선물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비판을 받고 부서가 해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전직 요원은 “혁명자금 지출액은 연간 수억 달러 정도였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33더 1515’ 민립대학 설립의 꿈/전호환 부산대 총장

    [열린세상] ‘33더 1515’ 민립대학 설립의 꿈/전호환 부산대 총장

    학령인구 급감과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으로 적지 않은 지역 대학들이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여 있지만 뚜렷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대학 발전과 지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녹록지만은 않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혜안은 때론 과거의 역사를 통해 구체화되기도 한다. 초창기 지역 대학 설립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역사적 간절함을 이해함으로써 쉽게 와 닿지 않는 지역 대학 부흥과 혁신적 발전을 위한 지원의 당위성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일제 식민 지배에 저항해 33인의 민족 대표들의 독립선언과 함께 1919년 3·1 독립운동이 일어났다. 놀란 일제는 식민지 통치 방식을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바꾼다. 역사 자료에 따르면 민족주의자들은 독립을 위한 임시정부 수립과 조선인의 실력 양성을 표방하면서 고등교육기관인 민립대학을 설립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일제는 민립대학설립기성회가 배일사상을 고취한다는 이유로 탄압하면서 관립 경성제국대학의 설립을 추진했다. 민립대학설립기성회는 ‘한민족 1000만명이 한 사람 1원씩’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학설립기금을 모금했지만 실제 모금된 금액은 100만원도 되지 않았다. 결국 1945년 광복을 맞이할 때까지 경성제국대학 외에는 단 한 개의 민립대학도 설립되지 못했다. 꺼졌던 민립대학설립운동의 불씨는 해방이 되면서 부산시민들이 살렸다. 일제의 탄압은 사라졌지만 대학 설립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이 문제였다. 의식주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극도의 궁핍함과 열악한 국가 재정 상황에서 부산시민들은 스스로 대학설립기금 모금을 추진했지만 이 또한 순탄치 않았다. 1945년 11월 당시 경상남도 학무과장 윤인구 박사는 부산 지역 5∼6개의 대학 설립 단체를 통합해 숙원사업인 국립대학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미군정청의 학무국은 대학설립기금으로 2000만원을 국고에 납부할 것을 요구했으나 1000만원으로의 감액을 진정했고, 고성 옥천사와 기업 및 부산시민들의 헌금으로 모인 1032만여원을 확보해 1946년 5월 15일 대한민국 최초의 종합 국립대학인 부산대학교가 설립됐다. 부산대 초대 총장에 임명된 윤인구 총장은 6·25 전쟁의 폐허 위에서 부산 서대신동 천막 교사를 지금의 장전동 부산캠퍼스로 옮기면서 국민들에게 비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절망적인 암흑 속에서 저들을 살려내려면 하늘을 열어 광명을 저들의 가슴 속에 던져야 할 것이며, 장벽을 헐어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 대학의 명칭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비전과 의지가 돋보인다. 윤 총장은 ‘천년을 내다보고 한반도를 대표하는 수도 서울에는 서울대, 한반도 육지의 끝이자 새로운 영토인 해양대륙의 시작점 부산에는 부산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한 도(道)에 한 개의 거점대학을 계획했던 당시 경상남도에 속했던 부산에는 당연히 ‘경남대학’이 설립돼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를 뒤엎는 것이었다. 윤 총장의 창학 정신을 살리는 차원에서 나는 총장 차량번호 하나에도 의미를 담고 싶었다. ‘33더 1515.’ 현재 부산대학교 총장의 승용차 번호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거점 국립대 총장으로서 예우를 받던 ‘부산 1가 1111’이라는 번호가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나라와 민족교육을 살리려 했던 ‘33’인 민족대표의 정신이 ‘더’해져 대한민국 ‘최초’(1)로 ‘5’월 ‘15’일 개교한 부산대학교의 대학 설립 정신과 의미를 담은 것이다. 천년을 바라보라는 윤인구 총장의 혜안과 초심(初心)을 되새겨 대학 발전을 위한 마음을 담았다. 70여년 전 식민의 설움을 딛고 민족 부흥과 국가 재건에 대한 간절함이 민립대학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통한 재도약에 대한 간절함이 지역거점 국립대학의 부흥으로 맥락이 이어지고 있다. 다가오는 통일 한국 시대 유라시아대륙의 관문도시인 부산은 함께 대한민국 도약의 활시위를 지탱하는 하나의 활고자로서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활이라도 한쪽의 활고자만으로는 화살을 날릴 수 없다. 수도권 외 지역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글로벌 대학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 [In&Out] ‘헌법의 민주화’를 위한 개헌/김준우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In&Out] ‘헌법의 민주화’를 위한 개헌/김준우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개헌의 계절이 도래했다. 국회는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개헌 추진의 의지를 천명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지난 7월 국회의장실에서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의 75.4%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에 관한 논의가 궤도에 오르면서 이에 관한 희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들려온다. 개헌의 원칙에 관한 목소리는 시민 주도·참여형 개헌, 자치와 분권을 위한 개헌, 통치구조에 매몰되지 않는 기본권 중심의 개헌, 직접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개헌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이론의 여지는 없다. 아울러 현행 헌법이 30년이 지난 만큼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개헌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견해에도 적잖이 공감이 간다. 반면 개헌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결코 작지 않다. 개헌이 과연 지금 필요한 개혁과제인가라는 질문, 개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준엄한 경고,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적 의도와 맥락에 대한 의문 등에도 충분히 경청해야 할 대목이 많다. 사실 현행 헌법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나쁘지 않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결실이라는 역사적 정당성을 배경으로 갖는 데다 기본권 영역도 외국에 견주어 보아도 손색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개헌이 위정자의 불온한 의도를 만족시키기 위한 형식에 불과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이승만의 재집권을 위한 발췌개헌과 사사오입개헌, 5·16 군사정변 이후 실시된 1962년 개헌, 박정희의 영구집권을 위한 구실에 불과했던 3선 개헌과 유신개헌, 전두환·노태우가 주축이 된 12·12 군사정변 이후 이뤄진 1980년 개헌까지 대부분의 개헌은 오욕의 한국현대정치사와 궤를 함께했다.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요구가 반영된 개헌은 4·19혁명에 이은 1960년 개헌과 민주화 항쟁의 결실에 힘입은 1987년 개헌뿐이었지만, 그마저도 아쉬움이 컸다. 급박한 정세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민들이 개헌과정에 온전히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개헌 과정에서 첫째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현행 헌법이 과연 민주적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 제1조는 민주공화국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이 충분히 민주적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형식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아도 현행 헌법에 적지 않은 흠이 눈에 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지명직 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한 제71조의 문제, 대통령 선거에서 공동 1위가 나왔을 때는 국회에서 결선투표를 실시하도록 한 제67조 제2항의 문제, 제정헌법 때부터 존재하다가 유신헌법 때 사라진 국민의 헌법발안권,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대법원의 구조, 민주주의와 상치되는 국가원로자문회의라는 헌법기관의 존재 등 헌법 구석구석에 민주주의의 결핍이 존재한다. 우리 헌법은 충분히 민주적이지 않다. 다시 말해 현행 헌법은 더 많은 ‘민주화’를 요청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민주화’의 참된 의미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민주화의 의미를 단순히 형식적 민주주의의 요소를 강화하고 국가권력의 배분을 분권화하도록 설계하는 것으로 협소화시킬 수 없다. 민(民)이 주(主)가 된다는 함의를 새기며 진정한 개헌의 과제와 방향이 무엇인지 숙고할 때다. 쉽게 채워질 수 없는 질문이 우리에게 놓여 있다.
  • [씨줄날줄] 극중주의 실험/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극중주의 실험/박건승 논설위원

    ‘제3의 길’은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좌우를 넘어서’라는 논문에서 구체화됐다. 좌·우 이념을 초월하는 실용적 중도좌파론이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결합해 정부가 간여하는 새로운 혼합경제를 추구한다. 이 이론은 1997년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이 집권하는 데 원천이 됐다. 한때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으나 좌·우파 논리를 적당히 섞어 놓았다는 비판을 받았다.지난해 타계한 소석(素石)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는 중도통합론자를 자처했다. 1970년대 박정희 유신체제를 일정 부분 인정하고 극한의 개헌 투쟁보다 여야가 민생 위주의 정책 대결을 벌이자는 것이었다. 이른바 양극단 배제론이다. 김대중과 김영삼 중심의 야권은 ‘사쿠라’로 몰아세웠다. 이 총재는 해방 직후 신탁통치반대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으나 신군부 독재정권 이후 우파로 돌아섰다. 당시 여당인 민정당 당론과 같은 내각제 개헌을 주장해 야권의 반발을 샀다. 특히 김대중 정권 때 남북정상회담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노무현 정권의 퇴진 운동까지 벌였다. 되돌아보면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중도론’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극중(極中)주의’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제3의 길을 가겠다’며 공표한 노선이다. ‘극중’이란 좌도 우도 아닌 칼로 무 자르듯 좌·우 중간의 중심, 즉 국민의 편에서 중도의 정치를 추구하겠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그런데 요령부득이다. 혹자는 정치인이 쓰는 용어 하나를 갖고 웬 시비냐고 할지 모른다. 극우, 극좌가 있으니 극중이라고 없을 리 없을 것이다. 극중주의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형용 모순’, ’말장난’이라는 지적과 함께 ‘기회주의적 발상’ ‘양비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 수사(修辭)적 유희’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같은 당 이상돈 의원은 “영어 단어로 불싯(bullshit·헛소리)이나 마찬가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용어 하나 때문에 당 대표 선거에서도 후보들끼리 여러 차례 설전을 벌였다. 극중주의는 안보위기 상황 속 야당이 장외투쟁을 하는 가운데 실체를 드러냈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한국당은) 지금 보이콧할 때입니까? (민주당은) 지금 야당과 싸울 때입니까”라는 문장. 극중주의가 ‘맥락 없는 중도주의’에 지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대선 당시 “내가 MB 아바타입니까”라는 말로 들렸던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득 대선 후보 시절 그가 ‘그롤링 발성’으로 유권자들의 눈길을 잡으려 애쓰던 모습이 떠오른다. 요즘은 국민들이 정치 9단인 세상이다.
  • [송혜민의 월드why] 북핵 vs AI,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은?

    [송혜민의 월드why] 북핵 vs AI,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번 실험은 지난 5차 핵실험 때보다 훨씬 강력한 규모일 뿐만 아니라 수소탄을 이용한 초강력 전자기파(EMP)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 세계가 핵폭탄과 EMP, 그리고 북한에 대해 우려할 때, 인류가 북핵보다 인공지능(AI)로 인해 더 큰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예언’이 나왔다. 예언의 출처는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 및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였다. 머스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중국, 러시아 등 강력한 컴퓨터 과학기술을 가진 나라는 곧 AI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가적인 수준에서 경쟁할 것이다. 이것이 3차대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많다”면서 “북한은 문명의 존재를 위협하는 목록의 아랫부분에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제3차 세계대전은 북핵이 아닌 AI로 인해 발발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북한은 세계 안보에 있어 AI보다는 조금 덜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게 머스크의 예측이다. AI가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일자리를 빼앗는 등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측은 파다했지만, 머스크의 ‘AI 3차대전’ 시나리오는 기존의 예측과 방향이 다소 다르다. 머스크는 SNS를 통해 “정부는 일반적인 법률을 따를 필요가 없다. 만약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정부는 기업이 개발한 AI를 강제로 빼앗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강좌에서 “AI 영역의 지도자가 세계의 통치자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지 불과 1시간 후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세계 강국의 AI 기술 경쟁은 또 하나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열하다. 현재 AI 개발의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AI 기술의 최강자로 꼽히는 만큼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G2로 불리는 중국이 AI 종주국과 다름없는 미국을 앞지르는 기술을 보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AI 기술이 중국 정부의 아젠다 중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추가적으로 국가 및 지역 정책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머스크는 ‘AI 영역의 지도자’가 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이 새로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국가 간 경쟁이 아니더라도 전쟁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머스크는 역시 SNS를 통해 “AI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선제공격이라는 결론을 내리면, 곧바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AI가 대화나 협상이 아닌 선제공격이라는 보기를 선택하는 순간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머스크의 이러한 우려는 또 다른 우려와 반발을 낳았다. 현존하는 AI기술이 스스로 ‘선제공격’ 등의 보기를 택할 만큼 진화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AI에 대한 머스크의 경계심은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AI에 대한 격한 경계론이 머스크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 역시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전 세계 최초로 상업위성을 발사했으며,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그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자,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능가하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팔로워가 1200만 명에 이르는 유력인사인 머스크의 발언은 AI 정책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4일자 보도에서 “120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한 머스크의 이런 발언은 자칫 AI 정책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만약 정말 규제로 이어진다면, AI가 우리의 삶을 향상시켜주는 긍정적인 잠재력을 감안했을 때 매우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핵과 AI 중 무엇이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높이고 인류를 더 많이 위협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AI의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머스크의 경계론과 위기감은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류가 AI 기술을 보다 바르게 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동시에 유비무환의 자세로 새로운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