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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금룡 옥션사장 기고/ 디지털시대의 ‘정주영 정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은 20세기 한국 경제사에 큰 획을 남긴 우리나라 개발경제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무(無)에서유(有)를 창조했으며,그가 보여준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은 후대 기업인에게 커다란 교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맨주먹 하나로 오늘날 ‘현대’라는 거함을 일으켜세운 가장 위대한 벤처기업인이었으며,탁월한 통찰력과 예지력으로 미래를 바라보고,미래에 대한 신념과 확신으로불가능을 극복한 분이었다. 특히 중공업이나 자동차산업 등 남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길을 먼저 개척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모험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도전정신 때문이었다. 5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조선소 건설을 위한 차관을 도입하고,폐유조선으로 물길을 막아 서산간척지를 개간한 그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는 벤처기업인의 한사람으로 놀랍고도 존경스러울 따름이다.올림픽을 유치해 한국을 세계에널리 알린 업적 또한 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신경제인들에게 국제화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처럼 정회장은 눈부신 업적과 값진 교훈을 남기고 이세상을 떠났다.아울러 큰 별을 떠나보내는 경제인들에게 더많은 숙제와 책임을 던져줬다. 이제 디지털 중심의 신경제시대에 ‘정주영정신’을 어떻게 수용하고,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그가 황무지를 일궈 거대한 공장을 세우고,이를국가경제의 원동력으로 발전시켰듯이 이제는 디지털이라는무한의 공간을 바탕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 신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해온 구경제의 기업구조와경영시스템과는 궤를 달리한다.신경제는 자본과 기계, 노동력 중심인 구경제와 달리 스피드와 창의력,네트워크,실험정신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지적 자본의 가치가 매우높다.신경제는 더이상 느린 의사결정과 낡은 관행,불투명한 회계처리,정경유착 등으로 대변되는 구경제의 병폐를용납하지 않는다. IMF이후 최근 수 년간 국내 대기업들이 여러가지 폐단을드러내면서 유래없이 심한 몸살을 앓았던 것도바로 신경제로 바뀌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이제 국내 경제가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조속히 수용함은 물론,장광한 가상의 공간을 개척해가는 모험적 기업가정신이필요하다. 도전과 창의를 중심으로 한 정주영정신은 이제 디지털이라는 환경으로 대변되는 신경제시대에 우리에게 뚜렷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는 디지털이라는 무한의 공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이를 기반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에 서야 할 것이다.이것이 그가 떠나면서 남긴 숙명같은 과제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그의 잠언을 곱씹어 생각해본다.그리고 현재 벤처기업들이 고통스러운 시련기를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던지는 이 한마디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본다.가장 성공적인 벤처기업인이었던 정회장의큰 뜻에 경외의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이금룡 옥션사장
  • [편집위원 칼럼] 딸들에게 축구팀을 許하라

    미국에서 한국계 수재들이 최우수 고교생으로 뽑히거나 명문대를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기이하게 생각되는 점이 하나 있었다.그들이 공부만 잘한것이 아니라 학교 축구부 주장으로 활약했다든가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이라든가 하는 말들이 반드시 뒤에 따라 붙는다는 것이다.공부 잘하는 것 하나만도 신통한데 운동과예술까지?1년간 그들을 가까이 관찰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이런 의문은 자연스럽게 풀렸다.학생 누구나 교과외 활동에 참여할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중·고등학교 교육과이를 독려하는 대학 선발제도의 결합이 이런 조합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특히 고등학생들의 체육활동 등의 경력은 대학 입학에 있어 학과 성적 못지않은 중요한 전형 요소가 된다.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학교는 정규 체육시간 외에 종목별로 대표팀과 일반팀 등 2개 이상의 팀을구성해 수업이 끝난 오후에 매일 훈련을 하거나 교외 대항전을 갖는다.학교는 감독·코치는 물론 경기용품과 유니폼,경우에 따라선 신발까지 무료로 지원을해주고 학생들은‘학과 성적만 기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자기가 원하는 팀에서 운동을 할 수가 있다. 오늘날 미국의 경쟁력은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다져진 체력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보기에 이르렀다. 강의실과 도서관,기숙사를 다람쥐 쳇바퀴돌 듯 오가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책과 씨름을 해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는 미국 대학생활을 치러내기 위해서는 단단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되며 이렇게 밀도 높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훗날 비즈니스나 연구개발 활동에서비교 우위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게일 에반스 CNN방송 부사장이 커리어우먼의 성공 비결을조언한 책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는 스포츠 활동의 유효성에 또 하나의 통찰력을 제공한다.그에 따르면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 경기를 통해 ‘이기는 법’을 배운다.전략과 목표 수립,경쟁과 모험을 배우며팀 플레이를 체험한다. 반면 여자들은 게임을 좋아하지 않으며,어쩌다 참여하더라도 ‘승리’가 아니라 ‘친구와 멋진시간을 보내기 위해’ 경기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분야에 들어와서도 성공적으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게임 경험을 못하는 부류가 어디 여자뿐이겠는가.국내에서 정규 교과시간 외의 학교 체육은 ‘준프로급’ 선수들의 엘리트 체육이 전부다.여학생은 물론대부분의 남학생들의 경기 체험은 골목축구나 길거리농구수준이고 그나마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입시 공부에 매달려 운동은 생각도 못한다.에반스의 관찰대로라면우리의 교육은 경쟁력 배양의 필수과목인 ‘게임의 법칙’교육을 남녀 모두에게 결(缺)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교육당국이 중·고등학교의 특별활동을 다양화하고,대학 전형에 비(非)교과 영역을 강화하도록 방향을잡은 것은 그런 의미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국민의 행복과 국가 경쟁력이 영어·수학 점수로만 해결날 일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정도는 너무나 미약한 것 같다.내년도 대학 입시요강도 팔방미인 뽑기식 혹은 성적 위주 전형이예고되고 있고,학생들은 ‘그래도 수능’이라며 문제 풀이에 매달린다. 지·덕·체를 동시에 고양하는 교육현장은 언제쯤 실현될수 있을까. ■신 연 숙 위원 yshin@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5)김지하시인의 율려운동

    김지하의 율려,그리고 생명사상 법문은 잔치국수로 점심을때우면서 자연스럽게 단초가 열렸다. ●생명과 가장 직결되는 것은 역시 먹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봐야지요.미각이 모든 감각의 근원인 것 같아요. 내가 원래 입이 좀 짧은 편인데 얼마 전부터 ‘맛’을 개의치 않기로 했어요.그랬더니 입맛이 둔해졌는데 문제는 다른감각도 같이 둔해졌어요.아랫녘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감수성이 그 쪽의 섬세한 미각하고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밥이 하늘이다’라는 말씀을 참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습니다.1985년인가,그 때가 생명운동 시작이었지요? 그 무렵이지요.그러나 반드시 ‘밥이 귀하다’는 뜻 만은아닙니다.밥에 들어 있는 우주의 섭리를 말한 것이지요.볍씨가 싹이 터서 나락이 되기까지 바람,물,햇빛,메뚜기,거미줄 등 우주의 협동이 있습니다.여기에다 농부의 노동이 들어가지요.‘밥한그릇이 만사지’라는 해월(海月)선생님의말씀을 천주교 식으로 말한 겁니다.농업이야말로 생명을 모시는 일입니다.농업노동은 벼의 타고난 결을 존중하고 거기서 나오는 여백을 취합니다. ●그런 식의 재래식 농업이 21세기 인류의 욕구를 충족시켜줄수 있겠습니까?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식량위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신자유주의의 맹목적인 질주가 농업을 사양산업으로 치부해 버렸는데 농업이 다시 살아나야 합니다. 오늘의 생명공학은 유기농을 효율적으로 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유전자 변형 식량혁명은 대중철학적 사기입니다.더 중요한 것은 멸종의 위기이고 오염되지 않은 종자의확보입니다.지금 유전자 변형 종자는 미국과 독일이 독점하고 있지요.과학기술의 성과가 기형적으로 이용되는 것입니다.이 질서를 재편하는 것이 생명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공학도 생명운동의 한 흐름이 아닐까요? 생태주의[환경)와 함께 두 흐름중 하나라고 볼수 있지요. 생태주의 등은 동양사상과 맥이 닿아 있고 생명공학은 쪼개고 분석하는 근대 서양과학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아무튼생명을 복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철학의 빈곤에서 나온 발상입니다.생명은 생성이지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 대안으로 생명운동,특히 문화운동이 얼마나 실효성이있을까요? 이제까지 정치,경제 중심의 담론이 문화,미학,예술적인 담론,콘텐츠 중심으로 변하고 있습니다.문화를 통해서 세계를보면 낡은 정치, 낡은 경제가 새로워지고 생활의 즐거움을주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겁니다.물론 생명문화 운동이 문화결정론은 아닙니다.새로운 메시지를 발신하자는 운동이지요. ●생명문화운동,그 방법론으로 음악을 많이 강조 하셨습니다.과연 춤과 노래로 문명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공자가 왜 거문고를 들고 왔다 갔다 했을까요.또 옛날 성군들은 나라가 어려워지면 거문고 명인을 찾아 갔습니다.근본으로 돌아가 영감을 얻으려는 것이지요.우주질서에 맞는음악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로잡아 줍니다.시경에 ‘정(鄭]나라의 음악이 썩었다’고 한 것은 우주 질서에 어긋났다는뜻입니다. 따라서 오늘의 헤비메탈과 우주의 중심음,생명질서에 합치되는 리듬이 만나면 인간의 심층으로부터 변화가일어 납니다. ●생명의 질서와 합치되는 음악이란 이를테면 아악,종묘제례악입니까? 그 속에 우주질서의 숨은 비밀이 있을 겁니다.희로애락 중심의 대중음악이 수명이 짧은 것은 생명리듬과 맞지 않기때문입니다.그러나 에로스는 그것대로 필연성이 있어요.그래서 폭발력이 있습니다.비틀스 음악이 왜 수명이 긴지 압니까? ‘스톡하우젠’의 우주음악에는 동·서양,그리고 바흐까지 들어 있습니다.그런데 비틀스 음악에 바로 스톡하우젠 요소가 있다는 거예요.정악(正樂)의 음률을 젊은이들의헤비메탈에 넣으면 서양에 팔아 먹을 콘텐스가 될 것입니다.그것이 다 ‘율려’에 있어요. ●조선조의 ‘이기론’(理氣論)이 백성과 무관했던 것처럼율려가 아무리 심오해도 대중이 생소하게 느끼면 고담준론에 그치고 말지요. 율려는 원래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말이었습니다.천자문 다섯째 줄에 나오니까요. 100년 전,동양문명 해체기에 율려에관한 책이 엄청나게 쏟아졌는데 뭔가 어려워지면 근본으로돌아가기 위해 찾는 것이 율려였습니다. 이 율려가 어려운것은 한문을 몰라 그래요.서양 사람들은 희랍어를 기본으로한 덕택에 궁하면 고전에서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 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문을 안 배우니까 우리 고전을 외면하고서양 사람들이 해 놓은 것을 베껴 먹기만 합니다.사실은 우리 고전에는 서양을 능가하는 세계관이 있습니다.거기에는물질의 마음을 읽는 영성이 있어요.최수운,김일부 등은 이를 바탕으로 동서양을 아우를 새로운 메시지를 터득한 분들입니다. ●현대인들에게는 그 영성이 왜 퇴화했을까요? 불교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 분별지 때문입니다.보이는 것만을 인정하고 미시적으로 쪼개서 보는 서양과학의 영향으로 통으로 보는 직관,영성을 잃어버렸어요. ●강연과 글 속에 ‘흰 그늘’이 자주 등장합니다.우리 속에 내재해 있는 변증법적인 모순,그런 뜻인가요. 변증법은 토론이든지 투쟁이든지 승자 입장에서 결과에 대한 합리화지요.변증법으로는 생명의 기원,즉 무기물이 유기물로 변하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합니다.‘그늘’이 웃녁에서는 부정적으로 쓰이는데 아랫녁에서는 신산고초 끝의 달관과 유사한 뜻이 있어요. 흰 것은 밝음,그래서 그늘이되어두운 그늘이 아니라흰 그늘입니다.이는 들뢰즈가 말한카오스모스,질서와 무질서,최수운의 태극(太極)과 궁궁(弓弓)의 균형적 공존이요 균형이되 기우뚱한 균형,이 기우뚱한 균형이 바로 역동성입니다.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율려운동의 율려란?. 시경(詩經)에 [강건너 장사치 여인은 망국한도 모르고,후정화를 부른다(商女不知亡國恨,隔江猶唱後庭花)]라는 대목이 있다.‘후정화’라는 음탕한 노래가 퍼진뒤 정(鄭)나라가 망한 것을 한탄한 내용이다.고대 사회에서는 예(禮)와악(樂)으로 나라를 다스렸다.음악이 썩으면 예(禮)가 무너지고 시속이 문란해져 마침내 정치가 망가진다고 믿었던 것이다.그래서 옛날 성군들은 나라가 어려우면 거문고 명인을 찾았다. 김지하(金芝河)가 천착하고 있는 생명문화 운동의 이론적바탕이다.문화의 새바람으로 정치,경제를 바꾸고 상극의 문명을 상생의 문명으로 바꿀수 있다는 것이다.이때 음악과율동은 메시지 전달의 의미를 넘는 사회치유력(治癒力)을가지고 있다. 이런 김지하 사상의 핵심에는 율려(律呂)가 있다.율려는우주 질서의 근본이며 생명의 리듬이다.음악이 이 리듬과합치되고 그 리듬에 따라 가사가 붙고 율동이 일어날 때 우주적 치유가 일어난다.김지하가 말하는 율려의 방대한 내용중 가장 의미있는 대목이며 그가 율려를 치켜 든 이유이기도 하다.부언(復言)하면 이렇다. 우주질서의 체(體)를 태극이라 한다면 율려(律呂)는 그 용(用)이다.그러므로 우주,삼라만상의 생성 변화가 다 율려에서 나온다.이 삼라만상의 생성 변화의 리듬과 오늘의 에로스,감각,헤비메탈이 만날때 우주적 용틀임 같은 영성의 분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이 때 신인간 신천지가 열린다는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두번의 開眼' 김지하 시인. 김지하는 부단히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이다.그리고 ‘이것이다’ 싶은 것이 잡히면 온 몸을 던진다.민주화 투쟁이그랬고 생명운동이 그랬다.‘민주’‘정의’‘혁명’‘생명’‘밥’‘여백’‘그물코’’흰그늘’‘카오스모스’‘율려’ 등은 의식의 변화가 올 때마다 그가 참구했던 화두(話頭)들이다. 생명운동의 큰 틀 안에서도 그의 운동 주제는 환경,유기농직거래,생명자치,그리고 생명문화운동으로 변천을 거듭했다. 시인 특유의 통찰력인가? 그가 천착했던 주제들은 길게는20년,짧게는 10년은 앞선 것들이었다.‘생명’이 그랬고 ‘유기농’이 그랬다. 김지하는 생애에서 크게 두번,선승의 견성(見性)에 비유되는 개안을 경험한다.첫 체험은 유신 말기,독방에 수감됐을때다.천장이 내려 앉고 사방 벽이 좁혀 들어오는 ‘면벽증’에 시달리던 어느날 창틈으로 날아 들어온 하얀 민들레씨,그리고 벽돌틈 사이에 뿌리를 내린 개가죽 나무를 보는순간 까닭 모를 울음이 터진다.하루종일 울고 난 어느 순간허공이 진동하면서 ‘생명’이라는 글자가 나타나더란다.동시에 저 무소부재한 생명의 이치만 터득하면 안에 있으나밖에 있으나 자유자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선을 시작한다.그리고 석달열흘만에 박정희(朴正熙) 사망소식을 듣는다. 두번째 체험은 5년 전이다.부안 변산 바닷가에서 이런저런상념에 골몰하던중 불현듯 사람들의 마음이 밑바닥부터 바뀌지 않고는 환경운동이고 생명운동이고 시시포스의 바위굴리기라는 생각이 들더란다. 동시에 계시처럼 떠오른 단어가 율려다.그 때부터 그는 “율려야 말로 왜곡된 질서를 일거에 바로잡고 사람은 물론 물질까지 신명으로 춤추게 하는치유라고 믿는다. △김지하 시인. ▲1941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본명 金榮一),서울대학교 미학과 졸업. ▲1968년 ‘시인’지에 ‘서울길’ 발표로 작품활동 시작,▲1964년 대일 굴욕외교 반대투쟁으로 구속,그 이후 유신반대,담시‘오적필화 사건으로 8년간 복역▲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의 ‘로터스 특별상’‘크라이스키 인권상’, 세계 시인대회의 ‘위대한 시인상’등 수상▲시집,‘황토’‘타는 목마름으로’‘별밭을 우러르며’‘이 가문날의 비구름’▲산문집,‘밥’‘남녁 땅의 뱃노래’‘사림’‘대설’‘난’‘생명 등 다수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4) 문순홍박사의 생태여성주의

    *“여성·환경문제는 둘이 아니다”. ●여성적 특성이 차별의 요인이라면 그 특성을 생물적 결정으로 봅니까,사회적 요인으로 봅니까? 양면이 다 있습니다.여성에게 생리·해부학적으로 여성적특성이 부여된 부분이 있습니다.여기에다 ‘여성다움’ 에대한 역사·사회적으로 강요된 부분이 있습니다.가정,학교,사회에서 부단히 여성적 특성만을 장려하는 교육을 받고 자라거든요.초기 생태여성주의는 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여성과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였고,파괴되는 자연의 아픔을 여성이 공감하고 이를 치유하는 것은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이를테면 1991년에 발생한 대구의 페놀방류 때도 태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여성들이 더 격렬하게나섰습니다.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여성과 자연을 생물학적인 속성으로 연결짓는 논의에 회의가 생겼습니다.환경치유자로서의 구실이 여성들에게 삼중의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오늘과 같은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아무리 여성의 권리와목소리가 높아졌다 하더라도,경제활동여성들의 경우 여전히가사노동의 상당부분이 여성에게 남겨져 있습니다.서구 여성들에게 물어봐도 가사노동을 부분적으로는 남편과 분담하지만 이른바 ‘살림’경영은 여전히 아내 몫이라고 합니다.때문에 여성은 자기 일을 가져도 ‘살림’의 부담을 하나 더지게 되지요.이를 이중부담의 문제라 불러왔습니다.그런데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여성이 환경치유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은 여성에게 특정한 사회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점에선긍정적이었지만,여성에겐 또 하나의 부담이란 생각이 들게됩니다.그 한국사례로,1992∼93년 제3세계의 열대림 파괴문제가 나왔을 때였습니다.나무 젓가락과 1회용 기저귀(육아용) 안쓰기 운동을 벌이는데 직장여성들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불편한 거죠.그러면서 왜 이것이 여성만의 문제인가라는생각을 하기 시작했고,이런 의문은 여성=자연이라는 등식은“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문화 사회적으로 주입된 부분이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의 억압과 생태계의 위기를 다같이 가부장적 남성문화의 산물로 보고 있습니다.그렇다면여성주의적 대안은 있습니까? 지금까지 서구근대가 무시했던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봅니다.그것은 세계를 생태적 시각으로 다시 보는겁니다.우리사회에 여성적 특성인 부드러움,곡선,평화,헌신,다양성,관계성을 불어넣는 겁니다. ●아까 여성의 특성이 가사노동,즉 살림에서 잘 발현된다고했습니다.그렇다면 생명친화적인 여성의 살림살이(죽임의 반대)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을 바꾸는 운동을 벌일 일이지,여성이 남성의 영역을 나눠갖기 위해 투쟁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에게 여성적 특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이성,합리성등이 여성에게도 있습니다.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남성적 특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성도 있습니다.그런데 18,19세기까지는 이성적 분별력,합리적 사고가 여성에게는 아예 없는것으로 단정했지요.이렇게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묶어 종속시켜 왔습니다.지금 지구적 위기는 여기서 비롯됩니다.이 구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에도 그대로 온존해 있습니다. 대안은 무엇이냐, 비지불성 가사노동에 남성이 들어오고 그대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곳에 여성의 특성을 도입하는 겁니다.사회구조에 감성지수를 높이는 거지요.이런 구조가 생태계의 원래 모습입니다.인간개체가 좌뇌(이성)와 우뇌(감성)의 균형을 이루고 있듯이 사회구조가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야 통찰력이 생기고 위기대처능력이 생깁니다. ●그동안 사회 참여에 성공한 여성들이 여성적 장점을 사회화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남북대화에 여성을 대표로 보낸다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표를 여성으로 하면 과연 평화가 올까요? 배려 차원에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결정권이 있는 자리,그리고 일정한 비율이 중요합니다.여성주의적 신념이 없는 여성 한 두명이 참여하는 것으로는 그들이 경쟁에 이기기 위해 남성화 돼버리거나 홍일점의 특혜에 안주해버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에코페미니즘이 문화구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에 대한 반성입니다.여성이 여성에게 표를 주지 않고정치자금을 만들지 못해 여성정치인이 발붙이기 어려운 남성구조 문화가 바뀌지 않고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의료기술이 여성을 임신 출산의 불안으로부터 해방을 가져다 준 점을 인정한다면 생명공학은 여성에게 복음일 수도있지 않을까요?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는 생명은 생(生)인 반면 생명공학은조(造)이기 때문에 생명공학은 반생명적입니다.따라서 생명공학은 시장에 의한 인간생식능력의 대체이고,특히 여성의생식능력의 상품화이기도 하지요. ●중세기 마녀로 지목된 여자들이 사실은 피임지식을 가진사람들이었고 국가의 다산정책이 이들을 마녀로 지목했다는학설이 있더군요.이런 것으로 봐도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돌려주는 생명공학이 여성해방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페미니즘 시각에서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생태여성주의 입장에서는 다릅니다.불임부부에게 희소식이라는 생명복제에서 간과되는 것이 있는데 체세포 복제도 누군가 난자를 제공해야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그래서 반다나 시바(에코페미니즘 학자)는 난자(성)의 상품화 가능성을 말합니다.시술과정도 여성에게는 매우 위험하고 치욕적일 뿐더러 탄생한 아이도 기형아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생명공학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비전은 의료분야가 아니라유전자 변형을 통한 식량혁명인 것 같습니다. 인구 증가와 식량위기,그게 사실은 맬서스테제입니다.1968년에 맬서스적위기론이 제창됐는데 그때 어떤 학자는 제3세계에 식량원조를 중단해야 산아제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실제로 미국이 식량무상원조를유상으로 바꾼 것이 아마 1970년대 초일 것입니다.이 신맬서스이론에 대항해 나온 것이 신마르크스 이론인데 절대량보다 분배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요즈음 월드워치 보고서 같은 것을 보면 후자의 주장이 옳았습니다. ●개발과 성장의 중단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제1세계가 제3세계에 근대화 교리를 팔면서 “너희들도 우리처럼 잘 살게될 것”이라고 달콤한 말을 했지만 지금 제3세계가 그렇게 됐습니까? 안됐지요.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제1세계는 제3세계를 식민화했는데 제3세계는 식민지가 없잖아요.생태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인류가 제1세계처럼살려면 지구가 두개는 더 있어야 합니다.하나는 식민지로,하나는 쓰레기 폐기장으로 필요하니까. ●생태여성주의적 최종 대안,그리고 그 모델은 있습니까? 반다나 시바는 생태민주주의(Bio-Democracy)를 제시했습니다.지역단위 생명자치 모델이지요.지금 제3세계의 굶주림은서방세계의 패권다툼이 빚은 피해이기도 하지만 농업구조상문제이기도 합니다.전통적인 자급농들이 농작물 대신 커피나 맥주 원료의 대량생산농으로 바뀌면서 절대빈곤으로 떨어졌습니다.교묘한 착취지요.생태계는 소비가 없습니다.모든 것은 순환하지요.이것이 생명의 원리입니다.그리고 전통적인자급농은 생태계의 순환에 배치되지 않습니다.생태(여성)주의적 세계관과 사회구조만이 자연의 회복능력을 재생시킬수있습니다.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여성억압과 생태계의 위기…가부장적 남성문화의 산물.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생명’이라는 단어에 훨씬 민감하다. 여성이 더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어머니이기 때문이다.초기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의 자유와 권리신장을 위해 남성 따라잡기에 치중하다가 차츰 반생명 구조의 뿌리인 문화로 관심의 영역을 넓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자연과 인간,남성과 여성,백인과 유색인,선진국과 후진국 식으로 지배와 피지배의 이분법 사고가 자연과 여성을 착취하는 반생명적 억압구조를 낳는다고 보는 것이다. 생태여성주의의 이론 및 실천운동은 21세기의 주요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생태학과 페미니즘의 만남이다.생태여성주의에 따르면 가부장 구조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서구문명의 자연(환경)파괴는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다. 여성주의가 그려낸 여성해방의 유토피아적 대안이 생태론자들의 생태공동체와 그 이미지가 비슷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여성주의와 생태주의의 접목이 이루어졌다.그리고 사회운동 차원에서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은 반핵,반군국주의 운동에서 자연스럽게 결합됐다. 생태여성주의는 여성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본다.이는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하면서 세계를 황폐화시킨 남성,서구,이성(理性)중심의 가치관과 삶의방식을 바꿔보자는 실천이기도 하다.따라서 여성을 자연과,남성을 문명과 동일시하는 생태여성주의는 여성의 특성에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구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전자 조작,복제,그리고 게놈 프로젝트에 생태여성주의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생명공학이 근대과학적 신념에 터잡고 있는 남성성의 정형이고 여성에게서 생식의 특성을 박탈하는 전형적인 반생명 구조의 산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생명 구조를 청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문순홍(文順弘)박사는 정치,경제,문화 세 영역에서 동시에 자연과 여성의 회복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삼중과정론을 펼친다. △문순홍 박사는…. ▲1980년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동대학원 박사▲호주 멜버른대,이화여자대학교대 여성학대학원 박사후 연구원(post doctor)▲이화여자대학교,성공회대학교 강사▲대화문화 아카데미 연구위원이언탁기자 utl@
  • 어거지 갈등·패륜만이 시청률 올리기 묘약인가

    병살만 면해다오,싶던 타자가 역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비유가 좀 과한지 모르겠으되 지난주 KBS-2TV ‘태양은 가득히’가 주말극 격전장에서 MBC ‘엄마야 누나야’를 눌렀을때 KBS드라마국은 온통 그런 축제지경이었다.3일 25.8%대 24. 0%의 시청률로 첫 앞지르기의 감격을 맛본 ‘태양…’은 4일 32.2대 24.7까지 ‘엄마야…’와의 격차를 벌이며 내처달렸다(TNS 미디어 코리아 자료).신문들 스포트라이트가 한몸에 쏟아지는 황홀경도 누려봤다. ‘태양…’이 연기자·스탭 가릴 것없는 황금 라인업의 ‘엄마야…’를 따돌리리라 예측한 방송관계자는 거의 전무했다. 초반 라운드부터 ‘엄마야’의 싱거운 승리였고 ‘태양…’은 방송사,종사자,신문 방송면 등이 어울려 엮어내는 방송산업의 ‘화제 제조-시청률 증폭 회로’로부터 일찌감치 밀려났다. 그간 30%고지를 날아오르려는 ‘엄마야…’를 번번이 낚아채며 둘간의 차이를 10%안짝으로 묶어온 것은 그러니까 전적으로 ‘태양…’의 저력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스토리 요약만으론 전형적 별볼 일없는 통속극 ‘태양…’은 성의있는복선 설정, 휴머니티 물씬 밴 인물들,제법 통찰력 느껴지는대사진행 등으로 일부 골수팬도 생길만큼 나름의 흡인력을내뿜어왔다. 그런 ‘태양…’이 시청률 왕관을 쓰면서 오히려 비난의 화살세례를 뒤집어쓰고 있다.본격적 ‘배신’국면에 접어들어갈등 고조를 위한,위험하거나 어거지식 전개가 잇달고 있기때문.어머니에 대한 깊은 증오심에도 불구,고뇌하는 양심이살아있던 민기(유준상)가 동생의 죽음 하나로 하루아침에 복수의 화신이 돼 임신한 애인을 버리고 재벌 딸을 선택한다. 어떻게 치장해도 수십번도 더 우려먹은 낡은 수법이다.멀리갈 것도 없이 옛 KBS주말극 ‘젊은이의 양지’가 어룽댄다. 버림받았다고 약을 먹는 지숙(김지수),친구 민기에게 칼부림하는 호태(박상민),동생 민정의 뜬금없는 사고와 뇌사 할 것없이 극단적 선악대비,자극과 우연의 남발로 온통 뒤덮인 지난주였다.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시청률이) 가난해도 (인물이 따뜻했던) 옛날이 좋았다”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고영탁 PD는 “당초 호태와 민기,두남자의 선굵은 우정과 용서를 다룬 ‘버디드라마’로 가려 했다”고 한다.그러나 갈수록 선이 굵어지는 것은 갈등과 패륜뿐이며 그 서슬에 드라마의 맛샘이었던 인물과 휴머니티는 날로 모지라지는 듯하다. 자극제 투여와 시청률간 상관고리는 진정 아무나 끊지 못하는 건가. 손정숙기자 jssohn@
  • 아줌마들 “글발 오르네”

    ‘문청’으로 불리던 열혈 문학청년들은 점점 사라지는 대신 문학주부,즉 ‘글쓰는 아줌마’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학의 사회교육원이나 백화점 등의 문화센터에는 문학수련에 ‘용맹정진’하는 주부들로 만원이다.주부의 이같은 ‘문학열기’는 올해 각 언론사 신춘문예 당선 결과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올해 신문사의 시·소설 부문 당선자는 대부분 여성이었고 40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수년째 글쓰기를 다져온 주부들이 비로소 ‘달걀껍질’을 깨고세상으로 뛰쳐나오는 것이다. 문화센터에서 15년 동안 문학강좌를 해 온 인천시립대 오창익(66)교수는 “글쓰기를 시작하는 주부들은 결혼과 가정생활로 접었던 젊은날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서 “문장쓰기에 초보적자질을 갖춘 30·40대 주부들이 문화센터에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부들은 인생 초년에 쌓인 스트레스를 바깥으로 표출하고 자신을 완성하는 자기회수의 방편으로 문학을 한다”고 말했다. ◆열혈 문학주부들=중학교 가정교사인 김향신씨(40)는 벌써 1년째 문화센터에서 수필특강을 듣고 있다.결혼 뒤 책을 읽거나 일기 쓸 시간도 없다가 아이들을 키우고난 뒤의 시간적 여유와 공허한 마음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김씨는 일단 시작하고 나니 “문학도 후천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줌마들의 에피소드를 모은 수필집 ‘별난 기억이 주는 즐거움’을 펴낸 한정신씨(59)는 일단 글은 썼지만 책을 낼 방법이 없자 직접출판사 ‘한린’을 차렸다.1권의 책을 쓰기 위해 10년 동안 1,000여권의 책을 읽은 한씨는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찾아다니다 일언지하에 거절당하자 직접 출판사를 차려 지금까지 2권의 책을 출판했다. ◆글쓰기 지도로 부수입도=2001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당히 당선된 박지현씨(47)는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글쓰기를 해 왔으며 현재는 문예창작대학원을 다니고 있다.6년 전부터 아이들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1달에 1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박씨에게 시는 ‘생활의 에너지’다. ◆독한 각오와 프로의식이 필요하다=최근 장편소설 ‘여자의 계절’을 펴낸 고은주씨(34)는“많은 여성들이 아이들을 키우고 난 뒤 마땅히 할 일이 없고 원고지와 펜만 있으면 가능하므로 글쓰기에 쉽게도전한다”고 지적한다.국문과를 졸업한 고씨는 학교친구들이 문학상을 받고 책을 펴내는 자신을 부러워하면 “아직 아기도 못 낳고 남편 아침도 못 챙겨주면서 7년 동안 장편소설 1권을 쓰느라 엄청한 육체노동을 했다”고 강조한다. 고씨는 마흔에 등단한 소설가 박완서씨처럼 삶에 대한 통찰력이 생겼을 때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싶지만 일단등단한 이후에는 인생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실제로 박완서씨는글쓰기를 시작하는 많은 주부들의 역할 모델이자 우상이다.이에 대해 박완서씨(70)는 “문학은 타고난 팔자”라고 말한다. 문학은 주부들에게 ‘아줌마들의 정체성찾기’의 발로이자 재능을살려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기성작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각오와 자기노력이다. 윤창수기자 geo@
  • ‘天安門 비밀회의록’진위 논란

    미국을 비롯한 서방언론들이 최근 공개된 89년 6·4톈안먼(天安門)시위 기밀문건에 대한 진위여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베이징 정가의 한 소식통은 8일자 홍콩 일간 명보(明報)와의 회견에서 “중국 당정 지도부가 서방언론들의 기밀보도 문건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문건들의 진위 여부가 상당히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기밀 문건들이 ‘6·4사건 당시 민간에 유포된 소문이나 신문보도,베이징 정가에 나도는 유언비어,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구 등 3가지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내 다수의 중국 전문가 및 서방언론들은 “이 문건은 2002,2003년의 중국 지도부 교체 시기를 앞두고 공산당내 개혁파들이당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유출시킨 것으로 당 내부의 권력투쟁을예고하는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기밀 문건을 토대로 미국에서 출간된 ‘톈안먼 페이퍼’의 저자인앤드루 네이선 콜롬비아대 교수는 “문건은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투쟁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준다”고 밝혔다.사실일 경우 이문건은 당시 계엄령을 지시한 당 지도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당시 총리로 강경진압론자였던 리펑(李鵬)뿐만 아니라 89년 이후 정치개혁을 저지,중국내 근본적인 갈등의 여지를 남겨둔 현 장쩌민(江澤民)총서기의 정당성에도 치명타를 가할 수 있기 때문. 당내 일부 개혁파 인사들이 문건유출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2002년 구성되는 의회를 개혁하는 등 ‘미래의 중국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서방 언론들의 시각이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문건은 톈안먼 사태가 낳은 상처가 중국사회에서 아직 아물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개혁을 둘러싼 권력 고위층내 갈등 가능성에 다시 한번 전세계의 주의를 환기시켜 주고 있다. 이동미기자 eyes@
  • 2000년의 아픔을 함께 한 詩 20편

    시전문 월간지 ‘현대시학’은 12월호(통권 381호)에 송년기획으로‘2000년의 우리 시’를 실었다.올해 간행된 시집에 수록되었거나 문학잡지에 발표된 20편(시인 18명)을 재수록하면서 시인·평론가의 통찰력 있는 분석을 같이 붙였다.올 우리 시의 흐름을 시사해주는 의미있는 기획이다. 왕성한 창작력을 펼치고 있는 원로시인 김춘수는 ‘밤이슬’에서 “/어쩌나 그 때/서열에도 끼지 않은 그 깐깐하고 엄전한/왕따인 천사가눈을 뜬다/”고 말한다. 여기서 천사는 밤을 바라보고,밤을 살아가는시인 자신의 날개가진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시인 이하석은 평하고 있다. 정진규(작품 ‘순금’)는 “/상징은 언제나 우리를 머뭇거리게 한다/”면서 “/지는 동백꽃잎에도 이 손의 무게가 있다/”고 일러주며,오랜만에 시집을 낸 신대철(‘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입맞춘다’)은 “/늪에서는 물기 없이 젖어드는 눈,살기 도는 몸기운도 부드러워진다/”는 첫구절로 독자를 긴장시킨다.최승호(‘재’)는 바람에 흩날리는 석탄 재의 풍경을 그리면서 긍정과 부정을동시에 부정하는 더 큰 허무를 깨우쳐 준다.조은(‘울음 소리에 잠이 깼다’)은울음소리로 누군가가 죽은 사실을 알 때 한 육체가 다른 육체에 이어지는 절차를 차분하고 따뜻하게 보여주었다. 이밖에 문인수 김기택 박용하 이향지 최정례 강연호 강해림 김태동박상순 문태준 윤의섭 이기와 김새나리 등의 작품이 선정됐다. 김재영 기자
  • IMT-2000 사업권 어디로/ “우리가 사업권 딴다”

    *사업추진 사령탑 일문일답. ◈南重秀 한국통신 상무. ◆사업권 획득 전략은 재무구조나 사업역량 등 모든 면에서 최고점으로 사업권을 따낼 것으로 자신합니다.우선적으로 계량평가에서 다른업체들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합니다.2002년 월드컵의유·무선통신 공식 파트너인 한국통신이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또 IMT―2000사업과 같은 국가 인프라 구축사업은 한국통신과 같은 망구축 경험,기술능력,건실한 재무구조,지식정보화 사회에 대한 통찰력있는 비전을 가진 회사만이 가능합니다. ◆향후 서비스 계획은 384kbps의 속도를 보장하는 망을 단계적으로구축해 오는 2006년까지 전국적인 망을 확보할 것입니다.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위해 응용서비스 중심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재 통신사업자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구축하겠습니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의 유선망 및 초고속망,위성통신망 등 통신망 자원과 100년에 걸친 운용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고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의 무선 역량을 결합하면 최상의 서비스가 나올 것입니다. ◆투자 재원 마련 방법은 초기자본금 5,000억원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2005년까지 2∼3차례의 증자를 통해 1조4,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입니다.대주주인 한국통신의 신용등급이 ‘AAA’로 최상인데다5% 이상의 지분을 투자하게 될 주요 주주들도 ‘A’등급 이상의 견실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어 원활한 회사채 및 외부 차입이 가능합니다. ◈趙珉來 SK텔레콤 상무. ◆사업권 획득상 강점은 IMT-2000은 ‘기존 서비스와 주파수 대역을달리하는 진화된 이동통신’입니다.따라서 가장 오래된 서비스 경험과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대한민국 대표 이동통신 회사가 선정돼야 합니다.재무구조 전문성 등 심사항목 전 분야에 걸쳐 경쟁업체들을 압도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비동기식을 채택한 이유는 동기식으로 IMT-2000을 도입하면 글로벌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이미 세계 시장의 80% 이상이 비동기식이어서 비동기식이 사실상 단일표준이 될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사업권 심사에서강점은 우리가 보유한 망 설계·구축능력과 운영경험은 결코 다른 사업자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입니다.94년 국내 최초로 비동기식 기술개발에 착수했습니다.97년 3월 국내 최초,세계 3번째로 비동기식 시험용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으며 지난 1월 세계 2번째로 한·일간 비동기 국제 로밍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서비스 특화 계획은 공동망 구축,기존 시설의 활용 극대화를 통해투자부담을 최소화,값싼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기존 무선인터넷서비스 제공경험을 바탕으로 전자상거래,엔터테인먼트,정보서비스 등다양한 혜택을 가입자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재원 조달 계획은 초기 4년간 4조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대주주인 SK텔레콤과 포항제철의 우수한 현금흐름과 신용등급을바탕으로 유상증자 및 저금리의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습니다. ◈李貞植 LG 상무. ◆사업권 심사에서 강점은 비계량 평가 항목중 가장 핵심이 되는 주주구성의 적정성(8점),장비조달을 위한 국내외 장비제조업체와의 협력계획(3점),기술개발 실적 및 계획(6점),전략적 제휴업체들의 기술개발 기여도(5점),시스템 구성 및 서비스품질 목표의 우수성(8점)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서비스 차별화 전략은 기존 이동전화와 IMT-2000은 차별화된 별개의 서비스로 발전되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IMT-2000에서는 음성보다는 무선인터넷 및 고속 멀티미디어서비스가 주력이 될 것입니다. LG텔레콤의 이동전화 및 무선인터넷 운영능력과 데이콤의 인터넷·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결합,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고속의 유·무선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비동기식을 택한 이유는 97년부터 비동기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국제규격의 비동기식 핵심망 상용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국내 최고의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할 것으로 보이는 비동기 방식을 택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투자자금 마련 계획은 내년에 초기 자본금 3,000억원으로 시작하고2002년과 2003년에 각각 4,500억원을 증자, 총 자본금을 1조2,000억원으로 늘릴 것입니다.초기투자비용은 1조5,000억∼2조원대로 전망됩니다.다른 사업자와 공동망 구축,기지국 공용화,국내 유망 정보통신 중소기업과의 공동 기술개발 등을 통해 투자비를 대폭 절감할 계획입니다. ◈李鍾明 하나로통신 전무. ◆사업권 경쟁에서 강점은 1장의 티켓이 걸린 동기식 기술표준을 채택한 단독 사업자라는 점입니다.또 대주주인 하나로통신은 1조원 이상의 현금 유동성과 44%에 불과한 부채비율 등 어떤 사업자보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습니다.다양한 통신자원을 활용한 유·무선 종합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를 IMT-2000에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서비스 차별화 전략은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동기식을 채택함으로써 경쟁사업자보다 최소 6개월 이상 빨리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앞으로 대기업,중견·중소·벤처기업 500여곳을 컨소시엄에 영입,단기간에 300만 가입자를 유치할 것입니다. ◆동기식이 글로벌 로밍에 약하다는데 그렇지 않습니다.동기식은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대만 호주에서,비동기식은 유럽 일본 및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로밍이 가능합니다.전체 출입국자의 85% 이상이 아시아와 미국에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동기식에 더 치중해야 합니다.2005년 이후에는 동기식과 비동기식간 로밍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자재원 마련 계획은 2006년까지 총 3조1,934억원의 시설투자가예상됩니다.이중 1조4,030억원(44%)은 자기자본,1조3,244억원(42%)은외부 차입금 그리고 나머지 4,660억원(14%)은 내부조달로 충당할 계획입니다.추가 국민주주와 500개 이상의 법인주주로 컨소시엄을 재구성할 경우,안정적인 자본조달이 가능합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감성지능, 대통령 리더십 좌우했다

    루스벨트의 카리스마,아이젠하워의 효율적 정치력,케네디의 능변과명석함,포드의 조화롭고 안정된 감성….이 모든 것을 갖춘 대통령이라면 완벽한 대통령이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것은 이상에 불과하다.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미국의 프레드 그린슈타인 교수(프린스턴대)가‘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원제 The Presidential Difference,김기휘 옮김)란 책에서 지적하는 것도 완벽한 대통령에 대한 모범답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미국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살펴봄으로써 ‘완벽한’대통령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나침반을 제공하고자 하는것이다. 저자의 견해는 좀 색다르다.그는 대통령이 남긴 업적 대신 대통령 각자의 개인적 특징에 주목,지도자가 갖춰야할 인성으로 의사소통능력인식능력 통찰력 정치력 감성지능 등 다섯가지를 든다. 그리고 이를 잣대로 20세기 후반 미국을 이끌어온 대통령들의 리더십양식을 분석한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감성지능이다.그에 따르면 닉슨이나 존슨,트루먼 같은 대통령은 뛰어난 정치력과 인식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파멸로 치달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정서를 관리할 수 있는 감성지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재평가가 필요한 대표적인 대통령으로 아이젠하워를 꼽는다.2차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작전의 승리로 나치독일의 멸망을끌어낸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되기 전 이미 영웅이었다.때문에 아이젠하워는 영웅이기에 가능한 정치스타일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여러정책을 자신이 주도적으로 실시하되 공로는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이른바 ‘막후정치(hidden-hand presidency)’가 그것이다.그의 재임시절 만들어진 많은 정책들은 덜레스 국무장관이나 애덤스 비서실장의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1인의 특성이 전체 정치에 끼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는 현대의대통령중심제를 감안할 때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위즈덤하우스 펴냄,1만5,000원김종면기자
  •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라자 굽타 맥킨지 회장 내한

    “21세기에는 지식과 인적 자원 등 무형자산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제1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맥킨지&컴퍼니 라자 굽타(51) 회장은 19일 “앞으로 기업의 생존은 무형자산을 얼마나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맥킨지사는 30년 가까운 컨설팅 경력과 세계 경제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 때문에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굽타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컨설팅 업계의 리더로 인도 출신이다. ■한국 재벌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어떤전략이 바람직하나 경쟁력을 갖추려면 한 분야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세계는 규제완화와 세계화로 국가간 장벽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있다. 정보기술(IT)분야에 드는 비용도 크게 줄고 있다.이러한 두 가지 큰 흐름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중요하다.한국 기업들은 지나치게 다각화돼 있었다.자동차 산업만해도 한국에서만 6∼7개 기업이 경쟁하는 것은 무리다.경쟁은 한국 안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재정적자와 부채 때문에 제2의 외환위기를 겪을것이라고 포브스지가 최근 예측했는데 부채가 엄청난 것은 사실이다. 구조조정이 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소유구조 개편과원가구조, 기술개선 등 모든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부실이 커져 외환위기가다시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8년 맥킨지 서울사무소가 한국이 경제개혁을 하는 데 시간이 다소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올해 안에 구조조정을 마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불건전한 기업들을 하나로 합친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현재 좋은 방향으로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기업의 위기가 소유와 의사결정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투명한 기업지배구조만 갖춘다면 일가족이 기업을 소유한다고 해서문제될 것은 없다.소유구조와 이사회,의사결정과정 등 기업구조가 투명해야 비로소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단풍처럼 고운 ‘주옥의 선율’…런던 필하모닉 내한 공연

    가을은 각자의 내면속으로 한발한발 침잠해 들어가는 계절.그러나 모든 감각들은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 자그마한 희로애락에 쉽게 상처입기도,하늘을 날듯 행복해지기도 한다. 이맘때면 주옥같은 음반들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나오고 공연계가온갖 ‘성찬’을 차려내 가을앓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IMF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내한연주회도 때마침 반가운 기지개를 켰다.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4일 부산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연주회를 갖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5년만에 찾아온 귀한 손님. 지난 95년 내한때는 30대 신예지휘자 벨저 뫼스트가 모차르트 ‘교향곡 제38번 D장조’,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 외에 소프라노 조수미와의 협연으로 ‘새야 새야’,‘보리밭’등 한국가곡을 선사했다. 정확한 곡 해석과 화려한 선율로 ‘영국 클래식음악의 대명사’격인런던 필하모닉은 런던심포니,로얄 필하모닉,BBC심포니와 함께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이다. 영국 교향악단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토마스 비첨 경이 빈 필하모닉,베를린 필하모닉에 버금가는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는 야심으로영국 일류급 연주자들을 모아 1932년 10월7일 첫 연주회를 갖고 정식 창단했다. 이후 에이드리언 볼트,존 프리처드,베르나르트 하이팅크,게오르그 솔티 등 세계 유명 지휘자들과 함께 연주하며 그 명성을 키워왔다. 런던필은 특히 정통 클래식에만 국한하지 않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미션’,‘필라델피아’,‘아버지의 이름으로’ 등 영화음악의사운드트랙 연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영국과 벨기에,독일을 주 무대로 활동하다 종전 20년후 영국 교향악단 가운데 최초로 러시아에서 공연한 것을 비롯해 중국,미국,일본,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한 순회 연주회를열어왔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파올로 올미는 예리한 통찰력과 세련된 감성으로 차세대지휘자로 주목을 받는 인물. 이번 연주회에선 로시니의 ‘세미라미테’서곡,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 E단조’,베르디의 ‘나부코’서곡 등으로 환상의 선율을들려준다. 2일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3일 피아니스트 강충모,4일 피아니스트서혜경과 차례로 협연무대를 갖고 각각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작품77’과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제5번’,라흐마니노프의‘피아노협주곡 제3번 D단조’로 앙상블을 펼친다.공연시간 오후 7시30분.문의 서울 (02)545-2078,부산 (051)850-9250허윤주기자 rara@
  • 中출신 첫 노벨문학상 가오싱젠/중국서 버림받은 중국혼의 문예가

    중국 작가로선 처음이자 아시아 문인으로선 네번 째로 노벨문학상을 탄 가오싱젠(高行健·60)은 극작가이자 소설가일뿐 아니라 연출가미술가 번역가 등 예술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발휘했다.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했고 대표작을 중국땅이 아닌 해외에서 썼지만 그는 중국어로 글을 쓰고,중국어로 사고한 중국혼의 작가이다.이는 “문학적 보편성,매서운 통찰력,언어적 탁월함을 통해 중국의 소설과 연극에 새길을 열어줬다”는 한림원의 선정 이유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1940년 동부 장시성 간저우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가 아마추어 배우여서 어렸을때부터 연극과 문학, 그림과 음악에 관심을 쏟게됐다.중국 체제 아래서 기본교육을 받기 시작해 62년 베이징 외국어대에서불문학 전공 학위를 얻었다.그러나 문화혁명(66∼76)에 휩쓸려 재교육 하방캠프로 끌려갔으며 그간 쓴 원고 가방을 몽땅 불태우지 않으면 안되었다.39세 때인 1979년이 되어서야 작품을 발표하고 프랑스이탈리아 등 외국에 나갈 수 있었다.87년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까지그는 단편 에세이 희곡 등을 잡지에 발표했으며 소설창작론 등에 관한 책도 냈다.특히 ‘근대소설기법 초론’은 마오쩌둥의 사회주의적리얼리즘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큰 논쟁을 일으켰고 당국의탄압을 사 반체제인사로 망명하게된 단초를 열었다.82년 브레히트,아르토,베케트 등의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극작법에 영향을 받아 쓴 첫희곡 ‘위험신호’는 베이징 무대 상연에서 대성공을 거뒀으나 83년부조리극 ‘버스정류장’은 당시 당국의 지식인 억압정책에 걸려 크게 비판당했고 85년작 ‘야만인’은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86년 그의 ‘강 건너편’이 판금되고 말았는데 이후 중국에서 그의작품은 일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이에 가오는 사천성 양자강가의오지를 10개월동안 답파하면서 절망감을 삭였으며 87년 중국을 떠났다.1년뒤 정치적 망명객으로 파리에 정착했는데 고국에서 89년 천안문사태가 일어나자 중국공산당을 정식 탈퇴했다.이 사태를 소재로 ‘도망자’를 파리에서 창작,발표하자 중국당국은 그를 반국가 인사로규정하고 전 작품을 금서로 묶게된다. 그는 82년 여름부터 그의 걸작 소설인 ‘영산(靈山)’을 쓰기 시작했다.이 작품은 중국 산하를 시공간적으로 거대하게 편력하는 구성방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근원과 마음의 평정,자유를 찾는 한 개인을 형상화하고 있다.이어 좀 더 자전적인 취향의 수작 ‘한 개인의 성경(聖經)’으로 거대 스케일의 ‘영산’을 보완했다. 여러 작품이 다수 외국어로 번역되었으며 그의 연극작품은 언제나세계 한두 곳에서는 공연되고 있다. 가오는 또 동양화에 일가견을 가진 화가로서 국제적으로 30여 차례의 전시회를 가졌으며 자신의 책표지 그림을스스로 그리고 있다.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 기사훈장 등 많은 상훈을 받았다. 김재영기자 kjykjy@.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가오싱젠 대표장편소설 ‘영산'.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 가오싱젠의 대표 장편 소설 ‘영산’(靈山)은 격조 높은 내용과 함께 서사구조에 있어 대담한 시도를 담고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그림같은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여행기이면서 철학적 여정의 기록이다.또 부분적으로 사랑 이야기와 우화적인 내용도 등장한다. 이처럼 변화 무쌍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서 수많은 인물과 이야기들이 작품속에 뒤섞여 있다. 도교와 불교 승려,비구니에서 신비한 원시 인간형 까지 어찌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갖가지 유형의 인간이 그들이다.또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뱀과 매연을 내뿜는 버스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문명이 엇갈린다. 기존의 인습이 도전받고 선입견도 위협받는다.그래서 약함과 강함을 함께 지닌 인간 조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만다. 그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테두리에 놓여 있던 기존의 중국 문학과는 전혀다른 면모다.이처럼 동양적인 신비주의와 서구의 모더니즘을융합한 가오싱젠의 작가적 노력이 그의 작품을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광이지만 예상못했다”. 가오싱젠은 12일 스웨덴 한림원의 수상자 발표 소식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놀라움을 표시했다. 파리 교외 바뇨레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이날 AFP통신과의 회견에서“놀랐다”고 소감을 밝힌 뒤자신이 수상 유력자로 거론되지 않았던 점을 들어 “아마 그런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지난 88년 중국에서 프랑스로 정치적 망명을 한 가오는 “(노벨상수상은) 영광이지만 아직은 그것을 충분히 음미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가오의 대표작 ‘영산’은 미국에서도 지난해에야 영문판이 나왔으며 국내에는 소설이나 희곡이 전혀 소개된 적이 없다.국내의 중국문학 전공학자들도 그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별로 깊지 않았다.
  • 올 노벨경제학상 2인의 업적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맥패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63)는 계량경제학의 대가로 꼽힌다.서른한살의 나이에 정교수로승진,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명쾌한 이론과 명강의로 이름을날려왔다. 개인의 직장·거주장소 선택에 관한 경제이론의 근거를 마련했으며이 이론은 샌프란시스코의 고속통근철도(BART) 설계와 전화 서비스및 노인용 주택에 대한 투자에 응용됐다.특히 ‘쌍대성’(duality)을이용한 생산이론은 국내 주요 대학원 계량경제학 교과서에 실려있다.맥패든 교수는 또 환경경제학 분야에서도 연구작업을 벌여 지난 90년대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스 유조선의 기름 유출 피해에따른 복지 손실을 분석하기도 했다. MIT 대학에서 버클리대로 옮겨올 때 ‘계량경제 연구소’ 신설을 조건으로 내걸었을 만큼 학문적 애착이 대단하다.버클리대 출신인 숙명여대 유진수(兪鎭守) 교수는 “물리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등 학문적 관심범위가 매우 폭넓다”고 전했다. 맥패든 교수에게서 수업을 들은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김선병(金琁炳) 서기관은 “백발에 콧수염을 기른데다 말씨가 나긋나긋해 ‘노신사’로 불렸다”고 말했다. 193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수도인 랄리에서 태어났으며 미네소타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이때 터득한 수학적 소양과 통계학적 통찰력이 뒷날 계량경제학의 토대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56)는 노동시장의 데이타는 일반시장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통계분석기법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전제에서 출발,노동시장 고유의통계분석기법을 개발해냈다. ‘개개인의 인지능력의 차이가 노동임금의 차이를 결정짓는다’는게 그의 이론의 핵심.한림원 회원인 칼 구스타프 외레스코그는 “헤크먼 교수가 개발한 모델에 힘입어 1년간의 교육이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분석할 수 있게 됐고 특정한 교육정도와 나이라는 조건이 주어졌을 경우 남자와 여자의 임금 차이에 대해 연구할 수 있게됐다”고 설명했다. 헤크먼 교수에게 배운 명지대 윤창현(尹暢賢) 교수는 “강의가 어렵기로 정평나 학생들 사이에서 ‘지킬박사와 하이드’로 불렸다”고전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헤크먼 교수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KDI의 모 박사는 “업적에 관계없이 최근 노벨경제학상을 시카고학파가 독식해오고 있다”고 평했다. 안미현기자 hyun@
  • [굄돌] 러시아에서 돌아본 ‘우리의 경쟁력’

    지난해 차이코프스키와 톨스토이의 나라,공산혁명의 발원지인 러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그동안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었던 러시아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과 영화 ‘해바라기’에서의 강인한 소피아 로렌의 이미지를 품고 러시아에 다가갔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고,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대가로 러시아는 극동에서 온 외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광활한 영토와 세계 최대 지하자원 매장량을 자랑하며,풍부한 예술성을 바탕으로 음악,건축,장식 등에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온전통의 나라.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세계대전에서 승리함으로 세계평화를 지켰다는 자부심과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함께 과학기술과 군사력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나라. 무엇보다 찬란한 문화와 과학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수 있었던 밑바탕에 그들의 ‘자유분방한 사고’가 있다는 데에 이르니 그들이 머지않아 첨단과학기술의 산업화에 성공하여 초강국으로재부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러나 며칠간의 러시아 생활을 통하여,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비효율적인 사회시스템,시내에서 목격한 러시아 경찰의 부패,공중질서를무시하는 국민,어느 곳에서나 여행객들의 여권을 검사하여 출국시 그 행선지를 파악하려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 등을 보며 그들의 국가경쟁력이 아직은 낮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국에서 외국 언론으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이야기가 왜 하필이면 먼 러시아 땅에서 생각나는 것일까? 우리가 집단으로 행할 때는 아무런 거리낌을 느끼지 못했던 우리의 무질서 의식,법을 무시하는 태도,자기 중심적 사고 등이 바로 국외자의 눈에서는 우리나라의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필자역시 러시아에 가서 필자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느낀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눈을 거시적으로 떠,바깥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것과같은 통찰력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가 불법과 경쟁과 무질서와 갈등과 배금주의 허물을 벗고 명예,준법,인간사랑의 정신으로 나아갈 때 세계 속의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서윤호 울산대 산업공학부 교수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독일통일 10주년을 바라보며

    1990년 10월3일 나는 분단국가의 한 학자로서 조국의 현실을 생각하며 독일통일의 선포식을 경외와 부러움,그리고 자괴감 속에서 지켜보았다.공교롭게도 그날은 우리 민족의 하늘이 열린 날이었다.그후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흐른 지금 통일부 장관이 된 나에게 독일통일10주년은 변화된 현실의 무게 만큼이나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은 피안의 세계로만 남아있던 통일이라는 과제를 우리 앞에 성큼 끌어다 놓은 역사적 대사건이었다.과거냉전구조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이산가족이 만나고,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여러 갈래의 회담이 정례적으로 개최되고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공사가시작되고,관광단이 오가고… 바야흐로 평화와 화해·협력 시대로 들어서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실감하고 있다.그러나 이 시점에서 ‘통일’의 함의에 부쳐 정작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막연한 기대와 낙관이 아니라 치밀한 통찰력이다. 토인비는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독일은 실업문제,엄청난 통일비용,사회심리적 갈등 등 통합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남겼고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부정적인 면이 독일 국민이 달성한 위대한 업적을 덮을 수는 없다. 지금 독일국민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이전의 냉전적 대결에 의한 적대적 갈등이 아닌,한 민족으로서 하나의 공동체에서 보다 평등하고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분단의 상태가 지속될 경우 전쟁의 위험,사회경제적 불안,이산가족문제 등 그에 수반되는 정신적·물질적 희생과 비용은 통합에 따르는부담보다 훨씬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독일 국민이 민족의 진정한 통합을 향해 걸어온 발자취에서 얻을 수있는 가장 소중한 교훈은 남과 북이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공존을 실현하고,차분히 통일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아울러 우리 민족에게 통일은환상이 아닌 현실이며 단기간에 달성될 수 없고 거기에는 많은 고통과 희생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민족사의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제 좀 더 크고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너무 서둘러서는 안되며 조급해 할 이유도없다.역사는 과거를 냉정히 성찰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준비하는자의 편에 항상 서게 되는 것이다. 사색의 계절,푸른 조국의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민족의 현실과 앞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볼 것을 권해본다. 朴在圭 통일부장관
  • 美 전 재무장관 루빈 “고어 경제공약만이 살길”

    [뉴욕 연합]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뒤 시티그룹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로버트 루빈이 앨 고어에 대한 노골적인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 루빈 전장관은 25일자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클린턴-고어행정부의 경제치적을 주장하면서 고어가 밝힌 10개항의 경제공약만이현재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어와 조지 W 부시 후보의 경제정책이 판이하기 때문에 이번선거가 경제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부시의 경제정책은80년대 말과 90년대 초의 경제적 곤경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루빈은 또 “좋은 조언이 매우 중요할 수 있지만 복잡한 사안에서는견해가 상충될 때가 자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의 차기 대통령은 올바른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험과 이해,통찰력을 갖고 있어야만 하며 두후보 중 누가 더 이 기준에 적합한가는 자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골드만 삭스 회장 출신의 루빈은 클린턴 1,2기 행정부에서 6년반동안 재무장관을 지낸뒤 뒤 월가로 복귀해 막후에서 고어 진영에 대한월가 금융기업들의 지지를 규합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최근 고어의 경제공약 발표 때 배석하고 기고문을 게재하는 등 선거전 전면에 나서고 있다.
  • 솔제니친, 푸틴에 이례적 극찬

    [모스크바 AP 연합] 옛 소련의 저명한 반체제인사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렉산데르 솔제니친이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활기찬 마음씨에 용의주도함과 결단력을 갖춘 탁월한 정치지도자”라고 격찬했다. 솔제니친은 자택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을 만난 지 하루만인 이날 RTR-TV와의 회견에서 이같이 찬양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권력에 사심이없고 자신이 물려받은 방대한 국내외 난제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과이해력을 갖고 있으며 신중성과 결단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푸틴은 구소련 정보기관이었던 KGB(국가보안위원회)의 요원이었고 솔제니친은 국가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던 반체제인사여서 두 사람은 서로 정반대의 처지에 있었다.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27일 돌연 모스크바 교외에 살고있는 솔제니친을 방문한 다음날 솔제니친은 TV회견을 통해 이례적으로 푸틴을 격찬하는 등 화해제스처를 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솔제니친은 소련의 통치를 비판했다고 해서 추방됐다가 1994년에 러시아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여성 선언] 사랑이 움직이는 거라면

    간통죄 논란이 한창이다.페미니스트저널 이프에서 간통죄를 특집으로 다룬 이후에 신문과 방송이 간통죄 개폐문제를 놓고 논쟁중이다. 언론에서 이번 문제를 더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간통죄 폐지 주장이 바로 여성들,그것도 여성운동을 하는 집단으로부터 터져나왔기때문이다.게다가 얼마 전에는 어떤 여대생이 지방의 파출소장으로 근무하는 엄마를 불륜 혐의로 고발해 세상이 시끄러웠다.이 사건은 통신상에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많은 여성네티즌들이 딸의행동을 비난하면서 엄마도 새로운 사랑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계는 간통죄 폐지를 반대했다.지난 94년 4월 열린 국회 법사위의 ‘간통죄 폐지 공청회’에서는 바로 여성계가 간통죄 온존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다.부부관계에서 자기 몫의 재산을 확보하지 못한 수많은 조강지처들이 남편의 이혼 요구 때문에 맨몸으로 거리에 나앉게 됐던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잘 간통죄 폐지 주장은,‘남자들이 더 뻔뻔하게 바람피울수 있도록하자’가 되거나 ‘이제 여자들이 바람피울 수 있을 만큼여건이 마련됐으니 간통죄는 필요없다’로 인식된다.즉 ‘바람둥이남자’들이나 ‘자유부인’들의 주장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간통죄가 여성들을 제대로 보호했던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바람피우는 남편을 정신차리게 하고 싶어도 간통죄로고소하면 바로 이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여성에게 간통죄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그에 비하면 다른 여자가 생긴 남자들에겐 꽤유용한 수단이 됐다.아내에게 한푼의 위자료도 주지 않기 위해 남편들은 자신의 오랜 외도로 외로워진 아내의 간통현장을 추적해 이혼하는 일이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심지어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의 간통 혐의를 두고 끔찍한 가정폭력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여러가지 문제점을 접어두고라도 간통죄를 폐지하자고목청을 높인 이유가 또 있다.‘이제 여성들은 자신들의 결혼이 영원히 지켜질 것이라는 낭만적이고도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며,법이 전지전능하게 인간사의 부조리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도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결혼한 부부의 4분의 1이 이혼하는 상황에서는 부부간 재산권 문제가 결혼초부터 분명하게 합의돼야 한다.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옛날 우리 조상들은 ‘부부는 돌아서면 남’이라는통찰력 있는 속담을 우리에게 전해주지 않았던가. 이 점에서 보자면간통죄 폐지 주장은 결혼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대처하자는 캠페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말을 인용해보자면 ‘사랑은 움직이는 거’다.물론 그 유행어처럼 쉽게 변하는 사랑을 인정하려는 것은 아니다.결혼은 무엇보다 신중하게 결정돼야 하고 둘 사이의 약속을 쉽게 깨는요즘의 풍조도 비판받아야겠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법으로 묶어둘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결혼으로 상대방이 영원히 자신의 소유가 되었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부부관계도 긴장감을 가지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은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간통죄가 폐지돼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인간사에서 일어날법한 불화들은 이제 당사자들이 해결하도록 국가가 개인에게 선택권을 넘겨줘야 한다.그것이 폭력이나 권력으로 인한 비인간적인 인권유린이라면 모르지만 웬만한 것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율성을 기르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배우자의 배신으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어떻게 미리 예방할 것인가 정도는 당사자들에게 맡기자.문제가 생길 때마다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우는 아이처럼 국가에 의지해 살 수는 없지 않은가. ◆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위원 박미라
  • [각료 에세이 ] 열린 마음으로/ 변화의 시대와 발전형 지도자들

    ◈ 변화의 시대와 발전형 지도자들 21세기의 화두는 단연 변화와 경쟁이라 할 수 있다. 세계화와 무한경쟁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새 밀레니엄에 변화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와 전략은 발전과 정체 그리고 쇠락의 길을 갈라놓게 될 것이다. 변화에는 속도,선택 그리고 가치관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빌 게이츠는 ‘빛의 속도가 아니라 생각의 속도’라고 말했지만 정보화의위력이 한껏 발휘되면서 그만큼 우리 생활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고 나를 중심으로 좋고 나쁨이 구분되는 극심한 가치관의 변화도 겪고 있다. 인간은 고립되어 살 수 없다.따라서 어떤 형태로든지 집단을 형성하고 다양한 조직을 만들어 삶을 영위하게 된다. 따라서 조직의 규모가 크고 작음을 떠나 구성원들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필요하고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발전형 지도자가 요구되고 있다. 발전형 지도자는 첫째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한다.무엇보다 지도자는 변화의 희생자가 아니라 주도자가 되어야 한다. 둘째 불합리와 비능률을 제거하고 폐습을 타파하는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지도자는 개혁적 사고와 강한 실천력을 갖춘 행동하는 사람이어야 한다.언행일치와 솔선수범이 없으면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없으며 신뢰와 도덕성의 확보는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이다.지금은 비디오시대,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는 세상이다. 셋째 끊임없는 노력으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정보화시대의 본질을 이해하고 정보기기들을 잘 다루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지도자의 훌륭한 자질중의 하나이다. 넷째 시대를 꿰뚫는 예견력과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그리고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확고한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지도자의 진정한 자질은 시대적 변화와 흐름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능력에 있는 것이다. 다섯째 효율과 능률을 추구해야 한다.지도자는 늘 부하들을 칭찬하고 격려하여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조직의 효율과 능률을 높여야 한다.루스벨트는 ‘지도자란 열 사람의 몫을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열 사람으로하여금 일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말하였다. 여섯째 프로정신에 투철한 전문가로서 많은 전문가들을 길러내야 한다.지도자와 함께 일함으로써 부하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문성과 능력이 높아지고 잘 단련되어짐으로써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만으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변화의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는 사람이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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