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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한성’은 어디에 있는가/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 추진단 전시기획팀장

    [기고]‘한성’은 어디에 있는가/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 추진단 전시기획팀장

    성남·광주·하남시의 통합안이 일단 국회에서 보류되었다고 한다. 얼마전 주민 여론조사에서 통합시의 이름으로 ‘한성’이 유력해졌다는 소식에 은근히 걱정이 앞섰던 터였다. 행정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통합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주민들과 관계자들이 어색하게만 들리는 ‘한성’에 얽힌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셈이다. 가장 가까운 시기, 통합시의 이름은 광주(廣州)였다. 너른(廣) 고을(州)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예부터 매우 너른 고을이었다. 1963년 지금의 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에 이르는 한강변의 너른 들판을 모두 서울특별시에 떼어주고, 1973년에 성남시, 1989년에 하남시를 각각 독립시키는 등 분리와 축소를 거듭하고서 남은 것이 지금의 광주시이다. 서울시 송파구는 본래 백제의 500년(BC18~AD475) 도읍으로서 위례성, 한성, 한산 등으로 불렸다. 475년 고구려가 백제의 수도 한성을 무너뜨리고 한강유역을 차지한 뒤에는 고구려의 한산군(漢山郡)이 되었으며, 553년 신라 땅이 되어 북한산에 진흥왕 순수비가 세워진 뒤로는 신주(新州), 한주(漢州) 등으로 불렸다. 광주라는 이름은 고려 초에 생겼는데, 신라 때의 한주 곧 ‘큰고을’을 다르게 표현한 듯하다. 983년에는 중앙관리를 파견할 주요도시 12목의 하나로 꼽혔다. 고려 후기에는 전국을 5도(道) 양계(兩界)로 나누면서 양광도(楊廣道)를 설치하였는데, 한강 북쪽의 양주와 한강 남쪽의 광주를 중심으로 편성한 대단위 행정구역이었다. 조선시대에도 광주는 내내 수원과 함께 경기도의 대표도시였다.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에는 인조가 광주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에 항전한 일도 있다. 우리가 갓 태어난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 성씨를 두고 고민하지는 않는다. 누대에 걸쳐 물려받은 역사와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여러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행정구역 이름이야 더욱 그러지 않겠는가? 한성은 백제 왕도의 이름이었으며 조선시대 도읍의 이름이기도 했다. 지금 서울시가 송파구에 한창 건립 중인 박물관의 이름도 ‘한성백제박물관’이다. 2011년 말이면 문을 열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내·외국 관람객은 서울이 유서 깊은 고도임을 ‘한성’이라는 이름을 통해 깊이 각인하게 될 것이다. 비록 최근 서울을 세계인이 모두 똑같이 발음할 수 있도록 ‘首爾(?)’(수이얼)라는 새로운 한자를 더 채용하였지만, 중화권에서는 여전히 서울을 ‘漢城’(한청)으로 통칭하고 있어 2000년 고도 서울 이미지를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이다. 백제 때의 한성 중심지는 서울시 송파구, 조선시대 한성 중심지는 서울시 종로구이다. 그런데 성남·광주·하남 통합시가 광주·한주·한산 등 지역 정체성과 관련 깊은 역사적 명칭은 다 제쳐두고 이웃지역의 이름 ‘한성’을 선호한다니, 자칫 이웃집안 할아버지 이름이 멋있다고 다른 가문의 선조이름을 차용해 쓰는 격의 비판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역주민과 통합시 준비위원회 등이 통찰력을 발휘, 통합시의 새 이름이 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향후 지역문화사 등 역사이해에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없기를 진심으로 빈다.
  • 꽃미남 정일우 ‘동성애’ 통했다

    꽃미남 정일우 ‘동성애’ 통했다

    연극 ‘뷰티풀 선데이’가 비수기를 맞은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 4일 서울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뒤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현재까지 8000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하는 등 잔잔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뷰티풀 선데이’는 일본 극작가 나카타니 마유미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꾸준히 무대에 올려졌다. 특히 올해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등에 출연했던 ‘꽃미남 스타’ 정일우의 출연으로 대중성을 더했다. 공연기획사 측은 “그의 출연으로 극의 분위기가 밝아졌을 뿐만 아니라 마니아층에 한정됐던 관객층도 대중화돼 지난해 70%에 머무르던 객석 점유율이 30%가량 늘어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뷰티풀 선데이’는 게이 커플이 동거하는 아파트에 예전에 살던 여자가 술에 취해 찾아오면서 일요일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을 그린 연극.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커플의 동성애를 소재로 했지만, 어둡거나 무겁지 않고 코믹한 터치로 다가간다. 일상의 소소한 사건에서 섬세한 감정을 잡아내는 일본 작품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한국 정서에 맞는 재치 있는 대사와 빠른 상황 전개는 관객들을 극에 쉽게 몰입하게 한다. 게이 커플과 한 여자의 좌충우돌을 바라보며 웃고 즐기는 사이 동성과 이성의 경계를 넘어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것도 이 작품의 또다른 매력. 세 사람이 숨겨왔던 감정과 상처를 솔직하게 나누는 모습을 통해 근본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에이즈에 걸린 게이 청년 준석 역을 맡은 정일우는 전작들과는 또다른 내면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첫 연극 데뷔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는 “드라마는 초반에 캐릭터를 만드는 순발력이 중요하지만, 연극은 매일 같은 내용의 공연을 하면서 인물을 깊이있게 분석하고 완성해가는 매력이 있다.”면서 “밤샘 촬영이 고역인 드라마와는 달리 무대는 NG가 없기 때문에 2시간 넘게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컨디션을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덧붙였다. 시트콤에 함께 출연했던 대선배 이순재의 조언으로 연극에 출연했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매년 한 번씩은 무대에 설 계획이다. “짧지만 제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고, 발음이나 발성은 물론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는 법을 배웠어요. 모든 공연 예술의 기본이 연극이잖아요. 앞으로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28일까지. (02)3672-8070.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LG전자 “2012년 글로벌 톱3 진입”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올해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경쟁사를 추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19일 LG전자에 따르면 남 부회장은 전날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임원회의 개막 연설에서 “지난해 화두가 적자생존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경쟁자를 앞서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G전자가 지난 3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 현금흐름 등 경영지표에서 큰 진전을 거두고, 지난해를 기점으로 가전과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분야에서 글로벌 ‘톱3’에 진입한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 “최악의 불황을 슬기롭게 이겨낸 만큼 (경쟁자를 앞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3년 전과 비교해 히트 모델이 크게 늘고 세계 각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알고 있는 전자브랜드’(비보조인지도) 조사에서 인지도가 3년 전 20%대에서 지난해 40%대로 급상승한 점도 높아진 경쟁력을 나타내주는 지표로 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LG전자는 2012년까지 세계 전자업계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톱3’로 성장하고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이 된다는 목표와 비전을 제시했다. 남 부회장은 “GE와 도요타, 애플,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인재육성과 품질, 차별화된 고객 통찰력, 저가(Low Price) 경쟁력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혁신을 통해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데 있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자.”고 당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구본무 LG회장 “고객가치에 몰입”

    구본무 LG회장 “고객가치에 몰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LG 최고경영진에게 “고객가치에 몰입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갖자.”고 강조했다. 17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14∼15일 경기 이천 LG경영개발원(인화원)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진 40여명이 참석한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새해 경영 화두로 이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구 회장은 “소수 리더가 가진 능력만으로는 변화를 주도할 수 없다.”면서 “변화무쌍한 고객의 생각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고객 가치에 몰입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개개인의 상상력이 다양하게 살아나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구 회장은 이어 “이것이 LG가 추구하는 ‘창의와 자율’이자 ‘일등 LG’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 “창의와 자율의 문화가 그룹 전체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5명의 LG 최고경영진이 창의와 자율의 조직문화 구현을 위해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공유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기술 컨버전스 및 혁신의 가속화로 전자산업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선 다양성에 대한 개방적 마인드가 필요하다.”면서 ‘개방’을 강조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스피드 경영’이 필수적이고, 구성원들이 가치 있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몰입’을 화두로 던졌다. 이밖에 백우현 LG전자 기술총괄책임자(CTO) 사장은 ‘도전’을,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배려’를 올해 경영의 핵심 단어로 꼽았다. 정일재 LG텔레콤 퍼스널모바일(이동통신) 사업본부장(사장)은 ‘통찰력’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통찰력 주는 고전… 재미·삶으로 접속하라”

    “통찰력 주는 고전… 재미·삶으로 접속하라”

    누군가는 잠잘 때 베개로 쓰거나 불면증 치료용으로 맞춤이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두꺼운 안경 쓴 학자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한다. 고전(古典)의 둘레에 파놓은 해자(垓子)는 여전히 깊고, 그 성벽은 높기만 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유일의 고전평론가 고미숙(50) ‘연구공간 수유+너머’ 공동대표의 얘기는 다르다. 고전처럼 재미있고 쉬운 책도 없다. 고 대표는 10대 청소년들은 물론 가정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심지어 노숙자, 대통령 등 2010년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이라면 누구든지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7일 서울 용산 해방촌오거리 근처 비탈길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집들 사이의 ‘수유+너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도 전에 고 대표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절박하다.”고 입을 열었다. “과거 몇 십년간 이뤄진 고도 압축 성장은 물질적 풍요를 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빈곤하고 공허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지역, 학벌, 계급을 떠나 개개인의 욕망이 균질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압축 성장이 갈 데까지 간 것이죠. 새 욕망을 생성하지 못하면 사회 내적 폭발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우리 사회에는 우울증, 무기력증, 극심한 짜증이 만연해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의 자살률, ‘묻지마 살인’ 등의 병리현상으로 표출된다. 고 대표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고전 읽기”라고 역설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지금의 내 모습과 다른 삶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통찰의 실마리를 주는 것이 고전”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어렵고 따분한 게 고전 아니냐.’고 어깃장을 놓아 보았다.“노(No)”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식과 정보로 접근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 삶의 연관성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아주 편해져요. 고전 입문서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서울신문이 ‘수유+너머’와 공동으로 ‘고전, 다시 읽기’(가제)를 기획한 이유다. 오는 11일부터 ‘임꺽정’ ‘열하일기’ ‘논어’ ‘삼국사기’ ‘걸리버여행기’ ‘변신’ 등 동·서양의 소문난 고전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늘날의 눈높이에서 다시 해석하고 소개할 예정이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동창회 모임, 계 모임, 직장 회식 등에서 무작정 술만 푸느니 재미있는 고전을 한 구절씩 돌아가며 읊조리면 얼마나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술맛도 좋겠습니까. 지도교사도 따로 필요없어요.” 비록 수학능력시험 대비 성격이 짙긴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불고 있는 ‘고전 열풍’도 긍정적 현상이라고 고 대표는 말한다. 다만 지식과 정보로서의 고전이 아닌, 참을 수 없는 재미와 함께 삶에 연관성을 주는 지혜의 보고(寶庫)로 접근해야 고전의 참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인문학의 궁극적 목적이 교양의 터득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행복 추구에 있다면 단 한 권의 고전으로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는 “(어떤 고전을 고를까 고민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맞닥뜨린 고전에 바로 올인하라.”고 권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아쌈 차차茶(김영자 지음, 이비락 펴냄) 꼬박 90일을 인도 아삼 지역에 머물며 그곳 농장에서 차밭의 여인들과 부대끼며 생활한 내용을 꼼꼼히 적어나간 기록이다. 영국 귀족들이 누리는 우아한 ‘오후의 홍차’에 인도 여인들이 차밭에서 흘린 땀과 고단한 노동이 스며 있는 듯하다. 1만 2000원.●여행기자들이 다시 찾고싶은 여행지 베스트34(김형우 외 11인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일주일이면 2~3일을 인적 드문 해안길에서, 고즈넉한 산모퉁이에서, 또는 봉긋이 솟아 있는 꽃 앞에서 보내는 일간지 여행기자 12명이 추천하는 우리나라 구석구석 좋은 곳들이다. 취재수첩에 빼곡히 적힌 것 중 정수들만 모아놓았다. 전문가의 솜씨로 빚어낸 풍경 사진 역시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1만원.●현미밥 채식(황성수 지음, 페가수스 펴냄) 병 안 걸리는 식사법을 말한다. 의사인 저자는 동맥경화증, 고혈압, 당뇨, 비만, 심장혈관병, 대장암, 치매 등 거의 모든 질환의 원인은 고기, 우유, 계란 등 동물성 식품의 과다 섭취에 있다고 말하며 ‘완전식품’에 가까운 곡식인 현미를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1만 2000원. ●내 몸 살리는 건강블랙박스(김길원 지음, 연합뉴스 펴냄) ‘내 몸 살리는’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지키고 가꾸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의학 전문기자답게 최근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법부터 시작해 암, 심혈관계 질환 등의 대처 방법, 눈과 귀 관리법 등을 얘기한다. 특히 현대인의 스트레스, 우울증 등 마음의 병까지 잘 다스릴 수 있는 법을 제시한다. 1만 2000원.●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이현주 지음, 작은 것이 아름답다 펴냄) 저자는 감리교 목사이면서 유교와 불교, 노장 사상을 두루 섭렵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동문학가이면서 생태운동가이기도 하다. 저자가 생태환경문화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5년 동안 인연을 맺으며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마음은 무엇인가요.’, ‘시험은 꼭 봐야 하나요.’등 어린아이들이 세상과 삶에 대해 던지는 갖가지 궁금증에 대해 할아버지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1만 1000원. ●정재승+진중권 크로스(정재승·진중권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편의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 마시는 생수에, 즐겨 읽는 만화책 하나에 세상을 움직이는 무엇이 있다면? 과연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따뜻한 상상력의 과학자와 이 시대의 대표적인 논객인 미학자가 21세기 대중의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의 이면을 씨줄날줄로 들여다 보며 시대를 이해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브랜드 취향이 만드는 21세기 공동체, 과학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이 뒤엉킨 21세기 예술, 검색 학문의 탄생, 자아도취와 외로움 사이에서 진화하는 디지털 등이 조명된다.1만 3800원.
  • [위기의 2009-희망을 만든 사람들] 드라마 선덕여왕 ‘미실’ 고현정

    [위기의 2009-희망을 만든 사람들] 드라마 선덕여왕 ‘미실’ 고현정

    “이제, 미실의 시대이옵니다.” 드라마 ‘선덕여왕’ 첫 회에서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외치던 고현정의 대사는 여배우 고현정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음을 알렸다. 그는 이 작품에서 통찰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 미실 역을 맡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올해를 빛낸 배우 1위에 뽑혔다. 고현정의 이번 선택은 결코 만만한 도전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첫 사극 데뷔작에서 주인공 역의 선덕여왕이 아닌, 개성 있는 조연 미실 역을 선택했다. 그리고 ‘모래시계’, ‘봄날’ 등 기존 드라마에서 쌓아온 이미지와 정반대인 악역 캐릭터에 과감히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했다. 재벌가와의 결혼과 이혼. 그 뒤 은퇴 10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 등 고현정 개인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지만 이를 연기 내공으로 승화시켜 부드러우면서 냉혹한 미실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혼 이후에도 끊임없이 나돌던 사생활 관련 루머와 스캔들을 연기력이라는 무기로 정면 돌파한 셈이다. 무엇보다 고현정이 이번 작품에서 일군 가장 큰 성과는 여성 리더십에 대한 재조명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극중 미실은 여성이라는 한계와 골품제라는 신분의 벽에 맞서 통찰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했고, 이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각종 한계에 부딪힌 여성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고현정은 복귀 이후 매스컴에 잘 나타나지 않는 신비주의로 인해 생긴 대중과의 거리감도 특유의 솔직함으로 극복해 냈다. 얼마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현정은 “미실은 더 이상 착한 역할만 맡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과 자유를 준 캐릭터이고, 영화 ‘여배우들’은 너무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도 괜찮겠다는 자신감을 줬다.”고 털어놓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고현정.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시험시간’ 행시 30분 - 7·9급 15~20분 늘려

    ‘시험시간’ 행시 30분 - 7·9급 15~20분 늘려

    행정안전부가 내년도 행정고시와 7·9급 공무원 시험시간 확대를 공식 발표했다. 시험시간 확대는 그동안 수험생들의 바람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문제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의고사를 풀 때는 현행 시간에 맞춰 연습해야 늘어난 시험시간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제 수는 현행대로 유지 16일 행안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행시 1차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시험시간은 과목당 10분씩(80→90분) 모두 30분 늘어난다. 문제 수(과목당 40문제)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문항당 배분시간은 2분에서 2분15초가 된다. 그러나 쉬는 시간(30분)과 점심시간(90분)이 약간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시험시간 확대로 인해 현행과 같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줄 경우 전체 시험이 오후 5시30분에 끝나기 때문이다. 7급과 9급도 각각 20분(120→140분)과 15분(85→100분)씩 시험시간이 늘어난다. 역시 문제 수(7급 140문제, 9급 100문제)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문항당 1분(기존 51초)의 시간을 갖게 된다. 행안부가 시험시간 연장을 발표한 것은 최근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상당수가 ‘시간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호소했기 때문. 7급의 경우 83.1%가, 9급은 80.7%가 각각 ‘시험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최근의 시험은 1990년대 후반과 비교했을 때 지문 길이가 증가했고 사례형 문제가 다수 출제되고 있다.”면서 “수험생이 이 같은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시험시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현행시간 내 문제 푸는 연습을” 시험시간이 연장되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분명 ‘희소식’이지만, 일각에서는 시험이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9급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에는 난도 상승을 걱정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형남종 남부행정고시학원 부장도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수험생들에게 보다 심화학습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안부 관계자는 “시험시간을 늘린 것은 수험생들이 좀 더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고, 시험의 타당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시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모의고사를 풀 때는 현재의 시간에 맞춰 풀라고 조언했다. 시간이 늘어났다고 이에 맞춰 연습을 하면 실제 시험에서 효과가 작다는 것이다. 정하영 베리타스법학원 부원장은 “지금과 같은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풀고 늘어난 시간은 헷갈렸던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7급 시험은 무려 2시간20분이나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는 만큼 장시간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급은 늘어난 시간 상당부분을 영어 독해에 쓰라고 했다. 다른 과목에 자신이 있다면 영어에만 25분 이상을 투자하는 것도 좋다. ●2012년 행시부터 한국사 자격증 필요 행안부는 시험시간 연장 외에 내년도 PSAT 문제 유형을 일부 바꾼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행정 사례 문제를 여럿 출제할 방침이다. 또 내년도 행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헌법 소양 교육을 실시한 뒤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만 공직에 임용하는 ‘PASS’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단, ‘PASS’를 하지 못하더라도 합격을 취소하지는 않고 추가 교육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이 밖에 오는 2012년 행시부터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2급 이상의 자격증을 받은 사람만 응시를 허용한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주관하는 국사편찬위원회는 수험생 편의를 위해 연 2회인 시험 횟수를 2011년에는 3회, 2012년에는 4회로 각각 늘린다. 행안부 관계자는 “응시자격을 2급 이상으로 결정한 것은 행시 합격자는 한국사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 역사적 지식과 통찰력까지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CEO 칼럼] ‘침묵세대’를 위한 항변/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CEO 칼럼] ‘침묵세대’를 위한 항변/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얼마 전 회사 그룹웨어를 통해 낯익은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지난 몇 달간 서너 번 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 스물일곱 살의 신입사원이었다. A4용지 석 장이나 되는 긴 편지에는 녹색경영과 지식경영의 방향성에 대한 젊은이의 소신과 의견이 잘 정리돼 있었다. 직전 월례조회 때 비슷한 주제의 인사말을 했었는데 그에 대한 일종의 답신인 셈이다. 아무튼 처음 이 친구의 편지를 접했을 때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 앞에서 결코 주눅들거나 머뭇거리는 법이 없는 당돌함과 당당함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더구나 내용 면에서도 제시한 의견의 재기발랄함뿐 아니라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 통찰력이 돋보여 또 한 번 놀랐다. 나중에 이 젊은 친구에 대해 좀 더 알아봤더니 우리 기성세대들에게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명문대 생명공학과를 조기졸업하고 미국, 유럽 등에서 전공 외의 다양한 학문을 공부했다. 이 젊은이는 동남아, 일본, 중동 등을 두루 다니며 견문을 넓혔고 벤처 창업자를 거쳐 프랑스 파리의 색소폰 거리악사, 에너지 관련 전문서적의 저자로 끊임없이 자기 영역을 확장해온 개척자이자 탐험가였다. 흔히 요즘 젊은 세대를 ‘침묵세대’(Silent Generation)로 부르면서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종종 듣는다. 침묵세대는 원래 1930년대 대공황기에 성장한 미국 젊은이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부모의 실직과 파산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자란 탓에 이들은 매사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려 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선 ‘제2의 침묵세대’가 늘고 있다는데 상황은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이 고착화되면서 퇴직할 때까지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돼 있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입사해 ‘가늘고 길게’ 살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러니 요즘 젊은 세대를 꿈과 도전의식이 없는, 무기력한 침묵세대로 낙인찍는 경향이 일반화된 듯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경제 불황속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무기력한 침묵 상태에만 빠지게 된다는 것은 일종의 선입견일 수도 있다. 추운 겨울에 인동초가 굳건히 뿌리를 내리듯 역경 속에 ‘젊은이다움’이 더 공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경험한 젊은이들의 눈빛에서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신입사원 입사 면접을 하면서 젊음의 다양성과 독창성에 매료됐고, 매일같이 업무현장에서 창의발랄하고 패기만만한 젊은 사원들과 수없이 부대끼면서 침묵세대와는 사뭇 다른 역동성을 실감하고 있다. 사내 이메일을 통해 사장한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기주장과 의견을 펼치는 신입사원처럼 남 눈치 보지 않고 똑 부러지게 자기표현을 하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다. 더욱이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교육을 많이 받은 세대다. 또 과거 우리 기성세대들이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 민주화 운동에 전념하면서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던 전공학문까지 철저히 섭렵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학문과 실용적 지식 및 정보의 외연을 넓혀 가며 자기 역량을 키워 가는 배움의 세대다. 따라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이 젊은이들을 침묵세대로 몰아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 있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기업과 국가의 미래를 맡길 수 있어 든든하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 [내 책을 말한다] 21세기 대안은 중국이다

    종속이론가이자 세계체제론자로 유명한 조반니 아리기는 왜 베이징에서 애덤 스미스를 발견했을까. 사회학자인 아리기는 애덤 스미스를 베이징에서 발견한 뒤,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적 종말과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까지 끌어낸다. 애덤 스미스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사회 일반의 이익보다 계급이익을 우선시하는 자본가계급에 비판적이었다. 산업혁명 전야 유럽의 자본주의 발전경로를 비판하고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올 발전경로를 놀랍게도 중국에서 찾았던 사람이다. 자원집약적인 자본주의 생산방식은 근대 인류에 물질적 풍요만큼 불평등을 안겨줬다. 인류는 생태 위기와 자원 고갈·불평등의 심화로 위기에 봉착했다. 아리기가 보기에 인류에게 대안이 될 생산방식은 노동집약적이고 자원절약적인 아시아의 생산방식이다. 구체제를 옹호하는 20세기 헤게모니 국가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한 뒤 진정한 세계제국으로 군림하여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중국과 동아시아의 경제적 팽창은 미국을 대체하는 힘으로 등장하면서 ‘신(新)아시아시대’를 열고 있다. 그 내용은 자본주의-서구 국가체제의 역사적 유산과 동아시아적 유산이 결합한 새로운 문명이며 기존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길이다. 아리기는 중국과 동아시아의 부상이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國富論)’에서 예언한 유럽과 비유럽 사이에 ‘용기와 무력에서 평등해지고 상호 존중하는 세계’가 21세기에 실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더구나 동아시아의 경제적 부상에 이어 21세기 중국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잠재적 패자로 등장함으로써 부와 힘의 헤게모니 전환의 새로운 계승자로 나타나게 되었다. 아리기는 쇠퇴하는 헤게모니를 되돌리려는 미국의 신보수주의 전략이 이라크전쟁으로 실패하면서 미국 헤게모니의 정당성은 훼손되었고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중국이 됐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꿈꿨다. 그의 유토피아는 현실에서 디스토피아로 나타나 버렸지만,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은 누구보다 뛰어났으며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아리기가 차세대 헤게모니로 지목한 중국이 과연 새로운 문명을 구현할 존재일까. 즉 자원소모적이고 비(非)인적 자원에 의존하는 서구의 경제 발전 경로를 극복하고, 친환경적이고 인적 자원에 의존해 보다 평등한 분배를 실현할 세력인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에 대한 아리기의 분석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만큼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아리기는 16세기 이래 세계 자본주의에서 자본과 힘의 글로벌 헤게모니의 순환을 분석하고, 헤게모니 전환의 표지를 금융자본의 팽창·이동과 금융위기로 제시했다. 아리기가 책을 통해 중국이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세계자본이 대량으로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미국은 엄청난 금융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말한 직후, 2007년 세계를 휩쓴 미국발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중국을 차세대 헤게모니라고 선포한 아리기를 비웃었던 언론계는 급기야 그를 예언자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글로벌 양대 축으로 미국과 중국이 ‘G2’로 병칭되기까지 이르렀으며, 구미의 서점에는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근미래학 저서로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물꼬를 튼 아리기는 말이 없다. 올해 6월 별세한 노학자의 유작을 책으로 만나보자. 강진아 번역자·경북대 교수
  • [옴부즈맨 칼럼]‘종합적 시각’이 긴요한 뉴스 분석/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종합적 시각’이 긴요한 뉴스 분석/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신문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신속한 뉴스전달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다. 하지만, 방송과 인터넷이 속보성에서 신문을 앞서게 되면서 신문은 심층적 뉴스 해석이 중요한 미디어가 됐다.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 시각과 통찰력이 있어야 뛰어난 뉴스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능력은 세부 영역의 전문성을 넘어서는 통합적 사고에서 나온다. 통합적 사고에 근거한 탁월한 분석 기사가 현재 신문이 추구해야 할 기사의 방향일 것이다. 지난 9월29일자 서울신문에는 ‘내년부터 韓·齒·醫 협진 허용’기사가 실렸다. 각 영역의 의사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적 진료가 가능하게 되었음을 알려주는 기사였다. 하지만, 더욱 나은 진료를 위해서는 의사 한 사람이 각 영역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 기자들의 분야별 협업도 필요하지만 ‘통합형 기자’ 양성이 절실하다. 각 신문마다 ‘종합’면이 있다. 1면을 포함하는 종합면의 내용은 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각 영역에서 주요 기사들을 선별해 구성한다. 이런 구성으로 본다면 종합면이라는 명칭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무릇 종합면이라고 하면 각 영역을 포괄적으로 살펴서 현상을 다면적으로 분석하는 기사가 담겨야 할 것이다. 종합면에 게재된 기사는 대체로 개별 분야의 기사일 뿐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각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기사라고 보기 어려웠다. 예컨대, ‘여, 세종시 대안 새달 가져와라’(12월5일), ‘제조·서비스업 성장률 격차 39년만에 최대’(10월28일), 임권택 감독 101번째 도전(12월2일) 등이 그 사례이다. 국무총리의 국정 조정기능과 각 부처의 협력이 중요한 시기이지만, 총리 및 장관의 업무수행 관련 기사에서 국정 조정과 상호협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 관련 사안에서 ‘정운찬 총리 취임 후 첫 세종시 건설현장 방문’(10월31일), ‘정총리 세종시 세일즈?’(11월18일)처럼 거의 매일 주요 인물로 등장하였지만, 다른 사안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철도파업은 불법… 현업 복귀를’(12월2일), ‘번복·갈등·행정구역 통합, 험로’(11월14일),‘4대강 예산심사 열긴 했지만… 원안대로, 삭감해야’(11월27일)에서 보듯이 철도파업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행정구역 개편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4대강사업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주무 장관만 등장하였으며, 국무총리의 국정 조정 활동이나 부처간 협력은 보도되지 않았다. 경제문제를 사회문제 및 문화문제 등과 결합시켜 분석한 ‘GDP 사회발전 측정 한계… 행복 GDP 대안으로’(10월29일), 학제 간 융합으로 과거 인물의 감춰진 비밀을 밝혀낸 ‘1500년 가야 순장 인골 미스터리 풀렸다’(11월6일), ‘1500년 전 그녀는 8등신 미인’(11월26일) 등이 통합적 분석기사로 꼽힐 수 있다. ‘주말화제’ 코너 역시 통합형 기사의 가능성을 보였다. 한 집에서 살면서 집세와 생활비를 나눠 부담하는 하우스 메이트를 다룬 ‘룸메이트 지고 하우스 메이트 뜬다(11월21일)’, 마당놀이와 명성황후의 성공비결을 다각적으로 분석한 ‘興·恨이 장기흥행의 DNA’(11월28일)가 눈에 띄었다. 통합적 분석에 근거한 기사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한 편이다. 현재 국정이 통합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도 당면한 사태의 원인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통합적 분석보도의 부재 때문일 수 있다. 우리 사회 전반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고 우리나라의 발전 방향을 선도하는 통합형 대기자의 등장을 기대한다. 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 [열린세상] 두바이 사태의 의미와 교훈/정영일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열린세상] 두바이 사태의 의미와 교훈/정영일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지난달 25일 ‘사막의 기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던 두바이가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을 내년 5월 말까지 6개월 연기해 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전 세계의 금융시장은 주가급락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급등으로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래 가장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채무상환 연기요구 규모가 590억달러 정도로 크지 않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7개 에미리트(토후국)를 주도하는 아부다비가 선별적 지원방침을 밝힘으로써 ‘두바이쇼크’는 빠른 속도로 진정되는 모습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단시간에 평온을 되찾음으로써 두바이사태의 1막은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금융계는 앞으로 닥쳐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두바이사태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과다채무국의 부도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경고는 최근의 상황을 한마디로 압축한 평가라고 하겠다. 우리 정부는 국내 금융시장의 두바이 투자와 중동계 차입 규모가 크지 않으며 외환보유 규모나 최근의 외화 자금 사정으로 볼 때 두바이사태의 직간접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지만 차제에 현 정부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강조해 왔던 두바이 성공신화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진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다. 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가 원유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운영의 한계를 예견하고 물류·금융·관광·정보통신(IT)·미디어·의료산업 등을 갖춘 중동의 서비스허브(중심)로 변신하려는 발전전략을 적극 추진한 점은 탁월한 리더십과 통찰력의 산물로 높이 평가된다. 두바이의 급성장에는 2001년 9·11사태 이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풀어놓은 풍부한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뒷받침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두바이 경제는 부동산 경기의 추락으로 해외투자자금과 한때 인구의 90%를 차지했던 외국근로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소비 및 부동산수요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두바이사태는 과도한 해외차입을 재원으로 무리하게 벌인 대규모 개발사업이 금융위기과정에서 거대한 빚더미로 전락한 데서 비롯됐다. 국내총생산(GDP)의 6배 가까운 3000억달러 규모의 개발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추진하다가 재정파탄과 부동산 거품붕괴라는 후폭풍을 맞은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부동산에 대한 과잉투자와 외자유치에 의존하는 두바이식 경제모델의 종언이 될 것 같다.”고 논평하고 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할 점은 두바이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국가부채에 한층 예민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금융부실 처리와 경기진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방대한 국가부채를 지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GDP대비 국가부채가 50%를 웃돌고 있으며 2019년쯤에는 100%를 넘어 금리가 3%대로 정상화되면 국가부채의 이자지급에만 20%가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현재 35%대인 이 비율이 2013년에는 50%에 육박할 전망이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국통화의 국제적 호환성을 지니지 못하면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적자 관리소홀과 국제금융시장 충격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지난해 금융위기에서 겪은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건설, 전 정부의 유산인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 조성, ‘동북아의 두바이’를 표방한 새만금사업 등 다수의 건설공사 위주 국책사업의 동시집행이 가져올 국가부채급증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와 완급조절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영일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 ‘2012’ 돌풍 CG의 힘?

    ‘2012’ 돌풍 CG의 힘?

    벌써 360만이다. 영화 비수기로 통하는 11월, 그것도 여름에 빛을 발한다는 재난 영화임에도 ‘2012’의 성공 가도를 막을 수 없었다. 지난주와 이번주 국내 스크린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900여곳을 확보하며 거센 흥행몰이를 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재난의 규모만큼이나 시나리오의 구멍도 큰 아쉬움 때문이라고 할까. 사실 재난 영화에서 철학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 있다. 안 그래도 고달픈 현대인들이 영화를 매번 심각하게 볼 이유는 없다. 스트레스라도 확 날려주는 걸로 족하다. 하지만 재난 영화도 영화다. 내용 전개에 개연성이 없다든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노골적인 휴머니즘으로 점철돼 있다면 아쉬움이 남는 건 당연하다. 적어도 “돈만 있으면 나도 만들겠다.”는 관객의 비아냥이 나오지는 말아야 한다. ‘2012’가 그렇다. 이 영화는 기존 재난 영화의 기본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재난 영화의 공식은 단순하다. 우선 재난을 겪을 표본집단을 산출한다. 보통 ‘가족’이 사용된다. 다음으로 온갖 컴퓨터 그래픽(CG)로 치장한 재난으로 표본집단이 겪는 위기를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가족 혹은 이웃을 위한 숭고한 희생을 통해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재난 영화가 이 틀을 벗어나기란 어렵다. 다만 시나리오를 통해 다른 재난 영화와 차별성을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마지막 절차인 휴머니즘이다. 이 휴머니즘을 어떻게 독창적으로 구현할지, 그 안에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어떻게 담아낼까가 감독이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기교다. 이런 면에서 ‘2012’의 휴머니즘은 구태의연하다. 지나치게 직설적이다. 가령, 양심적인 지질학자 헬슬리 박사(치웨텔 에지오포)가 구조선에 사람을 더 태울 수 없다는 당국자를 비난하며 ‘우리는 하나’라는 식으로 각국 정상들을 설득하는 장면이나 미국 대통령의 자기 희생 등은 너무나 많이 봐온 장면들이다. 자기만 살려고 했던 러시아 출신 기업가의 비극적 최후는 기원전에도 통했다던 ‘권선징악’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쉽게 말해 시나리오를 너무 쉽게 만들었다. 엄청난 자본을 쏟아부은 CG로 치장된 이 영화는 작품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영화 제작자들의 힘을 빼놓는다. 하지만 막강 CG의 힘은 시나리오의 한계를 어느정도 상쇄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2012’는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류 멸망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피부에 와닿는 ‘자연재해 종합세트’라 부를 만 하다. 인도양 쓰나미와 태풍 카트리나, 쓰촨성 지진을 경험한 우리에겐 너무나 현실감있는 소재들이기 때문이다. 여기 올해 국내 영화계를 강타한 또 다른 재난영화가 있다. 10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한국의 재난영화사를 다시 쓴 ‘해운대’가 그것. ‘해운대’ 역시 재난 영화의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차이가 있다면 표본 집단을 산출하는 과정이 구구절절하다는 것. 해운대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이웃들 삶의 긴 나열, 여기에 쓰나미라는 위기 소재를 대비시키되 재난은 영화 말미에 짧게 나타날 뿐이다. 우리 이웃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위트있게 꾸며내는 데 중점을 뒀다. 물론 이들의 평범한 삶과 재난의 개연성을 연결하는 부분이 어색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재난 영화의 영원한 주제인 휴머니즘을 조금은 달리 표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6년 개봉한 ‘괴물’은 재난 영화가 휴머니즘 말고도 풀어낼 스토리가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괴물의 탄생과 위기 해결 과정 속에 담긴 당국의 무능함과 정보 독점자의 야속함(?), 그리고 봉준호 감독 특유의 해학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단골 손님인 가족 휴머니즘도 빼놓지 않았다. 할리우드 재난 영화에 이런 ‘냉철한 통찰력’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페일린 “뉴스위크 커버의 내 사진 너무 야해”[동영상]

    페일린 “뉴스위크 커버의 내 사진 너무 야해”[동영상]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알래스카 전 주지사 새라 페일린이 자서전 ‘불량해지기(Going Rogue):한 미국인의 삶’으로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가운데 시사주간 ‘뉴스위크’ 커버에 등장한 자신의 사진 때문에 화를 냈다. 페일린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진 게재가 “맥락에서 벗어났고 가장 야한 사진”을 골랐다고 비난했다고 야후! 뉴스룸이 1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원래 이 사진은 ‘러너스 월드’ 8월호에 실린 사진인데 페일린 전 지사는 짧은 러닝복 바지를 걸친 채 운동하다 카메라를 향해 살짝 각선미를 과시하고 있다.이 사진은 ‘난 러너’란 제목 아래 그녀의 스포츠에 관한 열정을 담은 기사에 따라붙는 여러 장의 슬라이드쇼에 포함됐다. 페일린은 전날 밤 늦게 페이스북에다 건강과 몸매 가꾸기에 관한 사진을 전면에 게재함으로써 자신이 정치 지도자로 적합한지에 관한 규명을 흐트려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 뉴스위크의 사진 선택은 불행한 일이다.새라 페일린에 대한 주제에 이르자 이 ‘시사’ 주간지는 적절함보다 부적절한 쪽으로 초점을 맞춰버린다.잡지 ‘러너스 월드’가 건강과 몸매 가꾸기에 관한 모든 것을 한 장의 사진에 압축했는데 이 두 주제는 내가 열심이었고 이 나라를 위해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만 뉴스위크의 맥락을 벗어난 접근은 예상대로 가장 야한 사진을 고르게 만들었다.누구라도 이 일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책을 표지나 성(性) 또는 피부색으로 재단하려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언론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맥락에서 벗어난 일까지 하기 마련이다.” 통신에 따르면 뉴스위크 커버에 대해 페일린을 지지하는 보수진영은 분노하고 있고 그녀를 싫어하는 진보진영은 칭찬 일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CBN 진행자 데이비드 브래디는 이 커버가 ‘편견을 지닌’ 잡지의 ‘새로운 저급함’을 드러냈다며 뉴스위크는 진보적인 여성들을 ‘차세대 영웅’으로 묘사하는 반면.페일린 같은 보수적인 여성들을 ‘바보 멍청이’로 묘사해온 역사를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대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니나 베르먼은 페일린이 스스로를 홍보하기 위한 여정으로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는지,그녀를 인형으로 내세워 피할 수 없었던 비판으로부터 그들(보수 진영)이 보호막을 치는 것을 잘 보여주는 ‘똑똑하고 통찰력 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뉴스위크가 페일린 사진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지난해 10월13일자에서도 뉴스위크는 종종 잡지사들이 고용하는 최첨단 리터칭팀의 손길이 묻어나는 극단적인 클로즈업 사진을 실었는데 보수진영에선 그녀 눈 주위의 주름살과 같은 약점들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뉴스위크의 존 미첨 편집장은 “구할 수 있는 사진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것을 골랐을 뿐”이라며 자신들이 늘 해오던 일이라고 해명했다.이어 “어떤 정치 지도자라 하더라도 남자든 여자든 같은 테스트를 거칠 것이다.이 사진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는가를 묻는 것이다.이거야말로 성 중립적인 기준”이라고 단언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女談餘談] 리더십과 유리천장/이은주 사회2부 기자

    [女談餘談] 리더십과 유리천장/이은주 사회2부 기자

    ‘때론 부드럽게, 때론 냉혹하게’ 천하를 호령하던 미실(美室)도 결국 최후를 맞았다. 마지막 모습도 그녀답게 도도하고 비장했다. 인기 TV드라마 ‘선덕여왕’ 얘기다. 극 중간에 퇴장한 인물이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킨 경우는 흔치 않다. 미실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실이 악역임에도 이처럼 큰 인기를 끈 것은 여성 지도자로서 자신만의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리라. 극중 미실은 ‘욕망의 화신’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통찰력을 갖춘 지략가로서 뭇 남성을 압도했다. 여성이라는 한계와 골품제라는 신분의 벽에 맞서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진수를 보인 셈이다. 여성의 리더십이 영감을 준 작품은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 한류 드라마인 ‘대장금’에서 한상궁(양미경)은 신뢰에 기반한 감성적 리더십으로 큰 울림을 줬다. 한상궁은 수라간 궁녀 장금(이영애)이 미각을 잃었음에도 끝까지 믿고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극중 한상궁이 하차하자 인터넷에서는 ‘한상궁 되살리기 운동’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에 나오는 가상의 이야기일 뿐,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권익과 영향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여자는 어리고 봐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여성들은 입사 때부터 까다로운 나이 제한의 벽을 통과해야 하고, 결혼에 있어서도 보이지 않는 제약에 놓인다. 입사와 결혼 이후에도 직장내 ‘유리천장’이나 가정내 불평등으로 좌절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유엔개발계획(UNDP)이 조사한 여성권한척도는 109개국 가운데 61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방한한 아샤로즈 미기로 유엔 사무부총장은 “한국이 더 성장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파트너로 여기고, 사회 각 분야에 여성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21세기형 미실과 한상궁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에 진정한 양성 평등이 필요한 이유다. 이은주 사회2부 기자 erin@seoul.co.kr
  • 서울시 창의시정 동력은 ‘아침특강’

    서울시 창의시정 동력은 ‘아침특강’

    지난달 16일 오전 7시30분, 서울시 서소문청사 후생관 강당.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0여명의 시 간부들에게 “삶은 무엇이며 왜 의미를 갖느냐.”고 화두를 던졌다. 잠시 강당이 술렁이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최 교수는 등산마니아인 아트 크래머 미 일리노이대 교수의 말을 인용, “가장 높은 산을 등반하면서 정상을 불과 몇걸음 앞두고 하산하기도 한다.”며 “등산은 정상에 도달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오르는 과정 자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공무원에게 창의적 사고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창의서울 아침특강’이 6일 50회째를 맞는다.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부정기적으로 열린 특강은 2006년 7월 닻을 올린지 3년여 만에 없어서는 안 될 ‘창의시정의 동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동안 강사로 나선 명사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 박재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박범신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 등 대학총장과 교수, 기업인, 장관, 언론인, 시민단체 대표 등 분야도 다양하다. 특강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다는 서울시의 한 국장은 “처음에는 의무감에서 참석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안 들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강사들은 각기 다른 화두를 던지고 있다. 민선 4기 출범과 함께 첫 강사로 나섰던 강신장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어떤 일을 할 때 상상의 베이스캠프를 너무 낮게 쳐서 혹시 조그만 성과밖에 이루지 못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고, 롤랜드 빌링어 매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차별화된 도시브랜드 구축을 위해 등대 이니셔티브를 선포하고 이미지 포지셔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고초려’해 모셔온 강사도 여럿이다. 지난 7월 강의한 박대연 티맥스 소프트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시리즈에 대적할 국산 운용체계 발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 강의장을 찾았다. 그는 유년시절 역경을 딛고 KAIST 교수와 소프트웨어기업 회장으로 성장한 인생역정을 풀어놨다. “영화를 본 것이 25년 전 일이고, 365일 일하며 54세까지 총각으로 살고 있다.”는 소개도 잊지 않았다. 8월 한국을 방문한 미하이 칙센미하이 미국 클레어몬트대 교수는 베스트셀러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답게 “공무원 스스로 일에 몰입해 즐거울 때 서울시민의 삶이 창의적으로 바뀐다.”고 강조했다. 강의는 최근 새로운 시각과 통찰력에 눈뜨도록 음악과 미술, 인문학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강의 아이디어는 시정에 곧바로 반영된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이 소개한 ‘커리어 마켓’제도는 서울시 신 인사정책의 ‘헤드헌팅·드래프트제’로 채택됐다. 김석철 명지대 교수는 “한강에 보행전용 다리를 건설하자.”고 제안했고, 얼마 뒤 광진교와 잠수교가 보행자 위주로 바뀌었다. 오세훈 시장은 실제로 명강사를 발견하면 즉석에서 강의를 요청하고, 강의 뒤 티타임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인동 정책기획관은 “특강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 월 2회 이상으로 강의를 정례화하고 자치구에 관련 책자를 배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글로벌 시대] ‘아’ 다르고 ‘어’ 다르다/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글로벌 시대] ‘아’ 다르고 ‘어’ 다르다/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한국-베트남 주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하노이를 다녀왔다. ‘한-베트남 주간’ 동안 경제발전 포럼, 한-베트남 CEO 포럼, 직업 능력 개발 포럼 같은 경제협력 행사와 한-베트남 친선 축구, 하노이 영화제, 한류 공연과 같은 문화 행사와 기형 어린이 무료 수술, 한국학 관련 도서 기증, 장학 증서 수여식, 교육 포럼 등 국제 교류 행사가 개최됐다. 여러 행사에 참석하며 국가 브랜드 제고 방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진한(?) 3일간의 일정이었다. 특히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 반응이 달라진다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라는 속담이 방문 기간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했고 베트남 경제 발전에 혁혁한 기여를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인이 베트남 사람들을 앞에 놓고 말할 것이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이 고마운 마음에 우러나서 한국의 기여를 자연스레 언급하는 것이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는 데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한국은 후진국이었던 베트남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우리도 한때 후진국이었던 사실을 잊은 채 베트남의 자랑스럽지 않은 과거를 들춰내며 경제 발전에 좀 기여했다고 생색을 내는 것과 같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지는 못할망정 자화자찬을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 “베트남에 와보니 한국의 이십 년 전 모습이 생각납니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노력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한국은 베트남과 여러모로 유사한 점이 많은 나라로 한국이 한 경험을 형제 국가인 베트남과 공유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한다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그 말을 듣는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의 배려에 사뭇 감동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에 대한 호감으로 발전해 더 많은 경제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경제발전포럼에 잠시 들른 이명박 대통령이 화자, 즉 우리 중심이 아닌 청자인 베트남인을 중심으로 겸허하게 함께 나가자고 한 말이 참석한 베트남 사람들로부터 마음속에서 우러난 큰 박수를 받을수 있었던 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기초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의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경제력에 걸맞은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종종 받고 있지만, 베트남에는 비교적 대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다. 말 한마디로 그 효과를 반감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제 사회에서의 기여 얘기가 나왔으니 중국의 자세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수년 전 개도국이었음에도 중국이 인근 국가인 캄보디아 문화재 복원 후원 사업에 뛰어든 것을 보고 필자는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다. 우리는 최근에서야 자원 외교 차원에서 아프리카 등 개도국 지원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웃 국가들의 문화 유적지 복원을 지원하는 등 실천적 통찰력을 보여줬다. 그같은 실천으로 우리를 앞서고 있기에 G2라는 말이 나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번 베트남 방문을 통해 아직은 부족하지만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절실한 도움을 주었다 하더라도 늘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로 말하고 행동해야 상대방의 진정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결국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제고란 우리의 말 한마디와 몸가짐, 즉 우리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 “획일적 한국교육 ‘인간 복사기’만 양산”

    “획일적 한국교육 ‘인간 복사기’만 양산”

    한국처럼 교육에 관한 논쟁이 열띤 국가도 없다. 한국 교육은 부모가 기대하는 희망의 근원이 되지 못한다. 공교육은 생각만큼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교육의 미흡한 부분을 부모가 메우려 들면서 사교육 시장만 늘어났다. 한국 정부는 다른 나라 교육 정책을 슬쩍 보고 성급히 교육개혁을 수행했다. 미국 학교에서 범죄와 마약중독 사건이 일어나고 유럽의 일부 교육 시스템은 학업 기준에 못미치는 데도, 서구의 것을 단순 모방하기 일쑤다. 가장 효과적인 처방을 위해서는 우선 ‘좋은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교육 담당자들에게는 이 첫 번째 정의가 명확하게 서지 않은 듯 하다. 그러니 당연히 두 번째,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갈 수 없고 근원적인 치료는 더욱 힘들어지기만 한다. ●청심국제중고 외국인 교사의 조언 청심국제중고에서 종교를 가르치고 작가, 평론가로도 활동하는 마틴 메이어가 신작 ‘교육전쟁’(조재현 옮김, 글로세움 펴냄)의 서문에서 풀어낸 한국 교육의 현실을 요약하면 이렇다. 2000년부터 한국에서 생활하며 한국 교육에 몸담은 그는 실제 아이들의 생활과 그들이 받는 교육, 그 현장의 부조리까지 날것으로 지켜본 경험에 문화적 시각, 예리한 통찰력을 섞어 이 책에 담았다. ‘마틴씨, 한국이 그렇게도 좋아요?’(2005년)에서 한국사회 전반을 훑었다면 이 책에서는 한국 교육에 집중해, 위기의 교육을 구하고자 한다. 저자는 한국 교육 환경에 대해 나름의 장단점을 알고 있다.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친밀한 사제 관계가 강력한 교육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부모의 교육열은 지나치다. 6~18세 아이들에게 과도한 지식 섭취를 요구하고, 교과서 지식 외에 ‘다른 무언가’를 심어주지 못한다. 어른들이 정한 목표에 맞춰 성장하길 바라고, ‘우월’만을 강조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획일적인 교육은 ‘인간 복사기’를 만든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 영어 교육은 부적절하고, 그 시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성교육은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전통윤리·문화 교육 강화해야 저자는 “진정 아이들을 위한다면 지성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인간 내면의 뿌리가 되는 감성과 의지를 조화롭게 배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력, 능력을 강조하는 프로필처럼 아이들의 잠재력과 성향을 파악하는 ‘정신적 프로필’을 발굴해야 한다. 아이들을 자발적인 학습으로 이끌고, 인격과 창조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장한다. 선행이라는 보편적 기준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가치와 선·악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아는 윤리의식, 사회에 봉사하는 등의 인성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예의범절’을 지도했던 한국 전통문화를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거나 정보를 접할 때 지식의 습득을 넘어서 ‘이것에 대한 내 생각은 무엇인가.’를 한번 더 생각하고, 이를 토론하는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저자는 또 “과거 한국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풍부한 정신적, 문화적 유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서 경시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선조들의 지혜와 견식 등 긍정적인 조건을 현대사회에 적용하고, 교육에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방인의 독설’이라고 하기에는 저자는 문제점을 너무나 명확히, 제대로 꼬집는다. 우리가 문제점을 직시하고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 거라면 제3의 눈을 통해서라도 현실을 직시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 책은 그 역할에 충실하다. 1만 3000원. ●외국인이 쓴 책 두 권 눈길 ‘교육 전쟁’이 교육 현실에 초점을 맞춰 한국사회를 비판한다면 ‘더 발칙한 한국학’(J 스콧 버거슨과 친구들 지음, 은행나무 펴냄)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한 번쯤은 경험할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1996년부터 한국에 정착해 다양한 한국 문화 비평서를 내며 한국의 속살을 꼬집는 데 주저하지 않는 J 스콧 버거슨이 자신과 다른 외국인들의 경험을 모았다. 낯뜨겁고 씁쓸한 이야기가 굴비 엮이듯 줄줄이 이어진다. 감정적인 뒷담화가 아니라 인생과 문화, 사회를 성찰하는 진지함이 녹아있다. 1만 5000원. KBS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로 유명해진 독일인 베라 홀라이터가 한국에서 지낸 1년간을 돌아보며 쓴 에세이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김진아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의 국내판이 나왔다. 독일 출간 당시 독일어로 된 원본을 오역하는 바람에 한국 폄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책이다. 물론 마냥 한국 칭찬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므로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바탕에 깔고 읽으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시각이 보인다. 98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전문직업인으로서 신문기자라야/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전문직업인으로서 신문기자라야/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신문기자는 일반직업인가, 전문직업인가(profession)? 일반 회사원과 같은 비전문 일반직업을 1, 의사와 같은 전형적 전문직업을 10으로 스펙트럼을 만들면 신문기자란 직업은 어느 정도로 전문직업군에 가까운가? 그린우드와 같은 사회학자는 전문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4가지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한다. 첫째, 그 분야 지식체계의 독특성, 체계성과 숙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둘째, 그 분야에 합법적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협회가 정하는 공식 절차를 거쳐야만 신규진입이 가능하다. 셋째, 그 분야의 지식을 발전시킬 고급 교육과정이 있어야 한다. 의과대학원, 법학대학원 같은 형태의 고급 연구기관이 존재해야 한다. 넷째, 강력한 윤리강령(code of ethics)이 필요하다.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법조인들의 법의 여신 디케의 원칙과 같은 게 그 예다. 그렇다면 신문기자는 이 4가지 기준에 비추어 어느 정도 전문직업에 가까이 가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최근의 변화들을 보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첫째, 지식의 독특성과 체계성, 숙련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미네르바 사건은 반대 양상을 보여 준다. 오늘날은 “누구나 언론인”이라는 말이 보여 주듯 기자를 능가하는 전문가와 논객들이 인터넷 등 매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매일매일 넓은 지면을 메우기 위해 재충전 없이 많은 글을 써야 하는 기자들에게 전문성과 심오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둘째, 기자가 되는 과정은 아직도 고전적인 몇 가지 시험문제나 추천, 면접에 의존하고 있다. 신문협회가 추천하고 모두가 인정할 만한 엄선된 과정이 있는가? 셋째, 언론학의 고급교육과정은 기자들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신문 저널리즘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교육이 기자 자질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강력한 윤리강령이 있는가? 구독률 저하, 과당 경쟁, 신문산업의 부진에 따른 기자들의 사기 저하는 도덕심,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고 있다. 옛날 권력 4부로서의 빛나는 자부심과 윤리의식은 많이 퇴색한 느낌이다. 특히 일부 지방지나 경제지 등의 경우 윤리성 문제를 꺼내는 것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이 꼭 전문직업이 되어야만 하는가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직업인의 수준에 머문다면 기자는 시사문제 라이터나 해설가의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보다 글을 잘, 빨리 쓰고 세상사를 더 잘 아는 사람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정도로 신문기자직의 직업적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들의 글을 보면 누가 보아도 전문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도 통찰력이 느껴져야 한다. 저변에 깔린 윤리의식과 사명감이 남다르게 느껴져야 한다. 짧은 기간 히트 치다가 금방 밑천이 드러나는 미네르바의 글과는 달리 평생직업인의 노련함과 전문성이 나타나야 한다. 신문의 발전은 신문기자들의 전문직화가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주와 이번 주 총리인준과 관련하여 세종시 수도이전을 둘러싼 서울신문의 논쟁보도들을 보면서 정말 프로페셔널한 언론인이 써주는 글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부족한 증거, 막막한 극단 주장과 이해관계의 대립에서 벗어나 명쾌하면서도 정교한, 그러면서도 정직한 기운이 넘치는 분석기사를 읽어 보고 싶다. 세종시는 과연 어떤 도시인가? 전국민이 둘로 갈라지는 극단적 이해관계를 명약관화한 논리로 어리둥절한 여론과 민심을 단숨에 추스르는 프로기사, 프로논설이 아쉽다. 600여년 만의 천도, 노무현 정권 추진 충청행정수도, 최첨단 행정복합도시, 자족도시…. 이 모든 생소한 흐름들을 같이 묶어 설명해 주는 프로 언론인의 글을 늦게라도 읽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추석특집] 추석 대작들 속 보석같은 영화 ‘날아라 펭귄’

    [추석특집] 추석 대작들 속 보석같은 영화 ‘날아라 펭귄’

    영화 ‘내사랑 내곁에’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 추석 대작들 속에서 작은 영화가 한 편이 빛을 발하고 있다. 바로 ‘날아라 펭귄’이다. 명절용으로 판 박힌 영화들에 지친 관객들에게 새로운 일탈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유난히 짧은 추석 연휴지만 가까운 극장에서 좋은 영화 한 편을 감상할 여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영화 ‘날아라 펭귄’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이 따스한 시선으로 코믹하게 그려낸 가족 영화다. 배우 문소리 박원상 등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날아라 펭귄’은 인권영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날아라 펭귄’은 분명한 목적을 넘어 일종의 사명감까지 가지고 있는 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영화는 제목만큼 귀엽고 사랑스럽다. 실생활에서 종종 벌어지지만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가족과 직장의 인권 침해를 참 유쾌하게도 그렸다. 탈북자, 장애인, 이주노동자가 먼저 생각나기 마련인 ‘인권’이라는 단어의 투박하고 고루한 이미지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날아라 펭귄’의 최대 강점이다. 이 영화는 ‘나’와 ‘우리’의 문제들을 고리타분한 훈계가 아닌 유쾌한 코미디로 꼬집어 큰 웃음을 만든다. 학원에 가기 싫은 9살 초등학생과 교육에 열을 올리는 엄마, 직장 내 상사로부터 왕따 당하는 채식주의자 신입사원, 자식과 아내와 생이별한 40대 기러기 아빠, 황혼 이혼을 생각하는 노부부 등 ‘날아라 펭귄’은 우리 사회를 소재로 한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 속 한 사람의 인생을 닮았다. 아이는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며 성장해 사회 속 신입사원이 된다. 공부가 훨씬 쉬웠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한 가족을 책임질 의무를 떠안게 되고, 여기에 환멸을 느낄 때는 벌써 노년에 접어든다. 이처럼 10대부터 60대까지 대한민국 속 모든 세대의 단면을 다룬 ‘날아라 펭귄’은 어느 세대에 속한 관객이든 100% 공감하며 폭소하고 혹은 눈물짓게 만든다. 또 추석 명절에 최소한의 위안도 얻을 수 있다. 학생이라면 ‘적어도 우리 엄마는 극중 문소리 같지는 않아.’ 사회 초년생들은 ‘우리 상사는 저 정도는 아니지.’ 노곤한 아버지들은 ‘최소한 우리 가족은 함께 영화를 보고 있잖아.’ 노부부가 함께 왔다면 손이라도 한 번 꼭 잡아볼 테고.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이처럼 다정하고 위트 있게 보여주는 영화를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 추석 극장가, 그 밖에 볼만한 영화들영화 ‘날아라 펭귄’처럼 작고 소소한 웃음 외에도 이번 추석 극장가는 명절을 겨냥한 국내외 대작 영화들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김명민의 루게릭병 연기 투혼와 하지원의 눈물 열연이 빛을 발하는 ‘내사랑 내곁에’, 조선말 명성황후의 사랑을 다룬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젊고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들의 경쟁을 그린 뮤지컬영화 ‘페임’ 등이 24일부터 개봉했다.또 미래의 온라인 세계를 다룬 SF 블록버스터 2편도 추석 극장에 나타났다. 브루스 윌리스가 연방수사국 조사관으로 나선 ‘써로게이트’와 사형수를 가지고 실제 전투 게임을 벌이는 제라르 버틀러 주연의 ‘게이머’는 오늘(1일) 개봉한다.사진 = 국가인권위원회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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