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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엔 학습법… 부모엔 교육법

    학생에게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학부모에게는 현명한 교육 역량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서초구는 ‘현명한 부모에 현명한 자녀’를 모토로 학생과 학부모 양방향 교육을 위한 ‘서초 맹자맹모학교’를 운영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름 그대로 현명한 교육으로 성인 맹자를 키워낸 맹모의 교육법과 그 가르침을 따라 훌륭하게 자란 맹자의 학습법을 동시에 활용해야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고안된 학습 프로그램이다. 우선 관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맹자학교에서는 효과적인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비판적 시각과 통찰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자신의 장단점 파악을 시작으로 현재 공부법을 점검하고, 동기, 인지, 행동에 근거해 적절한 학습법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나를 찾아서’, ‘주의의 안테나를 세워라’, ‘24시간을 사수하라’, ‘입학사정관제’ 등 학년별 다양한 세부 과정이 준비돼 있다. 학부모를 위한 맹모학교에서는 자녀의 자기주도 학습, 인성, 진로 설계 등에 있어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룬다. ‘자기주도 학습의 이해와 적용’, ‘좋은 부모되기’, ‘자녀 독서논술 지도’ 등 세부 과목이 준비돼 있으며, 특히 방학 중에는 ‘자녀와 함께하는 학교폭력 예방’ 등 특별과정도 진행한다. 맹자맹모학교는 내년 1월까지 총 8기 과정으로 운영된다. 서울교대 교수, 상담교육 전공자, 현직교사 등이 강의를 이끈다. 진익철 구청장은 “맹자맹모학교가 평소 효율적인 자기주도 학습이나 자녀 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적극 활용돼 창의적 인재 배출에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중국 관련 다양한 시각의 필요성/우형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중국 관련 다양한 시각의 필요성/우형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올해는 한·중 수교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북한문제, 역사 및 영토문제, 경제문제 등 다양한 이슈로 양국 간에 처리해야 할 내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은 지난 100년을 제외하고 한국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나라였다. 앞으로 중국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상시적인 정보 제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3일 자 서울신문은 중국에 대한 세 가지 기사를 게재하였다. ‘천광청 관련 미·중 간 인권외교문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한·중 수교 20주년 세미나’이다. 특이한 점은 세 기사 모두에서 나타나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다. 각 기사에서 기술되는 중국은 인권운동가를 탄압하는 국가, 세계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큰 위협적인 경제 대국, 불신의 벽이 높아 미래관계가 불투명한 외교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물론 세 기사가 중국을 대상으로 취재한 모든 기사를 대표하지 않고, 한쪽으로 편향된 기사도 아닌, 사실에 기초한 내용이지만 부지불식간에 신문에서의 중국은 긍정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많이 있는 국가로 강조되고 있다. 미디어 효과 가운데 ‘뉴스프레임 효과’는 사건의 특정 측면을 강조하거나 배제함으로써 재현되는 현실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고, 호의적으로 보이거나 비호의적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언론에 의해서 재구성된 뉴스가 정보 취득자에 대한 지침서의 역할을 하여 특정한 현실을 규정함으로써 사건의 원인 규명과 도덕적 판단 및 대안 제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중국의 인권문제, 복잡한 FTA, 양국의 외교문제에 정통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인지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 관한 뉴스의 정보는 전적으로 구독자의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에 대한 기사는 지금보다 더 심층적이고 입체적이어야 한다. 특히, 중국 관련 보도는 팩트에 대한 사실검증을 넘어서는 역사적 흐름과 통찰력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중국이 역사적으로 큰 나라이고 우리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20년이라는 짧고 약한 외교관계를 가진 대상 국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서울신문의 한·중 수교 20주년 관련 기사에서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현재 한·중의 정치적 신뢰도는 최저점으로 평가”되며, “중국의 국내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2015년 이후의 양국 관계는 폭발적인 갈등 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언론은 중국이 대국임에도 왜 인권문제에서 미국의 내정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분명한 이유를 알릴 필요가 있다. 왜 중국은 여러 국가 가운데 한국과 FTA를 체결하려는지 그리고 한·중 관계는 성숙했지만 여전히 모호성과 갈등이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 서로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도전을 극복하는 데 어떤 장애가 있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아직도 우리는 중국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20년 세월 동안 중국에 대한 피상적인 이미지 확인과 이데올로기적 관점에만 매몰되어 있지,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보지 못한 것이다. 지금은 중국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심층적인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래의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우리의 언론이 미국에 대해 신경 쓰는 것만큼 중국을 다루어야 한다. 미국적 시각이 아닌 다른 차원의 시각으로 중국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누적된 중국에 대한 정보와 분석 결과는 우리가 중국에 대해 가진 중립적이지 못한 시각을 바꿔줄 것이고, 냉정하게 중국을 바라보게 하는 힘을 길러줄 것이다. 언론은 중국이 사회주의에 찌들어 있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더럽고, 비위생적 음식만을 만들어 내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부터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청소년을 책과 친하게 할 대책 마련하자

    청소년 4명 중 1명이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어제 발표한 ‘2011 청소년 매체 이용 실태조사’에 따른 것이다. 반면 온라인 게임을 하는 시간은 늘었다고 한다. 독서를 통한 사색과 고민 없이 즉흥적인 행동에만 몰두한다는 얘기이니, 청소년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짐작은 했지만 실제 책과 담을 쌓은 학생들이 이토록 많다니 놀랍기만 하다. 문제의 심각성은 책을 읽지 않는 청소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청소년 독서 인구비율이 2009년 94.3%, 2010년 72.3%, 2011년 75.1%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독서를 통해 역사와 사회 등에 대한 이해와 지혜, 통찰력을 쌓는 것은 평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기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은 독서교육이 배제된 입시교육에 매몰되다 보니 책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한 개인의 소양 부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교양 있는 시민을 육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사회나 국가로서도 큰 손실이다. 초등학생부터 여기저기 학원을 쫓아 다니고 숙제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부모들은 눈앞의 ‘물고기(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려면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줘야 할 책무가 있다. 독서 환경을 체계적으로 조성해 주는 것은 학교와 사회의 몫이다.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독서인증제를 통해 필독·권장도서를 반강제적으로라도 읽히고, 입시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만하다. 빌 게이츠가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곳은 마을 도서관”이라고 말했듯이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이 더 많이 생겨나야 한다. 미래 사회의 성장동력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독서 인구를 늘려나가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를 ‘독서의 해’로 정했다고 한다. 이에 걸맞게 다양한 독서진흥 정책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 [지금&여기] 미친 천재가 나오려면/오상도 산업부 기자

    [지금&여기] 미친 천재가 나오려면/오상도 산업부 기자

    마크 저커버그가 20세의 젊은 나이에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이어준다.’는 상상력으로 페이스북을 개발한 배경에는 그의 인문학적 통찰력이 숨어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또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로마 신화를 탐독했다. 고대 역사와 문학 등에 조예가 깊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의 세계가 페이스북의 지향점임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애플의 전설적 최고경영자(CEO)인 고(故)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다. ‘인문학과 융합된 기술만이 인간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살았다. 젊은 시절 인도로 명상 여행을 떠나 삶의 본질을 파고들기도 했다. 저커버그나 잡스는 사실 기술자가 아닌 창조적 사상가에 가깝다. 이런 천재들이 산업계에 불러온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5일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우리 건축설계 분야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세계가 인정하는 ‘미친 천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현실은 어떤가. 우리 사회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대중적 열기는 몇 년째 식지 않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정치 철학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주민센터에선 인문학 강좌가 개설돼 수강생을 끌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비롯해 우리 삶에서 불확실성이 쉽게 걷히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의와 도덕, 자유와 같은 본질적 가치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졌다는 뜻이다. 대학가에선 여전히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 분야가 상품성의 결여로 홀대받고 있다. ‘스펙’이 강조되는 취업전선과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모순 탓이다. 건축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술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린 채 대기업과 다름없는 대형 건축설계사무소가 즐비하고, 중소 사무소는 불황 탓에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 속 여주인공 서연의 집처럼 ‘사람’이 담긴 건축물은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위정자들이 ‘미친 천재’를 기대하기에 앞서 미래 세대가 꿈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doh@seoul.co.kr
  • [열린세상] 역사 교육의 비극/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역사 교육의 비극/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한국사 과목이 우여곡절 끝에 수능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우리 역사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런데 막상 지정되고 나니 충실한 교육 대신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어느 학교는 시험을 위해서 수주에 걸쳐 집중 교육을 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몇 주에 걸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무작정 외우고 또 교과서가 제시하는 논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인터넷에 국사 과목이 재미없고 싫다는 글들로 넘쳐난다. 오히려 교육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부분 학생들이 국사 또는 역사를 연대기로 착각하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정된 시간에 한국사를 다 가르쳐야 하니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가르치는 분들도 이런 상황을 매우 불만족스럽게 느낄 것이다. 그런데 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방향을 벗어난 것이다. 역사란 무엇이고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부터 교육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들을 외우는 것 말고 ‘역사를 보는 눈’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연대기 형식으로 혹은 이미 정설처럼 내려진 해석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이후에라도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역사를 보는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역사를 보는 눈은 매우 다양하다.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특출한 개인의 역할에 중점을 둘 수도 있고,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보통사람들의 역할과 그에 따른 사회의 큰 흐름을 볼 수도 있으며,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처럼 지리학적 해석도 가능하다. 어느 한 방법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색채가 짙고 개인에 치중하는 서술과 해석을 함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교육법은 학생들 스스로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를 나누어 국사의 흐름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을 배정하고 사건의 실체와 그 의의를 스스로 문헌을 찾아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적은 발표에 가장 큰 점수를 주면서 질문, 토론 태도를 반영하면 된다. 교사는 간단한 배경 설명을 하고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레그 데닝은 작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효과는 창조적 독자의 탄생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살짝 바꾸면 가장 가치 있는 교육은 창조적 학생을 만드는 데 있겠다. 학생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비판과 해석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교육이다. 역사 교육처럼 이 목적에 잘 맞는 과목은 없다. 최소한 역사가 재미있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관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현재 사회가 양 극단으로 나뉘어 서로에 대한 조금의 이해나 배려도 없이 싸우는 것도 아마 역사 교육의 부재 탓일 것이다. 역사 교육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안다는 취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는 학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사뿐 아니라 당연히 세계사도 공부해야 한다. 역사에 대한 이해는 성공적인 정부를 만드는 데도 중요하다. 어느 한 정부의 성공, 실패를 따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 공과가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항상 끝 무렵에는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한 정부로 평가한다. 물론 국민의 기대가 지나치게 컸거나 또는 공은 잘 안 드러나고 과는 크게 보이는 경향도 일조를 하겠지만 더 큰 부분은 그 정권의 책임이다. 이렇게 연이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정부가 나타나는 것도 역사 교육의 부재와 관심 부족이 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 집착하여 현재를 무시하거나 발등의 불만 끄겠다고 미래를 놓쳐서는 안 된다.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지 말고 그 밑에 흐르는 시대의 의식과 역사의 방향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성공한 정치지도자들 중 많은 사람이 열렬한 역사애호가라고 한다. 역사 공부를 통해 얻어진 통찰력이 자신의 한계,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깨닫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에 출발하는 새 정부가 이런 통찰력을 갖고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 연극 잔뼈 굵은 영화배우 첫 공연 앞에선 신인배우

    연극 잔뼈 굵은 영화배우 첫 공연 앞에선 신인배우

    5월에는 쟁쟁한 연극들이 줄지어 무대에 오른다. 거장 이윤택 연출이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에 대해 다룬 연극 ‘궁리’, 1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이혜영의 ‘헤다가블러’ 등이다. 그중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사건을 무대로 옮겨 관심을 끄는 작품이 하나 있다.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M. Butterfly’(엠.버터플라이)가 바로 그것. ‘M. Butterfly’는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으로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충격적 실화를 모티브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해 두 남자의 사랑을 그렸다. 1993년 제러미 아이언스, 존 론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이 작품은 프랑스 영사 르네 갈리마르(이하 ‘르네’)와 경극 배우 송 릴링(이하 ‘송’) 사이의 20여년간의 기묘한 관계를 담으며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이 가진 편견을 비판한다. ‘M. Butterfly’를 연출한 김광보 감독은 작품의 대본을 읽는 내내 한 명의 배우가 떠올랐다고 했다. 바로 ‘르네’ 역을 맡은 배우 김영민(41)이 그 주인공. 45회 전 공연을 원 캐스트로 무대에 서게 된 김영민에 대해 김 감독은 ‘배우 김영민에 대한 믿음은 무한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높다는 후문. 김영민 역시 작품에 대한 믿음, 감독에 대한 믿음, 함께하는 배우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내 심장을 쏴라’ 이후 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작품에서 ‘르네’라는 한 인간이 갖는 극한의 감정 변화를 선보이게 될 배우 김영민, 그를 지난 16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24일 첫 공연을 앞두고 신인 배우처럼 가슴 떨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연극만의 매력이랄까요. 관객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고 땀 흘리며 준비해 온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 드린다는 생각에 설레요. 한편으로는 나이와 연극 무대의 경험 등을 떠나서 첫 공연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지난 2년간 영화 ‘퍼펙트게임’,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미안해, 고마워’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와중에도 연극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한편에 늘 존재해 왔단다. 그가 연극 무대 복귀작으로 ‘M. Butterfly’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작품 자체가 아주 재미있어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예전에 이 작품의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연극은 너무 다르더라고요. 뒤로 갈수록 작품의 깊이가 느껴진달까. 매력이 있었어요.” 그가 맡은 ‘르네’라는 인물은 소심한 남성으로 남장여자 ‘송’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송에게 배신당하고서 스스로 송과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르네는 극 안에서 30~60대의 다양한 연령대의 모습을 선보이며 소심함과 능청스러움, 광기 어린 모습 등 한 인간이 지닌 감정의 변화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김영민은 “극 안에서 한 인물이 갖는 극한의 감정 변화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르네의 매력”이라면서 “르네가 작품에서 해설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감정의 연결을 잘 이어가며 수위조절을 해야 하는데 그게 참 집중력을 요하며 어렵다. 열심히 르네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 중”이라며 웃었다. 한 인간의 다양한 감정변화를 선보이는 만큼 르네의 대사량은 어마어마하다고. “제 코가 석 자예요. 하하. 대사량도 엄청 많고 워낙 어려운 역할이거든요. 하지만 함께 무대에 서는 송 역할의 후배 (김)다현씨와 (정)동화씨가 워낙 잘해 주고 감초 역할을 하는 동료 배우들이 잘 받쳐 주고 있어서 그분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열심히 노력 중이죠.” 인터뷰 내내 그가 ‘천생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배우로서의 자긍심과 열정이 느껴졌고,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프로다웠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연기하는 배우로 살고 싶다.”고 했다. “이순재, 이호재, 박정자, 윤소정 선생님 등을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분들은 작품에 대한 통찰력과 에너지가 좋으시거든요. 배역이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인생의 통찰력을 갖고, 여유를 갖고 연기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이 주어졌을 때 그 작품을 빛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영화프리뷰] 조디 포스터·멜 깁슨 ‘비버’

    요즘 현대인들이 앓는 가장 심각한 병의 하나인 우울증.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 속에 무거운 짐을 진 채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비버’는 이처럼 점차 지쳐 가는 현대인에 대한 냉철한 보고서이자 연출은 물론 직접 출연까지 한 조디 포스터의 진심 어린 위로가 담긴 영화다. 예상하는 바대로 영화의 제목인 ‘비버’는 툭 튀어나온 두 개의 앞니가 인상적인 동물 비버를 뜻한다. 영화 속에서는 우울증에 걸린 월터 블랙(멜 깁슨)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한때 잘나가는 장난감 회사 사장이자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월터 블랙은 우울증에 걸리면서 삶의 모든 의욕을 잃는다. 과거와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그는 손인형 비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밥을 먹고 샤워를 할 때도, 회사에 갈 때도 늘 손에 비버 인형을 끼고 다니는 월터 블랙.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그를 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리가 없다. 하지만 어떤 약이나 상담도 듣지 않았던 그에게 비버는 유일한 멘토이자 희망이다. 그는 비버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점차 삶의 활기를 찾아간다. 하지만 월터 블랙은 분신처럼 여기던 비버에게 점차 의존도가 높아지는 자신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느낀다. 그에게 또 다른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영화 ‘매버릭’(1994) 이후 감독과 배우로 18년 만에 다시 만난 조디 포스터와 멜 깁슨의 찰떡 호흡이다. 조디 포스터는 현대인들의 아픔과 치유를 섬세한 연출로 잡아내고, 멜 깁슨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에 따르는 심리적인 부담으로 우울증에 걸린 중년 남성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영화는 가족 영화로서 미덕도 잃지 않는다. 우울증으로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워커홀릭이 된 메러디스(조디 포스터),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고 닮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큰아들 포터 블랙(안톤 옐친) 등 붕괴된 가정이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영화를 통해 그려진다. 감독 데뷔 작인 영화 ‘꼬마 천재 테이트’에서 비범한 어린아이의 삶을 이야기하고, 차기작인 ‘홈 포 더 할리데이’에서는 미국의 30대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영화에 담았던 조디 포스터는 이번 영화에서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아픔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의 고민마저 스스로 해결하려는 이들에게 주변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해결해 나가라고 조언한다. 힐링 무비 성격의 영화이기 때문에 극적인 재미나 눈에 띄는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잔잔한 마음과 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곱씹어 볼만한 여운을 남긴다. 12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잡스 부러워? 빅 데이터 써!

    요즘 ‘빅 데이터’라는 말을 자주 쓴다. ‘빅 데이터’란 과연 무엇인가. 말 그대로 기존 데이터에 비해 크기가 너무 커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수집 또는 분석이 어려운 데이터 집합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것이 과연 대세인가. 다국적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빅 데이터를 비즈니스의 지형을 바꿀 10가지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앞으로 주목할 만한 기술로 빅 데이터를 언급했다. 또한 빅 데이터를 이루는 근간인 데이터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의 원유’라고 표현했다. 이런 흐름을 입증이라도 하듯 빅 데이터 가치에 주목한 책 ‘빅 데이터 비즈니스’(스즈키 로스케 지음, 천재정 옮김, 더숲 펴냄)가 나왔다. 이 책은 일본의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컨설턴트가 활발한 강연 활동과 정부기관들의 정책 입안에 기여하면서 쌓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저자는 노무라종합연구소 정보통신기술·미디어산업 컨설팅부 주임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빅 데이터 비즈니스가 기업과 개인의 생존을 위해 새롭게 주목해야 할 미래 비즈니스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문에서 “만약 회사에 스티브 잡스와 같은 뛰어난 경영자나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한 의욕 넘치고 능력 있는 직원이 없다면 ‘빅 데이터’ 활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인재에게 의존할 필요 없이 견실한 이노베이션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최근 1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재정비됐으며 이 덕분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역시 많아졌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빅 데이터 정의에서부터 시작해 특징과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적인 방법,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얻고 있는 다양한 기업들의 예시, 빅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고자 하는 IT사업자의 최신 동향이나 전력, 빅 데이터 비즈니스의 가능성과 데이터를 축적해 가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상황 등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만 49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사고] 서울신문사 최고경영자를 모십니다

    서울신문사가 최고경영자(CEO)를 재공모합니다. ‘공익 정론’ 서울신문과 함께 한국 언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역량 있는 분들의 많은 응모를 바랍니다. ●임기:3년 ●자격요건 -미래 지향적인 비전과 통찰력을 갖춘 분 -경영능력과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난 분 -언론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은 분 ●제출서류 -이력서 1부(사진 첨부, 연락처 기재) -자기소개서 1부(경력 및 업적 중심으로 A4용지 10장 이내) -경영계획서 1부(A4용지 15장 이내) *회사 현황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용 ●접수기간 -3월 15(목)~21일(수) 오전 9시~오후 6시 (단, 토요일과 일요일은 제외) ●접수방법 방문이나 등기우편 제출 -방문:서울 중구 태평로 1가 25 서울신문사 4층 사장추천위원회(우리사주조합 사무실) -등기우편:서울 광화문우체국 사서함 2204호 (우편접수 시는 21일 오후 6시 도착분까지 유효) ●전형절차 -1차:서류심사 -2차:면접심사(서류심사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 통보) ●기타 -제출된 서류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사장 추천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신문사 사장추천위원회(02-2000-9995~6)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사고] 서울신문사 최고경영자를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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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스·웰치·게이츠·베조스 등 스타 CEO들 비결은 독한 리더십

    잡스·웰치·게이츠·베조스 등 스타 CEO들 비결은 독한 리더십

    ‘너그러운 보스와 엄격한 보스, 둘 중에 누가 성공할까’ 하지만 지난해 사망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애플 신드롬’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부각됨에 따라 그의 ‘독한 리더십’도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리더의 완벽주의와 목표 지향성이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강진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6일 내놓은 ‘독한 리더십:독한 리더가 조직을 성공시킨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한 리더십의 대표 주자인 스티브 잡스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었고, 때론 거만하고 고집불통이었다. 괴팍하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직원들을 혹독하게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강 위원은 그의 리더십을 외면이 아닌 내면적인 특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잡스가 보여준 최고의 완벽주의 성향, 그리고 신념과 원칙에 대한 단호함, 목표에 대한 집요함, 더 중요한 것에 대한 집중과 몰입 등 내면적인 독함이야말로 그의 외면적인 독함마저 빛나게 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개인의 이익보다 조직·고객·사회·인류를 바라보는 한 차원 높은 시야는 잡스의 독한 리더십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에 근무했던 직원들이 “잡스와 함께 일할 때는 그가 세계의 중심으로 여겨졌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는 것이다. 잭 웰치 GE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등 글로벌 업계를 이끌고 있는 스타 CEO들의 공통점 역시 독한 리더십이다. 강 위원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등도 부드럽고 다정한 스타일을 지녔지만 신념과 원칙에 기반하여 조직과 사업을 이끄는 데에는 누구보다 독한 리더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독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만큼, 독한 리더십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고 있다.”면서 “독한 리더십으로 성공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리더 스스로 신뢰를 축적하고, 독한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김경묵 감독 “이전까지의 영화는 내 살풀이 ‘줄탁동시’는 날 버린 첫 영화”

    김경묵 감독 “이전까지의 영화는 내 살풀이 ‘줄탁동시’는 날 버린 첫 영화”

    기존 영화 문법으로 보면 거칠고 우악스러울지도 모른다. 기승전결 전개와는 거리가 멀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에둘러 말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영화제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활어 같은 그의 영상에 매혹당했다. 스무 살에 만든 장편 데뷔작 ‘얼굴 없는 것들’(2005)은 파격적인 이야기와 실험성을 인정받아 로테르담(네덜란드)·시드니(호주)·밴쿠버(캐나다)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세 번째 장편 ‘줄탁동시’ 역시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영화제 오리존티 부문에 초청받았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했다. 해외영화제의 잇따른 러브콜을 받은 이 영화는 새달 1일 개봉한다. 그런데 지난 8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선정적 장면이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국내에는 제한상영관이 없어서 이대로는 상영할 수 없다. 지난 10일 김 감독은 문제가 된 10여 초 분량을 뿌옇게 처리해 재심의를 요청했다. 직후인 10일 오후 김경묵 감독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에 참가했다가 돌아오기 직전 전해 들었다. 99% 통과되리라고 믿었다. (심의를 신청한 적은 없지만)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수위가 턱없이 낮은 데다 ‘야한’ 장면도 아니니까 이해될 줄 알았다.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사람들이 왜 심의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를…” ‘줄탁동시’는 모텔을 전전하며 몸을 파는 소년 현과 종로 인근에서 잡일을 하면서 하루를 버텨내는 탈북 소년 준, 조선족 소녀 등 냉혹한 현실에서 몸부림치는 ‘경계인’의 절망(혹은 희망)을 관찰한다. 문제가 된 장면은 준이 생존을 위해 성인 동성애자와 관계를 맺는 장면이다. 그는 “소년이 몸을 파는 장면을 일부러 거친 톤으로 촬영한 건데 (재심의를 위해) 블러(뿌옇게 흐리는 작업) 처리를 했더니 포르노처럼 보여서 작품 의도에는 더 잘 맞더라. 심의하는 분들의 통찰력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제한상영가 판정 덕분(?)에 오히려 창작 의도가 돋보이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씁쓸함과 맥락에 관계없이 ‘단장취의’(斷章取義) 식으로 선정성을 재단한 영등위원에 대한 조소가 뒤섞여 있었다. 이어 “제한상영가 논란이 되면 홍보 측면에선 도움이 되겠지만, 혹시 관객이 야한 영화를 기대하고 올까 봐 걱정도 된다.”며 웃었다. 영화를 보기 전 가장 궁금했던 건 ‘줄탁동시’(?啄同時)란 난해한 제목. 본래는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려고 껍질 안에서 쪼는 것(줄)과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행위(탁)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감독은 김지하의 시 ‘줄탁’에서 제목을 취했다. 시 ‘줄탁’은 ‘내가 타죽은 나무가 내 속에서 자란다/나는 죽어서 나무 위에 조각달로 뜬다… 껍질 깨고 나가리/박차고 나가 우주로 나가 부활하리’란 내용에서 짐작하듯 탄생과 소멸, 부활의 철학을 담은 작품이다. 즉 줄탁동시는 득도의 과정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공동작업으로 가능하다는 걸 담은 불교 용어다. 김 감독은 “제목이 특이한데도 헷갈리는 분들도 많더라. 어떤 분은 ‘신탁통치’ 잘돼 가느냐고 묻기도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사전적 의미와는 좀 다르다. 단일한 인간이었거나 두 얼굴을 지닌 쌍둥이 같은 두 소년이 성장하려고 본래 하나였던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드라마다. 사회에서 주변부로 내몰린 비(非)가시적인 존재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장 밑바닥에서 절망과 마주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음 단계가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 시간을 경험해야 넘어갈 수 있다. 일종의 통과의례인 셈”이라고 말했다. ‘통과의례’에 대한 깊은 고민은 평범한 길을 걷지 않은 감독의 이력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그는 고 1 여름방학이 끝나고도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때부터 ‘제도권’과는 거리를 뒀다. 그는 “학교-도서관-집을 오가던 조용한 아이였다. 다만, 중학교 때부터 학교 시스템과는 맞지 않았다. 늘 혼자이고, 분리된 것처럼 느껴지면 굳이 다닐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래와는 좀처럼 섞이지 못하는 존재였던 셈이다. 그가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다. 그는 “성 정체성 때문에 적응 못 하고 학교를 때려치웠구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그땐 레즈비언·게이가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그쪽으로 고민한 건 훨씬 이후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넘쳐나는 시간을 시네마테크와 영상자료원에서 보내면서 영화에 눈을 떴다. 당시 꽂혔던 건 레오 카락스와 왕자웨이,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들. 그리고 일반인 대상 단기 영상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게 전부. 19세 때 데뷔작이라고 찍은 작품이 20분짜리 다큐멘터리 ‘나의 인형놀이’. 대뜸 이 작품으로 2004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 특별상을 시작으로 밴쿠버영화제와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영화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의 작업은 살풀이였다. 자전적인 영화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고민, 기억에 대한 힘겨움이 담겨 있다. ‘줄탁동시’부터 이런 부분들을 버리려고 시도했다. 앞으로는 좀 더 다르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 영화와 나 사이에 거리를 둬야 할 것 같다. 똑같이 일기를 쓰더라도 앞으로는 3인칭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고] 서울신문사 최고경영자를 모십니다

    서울신문사가 최고경영자(CEO)를 공모합니다. ‘공익 정론’ 서울신문과 함께 한국 언론의 새로운 장을 열어 갈 역량 있는 분들의 많은 응모를 바랍니다. ●임기 3년 ●자격요건 -미래 지향적인 비전과 통찰력을 갖춘 분 -경영능력과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난 분 -추진력이 우수한 분 -언론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은 분 ●제출서류 -이력서 1부(사진 첨부, 연락처 기재) -자기소개서 1부(경력 및 업적 중심, A4용지 10장 이내) -경영계획서 1부(A4용지 20장 이내) ●접수기간 -2월 8(수)~17일(금) 오전 9시~오후 6시(단, 토요일과 일요일은 제외) ●접수방법 방문이나 등기우편 제출 -방문:서울 중구 태평로 1가 25 서울신문사 4층 사장추천위원회(사주조합 사무실) -등기우편:서울 광화문우체국 사서함 2204호(우편접수 시는 17일 오후 6시 도착분까지 유효) ●전형절차 -1차:서류심사 -2차:면접심사(서류심사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 통보) ●기타 -제출된 서류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사장 추천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신문사 사장추천위원회(02-2000-9995~6)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사고] 서울신문사 최고경영자를 모십니다

    서울신문사가 최고경영자(CEO)를 공모합니다. ‘공익 정론’ 서울신문과 함께 한국 언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역량 있는 분들의 많은 응모를 바랍니다. ●임기 3년 ●자격요건 -미래 지향적인 비전과 통찰력을 갖춘 분 -경영능력과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난 분 -추진력이 우수한 분 -언론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은 분 ●제출서류 -이력서 1부(사진 첨부, 연락처 기재) -자기소개서 1부(경력 및 업적 중심, A4용지 10장 이내) -경영계획서 1부(A4용지 20장 이내) ●접수기간 -2월 8(수)~17일(금) 오전 9시~오후 6시(단, 토요일과 일요일은 제외) ●접수방법 방문이나 등기우편 제출 -방문:서울 중구 태평로 1가 25 서울신문사 4층 사장추천위원회(사주조합 사무실) -등기우편:서울 광화문우체국 사서함 2204호(우편접수 시는 17일 오후 6시 도착분까지 유효) ●전형절차 -1차:서류심사 -2차:면접심사(서류심사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 통보) ●기타 -제출된 서류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사장 추천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신문사 사장추천위원회(02-2000-9995~6)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문화마당] 굿바이 앙겔로풀로스!/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굿바이 앙겔로풀로스!/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금융위기가 지난해부터는 유럽을 흔들면서 여전히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유럽 금융위기의 중심에는 그리스가 있고, 그리스는 현재 구제금융안 수용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으며 구제금융 협상이 불발될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스를 뒤덮고 있는 경제위기 앞에서 이 나라의 한 노()감독이 ‘디 아더 시’(The Other Sea)라는 영화를 촬영하다 지난 1월 24일 갑작스럽게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바로 그리스의 영원한 시네아스트(cineast) 테오 앙겔로풀로스(1935~2012)이다. 향년 76세였다. 앙겔로풀로스는 러시아 감독 타르코프스키와 더불어 내가 가장 흠모하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지극히 절제된 슬픔과 저릿한 아픔을 느끼곤 했다. 그의 영화는 가벼운 재치나 화려한 서사,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를 구사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는 진중하고 지루할 만큼 단조로우며 느린 호흡을 시종 유지한다. 시공간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섣불리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는 카메라 시선으로 이루어지는 롱테이크(길게 찍기)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영화 ‘안개 속의 풍경’(Landscape in the Mist, 1988)은 그의 롱테이크 미학과 정신을 오롯이 드러내는 영화이기도 하다. 독일에 살고 있다는(살고 있다고 믿는) 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어린 남매의 로드무비인 이 영화에서 앙겔로풀로스는 남매의 숏(shot)을 거의 롱테이크로 간다. 그중에서도 누이 불라가 트럭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에서 롱숏 롱테이크는 침묵과 절제가 얼마나 강력한 통증을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전범이다. 운전기사가 포장이 드리워진 트럭으로 불라를 데려갈 때 카메라는 미동도 하지 않고 포장이 드리운 트럭을 뒤에서 지켜보기만 한다. 안개 낀 도로를 오고 가는 자동차 소리뿐, 침묵.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기사가 트럭에서 황급히 내린 후에도 카메라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고. 이윽고 조용히 포장이 들리며 가느다란 다리가 드러나고 고개 숙인 불라는 자신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었다 뺀다. 그리고 손에 묻은 피를 말없이 바라본다(여전히 불라의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언제 보아도 소름이 돋는 이 장면은 참혹하고 아프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화 속 그리스는 쇠락하고 황량하며 음울하다. 빛나는 태양과 에메랄드빛 바다,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낙천적인 사람들, 그런 그리스는 지금 없다. 역사 속에서 신화가 숨쉬는 ‘신들의 땅’이자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선물로 받은 그리스의 과거의 영화(榮華)는 폐허가 된 유적이나 부서진 유물, 그리고 한물 간 유랑극단으로 치환된다. 역시 ‘안개 속의 풍경’에 등장하는 이미지 하나. 헬리콥터의 프로펠러가 요란한 소리를 내는 가운데 바닷물을 가르며 올라오는 거대한 손. 아마 어느 신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신의 손’일 그 거대한 손은 검지가 깨져 있었다. 방향을 가리키는 검지가 깨진 모습에서 ‘신’은 더 이상 그리스(인)에 방향을 제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과거·역사는 현재의 길잡이가 되지 못한다는 비유로 읽혔다. 그런 점에서 앙겔로풀로스는 그리스의 현재를 그만의 통찰력으로 형상화했다고 하겠다. 좋은 영화는 어떤 형태로든 예지력과 통찰력을 담고 있으며, 보는 이의 지각·인식을 고양하며 감성을 풍요롭게 하고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앙겔로풀로스는 그런 좋은 영화를 만든 영화인이자 ‘영상시인’이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회고전이 이번 주에 열린다. 그의 대표작 ‘안개 속의 풍경’과 ‘비키퍼’(The Beekeeper, 1986) 그리고 ‘영원과 하루’(Eternity and a Day, 1998) 세 작품이 상영된다. 앙겔로풀로스 영화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사고] 서울신문사 최고경영자를 모십니다

    서울신문사가 최고경영자(CEO)를 공모합니다. ‘공익 정론’ 서울신문과 함께 한국 언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역량 있는 분들의 많은 응모를 바랍니다. ●임기 3년 ●자격요건 -미래 지향적인 비전과 통찰력을 갖춘 분 -경영능력과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난 분 -추진력이 우수한 분 -언론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은 분 ●제출서류 -이력서 1부(사진 첨부, 연락처 기재) -자기소개서 1부(경력 및 업적 중심, A4용지 10장 이내) -경영계획서 1부(A4용지 20장 이내) ●접수기간 -2월 8(수)~17일(금) 오전 9시~오후 6시(단, 토요일과 일요일은 제외) ●접수방법 방문이나 등기우편 제출 -방문:서울 중구 태평로 1가 25 서울신문사 4층 사장추천위원회(사주조합 사무실) -등기우편:서울 광화문우체국 사서함 2204호(우편접수 시는 17일 오후 6시 도착분까지 유효) ●전형절차 -1차:서류심사 -2차:면접심사(서류심사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 통보) ●기타 -제출된 서류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사장 추천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신문사 사장추천위원회(02-2000-9995~6)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오늘의 눈] 팬덤, 성희롱도 눈감게 하다/이영준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팬덤, 성희롱도 눈감게 하다/이영준 사회부 기자

    흘러가는 본새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식이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을 향한 여성팬의 비키니 응원에서 불거진 논란을 지켜보는 느낌이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사진 속 여성의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했다.”고 떠벌렸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팬임을 자처하는 누리꾼들은 “솔직함이 좋다.”면서 “통찰력에 경탄한다.”며 치켜세웠다. 나꼼수 패널들은 앞서 비키니 사진을 두고 ‘성욕감퇴제’, ‘코피를 조심하라.’ 등 정제되지 않은 표현도 썼다. 이 또한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난을 샀다. 뼛속까지 남성우월주의인 마초이즘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나꼼수는 스스로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했다면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오죽하면 나꼼수를 지지해 온 소설가 공지영씨마저 나서 사과를 촉구하고, 인터넷의 유명 여성회원 카페들이 지지 철회 선언을 했겠는가.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역할에 대한 실망이 큰 탓일 것이다. 그런데 논란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나꼼수를 곱지 않게 여기던 논객들이 성희롱 발언을 꼬투리 잡고 공세를 편 까닭이다. 나꼼수 팬들은 ‘누드남 응원’으로 맞불을 놓았다. 성희롱 지적엔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내 편’의 흠은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까지 들이댔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지 말라.’는 진흙탕 싸움이다. 나꼼수 측의 문제를 아는 팬마저 “정당한 문제제기라도 너(보수논객)라서 싫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본질에서 한참 빗나갔다. 김어준은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했다. 비키니 당사자도 “사과는 필요없다.”고 했다. 그러나 불쾌와 모욕감을 느낀 이들이 있는 한 사정은 다르다. 성희롱은 수위를 떠나 받아들이는 쪽의 입장이 중요하다. 나꼼수는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방송이 아니지 않은가. 팬들도 냉정했으면 한다. 나꼼수도 팬들의 맹목적인 옹호보다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열성적인 지지, 이른바 ‘팬덤 현상’ 속에 자칫 나만의 세계에 갇힐 수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깔끔한 자세를 보고 싶다. apple@seoul.co.kr
  • “담합, 지위고하 막론하고 책임 묻겠다”

    “담합, 지위고하 막론하고 책임 묻겠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담합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담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삼성그룹이 최근 담합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선 것과 맞물려 LG그룹의 이번 결정에 따라 재계에서 ‘담합 자정운동’이 확산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2일 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신임 임원 교육에서 “담합은 정도경영을 사업의 방식으로 삼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면서 담합 근절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자리에는 30여명의 LG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본부장들도 참석했다. 구 회장이 담합 근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은 그룹 주력회사인 LG전자의 담합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는 등 그룹의 이미지가 실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도 최근 담합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재 실태조사가 진행 중이다. 구 회장은 신임 임원들에게 “LG가 시장 선도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변화의 첨병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구성원을 아끼고,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의 신임 임원 교육은 지난달 27일 시작해 8일 동안 진행되고, 86명의 신규 임원들이 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리더십과 통찰력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신임 임원들은 평택 휴대전화 공장, 창원 세탁기 공장, 파주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오창 배터리 공장 등 LG의 주력사업장 6곳을 방문하며 생산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서울광장] 420년 전 유성룡이 있었다면 지금은?/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420년 전 유성룡이 있었다면 지금은?/최광숙 논설위원

    임진년(壬辰年) 새해에 임진왜란을 되돌아보게 된다. 작금의 국내 정치 상황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보면 그때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왜군이 부산을 침략해온 1592년 4월, 지금으로부터 420년 전 그해도 임진년이었다. 16세기 말 동북아가 격동의 시대였다면, 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에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지금의 정세도 긴박하긴 마찬가지다. 과거 동인·서인 간 당쟁으로 국가 재정과 민심이 피폐해진 것도 오늘과 닮았다. 선진국으로 가느냐 못 가느냐 기로에 서 있지만 국가의 미래는 안중에 없고, 정치권은 여야 모두 포퓰리즘이 난무한다. 국가 중대사도 사사건건 보수·진보로 나뉘면서 국론이 분열돼 있다. 임란 당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은 조총을 갖고 싸웠지만 조선은 변변한 무기도 없는 병졸을 데리고 7년을 싸웠다. 오죽하면 임란에 개입했던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도망 잘 치는 군대’라고 비웃었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어렵사리 이겼다. 조선 최고 재상으로 일컫는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1542~1607)은 임진왜란이 얼마나 힘든 싸움이었는지를 ‘징비록’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오호라 임진의 화는 참혹하도다. 20여일 사이에 국도(國都)가 떨어지고 8도(八道)가 무너져 임금이 파천(播遷)의 길에 올랐다.” 흔히들 임란 하면 이순신을 떠올리지만 백척간두에 섰던 조선의 운명을 다잡은 이는 다름 아닌 유성룡이었다. 그는 임란 1년 전 왜군의 침략을 예견하고 말직에 있던 이순신과 권율을 발탁한 인물로만 알려졌지 역사적으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는 도망치기 바빴던 선조 대신 정치·군사 등에서 뛰어난 지략으로 전쟁을 진두지휘한 총사령관이었고, 경제·민생 등 국가 발전에 필요한 비전을 제시한 탁월한 리더였다.(이덕일의 ‘설득과 통합의 리더 유성룡’) 무엇보다 유성룡은 국혼(國魂)을 지닌 지도자였다. 서울 도성을 버리고 평양성에서 머물던 선조가 명으로 피신하려 하자 “한 발자국이라도 (국경을) 나가면 조선은 내 땅이 아닙니다. 지방의 지사들이 며칠 안으로 크게 일어날 텐데 어찌 경솔히 나라를 버리고 압록강을 건넙니까.”라며 겁에 질린 임금을 붙잡는다. 만약 선조가 도망치듯 압록강을 건너 명나라 땅으로 도망갔다면 조선은 없어지고,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국체(國體)를 오늘날까지 온전히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전세가 힘에 부치자 명을 끌어들여 반격의 기선을 잡은 인물이기도 하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저서 ‘서애 유성룡 위대한 만남’에서 “뛰어난 통찰력과 능수능란한 외교력으로 명과 왜가 조선을 분할 통치하려는 것을 막았다.”고 적고 있다. 임란이 한·중·일 3국의 국제전임을 처음 인식하고, 명이 조선에서 철수하면 위협받을 것이라는 ‘후퇴불가론’을 내세워 명으로 하여금 계속 조선과 연합전선을 펴도록 했다는 것이다. 만약 서애가 나서지 않았다면 우리도 모르게 조선이 분단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니 참으로 아찔한 역사의 순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올해 총선과 대선이 있다.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지도자 교체가 이뤄진다. 동북아 질서 새판짜기가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 때보다 요동치는 시기다. 하지만 난세에는 영웅이 나온다고 한다. 역사상 가장 긴박한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와 백성을 지켜냈던 서애 같은 영웅 말이다. 지금도 난세라면 난세다. 흩어진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국제 정세를 훤히 꿰뚫어 그 속에서 국가의 미래 좌표를 제시하며 국정을 제대로 이끌 리더가 필요하다. 서애가 죽자 백성들은 선조가 명한 ‘3일장’을 치르고도 “선생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찌 살아 남았겠는가.”라며 하루를 더 애도했다고 한다. 백성의 신망이 두터웠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 우리도 국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를 갖고 싶다면 무리한 욕심일까.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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