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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독해’, 베스트셀러 유수연 저자의 인문학적 인생읽기

    ‘인생독해’, 베스트셀러 유수연 저자의 인문학적 인생읽기

    같은 책을 읽어도 누군가는 삶의 지혜를 얻고 누군가는 오히려 좌절한다. 이것이 바로 책의 힘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스스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50만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2030 멘토, 스타 강사 유수연은 이것을 ‘통찰력’이라고 불렀다. 유수연 강사의 책을 읽는 통찰력과 이를 통해 얻은 인생의 생존전략을 고스란히 담은 책 ‘인생독해’는 토익 강의뿐만 아니라 자기계발, 면접 특강 등으로 100개 대학과 수십 개의 기업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저자의 인생경영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수연 강사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읽고 “우리는 종종 스펙과 인맥의 부족 등을 탓하며 시작조차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싸우기도 전에 질 거라는 열패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수많은 전쟁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병사가 많다고, 화력이 세다고 무조건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의 미래는 전쟁터와 같은 불확실한 안개로 둘러싸여 있다. 성공적인 전쟁의 전략과 전술이 사전에 미리 완전하게 구상될 수 없듯이 우리의 미래도 책상머리에 앉아서 고민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세상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방구석에서 나와 살아 있는 현장, 현실 세계와 부딪쳐야 어떤 그림이든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책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읽어온 굴지의 작가들과 인문고전에 반영된 현실의 초상이 유수연의 시선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인생에 활용해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지독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해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힘인 ‘통찰력’을 배우며 어떻게 나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영화 多樂房] ‘하루’ 늙은 택시기사와 가엾은 여인의 아주 특별한 ‘하루’

    [영화 多樂房] ‘하루’ 늙은 택시기사와 가엾은 여인의 아주 특별한 ‘하루’

    당신은 인생의 향방을 결정할 만한 의미 있는 ‘하루’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빨라지는 시간의 속도를 체감하면서,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영화들은 짧은 시간 동안 주인공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사건들을 상상하고 묘사해 왔다. 늙은 택시 기사(야네스)와 가엾은 여인(세디예)의 만남을 그린 ‘하루’도 평범했던 일상과는 다른, 두 사람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24시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하루를 기점으로 택시 기사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것을 예고한다. 장르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사고를 당하거나 반대로 늘 꿈꾸던 일이 갑작스레 현실이 되면서 당혹스런 여정 끝에 변화를 맞이한다면, 이 영화는 주인공이 신중히 행동하고 스스로 결정하면서 만들어가는 하루와 그 결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더 현실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과묵하고 비사교적인 성격의 야네스는 불편한 몸으로 택시에 오른 세디예를 병원에 데려다 준다. 보호자도, 돈도 없는 세디예는 병원에서도 야네스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지만, 야네스는 이 성가신 손님에 대한 아무런 의무가 없다. 여기서 야네스의 윤리적 갈등이 발생한다. 그 역시도 다리를 저는 늙은 택시 기사일 뿐이므로 생면부지의 세디예를 외면한다고 해서 비난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사와 관계된 절박한 상황과 여인의 간절한 눈빛이 야네스를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들고 그는 결국 가장 비합리적인, 그러나 가장 인간다운 결단을 내린다. 여기까지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일화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영화는 야네스의 하루에 여러 인물과 소소한 사건을 정교하게 개입시키면서 이란인들의 트라우마와 테헤란의 현재까지도 조명하고자 한다. 극도로 절제된 야네스의 대사나 표정 대신, 카메라는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병원 경비는 전쟁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이 병원이 낡고 쇠퇴했음을 한탄하고, 바로 다음 신에서 한 공장 노동자는 고대 도시의 위엄을 잃어버린 복잡한 테헤란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쳐가는 인물들이 무심코 내뱉은 듯한 몇 줄의 대사 안에 세월의 무상함과 더불어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을 수밖에 없는 세상의 이치가 잘 담겨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디예와 야네스가 머무는 병원은 보다 다층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초반부 경직된 기운이 감도는 병원은 테헤란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징적 공간이면서 낡은 것과 새로운 것, 남성과 여성, 삶과 죽음 등 대칭적인 단어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러나 후반부 따뜻한 빛깔의 조명이 드리운 병실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그 중간의 모든 벽들이 허물어지는 듯 평화롭고 감상적이다. 이란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세계적 감독, 레자 미르카리미의 연륜과 통찰력이 잘 묻어나 있는 작품이다. 8월 6일 개봉. 15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특별기고] 인문학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원천/황우여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

    [특별기고] 인문학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원천/황우여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

    대학생들의 취업이 중요해졌다. 대학 교육과정이 사회 수요에 맞도록 개편돼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문학이 우리 사회에 과연 필요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우린 인문학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 할까. 사회부총리로서 ‘결코 아니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문학 발전 없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강조되는 지식기반 사회에서 인문학적 사고력과 통찰력, 문제해결 능력 같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창의 인재들의 아이디어가 더욱 긴요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디자인을 가르친다면 단순한 디자인 능력만 가르쳐선 안 된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기술, 경영을 가르치면서 그 중심에 인문학을 두면 상상력이 돋보이고 이야기가 있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지난 5월 7일 인문학계 원로들과 위기의 인문학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묻는 좌담회를 가졌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원로들은 한결같이 “인문학이 국가, 사회, 산업 발전의 방향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값싼 노동력과 시장만 있으면 국가가 발전할 수 있었던 과거 산업화의 시각에서 벗어나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는 인문학적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인문학을 마음 놓고 접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한마디로 ‘추격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이 발견한 문제와 하나의 정답을 빨리, 많이 그리고 정확히 배워 우리 것으로 만들고 국가 자산으로 활용하면 됐다. 그 결과 한국의 교육은 대한민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원으로 이끌었다. 이처럼 지금까지는 속도 경쟁과 양적인 측정이 가능한 물량주의가 지배했다. 그래서 짧은 시간 속에서 무한경쟁을 펼쳐야 했다. 그러나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문제와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지금은 우리 교육을 ‘선도형’으로 틀을 바꿔 올바른 방향과 목적을 설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방향과 목적이 잘못됐는데 속도와 양에만 치중하면 위험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학적 성찰과 가치 탐색이 교육의 핵심으로 자리잡아야 제대로 된 방향과 목적도 설정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의 인문학 교육이 사회적 현실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느냐는 사회의 질문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인문학 교육이 대학별·분야별 특성화와 연계되지 못한 채 망라돼 있고, 학과 중심으로 칸막이가 쳐져 외연을 넓히지 못해 다양한 융복합이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문사철’(문학·역사·철학) 중심의 인문대학들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잘 파악해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인문학 강의를 개방해야 하고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강의 개설이 어렵더라도 연구 중심 학과를 유지하면서 학문 후속 세대도 충실히 키워 나가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교육 당국은 이에 걸맞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대학의 개혁은 결국 대학 스스로 해내야만 한다. 대학의 추진 방향이나 완급도 대학마다 사정이 각기 다르므로 대학 총장을 중심으로 개혁안을 만들고 이를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문대학의 전통이 강하고 견실한 연구 인프라와 대학원 교육 프로그램을 잘 갖춘 대학은 인문학 연구자들을 키워 내야 한다. 어문계열이 잘 발전한 인문대학은 세계 언어권별로 특화된 글로벌 지역 전문가를 육성해야 할 것이다. 또 인문대학이 주관해 공학, 경영학, 사회과학 같은 전공과 결합한 융합전공과정을 개설한다면 학생들의 취업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다양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며 끊임없이 혁신해 나갈 때 교육 당국이 마련 중인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진흥법’은 빛을 발할 것이다. 대학이 제대로 된 토양을 갖춘다면 인문학 진흥을 담보하고자 하는 정부의 인문학 지원 정책과 어우러져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큰 힘을 길러 낼 수 있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교육 당국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면 인문학의 미래는 밝다고 감히 단언한다.
  • [재계 인맥 대해부 (5부)업종별 기업&기업인 유한양행] 영업이사·경영본부장 두루 거쳐 37년 한우물 판 정통 ‘제약 맨’

    이정희(64) 유한양행 대표(사장)는 1978년 5월 유한양행에 입사해 중부지점장, 병원영업부 이사, 유통사업부, 마케팅 홍보담당 상무, 경영관리 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2년 4월 부사장에 올랐고 올해 3월 대표로 선임됐다. 이 대표는 전문 경영인임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투자와 의사결정 능력, 꼼꼼한 경영관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통 ‘제약 맨’으로 업계를 관통하는 통찰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평직원들이 행복한 회사,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를 평소 강조하는 만큼 직원들과의 스킨십에도 거리낌이 없다. 이 대표는 1978년 2월 영남대 영어영문학과(71학번)를 졸업했고 2008년 서울대 최고경영자(AMP)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한편 유한양행은 1969년 고 유일한 박사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공채 출신 인사들이 줄곧 사장 자리에 올랐다. 유한양행은 회사 정관상 사장 연임을 한 차례만 허용한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글로벌 시대] 문화를 알아야 고객 반응도 좋다/김창후 LG전자 고문·전 터키법인장

    [글로벌 시대] 문화를 알아야 고객 반응도 좋다/김창후 LG전자 고문·전 터키법인장

    2007년 섣달 그믐 즈음 밤늦게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 시간 내내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출범하는 오스만튀르크 제국(현 터키)의 법인 대표로서, 유서 깊은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고 현지 고객의 마음속에 어떻게 우리의 브랜드를 감성적으로 연결해 바람직한 이미지를 심어 줄 것인가. 신규 법인 조직의 역량을 어떻게 키워서 빠른 시간 내에 본사 기대에 부응하는 매출과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고성과 회사로 성장시킬 것인가. 유럽의 관문 아타튀르크 이스탄불 공항 입국 수속 절차를 밟고 있는데 한국에서 온 것을 눈치 채고 웃음을 띠면서 우리말로 짧은 인사를 건네는 공항 직원의 친절함에 피곤이 확 풀렸다. 짐을 찾고 공항터미널을 빠져 나갈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터키 남자가 자신의 담뱃갑 밑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한 개비를 뽑아 주었다. 푸근하기만 한 터키인의 넉넉한 제스처가 한때 우리 시골 마을에서 담배가 떨어지면 으레 나누어 피우던 그 시절의 정경을 상기시켰다. 반도의 국민들은 감정적인 편이라고 하던데 터키인도 그런 이유에서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까지 사무실 직원들과 상호 교감하며 소통하는 과정만으로는 유구한 역사의 배경을 등 뒤에 안고 있는 터키인들의 사회·문화적으로 내재된 요소를 인지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약 한 달간의 5성급 호텔 생활을 끝내고 터키인의 집에 들어가 진정한 의미의 “터키 가족의 일원으로서 하숙 생활”을 하기로 했다. 시내 사무실에서 20여분가량 떨어진 중산층 마을인 ‘사리에르’에서 하숙 생활을 했다. 하숙 생활은 경영학이나 마케팅 책에서 결코 학습하기 어려운 높은 차원의 실증적 지혜와 깨달음을 주었다. 새롭고 값진 현지 통찰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었다. 하숙집 주인 위날의 부친은 6·25전쟁 참전 용사다. 위날의 부친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을 자랑스레 여겼다고 한다. 혈맹의 역사적 유대 관계뿐 아니라 축구가 전 국민 생활의 일부이기도 한 터키인들에게 2002년 월드컵 3·4위전에서 한국의 팬들이 패했음에도 터키를 응원했다는 감동적인 사실은 그들의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형제 관계임’을 새겨 놓은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다. 먼 시골이나 산간 마을에서 만난 촌부도 한국을 우선 ‘형제 우의의 나라’라는 말부터 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아침 새벽잠을 깨우는 모스크(사원)를 호기심으로 방문해 반갑게 맞는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차 대접을 받고 올 때도 있다. 주말이면 주인 아저씨와 ‘보스 포로스’ 해변가 둑을 따라 하는 조깅도 일상화됐고, 근처 국립공원에서 텐트 치고 ‘망 갈’ (고기 바비큐) 파티도 밤늦도록 하며 도수가 높은 현지의 술 라크를 즐기곤 했다. 바비큐와 라크는 완벽한 궁합이라고 주인집 아저씨는 강조하며 술을 권하곤 했다. 터키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현지 직원과의 업무 보고 및 지시도 전보다 반응도 좋아 자신감이 생겼다. 직원들은 하숙 생활 시도에 대해 “현지 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공감하면서 성큼 내편을 들어 줬다. 외부 대형 거래처 사장들도 나의 홈스테이를 좋은 시도였다며 격려의 편지를 보내 주었다. 그들은 우리의 제품을 그들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데 성의를 보이며 챙겨 주기도 했다. 비즈니스에서도 터키인들은 감동적이고 정이 많았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 창조, 마법 아닌 노동의 다른 이름

    창조, 마법 아닌 노동의 다른 이름

    창조의 탄생/케빈 애슈턴 지음/이은경 옮김/북라이프/416쪽/1만 6800원 사람들은 모차르트가 아름다운 음악들을 단지 통찰력으로 악보도 없이 작곡했다며 그의 천재성을 신화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모차르트 전기작가 오토 얀은 모차르트가 타고난 재능과 일생에 걸친 연습 덕분에 빠르고 능숙하게 작곡할 수 있었을 뿐 작곡 과정은 노동 그 자체였음을 증명해 냈다. 비단 모차르트뿐 아니다. 사람들은 위대한 예술가나 발명가, 세상을 바꾼 혁신가들이 눈부신 영감으로 가득하고, 누구도 갖지 못할 독창적인 시각과 미래를 읽는 천재성을 지닌 사람일 것으로 생각한다. ‘창조의 탄생’은 이런 신화가 왜, 그리고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밝히는 책이다. 저자는 21세기에 우리 삶의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사물인터넷’을 창시한 정보기술(IT) 분야의 거두 케빈 애슈턴이다.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크리에이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책을 통해 ‘창조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세상에는 새로운 것의 탄생을 둘러싼 신화가 늘 존재했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창조를 할 수 있고 성공한 창조자라면 누구나 극적인 통찰력의 순간을 경험한다. 희귀한 소수만이 창조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저자 역시 이런 창조성 신화에 빠져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당사자가 되면서 우리 의식 속에 기정사실처럼 돼 있는 창조성 신화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창조’ 및 ‘창조성’의 본질을 탐구한다. 실제 그가 오랜 시간 경험한 바에 따르면 아이디어는 단계적으로 찾아왔고 사람들은 비난으로 반응했으며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스스로 패배자의 기분을 수없이 맛봤다. 그는 “마법은 없었고 영감이 번쩍이는 순간도 없었으며 오로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일을 해야 했을 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창조가 비약을 일으키는 일이 아니라 마치 걸음을 걷는 것처럼 단계를 밟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창조는 목적지일 뿐 하나하나 하찮게 보이는 행동들이 오랜 시간 축적됐을 때 비로소 결과가 세상을 바꾸게 된다는 설명이다. 책은 모차르트부터 우디 앨런, 아르키메데스, 스티브 잡스 등 ‘새로움’을 만든 신화적인 인물들과 그들의 창조와 발명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고대와 중세, 현대를 넘나들고 예술, 과학, 철학, 기술, 산업 분야를 망라하며 창조성 신화에 가려졌던 진정한 창의성과 영감의 비밀을 밝힌다. 에드몽이라는 흑인 노예 소년이 수백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바닐라 인공재배의 실마리를 풀어 낸 것을 사례로 우리가 창의적이라고 말하는 생각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일러 준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비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은 비행기를 처음 생각해 낸 인물은 아니었지만 새처럼 ‘말을 날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단계적 실험을 거듭하며 한 걸음씩 하늘로 걸어갔다. 추상회화의 선구자 바실리 칸딘스키는 기념비적인 작품 ‘하얀 테두리가 있는 그림’에 이르는 방법과 이론을 몇 년에 걸쳐 연구했다. 얼핏 보면 즉흥적으로 보이는 그림은 다섯 달 만에 완성한 스물한 번째 스케치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100년 동안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았던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해 노벨상을 탄 로빈 워런의 경우는 ‘주목하는 눈’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창조성 신화가 깨지는 것은 섭섭할지 모르지만 창조는 어떤 영웅적인 인물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다분히 희망적이다. “창조 행위는 마법이 아니다. 창조는 노동에서 나온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아하 세상을 바꾸는 통찰의 순간들(윌리엄 어빈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 펴냄) 무의식과 욕망 관계를 분석한 ‘욕망의 발견’과 스토아 철학자의 말을 통해 행복찾기를 귀띔한 ‘직언’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저자의 신작. 무의식이 아이디어를 발생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 지를 파고들었다. 위대한 인물들은 세상을 완전히 뒤바꾼 통찰의 순간을 경험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일상의 작은 통찰은 물론, 세계 진로를 바꾼 통찰까지 종교, 도덕, 과학, 수학, 예술의 다섯 영역에서 일어난 통찰의 순간을 소개한다. 신경과학뿐만 아니라 개인적, 사회적 영역들까지도 훑어냈다. 아이디어란 독자적인 생명을 갖고 있어서 추구하지 않을 때 느닷없이 찾아오다가 막상 찾으려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해 왜 뛰어난 지능과 실력, 성실함을 겸비한 사람들이 좌절을 견뎌야 하는 지, 그 좌절의 시간 뒤 아무 관련성 없는 것들이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일 때 순간적으로 통찰이 오는 과정을 설명한다. 351쪽. 1만 8000원. 캣 센스(존 브래드쇼 지음, 한유선 옮김, 글항아리 펴냄) 고양이는 개보다 개체 수가 무려 3배나 많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도시 환경에 사는 데 적합한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더 많이 선택된다. 영국에서는 4분의1, 미국에서는 3분의1 이상의 가정이 고양이를 키운다. 온몸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농업혁명 완성을 위해 쥐를 통제할 목적으로 야생고양이를 길들인 이후 1만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음에도 고양이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야생성을 갖는다. 책은 진화론, 해부학, 생물학, 심리학 등 다양한 관점을 넘나들며 고양이를 분석한 ‘고양이 백과 오디세이’이다. 고양이의 역사, 과학, 미래에 대한 서술과 함께 그래프 삽화를 동원해 하나의 지식계보학으로 엮었다. 저자는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들은 고양이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으려 노력하지만 고양이가 진정 원하는 건 주인의 애정이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이해라고 말한다. 440쪽. 1만 8000원. 이슬람 은행에는 이자가 없다(해리스 이르판 지음, 강찬구 옮김, 처음북스 펴냄) 이슬람권 국가와 기업들은 ‘샤리아 율법을 준수하는 금융’이라는 특유의 방식을 추구하며 30년 동안 무려 36배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일반 금융산업이 금융위기의 여파를 헤어나지 못하는 지금, 서구사회에서 이슬람 금융은 주요 자금줄의 역할과 함께 금융위기를 타파할 대안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책은 많은 이들에겐 여전히 생소한 이슬람 금융의 진정한 의미를 통찰력 있게 분석했다. 저자가 함께 일했던 유명 은행 동료, 학자, 변호사들과의 경험을 토대로 최고 실적의 금융계약 사례들을 분석하며 이슬람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슬람 금융의 발전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겨났던 근거 없는 신화를 명쾌하게 반박하면서 이슬람 금융의 미래를 예측하고 나아갈 방향성까지 제시했다. 이슬람 금융은 그 유래와 역사, 무슬림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416쪽. 1만 6000원. 논리학의 역사 1·2(윌리엄 닐·마사 닐 지음, 박우석 외 옮김, 한길사 펴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이자 빼어난 철학자였던 윌리엄 닐, 마사 닐 부부가 쓴 ‘논리학사의 고전’. 고대 기하학부터 현대 논리학까지 2500년에 걸친 논리학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역작으로 1963년 초판 출간 이후 논리학사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려 왔다. 한길사가 13년간의 번역 작업끝에 두 권 분량으로 펴낸 책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돼 고대 논리학, 중세 논리학, 근대 논리학, 현대 논리학을 차례로 다뤘다. 논리학의 발전사를 설명하고 있지만 단순히 연대순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각 시대의 논리학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생각들’에 초점을 맞췄다. 책 발간을 놓고 “한국논리학회의 숙원사업을 이뤘다”고 평가하는 역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일차적 목적은 우리 시대의 논리학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생각들이 언제 처음 출현했는지를 기록하는 데 있었다.” 1권 660쪽 3만 2000원, 2권 564쪽 3만원.
  • 삶의 만족도 낮으면 오래 못 살아 - 연구

    삶의 만족도 낮으면 오래 못 살아 - 연구

    자신의 삶에 관한 만족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오래 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채프먼대와 하버드대 등 공동 연구진이 50세 이상 호주인 4458명을 대상으로 9년간 장기추적 조사한 결과, 생활만족도와 사망 위험이 반비례하는 것을 밝혀냈다. 즉 생활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사망 위험이 낮고 반대로 생활만족도가 낮은 사람은 사망 위험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줄리아 뵘 채프먼대 심리학과 조교수(박사)는 “생활만족도는 일반적으로 평생에 걸쳐 일관되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이혼이나 실직과 같은 생활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사람은 새로운 상황에 빨리 적응하고 비교적 안정된 생활만족감을 보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며 “어떤 사람에게 생활만족감이 떨어지는 인생에 있어 극적인 사건이 반복해서 일어나면 만족감은 낮은 수준으로 변하고 특히 수명에서도 좋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들에게 매년 ‘전반적으로, 당신은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0~10점까지 점수로 답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9년간의 평균 생활만족도와 시간이 지나는 것에 따른 생활만족도의 변화를 평가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 나이와 성별, 교육, 건강 상태, 흡연 상태, 신체 활동, 우울증 증상을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기간 참가자들의 생활만족도가 증가하면 사망 위험이 18%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생활만족도가 떨어지면 사망 위험은 20%나 증가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활만족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관계없이 생활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사망 위험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뵘 박사는 “이번 연구는 생활만족도에 관한 9년간의 반복된 평가로 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최초의 연구”라면서 “생활만족도를 여러 차례 평가한 것은 우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른 생활만족도의 변화가 어떻게 수명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생활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만 사망 위험에 관한 생활만족도의 변화 수준이 문제가 되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극한 상황 변화는 종종 정신건강장애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심리적 특성의 변화를 고려하는 것은 수명과 같은 건강 관련 결과에 통찰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심리과학학회(APS)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6월 5일자)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손성진 칼럼] 메르스가 별것 아니라고?

    [손성진 칼럼] 메르스가 별것 아니라고?

    과거를 받들고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守舊) 세력은 혼돈기가 되면 정의의 사도처럼 칼을 빼든다. 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보수와도 같다고 할 수 없는, 이념도 정파도 아닌 이 세력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맹목적인 신념에 자신을 붙들어 매고 있다.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 자기 확신범들이다. 건전한 보수라면 필요할 때는 문을 열어젖힐 줄 안다. 꽁꽁 걸어 잠근 수구 세력이 보수의 탈을 쓰고 보수인 양 활개를 쳐도 양자가 뒤죽박죽이 된 혼돈에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우리로서는 구별해 낼 방도도 없다. 물론 진보에도 수구가 섞여 있다. 그들을 좌우 이념 논쟁의 장에 초대하는 것조차 사치스럽고 불필요하다. 보수와 진보가 발전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그 속에 뒤엉켜 있거나 가면을 쓰고 숨어 있는 수구는 현실 안정과 과거 회귀만을 흔들림 없이 추구한다. 스스로 정한 원칙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표현과 행동은 늘 극단으로 치닫는다. 언뜻 보면 국가와 사회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 즉 탐욕으로 얼룩져 있다. 메르스에 피로감을 느낀 수구 세력이 어김없이 ‘칼을 받으라’며 발호하기 시작했다. 명백하게 국가적 중대사안임에도 군중심리에 의한 호들갑쯤으로 이번 사태를 격하시키려는 것이다. 그런 인식의 저변에는 사안의 중요성과는 무관하게 안정만을 추구하는 기득권층의 보신 논리가 숨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세월호 희생자는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논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1년에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만명이 넘고 결핵으로도 수천명이 죽는데 무슨 대수냐는 것이다. 목숨의 가치를 숫자로 따지는 이런 무리들에게 인권, 특히 소수의 인권이 안중에 있을 리 만무하다. 적어도 지식인이라고 자부한다면 의미를 숫자에서만 찾는 것은 사유(思惟)의 부족이라고 나무랄 수밖에 없다. 1000명이 넘어야 목숨의 가치가 있고 한 명은 무의미하다는 논리는 해괴하다. 그런 논리라면 겨우 3명이 희생된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골방에서 숨져 간 청년 실업자 자살 사건에도 주목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리저리 휩쓸리는 대중의 속성과 언론 센세이셔널리즘의 문제점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를 부화뇌동으로 무시해도 될 만큼 현대 사회의 구성원은 몽매하지 않다. 수구 세력은 정보가 통제된 사회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억압된 대중을 떠올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수십 년 전과는 다른 자유의 힘으로 대중은 군중심리가 아닌 혜안과 통찰력을 갖고 있다. 그런 대중의 힘 또한 여론이 철권정치를 무너뜨렸듯이 지금도 국가나 정부보다 더 중요한 발전의 한 축을 맡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번지르르한 표피 속에 감춰져 있던 곪은 환부를 노출시켰듯이 메르스 또한 수많은 숙제를 국가와 사회, 또 국민 개개인에게 던졌다. 중국에서 전파돼 중세 유럽을 궤멸시킨 페스트에 메르스를 비교할 바는 물론 아니다. 전염병의 위험성보다는 정부의 무능함과 무사안일, 거대 조직(병원과 같은)의 무책임, 사회 구성원의 무신경 등 갖가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수구 세력에게는 파헤쳐진 더러운 속살이 거슬리고 눈꼴사나울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결과들의 연원을 따져 보면 그들에게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그래서 어떤 비리,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더라도 파묻고 외면하려만 드는 것일까. 지금까지도 세월호 사건을 단순한 정비 불량 사고 정도로 덮으려 하는 것일까. 메르스가 페스트와는 다르더라도 정부와 국민이 무관심하면 결핵 이상의 돌림병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 대중과 대중의 생각을 반영하는 언론이 잠자코 있는다면 어떤 상황이 됐을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지나친 과민 반응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마음을 한데 모아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재난이 닥쳤을 때 어렵잖게 극복할 수 있다. 재난 극복에 수구와 개혁, 보수와 진보가 따로일 수 있겠는가.
  • 끌린다, 지젤의 파격 변신

    끌린다, 지젤의 파격 변신

    완전히 새로운 ‘지젤’이 온다. 기본 줄거리만 빼놓곤 음악, 안무, 세트, 의상 등 모든 것을 바꿨다. 세계 최초로 공연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그램 머피의 지젤’이다. ‘그램 머피의 지젤’은 유니버설발레단이 ‘심청’ ‘발레 뮤지컬 심청’ ‘발레 춘향’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이는 창작 발레로, 우리나라 고전이 아니라 클래식 발레 ‘지젤’을 파격적으로 재창작한 것이다.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만나 사랑을 하다 배신당하는 기본 뼈대만 남기고 싹 바꿨다. 안무가 그램 머피는 “클래식 발레를 각색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젤’은 정통 클래식 명작 가운데 170년간 이어져 오면서 가장 변화가 적은 작품이다. 원작의 음악과 동작이 하나로 맞물려 발전해 왔기 때문에 둘을 분리해 생각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새로운 음악에 맞는 새로운 표현과 춤의 언어를 찾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새롭게 작곡된 강력한 음악은 관객들을 깨어 있게 하고 무대에 더 집중하게 할 것이다.” 그램 머피는 오스트레일리아 발레단과 영국 버밍엄 로열 발레단을 거쳐 호주 시드니 댄스 컴퍼니 예술감독을 31년간 역임한 명안무가다. 고전의 파격적인 해석과 통찰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발레단을 위해 만든 ‘백조의 호수’(2001)에 영국 다이애나 비, 찰스 왕자, 숨겨진 연인 카밀라의 삼각관계를 입혀 화제를 모았다. 머피는 “클래식을 재석하는 건 원작을 존경하지 않아서가 아니다”라며 “고전을 경외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동시에 시대에 맞게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 ‘마오의 라스트 댄서’의 작곡가 크리스토퍼 고든이 음악을, 제라드 마뇽이 세트 디자인, 제니퍼 어윈이 의상 디자인을 맡아 전혀 새로운 ‘지젤’을 연출한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세계적인 안무가 그램 머피를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발레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한국 발레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이런 창작 작품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3~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0만원. 070-7124-1737.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신분을 숨겨라’ 김범 “내 별명이 ‘광견’”

    ‘신분을 숨겨라’ 김범 “내 별명이 ‘광견’”

    ‘신분을 숨겨라’ 김범 “내 별명이 ‘광견’” ‘신분을 숨겨라 김범’ ‘신분을 숨겨라’에 출연하는 김범이 드라마 출연 소감을 밝혀 화제다. 3일 영등포구 여의도CGV에서는 tvN ‘신분을 숨겨라’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배우 김범, 박성웅, 윤소이, 이원종과 김정민 PD가 참석했다. 이날 김범은 “외형적으로는 차건우라는 인물과 비슷하게 하기 위해 14kg 정도 감량했다. 날렵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차건우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그 인물이 가진 트라우마를 많이 공감하려고 공부했다”면서 “동물의 움직임을 몸에 익히기 위해 동물원도 다녀오고 농장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 별명이 ‘광견’이다. 그래서 개과의 동물들을 주로 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신분을 숨겨라’에서 김범은 연인의 죽음으로 인간병기가 된 차건우 역을, 박성웅은 초인적인 통찰력과 추진력으로 팀을 지휘하는 수사5과의 리더 장무원 역을 맡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인문학 힐링의 파워 판사의 변신은 無罪

    인문학 힐링의 파워 판사의 변신은 無罪

    “괴물하고 싸우다 괴물처럼 된다는 말 있죠? 각종 분쟁과 살인, 강간 등 강력 범죄를 매일 다루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정신이 피폐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판결을 고민하면서 ‘세상 사람들 모두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라는 근원적인 의문도 들고요. 인문학을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는 통찰력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난 18일 낮 12시 서울 서부지법 6층 소회의실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형사1부 김형훈(48) 부장판사는 인문학 강연을 듣는 소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른 점심을 마친 판사들과 직원들이 몰려들면서 50개 좌석은 금세 찼다. 총 6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만 열리는 ‘연세대·서부지법 인문학 아카데미’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2주차 주제는 ‘인문학의 가치와 토론의 힘’이었다. “여러분, 이런 고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날 강연을 맡은 송지은 연세대 미래교육원 강사는 회의실 앞 펼쳐진 스크린을 가리키며 수강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문제였다. 송 강사가 갑자기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참석자들은 각자 생각에 잠겨 답을 찾는 모습이었다. 판사들 스스로가 왜 인문학적 사유의 가치가 중요한 지를 자문하고 자답하는 시간이었다. 대학에서는 구조조정으로 멸종되고 있는 문(文)·사(史)·철(哲)이 각 지방법원에서는 전성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3년 전 인문학 강연이 도입된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올해부터는 인천·대구·광주 등 전국 13개 법원이 무료 강연을 개설했다. 인문학 자체가 판사들에게는 ‘힐링’이 된다. 특히 20년 안팎의 경력을 지닌 부장급 판사들이 꼽는 장점이다. 민사14부 이종언(51)부장판사는 “일주일에 40~50건, 1년에 수백건의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각종 범죄와 분쟁, 다툼이 마치 세상의 전부인 양 매너리즘에 빠진다”며 “검사는 평소 대화를 취조하듯 하고, 판사는 만사를 유무죄 판결하듯 한다고 법조인끼리 서글픈 농담을 하는데 인문학을 접하다 보면 협소한 사고가 확장되고 환기되는 변화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법관들의 판결에도 인문학은 기묘한 힘을 발휘한다. 범행의 동기와 사건 정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이 도움을 준다는 지적이다. 민사2부 이인규(52)부장판사는 “일을 하면 할수록 ‘왜 이 사람은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내가 자라온 세대보다 지금 세대는 그만큼 다양성이 커졌다”며 “각 행동들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판사 개개인이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경험하고 바라보느냐와 양형이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예를 들면 절도를 당해본 판사가 절도범에 대한 양형이 높다는 농담이 있는 것처럼 인문학은 개별적 경험이나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장해주는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수천억 좌지우지 하는 금융사 CEO… 그들만의 행운의 부적은

    수천억 좌지우지 하는 금융사 CEO… 그들만의 행운의 부적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의사결정 하나만으로 수천억원의 자금 흐름이 좌지우지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전직 금융사 CEO는 “새벽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기까지 매일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릴 정도로 금융사 CEO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감은 적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영업 순위가 뒤바뀌는 치열한 경쟁 구도 탓에 시장 흐름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은 물론 합리적인 판단을 가져올 수 있는 경험과 감각은 CEO에게 필수다. 이렇게 매일 피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이더라도 CEO들마다 심리적인 안식처는 하나씩 있다. 돈을 만지는 직업 특성상 각자 방식대로 ‘돈을 불러오는 행운의 부적(습관)’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지난 연말 우리은행장 자리를 꿰찬 이광구 행장은 풍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행장은 부행장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초 평소 알고 지내던 지관이 집무실을 찾아와 “책상 밑에 수맥이 흐른다”고 했다. 이에 이 행장은 책상 위치를 재배치했다. 이 행장은 10일 “우연의 일치겠지만 책상 위치를 바꾸고 정확히 한 달 뒤 차기 행장에 내정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행장실의 사무실 집기는 재배치하지 않았다. 풍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은행에서 이 행장뿐만이 아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한 우리은행에선 아직도 풍수를 언급하는 행원이 적지 않다. 현재 한국은행이 별관으로 쓰고 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 옛 상업은행 본점은 지관들 사이에서 ‘터가 좋지 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상업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6월 한일은행과 합병해 한빛은행(우리은행의 전신)이 됐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중요한 날에는 빨간색 넥타이를 맨다. 증권가 사람들이 주가 상승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붉은색 넥타이를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김 회장은 2012년 3월 본인의 회장 취임식과 올해 2월 김병호 하나은행장 취임식에도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다. 지난해 임원들이 참석한 신년 하례회에서도 붉은 넥타이를 매고 단상에 오른 김 회장은 “올 한 해 실적을 크게 올려 주가가 뛰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장 중 유일한 여성인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앞두고 꼭 손을 씻는 습관이 있다. “머리를 맑게 하고 (중요한 일에) 부정(不淨)을 타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 기업은행 측 설명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비슷하다. 윤 회장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앞두고 그 전날엔 꼭 음악을 들으며 반신욕을 한다”며 “집중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10월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최종 면접을 하루 앞두고도 잠자리에 들기 전 반신욕을 하며 최종 점검을 했다고 한다.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은 숫자 11을 ‘행운의 숫자’로 여긴다. 성 회장은 유독 숫자 11과 인연이 많다. 그는 1979년 1월 11일 공채 11기로 부산은행에 입행했다. 이듬해인 1980년 10월 11일 결혼식을 올렸다. 2012년 3월에는 부산은행 11대 행장에 취임했다. 이 때문에 성 회장은 이메일 주소에도 숫자 11을 넣었다. 성 회장은 “11이란 숫자는 두 다리를 뜻한다”며 “머리로 살지 말고 (발로 뛰며) 몸으로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새 영화] ‘스틸 앨리스’

    [새 영화] ‘스틸 앨리스’

    이 세상에서 질병의 고통과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이는 아무도 없다. 특히 그것이 조금씩 기억을 잃어 가는 병이라면 그 상실감은 더욱 깊을 것이다. 행복한 추억은 물론 그동안 쌓아 올린 지식이 사라진다는 것은 마치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영화 ‘스틸 앨리스’는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마치 관객 모두가 앨리스의 상황에 처한 것처럼 무서운 흡인력을 발휘한다. 미국 명문대의 존경받는 언어학 교수이자 세 아이의 엄마, 사랑받는 아내로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 하울랜드(줄리언 무어)는 강의 도중 익숙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조깅을 하던 중 정신이 멍해져 길을 잃어버리자 병원을 찾는다. 그녀가 받은 진단은 조발성 알츠하이머. 쉰 살의 젊은 나이에 드물게 발견되는 희귀병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 그녀는 현실을 완강하게 부정한다. 그러나 집 안의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도 잊어버리고, 아주 짧은 주소조차 기억해 내지 못하는 일상이 계속되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대개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환자를 둘러싸고 겪는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신파조로 다루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영화는 철저히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누구보다 정확한 어휘를 다루던 주인공이 지성을 잃고 딸의 얼굴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이를 감정과잉으로 몰아가거나 애써 눈물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지적 수준이 높을수록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병과 싸우며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붙잡으려고 애쓰는 한 인간의 노력을 절제된 시각으로 전달한다. 억지 상황을 배제함으로써 영화는 관객에게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지금이 내가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 것”이라면서 남편과의 추억을 하나둘 꺼내는 앨리스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줄리언 무어가 이 작품의 주제에 대해 “감정과 경험, 지성 등 스스로 모아 온 것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영화”라고 말한 것처럼 단순히 병 자체보다는 인간 존재와 정체성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영화가 사실적인 시각과 깊이 있는 통찰력을 지니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의 공동 각본가이자 연출을 맡은 리처드 글래처 감독은 자신이 루게릭병을 선고받은 뒤 원작 소설 ‘스틸 앨리스’를 접하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이 느끼는 두려움과 고독에 공감했다. 스스로 먹거나 옷을 입는 것조차 불가능했으면서도 늘 현장을 지켰던 감독은 이후 말을 못 하게 되자 아이패드 음성 응용 프로그램으로 배우들과 소통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이 영화를 유작으로 남긴 채 지난달 12일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고 그것을 지탱하는 힘은 사랑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으로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줄리언 무어는 삶을 포기하고 깊은 절망에 빠진 여인, 환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은 여인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원고에 밑줄을 그어 가며 연설하는 장면은 특히 더 뭉클한 감동을 준다. 영화 속에서 그는 말한다. “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이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 예전의 나로 남아 있기 위해서죠. 순간을 살라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글로벌 시대] 리콴유 전 총리의 세계관/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그리스·태국 대사

    [글로벌 시대] 리콴유 전 총리의 세계관/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그리스·태국 대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91세를 일기로 지난달 타계했다. 그의 아들 리셴룽 총리는 국장 추도사를 통해 “싱가포르는 캄캄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여태껏 우리 모두를 인도해 온 불빛이 마침내 꺼졌다”고 국부의 서거를 애도했다. 그는 1959년 자치정부 시절부터 작고 직전까지 싱가포르를 밝혀 준 횃불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전 세계를 비춘 지혜와 통찰력의 성화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역사의 진정한 거인이라고 칭송했으며 시진핑 주석은 그를 중국의 ‘라오펑유’(朋友·오랜 친구)라고 추모했다. 리 전 총리는 2013년 발간된 그의 마지막 역저 ‘한 사람의 세계관’에서 중국의 민주화 문제에 대해 이렇게 설파하고 있다. 5000년 동안 중국인들은 중앙이 강력할 때만 나라가 안전하다고 믿어 왔다. 중앙이 취약하다는 것은 혼돈과 혼란을 의미한다. 강력한 중앙은 평화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가져온다. 모든 중국인들이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일부 서방세계에서는 중국이 서방의 전통에 따라 민주주의가 되기를 원하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리 전 총리는 동일한 저서에서 1986년 덩샤오핑 최고지도자가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싱가포르가 어떻게 중국 최고지도자에게 개방 경제의 혜택을 확신시켜 줄 수 있었는지 술회하고 있다. 덩샤오핑은 어떻게 부존자원 없는 조그마한 섬이 외국 투자, 경영, 기술 및 시장을 유치함으로써 인민들이 양질의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를 면밀히 관찰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개방 필요성을 확신하고 귀국하자마자 싱가포르 모델을 원용해 6개 특별경제구역을 출범시켰다. 그의 싱가포르 방문은 중국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순간이자 전환점이었다. 같은 저서에서 그는 미·중 관계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이며, 양 거인 간의 평화와 협력은 아시아에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며, 양국 간 충돌은 양국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감안하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미국으로서는 군사기술 향상 노력을 늦추지 않으면서 중국의 국제사회 통합을 도와주고 중국이 국제질서 형성에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야 하며 그러면 중국은 글로벌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준수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전 총리는 상기 저서에서 북한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기술하고 있다. 북한은 돌아오지 못할 지점을 이미 지났으며, 중국이 북한 지도자들을 중국의 상하이·광저우 및 선전 등 중국 개혁·개방 중심 도시를 보여 주면서 권력을 놓치지 않고 점진적 개방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설득했음에도 북한은 중국과는 판이한 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개인 숭배에 의해 봉합돼 있으며 숭배 인물이 붕괴하면 나라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전 총리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전략가이자 사상가였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지도자들이 그의 통찰력과 비전을 높이 사서 그의 조언을 구했다. 그는 1976년부터 거의 매년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자를 모두 만났다. 1962년부터 미국을 방문하기 시작했으며 그의 워싱턴 방문은 일종의 국가적 이벤트였다.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는 거의 자동적이었다. 그의 통찰력은 우리 후대에 유산으로 넘겨졌다. 그가 행동으로 실천한 국가경영 철학, 특히 양질의 교육, 효율성, 책임성, 투명성, 반부패 등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소중한 가치다.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코오롱그룹] 안병덕, 열정·성실함 상상 초월… 33년간 휴가 ‘0’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코오롱그룹] 안병덕, 열정·성실함 상상 초월… 33년간 휴가 ‘0’

    코오롱그룹의 지주회사인 ㈜코오롱의 안병덕(58) 사장은 1982년 코오롱상사에 입사해 회장비서실과 부속실 근무를 거쳐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사장,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코오롱을 이끌고 있다. 비서실과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두루 거친 그의 경험은 ㈜코오롱이 그룹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입사 이후 33년간 단 한 번도 휴가를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2월 모친상을 당했을 때도 발인 다음날 바로 업무에 복귀했을 정도다. 친화력이 뛰어나고 딱 한 번 만난 직원도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 먼저 인사할 정도로 관찰력이 남다르다. 박동문(57) 사장은 코오롱의 주력 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이끈다. 1983년 코오롱상사에 입사해 ㈜코오롱 인도네시아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코오롱글로텍 대표이사 부사장, 2010년 코오롱글로텍 사장 겸 코오롱아이넷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박 사장은 ‘기본을 바탕으로 생각이 젊은 회사’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회사의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도 타이어코드를 비롯한 자동차 소재 제품들의 실적 확대를 이뤄냈다. 특히 패션 부문에서 중국 코오롱스포츠 매장 수를 180여개로 늘리고 럭키슈에뜨, 쿠론, 슈콤마보니 등의 인기 브랜드를 론칭해 성공적인 결과를 일궜다. 윤창운(61) 코오롱글로벌㈜ 사장은 1981년 코오롱건설 기획실에 입사하고 코오롱그룹 회장 비서실, 코오롱SPB사업부를 거쳐 코오롱과 SKC의 PI FILM 합작 회사 SKC코오롱PI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합작사 설립 후 직원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양 사 직원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국내 시장 점유율을 약 90%까지 끌어올리며 2013년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코오롱글로벌㈜ 사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불필요한 관행은 철저히 배제하는 스타일이다. 이해운(59)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대표이사는 1982년 ㈜코오롱에 입사한 후 30여년간 연구·개발(R&D)과 생산기술 업무를 담당한 정통 엔지니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장과 환경안전기술본부장 등을 거쳐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코오롱의 모태 사업에도 정통하다. 지난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사업 영역을 기존의 원사, 원단에서 나아가 나노섬유까지로 확대시켰다. 한달 중 12일 이상은 고객과 직접 만나는 현장 경영으로 유명하다. 장희구(56)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는 1986년 ㈜코오롱에 입사해 ㈜코오롱의 구매팀장, 도쿄사무소장, 코오롱플라스틱 사업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가 됐다. 별명은 ‘고참 영업사원’이다. 아무리 바빠도 매주 고객사를 직접 방문해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담당자를 만나 불편 사항이나 요구 사항을 듣는다. 평직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유명한 최고경영자(CEO)다. 이우석(58)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는 1978년 행정고시 22회 출신으로 산업자원부 국제협력과장, 장관 비서관, 총무과장 등을 지냈다. 2000년 오랜 공직 생활을 접고 코리아이플랫폼을 창업했다. 2006년 당시 코리아이플랫폼이 코오롱 계열로 편입되면서 현재는 코오롱제약과 코오롱생명과학 2개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통찰력과 분석력이 뛰어나 핵심을 짚어낸 뒤 빠르게 결정해 행동으로 옮긴다는 평을 듣는다. 이수영(47)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대표이사는 2003년 코오롱그룹에 입사해 경영전략팀장, 신사업팀장,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코오롱그룹 최초의 여성 CEO이기도 하다. 트렌드를 읽는 눈이 뚜렷하고 기획력과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호선(56) 코오롱베니트 대표이사는 LG전자와 LG IBM에서 직판영업과 전략기획 등을 담당하다 2002년 코오롱정보통신 상무로 입사했다. 코오롱아이넷, 코오롱글로벌 등을 거쳐 2014년 코오롱베니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취임 후 그룹 내 정보기술(IT)서비스와 솔루션 사업을 성공적으로 통합해 사업과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재편하는 성과를 거뒀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국부’ 그는 누구인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국부’ 그는 누구인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23일 타계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작지만 강하고 잘사는 싱가포르의 기적과 신화를 이룬 인물로, 아시아의 대표적 지도자로 통한다. 정치,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가 드문 동남아시아에서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최고 잘사는 나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금융 및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고, 부정부패가 드문 깨끗한 사회로 건설한 리 전 총리는 국부(國父)로 일컬어진다. 그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59년부터 자치정부 총리를 지냈다.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할 때까지 26년간 총리로 재직했다. 자치정부 시절까지 합하면 31년 동안 총리로 재직해 세계 사상 가장 오랫동안 총리로 재직했다. 독립 당시 400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그가 총리직에서 퇴직한 1990년에 1만2천750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5만6천113달러로 세계 8위, 아시아 1위이며,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국가경쟁력은 세계 2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 국가청렴도는 세계 5위이다. 오늘의 싱가포르를 있게 한 주인공이 리콴유라는 데 이견이 없다. 리콴유는 1923년 영국 식민지 시절 싱가포르에서 부유한 화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소속인 피츠윌리엄 칼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51년 귀국해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1954년 인민행동당(PAP)을 창당하고 사무총장에 올랐다. 1959년 자치정부 총리가 됐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였다. 그가 독립 싱가포르의 총리로 취임했던 1965년 싱가포르는 부존 자원은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해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사와야 할 정도로 암울했다. 하지만 현재 싱가포르는 ‘아테네 이후 가장 놀라운 도시국가’로 불리고 있다. 그는 집권 후 재정 안정화, 서민주택 보급, 공직비리조사국 설치, 해외투자 유치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개발도상국이 소홀히 하기 쉬운 환경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여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싱가포르 항만공사를 설립해 세계 일류 수준의 컨테이너 항구를 건설했고, 석유파동 속에서도 미래에 대비해 창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등 주요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 같은 장기적 안목의 투자는 싱가포르를 물류 중심지, 동서양 항공의 요충지로 만들었다. 또 세계 유명 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에는 비판과 논란도 뒤따랐다.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깨끗하고 범죄율이 낮은 도시가 된 배경에는 무거운 벌금, 태형 등 강력한 처벌이 자리잡고 있다. 마약 소지자는 엄벌에 처하고 껌만 뱉어도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한 통제를 국가경영에 도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리기도 했으며, 경제적인 부에도 한때 싱가포르의 국민행복지수는 150개국 중 149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의 이런 통치 방식은 ‘온건한 독재’, ‘가부장적 통치’로 불렸다. 그러나 동남아의 다른 독재자들처럼 무력을 동원하거나 경제개발 과정에서 착취나 인권침해 논란을 초래하지 않았다. 노조활동과 임금인상을 억제했지만 성과급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출을 유도하고, 공무원들이 부정부패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수를 공무원들에게 지급했다. 그를 지지하는 정치 전문가들은 그의 독재적 방식이 국가통치를 효율화하는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리 전 총리 자신은 독재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서구에 비해 개발이 뒤진 아시아가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했다. 이는 당시 아시아에 만연했던 독재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등이 아시아적 가치에 동조했으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져 아시아의 정치,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더 이상 아시아적 가치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리콴유는 세계와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녀, 덩샤오핑에서 시진핑 주석에 이르기까지 중국 지도자들의 스승 역할을 했다. 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도 그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콴유는 1990년 고촉동 전 총리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줬다. 2004년 14년간 총리로 재임했던 고 전 총리가 물러나 리콴유의 첫째 아들인 리셴룽(李顯龍)이 새 총리로 취임했다. 리셴룽 총리의 등장은 또다른 형태의 권력세습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오랫 동안 정치, 행정 분야 요직을 거치면서 지도자 교육을 받았던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 국민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대체로 존경받는 지도자로 통한다. 리콴유는 2010년 세상을 먼저 떠난 부인 콰걱추(柯玉芝) 여사와 2남 1녀를 뒀으며 한국도 수차례 방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타계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누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23일 타계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작지만 강하고 잘사는 싱가포르의 기적과 신화를 이룬 인물로, 아시아의 대표적 지도자로 통한다. 정치,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가 드문 동남아시아에서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최고 잘사는 나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금융 및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고, 부정부패가 드문 깨끗한 사회로 건설한 리 전 총리는 국부(國父)로 일컬어진다. 그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59년부터 자치정부 총리를 지냈다.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할 때까지 26년간 총리로 재직했다. 자치정부 시절까지 합하면 31년 동안 총리로 재직해 세계 사상 가장 오랫동안 총리로 재직했다. 독립 당시 400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그가 총리직에서 퇴직한 1990년에 1만2천750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5만6천113달러로 세계 8위, 아시아 1위이며,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국가경쟁력은 세계 2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 국가청렴도는 세계 5위이다. 오늘의 싱가포르를 있게 한 주인공이 리콴유라는 데 이견이 없다. 리콴유는 1923년 영국 식민지 시절 싱가포르에서 부유한 화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소속인 피츠윌리엄 칼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51년 귀국해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1954년 인민행동당(PAP)을 창당하고 사무총장에 올랐다. 1959년 자치정부 총리가 됐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였다. 그가 독립 싱가포르의 총리로 취임했던 1965년 싱가포르는 부존 자원은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해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사와야 할 정도로 암울했다. 하지만 현재 싱가포르는 ‘아테네 이후 가장 놀라운 도시국가’로 불리고 있다. 그는 집권 후 재정 안정화, 서민주택 보급, 공직비리조사국 설치, 해외투자 유치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개발도상국이 소홀히 하기 쉬운 환경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여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싱가포르 항만공사를 설립해 세계 일류 수준의 컨테이너 항구를 건설했고, 석유파동 속에서도 미래에 대비해 창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등 주요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 같은 장기적 안목의 투자는 싱가포르를 물류 중심지, 동서양 항공의 요충지로 만들었다. 또 세계 유명 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에는 비판과 논란도 뒤따랐다.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깨끗하고 범죄율이 낮은 도시가 된 배경에는 무거운 벌금, 태형 등 강력한 처벌이 자리잡고 있다. 마약 소지자는 엄벌에 처하고 껌만 뱉어도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한 통제를 국가경영에 도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리기도 했으며, 경제적인 부에도 한때 싱가포르의 국민행복지수는 150개국 중 149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의 이런 통치 방식은 ‘온건한 독재’, ‘가부장적 통치’로 불렸다. 그러나 동남아의 다른 독재자들처럼 무력을 동원하거나 경제개발 과정에서 착취나 인권침해 논란을 초래하지 않았다. 노조활동과 임금인상을 억제했지만 성과급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출을 유도하고, 공무원들이 부정부패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수를 공무원들에게 지급했다. 그를 지지하는 정치 전문가들은 그의 독재적 방식이 국가통치를 효율화하는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리 전 총리 자신은 독재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서구에 비해 개발이 뒤진 아시아가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했다. 이는 당시 아시아에 만연했던 독재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등이 아시아적 가치에 동조했으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져 아시아의 정치,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더 이상 아시아적 가치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리콴유는 세계와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녀, 덩샤오핑에서 시진핑 주석에 이르기까지 중국 지도자들의 스승 역할을 했다. 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도 그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콴유는 1990년 고촉동 전 총리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줬다. 2004년 14년간 총리로 재임했던 고 전 총리가 물러나 리콴유의 첫째 아들인 리셴룽(李顯龍)이 새 총리로 취임했다. 리셴룽 총리의 등장은 또다른 형태의 권력세습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오랫 동안 정치, 행정 분야 요직을 거치면서 지도자 교육을 받았던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 국민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대체로 존경받는 지도자로 통한다. 리콴유는 2010년 세상을 먼저 떠난 부인 콰걱추(柯玉芝) 여사와 2남 1녀를 뒀으며 한국도 수차례 방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집안일 도운 아이 성공할 확률 높다

    어릴 때부터 청소나 심부름 같은 허드렛일을 많이 한 어린이가 여러 방면에서 성공한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마티 로스만 미네소타대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어렸을 때부터 심부름을 많이 한 사람들의 자기 만족도가 십대 이후 집안일을 시작한 사람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어릴 적 허드렛일이 성공을 이끄는 이유는 자아 존중감과 공감 능력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어린이 84명의 성장 과정을 분석한 로스만 교수는 “3~4살 때부터 집안일을 도운 어린이들은 숙달·통찰력, 책임감, 자신감을 갖게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는 감성 능력을 지녔다”면서 “이들은 가족, 친구와 관계가 좋을 뿐 아니라 학문적, 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를 집안일에 효과적으로 참여시키려면 ‘보상 체계’에 따르기보다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벌로 일을 시키거나 일을 했다고 용돈을 주기보다 집안일은 가족을 위해 대가 없이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동기 부여에 효과적이란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녀가 집안일을 끝냈을 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보다 “이제 돕는 사람이 됐을 정도로 컸구나”라는 식으로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고 WSJ는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통합 사회복지법제론(홍원식·김용주 지음, 공동체 펴냄) 국민의 행복추구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 관련 제도와 이론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사회복지법제론에 대한 이론서.사회복지 정책 집행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조문 해석과 함께 키워드 해설을 곁들였다. 532쪽. 2만 5000원 티베트에 美치다(김성태 지음, 포토닷 펴냄) 전직 신문기자인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티베트 고원을 종단하며 글으로 남긴 인문지리 기행서. 세계의 오지를 책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 첫 작품. 동티베트 지역에서 티베트 고원까지의 내밀한 역사와 문화유산 등을 기자 특유의 통찰력으로 전한다. 412쪽. 2만 5000원. 일본 사상으로 본 일본의 본질(마에다 쓰토무 지음, 이용수 옮김, 논형 펴냄) 병학, 주자학, 난학, 국학 사상으로 일본인의 정체성 본질을 규명했다. 근세 일본사회가 병영국가였고, 그 사조가 메이지 이후 근대까지 이어졌음을 풍부한 자료로 증명한다. 372쪽. 2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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