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려운 일 해냈다”… 감격의 악수·환호
◎서울 총리회담 마지막날 표정/“우린 서로 궁합이 잘맞는 모양”/정 총리/“이처럼 역사적인 서명은 처음”/연 총리/북 기자,“「장군의 아들」 주인공이 김정일이냐”
▷서명식◁
○…정원식국무총리와 연형묵북한정무원총리는 13일 상오9시 역사적인 남북합의서 서명을 위해 서울쉐라톤 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무궁화홀에 마련된 회담장에 입장.
○기자와 가벼운 조크
김종휘대통령외교안보보좌관,송한호통일원차관등과 함께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회담장에 들어선 정총리는 북측기자들에게 먼저 『다들 표정이 밝아 보이는군요』라며 인사를 건넨다음 우리측 기자들에게도 『수고많으셨습니다』라고 격려.
연총리는 백남준조평통서기국장·김광진인민무력부,부부장등과 함께 입장했으며 정총리가 『잘주무셨습니까.표정이 밝군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예,어제 약속한대로 초저녁부터 잘 잤습니다』라고 화답.
▷합의서 채택◁
○…상오9시 정각에 개최된 본회의에서 북측 백남준대표와 우리측 송한호대표는 전날 실무대표접촉에서 타결한 합의서를 감격한듯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각각 낭독,보고함으로써 합의내용을 공식화.
쌍방 대표의 보고가 끝난 뒤 사회를 맡은 정총리는 북한측에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연총리가 이에 『이의 없습니다.좋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정총리는 『그러면 합의서는 채택되었습니다』라고 상오9시30분쯤 공식 선언.
○6차회담 일정 이견
○…이어 쌍방은 6차 평양회담 개최 날짜를 놓고 협의를 시작했으나 상호 입장이 엇갈려 30여분동안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계속.
이날 진통은 전날 밤 실무대표접촉에서 우리측이 내년 1월중 6차회담 개회를 제의,북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으나 연총리가 2월21일 개최를 주장하는 바람에 비롯.
우리측은 1월말 또는 2월초 개최를 주장했으나 북측은 2월 중순이후를 고집해 결국 북측안에 가까운 2월18일 개최로 결정.
○…정총리는 이어 10시20분쯤 『합의서는 대단히 중요한 사업인만큼 일단 서명합시다』라고 제의했으며 연총리가 『이처럼 역사적인 사인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하자 『우리의 궁합이 잘 맞아서 된것 같다』고 대답.
○일제히 일어서 박수
이어 쌍방 총리는 각각 만년필로 2부의 합의서에 역사적인 서명을 한뒤 1부씩 교환하면서 굳게 악수를 하자 쌍방 대표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서 환영.
정총리가 『참 어려운 일을 했다』며 『다함께 악수하자』고 제의하자 쌍방 대표는 전원 악수를 교환했으며 역사적인 장면을 다시한번 담기를 희망하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합의서를 멋쩍은 표정으로 한번 더 교환.
이어 쌍방 총리의 폐회발언을 한뒤 상오10시40분쯤 5차회담은 종료.
양총리는 이어 10시50분쯤 나란이 대기실 밖으로 나가 호텔앞에 대기하고 있는 승용차에 같이 탑승,청와대로 직행했는데 정총리는 뒷좌석 오른쪽의 상석을 연총리에게 양보.
○…대표단이 청와대를 예방하는 사이 북측기자단은 쉐라톤 워커힐호텔내 가야금홀에서 「장군의 아들Ⅱ」를 관람했는데 일부 북측기자들은 『장군의 아들이면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아들인 김정일동지에 관한 영화냐』며 관심을 표명.
북측기자들은 그러나 우리측 관계자들이 『일제하에 만주등에서 항일투쟁을 하던 김좌진장군의 아들 김두한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라는 설명에 다소 실망하는 눈치.
○「안기부장 독대」 부인
▷기자회견◁
우리측 대표단의 이동복대변인은 이날 하오 이번 고위급회담을 마무리 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의 성과및 앞으로의 전망등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상세히 설명.
이대변인은 먼저 이날 본 회의가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것과 관련,『6차회담 날짜를 잡는데 남북양측간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우리측은 합의서의 발효일을 앞당기기 위해 내년1월안에 6차회담을 갖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이 1월중에는 내부적으로 바쁘고 2월16일에는 김정일생일이 있고 해서 2월하순경에 열자고 주장해 진통을 겪었다』고 소개.
이대변인은 이어 연형묵 북한총리가 우리측 서동권안기부장을 독대했다는 일부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기도.
○호텔관계자와 작별
▷호텔→판문점◁
○…연총리를 비롯,3박4일의 일정을 모두 마친 북측대표단 90명은 이날 하오3시 판문점으로 떠나기에 앞서 이들을배웅하기 위해 호텔로비에 도열한 호텔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작별 인사.
○“정 총리 고생 많았다”
▷판문점◁
○…북측대표단의 수행원과 기자들은 우리측지역 평화의 집을 도보로 출발,중감위 회의실을 거쳐 조평통소속 「여성일꾼」들의 환영을 받으며 10여분만인 하오4시52분 입북을 완료.
이들은 『오늘은 매우 기쁜날』이라며 자신들을 배웅나온 우리측 안내원들과 악수하고 더러는 포옹하며 아쉬움속에 작별.
한 판문점 북측요원은 『통일각에는 조평통의 전금철부위원장이 영접나와 있다』며 『연총리는 평양까지 열차편을 이용할 것』이라고 귀띔.
○…대표단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환담하는 동안 자신을 조평통간부라고 소개한 북측의 한 수행원은 『회담이 잘되고 합의서가 채택돼 평양에 돌아가는 체면이 서게됐다』고 말문을 연뒤 『연총리의 공이 컸지만 정원식총리선생도 수고가 많았다』고 추켜세워 회담성과에 만족하는 북측 분위기를 반영.
○…북측 대표단은 이날 4시40분쯤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 도착,배웅나온 김종휘대통령외교안보보좌관등 6명의 남측 대표들과 10여분간 환담.
연총리는 떠날 시간이 돼 『각자 가자니 섭섭하구만』이라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남측대표 2∼3명이 동시에 『도로 서울로 가시죠』라고 했으며 이에 북측 백남준 대표는 『잡으려면 서울서 남으라고 해야지…』라고 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