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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ctor & Disease] 서울보훈병원 박승철 원장

    [Doctor & Disease] 서울보훈병원 박승철 원장

    “흔히 조류 인플루엔자(AI)를 인간의 독감과 동일시하는데, 전혀 다릅니다.AI가 오리나 철새를 숙주로 하는 데 비해 독감은 사람이나 말, 고래 등 영장포유류에만 기생합니다. 과거의 전례에서 보듯 이 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일으키느냐가 문제지만 미리 공포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대비는 필요하지요.” 최근들어 전 세계를 옥죄고 있는 용어가 바로 AI, 즉 조류 인플루엔자이다. 인류의 공포는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된다. 특히 AI의 진원지 격인 중국이 우리나라와 인접해 인적·물적 교류는 물론 두 지역이 철새의 통로에 있어 우려를 더하게 한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감염질환의 개척자로 2003년 보건복지부의 ‘SARS(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대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서울보훈병원 박승철(66) 원장은 “문제는 바이러스의 변이이고, 이런 점에서 취약한 환경조건의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위협이나 그렇다고 독감을 AI와 동일시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와 AI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AI란 어떤 질병인가. -닭, 오리, 야생조류 등의 독감을 말한다. 독감은 조류뿐 아니라 사람 등 영장포유류도 걸린다. 조류의 장 속에서 기생하는 AI는 보통 때는 별 증세를 일으키지 않지만 이게 닭에게 전파되면 1∼2일 후 감염된 닭의 80∼100%가 죽는다. ▶AI가 위협이라고 여기는 근거는 무엇인가. -닭, 오리 등 가금류와 사람이 같이 생활하는 게 문제다.20세기 이후 재앙 수준의 독감 대유행이 3회 있었는데, 그 원인 바이러스가 바로 ‘H5N1’으로 불리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직접 또는 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거론되는 AI는 닭의 독감이지 결코 인간의 독감은 아니므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AI가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느낄 만한 사례가 있는가. -1918년 스페인독감,1957년 아시아독감,1968년 홍콩독감 등이 모두 AI바이러스에서 비롯됐으며 이것이 위협의 근거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인가. -AI바이러스이 특성 때문이다.RNA바이러스에 속하는 이 바이러스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끊임없는 변이를 통해 새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 바이러스가 작은 변이를 일으키면 일반 독감 정도에 그치지만 대변이를 일으키면 인간에게 면역이 돼 있지 않아 막대한 인명피해를 낸다. 사례를 통해 보면 대변이에 의한 독감이 닥칠 경우 인구의 20∼50%가 감염돼 이 가운데 10%가 입원하며 이 중 3∼4%가 사망한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생길 경우 3만∼4만명은 사망한다는 결론이다. ▶AI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인가. -AI든 인간 독감이든 기본구조는 같다. 바이러스는 H와 N항원구조로 돼 있는데,H에 15개,N에 9개의 아형이 존재해 이의 조합에 따라 ‘H5N1’도 되고 ‘H3N2’도 된다. 이렇게 변이하는 종류는 셀 수가 없다. ▶바이러스의 성격상 국지적 방역이 무의미한데, 국가별 대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맞는 말이다. 독감은 공기와 접촉 2방향으로 전파되는데, 글로벌시대답게 근래에는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전파되는 데 불과 4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걸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의 국가 대책은 어떤가. -다행히 우리는 WHO(세계보건기구)와 연계, 지난 97년 홍콩 AI 발생 때부터 대책을 준비해 왔으며,2001년에는 보건복지부가 독감 경보 및 대책수립 시스템인 ‘KISS’를 가동해 오고 있는데, 이게 외국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잘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박 박사의 설명은 구체적이었다. 그는 현재의 ‘H5N1’이 변이를 통해 신종 슈퍼독감으로 돌변할 수는 있으나 놀라운 독성과 전파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이렇게 말한다.“이게 대변이를 일으켜야 창궐이 가능합니다. 신형 슈퍼독감은 지난 68년에 유행했고,40년 주기설에 따르면 언제든 유행할 가능성은 있으나 우려할 근거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이 바이러스는 인위적 생산이 가능해 이를 생물테러의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지요.” ▶이에 대해 세계 보건의학계에서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의학계도 WHO의 독감 대유행에 대비한 정책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2000년 이후 제네바에서 매년 전 세계 독감 전문가들이 모여 방역대책과 예방, 항바이러스제제 비축문제를 논의하고 있고, 각국 정부 및 의료계, 제약업계에도 새 지침을 배포했다. ▶AI백신은 개발되고 있는가. 또 그 유효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두가지 방향에서 생각할 수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백신은 닭의 AI 예방용으로, 우리나라도 수의과학검역원과 중앙백신연구소에서 개발해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모델이 나타나지 않아 신형 슈퍼독감 백신은 손도 못대고 있다. 백신은 앞서 말했듯 다른 생명체로 전파하는 기능의 H항원과, 증식된 바이러스가 기존 세포에서 이탈하도록 하는 N항원의 기능을 무력화시켜야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현재 거론되는 타미플루나 릴렌자는 항바이러스제일 뿐 백신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AI가 인간에게 전이될 경우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가능성이 있는 얘긴가. -이게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바이러스는 핵탄두와 미사일에 비견된다.AI바이러스가 아무리 독해도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거나 인체에서 독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만약 기존 ‘H5N1’의 독성에 흔한 독감의 전파력을 갖춘 신형 슈퍼독감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면 대재앙이 올 것이다. ▶우리 진료체계에 문제는 없는가. -우리의 치료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사스에도 잘 대처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박 박사는 “걱정없다.”고 했지만 정책 문제에 대해서는 사스,AI, 신형 슈퍼독감에 대한 연구지원이 전무하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수십년 전 의료 암흑시대에 있었던 일을 두고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바이러스 변이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닥치기 전에 예측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 박승철 박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한양대의대 교수▲미국 조지타운대 교환교수▲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과장 및 내과 주임교수, 고려대 신종전염병연구소 소장▲대한감염학회장▲대한내과학회 부이사장▲대한화학요법학회장▲보건복지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대책자문위원회 위원장▲아시아·태평양 독감자문위원회 이사▲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종신회원▲WHO 독감전문위원▲지석영 의학상,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질병관리본부 독감자문위원회 위원장▲현, 서울보훈병원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재개발 열풍 서러운 달동네

    재개발 열풍 서러운 달동네

    ‘도시의 공기는 자유를 만든다.’ 서구 중세시대의 격언입니다. 당시 농노계급이 신분의 자유를 얻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은 도시로 ‘탈출’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시는 왕이나 영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자치권을 가지고 있던 덕분이지요. 한국전쟁 직후 다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서울은 서구의 중세 도시와 유사한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생존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일푼 ‘촌놈’들이 제 한몸 뉘일 곳은 달동네뿐이었지요.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극중 홍식과 춘섭의 달동네 생활이 팍팍한 우리네 일상과 다를 바 없던 까닭일 것입니다. 그런 달동네가 이젠 서울에서 사라져만 갑니다.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변모하는 것은 분명 반길 일입니다. 하지만 대신 들어서는 ‘아파트숲’에 달동네 사람들이 등 비빌 데는 좁기만 합니다. 갈 곳 없이 남은 이들에게는 이번 겨울도 가혹하기만 합니다. 성북동 고급 빌라와 중계동 학원촌의 그늘에서 연탄 한 장과 김치 한 포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옛 것 없는 새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과거 우리의 모습인 이들을 어떻게 포용하느냐는 어떤 미래를 그릴 것인가라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함께 하지 않는 내일은 우리가 아닌 ‘그들만의 미래’입니다. 새벽 하늘에 진눈깨비가 날린 지난 21일. 하늘과 맞닿은 달동네는 이미 한겨울 바람이 휘감고 있었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주인 없는 집들. 코흘리개 아이들과 강아지들은 그 사이를 뛰어다닌다. 구멍가게 난로 주위는 노인들 차지다. 서울에서 얼마 안 남은 달동네 풍경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 달동네로 향하는 길만큼이나 가파른 일상의 풍경들이 펼쳐진 곳. 그러나 달동네는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 곧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서울 달동네 사람들의 겨울나기를 살펴봤다. 서울의 달동네는 이제 손을 꼽을 정도다. 노원구 상계4동 희망촌과 양지마을, 성북구 성북2동 북정골 등 4∼5곳만 남아있다. 그것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중 이거나 추진되고 있다. 노원구 상계4동 ‘희망촌’은 서울시내에서 달동네의 명맥을 이어가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종점인 당고개역으로 가다 보면 창 밖 오른쪽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희망촌에는 300여가구 1000여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당고개역에서 내려 수락산 자락을 따라 오르는 가파른 계단과 좁은 차도가 세상과 이곳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다. 상계 4동은 거의 전체가 3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돼 있다. 희망촌을 찾은 손님을 가장 먼저 맞는 이들도 부동산 업소들이다. 쓰러져가는 집마다 업자들의 명함과 전단이 도배돼 있다. 달동네 사람들에게 겨울은 여전히 가혹한 계절이다. 이중창은 고사하고 비닐과 목재문으로 겨우 바람만 막았다. 도시가스는커녕 유지비가 만만찮은 기름보일러도 이 곳에서는 사치다. 최근에는 연탄을 다시 때는 집도 늘었다. 그러나 연탄값도 버겁다. 주민 정상준(55)씨는 “하루 연탄 세 장이면 방 뜨끈하게 데울 수 있지만 돈이 없어서 마음대로 못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산동네까지 배달되는 연탄은 장당 380원 정도다. 한겨울을 나려면 500장은 필요하다.20만원도 이들에게는 큰 돈이다. ●집세 오를까봐 집 수리도 못해 희망촌 건너편 ‘양지마을’에는 5800여가구 1만 6000여명이 살아간다.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 서울시민 대부분이 저렴하게 이용하는 도시가스가 이곳에도 들어오지 않아 연탄·기름·전열기 등에 의지하고 있다. 결국 중산층보다 연료비 부담이 더 큰 셈이다. 이날은 마침 한 기업에서 보내온 김치를 주민들에게 배달하는 날. 상계4동 사회복지사 강수아(32·여)씨와 함께 김치를 들고 나섰다. 이곳에는 유독 독거노인들이 많다. 이들에게는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전달하는 도시락과 안부전화가 거의 유일한 ‘생명줄’이다. 김치를 받은 김옥분(가명·70) 할머니는 연신 복지사의 손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훔쳤다. 김 할머니는 연탄 땔 힘도 돈도 없어 작은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살고 있다. 그나마 전기값도 걱정이다. 김 할머니는 청각장애까지 겪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약값 등으로 15만원이나 나가서 보청기도 새로 사지 못했다. “그래도 너희들 때문에 겨우 살아. 따뜻하게 다녀.” 김 할머니는 추운 날씨에 산동네를 오르내리는 복지사를 되레 친딸처럼 걱정한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세입자들이다. 보증금 500만원에 20만원 안쪽의 월세를 낸다. 그러나 눈·비로 천장이 내려앉거나 담장이 무너져도 집주인들과는 연락이 안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집주인에게 연락을 못 하기는 세입자들도 마찬가지다. 강씨는 “수리가 되면 집세 오를 걱정에 연락 안 하고 위험하게 사는 게 여기 사람들의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나무도 여전히 훌륭한 땔감 중계본동 산 104번지에는 1670여가구 4000여명이 부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도 개발 열풍이 한창이다. 주택공사와 SH공사가 이곳을 수용한 뒤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여기 주민들은 대개 들어온 지 10년 정도 된 이들이다. 다른 달동네와 달리 젊은 사람들도 눈에 종종 띄는 이유다. 젊은 부부와 중년 부인은 물론 짙은 화장에 세련되게 빼 입은 아가씨들까지 다닌다. 하지만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여전히 어려운 사람들로 넘친다. 특히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이들도 많다. 도끼로 나무를 패고 있던 박상춘(50)씨는 “공사장 폐목이나 버려진 가구 등을 잘개 쪼개 난로 땔감으로 쓴다.”면서 “나무도 남아도는 데다 연탄값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천막에 쌓아둔 나무에 불이라도 나면 동네 전체로 퍼질 것 같아 위험천만해 보였다. ●텃밭서 김장거리 수확 성북구 성북 2동 북정골은 가장 도심에 가까운 달동네다. 북악산 자락 서울성곽 바로 아래에 있다. 이곳은 비교적 다른 곳보다 생활 형편이 낫다. 기초생활수급자 숫자도 일반 동네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꼬불꼬불한 길과 쓰러져가는 집들, 그리고 생활고를 겪는 이웃들이 많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북정골에서 눈에 띄는 풍경은 텃밭이다. 가파른 경사나 집 뒤편 작은 공터에 마련한 밭에 배추나 파 등을 심었다.‘산사태의 원인인 농사를 짓다가 처벌될 수 있다.’는 구청의 경고문도 생활고 앞에서는 효력을 잃었다. 마침 서너평 남짓한 밭고랑의 배춧잎을 줍던 박순자(가명·57·여)씨는 “여기서만 열 포기 넘는 배추를 수확했다.”면서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데 이렇게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성북2동 사회복지사 이주안씨는 “자연환경과 함께 사는 북정골 주민들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다행히 정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달동네의 ‘대명사’ 하월곡동 산2번지. 한때 2000가구 이상 모여 살았지만 지금은 100가구도 채 안 남았다. 지난 9월 재개발 사업시행 인가가 확정되면서 주민들은 밀물 빠지듯 흩어졌다. 이 곳 장위중학교 맞은편에서 구멍가게를 하고 있는 이진배(69)씨는 하월곡동 달동네 토박이다. 고향인 전남 곡성에서 40여년 전 상경한 뒤 여기서 쭉 지냈다. 하지만 이씨에게 이제 남은 건 걱정뿐이다. 가게와 조그만 집의 권리금은 8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연립 하나 장만할 돈도 안 된다. 이곳을 떠나는 것도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씨는 “청춘을 보낸 하월곡동을 떠나는 게 시원섭섭하다.”면서 “마지막으로 설을 쇤 뒤 지방 쪽으로 거처를 옮길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두걸 고금석기자 douzirl@seoul.co.kr ■ 달동네의 유래는 ‘달동네’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정설은 없다.60∼70년대 신문에서 각종 개발 사업의 여파로 도심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나 형편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달이 잘 보이는 산자락에 천막을 짓고 산다는 의미로 ‘달나라 천막촌’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이 말이 1980년 TV 일일연속극 ‘달동네’가 방영된 이후부터 불량·불법 가옥이 몰려있는 산동네를 의미하는 대명사격으로 사용됐다. 당시 이 드라마는 어려운 처지 속에서도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려 큰 인기를 누렸다. 사실 60∼70년대 ‘강제이주’된 철거민들에게 허락되는 것은 비바람을 겨우 피할 만한 천막 하나였다. 수도며 하수도, 부엌까지 공동으로 사용하며 어깨 너머로 옆집의 살림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주거환경은 열악했다. 달동네는 ‘주거환경개선’이나 ‘재개발’의 대상이었지만 도시 성장에 필수적인 노동력을 공급해주는 의미는 부인할 수 없었다. 청계천 주변, 청량리, 사당동, 봉천동, 행당동, 삼양동, 하월곡동, 상계동, 상도동 등 서울 곳곳에 자리잡았던 달동네는 80∼90년대 이후 대부분 높은 ‘아파트 숲’으로 변하게 됐다. 얼마 전까지 달동네의 대표격이었던 난곡도 이제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곧 경전철이 도입되는 ‘신도시’가 된다. 상계4동, 중계본동 등 일부 남은 지역들도 뉴타운이나 공공개발 등 개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달동네가 없어지면 원주민들은 어디로 옮겨가느냐는 것이다. 재개발 뒤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은 30% 남짓이다. 다른 대체 주택을 찾아야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달동네가 사라지는 상황이라 이주할 곳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개발이 끝난 난곡의 경우 인근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방이 이전 달동네 주민 대부분을 흡수했다. 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도움 인천 수도국산 박물관
  • [서울이야기](29)서울속의 외국인문화

    [서울이야기](29)서울속의 외국인문화

    서울은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된 열광의 도시, 인구규모 세계10위인 다이내믹한 동북아의 국제교류도시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는 점에서 외국의 도시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 서울에는 외국인이 약 6만여명이 살고 있고, 이들을 거리에서 만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인사동 거리마저 스타벅스 카페가 입주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도시국제화 지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식당이나 쇼핑센터, 교통안내판 등에 외국어 표기가 아직 부족하고, 길가에 선 외국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쳐 버린다. 아마 영어를 말하기가 두려워 우리는 본의 아닌 외국인 기피증을 보이는 것이다. 서울이 국제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활발한 교류가 가능한 시민수준의 다문화 공생사회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서울은 한국인들만의 도시가 아니다. 관광 투자 무역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이 서울에 와서 불편함이 없는 살기 좋고 투자하기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외국인은 존중받아야 할 넓은 의미의 서울시민이고, 각종 불편함을 지적할 수 있는 권리 또한 충분히 가져야한다. ●서울 속에 꽃핀 외국인 문화 어딘가 모르게 이국적인 호기심이 느껴지는 서울속의 작은 외국을 연상케 하는 곳들이 많다. 냉대와 차별 속에 성장해온 미국 LA의 코리아타운이 한국의 문화를 전달하는 이문화(異文化)의 체험장이듯 서울에도 이런 곳들이 있다. 80년대 서울 명동은 시위와 최루탄 냄새가 그칠 날이 없었던 곳이었으나, 옛 명동에는 이보다 더 절실한 사연이 있다. 화려한 명동의 번화가 속에 80년대 후반 정도의 서울 거리를 연상케하는 허름한 골목길로 접어들면 담쟁이가 덮인 담벼락이 있다. 조그마한 가게들이 닥지닥지 붙어있다. 그 너머에는 한성화교소학교가 자리한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해외 유수의 도시에 자리한 차이나타운과 큰 차이가 난다. 문득 재일한국인의 지위를 얘기하는 우리가 과연 한국 속의 화교들에게 어떤 대우를 하고 있는 걸까. 쇠락하는 차이나타운을 보며 빨리 동화되고 융합하는 중국인들도 우리의 단일민족, 순혈주의를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차별적이고 배타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세계 화교에서 차지하는 국내의 화교 비중은 0.05%에 불과하고 2조달러로 추산되는 화상 자본 중 국내 투자는 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이제부터라도 이들이 이 땅에 발을 못 붙이고 떠나도록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자리를 잡고 국내 경제에 기여하도록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개최된 세계화상(華商)대회는 국내·외 화교 간 친목은 물론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뜻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또 다른 주류사회에 편입해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서울의 전체적인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 곳도 있다.‘미군의 세컨드홈’, 이태원이다. 이 곳에서는 한국인이 오히려 이방인으로 인식된다. 서울 속의 이태원,‘작은 미국’이나 다름아니다. 그동안 미8군 용산기지는 미국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서울의 한복판에 금싸라기 땅이자 아메리카니즘 문화전파의 창구였다. 미8군 무대출신 가수들의 기억 속에 할리우드에서 느끼는 아메리카나이제이션(americanization)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다. ‘미국과 미군 향기가 나는 거리’‘서울의 리틀 어메리카’‘서울의 라스베이거스’로 알려져 88올림픽 개최시’‘잠실에선 스포츠 올림픽, 이태원에선 쇼핑올림픽’이란 슬로건이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가짜 명품 범람과 이에 따른 단속여파로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태원’‘싸구려 가짜 외제 상품이 넘쳐흐르는 이태원’으로불리고, 가짜 제품 범람에 따른 기관 단속 강화와 불편한 교통, 바가지 가격 등으로 외국인 쇼핑객을 빼앗기고 있는 이태원 쇼핑가를 볼 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든다. 서울에 파리공원이 있듯이 파리 어느 구석에는 서울공원이 있다. 굳이 파리를 가지 않더라도 프랑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반포4동 ‘몽마르뜨 언덕’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서래마을’이다. 프랑스학교가 이전하면서 가족단위의 프랑스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형성되었다. 거리 곳곳에는 한국어에 서투른 프랑스인을 위해 거리이정표나 식당의 메뉴 등을 불어로 표기해 놓았다. 한편 ‘동부이촌동’은 일본인들의 마을이다. 이곳에서 영업중인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일본어와 영어로 안내를 하고 있다. 1500여 가구의 일본 상사주재원들이 몰려 사는 근처 상점에서는 일본어로 쓰여진 안내문이나 일본어 간판을 걸어 두고 있다. 이곳은 일본인 전용창구를 마련한 은행을 비롯해 일본인 어린이반을 개설한 유치원, 일본어가 통하는 미용실, 병원, 이발소, 음식점, 여행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업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관광객이 노동자로 바뀌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외국인 관광객 탑승’이란 표지판을 단 호텔전용셔틀버스와 종종 마주 친다. 서울에 온 손님들이니 웬만하면 편의를 봐달라는 뜻일 게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외국인 우대의 예다. 같은 외국인이지만 관광객이 노동자로 바뀌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이들에게 한국과 한국인은 어떤 이미지로 남게 될까.‘우리도 인간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가난했던 시절 돈벌러 외국에 가서 우리가 당했던 인간이하의 대접이 떠오른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외국인 저소득층이 신음하고 있다. 멀리 고국에 두고 온 가족과 고향 생각에 심한 소외감과 외로움에 시달린다. 얼마 전 한국 남자와 결혼한 외국 여성 10명 중 8명이 다시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한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과연 우리가 세계화 시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온갖 멸시와 차별의 눈길이 쏟아진다. 여기에는 ‘돈 쓰러 온’ 사람과 ‘돈 벌러 온’사람의 차이에 문화적 편견까지 덧붙여져 있다. 요즘 식당에 가면 으레 조금 다른 말씨의 종업원등을 만나게 된다. 말씨만 약간 다를 뿐 우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동포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힘없는 불법체류자 신세에 찍소리 한 번 못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안함속에서도 이들은 한국살이에 적응하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3D업종 때문에 형성된 외국인 마을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와 경기 안산의 ‘국경없는 마을’이다. 가리봉시장 일대는 ‘옌볜거리’로 불릴 만큼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중국 식료품점과 중국노래방, 환전소 등도 성업중이다. 방값이 다른 곳에 비해 무척 싸다는 이점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외국인 불법체류 단속으로 조선족 거주지인 가리봉은 빠른 속도로 쇠퇴의 위기를 맞이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 붉은색 간판을 내건 중국식당이나 시장 입구부터 풍겨나는 그들 특유의 향신료 내음이 마치 중국의 ‘옌볜거리’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하다. ●서울에서는 모두 서울사람, 외국인에게 불편 없도록 축제라는 하나됨. 세계속 또 하나의 지구촌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서울 문화코드 국제도시 서울의 글로벌 이미지를 부각하는 퍼레이드가 있다. 외국인들에게 모국을 느끼고 자랑하는 페스티벌이 되고 서울에 사는 기쁨을 만끽하고 타방이라고 느꼈던 전 세계 사람들이 화합과 교류의 장. 하이 서울 축제에서 ‘지구촌 한마당 축제’가 매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매년 20여개국에서 참가해 서울거주 외국인 및 내국인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안내 영문책자인 ‘서울서바이벌’을 발간해 주한 외국대사관, 문화원, 외국인학교 등에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다국어 홈페이지를 개설, 각종 도로표지판에 외국어(영어, 한자)로 병기표기하고, 외국어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해 영어 일어 중국어는 물론 스페인어 불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의 외국어 안내를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외국인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구석구석의 불편사항을 인지하고 이의 해소를 위하여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앞으로 서울에 외국인 거주촌을 조성해 서울에 여행 온 여행자들이 안심하고 긴 여정을 푸는 친근한 별장처럼,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은 향수를 달래며 동족간의 정보교환을 위한 장소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자. 이곳에 외국으로 여행 가려는 국내여행객은 물론 현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업자나 바이어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 특히 새로이 유입되는 저소득층 외국공장 종사원들의 공동체를 불법·단속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회합과 교류가 가능한 소규모 편의시설을 제공하여 향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소로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서울이 외국인이 선호하는 도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거주환경, 교육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시민수준의 다문화 공생사회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며 공생하는 사회로 나아갈 때 국제교류도시로서 서울이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서울마케팅연구센터 부연구위원
  • 민노 의장석 점거 몸싸움 표결 30분만에 ‘탕 탕 탕’

    23일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실력 저지로 격렬한 몸싸움을 치르는 진통 끝에 가결 처리됐다. 국회 본회의는 민노당 의원들의 의장석 점거로 예정보다 30분 늦게 시작됐고, 반대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로 진행이 중간중간 끊기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막상 김원기 국회의장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실력 지원’속에 표결을 강행하면서 30여분만에 속결 처리됐다.●비준안 상정부터 쉽지 않았다. 회의 시작 30분 전인 오후 1시30분 민노당 노회찬·단병호·이영순 의원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본회의장에 입장, 의장석을 점거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경위들의 호위 속에 김 의장이 입장했고, 이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한 민노당 의원들을 강제로 단상 아래로 끌어내리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영순 의원은 “왜 가슴을 만지냐.”면서 격렬하게 저항하며 단상 옆에 주저앉아 버텼고, 나머지 민노당 의원들이 합세하면서 극심한 혼란이 이어졌다.●민노당 의원들이 발언대를 점거하는 바람에 제안 설명과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조일현 의원은 마이크 없이 찬성토론에 나섰다. 조 의원은 “맨발로 사는 닭발보다 더 험하게 사는 농사꾼 자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쌀협상이 농업과 농민 입장에서 100% 잘됐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협상을 안 받는 것보다는 받는 것이 낫다.”면서 국회의 ‘현명한 처신’을 호소했다.●민주당 의원들은 단상 앞에서 ‘처리 연기’라고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26일째 단식농성을 이어온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기력이 쇠한 탓에 단상 앞에 주저앉아 간간이 반대 구호를 외쳤다. 강 의원은 의장석 통로가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의해 봉쇄당하자 단상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하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몸싸움이 계속되자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투표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종전방식인 버튼식으로 진행했다. 비준안이 통과된 뒤 김 의장은 “불가피하게 통과했지만 다들 마음은 아프다. 세계의 일원으로 가는 길이라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박준석 구혜영기자 pjs@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路]전북 완주 위봉산(524m)

    [조용섭의 산으路]전북 완주 위봉산(524m)

    허물어져 가는 위봉산성 돌담 위로는 아직도 옛 시간이 머물며 늦가을의 따사로운 햇살과 두런두런 옛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 한갓지고 여유롭다. 성곽을 따라 나있는 산길을 걷다 보면 비스듬히 창을 어깨에 기대고 졸던 옛사람이 놀라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다. 전북 완주의 위봉산(524m)에는 유사시 전주의 경기전에 있는 태조의 영정을 모시기 위해 조선조 숙종 때에 축성된 위봉산성이 있는데, 산자락 아래의 위봉사를 에두르는 산줄기 전체가 성곽을 이루고 있다. 산길은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고갯마루인 뱁재(위봉재)의 산성 서문(西門)에서 출발, 되실봉을 거쳐 702봉(서래봉)에 오른 뒤, 다시 되실봉으로 되돌아와 위봉산∼위봉사(가운데 사진)로 이어지는, 산성을 따라 나있는 코스로 잡았다. 뱁재는 위봉사와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고, 예닐곱 대의 주차공간이 있다. 산성 3개의 성문 중 유일하게 그 형태가 남아 있는 아치형의 서문 안쪽 임도를 따라 10여분 오르면 고개에 닿고, 전방 오른쪽으로 성곽과 함께 길이 이어진다. 고개 정면 맞은 편 산자락의 건물은 태조암이다. 임도 고개에서 약 20여분 올라서서 갈림길에 닿으면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오른쪽 길은 위봉사 방향이다. 완만한 능선, 산성을 따라 나있는 호젓한 산길을 걷다 보면 참호처럼 낮게 통로를 낸 암문의 모습도 보인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이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내려서는 길은 나중에 되돌아 와 진행할 위봉산 가는 길이고, 능선으로 계속 나아가면 두루뭉술한 되실봉에 닿는다. 길은 약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소잔등처럼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지는데,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가 서래봉이다. 약 1시간 30여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이 지역 산꾼들은 서래봉에서 서쪽 오도치로 내려서서 서방산∼종남산을 잇는 종주산행을 즐긴다. 동쪽 수만리 쪽으로 길이 잘 나있다. 되실봉에서 10분 정도 능선을 되돌아 나오면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내려선다. 마치 너덜처럼 놓여 있는 무너진 산성의 돌 위로 길이 이어진다. 내려선 안부에는 오른쪽 위봉사로 내려서는 길이 있고, 뼈대만 남은 2층 구조물이 을씨년스럽다. 능선을 따라 산성은 오름길로 이어지고 산길도 줄곧 함께 나있다. 봉우리 2개를 지나 안부로 내려서면 이제 정상까지는 약 20여분 거리, 안부 오른쪽 내려서는 길은 되돌아와 위봉사로 하산할 길이다. 정상 동쪽,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 지역의 맹주산인 운장산의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북쪽 저 멀리 달려가는 금남호남정맥마루금의 대둔산도 어렴풋이 보인다. 정상에서 안부로 되돌아와 위봉사로 내려서는 데는 30여분이 걸린다. 요사채 뒤로 들어서서 깔끔하게 정렬된 장독대를 돌아 절 앞마당으로 나오면 차분하면서도 탁 트인 위봉사의 전경이 드러난다. 절 현판의 ‘추줄산’은 옛이름이라고 한다. 위봉폭포는 위봉사를 나와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500m 정도 내려오면 도로 오른쪽 계곡 깊은 곳에 있다. ■ 대중교통: 전주대∼수만리 행 106번 버스(하루 6회운행 막차 수만리행 20:00, 전주행 21:40) 전주 시내버스(063)272-8102 ■ 자가용: 호남고속도 익산IC∼799번지방도∼봉동∼17번국도∼26번국도(진안 방면) 741번 지방도(송광사. 위봉사), 혹은 익산∼비봉(741지방도)∼고산∼동상(호반 드라이브) ■ 숙박: 동상면 수만리 자연산장농원(063-243-6604)등 인근에 숙식을 겸하는 민박집이 다수 있다. ■ 가볼 만한 곳: 대아저수지, 동상저수지, 송광사(완주 소양면), 화심온천 ■ 문의:완주군청 문화공보과(063-240-4224)
  • [사설] 교원평가 시범학교 누가 협박하나

    교원평가 시범학교에서 해괴망측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시범학교로 선정된 48개교 중 일부 학교에서 교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이나 협박전화 등이 난무할 뿐더러 교정에 붉은 페인트로 쓰인 협박 문구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학교의 교정은 미래를 끌고 나갈 학생들의 배움터이다. 교원평가를 둘러싼 대리 싸움터로 변질돼서는 안 되는 귀중한 곳이다. 그렇기에 교정 안에서 일어난 비방·협박·낙서 등 비교육적인 처사는 묵과할 수 없는 일임을 확실히 해둔다. 현재 드러난 시범학교에 대한 방해 및 음해는 저질스럽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현관 유리창에는 ‘교평 반대’라는 낙서가 페인트로 씌어 있고, 운동장의 단상에는 붉은 스프레이 등으로 ‘민주절차 무시하는 ××× 떠나라’라는 글씨가 휘갈겨져 있다. 또 본관 통로와 교내 입간판에는 ‘너 딱 걸렸어’라는 유인물이 나붙고, 어느 교장에게는 ‘제명에 죽으려면 시범학교 신청을 철회하라.’라는 협박 전화까지 서슴지 않았단다. 정녕 참교육의 현장인지 묻고 싶다. 더구나 교원평가에 참여하는 동료 교사들에게 ‘나라를 팔아먹는 이완용’으로 매도하는 지경이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평가제의 당위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시범학교는 교원평가의 본격 시행을 위한 틀을 짜는 과정이다.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시범 기간인 내년 8월까지 공론의 장은 열려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배움터를 훼손하고 학습 분위기를 해친 비교육적인 행위는 엄단해야 마땅하다. 수사를 통해서라도 누구의 짓인지를 밝혀내야 한다. 목적을 위해 협박을 일삼고 배움터마저 수단으로 이용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누가 참교육을 실천하는 참교사인지를 잘 알고 있다.
  • 반포천 ‘생태하천’ 변신

    서울 서초구 반포천이 ‘강남의 청계천’으로 거듭난다. 자치구의 생태복원 노력에 서울시도 힘을 싣기로 했다. 서울시는 내년 6월까지 반포천변에 수생식물 등을 심어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반포천 생태녹지축 조성 사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대규모의 체육공원이 들어선 유수지 인근 현사시나무숲에, 서울시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청딱따구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어 ‘청딱따구리와 함께하는 즐거운 길’이라는 타이틀을 사업에 내걸었다. 내년 2월까지 설계를 끝내고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는 10억여원을 들여 자하철 4호선 동작역에서 고속버스 터미널에 이르는 반포천변 산책로 2.3㎞ 구간,1만 3600여평에 갈대, 억새 등 수생식물과 다양한 나무를 심어 생태하천으로 복원할 생각이다. 이 일대는 제방 북측으로 너비 5∼10m의 띠 모양 녹지가 분포하고 한강과도 이어져 하루 1000∼2000여명의 시민들이 조깅코스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반포천 녹지축에는 각종 수생식물과 함께 ‘경관감상 길’‘낙엽 길’‘침엽수 숲’ 등이 생기게 된다. 시는 이번 사업으로 야생조류의 서식환경이 개선되고, 생태이동통로가 생겨나 생물종 다양성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2003년부터 도시화 과정에서 단절된 공원녹지들을 잇는 ‘생태녹지축 연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초구도 하천복개로 모기 등이 들끓어 인근 학생들이 등하교에까지 큰 불편을 줬던 반포천에 대해 지하철 지하수를 하루 2700t씩 끌어들여 수질을 2등급으로 높이고, 여울을 조성하는 한편 갈대 등 수생식물을 심어 생태복원을 꾀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청계천의 경우처럼 반포천과 맞닿은 한강 물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을 요청해 놓았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연골성분 콘드로이친

    글루코사민과 함께 또 하나의 건강식품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콘드로이친(Chondroitin)은 뮤코다당류(탄수화물의 일종)로 글루코사민과 함께 연골의 주요 성분이다. 콘드로이친은 인체의 관절과 연골, 피부, 혈관벽 등에 존재하는 생리활성화 물질로, 관절 연골에 영양을 공급하고 물리적인 충격과 스트레스를 흡수시켜 주는 유액이 연골에 머물도록 해 연골의 탄력성을 촉진시키는 기능을 한다. 상어나 가오리, 고래, 오징어, 투구게, 해삼 등 어패류에도 존재하나 특히 달팽이가 콘드로이친을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팽이가 분비하는 끈적한 체액이 바로 콘드로이친 성분이며, 일부에서 선호하는 곰 발바닥도 주요 성분은 콘드로이친이다. 콘드로이친은 골관절염을 가진 관절 기능을 부분적으로 회복시키며, 스트레스 등에 의한 불쾌감과 어깨 결림, 두통 등에도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또 연골 파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고 항염작용을 하며, 연골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효소의 작용도 억제한다고 알려졌다. 이런 기능은 관절염으로 인한 관절 통증과 강직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특별한 부작용은 없으나 때때로 복부 가스가 차거나 대변이 물러지는 증상을 보인다. 콘드로이친이 든 건강보조식품은 통상 글루코사민 성분을 포함한 경우가 많아 해산물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또 콘드로이친이 출혈성 질환을 갖고 있거나 혈액응고 방지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적정 사용량도 아직 정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1일 1200㎎ 정도를 권장한다. 전문의들은 “효과는 2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나타나며, 그렇게 해도 효과가 없다면 다른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난자 산 부부는 징역…브로커는 벌금형

    난자 산 부부는 징역…브로커는 벌금형

    한림대 이인영 교수팀이 실시한 생명권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는 음지에 가둬둔 난자 공여와 대리모 출산 문제를 양지로 끌어낼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정부 통계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는 불임인구, 생명공학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최후의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회적 인식과 법제화의 틀을 어디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인지를 고민할 시점에 와있음을 이들 조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신문은 2회에 걸쳐 난자 거래(상편)와 대리모 출산(하편)에 대해 그 실태와 법제화 가능성의 문제를 짚어본다. 20대 후반의 A씨. 자궁과 난소가 손상돼 있다는 것을 결혼 후에야 알게 됐다. 치료를 통해 자궁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난소는 끝내 기능을 되찾지 못했다. 결국 브로커를 통해 난자를 구한 A씨는 착상에 성공, 현재 임신 1개월째다. 재혼한 30대 주부 B씨. 난소 이상에 따른 불임으로 전 남편과 파경을 맞았던 그는 이번에는 어떻게든 아이를 낳고 싶다. 지금의 남편과 시댁에서는 “아이는 없어도 되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를 갖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큰돈을 주고 난자를 사서 두번의 시도 끝에 임신을 했지만 불행히도 유산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현실·법규 괴리가 더 큰 문제 만든다.” 난자를 돈 주고 샀다가 이달 초 경찰에 붙잡힌 여성 3명은 이미 해당 난자로 임신을 한 상태였다. 간절히 이뤄낸 소망의 대가로 형사피의자가 된 이들은 “이게 죄라면 우리는 도대체 어떡하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난자를 산 딱한 처지의 사람들은 3년 이하 징역형을 받도록 돼 있는데, 정작 매매를 알선·유인하는 브로커에 대해서는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오히려 처벌이 가볍다.”면서 혀를 찼다. 난자매매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의 현실과 법률간 괴리를 가장 큰 논거로 들이댄다. 현실적으로 아기를 갖고 싶은 절박한 사람들이 많고, 그들로 인해 엄연히 수요가 존재하는데도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다 보니 오히려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난자와 정자 거래를 처벌하기에 앞서 불임부부들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형사정책연구원에 용역을 줘 난자은행을 포함한 모든 정책대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난자은행을 만든다면 국가의 관여 정도와 실비 보전율 등 예민한 사안들에 대해 먼저 여론 수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잇따르는 난자 밀매와 대리모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현재 배아를 생성할 수 있도록 인증된 국내기관은 116곳. 생명윤리법 시행 이후 등록·인증 없이 배아를 생성하는 기관은 처벌을 받게 되지만, 실태조사나 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독권을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감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매년 2월까지 연간 배아생성 개수와 시술내용 등에 대해 보고하게 돼 있어 감독권 발동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법이 발효되기까지 1년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인증을 위한 사전등록조차 받지 않아 시행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서울의 한 중형병원 관계자는 “불법인 것은 알지만 특별한 단속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인증 없이 배아생성을 하고 있는 병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특히 최근의 난자 밀거래 파문은 줄기세포 등 의학연구기관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공여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일원인 한양대 의대 윤현수 교수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소속 인공수정전문위와 배아전문위에서 난자를 확보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를 국가가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그 때까지는 연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난자 매매에 대한 커다란 사회적 인식차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난자 매매를 막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각계에서 내놓은 의견은 많이 다르다. 종교계에서는 ‘입양’을 최선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 이동익 신부는 “생명을 처음 만드는 난자를 주고받는 것은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이라면서 “불임부부들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고려할 때 입양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금전관계가 개입되지 않는 난자 기증을 법제화해 난자은행 등을 만든다고 해도 난자 공여의 과정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상비 명목으로라도 돈이 따르게 된다.”면서 “결국 매매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난자 공여는 무엇보다도 ‘여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정은지씨는 “생명윤리법에도 난자 매매 행위만 금지돼 있을 뿐 다른 조항은 전혀 없다.”면서 “난자의 채취가 여성의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난자은행은 성급한 제안이며, 난자 채취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현실적으로 획기적인 대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최두석 교수는 “난자 공여도 하나의 불임치료법인데 정부가 출산을 장려한다면서 무조건 규제만 하려드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그는 “어느 때 난자 공여가 가능하고, 거래의 기준은 어디까지인지, 공여자는 누구로 한정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불임부부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난자 채취로 시술에 성공한 뒤 남은 난자를 인도적으로 기증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해도 차라리 버리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난자은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수술로 인해 난소를 절제하는 경우 이 조직을 체외에서 배양해 채취하는 등 의학적으로 다른 방법들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국민28% “불임땐 대리모 출산”

    국민28% “불임땐 대리모 출산”

    국민의 3분의1은 자기 부부가 불임일 경우, 다른 사람의 난자나 정자로 아이를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논란 많은 대리모 제도의 법제화에도 3분의1이 찬성한다. 국내 산부인과 의사 3명 중 2명은 출생아의 10% 이상이 대리모의 몸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13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한국과학재단 연구과제 ‘유전공학 및 생명권 보호정책 관련 국민의식조사 보고서’ 등을 통해 밝혀졌다. 한림대 이인영(법학부) 교수팀이 올 8월 성인남녀 1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2%가 ‘불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자·난자를 제공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대리모를 통한 출산에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에는 69.8%가 반대한다고 했지만 찬성하는 쪽도 28.0%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역시 이 교수팀이 작성한 ‘대리모 관련 문제점 고찰 및 입법방안 모색’(보건복지부 용역) 보고서에서는 조사대상 성인남녀 1000명의 3분의1인 32.9%가 ‘대리모 출산을 음성적으로 방치하지 말고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별도로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소속 의사 1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0.2%가 대리모 법제화에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의사들의 67.5%는 ‘현재 신생아 출산의 10% 이상이 대리모를 통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난자·정자나 대리모를 구하는 불임 부부들을 비난만 하기보다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모색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실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무시하지 말고 선의의 목적으로 난자를 공여하겠다는 사람들을 불임부부들과 연결시켜 주는 투명한 통로가 필요하다.”면서 “난자은행 등 국가가 관리하는 기구를 만들고 공여자에게 검사를 통해 난자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우리측 美설득… 별도 채널 구축

    |베이징 김수정특파원|다시 확인한 불신과 어김없이 등장한 암초, 그리고 막힌 길을 뚫기 위한 새로운 시도…. 9·19 공동성명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소한 기초를 쌓기 위해 모였다 사흘 만인 11일 폐막된 5차 6자회담을 정리하면 이렇다. 회담 이틀째인 10일 북측이 제기한 마카오 은행 제재 카드로 6자회담의 불안정성은 하루 뒤 다시 입증됐다.6자는 3차 회담에서 석달 후 재개키로 하고 헤어졌다.13개월 동안 한반도 핵긴장만 고조시킨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새 채널, 촉매제일까, 걸림돌일까.회담이 새로운 고비를 넘을 때마다 북측은 새 이슈를 핵회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4차 1단계 회담에선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경수로 건설’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마카오 델타아시아 은행 건을 들고 나왔다. 우리 정부는 ‘마카오 은행’변수로 회담이 파국 기로에 서자, 이 문제를 6자회담과 별도로 논의할 채널을 만들도록 미측을 설득, 성공시켰다. 의장성명도 가까스로 나왔다. 이 대화채널은 외교관이 참석하지 않은 금융 당국자간 채널. 북·미간 불신 해소와 관계 진전을 위한 효소가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회담 관계자는 “불신이 있는 당사자들은 만남의 횟수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융 당국자간 접촉에 당연히 외교 인사들도 참석하면서 외연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렇지만 힐 차관보가 밝혔듯, 미국의 마카오 은행 금융제재는 미측이 글로벌 이슈로 다루고 있는 마약·위폐·핵개발 자금 차단 문제. 미측으로서도 쉽게 북측의 해제 요구를 들어주기 힘든 사안이다. 북한으로선, 델타 아시아은행이 북한 지도부에 들어가는 ‘자금 통로’라는 점에서, 쉽게 테이블에서 내리기 힘든 이슈다.●‘신뢰구축 상호행동’이 돌파구? 우리 정부는 회담 개막 이후 ‘행동과 신뢰의 선순환’논리를 강조했다. 의장성명 3항에도 “각측은 신뢰 구축을 통해 공동성명을 이행하며…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이런 과정을 시작하고 종결하며….”라고 적었다. 북·미간 이견이 심해 첫 출발이 되지 않으므로, 어쩌면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영변원자로 가동 중단과 힐의 방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 상호신뢰 구축화두를 참가국에 제시했다. 쉽지는 않아 보인다. 힐 차관보는 회담기간 중 수차례 영변원자로가 무기용 플루토늄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며 가동 중단을 촉구했다. 또 “의장국 노력을 치하하지만 고착된 상황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쉽지 않다.”는 말도 했다. 경수로 논의도 여전히 팽팽하다. 이번 회담이 공동성명의 전면적인 이행을 위한 ‘기초’를 쌓은 회담인지,‘암초’만 쌓은 회담인지는 두고봐야 알 것 같다.crystal@seoul.co.kr
  • [사설] 전교조, 연가투쟁 유보만으로 안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도부가 당초 오늘 벌일 예정이던 연가투쟁을 25일 이후로 전격 연기했다. 그 전날 밤 집계한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 74.7%가 참여해 71.4%가 연가투쟁에 찬성한 바 있다. 따라서 일선학교는 물론 학부모·학생들이 수업 차질 등 교육의 파행을 걱정하는 상태였기에 전교조 지도부의 이같은 결단은 환영받을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연가투쟁 유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교조가 결국은 연가투쟁 계획을 철회하고 교원평가제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교조 지도부는 어제 오전 연가투쟁을 수능시험 이후인 25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민 여러분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태도이다. 전교조가 국민의 뜻을 받아들인다는 자세만 견지한다면 교원평가제 도입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없다. 아울러 교원평가제 도입을 원칙으로 인정하면, 전교조가 제기한 근무평정제·수업시수·교원 정원 등 부차적인 문제는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육당국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 그리고 학부모단체가 대화의 통로를 다시 열기를 촉구한다. 지금 교원평가제를 둘러싼 교육주체 간의 갈등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전교조가 비록 연가투쟁을 유보했으되 소속 교사의 70% 이상이 찬성해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교조 내 강온파의 대립이 사태 해결을 힘들게 하리라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반면 전교조에 반대하는 학부모·시민단체 세력은 어느 때보다 확산돼, 학교운영위원회 시·도연합회가 연가투쟁 참여교사에 대한 교직 퇴출운동을 언급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갈등이 지속되면 교원평가제가 결론 나더라도 교육현장에 큰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전교조가 다음 단계의 행동시한으로 정한 25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교육주체들이 적극 노력해 교원평가제 도입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바란다.
  • [과학플러스]

    ●위장의 소화운동 원리 규명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김기환ㆍ서인석 교수팀은 ‘TRPM7’이라는 이온통로가 위장 운동의 발생 및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온통로란 세포 밖과 안의 이온들이 지나다니는 세포 내의 통로를 말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 권위지인 ‘위장관학회지’ 11월호에 실렸다. 위장리듬에 관여하는 세포는 ‘카할간질세포’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 생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TRPM7이라는 이온통로가 카할간질세포의 자발적 리듬발생에 핵심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카할간질세포에 TRPM7을 줄이는 물질을 주입하자 위장의 리듬이 대폭 줄었다.●인정기술사, 내년 하반기 폐지 검정시험 대신 일정 수준의 학력과 경력만 있으면 산업현장의 최고기술자인 기술사와 동등한 자격을 주는 ‘학·경력 기술자(인정기술사) 제도’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없어진다.노동부와 건설교통부 등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기술사 관리 감독기능은 과학기술부로 일원화된다. 과기부 최석식 차관과 노동부 정병석 차관은 10일 기술사의 체계적 양성과 배출, 국제수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이같은 내용의 ‘기술사 제도 개선안’을 마련, 이해찬 총리에게 보고했다. 인정기술사 제도는 엔지니어링과 건설, 전력, 정보통신, 소방 등의 분야에 있으며 20만 1800명이나 된다. 기술사 2만 9860명의 7배 수준이다. 초급·중급·고급·특급 등의 기술자 등급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인정기술자가 일정 근무기간이 되면 자동으로 등급이 올라가는 경우는 없어진다. 이미 배출된 인정기술자는 법적 지위를 계속 인정받는다.
  • 北 “논의 유보” 첫 언급… 고의 지연술?

    |베이징 김수정특파원| ‘9·19 공동성명’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제5차 6자회담에 ‘마카오 은행’이란 암초가 돌출했다. 이를 빌미로 북측이 ‘회담 유보’를 입에 올려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지난 2003년 8월 6자회담이 시작된 이래,13개월 만에 재개되기까지, 또 공동성명을 도출할 때까지 숱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북한이 “핵문제 논의 자체를 유보하고자 한다.”고 엄포를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밝힌 ‘핵문제 논의 유보’의 핵심 이유는 지난 9월 내려진 미국 정부의 마카오 은행에 대한 북한과의 거래 중단 조치.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18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마약거래, 화폐위조 등의 비법거래설이 반(反) 공화국 모략행위라며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몇 차례 밝혔다. 이어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 뉴욕에서 이뤄진 북·미 접촉에서 델타 아시아 은행에 대한 조치와 관련, 미측에 항의하고 이의 재발방지를 요청해온 것으로 관측된다. 이것이 여의치 않자, 이날 5차 6자회담 테이블에서 이같은 강공 카드를 빼든 것일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 카드를 어느 선까지 가져갈지 여부다. 협상 타결을 늦추는 게 미국 등으로부터 반대급부를 얻어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 북한이 고의적 지연전술 차원에서 이같은 강수를 들고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워싱턴내 대북 강경파의 기류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특히 12일 회담이 종료된 이후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길게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달 말 방북, 북·중 관계 긴밀함을 과시한 상황에서 6자회담의 경색국면이 초래된다면, 북한으로선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6자회담 테이블에 하나의 압박 수단으로 올려놓고, 특유의 벼랑끝 핵협상을 하려 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미국이 주장하는 영변원자로 가동중단이란 요구에 맞불을 놓는 ‘신뢰조성’ 카드로 쓰려 할 수도 있다. 한 소식통은 “외무성 대변인 언급처럼 미국의 조치를 대북 압살정책이라고 상정하고, 문제 제기를 통해 미측의 진의를 파악하려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델타 아시아 은행이 북한 지도부에 들어가는 ‘자금 통로’란 점에서 단순한 ‘진의 파악’용이나 ‘협상용’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회담 관계자는 “전날 북한이 나름대로 단계적인 해법을 들고 나온 만큼 회담을 깰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11일 종결 회의와 북·미, 북·중 회의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크리스토퍼 힐 미 차관보는 9일 저녁 북·미 양자접촉이 끝난 뒤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푸는데 있어 매우 고의적인 지연술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crystal@seoul.co.kr
  • 제주 한라산 관통로, 억새오름

    제주 한라산 관통로, 억새오름

    늦가을 제주 오름을 넘었다. 은빛 억새 바람을 타고, 단풍에 취해 무작정 달렸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에 취해 가다 보면 뿌연 안개가 앞을 가렸고, 안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쪽빛 바다를 만났다. 오랜만에 한라산을 아름답게 수놓은 무지개도 만났다. 서울은 벌써 가을이 떠나고 있는데 제주도는 아직 가을이 한창이다. 따로 드라이브 코스를 정할 필요도 없다. 가는 곳이 곧 길이다. 길을 잃어도 좋다. 길을 잃으면 또다른 아름다운 길이 반긴다. 굳이 추천하자면 여름에는 해안 일주도로가 좋지만 가을에는 한라산을 관통하는 도로들이 운치있다. 가을 향기를 품은 제주는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글 사진 제주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은빛 억새가 출렁이는 오름을 넘다 제주 시내를 벗어나 97번 도로(동부관광도로)를 거쳐 산굼부리로 가는 1112번 지방도로에 접어들자 은빛 억새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푸른 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가 거센 바다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출렁인다. 창문을 열자 몸속을 파고드는 청정 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울창한 삼림에서 뿜어내는 공기는 찌든 도시의 것과는 첫 느낌부터 다르다. 저 멀리 한라산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오름들은 마치 손짓하며 부르는 듯했다. 신생대 화산활동을 통해 형성된 화산섬 제주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30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국내 최대의 억새 군락지인 산굼부리(www.sangumburi.co.kr). ‘산에 있는 구멍’이라는 뜻의 산굼부리는 평지보다 낮게 내려 앉은 국내 최대의 마르(Maar)형 분화구다. 거대한 분화구 안에는 온대림, 난대림, 상록활엽수림·낙엽활엽수림이 공존하는 식물의 보고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주변은 ‘억새의 바다’로 표현될 만큼 온통 억새밭이다. 햐얀 솜털이 미친 듯 바람에 휘날린다. 억새밭 사이로 산책길을 만들어 사진촬영을 하거나 산책하기 좋다. 산책하는데 40분 정도가 걸리며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인근에 있는 1119번 지방도로인 ‘억새오름길’에서는 제주도의 가을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성읍민속마을에서 성산읍 수산리에 이르는 10㎞의 도로 주변, 가을 바람에 살랑대는 하얀 억새의 모습은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진홍빛으로 물든 영실 단풍에 취해 한라산에 무지개가 걸렸다. 뿌연 안개에 휩싸인 한라산 중턱에 걸린 무지개를 좇아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코스는 중문관광단지에서 1100고지휴게소를 거쳐 제주로 넘어가는 99번 국도. 늦가을이나 초겨울이 특히 아름다운 도로다. 한라산을 굽이굽이 거슬러 올라가는 국도변에 불어오는 가을 바람이 스산하다. 맑게 갠 하늘도 해발이 높아지자 뿌연 안개에 덮였다. 도로주변에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은 마치 세상과 격리된 듯한 느낌을 준다. 1100고지 휴게소에 이르자 눈앞에 펼쳐진 한라산의 장관에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1100고지는 해발고도가 1100m인 데서 붙은 명칭으로 한라산 남쪽과 북쪽을 가르는 경계지역이다. 이 곳에서는 늦가을에도 가끔씩 한라산 정상에 내린 눈을 볼 수 있는데 한겨울에는 단풍과 어우러진 설경이 유명하다. 이날도 한라산 정상에는 눈이 내렸다. 영실 계곡에 이르자 짜릿한 감동이 밀려온다. 산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전해져 오는 단풍의 향기는 머리 속의 찌든 때를 벗겨 내는 듯했다. 그러나 99번 국도는 도로가 좁고 험한 데다 운전자들이 한눈을 팔기 쉬워 다소 위험하다. 또 도로 곳곳에서 나들이객들이 차를 세우고 도로 중간까지 나와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샛노란 감귤에 빠져 볼까 늦가을 제주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체험은 감귤따기. 어디를 가도 검은 돌담벽을 삐져 나온 샛노란 감귤이 풍성하다. 창문으로 손을 내밀면 탐스러운 감귤이 마치 손을 스치고 지나갈 것 같다. 남제주군 남원리에 있는 최남단 체험감귤농장(064-764-7759)에 들렀다.2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무농약 감귤밭에 들어가 감귤을 직접 따서 맘껏 먹을 수 있다. 딴 감귤은 구입할 수도 있는데 10㎏에 3만원,5000원 택배비를 내면 집으로 우송해 줘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농약을 치지 않아 껍질을 말려서 차를 끓여 먹어도 된다. 농장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친다. 높지 않은 감귤 나무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익은 감귤을 따서 까먹는 아이들이 귀엽다. 제주도가 아니고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풍경이다. 인근에 있는 신영영화박물관(www.jejuscm.co.kr)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들이 코스. 지난 99년 영화배우 신영균 씨가 세운 한국 최초의 영화박물관으로 영화배우들의 데드마스크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컴퓨터를 이용한 각종 합성사진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어 흥미를 끈다. 입장료는 성인 6000원, 어린이 3000원. 서귀포시 이중섭 거리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에서는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6·25 전쟁을 피해 1년간 이 곳에 머물며 ‘서귀포의 환상’‘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을 그렸다. 이중섭 거주지도 있다. 입장료는 1000원.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보려면 제주 국제컨벤션 센터가 좋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산책로와 꽃길 등이 장관이다.5층 전망대에 있는 커피숍에서는 남태평양과 한라산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컨벤션센터에서는 오는 15일까지 중국 최고의 관광 기예극인 ‘진시황의 꿈’ 공연이 펼쳐진다. ●미리 알고 떠나세요 제주도 렌터카에는 제주도 전용 네비게이션이 설치돼 있어 관광지와 식당, 숙박업소 등에 부여된 고유 번호만 입력하면 어디든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주도는 관광지 입장료가 비싼 편이다. 렌터카 회사 등에서 제공하는 할인쿠폰을 미리 챙겨가거나 무료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두면 좋다. 대표적인 무료 관광지로는 오설록뮤지엄, 초콜릿박물관, 정석항공관, 한라수목원, 성읍민속마을, 산천단, 용두암, 외돌개, 섭지코지 등을 들 수 있다. 제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점은 서귀포 매일시장 안에 있는 쌍둥이 식당(064-762-0478). 방어나 광어회 1㎏(6만∼7만원)을 시키면 4∼5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밑반찬으로 문어와 오분자기 회 등 각종 회와 돈가스, 전복 내장밥 등이 따라 나오며 후식으로 팥빙수까지 준다. 주차시설이 부족한 것이 흠. 숙박은 중문관광단지 인근에 있는 재즈 마을(064-738-9300·www.jazzvillage.co.kr)이 권할 만하다. 이달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야외 바비큐장에서 가족여행자를 대상으로 무료 바비큐 파티도 연다. 숙박료는 10만∼15만원. 또 제주도 전문여행사인 대장정 여행사(064-711-8277·www.djj.co.kr)는 저렴한 패키지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 [DMZ의 사계] 가을

    [DMZ의 사계] 가을

    비무장지대(DMZ)의 풍광은 달라져 있었다. 가을걷이에 바쁜 농부도, 낙수를 줍던 여름 철새들도 어느새 사라졌다. 추수가 끝난 논 둑을 따라 사람키만큼 웃자란 갈대만이 찬바람을 견디고 있다. 가을이 깊어진 탓일까. 이 곳의 명물 백로는 추운 겨울이 지나야, 다시 우아한 자태를 선보일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지난 60년 동안 인공(人工)이 미치지 못한 덕분에 자연의 변화무쌍한 면모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불과 며칠새 붉은 단풍이 고지를 울긋불긋 물들였다. 들판에는 겨울철새의 군무가 장관을 이룬다. 철책선을 지키는 병사들의 복장도 바람이 새어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두툼해졌다. 낡은 승복을 입은 채, 망원경으로 허공을 수놓는 철새의 비상을 살펴보고 있는 한 스님의 모습은 가을의 서정(敍情)을 한결 더해준다. 스님은 날개를 활짝 펼친 새들로부터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몇 년째 철원 들판에서 철새를 필름에 담고 있는 도현스님은 사람 대신, 자유를 만끽하는 새를 화두로 삼아 명상에 잠기고 있는 건 아닌지. 석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 갈대밭 사이에 재두루미 무리가 조용히 잠자리를 준비한다. 동쪽 산등성이 위로 반달이 떠오르면 기러기 떼가 저녁 하늘을 가로질러 마을 건너편 저수지 옆에서 피곤한 날개를 접는다. 긴장감 넘치는 비무장지대의 가을밤은 한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자동차가 막 통과한 검문소 앞에 자동차 불빛 사이로 흰 분말이 어지럽게 날린다. 철새를 매개로 전파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 통로에 뿌려놓은 방역약품이다.AI는 비무장지대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비록, 예방약 가루가 옥의 티이기는 하지만, 비무장지대는 개발바람에 휘말린 우리 국토에서 천연의 허파로 남아 있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서로 부벼대는 소리는 귀로(歸路)에 한층 크게 들린다. 문득 스쳐가는 부처의 한마디.‘물아일체(物我一體)’라고 했던가. 너와 나를 구태어 나누려는 세속의 분별심이 무색해진다. 글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발코니 대피공간 Q&A

    발코니 대피공간 Q&A

    정부가 아파트 발코니 확장에 따른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피공간 의무화 등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아파트 소유주들이 발코니를 넓혀 주거 공간을 넓게 쓴다는 이점만큼이나 공사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안전 기준이 많다. 또 기준이 강화돼 비용도 더 들게 됐다. 안전기준 강화에 따른 설치 기준 등 준비 사항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대피공간은 어떻게 설치되나 -화재 등으로 현관 방향의 주된 통로가 막히면 옆 아파트를 통해 피할 수 있도록 발코니에 만드는 공간이다. 대피공간은 불이 나더라도 30분∼1시간 동안 화재를 견딜 수 있는 내화석고 등의 내화구조로 지어야 한다. 대피공간 안에는 난간과 여닫을 수 있는 창문이 있어야 한다. 대피공간의 문은 밖에서만 열리기 때문에 대피공간을 통해 옆 아파트로 대피하려면 옆 아파트에서 문을 열어줘야 한다. ▶대피공간 설치 가격은 -3㎡ 기준으로 40만원 정도가 예상된다. 발코니에서 대피공간으로 들어가는 방화문은 방화 철재이어야 한다. 문은 15만∼20만원 수준이다. ▶대피공간 설치 적용 대상은 -아파트만 적용되고 단독, 다가구, 다세대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옆 아파트와 함께 설치하면 각각 1.5㎡씩 3㎡ 규모, 내력벽 철거가 안되는 기존 아파트의 발코니를 확장하려면 가구별 2㎡ 규모로 설치해야 한다. 기존 아파트의 1층은 필요없다. ▶스프링클러와 방화판은 양자 택일 가능한가 -신규 아파트나 기존 아파트 모두 발코니를 확대할 때 대피공간 설치는 필수다. 단 발코니가 스프링클러의 살수 범위에 있으면 방화판은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대부분 10층 이하 기존 아파트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방화판(방화유리)을 설치해 한다. ▶방화판 재질과 비용은 -발코니 섀시에 사용하는 재료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방화판에는 콘크리트, 벽돌, 시멘트 블록과 같은 ‘난연 3급’ 이상의 불연성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비용은 10만원 미만으로 저렴하지만 미관상 갑갑해 보일 수 있어 방화유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방화유리를 창호에 덧씌우는 경우 가격은 평당 7000원으로 30평대 아파트의 시공비는 20만원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방화판을 설치하거나 방화유리를 덧씌우면 창호 청소가 쉽지 않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배추등 농산물 원산지추적시스템 도입 급하다”

    “배추등 농산물 원산지추적시스템 도입 급하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서울신문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쌀 개방은 피할 수 없는 길이며, 외국산 쌀과의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지 않으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쌀 협상 비준안과 국산 김치에서의 기생충 알 검출 등 민감한 사항이 많았지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 회장 출신답게 박 장관의 말에는 막힘이 없었다. 특히 “장관 인터뷰에 직원이 배석할 필요가 없다. 그 시간에 일이나 하라.”면서 직원을 물리친 뒤 답변자료 없이 혼자서 1시간 20분간의 인터뷰에 응했다. ▶국산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와 국내 농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우려된다. -기생충 알이 나온 김치의 비중은 3%에 불과하지만 결코 가볍게 여길 사항이 아니다. 위생검사 강화와 영농지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농산물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배추 이외의 다른 농산물에 대한 검사도 강화할 계획인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겠다. 농산물이 어디에서 재배되고 유통되는지를 알기 위한 ‘원산지이력 추적시스템’이 빨리 도입돼야 한다. 국회가 관련법을 꼭 통과시켜 주기를 바란다. 쇠고기 등 육류도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육류의 원산지를 표시하기 위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요식업계의 반발이 있으나 더 늦출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소비자들이 먹는 고기가 한우인지, 수입산인지를 알게 해야 한다. ▶쌀 협상 비준안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나 2002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처럼, 문제가 생기고 난 뒤 대책을 마련하고 국회에서 처리하는 과정이 똑같다. 비준안이 통과되는 것에 대해 농민들은 안타까움을 표시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현실과 정서 사이에는 많은 ‘갭(격차)’이 있다. 지금 방향을 틀지 않으면 우리 쌀 농업의 장래는 뻔하다. 우리끼리만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가 ‘선(先)대책 후(後)비준’의 원칙 아래 119조원 규모의 투·융자 대책 등을 마련하지 않았는가. ▶비준안 처리 전망은. -대다수 의원들이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더 이상 늦출 여지가 없다. 미국과 캐나다, 인도, 호주 등 협상대상국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큰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농민단체가 대책을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 고착화됐다.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잘 안돼 안타다. ▶쌀값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2001년에는 1조 4000억원의 자금으로 3800만섬의 쌀을 매입했다. 그러나 지금은 2조원으로 3300만섬을 수매한다. 돈은 늘고 물량이 줄었다면 쌀값이 올라가야 하는데 결과는 반대다. 원인은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있다. 쌀값은 농민과 RPC 사이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RPC가 쌀 수매를 꺼리면 매입자금이 3조원으로 늘어나도 효과는 없다.RPC는 비싸게 산 쌀값이 떨어질까봐 몸을 사린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적자가 발생하니까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쌀을 싸게 산다.RPC 조합장에게는 농민들을 위한 쌀 수매보다 경영이 중요하다. ▶쌀값을 안정시킬 대책이 있나. -정부는 RPC를 통해 양곡정책을 움직일 수밖에 없고 RPC는 안정적인 경영을 바란다. 두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RPC 자조금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쌀 수매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의 60∼70%를 자조금에서 충당해 주는 것이다. 적정 수준의 가격으로 쌀을 수매하는 RPC에는 경영을 뒷받침해 주고 나머지 분야는 경영개선을 통해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제도다. 공익적 기능을 소홀히 하는 RPC는 퇴출시킨다. 지금까지 퇴출된 RPC는 한 군데도 없다. 정부가 벼매입 자금을 지원하는데 이를 끊으면 RPC는 주저 앉게 된다. 지금까지는 RPC 진입을 제한했지만 내년부터는 시설좋은 도정업체를 RPC로 지정하겠다. ▶쌀 생산과 소비가 줄고 있는데 새로운 농업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농림부 예산의 80% 이상을 쌀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균형잡힌 농정을 하고 싶지만 농가 소득원의 50%가 쌀이다. 축산이 1위로 올라섰지만 쌀 농가의 소득을 보장해 줄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쌀값을 시장가격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외국 쌀과 한번도 부딪히지 않았다. 관세를 어느정도 매기건 외국 쌀이 국내에 들어와 싸워야 한다. 그래야 국산 쌀 시장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추곡수매제로는 안된다. 이는 시장기능을 죽이는 것이다. 시장의 주체는 상인인데, 이들이 설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RPC 제도를 운영해 왔지만 앞으로는 개방에 따른 경쟁체제를 중시해야 한다. ▶쌀 시장 개방에 정부와 농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농민들은 무조건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 우리 쌀이 수입 쌀보다 안전하고 품질이 좋아야 한다. 쌀의 유통은 농협과 RPC가 책임진다. 정부가 이를 위해 자금지원을 맡는다. 그리고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농산물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남북 농업협력은 어떻게 추진되나. -비료나 쌀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북한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가 그랬듯이 북한에도 관개배수로 등 농업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또한 우리와 보완적인 측면을 살펴야 한다. 우리는 논이 100만㏊, 밭이 70만㏊다. 반면 북한은 거꾸로다. 우리 인건비로는 국내의 밭을 포기해야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국내 밭 작물 소비량 2100만t 가운데 국내 생산량은 600만t뿐이다. 나머지는 수입하는데, 이를 북한에서 충당해야 한다. 북한의 밭을 우리의 생산기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농협을 신용과 경제 분야로 쪼개는 개혁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지금같은 시스템으로는 안된다. 수협중앙회가 신용·경제 분리 이후 이름만 수협이지 신용과 경제가 따로 논다. 경제쪽의 필요한 부분을 신용에서 가져오지 못하고 ‘제3의 은행’에서 빌리고 있다. 이런 결과를 얻자고 분리한 게 아니다. 농협을 개혁하자는 궁극적인 목적은 농민들을 잘 살게 해주자는 것이다. 지금은 신용에서 경제 쪽의 적자를 보전해 주는데 양쪽을 차단하면서 분리하면 개혁의 목적을 이룰 수가 없다. 신용의 전문화가 필요하지만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자금이 경제쪽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는(피드백)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일각에서는 ‘기금’을 만들자고 하는데 누가 수조원을 내놓겠는가. 농협은 정부가 출연하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내년 6월까지 연구 결과가 나오지만 기계적으로 분리하는 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농협의 증권사 인수에 반대하나. -무조건 반대해서는 곤란하다. 현실적으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200조원의 자금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서야 되겠는가. 다른 방안이 있다면 선택해야 한다. 다만 경제쪽으로 자금이 유입될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농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자료를 가져오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으로 활용할 수는 없나.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농협과 협조해 생산자단체가 학교급식센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다만 돈이 문제인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법으로는 곤란하고 시민운동이나 지자체의 조례 등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새만금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현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한 뒤에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그 땅은 후손들이 주인이다.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데 20년전 한강이 어떤 모습이었는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환경 문제는 법으로 해결할 사항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 수준에 달렸다. 환경기준치는 20∼30년 뒤 바뀔 수가 있다. 지금은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지만 후손들이 선택할 문제다. 후손들이 다루는 정책환경의 수준이 지금보다 몇 단계 높은 수준일 것이다. 백문일 전경하기자 mip@seoul.co.kr
  • [임영숙칼럼] ‘여우를 찾습니다’

    [임영숙칼럼] ‘여우를 찾습니다’

    사슴가족과 마주쳤습니다. 산자락을 끼고 도는 시골길을 자동차로 달리던 중이었습니다. 사슴이 출몰하니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설치된 길이었습니다. 저만큼 앞서 사슴이 길을 건너는 것을 보며 자동차를 세웠습니다. 어미 사슴을 따라 새끼 사슴 세마리가 길을 건너 해 저문 들판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우리 일행이 관찰 당하는 쪽이 되고 말았습니다. 새끼 사슴이 모두 길을 건넌 것을 확인한 어미 사슴이 고개를 돌려 우리 쪽을 한동안 쳐다 보는 것이었습니다. 경북 의성군 중앙고속도로에서 멧돼지 새끼 다섯마리가 자동차에 치여 숨졌다는 보도를 보고 10여년전 미국 동부 지역에서 겪은 일이 떠 올랐습니다. 멧돼지 새끼들과 충돌한 자동차 운전자는 얼마나 놀랐을까요. 차량통행이 적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입니다. 그러나 사람과 야생동물이 그런식으로 마주치게 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지난 1년동안 지리산 일대 4개 도로에서만 차량사고로 죽은 야생동물이 3000마리에 가깝다지요. 길을 너무 많이 만들고 야생동물이 지나갈 수 있는 생태통로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탓이랍니다. 최근 한달사이 네번씩이나 벌어진 서울의 멧돼지 출현소동도 그렇습니다. 분명 도심의 멧돼지는 문명속의 야만입니다. 아파트 주차장까지 휘젓고 다닌 멧돼지가 놀라움을 넘어 공포감을 안겨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더라도 인간이 길 잃은 멧돼지를 잡는데 ‘이토록 서툴어서야’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0월 환경운동단체 생명의 숲이 마련한 ‘양구 생태기행’에 참여했습니다. 소양호 선착장에 내리자 ‘여우를 찾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길가에 걸려 있었습니다. 작년 봄 죽은 여우 한마리가 양구에서 발견됐답니다. 지리산에서 여우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지 26년만이었습니다. 이에 양구의 환경단체 산사모(산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여우 찾기에 나선 것입니다. 여우가 살아 있을 것으로 확신한 양구군은 천연기념물인 산양 증식에 이어 여우 증식사업을 벌일 계획이랍니다. 양구는 자연생태계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면적이 전체의 7분의1을 차지하는 곳입니다. 역사적으로는 고통스러운 민족의 상처를 안고 있지만 생태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금강산 가는 길목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열목어의 최대서식지 두타연에서 우리 일행은 말을 잃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녘 두타연 계곡에서 산양과 사향노루, 여우와 고라니가 노니는 모습도 상상해 보았습니다. 땅속에 묻힌 지뢰 때문에 50여년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속엔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스라소니, 표범과 반달가슴곰이 살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내금강에서 발원해 파로호로 흘러들어가는 수입천은 요즘은 보기 힘든, 하천의 원래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양구군의 야생동물 피해 대책이었습니다.3년전부터 야생동물로 피해를 입은 농가에 3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해서 전액 보상해주고 있답니다. 예산 범위를 넘어선 피해농가엔 전기철책선을 설치해 주고요. 양구에서처럼 사람과 야생이 공존할 수는 없을까요? 사실 멧돼지 소동은 우리 생태환경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헐벗은 민둥산을 50년만에 울창한 숲으로 바꾸었듯이 DMZ와 민통선 지역을 앞으로 50년동안 고스란히 보존할 수는 없을까요? 생물종다양성, 유전자원이 국력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논설고문 ysi@seoul.co.kr
  • [우리땅을 살리자 (6)] 절실해진 친환경 도로건설

    [우리땅을 살리자 (6)] 절실해진 친환경 도로건설

    ‘산업의 핏줄’로 불려온 도로가 야생동물의 무덤이란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지리산 일부 구간에서만 연간 3000마리로 파악될 정도다. 현재 실상도 놀랍지만 로드킬은 앞으로 더욱 잦아져 심각성을 더해갈 전망이다. 최근 환경단체 등이 도로중복투자 문제를 들며 도로건설의 타당성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지리산 일대를 비롯한 전국에서 도로 신설·확장 계획은 여전히, 줄기차게 추진되고 있다.“경제성장을 위해선 도로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일방적 주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대기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 총체적인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도로건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실효성있는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산업의 핏줄’로 불려온 도로가 야생동물의 무덤이란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지리산 일부 구간에서만 연간 3000마리로 파악될 정도다. 현재 실상도 놀랍지만 로드킬은 앞으로 더욱 잦아져 심각성을 더해갈 전망이다. 최근 환경단체 등이 도로중복투자 문제를 들며 도로건설의 타당성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지리산 일대를 비롯한 전국에서 도로 신설·확장 계획은 여전히, 줄기차게 추진되고 있다.“경제성장을 위해선 도로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일방적 주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대기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 총체적인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도로건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실효성있는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지리산 로드킬, 더욱 늘어날 듯 전국에서 벌어지는 로드킬 숫자는 어림잡기조차 불가능하다. 도로공사 순찰팀이 매일 차량사고로 숨진 야생동물 수를 집계하고 있지만 고속도로만을 대상으로 할 뿐,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국도나 지방도 등은 제외돼 있다. 그나마 대형 포유류 위주로 조사가 진행되는데다 전문 조사인력이 없어 로드킬 원인 파악과 대책마련 등은 엄두조차 못내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10만㎞에 걸쳐 깔린 도로 가운데 로드킬의 정확한 실태조사는 지리산 일대 119㎞ 구간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 조사팀은 지난해 7월 환경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해 오는 2007년 초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지리산 일대에서 빚어진 로드킬 대상엔 거의 모든 종(種)이 망라됐다. 양서류가 1049마리(35%)로 가장 많았고, 포유류 759마리(26%)-조류 611마리(21%)-파충류 398마리(14%) 등 순이었다. 양서류에선 두꺼비가 1023마리, 포유류에선 너구리가 154마리, 조류에선 꿩이 145마리로 가장 많이 희생됐다. 도로별 특성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조사대상 4개 도로(88고속도로,19번 강변국도,19번 산업국도,861번 지방도) 가운데 지리산과 섬진강 사이에 놓인 19번 강변국도(2차선)에서 1㎞당 49마리로 로드킬 밀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법정보호종의 경우 171마리 가운데 65%인 111마리가 88고속도로에서 숨졌다. 이 중 특히 주목되는 종은 천연기념물인 소쩍새.55마리가 로드킬로 숨졌는데, 유전자분석 결과 이 가운데 80% 정도가 암컷인 것으로 파악돼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리산 소쩍새의 안정적 개체군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최태영 선임연구원은 “로드킬 원인과 현상에 대한 분석은 심도있는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면서 “도로별로 로드킬 종과 숫자가 다른 것은 일단은 주변 서식처 특성과 차량 속도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로중복투자 개선대책 있어야” 하지만 지리산 일대의 로드킬은 앞으로 사정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건설교통부와 관련 지자체들이 현재도 포위되다시피한 지리산 일대 도로의 신설·확장을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어서다.88고속도로를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넓히는 공사가 일부 구간에서 진행되고 있고,19번 강변국도(전남 구례∼경남 하동)도 4차선 확장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끝났다. 당초 섬진강 쪽으로 하천을 100m 가량 침범해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유보됐다 최근 도로 폭을 33m로 줄이는 방안이 정부심의에서 통과됐다. 영산강유역환경청 송병화 계장은 “당초 환경영향평가 협의서와 다른 내용으로 변경됐을 때는 또다시 협의하지 않아도 돼 공사는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주∼광양간 고속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될 예정인 19번 국도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에 또다시 깔릴 예정이어서 야생동물 서식처 파괴 및 이로 인한 로드킬 현상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도로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비단 로드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온실효과와 대기질의 악화, 생태계 교란 및 환경파괴 등 도로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모든 환경적 영향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도로 건설 계획단계부터 환경성을 철저히 고려하고, 무엇보다 노선 선정에 따른 환경영향을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수재 박사)는 지적도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물론 정부도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말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환경친화적 도로건설 지침’도 그 중 한 사례다.▲보전가치가 있는 곳은 원칙적으로 우회해서 노선 선정 ▲우회하기 어려울 경우 터널·교량으로 환경훼손 최소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터널 연장을 길게 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교부 도로건설과 노성열 사무관은 “건교부 산하 조직들이 시행하는 모든 도로공사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이 지침에 따라 시공될 것”이라면서 “야생동물 이동통로의 확보 및 안전한 이동을 위해 도로변에 펜스를 두르고 야생동물 피난처를 마련하는 등 대책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로 중복투자 및 예산낭비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마구잡이식 도로건설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특히 시급하다는 지적도 날로 높아가고 있다. 녹색연합은 최근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의 노선과 예상 교통량 등을 비교·분석한 도로중복투자 실태 보고서를 펴내고,“현재 건설중인 국도공사 구간중 24곳, 고속도로 건설공사 구간중 3곳이 중복·과잉투자돼 9조여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녹색연합 윤기돈 국장은 “교통량 예측 등 도로건설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합리성 제고가 반드시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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