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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9)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9)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

    사람의 사유를 키운 건 나무였다. 사람은 길 위에 직립한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어야 했고, 비로소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바라보며 사람은 사유의 힘을 키웠고, 사람의 마을엔 철학이 태어났다. 잇따라 초록의 언어로 지은 시(詩)가 나무 앞에 내려앉았으며, 그곳에 시인이 있었다. 긴 세월 내내 시인은 나무를 맴도는 침묵의 소용돌이에서 생명의 길을 물었고, 허공으로 흩어지는 사람들의 무심한 언어 사이에서 시어(詩語)를 건져 올렸다. 하늘을 향해 나무가 키를 키우는 만큼 시인은 나무를 따라 시심(詩心)을 키웠다. 나무가 있어 우리 사는 세상은 아름답고, 시인이 그곳에 함께 있기에 사람살이는 언제나 찬란한 빛으로 살아난다. ●이팝나무에서 시를 쓰는 이유를 찾아 “이팝나무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양식인 밥을 닮은 꽃을 풍성하게 피우죠. 우리도 이팝나무가 밥을 짓듯이 영혼의 양식인 아름다운 시를 짓는 마음으로 이팝나무를 찾습니다. 첫 시집 출간을 기념하는 잔치도 그래서 이팝나무 앞에서 하기로 했어요.” 경남 양산 상북면 신전리 조붓한 마을 공원에 이 지역의 젊은 시인들이 모였다. 다섯 명의 여자 시인으로 이뤄진 ‘이팝시 동인’의 첫 시집 ‘12시 5분에 돌아간다’의 출간을 축하하는 모임이다. 나무를 닮고자 한 시 동인의 이름은 아예 ‘이팝’이다. 회장인 김광도 시인은 이팝나무가 곧 자신들이 시를 쓰는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이팝시 동인들은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날을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고 한다. 양산을 상징하는 이팝나무의 꽃이 절정을 이룬 때에 맞춰 출판 기념 모임을 하고 싶었던 때문이다. 이팝나무는 비교적 개화기간이 긴 편이지만, 서울을 비롯한 대개의 중부 지방에서는 이미 낙화를 마쳤다. 중부지방에서 이팝나무를 볼 수 있게 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이팝나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기후가 변화한 결과다. 게다가 토종 이팝나무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면서, 도시에서도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어 키우게 됐고, 이제 우리나라 전역에서 이팝나무의 꽃을 볼 수 있다. 대개의 이팝나무 꽃들은 낙화를 마친 뒤였지만,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는 지난 주말에 비로소 절정의 개화를 이뤘다. 어린 나무에 비해 개화에서부터 낙화와 낙엽 등 모든 생태 활동의 속도가 늦은 늙은 생명체인 까닭이다. 큰 나무 전체에 물을 골고루 끌어 올려 꽃 피울 에너지를 모으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다. 사람이나 나무나 늙은 생명의 속도가 느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350년 된 국내서 가장 큰 이팝나무 천연기념물 제234호인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는 전남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팝나무다. 350년 동안 마을 앞 논을 지키고 서서 풍년을 불러오는 신전리 이팝나무는 키 16m, 줄기둘레 4.5m의 큰 나무로, 여느 이팝나무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양산시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양산시는 아예 시목(市木)을 이팝나무로 정했고, 시내 곳곳에도 가로수로 이팝나무를 많이 심어 키운다. 신전리 이팝나무는 특이하게도 비슷한 나이의 팽나무와 바짝 붙어 서있는 흔치 않은 풍경을 가졌다. 서로 다른 종류의 두 나무가 사이좋게 서서 마을을 지키는 풍경은 볼수록 살갑다. 주변으로 넓게 펼쳤던 마을 논은 최근 작은 공원으로 바뀌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나무에게는 느닷없는 일이었는지 모른다. 변함없이 수백 년을 지켜오던 풍경이 그리웠던지 나무는 그 뒤로 급격히 수세(樹勢)가 나빠졌다. 나무를 잘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어낸 새 풍경이 낯설었던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나무가 스쳐온 세월의 풍진을 견디기 힘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팝나무의 수세가 약해지면서, 팽나무와 이팝나무의 사이가 벌어졌다. 시름에 젖은 이팝나무에 아랑곳하지 않고 왕성한 수세로 잎을 피워 올린 팽나무 때문에 이팝나무는 더 애처로워 보인다. 높이 솟아오른 이팝나무의 줄기 곳곳에는 잘라 낸 가지의 흔적이 뚜렷하다. 더 심각한 건 뿌리와 연결된 줄기 부분이다. 오래전부터 부식이 진행된 듯, 썩은 줄기 안쪽에 깊은 허공이 들어찼다. 하릴없이 가늣이 나뉜 줄기가 자신의 거대한 몸뚱어리를 겨우 버티고 있는 안타까운 형상이다. 천연기념물 관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 조운연씨는 “지난해 이미 나무의 상태를 확인했다.”며 “충전재로 동공을 메우는 외과수술만으로는 회생이 쉽지 않을 듯해서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보다 효과적인 조치를 찾는 중”이라고 한다. ●시인들의 관심으로 건강 회복 희망 “어릴 땐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고 하얗게 피는 꽃이 좋아 자주 찾아와 놀았어요. 팽나무와 이팝나무가 아주 사이좋은 부부처럼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토라진 부부가 등을 돌리고 서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안타깝네요.” 어린 시절을 이 마을에서 보냈다는 정일근(경남대 교수) 시인도 나무 곁에서 보낸 옛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급격히 약해진 나무의 건강을 안타까워했다. 동인지 시인들의 스승으로 모임에 참석한 그는 “시인들의 관심과 아름다운 시(詩)에 의해 말라가는 나무가 다시 건강을 회복해서 푸르러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나무가 그런 것처럼 나무 앞에서 길어올린 한 편의 시는 더불어 살아가는 모두를 살리는 생명의 양식이다. 이팝나무 앞에서 이팝나무를 노래하는 시인들의 영롱한 시편들이 마침내 이팝나무의 시름을 거둬내리라 믿게 되는 이유다. 나무가 사람을 키우고, 사람이 다시 나무를 키우는 아름답고 고마운 풍경이다. 글 사진 양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남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 95. 경부고속국도의 통도사 나들목에서 국도 35호선을 이용해 양산 방면으로 1.2㎞ 남하하면 통도사 입구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여 6.7㎞를 가면 오른쪽으로 양산휴게소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600m 남짓 더 가면 신전마을 입구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해 신전교를 건너면서 550m쯤 마을로 들어가서 좌회전한다. 250m쯤 가면 왼쪽으로 이팝나무 공원이 나온다. 나무 앞에 주차할 공간이 마련돼 있다.
  • [부고] 조계종 前 총무원장 성수스님 입적

    [부고] 조계종 前 총무원장 성수스님 입적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종단 원로의원 성수(性壽) 스님이 15일 오전 6시쯤 경남 양산 통도사 관음암에서 입적했다. 법랍 69세, 세수 89세. 고인은 1923년 경남 울주생으로 일제 강점기에 부산 내원사에서 성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1948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67년 조계사를 시작으로 범어사·해인사·고운사·마곡사 등 주요 사찰의 주지를 거쳐 10·27 법난 직후인 1981년 제18대 총무원장에 취임해 혼란스러운 종단을 수습하는 역할을 했다. 고인은 1978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불교지도자대회 한국대표로 참가했으며 1994년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선출됐다. 2004년 종단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를 받았으며 2005~2008년에는 종단 스님들에게 계를 주는 전계대화상을 지냈다. 생전에 도심 포교에 앞장섰던 스님은 1973년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법수선원을 연 것을 시작으로 경남 산청의 해동선원, 함양의 황대선원 등 3곳을 직접 창건해 조실로 주석했다. 영결식과 다비식은 19일 오전 10시 통도사에서 원로회의장으로 치러진다. (055)382-7182.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보물’ 익산 미륵사지 금동향로

    ‘보물’ 익산 미륵사지 금동향로

    문화재청은 익산 미륵사지 금동향로와 포항 중성리 신라비 등 문화재 15건을 국가지정 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중 익산 미륵사지 금동향로, 양산 통도사 은제도금아미타여래삼존상과 복장(腹藏) 유물, 문경 봉암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복장 유물, 속초 신흥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경산 경흥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서천 봉서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고창 선운사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 불설대보부모은중경판(佛說大報父母恩重經版), 양산 신흥사 대광전 벽화, 불조삼경(佛祖三經) 등 불교 문화재가 10건이다. 포항 중성리 신라비, 조선시대 산학(算學) 기본서인 양휘산법(楊輝算法), 조선 중기 문인 김응남의 전기(傳記) 자료인 김응남 호성공신교서(扈聖功臣敎書) 및 관련 고문서, 이순신 장군 관련 고문서인 사패교지(賜牌敎旨), 증직교지(贈職敎旨)도 보물로 지정됐다. 한국적 수각형(獸脚形) 향로인 익산 미륵사지 금동향로는 출토 경위가 확실하고 보존 상태가 완벽한 데다 통일신라 시대 대형 향로 가운데 제작 연대가 가장 빨라 문화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혼돈의 세상, 성철 스님에게 길을 묻는다

    혼돈의 세상, 성철 스님에게 길을 묻는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하늘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성철 스님 열반송) 평생 “속이지 말고 공부하라.”고 외쳤던 ‘가야산 호랑이’ 성철(1912~1993) 스님. 한국 현대불교를 대표하는 성철 스님의 탄신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수행처를 따라가며 수행의 의미를 되새기는 순례법회가 마련된다. 재단법인 백련불교문화재단과 중앙신도회부설 불교인재교육원이 다음 달 31일부터 2014년 8월까지 매달 진행하는 ‘성철 스님 수행도량 순례법회’다. 성철 스님의 수행도량을 전수 답사하는 순례법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순례단은 합천 해인사를 비롯해 부산 범어사, 양산 통도사, 영천 은해사, 대구 동화사, 순천 송광사, 예산 수덕사, 문경 봉암사 등 성철 스님이 주석하며 수행했던 24개 사찰을 방문할 예정이다. 수계득도부터 정진, 오도, 열반까지 스님의 구도 여정을 모두 밟는 셈이다. 순례법회의 가장 큰 특징은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배워 일상에서 회향한다는 점. 이동하는 차량에서 성철 스님의 수행 일화를 소개하며 법사 스님이 법문을 진행한다. 늘 “남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던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회와 이웃을 향해 기도하는 시간도 갖는다. 불교계는 이 순례법회 말고도 다양한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불교인재개발원이 3월 5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인재개발원 내 선운당에서 실시하는 ‘백일법문 강좌’와 백련불교문화재단의 릴레이 학술포럼은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다. 이 가운데 ‘백일법문 강좌’는 성철 스님의 삶과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법문의 진수와 가르침을 찬찬히 되새기는 자리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인 원택 스님과 금강대 김성철 교수, 불광연구원 서재영 박사가 불교의 본질, 중도사상, 중관사상, 화엄 및 선종사상을 강의한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의 릴레이 포럼은 성철 사상의 본질인 돈오돈수(頓悟頓修·단번에 깨우쳐 더 수행이 없는 경지)와 한국 불교의 수행법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다. ‘퇴옹 성철과 돈점논쟁’(3월 29일)을 시작으로 ‘돈오돈수와 퇴옹 성철의 수증론’(5월 24일), ‘퇴옹 성철의 중도론’(9월 27일), ‘간화선(看話禪)과 위파사나’(11월 22일)에 대한 토론이 이어진다. 문화사업도 풍성하게 열린다. 불교중앙박물관에서는 스님의 일대기를 담은 전시회(3월 8일∼6월 3일)가 마련돼 스님의 유품, 유필, 사진을 볼 수 있다. 서예가 겸 전각가인 김양동 화백이 법어집 ‘본지풍광’ 속 말씀을 서화로 꾸민 ‘성철 스님의 법어 서화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가을쯤엔 박대성 화백이 성철 스님의 행적지와 초상을 수묵으로 그린 전시회를 연다. 스님의 생애를 담은 ‘성철 큰스님 행장’, 말씀에 사진을 곁들인 ‘본래 눈을 뜨고 보면’ 같은 서적도 2월 말 잇따라 출간되며 스님의 일화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도 5월쯤 선보인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비디오 클립, 웹툰 등 성철 스님과 관련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이 같은 사업을 준비해 온 백련불교문화재단은 “성철 스님이 사회에 끼친 영향을 모색하면서 스님을 한국을 대표하는 20세기 사상가로 자리매김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며 “스님을 문화 아이콘으로서도 새롭게 조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국불교 대표적 學僧 지관스님 입적

    한국불교 대표적 學僧 지관스님 입적

    대한불교 조계종 32대 총무원장을 지낸 지관(智冠) 스님이 2일 오후 7시 55분 서울 정릉동 경국사에서 입적했다. 세수 80세, 법랍 66세. 영결식은 8일 11시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서 거행되며, 장례격은 3일 결정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관스님은 지병인 천식과 투병하다가 상태가 악화해 이날 세상을 떠났다.지관스님은 폐 천식이 심해 지난해 9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수면 치료’를 받으며 지병을 돌봤지만, 고령이라 회복되지 않았다. 지관스님은 9월 입원 직전 원고지에 친필로 ‘사세(辭世)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임종게(臨終偈)를 남겼다. 스님은 임종게에서 “무상한 육신으로 연꽃을 사바에 피우고/허깨비 빈 몸으로 법신을 적멸에 드러내네/팔십년 전에는 그가 바로 나이더니/팔십년 후에는 내가 바로 그이로다.”라고 전했다. ●평생 불교 저서 편찬에 매진 1947년 해인사에서 당대 최고 율사(律師)였던 자운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지관스님은 1953년 통도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1963년 경남대를 졸업하고서 1976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해인사 주지, 동국대 이사와 총장, 조계종 총무원장(2005-2009) 등을 역임했다. 지관스님은 조계종을 대표하는 학승(學僧)으로 꼽힌다. 지관스님은 퇴임 후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자신의 호를 딴 가산(伽山)불교문화연구원에서 불교대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 편찬작업에 매달렸다. 금석문(石文) 분야의 권위자였던 지관스님은 ‘가산불교대사림’ 이전에 ‘역대고승비문총서’(전7권)를 편찬했으며, 한국불교학연구자 100인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한국불교문화사상사’ 등을 펴내는 등 종단을 대표했던 학승다운 면모를 보여왔다. 그가 1974년 펴낸 ‘한국불교소의경전연구’도 한국불교학 자료의 서지적 기원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님은 1991년 동국대 총장에서 물러난 뒤 한국불교학연구를 통한 한국불교중흥을 위해 사재를 털어 창경궁 근처에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개원했다. 개원 후 연구원 10여 명과 함께 편찬 작업에 매진한 스님은 바쁜 일정에도 머물던 정릉 경국사에서 승용차 없이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출퇴근하는 등 솔선수범하며 배움과 가르침의 길을 걸었다. 그가 평생 매달렸던 가산불교대사림은 현재 13권까지 편찬됐다. 조계종 원로의원이던 지관스님은 2005년 제32대 총무원장에 취임했으며, ‘원로’답게 종단의 안정과 화합의 기틀을 마련하고서 4년 임기를 마치자 평화롭게 종권을 이양했다. 그는 총무원장 재임 시 조계종의 소의경전(근본경전)인 ‘금강경’을 표준화했으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완공 등 조계사 성역화,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충남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 국제선센터 건립 등을 통해 한국불교와 간화선의 대중화 기반을 구축했다. 고인은 조계종단에서 최연소 강사(28세), 최연소 본사(해인사) 주지(38세), 최초 비구 대학총장(1986년·동국대) 등의 기록도 갖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관광부 은관문화훈장(2001년)에 서훈되고 조계종 포교대상(2001년), 만해대상 학술부문상(2005년) 등을 수상했다. 이 밖에 종단교육공로표창(1969년), 서울시 정의사회구현 표창(1982년) 등 수상경력이 있다. ●故 노대통령 비명·만장 작성 한편, 지관스님은 지난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에 따라 건립된 ‘아주 작은 비석’에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비명과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사용된 만장을 직접 쓰기도 했다. 반면 같은 해 6월,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심화된 국론분열을 수습하고자 7개 종단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자 참석을 거부해 눈길을 끌었고, 2008년 7월에는 경찰이 조계종 경내에서 지관스님이 탄 차량을 과도하게 검문한 것과 관련, 어청수 당시 경찰청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조계종 13대 종정에 진제스님

    조계종 13대 종정에 진제스님

    한국불교 맏형 격인 대한불교 조계종의 차기 종정에 대구 동화사 조실인 진제(77) 대종사가 추대됐다. 조계종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종정 추대회의를 열고 진제 스님을 제13대 종정에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추대 위원들은 별 이견 없이 진제 스님의 종정 추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제 스님의 임기는 내년 3월 26일부터 5년간이며, 별도의 추대법회를 통해 종정에 오른다. 진제 스님은 종정에 추대된 뒤 원로회의 사무처장을 통해 “여러 스님과 종단 안팎 사부대중의 뜻을 안아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인 간화선을 세계에 진작하는 데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특히 사부대중에게 ‘대지여우인막측(大智如愚人莫測)이요, 수래방거역비구(收來放去亦非拘)로다.’(큰 지혜를 가진 이는 어리석어 보임이나 사람들이 헤아리지 못함이요 진리의 전을 거두어 놓는 데 또한 걸림이 없음이로다)라는 게송을 전했다. 경남 남해 출신인 진제 스님은 ‘남진제 북송담’으로 회자될 정도로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이다. 1954년 해인사로 출가해 석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57년 통도사에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67년 당대 선지식 향곡 선사와의 법거량을 통해 전법게(傳法偈·이미 득도한 큰스님에게서 깨달음을 인정받는 것)를 받고 33세에 경허·수월·운봉·향곡 스님으로 이어져 오는 법맥을 계승했다. 부산에 해운정사를 창건해 금모선원의 조실로 추대된 이후 선학원 중앙선원 조실, 봉암사 태고선원 조실 등을 역임했고 현재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 등을 맡고 있다. 특히 1998·2000년 백양사 무차선대법회에서 초청 법주를 맡았으며 2009년 부산 벡스코에서 백고좌대법회를 여는 등 한국불교의 간화선 전통 계승에 앞장서 왔다. 조계종 종정은 조계종단의 법통을 상징하는 정신적 지도자로 종단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부고] 봉녕사 승가대학장 묘엄 스님 입적

    [부고] 봉녕사 승가대학장 묘엄 스님 입적

    비구니계의 원로이며 경기 수원 봉녕사 승가대학장인 묘엄 스님이 2일 오전 9시 5분 봉녕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67년이며 세수는 80세다. 묘엄 스님은 조계종 통합 종단의 초대 총무원장과 2대 종정을 지낸 청담 스님의 속가 딸이자 6, 7대 종정이었던 성철 스님의 제자다. 1931년 진주에서 태어난 스님은 “내가 아는 것을 너에게 다 가르쳐 주겠다.”는 성철 스님의 말씀에 따라 출가를 결심했다. 1945년 월혜 스님을 은사로, 성철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받았다. 1961년에는 통도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구족계)를 받았다. 비구니가 구족계를 받은 것은 정화종단 이후 처음이었다. 이후 성철 스님은 묘엄 스님에게 정신적 가르침과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인연으로 묘엄 스님은 성철 스님의 최초 비구니 제자로 알려졌다. 1959년에는 동학사에서 최초의 비구니 강사로 학인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971년 봉녕사에 정착한 스님은 40년 만에 봉녕사를 비구니 승가 교육의 요람으로 변모시켰다. 지금까지 8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1999년에는 세계 최초의 비구니 율원인 금강율원도 개원했다. 2007년 10월에는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종정인 법전 스님으로부터 종단 사상 처음으로 명사법계(비구니 스님에 대한 최고 지위)를 받았다. 장례는 전국비구니회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봉녕사에 마련됐다. 6일 오전 11시 영결식에 이어 다비식이 치러진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대장경의 마을’ 경남 합천의 모든 것

    ‘대장경의 마을’ 경남 합천의 모든 것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오후 9시 30분에 방영되는 EBS 한국기행은 경남 합천을 집중 조명한다. 1부 ‘대장경 천 년, 해인사’는 통도사, 승보사와 함께 3대 사찰인 해인사를 찾는다. 해인사 하면 국보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을 빼놓을 수 없다. 가로 69.5㎝, 세로 23.95㎝, 두께 2㎝의 목판이 8만장 이상 만들어진 것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대장경 조성 1000년을 맞는 해. 오랜 세월 잘 보관됐던 비결은 온도, 습도, 통풍을 잘 조절한 장경판전 건축에 있다. 그런데 이 장경판전에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이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장경판전 관리를 맡아 아침 7시면 장경판전에 들어가는 성안 스님. 스님에게 대장경에 대한 얘기를 청해봤다. 2부 ‘내 마음의 느티나무’는 합천군 구정리에 서 있는 500년 된 느티나무를 찾는다. 네거리 교차로에 떡하니 버티고 선 이 나무는 수령에 걸맞게 둘레가 6m에 이른다. 넓고 깊은 그늘은 아이들에게는 놀이터를, 어른들에게는 쉼터를 제공해 준다. 이 마을의 터줏대감이자 산 증인인 셈이다. 오래전 고향을 떠난 이들도 이 느티나무가 그리워 고향을 다시 찾고,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느티나무를 찍기 위해 몰려드는 지역의 명물이다. 3부 ‘전통이 숨 쉬는 땅’은 조선 세종 때 세워진 합천향교를 찾는다. 향리를 위한 교육기관으로 출범했으나 한때는 교육 기능을 잃고 제사를 지내는 용도로 쓰였다. 그랬던 것이 2005년부터 한문수업, 예절교육 등을 위한 공간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전통의 부활이다. 한과로 유명한 도옥마을도 찾았다. 이 마을 한과가 유명한 이유는 기름에 튀기는 대신 무쇠솥 위에 자갈을 달군 뒤 그 위에다 유과를 굽기 때문. 기름 귀하던 시절 발견해 낸 나름의 아이디어인데, 이게 묘하게도 특이한 맛과 향을 내는 데 도움을 준다. 오광대마을도 찾았다. 흥겨운 우리 가락의 명맥을 잇는 오광대놀이로 유명한 마을이다. 마을은 합천을 흐르는 회천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교통의 중심지다 보니 예로부터 큰 장이 섰고, 이 장터를 무대 삼아 광대놀이가 발달했다. 오광대놀이가 남부형 탈춤의 시조격으로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2년 전 오광대놀이를 되살려 맥을 잇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4부 ‘영남의 소금강(小剛), 황매산’은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억새밭으로 유명한 황매산을 다룬다. 합천이 낳은 산악인으로 여성 최초 에베레스트 정복 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순주씨와 함께 황매산을 오른다. 정상 부근 영암사지와 덕만마을의 도라지 캐는 풍경도 함께 조명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5주년 맞은 ‘108산사 순례기도회’ 이끈 혜자스님

    5주년 맞은 ‘108산사 순례기도회’ 이끈 혜자스님

    나눔과 보시의 덕행을 산사 순례에 접목해 독특한 신행을 키워 나가고 있는 ‘108산사 순례기도회’가 순례 5년을 넘겼다.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도선사 주지 선묵 혜자 스님의 발원으로 시작해 전국의 산사를 돌며 기도를 하는 사찰 탐방이자 지역 주민들을 돕는 나눔의 행사. 지난 2006년 9월 도선사에서 발대식을 가진 순례단은 양산 통도사를 시작으로 지난주 소백산 희방사까지 모두 61차례에 걸친 사찰 순례를 마쳤다. “돌아보니 횟수로 보자면 벌써 환갑을 넘긴 셈이네요. 처음엔 그저 신자들과 함께 산사를 찾아 염불과 기도를 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는데 순례 기도회의 규모가 많이 커졌고 이런저런 일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11일 순례 5주년의 감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을 덤덤하게 받아넘긴 혜자 스님. “별 탈 없이 무난하게 5년을 넘겼다.”는 스님의 소회와는 달리 그간 순례 기도회가 남긴 것들은 결코 적지 않다. 순례 기도가 이뤄지는 사찰 주변에서 지역 주민들이 가꾼 작물들을 신도들이 직접 구입하도록 직거래 장터를 연 것을 비롯해 다문화여성 농업인 인연맺기를 지속적으로 주선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생활이 어려운 농어촌 주민에게 병원비나 약값을 대주는 ‘환자 보시’며 조손가정이나 지역을 묵묵히 지키는 효자·효부에 대한 시상도 병행해 왔다. 그런가 하면 소년소녀가장에게 장학금을 주고 군 장병들에겐 행사 때마다 초코파이를 전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다문화여성과 도시의 가정을 연결하는 인연맺기가 110건이나 성사됐고, 군 부대에 전달한 초코파이만 해도 230만개 분량이라고 한다. 사찰 순례마다 5000∼6000명의 신자들이 동행하는 대규모 기도회. 이젠 불교 신자만의 신행이 아닌 다종교 행사로 번지는 등 불교계의 이름난 순례 상품으로 자리잡은 이 순례기도회를 빠짐없이 동참하며 이끌고 있는 혜자 스님. 그의 원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은사이신 청담 스님은 늘상 ‘베풀고 나누며 수행하라’고 하셨지요. 불교가 언제까지 산중에 갇힌 채 닫힌 종교로 머물러 있어야 합니까. 산속에서 거리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나아가 대중과 함께 부대끼고 더불어 살면서 상생의 덕을 쌓아야지요.” 13살의 나이로 도선사에서 출가한 혜자 스님은 은사인 청담(1902~1971·전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을 입적 때까지 줄창 시봉한 상좌. 그 은사 스님의 생전 가르침을 조금이나마 몸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된 게 다행이란다. “불교의 산타클로스라 불리는 중국의 포대화상은 늘상 커다란 자루를 메고 부자들에게서 얻은 재물과 음식을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에게 나눠줬다고 합니다. 순례를 마치면 해당 사찰 이름이 새겨진 염주 알을 하나씩 받게 되는 순례 참가자들이 108번뇌를 소멸시키고 보시의 즐거움도 함께 찾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이제 혜자 스님이 목표로 삼은 108산사 중 남은 건 47개. 혜자 스님은 1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바른 신심, 자비로운 나눔, 함께하는 사회를’이란 주제 아래 순례 기도회 5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다음달 중순쯤 지리산 천은사에서 순례를 이어간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봉은사·통도사 대규모 개산재 잇따라 개최

    서울 강남의 봉은사와 영축총림 통도사가 개산재를 잇따라 연다. 개산재는 절을 처음 세운 날을 기념하는 의식으로, 올해 두 사찰은 대대적인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우선 창건 1217년을 맞은 강남 봉은사는 27일 창건주 연희국사, 중창주 보우대사를 비롯해 서산대사, 사명대사, 영기율사, 영암 대종사, 석주 대종사 등의 진영을 모시고 헌공 다례를 올리는 다례재를 봉행한 데 이어 29일까지 3일간 개산대재를 봉행한다. 개산대재 기간 중 ▲템플문화 한마당 ▲봉은사 사진전 ▲선시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봉은사 스님과 신자들이 함께 대웅전 앞마당에 조성된 법계도를 따라 돌며 불경을 독경하는 정대불사도 열린다. 영축총림 통도사도 창건 1366주년을 맞아 10월 1∼5일 통도사 개산문화대재를 연다. 개산재는 ‘개산의 빛 나눔의 가을’을 주제로 예경, 찬탄, 새싹, 나눔의 장으로 진행된다. 지방 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 중인 괘불이운과 종사이운을 일반에 선보이며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는 보물 제1258호 성주 보살사 괘불을 비롯한 괘불탱 특별전이 열린다. 인기 연예인이 꾸미는 음악회와 전국의 초·중·고생들이 참가하는 사생대회를 비롯해 장학금 수여와 각 지역의 공예품을 전시하는 나눔의 장도 펼쳐진다. 개산대재 법요식은 마지막 날인 5일 오전 10시 설법전에서 봉행된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국정감사] 국감 브리핑

    ●국가문화재 12곳 소방시설 불량 통도사, 내원사, 월정사 등 국가지정 문화재 12곳이 화재안전검사에서 ‘불량’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문화재 소방검사를 한 결과 국가지정 문화재 285곳 중 12곳이 불량이었다. 불량 판정을 받은 곳은 법륜사·용화사·안심사·관음정사·통도사·내원사·마곡사 영산전·개심사·환성사·화암사·정사·법흥사 등이다. ●소방관 안전장비 노후율 32% 소방관의 개인안전장비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태원 한나라당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현재 소방관 개인안전장비 노후율은 31.8%에 달했다. 장비별로는 소방헬멧이 53.4%로 노후율이 가장 높았고 방화복 47.5%, 안전화 42.8%, 등지게 12.4% 등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1800만명 재난문자 사각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재난상황을 전파하는 재난문자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이동통신 가입자가 1800여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문학진 민주당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 5월부터 도입된 소방방재청의 재난문자방송서비스는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5175만여명 가운데 3G 가입자 3363만여명에게는 발송되지 않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에 따르면 주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필요한 정보의 문자 송신 또는 음성 송신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재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3G 비스마트폰 사용자는 재난문자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4G 사용자는 이동통신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이상 없이 재난문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선승 18인의 인간적 면모와 번뇌

    화두를 들고 참구해 깨달음을 얻는 선 수행인 간화선. 이 간화선 전통이 오롯이 살아 있는 한국불교의 중심엔 귀감 격의 선승으로 추앙받는 선지식(善知識)들이 있다. 세상의 불교에 대한 인식과 불교 자체의 위상이 변하면서 “지금 한국불교엔 선지식이 없다.”는 푸념도 적지 않은 터. 하지만 여전히 간화선 중심의 한국불교를 지탱하고 이끄는 핵은 그 선지식들이다. 불퇴전의 꺾이지 않는 수행정신과 ‘나’를 잃지 않는 올곧은 생활방식을 고수하기로 이름난 한국의 선지식. 선방에서 참선에 매진하는 수좌들이나 일상의 삶에서 깨달음의 방편을 얻으려는 일반인 모두에게 그 선지식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표 선지식으로 알려진 18인을 직접 만나 나눈 대담집 ‘산승불회’(山僧不會·불광출판사 펴냄)는 눈길을 끌 만한 책이다. 백양사 방장 수산, 송광사 방장 보성, 수덕사 방장 설정, 통도사 방장 원명, 봉암사 수좌 적명, 보살사 조실 고산, 봉선사 회주 밀운, 황대선원 조실 성수, 기림사 서장암 동춘, 전 법주사 회주 혜정, 석남사 회주 정무, 죽림정사 조실 도문, 동화사 조실 진제,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인환, 금봉암 고우 스님이 주인공. 월간 ‘불광’ 취재팀장인 저자 유철주씨가 조계종 총무원 홍보팀에서 ‘5대 총림 방장 및 원로의원 스님 홍보콘텐츠 제작사업’으로 이룬 결과물에 덧붙여 지난 1년 6개월간 전국의 암자를 누벼 마주한 선승들의 전언이 생생하다. 출가 후 50여년 동안 토굴과 암자에서 수행에만 매진한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의 인터뷰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하다. “벽립천검(壁立千劍)이라고 했습니다. 벽에 천 개의 칼을 세워 두고 정진한다는 말입니다. 둔공(鈍功)이라고 했습니다. 바보같이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바가지로 바닷물을 퍼내는 심정으로 공부하기 바랍니다.”(적명 스님) 선지식의 사자후 같은 일갈과 교훈은 역시 책의 근간이다. “집 지을 때 하는 기초공사가 수행자에게는 바로 계입니다. 옛 어른들은 그릇을 바로 놓아야 물이 많이 담긴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그릇 안에 담긴 물은 흔들리지도 않아야 합니다.”(고산 스님) “세상사 바쁘다 해도 ‘참 나’를 깨닫는 이 일을 밝히는 것보다 바쁘고 급한 일이 없습니다.”(진제 스님) 그런가 하면 젊은 시절 국숫집을 찾다가 불고기 냄새를 맡고는 번민에 휩싸였다는 종산 스님의 고백은 기개가 시퍼런 선승들의 인간적 면모와 고민을 들춰내 흥미롭다. “한 분 한 분 스님을 만나는 것이 역사 그 자체와 마주하는 경험이었다.”는 저자는 18명의 스님이 보여주는 18가지 색깔의 가르침이 ‘명불허전’(名不虛傳)을 실감케 한다고 말한다. 1만 6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부고]

    ●이영갑(전 농암초 교장)영만 영활(부산시 정책기획실장)영화(다인테크 대표)영오(경일감정평가법인 전무)씨 모친상 이경화(기장메디칼약국 대표)씨 시모상 10일 부산 해운대 백병원, 발인 13일 오전 6시 (051)797-0125 ●홍석종(전 부산시 기획감사실장·삼영공업 대표이사)씨 별세 일성(삼영공업 전무이사)민성(아주대 기계공학부 교수)배성(삼영라이텍 대표이사)씨 부친상 이명아(서울과학기술대 도자문화디자인과 교수)씨 시부상 1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2 ●이찬희(대구은행 기업금융본부장)씨 모친상 11일 경북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53)420-6149 ●박지훈(이사동우회 회장)지영(승민투자개발 대표이사)씨 부친상 김은영(국민은행 송파지점)씨 시부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3일 오전 5시 (02)3010-2232 ●김광희(예비역 중령·육사11기)씨 별세 길준(통도사랑의원 의사)길훈(자영업)씨 부친상 1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2)3010-2261 ●강성훈(사업)성철(수출입은행 지점장)성필(사업)씨 모친상 11일 경희의료원, 발인 13일 오후 1시 (02)958-9545
  • 리처드 기어 “깨달음은 우리 모두의 몫… 평화롭게 살았으면”

    리처드 기어 “깨달음은 우리 모두의 몫… 평화롭게 살았으면”

    21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가 들썩거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벽안의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 사진전 ‘순례자의 길’ 홍보차 전날 방한한 미국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62)다.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아내, 아들과 함께 조계사를 방문한 기어는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도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조계사에는 50여명의 취재진과 신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하치 이야기 대본 보고 아기처럼 울어” 기어는 대웅전에 들어가 절을 하고 향을 피운 뒤 서원을 적는 원적부에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도 만나 환담했다. 기어는 티베트에서 찍은 사진을, 자승 스님은 도자기 향로 3개와 염주 등을 각각 선물했다. 기어는 염주를 팔목에 끼며 “염주알이 몇 개냐.”고 묻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화제는 기어가 주연한 영화 ‘하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옮겨 갔다. 자승 스님이 “불교의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하자, 기어는 “‘하치 이야기’를 어떻게 아느냐.”고 놀라워하면서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너무 감동적이어서 아기처럼 울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뭔가를 기다리는 하치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불교에서 추구하는 깨달음을 느끼려 한다.”면서 “스님들이 선방에서 깨달음을 추구하지만 사실 깨달음은 온전히 그대로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족과 잠실구장서 야구 응원도 탁본 체험에도 나선 기어는 “예전에 한국을 경유한 적은 있지만, 머문 것은 처음”이라면서 “한국 불교가 오래된 전통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힘을 갖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금동관음보살상을 보고서는 “뷰티풀”을 외쳤다. ‘초조본 불설가섭부불반열반경’이 11세기 최초로 만들어진 대장경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처음이 맞느냐.”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국, 티베트 탱화와 한국 탱화가 다르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이 다르냐.”는 등 질문도 쏟아냈다. 기어는 이날 저녁 가족과 함께 서울 잠실구장을 방문해 LG와 넥센의 경기를 관람했다. 홈 구단인 LG가 증정한 모자를 쓰고 빨간 막대 풍선을 흔들며 응원전도 펼쳤다. ●새달 24일까지 ‘순례자의 길’ 사진전 기어는 22일 기자회견에 이어 23일 경남 양산 통도사와 대구 동화사 등을 방문한 뒤 25일 출국할 예정이다. 그가 티베트 등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한 ‘순례자의 길’은 다음 달 2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기어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삼아 30여년간 불교 수행자의 길을 걸어 왔으며 티베트 독립 지원, 에이즈 예방·퇴치 운동에 앞장서 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 임명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30일 통도사 신임 주지로 원산 스님을 임명했다. 원산 스님은 통도사의 방장(方丈)인 원명 스님이 추천한 인물로, 1968년 4월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으며 벽련화사 주지, 조계종 교육원장 등을 지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달마배 스노보드대회 9년째 주최하는 호산 스님

    [김문이 만난사람] 달마배 스노보드대회 9년째 주최하는 호산 스님

    달마 대사가 눈 위에서 씽씽 스노보드를 탔다고? 하기야 중국 쑹산(嵩山)의 소림사 토굴에서 9년 면벽 수행했으니 스노보드 아니라 고난도 스키인들 못 탈 일이 뭐 있을까. 선법(禪法)에 도통한 만큼 휙휙 날아다녔겠지…. 그의 제자가 되고 싶어 찾아온 승려들도 죄다 눈밭에서 무릎을 꿇었으니 말이다. 그런 달마를 연상했을까. 스노보드를 아주 잘 타는 스님이 있다.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전문가이자 국내 스노보드계의 대형(大兄)으로 통한다. 매년 이맘때 국제 스노보드대회 개최도 앞장서서 주관한다. 2018년 동계올림픽에서는 눈밭 종목에서 첫 메달을 따기 위해 꿈나무도 육성하고 있다. 이 정도면 보통 정성이 아닐 터. 제9회 달마오픈 스노보드 챔피언십 대회(12일·강원 홍천 비발디파크)를 앞두고 경기 양평 용문사를 찾았다. 이곳 주지로 있는 호산(46)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천년 하고도 100년이 더 넘는 세월을 지켜 온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가 용문사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한다. 바로 옆에는 해우소가 있다. 문득 생각나는 일화 한 토막. 국민 소리꾼 장사익씨가 용문사 산사음악회에 왔을 때 해우소에서 나는 향기(?)를 지적하면서 “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느냐.”고 절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관계자는 “은행나무의 뿌리가 해우소 밑에까지 뻗어 있다. 해우소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을 버티는 은행나무의 식량 창고나 다름없다.”는 답을 들었단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드는 관광객들과 아는 듯 모르는 듯한 서로의 내공으로 오랫동안 호흡을 같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높이 42m, 밑둥 둘레 14m.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를 새삼 우러러보며 절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읍내에서 일을 보고 막 도착한 호산 스님이 달마의 미소처럼 밝게 웃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하얗게 쌓인 눈을 밟으며 선방으로 들어가 녹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먼저 올해 스노보드 대회에 관한 얘기를 했다. “외국인 10여명, 내국인 150여명이 참가합니다. 아마추어 주니어 남녀 부문, 프로 남녀 부문, 그리고 올해 처음 프리스타일 종목을 하나 추가했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참가 인원도 그렇고 기량 또한 많이 발전하고 있지요.” 차 한잔을 마시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꿈나무 4명이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뉴질랜드에서 두달 동안 훈련한 뒤 11월 12일부터 밴쿠버 휘슬러 스키장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지요. 코치는 캐나다 국가대표 출신 크리스핀 립스콤을 영입했습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 때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눈밭 종목에서 메달을 따게 될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웃음)” 꿈나무들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남녀들이란다. 그렇다면 훈련과 코치 영입 비용 등은 어떻게 조달할까. “처음에는 제가 거의 혼자 내다시피 했지요. 올해는 삼성화재 직원들의 개인적 도움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꿈나무 키우기에 활력을 얻었습니다. 모든 훈련 프로그램을 2018년 동계올림픽으로 맞춰 놓고 있습니다. 타깃은 하프파이프(half pipe·반원통 모양의 슬로프) 종목입니다. 3월에 훈련상황을 보기 위해 휘슬러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지난 9년 동안 꾸준히 달마배(杯) 스노보드대회를 개최하면서 얻은 수확이자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도 했다. 또한 3년 전 월드컵이나 US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필요한 피스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국제대회로 인정받은 것도 ‘달마배 스노보드대회’의 큰 수확이다. “국내 최장수 스노보드대회입니다. 격년제로 국제와 국내 대회를 번갈아 가면서 합니다. 꿈나무도 육성하고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 것이지요. 그동안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늘 대회를 열 때마다 초심으로 준비합니다.” 대회를 열기 전 며칠 동안 스님은 항상 먼저 대회장으로 가서 직접 스노보드를 타 보면서 눈 상태와 여러 안전장치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또한 스님은 대회가 축제이니만큼 1, 2, 3등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빨·주·노·초·파·남·보’를 정해 ‘저 아이는 빨강, 저 아이는 주황색’이라는 식으로 형형색색의 분위기로 즐겁게 유도한다. 그의 스노보드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사실 스노보드라고 하면 20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데 40대 후반으로 들어선 스님이 스노보드를 탄다는 것 자체가 약간 신기하게 다가온다. 그것도 오목한 반원통 슬로프를 오르내리면서 장삼 자락에 공중회전까지 한다니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9년 광화문광장 스노보드 월드컵 때도 출전해 수준급 국제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기도 했다. 스님이 스노보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 광릉 숲 근처 봉선사에 있을 때 인근 스키장에 가서 안전을 기원하는 기도를 해 줬다. 스키장 측에서는 고맙다는 인사 표시로 스키장 이용권 다섯 장을 건넸다. 때마침 스님은 스노보드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자유로움과 해탈을 연상하게 됐다. 좌우, 앞뒤 방향에 제약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스노보드에 매력을 느꼈던 것. 승복 또한 힙합바지 모양이어서 보드복을 처음 입었을 때에도 낯설지가 않았다. 며칠 뒤 스님은 스키장으로 가서 젊은이들에게 한 수만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이때 만난 선수들이 우리나라 프로 1세대인 김수철, 이덕문, 강기훈 등이다. 그 이후에는 독학으로 하루 1시간 이상씩 연마하면서 2년 동안 꾸준히 탔다. 그러다가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프로선수들과 동행하기도 했다. 캐나다, 스위스, 뉴질랜드 등 여섯 차례나 해외훈련을 하는 열정을 쏟았다. 그러다 2003년 조계종의 지원으로 ‘달마배 오픈 스노보드 대회’를 열기 시작했고 안국선원 등의 지원으로 상금 규모가 2000만원 가까이로 불어나면서 국내 최대의 겨울 스포츠 제전으로 도약했다. 도선사·월정사·낙산사 스님들, 그리고 관심 있는 여러 신도들의 도움으로 대회가 끊기지 않고 9년 동안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가끔 스키장에서 공짜로 장소를 빌려 주는 은덕도 입었다. “스노보드는 대개 10대와 20대가 탑니다. 우리 같은 나이는 거의 없지요. 그동안 대회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이들의 열성이 있어서 끊기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기량도 매년 일취월장하고 있지요.” 스님에게 불쑥 “스노보드에도 불심(佛心)이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스님은 피식 웃는다. “무유정법(無有定法)입니다. 정해진 법이 영원하지 않듯 인연 따라 법을 찾는 것이지요. 또한 해탈입니다. 선각(線角)을 뛰어넘는 대자유인이지요. 타는 친구들도 어떤 얽매임 없이 자유로운 경지를 좋아합니다. 대자연인이기도 하지요. 보드는 창작이 많습니다. 긴 원형이거든요. 대회를 열 때마다 창작된 기법이 한 가지 이상 등장합니다. 이런 것들이 아마 설원의 자비이자 깨침이 아닐까요.” 매년 겨울만 되면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스님 스스로도 전생의 인연법으로 그들과 만난다고 했다. 아울러 개인적인 긍지를 느낄 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꾸준한 시험이라고도 했다. 달마배를 통해 아이들과 교감을 가지고 서로 통하니 망할 일이 없다며 웃는다. “달마 대사가 (정적으로) 면벽에 관심이 있었듯이 스포츠에도 얼핏 동적인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정적인 마음이 있어야 평온해지고 차분한 가운데 좋은 실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스님은 초보 때 왼쪽 빗장뼈를 다친 적이 있다. 이때 욕심을 내면 다치고, 긴장하고 두려워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보드는 가장 동적인 운동이지만 마음의 리듬을 놓치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것 또한 알았다. 명상과 같은 정적인 수행법을 새삼 느꼈던 것이다. 캐나다에 입국할 때였다. 승복을 입고 스노보드를 든 스님에게 입국 심사관이 “스님은 보드탈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단다. 그러자 스님은 짧은 영어 실력으로 “나는 보드를 타도 타지 않는 것과 같다. 욕심을 채우려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입국 심사관은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웃었다. “불법에 이런 말이 있지요. 어디서든 주인공이 되라. 그러면 서 있는 자리가 모두 진실되리라(隨處作主 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딴 곳에 있는 유령같이 사는 일이 많지요.” 스님은 겨울에는 스노보드대회를 열고 봄과 가을에는 작은 산사음악회를 연다. 올해도 5월부터 가을까지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제목으로 테마가 있는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성세대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특별하게 연출한다. 벌써 11년째나 된다. 아울러 용문사에서는 매주말 산사무공(山寺武攻)을 익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스님의 뒷모습을 보니 이래저래 도사(道士)의 체격이다. 편집위원 km@seoul.co.kr ●호산 스님은 호산 스님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익혔고 무술하는 스님의 모습을 보고 14살 때 출가했다. 대구 선석사에 오래 있다가 1982년부터 1985년까지 통도사 전문강원 생활을 했고, 1986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이후 2년여 동안 강화도에서 군 복무를 한 뒤 봉암사·해인사 등의 선방에서 수행정진했다. 1996년 봉선사 재무국장으로 있을 때 스노보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경기 양평의 상원사에서 주지(1996)와 선방수행을 했으며 2007년부터 현재까지 용문사 주지를 맡고 있다. 그의 스노보드 실력은 국제 수준급이며 2009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그가 주관하는 달마배 스노보드대회는 올해로 9회째를 맞는다. 현재 꿈나무 4명을 캐나다 휘슬러 스키장에 보내 2018년 동계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맹훈련 중이다.
  • 구제역 코앞에… 울산 ‘비상’

    울산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다. 구제역이 김해, 양산 등 지척까지 다가와 축산농가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역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이 설 연휴를 앞두고 울산 울주군 인접 8㎞ 지점인 경남 양산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 29일 의심신고가 접수된 양산시 상북면 양돈농가를 정밀 검사한 결과 양성 판정을 내렸다. 양산시는 곧바로 발생농가의 돼지 200마리와 염소 50마리, 송아지 1마리를 예방 살처분했지만 확산을 차단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긴급대책을 마련했다고는 하나,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특히 양산시 상북면의 구제역 발생 양돈농가는 울산 지역의 양돈농가가 밀집한 울주군 두서면과 8㎞밖에 떨어지지 않아 축산농가의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더욱이 지난 29일 구제역이 발생한 김해 지역 농가에 대한 역학조사를 한 결과 울산 농가 31가구(한우 8가구·돼지 23가구)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시는 31가구 농가 관계자와 차량 운송자 11명에 대해 각각 14일과 7일간 이동제한명령을 내렸다. 시는 지난 30일부터 기존 30곳의 방역초소를 35곳으로 늘렸다. 추가 설치된 초소는 양산에서 울산으로 진입하는 통도사 앞 도로와 두서면 서하리 진입로 등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사설]조계사에 불 밝힌 성탄트리만 같다면…

    엊그제 조계사 일주문에 성탄축하 트리가 불을 밝혔다. 한국불교사상 사찰에 성탄트리가 서기는 처음이다. 점등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가 나란히 섰다. 이날 자승 총무원장은 “평화와 관용을 위협하는 아집·독선을 이겨내야 한다.”며 “예수의 마음, 부처의 지혜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냈다. 화답이라도 하듯 한기총 이광선 대표회장은 최근 문제가 된 템플스테이 예산을 정부에 요청했단다.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웃 종교 간의 화합과 소통이 흐뭇하다. 성탄 트리가 선 조계사는 2008년 불교 폄훼에 맞서 전국으로 번진 범불교도대회의 도화선이 된 현장이다.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의 차량을 수색하고 신분증까지 요구해 불심을 자극한 조계종 총본산이자, 한국불교 1번지인 것이다. 그때 성난 불심의 바탕은 개신교의 불교 폄훼와 그에 맞물린 정부의 인사·정책에 대한 불만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내년 예산에서 템플스테이 지원금이 빠진 뒤 조계종이 정부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하고 정부·여당 인사의 산문 출입을 막은 조치를 보면 3년 전 파란의 재탕인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런 현장에서 조계종단이 성탄 트리에 불을 밝힌 의미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종교의 큰 가치는 배려와 관용일 것이다. 나를 낮춰 평화와 사랑을 이루자는 미덕이다. 그런데 배타주의와 편협이 부른 일련의 상황은 ‘지구상 유례 없는 종교천국’의 찬사가 무색하다. 범어사 방화와 팔공산역사문화공원 백지화, KTX 울산역의 통도사 병기 누락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한 양상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슬람채권(스쿠크)을 발행해 중동 오일머니를 흡수하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의원들의 반대로 보류된 것을 놓고도 말이 많다. 종교 간 갈등을 조장하는 배타주의는 종교만이 아니라 사회의 균열을 부른다. 조계사 성탄 트리의 의미를 단순히 바라볼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 부산 범어사 화재… 천왕문 소실

    부산 범어사 화재… 천왕문 소실

    15일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인 부산 범어사(梵魚寺)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오랜 목조건물인 천왕문이 거의 소실됐다. 범어사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50분께 범어사 경내 천왕문(天王門)에 불이 나 건물 전체가 거의 소실됐다. 또 이 건물이 보물 제1461호인 일주문과 불이문 사이에 있는데다 근처에 승려의 숙소가 있어 불길이 번질 우려가 제기돼 굴착기를 동원해 건물을 파괴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경찰은 “천왕문에 설치된 CCTV에 한 남자가 뭔가를 건물안으로 집어던진 뒤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찍혔다.”는 사찰 관계자의 말에 따라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하는 한편 방화에 의한 불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unghy77@seoul.co.kr
  • [부고] 대한불교 관음종 종정 죽산 큰스님 입적

    대한불교 관음종 종정인 죽산(竹山) 대종사가 지난 23일 낮 1시 10분 입적했다고 관음종이 25일 전했다. 법랍 59세, 세수 77세. 죽산 큰스님은 193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952년 양산 통도사에서 월하스님을 은사로 삼고 출가해 1954년 사미계를 받았고 1958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해 비구계를 받고 통도사, 해인사, 범어사 등의 선원에서 수행했다. 이후 오세암, 영암사, 백련암, 성암사 등의 주지를 거쳐 1967년 서울 숭인동 낙산 묘각사에서 관음종을 창종한 태허스님의 제자가 돼 관음종 원로위원, 원로회의 의장 등을 지냈고 2003년부터 관음종 종정을 맡아왔다. 영결식은 27일 오전 10시 관음종 총본산인 서울 묘각사에서 종단장으로 봉행되며, 분향소는 묘각사와 경주 동국대병원 왕생원에 마련됐다. (02)763-0054, 3345.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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