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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노동의 기쁨/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고교 시절, 은사에게서 들은 일화인데 30년이 지났는데도 기억에 남아있다. 기술 선생이었는데 당신의 체험담이었다. 회사에서 사람을 스스로 나가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자리는 지키게 하면서 아무런 일도 주지 않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회사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다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한달도 못견디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일하는 기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한동안 ‘백수’로 지내다 일자리를 얻은 이들이다.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가 몇년간 ‘백수’ 생활을 한 뒤 신문사에 다시 들어온 한 선배는 “정말 이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피력했다. 최근에 지인중에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 젊었을 땐 교사생활을 한, 이제 막 50줄에 들어선 여성인데 ‘땀 흘리는 노동’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단다.10여년을 보았는데 가장 밝고 행복한 모습이다.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엔 이런 글귀가 있다.‘노동은 인생의 필수 조건이요, 기쁨이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큰 불행이다.’ 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 일심회 암호해독책은 ‘부활’

    `일심회’ 사건과 관련해 공안당국이 장민호(구속)씨로부터 압수한 물품 가운데 톨스토이의 고전 ‘부활’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장씨가 북한공작원과 교신하면서 부활을 암호해독용 책자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1993년 방북해서 10여일 동안 머물면서 암호 해독·교신, 무전연락 방법 등을 교육받았다. 특히 장씨는 단파방송을 통해 내려온 지령을 숫자로 바꾼 뒤 ‘부활’을 뒤적거리며 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을 배웠다. 예를 들어 연월일 등 날짜 표시는 책 쪽수로 해석하고 구체적인 단어는 지령을 해독한 숫자를 쪽수와 행렬로 짜맞추는 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장씨가 이 기간에 조선노동당에 가입서약을 했고 귀국한 뒤 단파라디오를 통해 가입이 승낙됐다는 사실을 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후 장씨는 매월 10일과 25일 새벽 1시에 단파라디오를 청취하며 부활을 통해 암호를 풀고 지령에 따른 사업 내용을 홍콩 사서함으로 보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공작원이 난수표, 암호해독책 등 전통적인 방법 대신 고전 문학책을 사용하는 것은 단어가 풍부하고 적발되더라도 의심을 덜 받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96년 적발된 간첩 ‘깐수’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과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암호해독용 난수책자로 사용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내 꿈은 그대를 꿈꾸게 하는 것

    내 꿈은 그대를 꿈꾸게 하는 것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에요. 우연한 기회에 교회에서 추수감사절 기념 연극을 하게 됐지요. 친구들 왈, 형이 연극을 하니 이 중 네가 제일 낫다, 한 번 앞장서 봐라, 하는 거예요. 그렇게 ‘돌아온 탕아’를 연출했지요. 그 때 그 교회의 분위기와 정서가 아직도 내게 남아 있어요. 생각해봐요, 전구에 마분지를 말아서 조명을 대신했던 그 소박한 풍경들을. 한젬마 어떤 아이였나요, 어렸을 때에는. 유인촌 숫기 없고 얌전하고 소풍가서 나서지도 않았고.... 평범했지요. 한젬마 그 아이가 자라서 이런 멋진 배우가 되었네요. 유인촌 무언가가 잠재되어 있었겠지요. 안으로 정열을 숨겨 놓는 ‘배우’가 그래서 내게 맞는 거 같아요. ‘배우’ 얘기가 나온 김에 잔소리 좀 합시다. 내가 95년 이후 방송 안 하고 연극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 이유가 이런 겁니다. 닫힌 화면 속과 열린 무대 위의 연기는 달라요. 앞사람은 표정으로 말하지만, 뒷사람은 온몸으로 제 속의 것을 토해내는 겁니다. TV는 현실의 자연스러움을 구하지만, 연극은 자연스러움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필요로 해요. 안으로 힘이 쌓여서 밖으로 우러나오는 또 다른 이미지를 요구하는 거지요. 그런데 어떻습니까. 요즘 등장하는 많은 연기자들은 그저 자기가 가진 재주를 소진해버리고는 온다 간다 말없이 사라져버리잖아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꾼다고 해도. 한젬마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응어리를 토해내시는 군요. (웃음) 대표님의 현재의 꿈도 알고 싶어요. 사람은 늙을 때까지 꿈을 꾸잖아요. 유인촌 내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언제부턴가 ‘돈키호테’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꾼다고 해도, 물리칠 수 없는 적과 싸워야 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참아야 해도....” 겉으로 읽어서는 이 구절을 찾을 수 없어요. 구석구석 숨어 있던 것을 내가 찾아낸 거지요. 그게 벌써 2, 30년 전의 일이고, 돈키호테가 나한테 준 이런 삶의 태도와 자세를, 현실에서 실행하기 어렵다면 무대에서라도 한번 이뤄보자 한 것이 내 평생의 숙제가 되었지요. 아, 참 현재의 꿈이 무엇이냐는 게 질문이었지. 그런데 말이에요. 꿈을 낮에 꿀 수는 없고 잠 든 밤에 꾸는 것 아닙니까. 또 꿈은 현재의 삶을 되비추는 것인데 현실이 어두울 때 내 의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잠 속에서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솔직히 나는 조금 두려워요.... 한젬마 얘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흘러가네요. (웃음) 유인촌 잘 생각하면 다른 얘기가 아닐 겁니다. 꿈을 잡을 수 없는 불확실한 실체라고 할 때 우리 예술가들의 역할은 바로 이 부분,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배우가 뭐고 작가가 뭡니까. 무당 곧 영매(靈媒) 아닌가요? 결국 몸을 태워서 자신을 팔아서 중생을 살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 누가 예술가를 그렇게 보겠어요. 이건 이른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계층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말로는 예술이 사회를 정화시킨다 하지만,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예술을 너무 가볍게 봐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지요. 결국은 예술가들이 그들을 각성시켜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그 역할을 못하고 오락을 제공하는 광대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한젬마 문화의 최전방에서 몸으로 부딪쳐 일하시기 때문에 더욱 절절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유인촌 내가 돈키호테 구절을 여러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자, 이길 수 없는 대상과 싸워 이기자.... 이것, 바보 같은 짓이지요. 요즘 세태에 어울리지 않으니까. 질 게 뻔한데 누가 도망가지 않고 싸우겠어요. 간단히 정리해서, 괴롭고 마주 대하기 싫은 것들을 자꾸 얘기해서 일깨우는 게 우리 배우들의 꿈이라고 해둡시다. 한젬마 사람들을 꿈꾸게 만드는 게 나의 꿈이다, 멋진 말이네요. 그럼, 꿈꾸기 싫어하는 사람들과 싸웠을 때 그 결과는 어땠나요. 유인촌 피바다가 되지. (웃음) 그러거나 말거나, 성패에 관계없이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인간이 할 일이고, 인간은 또 그렇게 살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인생은 비극! 한젬마 어느 사이에 꿈을 정리해 주셨네요. 그래도 아직 대표님께서 지금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시진 않으셨어요. 유인촌 야, 참 질기다. 요즘에 누가 이런 얘기해요. 누가 꿈 얘기하면서 현실을 다그쳐요? 오히려 사람들은 내게 이런 얘길 합디다. 유별나게 굴지 말고 편하게 살라고. 뭐 대단한 일 한다고 방송 접고 극단 만들고 극장 짓느냐고. 사서 고생하고, 돈 들어가는 일이니까 틀리지 않은 말이지요. 물론 지금이라도 당장 사는 방식을 바꿀 수 있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요? 결핍되었기 때문이지요.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뭔가가 날 자꾸 긁는 거지요. 한젬마 그 결핍을 표현할 때 가장 가까운 단어는 무엇일까요. 어떤 것에 대한 결핍일까요. 유인촌 그건 알아서 판단하세요. (웃음) §물리칠 수 없는 적과 싸워야 해도, 한젬마 이런 얘기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우리에게 제일 큰 적은 역시 내면에 존재해요. 누구나 다 약점이 있고 콤플렉스가 있을 텐데.... 유인촌 내 콤플렉스요? 재미없고, 개성 없고, 무미하고.... 자질이, 재료가 뛰어나지 못하다는 생각을 늘 해요. 하지만 그런 평범함 덕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겠지요. 너무 두드러지거나 개성이 강하면 쓰임새가 한정되니까. 문화재단 일만해도 그래요. 내가 대표직을 맡는다니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저 인간이 어떻게 규칙적인 일에 적응 할 수 있을까, 하고. 하긴 나도 조금 낯설기는 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젬마 그렇담, 가장 두렵고 힘든 일은 무엇인가요. 유인촌 우선 내부적으로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역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해야겠지요. “예술가는 말이야,” 난 이런 원론적이고 재미없는 표현을 자주 써요. 되게 보수적이죠. 나는 선배들한테 조건 없는 희생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나 역시 후배들한테 내리사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구닥다리 인생을 살아왔으니 사람들에게 “왜 예술가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는 거요?”라는 듣기 싫은 소리를 자꾸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또 마음에 맞는 동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 거지요. 한젬마 외로우신 거군요. 유인촌 강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약해요. 고집 센 것 같지만 내 생각을 끝까지 강요하지도 않아요. 완성도를 요구하는 연극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그 외의 일에는 너무 약해요. 한젬마 외부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거창하게 말해서 사회의 공공 권력에 맞섰던 고민과 갈등은 없었나요. 유인촌 사실 나는 성향으로는 시민운동을 할 사람이죠. 소외되고 핍박 받는 사람 쪽에 마음이 가 있으니 이마에 띠 두르고 목소리 높이는 일이 딱 어울릴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는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내 나름의 방법을 연극에서 찾았습니다. 그 부당성을,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고발하는 데 연극만큼 적절한 도구도 없을 겁니다. 내가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는 게 ‘홀스또메르 말馬을 의인화해서 인간사의 모순을 풍자하는 내용의 작품’라는 톨스토이 원작의 연극입니다. 흥행도 안 되고 교훈적이기만 한 따분한 작품이라고, 사람들이 아무리 찧고 빻아도 난 그걸 합니다. 그 연극 본 사람들은 막이 내려오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 해요. 야, 이거 어떻게 살라는 거야, 내가 영 잘못 살고 있는 거야? 마음이 무거워서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극 중에서 ‘말’이 ‘인간’을 이렇게 평합니다. ... 인간은 늘 뭔가를 소유하려고 해. 하지만 인간은 자기 늘 자기 땅이라고 얘기하면서도 한 번도 밟아보지 않아. 인간은 늘 “넌 내 여자야!”라고 말하면서도 그 여자가 아닌 다른 여자와 살아.... 말년의 톨스토이는 동양사상에 심취했답니다. 누릴 수 있는 부귀와 명예를 다 누린 사람인데, 어느 날 문득 자다가 뛰어나와서 기차 타고 모스크바 외곽 어딘가의 외양간에서 얼어 죽었답니다.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한젬마 아까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말씀하셨는데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고통을 빼놓고 할 수 없잖아요. 가장 컸던 고통의 순간을 기억하실 수 있나요. 연극에서는 고통을 쉽게 얘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말 작은 고통이 엄청난 좌절과 상처를 주잖아요. 유인촌 어차피 내 삶이란 게 연극을 떠나서는 별 의미가 없으니 세상살이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은 논외로 합시다. 이걸 고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난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실 때 두 번 다 임종臨終을 못 했어요. 두 번 다 공연 중이었어요. 어머니 때는 그래도 공연을 마치고 장사라도 치를 수 있었는데, 아버지 때는 독일 본에서 공연 중이라 그조차 할 수 없었지요. 자유 극단이 유럽 현지에서 햄릿을 올렸는데, 막이 오르면 햄릿이 독살된 아버지의 유령과 만나는 첫 장면이 나옵니다. 햄릿이 계속 아버지를 부르고 쫓아다니는데, 그때 같이 출연했던 동료들이 내가 무대에서 아버지 유령을 좇는 모습을 보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지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참아야 해도, 한젬마 배우의 숙명처럼 들리네요.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제가 오늘 대화를 갖기 전에 몇몇 분들에게 평소의 유 대표님은 어떤 사람이냐, 물어봤는데 한결같은 대답이 진솔하고 씩씩하고 남자답다는 거예요. 어떠세요, 이 사람들의 평가가 맞는 건가요?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것은, 실제 자기 모습은 자기가 가장 잘 안다는 거예요. 남들 봐주는 모습과 다르잖아요. 그런 거 분명히 느끼시지요? 실제의 자기 자신과 남들이 보는 혹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의 적지 않은 틈을 어떻게 메우시나요. 그런 것들 때문에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나요. 유인촌 잘못하면 정신병원 가는 거지.(웃음) 역할에 빠졌다가 제 때에 나오지 못해서 망가지는(?) 연기자들 많아요. 조폭의 두목 역을 맡았던 사람은 극이 끝난 후에도 어깨에 힘주고 다니고, 신분 높은 인물을 연기했던 사람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으로부터 늘 대접받아야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어떤 연기자든 현실과 극 사이의 혼란스러운 거리감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되는데 나도 아주 예외는 아니겠지요. 그런데 나는 어떻게 보면 무척 감성적인 사람이에요. 그 감성이 내면의 균형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비교적 잘 참고 이겨내기도 했고. 의외이겠지만, 우선 나라는 사람이 남 앞에 나서고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요. 한젬마 아니, 유인촌이라면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데도요? 유인촌 허, 참. 그런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예를 하나 들까요. 배우들은 연극 포스터에 민감해요. 내가 누구 이름보다 앞에 있다, 뒤에 있다 이런 것들에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나는 늘 뒤쪽에 내 이름을 넣으라고 해요. 한젬마 그건 어떤 여유 같은 것 아닌가요. 유인촌 일일이 설명하자면 끝이 없고... 아니, 내 이름이 마지막에 들어간다고 햄릿이 단역 되겠어요? 물론 조금 삐딱하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게 겉으로 꾸미는 거라면 사람들이 금방 알 거 아니에요. 저 인간 ‘쇼’ 한다고.... 흔한 말로 잠깐 속일 수 있어도 끝내 속일 수는 없잖아요. 그런 눈에 보이는 거짓말 안 되거든요. 균형 감각을 갖고 진정성으로 만나야지. 그리고 보세요. 실제로 내가 이것저것 안 하고 연기 하나만 하지 않았습니까. 돈 벌수 있는 데 밤무대도 안 나갔고. 가끔 광고는 찍었지만.... 한젬마 그럼 딴 일 하신 거잖아요. (웃음) 유인촌 이거 진땀나네. 변명 한 번 더 합시다. 아마 연극을 안 했으면 광고도 안 했을 겁니다. 대한민국에서 연극 하려면 돈이 들어가요. TV 출연료로는 도저히 안 돼요. 그런데 연극에서 적자를 내면, 이번에 2억쯤 엎어졌다(?) 하면 다행히 그 순간 광고가 들어와요. 이렇게 지난 10년을 끌고 왔다 이겁니다. 쑥스럽지만 서울시문화재단 대표직을 수행하는 기간 중에도 사실은 광고를 두어 번 찍었어요. 그 돈이 2억7천만 원쯤 되는데, 내가 안 갖고 재단에 기부했어요. ‘조건부 기부금’이라고 기부자가 쓰임새를 정해서 재단에 위임하는 제도가 있어요. 나는 예술 분야의 전문이론서를 쓰는 사람에게 주라고 한정 지어서 기증했어요. 그런 책은 내봐야 팔리지 않으니까. 그 결과물이 무대미술에 관련된 책도 있고 봉산탈춤의 악보를 정리한 것도 있어요. 얘기 하다 보니 자기자랑이 됐네, 음. 한젬마 그런 자랑은 괜찮아요. (웃음) 그런데 서울시문화재단의 대표로서 업무를 수행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아무래도 행정가는 현장예술가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하잖아요. 유인촌 예술을 대한 이해가 다른 사람들과 일한다는 건 사실 힘들지요. 왜 적자냐, 독립경영을 해라, 시 관계자들이 늘 하는 얘기가 이런 거였는데, 그때마다 내 대답은 명쾌했어요. 예술 하는 사람이 무슨 돈을 벌어! 문화재단의 예산 3분의 1은 벌어서 쓰라는데 여기가 돈 버는 데는 아니지요. 건물 세 주고 임대료 받아서 예산 줄인다고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 들어오면서 보셨겠지만, 이 문화재단 건물을 3층까지 비워놓았어요. 문화생활의 공간으로 시민들이 마음껏 활용하시라는 뜻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의 본연의 업무는 서울시민들이 질 높은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립, 시립 이런 이름 붙은 곳에서는 민간이 못하는 걸 해야지요. 문화적 주체성, 도덕성을 고양하는, 큰 규모의 대작을 담당해야지요. 어떻게 영세한 민간 극단이 20명, 30명 나오는 연극을 합니까. 한젬마 듣다보니 서울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규모가 궁금하네요. 유인촌 현재 외형으로는 3천5백억 원인데 그 중 1천억 원은 오페라 극장 건립을 위해 적립 중이고, 나머지 2천5백억 원이 실제 가용금액입니다. 서울문화재단의 연간 예산은 1백5십억인데 여기에서 경상비 33억 빼면 1백2십억 원이 남지요. 이 돈 가지고 1천만 명이 넘어가는 대도시에서 ‘문화’를 한다는 건데.... 글쎄요. 많고 적음에 관한 판단은 시민들이 알아서 하시겠지요. 한젬마 이제 대담을 마무리하지요.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향후 계획은.... 유인촌 특별한 것은 없어요. 강원도의 ‘봉평예술극장’을 좀더 친환경적인 예술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고.... 참, 강남에 있는 ‘유씨어터’는 그간 연극만을 위한 공연장이었는데 앞으로는 예술계 전반의 ‘사람’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켜나가려 해요. 결국 사람이 중요한 건데, 지금은 문화예술계가 지나치게 분화되어서 발전적인 교통이 잘 안 되는 감이 있어요. 예전에는 모두가 함께 어울렸어요. 문득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그때 명동 엘리자베스 다방에 가면 문학, 영화, 미술, 사진 하는 분들이 모여서 설전을 벌였어요. 말이 되든 안 되는, 대화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았던 거지요. 문학이 미술에서 한수 배우고, 미술이 연극에서 영감을 얻는 거죠. 그렇게 내면적으로 상향조정되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사람들을 모을 수 환경과 공간을 갖고 싶어요. 모여서 의논도 하고 작품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의 작품을 봐주기도 하고....그런 것들을 준비하고 싶어요. 전시 한 번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역량 있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공간도 내주고... 그게 선배된 사람들의 의무인 동시에 내 작은 꿈이기도 하겠지요. 한젬마 대담을 마치려하니 마치 짧은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관객을 꿈꾸게 하는 진짜 배우로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아주세요. 월간<샘터>2006.08
  • [CEO칼럼] 친절왕 X-파일/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

    [CEO칼럼] 친절왕 X-파일/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

    최근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낯선 외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언어의 장벽일 것이다. 그러나 높게만 보이는 언어의 장벽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눈빛과 제스처만으로 눈 녹듯 사라지는 경우를 접할 때가 많다. 이렇듯 친절(親切)은 시공(時空)을 초월한 국제 공용어인 셈이다. 친절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을 대하거나 보살피거나 가르쳐주거나 하는 태도가 정답거나 따뜻하거나 자세해서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상태에 있는 것. 또는 그러한 태도”라고 표현되어 있다. 친절에 관한 격언과 속담도 많은 편이다. 톨스토이는 ‘친절은 지나쳐도 좋다.’고 했으며 탈무드에서는 ‘똑똑하기보다는 친절한 편이 낫다.’고 했다. 친절은 예전부터 사람들의 일상을 기분좋게 하고 보람있게 만드는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아 왔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백화점에서도 ‘친절’은 서비스인으로서 임직원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지난 1998년부터 매월 전 임직원 중에서 친절왕을 선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0회를 기념해 과거 친절왕들을 분석한 ‘친절왕 X-파일’을 공개해 친절왕들의 숨은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친절왕 대부분은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자랐다. 맏이가 많았다. 친절왕들의 우수한 서비스 정신은 직업상 후천적 노력도 있겠지만 어려서부터의 환경적 요인과 습관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친절왕 대부분은 고객과의 관계뿐 아니라 평상시 대인 관계에서도 원만한 자질을 보여주었다. 구매를 하지 않는 고객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차별을 두지 않았다. 고객의 사소한 특징까지 기억하고 반겨주는 것을 단골 고객 만들기의 노하우로 손꼽았다. 하지만 그들이 밝히는 공통의 비결은 입가의 작은 미소, 상대방을 위한 세심한 배려 등 누구나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작은 것들이다. 복잡한 매뉴얼을 암기하거나 심오한 연구가 필요한 이성적 논리가 아닌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 평범한 사원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해가는 사례를 자주 접하고 있다. 안내데스크 사원에서 고객의 비서역할을 하는 컨시어지로, 여성복 판매 사원에서 사내 서비스 전문강사로 자리를 옮겨 전문성을 인정받게 된 많은 친절왕 출신 사원들을 보았다. 각기 맡은 업무에서 꿈의 씨앗을 열심히 가꾸어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직장선배로서 흐뭇함을 감출 수 없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고, 상대의 마음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고객을 대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 제 친절의 작은 시작입니다.” 한 친절왕의 소감과 같이 친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로잡는 과정이다. 아무리 사회가 발전해 모든 것이 시스템화되더라도 친절은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의 가치인 것이다. 기업의 관점에서도 구성원들의 친절서비스 의식이 상승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단순히 상품의 판매를 넘어 감성과 즐거움의 포장을 더해 줄 수 있는 능력은 기업의 큰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친절 바이러스’가 비단 기업뿐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길 기대해 본다. 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
  • [길섶에서] ‘다 행복하라’/황진선 논설위원

    시인 류시화가 최근에 엮어 낸 법정 스님의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읽으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인간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보름달이 뜨는 날, 스님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다 행복하기를 기원했다.”는 것인데, 저는 ‘창조주 같은 말씀을 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스님이 왜 그런 기도를 하셨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읽다가 ‘앗’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이레째 읽을 거리’ 편이었는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생명과의 일치,…사랑에 의한 만물의 일치이며, 무엇보다도 인류 화합의 관계 형성,…이것이 바로 인생 최대의 실천적 법칙’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한심스럽지만 그 글을 읽고서야 스님이 말씀하신 뜻을 안 것입니다. 그런 주제에 한동안 자연주의 사상가이신 스님에 대해 “참, 오지랖이 넓으신 분인 것 같네.”하고 건방진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철없는 인생이지요.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책꽂이]

    ●박정희 평전(전인권 지음, 이학사 펴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사상과 행동에 관한 전기적 연구. 박정희의 삶과 사상을 ‘심리적 고아’라는 개념으로 분석했다. 책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권위체로의 투신을 통해 정신적 고아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 박정희의 행동은 존경할 만한 선배, 역사적 위인, 국가, 단체 등에 대한 존경과 숭배, 동일시로 나타났다고 해석한다. 박정희가 지닌 심리적 고아의 특성은 5ㆍ16 쿠데타와 유신 추진 등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으며, 그의 국가주의적 정치사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1만 6000원.●욕망과 지혜의 문화 사전(샤오춘레이 지음, 유소영 옮김, 푸른숲 펴냄) 한위육조 시기의 하안은 얼굴에 하얗게 분을 바르고 걸을 때마다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봤다. 그런가 하면 송나라의 매순은 향기가 주는 관능적인 즐거움에 빠져 매일 아침 화로 가득 향을 피워 관복을 훈증한 후에야 집을 나섰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키워드는 욕망. 욕망의 모호한 대사으로서의 몸, 살아 있는 유적지로서의 몸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류의 문명사를 읽는다.1만 3000원.●레비나스 평전(마리 안 레스쿠레 지음, 변광배·김모세 옮김, 살림 펴냄) 타인의 고통을 끌어안은 ‘이타성의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네 문화의 철학자’로 불린다. 러시아의 변방 리투아니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독일 철학을 공부했고, 프랑스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전형이다. 책은 레비나스의 ‘타자의 철학’이 나올 수 있었던 사상적ㆍ종교적 배경을 살핀다. 탈무드 해석학자이자 유대인으로서의 삶과 유대주의의 보편성 확보를 위해 쏟아부은 노력 등을 소개.2만 5000원.●독일 여성운동사(로제마리 나베-헤르츠 지음, 이광숙 옮김, 지혜로 펴냄) 독일의 여성운동은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늦은 1840년대에 시작됐지만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책은 독일 여성운동의 흐름을 네 갈래로 정리한다. 독일 여성운동의 창시자 루이제 오토-페터스로 대표되는 인도적이고 계몽적인 방향, 클라라 체트킨과 무산계급 여성운동 세력들이 추구한 마르크시즘과 과격한 사회주의 방향, 여성들의 주적을 가부장제도로 규정한 과격한 페미니즘 방향, 여성의 평등권을 주장하는 20세기 초의 시민여성운동 등이 그것이다.1만 5000원.●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세기의 눈(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20세기의 눈’ ‘사진미학의 교과서’ ‘사진의 톨스토이’ 등으로 불리는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기. 그는 평생 연출사진은 찍어본 일이 없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일본의 미나마타 마을에서 중금속에 몸이 마비된 아이를 엄마가 품에 안도록 하고 사진을 찍은 유진 스미스처럼 현실을 왜곡하느니 차라리 사진을 포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던 것. 또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을 콘서트장에서 권총을 쏘는 것만큼이나 무례한 행동으로 여겼다.2만 5000원.●도시계획의 신조류(마쓰나가 야스미쓰 지음, 진형환 등 옮김, 한울 펴냄) 지속가능한 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도시이론으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 압축도시)’의 개념을 소개. 이를 구체화한 도시설계이론으로는 미국의 ‘뉴 어버니즘’과 ‘영국의 ‘어번 빌리지’가 있다. 저자(가고시마대 교수)는 이런 계획기법이 선진국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최근 동향을 살핀다.1만 5000원.
  • 죽음을 그리다/미셸 슈나이더 지음

    프랑스의 수필가 몽테뉴는 이렇게 말했다.“죽는 법을 아는 사람이 사는 법도 안다.” 죽음을 아는 자만이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에 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마음 속까지 훤히 꿰뚫어볼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죽음의 세계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공자 같은 성인도 “아직 삶을 알지 못하거늘,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프랑스 문학평론가 미셸 슈나이더가 쓴 ‘죽음을 그리다’(이주영 옮김, 아고라 펴냄)에 등장하는 위대한 문인 23명의 죽음의 풍경은 죽음이란 불가사의한 존재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평생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던 볼테르와 톨스토이,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벤야민과 츠바이크, 미쳐서 죽은 모파상, 죽음조차 문학으로 형상화하려 했던 체호프와 릴케,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행복을 느낀 데팡 부인과 도로시 파커…. 저자는 이들의 죽음의 순간을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죽음을 앞둔 문인들의 행동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태어날 때부터 너무 허약해 살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여든 셋까지 장수한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 그는 죽음을 앞두고 “여러분에게 제 해골을 드리고 싶습니다. 죽음은 치아 사이로 들어오죠. 그런데 이제 저는 치아가 다 빠지고 없어요. 저는 살해된 채 태어난 겁니다.”라고 말했다. 가히 엽기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독자들의 말초적 호기심만을 건드리는 흥미본위의 책은 아니다. 문인들의 진솔한 죽음의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그들의 사상과 문학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은 종종 가장 원초적인 죽음의 순간에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2003년 에세이 부문 메디치상 수상작.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경계를 넘는 여행자(지명관 지음, 다섯수레 펴냄) 전쟁과 혁명의 시대를 살아온 저자(전 한림대 교수)의 자서전. 저자는 해방의 날의 한 풍경을 이렇게 적고 있다.“…주어진 해방이라는 상황에 감사할 뿐이었다. 이미 교실에는 중국 동북부 만주에서 철수해온 일본인들이 거처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교실 벽에서 ‘가미다나(神棚·집안에 신을 모셔놓은 감실)를 끌어내려 운동장에서 불태웠다.” 정주보통학교에 입학해 공산주의자인 정품인 선생과 인연을 맺었지만 이데올로기 문제로 결별한 일, 한·일협정 반대운동의 중심에 섰던 ‘사상계’를 창간한 장준하와의 인연 등을 들려준다.1만 2000원.●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정은주 풀어씀, 풀빛 펴냄) 루소, 톨스토이의 ‘고백록’과 더불어 세계 3대 고백록으로 꼽히는 작품. 로마제국 말기 청년시절을 보낸 아우구스티누스는 서른 네 살에 세례를 받고 기독교로 회심하기까지 마니교, 회의주의, 신플라톤주의 등 만만찮은 사상적 여정을 거쳤다. 육체적 쾌락에도 흠뻑 빠졌다. 이 책은 그 젊은 날의 방황과 아름다운 구원을 보여준다. 기독교 사상의 핵심인 삼위일체 문제, 천지창조에 대한 해석, 예정설 등을 다룬다.9000원.●유럽의 폭풍, 게르만족의 대이동(페터 아렌스 지음, 이재원 옮김, 들녘 펴냄) 일반적으로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훈족이 유럽에 침입한 서기 375년에 시작돼 롬바르드족이 이탈리아를 정복한 568년에 끝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미 기원전부터 북유럽에 살던 게르만족들이 척박한 환경을 피해 로마를 침략하는 일이 빈번했으며, 갈리아지방을 비롯한 로마제국의 영토에 정착해 동화된 부족들도 많았다. 이 책은 게르만족이 역사에 등장한 초기부터 서기 800년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즉위함으로써 유럽이 탄생할 때까지 대략 1000년에 걸친 유럽의 초기 역사를 다룬다.1만 3000원.●일연을 묻는다(고운기 지음, 현암사 펴냄) 고려 충렬왕 때의 승려 보각국사 일연은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하고 황제에 즉위한 해인 1206년에 태어났다. 나면서부터 준수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의표가 단정하고, 걸음걸이는 소와 같고, 호랑이의 눈을 지녔다고 하니 예사 소년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세상 밖으로 벗어나기를 꿈꿨던 소년은 고향 경산을 떠나 광주 무등산의 무량사로 들어갔다. 그리고 학문과 신앙을 두루 갈고 닦아 삼국유사라는 기념비적 대작을 남겼다. 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약소국의 비애를 절감한 13세기 지식인 일연의 일대기를 다룬다.1만 5000원.●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거버넌스와 개혁(남궁근 등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3국을 일컫는 말로, 보통 핀란드는 여기서 제외된다. 핀란드를 포함한 4개국을 묶어 북유럽국가(Nordic Countries)라 부르기도 한다. 이 책에선 국내에 널리 알려진 대로 핀란드까지 포함한 4개국을 스칸디나비아 국가라 부른다. 발트해와 북해 주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지난 20여년간 진행해온 거버넌스 개혁 사례들을 소개.2만 5000원.●인류의 미래사(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교양인 펴냄)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전 세계가 극단적인 자본주의 체제로 뒤덮인 1995년부터 2200년까지의 역사를 다뤘다. 대부분의 미래학 책들이 과학기술문명을 중심으로 하는 것과 달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저자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체제에 뒤이어 인류의 염원이 담긴 두 사회가 차례로 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1만 8000원.
  • [가슴속 그림 한폭] 정화수 같은 ‘나만의 여인’

    [가슴속 그림 한폭] 정화수 같은 ‘나만의 여인’

    ‘정화(淨化):(더럽거나 불순한 것을 없애고) 깨끗하게 함.’ 눈가에 세줄로 난 주름살이 부드러운 인상을 만든다. 대화 중 계속 무언가 모자란다는 듯 힘주어 말한다.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의 특징은 ‘정화’하려 하는 모습이다. 단어가 조금 추상적인가. 그는 무엇이든 몸을 사리지 않는단다. 그것이 스스로 깨끗이 삶을 사는 것이라 믿는단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정화’하려 그림과 대화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방에도 걸려 있는 최종태 화백의 테라코타 작품과 대화한다. 굳이 제목을 말하라면 무제 시리즈의 한 작품. 실상 그는 연작 모두가 한 작품으로 느껴진다고. 그도 그럴 것이 모두 희미하게 드러나는 여인의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난 작품과 대화합니다. 그 여인의 얼굴은 연극 연습 중에는 햄릿의 오필리아가 되기도 하고, 스스로 반성할 때는 또 다른 내가 되기도 하죠. 벌써 소장한 지 10년도 넘었군요.” 매일 같은 얼굴을 보면서 여러 상대역으로 상상할 수 있는 건 배우이기 때문이겠지.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는데 조명과 각도에 따라 천 가지 표정이 있더군요. 꼭 나의 상상 때문은 아니고, 이목구비를 희미하게 나타낸 기법이 오히려 더 많은 얼굴들을 만들어낸다고 봐야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더 많이 본다? “난 모든 예술이 이 그림처럼 안 보이는 부분을 보여 주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제가 TV에서 연극으로 중심을 옮긴 이유도 거기에 있었죠.TV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 주죠. 하지만 내게 연기란 2∼3개월간 도(道)를 닦는 것이고, 그 과정은 안 보이는 가치들을 관객들에게 보여 주는 기반입니다. 그래서 연기는 누구나 해도 배우는 누구나 할 수 없죠.” 누구나 당신과 같이 예술을 통해 자신을 ‘정화’할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예전에 톨스토이의 홀스토메르라는 작품을 할 때였죠.IMF시절이었는데 한 남자가 전화를 했더군요. 사업이 망해서 자살하기 직전 나의 연기를 보았는데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분은 그 순간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자신의 과거를 씻어낸 거죠.” 마지막 질문. 안 보이는 가치도 좋지만 관객이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최종태 화백은 작업과정 자체를 구도라 여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내 연극도 내 안의 표현하고픈 ‘결핍’을 채우고 나를 정화해 가는 과정입니다. 물론 관객 중요합니다. 그러나 많은 관객을 위해 재미를 억지로 덧입히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고픈 ‘결핍’이 있는 관객 단 한명. 제가 바라는 최소한입니다. 나의 ‘적자 연극’은 계속됩니다. 그건 이성적 이유가 아닌 믿음이자 사명감입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환한 고요, 깊은 적막 5월 10일까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8일부터 5월10일까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광장 포토갤러리. 방송사 TV카메라 감독으로 일하며 사진에 심취해 다양한 사진작업을 해온 동중우의 3번째 개인전. 산사 안팎의 적요한 풍광을 리듬감 있게 담아냈다.(011)720-4431. ■ 지니서-space in space 5월21일까지 경기 광주시 쌍령동 영은미술관. 평면 회화를 공간으로 확대시키는 작업을 해온 회화설치작가 지니서의 개인전. 기하학적 형상이 그어지고 채색된 통로를 거닐며 3차원의 화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작품을 설치했다.(031)761-0137. ■ 나무야 나무야 5월31일까지 경기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 북하우스 갤러리. 소박한 일상을 소재로 작업활동을 해온 김상구의 목판화전. 흑백 대비의 간결함을 통해 투박한 정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031)949-9305. ■ 강신우 실용가구전 가구디자이너 강신우씨가 5월2일까지 서울 인사갤러리에서 세번째 전시회를 연다.2003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영&디자인상’을 받은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적인 색채와 현대미가 조화된 가구를 제안한다.(02)735-2655. ●뮤지컬■ 번 더 플로어 5월1일까지 올림픽홀. 세계 댄스 선수권대회 출신 출연자들이 왈츠부터 맘보, 탱고, 살사까지 13가지 댄스를 선보이는 열정의 무대. 베르사체, 모스키노 등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한 600여벌의 의상은 또다른 볼거리다. 평일 8시, 토·일 2시·6시.4만∼10만원.1588-7890. ■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5월21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대학로 예술마당1관.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이야기를 비튼 아카펠라 창작 뮤지컬. 민준호 연출, 박민정 진선규 등 출연.2만∼3만원.(02)501-7888. ■ 레딕스, 십계 5월9일까지 화∼금 8시, 토·일 3시·7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모세를 통해 온갖 역경을 겪으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4만∼15만원.1588-7890. ●어린이■ 369 5월28일까지 화∼금 4시, 수 11시·4시, 토 11시·2시·4시 웅진씽크빅아트홀. 수학나라를 엉망으로 만들려는 마왕의 계략을 물리치는 과정을 통해 수학 원리를 재밌게 알려주는 뮤지컬.(02)738-8289. ■ 이중섭 그림속 이야기 29일∼6월18일 화∼일 2시·4시, 수 11시·2시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화가 이중섭의 그림이 무대에서 인형으로, 영상으로, 움직임으로 되살아난다.(02)382-5477. ●클래식■ 스타니슬라프 부닌&바이에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5월1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3년만에 내한하는 ‘건반위의 황태자’ 부닌의 모차르트 연주. ■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모차르트 음악회 5월3∼6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3·4일 오후 2시,5·6일 오전 11시·오후 2시·5시. 타악기 오케스트라와 인형극 오페라 ‘마술피리’가 합쳐진 예술교육 프로그램. ●연극 ■ 크로이체르 소나타 5월 28일까지 코엑스아트홀.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에서 영감을 얻은 톨스토이의 소설이 원작. 아내를 살해한 한 남자의 선택과 참회의 감정을 통해 결혼이란 제도의 의미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해부한다. 함영준 연출, 김인수 이혜진 등 출연. 화∼목 8시, 금·토 4시·8시, 일 3시.2만∼4만원.(02)2192-4007. ■ 맥베스, 더 쇼 28일∼5월7일 화∼금 7시30분, 토 3시·7시30분, 일 3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맥베스 내면의 욕망을 마이크 앞의 원맨쇼와 소리 등으로 표현한 이미지 서사극. 셰익스피어 작·김동현 연출, 이대연 길해연 등 출연.2만∼3만원.(02)744-7304. ■ 노이즈 오프 5월28일까지 월, 수∼금 8시, 토·일 3시·7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공연 중 무대뒤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낫씽온’이란 연극을 준비하는 연출, 배우, 스태프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그 이면을 속시원히 보여준다. 마이클 프라이언 작·김종석 연출, 정현 안석환 송영창 등 출연.2만∼4만원.1544-1555.
  • 논술책 이렇게 읽으세요

    고등학생들은 똑같이 입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개인의 특성에 따라 순차적으로 읽어야 하는 독서 계획은 다르다. 자신의 지적 수준과 성향, 독서 습관 등을 고려해 자신만의 독서계획을 짜야 한다. 전문가들은 눈높이에 맞는 책을 고른 뒤 점차 어려운 책으로 옮기라고 조언한다. 어떤 책을 택하고 언제 다른 책으로 옮겨야 하는 것일까.●독서 습관은 이야기책부터 먼저 자신의 ‘지적 체력’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처음부터 두꺼운 철학책을 택하면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가까스로 읽었다고 해도 도통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논술시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적 체력이 다소 떨어지면 ‘이야기’로 된 책을 선택한다. 소설로 대표되는 이야기 구조 책은 내용에 심취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책에 빠져 저자가 밝히는 요지를 접하게 된다.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도 소설을 많이 읽으면 역사와 심리학, 사회학, 철학 등의 다양한 지식이 쌓인다. 조급한 심정으로 지식이 농축된 책을 고르면 오히려 독서 단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소설에도 철학적인 문제의식을 다룬 것이 많다. 이문열의 소설은 사회철학을 많이 다뤘는데 어려운 이론서를 택하기보다 철학 소설을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령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출발해 박영하의 장편소설 ‘검은꽃’으로 옮긴 뒤 사회문제를 다룬 ‘태백산맥’ 등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대개 독서 방향은 소설에서 역사, 심리학을 거쳐 사회학과 철학으로 이동한다. 교육계에서는 이같은 방식을 ‘단계별 독서’라고 표현한다. 다음에는 학생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사실 학교에서 내주는 교과별 과제도 적지 않다. 독서가 자칫 짐이 되지 않도록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또 무작정 논술을 겨냥해 읽기를 강요하면 쓰기에 방해가 되는 부작용을 낳은다. 인위적인 독서는 상상력에 장애요소다. 보통 고등학생이 하루에 활용할 수 있는 여가 시간은 3∼4시간 정도로 하루 30분 ∼1시간 정도 짬을 내서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최근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10분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쉬는 시간 10분을 이용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효과가 좋다.●독서 편식 않도록 책 읽기에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면 교사의 권장 도서보다 학생 스스로 서가를 돌며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판타지나 무협지류에만 빠진 ‘독서중독’이 아니라면 직접 책을 찾는 것은 좋은 독서 습관이다. 대형서점을 찾아 자유롭게 마음에 드는 책을 일정 부분 읽어 본 뒤 필요한 책을 사는 방식도 좋다. 그러나 시중에 돌아다니는 논술 대비용 읽기자료는 일종의 참고서로,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된다. 여러 책의 소개를 받는 지침서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 책의 일부만 발췌한 자료를 오래 사용하면 깊이 있는 내공을 쌓기 어렵다. 실제 논술 시험은 독서량을 묻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깊이를 측정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보통 독서 편식현상을 보이고 있다. 남학생들은 주로 역사책을 좋아한다. 독서 편식은 보정해야 하는데 교사나 학부모가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으로 시선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또 책에 흥미를 느끼려면 ‘북토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책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처럼 해당 책에 대해 풀어서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독서에 포인트를 주더라도 이런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중동고 안광복 논술담당 교사는 “초등학교부터 책을 읽지 않으면 중·고교에서 단시간에 학생들 사이의 지적 수준 격차를 해소하기 힘들다.”면서 “그렇더라도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억지로 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읽은 책을 잘 소화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도움말 중동고등학교 안광복 교사
  • [이주일의 어린이책] 삶을 돌아보게 하는 그림동화

    ■ 아이들 ‘사색의 키’가 쑤~욱 쑥 국내에도 적잖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미국의 인기 그림책 작가 존 무스. 레오 톨스토이의 단편을 각색한 ‘세가지 질문’ 등 사색의 여지가 많은 그림책으로 어른 독자들까지 매료시켜온 그의 새 책 2권이 나란히 선보였다. 그가 글과 그림을 도맡은 ‘달을 줄 걸 그랬어’(이현정 옮김, 달리 펴냄)와 담담해서 한결 더 돋보이는 그림 작업을 맡은 ‘잃어버린 진실 한조각’(더글러스 우드 글, 최지현 옮김, 보물창고 펴냄)이 그들이다. 이번에도 그림책에 대한 그만의 감식안이 여지없이 투영됐다. 어른들에게도 큼지막한 행간의 의미를 안겨주는 명상과 성찰의 글이자 초등생 독자들에겐 ‘사색의 키’를 훌쩍 키워줄 생각많은 그림책이다. ‘달을 줄 걸 그랬어’는 작가에게 올해 칼데콧 아너상을 안긴 화제작이다. 동양의 선(禪)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관심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이 됐다. 애디, 마이클, 칼 세 남매의 집 뒷마당으로 빨간 우산을 쓴 판다곰이 날아오면서 그림책은 운을 뗀다. 이웃집으로 이사온 이 판다곰의 이름은 한자어로 ‘평심’(平心). 아이들이 날마다 한 명씩 평심을 찾아가면, 평심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가 기다렸다는 듯 삶의 지혜 한 가지씩을 귀띔해 돌려보낸다. 세 남매에게 평심은 자신이 알고 있는 옛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고요한 대화 속에 끼어드는 그 이야기들이 그대로 책의 고갱이가 됐다. 도둑에게 한 벌뿐인 옷을 선물하고도 모자라서 달을 따주고 싶었던 가난한 아저씨,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한 농부, 작은 일에 노여워하지 않고 마음을 비울 줄 아는 수도승…. 평심이 들려주는 3편의 옛이야기들에 은근한 지혜의 향기가 스며 있다. 담담한 수채화와 잉크 스케치 덕분일까. 동양의 고전적 이야기 소재들이 고즈넉한 감상을 일깨워 명상의 즐거움까지 누리게 만드는 것은.9500원. 삶을 돌아보게 하는 넉넉한 시선은 ‘잃어버린 진실 한조각’에도 있다.“돌이 가르침을 주고 바람이 말이 되고, 강물이 거울이 되고 나무는 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되어주었던 옛날”로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간다. 밤하늘에서 뚝 떨어져 두 조각이 나고만 진실. 조각난 진실 때문에 소란스러워진 세상을 경계하던 책은 한 소녀를 내세워 조용히 해법을 찾아나간다. 까마귀와 지혜로운 거북의 도움으로 깨진 진실조각을 맞추는 순간 세상은 다시 그 옛날처럼 평온해진다. 바람이 들려주는 음악에 모두들 귀기울이던 그 시절처럼…. 겸허함을 잃은 인간의 독선을 경계하는 메시지가 존 무스 특유의 담백한 붓터치 사이사이로 듬뿍 녹아들었다.1만 3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재미있는 우리나라 별자리 이야기 어렵사리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일이 있을지라도 요즘 아이들이 떠올리게 될 단상이란 서양신화에 나오는 별자리 이야기쯤이 아닐까. 그런 아이들에게 이건 어떨까. 우리 조상들 사이에 오랫동안 전해내려오는 동양의 별자리를 귀띔해주는 것.‘까막나라의 도둑개’(장수하늘소 글, 강미영 그림, 고래실 펴냄)는 그런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교양서이다. “우리에게도 별자리가 있었어?” 뜨악한 표정으로 책장을 펼칠 아이들에게 책은 우리만의 독자적 별자리가 엄연히 존재했다는 사실을 살살 달래듯 일깨워준다. 예컨대 서양 별자리인 궁수자리의 여섯개 별로 이뤄진 남두육성. 북쪽 하늘의 북두칠성과 함께 인간의 생명과 운명을 관장한다고 여겨진 이 별을 옛사람은 ‘해치별’이라 불렀다. 서양의 별자리가 인간보다 힘세고 오만한 신들의 활동무대였던 반면, 동양의 별자리는 지상의 사람 사는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인간적’ 무대였음을 깨우치게 된다. 초등생.8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독신의 탄생/엘리자베스 애보트 글

    “난 독신주의자”라는 말은 여전히 부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독신에 대해 8년간 연구한 끝에 ‘독신의 탄생’(이희재 옮김, 해냄 펴냄)이라는 책을 펴낸 작가 엘리자베스 애보트에게도 독신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렇게 ‘독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 저자는 연구를 하면서 독신에 대한 선입견과 단순한 정의가 얼마나 협소한 것인지 절감했다고 고백한다. 유구한 역사 동안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독신은 인간생활의 핵심적 요소였으며, 문화와 종교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신이라는 현실을 이끌어간 집단과 개인을 끈질기게 추적, 독신이 종교적 필요에 의해 지속됐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산산조각 낸다. 세계 곳곳에 존재했던 남녀 독신자들을 탐구함으로써 종교적 관습은 물론, 성욕과 성역할, 보건의식의 변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시도한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3000년의 역사를 내려오는 동안 성적 절제를 의미하는 금욕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제단의 불을 지켰던 로마의 처녀들은 독신의 서약을 어기면 산 채로 땅에 묻혀야 했다. 감옥에 갇힌 죄수나 궁전의 내시는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독신으로 살아갔다. 또 오페라의 명가수가 되기 위해 거세한 카스트라토 소년이나 그리스도를 마음속에 그리면서 금욕을 선택한 수녀들도 있었다. 강제로 음핵 절제수술을 받았던 아프리카 여성들, 사회운동을 위해 독신을 주장한 페미니스트들, 경기에서의 승리를 위해 정액을 아끼는 운동선수들까지 독신자의 삶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역사적 위인 중에도 독신의 길을 택한 사람이 적지 않다. 잔다르크, 엘리자베스 1세, 나이팅게일 등은 모두 독신이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자신의 절제력을 실험하기 위해 처녀들과 알몸으로 한방에서 잤다. 또 독신과 금욕이 조금이라도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과 맞닿은 인물들도 있다. 레프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이작 뉴턴, 루이스 캐럴 등은 동성애와 배신, 사회제도의 극복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독신을 택했다. 이와 함께 중세 수녀들 중에는 속세와 달리 교육을 받고 여행도 다니며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생활에 끌려 수녀원에 들어간 사람도 적지 않았다.19세기 후반 영국사회에서도 중산층 젊은 여성들은 재산권에서 투표권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옥죄는 남성 중심의 사회 규범에 반감을 느끼고 대거 독신을 선택했다. 저자는 각자의 필요와 동기에 따라 독신과 금욕을 선호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스스로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득히 먼 과거에서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칠 성 정체성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3만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07)潛行(잠행)

    儒林(517)에는 ‘潛行’(잠길 잠/갈 행)이 나오는데, 남몰래 숨어서 오고 가거나 남모르게 비밀리에 행함을 말한다. ‘潛’자는 ‘水’와 ‘ ’(일찍이 참)이 組合(조합)된 形聲字(형성자)이다.‘說文解字(설문해자)’에서는 본래의 뜻을 ‘물을 건넌다’로 보고, 일설에는 ‘감춘다’라는 뜻도 있다는 主張(주장)을 收容(수용)하고 있다.‘가라앉다’‘숨다’‘몰래’‘깊다’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用例(용례)에는 ‘潛伏(잠복:드러나지 않게 숨음),潛水(잠수:물속으로 잠겨 들어감),沈潛(침잠: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게 물속 깊숙이 가라앉거나 숨음)’등이 있다.‘行’은 정돈된 ‘네거리’의 象形(상형)으로 ‘길’‘가다’의 뜻을 나타냈다. 후대로 오면서 ‘거리, 걷다, 움직이다’의 뜻이 派生(파생)하였다. 본래의 音(음)은 ‘행’이나 ‘行列’(항렬)같은 단어에서는 ‘항’으로도 읽는다.‘行樂(행락:재미있게 놀고 즐겁게 지냄),行方不明(행방불명:간 곳이나 방향을 모름),行狀(행장:죽은 사람이 평생 살아온 일을 적은 글),橫行(횡행:아무 거리낌없이 제멋대로 행동함)’ 등에 쓰인다. 나라의 指導者(지도자)가 민생 현장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한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임금이 대궐 밖으로 擧動(거동)하는 것을 行幸(행행)이라고 한다.巡幸(순행)은 공식적인 行次(행차)요 潛幸(잠행)은 일종의 비밀 나들이다. 微服潛行(미복잠행)하여 민정 시찰에 나선 요임금이 외진 시골에서 鼓腹擊壤(고복격양:중국 요임금 때 한 노인이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면서 요 임금의 덕을 찬양하고 태평성대를 즐겼다는 데서 유래)하는 노인의 모습을 보고 無爲之治(무위지치)의 이상이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逸話(일화)는 지금도 인구에 膾炙(회자)되고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에는 허름한 복장을 하고 민생 투어에 나선 父王(부왕)을 따라나섰다가 襤褸(남루)한 차림의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왕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의 옛 文獻(문헌)에도 임금이 民生(민생) 點檢(점검)을 위해 庶民(서민)의 服裝(복장)으로 저자를 돌아다녔다는 記錄(기록)이 많다. 민심의 동향을 살피기 위한 微服潛行(미복잠행)은 임금의 전유물은 아니다. 조선 초에는 국왕과 신하 사이의 의를 깨치는 행위라 하여 금기시하였으나 16세기에 접어들면서 지방 首領(수령)들의 비리문제가 속출하자 暗行御史(암행어사)를 제도화하였다. 암행어사는 감찰효과의 極大化(극대화)를 위해 극비리에 임명 절차를 마치고, 임무 수행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 유지에 힘썼다. 암행어사는 보통 堂下官(당하관)으로, 왕이 직접 임명하거나 議政府(의정부)의 薦擧(천거) 인사 가운데 落點(낙점)하였다.秘密(비밀) 維持(유지)가 생명이기 때문에 왕이 직접 불러 任務(임무)와 目的地(목적지)를 알려주고 封書(봉서:어사 임명장),事目(사목:수행 임무 사령장),馬牌(마패:역마 사용권),鍮尺(유척:각 고을의 도량형과 形具의 규격 검사용 잣대)을 주었다. 직접 면담이 여의치 않을 때는 承旨(승지)를 통해 봉서와 마패 등을 전달했다. 해당 고을을 돌면서 首領(수령)이나 武將(무장)의 업무수행 상황,鄕吏(향리)와 土豪(토호)의 不法行爲(불법행위) 등을 糾察(규찰)하여 보고하였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월드이슈] 우크라-러 흑해분쟁

    [월드이슈] 우크라-러 흑해분쟁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촉발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천연가스 분쟁에 이어 이번엔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해군의 임대료 문제가 불거졌다. 서방언론들은 최근 두 나라의 갈등을 19세기 러시아와 서방연합군이 벌인 전쟁에 빗대 ‘제2의 크림전쟁’이라고 부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을 크림반도와 흑해의 지배권을 둘러싼 ‘러시아 대 서방’의 대결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세바스토폴에 대한 1997년 협약을 파기한다면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크림전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말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폭탄발언이 양국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의 발언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항구에 주둔중인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 임대료를 4배로 올려 받겠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방침이 보도된 직후 터져나왔다. 크림전쟁은 1854년 크림반도와 흑해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동방제국’ 러시아와 영국·프랑스·터키의 ‘서방 연합군’이 벌인 전쟁이다. 러시아는 가스값 인상요구에 기지임대료 카드로 맞선 우크라이나를 향해 ‘전쟁위협’에 가까운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가스분쟁’ 이어 ‘흑해분쟁’ 그러나 우크라이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과 공동으로 사용하던 얄타 해변의 등대를 실력으로 ‘접수’했다. 러시아는 “등대를 강탈당했다.”면서 맹비난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의 항해시설을 불법으로 쓰고 있다.”고 맞섰다. 다음달 중순 양국간 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이번 기회에 ‘세바스토폴 문제’를 담판 짓고 가겠다며 벼르고 있다. 인구 40만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는 현재 30척이 넘는 러시아 군함이 정박해 있다. 주둔중인 러시아 해군만 1만 4000명이 넘는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고 흑해함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분할 배속된 뒤에도 러시아 해군의 주둔엔 별 문제가 없었다. 두 나라는 1997년 러시아가 1년에 9800만달러(약 980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20년 동안 세바스토폴 항구를 사용키로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2004년 ‘오렌지혁명’을 통해 집권한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이 친(親)서방 정책을 펼치며 러시아와 거리를 두자 갈등이 표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는 유시첸코 정부에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함대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함대가 나토 가입 최대 걸림돌” 러시아군을 축출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세력의 지원을 업고 유시첸코 정부는 지난해 임대료 인상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흑해의 군사시설을 미국에도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흘리더니 7월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등대를 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연말 가스분쟁에서 최고조에 달한 두 나라의 갈등은 결국 이바노프의 ‘크림전쟁’ 발언으로까지 치달았다. 세바스토폴에서 밀려나면 러시아에는 치명적이다. 흑해 연안에서 그만한 천혜의 군항은 찾기 힘든 데다 200년 넘게 사령부가 주둔해 왔다는 상징성도 크다. 만일 미군이 주둔한다면 그야말로 송곳을 든 상대에게 턱밑을 내주는 형국이 된다. ●러시아 ‘세바스토폴 지키기’총력전 러시아는 3월의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흑해함대 이슈가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최근 “크렘린의 고위급 인사가 이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현지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함대시설 유치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도 약속했다. 러시아가 내심 기대하는 것은 이 지역의 친러시아 정서다.2세기 넘게 함대 사령부가 주둔했기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러시아인으로 여긴다.2004년 대통령선거 당시 유시첸코가 이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은 7%에 불과했다. 지역 공산당의 한 간부는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주민투표로 국가귀속을 결정한다면 크림반도는 당장 러시아에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BBC는 러시아가 본토의 흑해연안에 세바스토폴의 대체지 물색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과거의 군사적 영광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러시아가 제정러시아와 소비에트 시대의 자랑거리인 이 ‘영웅적 도시´를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총선 앞둔 우크라 정국 2004년 12월 ‘오렌지 혁명’으로 우크라이나 정치사를 갈랐던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오는 3월 총선을 앞두고 교차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분쟁에 이어 ‘흑해 갈등’이 친(親)서방파를 제치고 친러시아파의 내각 장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천연가스-흑해분쟁’으로 이어진 두 사건의 핵심에는 정치적 앙숙 관계인 두 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친서방파인 빅토르 유시첸코(사진 왼쪽) 대통령과 그와 맞붙었던 친러파 대선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오른쪽). 두 라이벌의 정치적 지형은 1년여만에 역전됐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유시첸코 대통령은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부패 스캔들, 경제 악화에 이어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협상에서 실패한 책임마저 제기되자 지난 10일 의회는 내각해임안을 가결했다. 국민들도 협상결과에 분노하고 있다. 유시첸코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은 해임안의 주인공도 정치적 동지였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 친서방 노선에 함께 섰던 그가 등을 돌리자 유시첸코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반면 2004년 선거에서 패배한 야누코비치는 러시아지역당을 이끌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누코비치가 총선 이후 구성될 새 내각의 총리를 임명하거나 그 자신이 총리에 오를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야누코비치의 러시아지역당은 31%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시첸코의 우리우크라이나당은 13%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총선은 3월26일. 전체 450개 의석을 놓고 45개 정당이 맞붙지만 여소야대 상황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월부터 의원내각제 국가가 됐다. 친러시아파가 오렌지 혁명을 누르고 재집권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이럴 경우 우크라이나의 급격한 ‘서구화’노선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가스·흑해분쟁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역(逆)으로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력에 두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관철될지, 우크라이나가 탈(脫)러시아라는 정치적 독립을 이룰지는 여전히 불씨가 남은 가스분쟁과 흑해분쟁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분쟁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자극,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세바스토폴 어떤곳 “세바스토폴 요새의 모든 전선은 수개월 동안 비범하고 힘찬 생명들로 들끓었고, 수개월 동안 죽음이 교차됐다…. 그 세바스토폴 요새엔 더 이상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바스토폴이란 지명이 익숙한 건 러시아 문호 레오 톨스토이 덕분이다. 그는 크림전쟁이 한창이던 1854년 세바스토폴 공방전에 참전한 뒤 불후의 단편 ‘세바스토폴 연작’을 남겼다. 원래 타타르인들의 근거지였으나 18세기 후반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가 군항을 건설한 뒤 세바스토폴이란 지명을 붙였다.1804년 러시아 흑해함대의 수비대가 설치됐다.1854년 크림전쟁 당시 러시아군은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맞서 유명한 349일간의 농성전을 벌였다. 영국에서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파견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러시아혁명 직후 내전기에는 독일, 프랑스, 반혁명군에 점령됐다가 1920년 소련군에 탈환됐다.2차 세계대전 때는 250일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 해군에겐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천혜의 부동항인 까닭에 소비에트 시절부터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1954년 우크라이나로 넘어왔지만 러시아인들이 4분의3을 차지하는 주민들은 아직도 러시아에 대한 귀속감이 강하다.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러시아에서는 이 지역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주민들 다수가 과거 러시아 수병 출신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적대감도 강하다. 지난해 독일과 미국 전함이 정박했을 당시 주민들은 “세바스토폴, 세바스토폴, 러시아의 자랑스러운 수병들이여”란 노래를 부르며 항의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우크라이나의 철수압력이 강화되면서 러시아에선 대체항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흑해 동쪽연안의 노보로시스크가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토요영화]

    ●헤어(EBS 오후 11시30분) 1960년대 미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작품. 미국 청년 문화를 대표했던 히피 세대를 통해 당시 사회상을 짚어본 반전 뮤지컬이다. 65년부터 일어난 베트남전의 폭력성은 당시 미국 청년 문화를 통합하는데 중요한 기폭제가 됐고, 이에 대항하는 히피 문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장발과 특이한 옷차림, 기존 제도나 가치관을 뒤집는 행동 등이 작품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60년대 체코 영화의 누벨바그를 이끈 밀로스 포먼 감독은 미국으로 망명한 뒤에도 걸작들을 연이어 만들었다.‘탈의’(1971),‘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아마데우스’(1984) 등이 대표작. 최근에도 ‘고야의 유령들’의 개봉을 준비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미 오클라호마 시골 출신인 클라우드(존 새비지)는 입대를 앞두고 뉴욕 여행을 떠난다. 뉴욕에서 징병을 피해 도망 다니는 버거(트리트 윌리엄스)를 비롯한 히피들을 만난 클라우드는 그들과 우정을 나누며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다. 클라우드는 또 우연히 만난 부잣집 딸 실러(비벌리 단젤로)와 사랑에 빠진다. 클라우드는 모두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신병 훈련소로 향한다. 버거는 군인으로 변장한 채 클라우드가 있는 부대에 몰래 숨어든다. 버거는 클라우드를 부대 밖으로 잠시 내보내고 대신 신병 노릇을 하고, 클라우드는 실러를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 사이 부대에는 갑자기 베트남 전출 명령이 떨어지게 되는데….1979년작.121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러브 오브 시베리아(MBC 밤 12시50분) 러시아가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다. 당시로서는 러시아 최대 제작비인 4500만달러가 투입됐고, 시사회도 사상 최초로 크렘린 궁에서 치렀다. 강한 러시아 구호가 나오던 시절, 다분히 러시아를 선전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흥행과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94년 ‘위선의 태양’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상을 받았던 니키타 미칼코프 감독은 이 작품에서 알렉산드르 3세 역을 맡기도 했다. 1885년 모스크바행 기차에 탄 러시아 사관생도들은 아름다운 미국 여성 제인 칼라한(줄리아 오몬드)을 만난다. 제인은 미국 발명가가 고용한 로비스트. 동료들의 장난으로 제인 옆에 남게 된 안드레이 톨스토이(올렉 멘시코프)는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제인은 러시아 황제의 오른팔 레들로프 장군을 유혹하려고 사관학교를 찾았다가 안드레이와 다시 만나게 되고, 레들로프 장군의 연서를 대신 읽던 안드레이는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게 되는데….1998년작.179분.
  • 아미엘 인생일기/이희영 옮김

    아미엘 인생일기/이희영 옮김

    ‘우리 자신을 지키는 두 개의 날개가 있다. 하나는 단순함(simplicity)이고 또 하나는 순수함(purity)이다.’ 프랑스계 스위스 철학자였던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1821∼1881)이 일기에 남긴 말이다. 제네바 대학에서 미학과 철학을 가르쳤던 아미엘은 여러권의 시집과 평론서를 냈음에도 거의 주목받지 못하다가 사후 그의 일기가 출판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그의 일기에 대해 톨스토이는 ‘지상 최고의 일기’, 피천득은 ‘맑고 순수한 영혼과의 대화’라며 극찬한 바 있다. ‘아미엘 일기’ 완역판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아미엘 인생일기’(이희영 옮김, 동서문화사 펴냄)란 타이틀로 번역 출간됐다. 아미엘은 프랑스계 스위스인으로서 그의 일생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숙부 밑에서 자랐으며, 평생을 기관지염으로 고생했다.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이성과 공존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특이한 성격때문에 독신으로 살았다. 대신 그는 고독하고 복잡한 내면의 성찰과 명상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18세부터 죽기 직전인 60세에 이르기까지 그의 일생 모두가 담긴 ‘아미엘 일기’는, 스스로 세상과 담을 쌓을 정도로 소심한 철학가가 자신의 내면을 파헤쳐, 자기 분석의 즐거움과 기쁨을 찾아가는 순수한 영혼의 발자취이다. 그의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이려고 쓴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인간적이다. 그가 가졌던 인생에 대한 물음, 인간에 대한 의문, 그의 사상과 행복, 고독과 비애 등 한 인간으로서의 아미엘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아미엘은 활동적인 생활방식보다는 명상적인 생활방식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그것을 무거운 짐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생활방식의 원인이 현실 생활의 결함, 자기포기의 두려움에서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은 고독한 생활을 고집했지만, 가족과 친척·친구들의 안위에 관심에 많았으며, 국가 정책이나 사회문제 등에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일기는 수양록 성격을 띠고 있으면서도 자기만의 세계로 몰입되지 않아 읽는 이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아미엘이 남긴 일기 원본은 1만 7000장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또 일기 특성상 일정한 주제나 제목, 내용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인생에 대하여’‘사랑에 대하여’‘남자, 여자에 대하여’ 등 12개 주제로 편집자가 임의로 나누었다. 아미엘은 이 일기를 통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가치, 인생의 의미, 삶의 고뇌 등에 대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 산다는 게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하는 책이다.2만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8개국어로 꿈꾸는 소녀

    8개국어로 꿈꾸는 소녀

    “모국어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사귀고 취미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어를 대하면 누구나 쉽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라틴어, 러시아어 등 8개 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뉴질랜드 이민 여고생 임지현(15)양이 자기 학습법을 책으로 옮겼다. 임양은 15일 롯데호텔에서 ‘외국어 8전무패’(도서출판 이미지박스)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 나라 사람처럼 느끼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배우는 것이 외국어를 잘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임양의 외국어 학습 동기는 남다르다. 옆집 일본인 아주머니 집에 놀러가 맛있는 일본 과자를 먹으며 노는 게 즐거워 일본어를 배웠고, 좋아하는 스페인계 남자친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스페인어를 배웠다. 중국어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알게 된 중국인 할머니와 친해지기 위해, 프랑스어는 패션잡지를 보기 위해, 러시아어는 톨스토이의 작품을 원서로 읽고 싶어 시작했다. 외국어는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 교제하고 취미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앞으로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그 역시 4세 때 이민을 가 영어 때문에 고통받은 적도 있었다.“내성적 성격에 영어까지 서툴러 한때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했어요. 하지만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생활 자체가 바뀌는 즐거운 경험을 했죠.” 임양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무조건 많이 말하는 것’을 첫번째 비결로 꼽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거나 문법에 자신이 없다고 흔들리기 시작하면 결코 외국어를 배울 수 없다는 것. 그는 “공부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지 100점을 맞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는 “하루 24시간을 50시간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시간관리를 해가며 공부하다 보면 영어, 불어, 스페인어 등으로 꿈을 꾸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양의 어머니 진양경(48)씨는“지현이는 천재도 아니고 따로 영재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평범한 소녀”라고 말했다. 임양은 최근 오클랜드 프랑스문화원이 주최한 2005 프랑스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중국어 말하기대회, 스페인어 말하기대회 등에서 우승했다.“국제 인권전문가가 되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과 정치를 전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서울 한복판의 ‘모스크바’

    서울 한복판의 ‘모스크바’

    ‘동토(凍土)의 나라’ 러시아는 더 이상 우리에게 먼 존재가 아니다. ‘시베리아·보드카·붉은 별’ 등으로 인식되던 곳이 이제는 테니스의 요정 샤라포바로 대변되고 있다. 또 심수봉의 인기곡인 ‘백만송이 장미’가 러시아의 노래를 개사한 것일 정도로 러시아는 우리 삶에 근접해 있다. 서울 마포구에는 이같은 러시아 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올해 4월 서교동에 문을 연 ‘러시아 문화의 집’이 바로 그곳이다. 마포구 서교동 홍대앞 5층 건물에 문을 연 ‘러시아 문화의 집’(원장 김창진 성공회대 교수)은 한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나라들간 문화·예술 교류의 중심적인 장(場)으로 설립됐다. 이곳은 민간인이 세운 첫 외국 문화센터이기도 하다. 김창진 원장은 “러시아 사람들은 배를 곯아도 발레 티켓은 사려고 줄을 설 정도로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면서 “그 모습을 한국에도 알리고 싶었다.”고 ‘러시아 문화의 집’을 만든 배경을 설명하고있다. ‘러시아 문화의 집’에는 강의실·자료실·출판부 등을 갖춘 문화센터와 ‘루슬란’이라 이름 붙여진 2층 레스토랑,‘아르바뜨’란 이름의 3층 카페가 있다.4층은 강연과 러시아 영화가 상영되는 세미나실로 이용되고 있다. ‘루슬란’은 푸슈킨의 소설 ‘루슬란과 류드밀라’의 주인공 이름이며,‘아르바뜨’는 모스크바 젊은이들이 모이는 젊음의 거리다.‘루슬란’과 ‘아르바뜨’는 국내 유일의 러시아 정통 음식점이자 휴식공간이다. 러시아식 및 중앙아시아식 요리는 물론 현지에서 직접 가져온 보드카·맥주·포도주 등을 흥겨우면서도 우수에 찬 러시아 음악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인 요리사가 직접 요리를 담당한다. ‘러시아 문화의 집’ 정길연 홍보전문위원은 “원래 5층은 자료실 등으로 이용됐지만,3층 카페 ‘아르바뜨’를 북카페 형식으로 바꾸기 위해 러시아 관련 서적과 자료 등을 카페로 옮기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문화의 집’에서는 또 각종 문화강좌·공연·전시·출판·세미나·어학연수·테마여행 등을 개최하고 있다.‘러시아 문화의 집’에서는 내년 초 7박8일 코스의 러시아 문화예술 기행을 5차례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 문화예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이 기행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준비돼 있다. 특히 매회 시인·소설가·평론가가 동행해 문화예술여행의 길라잡이로 삼을 계획이다. 문의(02)3142-8808,8803. 내년 1월6∼13일 떠나는 제1차 기행에는 시인 안도현씨가 동행할 예정이며,2∼5차까지는 각각 소설가 박범신 이순원·미술평론가 이주헌·음악평론가 장일범씨와 함께 떠난다. 이들은 매회 톨스토이 생가·체호프 문학박물관·도스토예프스키 기념관·푸슈킨 문학카페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러시아 문화의 집’은 이번 첫 ‘러시아 문화예술기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러시아와의 다양하고 본격적인 문화 교류에 나설 방침이다. 각종 문화강좌 외에도 초·중·고급으로 나눠 진행되는 러시아어 강좌, 국내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을 위한 무료 한국어 강좌 등도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다 상세한 정보는 러시아 문화의 집 인터넷 홈페이지(www.rccs.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국악 ■ 월하 추모공연 13일 서울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14일 국립국악원 우면당.(02)764-1778. ■ 가야금 실내악단 여울 13일 서울 이화여대 강당.(02)543-1601. ●미술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전 9일~내년 2월26일 레오나르 다빈치의 드로잉을 비롯해 틴토레토, 벨로토 등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의 하이라이트를 만날 수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02)3413-6028. ■ 웰컴 투 강원랜드 석탄산업의 근거지이던 강원 영월, 사북, 태백지역에 들어선 카지노. 카지노가 있는 강원도의 풍경을 이만익, 홍승혜, 이상봉씨 등이 각자의 방식으로 회화, 설치작업 등을 해냈다.13일까지 서울 관훈동 모란갤러리.(02)737-0057. ■ 조영남전 가수 조용남의 재기넘치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화투와 소쿠리를 이용한 오브제, 유명인사들의 사진을 이용한 콜라주 등이 눈길을 끈다.30일까지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02)3701-1339. ●뮤지컬 매직 카펫 라이드 9~1월15일 성균관대 새천년홀자우림의 음악에 드라마를 입혔다.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록밴드 자우림의 노래 30여곡으로 만든 팬터지 뮤지컬. 이해제 작·이현규 연출, 김선미 최재웅 출연.(02)747-2050. ■ 어느 말의 이야기, 홀스또메르 9∼1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한때는 촉망받는 경주마였으나 지금은 늙고 병든 말 ‘홀스또메르’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전달한다. 톨스토이 작·김관 연출, 유인촌 정규수 출연.(02)515-0589. ■ 오!당신이 잠든 사이 1월8일까지 연우소극장.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슴 따뜻한 뮤지컬. 장유정 작·연출, 김혜성 작곡, 정새결 이주원 출연.(02)762-0010. ●어린이 ■ 시계 멈춘 어느날 18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전쟁의 상처를 상징적이면서 회화적으로 그려낸 창작극.(02)382-5477. ■ 우리는 친구다 1월1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 초등생 민호, 유치원생 슬기 남매의 좌충우돌 일상. 김민기 번안·연출, 이석호 김은영 출연.(02)763-8233. ●클래식 ■ 메시아 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서울 필, 안양시립, 천안시립,3개의 프로합창단이 연합한 120명의 대규모 합창단원이 헨델 원곡을 토대로 모차르트의 편곡과 프라우트의 편곡 등 세 작곡가의 장점과 특성을 최대한 살려 공연한다. 조수미 콘서트의 전담 지휘자인 박상현이 이끄는 모스틀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고, 소프라노 김인혜, 알토 김자희, 테너 나승서, 베이스 전기홍이 노래한다.(02)2650-7481∼3. ■ 베를린교향악단& 칼포스터 합창단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독.(02)599-5743. ■ 피아니스트 신수정·예술의전당 사장 김용배의 특별한 만남 16일 서울 서초구민회관.(02)570-6628. ■ 줄리엣 강&멜빈 첸 두오 콘서트 9일 서울 금호아트홀.(02)6303-1919. ●연극 이 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내 극장 용절대 권력의 중심인 연산군과 궁중 광대들의 욕망이 빚어내는 풍자와 해학.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이다. 김태웅 작·연출, 이남희 박정환 출연.1544-5955. ■ 마르고 닳도록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애국가 저작권료를 받아내려고 대한민국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한국땅을 밟는 스페인 마피아 집단의 황당무계한 사기극. 이강백 작·이상우 연출, 문성근 최용민 강신일 출연.(02)747-1010. ■ 캔디다 18일까지 상명아트홀1관.10대 시인 유진과 40대 목사 모렐, 그의 아내 캔디다의 삼각관계. 버나드 쇼 작·정진수 연출, 박봉서 허윤정 출연.(02)766-8679. ■ 서울착한여자 13∼18일 서강대 메리홀. 브레히트의 ‘사천의 착한 사람’을 한국적으로 각색. 양정웅 연출, 김은희 전중용 출연.(02)3673-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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