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차익 노린 투기잡기 ‘초강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래되는 땅의 전매제한기간을 강화한 것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꾼의 발길을 묶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있지만 투기 거래를 막아 땅값 상승 분위기를 잡는 등 토지시장 안정화를 겨냥한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오는 10월13일 이전에 취득한 토지는 종전 이용 의무기간의 적용을 받게 된다.
토지 거래 자체를 원천적으로 옥죄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허가구역에서는 외지인의 토지거래를 금지하는 등 이미 거래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투기목적으로 이사를 하거나 가족·친척 등 현지인의 이름을 빌려 땅을 사고 파는 단타거래가 많지만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의무이행기간을 늘리면 단타 거래는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용목적 없이 매매차익만을 노려 땅을 살 경우 이용목적 위반에 따른 과태료를 매년 내가면서 최장 5년까지 매매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용목적을 위반했을 때 현행 500만원인 과태료를 대폭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용 의무기간을 어기고 불법적으로 땅을 팔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공시지가 30%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허가신청서 첨부서류에 땅 취득에 소요된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토록 의무화한 조치도 투기 거래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친지·가족의 이름을 빌리는 등 위법거래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단타거래는 크게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매 제한 기간이 크게 늘어나면 장기간 거래가 중단되고 돈이 묶여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이웃한 땅으로 투기꾼들이 몰려 주변 땅값이 덩달아 오르는 ‘풍선효과’ 부작용도 우려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어디?
토지거래 허가구역은 2만 926㎢(63억 3000만평)으로 전 국토의 20.9%를 차지한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이다. 자연보전권역인 가평, 이천, 여주, 양평, 옹진, 연천 등은 빠져 있다. 수도권과 광역권(부산, 대구, 광주, 울산, 대전, 마산·창원·진해)의 개발제한구역과 강원 원주, 충북 충주, 전북 무주, 전남 해남·영암·무안, 경남 사천·하동 등 기업도시 신청지역 8개 시·군·구 일부 지역도 대상에 들어 있다. 충청권 행정도시 주변인 대전과 청주, 청원, 천안, 공주, 아산, 논산, 계룡, 연기, 서산, 금산, 부여, 청양, 홍성, 예산, 태안, 당진 등 8개시 9개군도 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