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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우미양가’ 부활 전문가 대담

    ‘수우미양가’ 부활 전문가 대담

    교육계가 초등학교의 수,우,미,양,가 부활을 놓고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초등학교의 평가를 등급형으로 바꾸어 학교교육의 학습활동을 자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에 대해 인성을 살찌우고 적성을 찾아내 키우는 초등교육이 성적 경쟁에 매몰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수우미양가 논쟁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의 언급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미 우리 내부에는 학교의 평가방식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들이 팽배해 있던 터다.고교 평준화에 이어 초등학교의 서술형 평가방식이 공교육 붕괴로 요약되는 교육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들이다.교육기회의 형평에 집착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균형추를 재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초등학교의 수우미양가 부활논의는 지금의 학교교육에 대한 종합검진 절차로 어떤 방식이든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정인학 교육 대기자의 사회로 한양대 정진곤 교수 그리고 한국해양대 김용일 교수와 함께 수우미양가 논쟁의 맥을 짚어 보았다. 교육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 초등학교의 학력평가 방식을 등급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두텁게 깔려 있는 게 아닌가요. -정 교수 교육평가 방식의 논의는 초등학교의 학력 특히 기초학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문제에 닿아 있습니다.작금의 학교학습이 지식기반 사회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당장 효과적인 학습지도 방법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방법이라도 바꿔 학교학습의 태도에 자극을 주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김 교수 초등학교도 학생의 학력 정보를 학부모들에게 명쾌하게 제공해 보자는 의미일 것입니다.문제는 학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강조한 나머지 초등학교 시절에 기초를 닦아야 할 인성의 함양이나 특기·적성을 개발하는 작업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대목입니다.이른바 인성과 학력은 대치되는 과제가 아니라 함께 이뤄내야 할 교육의 목표이자 과제일 것입니다.또 하나 학력 저하를 강조하는데 그 근거가 아주 취약합니다. 2002년 11월에 실시된 학교별 교육성취도 평가결과를 보면 국어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은 4.4%,고교 1년생은 10.4%가 기초학력 미달자였습니다. -김 교수 안타깝게도 우리는 학생들의 학력수준에 대한 조사 결과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못합니다.비슷한 시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학업성취도 수준을 보면 읽기는 6위,수학 2위 그리고 과학은 1위였습니다.또 이른바 학습 부진아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적었던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학생들의 학력저하 문제가 경험적 관측이나 생활 속의 체감지수를 근거로 논의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정 교수 기초학력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 지식으로 국가가 의무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할 학력입니다.특히 초등학교에서 기초학력은 다음 공부의 디딤돌이기 때문에 학습결손의 누적으로 이어집니다.지난해 전국의 초등학교 3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초학력 진단평가에서 수학의 경우 20명중 한명꼴인 5.18%가 미달 학생이었습니다.읽고 쓰고 셈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특기·적성은 물론 인성이 제대로 닦아질 리 없을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초학력조차 쌓지 못한 학생들이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입니다.결코 외면해서는 안되는 교육적 숙제가 아닐까요. -김 교수 인성을 길러주는 교육적 과정의 비중을 줄인다고 저절로 해결될 일은 아닐 것입니다.인성 또한 학습 못지않게 교육적으로 비중을 두어야 할 가치입니다.해법은 교육 내부의 환경을 점검해 보는 데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지난해 기준으로 OECD 국가의 학급당 학생 수는 22명입니다.반면 서울의 경우 34.7명에 이릅니다.학급당 학생 수를 OECD 수준으로 낮춘다면 학습과 인성교육의 병행이 가능합니다.현실적으로 전인교육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학습지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해법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 교수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기초학력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학력은 교육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인성의 핵심은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신감과 정서적 안정 속에서 피어날 수 있는 소양입니다.기본적인 학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인성을 길러내는 작업은 불가능합니다.또 하나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기초학력 미달의 비율은 전국 평균의 10배에 이릅니다.현실적으로 이들에 대한 학습지도는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학교 특히 초등학교의 학습지도에 대한 중요성을 이제라도 추슬러야 합니다. 이번 평가방식 논의의 중심에는 입시공부 열풍을 초등학교로 앞당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정 교수 흔히 학력을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는 능력쯤으로 오해하곤 합니다.교과목이나 학생 개인별 소양을 무시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상대평가를 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기초교과로 분류할 수 있는 국어,영어,수학과 같은 교과는 상대평가 방식을 도입해 성취동기를 유발하는 자극제로 삼으면서 학생의 개인별 학습지도의 객관적 자료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반면 사회나 과학 그리고 예체능 과목은 생활주변의 다양한 학습자료를 활용해 관찰학습과 체험활동을 활성화해 폭넓게 사고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평가하자는 것입니다. -김 교수 교육의 주변에는 특유의 ‘환경’이라는 게 존재합니다.자칫 초등학생들까지 소모적인 실력경쟁에 내몰며 비교육적인 편법들이 동원되어 교육적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조기유학도 그렇습니다.우수한 학생이 우리의 교육 시스템에서 영재성을 발휘할 수 없어서 떠나는 게 아닙니다.유리한 가정환경을 활용해 외국어 공부를 수월하게 마쳐 결국 입시경쟁에서 ‘윗자리’를 차지하겠다는 편법입니다.혼탁한 교육풍토에서 초등학교마저 실력경쟁에 나선다면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요즘 학교학습에 대한 불신이 높습니다.초등학교도 이젠 수월성 학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 교수 학교는 영재를 발굴해 우수성이 발현되도록 교육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문제는 영재교육을 앞세워 ‘된 사람’을 길러내는 인간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작금의 영재교육 논의는 엘리트를 양성하자는 컨셉트가 아닙니다.예컨대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의 경우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엉뚱하게 소수를 위한 특수한 입시 고교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초등학교 평가방식 논의도 교육적 가치는 도외시한 채 정치·사회적 요구에 영합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정 교수 입시제도를 비롯한 각급 학교의 평가는 평균적인 학력의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우수한 영재들을 위한 학습이 희생되면서 작금의 갖가지 교육정책 논란이 대두되고 있습니다.엘리트 교육에 대한 거부감은 그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이 병행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봅니다.흔히 인용되는 OECD의 학업성취도를 보면 우리의 평균학력은 높지만 상위권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있습니다.특히 자기주도학습 능력은 최하위권입니다.초등학교의 평가방식을 손질하는 것은 한국교육의 도약을 위해 의미있는 작업일 것입니다. 사회 정인학 교육대기자 ● 정진곤 교수 ▲서울대 사범대 졸업 ▲미국 일리노이대학 교육학 박사(교육정책)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조정 위원 역임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추진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한양대 교수 ● 김용일 교수 ▲고려대 사범대 졸업 ▲고려대 교육학 박사(교육행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역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현) ▲한국해양대 교수 ■ 수우미양가 광복후 등장 98년에 폐지 학습 평가는 일제 강점기에는 성적을 갑,을,병,정 네 등급으로 나누어 표시했다.광복 이후 갑을병정을 수,우,미,양,가로 대체하면서 다섯 등급체제가 등장했다.수우미양가는 1990년대 중반까지 반세기 동안 초등학교 성적평가의 지표였다.그러나 1996년 서울시교육청이 등급형 학습평가를 서술형으로 바꾸도록 장학 지도에 나서며 서서히 사라져 1998년에는 사실상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서울의 학습 평가방식의 변화는 전국으로 확산돼 급기야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는 ‘초등학교의 교과학습 발달상황은 각 교과의 학습활동 진보 정도,수행평가 결과,특징 등을 종합해 과목별로 간략하게 문장으로 입력한다.’고 못을 박았다.따라서 수우미양가와 같은 등급별 평가를 현실적으로 시행하려면 교육부 훈령도 바꾸어야 한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0)한여름밤 공룡의 꿈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0)한여름밤 공룡의 꿈

    열대야다.뒤척이다가 밤을 새우기 일쑤다.이런 때는 그야말로 공룡을 주인공으로 한 ‘한여름 밤의 꿈’이 제격이다.갑자기 나타난 육식공룡,무지막지한 놈이 이빨을 턱,치켜세우고 잠자리를 굽어보며 혀를 날름거린다.생각만 해도 시원하지 않은가.그런 공룡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8일 경남 고성에 공룡박물관 탄생 공룡이 ‘뜬 지’ 오래다.공룡영화의 고전인 영화 ‘쥐라기공원’은 공상소설은 물론 만화 패션 박물관 기념품과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가 됐다.이런 공룡 문화산업은 한반도 남단까지 밀려와 전남 해남 우항리의 공룡박물관을 낳았는가 하면,경남 고성 한려수도에도 세계 수준의 공룡박물관이 오는 8일 임시개장을 앞두고 있다.고성 땅으로 접어들면 타임머신을 탈 필요도 없이 공룡세계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아예 ‘공룡나라(The Land of Dinosaur Goseong)’라고 ‘공룡공화국’을 선포했다.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취가 남아 있는 하이면 덕명리 상족암 일대는 명실공히 ‘백악기 공원’에 걸맞은 곳이다.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승지 상족암,일명 상다리바위라 부르는 퇴적암지대는 마치 시루떡처럼 켜켜이 퇴적암이 층을 이루고 있다.그림 같은 사량도가 눈앞에 떠있고,율포만을 돌아가면 한려수도의 전형을 보여주듯 자란만(紫蘭灣)의 크고 작은 섬들이 공룡 신화와 더불어 나그네를 맞는다. 경북대의 양승영(지질학),임성규(고생물학) 등이 연구의 문을 연 이래 제법 세월이 흘렀다.연구자층과 애호가층이 넓어져 2006년에는 중국의 자공,일본의 후쿠이현,캐나다 로열티렐 공룡박물관이 모두 참여하는 공룡엑스포까지 열린다.가히 공룡 문화산업이 공룡화하는 느낌이다.중생대 지층은 육성층(陸成層)이라 화석이 드물다는 통설을 깨면서 해성층(海成層) 공룡화석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세계 학계에 보고된 해남 우항리,전남 보성의 대규모 공룡알과 알둥지,전남 화순의 육식공룡 발자국,여수시 사도 추도 낭도 등 도서지역에서 발견된 3500여점의 발자국,시화호와 통영시의 공룡알 등은 우리나라가 공룡의 보고임을 말해 주는 물증들이다. ●수많은 발자국으로 뒤덮인 고성화석지 하일면을 포함한 개천·영현·삼산·동해·마암·회화면 등지의 고성화석지는 수많은 공룡 발자국으로 어지럽다.심지어 옥천사가 자리잡은 연화산 도립공원 같은 내륙에도 공룡의 흔적이 있으니 상전벽해란 이를 두고 말함이렷다. 중생대에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경상호수’쯤 되리라.이 물길은 일본까지 연결되어 하나의 호수를 형성했다.수많은 공룡이 잔잔한 물가를 거닐었을 것이다.당시의 파흔(波痕)이 굳어진 퇴적암을 보면 물결은 잔잔했다.호수 주변은 이질 평원퇴적층으로,공룡발자국 대부분이 이 암상에 찍혀 있다.기후는 건조한 가운데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계절성이었을 것이다.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얕고 경사가 완만한 호수였던 듯 물가를 또박또박 걸은 흔적뿐 아니라 수많은 공룡들에 의해 헝클어진 공란작용(dinoturbation)의 흔적까지 보인다.큰 놈은 발자국이 40∼50㎝에 이르니 그 크기가 짐작된다.날카로운 발톱을 보건대 더러 육식공룡도 있었지만,대부분 유순한 초식공룡이었음이 분명하다.익룡의 날카로운 발톱이 새겨진 게 우항리 것과 흡사한 발자국도 남아 있다.학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공룡이 발자국을 남긴 과정은 다음의 세 단계로 정리된다. 가뭄 시기 가뭄에 물을 먹기 위해 호수 주변에 공룡이 출몰함. 오랜 시간 노출 석회질 토양화가 일어나면서 발자국이 찍힌 퇴적물이 굳어지는 고화현상이 진행됨. 홍수에 의한 범람 발자국이 찍힌 퇴적층이 매몰되면서 지층에 보존됨. 그 후로 수많은 세월이 흘러 발자국은 바위로 굳었다.호수는 바다로 바뀌었고 지각변동으로 퇴적암이 땅 위로 솟구쳤다.그러다 파도에 퇴적암이 한꺼풀씩 벗겨나가면서 드디어 발자국이 드러났다. ●공룡, 오랜 시간동안 완만하게 소멸 우리는 ‘호모사피엔스가 무엇인가.’하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오리진’을 쓴 리처드 리키와 로저 르윈의 ‘제6의 멸종’은 호모사피엔스가 결코 특권을 부여받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지구를 온통 늪으로 몰아넣은 5대 멸종.수많은 생물체가 사라졌고,무수한 생물군이 새로 생겨났다.살아남은 우리는 억세게 운좋은 종 가운데 하나일 뿐,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뜻있는 많은 이들은 지금 인간들의 탐욕스러운 행동이 다시 한번 대멸절,즉 ‘제6의 멸종’을 부르고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1억 4000만년에 걸친 공룡의 육상지배를 종결지은 6500만년 전 백악기 말의 공룡 멸절사건을 기억해야 한다.공룡의 멸절이론도 운석충돌설 같은 외부충격설에서 벗어나고 있다.거대한 외부 충격으로 일시에 공룡이 사라진 게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완만하게 소멸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바로 이어지는 신생대에서는 공룡의 뒤를 이어 포유류가 육지의 지배적인 척추동물이 되었다.포유류가 공룡보다 특별히 뛰어났던 건 아니다.쥐새끼만한 포유류는 공룡 눈치나 보다가 잡아먹히는 비운을 감수하면서 1억년을 버텼다.공룡이 멸절하지 않았더라면 호모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인 시대는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약 500만년 전 최초의 사람종이 나타났을 때,그것은 단지 ‘아름답고 무한한 형태들’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구석기,아니면 현생지질학 제4기부터 따진다고 해도 인류가 세상을 지배한 시기가 얼마나 될까.공룡은 적어도 1억 4000만년 이상을 지구에 존재했다.인류는 극히 짧은 시간에 지구의 주인공이 되었고,특히나 현대인들은 불과 100여년 사이에 엄청난 개벽을 가져왔다.이런 인류에게 영구히 보장된 미래가 있는 것인가.의문이 꼬리를 문다. ●동양인들의 삶에서도 공룡 중요 공룡은 호모사피엔스의 기억에서 영영 사라졌을까.그렇지 않다.창공을 가르는 새들은 바로 공룡의 직계 후손이다.공룡은 또 인문학적 상상력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으니,영화 ‘쥐라기공원’의 탄생 같은 공룡문화의 번성도 공룡이 영영 사라질 수 없는 것임을 웅변한다. 인류가 창조해 낸 최고의 상상동물인 용(龍)도 기실 공룡류의 조합이나 다름없다.인류의 유년기적 추억 속에 기록된 거대하고 두려운 어떤 동물의 형상이 각인되어 DNA로 전승되었던 것은 아닐까.신비로운 동물 용의 출발도 결코 인류사의 유년기적 추억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덧붙여 공룡의 발견 역시 서구학자들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일찍부터 동양인들의 삶에서도 공룡화석은 중요했으며,용골(龍骨) 같은 한약재는 틀림없이 공룡의 화석을 의미했다.10여년 전,시베리아 사하공화국에 갔을 때다.그곳 주민들이 만드는 섬세한 뿔조각품이 코끼리상아가 아니라 지금은 역사에서 사라진 맘모스 상아,즉 화석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상족암 역시 숱한 시인묵객들이 찾아 ‘용굴’ 같은 해식동굴 지명을 남기고 있거니와,이래저래 문화사적 장기 지속의 우연성을 말해줌이 아닐까. ●선입견 깨고 ‘적지적시’의 공룡 되찾아야 중국의 기서(奇書) 산해경에 등장하는 ‘기이(奇異)’들은 저마다 나름의 연원을 갖고 있다.그렇기에 사마천 같은 이도 산해경에 대해 ‘감히 말할 수 없다(不敢言之也).’고 평하지 않았겠는가.동진의 문인 곽박(郭璞·276∼324)은 장자를 인용하면서,‘사람이 아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생각건대,우주는 광활하고 뭇 생명체는 도처에 산재해 있으며,음양의 기운이 왕성히 일어나면 온갖 종류로 나뉘어 생겨난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리라.그는 ‘소 발자국에 괸 물에서나 노는 수준으로는 붉은 용이 하늘까지 치솟는 경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곽박의 말은 여러모로 정당하다.우리는 자동차 바퀴자국에 고인 물에서나 노는 수준이 아닐까.공룡과 인류시대의 시간이 던져주는 간극을 상상해 본다면,우리가 장구하다고 하는 인류사도 지질사의 미미한 일부,바로 ‘새발의 피’ 아닌가. 분류학 생물층서학 고생태학 고생물지리학 고환경학 등에서 공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그런 영향일까.오늘날 세계의 공룡학은 앙상한 골격이나 발자국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새로운 세대의 디지털 고생물학자들은 공룡화석에 생기를 불어넣어 가히 ‘공룡연구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있다.진화생물학 생물역학 식물학 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학자들이 그들.그들은 컴퓨터,CT스캔,X선,전자현미경 등 다양한 도구와 방법론을 동원,‘겁없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고성의 공룡이 살아있는 실체로 바닷가를 노닐게 해야 한다.지금까지 공상영화가 창조해 낸,엉뚱할 수도 있는 선입견을 깨고 적지적시(適地適時)의 공룡을 탄생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공룡학’이 그야말로 공룡화되어 거대 골격에 묶인 채 끝내 관료화되는 비극을 피하길 기대해 본다.공룡연구야말로 무한한 상상력과 이의 입증이 필수 아니겠는가. 한려수도 덕명리에서 심안(心眼)으로 공룡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무거운 수수께끼를 안고 오는 길,그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공룡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작은 성찰에서 싹튼 것은 아니었을까.
  • [잘먹고 잘살자] 토종 웰빙 무안양파

    [잘먹고 잘살자] 토종 웰빙 무안양파

    웰빙 바람으로 ‘토종’기능성 식품이 뜨고 있다.한동안 냄새 난다고,먹기 힘들다고 기피했던 양파와 마늘 등이 ‘성인병 예방의 특효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웰빙 태풍은 드넓은 전남 무안반도에도 휘몰아 치고 있다.올들어 양파즙 주문량이 3배 이상 늘었다.열을 가해도 영양소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압축기로 양파즙만을 내는 흑염소 집이 불황중에도 깃발을 날리고 있다.무안읍에만 12곳,나머지 8개 면마다 2∼5곳이나 된다.양파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무안 양파는 시뻘건 황토밭에서 넉넉한 일조량과 맑은 물이 합작으로 빚어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열풍은 양파 겉껍질에는 황색 색소(퀘르세친)가, 한꺼풀 벗긴 껍질에는 세포 생리활성 물질(셀레늄)의 함량이 높아 각종 성인병과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타고 식을줄 모르고 있다. ●양파야 놀러가자 우리가 먹는 양파 껍질은 6∼9겹으로 사실은 줄기가 자란 것이다.한겹 한겹 벗겨 된장에 ‘쿡’ 찍거나 된장국에 양념으로 넣거나 간짜장으로 먹던 수준은 이제 고전이다.무안에서 소비촉진의 고육책으로 내놓았던 양주(양파소주)가 한동안 인기를 끌었고 웬만한 식당마다 양파김치로 손님을 끌었다.이제는 양파음료·양파식초·양파분말(환)·양파즙·양파수프에 이어 양파목욕까지 온통 양파 천지다. 웰빙 바람으로 올들어 판매량이 2배로 늘었다는 무안 현대영농조합법인의 김길중(48) 총무부장은 “인터넷 판매망을 통해 양파즙은 하루에 80∼90상자(1상자 150개들이),양파음료는 한달에 1억 2000만원(2000상자)어치를 판다.”고 말했다.양파음료는 이달에만 일본에 5200만원어치를 수출한다. ●왜 무안양파인가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양파는 19세기 말 일본을 거쳐 개량종인 미국산이 한국에 들어왔다.분지형 황토밭이 펼쳐진 무안반도에서 양파 재배는 1942년쯤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양파는 겉껍질과 색깔로 흰양파·노란양파·빨간양파가 있다.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쌓을 때 스태미나 식으로 제공한 게 양파였다고 한다. 서해안선을 낀 무안반도는 봄에서 여름 사이가 특이하게도 길다.이때는 양파의 수확시기(4∼6월)로 온종일 해가 비춰서 줄기가 알차고 치밀하게 찬다.여기다 토양은 식양토로 황토 성분이 많고 미네랄 성분도 높다.무안양파는 껍질을 까서 그냥 먹으면 달착지근하고 상큼한 향이 입안에 감도는 느낌으로 타지역 산과 구별된다. 무안 어느 마을을 가나 보리차처럼 양파차를 주전자에 끓여놓고 마신다.끓이기가 귀찮다 보니 지금은 집집마다 냉장고에 양파즙 봉지가 가득하다. 밥 먹고 물 대신 마시고 폭염을 식히는 음료수 대체용으로 즐긴다.송경식(40·망운면 목서리)씨는 “술을 먹은 뒤에 반드시 양파즙을 먹는 데 머리가 아주 개운하다.애들은 꿀을 조금 넣어 즙을 냈더니 음료수보다 더 찾는다.”고 했다.이성만(34·청계면 복길리)씨는 “서울에서 암 환자들이 효과를 봤다며 올해 양파즙 주문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무안 양파는 2522㏊에서 15만 1300t을 수확해 605억원(4200농가)을 벌어들였다.점유율은 전국 대비 20%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양파 제대로 활용하자 중국인들의 요리는 온통 기름 뒤범벅이다.하지만 동맥경화나 고혈압·중풍 등 성인병 발병률이 전세계에서 가장 낮다.요리에는 물론 매끼 식탁에 양파가 반드시 올라가기 때문이다. 무심코 까서 버리는 양파 겉껍질에는 퀘르세친 성분이 가장 많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다.옛날부터 무안 주민들은 겉껍질만을 모아 보리차처럼 끓여서 마셔왔다.양파향이 뇌를 자극해 정신안정과 수면을 도와준다 해서 수험생들에게도 인기다. 맵고 자극적인 양파는 열을 가하면 단맛이 나고 향기가 난다.식초를 치면 매운맛이 사라지고 단맛이 난다.자장면을 먹을 때 식초를 치는 이유다. 고기를 삶을 때도,육수를 낼 때도 양파가 잡냄새를 없애준다.생선에 양파즙을 뿌리면 비린내가 사라지고 설탕 대신 양파를 넣기도 한다. 양파 식초는 생선튀김이나 샐러드 드레싱으로 아주 그만이다.양파를 가늘게 썰어 병에 담고 술을 부으면 위장과 간을 보호하는 양파주가 된다. 또 양파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배추김치 담그듯하면 양파김치가 된다.다림질할 때 옷이 눌면 양파를 자국에 대고 문지르면 없어지기도 한다. 좋은 양파는 만져봐서 단단하고 탄력이 큰 것이다. 양파는 살균 및 해독 작용으로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들에게도 대접받기 시작했다.
  • [CEO 칼럼] ‘休테크’적 휴가문화/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

    지난해 7월15일자 한 조간 신문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의 기사가 올라 왔다.‘용감한 휴가,관행 깨고 1주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기사의 주인공인 모 장관은 통상적으로 휴가를 가지 않거나 3일 이내로 다녀오던 장관들의 휴가 관행을 깨뜨리고 당당하게 1주일간 휴가를 다녀왔다. ‘여가’는 희랍어로 ‘스콜레(Scole)’라고 말한다.‘스콜레’가 바로 오늘날 학습을 의미하는 학교(School)나 학자(Scholar)의 어원이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쉰다는 말은 곧 교양을 쌓고 자기 수양을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쉬다(休)’와 ‘기술(Tech)’을 합성한 신조어가 ‘휴테크’다.창의력이 미래를 이끌어 나갈 중요한 키워드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휴테크’가 지닌 잠재적 가치는 무한하다. 지나치게 노는 것에만 탐닉해 결국 멸망에 이르렀던 로마와 달리 유대인들에게는 균형있게 쉬는 방법을 교육받을 수 있었던 그들만의 종교적 제도가 있었다.안식일과 안식년을 통해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쉬는 법을 몸으로 터득할 수 있었고,이것이 바로 창의력을 만들어 내는 토양이 됐다.그래서 혹자는 유대인들의 성공 뒤에는 휴식이 있었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얼마 전 최고경영자(CEO)의 여름휴가와 관련된 한 조사가 직장인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년 휴가를 가는 CEO는 10명 중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 시즌이 찾아왔다.그러나 최고경영자들이나 적잖은 직장인들이 불투명한 경기 전망에다 산적한 현안으로 휴가를 포기하거나 휴가를 가게 되더라도 조용히 집에서 보낼 전망이라고 한다. 나이키는 디자인 예산의 상당 부분을 기한이 없는 여행에 배정해 놓고 있다.디자이너들이 원하는 때에는 언제든지 사무실 바깥 세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이렇듯 회사는 1년에 한 번이라도 직원들이 사무실을 벗어나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해 줘야 한다.또한 직원들은 이 시간을 삶의 자극제로 삼아 더 큰 아이디어를 창조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주 5일제로 직장인들의 여가가 더욱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그런데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는 제대로 잘 쉬는 법에 대해 ‘학습’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모처럼만의 휴가라지만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쉬어야 할지 몰라 길거리에서 시간만 낭비하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직장인들도 많다. 진정한 휴식은 그저 웃고 즐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반성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며,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거울이기도 하다.이번 휴가에는 조금은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자.그 여행은 굳이 밀리는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된다.바로 나로부터 출발해 또 다른 나로 돌아오는 여행이다.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그것이 바로 이번 휴가의 출발점이자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다.그리고 이 여행은 더 즐겁고 더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한 샐러리맨의 의무 사항이기도 하며,미래를 향한 자기 경영 전략이기도 하다. 지난 7월18일 1년 전 기사의 주인공이 또다시 같은 내용으로 언론에 보도됐다.‘올해도 긴 여름휴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으며 잘 쉬는 법,그리고 당당하게 휴가를 보내는 우리 사회 ‘休테크적’ 휴가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6) 5000년의 진화, 용늪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6월5일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7162부대 초소.초병의 섬뜩한 경고를 받으며 탐사대는 “사고로 죽어도 내 책임”이라는 골자의 서약서를 작성했다.서울신문 DMZ 탐사 일정의 첫 기점인 대암산 용늪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였다.용늪은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 지역으로 1997년 3월 람사협약(세계습지보호조약) 습지로 등록된 곳이다.그 특이한 생태환경 때문에 ‘생태계의 보고’ ‘자연사 마이크로 필름’ 등 찬사가 잇따랐다.DMZ 일대에 대한 각종 탐사나 생태조사 대상지로 빠짐없이 지목되는 곳이기도 하다.용늪을 첫 탐사지로 선정한 이유도 어쩌면 절반쯤은 그 ‘유명세’ 때문이었다.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최대 2m깊이 이탄층 5000년 역사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초소에서부터 거의 한 시간 동안 비포장 군사도로를 덜컹대며 올라갔다.하지만 용늪의 첫인상은 실망감 그 자체였다.물이 조금 고인,작은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늪지 주변에 잡풀들이 빽빽이 차 있는 광경이 그리 신통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동행한 주광명 양구생태식물원 박사가 “한창 때인 7월 중순∼8월 중순 무렵에 왔으면 상당히 화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한 발짝 한 발짝 늪지로 다가서자 그 특별함이 발끝에서부터 전달돼 왔다.용늪에 들어가는 길목에서부터 깔아놓은 목판 길이 묘한 감촉을 주었던 것.시험삼아 발을 굴러보니 스펀지처럼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목판 밑의 이탄층(泥炭層) 때문이다.늪지대 초입부터 보았던 40∼50㎝ 높이의 올록볼록한 갈색 토층.이 이탄층이야말로 ‘고층습원’ 지역을 구성하는 중요요소다. 고층습원의 이탄층은 바늘사초 등 습지식물들이 낮은 온도 등의 이유로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속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1년에 기껏해야 1㎜쯤 쌓이는데,용늪 이탄층의 깊이는 곳에 따라 최대 2m에 달한다고 한다.용늪 이탄층의 나이는 4500∼5000살 정도로 추정된다.이 이탄층으로 인한 산성토양에 연평균 4도 안팎의 낮은 기온,높은 습도 등이 겹쳐져 용늪이라는 특수한 생태환경을 만들어냈다. ●한국 특산종만 10여종 자생 2004년 원주지방환경청 자료에 따르면,용늪에는 현재 복숭아순나방붙이 등 234종의 곤충과 비로용담 등 191종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한국에서만 자라는 금강초롱 등 한국특산식물도 10여종 발견됐다.용늪은 이런 특수성을 인정받아 1973년 7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 246호),1989년엔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탐사대는 이날 용늪에서만 자생한다는 비로용담을 비롯,이즈음 제철을 맞은 제비동자꽃,끈끈이 주걱,개통발 등 20여종의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의 흔적도 많이 발견됐다.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멧돼지들이 식물뿌리 등을 찾아 땅을 파헤치는 바람에 생태계 훼손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이곳 백두산부대에서 2년여 근무한 성길제 병장은 “순찰하다 보면 주로 멧돼지,족제비,고라니,산양 등이 발견된다.”면서 “도롱뇽,가재 등 늪지에 사는 양서류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반만년에 걸친 용늪의 역사가 이대로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용늪에 대한 인위적 훼손 탓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위기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2000년대 들어와 늪지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랑을 통한 지하수 및 지표수의 유출속도가 점점 빨라져 용늪의 자연육지화가 진행되고,여기에 주변 관목림들이 늪지대로 침입하면서 늪의 육화(陸化)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주광명 박사는 “도랑 주변 땅이 물길에 의해 무너지면서 도랑 폭이 점차 넓어지고,늪에 침투한 관목류가 물을 빨아들이는 ‘펌핑효과’도 육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용늪 한가운데까지 들어선 버드나무 등 관목류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정부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원주지방환경청 곽성근 계장은 “이탄층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늪 주변을 목책으로 둘러싸기도 하고,물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마대자루를 깔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자연적으로 도랑이 자꾸 생겨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방책으로는 ‘대세’를 막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5000살 용늪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실상 앞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자연적인 육화 현상인 만큼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계의 순리를 따르는 것인지,아니면 더 이상의 육화를 막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 중지를 모을 때다. 양구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전문가 칼럼 양구 대암산 용늪은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5000년 동안 발달된 이 이탄지 일대에는 희귀종인 끈끈이주걱과 우리나라 특산종인 금강초롱과 같은 식물은 물론,무당개구리 등 각종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늪의 바늘사초와 식충식물인 통발군락 가운데에서 어린 철쭉이나 신갈나무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습지에서 썩어야 할 목본류 종자가 썩지 않고 그곳에서 발아,싹이 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소위 육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늪의 수문학적 과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파주의 장단반도 습지와 동해선 철도와 도로 구간의 습지 등 여러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그만큼 인간의 간섭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생명의 땅도 알게 모르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용늪의 유지 관리를 놓고 ‘보전생태학’적 시각과 ‘복원생태학’적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보전생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들의 보전과 복원에 관심을 갖고 이들 개체수의 증진을 주된 목표로 삼는다.반면,복원생태학자들은 서식처를 강조한다.직접적인 종의 복원 차원을 넘어서 생물종이 서식하는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한 복원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이다.물론 보전생태학자나 복원생태학자 모두 궁극적으로는 생물다양성의 증진을 꾀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접근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접근과 과학적 기법의 적용이 필요하다.보전과 복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아울러 용늪과 그 주변 지역의 수문학적 순환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DMZ를 보전만 하자고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람사사이트로 지정된 용늪과 같은 가치있는 습지들이 DMZ에는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습지들의 중요성이 파악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으며,지속적인 위협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따라서 보전과 함께 생태적인 복원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김귀곤 서울대 환경생태계획학 교수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6) 5000년의 진화, 용늪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6) 5000년의 진화, 용늪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6월5일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7162부대 초소.초병의 섬뜩한 경고를 받으며 탐사대는 “사고로 죽어도 내 책임”이라는 골자의 서약서를 작성했다.서울신문 DMZ 탐사 일정의 첫 기점인 대암산 용늪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였다.용늪은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 지역으로 1997년 3월 람사협약(세계습지보호조약) 습지로 등록된 곳이다.그 특이한 생태환경 때문에 ‘생태계의 보고’ ‘자연사 마이크로 필름’ 등 찬사가 잇따랐다.DMZ 일대에 대한 각종 탐사나 생태조사 대상지로 빠짐없이 지목되는 곳이기도 하다.용늪을 첫 탐사지로 선정한 이유도 어쩌면 절반쯤은 그 ‘유명세’ 때문이었다.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최대 2m깊이 이탄층 5000년 역사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초소에서부터 거의 한 시간 동안 비포장 군사도로를 덜컹대며 올라갔다.하지만 용늪의 첫인상은 실망감 그 자체였다.물이 조금 고인,작은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늪지 주변에 잡풀들이 빽빽이 차 있는 광경이 그리 신통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동행한 주광명 양구생태식물원 박사가 “한창 때인 7월 중순∼8월 중순 무렵에 왔으면 상당히 화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한 발짝 한 발짝 늪지로 다가서자 그 특별함이 발끝에서부터 전달돼 왔다.용늪에 들어가는 길목에서부터 깔아놓은 목판 길이 묘한 감촉을 주었던 것.시험삼아 발을 굴러보니 스펀지처럼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목판 밑의 이탄층(泥炭層) 때문이다.늪지대 초입부터 보았던 40∼50㎝ 높이의 올록볼록한 갈색 토층.이 이탄층이야말로 ‘고층습원’ 지역을 구성하는 중요요소다. 고층습원의 이탄층은 바늘사초 등 습지식물들이 낮은 온도 등의 이유로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속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1년에 기껏해야 1㎜쯤 쌓이는데,용늪 이탄층의 깊이는 곳에 따라 최대 2m에 달한다고 한다.용늪 이탄층의 나이는 4500∼5000살 정도로 추정된다.이 이탄층으로 인한 산성토양에 연평균 4도 안팎의 낮은 기온,높은 습도 등이 겹쳐져 용늪이라는 특수한 생태환경을 만들어냈다. ●한국 특산종만 10여종 자생 2004년 원주지방환경청 자료에 따르면,용늪에는 현재 복숭아순나방붙이 등 234종의 곤충과 비로용담 등 191종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한국에서만 자라는 금강초롱 등 한국특산식물도 10여종 발견됐다.용늪은 이런 특수성을 인정받아 1973년 7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 246호),1989년엔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탐사대는 이날 용늪에서만 자생한다는 비로용담을 비롯,이즈음 제철을 맞은 제비동자꽃,끈끈이 주걱,개통발 등 20여종의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의 흔적도 많이 발견됐다.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멧돼지들이 식물뿌리 등을 찾아 땅을 파헤치는 바람에 생태계 훼손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이곳 백두산부대에서 2년여 근무한 성길제 병장은 “순찰하다 보면 주로 멧돼지,족제비,고라니,산양 등이 발견된다.”면서 “도롱뇽,가재 등 늪지에 사는 양서류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반만년에 걸친 용늪의 역사가 이대로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용늪에 대한 인위적 훼손 탓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위기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2000년대 들어와 늪지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랑을 통한 지하수 및 지표수의 유출속도가 점점 빨라져 용늪의 자연육지화가 진행되고,여기에 주변 관목림들이 늪지대로 침입하면서 늪의 육화(陸化)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주광명 박사는 “도랑 주변 땅이 물길에 의해 무너지면서 도랑 폭이 점차 넓어지고,늪에 침투한 관목류가 물을 빨아들이는 ‘펌핑효과’도 육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용늪 한가운데까지 들어선 버드나무 등 관목류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정부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원주지방환경청 곽성근 계장은 “이탄층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늪 주변을 목책으로 둘러싸기도 하고,물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마대자루를 깔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자연적으로 도랑이 자꾸 생겨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방책으로는 ‘대세’를 막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5000살 용늪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실상 앞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자연적인 육화 현상인 만큼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계의 순리를 따르는 것인지,아니면 더 이상의 육화를 막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 중지를 모을 때다. 양구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전문가 칼럼 양구 대암산 용늪은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5000년 동안 발달된 이 이탄지 일대에는 희귀종인 끈끈이주걱과 우리나라 특산종인 금강초롱과 같은 식물은 물론,무당개구리 등 각종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늪의 바늘사초와 식충식물인 통발군락 가운데에서 어린 철쭉이나 신갈나무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습지에서 썩어야 할 목본류 종자가 썩지 않고 그곳에서 발아,싹이 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소위 육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늪의 수문학적 과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파주의 장단반도 습지와 동해선 철도와 도로 구간의 습지 등 여러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그만큼 인간의 간섭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생명의 땅도 알게 모르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용늪의 유지 관리를 놓고 ‘보전생태학’적 시각과 ‘복원생태학’적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보전생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들의 보전과 복원에 관심을 갖고 이들 개체수의 증진을 주된 목표로 삼는다.반면,복원생태학자들은 서식처를 강조한다.직접적인 종의 복원 차원을 넘어서 생물종이 서식하는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한 복원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이다.물론 보전생태학자나 복원생태학자 모두 궁극적으로는 생물다양성의 증진을 꾀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접근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접근과 과학적 기법의 적용이 필요하다.보전과 복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아울러 용늪과 그 주변 지역의 수문학적 순환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DMZ를 보전만 하자고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람사사이트로 지정된 용늪과 같은 가치있는 습지들이 DMZ에는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습지들의 중요성이 파악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으며,지속적인 위협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따라서 보전과 함께 생태적인 복원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김귀곤 서울대 환경생태계획학 교수
  • 경제활력 되찾기 ‘R&D’에 승부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6일 연구개발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경제에는 특효약이 없다.”고 했다.이름도 낯선 연구개발서비스업은 당장 우리 경제에 특효가 있는 처방이 아니다.오히려 효력을 보려면 꽤 기다려야 한다.정부가 온갖 혜택을 내놓았지만 정작 이 ‘당근’을 받아먹을 업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토양을 차근차근 조성해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혀진다.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17대 국회는 이미 관련법 개정을 한번 퇴짜놓았다. ●R&D서비스업 육성 왜?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평가대상 60개국 가운데 35위를 차지했다.지난해보다 2계단 올랐지만 4년전(29위)과 비교하면 6계단이나 밀린 것이다.과학경쟁력이 추락한 탓이 크다.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는 6.6명으로 일본(9.9명) 미국(8.6명)에 크게 못 미친다.R&D서비스업도 불모지나 다름없다.R&D서비스업이란 기술정보나,컨설팅,시험분석 등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현재 이같은 일을 하는 민간 독립법인은 우리나라에 단 한 곳도 없다.그나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체 부설연구소도 308개(2002년말 기준)로,전체 기업부설연구소(1만곳)의 3%에 불과하다.상황이 이렇듯 열악하다 보니 신기술을 하나 개발해도 상용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미국의 평균 1.7∼2배다.재경부 관계자는 “기업비밀이 새나갈까봐 기술개발 위탁을 꺼리는 업계 관행도 관련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법 개정 국회 협조 필수 정부는 우선 기업부설연구소나 정부출연연구소로 하여금 R&D서비스업체를 창업·분사시키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이를 위해 내년부터 관련법을 고쳐 병역특례인정·설비투자 세액공제 등 똑같은 혜택을 줄 계획이다.여기에 기존 연구소에는 없는 신규혜택도 덤으로 얹어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정부의 의도는 현재 ‘절반’만 성공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창업에 한해서만 R&D서비스업의 ‘고용창출 세제지원 혜택’을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대기업이나 기존 연구소에서 떨어져나온 ‘분사 업체’는 이같은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정부는 8월 임시국회나 9월 정기국회때 다시 한번 법 개정안 통과를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 사업에 이들 창업·분사 R&D서비스업체를 우선 참여시킬 계획이다.컨설팅 업무를 용역줄 때도 ‘일정몫’ 의무 할당할 생각이다.R&D 관련 전문 자격증 제도인 ‘연구기획평가사’ 교육과정은 카이스트(KAIST)에 시범 설치된다.대학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 부총리,“경제특효약 없다” 이 부총리는 이날 경제장관들을 모아놓고 “경제에는 단방약이나 특효약이 없다.”면서 “감기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면 보름,안 가면 2주라는 말이 있다.”고 환기시켰다.앞서 우리 경제를 가장 고치기 힘든 우울증에 비교했던 그는 “이런 때일수록 이미 발표한 정책과 새로 내놓은 정책들을 차분히 실천에 옮겨나가야 한다.”고 장관들에게 주문했다.국회 설득에 실패해 일부 법안의 실행이 지연된 것과 관련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17대 국회가 초선의원들이 많아 잘 모르면서 진지해진 것 같다.”는 쓴소리도 덧붙였다.장관들이 국회의원들에게 관련내용을 잘 설명하라는 당부였지만 이면에는 불편한 심기가 녹아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1904 & 2004 한반도] 주변 4强 한반도정책-일본

    1904년 한국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강점과 병합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1894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여세를 몰아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주변 열강으로부터 한반도 지배의 기득권을 인정받았다. 일본에 있어 한국은 동아시아 식민지 개척의 시발점이자,대륙 팽창정책의 교두보였다.1904년에서 일본이 패전하는 1945년에 이르기까지,일본은 서구 열강에 대항하면서 아시아에 대한 제국주의적 세력권 확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 정책을 펴왔다. 1945년 패전 직후 일본이 독자적인 한반도 정책을 세울 여유는 없었다.1947년경 유럽에서 냉전이 시작되고 아시아에서도 중국 공산화의 그늘이 드리워지자,미국은 ‘역코스’를 단행하면서 일본 강화전략에 나선다.1952년 미국은 점령을 끝내면서 미·일 안보조약을 맺었고,한국은 한국전쟁 종식과 더불어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다.따라서 냉전의 국제적인 전개 속에서 일본과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공통점에 의해 실선처럼 연결되었다.미국은 공산진영에 대항하는 보루로서 한·일 양국간 국교 정상화를 종용했지만,반공과 반일의 기치를 내건 이승만 정권은 이를 사실상 거부하였다. 박정희정권이 수립되면서 양국은 국교 정상화의 발걸음을 내딛는다.미국은 원조를 줄여가면서 일본을 한국에 대한 자금공여국으로 대체하려 했고,한국은 집권의 정당성 확보 및 경제 성장을 위해 일본 자금이 필요했다.한·일 국교정상화라는 1965년 체제의 출발은 냉전하에서 한·미·일 3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가능했다. 한국과 일본은 이후 안보에 관한 대미 의존을 유지하면서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파트너로 자리잡게 된다.이는 다른 한편으로 한국에서 권위주의적 개발독재를 가능하도록 하는 토양을 제공했다.냉전기 일본의 한반도정책은 북한을 적대시하면서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시키는 자유진영의 연대화로 특징지어진다. 냉전 종식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80년대 말 한국이 적극적으로 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본도 대한정책을 넘어선 한반도정책을 구상하기 시작한다.이는 1990년 가네마루 자민당 간사장의 방북 이래 수차에 걸친 북·일 국교 정상화 움직임으로 구체화된다.하지만,한국은 일본이 분단의 당사자인 한국보다 앞서서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미국도 아시아의 화약고인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전환하기 전에 북·일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따라서 90년대 중반까지의 일본의 한반도정책은 대북정책의 가닥을 잡기 위해 우왕좌왕한 시기였다. 일본의 한반도정책에 있어 1998년은 전환점이었다.김대중정권은 오부치총리와의 공동 선언을 통해 문화 개방을 포함한 전면적인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을 추진했다.한편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일본의 대북정책도 전환이 요구됐다.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구체화된 남북한 관계 개선에 일본도 동참할 필요가 생겨난 것이다.2002년에는 북·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본에 있어 북한은 기회이자 위협이었다.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는 이를 가시화시켰다.일본은 미사일 방어 참여,군사위성의 발사,방위력의 근대화,유사법제의 정비 등 현실주의적 대응으로 나서고 있다.일본에 있어 북한은 수교와 위협의 교차점에 서 있다.탈냉전기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은 한국과의 협력과 연대를 심화시켜 나가면서도 북한문제의 처리에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현재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은 두 가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반미’‘친북’으로 비쳐지는 한국에서의 진보적인 사회운동의 확산이 미·일동맹을 중시하는 일본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민주화된 한국에 대한 신뢰를 가지면서도 자칫 향후 동북아 정세의 전개가 미·일동맹에 대항하는 남북한 및 중국의 느슨한 연합으로 양분화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아울러,납치와 핵문제로 일본을 위협하는 북한을 감싸고 나갈 것인지,위협의 대상으로 견제할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에 결론을 낸 상태는 아닌 듯 싶다. 박철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가짜 유기농산물 가려내는 법 개발

    유기농산물이 실제 유기농법으로 재배됐는지를 정밀하게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노희명 교수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노 교수는 14일 “화학비료와 퇴비를 사용할 때 다르게 나타나는 질소의 안정성 동위원소 존재비를 이용,수확된 유기농산물의 실제 유기농법 재배 진위를 판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유기농산물은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퇴비·친환경 비료 등으로 키워낸 농산물이다.지금껏 잔류농약을 검사하는 수준에 그쳐 유기농법 재배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판별법은 질소의 화학반응 뒤 만들어진 생성물 등의 동위원소비를 이용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신비 벗는 토성의 고리] 각국의 우주탐사 경쟁

    지난 1일 카시니-호이겐스호가 토성 궤도에 진입,토성의 신비를 풀 영상 정보들을 보내오기 시작함에 따라 세계 각국이 벌이는 우주탐사 경쟁도 불을 뿜고 있다. 올해에만 벌써 5번째 우주탐사 관련 큰 성공 사례가 축적된 지난 1월 미국의 화성 탐사선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화성 표면에 안착,탐사 활동을 벌였고 지난 3월엔 유럽연합(EU)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발사됐다.지난달에는 민간기업이 제작한 최초의 우주선인 미국 스페이스십원이 비행에 성공했다. EU는 혜성 탐사선 로제타의 성공적 발사 이후 수성 탐사선 발사 계획을 추진하는 등 연구·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최근에는 유럽우주국(ESA)의 예산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럽국가들간 전문가와 시설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기관을 설립한다는 합의를 이뤄냈다. 러시아는 2014년 화성에 유인 우주왕복선을 보내고 2030년까지 화성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神舟) 5호’ 발사에 성공한 뒤 달 탐사위성 개발과 제2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6호’ 발사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2007년에 달 탐사위성을 발사하고 2010년까지는 무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며 2020년까지는 달 토양 샘플을 채취,지구로 가져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일본은 무인 달 탐사선 ‘루나A’를 올해에,달 착륙선 ‘셀레네’를 내년에 발사할 계획이며 인도 역시 2008년까지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하고 2015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中企 M&A활성화 추진

    한계 중소기업의 퇴출 기준과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이 마련된다.창업에서 대기업으로 도약하기까지 발전단계별 ‘맞춤형 지원책’도 제공된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이같은 내용의 중소기업 종합대책 등을 핵심으로 한 주요 업무현황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보고했다.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원활한 M&A 토양을 마련해주되,한계 중소기업은 무조건 퇴출시키기보다 가급적 업종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채권 금융기관과 비교해 상대적 약자인)중소기업이 구조조정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 부총리의 방침과 맥을 같이한다. 정부는 또 ‘창업→성장→대기업 졸업’의 발전단계에 맞춰 중소기업 지원체제를 구축키로 했다.‘기술혁신형’ ‘중견자립형’ ‘창업성장형’ 등 기업유형별 맞춤서비스도 제공한다.한달 평균 2조원 수준인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도 축소되지 않도록 유도할 방침이다.경기 요인에 따른 중소기업의 일시적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서다.월소득 120만원 미만인 ‘차상위 계층’의 일자리도 올해 1만개에서 내년 2만개로 늘릴 계획이다.세부내용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확정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새 행정수도 연기·공주] 균형발전효과 최우선 고려

    [새 행정수도 연기·공주] 균형발전효과 최우선 고려

    행정수도 예정지가 사실상 ‘연기·공주’로 결정되면서 이전비용이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정부는 여전히 46조원이면 충분하다고 하지만,민간 전문가들은 연기·공주가 야산이 많아 공사비가 정부 추산치보다 훨씬 더 들 것이라고 지적한다.서울시의회는 방위비 부담까지 감안하면 무려 200조원이 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주장대로 45조 6000억원만 든다고 쳐도 경제활동인구(5월 말 현재 2353만명) 1인당 부담은 194만원이다.이전비용이 100조원으로 불어나면 이 부담은 425만원으로 껑충 뛴다.신행정수도기획단 박상규 국장은 “총 이전비용 가운데 민간 몫(34조 3000억원)과 정부청사 매각대금(4조원) 등을 빼면 국민부담은 7조원으로 줄어든다.”면서 “설사 정부청사 매각이 쉽지 않더라도 국민부담 11조 3000억원을 2014년까지 쪼개면 매년 1조∼1조 5000억원에 불과해 큰 부담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물가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정부 공사는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관례라는 이유에서다.한양대 건설교통공학부 이태식 교수는 “최소한 앞으로 10년간의 물가상승률은 반영해야 한다.”면서 “2014년까지 공사비가 연평균 각각 5∼15%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행정수도 이전비용은 적게는 51조원,많게는 62조원이 든다.”고 주장했다.연기·공주의 땅값이 크게 올라 정부가 책정한 비용(4조 6000억원)으로 보상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행정수도 후보지 평가단에 풍수지리 전문가는 있되,사회 인프라 경험을 갖춘 토목기술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추가비용 발생요인으로 지적된다.이태식 교수는 “물을 포함해 토양이 괜찮은지,성토 작업이 필요한 지형인지 등에 따라 개발비용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벌써부터 연기·공주에 야산이 많아 공사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지적이 들린다.신행정수도기획단 박 국장은 “가급적 지형 원형을 유지할 방침이기 때문에 추가공사비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새 행정수도 연기·공주] 균형발전효과 최우선 고려

    행정수도 예정지가 사실상 ‘연기·공주’로 결정되면서 이전비용이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정부는 여전히 46조원이면 충분하다고 하지만,민간 전문가들은 연기·공주가 야산이 많아 공사비가 정부 추산치보다 훨씬 더 들 것이라고 지적한다.서울시의회는 방위비 부담까지 감안하면 무려 200조원이 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주장대로 45조 6000억원만 든다고 쳐도 경제활동인구(5월 말 현재 2353만명) 1인당 부담은 194만원이다.이전비용이 100조원으로 불어나면 이 부담은 425만원으로 껑충 뛴다.신행정수도기획단 박상규 국장은 “총 이전비용 가운데 민간 몫(34조 3000억원)과 정부청사 매각대금(4조원) 등을 빼면 국민부담은 7조원으로 줄어든다.”면서 “설사 정부청사 매각이 쉽지 않더라도 국민부담 11조 3000억원을 2014년까지 쪼개면 매년 1조∼1조 5000억원에 불과해 큰 부담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물가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정부 공사는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관례라는 이유에서다.한양대 건설교통공학부 이태식 교수는 “최소한 앞으로 10년간의 물가상승률은 반영해야 한다.”면서 “2014년까지 공사비가 연평균 각각 5∼15%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행정수도 이전비용은 적게는 51조원,많게는 62조원이 든다.”고 주장했다.연기·공주의 땅값이 크게 올라 정부가 책정한 비용(4조 6000억원)으로 보상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행정수도 후보지 평가단에 풍수지리 전문가는 있되,사회 인프라 경험을 갖춘 토목기술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추가비용 발생요인으로 지적된다.이태식 교수는 “물을 포함해 토양이 괜찮은지,성토 작업이 필요한 지형인지 등에 따라 개발비용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벌써부터 연기·공주에 야산이 많아 공사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지적이 들린다.신행정수도기획단 박 국장은 “가급적 지형 원형을 유지할 방침이기 때문에 추가공사비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대형차 배출가스 기준강화 유예

    정부는 1일부터 강화하기로 했던 대형상용차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 적용을 8월 말까지 2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또 환경컨설팅업·토양정화업 등 신규 환경서비스업을 활성화하고,분뇨·폐수 등 관련 영업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1일 경제장관간담회를 갖고 대형상용차 배출가스 기준의 한시적 유예 및 환경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이같이 결정했다.배출가스 유예대상 차종은 차량 총중량 3.5t 이상의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트럭 및 버스다. 2개월간 유예하기로 한 것은 배출가스 기준에 맞는 대형상용차를 개발해온 현대자동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합작이 무산됨에 따라 엔진개발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돼 자동차 업계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내수 침체와 노사분규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의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려는 측면도 없지 않다. 정부는 또 내년 상반기 중 환경기술 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환경컨설팅업과 토양정화업 등의 자율 등록제를 도입,육성하기로 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녹색공간] 가로수 한 그루의 사회학/오정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1964년 발표된 셸 실버스타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인간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나누어 주고도 여전히 행복하기만한 나무의 이야기이다.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나무와,어린 아이의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부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소년이 결국은 자신이 등졌던 나무에게로 다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한때 자신을 버리고 이용했던 소년이 늙고 병든 몸으로 찾아왔을 때에도 자신의 마지막 남은 밑둥까지 그의 휴식처로 내준 나무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대표가로수인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에서 오존생성원인 물질인 이소프렌(C5H8)을 방출한다는 보도가 있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보도내용은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하루 40g의 이소프렌을 방출하여 자동차 100만 대 분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주요골자였다.시민들은 경악했다.대도시 지자체의 녹지관련 담당자들은 시민들의 빗발치는 항의성 전화에 몸살을 앓았다.플라타너스를 베어내고 은행나무나 느티나무로 바꾸어 심어달라는 시민들의 요구 때문이었다. 과연,플라타너스는 대기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가?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생산하는 이소프렌은 30℃이상의 고온과 강한 햇빛이 있어야 질소산화물(NOx)과 광화학반응으로 오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그러므로 실험실에서 30℃ 이상의 조건하에서 측정한 이소프렌 량을 하루 10시간 방출한 것으로 계산을 한 보도내용은 과대치로서 실제 자연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플라타너스 한 그루의 환경개선 효과를 수치로 풀어보기로 하자.플라타너스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아황산가스,오존을 흡수하며 산소를 생산한다.즉,플라타너스 한 그루는 매일 3.6㎏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2.6㎏의 산소를 방출함으로써 3.5명이 하루 동안 숨쉴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하는 것이다.이 양을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용 산소 값으로 환산하면 5만 2000원에 상당한 경제적 가치인 셈이다.또한 하루 13g의 오존을 흡수하고,질소산화물도 흡수하여 이소프렌이 오존으로 변하는 양도 감소시키는 뛰어난 대기정화기능을 갖고 있다.이 양은 느티나무보다 3.5배,은행나무보다 5.5배나 많은 양인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수분을 방출하는 증산작용도 매우 왕성하다.플라타너스 한 그루에서 뿜어내는 수분의 양은 0.6㎏에 달해 이때 대기 중의 열에너지 36만㎉를 제거시키는데,이는 15평형 에어컨 7대를 10시간 동안 가동하여 매일 7000원 상당의 냉방용 전기료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으며,도시화에 의한 열섬현상을 상당부분 해소시켜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플라타너스는 베어져야 할 나무가 아니라 더욱 많이 심겨져야 할 나무인 것이다.가로수의 수종선정은 대기정화기능과 환경개선기능 그리고 경관형성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또한 플라타너스는 가로수종 중 다른 수종에 비해 이식력이 좋고,도심의 열악한 토양환경에서도 잘 자라며,넓은 잎을 가지고 있어 많은 그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등 공해물질의 정화기능도 우수하다. 그해서 플라타너스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반구국가에서 피나무,느릅나무,칠엽수(일명 마로니에)와 함께 가장 널리 사랑받고 있는 세계 4대 가로수가 되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지금 그 수많은 가로수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정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 [김선일씨 피살] 협상실패 및 피살 배경

    우리 정부의 다각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랍된 김선일씨가 끝내 참수된 시체로 발견된 것은 그를 납치한 단체 ‘유일신과 성전’이 처음부터 김씨를 풀어줄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24시간이라는 짧은 최후통첩 시한을 내놓고 파병 철회라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운 것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최대한 알리려는 선전수단일 뿐이었음을 방증한다. 김씨를 살해한 ‘유일신과 성전’은 알자지라 방송에서 “당신들은 우리의 경고를 거부했다.이는 당신들이 스스로 초래한 일이며 당신들의 군대는 이라크인들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저주받을 미군을 위해 이곳에 왔다.”고 주장했다.이는 처음부터 돈이나 물질적 반대급부를 노린 게 아니라 한국의 파병 철회 관철이 목표였고,이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살해했음을 가리키는 셈이다. 이들 납치세력이 노리는 것은 잇따른 인질 살해로 파병국 또는 잠재적인 파병국들에 공포심을 조성하고 이를 철군이나 파병 철회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침략군으로 지목한 미군뿐 아니라 미국에 협조하는 자는 누구든 무차별 살해될 것이라는 공포의 메시지를 확산시키고 잔혹한 참수 장면을 되풀이해 공개함으로써 위협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이들의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저항세력들이 이처럼 파병 철회에 매달리는 것은 오는 30일 주권 이양 후 임시정부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임시정부가 안착하고 이라크 사회가 안정을 되찾게 되면 자신들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이다.이라크 사회의 안정은 이들에게 곧 자신들이 내세우는 이슬람에 대한 외세의 탄압 배격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토양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임시정부에 타격을 가하려면 계속되는 테러공격 등 치안 불안을 확산시켜 사회혼란을 유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잇따른 자살폭탄 테러,이라크 임시정부 요인들에 대한 암살,외국인 인질의 납치·살해까지 끝없이 혼란을 유발하고 그 비난의 화살을 이슬람에 대한 외세의 탄압 때문으로 돌리려는 것이다.여기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외국군의 존재다. 따라서 주권 이양까지의 1주일 남짓한 기간은 물론 주권 이양 후에도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까지 임시정부를 흔들어 사회불안을 부추기려는 저항세력의 기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폴리시메이커] 정회석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

    “국민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이타이이타이병’에 대한 실체를 하루속히 밝혀내려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남 고성의 폐광촌 인근 주민들이 이타이이타이병 의심증세를 보인다는 환경단체의 고발이 있고 나서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이런 가운데 책임부처인 환경부의 환경보건정책과에는 초비상이 걸렸다.시민단체나 불안에 떨고 있는 현지 주민들로부터 원인규명과 대책을 촉구하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회석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사안의 중요성과 조사 과정의 객관성을 위해 시민단체와 정부가 합동조사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철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보건환경에 대한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사실 정부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보건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 전담부서를 마련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환경부는 환경오염이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3월말 환경보건과를 신설했다.그는 3개월도 채 안 된 신생 부서의 책임자로서 ‘건강영향조사’를 비롯,중·장기적인 환경보건에 따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떠안고 있다. “소각장에서 나오는 다이옥신 배출 문제를 비롯,새집 증후군에 대한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높아졌다.”면서 “앞으로 수질·대기·토양·제품 등에 함유된 물리·화학적인 요소들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각종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화학물질과장으로서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해오다 3개 과로 기구가 확대 개편되면서 문패를 바꿔달았다.이타이이타이병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요즘은 하루 해가 짧게만 느껴진다고 푸념했다.늑장대응이란 비난도 있지만 철저한 원인 규명으로 반드시 명예회복을 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다. 신생 부서를 골라 다닌다는 이유로 ‘화전민(火田民)’이란 놀림도 받는다.폐기물자원국 ‘자원재활용과’에 이어 이번에 다시 신생부서 책임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 행정고시(30회)로 공무원에 입문,경제기획원(현재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하다가 96년 환경부로 자리를 옮겼다.2000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에 파견돼 환경전망,화학제품정책,화학물질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지난해 6월부터는 OECD 화학물질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극단 청우·무용단 댄스시어터온 창단 10주년 공연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젊은 단체가 이번주 나란히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을 올린다.연출가 김광보가 대표로 있는 극단 청우의 ‘뙤약볕’(19일부터,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과 안무가 홍승엽이 이끄는 현대무용단 댄스시어터온의 ‘모자이크 & 사이프리카’(17·18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김광보(41)는 지난해 ‘프루프’‘산소’‘웃어라 무덤아’에 이어 올초 ‘에쿠우스’까지 연달아 화제작을 만들어낸 스타 연출가.홍승엽(42)은 지난 2000년 프랑스 리옹 댄스비엔날레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에서 두루 독창성을 인정받는 안무가다.이들에 대한 평가는 학맥과 인맥 등 각종 연줄을 무시할 수 없는 우리 공연계 풍토에서 오직 실력만으로 일궈낸 것이기에 더 값지다. ●김광보와 극단 청우 고교 졸업 후 고향인 부산에서 조명디자이너로 연극판에 발을 디딘 김광보는 94년 서울에 올라와 극단 청우를 만들었다.작가 박상륭 원작의 ‘뙤약볕’은 98년 ‘연극을 계속 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올린 작품.극단 미추 손진책 대표의 배려로 미추 단원들과 작업한 이 연극으로 그는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올해의 연극베스트 신인연출상 등을 받으며 단번에 주목받는 차세대 연출가로 떠올랐다.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으로 ‘뙤약볕’을 다시 꺼내든 것은 언젠가부터 ‘흥행연출가’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나태해진 스스로를 채찍질하려는 의미가 크다.그는 “6년전 공연 비디오를 보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음악과 조명,세트 등 연기외적인 요소에 너무 힘을 줘 정작 배우들이 보이지 않더라는 것.한동안 ‘채우는 무대’에 열중했던 그의 연출 스타일은 이제 ‘비우는 무대’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이번에 공연할 ‘뙤약볕’은 그래서 초연 때와는 달리 오로지 배우만이 드러나는 연극으로 재탄생하는 중이다.소극장 전체를 타원형 경사 무대와 객석으로 만들어 배우의 움직임이 어느 시선에서도 사라지지 않도록 하고,음향효과 이외의 음악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배우들은 빈 무대에서 조명의 도움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내야 한다. 지난해 ‘웃어라 무덤아’에서 그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엿봤다고 했다.이런 이유로 그는 이번 ‘뙤약볕’이 청우의 지난 10년을 결산하는 무대가 아니라 앞으로 10년의 비전을 보여주는 공연이라고 강조했다.“외부 연출작업은 흥행 때문에 어느 정도 대중의 취향에 맞출 수밖에 없다.하지만 청우를 통해서는 연극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펼쳐보이고 싶다.”7월11일까지 (02)764-7064. ●홍승엽과 댄스시어터온 홍승엽은 국내 현대무용의 척박한 토양에 물을 주고,씨를 뿌려 열매를 거둔 몇 안되는 안무가이다.94년 ‘김노인의 꿈’으로 창단 공연을 치른 댄스시어터온은 10년 만에 누구도 넘보지 못할 프로 무용단의 위치에 올랐다. 홍승엽은 무용을 전공하지 않았다.경희대 섬유공학과에 다니다 뒤늦게 현대무용에 입문해 2년 만에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대상을 타는 등 두각을 나타냈고,유니버설발레단에서 발레 경력을 쌓았다.댄스시어터온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조화시켜 비인기종목인 무용을 문화상품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만든 전문 직업무용단이다.홍승엽과 15명의 단원들은 공연이 있든 없든,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연습을 한다.공연 때만 잠깐 연습하는 다른 무용단과는 출발부터 차이가 난다.막상 차려놓고 3년을 버티자 주변에서 다들 기적이라고 했단다.공연 수익이 빤한 현실에서 무용단 운영은 후원자들이 내는 지원금과 단원들이 외부에서 받는 강습료를 조금씩 보태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그럼에도 거의 매년 거르지 않고 신작을 발표하는 성실함과 열정은 한결같다. 창단 10주년 기념 무대에는 ‘빨간 부처’‘데자뷔’ 등 6편의 대표작을 재구성한 ‘모자이크’와 신작 ‘사이프리카’를 선보인다.‘사이버 아프리카’의 준말인 ‘사이프리카’는 잃어버린 고향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불안정한 내면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김태근(음악) 엄진선(무대미술) 천세기(조명) 등 늘 그와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들이 이번에도 의기투합했다.“지금이 10년 전보다 좋아졌고,앞으로 10년도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02)2005-011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성 폐광산 주변지 카드뮴등 다량 검출

    경남 고성군 삼산면 폐광산 주변 토지와 갱내 유출수에서 카드뮴, 구리와 아연 등 각종 중금속 성분이 다량으로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경남도에 따르면 삼산면 폐광산 주변 주민들의 인체에서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보도와 관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폐광산 주변지역 30곳(하천수 11,지하수 1,간이상수도 1,토양 15,논 2곳의 쌀)에 대해 검사 및 분석을 실시한 결과 토지와 갱내 유출수 등에서 상당량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도 보건환경연구원의 토지 오염도 조사 결과 카드뮴의 경우 폐광산 갱내 밑바닥에서는 1.347,폐광산 입구 표토에서는 0.636이 검출돼 토양오염 우려기준(1.5)이하 였으나 광산입구 30m 지점 계곡(2.611)과 광산입구 60m 지점 계곡(2.076)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했다.또 광산입구 70m 지점 계곡(2.138)과 광산입구 150m 지점 계곡(2.108)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구리는 폐광산 갱내 저지에서 무려 토양오염 우려 기준치(50)의 216배에 달하는 10만 830.6이,폐광산 입구 60m 지점 계곡에서는 71.2배인 3559.1이,광산 입구 150m 지점 계곡에서 기준치의 31.8배인 1892.4이,530번지 경작지에서는 79.15이 각각 검출됐다. 납 성분도 토양오염 우려 기준치(100)에는 미달하지만 22.3∼2.8이 검출됐다 하천수 조사결과 광산 주변 갱내 유출수에서 구리와 카드뮴,아연 등이 검출됐으나 카드뮴은 광산하류 50m 지점에서 하천수 수질 기준치(0.01)를 초과한 0.013이 검출됐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에듀 짱]‘가타카’

    항상 예기치 못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야.사람 하는 일이 완벽할 수는 없다는 거지.무결점과 무오류는 희망사항일 뿐,현실은 늘 원칙을 조금씩 엇나가기 마련인 법이지.제러미 레프킨은 ‘바이오테크’라는 책에서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오류를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어.한 번 들어봐. 나무를 고체화하는 리그닌(lignin)이라는 목질소(木質素)를 파괴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효소를 만드는 가능성을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유전자를 조작해 이 효소를 가진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제지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를 정화한다면 환경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거야.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이런 부작용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거야.가령 그 효소를 가진 박테리아가 다른 장소로 이주해 숲 속에 널리 퍼지게 된다면,그 박테리아가 나무를 고체화하는 리그닌을 파먹어 들어가 수백만 에이커의 숲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거지. 1996년 취리히의 식물과학연구소 과학자들은 ‘버실러스 투린지언시스’라는 토양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인도산 벼에 이전하여,그 벼가 ‘노란줄기좀벌레’와 ‘줄무늬좀벌레’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병충해가 없는 작물이라,벌레가 꼬이지 않으니 농약 칠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환상의 작물.그런데 이게 또 문제가 있는 모양이야.곤충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 벼가 바람에 의한 수분과정을 통하여 그 벼와 혈연 관계에 있는 가까운 야생잡초로 퍼져 그 잡초마저도 해충에 대한 저항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거야.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지.이쯤 되고 보면 유전자는 재앙인 셈인지도 모르겠어. 인간의 유전자 조직을 쉽게 판독할 수 있는 유전자 판독기가 대중화되는 시점을 상상해볼까.당신은 고혈압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가졌으니 보험료를 더 내시오,비만유발 유전자를 가졌으니 당신과 결혼할 수 없소,당신에게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으니 우리 회사로서는 당신을 채용할 수 없소.제길 가난한 아버지가 문제지.태어나기 전에 최고급 유전자로 ‘나’를 채워주었더라면 이런 마음 고생은 없었을 터인데.무전유죄(無錢有罪),돈 없는 게 죄지.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가 얼마나 끔찍한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있지.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네가 너의 친구라면 이건 좀 끔찍하지 않을까.나의 자식이 사랑스러운 것은 좋은 유전자를 가져서가 아니겠지.우정과 사랑도 유전자로 선택되는 사회,그런 사회가 과연 유토피아일까.오,No Thank! 서울 배문고 교사 desert44@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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