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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법정에 선 이유를 전면 부정한 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법치(法治)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이후 첫 번째 공판이었던 만큼 박 전 대통령의 복잡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이날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 7명이 전원 사임계를 냈다는 소식도 들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에 발부된 구속영장으로 최대 6개월까지 구속 기간이 연장됐다. 해가 바뀌어 내년 4월까지도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까지 한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였던 박 전 대통령의 상실감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럴수록 재판은 정치가 아니라는 사실도 박 전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돼서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었다”고 술회했다.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데 그치지 않고 영어(囹圄)의 몸으로 전락한 상황은 당연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투표한 국민에게도 불명예를 넘어 깊은 상처로 남았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심신의 고통을 인내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법정에 세워진 이유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겠다는 뜻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움직임을 두고 당사자들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음모’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주체는 정치권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다. 구속 기소된 박 전 대통령 사건의 심리 결과 역시 사법부의 판결로 공표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돌출행동이 사법부의 판단을 이른바 ‘정치적 결단’으로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라면 성공하기 어렵다. 사법 체계의 한 축을 이루는 변호사들이 말리지는 못할지언정 거들고 나선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고도 밝혔다고 한다. 재판부에 압력을 행사할 의도마저 읽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재판에 대한 반발과 재판부에 대한 압력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속죄다. 지금은 자신의 억울함을 구구절절 표현하는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억울한 마음이 있어도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한편으로 새 정부도 ‘적폐 청산’의 분명한 경계를 제시하는 노력에 힘을 기울여 반발에 편승하는 토양을 더이상 제공하지 말라.
  • “중금속 범벅 태양광 폐패널 10만t 폭증에 유독성 발암물질 유출 우려”

    “중금속 범벅 태양광 폐패널 10만t 폭증에 유독성 발암물질 유출 우려”

    납, 카드뮴 함유 태양광 폐패널 2016년 39t → 2023년 9700t 급증···2021년 연간 처리 규모 3600t 불과2044년 폐패널 10만t 넘겨···8차 전력수급계획 적용시 두배 증가 주장최연혜 의원 “태양광 세척제, 토양오염 우려에도 산업부·환경부 서로 소관 미뤄 제2 가습기 살균제 우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한축으로 야심차게 확대를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발전의 태양광 폐패널에 발암물질인 납, 카드뮴 등 유독성물질이 범벅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태양광 폐패널이 2023년 현재보다 247배 폭증할 전망인데 태양광 재활용센터 등으로 처리할 수 있는 규모는 3분의 1에 불과해 유독성 물질 유출로 인해 국민 건강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함유된 태양광 폐패널 처리 대책이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2015년 산업부가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을 전제로 태양광 폐패널 발생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9t에 불과했던 연간 폐패널 발생량이 2023년부터 9681t으로 7년새 무려 247배나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현재 4.8% 수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목표년도인 2030년에는 1만 9077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2035년 5만 3260t, 2040년 7만 2168t으로 태양광 폐패널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산업부가 2021년까지 추진하는 태양광 재활용센터 구축사업의 연간 처리 규모는 3600t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 의원은 “2044년이 되면 폐패널 발생량이 10만t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올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서 신재생에너지를 20%까지 확대한다면 태양광 폐패널 쓰레기는 그 두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태양광이 친환경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폐패널에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인 납, 카드뮴 텔룰라이드, 크롬 등 유독성 화학물질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 최 의원실은 주장했다. 카드뮴 텔룰라이드는 폐를 굳게 하는 유독성 물질이다. 미국 타임지가 2008년 ‘환경영웅’으로 선정한 대표적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가 이끄는 환경단체 EP(환경진보)는 “태양광 패널은 원자력발전소보다 독성 폐기물을 단위 에너지당 300배 이상 발생시킨다”며 “태양광 쓰레기에는 발암물질인 크롬과 카드뮴이 포함돼 식수원으로 침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폴리실리콘 태양광패널을 만드는 OCI의 군산 공장에서 2015년 맹독성물질인 사염화규소가 유출돼 인근 8만 3000㎡의 농경지와 수백명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고, 유사한 유출사고가 올해 6월에도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또 태양광 패널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먼지를 닦아내는 태양광 세척제가 땅에 스며들어 토양을 오염시킬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세척제를 관리해야 할 산업부나 환경부 모두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이런 제품들이 독성검사를 제대로 마쳤는지, 제2의 가습기살균제가 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태양광 쓰레기가 발암물질 오염 등으로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신속히 유독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무게만 10kg…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자이언트 당근

    무게만 10kg…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자이언트 당근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당근의 무게는? 최근 미국 미네소타주 옷세고(Otsego)의 원예가 크리스터퍼 퀄리(Christopher Qualley·34)가 슈퍼 자이언트 당근을 재배했다. 퀄리가 재배한 당근은 무게만 무려 10.17kg으로 이번 주 초 기네스 세계 기록으로 등재됐다. 거대 과일과 채소 키우는 취미를 가진 퀄리는 “2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며 한 번의 실패 이후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당근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최대 크기의 당근을 재배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그 비결은 적절한 토양과 씨앗, 날씨, 그리고 약간의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퀄리의 다음 목표는 당근에 이어 호박과 토마토다. 현재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박과 토마토를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올해 퀄리는 세계 기록보다 0.7kg보다 적은 3.2kg 토마토를 키운 바 있다. 종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당근 기록은 2014년 9월 영국 노팅엄셔 뉴윅의 원예가 피터 글레이즈브룩(Peter Glazebrook·70)이 재배한 9.1kg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긴 당근은 최근 영국 잉글랜드 레스터셔주 러프버러의 사이먼 스미스(Simon Smith·53)가 6살 손자와 함께 키운 길이 1.2m짜리 당근이며 스미스는 퀄리에게 당근 씨앗을 선물해 준 사람으로 알려졌다. 사진= Guinness World Records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치과의사·법학도… 아이슬란드 축구 ‘월드컵 동화’

    치과의사·법학도… 아이슬란드 축구 ‘월드컵 동화’

    국토의 80%가 얼음과 화산으로 뒤덮인 북유럽의 아이슬란드가 ‘겨울 동화’ 대신 ‘월드컵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아이슬란드는 10일 수도 레이캬비크의 라우가르달스볼루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I조 10차전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길비 시귀르드손의 활약을 앞세워 코소보를 2-0으로 물리쳤다. 7승1무2패(승점 22)를 기록한 아이슬란드는 크로아티아(승점 20)를 제치고 조 1위를 확정해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아이슬란드는 처음 본선 무대를 노크한 지 60년 만에 꿈을 이뤘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 예선에 처음 출전한 뒤 1974년 다시 독일대회를 시작으로 2014브라질월드컵까지 11개 대회의 문을 줄기차게 두드렸지만 한 번도 본선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아이슬란드는 그러나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 처음 출전해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오르는 이변을 낳으며 이번 월드컵 돌풍까지 예고했다. 추운 날씨 탓에 1년 중 8개월은 바깥에서 공을 차기 어려워 실내축구가 활성화된 아이슬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턴 소속의 시귀르드손을 비롯한 20대의 ‘인도어 키즈’가 유로 2016에서 보여 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자국 프로축구 리그가 없는 데다 7년 전만 해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2위에 그치던 아이슬란드가 ‘기적’을 연출한 건 20년에 걸친 국가 차원의 사회복지 프로그램 덕분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과 흡연율 등이 유럽 최고 수준이었다. 정부는 1998년부터 각지에 스포츠센터와 체육관을 짓고 청소년들에게 체육 활동을 권장했다. 청소년 스포츠 인구가 크게 늘면서 건강한 토양을 마련한 아이슬란드는 올림픽 등 ‘빅스포츠’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나타냈다. 핸드볼에선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 농구에선 2017유로 바스켓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실내축구장을 늘려 날씨를 가리지 않고 개인기와 조직력을 다지도록 도움으로써 꽃을 활짝 피웠다. 무엇보다 사회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경계를 허문 게 두드러진다. 헤이미르 할그림손 축구 대표팀 감독의 본업은 치과의사다. 그는 취미로 아마추어 축구를 하다 대표팀 사령탑까지 꿰찼다.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은 영화감독, 또 다른 골키퍼 외그문두르 크리스틴손은 축구선수 생활을 병행하며 법학사 학위까지 받았다. 크리스틴손은 최근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퇴 뒤 변호사의 길을 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호주는 이날 시리아와의 아시아 플레이오프 2차전을 120분 연장 접전 끝에 팀 케이힐의 두 골을 앞세워 2-1로 승리, 1, 2차전 합계 3-2로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대륙간 플레이오프 상대는 북중미카리브해연맹(CONCACAF) 4위인데 11일 확정된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열린세상] ‘정부혁신’ 없이 성공하는 정부 없다/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부혁신’ 없이 성공하는 정부 없다/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얼마 전 A부처의 회의에 참석했다. 부기관장과 티타임을 먼저 가졌다. 의례적 인사와 환담이 있고 나서 부기관장이 양해를 구했다. 다른 ‘바쁜’ 일정 때문에 회의 참석이 어렵다고. 담당 국장이 인사말을 대신했다. 참석 위원들은 앉은 순서대로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다. 이음매 없는 발언들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뒷줄에 앉아 있는 사무관들은 이를 받아 적느라 바빴다. 함께 참석한 실무 과장들의 발언 기회는 없었다. 위원들의 발언이 끝나자 국장은 원론적 답변과 함께 회의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며. 정부 부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의 풍경이다. 회의란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다. 회의가 시작되면 계층과 권위는 사라진다. 오직 창의적 생각과 의견 교환이 우선시된다. 조선시대 관료들도 공론과 합의를 선호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 부처 회의를 가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형식에 얽매이고 의전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일방적인 의견 전달만 있고 의견 교환이 없다. 틀에 박힌 관행이 참석자들의 동기와 행동을 제약한다. 이러한 풍경이 비단 회의장뿐이겠는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다. 부푼 기대와 희망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고 국정 목표가 달라졌다. 새 국정 과제도 확정됐다. 조직개편과 인사이동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일상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하는 환경이나 방식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일하는 행태와 문화의 변화도 없다. 일하는 구조 역시 큰 변화가 없다. 새로 임명된 장관들도 과거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차관들의 오랜 공직 경험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공직 사회가 다시 침몰하지는 않을까. 정부 내부의 전면적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의 숨은 역량과 열정을 억압하는 관행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 앞으로 5년간 새로 채용할 17만명의 젊은 공무원들을 이대로 맞이할 수는 없다. 혁신 없이는 정부의 성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정부는 정부혁신수석 대신 사회혁신수석을 만들었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협치를 강조한다. 긍정적인 개편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정부혁신 없이 사회혁신이 가능할까. 사회혁신을 위해서도 정부혁신은 불가피하다. 우선 국정 과제에 명시된 ‘열린정부혁신위원회’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김영삼 정부는 취임 직후 행정쇄신위원회를 설치했다. 김대중 정부는 행정개혁위원회를 두었다. 참여정부 역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설치했다. 우연인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부개혁 기구가 없었다. 과거처럼 혁신 과제를 부여하고 추진 상황을 점검하며 평가하는 기구가 아니라 촛불정부의 철학과 이론을 정비하고 자율적 변화를 안내하고 지원하는 기구여야 한다. 정부혁신의 핵심은 공정한 ‘인사’다. 인사혁신 없이 정부혁신은 있을 수 없다. 인사는 공무원들의 가장 큰 불만이지만 희망이기도 하다. 먼저 공무원들이 억울하고 부당한 인사를 제보할 수 있는 범정부적 익명 게시판을 만들자. ‘인사불만 대나무숲’이 어떨까. 또한 채용 당시 우수한 인재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의 토양도 필요하다. 공정하게 평가받고 정당하게 보상받는 시스템이다. 순환 보직이나 호봉제 구조의 변화 없이 혁신을 말할 수 없다. 정부혁신의 전략은 자발적 참여여야 한다. 시민들의 촛불혁명 역시 참여를 통한 동기와 열정의 산물이었다. 이제 정부 내부에서도 촛불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민주적 관료제를 실현하자. 민주화 이후 30여년간 미뤄 두었던 공직 사회의 해묵은 숙제다. 뒷줄에 앉아 있는 젊고 유능한 사무관들이 혁신의 주역이다. 그들의 신선한 생각과 의견을 실천하는 길이 곧 혁신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찰스 굿셀은 “‘관료들이 혁신적이지 않고 변화에 저항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신화이자 오해”라고 주장한다. 다른 집단과 비교할 때 관료들도 충분히 혁신적이며 창의적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관료’가 아니라 ‘관료제’다. 경직된 법 규정, 세분화된 직무 영역, 낡고 잘못된 관행이 관료들의 행동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관료제의 두꺼운 갑옷을 벗고 관료들의 창의와 열정을 살려야 한다. 공무원들의 행태와 문화를 바꾸는 정부혁신을 서두르자.
  • [핵잼 사이언스] 1만 7500명 북적이던 섬… 모아이만 남은 까닭은

    [핵잼 사이언스] 1만 7500명 북적이던 섬… 모아이만 남은 까닭은

    태평양 남동부에는 오랜 시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신비의 섬’이 존재한다. 바로 거대 석상 ‘모아이’의 고향 이스터섬이다.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 연구팀은 이스터섬이 번성기 시절 인구가 1만 7500명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우리에게도 사람 얼굴을 한 모아이로 잘 알려진 이스터섬은 한때 그들만의 높은 문명을 이뤘던 사회였다. 화산폭발로 생성된 이스터섬은 칠레 본토에서도 3500㎞ 떨어져 있는 외딴섬이다. 원주민들은 이스터섬을 ‘라파누이’라 부르는데 이는 커다란 땅을 의미한다. 전체 면적이 163.6㎢로 서울 면적의 4분의1 정도다. 원래는 숲이 우거진 풍요로운 공간이었던 이스터섬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722년이었다. 당시 네덜란드인들은 이 땅에 처음 발을 내디디며 900개에 달하는 모아이 석상과 함께 1500~3000명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세상에 처음 알렸다. 이후 이스터섬은 찬란하게 꽃핀 문명을 뒤로하고 불과 수백 년 만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번에 연구팀은 이스터섬 문명의 비밀을 밝히고자 전성기 시절의 인구수를 조명했다. 섬 전체의 지도와 토양, 날씨 등을 바탕으로 주 식량인 감자의 수확량을 비교 분석한 것. 그 결과 섬 전체 땅 19%에서 감자 재배가 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최대 1만 7500명이 먹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연구를 이끈 세드릭 펄스턴 박사는 “이스터섬은 세상과 고립됐지만 매우 수준 높은 사회를 건설하고 예술품을 생산했다”면서 “이 때문에 가장 많은 인구를 가졌던 최전성기를 알아내는 것은 미스터리의 한 조각을 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초 발견됐을 때 원주민 숫자가 최대 3000명이 맞다면 서구인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이스터섬은 몰락하는 중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는 원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생태계 파괴가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이스터섬 몰락 원인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의견은 엇갈린다. 지금까지 정설은 원주민들의 무분별한 벌채와 카니발리즘(인육을 먹는 풍습)에서 찾았다. 거대 석상인 모아이를 운반하기 위해 수많은 나무를 베며 숲이 사라졌고, 점점 먹을 것이 부족해진 원주민들이 사람까지 해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년 전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등 연구팀은 이스터섬 몰락 원인이 유럽인들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박사는 “유럽인들이 이스터섬에 도착하면서 천연두와 매독을 옮겨왔다”면서 “이 때문에 원주민들은 관련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노예로 끌려가 자연스럽게 인구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지원주택 정책-실천사례’ 국제심포지엄 성황리에 마쳐

    ‘지원주택 정책-실천사례’ 국제심포지엄 성황리에 마쳐

    한국은 지난 50여 년간 이전 시대와는 전혀 다른 아파트라는 매스하우징을 개발, 천만 가구가 넘게 보급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다. 주택에 대한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는 지금, 주택 발전사에 획을 그을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을 발전시키고 자생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임대주택을 개발해야 하는 공공섹터의 역할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날로 높아지는 인권과 복지에 대한 요구를, 제한된 예산과 범국민적 합의 하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에서 맞춤형 적정 임대주택 활성화로 공공주택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월에 발표 예정인 주거복지 로드맵에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주택’이 포함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지원주택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효율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지원주택의 정책과 실천사례’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최근의 정보를 교류하고 한국적 상황에서 적절한 혜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심포지엄에서는 지원주택에 대한 미국 뉴욕시의 선행경험과 최근 동향이 교류되었다. 오바마 정부에 이어 트럼프 정부에서도 탄력 있게 추진되고 있는 지원주택은 사회 고비용시스템을 저비용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취약계층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다양한 실증적 결과들에 기반하여 그 효용성을 인정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R&D ‘주거복지시스템연구단’ 연구단장 연세대학교 이연숙 교수는 인권과 복지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요구가 현재와 미래의 복지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가운데 지원주택은 한국의 핵심적 주거대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연숙 교수는 “지난 50년간 주택발전사에서 주거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빈곤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이 미약하였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현상은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세계 최저출산율, 최고 속도의 고령화 현상과 함께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전 세계적으로 이미 복지분야에서 보호와 수용의 관점에서 제공되어 온 시설형 주거가 인권과 경제적 효율성 그리고 건강한 국민 구조가 강조됨에 따라 탈시설화와 더불어 지역사회 내의 주택이 중요하다는 관점으로 선회하고 있는 경향을 직시해야 한다”며 “따라서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은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주택을 제공하는 국토교통부가 핵심 부처가 되어야 하며 금번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이러한 사항이 분명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거복지시스템연구단은 소규모공동체를 전제로 하는 공유형 주택에 거주자들의 필요에 따라 의료·보건·복지 서비스 등이 제공될 수 있는 이른바 서비스 통합형 주택을 ‘한국형 지원주택’으로 제안하고 있다. 한국형 지원주택이야말로 장애인, 노숙인, 고령자를 비롯하여 저소득 청년과 육아가구 등 사회전반의 비용을 높이는 시스템을 저비용으로 전환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성진 칼럼] 개혁과 유연성

    [손성진 칼럼] 개혁과 유연성

    절대적 표현을 자주 썼던 인물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1993년 11월 김 전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의 불법조업 단속 요구에 “국제사회에서도 불법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불법조업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고 일본 측은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과단성을 요구하는 개혁에서 ‘힘이 닿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같은 말은 우유부단해 보인다. 반면에 분명한 어조는 흡입력이 좋고 신뢰를 준다. 최상급 수식어는 확신을 심어 주는 데 유용한 언어적 도구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도 눈이 번쩍 띄게 했다.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은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걱정했던 대로 시원한 약속만큼 시원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그 많은 비정규직을 한 명도 빠짐없이 정규직으로 만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꿈을 이룬 비정규직도 많지만 기간제 교사 3만 2734명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희망고문’의 희생양이 됐다. 완벽한 이행을 보장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래서 외교에서는 ‘검토’, ‘적절한 조치’ 등의 다소 불분명해 보이는 용어를 선택한다. 일이 그릇될 경우를 대비해 출구를 마련해 두는 것이다. 후유증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은 모호함과는 다른 유연성이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은 정부의 힘이 자라는 대로 최소화하겠다” 정도로 유연하게 언급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기간제 교사들의 상심(傷心)도 덜하지 않았을까. 개혁에서도 유연성은 개혁을 지연시키기보다 성공의 확률을 높인다. 유연성은 융통성과도 통한다. 융통성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개혁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의 개혁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면 실패한 원인은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현실을 인정하는 융통성을 무시했다. 반개혁 세력은 언제나 존재하고 그들을 끌어안지 않고서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개혁에서 유연성은 동력원의 윤활제다.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과제다. 숨겨져 있던 적폐를 찾아내 단죄하고 반성의 기회로 삼는 것은 역사의 발전을 위해 긴요하다. 그러나 과거 정권의 정책을 깡그리 폐기하는 것은 무모함에 가깝다.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취하는 사단취장(捨短取長)의 유연한 지혜가 필요하다. 모든 과거 정책이 적폐가 아니라면 적폐가 아닌 정책을 입안한 공무원까지 난적(亂賊)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적폐의 기준은 간단하다.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정의와 법으로 따져 보면 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분배의 강화는 정권의 선택 문제이고 국민이 뽑은 정권이기에 국민의 선택이기도 하다. 분배가 정의고 성장이 불의는 아니다. 그 반대도 아니다. 보수 정권도 분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의 차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강조한 것은 모순된 행동이 전혀 아니다. 사실 문 대통령이 선언한 ‘탈원전’은 유연성을 잃은 개혁은 아니라고 본다. ‘반드시, 무조건’ 원전을 없애겠다는 게 아니었다. 국민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탈원전을 이뤄 나가겠다는 뜻이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은 문제였다. 40년의 역사를 지닌 핵심 전력원이자 주요 산업을 하루아침에 부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뒤늦게나마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원전 정책을 근본적으로 되짚어 보는 유연함을 발휘할 때다. 어느 정권에서나 개혁은 필연의 과정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참담한 실정(失政)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썩은 상처부터 도려내야 한다. 개혁은 발전의 토양이 된다. 실패가 두려워 주저할 이유도 없다. 신속하고 과감하게 해야 하는 것도 맞다. 모든 것을 고려하다가는 모든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예외 없이 추진해야 할 개혁 과제도 있다. 그러나 유연성을 잃는다면 지난 정부들의 개혁처럼 큰 성공에 이르기 어렵다.
  • 태자가 썼을까…1300년 전 신라 ‘첨단 수세식 화장실’

    태자가 썼을까…1300년 전 신라 ‘첨단 수세식 화장실’

    신라 왕궁 별궁터인 동궁·월지 ‘고급’ 화강암 변기·건물터 발견 바닥에 전돌 깐 배수시설까지 발달된 왕실의 화장실 문화 가늠 신라 태자가 쓰던 화장실이었을까. 태자가 살던 신라 왕궁의 별궁터인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1300년 전 수세식 화장실이 발견됐다. 국내에서 변기와 배수 시설, 화장실 건물터를 두루 갖춘 화장실 시설 일체가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26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공개한 경주 인왕동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 북동쪽 발굴 지역에는 화강암을 둥글게 깎아 만든 변기와 전돌을 타일처럼 바닥에 깐 ‘고급형 고대 화장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두 칸으로 나뉜 넓이 24.7㎡의 화장실 건물터. 이 가운데 한 칸에 구멍 뚫린 타원형 화강암 변기(길이 90㎝, 너비 56㎝)가 배수시설과 연결돼 놓여 있었다.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본 뒤 지름 12㎝의 구멍에 물을 흘려보내면 오물이 경사진 암거(지하에 고랑을 파 물 빼는 시설)를 따라 빠져나간다. 고대의 수세식 변기인 셈이다.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이번에 발굴된 화장실 유구는 먹고 배설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생활상이 왕실 내부에서 문화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간 유적”이라고 의미를 짚었다.당초 발굴 당시에는 구멍 뚫린 변기 위에 두 다리를 딛고 쪼그려 앉을 수 있는 길이 175㎝, 너비 60㎝ 크기의 판석 석조물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판석 석조물은 좌우를 바꿔 아귀를 맞추면 과거 불국사에서 발견된 변기 형태의 석조물(8세기)과 모양이 매우 흡사하다. 장은혜 학예연구사는 “고급석재인 화강암을 쓴 변기와 변기 아래와 배수시설 바닥에 전돌을 깔아 마감한 것 등은 신라 왕실의 화장실 문화가 얼마나 발달했는지 잘 보여 준다”며 “일본에서도 7세기 후반~8세기 화장실 유구가 다수 출토됐지만 건물터와 변기·배수 시설이 다 갖춰진 채로 나온 적은 없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백제 유적인 전북 익산 왕궁리에서 처음 공동 화장실 유구(7세기)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유구의 토양에서는 회충, 편충 등 기생충 알이 다량 나왔다. 신라 왕족의 화장실에선 어땠을까. 박윤정 학예연구관은 “지난 5월 유구 내 토양을 조사했으나 물을 부어 흘려보내는 수세식인 데다, 미생물이 잔존하기 힘든 모래 알갱이만 퇴적돼 있어 기생충 알은 없었다”며 “인근에 저수조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배수로 위로 철로(동해남부선)가 지나고 있어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간 나오지 않았던 출입문인 동문으로 추정되는 건물터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돼 주목된다. 남북 길이 21.1m, 동서 길이 9.8m인 대형 가구식(架構式·목조가구처럼 돌을 짜 맞추는 방식) 기단 형태로, 화려한 계단과 2m 이상의 대형 돌로 쌓은 10개의 적심(積心·주춧돌 주위에 쌓는 돌무더기) 등이 상당한 규모였음을 짐작케 한다. 통일신라 이전에 조성된 길이 110m의 대형 배수로바닥층에는 이례적으로 소 골반뼈가 소형 토기와 함께 발견됐다. 박윤정 학예연구관은 “배수로 폐기 시점에 소 골반뼈를 묻은 것은 이후 새 건물을 세우기 위해 안전을 기원하는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통일신라 때 어린 사슴과 토기를 묻고 의례를 지낸 뒤 폐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깊이 7.2m의 우물에서는 고려 시대 인골 4구가 출토됐다. 30대 후반 남성인 성인 인골과 8세 미만의 소아, 3세 이하의 유아, 6개월 미만의 영아 등으로, 인골이 묻힌 배경 등 고고학 연구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예정이다. 경주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와우! 과학] 미스터리 이스터섬, 번영기 인구는 1만 7500명

    [와우! 과학] 미스터리 이스터섬, 번영기 인구는 1만 7500명

    태평양 남동부에는 오랜 시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신비의 섬’이 존재한다. 바로 거대석상인 '모아이'의 고향 이스터섬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 연구팀은 이스터섬이 전성기 시절 인구가 1만 7500명에 달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우리에게도 사람 얼굴을 한 모아이로 잘 알려진 이스터섬은 한 때 그들만의 높은 문명을 이뤘던 사회였다. 화산폭발로 생성된 이스터섬은 칠레 본토에서도 3500㎞ 떨어져 있는 외딴 섬이다. 원주민들은 이스터섬을 ‘라파누이'(Rapa Nui)라 부르는데 이는 커다란 땅을 의미한다. 전체 면적이 163.6㎢로 서울 면적의 4분의 1 정도. 원래는 숲이 우거진 풍요로운 공간이었던 이스터섬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722년이다. 당시 네덜란드인들은 이 땅에 처음 발을 내딛으며 900개에 달하는 모아이와 1500~3000명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세상에 처음 알렸다. 이후 이스터섬은 찬란하게 꽃핀 문명을 뒤로하고 불과 수백 년 만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번에 연구팀은 이스터섬 문명의 비밀을 밝히고자 전성기 시절의 인구수를 조명했다. 섬 전체의 지도와 토양, 날씨 등을 바탕으로 주 식량인 감자의 수확량을 비교 분석한 것. 그 결과 섬 전체 땅 19%에서 감자 재배가 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최대 1만 7500명이 먹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연구를 이끈 세드릭 펄스톤 박사는 "이스터섬은 세상과 고립됐지만 매우 수준높은 사회를 건설하고 예술품을 생산했다"면서 "이 때문에 가장 많은 인구를 가졌던 최전성기를 알아내는 것은 미스터리의 한 조각을 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초 발견됐을 때 원주민 숫자가 최대 3000명이 맞다면 서구인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이스터섬은 몰락하는 중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는 원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생태계 파괴가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이스터섬 몰락 원인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의견은 엇갈린다. 지금까지 정설은 원주민들의 무분별한 벌채와 카니발리즘(인육을 먹는 풍습)에서 찾았다. 거대 석상인 모아이를 운반하기 위해 수많은 나무를 베며 숲이 사라졌고, 점점 먹을 것이 부족해진 원주민들이 사람까지 해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년 전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등 연구팀은 이스터섬 몰락원인이 유럽인들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박사는 “유럽인들이 이스터섬에 도착하면서 천연두와 매독을 옮겨왔다”면서 “이 때문에 원주민들은 관련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노예로 끌려가 자연스럽게 인구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식품 속 과학] 유용한 곰팡이 해로운 곰팡이/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기획관

    [식품 속 과학] 유용한 곰팡이 해로운 곰팡이/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기획관

    감귤이 하룻밤 새 푸른곰팡이로 뒤덮힌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빵이나 떡에 핀 곰팡이가 몸에 해롭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는다. 곰팡이가 핀 식품은 보통 오래된 것이라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먹고 별 문제가 없다면 그 곰팡이는 위산에 의해 분해됐다는 의미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일부러 곰팡이를 피게 하는 식품도 있다. 블루치즈는 푸른곰팡이, 브리나 카망베르 치즈는 흰곰팡이를 사용한다. 블루치즈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을 때는 곰팡이 때문에 불량식품으로 의심받았다고 한다. 간장·된장을 만드는 메주, 술을 빚는 누룩도 곰팡이를 이용한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곰팡이를 피운 뒤 생기는 효소로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시키면 깊은 맛이 나고 전분은 당화돼 발효시키기 좋아진다. 유럽의 햄이나 일본의 가쓰오부시도 곰팡이를 이용해 만든다. 곰팡이는 의약품 분야에서도 중요한데, 푸른곰팡이의 대사산물로 만든 항생제 ‘페니실린’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로 곰팡이 대사산물 중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도 많다. 대표적으로 곰팡이 ‘아스퍼질러스 플라버스’의 대사산물인 ‘아플라톡신 B1’은 강한 간독성물질로 간암을 일으킨다. 곰팡이 대사산물 중 사람이나 동물에게 유해한 것을 총칭해 ‘곰팡이독’이라고 한다. 1960년대 영국에서 사료에 오염된 곰팡이독에 의해 1개월 만에 10만 마리 이상의 칠면조가 폐사한 사건도 있었다. 다행히 아플라톡신을 생성하는 아스퍼질러스 플라버스는 주로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며 온대 지방인 우리나라의 농산물에서 생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온대 지방에서는 붉은곰팡이인 ‘푸사리움 모니리포메이’가 자라기 쉽다. 옥수수의 상처 부위에 잘 피고 보리에서도 대량 발생하며 간암이나 식도암을 일으키는 ‘푸모니신’을 만든다. 식품을 100~210도로 가열하면 대부분의 미생물은 죽지만 곰팡이독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다만 식용유처럼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이 있으면 곰팡이독에 오염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땅콩 등 견과류나 곡류는 벌레 먹은 부분이 변색돼 있으면 곰팡이독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먹어서 쓴맛이 나면 뱉어내고 삼키지 말아야 한다. 곰팡이는 공기, 토양, 물 등 자연계 어디에나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곰팡이독 기준을 두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보관 과정에서 곰팡이가 피면 곰팡이독에 노출될 수 있다. 곡식이나 견과류는 습기가 적고 서늘한 곳에 잘 보관하고, 곰팡이가 핀 것은 오염이 퍼지지 않도록 바로 버려야 한다. 냉장고도 수시로 청소해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쓰레기 더미에서 폐플라스틱 먹는 곰팡이균 발견 (연구)

    쓰레기 더미에서 폐플라스틱 먹는 곰팡이균 발견 (연구)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지구적 골칫거리다. 매년 800만톤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나오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은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연구를 통해 쓰레기 더미에서 자라는 곰팡이균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획기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실린 세계농임업센터와 쿤밍생물학연구소의 공동연구 논문을 인용하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외곽의 쓰레기 더미에서 ‘아스퍼길루스 투빈젠시스’(Aspergillus tubingensis)라는 곰팡이균을 확인했고, 이 곰팡이균이 플라스틱의 주 성분인 폴리에스테르 폴리우레탄을 분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폴리우레탄은 타이어, 콘돔, 호스 등 폐플라스틱의 주성분이다. 연구팀은 이 곰팡이균이 폴리우레탄을 분해하는 능력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균배양판 위와 물 속, 토양 매립 등 세 가지 다른 환경에서 연구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세균배양판 위에서 플라스틱의 분해 수준이 가장 높았음을 찾았다.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세계농임업센터(World Agroforestry Center) 셰룬 칸 박사는 “우리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쓰레기 더미에서 샘플을 채취하여 마치 동식물의 사체를 먹어치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면서 “우리 팀의 다음 목표는 pH 수준, 온도 및 배양 배지와 같은 요인을 고려하여 곰팡이 성장과 플라스틱 분해에 이상적인 조건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쓰레기 처리 공장은 물론,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토양에서도 곰팡이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방송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에게/박상숙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방송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에게/박상숙 문화부장

    어쩌다 공영방송의 주말 드라마를 봤다. ‘황금빛 내 인생’이란 작품인데 사골보다 더 우려먹은 출생의 비밀이 소재다. 길 잃은 아이를 데려와 자신의 딸과 함께 쌍둥이처럼 키우던 가난한 엄마는 우여곡절 끝에 잃어버린 딸을 찾으러 온 부잣집 엄마를 속여 자신의 친딸을 데려가게 한다.드라마는 끔찍한 범죄 행위를 자식을 위하는 눈물겨운 모성애로 포장하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건 ‘얘가 당신 딸’이라는 말에 묻고 따지지도 않고 남의 딸을 데려가는 등장인물의 무지몽매다. “아무리 막장 드라마라도 유전자 검사도 있는데 고릿적 딸 바꿔치기라니.” 알파고 시대에 혀를 끌끌 차게 만든다. 어이없는 설정과 전개에도 이 드라마는 20%대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다. 50대 이상 장년층이 주시청층이다. 숫자에 취한 낙하산 경영진들은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2030 미래 수요자 따윈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작년에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국내에도 상륙했다. DVD 대여 업체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혁신을 거듭해 불과 몇 년 만에 미국 동영상 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괴물’이다. 비결 중 하나는 수요자의 시청 패턴을 깨알같이 분석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콘텐츠 제작이다. 세계 1억명 가입자의 초석이 된 글로벌 히트작 ‘하우스 오브 카드’가 그렇게 태어났다. BBC 원작을 가져와 고객이 원하는 감독과 배우를 기용하고 장면과 상황을 엮었다. 소비자 성향 분석을 위해 기존 작품의 장면을 초단위로 분석할 정도로 치밀하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라 한국인이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을 기용해 만든 영화 ‘옥자’로 파란을 일으킨 넷플릭스는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모양새다. 국내 수요자를 완벽 분석한 자료를 가지고 인기 작가, 감독, 배우, 방송인을 섭외해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을 한창 제작 중이다. 제대로 된 경영자라면 이러한 격변 앞에서 토끼가 달나라서 방아 찧을 만한 소재로 만든 드라마를 두고 볼 리가 없다. 시대의 변화와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무시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방송의 발전 따윈 관심 없고 오로지 자리보전에만 신경 쓰기 때문이다. 그러니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인력을 이념 성향 운운하며 스케이트장 관리로 내쫓고, 듣도 보도 못한 비선 실세의 아들을 어거지로 드라마에 끼워넣는 것도 모자라 국민 예능 ‘무한도전’에까지 창조경제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라는 압력을 넣는 거 아니겠는가. 보수정권의 방송 장악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공범자들’에서 MBC 부사장은 자신이 해고한 최승호 감독에게 “방송의 미래를 생각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퇴행적인 막장 방송을 만드는 데 일조한 장본인이 ‘방송의 미래’를 들먹이는 장면은 희대의 코미디다. 60여년 전 블랙리스트로 혹독한 후유증을 치른 미국 할리우드는 막강한 ‘소프트파워’(문화예술을 활용한 국력)의 본산이 됐다. 역사적 비극에서 성역 없는 비판과 언론의 자유가 문화발전의 토양임을 체득한 결과다. 얼마 전 에미상 시상식을 부러운 눈으로 봤다. 이날의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참석자들은 트럼프를 신나게 조롱하고 풍자했다. 트위터를 통한 트럼프의 반격(?)은 있었지만 누구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 유신시대나 있을 법한 국정원 블랙리스트로 나라가 시끄럽다. 할리우드처럼 쓰라린 역사에서 유쾌한 미래를 열어야 한다. 문화 콘텐츠 분야 매출 세계 7위 국가답게 말이다. okaao@seoul.co.kr
  • 우렁각시 키운 ‘청원생명쌀’ 밥맛·건강·친환경 일석삼조

    우렁각시 키운 ‘청원생명쌀’ 밥맛·건강·친환경 일석삼조

    충북 청주시는 세계 최고의 소로리볍씨가 발견된 고장답게 쌀이 유명하다. 청주에서 생산되는 청원생명쌀은 제초제를 쓰지 않고 왕우렁이농법으로 재배되는 친환경쌀이다. 시의 지원으로 작목반이 왕우렁이를 키워 농가에 보급하면, 농가들은 모내기 1주일 정도 후 논에 우렁이를 방사한다. 우렁이가 잡초들을 먹어치워 농약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제초제를 쓸 필요가 없다. 이 우렁이는 토종은 아니지만 덩치가 커 왕우렁이로 불린다. 몸집이 커 잡초 식성도 좋다. 100% 계약재배로 추청벼 1등품만 수매한다.●3년 연속 쌀 품질 평가 대상 청원생명쌀의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건강과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기업과 단체에 부여되는 로하스인증을 올해까지 11년 연속 획득했고, 전국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선정한 고품질 브랜드 쌀 러브미는 8번이나 받았다. 3년 연속 전국 쌀 품질평가 대상도 받았다. 밥맛이 좋다 보니 다른 지역 쌀보다 10㎏ 기준 5000원 내외 비싼 가격에 팔린다. 현재 1600여 농가에서 연간 1만t 정도를 생산한다. 김병철 청원생명브랜드 담당은 “인류의 생명문화유산인 소로리볍씨가 발견된 미호천변 주변에서 쌀이 생산돼 청원생명쌀로 이름을 지었다”며 “청원생명쌀은 심사가 엄격한 청와대에도 납품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안심 애호박·딸기도 명물로 청주에서 나오는 청원생명 애호박도 유명하다, 잔류농약 및 토양 검사 등을 거치는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을 받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물을 이용해 색상이 선명하고 영양이 풍부하다. 특히 다량의 비타민A를 함유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소화가 잘되고,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들에게 좋다. 청원생명애호박은 4월부터 여름까지 집중 출하되는데 이 기간 전국 유통량의 30%를 차지하며 서울 등 전국의 대형 매장에서 판매된다. 90여 농가에서 연간 7300t을 생산한다. 대청호 주변에서 나오는 청원생명 딸기도 인기가 높다. 청원생명 딸기는 유황을 뿌려 재배,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아삭아삭하고 당도가 높다. 이 유황은 아이들의 감성지수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포토 다큐] 항생제 없소… 뛰어 논 닭… 건강한 삶 돼지

    [포토 다큐] 항생제 없소… 뛰어 논 닭… 건강한 삶 돼지

    “정유재란(丁酉再)이 아니라 정유계란(丁酉鷄)이에요.”정유년인 올해 서민들의 기본 먹거리인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파동을 빗댄 것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가금류의 공장식 밀집사육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이끌어냈다. 물론 살충제 계란이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에서 비롯된 면도 있지만 밀집사육도 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좁고 비위생적인 축사에서 각종 스트레스와 질병에 노출된 가축들은 그 자체로도 위험할 뿐 아니라 살충제와 항생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롯이 이를 섭취하는 인간에게 그 피해가 간다. 그 대안으로 ‘동물복지’가 떠올랐다. 인간이 동물에게 윤리적 책임을 가지고 동물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보장하는 것, 건강하고 행복한 축산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가 나온다는 것이다.제주 조천읍 교래리 한라산 해발 400m 산기슭엔 환경친화적 사육을 하는 제동목장이 있다. 제동 토종닭들은 방사로 키워진다.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진드기나 기생충을 없애는 ‘흙목욕’도 한다. 날갯짓을 하며 횃대 위에 앉아 쉬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적으니 그만큼 질병도 줄어든다.353만 1000㎥(약 107만평) 규모의 방목지에서는 소들이 자유롭게 노닐며 풀을 뜯는다. 자연 재배된 방목초와 건초만을 먹여 키우는 ‘그래스 페드’(Grass fed) 한우다. 이렇게 자란 한우는 인위적 마블링이 아닌 아미노산과 오메가3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경남 거창에 있는 더불어 행복한 농장의 김문조 대표는 2005년 독학으로 유럽의 사례를 연구해 직접 동물복지 시설을 갖췄다. 지난해엔 동물복지축산물인증 1호 돼지농장이 됐다. 동물복지농장 인증뿐만 아니라 도축장 인증, 운송차량 인증까지 마쳐야 받을 수 있는 마크다.이곳의 돼지들은 푹신한 왕겨가 깔린 넓은 사육장에서 길러진다. 사육장에는 돼지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도 있다. 스피커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픈 돼지는 별도의 약물 처리를 하지 않고 일반 사육시설보다 쾌적한 공간으로 격리해 스스로 병을 극복한다.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 자라는 돼지는 출산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높아져 더 잘 자란다. 높은 사료요구율(1㎏ 성장하는 데 먹는 사료량)덕분에 사룟값만 매달 10~15% 절약된다. 폐사율도 관행 사육 농가의 4분의1 수준이다. 동물복지농장을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김 씨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없으면 제2, 3의 농장이 나올 수 없다”면서 “소비자의 시선과 관심이 산업을 서서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는 축산 패러다임을 밀집 사육에서 동물복지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동물복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입법 및 정책을 확대해왔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부와 생산자, 소비자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경북 퇴적암 지대에 ‘희귀생물’ 다수 서식

    경북 퇴적암 지대에 ‘희귀생물’ 다수 서식

    경북 퇴적암 지대에 한반도 고유종 등 희귀식물이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2016년부터 2년간 경북 안동과 의성에 있는 중생대 백악기 퇴적암 지대에서 식물 다양성을 조사한 결과 728종의 관속식물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백악기 퇴적암지대는 약 1억년 전에 형성된 퇴적암 지대로 경상도에 넓게 분포해 ‘경상누층군’으로 불리기도 하며 경남 고성, 경북 의성, 경남 화순 등이 대표적이다. 조사결과 국내 자생지가 거의 사라져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망개나무와 세계자연보전연맹의 평가기준 적용시 취약종인 대구돌나물, 향나무의 서식지가 새로 확인됐다. 가새잎꼬리풀·실제비쑥·덕우기름나물 등 한반도 고유식물 18종도 발견됐다. 이중 덕우기름나물과 장군대사초는 국내 석회암 지대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종으로 비석회암지대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특이한 식생 구조가 나타났다. 조사 지역 해발고도가 평균 400m로 높지 않음에도 북부지방이나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다북떡쑥·선이질풀·왜미나리아재비 등 다수의 북방계 식물이 발견됐다. 반면 일부 구역에서는 남부 해안 근처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남방계 식물인 해변싸리·층꽃나무가 집단을 이뤄 자라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연구진은 식물 집단 구성 변화가 느린 바위지대와 건조한 토양층이 넓게 분포하는 퇴적암의 지형 및 토양적 특성으로 건조한 환경에 강한 희귀종들이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백운석 생물자원관장은 “최후빙하기 이후 한반도 식생 변화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씨줄날줄] 디지털 단식/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디지털 단식/이동구 논설위원

    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찾는 ‘자정 능력’이 있다. 바람과 비, 숲 등은 오염된 공기를 희석시켜 주며 인간과 동식물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다. 곤충과 벌레들은 토양의 오염을 회복시켜 주고, 식물들은 물과 공기를 깨끗이 만들어 준다. 동식물은 또다시 곤충과 토양의 건강함을 유지해 준다.한의학에서 소우주로 비교되는 인간의 몸도 다양한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면역세포와 함께 자연 치유력을 갖고 있어 웬만한 상처나 질병은 약을 먹지 않아도 회복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다이어트나 단식 등으로 병균에 오염됐거나 약해진 몸을 다시 정화한다. 바로 자정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최근 디지털 중독에 빠진 자신의 생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일시 중단하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요법을 실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단식 요법과 마찬가지다. 과잉 섭취를 막아 건강한 생활을 되찾겠다는 자정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어제 한 빅데이터 분석 업체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빅데이터상에 디지털 단식, 인터넷 피로, 디지털 피곤 등 디지털 디톡스를 언급한 횟수는 올 들어 8월까지 벌써 2만건이 넘었다고 한다. 2015년 한 해 동안 언급된 횟수와 엇비슷했다. 밤낮없이 밀려오는 각종 SNS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마음들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올 들어 근로자들의 SNS 접속 차단 권리를 보장해 줬다. 근무 시간 외에는 직장에서 온 이메일 등 SNS는 무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퇴근 시간 이후 카카오톡 등 SNS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 관행을 금지하는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다. 디지털 단식을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사회적 자정 능력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 시간은 세계 1위로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온종일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날로 높아져 아내와 자식, 아빠의 전화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 환자들이 즐비하다. 외식 나온 가족들이 식당에 앉자마자 대화 대신 각자 SNS에 빠져 있는 모습은 쉽게 목격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래서는 개인이나 국가의 장래를 낙관할 수 없다. 디지털 단식이 더욱 활발해져 심신이 모두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비평의 새로운 역할을 위하여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비평의 새로운 역할을 위하여

    문학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진단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젊은 시인 작가들의 작품집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문학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던 것은 그것이 다매체 시대라는 흐름에서 뒤처진 낡은 장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것은 소멸이나 폐기를 코앞에 둔 장르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학은 이처럼 현재진행형이고, 여전히 왕성한 작가군(群)과 작품이 문학시장을 달구고 있으며, 예술적 본가로서의 권역과 직능을 누구에게도 양도하지 않는다. 문학만이 고유하게 가지는 미학적 원리가 우리에게 삶과 현실에 대한 독자적인 사유와 비전을 한결같이 부여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사유와 비전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며, 문학마저 공공연한 상품 미학의 후광을 입고 있는 시대에 대한 근본적 저항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것이 문학만의 존재 의의이자 이 공공연한 위기의 시대에 문학이 자신의 몫을 지켜 가는 양보할 수 없는 지표라고 믿는다. 최근 우리 문학의 지형은 1990년대 이후 빠른 주기로 대체되었던 담론들의 주류성이 급격히 소멸하면서 담론적 귀속성보다는 작품 하나하나의 미학적 완결성이 중시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 문학 작품에는 미학적 완성도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과잉되는 부분이 생겨나기도 했고, 문학이 마땅히 지켜야 할 미덕임에도 빈곤해지는 부분도 발생하게 됐다. 시대와 조건이 달라져도 문학이 근본적으로 지켜 나가야 할 위상과 가치는 어떤 것인가 하는 고전적이고 원론적인 성찰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것은 한때 주류적이고 대표적인 위상을 차지했던 ‘문학의 시대’에 대한 철없는 향수와 그리움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시대적 상황과 문학의 관련성에 대한 메타적 통찰을 축적해 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우리 문단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비평적 규준의 무분별한 다양화에 있다. 이는 물론 하나의 강력한 담론이 타자를 억압하고 중심 권역을 형성했던 시대에 대한 반성 형식으로 나타난 양상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가 다양한 문화 간의 교섭과 충돌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념과 진영 사이를 가르고 있던 구획들도 느슨해져 가고 있는 만큼 그러한 규준의 이완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평적 규준의 다양화 자체가 문학의 다양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좋은 문학과 그렇지 않은 문학의 구별조차 없애 버릴 무반성적 상대화의 위험을 안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문학은 새로운 지형에 대한 제언이나 대안적 담론 제출이 부족한 상황을 가혹하게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쟁점 빈곤, 화제 부재의 상황은 달리 말하면 낡고 진부해 보이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수행하기에 알맞은 역설적 토양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지금이 지나친 본질주의적 환원을 경계하면서도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컨텍스트에 대한 폭넓은 반성과 재인식의 적기(適期)라 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 점에서 고전이나 전통에 대한 재인식 노력은 매우 중요할 것이며, 비평 언어가 전문성과 대중성을 아울러 견지하면서 문학에 대한 사유의 장(場)을 넓혀 가는 과정 또한 퍽 중요할 것이다. 비평 언어가 수평적이고 쌍방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한 시대의 폭넓은 담론적 장을 만들고, 그중에서 더욱 설득력 있고 날카로운 비평 언어가 선별적으로 우리 문학에 수렴돼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사(代謝) 과정일 테니까 말이다. 특별히 지난 시대에 블랙리스트니 뭐니 하면서 유독 정치권력에 휘둘려 온 우리 문학의 당당한 자기 개진을 위해서라도 비평 언어의 이러한 새로운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다.
  • 경산·영천 양계농장 흙에서 DDT… 토양·지하수 긴급조사

    환경부는 28일 경북 경산과 영천의 산란계 농장 토양에서 맹독성 살충제인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가 검출됨에 따라 해당 지역 토양·지하수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 농장에서는 닭과 달걀에서 DDT가 검출됐다. 환경부는 9∼10월 해당 지역 토양과 지하수에 대해 DDT 등 농약성분 긴급 실태조사를 하고 결과를 공개키로 했다. 농약 성분이 고농도로 발견되면 토양은 토양정화(토양개량 포함) 또는 위해 차단 조치를, 지하수는 음용 금지 및 대체 취수원 개발 등 안전대책을 추진한다. 또 조사결과를 토대로 전국 단위 토양·지하수 농약성분 오염도 조사와 함께 DDT 등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농약 성분에 대한 잔류성유기오염물질 환경기준과 토양·지하수 관리기준 마련 등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관리법’에 따라 2008년부터 토양·대기·퇴적물 등에서 DDT를 조사했으나 토양·지하수 오염기준은 설정돼 있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경산과 영천의 닭 방사장과 반경 100m 이내 토양을 조사한 결과 검출된 DDT 최고농도는 0.539㎎/㎏으로 기존 검출된 DDT 최고농도(0.079㎎/㎏)의 6.8배에 달했다. 여기서 달걀을 공급받은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토양에서는 DDT가 검출됐으나 왕겨·볏짚·물·사료 등에서 검출되지 않아 DDT가 남은 흙을 닭이 섭취한 것으로 추정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상자·옥상텃밭 클리닉 고추·마늘로 해충관리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명일근린공원의 공동체 텃밭. 2017년 상자·옥상텃밭 전문클리닉의 첫 번째 강좌인 ‘텃밭해충관리법 및 친환경 약재 만들기’에 주민 20여명이 참여해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수업을 시작하고 30분이 지난 후에야 본 강의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론 강의를 들은 후에는 청양고추와 마늘, 우유, 소주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친환경 약재를 만들어 보는 실습을 했다. 주민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재료들이 친환경 약재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과 즐거움을 표했다. 강좌에 참여한 김모(68)씨는 “마늘, 고추는 먹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벌레를 쫓을 수 있다니 신기하다. 병충해 및 토양관리에 중점을 둔 이번 교육이 실질적으로 텃밭을 가꾸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강동구 주민들 사이에서 상자·옥상텃밭 전문클리닉이 호평을 받고 있다. 주민 20여명이 한 그룹이 돼 ‘텃밭해충관리법 및 친환경 약재 만들기’, ‘건강한 흙만들기 및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퇴비 만들기’ 등 2개의 실습강좌를 매주 한 번씩 듣는다. 지난 16일 친환경 약재 만들기 강좌를 들은 그룹은 오는 25일 퇴비 만들기 강좌를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끝마친다. 강동구는 전국 최초로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도시농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2020년까지 ‘1가구 1텃밭 조성’ 실현을 목표로 연차별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현장농부학교, 자원순환 학교, 도시양봉 학교 등 다양한 도시농업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총 4그룹을 모집해 9~10월에도 전문클리닉을 더 운영할 계획이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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